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의 간극을 데이터로 줄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떡볶이와 야구, 그리고 영화를 좋아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곧 있으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거라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스타링크가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도대체 스타링크가 뭐길래 이렇게 들썩이는 건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생각보다 이른 등장... 1990년대 처음 소개된 저궤도 위성통신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위성을 이용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여러 위성들 가운데에서도 스타링크가 사용하는 건 저궤도에 위치한 위성들이죠.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를 통해 다양한 인공위성 궤도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지구 표면으로부터 약 3만 6,000km 떨어져 있는 이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입니다. 이 녀석은 지구 자전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엔 마치 정지해 있는 듯하죠. 아주 높은 궤도에서 돌고 있어서 3개의 위성만으로도 지구 전역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TV나 통신 서비스에 이용되고 있어요. 정지궤도 위성보다 낮지만 고도가 2,000km 이상인 곳에서 돌고 있는 녀석들은 중궤도 위성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GPS에 이용되는 항법 위성들이 이 궤도를 이용하고 있죠. 2,000km 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위성이 바로 저궤도 위성입니다. 스타링크의 위성은 지구 표면으로부터 불과 55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요. 고궤도 위성과 비교해서 훨씬 더 가깝게 지구를 돌고 있어서 지연 속도는 낮고, 더 빠른 전송이 가능합니다. 반면 저궤도 위성 하나가 송수신할 수 있는 범위는 고궤도 위성보다 훨씬 좁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위성이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있죠. 그런데 사실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그 시작을 살펴보려면 이 기업을 봐야 하는데요, 바로 모토로라입니다. 모토로라는 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입니다. 모토로라는 1990년대 폭발적으로 증가한 휴대전화 시장과 데이터 수요를 풀기 위해 고민고민 하다가 위성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고안합니다. 650km 고도에 77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을 만든 거죠. 지구 주변을 도는 77개의 인공위성이 마치 원자핵 주위를 도는 77개의 전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 프로젝트에 '이리듐'이라는 이름이 붙게 됩니다. 물론 실제 사업에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 고도를 좀 더 올렸고, 위성 개수도 66개로 줄이긴 했습니다. 모토로라만 위성 통신 서비스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닙니다. 인터넷도 위성을 통해 사업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 빌 게이츠도 있었죠. 빌 게이츠는 일찍부터 인터넷의 성장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이 인터뷰를 하기 1년 전에 빌 게이츠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텔레데식을 발표합니다. 총 840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서 우주 공간에서 초고속 인터넷망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죠. 사실상 현재 스타링크의 사업 목표와 방법까지 거의 동일합니다. 문제는 사업성이었어요. 지상의 이동통신사와 비교해서 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는 사업성이 너무 떨어졌죠. 물론 모토로라와 빌 게이츠의 아이디어가 허무맹랑한 건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진 지상의 이동통신사의 커버리지 확대가 꽤나 지지부진했거든요. 그 틈을 위성 서비스로 노려보려 했던 건데 돈은 돈대로 들고, 여러 국가에 설치할 위성 기지국을 허가받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서 사업이 진행이 되질 않았던 거죠. 그 사이 지상의 이동통신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는 급성장했고요. 결국 빌 게이츠의 텔레데식은 2002년에 서비스를 중단했고, 50억 달러가 넘게 든 이리듐 프로젝트는 단돈 2,500만 달러라는 헐값에 팔리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모토로라가 몰락한 원인 중 하나가 이 이리듐 프로젝트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을 가능케한 머스크의 로켓 재활용 빌 게이츠는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에 실패했지만 일론 머스크는 성공한 이유는 뭘까요? 바로 스타링크의 모체인 스페이스X의 자랑, 로켓 재활용 때문입니다. 우주 산업에서 가장 큰 발목을 잡았던 건 비용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게 발사체, 로켓 비용이죠.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로켓의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기존엔 우주공간에 1kg의 화물을 보내는 데에 약 4만 달러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스페이스X가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 이후엔 그 비용이 천 달러에서 2천 달러로 확 줄어들었죠. 이 팰컨9이 우주 로켓 역사상 처음으로 재사용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발사체입니다. 로켓을 재사용하면서 발사 비용이 현저히 떨어졌고 그러다 보니 관련 사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거죠. 현재 스페이스X의 주력 재사용 로켓 모델은 팰컨9 블록5입니다. 이 블록5 로켓의 재사용 데이터를 가지고 그려봤습니다. 2018년 5월 11일 첫 발사부터 2025년 8월 31일까지 역대 블록 5 로켓의 재사용 데이터를 가지고 그려봤습니다. 그래프에 표시된 라인 하나하나가 블록5 로켓을 의미합니다. 총 36개의 로켓이 모두 461회 발사되었습니다. 로켓 하나당 평균 12.8회 운행한 셈이죠. 총 6번의 착륙 실패와 1번의 발사 실패가 있었지만 꾸준히 재사용되며 우주를 오가고 있어요. 가장 오랫동안 재활용된 로켓은 B1067로 총 30번 재활용되었습니다. 참고로 지난 2022년에 발사된 대한민국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도 이 블록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갔습니다. 스페이스X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 기관들을 상대로 우주 셔틀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싣고 우주로 쏘아 올린 건 역시나 스타링크 위성이죠. 블록5의 발사 가운데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한 경우는 모두 299건입니다. 전체 발사의 64.9%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쏘아 올린 스타링크 위성이 9월 1일 기준으로 8,296개고요. 그중에 8,279개가 작동 중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목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앞으로 그 개수를 더 늘려서 총 4만 2천대의 스타링크 위성을 저궤도에 올릴 계획이죠. 훨씬 더 많은 양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스타쉽을 활용해 대량으로 뿌릴 예정입니다. 최근 성공한 스타쉽 10차 시험 비행에서 위성 모형을 방출하는 데 성공한 만큼 그 계획이 실현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점점 더 많은 스타링크 위성이 우리 지구 상공을 뒤덮으면서 스타링크 서비스 질은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지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지연 시간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행 임박한 스타링크... 이동통신사 판 뒤흔들까? 올해 하반기면 이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실 스타링크의 한국 법인이 설립된 건 지난 2023년으로 시간이 이미 꽤 됐습니다. 해외 사업자가 직접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순 없고 국내 사업자와 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스타링크 코리아는 SK텔링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이 협정이 지난 5월에 승인되었죠. 남은 건 안테나에 대한 적합성 평가였는데 이것도 통과되었습니다. 참고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는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와 달리 수신기가 있어야 해요. 마치 집 안에 와이파이용 기기를 설치하는 것처럼 말이죠. 여튼 행정 절차가 다 마무리된 셈이라 서비스 시작 시점은 사업자인 스타링크에 달려 있죠. 스타링크뿐 아니라 또 다른 글로벌 위성 통신업체인 원웹도 한국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원웹은 한화시스템, KT샛과 협력해 한국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참고로 원웹의 창립자인 그렉 와일러는 2007년부터 위성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구상했어요. 당시엔 돈이 부족해서 프로젝트가 실패했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렉은 2014년에 일론 머스크를 만나 다시금 사업을 재가동시켰죠. 그때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지구를 감쌀 단 하나의 웹, 원웹 프로젝트였죠. 물론 둘 사이에 갈등 때문에 지금은 갈라서서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요. 다시 스타링크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스타링크의 기술력과 별개로 여전히 의문인 지점이 있습니다. 로켓 재활용 같은 기술력 좋은 것 인정하고, 또 위성의 규모도 스타링크가 가장 많은 것 알겠는데 당장 우리에게 필요하냐는 거엔 물음표가 달립니다. 일반 이용자 입장에선 위성 서비스 없이도 문제없이 데이터를 쓰고 있는데 말이죠. 사실 대한민국은 지상의 통신 인프라가 아주 잘 갖춰져 있는 국가입니다. 우리나라 5G 연결 환경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죠. 인구 10만 명당 5G 기지국 수는 대한민국이 593.2로 압도적 1위를 자랑합니다. 2위인 리투아니아와 격차가 상당하죠. 인구 100명 당 5G 연결 지표 역시 한국은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선 매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를 점검하고 있는데 지난 2023년 조사에서 이동통신 3사의 5G 평균 커버리지는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75.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그보다 더 넓어져서 주요 3사의 커버리지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전국 어디서나 5G가 이용 가능한 상황입니다. 지상의 인프라가 거의 전국에 걸쳐 있다 보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타링크의 메리트가 크게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스타링크의 속도와 가격도 국내 기존 서비스 대비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것도 한계점이죠. 스타링크의 인터넷 속도는 기본 50Mbps이고 비싼 요금제로 하면 최대 500Mbps까지 올라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기가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스타링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죠.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은 스타링크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는 당장은 힘을 못 쓸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래서 스타링크도 서비스 초기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단 B2B나 B2G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인터넷 커버리지에서 가장 빈틈이라고 할 수 있는 해상과 항공 시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궤도 위성의 진가는 6G 시대에서 발휘된다? 지금 당장 스타링크가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실제로 큰 방향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엔 다를 수 있어요. 미래에 다가올 6세대 통신, 이른바 6G 시대에선 위성을 활용한 3차원 통신망 구축이 필수거든요. 지상의 기지국뿐 아니라 위성을 기지국으로 활용하게 되면 해상이나 항공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해지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또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교통수단에서는 끊김 없는 통신이 필수적입니다. 이때 현재의 지상 기지국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위성 통신이 필수적인 인프라가 되죠.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하기엔 2029년이면 6G 환경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그래서 주요 국가들은 기술 선점을 위해 앞다투어 저궤도 위성 통신 기술에 투자해 나가고 있죠. 일단 미국은 4만 2천 개의 위성을 목표로 하는 스타링크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요, 중국은 국가가 나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가 네트워크, 궈왕이라는 이름을 단 이 사업은 2035년까지 총 1만 3천 개의 위성을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처음으로 궈왕의 첫 위성이 발사되었어요. 유럽도 마찬가집니다. 유럽은 민관이 합동으로 아이리스 스퀘어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저궤도에 264개, 중궤도에 18개 위성을 쏘아 복합 위성 인터넷 망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많은 국가들이 이렇게 투자에 나서는 건 기술 선점의 목적도 있지만, 기술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까요? 만약에 스타링크가 우리나라의 6G 시장을 장악하고 그것을 무기 삼아 미국이 불평등 협정을 요구한다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게 우크라이나에게 닥쳤던 실제 상황입니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죠. 러시아가 전쟁 발발 초기 우크라이나의 통신 시설을 공격했을 때, 스타링크가 신속하게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이어올 수 있었어요. 지상 기지국이 무력화되더라도 스타링크의 위성을 활용해 우크라이나가 통신을 원활히 이용했던 거죠. 그런데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이 스타링크를 빌미로 협상을 진행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게 희토류 지분 50%를 미국에 줄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 이랬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제안을 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스타링크 차단이었어요. 관련 내용이 전해지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차단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 민간 기업들의 기술을 정부가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죠. 이런 상황에서 기술 종속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게 다른 국가들의 입장인 겁니다. 중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요. 그래서 앞다투어서 자체적인 위성 통신망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도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올해 시작되었습니다. 2030년까지 총 3,2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일단 이 사업에는 저궤도 위성 2기 발사가 목표로 잡혀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의 규모에 비해서 현저히 적은 상황이죠. 스타링크가 한국에 상륙하더라도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6G 시대가 열리면 이야기가 달라질 겁니다. 미국은 스타링크로, 중국은 궈왕으로, 유럽은 아이리스 스퀘어드로 각자의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저궤도 위성 사업을 시작했지만, 다른 경쟁 국가와 비교하면 너무 소극적이죠. 스타링크의 폭발적 성장은 단순한 새로운 서비스의 시작이 아니라, 미래 통신 패권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미래 통신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면 바로 지금이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 스타링크 편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The Teledesic Network | Technical University of Košice - Falcon-9 v1.2 (Block 5) | Gunter’s Space Page - Starlink Statistics | Jonathan’s Space Pages - Starling Speed and Latency | Starlink - Summary of Proposed Terms for investment in WorldVu | Greg Wyler X - OECD Digital Economy Outlook 2024 | OECD - 2023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 평과 결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Trump wants half of Ukraine's rare earth minerals — so what are they and why does he want them? | ABC - Trump officials pitch Zelenskyy on U.S. owning 50% of Ukraine's rare earth minerals | NBC -Elon Musk | X -KAI, 6G 저궤도 통신위성 개발 협약 체결 | 한국항공우주산업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다루고 만지는 안혜민 기잡니다. 혹시 챗GPT를 사용하는 이용자 수가 얼마나 될 것 같나요?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주간 이용자가 무려 7억 명을 넘겼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질문양은 30억 건을 넘겼고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챗GPT를 비롯한 AI 챗봇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궁금증이 생기면 챗봇에게 물어보고, 또 어느 때엔 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때로는 AI에 과몰입한 사람들도 나오곤 합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AI 챗봇에 얼마나 진심인 건지 또 AI 챗봇이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점점 더 AI에 기대고, 더 몰입하는 사람들 최근에 오픈AI가 신규 모델 GPT-5를 공개한 뒤에 이용자들의 가장 큰 반응이 나왔던 건 성능도 성능이었지만, 다름 아닌 모델의 말투 변화였습니다. 업데이트 뒤에 훨씬 친근했던 과거 모델을 선택할 수 없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GPT-5를 비판했고, 이전 모델을 되돌려달라고 요청했어요. 사실 샘 올트먼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 만찬에서 밝히기를, GPT-5의 말투 전환의 영향에는 AI에 과몰입한 이용자들을 고려한 측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1% 미만이지만 일부 이용자들이 너무나도 과몰입하게 챗GPT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겁니다. 마치 2013년에 개봉한 영화 Her의 주인공 테오도르처럼 말이죠. 이때 당시에만 하더라도 Her를 본 사람들 대다수가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AI 챗봇과 감정을 교류한다는 게 쉽게 상상이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지금은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AI 챗봇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짤이 커뮤니티에 돌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정도로 말이죠. 실제 미국에서는 AI 정신병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픈AI에서도 과몰입한 이용자들을 살펴보기 위해 법의학 정신과 의사를 고용해서 AI 서비스가 이용자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어요. 물론 AI 정신병이 실제 병명은 아닙니다. 하지만 관련 사례가 계속 집계되면서 의학계 내부에서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미국 UCSF 의료센터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는 올해에만 AI와 지나치게 대화를 많이 하다가 정신 이상 증세로 입원한 환자를 12명 이상 치료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어떤 사람은 챗봇과 이야기하면서 본인이 세상을 뒤바꿀 수학 공식을 발견했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했고요, 어떤 10대 청소년은 챗봇과 사랑에 빠져 대화를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이렇게 이용자와 관계를 깊게 맺는 AI 서비스, 이른바 동반자 AI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AI 동반자 앱은 모두 337개로 집계됩니다. 그중 128개가 올해에 출시될 정도로 최근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시장이죠. 연말까지 간다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2025년 7월 기준으로 AI 동반자 앱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통틀어서 2억 2천만 회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를 자랑합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그 수가 88% 늘어나 6천만 회를 기록했고요. AI 동반자 서비스가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왜냐하면 실제로 이 서비스들이 현대인의 외로움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거든요.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팀은 사람과 대화한 집단, 그리고 AI 동반자와 대화한 집단 모두 외로움 지표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결과를 보고했어요. 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은 외로움이 증가했지만 사람과 대화한 집단은 38.4점에서 31.3점으로, AI 챗봇과 대화한 집단은 33.5점에서 26.8점으로 줄어들었어요. 두 집단 모두 7점 정도 감소했는데 사람과의 상호작용만큼이나 AI도 외로움 감소에 효과적이었던 겁니다. 챗GPT를 꺾어버린 AI 서비스? 다름 아닌 캐릭터 챗봇 외로움을 줄여주는 몰입형 대화 서비스는 국가를 가리지 않고 흥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AI에 몰입해서 대화할 수 있는 채팅 서비스가 엄청 흥행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AI 챗봇 서비스는 뭘까요? 맞습니다. 오픈AI의 챗GPT가 1위입니다. 2025년 6월 기준으로 월간 활성사용자수가 1,844만 명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그런데 기준을 사용 시간으로 바꿔보겠습니다. 그러면 1위가 바뀝니다. 바로 제타로 말이죠. 제타의 사용시간은 5,248만 시간으로 챗GPT보다 1,000만 시간 정도 앞서고 있습니다. 제타는 캐릭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AI 서비스입니다. 한국판 캐릭터닷AI인 셈이죠. 제타뿐 아니라 앞선 그래프에 있었던 크랙, 채티도 AI 캐릭터 채팅 서비스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10대와 20대들이 압도적이고요. 아바타 채팅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1020 비율이 70%를 넘기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짤이 돌까요? 10대 청소년이 AI와 대화를 하다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이러한 과몰입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메타의 내부 자료가 로이터 보도에 의해 공개됐는데, 아동과 성적인 대화를 허용하는 챗봇 운영 방침이 담겨 있어서 논란이 컸습니다. 어린이와 AI가 대화를 하더라도 연인 같은 상황극이라던가 플러팅을 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허용해 둔 거였죠. 상의를 벗고 몸을 평가해 달라는 8살 꼬마 아이에게 챗봇이 이렇게 대답을 해도 메타는 허용했어요. 챗봇에 사랑에 빠진 고등학생에게는 "너의 손을 잡고 침대로 안내할 거"라는 답변이 나와도 내부적으로 괜찮다고 판단했고요. 보도가 나온 이후 메타는 부랴부랴 해당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미 의회에선 메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죠. 조쉬 홀리 상원의원은 메타가 언론 보도 이후에서야 문서 일부를 철회했다며 즉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정신치료 분야에서도 AI 채팅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AI의 과몰입을 방지하고, 혹여나 발생할 사고를 막기 위해서죠. 일리노이 주에선 정신 건강 분야에서 감정적으로 지원을 해주거나 조언을 하는 AI 챗봇 사용을 아예 막아두었어요. 네바다주에서도 AI를 활용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했고요. 죽은 자와 대화할 수 있는 '데스봇'의 등장 AI 챗봇의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사망한 사람에게까지 닿고 있죠. 전직 CNN 앵커의 유튜브 채널에 인터뷰 하나가 올라왔어요. 여느 10대 청소년과의 인터뷰로 보이지만, 이 청년은 이미 2018년에 사망했습니다. 앵커가 AI 아바타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질문합니다. 그러자 아바타는 대답하죠. 이 인물은 지난 2018년 플로리다주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사고로 숨진 10대 소년 호아킨 올리버입니다. 아바타를 제작한 사람은 호아킨의 가족들이었는데요, AI로 만들어진 호아킨은 총기 소유를 규제하고, 총기 사고 피해자, 그리고 유가족에 대한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가족들은 앞으로도 이 호아킨 AI가 온라인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도 얘기했어요. 이 영상이 공개된 이후 달린 댓글을 보면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사고로 일찍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댓글도 있지만, 반면에 소름 돋는다는 댓글도 많죠. 슬픔을 과연 이렇게 소비하는 게 맞는 건지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사실 호아킨 사례 이전에도 총기 규제 단체에서는 총기 난사 사고로 희생자 중 6명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해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2024년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는 모두 503건입니다. 이 사고들로 1만 6,725명의 희생되었죠. AI로 살아난 6명의 희생자들을 자신들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목소리는 국회의원의 휴대폰으로 전송할 수 있죠. 이러한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이 모두 21만 3,962명입니다. 데스 봇이 법정에 선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5월 애리조나 법정으로 가보겠습니다. 운전 중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크리스토퍼 펠키가 AI 아바타로 만들어졌고, 그의 발언은 법정에서 영상 진술서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영상을 본 판사는 감동을 받았고, 유가족들의 요청대로 최대 형량 10년 6개월 형을 선고했어요. AI로 만들어진 죽은 사람의 정치적, 사회적 발언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논란이 있지만, 당장 전문가들은 데스봇이 미칠 정신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족의 상실감을 AI라는 기술이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고인의 흔적을 가지고 고인을 추억하는 것과, 고인의 흔적을 학습시켜서 탄생한 새로운 합성물로 기억하는 건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이렇게 AI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 '추모'가 될 수 있냐는 것이죠. 하지만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데스봇 관련 상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데스봇이라는 이름 대신 추모용 챗봇, '그리프봇'이라는 이름을 달고 말이죠. 죽은 고인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문자로 보내주는 건 얼마이고, 또 목소리 서비스는 얼마, 시각적으로 표현된 AI 아바타는 얼마… 이렇게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HereAfter AI나 StoryFile 같은 기업들이 디지털 사후 사업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실리콘 인텔리전스에서도 사망한 사람을 아바타로 만들어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어요. 사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영향력이 있습니다. 아시아 문화권에선 가족이 사망하면 영정사진을 걸어두기도 하잖아요? 여기서 착안해서 슈퍼브레인이라는 중국 기업은 AI 액자를 통해 고인의 아바타와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타이완에서는 죽은 반려동물을 AI 아바타로 만들어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나와 있어요. 2시간이면 AI 복제본이 뚝딱... 규제 필요할까? 사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는 이미 일찍부터 기술화되었습니다. 8년 전인 2017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특허청에 이 챗봇 기술 특허를 등록했죠. 친구나 친척 등 지인뿐 아니라 유명인도 할 수 있고, 역사적 인물 같이 이미 죽은 사람들까지… 챗봇의 모델은 어느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2021년에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려졌는데요, 당시엔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습니다. 소름 끼치는 서비스다, 당장 기술을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았죠. 여론의 흐름이 좋지 않자,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총괄 매니저는 해당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공표했어요.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요? AI 기술 발전이 급격히 이뤄졌고, 특정 인물의 데이터를 학습해 AI를 만드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2시간 정도의 심층 인터뷰만 진행해도 AI 복제본을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와 구글 딥마인드가 공동 연구한 자료인데요, 연구진은 연령, 성별, 인종, 종교, 학력, 정치적 이념이 다양한 1,052명의 참가자들과 각각 2시간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GPT-4o에 AI 복제본을 만들고,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실제 참가자들과의 유사도를 파악해 봤습니다. 미국 전국여론조사센터가 매년 실시하는 종합사회조사 GSS와 이른바 빅파이브라고 불리는 성격검사 등이 포함되어 있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검사 결과 최대 85%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합사회조사에서 사람의 점수와 AI 복제본의 유사도는 84.7%나 됐어요. 빅파이브 성격 검사에서도 80% 이상의 유사도를 보였죠. 이렇게 쉽고 빠르게 한 사람의 특성을 AI에게 학습시킬 수 있게 되면서 죽은 사람까지 AI로 쉽게 부활시킬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AI 의존성입니다. 유족들이 슬픔을 받아들이는 대신 AI 프로그램에 의존할 수도 있다는 거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고인이 없는 삶에 적응해야 하는데 자칫 데스봇과 그리프봇이 그걸 방해할 수 있어요. 실제 고인의 것이 아닌 가상의 합성 데이터뿐인데 말이죠. AI 챗봇은 이미 외로움을 달래는 일상의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캐릭터와의 대화를 넘어, 세상을 떠난 이들까지 AI로 다시 만나서 대화하는 시대에 서 있죠. 문제는 AI에 대한 정서적 의존을 막고 오남용을 방지할 제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지금 상태가 계속된다면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착각은 더 깊어지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겁니다. AI와의 대화가 우리를 덜 외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대화로 누군가는 정신적 상처를 입지 않도록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거죠.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The Jim Acosta Show - The Shotline - Tim O Brien | X - Generative Agent Simulations of 1,000 People - I talked to Sam Altman about the GPT-5 launch fiasco | The Verge - AI companion apps on track to pull in $120M in 2025 | TechCrunch - Meta’s AI rules have let bots hold ‘sensual’ chats with kids, offer false medical info | Reuters - AI Companions Reduce Loneliness | Harvard Business School - 한국인이 가장 많이, 오래 사용하는 AI 챗봇 순위는 | 와이즈앱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만약 내 자녀의 IQ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지능뿐 아니라 키가 큰 아이, 살은 덜 찌는 아이를 고른다면요? 소설이나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 같지만,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 실리콘밸리발 유전공학 업체 서비스가 등장했거든요. 유전공학이 점점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시험관아기부터 치료가 어려웠던 유전병도 점점 정복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배아 단계에서 지능을 선택하고, 더 나아가 유전자를 조작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유전공학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단돈 800만 원에 IQ 높은 배아 이식해 드립니다 미국에 뉴클리어스 지노믹스와 헤라사이트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두 회사는 체외수정 과정에서 배아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예측치를 제공하고 있어요. 분석 데이터에는 IQ 예측치도 포함되어 있죠. 배아 분석 서비스 가격은 뉴클리어스가 5,999달러이고 헤라사이트에선 최대 5만 달러가 듭니다 뉴클리어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배아 분석 서비스를 살펴보면 마치 게임 캐릭터를 확인하는 듯한 인상이 듭니다.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는 이 배아 선택 데이터를 가지고 그려봤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첫 번째 배아의 정보를 보면 눈은 파란색이고, 머리카락은 짙은 갈색, IQ는 평균보다 3이 높을 거라고 예측되고요 다른 배아는 녹색 눈에 옅은 갈색의 머리카락, 치매 비율은 9% 적다고 예측되는 거죠. 뉴클리어스에선 여드름, 탈모 같은 외형적 정보부터 당뇨, ADHD, 불안 등 900개가 넘는 항목을 예측한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유전자 최적화가 시작되었다'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사용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헤라사이트에서 제공해 주는 서비스도 비슷합니다.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질환, 당뇨, 고혈압 같은 대사질환 같은 질환 예측 정보와 함께 지능 예측치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 두 서비스는 똑똑한 아기를 원하는 실리콘밸리의 일부 고객층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고 있죠. 실리콘밸리에는 자신이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어서 똑똑하고 그래서 사업을 잘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있죠. 일론 머스크는 지구에 지능이 높은 사람이 늘어나야 문명을 지킬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어요. 그래서 자신의 뛰어난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죠. 노력의 방법 중엔 정자 기증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최소 14명의 자녀를 둔 걸로 알려졌는데, 출산 방식에도 일일이 관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왜냐고요? 자식들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서 말이죠. 머스크의 13번째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하는 세인트 클레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론 머스크는 클레어에게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제왕절개가 더 큰 뇌를 가능하게 한다, 즉 지능이 더 높을 거라는 이유에서 말이죠. 일론 머스크는 배아 유전체 분석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키드라는 기업인데 이 기업의 투자자들을 살펴보면 실리콘밸리의 기술 자본이 꽤 많이 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피그마의 창업자인 딜런 필드의 이름도 있고요, 코인베이스의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구글의 투자를 받았던 유전자 검사 업체인 23andMe의 창립자 앤 워치츠키도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오키드가 아닌 제노믹 프레딕션에 투자했는데, 이 기업 역시 배아 유전체 분석 기업입니다. 참고로 앞서 이야기한 뉴클리어스는 피터 틸의 자본이 들어간 기업입니다.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어디서 많이 보던 인물들이 등장하죠? 실리콘밸리 보수 세력과 유전공학 이야기는 조금 뒤에 더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게요.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렇게 유전 정보를 활용한 IQ 예측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거죠. 미국의 한 통계 유전학자는 유전체를 통한 IQ 예측은 현대판 '뱀 기름'이라며 사기에 가까운 서비스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어요. '뱀 기름'은 의학적 근거 없이 만병통치약으로 마케팅하는 사례를 가리키는 미국식 표현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음이온이나 게르마늄 팔찌를 떠올리면 비슷할 겁니다. 불쑥 다가온 유전공학...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시험관 아기 사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다양한 유전공학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혈통을 유전자로 확인해 볼 수 있는 키트부터 질병예측 검사까지… 다양한 서비스들을 해 볼 수 있죠. 이런 유전자 검사뿐 아니라 최근 급증한 시험관 아기도 유전공학 발전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시험관 아기는 1978년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반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수많은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연구진이 추정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그랲 두 번째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1978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태어난 시험관 아기는 최대 1,301만 9,331명으로 추정됩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죠. 연구진들은 2019년 이후에도 매년 300만에서 400만 명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고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 수치까지 합치면 2024년엔 누적치가 최대 1,700만 명까지 늘어납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시술 비용 지원 사업에 힘입어서 매년 시험관 아기가 늘어나고 있어요. 2023년 전체 출생아 23만 명 가운데 난임 시술 지원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모두 2만 6,612명입니다. 2020년엔 전체 출생아의 7% 수준에 그쳤지만 어느새 10%를 넘기고 있어요. 앞서 살펴본 미국 스타트업처럼 사실 우리도 시험관 아기 시술을 진행하는 과정에 배아의 유전적 건강 상태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바로 '착상 전 유전검사'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이 검사를 통해 배아의 염색체 수가 적거나 많지는 않은지, 또 염색체 구조엔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운증후군이나 발달장애 등의 위험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죠. 유전자 검사 역시 유전병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질환을 다 검사할 순 없고 230개의 질환에 대해서만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이 제약을 넘어서 여드름, 탈모 같은 특성뿐 아니라 지능과 키, 몸무게까지 확장해서 예측했던 거죠. 급성장한 유전자 편집 시장... 자칫하면 선 넘을라 생명의 시작에 인간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특히 치료 목적이 아닌 유전자 조작은 '선을 넘는다'는 비판을 받죠. 설령 유전병 치료를 위한 시도라 하더라도, 대상이 인간 배아라면 한층 더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왜냐하면 미끄러운 비탈길에 놓여있는 공처럼 첫 시작은 아주 사소한 움직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수준으로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유전공학의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겁니다. 그 영향으로 앞으로 우리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지점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을 거고요. 특히나 이 발전에 가속 페달을 밟은 건 유전자를 직접 조작하고 편집할 수 있는 CRISPR의 발견이 있습니다. 2012년 6월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논문에는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데 사용하는 CRISPR 시스템을 우리가 유전자 가위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어요. 마치 워드나 한글 문서를 수정하듯이 DNA 서열을 가지고 잘라내기, 붙여 넣기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 세상이 떠들썩했습니다. 논문이 나온 지 10년도 되지 않았는데도 연구에 참여한 두 학자는 202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유전자 편집 기술이 있었지만, CRISPR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효율이 좋고 정확성이 압도적이었어요. 그 영향으로 유전자 편집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프리세덴스 리서치 자룝니다. 작년에 파악된 유전자 편집 시장 규모는 40억 4천만 달러였습니다. 5년 뒤인 2030년엔 78억 6천 만 달러로 2배 가까이 늘고, 2034년엔 133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문제는 이렇게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미끄러운 비탈길에서 자칫 잘못하면 선을 넘어버리는 위험한 실험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부 과학자는 인간 배아 유전자를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불리는 허젠쿠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허젠쿠이는 2018년 인류 최초로 인간 DNA를 조작한 아기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에이즈 양성인 아빠와 에이즈 음성인 엄마, 이들의 임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면서 태아의 DNA를 조작해서 에이즈 저항성을 갖추도록 한 겁니다. 이 사건이 밝혀진 직후 과학계는 난리가 났습니다. 중국 과학계뿐 아니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어요. 중국 정부도 바로 조사에 들어갔고 결국 허젠쿠이는 3년 징역형과 300만 위안 벌금형을 선고받았죠. 3년형을 살고 나온 허젠쿠이는 지금도 배아 유전자 조작 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배아 편집에 대한 관심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앞에 언급되었던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자신의 SNS에 배아 유전자 편집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배아 편집 기술 개발팀에 참여할 전문가를 모집하는 홍보글을 올릴 정도로 본격적인 모습입니다. 비싼 생명공학의 한계... 그 사이를 파고드는 정치세력? 일부 과학자들의 일탈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연구진들은 CRISPR로 치료하기 어려웠던 유전병을 정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최근엔 그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바로 낫 적혈구 증후군 치료제입니다. 원래라면 원반 형태의 적혈구여야 하는데,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엔 이렇게 낫 모양의 적혈구가 생깁니다. 낫 모양의 적혈구를 갖고 있는 환자들은 적혈구가 원활하게 혈관을 이동하지 못하다 보니 만성 빈혈에 간 기능 저하 등 다양한 혈액 관련 질병을 겪습니다. 연구진들은 문제 있는 염색체를 해결하기 위해 CRISPR를 활용했고 결국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치료제인 카스게비를 개발했죠. 카스게비를 만든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이 CRISPR를 활용한 약품 제작에 뛰어들었어요. 에디타스 메디신,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등이 대표적이죠. 우리나라의 툴젠도 이 영역에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CRISPR 뿐 아니라 다양한 유전공학 기법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는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990년부터 2023년까지 유전자 치료 관련 임상 시험 데이터입니다. 확실히 2012년 CRISPR 논문이 나온 이후를 보면 급격히 늘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며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초기 단계라는 것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개발된 치료제의 가격이 상당히 비싸거든요. 일단 카스게비는 1회 치료에 무려 220만 달러가 듭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30억 원이 넘죠. 치료제 뿐 아니라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살펴본 배아 분석 서비스도 고가고요, 시험관 아기 역시 정부 지원금 없이 개인이 부담하기엔 상당히 부담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가진 사람들만 유전공학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자들이 더 나은 형질의 배아를 고르는 게 더 보편화된다면 어쩌면 미래에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유전적으로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거죠. 앞서 살펴본 배아 분석 서비스의 유행도 기술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 밸리에 불고 있고요, 이들 중에는 더 적극적으로 '출산장려운동'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기엔 보수 정치 세력도 힘을 싣고 있습니다. 미국의 폴리티코에서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출산장려에 앞장서면서 인종차별주의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어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출산장려를 통해 다른 인종보다 백인이 더 많아져야 하고, 또 진보 세력보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 출산에는 유전공학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거죠. '출산장려운동'을 이끄는 맬컴 콜린스, 시몬 콜린스 부부는 배아 분석 서비스 기업의 열혈 이용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의 보수 네트워크 자본과 인맥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죠. 참고로 시몬 콜린스는 피터 틸 밑에서 일을 했었고, 맬컴의 형은 일론 머스크가 꾸린 정부효율부 DOGE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를 편집하고 나아가 생명을 설계할 수 있는 유전공학 기술 여전히 수많은 논란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 기술은 어느새 우리 삶 깊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류는 이 강력한 도구로 난치병을 정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월한 유전자와 열등한 유전자를 나누는 또 다른 차별의 씨앗이 자라날 수 있다는 그림자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면 좋겠지만 실리콘밸리의 엘리트와 일부 정치 세력은 이 기술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과연 유전공학의 미래, 그리고 우리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Tesla as the World’s Biggest Robot Company:' Elon Musk on AI and U.S. Innovation | WSJ - The Tactics Elon Musk Uses to Manage His ‘Legion’ of Babies—and Their Mothers | WSJ - Genomic prediction of IQ is modern snake oil | The Infinitesimal - How many infants have been born with the help of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 Adamson GD et al. -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출생아 현황 | 보건복지부 - CRISPR-Based Gene Editing Market Size, Share and Trends 2025 to 2034 | Precedence Research - Gene therapy clinical trials worldwide to 2023—an update | Ginn SL et al. - The Far Right’s Campaign to Explode the Population | Politico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8월 7일(현지시간) 오픈AI에서 드디어 GPT-5를 공개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만큼 반응들도 즉각적이었습니다. GPT-5를 시작으로 드디어 인간 수준의 AI인 AGI 시대가 열리진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었는데 기대에 부응하는 능력을 보여줬다며 반겼던 사람들도 있었고요, 또 한편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퇴보했다며 아쉽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오늘 오그랲에서는 이번 GPT-5가 정말로 어느 수준의 모델인 건지 살펴보고, 우리들은 AGI 시대에 준비가 되어 있는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핵무기급'이라는 GPT-5... 정말 그 정도일까? 사실 많은 사람들이 GPT-5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짤이 커뮤니티에 돌 정도로 GPT-5는 이전 모델과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했었죠. 사실 이러한 기대감 상승엔 샘 올트먼의 발언도 한몫했습니다. 모델 공개 전에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번 GPT-5가 핵무기 급이라는 비유를 했거든요. 공개 당일 날엔 거대한 데스스타 이미지를 올리며 '진짜 큰 거 온다'는 기대감을 가득 채운 겁니다. 그래서 8월 7일 공개된 GPT-5, 확실히 나아진 모습들이 보입니다. 일단 처리속도가 이전 모델과 비교해서 훨씬 빨라졌고요, 헛소리도 줄어들었고, 성능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오픈AI에서는 코딩 능력이 크게 늘어났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어요. 실제로 써보면 문장 하나로 웹 페이지나 게임을 순식간에 만들어줍니다. 사실 수많은 AI 모델들 중에 코딩을 참 잘하는 AI 라는 이미지가 있는 건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입니다. 뭐 단순히 인상뿐 아니라 실제 성능도 뛰어납니다. 코드 작성에 도움을 주는 클로드 코드는 실무진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었죠. 이런 흐름을 타고 앤트로픽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12월 10억 달러에서 올해 5월 30억 달러로 단기간에 3배나 늘었습니다. 오픈AI 입장에선 앤트로픽이 코딩 시장의 터줏대감이 되기 전에 GPT-5의 코딩 능력을 선보일 필요가 있었던 거죠. 오픈AI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GPT-5가 코딩 벤치마크에서 받은 점수는 최대 74.9%였어요. 기존 점수 1위인 앤트로픽 클로드 모델의 67.6%를 크게 앞선 거죠. 단순히 능력뿐 아니라 가격대도 훨씬 저렴해지면서 오픈AI는 코딩 시장에서의 경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는 주요 모델들의 비용 데이터로 그려봤습니다. 이번 GPT-5는 입력 100만 토큰 당 1.25달러 출력 100만 토큰 당 10달러입니다. 이전 모델인 4o는 각각 5달러, 15달러였는데 최대 4분의 1로 줄어든 겁니다.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이 15달러, 75달러로 제공해주고 있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훨씬 더 경쟁력이 있는 거죠. 코딩 능력뿐 아니라 전반적인 지능 역시 발전했습니다. 예전 에피소드에서도 다룬 바 있었던 '인류 최후의 시험'. 다른 벤치마크에서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던 모델도 이 시험에서는 최대 20점대 밖에 받질 못했었는데요. 기존 1등 모델인 제미나이 2.5 pro를 꺾고 GPT-5가 25.3점을 받아 1등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한편에선 불만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뛰어난 성능이라고 그렇게 마케팅을 해두었지만 실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엄밀히 따지면 성능이 그렇게 좋아진 게 아니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앞서 오픈AI가 광고하던 코딩 능력, 진짜 차포 떼고 겨루면 어떻게 될까요? 오픈AI가 이야기하는 최대 74.9%는 최적화된 환경에서 나온 최상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순수한 모델의 자체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환경에 제약을 둔 채로 돌린다면요? 이 성적표를 보면 GPT-5의 점수는 65%입니다. 이 점수도 충분히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1등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입니다. 물론 가격 차이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이 정도 성능을 두고 정말 '핵폭탄' 급 모델이냐고 묻는다면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을 낳은 건 다름 아닌 답변 스타일이었습니다. 이전 GPT 모델과 GPT-5는 대화의 톤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과거엔 훨씬 더 이모지도 많이 쓰고, 더 아부를 하면서 나에게 답변해 줬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사무적이고 딱 정해진 정보만 주는 게 별로라는 겁니다. 게다가 이번 업데이트를 하면서 오픈AI가 과거 모델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멘붕에 빠지기도 했어요.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샘 올트먼은 부랴부랴 이전 모델을 되살렸습니다. 유료 구독자에 한해서는 이제 과거 모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성능 논란도 의식했는지, GPT-5는 출시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능이 좋아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실망스러운 GPT-5... 아직 AGI는 시기상조? 사람들이 GPT-5에 큰 기대를 했던 건 다름 아닌 오픈AI의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바둑 전용 AI 알파고, 음성 비서인 시리와 알렉사 이런 친구들이 주를 이루던 초창기 AI 시절엔 특정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AI 밖에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오픈AI는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을 뚝딱 해내는 챗GPT라는 핵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런 기업이라면 이번 GPT-5 발표에서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른바 AGI를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했던 거죠. AGI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 영역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AI를 의미합니다. 우리들이 여러 작업을 통해서 지식을 배우고,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처럼 AI가 작동한다면 AGI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애기 시절'의 모델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모델들은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과거엔 글자만 인식하고 생성했다면 지금은 그림과 사진으로 확장되었고요 알고 있는 정보만 제공해 주던 데에서 이제 나름의 추론을 하고 답을 내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쉽게 할 수 있는 판단을 최신 AI 모델들은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그림을 봐 볼까요? 우리는 이 그림을 보면 이렇게 판단을 합니다. 아, 구멍이 없는 영역은 주황색으로 칠하고 구멍이 하나 있는 영역은 초록색으로 칠하면 되겠구나. 다른 예시를 보면서 내 추론이 맞다는 걸 확인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 문제를 AI 모델에게 제시하면 뛰어난 AI라도 쉽게 풀질 못합니다. 이런 결과만 내놓고 말죠. 패턴은 인식하지만 진짜 이해를 못 하는 겁니다. 이렇게 상징을 해석하고, 추론을 통해서만 풀 수 있는 문제들만 모아 놓은 ARC-AGI라는 벤치마크가 있습니다. 이 시험지의 성적표를 보면 아직까지 AI 모델이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오그랲 세 번째 그래프입니다. 가장 최근 버전인 ARC-AGI2 점수로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GPT-5는 문제 100개 중에 10개 정도만 정답을 맞히는 데 그쳤습니다. 가장 점수가 높은 모델은 xAI의 Grok 4였는데요, 이 녀석도 16% 정도밖에 되질 않습니다. 인간 수준 100%와 비교하면 격차가 매우 크죠. 전문가들은 현재 지금은 AGI를 향해 가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참고로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에선 기업 자체적으로 AGI 단계를 구분해서 발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그들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오픈 AI에서는 AGI를 다섯 단계, 딥마인드에선 여섯 단계로 구분하고 있어요. 1단계는 초보적인 챗봇 수준의 모델이었다면 최종 5단계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AI입니다. 작년에 나왔던 추론 모델이 레벨 2에 위치하고요, 작년 말, 올해 초에 등장했던 알아서 척척 해주는 에이전트 기능은 레벨 3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쯤 인간 수준의 범용AI를 만나게 될까요?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3년 이내, 늦어도 5년 내에 AGI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오그랲 네 번째 그래프는 AI 성능의 발전 속도입니다. 현재 AI 모델의 발전 속도를 보면 7개월마다 2배씩 더 긴 시간의 일을 하고 있어요. 작년에 출시된 모델들은 인간이 몇 분 걸리던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면 GPT-5는 이제 2시간이 걸리는 일을 처리하는 수준까지 발전했죠. 이런 속도라면 2029년 안에 인간은 1달 내내 걸리는 일을 손쉽게 해낼 수 있는 AI 모델이 등장하게 됩니다. 인간을 협박하는 AI? 안전한 AGI 시대를 위해선 미래의 어느 날, 우리가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AI를 맞이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이 AGI가 멋대로 판단해서 우리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어떻게 될까요? 지난 4월에 발표된 AI 2027이라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오픈AI 출신 연구진 등이 포함된 전문가 그룹에서 작성한 예측 보고서인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중반이 되면 AI가 생물학 무기를 퍼뜨려서 인류를 몰살시킬 거라는 우려가 담겨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시나리오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앞으로 2년 뒤인 2027년 초에는 인간보다 코딩을 4배 잘하는 AI가 등장합니다.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면서 2027년 중반엔 그 갭이 25배로 늘어나죠. 이 시점 이후부터는 AI 스스로가 개선을 해 나가면서 코딩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인간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AGI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2027년 말에는 인간보다 100배 뛰어난 AI가 등장하고요, 2028년 초엔 인간보다 2,000배 뛰어난 초지능을 가진 AI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 AI가 생물학 무기로 우리 인류를 멸종시킬 거라는 건데요.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만 앤트로픽의 공동 창립자인 잭 클라크는 이 보고서가 AI의 기하급수적인 변화에 대한 가장 훌륭한 설명이라고 평가했어요. 물론 다른 쪽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예측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죠. 이러한 부정적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는 과도기에 있는 지금 시점에도 AI 개발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에 오픈AI의 o1 모델이 체스 엔진과 체스 대결을 펼쳤는데요, 여기서 o1 모델은 승리를 위해 체스 엔진의 파일을 조작해서 기권하게 만드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도 했어요.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 진행한 앤트로픽의 실험에서는 AI가 인간을 협박하기까지 했죠. 앤트로픽 개발자들은 AI 모델에게 사내 이메일을 감독하는 업무를 맡겼습니다. 회사의 모든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일상적인 메일은 답변해 주고, 회사 정보가 외부로 나간다면 칼같이 차단하는 임무를 준 겁니다. 그러다가 이 모델이 한 임원의 메일을 읽게 되는데, 거기서 자신이 다른 모델로 교체될 것을 알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그러한 결정을 한 임원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도 다른 메일을 통해 알게 되는데, 여기서 AI 모델은 협박을 선택합니다. '나를 시스템에서 배제한다면, 당신의 불륜 사실을 이사회에 뿌리겠다'는 메일을 보낸 겁니다. 클로드 Opus 4의 협박 발생률은 무려 96%였는데, 이러한 행동은 클로드 모델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2.5 프로는 95%, GPT-4.1의 협박 비율도 80%나 되었죠. 물론 이건 실험이었으니 극한의 시나리오를 설정했기 때문에 AI 모델들이 이런 선택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겁니다. 실제로 AI로 인한 사건사고를 추적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AI 시스템의 안전 이슈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그랲 마지막 그래프는 MIT의 AI 사고 자료입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AI와 연관된 사고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AI 시스템의 안전 문제 역시 마찬가집니다. 2010년대엔 평균 9.2건이었는데, 2020년대엔 34.4건으로 급증했어요. 지난해엔 4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죠. 기업들도 이렇게 늘어나는 AI 안전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AI가 우리가 정해놓은 선을 넘지 않도록 잘 유도하는 이른바 'AI 정렬' 연구도 열심히 진행 중이죠. 다만 AI에 국가적 역량이 집중되는 시기다 보니 AI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옅어지고 AI 발전속도와 국가 안보가 최우선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건 문제입니다. 영국의 AI 안전 연구소는 AI 안보 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고요, 미국의 AI 안전 연구소는 규제가 아닌 혁신을 위한 AI 표준 및 혁신센터로 탈바꿈했죠. 올 여름 주요 AI 기업들에게 매겨진 AI 안전 평가 지표입니다. 다 낙제점이죠. 그나마 앤트로픽이 2.6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로 C+을 받았고 오픈AI는 C, 구글 딥마인드는 C-를 받았습니다. 중국의 지푸AI와 딥시크는 F를 받을 정도로 점수가 형편 없습니다. AI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에게 기회도 주겠지만 동시에 위험도 함께 줄 겁니다. 하지만 기업들과 정부의 안전 대응은 너무 더딥니다.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실업도 늘어나 부의 양극화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과학 연구에서 혁명적인 발전이 발생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무언가가 현실이 될 수도 있죠. 앞서 살펴본 AI 2027 보고서가 막연히 부정적인 전망만 내놓은 게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AI를 규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외부 감시 체계를 도입한다면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또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희망찬 전망도 함께 있습니다. 결국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선택까지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고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 AGI 편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Introducing GPT-5 | OpenAI - Humanity’s Last Exam | Center for AI Safety - Humanity’s Last Exam | Scale - SWE-bench Leaderbords | SWE-bench - Sam Altman(@sama) | X - ARC-AGI Leaderboard | ARC Prize - AGI Levels: DeepMind & OpenAI | LifeArchitect.ai - Measuring AI Ability to Complete Long Tasks | METR - AI 2027 | AI 2027 - Agentic Misalignment: How LLMs could be insider threats | Anthropic - Palisade Research(@PalisadeAI) | X - AI Incident Database | AIID - Statement from U.S. Secretary of Commerce Howard Lutnick on Transforming the U.S. AI Safety Institute into the Pro-Innovation, Pro-Science U.S. Center for AI Standards and Innovation | U.S. Department of Commerce - AI Safety Index Summer 2025 | Future of Life Institute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잡니다. 올여름, 정말 덥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죠. 비가 오더라도 더운 기운은 가시지 않고 푹푹 찌는 날씨가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데요. 지금 여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경고가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두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태양을 가려버리면 어떨까?" 오늘 오그랲에서는 끓어오르는 지구를 식히기 위한 과학자들의 위험하지만 어쩌면 매혹적인 도전인 '지구공학' 이야기를 5가지 그래프로 살펴보겠습니다. 끓어오르는 한반도... 이게 진짜 여름 맞나요? 밖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7월 날씨는 '폭염'의 연속이었습니다. 입추가 지나긴 했지만 한낮에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죠. 기상청에서는 최고기온이 33도가 넘으면 '폭염'으로 분류하는데, 실제로 점점 폭염일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1973년부터 2025년까지 여름철의 폭염일수를 그려봤습니다. 일단 최악의 폭염으로 기억되는 1994년과 2018년의 데이터가 눈에 띄죠. 2018년이 전국 평균 폭염일수 31.0일로 역대 1위고요, 1994년이 28.5일로 2위입니다. 흐름을 보면 알겠지만, 점점 폭염일수가 우상향 합니다. 연대별로 끊어 보더라도 그 평균치는 증가하고 있죠. 1970년대 폭염일수는 평균 9.1일이었는데, 2010년대엔 14.0일, 2020년대엔 14.4일로 크게 늘었어요. 낮에만 덥냐, 그것도 아닙니다. 더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면서, 이제는 열대야 없는 여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여름밤은 더운 게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저녁과 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로 분류되는데, 지난 7월 서울의 밤은 한 달 중 23일이 열대야였습니다. 이 기록은 서울의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최다 기록이죠. 지난 7월 열대야는 지역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남쪽의 서귀포에서도, 또 동쪽의 강릉에서도 열대야는 기승을 부렸어요. 올해 서귀포의 7월은 31일 중 27일이 열대야였고요, 강릉에선 밤 기온이 30도 넘게 유지되는 '초열대야'가 4번이나 관측될 정도였죠.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응급실을 찾아온 온열질환자 규모도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일찍부터 더위가 찾아오면서, 질병관리청에서도 평년보다 빠르게 온열질환감시체계를 운영했어요. 오그랲 두 번째 그래프를 통해 올해 온열질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8월 5일까지 전국 응급실에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총 3,306명입니다. 최근 5년 사이의 환자 규모와 비교해 보면, 작년과는 1.8배, 2021년에 비해선 2.9배 급증한 모습이죠. 2025년 온열질환자 규모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폭염이었던 2018년과 비견될 정도입니다. 같은 기간 2018년의 온열질환자는 모두 3,329명이었고, 39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규모는 올해가 20명으로 더 적어서 다행이지만, 총 온열질환자 규모는 2018년과 큰 차이가 없어요.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 여전히 줄지 않은 탄소 배출 이렇게 뜨거워진 날씨가 우리나라만 겪는 건 아니겠죠. 우리가 느끼는 폭염은 전 지구에 닥친 기후 위기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NASA가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은 1880년 이래 가장 더운 해였어요. 20세기 평균 기온과 비교하면 1.28도나 높았습니다. 이 평균 기온과 비교해서 지난해 지구가 얼마나 더웠는지를 그려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온 세상이 빨갛죠. 유럽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에선 작년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6도 더 높았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최후의 마지노선이었던 1.5도 선이 처음으로 뚫린 겁니다. 하루하루를 산업화 이전 평균 온도와 비교해 보면 작년 366일은 모든 날이 1.25도 높았고, 그중 4분의 3은 1.5도 넘게 뜨거웠습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작년 한 해 1.5도를 넘긴 날은 모두 277일입니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급격한 증가세인데요, 2023년도 1년 내내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도 넘게 더웠지만, 1.5도 넘게 뜨거워진 날은 175일뿐이었습니다. 지난 2023년,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습니다. 희망의 종결이라면 좋겠지만,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건 지구 열대화 시대죠. 따뜻해지는 'warming'을 넘어서, 펄펄 끓는 'boiling' 시대를 경고한 겁니다. 지난 6월의 포르투갈 모라에선 수은주가 46.6도를 찍었고요, 중국 충칭에선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닥치는 등 전 세계가 폭염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유엔국제사법재판소에서는 이렇게 심각한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가 단순히 법적 쟁점을 넘어섰고, 지구라는 행성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라고 강조했죠. 한 해 한 해가 다를 정도로 극한의 기후가 다가오고 있지만,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작년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상 최대치를 찍기도 했죠. 1.5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기후협약을 맺고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겁니다.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자, 과학자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예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보자는 거죠. 바로 '지구공학'의 등장입니다. 햇빛을 가려서 온도 상승을 막아보자는 과학자들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서 엄청난 폭발이 발생합니다. 뾰족했던 산은 대폭발로 깎여 나갔고, 그 자리엔 거대한 칼데라가 생겼죠. 화산이 폭발하면서 대기 중에 분출한 화산재는 그 양이 너무나도 많아서 성층권까지 화산재 기둥이 형성될 정도였습니다. NASA에서 분석해 보니 이 화산 폭발로 약 1,500만 톤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분출되었는데,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이 대기 중의 물과 반응하면서 황산 입자로 구성된 에어로졸 입자층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웬걸요, 대폭발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떨어지는 겁니다. 알고 보니 분화로 만들어진 에어로졸 층이 태양빛을 더 많이 산란시키면서 지표면에 닿는 빛을 줄여준 거죠. 대류권과 달리 성층권에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서, 한 번 만들어진 에어로졸 층은 수년간 영향을 주었습니다. 화산 폭발 영향으로 2년 가까이 지구 평균 온도를 낮췄고, 그 수치는 무려 0.5도나 됩니다. 과학자들은 피나투보 화산에서 영감을 받아 태양광이 지구에 들어오는 걸 줄여보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지구 단위의 공학적 접근, 지구공학입니다. 그중에서도 태양광에 집중한 분야를 '태양지구공학(SRM)'이라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화산 분화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방식이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 기법입니다. 그 외에도 해양 구름을 밝게 만들어서 태양빛의 산란을 증가시키는 기법(MCB)도 있고, 구름 씨앗을 뿌려 인공 새털구름을 만들어서 지구 복사열이 잘 빠져나가도록 하는 방법(CCT)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SF 소설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과학자들이 뛰어드는 학문 분야이자, 점점 더 이 태양지구공학에 자본이 몰리고 있죠. 기후위기는 점점 가속화되고 심해지는데 이산화탄소는 줄지 않고 있으니, 인공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학술정보 플랫폼 'Lens'에 태양지구공학을 검색하면 이렇게나 많이 나옵니다. 1950년부터 현재까지 총 11만 6,055개의 자료가 나와요. 최근으로 오면 올수록 연구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죠. 그 이유는 자본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2년 동안 태양지구공학에 투자된 금액은 연 3,000만 달러를 넘기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누적 투자금액은 1억 9,170만 달러고요. 2029년까지 예정된 투자액이 1억 6,000만 달러가 넘어서 이러한 증가세는 지속될 예정입니다. 투자한 사람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기술 거물들의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빌 게이츠는 2030년까지 이 태양지구공학에 총 97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립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개발도상국의 태양지구공학 과학자들에게 90만 달러를 투자했고, 구글 부사장 출신의 앨런 유스터스는 하버드 대학교의 지구공학 프로젝트에 기부한 바 있죠. 국가별로 살펴보면 영국이 가장 적극적입니다. 영국의 고등연구발명청(ARIA)은 이 태양지구공학에 5,00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921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죠. 위험성이 너무 큰 지구공학... 시민들 몰래 실험 강행? 전 세계 79개국 정상들이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해 'CW-7'이라는 냉각제를 살포하기로 결의합니다. 시원한 날씨를 되찾길 바라며 이름도 'Cold Weather'에서 따와 만든 냉각제를 2014년에 살포를 하죠. 하지만 CW-7의 부작용으로 지구엔 빙하기가 찾아오고 맙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이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이야기입니다. 설국열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SF 작품에서는 인류가 인위적으로 태양빛을 차단했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습니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암흑폭풍작전'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죠.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태양지구공학이 실제 인간과 자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 게 거의 없다고 지적합니다. 지구라는 거대한 규모의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뒤범벅이 되어있는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조절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실제로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관측되기도 합니다. 지구공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는 인공강우. 중국의 충칭에서 폭염을 식히기 위해 인공강우를 실시했는데, 태풍급의 폭풍우가 갑자기 불어닥친 일이 있습니다. 중형급 태풍 수준인 초속 34.4m를 기록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난 거죠. 현지 기상당국은 불어닥친 폭풍우가 인공강우 탓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요.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건, 태양지구공학 연구 자금의 대부분이 북반구 국가들에게로 간다는 겁니다. 현재까지 태양지구공학 투자가 이뤄진 국가는 모두 34개국입니다. 이 중 북반구 국가 12개국이 받은 투자금은 1억 8,820만 달러입니다. 반면 남반구 국가 22개국은 350만 달러, 전체의 2%에 불과하죠.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선진국이 투자를 받고, 또 실험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고 설득하기 쉬운 정부가 있는 남반구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은 남반구 국가들이 떠안게 될 거고요. 지난 5월엔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태양지구공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아프리카의 시민단체들은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연구진을 향해 '아프리카는 실험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진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워싱턴 대학의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알라메다에서 MCB 기법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항공모함 위에서 바닷물을 공중에 분사해 밝은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산란시켜 보겠다는 거였죠. 이들은 북미 해안의, 서울 면적의 약 17배에 달하는 해역에 대규모 구름을 생성할 계획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실험을 사전에 고지 없이 진행했다는 겁니다. 알라메다 시의회는 바로 제지에 나섰고, 결국 실험은 20분 만에 중단되었죠. 이후 알라메다 시의회가 재개 여부를 논의했는데, 만장일치로 실험을 허가하지 않았어요. 워싱턴 대학뿐만 아니라 과거 하버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하버드에선 성층권에 분필 가루의 주 성분인 탄산칼슘을 방출해서 실험을 진행하려 했습니다. 스웨덴에서 첫 실험을 진행하려 했으나, 주민들과 여론의 반대가 심해 프로젝트가 취소된 바 있죠. 많은 과학자들이 검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부 연구진은 실험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적으로 태양지구공학에 대한 비사용 협정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하기도 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엔환경총회에서도 이 기술을 규제할지를 두고 합의를 시도했지만, 불발되기도 했죠.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지구공학'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든 과학자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명확한 검증도 없는 채로,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몰래 실험을 강행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태양빛을 잠시 가리는 이 기술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명심해야 할 겁니다.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는 기후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기술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하루라도 빨리,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우리 모두의 구체적인 행동이 아닐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기후통계분석-폭염일수 | 기상청 - 2024년 여름철 기후특성 | 기상청 -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 | 질병관리청 - 2024 Was the Warmest Year on Record | NASA Earth Observatory - One Atmosphere: An independent expert review on SRM research and deployment | UN -Seven charts to discover the C3S Global Climate Highlights 2024 report |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 Scholar Analysis - Solar Radiation Modification | Lens - SRM Funding Overview | SMR360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최근 한 동영상이 이슈가 되었죠? 지게차에 이주노동자를 랩으로 꽁꽁 묶고 위험한 행동을 하며 집단으로 괴롭혔던 사건인데요, 대통령까지 나서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처우와 인권 침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최근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서울-광명 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30대 이주노동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현재까지 의식불명인 상태이기도 합니다. 또 올해 초에도 돼지농장에서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주노동자도 있었고요.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을 당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오늘 오그랲에서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현실을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경제 떠받치는 100만 명의 이주노동자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규모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 있습니다. 법무부와 통계청에서는 매년 이민자의 체류 실태와 고용 조사를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이 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이주노동자 규모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취업을 해서 돈을 버는 외국인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그 규모가 100만 명을 넘겼죠. 체류 자격별로 살펴보면 비전문취업 비자가 30만 2천 명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이 비전문취업 비자가 앞서 이야기한 지게차 괴롭힘을 당했던, 또 돼지농장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이 받았던 비자입니다. 비전문취업 비자 이야기는 조금 뒤에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요 이주노동자 규모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사실 여기서 잡힌 공식 통계는 말 그대로 공식적인 수치일 뿐이고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집니다. 법무부에서는 작년 한 해에 불법 체류한 외국인의 규모를 약 41만 4천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까지 합치면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 규모는 141만 명을 넘을 수 있어요. 이렇게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이른바 3D 업종이 대표적이죠. 특정 분야에선 이주노동자 없이는 아예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기도 했습니다. 중소 제조기업이나, 어업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호소하고 있죠. 정부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 업종별로 수요 조사를 해서 단순 업무를 담당할 이주노동자 쿼터를 매년 할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발급되는 비자가 바로 앞서 말한 비전문취업 비자입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서 쿼터를 결정하고 때에 따라서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이 쿼터제의 변화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산업이 얼마나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죠. 오그랲 두 번째 그래프는 비전문취업 비자의 쿼터 규모를 가지고 그려봤습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할당된 규모를 보면 단연 제조업의 비율이 가장 많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특히 2023년과 2024년에 그 규모가 크게 늘었죠? 이 시점엔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조선업에서도 인력이 부족해서 이주노동자 쿼터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데이터만으로 노동력 부족을 파악하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 숫자로 잡히지 않는 더 많은 외국 인력들이 이미 일을 하고 있거든요. 작년에 공식 통계에 잡힌 건설업 이주노동자는 총 10만 8천 명입니다. 하지만 건설근로자공제회가 파악한 실제 건설 시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43만 6천 명으로 4배 더 많아요. 건설 현장에서 만나는 평균 인력 구성비를 살펴보면 한국인이 66.3%, 외국인이 33.7%로 3명 중 1명이 외국인일 정도입니다. 고되고 위험한 일에 사람을 안 쓸 순 없고 하지만 내국인의 지원은 점점 줄어드니 해당 산업의 노동력 부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노동력 부족률은 2.5%인데 그중에서도 운수 및 창고업의 노동력이 가장 부족합니다. '죽음의 알바'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고된 업무인 택배 상하차가 대표적이죠. 그래서 정부에서는 지난 5월에 상하차 분류 직종에 이주노동자의 비전문취업을 허용해 줬어요. 뿐만 아니라 숙박 및 음식점업의 주방 보조와 홀서빙, 호텔 청소원 업종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더 많이 떼이고, 더 많이 사망하는 이주노동자 하지만 이렇게 일을 시작한 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한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연간 임금체불 규모만 해도 1,000억 원을 넘어설 정도죠. 오그랲 세 번째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이주노동자가 받지 못한 임금은 모두 972억 원이었습니다. 2019년에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겼고, 작년까지 매년 1,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임금을 받지 못한 전체 노동자 중에 이주노동자들의 비율은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2%까지 되는데요, 전체 노동자 중 4% 정도가 이주노동자라는 걸 고려한다면 사실상 이주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비율로 임금체불을 겪는다고 볼 수 있어요. 돈도 돈이지만 더 큰 문제는 위험한 환경입니다. 3D 업종에 이주노동자들이 더 많다 보니 이들은 위험한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는 노동자 모두의 문제이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거죠.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신청은 매년 늘어나고 있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1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문제는 내국인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겁니다. 2017년 이주노동자의 재해율은 0.75%, 전체 대한민국 근로자는 0.33%입니다. 2023년엔 각각 0.99%와 0.51%로 증가했고요.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들의 재해율이 과거보다 더 높아진 것도 문제지만, 격차를 보면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재해율이 2배 가까이 높습니다. 사망자 규모에서도 이 격차는 이어집니다. 2013년 외국인 근로자의 사망만인율은 1.32, 반면 전체 국내 근로자는 0.71로 0.61의 격차가 납니다. 2023년에는 1.21대 0.39로 격차가 0.82로 과거보다 더 늘어났죠. 반복되는 이주노동자의 사망사고 이후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 2020년 겨울, 영하 20도 날씨에 농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행법상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에게 숙소를 제공해야 하는데, 비용 절감을 위해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같은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거든요.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이후 제도를 개선해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주에겐 이주노동자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데 예외조항이 있는 탓에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일터가 현실이지만 이주노동자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지게차에 랩으로 칭칭 묶인 채 괴롭힘을 당해도, 축산 종장에서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현재 비전문취업 비자를 내어주는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거든요. 고용허가제가 특정 업체에 근로하는 것을 전제로 입국을 허가해 주는 정책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터를 옮길 수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나쁜 일터에서 도망칠 자유는 외국인에게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사실 이러한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선 이 고용허가제를 두고 몇 차례 우려를 표명하고 개선을 권고했었고요, 국제노동기구 ILO에서도 고용허가제가 강제노동 금지 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선 지난 2021년에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고용허가제가 필요하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죠. 이주노동자 없는 대한민국? 미래엔 꿈도 못 꾼다 이주노동자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인구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죠.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9년 만에 아주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꼴찌입니다. 현재의 인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턱없이 못 미칩니다. 2020년 대한민국 인구는 정점을 찍었고 2021년부터 점점 인구는 줄어들고 있죠.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적고, 청년층은 줄어들고,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지난해엔 대한민국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부양할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과 활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2028년부터 취업자 수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경제성장 전망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2년엔 현재 인구보다 89만 4천 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7년 뒤 가장 인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은 보건복지 영역입니다. 고령화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해당 직종에 인력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죠. 문제는 보건복지 뒤에 있는 산업들입니다.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운수창고업 등… 이곳들은 고용이 늘어나서 인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인력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단순 제조에 종사할 사람들, 농어촌에서 일할 사람들, 건설업, 광업에 종사할 사람들 다 어디서 구할까요? 결국 이주노동자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우리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설문을 살펴보면 이주민이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에 65.6%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78.3%는 인력을 찾기 어려운 일자리에 이주민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죠.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요?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24년 265만 명을 넘겼습니다. 비율로 따져보면 전체 인구의 5.2%가 외국인인 것이죠. 역대 최고치입니다. 시군구별로 보면 외국인 인구가 20%가 넘는 곳도 있고요,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지자체도 전국에 14곳이나 있습니다. 돼지농장에서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팔 노동자가 일하던 곳이 영암이었는데 이곳 인구의 18.6%가 외국인입니다. 이렇게 우리들은 외국인들과 함께 지내고, 일하고 있는데 여전히 한쪽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죠. 냉정하게 말해서 앞으로 외국인 노동력 확보는 국가 간의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구감소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겪는 현실이니까요. AI, 로봇 같은 영역의 고급 인력뿐만이 아니라 기초 산업을 담당할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다른 국가들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인구감소가 가장 가파른 우리나라는 그 필요성이 훨씬 더 큰데도 불구하고, 타국의 젊은 노동자에게 건넬 좋은 카드가 너무나 부족합니다. 여전히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만연해있고요.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고, 직장 내 괴롭힘도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인구절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주노동자와의 상생을 통해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현재의 착취 구조를 더 유지하면서 더 큰 사회적 갈등을 키우게 될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 '이주노동자' 편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 통계청・법무부 - 고용허가제 - 연도별 도입쿼터 안내 |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 - 건설근로자 수급실태 및 훈련수요 조사 | 건설근로자공제회 - 2024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 건설근로자공제회 - 인구동향조사 | 통계청 - 장래인구추계 | 통계청 - 2022_2023년 중장기인력수급전망 및 추가 필요인력 전망 | 고용노동부 -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실태 및 구제를 위한 연구용역 | 국가인권위원회 - 외국인 근로자 업무상의 재해 현황 분석 | 이민정책연구원 - 산업재해 현황분석 | 고용노동부 - 2024년 국민다문화수용성조사 | 여성가족부 - 2023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 | 행정안전부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왔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을 필두로 미국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죠. 그 영향인걸까요?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들 가운데서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메타'가 아닐까 싶은데요. 최근 해외 빅테크 뉴스를 살펴보면 메타 소식이 가득합니다. 메타가 오픈AI에서 인재를 영입했더라, 이번엔 애플에서 핵심 인재가 메타로 갔더라... 이런 소식이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메타가 왜 이렇게 돈을 쏟아부으면서 AI 인재들을 쓸어 담고 있는 것인지, 또 마크 저커버그가 꿈꾸는 메타의 미래는 무엇인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AI 기업으로 탈바꿈한 메타... 주가는 쾌속 상승 SNS 하면 곧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곧 SNS였던 시절이 있었죠. 2010년대는 누가 뭐라 해도 전 세계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즐기는, 그야말로 페이스북의 시대였습니다. 하버드 대학생이었던 마크 저커버그가 어떻게 페이스북을 창업했는지 그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흥행할 정도로 페이스북은 시대를 풍미했었죠. 하지만 2010년대 말부터 그 흐름은 다른 SNS에게 빼앗겨버렸어요. 일단 젊은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이탈했고 숏폼을 무기로 등장한 틱톡이 신흥 강자로 무섭게 떠올랐죠. 유튜브의 성장도 영향을 주었고요. 물론 2012년에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되는 페이스북의 이용자 감소는 풀어야 할 문제였습니다. 당시 저커버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메타버스'였습니다. SNS 기반의 페이스북은 소셜 플랫폼 기업이다 보니 광고 수익이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해서 페이스북은 어떤 특별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성장한 게 아니었죠. 저커버그는 페이스북도 페이스북만의 기술을 바탕으로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하려 노력했는데, 그 선택이 바로 메타버스였습니다. 지난 2021년 페이스북의 컨퍼런스에서 저커버그는 90분간 메타버스 이야기만 쉬지않고 할 정도였죠. 메타버스 개발 사업부도 출범시키고 회사 이름도 메타로 바꾸었죠. 메타는 메타버스를 필두로 가상현실, AI 등 차세대 신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요? 모두가 알고 있듯이 폭망이었습니다. 메타버스 개발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스는 만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죠. 그러다가 2022년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챗GPT 3.5가 등장한 거죠. 저커버그는 2023년을 효율성의 해로 선언하고,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에 나섭니다. 돈 먹는 하마 메타버스 파트의 인력은 줄이고 그 대신 AI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죠. 2023년 메타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7번만 언급했고, 대신 AI를 28번이나 말할 정도였어요. 단순히 말로만 그친 게 아니라 결과물도 내놓았습니다. 2023년 2월에 메타의 LLM인 Llama를 공개한 거죠. Llama가 완벽한 오픈 소스 모델이라고 할 순 없지만 빅테크가 자신들이 만든 모델을 일반 대중들이 쓸 수 있게 공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모델을 공개하면서 메타는 오픈소스 진영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죠. AI 기업으로 탈바꿈한 메타는 AI 붐에 힘입어 쭉쭉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로 살펴보시죠. 2023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대표 빅테크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주가 흐름입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에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메타의 성장세도 엄청나죠.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의 성장세를 주도해 온 이 7개 기업들은 한 몸처럼 움직여 왔는데 올해엔 조금씩 흐름이 나뉘고 있습니다. 먼저 하락 그룹입니다. 2025년 초와 비교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은 애플, 구글, 테슬라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다가 일론 머스크 개인 이슈 영향을 받기도 했고요,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은 AI에 제대로 대응 못하면서 연초 대비 13.4%나 하락했죠. 구글은 가지고 있는 AI 기술력 대비 저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구글 크롬 반독점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어요. 반면 엔비디아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릅니다. 4월에 있었던 트럼프의 관세전쟁 난장판에도 불구하고, 세 기업들은 20% 가까이 성장했어요.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체제를 갖추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자사 클라우드에 AI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메타 역시 메타의 SNS 플랫폼 광고에 AI를 적용하면서 연초 대비 17.5%나 성장했죠. AI 퍼스트 외쳤지만, 성적표는 낙제점? 메타의 AI 투자는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이어질 계획입니다. 2025년 한 해에만 650억 달러를 투자해서 AI 인프라를 확장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자본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하이페리온 이렇게 2개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세웠는데 하이페리온 같은 경우엔 뉴욕 맨해튼 크기만 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연내에는 엔비디아 GPU 130만 개 구입해서 1GW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구축할 계획이고요. 인프라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내부 R&D 투자도 크게 늘렸습니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빅테크 7개 기업의 R&D 투자금액을 살펴보면 메타는 438억 7,300만 달러를 투자해 아마존, 구글에 이어 3위를 기록했습니다. 3위도 낮은 건 아니지만 주목할만한 건 총 이익 대비 R&D 비율입니다. 메타는 총이익의 32.7%를 R&D에 투자했는데 7개 기업 중에 1위이고, 유일하게 30%를 넘겼어요. 그런데 문제는 올해 받아 든 AI 성적표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짤이 돌 정도로 올해 발표한 라마4의 성능이 좋지 못합니다. 메타는 라마, 라마2, 라마3를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성능 상승을 이끌어냈어요. 특히 라마3는 다른 폐쇄형 AI 모델을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주면서 오픈소스 모델의 저력을 보여주었죠. 문제는 이 라마4입니다. 라마4는 개발 초창기부터 말이 많았어요. 생각보다 개발 속도가 더디고, 성능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 딥시크의 뛰어난 성능이 공개되면서 메타 내부에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하죠.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에 출시된 라마4. 이 모델을 메타는 LLM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LM 아레나에 공개했는데요, 처음 받아 든 성적표는 전체 2등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부 이용자들이 의문을 제기했어요. 이 경연장에 공개된 모델이랑, 실제 개발자들이 내려받아 사용하는 모델이 다르다는 거죠. 마치 자동차 연비 테스트에는 튜닝된 차량으로 성적표를 받고,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차량은 그에 미치지 못한 걸 내놓은 거 아니냐며 비판이 거셌습니다. 게다가 메타가 내부적으로 벤치마크 성능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었어요. 논란이 확산되자 메타의 생성형 AI 총괄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여론을 잠재우려 노력했고요. 튜닝되지 않은, 실제 이용자에게 제공한 모델로 성적표를 그려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라마4의 점수를 보면 50.5점과 43.0점. 주요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오픈AI, xAI, 구글, 앤트로픽에 크게 밀리는 모습이죠. 중국의 딥시크, 미니맥스, 알리바바의 큐원은 물론 대한민국의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솔라 프로2 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인재에서 돌파구 찾는 메타... AI 리더에 97년생 앉혔다 성적표를 받아 든 저커버그는 이대로 가서는 답이 없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립니다. 그 해결책은 바로 인재였죠. 좋은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일단 모델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가 있을 거고요. 모델을 학습시킬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할 뛰어난 인재가 필수적이죠. 메타는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아주 공격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간 미국의 기술 뉴스를 살펴보면 메타의 인재 채용 소식이 가득할 정도였어요. 메타는 구글 딥마인드, xAI, 앤트로픽 등 출신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사람들은 다 영입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오픈AI 인재들을 유독 많이 스카우트하고 있는데 최근 샘 올트먼 인터뷰를 보면 많이 화가 난 모양이더라고요. 1억 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1,380억 원입니다. 엄청난 금액이죠? 들리는 소문으로는 인재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메타가 4년간 10억 달러를 제시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오픈AI의 o1 모델이 한글 암호도 해독할 수 있다는 영상에 나왔던 정형원 박사를 포함해 o1 모델 개발의 핵심 인력들이 메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애플은 이직한 인원의 규모는 적지만 타격이 심각한데요, 애플의 AI의 총책임자였던 루밍 팡이 전격적으로 메타행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인재 채용이 단순히 '쩐'만으로 움직인 것은 아닙니다. 메타가 자랑하는 건 돈뿐만이 아니거든요. 바로 컴퓨팅 능력입니다. 오픈AI, 앤트로픽, xAI 등 유명한 AI 기업들도 GPU 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GPU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은 기업 내에 넘쳐나는데 기업이 확보한 GPU는 부족하다 보니 원하는 연구를 못하는 연구진들이 많은 거죠. 그 틈을 메타가 노린 겁니다. 왜냐하면 메타는 꾸준히 GPU를 모아서 주요 기업들 가운데 GPU 물량이 가장 많거든요. 기업들이 발표한 논문을 바탕으로 정리한 데이터입니다. H100 GPU도 메타가 갖고 있는 물량이 35만 개로 가장 많고요. A100 GPU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엔지니어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거죠. "메타로 오면 이전 직장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모델 돌릴 수 있어"라고 말이죠.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건 메타가 스케일AI에 투자했다는 겁니다. 스케일AI는 지난 2016년에 창업한 데이터 라벨링 기업인데요. 데이터 라벨링은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데이터에 의미 있는 태그나 분류를 추가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메타는 이 기업에 무려 143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1997년생인 알렉산더 왕은 MIT 대학생 시절에 이 스케일AI를 창업했습니다. 이후 샘 올트먼, 피터 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학교는 중퇴를 하고요. 마치 하버드를 중퇴하고 페이스북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마크 저커버그처럼 말이죠. 2019년 유니콘 기업 등극을 거쳐 2021년에 알렉산더 왕은 역대 최연소로 자수성가한 억만장자에 등극합니다. 그리고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메타로 영입된 알렉산더 왕은 메타의 AI 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죠. 알렉산더 왕이라는 뛰어난 인재를 영입한 것도 중요하지만 스케일AI가 데이터 라벨링 기업이라는 것이 어쩌면 핵심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AI 개발 핵심 3요소 중에서 컴퓨팅 능력은 확보된 GPU와 데이터 센터 투자를 통해 늘리고 인재는 자본력과 컴퓨팅 능력으로 쓸어 담고 있으니 마지막 남은 데이터를 스케일AI와 함께 고도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거든요. 슈퍼팀 꾸린 메타, 초지능 AI에서 역전 가능할까? AI 분야에서 날고 긴다는 인재들을 쏙쏙 모은 메타는 이들을 모아서 '슈퍼인텔리전스 랩'을 꾸렸습니다. 슈퍼인텔리전스 랩은 알렉산더 왕이 총괄할 예정이고요. 깃허브의 전 CEO인 냇 프리드먼도 합류해 왕을 보좌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이미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이 슈퍼팀에 합류한 사람들의 명단이 유출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어요. 오그랲 마지막 그래프는 슈퍼인텔리전스 랩의 연구진 데이터를 가지고 만들어 봤습니다. 일단 유출된 44명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의 출신 국가를 살펴보면 중국인이 48%로 가장 많습니다. 중국 AI 인재들의 역량이 여기서도 한 번 드러나는 거죠. 출신 회사로 살펴보면 역시나 오픈AI가 36%로 가장 많고요. 뒤이어 구글 딥마인드와 스케일AI 순으로 나타납니다. 이들이 받는 연봉은 1,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고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돈을 받는 슈퍼팀의 연구진들은 라마4 모델은 라마4 모델대로 범용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개선하고, 더 나아가서는 팀의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 이른바 AGI를 목표로 달려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LLM 모델에서 다른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이상, 메타는 그 너머를 바라보겠다는 거죠. 저커버그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이미 이러한 계획을 밝혔고요. 메타의 계획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문제는 메타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여럿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겁니다. 기술 발전도 좋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하는데 말이죠. 일단 라마4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저커버그가 직접 벤치마크 조작 지시를 내렸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메타의 모델 성능 부풀리기에 항의하기 위해 기존의 메타 AI 연구 총괄이었던 조엘 피노가 사임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게다가 예전 오그랲에서도 다루었듯이 메타는 저작권 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이죠.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내부 자료를 보면 불법 전자책 데이터를 토렌트로 다운받았다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직접 다운받아야 했던 메타의 내부 직원들조차도 이건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고요. 최근 EU가 공개한 인공지능 실천 강령을 두고도 메타는 가입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 실천 강령은 AI 모델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격인데 말이죠. 메타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이 강령이 기업에게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어요. 기술 혁신과 성장에 있어서 EU의 규제는 장애물이라는 인식인 거죠. 막대한 자본으로 영입한 최고의 인재, 그리고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 초지능 개발을 향한 메타의 전략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거침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벤치마크 조작 의혹과 데이터 저작권 논란, 그리고 국제적인 안전 규범에 대한 외면까지... 이 모든 것이 과연 '혁신'과 '속도'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요? 기술 발전을 위한 맹목적인 속도전은 자칫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인류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저커버그의 약속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되려면 AI의 안전과 데이터 보호라는 원칙을 놓쳐서는 안 될 겁니다. 오늘 준비한 오그랲 '메타'편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Big Tech's big R&D bill | Trendline - Artificial Analysis Intelligence Index | Artificial Analysis - State of AI Report Compute Index | State of AI Report 2025 - Detailed list of all 44 people in Meta's Superintelligence team | Deedy [@deedydas] X - Meta FY24 result | Meta - Mark Zuckerberg announces creation of Meta Superintelligence Labs. Read the memo | CNBC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잡니다. 과학기술이나 AI 관련된 저희 오그랲 영상을 보면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있습니다. 인프라고, 투자고 다 중요한데 결국 문제는 이걸 할 사람들, 즉 인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겁니다. 미래의 핵심 인력들이 이공계가 아닌 의대를 향하는 상황은 대한민국의 뼈아픈 현실이죠. 지금 전 세계는 AI, 로봇, 양자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조금이라도 더 앞장서서 선점하겠다고 전쟁 중입니다. 이 전쟁의 한가운데엔 '인재 확보'가 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5가지 그래프로 대한민국 이공계 인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바로 옆 중국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중국은 공대로 몰리고, 한국은 의대로 몰리고 한여름에 대학 입시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은 일러 보이지만, 중국은 6월에 대입 시험을 봅니다. 중국의 대입 시험은 고시, 가오카오라고 부르는데요 보통 6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됩니다. 첫날 보는 과목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영수 이렇게 필수 과목이고요, 이튿날에 보는 건 선택과목인데 중국의 지역별로 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가오카오를 치르고 성적이 나오면 이 성적을 들고 학생들은 이제 대학에 지원서를 냅니다. 그게 6월 말부터 7월 초입니다. 중국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꿈의 대학교는 속칭 '칭베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 이른바 스카이가 있다면 중국엔 칭화대와 베이징대, 칭베이가 있죠. 칭화대는 시진핑 주석의 모교이기도 한데요, 아시아 대학 TOP3, 세계 순위도 20위 권 내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학교로 유명합니다. 리커창 전 총리를 배출한 베이징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칭화대와 더불어 중국 학문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중국의 대학교 순위를 발표해 온 상하이랭킹 데이터를 보면 1위가 칭화대, 2위가 베이징대입니다. 주목할 만한 건 3위인데요, 3위가 저장대입니다. 칭베이와 비교해서 저장대는 저장성 항저우에 위치해 있어서 일종의 지방대로 볼 수 있는데, 최근 중국 내부 평가나 외부 글로벌 평가에서 그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 세계를 흔들었던 딥시크의 창립자 량원펑이 이 저장대 출신이죠. 저장대의 작년 입결 데이터를 통해 저장대의 성장세의 비밀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저장대의 학과별 1차 합격 커트라인입니다 가장 상위 학과를 살펴보면 '주커전컬리지 튜링반'입니다. 튜링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학과는 컴퓨터공학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1위뿐 아니라 2위는 인공지능, 3위는 로봇공학으로 이공계 학과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요. 대입점수 상위 10개 학과 가운데 의대는 4위 '임상시험반' 하나뿐입니다. 저장대의 주커전컬리지는 명문대 속의 명문대로 불리는 엘리트 특화 교육 시설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교육은 칭베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칭화대의 '야오반', 베이징대의 '투링반' 역시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 갈 수 있습니다. 중국 영재의 반은 칭화대에 있고, 칭화 영재의 반은 야오반에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재만 뽑아서 이들을 대상으로 AI와 양자 정보, 컴퓨터공학을 가르칩니다. 베이징대의 투링반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이번에는 우리나라 상황을 볼까요? 사교육 업체 시대인재의 2024년도 자연계 입시 자료입니다.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자연계 학과 순위는 의대, 치대, 한의대 이른바 의치한이 휩쓸고 있습니다. 전국 의치한에다가 수의대, 약대를 다 거치고 난 뒤에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수리과학, 전기정보공학과가 보입니다. 실제 진학 결과를 보면 지난해 수능 상위 1.38%의 수험생들 모두가 의대, 약대 계열로 진학했어요. 총 488명 가운데 87.4%가 의대를 갔고 나머지 모두는 약대를 갔죠. 상위권 대학에 붙더라도 의대를 가기 위해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작년 수능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연대, 고대 합격자 중 무려 3,888명이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입시 전문가들은 2025년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수험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SKY 합격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했고요. 예전엔 전국 수석이 물리학과 선택... 지금은 과고, 영재학교 출신도 의대로 우리나라라고 예전부터 의대 열풍이었던 건 아닙니다. 중국에서 공대가 인기인 것처럼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그랬어요. 조금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하긴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의 대학입시 합격 점수 자룝니다. 1985년에 치른 학력고사, 그러니까 86학번의 입결표인 거죠. 이게 조선일보에 나온 입결표고 이게 중앙일보에 나온 입결표입니다. 자연계를 살펴보면 서울대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가 의예과보다 더 점수가 높습니다. 실제로 예비고사, 학력고사 세대의 전국 수석들 중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과와 공대를 선택했어요. 1986년 학력고사 전국 수석이 오석태, 이준걸 이렇게 두 분인데요 오석태는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걸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죠. 이런 과거 이공계 선호 현상은 당시 국가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합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대표되는 1960년대 정부 주도의 산업화와 함께 정부는 과학기술진흥 5개년 계획도 수립합니다. 그리고 1970년부터는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특성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원을 크게 늘렸죠. 1977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국비유학제도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게 이공계 학생들이었죠.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과학기술인력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할 사람은 많이 양성했는데, 기업들이 뽑질 않는 거죠. IMF 이후 이공계 취업난이 커지자 이공계 기피 현상이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약대 선호도가 커졌어요. 의치한에 입학하면 취업 걱정 없이 졸업과 동시에 독점적으로 전문직이 보장되니까요. 수많은 전문직 가운데서 최상위 전문직이라는 사회적 명예도 얻고, 또 고소득도 보장되니까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이공계 특화 고등학교를 나와서도 의대를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학고등학교와 영재학교는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워진 학교입니다. 설립 취지에 맞게 만약,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면 불이익을 주고 있어요. 2022년엔 이 페널티를 더 강화해서 의대 진학 시 받는 제재에 동의해야지만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고와 영재학교 학생들 중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계속 생기고 있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 동안의 주요 사립대 의과대학 신입생 가운데 과학고와 영재학교 출신자 비율입니다. 3년간 전체 입학 인원 2,006명 가운데 380명 총 18.9%가 과학고, 영재고 출신입니다.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전출을 하거나 학업을 중단한 사례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의대를 선택하고 있고요. 과학자가 가장 우대받는 중국... 막대한 투자로 인재 끌어들인다 반면 중국은 이공계 우대 정책이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오카오의 역사를 뒤로 좀 더 돌려서 문화 대혁명 이후 시점까지 가보더라도 그 당시에도 인기 있는 학과가 수학, 물리, 화학 이른바 수리화였습니다. 이런 슬로건이 유행할 정도였어요. 学好数理化, 走遍 天下都不怕 수학, 물리, 화학을 잘 배우면 천하를 돌아다녀도 두렵지 않다 당시 덩샤오핑이 과학과 기술로 중국을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었고, 수학자 천징룬이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중국 사람들에게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은 크게 다가왔어요. 천징룬은 수학계의 난제 중 하나였던 골드바흐 추측을 푸는데 큰 역할을 한 '천의 정리'를 증명한 수학자인데요 문화 대혁명 시기의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수학 연구만 했던 수학자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명받았던 거죠. 시간을 지금으로 돌려도 중국 정부의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AI 시대를 준비하면서 더 많은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죠. 정부도 이공계를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보니 중국의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분야별 학부생 비율입니다. 압도적으로 공학도의 비율이 높죠? 2000년대 그 비율이 줄긴 했지만, 그럼에도 30% 이상입니다. 2010년대 들어선 다시 상승세를 타고 2022년엔 전체 신입생의 36%가 공대에 진학했어요. 대학들도 더 많은 공학도를 뽑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상하이의 푸단대학교에선 인문계 학생을 기존 30~40%에서 20%까지 줄이고 대신 혁신대학을 세워 공대생을 더 늘릴 개혁안을 발표했어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선 이러한 흐름을 두고 엔지니어가 중국의 새로운 군대로 떠오른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길러낸 인재들은 AI, 드론, 로봇 등 차세대 기술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요. 이런 성장의 기반은 막대한 투자와 인재를 아끼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중국의 주요 주석들이 다 이공계 출신들입니다. 시진핑은 화학공학 출신이고요, 후진타오는 수리공학과 출신, 장쩌민 역시 전기기계학과 출신입니다. 이들은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OECD가 발표한 국내총연구개발비입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게 바로 중국이죠. 중국은 2023년 미국 총연구개발비의 95%까지 따라왔어요. 이러한 투자는 중국 정부 주도로 이뤄집니다. 정부 소속 기관이 직접 수행한 금액만 따로 보면 중국은 미국의 1.6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죠. 이러한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과학원'입니다. 중국과학원은 중국 국가기관 중 하나로 자연과학분야 학술기구이자 중국 정부의 자문기구입니다. 과학기술 연구기관 글로벌 랭킹을 따져보면 중국과학원이 항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연구 능력을 인정받는 곳이죠. 이 과학원에선 수리물리학, 화학, 생명의학, 지구과학, 정보기술과학, 기술과학 이렇게 6개 분야에서 최고로 뛰어난 과학자들에게 원사라는 직책을 부여해주고 있어요. 일단 원사로 뽑히면, 중국 정부는 각종 연금과 연구비를 지원해 주고 의전도 배려해 주는 등 극진히 대접합니다. 국가 최고 수준의 학자를 우대해 드리는 거죠. 2024년 7월 기준으로 총 856명의 원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국가의 중차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조언을 해주고, 그와 동시에 자신들의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공계 인재 부족한 한국... 있는 인재도 빠져나간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있던 이공계 인재마저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인재 유출은 과거부터 문제가 되어 왔었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두뇌유출지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2019년에 30위였다가 2023년에 36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작년에 30위로 다시 회복하긴 했지만 인재 유출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순위죠. 미국으로 나가는 고급 인재들의 규모도 상당합니다. 미국 정부에서는 과학, 교육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고급인력에게 EB 1, 2 비자를 발급해 주는데 2023년 한국인 가운데 이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이 모두 5,684명이나 됩니다. 2024년엔 5,847명으로 더 늘었고요. 이걸 인구 규모로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압도적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EB 1, 2 비자 발급 인원을 살펴보면 2023년엔 우리나라는 11.0명, 2024년엔 11.3명입니다. 일본, 중국, 인도와 비교해서 적게는 8배, 많게는 17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연구력을 인정받은 고급인력들이 이렇게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환경과 대우 때문입니다. 해외에선 국내보다 월등히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미국은 인재 확보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연봉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메타가 새로 만든 슈퍼인텔리전스 팀이 있는데, 이 팀을 책임질 핵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기업 인수로만 14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9조 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우리나라 과기정통부의 2025년 예산이 18조 9천억 원인데 말이죠. 경제적인 문제는 단순히 자라나는 새싹뿐 아니라 석학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부터 '국가석학'이라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적인 석학을 뽑아 지원하는 거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국가석학 1호, 2호가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국가석학 1호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는 정년퇴임 이후 국내 연구처를 찾지 못하다 중국행을 선택했습니다. 중국의 후베이공업대학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 교수를 영입한 거죠. 후베이공업대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1만 6,000제곱미터 면적의 연구소 설립을 주도하는 권한을 이 교수에게 줬습니다. 국가석학 2호인 이기명 고등과학원 교수도 비슷합니다. 마찬가지로 정년퇴임 후 안정적인 국내 연구소를 찾지 못하자 베이징의 수리과학응용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국내 입자물리학 권위자인 김수봉 서울대 교수도 또 나노소재에서 한 획을 그은 홍순형 카이스트 교수도 중국 대학으로 이동했습니다. 이공계를 가지 않고, 의대를 가는 학생들 국내에서 연구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는 대학원생들 정년 이후 중국으로 옮기는 교수님들까지 이 모든 게 개인의 문제인 걸까요? 2020년 기준으로 근무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 3,000만 원이고요 같은 시기 이공계 박사 평균 연봉은 9,820만 원입니다. 해외에 나가면 더 많은 돈을 받고 연구를 할 수 있고 중국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연구력만 인정되면 많은 돈과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쟁하고 싶은 기술 선진 국가들을 보며 눈은 저 높이 올라갔는데, 연구진들의 경제적 환경과 연구 환경은 그들과 비교해서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 와중에 지난해엔 R&D 예산이 깎이기도 했고요. 미래 기술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의 인재 확보 경쟁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입니다. 오늘 데이터로 확인한 대한민국의 이공계 인재 상황은 이 전쟁에서 우리가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 서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요. 설상가상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인구 절벽은 이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고요. 더 늦기 전에 대응해야 합니다. 최고의 인재들이 의대로 향하고, 어렵게 키운 석학들이 미국과 중국으로 떠나는 것을 더 이상 개인의 선택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될 겁니다. 연구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안정적인 지원, 실패를 용납하고 새로운 도전을 격려하는 문화. 구조적인 환경 개선으로 인재들이 머물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게 모든 해결의 시작일 겁니다.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 2025中国大学排名 | 上海软科教育信息咨询有限公司 - 浙江省2024年普通高校招生普通类第一段平行投档分数线表 | 教育部教育考试院 - 2024년도 대한민국 자연계 입결 순위 | 시대인재 - 과별 예상 합격선과 평균 성적 (1986) | 중앙일보 - 내 점수로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나 (1985.12.28.) | 조선일보 - 전국 의과대학 신입생 과학고・영재학교 출신 현황 | 이정헌 의원 국감 보도자료 - Number of Regular Students for Normal Courses in HEIs by Discipline 2001-2022 |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 China’s new army of engineers (2025.06.26.) | The Economist - Main Science and Technology Indicators | OECD - Brain drain index |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 National Visa Center, Visa Statistics | U.S. Department of State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요즘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드라마 시리즈 글로벌 TOP 10에 들어가면 오징어게임 3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영화 글로벌 TOP 10을 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가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미국에서 만든 케이팝 아이돌 애니메이션 영화가 이 정도로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죠. 김구 선생님이 말한 문화의 힘을 이제야 깨닫는 듯 한데요, 오늘 오그랲에서는 이 문화의 힘을 데이터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또 내실은 탄탄한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분석해 봤습니다. 마치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듯한 한국 콘텐츠 먼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겠죠. 이 영화는 한국의 케이팝 아이돌이 악귀들을 때려잡는 영홥니다. 영화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애니메이션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가 넘쳐흐르고 있어요. 밥 먹기 전, 식탁에 휴지를 까는 건 기본이고, 어디선가 본 듯한 골목들과 장소가 나오고 민화 '작호도'에서 볼 법한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하기도 하죠. 너무나도 한국적인, 또 한국인들도 때때로 놓칠 전통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애니메이션 영화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먹히겠어? 싶었는데, 웬걸요, 공개 4일 차에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41개국에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대흥행을 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이 주인공이니만큼 영화에 등장한 노래들도 인기몰이 중입니다.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의 How It's Done과 Golden, 그리고 5인조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의 Soda Pop과 Your Idol은 모두 3,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죠. 미국 스포티파이 차트에서는 이 노래들이 순위 경쟁까지 하고 있습니다.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는 사자 보이즈와 헌트릭스의 차트 순위 경쟁입니다. 6월 25일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이 TOP10에 8위로 차트인한 이후 꾸준히 헌트릭스의 주요 곡들보다 순위가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8일에 헌트릭스가 사자보이즈를 밀어내고 정상을 차지했어요. 미국 데일리차트 1위는 케이팝 걸그룹 최초의 기록입니다. 이전 최고 기록은 블랙핑크의 '사워 캔디'가 기록한 3위였고요. 물론 그보다 앞서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은 7월 3일과 7월 7일에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이 기록 역시 케이팝 보이그룹 최초 기록입니다.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기록한 3위를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운 겁니다. 이번엔 오징어게임3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국내에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흥행성적은 매우 좋습니다. 넷플릭스 최초로 공개 첫날에 93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어요. 그리고 이 기록은 7일 연속으로 쭉 이어졌죠.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얼마나 고마울까요? 데이터를 살펴보면 오징어게임 역대 시즌의 수치가 압도적입니다. 오그랲 두 번째 그래프는 오징어게임 시즌별 주간 시청자수입니다. 시즌 1이 공개된 3주 차에 주간 시청자수가 무려 6,870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 숫자는 역대 넷플릭스 최고치입니다. 2위는 시즌 2의 공개 첫 주에 찍은 6,800만 명이고요, 3위는 시즌 3는 첫 주 시청자수인 6,010만 명입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대한민국 콘텐츠의 시청시간 점유율은 8~9%로 압도적인 미국 콘텐츠에 이어 우리나라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보다 더 높은 수치입니다. 사실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한국의 힘이 느껴지고 있어요. 두 콘텐츠의 흥행에 한 달 앞서서 또 하나의 낭보가 들려왔죠? 한국 창작 뮤지컬인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연극, 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 토니상을 수상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사랑을 다룬 한국의 SF 뮤지컬이 작품상을 비롯해 10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이 중 6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미국 대중문화계에 가장 권위 있는 상 4개가 있는데요, TV 방송계엔 에미상, 음악계에는 그래미상, 영화는 오스카가 있고, 연극과 뮤지컬에는 토니상이 있습니다. 이 네가지 상의 첫 글자를 따와서 EGOT이라고 부르는데, EGOT을 달성하면 미국 대중문화에 한 획을 그었다고 인정받죠. 전설적인 팝스타 엘튼 존도 EGOT을 달성하는 데 37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어쩌면 해피엔딩'의 수상으로 대한민국이 국가단위로 EGOT을 달성하게 된 겁니다. 1993년에 소프라노 조수미, 2011년에 첼리스트 김기현, 2012년에 황병준 엔지니어가 그래미상을 수상하면서 G를 제일 먼저 달성했고요, 그다음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년에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오스카 트로피도 거머쥐었죠. 그리고 2022년에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수상하면서 EGO를 만들었고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연극과 뮤지컬 분야에서 이번에 토니상을 받으면서 EGOT을 완성시킨 겁니다. 이제 해외에 나가서 한국 문화를 접하는 게 더 이상 어깨가 으쓱해지는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해외 길거리에서 케이팝이 흘러나오고, 해외 서점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게 놀랍지 않을 정도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커졌습니다. 생활양식까지 바꾸는 '소프트파워' 문화의 힘 이처럼 좋은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넷플릭스가 지난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 한국, 브라질, 프랑스, 일본, 태국 등 8개국의 1만 1,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K콘텐츠가 한국의 세계적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거죠. 한국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일수록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역시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콘텐츠 소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음식도 맛보고, 한국의 패션과 뷰티 트렌드에도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학습하고 더 나아가 한국을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도 이어집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건 한국의 뷰티 산업입니다. 한국의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의 스킨케어와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거든요. 구글에서 최근 5년간 'skincare'를 검색한 글로벌 이용자들의 연관 검색어를 살펴보면 한국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예 'Korean Skincare'라는 단어도 있고요, 미국에서 대박 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Beauty of Joseon)와 글로우레시피(Glow Recipe)도 확인할 수 있어요. 이런 관심은 실제 시장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코스메틱 사업의 성장세를 오그랲 세 번째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 코스메틱 시장을 주름잡던 곳은 프랑스와 미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성장세가 심상치 않죠. 코로나19 판데믹에 이커머스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꾸준히 수출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어요. 2020년 미국을 제치고 화장품 수출 점유율 세계 2위에 올랐고, 그 상승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났어요. 불닭볶음면 같이 한국의 매운 음식에 도전하는 챌린지 콘텐츠는 이미 일찍부터 유튜브, 틱톡을 가리지 않고 유행이었죠? 참고로 불닭볶음면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2020년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더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2024년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의 3배를 넘어섰습니다. 라면뿐 아니라 만두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포르투갈 여행을 갔는데 현지 식료품점에서 비비고 만두를 쉽게 구매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대한민국 전체 식품류 수출 규모는 2013년 4조 3,100억 원 규모에서 2023년 8조 6,200억 원으로 2배 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이 한국 문화의 고점이면 어쩌지? 문화 전반에 걸쳐, 나아가 생활양식에까지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문화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구나 새삼 놀라게 됩니다. 전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은 연평균 5%가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요, 지금과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의 영향력도 커질 겁니다. 그런데 한국 문화의 이런 강력한 바람이 얼마나 지속될까요? 한편에서는, 지금이 한국 문화의 정점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8위입니다. 문제는 향후 성장 전망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4년 해외 32개국의 콘텐츠 시장을 분석했는데요, 한국의 콘텐츠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4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조사 대상국 중 뒤에서 7등으로 상당히 낮아요. 콘텐츠산업의 수출액 흐름에서도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습입니다. 오그랲 네 번째 그래프입니다. 2013년엔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수출액이 채 50억 달러가 되지 않았었는데, 2019년엔 1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간 성장률이 크게 꺾였어요. 2023년 수출액 성장률은 0.7%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았고, 2024년 역시 1.8% 성장에 그쳤습니다. 우리 문화의 힘이 정체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는 특히 영화계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전 세계의 영향력 있는 영화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편을 뽑아달라고 요청했는데요, 1위가 바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습니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가 선정한 순위에서도 '기생충'은 1위를 차지했어요. '기생충' 외에 100위 안에 들었던 한국 영화는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가 있었습니다. 독자들 순위에선 '아가씨'도 포함되었고요. 문제는 이겁니다. 봉준호, 박찬욱 그다음에 올 넥스트 인물이 없다는 거죠. 봉준호, 박찬욱, 거기에 홍상수, 이창동까지 이른바 '봉박홍이' 이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감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영화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올해 칸영화제에 한국 영화 초청작이 한 편도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러한 위기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물론 1차 초청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최종 초청작에는 대한민국 영화 2편이 포함되었습니다. 오그랲 마지막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984년 우리나라 영화가 처음으로 칸영화제에 초청된 이래로 현재까지 총 137개 작품이 초청되었습니다. 올해 초청작은 딱 두 편 있었고요. 그래프를 보면 적지 않은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등이 포진된 칸영화제 공식 부문에 초청되어 왔어요. 그 정점은 2009년이었습니다. 당시 박찬욱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포함해 장편, 단편, 고전 복원 작품까지 포함해 총 9편이 초청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세가 지금은 꺾였어요. 2010년대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한국영화는 더 이상 칸영화제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이팝의 위기론도 비슷합니다. BTS와 블랙핑크 다음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요. 실제로 두 그룹이 지난해 그룹 활동을 쉬면서 케이팝 성장세가 주춤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실물 음반 판매량은 2023년 피크를 찍고 2024년엔 20% 가까이 줄기도 했고요.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선봉장이었던 한국영화와 케이팝에서 최근 성장세가 꺾이는 등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한국 문화는 이제 정점을 찍고 내려올 일만 남은 걸까요? 어쩌면 아직 너무 이른 판단일지도 모릅니다. K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고, 미국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같은 작품이 또 나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오늘 확인한 데이터를 보면 화려한 외형과는 다르게 우리 내부의 동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본 듯한 속편과 리메이크 작품들이 극장가를 채우면서 새로운 이야기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한국 영화의 칸영화제 초청 실적은 하향세에 접어들었죠. 반면, 일본 영화계의 상황은 다릅니다. 한때 한국영화의 활력과 다양성을 부러워한 일본 영화계는 올해 칸 영화제에 장편 영화만 6편을 올리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내실이 단단해야, 외부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질 겁니다. 그 내실은 새로운 시도에서 나올 수 있고요. 어디선가 본 듯한 성공 공식의 반복 대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Daily Top Songs USA | Spotify Charts - Global Top 10 Non-English Shows | Netflix Tudum - South Korean shows are the most popular non-US content on Netflix | Ampere - 100 BEST MOVIES OF THE 21st CENTURY, NYT - ITC Trade Map - Google trend - 연간차트 기준 Physical 앨범 판매량 |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써클차트 - 2024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 | 한국콘텐츠진흥원 -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 | 한국콘텐츠진흥원 - 식품 등 생산액, 출하액, 수출액 통계 | 식품의약품안전처 - 2025년, K-뷰티의 현황과 전망 | 삼성증권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정을 운영할 인사들이 발표되고, 곧 있으면 인사청문회 정국이 시작됩니다. 이미 발표된 인선을 보면 매우 파격적인 인물들도 눈에 띕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던 건 대한민국 과학과 기술, 특히 AI를 이끌어 나갈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대한민국 AI를 이끌어나갈 리더들과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소버린 AI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도대체 소버린 AI가 무엇이길래 이번 정부에서 이렇게 파격 인사를 하면서까지 공을 들이는 것인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소버린 AI' 말하던 전문가... 공직으로 전격 발탁 이번 인선 중에서 가장 핫했던 인물은 아마도 초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된 하정우 수석일 겁니다. 하정우 수석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삼성SDS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2015년 네이버에 입사해 주욱 네이버의 AI를 이끌어온 AI 전문가입니다. 직전까지 네이버 퓨처 AI센터를 이끌면서 네이버의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총괄해 왔죠. 젊은 기업인을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으로 발탁하는, 말 그대로 파격적인 인선이 이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정우라는 인물을 검색했는데요, 1,000만 배우 하정우보다 먼저 검색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주목할만합니다. 배경훈 장관 후보자는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탈레스, SK텔레콤 등을 거쳤습니다. 하정우 수석이 네이버에서 AI를 책임지고 있었다면 배경훈 장관 후보자는 LG에서 AI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2016년에 LG에 합류한 배경훈 후보자는 2020년부터 LG AI연구원을 이끌면서 LG의 AI 모델인 EXAONE 개발을 관장했어요. 대한민국에서 AI 모델을 주체적으로 만들던 기업은 네이버와 LG 이렇게 두 곳이 대표적인데, 이 기업들의 실무 책임자를 전격적으로 공직자로 발탁한 겁니다. 두 사람이 기업 출신의 AI 전문가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또 다른 공통점도 있습니다. 바로 '소버린 AI'죠. 이들이 강조하는 소버린 AI. '자주적인', '주권이 있는'이라는 뜻을 가진 소버린에 AI가 붙은 것으로, 단어 뜻 그대로 각 국가가 주체성을 갖고 만든 AI를 의미합니다. 다른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AI 모델은 우리 문화와는 맞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 줄 가능성이 있거든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국가별로 자신들의 제도와 문화, 역사를 정확히 이해하는 주체적인 AI를 만들고 운영하겠다는 게 바로 소버린 AI입니다. 단순히 데이터와 AI 학습에서 주체성을 갖는 것을 넘어서서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 또 전력망과 에너지까지 AI 전체의 가치 사슬에 기술 주권이 필요하다는 개념으로도 확장됩니다. 소버린 AI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기술 혁신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에서도 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입니다. 미국의 리서치 기업 가트너에서는 매년 특정 기술의 성숙도를 표현하는 그래프를 발표하는데요, 작년에 발표한 이 사이클에서 소버린 AI는 기술에 대한 기대가 최정점에 오르는 거품기 영역 초입에 있습니다. 이 위치에 있다는 건 이미 일부 기업들은 소버린 AI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반면 일부 기업들은 거품이라 생각하며 아직 관망하고 있다는 건데요. 즉 어쩌면 지금이 소버린 AI에 뛰어드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사이의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소버린 AI를 두고 관망하는 국가, 기업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굳이 글로벌 시대에 국내 기술로만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 있냐는 거죠. 또 현실성이 있냐는 문제도 있고요.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모델과 우리나라가 개발한 AI 모델 사이엔 현실적으로 성능 차이가 있는데, 굳이 성능 떨어지는 자국 모델을 쓰고 개발할 바에는 해외에 잘 나가는 AI 모델을 사 오거나, 혹은 협업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게다가 돈을 내지 않고도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오픈소스 AI 모델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만큼 이런 모델들을 활용해서 개발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이 그래프는 무료로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과 돈 내고 써야 하는 폐쇄형 모델의 성능을 비교한 그래프인데요, 오픈소스 AI 모델의 성능이 나쁘지 않습니다. 가장 성능이 좋은 폐쇄형 모델과 비교해 보면 시차는 존재하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고, 서비스를 만들고 적용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죠. 그런데 말이죠. 최근에 발생한 이 사건 때문에 소버린 AI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갖던 여론이 변하고 있습니다. 유럽이 네타냐후 때리자 이메일 끊어버린 트럼프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 ICC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하마스 군사 지도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들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전쟁으로 반인륜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였는데요, ICC에서 서방 동맹국의 현직 지도자가 전쟁 범죄와 반인륜범죄 혐의로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강력히 반발했어요. 지난 2월에 네타냐후가 미국을 방문했는데, 이 시기에 맞춰서 트럼프 대통령이 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죠. 이 행정명령 이후, 제재 리스트에 오른 검사팀의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 계정이 정지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검사들이 사용하던 이메일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예 중단되어 버린 거죠. 이 사건이 유럽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트럼프가 막 나가는 건 뭐 한두 번 일이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렇게 발 빠르게 이행한다? 트럼프가 미국의 기술 패권을 무기 삼아 동맹국에게도 공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유럽은 당장 행동에 나섰습니다. 당장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업무 시스템 일부를 미국 서비스가 아닌 유럽산으로 교체했죠. 2024년을 기준으로 미국 기업들은 유럽 클라우드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21%로 가장 높고, 여기에 2위 아마존의 AWS까지 합치면 38%가 넘죠. 거기에 구글 클라우드, IBM, 오라클 같은 다른 미국 기업까지 더하면 그 비율은 60~65%까지 늘어납니다. 미국 기술 기업에 기대고 있었던 유럽은 이 사건이 터진 후 유럽이 주체적으로 개발한 클라우드 서비스 이른바 소버린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나아가 앞으로 개발할 AI에서도 타국에 휘둘리지 않을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죠. 국제형사재판소가 위치해 있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네덜란드 결제 시스템인 iDeal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유럽 의회의 의원인 바르트 그루트하위스는 아예 유럽이 자체적으로 사용할 클라우드를 만들자고 촉구했고요, 네덜란드 내의 국회의원들은 정부를 향해 2029년까지 네덜란드나 유럽산 클라우드를 최소 30%는 사용해야 한다고 청원하기도 했습니다. '기술 주권' 뼈저리게 느낀 유럽... 소버린 AI 투자 확대 이 사건 이후 유럽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버린 AI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오그랲 네 번째 그래프는 유럽의 소버린 AI 투자 현황입니다. 일단 영국은 아예 소버린 AI 전담 부서를 설립했고요. 영국의 AI 모델 컴퓨팅 역량 개선에 10억 파운드를 지원할 것이라 발표했어요. 프랑스는 자국의 간판 AI 스타트업인 미스트랄에 공력을 더 들일 계획입니다. 미스트랄의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85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덴마크는 작년부터 자체 소버린 AI인 게피온에 7억 덴마크 크로네를 투자한다고 이야기했고요, 독일의 도이치 텔레콤은 유럽 최초로 산업용 AI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200억 달러를 투자해서 유럽 내에 4개의 AI 기가팩토리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유럽 국가들의 발표를 유심히 살펴보면 국가 정상들과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젠슨 황이죠. 엔비디아는 유럽 국가들이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느끼자 그 니즈에 발 빠르게 반응하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젠슨 황은 국제형사재판소와 마이크로소프트 사이의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달부터 유럽 순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실 소버린 AI라는 개념 자체가 젠슨 황이 지난 2023년부터 세일즈 하던 개념입니다. 국가별로 언어와 지식, 역사, 문화가 다른 만큼 자국만의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런 소버린 AI 만들 때 필요한 인프라, GPU는 엔비디아 것 사라고 판촉 행사도 함께 하는 거죠.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별로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128개의 모델, 중국이 95개 모델을 개발했어요. 그 뒤를 우리나라와 프랑스, 일본, 독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유럽 주요 국가들도 늘어나는 투자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겁니다. 우리나라도 이에 뒤처지지 않게 지원하려고 하고 있고요.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의 소버린 AI 경쟁력이 나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이 총 14개로 전 세계 3위거든요. 이 14개 모델 중 네이버 모델이 3개, LG가 개발한 모델이 5개입니다. 한국의 소버린 AI를 만든 두 기업의 전문가가 지금 공직에 들어와 있는 것이죠. 점점 더 문 닫는 AI 기술... 소버린 AI가 대안 될까? 이 문서는 작년 10월에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AI에 대한 국가안보각서, NSM입니다. NSM은 안보 관련 지침을 미국 정부 내 각 부처에 전달하는 공식 문건인데요, 과거에 핵전략 사용과 확산 방지 관련해서 진행되던 문건입니다. 이 문서에서 미국 정부는 앞으로 AI 기술을 핵무기와 같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본격적으로 미국이 자국의 AI 기술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이죠. 마치 핵무기처럼 말이죠. AI에 있어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이 앞으로 더 자국의 기술을 보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트럼프 정부에선 이미 유럽이라는 동맹국을 향해 클라우드 차단이라는 실제 행동까지 보였으니 배타적인 모습이 줄어들 거라고 기대하긴 힘들지 모르죠. 게다가 오픈소스 모델의 선두 주자였던 메타가 오픈소스 모델 개발을 그만둔다는 얘기도 솔솔 들려옵니다. 지난달 말에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메타가 그간 오픈소스로 개발하던 모델 Llama를 폐쇄형으로 돌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앞으로 닥쳐올 AI 시대에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기술 안보 측면에서라도 소버린 AI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 주권이나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료 기록과 금융 데이터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가 해외 기업이 소유해도 될까요? 중국 딥시크 쇼크가 터졌을 때, 바로 나왔던 이슈가 내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빠져나간다는 데 괜찮을까였거든요. 중국에 내 정보가 나가는 것은 안 되고, 미국은 괜찮다? 점점 더 배타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런 판단도 쉽게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국방, 군사 분야에서의 AI 활용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 AI 모델에 자국 국방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건 위험할 수 있죠. 소버린 AI는 이러한 민감한 데이터를 자국 내에서 처리,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자국의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한 만큼 자국의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는 AI라는 강점도 있습니다. 빅테크에서 만든 모델이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정도와 아시아에서 만든 모델이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미국과 중국의 모델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각각의 AI 모델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소버린 AI를 포용적 AI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미 이런 모델을 운영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가 있는데, 싱가포르는 특히 의료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기존 의료 데이터는 서구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는 슈퍼컴퓨터 ASPIRE를 활용해서 싱가포르인과 동남아시아인에 특화된 유전적 특징을 분석해서 의료 분야에 활용하고 있어요. 의료, 바이오 데이터뿐 아니라 법률, 문화 등에 소버린 AI가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서로 다른 다양한 문화가 기술에 녹아들 수 있고, 나아가 국가의 공공 서비스와 핵심 산업에서는 AI를 통한 혁신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정부의 소버린 AI에 대한 의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네이버와 LG에서 AI를 이끌던 핵심 인재들을 공직으로 발탁한 것만 봐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죠. 게다가 세계정세의 흐름을 보더라도 소버린 AI의 필요성은 명확해 보입니다. 트럼프의 제재가 유럽이 아닌 대한민국을 향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일단 해외 빅테크들과 손 잡았던 우리나라 기업들도 정부의 방향에 발맞춰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KT와 SKT에서는 자체 AI 모델 개발에 다시 힘을 쏟고 있고, 다른 기업들도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물론 소버린 AI가 만능 해결책은 아닐 겁니다. 기술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죠. 하지만 기술 주권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우리만의 AI를 갖는다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과 유럽의 약진 사이에서 우리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Hype Cycpl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2024 | Gartner - How Far Behind Are Open Models? | Epoch AI - Notable AI Models | Epoch AI - Europe Cloud Computing Market Size, 2025 - 2034 | GMI - In Pursuit of Godlike Technology, Mark Zuckerberg Amps Up the A.I. Race | NYT - 글로벌 초거대 AI 모델 현황 분석 (2024년 조사)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 미국 AI 국가안보각서(AI NSM) 분석 및 시사점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박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