또 다른 사례

2017년 운행을 시작한 또 다른 경전철 우이신설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평일 오전 7시 50분, 서울 강북구와 동대문구 신설동을 잇는 2량짜리 열차에 직접 타봤습니다. 강북구 화계역에서 탑승한 열차 안엔 곳곳에 빈자리가 있을 정도로 여유 공간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있는 솔샘역, 북한산보국문역을 지나면서 열차 안 혼잡도가 순식간에 늘었습니다. 정릉역을 지날 땐 우르르 밀고 들어오는 승객들로 열차 안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승강장에선 '다음 열차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이어졌고, 열차 안에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개통 이후 줄곧 우이신설선을 이용해 왔다는 한 승객은 "평소엔 붐비지 않더라도 출퇴근 시간대, 특정 구간에서 사람이 갑자기 확 몰려 위태로워 보일 때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역에서 만난 한 안내요원은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이 확 몰리다 보니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있다"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119 구급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기도 한다"라고 했습니다.

신림선과 우이신설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각각 8만 5천 명 안팎. 일상 속 예측 가능한 안전사고 위험엔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좀 더 설명하면
출근길 경전철의 혼잡함은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보통 열차 안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의 3배, 160명 안팎을 열차의 정원으로 보는데, 이보다 많은 사람이 열차 안에 있으면 '혼잡도가 100%를 넘는다'라고 표현합니다.

지난해 기준 출근시간대 서울 주요 지하철 혼잡도를 보면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구로구 신도림역이 최대 130%, 5호선과 8호선이 만나는 강동구 천호역이 134%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우이신설선과 신림선 주요 역의 혼잡도는 이보다 더 높습니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우이신설선 정릉역의 평균 혼잡도는 154%에 달합니다. 솔샘역이 114%, 북한산보국문역이 136%, 정릉역이 154%, 성신여대입구역이 122%로 인접한 4개 역에서 혼잡도가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특정 구간에서 사람이 확 몰린다'는 한 승객의 지적이 수치로도 나타난 셈입니다.

신림선의 경우, 전체 11개 역 중 9개 역의 출근길 평균 혼잡도가 100%를 넘습니다. 서울지방병무청역이 147%로 가장 높고, 당곡역과 보라매병원역이 144%, 136%로 뒤를 이었습니다. 신림역과 보라매공원역도 130%로 출근길 신도림역에 맞먹는 혼잡도를 보였습니다.

한 걸음 더
김포골드라인처럼 2,3량짜리 미니 열차인 데다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적지 않은 서울 경전철.

운영사 측에선 출퇴근 시간대 주요 역마다 2,3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역무원이 주요 역을 돌며 안전사고와 돌발상황에 대처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신림선의 경우 지난해 개통 당시 하루 평균 6만여 명이었던 이용객 수가 올해 들어 30%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경전철을 따라 탑승 수요도 늘고 있는 만큼, 혼잡시간대 배차 간격 축소를 포함해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할 만한 곳도 있습니다.

인천1호선과 공항철도가 만나는 인천 계양역은 김포시와 검단 신도시 등 인근 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와 환승하는 승객들이 몰리는 곳입니다. 실제로 출근길인 평일 오전 8시쯤 계양역에 가보니, 김포 등에서 출발한 버스에서 승객들이 우르르 내려 계양역으로 향하고, 승강장엔 열차 출입문마다 20여 명씩 어림잡아 400명 넘는 인원이 계속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천1호선에서 올라오는 환승객들까지 합류하면서 대기 인원은 더 많아졌지만, 승강장 혼잡도는 생각보다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이용객 증가에 대비해 미리 승강장 확장 공사가 진행됐고, 배치된 안전요원들이 확장된 공간으로 승객들이 분산되도록 "뒤로 가달라"고 계속 안내했기 때문입니다. 이달 초엔 환승시 대기 인원이 최소화되도록 인천1호선에 맞춰 열차 시간을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평일 출근 시간대 2시간 동안 1만 명 넘는 인원이 이용할 정도로 붐비는 곳이지만, 올해 들어 계양역에서 안전 문제로 119 등이 출동하는 경우는 0건이었습니다.

미리 준비하면 충분히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최신 콘텐츠

서울 경전철은 '제2의 김포골드라인'?... 직접 타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