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의 간극을 데이터로 줄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떡볶이와 야구, 그리고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검찰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동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오늘(8일) 긴급체포했습니다. 같은 날 경찰도 김 전 장관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공관, 국방부 장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검·경이 일제히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새벽 1시 3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직접 찾아와 조사를 받겠다며 자진출석했습니다. 검찰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오전 7시 52분쯤 김 전장관을 긴급체포하고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이 고발된 형법상 내란 혐의가 사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이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긴급체포된 김 전 장관은 현재 서울동부구치소로 이송된 상태입니다. 경찰에서도 김 전 장관의 혐의 입증을 위한 자료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같은 날 오전, 전담 수사팀이 김 전 장관의 공관과 국방부 장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 국수본은 120여 명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6일에는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김준영 경기남부청장 등 4명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좀 더 들어가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이번 비상계엄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비상계엄을 건의했고, 계엄 선포 이후에도 계엄군에 각종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 잇따랐습니다. 비상계엄 당시 군 책임자 중 한 명인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6일 오전 특수전사령부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박선원 의원과의 대화에서 곽 사령관은 국회의사당 시설 확보 및 인원 통제, 중앙선관위 시설 확보 후 외곽 경계, 뉴스공장 운영 '여론조사 꽃' 시설 확보 및 경계를 김 전 장관의 전화로 직접 지시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곽 사령관은 특히 국회 본회의장의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에 대해선 "명백히 위법 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 걸음 더 김 전 장관의 조사 및 긴급체포는 검찰 특수본 설치 후 첫 조사입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자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입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추가 조사하면서 긴급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검찰 특수본은 탄핵안 의결 여부와 상관없이 윤 대통령의 형법상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는 법리와 절차에 따라 신속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윤 대통령이 고발된 내란 혐의는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가 지속 가능합니다. 경찰도 7일 저녁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김 전 장관의 통화내역을 확보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시민단체 등의 별도 고발 사건을 접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도 사건을 수사4부에 배당하고,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된 상설특검까지 가동된다면 총 네 군데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동시다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지난 1편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다가올 환경 정책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탄소 배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후 최고를 찍고 있는 이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와 가스 시추를 확대하겠다는 'Drill Baby Drill' 슬로건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특히 친화석연료 인사들을 주요 정책 자리에 앉히면서, 미국의 환경 정책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2편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에서 후퇴할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만약 트럼프가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린다면? 트럼프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사람들을 미국의 환경과 에너지 총책임자로 임명하자,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친환경 정책과 노선이 크게 후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는 지난 1기 집권 때에도 파리협정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고 2020년에 실제 행동에 옮기기까지 한 만큼, 앞으로도 화석연료 사용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다시 파리협정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을 내려 현재 미국은 재가입한 상태입니다. 파리협정은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2℃ 이상 오르지 않도록 막자는 국제적 약속입니다. 1.5℃ 이상 기온이 올라가지 않도록 제한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195개 당사국들이 2015년 협약에 서명했죠. 당사국들은 2021년부터 각국 정부가 스스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5년마다 UN에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파리협정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를 들면서 협약을 비판했고, 결국 탈퇴해 버렸어요.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은 당사국 중 협정 비준을 철회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죠. 트럼프가 이번 대선 공약으로 파리협정의 재탈퇴를 내건 만큼, 2기 행정부가 꾸려지면 다시 또 탈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입니다. 2023년 배출된 377.9억 톤의 탄소 중 중국이 119억 톤으로 1위, 미국은 49.1억 톤으로 2위죠. 만약 미국이 재탈퇴를 하게 되면 배출량 2위 국가가 앞으로 UN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할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사실 누적된 탄소 배출량만 보면 미국은 압도적 1위 국가인데 말이죠.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단일 국가로 보면 2위 중국과는 큰 격차를 두고 있습니다. 영국을 포함해 EU 회원국들의 탄소 배출량을 다 합치더라도 1992년부터는 미국이 더 많은 누적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트럼프는 석유와 가스 채굴을 더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미 연방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해역을 추가 개방해서 기업들에게 시추권을 판매하려고 하는데, 추가 개방 지역엔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도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사실 트럼프는 지난 집권 막바지에 보호구역이 포함된 알래스카의 석유 시추권 판매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바이든이 집권하면서 해당 사업은 잠정 중단됐지만, 이번에 다시 또 시도할 계획을 갖고 있죠. 또한 새롭게 추가된 '메탄세' 역시 없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달 미 환경보호청에서는 석유와 가스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어요. 지구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수십 배에 달하는 메탄을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거였는데, 이 규제 역시 내년 1월 트럼프의 취임과 동시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외에도 발전소 배출 규제 철폐, LNG 수출 확대, 기후 공시 백지화 등 다양한 환경 규제들이 폐지될 것으로 보여요. 만약 바이든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던 기후 정책이 다 철회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언론사인 Carbon Brief는 트럼프 2기 내각이 현재의 기후 정책을 다 폐기할 경우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 대비 28% 정도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정책이 꾸준히 진행될 경우와 비교하면 약 1GtCO2e(10억 이산화탄소환산톤) 더 높을 것으로 나오는데, 누적 배출량을 계산하면 그 규모는 4GtCO2e까지 늘어납니다. 추가로 발생한 탄소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글로벌 기후 피해 비용은 9,00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되고요. Q. 이산화탄소환산톤(tCO2e)이 뭐야? 이산화탄소 환산량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지구온난화지수(GWP)를 곱하여 계산한 값입니다. 여기서 지구온난화지수는 해당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한 지수인데요. 쉽게 말해서, 이산화탄소의 지구 온난화 영향을 1이라고 가정한 후 이와 비교하여 해당 온실가스가 얼마나 많은 열을 가둘 수 있는지 나타낸 겁니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환산톤은 무엇일까요? 이산화탄소 1톤에 상당하는 서로 다른 온실가스의 지구 온난화 영향을 뜻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온실가스의 지구 온난화 영향을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환산량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리, 배출권 거래 등에 쓰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집권에도 친환경 정책이 계속될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전체의 30%를 넘어서 31.5%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가 전체 발전 용량의 절반을 넘고 있지만, 매년 재생에너지의 용량은 늘어나고 있죠. 특히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면서 앞서 말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펼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증가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IRA는 2022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법안입니다. 이 법안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지원책이 담겨 있는데요. 청정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해당 기업에 투자할 경우 세액 공제를 해주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지원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IRA 시행 후 2년간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는 법안 발표 전과 비교해서 4배 이상 폭증할 정도죠. 트럼프의 대선 공약은 이 IRA를 폐기하겠다는 건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습니다. 일단 그 근거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는 겁니다. 사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재생에너지 비율은 꺾이지 않고 꾸준히 늘어났거든요. 2017년 집권 1년 차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비율은 전체의 21.0%였는데, 마지막 해엔 25.7%로 증가했죠. 뿐만 아니라 이 IRA 법안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나쁘게 생각하고 있질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 청정에너지 및 관련 제조업 투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CET(Clean Economy Tracker) 서비스가 있어요. 12월 2일 기준으로 CET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전기차, 태양에너지 등 친환경 관련 사업 투자액은 공화당 의원 지역구에 압도적으로 더 많다는 사실. 위의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이번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곳인데요. 해당 지역에서 투자받은 친환경 관련 사업액 규모가 굳이 비교해 보지 않아도 많죠? 다 합치면 공화당 선거구의 투자액이 전체 투자액의 73.0%를 차지할 정도이니, 공화당 의원들 입장에선 굳이 IRA 법안을 폐기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제조업을 제외하고 재생에너지만 따로 보더라도 비슷합니다. 공화당 세가 강한 주에서 재생에너지 투자가 많이 이뤄졌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장 재생에너지 투자가 큰 지역은 다름 아닌 공화당 텃밭 텍사스라는 사실. 텍사스의 투자 금액은 514억 달러로 바이든 정부의 재생에너지 민간 투자액의 34.4%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합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친환경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요. 우리나라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산업정책: 대미 투자기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정책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보면 트럼프의 IRA 폐기안이 의회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1기 때 공화당이 양원 과반을 확보했지만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선례가 있는 만큼 IRA 폐지는 불투명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IRA를 없애고 싶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행정명령을 수정하는 겁니다. 현재 IRA 관련 각종 세액 공제의 지급 요건과 규모는 의회 동의 없이도 행정명령을 수정하면 개편할 수 있거든요. 만약 이 부분을 트럼프가 수정한다면 친환경 관련 투자 규모는 변화가 생길 순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 많은 환경단체들은 당장 기후위기 대응에 균열이 생길까 봐 걱정이 많습니다. 지난 11월 11일부터 24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COP29도 이런 우려 속에 열렸죠. COP29에서도 화석연료를 퇴출할지 말지를 두고 당사국의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죠. 이 같은 혼란이 앞으로 더 이어지면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것들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릅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별개로 트럼프의 정책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도 함께 체크해 봐야 할 겁니다. 미국우선주의의 일환으로 청정에너지 대신 석유와 천연가스를 꺼내든 거니까, 미국을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이번 2기 행정부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클 테니까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IRA 폐지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국내 전기차 및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대응을 더 철저히 해야 할 거고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의 환경,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한 명의 독단적인 시도만으로 세상이 흔들리고 뒤바뀌진 않을 겁니다. 잠깐의 혼란이 올 수는 있겠지만, 변화에 맞춰 잘 대응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거고요. 혹시 오늘 편지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남기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아래 댓글란을 통해 남겨주세요. 남겨준 의견 꼼꼼히 하나하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끝까지 긴 글 읽어줘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수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엊그제 밤 사이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었죠.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에 따라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고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이 방송과 유튜브로 생중계되었습니다. 다행히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신속히 의결하면서 계엄이 무산되긴 했지만 과연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는가 하는 '초현실주의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여전히 믿기지 않을 텐데요, 상황을 함께 잘 지켜보도록 하죠. 오늘 마부뉴스에선 4년 전, 국회의사당 무력 점거 폭동이라는 이미 '초현실적인' 사건을 겪어본 미국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당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후보에게 지면서, 선거가 부정선거라고 음모론을 펼쳤고 이에 동조한 일부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무력 점거했었습니다. 물론 지난 대선 불복 사건을 다루려는 건 아니고,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일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벌써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 한 달 가까이 지나가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꾸릴 사람들이 속속들이 임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과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변할지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죠.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 지점에 주목해보려고 합니다. 과연 새롭게 꾸려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환경 정책은 얼마나 바뀔까요?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탄소 배출량도 최대, 지구 평균기온도 최고 요즘 날씨가 정말 예년과는 다르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추석엔 때아닌 더위가 이어졌고, 수능 한파는 사라지고, 또 그러다가 갑자기 기온이 급감하기도 하고요…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건 우리나라뿐이 아닙니다. 중동부 유럽엔 6개월 치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지는 폭우로 난리가 났었고, 미국엔 허리케인 헐린이 남동부 지역을 휩쓸었죠. 전 세계 국가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 같이 모여 탄소를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2001년 설립된 Global Carbon Project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조사하는 단체입니다. 이 기관에서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1750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별로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2023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377.9억 톤으로 역대 최고치였습니다. 탄소가 많이 배출된 만큼 당연히 지구 평균기온에도 악영향을 끼쳤겠지요? 주요 기후변화 감시기관이 발표한 지난해 지구의 평균기온 데이터도 심각합니다. 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가 발표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3년 지구는 데이터가 집계된 이래로 가장 뜨거운 해였어요. 2023년 지구 평균기온은 14.98 ℃. 산업화 이전 수준(1850~1900년)과 비교해서 1.48 ℃ 더 높았죠. 작년 전까지는 2016년이 가장 뜨거웠던 해였는데, 2023년이 그걸 갈아치웠습니다. 하루하루의 온도를 보면 2023년 지구가 얼마나 더 뜨거워졌는지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연도별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하루하루가 얼마나 더 많이 더워졌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색이 진할수록 온도차가 더 큰 날이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빨간색은 1~1.25 ℃도 높았던 날을 의미하고, 더 진한 붉은색으로 표시된 건 1.25~1.5 ℃, 가장 진하고 어두운 색으로 표시된 건 1.5 ℃를 넘겼던 날들입니다. 놀랍게도 지난해엔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 ℃이상 높았어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년의 모든 날이 1 ℃ 이상 높게 나왔던 해는 2023년이 처음이죠.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그중에서도 진한 색으로 표시된 1.5 ℃를 넘긴 날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365일 중 173일, 그러니까 1년의 47.4%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 ℃ 넘게 더 더웠다는 거죠. 2019년에도 1년 중 363일이 1 ℃ 이상 뜨거울 정도로 더웠지만, 1.5 ℃를 넘겼던 날은 29일에 불과했어요. 2024년 올해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지난 1월부터 9월까지의 지구 평균온도를 계산해 발표했는데,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54 ℃ 높게 나왔거든요. 우리가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온도로 거론하던 1.5 ℃를 초과한 겁니다. WMO에서는 한 해 1.5 ℃ 초과했다고 해서,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지구온난화 수준을 정의하는 합의 방식이 없는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10년, 20년 가까이 되는 장기간에 걸쳐 평균기온이 1.5 ℃를 넘기게 되면 그때는 정말 상황이 심각한 거겠죠. 물론 WMO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지금 상황을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더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죠. 핵심은 시추? "Drill Baby Drill" 외치는 트럼프 상황이 도리어 더 심각해지고 있지만 2024년 대선 캠페인 기간에 트럼프는 'Drill Baby Drill'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에 나섰습니다. 대선 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부터 트럼프가 사용한 'Drill Baby Drill' 슬로건은 문장에서 느껴지듯 석유와 천연가스를 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그러기 위해선 드릴로 시추를 늘려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캠페인은 2008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사용된 역사와 전통(?)이 담긴 슬로건인데요. 시추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이 슬로건은 공화당의 화석연료에 대한 지지가 담겨있습니다. 2008년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이 토론에서 이 슬로건을 사용해 유명해졌어요. 공교롭게도 당시 부통령 토론 상대후보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었죠. 민주당과 공화당은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 방식이 확연히 다릅니다. 민주당은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를 키워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미국 내 에너지원 특히 원유와 가스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Drill Baby Drill'은 한동안 공화당의 핵심 캠페인으로 자리 잡다가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나면서 사용 빈도가 뚝 떨어집니다. 2010년 미국 뉴올리언스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해상에서 딥워터 호라이즌 시추선이 폭발하면서 원유가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 사고로 유출된 원유의 양이 무려 7억 7,800만 리터에 달하면서 지구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으로 기록되기도 했죠. 이 사건 이후 공화당 의원들은 슬로건에서 거리를 두며 피했지만, 2024년에 다시 트럼프가 사용하면서 부활하게 된 겁니다. 트럼프는 슬로건 대로 정책을 운영하기 위해, 환경에너지 부문 수장 자리에 화석연료를 옹호해 온 인사들을 앉히고 있습니다. 먼저 환경정책 수장인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연방 하원의원 출신인 리 젤딘이 지명되었어요. 젤딘은 하원의원 시절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환경에너지 부흥 정책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죠. IRA 얘기는 2편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 젤딘은 언론 인터뷰에서 에너지 패권을 통해 미국의 경제 번영을 실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에너지부 장관에는 석유 산업 CEO인 크리스 라이트가 지명되었습니다. 크리스 라이트는 셰일가스 기업 CEO로, 지구 암반에 균열을 내서 가스를 추출하는 기법을 개발하기도 했죠. 참고로 라이트는 과거 기후변화 운동가들을 향해 '위험주의자'라고 지칭하기도 했는데요.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소련 공산주의에 비유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자신의 링크드인에 올린 동영상에선 "기후위기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또한 트럼프는 미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국가에너지회의(NEC)를 신설했는데, NEC 의장엔 노스다코타 주지사이자 내무장관 지명자인 더그 버검을 앉힐 예정입니다. 참고로 노스다코타 주는 미국 3대 석유 생산 지역 중 한 곳입니다. 텍사스가 1위고, 2위는 뉴멕시코, 그리고 3위가 바로 노스다코타 주이죠. 버검은 지난 6월 바이든 표 청정에너지 정책에 반대하는 서한을 발표하는 등 친화석에너지 대표주자로 꼽힙니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사람들이 미국의 환경과 에너지 총책임자로 임명되자,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친환경 정책과 노선이 크게 후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2편에 계속)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수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1편에서는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이 철도 사업의 만성적인 적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계속되는 적자와 낮은 요금, 그리고 구조조정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2편에서는 철도 사업의 적자 해소를 위해 시도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외주화,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안전' 요구는 커지는데... 인력은 줄고 외주화 적자가 계속 이어지자 한국철도공사와 서울교통공사는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통해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어요. 지난 2022년에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포함되어 있었죠.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합칠 곳은 합치고, 중복되는 경우가 있으면 과감히 줄이겠다는 건데요. 공공기관 다 합쳐서 1만 2,442명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인데, 공기업 중에서 한국철도공사의 조정 규모가 722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총 1,566명이 감축되고 이 중 844명은 재배치될 예정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철도공사는 신규로 개통되는 8개의 노선 중 4개의 유지보수(전기 분야)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할 예정입니다.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테크가 이 업무를 담당하는데, 노동조합에 따르면 코레일테크는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계약직과 일용직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하죠. 서울교통공사의 입장도 한국철도공사의 접근 방식과 비슷합니다. 지난해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영 합리화를 위해, 또 공사의 만성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인원 감축을 하겠다고 밝혔어요. 구체적으로는 2026년까지 서울교통공사 직원 2,212명을 줄이겠다는 거였고요. 인원이 줄어든 만큼 기존 인력이 담당하던 업무들은 다 위탁할 예정입니다. 차량관리소 업무도 자회사에 위탁하고, 냉방기 정비 도장 작업 위탁도 늘리고, 궤도 유지보수도 외주를 주는 식으로 말이죠. 문제는 인력이 줄어드는 사이 사업장의 안전 평가는 점점 안 좋아진다는 겁니다. 산업안전공단에서 진행하는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 평가'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안전활동 수준을 전반적으로 평가해서 기관별로 상태를 점검하는 사업인데요. 한국철도공사와 에스알은 2019년엔 A등급으로 우수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엔 C등급(미흡)으로 떨어졌습니다. 공공기관 안전 관리 등급(1등급은 우수, 5등급은 매우 미흡)에서도 한국철도공사와 에스알은 2023년에 3등급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고요. 이렇게 안전 평가가 좋지 않은 이유는 철도 사업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공개한 연도별 산업재해 건수와 산업재해율 데이터를 살펴보면 점점 그 건수와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요. 2016년 서울교통공사의 산업재해 건수는 36건. 2023년엔 91건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근로자 수 대비 재해 건수를 계산한 산업재해율도 2016년 21.2%에서 2023년 46.0%로 크게 늘어났어요. 한국철도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철도공사엔 지난해 한 해에만 86건의 산재 신청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만 52건이 접수될 정도예요. 사망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철도 사업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어요. 지난 6월엔 3호선 연신내역에서, 7월엔 6호선 삼각지역에서 감전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있었죠. 원래 전기 작업을 할 때에는 시설물 양쪽 전기를 모두 차단하는 게 매뉴얼인데, 연신내역에서 근무하던 공사 직원은 업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절반만 단전한 상태로 작업하다가 사고가 나버렸죠. 삼각지역에서 사망한 직원은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었고요. 철도 노동자들은 무리한 인력 감축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노조에서는 노동자들이 관리할 노선은 새로 늘어났지만,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있어서 안전 공백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요. 대중교통비 올리면 해결할 수 있을까? 노동자도, 사측도 서로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내면 되는 거겠죠.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요금 인상일 거고요.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 참석해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철도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어요. 에스알 사장 역시 "인상 계획은 없지만 인상 요인은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고요.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철도와 지하철 요금은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대중교통 비용을 올리게 되면 생길 반발 등 사회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겠죠. 철도 사업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또 다른 사업인 고속도로 사업과 비교해 보면 철도는 특정 시간에만 이용자가 몰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출근 시간과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다른 시간대에 이용객이 많지 않아서 수익성이 떨어지죠. 하지만 고속도로의 경우엔 출퇴근 시간 외에도 꾸준히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수익성이 보장됩니다. 지역 단위 철도 사업자들은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개선 요구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요금 인상이 어렵다면, 현재 돈을 내지 않고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요금을 받을 수 있게 바꾸자는 요구인 거죠.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2년 제정된 노인복지법 시행령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엔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 주었는데, 1984년엔 그 할인율을 100%로 개정하면서 지하철 무임승차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었죠. 제도 시행 당시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4.1%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큰 부담이 없었어요. 하지만 2024년 65세 이상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1984년의 기대수명은 68.3세였지만 2022년엔 82.7세로 늘어났고요. 무임승차하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적자는 더 커져갔습니다. 공사는 무임승차 인원이 모두 요금을 낼 경우 현재 서울 지하철의 운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 3,663억 원이 들어왔다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폭은 1,500억 원대로 줄어들게 되죠. 하지만 이 문제를 수혜를 받는 노인과,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렇게 나누어서 생각해서는 안될 겁니다. 단순히 노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노인들에게 요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지하철은 적자입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도 어차피 열차는 운행되고, 그 운영비는 나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죠. 또한 무임승차로 노인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얻게 되는 사회적 효과도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노인의 이동권이 보장되면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그로 인해 의료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만큼 기초생활급여로 나갈 예산도 줄어들게 되고, 활동이 많아지면서 우울증도 줄어드는 등 연간 약 3,650억 원 규모의 편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갈등 해소의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사측과 노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정말로 12월 수도권에는 대중교통 대란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중앙정부가 조금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어요. 철도와 지하철의 공공성 차원에서 요금을 조정하고 있다면,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지자체에선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1984년 대통령 지시로 도입된 국가 차원의 업무이니만큼,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은 국가가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획재정부에선 지하철은 국가 사무가 아니라 각 지자체의 자치 사무인 만큼 비용은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하지만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 묵묵부답인 사이 적자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그 피해는 철도 노사와 나아가 우리 시민들이 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철도와 지하철 파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해 봤는데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오늘 편지를 읽고 든 생각이 있다면 아래 댓글란을 통해 의견을 남겨주세요! 남겨준 의견 꼼꼼히 읽어보고 다른 구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해 볼게요. 오늘도 끝까지 긴 글 읽어줘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수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올해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일부 지역엔 대설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눈이 많이 왔습니다. 오늘 오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눈과 비가 내릴 전망이라고 하니, 다들 조심히 출근, 등교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폭설이 내린 영향으로 등굣길과 출근길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거기에 더해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이 준법 투쟁을 진행하는 중이라 배차 간격이 조정되면서, 차량 내 사람들이 다른 때보다 부쩍 많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편리한 대중교통인 지하철과 철도는 유독 파업이 자주 오는 느낌이 들어요. 도대체 왜 해마다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는 걸까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철도, 지하철 노동자가 파업하는 이유는? 우리가 타는 지하철과 철도는 모두 철도사업법에 따라 규정되어 운영되고 있어요. 철도 사업자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먼저 도시와 도시 사이를 오가는 전국 단위 철도 사업자가 있고, 도시 내에서 타고 다니는 철도를 운영하는 지역 단위 사업자가 있죠. KTX와 수도권 1호선, 3호선, 4호선 등을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에스알이 전국 단위 사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의 도시철도를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 공항철도, 부산교통공사 같은 사업체들은 지역 단위 철도 사업자입니다. 이번 파업은 전국 단위의 코레일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에 더해 지역 단위 철도 노동자까지 함께 진행될 예정입니다. 서울 지하철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계획이고, 그 외에도 수도권 민자 사업체들의 노동자들도 함께하기로 했어요. 서울교통공사에 더해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서해철도(서해선), 용인에버라인운영(용인경전철)까지... 거기에 더해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있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도 공동 파업을 하겠다고 연대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코레일 소속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입니다. 인력을 충원해 주고, 근무 여건을 개선해 주고, 급여를 인상해 달라는 거죠. 전국철도노조는 지난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준법 투쟁을 진행했어요. 매뉴얼대로 정차 시간을 지키고, 승객 확인을 철저히 하다 보니 배차 시간이 늘어났고 그 영향으로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노조는 코레일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12월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노조가 3개 있는데, 3개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제1노조도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어요. 제3노조도 파업에 합류했고, 제2노조도 찬반 투표 일정을 잡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죠.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조조정을 철회하고, 안전인력을 충원하고, 2호선의 1인 승무제 도입을 중단해 달라는 것.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과 함께 민자 3개 업체들도 연계 파업을 추진 중이라 상황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서울교통공사는 12월 6일부터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만약 최악의 경우엔 12월 5일부터 전국철도노조가 무기한 전면 파업을 시작하고, 6일부터는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교육공무직본부가 파업에 들어가게 되죠. 그럴 경우엔 12월 수도권 교통 대란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Q. 준법 투쟁과 태업, 무슨 차이야? 지난주 월요일 전국철도노조의 준법 투쟁이 시작되자, 코레일은 이를 태업으로 규정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재난문자를 일괄 발송했어요. 그리고 이를 계기로 철도노조가 벌인 단체행동이 준법 투쟁인지, 태업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어요. 철도노조는 준법 투쟁을, 코레일은 태업을 외쳤는데요. 그렇다면, 준법 투쟁과 태업은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요? 태업은 노동조합이 형식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고의적으로 '불성실하게' 근무함으로써 업무 능력을 저하시키는 행위입니다. 반면, 준법 투쟁은 '유보된' 권리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단결력을 시위하는 행위죠. 철도노조가 이번 준법 투쟁에 돌입하면서 내세운 것들에는 작업 중 뛰어다니지 않기, 휴게시간 지키기, 승객 승하차 확인 철저히 하기, 운전 중에도 화장실 이용하기 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안전수칙들은 코레일 작업 매뉴얼에 적혀 있어요. 철도노조는 회사가 만든 규정을 그대로 지키는 행동이 태업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철도 사업 철도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급여 인상도 회사가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이런 노동자의 요구가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또 뭘까요? 바로 철도 사업 자체가 적자 덩어리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한국철도공사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어요. 당기순손실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과 지출을 계산했을 때 지출이 더 많아서 손실을 기록했다는 의미인데요,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19 여파로 당기순손실이 1조 원을 넘기도 했죠. 2023년 한국철도공사의 당기순손실은 5,425억 원입니다. 뿐만 아니라 부채 상황도 심각합니다. 한국철도공사가 공개한 올해 1분기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니, 지난해 부채 비율이 237.94%더라고요. 부채 비율(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기업의 재무 상태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데, 그 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철도공사는 200%를 넘는 상황인 거죠. 빚이 늘어난 만큼 이자 비용도 크게 늘었는데, 지난해 부담한 이자만 해도 4,745억 원에 달합니다. 지역 단위 철도 사업자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이용객 규모가 많은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상황도 한국철도공사처럼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어요. 2017년 5월에 서울교통공사가 설립된 이래로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죠. 2023년에만 마이너스 5,173억 원. 2022년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 규모는 17조 6,808억 원으로 재정 상태가 상당히 심각합니다. 철도 사업의 적자가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요금이 너무 저렴하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 그리고 택시 기본요금 변화를 나타낸 건데,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인상률은 택시와 비교해서 상당히 완만하죠? 10년 전 요금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시내버스와 지하철은 1,050원에서 1,500원과 1,400원으로 각각 450원, 350원 올랐습니다. 그 사이 택시 기본요금은 3,000원에서 4,800원으로 1,800원이나 올랐고요.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30~40% 오르는 사이 택시는 60% 증가한 거죠. 사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10월에 150원을 추가로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인상 억제를 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했죠. 결국 서울시는 올해에는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아마도 지하철 요금 인상은 내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철도공사의 상황은 더 안 좋아요. 한국철도공사의 철도 운임은 2011년 11월 이후 동결되어서 13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나마 수도권 광역전철 기본운임은 지난해에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되었지만, KTX나 새마을호 같은 간선철도는 13년 전 가격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4년 KTX 개통 당시 서울-부산 요금은 4만 5,000원이었는데 2011년 5만 9,800원으로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쭈욱 동결입니다. 적자 수렁을 해결하고자 한국철도공사는 올해에만 30차례 이상 국토부에 운임 인상을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변화는 없어요. (2편에 계속)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수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1편에서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보았습니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수출 점유율이 중국에게 밀리고,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선두와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 적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말로 반도체 위기의 원인일까요? 이번 편에서는 근무시간 확대와 관련된 입장을 하나씩 살펴보며, 더 나은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합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무엇일까요? 입장 1. "주 52시간 제도가 반도체 위기를 불러왔다." 국민의힘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발의한 법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일단은 기업들에게 보조금 등으로 재정 지원을 해주겠다는 방안이 들어가 있고, 또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구도 만들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산업기반 시설도 조성할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반도체 근로자에게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를 선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에는 주 7일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고, 새벽 2시까지 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TSMC는 2014년부터 나이트호크(야응부대 夜鷹部隊)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R&D 인력들은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죠. 각국의 최고 R&D 전문가들이 반도체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칩 산업에서는 하루 24시간, 1년 내내 기계를 가동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한밤중에 기계가 고장 나면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누군가가 와서 고칠 수 있지만, 대만에서는 새벽 2시까지 고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의 업무 문화에서 비롯된 경쟁력입니다.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의 이야기입니다. 올해 8월 기준 대만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80.3시간입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이 157.6시간이었고요. 정규직만 따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174.5시간보다 대만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더 깁니다. 모리스 창은 TSMC 성공 비결로 '축적의 시간'을 꼽아요.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그만큼 쌓였으니 결과물이 나온다는 거죠. 경쟁국들은 저렇게나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주 52시간으로 막혀 있다는 게 산업계의 입장입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예외 규정을 통해 근로시간에 틈을 열어주고 있는 만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그러니까 화이트칼라 예외 규정 제도가 존재합니다. 근로시간을 가지고 업무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고소득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적용되는 규정인데요. 주 684달러 이상 벌거나 연 소득이 10만 7,432달러를 넘길 경우 규제에서 제외하는 식이죠. 일본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는 연간 수입이 1,075만 엔 이상인 전문직들은 규제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거든요. 증권사 애널리스트, 외환 딜러, 컨설턴트, 연구개발자, 금융상품 개발자 등 일부 직군에만 적용해서 조금 더 유연한 근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우리나라에도 반도체 직군 등에 한정해서 조금 더 유연한 근무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입장 2. "반도체의 위기는 주 52시간제 때문이 아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국내 반도체 시장의 침체는 단지 52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이미 국내 반도체 R&D 인력의 경우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통해서 주 최대 64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거든요.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DS, 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연구개발직과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일부에서 지난 6월 6일부터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무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유연근무제로 운영하고 있어도 연일 순항하고 있으니 단순히 근무시간을 걸고넘어질 필요가 없다는 거죠. 또 미국의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와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엄밀히 살펴보면, 사실은 근무시간 규제를 없애주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미국은 애초에 연장근로시간에 따로 제한을 두고 있지 않거든요. 미국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그 대신 초과근무에 대해서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할 뿐이죠.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는 이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면제 제도입니다. 임원, 전문직 같은 고소득자들은 초과근무 수당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거죠.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녈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노동기준법에 따라 법정 근무시간(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넘길 경우 초과 근무 수당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게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입니다. 고도 프로페셔녈 제도의 대상이 되더라도 노동자는 연간 104시간 이상의 휴일이 보장되어야 하고, 4주에 4일 이상의 휴식도 보장해야 합니다. 52시간 제도는 이미 넘칠 대로 넘치는 대한민국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나온 정책입니다. 2022년 OECD 평균 연간 근무시간은 1,719시간, 반면 우리나라는 1,904시간으로 OECD 회원국들 중에 선두에 서 있죠. 대만은 우리보다 앞에 있고요. 가장 근무시간이 적은 독일은 연간 1,295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가뜩이나 높은 대한민국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한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시 방향을 반대로 돌리는 건 구시대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노동시간에 앞서 보상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앞서 살펴본 TSMC와 엔비디아, 두 기업 모두 많은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것은 맞지만 그 시간 뒤에 가려진 '황금빛 보상'이 있기 때문이죠. TSMC는 노동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021년까지 신입사원 이직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2017년 신입사원 이직률은 11.6%, 4년 뒤인 2021년엔 17.6%로 5%p 늘어났죠. 하지만 2023년엔 그 수치가 10% 밑으로 떨어졌어요. 무엇이 해결책이었을까요? 쾌적한 업무 환경 조성 등 회사의 여러 노력도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급여 인상이었습니다. 2021년에 TSMC가 자사 직원 급여를 매년 20% 올려주었거든요. 급여가 인상된 이후부터 이직률은 자연스레 줄어들었습니다. 엔비디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엔비디아는 고강도 근무 환경을 자랑하지만 직원 이직률은 5.3%로 매우 낮습니다. 힘들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황금 수갑'이 있기 때문이죠. 엔비디아엔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스톡 그랜트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창업자 젠슨 황의 이름을 따서 '젠슨 특별 보조금'이라고도 불리는데요, 4년에 걸쳐서 주식이 분할 지급되다 보니 떠날 이유가 없는 거죠. 게다가 세계 1위 기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도 중요할 테고요.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시장을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시간 확대에 앞서 낙후된 보상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반도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업이 잘 나가기 위해선 성과를 잘 내고, 미래에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핵심 인재를 많이 뽑아야 하는 게 당연할 겁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말 그대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고요. 핵심 인재를 서로 뽑아가려고 기업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려고 안달이 나 있습니다. 유출되는 인재를 막고, 인재들로부터 선택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인재들이 오고 싶은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게 제일 우선 되어야 할 겁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우선 제도적으로 근무시간을 어느 정도 확대해서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일까요? 아니면 근무시간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나 업무 환경을 더 잘 보장하는 게 먼저일까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국내 반도체 시장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있다면 마부뉴스에게 알려주세요. 아래 댓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면 마부뉴스가 꼼꼼히 읽어보도록 할게요. 오늘도 끝까지 긴 글 읽어줘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수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지난주 수능 때만 하더라도 따뜻해서 난리였는데, 단 며칠 사이에 온도가 뚝 떨어졌어요.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를 기록한 곳도 나오고 있을 정도로 말이죠. 장롱 속에 있던 패딩을 꺼내면서 정말로 겨울이 왔구나 싶어요. 추운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독자 여러분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길 바랄게요! 날씨도 겨울이 찾아왔지만, 또 '다른 곳'에도 겨울이 오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로 반도체 분야이죠. 모건 스탠리에서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경고의 보고서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반도체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이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근무시간을 늘리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 주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반도체 위기는 야근을 덜 해서 왔을까요? 파운드리, 팹리스, HBM... 도대체 이게 다 뭐야? 본격적인 반도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본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부터 간단히 정리하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반도체에 대한 내용이 워낙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다 보니까 용어도 많고, 생소한 개념들도 많거든요. 용어 내용을 미리 알고 들어가면 본문을 읽을 때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 도체, 부도체, 반도체 물질에 따라 어떤 물질은 전기가 잘 통하고, 어떤 물질은 전기가 잘 안 통하곤 하죠. 금이나 구리같이 물질의 전기전도도가 높아서 전기가 잘 흐르는 물체를 도체라고 하고, 고무와 나무처럼 전기전도도가 낮아서 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부도체라고 합니다. 반도체는 전기전도도가 도체와 부도체 사이에 있어서, 어떤 때는 전기가 통하고 또 어떤 때에는 전기가 안 통하는 녀석을 말합니다. 반도체는 보통 규소로 만드는데 순수한 규소는 부도체에 가까워요. 하지만 여기에 인(P)과 같은 불순물을 첨가하면 상황에 따라 전기가 흐를 수 있게 되죠. 오늘 이야기할 반도체는 조건에 따라 전기를 제어할 수 있는 성질을 이용해 만든 전자장치로 이해하면 좋아요. 📍 IDM, 팹리스, 파운드리 반도체는 크게 4단계를 거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①가장 먼저 반도체를 설계하고, ②설계대로 웨이퍼를 생산하고, ③웨이퍼에 있는 수백 개의 칩을 하나하나 잘라내서 실제 기판에 장착할 수 있도록 패키징 및 테스트하고, ④마지막으로 최종 판매까지. 생산 과정의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지에 따라 기업을 부루는 명칭이 달라집니다. 아, 참고로 웨이퍼는 반도체 하면 항상 나오는 라이스페이퍼처럼 생간 얇은 원형의 판을 말합니다. 4단계 과정을 하나의 기업에서 모두 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기업을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고 불러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인텔이 대표적인 IDM이죠. 설계 단계에만 참여해 반도체 생산에 기여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런 기업을 팹리스(Fabless)라고 부릅니다. 웨이퍼를 생산하는 설비 이름이 팹(FAB)이거든요. 이 팹 설비가 없으니까 팹리스라고 하는 거죠. 대만의 미디어텍 같은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팹리스와는 반대로 설계는 하지 않고 생산만 하는 기업도 있어요. 이런 기업을 파운드리(Foundry)라고 합니다.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의 대표 주자인데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칩리스(칩 없이 설계만 하는 회사), IP 기업 및 디자인하우스(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도면을 제조가 가능한 설계도로 디자인해 주는 기업), OSAT(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전문 업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는 이름에서 어느 정도 힌트가 되듯이 데이터를 기억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SSD, DRAM 같은 친구들이 대표적인 메모리반도체입니다. 최근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DRAM을 병렬로 쌓아 올린 HBM도 관심을 끌고 있죠. 시스템반도체는 저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 연산, 제어 등을 처리하는 반도체를 말해요. 컴퓨터 안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CPU가 바로 시스템반도체죠. 중국에게 빼앗긴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 사실 반도체 하면 우리나라의 대표 먹거리 아니겠어요? 대한민국의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반도체는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5년 연속 1위를 할 정도로 자랑스러운 한국의 '특산품'이었습니다. 그렇게 먼 과거도 아닙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가 수출액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으니까요. UN에서 제공해 주는 COMTRADE라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국가별로, 상품별로 무역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죠. COMTRADE 자료 기준으로 2018년 우리나라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수출의 29.1%를 차지해서 전 세계 1위였습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는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넘기고, 2위로 밀려나 있죠.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메모리반도체 전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18.9%입니다. 반면 중국은 2019년 27.2%로 1위를 차지한 후 계속 1위를 지키고 있죠. 2022년 중국의 점유율은 25.7%로 2등인 우리나라와 6.8%p차이가 납니다. 사실 반도체 시장의 여러 분야 중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아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시스템반도체죠. 2022년 UN 데이터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교역의 40.8%가 시스템반도체일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메모리반도체는 15.9%에 불과하죠. 우리나라가 강세였던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중국에게 밀리는 상황이고, 거기에 시장 규모가 큰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여전히 힘을 못쓰고 있으니 반도체 업계가 울상인 겁니다. 미국의 대표 IT 연구업체 가트너가 발간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시스템반도체의 54.5%를 미국이 점유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3.3%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자, 지난 10월엔 국내 반도체의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이 반성문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3분기 잠정 실적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입장문이었는데요,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이 실적 발표 후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죠. 이런 반성문을 낸 기저에는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AI 시장에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HBM 같은 AI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거든요. 특히 SK하이닉스는 일찍부터 HBM에 뛰어들면서 그 효과를 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과거 HBM의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이제야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그 영향으로 주가는 주욱 떨어졌고, '4만 전자'를 찍기도 했죠. 삼성전자는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현재 주력 상품에서도 국내 반도체 시장이 마냥 장밋빛 전망을 바라긴 어렵다면...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에선 반등할 수 있을까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국을 대상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격차를 분석했습니다. AI 반도체, 영상시스템 반도체 등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반도체에 대한 한국의 기술 수준은 86점이었습니다. 최고 기술국인 미국을 100점으로 두었을 때 14점 정도의 격차가 있는 겁니다. 유럽은 90.9점, 일본은 88.8점으로 다들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계에서는 '52시간' 제도에 예외를 두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삼성전자 임원은 이미 주 6일 근무에 나서고 있고, 일부 조직에서는 주당 64시간 근무제를 운영 중이거든요.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상대국들은 시간 제한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후발 주자로서 따라가려면 더 일해야 한다는 거죠. 반면 노동계에서는 52시간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2편에서는 각자의 입장을 하나하나씩 살펴보도록 할게요. (2편에 계속)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이수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1편에서는 독일이 발효한 '성별 자기결정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성별을 본인의 선택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되면서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인터섹스 등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물론 이 법안은 찬성과 반대의 강한 논쟁 속에서 통과되었고,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를테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성별 결정의 자유가 범죄를 증가시킬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성별 자기결정권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고, 트랜스젠더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차별의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어 보려 합니다. 독일의 변화가 던진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성별결정권을 보장해 주면 범죄가 늘어날까? 성별 자기결정권을 쉽게 부여하면, 화장실이나 탈의실 같은 공간에서 성폭력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거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1편의 독일과 영국의 사례도 이에 해당하죠. 그렇다면 정말로 성별결정권이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우선 성별결정권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 트랜스젠더는 사실 시스젠더(육체적 성별과 성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보다 범죄 피해를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UCLA 법학대학원의 연구 결과를 함께 봐 보겠습니다. 연구진은 2017년과 2018년 미국의 범죄 피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의 폭력범죄 피해율을 분석해 봤습니다. 분석해 보니 트랜스젠더는 시스젠더에 비해 폭력범죄 노출 가능성이 무려 4배나 높았죠. 트랜스젠더의 1,000명당 범죄 피해 건수는 86.2인 반면 시스젠더는 21.7에 불과했습니다.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트랜스젠더 남성의 범죄 피해 건수가 107.5건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시스젠더 남성(19.8)과는 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도리어 범죄 피해를 더 많이 보는 피해자라는 거죠. 하지만 여전히 우려할 지점은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트랜스젠더들을 위한 성중립 화장실에서 성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은 해결된 게 아니니까 말이죠. 앞서 살펴봤듯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보다 더 범죄 피해를 보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에는 성폭력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건데요. 실제로 그런지 이것도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연구도 마찬가지로 UCLA 법학대학원의 연구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성중립 화장실과 범죄율의 연관성을 분석해 봤는데 그 대상 지역은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입니다. 매사추세츠 주에는 성중립 화장실을 조례로 의무화한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가 함께 존재하는데요. 성정체성 공공 편의시설 차별금지 조례, 이른바 GIPANDO(Gender Identity Public Accommodations NonDiscrimination Ordinances)가 보스턴에는 적용되었고 베벌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진들은 각 지자체별로 차별금지 조례가 도입된 전과 후의 범죄율을 비교해 봤습니다. 결과는 위 그래프와 같습니다. X축은 공중 화장실, 공중 탈의실 등에서 발생한 월평균 범죄 발생률입니다. 그중에서도 하늘색으로 표시된 건 차별금지 조례가 존재하는 지차제의 범죄 발생률 변화이고요. 그 주변의 영역은 신뢰구간(90%)을 의미합니다. 분홍색으로 표시된 건 차별금지 조례가 제한적으로 있는 지자체의 범죄 발생률인데,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조례와 범죄 사건의 수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즉, 성중립 화장실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범죄율이 늘어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구진들은 또한 성중립 화장실이나 탈의실에서 발생하는 강력 범죄율이 전체 강력 범죄율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1년에 200건 이상 성별 정정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한다고 해도, 범죄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를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성정체성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연구하는 'SOGI법정책연구회'에서 발표한 <한국 LGBTI 인권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대한민국의 성소수자 평등지수는 100% 만점에 10.56% 수준입니다. 대한민국보다 지수가 낮은 국가는 러시아, 아르메니아, 터키, 아제르바이잔 뿐이죠. 지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는 국내에서 국가기관이 실시한 최초의 트랜스젠더 인권 실태조사입니다. 총 591명의 트랜스젠더가 참여했는데 이 중 성별정정을 완료한 사람은 단 47명, 8.0%에 불과했습니다. 성별을 바꾸지 못한 사람들 중 40.0%가 법적 성별 정정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하지 못했다고 답변했고요.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 이후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성별 정정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요건이 너무 복잡하고 엄격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죠. 물론 최근엔 트랜스젠더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전향적 판결이 나오면서, 성소수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2011년의 2차 전원합의체, 2022년 3차 전원합의체의 결정을 거치면서 허가 기준이 완화되기도 했고요. 지난해 2월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에게도 성별정정을 허가해 준 적이 있습니다. 대법원에선 2022년 10월부터 재판 시스템에 성별 정정 사건을 별도로 분리해 관리하고 있는데요,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해에만 203건이 접수되었고, 그중 159건이 허가되었죠. 적지 않은 트랜스젠더들이 성별 정정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법률이 없는 탓에 재판부마다 들쭉날쭉 판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 막바지에 관련 법률이 발의되었지만 임기가 만료되면서 폐기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여전히 많은 수의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가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는 사이 혐오와 증오는 나날이 커지고 있고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독일의 성별 자기결정권에서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의 현주소까지 살펴봤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성별 자기결정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오늘 마부뉴스를 읽고 든 생각을 아래 댓글창을 통해 남겨주세요. 의견 남겨주면 마부뉴스 제작진이 하나하나 꼼꼼히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