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의 간극을 데이터로 줄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떡볶이와 야구, 그리고 영화를 좋아합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전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누었던 과거 편지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어느새 햇수로 3년 전인 2021년 12월에 발송한 마부뉴스인 <출근길 장애인 기습시위, 어떻게 생각해?> 편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편지에선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 활동가들은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하철 승강장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죠. 아마도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에 있어서 변화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함께 하는 길, 평등으로 향하는 길" 지난주 토요일은 제44회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저 문장은 이번 장애인의 날 슬로건인데요, 슬로건과 우리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습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그중에서도 교육 분야에서의 간극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함께 교육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봤어요. 그래서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어우러지려면? 특수학급 교원 1인당 학생수 평균 4.2명 장애를 갖고 있건, 장애를 갖고 있지 않건,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당연히 차별 없이 우리 사회는 그 요구를 들어줘야겠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지체장애 등…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특수교육대상자로 지정하고, 이들을 위해 특수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을 권리, 교육 기회의 평등은 장애인, 비장애인을 가려선 안 될 테니까요. 특수교육은 헌법과 교육기본법 같은 법률로써 정해두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단 특수교육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량부터 살펴보도록 할게요. 저출생이 이어지면서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소식, 독자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전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증가하는 게 있으니, 바로 특수교육대상자입니다. 규모 자체는 증감이 있지만, 전체 학생 수 대비 비율을 살펴보면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2023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생을 다 합치면 572만 1,731명입니다. 그중에 특수교육대상자는 모두 10만 9,703명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3년엔 그 비율이 1.2%였는데 10년이 지나면서 0.7%p나 늘어났죠.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그 비율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은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을 가르치고 관리해야 하는 특수교육 교원은 그만큼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2023년 특수교육 교원 수는 기간제 교사까지 포함하면 2만 5,599명으로 2022년과 비교해서 637명 늘었습니다. 2013년의 1만 7,446명과 비교해도 꾸준히 늘어온 건 맞지만, 특수교육대상자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 4명마다 1명의 교원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원이 과거보다는 양적으로 늘어났기에 교원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장애 학생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여전히 법적 기준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2023년 특수학급 교원 1인당 학생수는 평균 4.2명입니다. 중학교를 제외하면 모두 4명을 초과하고 있죠. 초등학교에선 특수교육 담당 교원 1명 당 4.2명의 학생들을 담당해야 하고, 고등학교의 특수교육 선생님은 4.1명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 계산엔 정규 교원이 아닌 기간제 교원까지 포함해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 관리해야 할 학생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통합교육 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오늘날 특수교육에서 가장 큰 변화는 통합교육의 확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합교육은 장애아동을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아동과 함께 교육시키는 건데,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어요. 2023년 전체 10만 9,703명 중 73.3%의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아동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합교육의 질적인 향상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아요. 단순히 숫자만 늘었다는 거죠. 아래 그래프를 살펴볼까요? 과거에 비해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재학하는 비율은 확실히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일반학급에서 함께 공부하는 장애학생의 비율은 어떨까요? 오히려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사실. 2023년 일반학급에서 함께 공부하는 장애학생의 비율은 16.8%로 2014년의 17.9%보다 1.1%p 감소했어요. 일반학교에 배치되었더라도 특수학급으로 분리해 교육을 받는 거죠. 통합교육의 확대를 자랑할만한 통계량은 있지만 무늬만 통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게다가 앞서 살펴봤듯 특수교육 교원은 여전히 법적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통합교육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터져 나온 게 주호민 작가와 특수교사 사이의 아동학대 논란 같은 이슈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사회적 갈등이 터져 나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대화하면서 갈등을 조정해야 했지만 그렇게 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건 이후 혐오만 커져 버렸죠. 장애학생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기도 했고요. 여전히 많은 장애학생들은 비장애학생의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분리되고, 체험학습이나 수련회에 동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학생을 수용하기보다는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가 굴러가는 탓도 있지만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부족한 영향으로 볼 수 있어요. 특수교육 인프라도 지역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서 혜택을 못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국 특수학교 194곳 중 청각장애 특수학교는 13곳이 있어요. 그런데 13곳 중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만 절반이 넘는 7곳이 몰려있죠. 경상도엔 한 곳도 없고, 광주, 대전에도 아예 시설이 없는 겁니다. 학교를 가기 위해 시와 도를 넘나들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아니면 일반학교에 가야 하는데 제대로 된 통합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그러다 보니 절반이 넘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일반학교로 가고 있습니다. Q. 통합교육을 하는 이유는? 일단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구분 없이 통합교육은 교육적 효용성이 높습니다. "세상은 다양하고 모두 평등하다"는 건강한 세계관을 확립하게 해주기 때문에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아주 좋은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죠. 인권친화적 학교문화는 모두가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을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사회가 형성되거든요.“ 장애인의 교육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권리를 균등한 기회에 기초하여 차별 없이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수준에서의 통합적인 교육제도와 평생교육을 보장함은 물론 장애인의 통합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2006년에 채택퇸 UN 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 1항의 내용입니다. 통합교육은 보호받아야할 장애인의 권리이자 UN이 보장하는 학습개념이기도 하죠. 우리나라도 2008년에 이 협약에 비준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진정한 통합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한 대한민국 이번엔 우리나라 특수교육 실정이 어느 수준인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게요. OECD에서 5년을 주기로 교원과 교직환경에 대해 국제비교 조사를 하는 게 있습니다. 이름하여 TALIS라는 조사인데요, 2008년부터 시작됐고 2013, 2018년 그리고 올해 4번째 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근치인 2018년 자료를 가지고 와 봤어요.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10명 중 1명 이상인 반에서 가르치는 교사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래 그래프에 그려봤습니다. OECD 회원국은 평균 27.4%를 기록했습니다. OECD 회원국의 교원 4명 중 1명 꼴은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비율은 5.9%입니다. OECD 회원국 중에 가장 낮은 수치죠. TALIS에는 OECD 회원국뿐 아니라 다른 조사 국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까지 포함하더라도 우리나라 밑에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조지아, 그리고 아르헨티나 이렇게 4개국뿐입니다. 특수교육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볼게요. 미국은 TALIS 조사에서 OECD 국가들 중 3위를 기록했습니다. 50% 이상을 기록한 국가는 미국을 포함해 칠레, 벨기에 단 3개국밖에 없어요. 2020년 미국 장애인교육법 연간보고서를 살펴보면 만 6세에서 21세까지 미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중 무려 95%가 일반 학급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반학교에 장애학생이 진학을 결정하면, 특수교원과 지원 인력이 붙어서 개인별로 맞춤 교육 과정을 마련해주고 있고요. 별도의 특수기관에서 수업을 듣는 5%의 장애학생들도 통합교육의 기본 원칙에 따라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매주 2회씩 일반학교와 통합교육을 시행하는 식으로 말이죠.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둔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매주 최소 2회씩 커뮤니티 적응 훈련도 병행하면서, 장애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말입니다. 독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 독일에서는 장애인은 특수학교에 가는 것이 상식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7년, 리스본에서 유럽연합의 청소년들이 모여 '교육에서의 다양성' 공청회를 진행했고 여기서 이른바 리스본 선언이 이뤄졌죠. "모든 인간은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선언을 통해 장애인들도 특수학교만이 아닌, 일반학교에도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독일에선 통합교육을 향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본격적으로 통합교육으로 원칙을 정한 건 앞서 살펴본 UN 장애인권리협약이 공식 인준된 2009년부터고요. 그렇게 노력한 결과 2008~2009년에 특수교육 대상자 중 일반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 전체의 19%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2018~2019년에는 그 비율이 43%로 증가했습니다. 다만 독일 내 교육정책 결정권은 각 주 정부에 있기 때문에, 지역별 격차가 크고 변화가 미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를 위해 외국에선 통합교육뿐 아니라 어린이 프로그램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비장애 아이들이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특히 유아기, 어린이 시기에 타인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 정착되는 만큼 TV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보다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 아마 새서미 스트리트라는 어린이 프로그램 알고 있는 분 있을 겁니다. 새서미 스트리트는 미국 PBS에서 1969년 첫 방송되어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어린이 인형극의 원조격인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평등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과거부터 노력해 왔습니다. 6, 70년대 방영 초기 때부터 히스패닉 이민자 캐릭터들을 등장시켜서 일부 주에선 방영 금지 조치되기도 할 정도였죠. 지난 2017년 4월, 새서미 스트리트에 자페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줄리아라는 친구가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미국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어린이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킨 거죠. 제작진들은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인사를 건네도 아무 대답 없이 그림만 그리는 줄리아를 보고 서운해하는 친구에게, 줄리아가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서 대답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친절히 설명해 주는 식으로 말이죠. 미국뿐 아니라 영국의 <토마스와 친구들> 애니메이션에도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브루노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브루노의 목소리 연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가 직접 참여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EBS에서도 작년부터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별이가 등장하고 있어요. 별이와 이야기하면서 발달장애 친구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함께 가는 길, 평등으로 향하는 길 2008년 우리나라도 UN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협약을 위반한 사실을 통보할 수 있는 개인통보제도, 그리고 직권조사제도가 담긴 선택의정서는 빼고 협약을 했죠. 당시 반쪽자리 협약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에게 두 차례에 걸쳐 선택의정서 비준을 권고했지만, 14년의 시간을 미루고 미뤄서 2022년 12월이 되어서야 비준이 이뤄졌어요. 앞서 살펴봤듯 아직 우리나라는 장애인 권리의 국제적 기준에 많이 못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더 그렇고요. 하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조금씩 국제 기준에 발맞춰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도만 있다고 끝이 아니겠죠. 제도가 지켜질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고, 인력 충원도 이뤄져야 할 겁니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대부분의 문제는 예산 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합니다. "장애가 있는데 왜 우리 학교에 오나요? 특수학교에 가면 될 것을…" "스스로 이동 수업에 참여할 수 없으면, 우리 학교에 입학하긴 어려워요." 2022년 기준으로 장애학생과 학부모의 95%가 학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교육 기관으로부터 차별과 거부의 목소리를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도 빨리 바뀌어야 할 겁니다. 함께 가는 길, 그것이 곧 평등으로 향하는 길인 만큼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부뉴스도 열심히 노력하도록 할게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어떤 상황인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혹시 레터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아쉬운 점이 있으면 아래 댓글을 통해 의견 남겨주세요!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전호연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디스토피아 영화 혹은 괴수 영화에 나올 법한 문장이지만, 이 문장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이 지난 11일에 이야기한 겁니다.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기후 사령탑의 경고,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전 세계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했지만 2030년까지 배출량을 줄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이미 나오기도 했고요. 특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선진국에게 더 강력한 목표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선진국 자국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술 전수, 기금 지원 등의 역할도 요구하고 있죠. 오늘 마부뉴스에선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선진국들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포함해서 말이죠. 그래서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선진국의 깨끗한 비밀? 선진국의 탄소는 정말 줄었을까요? 선진국 "그래프를 보세요,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요!" 일단 선진국이 기후위기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겠죠? 175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국가별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가지고 와 봤습니다. IMF에서 나누어 놓은 기준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나누었고, 배출량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일단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2년 자료를 보겠습니다. 2022년 선진국의 탄소배출량은 107억 5,942만 2,680t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무려 252억 5,445만 8,602t으로 선진국의 2.3배 수준입니다. 현재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겁니다. 선진국 입장에서는 "우리 기술 혁신으로 배출량 줄이고 있다"라고 큰소리 칠 법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선진국들이 잘해서 선진국들의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는 걸까요? 물론 선진국의 노력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선진국이 자국 내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는 오류를 두고 '네덜란드의 오류'라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환경이 깨끗한 건 네덜란드가 잘해서만이 아니라는 거죠. 네덜란드의 환경이 깨끗한 이유는 실은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산업을 해외로 옮겼기 때문이거든요. '네덜란드의 오류'라는 말은 1971년 발간된 논문 <Impact of Population Growth>에서 처음으로 등장해요. 이 논문은 지속적인 인구 증가가 환경과 사회, 그리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었는데, 여기서 네덜란드의 사례가 나오죠. 네덜란드는 자국의 경제적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네덜란드 국경 밖의 거대한 자원과 넓은 땅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단백질 수입이 많았고, 곡물의 63%를 수입해 왔고, 면화의 100%, 양모의 77%를 수입했어요.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광물 자원은 거의 대다수를 수입해 쓰고 있고요. 네덜란드의 오류는 국제적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단순히 각 국가의 책임만으로 돌리고, 환경 문제는 전가될 수 없다고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선진국이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은 환경오염과 탄소배출을 하고 있다고 보이게 만들죠. 앞서 살펴본 그래프에서도 현재 상황만 본다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어서 개발도상국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 쉬울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개발도상국 탄소배출량에는 사실 선진국이 영향을 준 부분이 감춰져 있다는 거죠. 바로 탄소배출 외주화를 통해서 말이에요. 오염의 외주화, 탄소배출의 외주화 탄소배출 외주화는 말 그대로 탄소배출이 많이 발생하는 산업들은 외주를 주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선진국 입장에선 공해가 뿜어져 나오는 굴뚝산업은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지게 만들고, 그들이 만든 상품만 구매하면 되는 거죠.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생산시설을 개발도상국에 분리 운영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요, 혹은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해서 선진국 자국 내에서는 판매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개발도상국에 판매하는 것 역시 탄소배출 외주화, 오염의 외주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소배출 외주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개념이 있어요. 바로 탄소배출의 성격과 범위를 나누는 Scope라는 녀석입니다. Scope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Scope 1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업이 직접 소유한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장에서 쓰는 전기가 탄소가 뿜뿜 터져 나오는 화석 연료일 수도 있고, 탄소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무공해 재생에너지일 수도 있잖아요? 이 부분에 집중한 게 Scope 2입니다. Scope 2에서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확인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Scope 3에서는 제품이 만들어진 다음 단계인 유통, 판매, 처리, 가공 등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량을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의 사례를 가지고 Scope 개념을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할게요. 사실 애플은 직접 자신들의 제품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Scope 1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Scope 2는 애플 사무실을 돌리는 데 사용되는 전기의 탄소배출량 정도일 거고요. 애플 입장에선 Scope 1과 2의 수치를 가지고 마케팅을 한다면, 애플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Scope 3까지 포함한다면 어떨까요? Scope 3에는 애플의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는 업체들의 탄소 배출량도 들어갑니다. 타이완의 폭스콘과 심플로, 중국의 더사이, 일본의 TDK 같은 기업체들이 포함될 겁니다. 거기에 소비자들이 애플의 제품을 사용할 때 쓰는 전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포함되고요, 또 제품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탄소도 들어가죠. 2023년 애플이 공개한 환경발전 보고서에서 데이터를 가져와봤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애플이 배출한 Scope 1의 규모는 5만 5,200t이고 Scope 2는 3,000t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Scope 3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무려 2,054만 5,800t입니다. 전체 배출량 중에 Scope 3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9.8%나 되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 항목은 제품 생산 과정입니다. 제품 생산에서만 1,340만t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어요. 2021년에 나온 미국 대기업의 탄소배출량을 분석한 <Outsourcing Climate Change>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Scope 3 배출량의 비중이 늘어나면, 기업 전체의 탄소 배출량에서 Scope 1의 비중이 감소하는 경향이 발견됐어요. 즉 미국의 회사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제조 국가(대부분이 개발도상국이 될 테고)의 탄소 배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줄어든다는 거죠.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환경오염 관련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에게 아웃소싱을 한다는 겁니다. 선진국 "오염을 팝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고차 수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1992년 통계 집계 이래 2023년의 중고차 수출 대수가 거의 50만 대에 육박하더라고요. 위의 그래프를 보면 중고차 수출 규모가 급등한 순간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대한민국의 중고차가 인기라고 해요. 탄소배출의 외주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중고차 이야기는 왜 갑자기 꺼냈는지 궁금하죠? 지난 2월에 유엔환경계획(UNEP)이 중고 대형차와 환경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중고차 시장에서 미국, EU, 일본과 더불어 우리나라는 큰 손으로 꼽히거든요. 유엔환경계획에서는 중고차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봤습니다. 중고차 중에서도 대형 중고차가 문제입니다. 대형 중고차는 소형차보다 판매수는 적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든요. 일단 대형 중고차를 수입하는 국가는 모두 146개국으로 조사됩니다. 그중에 122개국이 저소득층 국가로 분류되죠. 하지만 중고차 연식에 제한을 두는 수입 국은 80개국에 불과합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로부터 대형 중고차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가나, 리비아, 마다가스카르 순인데요. UNEP가 분류한 이들 국가의 환경 규제 상황을 살펴보면, 리비아와 마다가스카르는 매우 취약(Very Weak)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선진국들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량의 공급을 늘리고 있습니다.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세제 혜택을 주면서 친환경 전환 속도를 늘리고 있죠. 전환의 대상이 된 디젤과 가솔린 엔진의 중고차들은 개발도상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유엔과 환경단체에선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는 곳이 되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선진국의 탄소배출 외주화는 중고차 시장뿐만이 아닙니다. 유럽에서 에너지 전환에서 친환경으로는 둘째 가면 서러울 독일도 최근 비판을 받고 있거든요. 독자 여러분, 예전에 <수소가 경제를 바꾸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레터에서 살펴봤던 색색깔의 수소 기억하나요? 그중에서도 재생 에너지를 통해 물에서 추출해 내는 가장 친환경적인 그린 수소를 두고 독일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친환경 전환을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지역에서 그린수소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어요. 유럽의 기업 감시단체인 기업유럽관측소(CEO, Corporate Europe Observatory)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현재 26개 국가에서 수소 사업을 벌이고 있죠. 그런데 그린수소 생산에 따른 비용과 피해는 사업대상국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예전 레터에서도 다루었지만 아직까지 그린수소 사업은 효율이 좋지 않아서 물과 에너지 사용량이 많거든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 에너지 부족 사태와 토지 분쟁, 재정난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글로벌 패션, IT 기업들도 '오염 아웃소싱' 오염 아웃소싱은 국가 단위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됩니다. 환경 악당으로 손꼽히는 패션 분야의 상황부터 보시죠. 글로벌 패션 기업의 거대 의류 공장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할 수 있고, 환경 규제 제도가 허술한 덕을 보겠다는 거죠. UN 기후협약에는 패션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협약이 따로 존재합니다. 이름하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산업 헌장’이라는 건데, 이 협약에 참여한 기업들만 해도 110개나 됩니다. 나이키, 자라, H&M 등 전 세계 패션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약속과는 다른 모습들이 여전히 보입니다. STAND.earth라는 환경단체가 검증한 자료를 보면, 여전히 탄소 배출량은 많고, 오염 외주화는 지속되고 있거든요. 구찌, 루이비통, 샤넬, 까르띠에, 에르메스, 티파니앤코, 몽클레어, 프라다, 버버리 등 9개 명품 패션 브랜드의 상황을 살펴보니, 이들이 2021년에 배출한 탄소가 무려 1,350만 t입니다. 리투아니아 국가 하나의 탄소 배출량과 맞먹죠. 패션 기업들이 배출하는 탄소의 90% 이상은 제조 단계에 몰려있습니다. 그런데 명품 브랜드 제품에 들어가는 가죽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질까요? 아닙니다. 이탈리아 가죽이라는 라벨은 단순히 이탈리아에서 가죽이 완성되었다는 의미일 뿐이죠. 이탈리아로 가죽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 중 하나는 바로 브라질입니다. 브라질의 최대 소고기 및 가죽 회사인 JBS가 아르마니, 루이비통, 펜디, 프라다 같은 명품 브랜드에 가죽을 납품하고 있죠. 그런데 이 기업은 아마존의 열대우림 파괴에 1등 공신으로 꼽히는 기업이기도 해요. 이번엔 IT 기업들의 상황입니다. 앞서 살펴본 애플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소니, 델 같은 IT 기업들은 여러 국가에 제조업체를 두고, 다국적 인프라망을 활용하고 있어요. 그린피스와 STAND.earth가 주요 IT 기업 10곳(애플, 구글, MS, hp, 아마존, 레노버, 델, 소니, LG, 삼성)과 이들에게 납품하는 동아시아의 제조업체 14곳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그중에서 애플은 공급망 업체의 탈탄소화를 설정한 유일한 기업으로 조사됐어요. 앞서 살펴봤듯 애플은 전체 탄소 배출의 99.8%가 Scope 3에서 나오고 있었잖아요? 애플은 2017년부터 밸류체인 내 관계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Scope 3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기업은 애플이 유일하죠. 이렇게 데이터로 관리가 가능하니까 정확한 전략을 세울 수 있고, Scope 3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거죠. 실제로 2017년 2,733만t이 넘던 Scope 3의 규모는 작년엔 2,054만t 수준으로 줄어들었어요. 작지만 큰 변화입니다. 하지만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와 공급망 업체 간에 큰 성과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공급업체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응답한 곳도 애플과 구글뿐이었고요. 공급망 자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기업도 여전히 많았고, 공급 업체의 재생에너지 수치가 존재하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Scope 3 공시 의무화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오염을 외주화 하고, 탄소배출을 외주화 하는 걸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기업과 정부가 나서서 행동해야 할 겁니다. 앞서 살펴본 브라질 아마존 삼림벌채의 원흉인 JBS에 대해선 유럽 식료품 체인점에선 실제로 제품 납품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 삼림이 무분별하게 벌채되는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행동이었죠.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기후 공시자료에 Scope 3 탄소 배출량을 포함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단순히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탄소만 공시해서는 이렇게 아웃소싱된 오염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밸류체인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도 현미경을 가져다 대겠다는 거였죠. 당연히 기업들의 반발은 컸습니다. 그리고 최근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승리한 것 같기도 해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채택한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에 Scope 3가 제외되었거든요. 뿐만 아니라 Scope 1, 2를 보고해야 하는 기업 범위도 줄어들었고요. 기업 입장에서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진 최종안이지만, 여전히 기업 집단과 공화당에서는 반발이 큽니다. 공화당이 이끄는 일부 주 정부에선 기후공시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고요. 우리나라도 Scope 3의 공시는 3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선 2026년 이후부터 ESG 공시가 도입될 예정인데, Scope 3는 3년간 면제, 그러니까 2029년부터 포함되는 겁니다. 도입 첫 해에만 공시 요건에서 빼주는 국제 기준안에 비해 많이 완화된 거로 볼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이 어떻게 탄소배출을 외주화 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에선 계속 어려운 일을 미루고 있죠. 산업계 입장에선 당장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어려운 와중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거긴 하지만요. 독자 여러분은 외주화를 막기 위한 Scope 3 공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도입해야 할까요, 아니면 경제 상황에 맞춰 조금은 여유를 두어야 하는 걸까요? 아래 댓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전호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 그중에서도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 총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투표 잘하셨나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오랜만에 정치 관련 주제를 가지고 와 봤습니다. 이번에 투표하면서 혹시 이런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국회의원의 규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말이죠. 비수도권 지역은 소멸해 가는데… 그렇다면 비수도권 국회의원은 그에 따라 줄여야 하는 게 맞는 건지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주제는 바로 국회의원 정수 문제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국회의원 300명, 늘려야 할까요? 줄여야 할까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300명이 되기까지 본격적인 국회의원 정수 이야기를 하기 앞서서 어제 우리가 투표한 22대 총선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고 시작해 봅시다. 우리는 어제 한 사람당 2표를 던졌습니다. 하나는 내가 속한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뽑는 데 던졌고, 또 하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위한 표였죠. 46석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두고 무려 38개 정당이 경쟁하면서, 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모두 300명입니다. 그중 지역구는 254명, 비례대표는 46명이죠. 아래 그래프를 보면 초대 제헌 국회 때부터 이번 22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규모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최초의 국회의원은 모두 200명이었어요. 그러다가 1960년 5대 총선에서 상원과 하원을 두는 양원제를 도입하면서 의원수가 291명으로 급증했죠. 하지만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면서 국회의 권한은 줄어들었어요. 그 결과로 국회는 다시 단원제로 돌아왔고, 규모도 쪼그라들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1987년 9차 개헌 이후입니다. 그러니까 제6공화국 이후인 13대 국회부터 살펴보면 국회의원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죠. 딱 한 번 IMF때 말고는 없습니다. 1997년 당시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한민국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던 상황이라, 국회에서도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국회의원 규모를 줄였거든요. 지역구 의석 26석을 줄였는데, 이 시점 빼고는 13대부터 현재까지 지역구 의석은 야금야금 늘어나고 있어요. 이번에도 지난번보다 지역구 1석이 늘어났죠. 독자 여러분, 혹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도권에 배치된 국회의원 의석수가 얼마나 될 것 같나요? 정답은 서울 48석, 경기도 60석, 인천 14석으로 모두 122석이나 됩니다. 전체 지역구 254석 중에 48%가 수도권인 거죠. 많아도 너무 많죠? 그런데 말입니다, 조금만 더 곰곰이 생각을 해 볼게요. 현재 우리나라는 매우 심각한 인구 분포의 불균형을 갖고 있습니다. 지방은 소멸하고 있고, 수도권은 인구를 끊임없이 흡수하면서 그 규모가 커지고 있죠. 2024년 3월 현재 대한민국 인구는 모두 5,129만 3,934명입니다. 그중 서울과 경기, 인천을 합친 수도권 인구는 2,603만 3,235명으로 전체의 50.8%, 절반을 넘고 있습니다. 이 인구 규모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수도권 국회의원이 적은 상황입니다. 수도권을 2.8%p 과소대표하고 있는 셈이죠. 여기서 선거구의 딜레마가 생깁니다. 인구비례에 맞추기 위해선, 수도권의 국회의원을 늘리고 지방의 국회의원 규모를 줄여야 해요. 그런데 그렇다고 수도권의 국회의원을 늘리자니, 지방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겠죠. 지역을 대표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겁니다. 고민이 되는 겁니다. 선거에서 인구대표성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지역대표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대의 민주주의에서 대의되는 건 사람 먼저, 선거에서 인구비례성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A 선거구는 B 선거구에 비해 인구수가 3배 정도 많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각 선거구에서 뽑는 국회의원의 수는 1명으로 동일하잖아요? 그러면 A에 사는 주민 입장에선 자신의 1표 가치가 B 선거구의 주민 투표 가치보다 3분의 1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A 선거구 주민 3명이 모여서 1표를 던져야, B 선거구 시민의 1표와 같은 효력이 생길 테니까요. 즉, B 주민의 1표가 A 주민의 1표보다 3배 효력을 갖고 있는 만큼 투표에서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선거로 대표자를 뽑는 대의 민주주의에서 투표의 가치는 동등해야 합니다. 이 평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게 민주주의의 핵심이잖아요. 모든 구성원의 의견 개진이 평등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인구비례에 맞춰진 투표가 중요합니다. 땅이 크건, 작건 중요하지 않고 대의 민주주의에서 대의되는 건 땅이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한 번 과거 국회의원 선거 데이터를 통해 인구비례성이 얼마나 잘 맞춰져 왔는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위의 그래프에는 13대, 15대, 17대, 그리고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각 지역구별 선거인구 규모를 나타내봤습니다. 가장 작은 선거인수를 가지고 있는 지역구를 기준으로 상대적인 비율을 계산한 거죠. 1988년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는 그 차이가 무려 4.6배였어요. 전남 장흥군의 1표가 서울 구로갑의 1표보다 4.6배 더 가치 있었습니다. 단원제 하에서는 당선된 국회의원이 획득한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된 후보자가 획득한 투표수가 많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대의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에서는 투표에서 인구비례성을 맞추기 위해 수차례 노력했어요. 헌재가 투표 가치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편차를 조정하는 판결을 때마다 내렸거든요. 1995년과 2000년, 그리고 2014년 이렇게 3번의 조정이 있었습니다. 1995년에는 인구 편차의 상하 기준을 4대 1로 맞추라고 했고, 5년 뒤엔 3대 1로, 2014년엔 2대 1 수준으로 줄이라고 했죠. 이 기준에 맞게 선거구들을 조정하면서, 그래프에서도 보이듯 편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번 22대 총선에선 선거인수가 가장 작은 부산 강서구 대비 가장 큰 서울 관악구갑이 2.2배 수준입니다. 인구만 대표하다간 지역소멸 가속화 인구비례성을 강조하다 보면, 수도권에는 국회의원의 규모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번 미래 권역별 국회 의석수를 추정해 볼게요.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라 2050년까지 국회의원 의석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254석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인구규모에 따라 국회의원 분포는 어떻게 변할까요? 먼저 2050년이 되면 서울과 인천, 그리고 경기 이렇게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3.0%까지 증가합니다. 인구에 비례해 배치된 의석수는 134석 정도 될 거고요. 2048년도와 2049년엔 최대 135석까지 늘어나죠. 지방에서도 중부권(강원, 충청)에선 규모가 증가합니다. 2030년 36석이었던 중부권의 국회의원 규모는 2050년엔 39석으로 3석이나 늘어납니다. 반면 영남권에서는 감소합니다. 2030년엔 60석이었지만, 2050년엔 55석으로 5석이나 줄어들죠. 분석 결과를 보면, 앞으로 수도권의 선거구에는 수가 늘어나고, 비수권은 전반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위 변화가 그대로 미래의 선거구 분포에 반영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꾸준히 인구비례성을 강조하고 있고, 그에 따라 선거구가 재조정된다면 수도권의 선거구 편중 현상이 더 강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방은 더욱 발전하기 어렵겠죠. 도농 간에 나타나고 있는 경제력의 현저한 차이나 인구 격차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지역이익이 대표돼야 할 이유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은 투표가치의 평등 못지않게 중요하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에서도 일부 재판관들은 인구비례성만을 좇아서는 안된다고 반대의견을 냈어요. 지역 이익이 대표되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거였죠. 인구 비례만 강조하면 수도권에는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이 돌아갈 겁니다. 비수도권의 혜택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지역균형 발전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그러면 지역의 인구는 더 쪼그라들고, 수도권 인구는 더 커지게 될 거고요. 사람들이 경험하는 정책 서비스의 불균형도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각 자치구마다 각각의 대표 국회의원들을 두고 생활할 수 있어요. 일례로 이번 총선에서 화성시민의 경우 무려 4명의 국회의원을 두고 정책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지금도 홍천군, 횡성군, 영월군, 평창군 이렇게 4개의 도시 주민들은 단 1명의 국회의원을 두고 정책 서비스를 받게 됩니다. 2016년엔 무려 5개의 도시(홍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가 하나의 선거구로 묶이기도 했었고요.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면 5개, 6개, 7개의 도시가 하나의 선거구로 묶일 수도 있을 겁니다. 정책 서비스의 격차는 더 커지겠죠. 선거는 끝났지만, 풀어야 할 게 산더미 그렇다면 대안은 있을까요? 인구비례성도 중요하고, 지역대표성도 중요한데 말입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선거제도는 인구비례성, 즉 투표가치의 평등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기준치를 명확히 하고,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대표성을 보장하도록 제도를 갖춰야 하는 게 아닐까요? 해외에선 어떻게 이 두 가지를 함께 갖고 가는지 살펴볼게요. 일단 미국의 경우 인구 평등 원칙, 즉 투표 가치의 평등을 가장 1순위로 생각합니다. 선거구별도 동일한 인구수를 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죠. 미국뿐 아니라 독일 등 다른 정치 선진국들도 과거보다 현재 더 강한 투표 가치 한계치를 두고 있어요. 이 흐름을 헌법재판소에서는 언급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국가들은 상원과 하원을 두는 양원제 국가기 때문에 지역대표성이 많이 보완이 됩니다. 미국은 우선 인구수와 관계없이 각 주마다 2명씩 상원의원을 선출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역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셈이죠. 지역대표성은 상원에다가, 인구비례성은 하원에다가 각각 보장하는 식인 겁니다. 즉 양원제는 인구비례성과 지역대표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선거제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양원제를? 그러려면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할 텐데… 쉽지 않을 겁니다. 이번엔 영국과 캐나다의 사례입니다. 두 국가 모두 양원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하원 선거에서 인구 외에도 다른 요소를 고려해 선거구를 획정하고 있습니다. 넓은 면적 대비 인구가 적은 지역에 예외적으로 국회의원 의석을 배정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로 치면 너무 큰 선거구에 대해선 해당 지역에 국회의원 의석을 추가로 더 주는 식으로 적용할 수 있겠죠. 역시 이 제도도 국회의원 규모가 늘어나야 가능할 겁니다. 빨라지는 지역 소멸의 속도, 그리고 저출생 고령화. 인구 구조의 불균형이 심각한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한다면, 선거 제도와 선거구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선관위에서도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선거구 획정 제도 개선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인구비례와 지역대표성을 함께 보장하려면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과 특권을 생각한다면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죠. 현재의 권한 그대로, 의원 규모만 늘어날 경우 생기는 문제도 클 수 있고 말입니다. 국회의원 선거는 끝이 났지만, 앞으로 미래를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인구비례성과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의원 규모를 늘려야 할까요? 아니면 지금도 제대로 일은 하지 않고, 특권만 누리는 의원들이 있는 만큼 그 규모를 줄이고, 다른 제도를 고민해봐야 하는 걸까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아래 댓글을 통해 남겨주세요.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전호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마부뉴스가 장바구니 물가를 분석했던 <사과 하나에 만 원이라고?> 편지를 보낸 게 어느새 2달 전인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도 물가 상황이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과일 값과 유가 불안의 영향으로 두 달 연속 3%를 기록했더라고요. 사과와 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조사 이래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과일 물가도 벅찬데 해외에서 또 다른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로 초콜릿 이야기입니다. 초콜릿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코코아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값싼 초콜릿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거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던데…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초콜릿과 카카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이제 초콜릿이 사치품이 될 거라고? 구리보다 더 비싸진 코코아 국가 간에 거래되는 원자재 값을 확인하려면 일단 뉴욕의 상품거래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에 있는 상품거래소에선 다양한 상품들을 국제 기준에 맞춰 표준화하고, 규격화해서 대량으로 유통하고 있거든요. 보통 광물이나 원료를 다루는데, 그렇다고 해서 실제 농수산 시장처럼 상품을 거래하는 건 아니고 미래에 특정 가격에 거래하자고 약정을 맺고 계약하는 선물거래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뉴욕상품거래소를 뉴욕선물거래소라고 하죠. 여하튼, 지금부터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코아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코코아, 카카오 둘 다 익숙한 재료죠? 하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혹시 알고 있나요? 우리가 먹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선 카카오나무가 필요합니다. 카카오나무엔 카카오 열매가 열리고요. 이 카카오 열매의 씨앗을 카카오 빈(카카오 콩)이라고 부릅니다. 카카오 빈을 가공해서 가루로 만든 게 바로 코코아입니다. 코코아 가루에다가 생크림도 넣고 버터도 넣고 만들면 우리가 먹는 초콜릿이 되는 거죠. 이 코코아의 가격이 지난 3월 26일, 톤당 10,080달러를 찍으면서 역대 최초로 1만 달러를 돌파해 버렸습니다. 4월 1일엔 10,120달러로 장을 마감했고요. 어제는 그래도 그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9,857.5달러를 기록했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최고 거래 가격은 1만 달러를 넘길 정도로 코코아 가격 상승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3월 1일만 해도 코코아 가격은 톤당 6,826달러였는데 한 달 사이에 50%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최근 폭등하고 있는 가격의 흐름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3월의 6천 달러도 엄청 비싼 가격입니다. 작년 3월엔 2,800달러에 불과했거든요. 이번 1만 달러 직전까지 코코아 가격이 가장 비쌌던 때는 1977년입니다. 당시엔 톤당 6,000달러 수준까지 올라갔었어요. 당시는 코코아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 석유 파동의 영향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던 때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6,000달러를 넘어서 1만 달러를 돌파해 버린 거죠. 현재 코코아의 가격은 구리보다 더 비쌉니다. 최근 구리가 AI나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인프라의 핵심 재료로 각광받고 있거든요. 구리 수요가 늘어나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4월 2일 가격을 살펴보면 톤당 9천 달러가 되질 못합니다. "구리, 코코아보다 싸다!"를 붙여놓고 광고해도 될 정도로 가격 차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코코아 생산의 60%가 서아프리카에서 그렇다면 왜 이렇게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걸까요? 그걸 살펴보려면 코코아가 어디서 생산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전 세계 식량이 어디서 생산되고 어디로 판매되고 있는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FAO 데이터를 분석해 봤더니, 2022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코코아 빈은 모두 587만 4,582톤입니다. 그런데 이 생산량의 60% 이상이 서아프리카에 집중돼 있죠. 가장 많은 코코아 빈이 생산되는 곳은 코트디부아르입니다. 2022년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빈 생산량은 모두 223만 톤으로 전체의 37.2%를 차지합니다. 뒤이어 가나(110만 8,663톤)가 2등, 인도네시아(66만 7,296톤)와 에콰도르(33만 7,149만 톤)가 각각 3, 4등을 차지했어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나이지리아, 카메룬 이렇게 서아프리카 4개국이 생산하는 양이 전 세계의 65.4%나 될 정도로 집중도가 상당합니다. 이렇게 생산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어 있는 경우, 자칫 삐끗하면 전 세계 공급망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이미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피부로 느낀 바 있기도 하죠. 아마 독자 여러분 중에 식용유 대란 기억나는 분 있을 겁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최대 해바라기씨유 수출국이거든요. 두 국가의 생산량이 전 세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전쟁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버리자 어떻게 되었나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식용유 대란이 발생했었습니다. 가뭄과 폭우로 썩어버린 카카오 해바라기씨유만큼 코코아 빈도 서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서아프리카에 이상 기후가 찾아와 버린 거죠. 작년 여름에 마부뉴스에서 ‘슈퍼 엘니뇨’ 이야기했던 것 기억나나요?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어느 지역은 폭우가 내리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이 발생할 거라고 했었는데요. 역시나 서아프리카 지역도 슈퍼 엘니뇨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엘니뇨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고온, 건조한 가뭄을 선사했습니다. 최근까지도 그 영향이 이어졌는데, 올해 2월엔 서아프리카 남부 해안 지역에 일찍이 폭염이 찾아왔죠. 2월 11부터 2월 15일까지 기온이 40도를 넘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보통이라면 4월은 넘어야 그 정도 온도를 찍는데 2개월이나 일찍 찾아온 겁니다. 기온만 높을 뿐 아니라 습도도 높아서 열 지수(heat index)로 보면 평균 50도 수준으로 분석됩니다. 기후에 민감한 카카오 입장에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고온으로 인해 토지 증발이 가속화되고, 제대로 수분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니까 열매가 제대로 맺어지질 못하는 거죠. 공급되는 수분이 너무 많아도 문제입니다. 엘니뇨로 인해 기후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폭염뿐 아니라 폭우도 이어졌는데요, 2023년에 서아프리카에 내린 총강수량은 지난 30년 평균치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잦은 비로 인해 코코아 빈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결국 상품성 있는 코코아 빈의 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 영향으로 2024년엔 최대 40만 톤 가량의 코코아 빈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2022년 이후 3년 연속으로 공급량이 마이너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코아 빈 공급 부족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코코아 재고량이 1977년에 기록한 최저치 수준인 2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Q. 커피 원두값도 고공행진 중이라고? 초콜릿 뿐만 아니라 일상 속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커피 생산량의 29%를 차지하는 주요 원두 품종인 로부스타의 가격이 최근 폭등했거든요. 올해 1월 기준으로, 커피 선물은 작년 말 대비 22.9%, 로부스타 선물은 30% 이상 증가했어요. 홍해 사태랑 기후 위기가 겹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커피 원두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죠. 작년 11월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 미국이 보복하며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결국 홍해가 막히는 사태가 발생했죠. 참고로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요한 무역 길입니다. 그런데 이게 막히니까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지인 베트남의 선박들이 다른 항로로 우회하며 해당 항로 운임비용이 약 150%나 올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엘니뇨 현상으로 베트남 남부지방에서는 비도 거의 내리지 않고 최고기온이 38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가뭄으로 2023년 베트남 커피 수확량만 무려 30%나 감소했죠. 운임비용 증가와 생산량 감소가 맞물려 원두가격도 사상최고를 기록하는 중입니다. 코코아 생산 구조의 근원적 문제 “아니, 카카오 열매에 곰팡이가 폈다면 농약을 치거나 좋은 비료를 뿌려서 대응하면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를겁니다. 맞습니다. 흑점병이라고 불리는 곰팡이 피해는 해법이 없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농약을 치거나, 좋은 비료를 사용할 농부들이 많이 없다는 거죠. 코코아는 미국처럼 대규모 농장에서 재배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중소규모의 농민들이 카카오를 생산하고 있죠. 그런데 이 농민들이 제대로 된 소득을 올리지 못한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코코아 선물 가격이 10,000달러를 넘어서면 농민들에게도 많은 이득이 들어가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코코아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정부가 중간 유통자 역할을 해서 농민들의 코코아를 산정된 구매가에 구매하고 있거든요. 한 번 아래 그래프를 봐 볼까요? 위 그래프를 보면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농민들로부터 일괄적으로 코코아 빈을 사들이는 금액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어요. 서아프리카에선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가장 생산 가치가 높은 코코아를 수확하고, 다시 4월부터 9월 사이에 중간 수확을 진행합니다. 그 시점에 맞춰서 정부는 주 추수 시점과 중간 추수 시점 이렇게 두 번에 걸쳐서 가격을 측정하고 있어요. 최근 워낙 코코아 가격이 늘어났기 때문에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인 1,500CFA(서아프리카 프랑)로 가격이 인상되긴 했습니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실제 버는 돈은 얼마나 될까요? 평균적으로 코코아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당 677.2프랑 정도로 추산하고 있더라고요. 2024년 중간 추수 시점 이후로 계산해 보면 농민들의 실질 소득은 ㎏당 822.8프랑이 될 겁니다. 4월 2일 환율 기준으로 농민들의 소득은 1,820원입니다. 코트디부아르의 평균 농민의 한해 수확량(1,500㎏)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에 273만 원에 불과하죠. 카카오를 재배해서 벌 수 있는 돈을 늘리기 위한 농부들의 선택은?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아프리카에서는 어린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코코아 농장의 아동 착취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해오고 있는 문제입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무려 156만 명 규모의 16세 이하의 어린이 노동자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고요. 친척들에 의한 인신매매, 농장주에게 불법적으로 팔려와서 일하고 있는 어린이 노동자의 흔적이 코코아와 초콜릿에 담겨있는 겁니다. 값싼 초콜릿은 이젠 안녕...? 카카오 농장의 아동 노동자 문제에 대해선 모두가 해결이 필요하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초콜릿 기업들도 마찬가지죠. 어린이 강제 노동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과거부터 내오고 있어요. 다만 아동 노동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사라지게 되면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집행기관인 EU집행위원회에서 분석해 보니 아동 노동에 의존하지 않고 코코아를 생산하면 가격이 최소 3~4배는 뛰어야 한다는 결과가 있기도 하거든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가격 인상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했습니다. 코코아 가격에 이른바 프리미엄을 붙여서 농가 소득을 늘리고, 정당한 노동력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였죠. 그런데 허쉬 초콜릿 같은 일부 초콜릿 기업은 그 인상된 돈이 아까워서 현물 거래를 하지 않고 직접 선물 시장에 뛰어들어 코코아를 수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값싸고 편하게 먹어온 초콜릿에는 이러한 흔적들이 담겨 있습니다. 농민들의 실질 소득을 높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한 재배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생산비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어린이 노동 착취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초콜릿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상 기후가 잦아지면서 그 사이클이 앞당겨졌을 뿐이죠. 초콜릿 기업들은 나름의 원재료 재고들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재고량이 바닥나면 초콜릿 인상은 뒤따라 올 겁니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선 부활절 시즌과 겹치면서 이미 초콜릿 가격이 인상되었어요.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합니다. 가나초콜릿을 만드는 롯데 관계자 인터뷰를 살펴보니 생산 이후 최대 위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어쩌면 지금 초콜릿 가격이 가장 싼 초콜릿일지 모릅니다. 앞으론 초콜릿이 손쉽게 사 먹는 간식이 아닌 마음먹고 사야 하는 사치품이 될 수도 있고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코코아 가격 상승이 왜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 생산 이면엔 어떠한 모습들이 숨겨져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영화 웡카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달콤한 에너지를 주었던 초콜릿이, 앞으로는 비싸질 수 있다는 게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번 레터를 읽고 궁금한 점이 있거나 마부뉴스 제작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아래 댓글을 통해 생각을 남겨주세요.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코코아 선물가격 그래프에 '카카오'라고 잘못 표기되어 해당 그래프를 수정하였습니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전호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예년이라면 한참 벚꽃과 목련 같은 봄꽃 이야기를 하면서 편지의 문을 열 텐데… 소식이 좀 늦어지고 있죠? 벌써 어느새 4월을 앞두고 있지만, 때늦은 꽃샘추위와 비 때문에 전국적으로 봄꽃 개화가 늦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최근 길가의 벚꽃나무들을 보면 다들 분홍빛 기운을 한 움큼 머금고 있는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습니다. 기분 좋은 마음을 갖고 본격적으로 마부뉴스 시작해 볼게요. 오늘 마부뉴스가 이야기해 볼 주제는 대체 단백질, 그중에서도 식용 곤충입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종종 뉴스를 통해서 식용 곤충 이야기를 들어왔을 겁니다. 최근 뉴스에선 곤충을 넘어서, 뱀고기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 그런데 궁금하지 않나요? 왜 계속 미디어에선 일반 고기를 대체할 자원으로 곤충을 꺼내는 건지 말이에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부분을 독자와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미래 식량의 해답은 정말 곤충일까? 인류는 고기를 대체할 단백질을 찾고 있다 유엔 산하에는 전 세계의 식량과 농산물 생산, 농민들의 생활을 관리하고 고민하는 기구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있습니다. FAO에서는 전 세계 식량 생산량 데이터를 관리할 뿐 아니라 기아 상황은 어떤지, 식량 안보가 불안한 국가들은 얼마나 되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죠. 앞으로 다가올 미래 식량 상황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2050년의 식량 상황을 전망해 본 <The Resource outlook to 2050>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2억 명 수준으로 늘어날 거고, 이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선 4.5억 톤의 육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어쩌면 2050년보다 더 빠른 미래에 찾아올 수도 있고요. 이미 2022년 11월에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고, 2021년 한 해에만 3.5억 톤 가까이 되는 육류가 생산되고 있으니까요. 전망치에 맞춰서 육류 생산량을 늘리면 대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지만, 육식이 가지고 있는 크나큰 단점이 있습니다. 육류를 생산하는데 너무나도 많은 자원이 들고, 생산 과정에서 기후 위기를 촉발시킨다는 한계 말입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대 20% 정도거든요. 예전 마부뉴스에서도 육식의 한계에 대해선 많이 다뤄 온 만큼, 자세한 설명은 예전 기사로 대체하겠습니다. ● 내가 채식을 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바뀔까? ● 내가 탄소 평생 줄여도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는 이유 ● 내가 마시는 우유의 나비효과는? ● '비건=친환경'이라는 인식, 정말인 걸까? 성장하는 대체 단백질 시장 기후변화의 속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식량의 생산량 자체도 영향을 받고 있지만 생산되는 식량의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버드 연구팀의 결과를 살펴보면 기후위기가 지속될 경우 식량 품질이 현저히 떨어져서 2050년엔 전 세계 인구의 1.3%, 그러니까 1억 2,200만 명이 단백질 결핍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식량 위기를 겪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선 필수 영양소 결핍이 큰 문제이거든요. 이걸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백질 공급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 기존 육류 생산은 기후 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이 사이클이 반복되면 식량 재난에 빠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사람들은 육류를 대체할 '대체 단백질'을 고안해 냈습니다. 콩과 견과류를 활용한 식물성 단백질, 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 단백질,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곤충 단백질까지… 위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대체 단백질 시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많은 시장 조사 기관에서 대체 단백질 시장은 매년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25년엔 178.6억 달러 규모, 그리고 2030년엔 최대 40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도 있더라고요. 주목할만한 건 곤충 단백질입니다. 식물성 단백질의 파이가 가장 크지만,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 건 곤충 단백질이거든요. 그렇다면 왜 곤충 단백질의 잠재력을 높게 보는 걸까요? 효율이 뛰어난 식용 곤충 우선 첫 번째 이점, 곤충은 우리 지구상에 참으로 많다는 점입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곤충이 최대 550만 종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우리가 발견한 곤충이 그중 20% 정도인데, 이 녀석들만 해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전체 생물 종 가운데 80%를 차지하고 있죠. 숲이든, 농경지든, 물 속이든 다양한 서식지에서 곤충은 발견됩니다. 괜히 지구를 곤충의 행성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죠. 이렇게 도처에 널려있는 이유 때문에 우리 인류는 농업 이전부터 곤충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해 왔습니다. 여전히 아프리카 48개 국가와 아시아 52개국, 남미 15개국 등에선 곤충을 먹고 있죠. 우리나라도 곤충을 먹는 게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른들 중에선 메뚜기를 튀겨먹거나 구워 먹는 분들을 아직도 종종 볼 수 있고, 누에나방 번데기로 만든 '뻔데기'는 술안주이자 별미로 여전히 소비되고 있으니까요. 두 번째 이점은 자원 효율성이 좋다는 겁니다. 곤충 단백질을 얻기까지 들어가는 자원은 다른 소, 돼지, 닭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적게 들어요. 한 마디로 말해 가성비가 좋다는 거죠. 우선 사료부터 보시죠. 사료전환율(FCR, Feed Conversion Ratio)이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고기를 얻어내는 데 얼마나 많은 사료를 드는지를 나타내는 효율인데, 가장 가성비가 좋지 않은 녀석이 바로 소입니다. 소는 소고기 1kg을 얻는데 10kg의 사료가 듭니다. 하지만 곤충은 곤충고기 1kg을 얻는 데에 사료 1.7kg 정도면 되고요. 곤충 사육은 땅과 물도 덜 들면서 환경 파괴도 적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닭, 돼지, 소와 비교해서 곤충은 50~90% 적은 토지만 필요해요. 온실가스도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1kg의 곤충 단백질을 얻는데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닭의 300분의 1, 소의 2,850분의 1 수준이죠. 게다가 가축의 분뇨에서 나오는 악취, 하천 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자원도 덜 들고, 환경 파괴도 적고. 거기에 하나 더, 양질의 영양소까지. 곤충 단백질에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요. 게다가 지방 함량은 적어서 저지방 고단백의 매우 이상적인 영양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비타민, 미네랄 등 우리 몸에서 매우 적은 양이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들이 가득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같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곳에선 미네랄 같은 미량 영양소 부족이 큰 문제인데, 곤충 단백질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 좋다고 다 먹을 수 있나…식용 곤충의 한계 이런 장점 때문에 곤충 단백질 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 정말 곤충 단백질이 미래에 우리 식탁에 올라오게 될까요? 식량 위기와 기아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 많은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선 식량 문제 이야기부터 해 볼게요. FAO가 2023/2024년 기준 곡물 생산 예측치를 발표했는데 그 규모가 28억 3,620만 톤입니다. 1년 28억 톤을 단순히 인구 80억 명에게 나누어주면 하루 971g 꼴로 계산되죠. 쌀 1kg이 보통 5인분 수준이니까 사실 지금 곡물 생산량 만으로도 우리 인류 모두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고 있어요. UN에서 2024년 현재 긴급 식량 구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인구가 2억 9,940만 명 정도인데, 2016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더 늘어났습니다. 식용 곤충이 영양학적으로 뛰어나고 생산 효율도 좋지만, 식량 문제는 이것 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사실 식량 위기는 철저히 정치적인 문제이거든요. 지금도 이미 잉여 생산 곡물이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과거보다 기아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죠. 전문가들은 대체 단백질, 특히 식용 곤충이 여러모로 탁월한 지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식량 위기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한계이자, 근원적 문제점인 거부감이 있습니다. 만약 독자 여러분의 식탁 위에 밀웜이나 귀뚜라미가 올라온다면 어떨 것 같나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린 돼지 목을 두고 고사를 올리는 것을 봤을 때의 거부감과 라즈베리를 안고 있는 귀뚜라미에 대한 거부감은 차이가 있을 겁니다. 곤충을 보면서 느끼는 징그러움과 혐오감이 곤충 단백질의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식용 곤충 시장을 선도하는 일본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참고로 일본은 일찍이 1993년부터 ‘곤충기능 이용기술 개발연구’를 국가 중점과제로 선정할 정도로 곤충 산업에 진심이었거든요. 2000년대 초반엔 4년 동안 2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식용 곤충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죠. 2022년 11월 일본 도쿠시마현의 한 고등학교에선 학교 급식에 식용 곤충을 처음으로 도입했어요. 이 고등학교에서는 환경 문제에 도움이 되고자 고기 대신 귀뚜라미 가루를 첨가해 크로켓을 만들어 봤어요. 재학생들에게 시험적으로 곤충 크로켓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핀 뒤에 최종적으로 급식에 포함하기로 결정했죠. 물론 곤충식을 먹을지 말지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게 했고요. 그리고 작년 2월, 귀뚜라미 가루를 이용해 고기만두를 만들어 급식을 두 차례 실시했지만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학부모들의 잇따른 항의를 받은 학교 입장에선 곤충식을 지속할 수 없으니… 그 이후로는 곤충식 급식이 진행되고 있지 않아요. 식용 곤충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곤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여러모로 지원과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2010년엔 곤충산업법이 제정되었고, 해마다 곤충산업 실태조사도 이어지고 있죠. 하지만 확실히 성장세가 더딘 모습입니다. 2022년 곤충산업 현황 실태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국내에 곤충업으로 신고한 업체는 모두 2,860개로, 2021년과 비교해 152개나 줄어들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곤충 농가가 위치한 경기도. 경기도엔 모두 631곳의 곤충 농가가 있는데 최근 상황이 심각합니다. 2022년에 경기도 내에서 새로 개업한 곤충 사육 농가가 38곳 중 4곳을 제외한 34개의 농가는 모두 같은 해에 파업신고를 할 정도죠. 경기도 곤충사육 농가의 평균 판매액은 불과 2,175만 원이었고요. 식용 곤충 시장의 미래는 이렇게 어두운 걸까요? 해외에서는 식용 곤충의 새로운 활로로 반려동물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럽 펫푸드 시장에서 식용 곤충이 프리미엄 사료로 자리 잡고 있거든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게 더 좋은 사료를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도 커지고, 그러면서도 환경에 도움을 주는 지속가능한 식품에 대한 관심도 커진 거죠. 고품질 단백질을 자랑하는 식용 곤충 사료는 이미 벨기에와 스웨덴 등에서 럭셔리 제품군으로 인기가 높다고 해요. 우리나라 곤충 산업 통계에서도 사료 영역의 성장세가 확인됩니다. 2022년 식용 곤충 판매액은 199억 4,800만 원으로 2018년의 226억 1,100만 원과 비교해서 감소했지만 사료용 곤충 판매액은 같은 기간 동안 21억 9,300만 원에서 112억 8,500만 원으로 급증했거든요. 사람의 식량을 대체하는 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사료에서는 그 잠재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식용 곤충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식용 곤충이나 식용 곤충으로 만든 식품을 소비할 의향이 있나요?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여러 이점은 있지만 여전히 심리적 저항감이 큰 식용 곤충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래 댓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혹시나 이번 레터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도 남겨주면 좋습니다.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뉴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전호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는 경칩이 지나가고, 어느새 낮과 밤이 같아지는 춘분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엔 10도 이상 오르다 보니 어느새 포근한 봄날씨를 느낄 수 있더라고요. 이제 곧 있으면 봄을 알리는 꽃들도 거리를 가득 메울 생각에 마음이 두근두근해집니다. 오늘 마부뉴스는 프랑스 에펠탑에 걸린 #MybodyMyChoice를 표지로 선정해 봤습니다. 지난 5일, 프랑스에서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임신중절권을 인정해 주는 개헌이 이뤄졌죠. 수많은 사람들이 파리 에펠탑에 모여 폭죽을 터뜨리고 환호했습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신체 자율성과 임신중절권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국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 준비해 봤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헌법에 임신중절권 넣은 프랑스, 우리나라의 상황은? 프랑스가 임신중절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다 프랑스에서 헌법이 개정되는 단계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일단 하원에서 헌법 개정안이 통과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상원에서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가지고 표결을 진행해서 통과해야 하죠.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다음,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소집한 상·하원 합동 특별회의에서 재적한 의원의 5분의 3 이상 찬성을 받게 되면 헌법을 수정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1월 30일 프랑스 국회가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프랑스 헌법에 명시하는 법안에 대해 표결을 했습니다. 하원에서는 찬성 493표, 반대 30표를 받아 압도적인 찬성으로 승인되었죠. 다음 단계는 상원입니다. 현재 프랑스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LR, Les Républicains) 의원들 가운데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의원들이 많아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2월 28일 상원 표결에서도 찬성 267표, 반대 50표로 무난한 통과가 이뤄졌습니다. 반대 50표 중 41표가 공화당 의원들의 선택이었지만, 72명의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고요. 법안이 양원을 통과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특별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3월 4일, 특별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헌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780표, 반대 72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개정된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라는 문구가 추가되었어요. 헌법에서 임신중절권을 보장한 건 프랑스가 세계 최초입니다. 임신중절 수술이 데이터로 관리되는 프랑스 사실 프랑스에선 1975년에 만들어진 '베이유 법'에 따라 임신중절이 비범죄화되었어요. 당시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었던 시몬 베이유가 만든 베이유 법에선 임신 10주 내의 임신중절을 허용해 줬거든요. 물론 당시의 베이유 법은 5년간 적용되는 한시법이었지만, 1979년 법이 개정되면서 한시법의 꼬리표를 뗐죠. 이 법안 이후 프랑스에선 합법적인 임신중절 수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법의 주역인 시몬 베이유는 3월 6일부터 발행된 프랑스의 새로운 10유로 센트 주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국가 통계기관인 조사연구평가통계국(DREES) 자료를 살펴보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 평균 21만 7,505건의 자발적 임신중절 수술이 집계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의 임신중절은 감소되었지만 2022년엔 24만 2,997건으로 증가했죠. 최근 33년 기간 중 최고 수치입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가장 임신중절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연령대는 20~29세로 분석됐어요. 1975년부터 프랑스에선 임신중절이 비범죄인데도 불구하고, 마크롱은 2022년 4월 재선에 성공하면서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왜 마크롱은 헌법에 임신중절권을 보장하려고 했던 걸까요? 비슷한 시기인 2022년 7월, 당시 유럽의회에서도 임신중절권을 ‘EU 기본권 헌장’에 포함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어요. 도대체 왜 유럽의회는 2022년 여름에 이 결의안을 채택한 걸까요? Q. 프랑스 임신중절 그래프에서 점선의 의미는? 프랑스에선 국가보건데이터시스템(SNDS)을 활용해서 임신중절을 한 여성의 치료를 익명으로 추적,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해 보니, 경우에 따라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의 임신중절이 기록된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이 절차는 동일한 임신에 대한 합병증 관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선 정식 통계를 계산할 때 제외하고 있어요. 다만 이 시스템이 갖춰진 게 최근인지라 2020년부터 수집이 가능해서, 그 데이터를 점선으로 표시한 겁니다. 과거 데이터(임신중절 전체 건수)는 파란색 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와는 다른 길을 가는 미국 마크롱의 공약 선언과 유럽의회 결의안이 채택된 2022년 여름, 그보다 앞선 2022년 6월 미국에서는 49년 만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졌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1년 성폭행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제인 로와 관련된 판결입니다. 물론 '제인 로'라는 이름은 가명이고요. 로는 임신중절 수술을 하고 싶었지만 텍사스 주의 병원은 거부하였고, 로는 텍사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사의 이름이 웨이드였기에, 이 사건을 '로 대 웨이드' 사건 혹은 판결로 부르죠. 당시 대법원은 7대 2로 임신중절에 대한 여성 권리가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어요. 프랑스의 베이유 법이 만들어진 1975년보다 2년 빠른 1973년에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인정해 준 진보적 판결이 이뤄진 겁니다. 그런데 이 판결이 2022년 6월 24일 공식 폐기 됐어요. 마크롱 대통령은 이 사건을 보고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아예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약속을 한 겁니다. 참고로 판결이 뒤집어진 배경에 대해선 예전 <임신중절권 뒤집겠다는 미국,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부뉴스를 참고하길 바랄게요. 간단히 정리하자면 트럼프 집권 시기에 대법관의 보수화의 결과라고 할까요? 이 판결이 뒤집어지자 이제 임신중절권은 주 정부의 권한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공화당이 득세한 남부 주들은 판결 폐기에 환호했죠.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구트마허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 24일 기준으로 전체 51개 중 15개 주에서 임신중절에 대해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남부 주죠. 반면 수도 워싱턴을 포함해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은 임신중절권을 주 법에 따라 보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남부 주에 사는 사람들 중에 임신중절이 필요한 경우일 겁니다. 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피난처로 이동하는 것뿐이죠. 특히 일리노이, 콜로라도 주 등 중부 지역으로 임신부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에는 2023년 상반기에 임신중절을 위해 주를 이동한 환자의 수치를 나타낸 건데요, 이 중에 일리노이 주가 가장 많습니다. 2023년 상반기, 일리노이 주로 이동해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임신부는 모두 1만 8,910명.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했어요. 미국 전체로 보면 임신중절을 위한 장거리 이동은 2배 이상 증가했고요. 산모의 건강을 해치는 사고가 늘어난다 주 단위를 넘어선 이동은 사실 엄청난 장거리 이동이라 임신부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임신중절을 할 수 없으니…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임신부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사고도 속속 들려오고 있어요. 특히 미국에선 작년 말 케이트 콕스의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2023년 여름에 셋째 아이를 임신한 콕스는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가 염색체 이상에 따른 치명적인 유전 질환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임신중절을 권고했지만 문제는 콕스가 텍사스에 살고 있다는 거였죠. 텍사스에선 현재 6주 넘은 태아는 중절을 금지하고 있거든요. 다만 예외가 있었는데, 모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수술이 가능합니다. 1심 재판부에선 콕스의 호소를 받아들여서 의료진이 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줬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텍사스 주 법무장관이 이 판결에 항소를 해버린 겁니다. 현재 콕스의 상황이 모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주장이었죠. 하지만 의료진은 더 늦어졌다간 콕스가 영원히 임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 우려했고, 결국 콕스는 뉴멕시코 주로 이동해 중절수술을 했습니다. 콕스뿐 아니라 텍사스에선 모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를 두고 법적 다툼이 이뤄지면서 피해를 보는 여성들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영에 따라 뒤바뀌는 임신중절권 지난주 목요일, 그러니까 3월 7일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국정 연설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 바이든 대통령은 케이트 콕스를 초청했어요. 연설을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이후 벌어진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쟁점이 되는 의제들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진보적 입장을 선명히 한 거죠. 임신중절권이 정치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여성의 건강권이 정치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정권이 교체되면서 임신중절권의 입장이 뒤바뀌었거든요. 2020년 12월에 아르헨티나에선 임신 14주 이내의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어요. 가톨릭 성향이 강한 중남기 국가에서는 대부분 제한적으로만 임신중절을 허용해 왔는데, 변화가 이뤄진 거죠. 작년 12월 새로 선출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후보 당시 임신중절 허용 법안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밀레이 대통령은 과거 "페미니즘은 기후 위기와 같이 사회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정권을 잡자마자 밀레이 대통령은 여성부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아직 법안이 폐지되진 않았지만 밀레이 대통령에 행보에 대한 분노와 우려가 가득해요. 올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여성의 날은 사실상 반정부 시위로 변모할 정도였죠. 2023년 봄에 퓨 리서치 센터가 24개국을 대상으로 임신중절권에 대해 조사를 한 자료가 있습니다. 조사 대상 국가의 71%가 임신중절 수술 합법화를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념적 성향으로 구분해 본다면,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더 강력한 지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특히 그중에서도 미국의 격차가 가장 큽니다. 미국의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은 응답자의 91%가 임신중절 수술의 합법화에 지지를 보냈지만, 보수주의자들은 29%에 불과하거든요. 우리나라는 진보적인 사람들과 보수적인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존재하지만 양쪽 모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임신중절 수술 합법화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어요. 5년째 손 놓은 대한민국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각적으로 무효화를 할 경우에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의미합니다. 이 결정 이후 2020년 12월 31일까지 보완할 제도를 국회가 만들었어야 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체 입법 소식은 깜깜무소식입니다. 임신중절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그렇다고 임신중절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체 법안이 없는 상태이니까요. 임신중절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도 않는 터라 병원이 자체적인 기준으로 책정해 놓은 수술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는 유산 유도제를 이용하려면, 불법으로 구해서 사용해야 하고요. 프랑스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임신중절 건수는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 않습니다. 2018년에 조사된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2016년엔 7만 건에 육박했고, 2017년엔 5만 건 정도로 파악됐어요. 가장 최근 조사인 2021년 실태조사에선 추정컨대 2020년에 3만 2,063건 정도의 임신중절 시술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3만 명이 넘는 임신부들이 입법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오롯이 안고 있죠. 임신부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5년간의 입법 공백을 마무리 짓는 게 우선입니다. 임신중절 법이 일단 만들어져야 관련 환경도 구축하고, 공공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해서 하루빨리 안전한 임신중절 제도가 갖춰져야 할 겁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피해를 본 사람들이 더 생기지 않도록 말이죠.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임신중절권에 대해 다양한 국가들의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혹시나 이번 레터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래 댓글을 통해 의견을 남겨주세요.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전호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혹시 독자 여러분은 게임 좋아하나요? 저는 게임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구경하는 걸 참 좋아해서, 종종 e스포츠 중계를 보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중계를 보는데 웬걸요? 생중계가 아니라 녹화중계더라고요. 알고 보니 게임 서버가 디도스 공격을 당하면서 생중계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마부뉴스는 디도스 공격과 사이버 위협에 대한 내용을 준비해 봤습니다. 역대 e스포츠 역사에서 이런 적이 없었던 만큼 현재 상황이 어떤지 정리해 보고, 디도스 공격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바로 시작해 볼게요. 알아두면 쓸모 있는 디도스 키워드 정리 우선 디도스(DDoS) 공격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해 볼게요. 디도스 공격은 분산된(Distributed) 서비스 거부(DoS, Denial of Service) 공격을 뜻합니다. 서비스 거부 공격은 시스템을 악의적으로 공격해서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공격을 의미하죠.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데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도로를 꽉 채우고 있다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겠죠? 그 경우와 비슷합니다. 그중에서도 디도스는 Dos에 Distributed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공격자를 여러 곳에 분산해서 배치해 동시에 서비스 거부 공격을 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무엇으로 서비스 거부 공격을 하느냐에 따라서 디도스를 좀 더 세분화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재료로는 크게 3가지가 있어요. 비트(bit)와 패킷(packet), 그리고 요청(request)이 바로 주인공들이죠. 악의를 품은 공격자가 특정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비트와 패킷, 요청을 단기간에 엄청난 규모로 쏟아내면 그게 바로 디도스 공격이 되는 겁니다. 1. 비트(bit) 우선 비트는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컴퓨터의 용량을 이야기할 때 테라바이트, 기가바이트 등… 그 데이터 단위가 바로 비트죠. 비트는 기가 인터넷, 초고속 인터넷 같이 네트워크 데이터의 전송 속도를 이야기할 때도 사용합니다. '1기가 인터넷'에서 말하는 1기가가 네트워크가 전송하는 초당 비트량을 의미하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네트워크의 초당 비트량을 bps(bit per second)라고 합니다. 2. 패킷(packet) 패킷은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 덩어리를 뜻해요. 이 패킷에는 사용자의 데이터와 제어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제어 정보라는 건 이런 겁니다. 데이터가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네트워크 주소, 또 데이터의 순서를 담고 있는 데이터, 오류를 감지할 수 있는 코드 등… 비트와 마찬가지로 패킷도 네트워크가 전송하는 초당 패킷량을 의미하는 단위 pps(packet per second)가 있습니다. 3. 요청(request) "요청이 중단되었습니다." 네트워크 서비스를 하다가 독자 여러분 중에 아마 이런 경고창 본 적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요청은 말 그대로 데이터를 달라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데이터가 뜨고, 포털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내 로그인 정보가 뜨잖아요. 우리가 인터넷에서 하는 클릭, 입력, 엔터 등 모든 과정이 요청이죠. 네트워크가 초당 처리할 수 있는 요청 단위는 rps(request per second)라고 부릅니다. Q. 디도스와 해킹, 악성코드는 무엇이 다른가요? 해킹은 서버나 프로그램의 보안을 뚫고 침입해서 그것을 나쁘게 바꾸거나 정보를 탈취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악성코드는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사용자에게 해악을 끼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코드를 의미하죠. 바이러스는 악성코드의 감염 방식 중 하나이고요. 디도스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분산된 공격자들이 서비스 거부 공격을 하는 경우를 의미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킹과 악성코드가 사용됩니다. 디도스는 보통 좀비 PC(혹은 봇)라는 공격자를 이용하는데 이 과정에 해킹과 악성코드를 이용하거든요. 나도 모르게 내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 해커의 디도스 공격에 내 컴퓨터가 속수무책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e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사건 디도스와 관련된 키워드를 정리했으니 본격적으로 사건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사실 지난해 연말부터 주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오류가 보고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다들 개인 방송인의 컴퓨터 문제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기기에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오류가 자꾸만 반복되자 사람들은 특정인의 범죄 행위, 즉 디도스 공격으로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게임사와 플랫폼 기업들이은 디도스 공격을 한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 강력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디도스 공격이 개인 방송뿐 아니라 e스포츠에도 번지기 시작했어요. 지난 2월 25일, DRX와 DK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디도스 공격이 감지됐습니다. 오후 3시에 시작한 경기는 네트워크 문제 때문에 무려 4시간 6분이나 지연됐죠. 2023년 LCK의 평균 경기 시간이 30분 정도거든요. 1경기 최대 3세트를 꽉 채우더라도 1시간 반 정도인데 이 날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나버렸습니다. 원래라면 중계가 되어야 할 다음 경기(BRO vs KDF)는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다음 날로 연기되어 버렸고요. 위의 그래프에서 붉은색 빗금으로 표시된 시간이 네트워크 문제로 인한 게임이 중단된 시간을 의미합니다. 실제 선수들이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아요. 플레이하는 선수들도 김이 빠지고, 경기를 시청하는 관객들도 힘이 빠지는 상황이 지속됐어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LCK 사무국에선 부랴부랴 대안을 발표했습니다. 디도스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온라인 방벽을 더 강화하고, 상황이 재발할 경우엔 프로토콜에 따라 경기를 속행하거나 판정승 선언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대안을 발표한 28일 당일에도 또 디도스 공격이 있었거든요. 28일 T1과 FOX의 1세트 경기에서는 총 5번, 약 1시간 35분가량의 지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찌해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네트워크 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결국 2세트 경기는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습니다. LCK e스포츠 대회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건 역사상 처음입니다. 서스펜디드 게임은 말 그대로 경기를 일시정지(Suspended)시키는 겁니다. 야구에선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조명이 고장 나는 경우에 게임을 일시정지 시키고 다음에 다시 시작하곤 하거든요. 사상 초유의 디도스 공격에 LCK는 현재까지 비공개 녹화 방송으로 리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기 시점을 공개할 경우 디도스 공격을 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주는 셈이니까, 알려지지 않은 시점에 경기를 하고, 경기 내용을 녹화해 중계를 하는 거죠. 하지만 언제 중계될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e스포츠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요. 더 많이, 더 세게 가해지는 디도스 공격 LCK가 최근 발표한 걸 보면 아마도 3월 초까지는 녹화 중계가 이어질 것 같더라고요. 다만 그래도 늦어진 중계 시간은 오후 5시로 앞당겨졌습니다. 사실 온라인 게임을 중계하는 e스포츠 입장에서 디도스 공격은 언제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이긴 합니다. 게임 제작사에서 자체 대안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없이 공격에 뚫려버린 것에 대해 많은 팬들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게임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게임 산업을 향한 디도스 공격이 상당하다는 보고서가 나온 지 오래거든요. 2022년 아카마이 테크놀로지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21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디도스 공격 대상이 된 기업들 중 게임 산업이 전체의 36.8%를 차지해 1위를 기록하기도 했죠. 금융(21.7%), 첨단기술(20.7%) 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참고로 아카마이 테크놀로지는 애플과 MS, 어도비 등을 고객으로 두는 미국의 대표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입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디도스 공격은 전체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IT 기업인 Cisco가 2020년에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18년 한 해에 파악된 디도스 공격 건수는 790만 건, 2020년엔 1,080만 건으로 증가했죠. Cisco의 보고서뿐 아니라 다른 사이버 보안 기업들의 보고서에서도 디도스 공격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경고가 가득해요. 공격이 많아질 뿐 아니라 그 규모와 세기도 커지고 있어요.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자료들을 살펴보면, 다들 역대 최대 규모의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거든요. 우선 구글부터 살펴볼게요.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2010년 즈음엔 디도스 공격이 최대 초당 60만 개의 요청(0.6Mrps) 정도였어요. 그런데 최근엔 그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2022년엔 요청 횟수가 4,600만 건(46Mrps)으로 늘어났고, 2023년 8월엔 무려 3억 9,800만 건(398Mrsp)을 찍었어요. 단 2분 사이에 쏟아진 4억 건에 달하는 이 수치는 2023년 9월 한 달 위키피디아 전체 기사 조회수보다 많습니다. 구글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미국의 IT 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 역시 초당 2억 1,000만 건의 요청 공격이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3년 8월 이후 클라우드플레어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디도스 공격 중에 1,000만 건 이상의 요청이 있었던 게 1,100건을 넘어설 정도로 대규모 디도스가 잦아지고 있어요. 구글과 마찬가지로 아마존에서도 지난해 8월에 대규모 디도스 공격이 있었는데요, 무려 초당 1억 5,500만 건이 넘는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를 향한 사이버 위협 단순히 디도스 공격이 게임 기업이나 IT 기업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겁니다. 왜냐하면 점점 정치적인 사이버 테러 공격, 더 나아가 국가를 향한 디도스 공격도 늘어나고 있거든요. 당장 지난 2023년 4분기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와 맞물려서 환경 관련된 웹 사이트를 겨냥한 디도스 공격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전년과 비교하면 트래픽이 무려 61,839%나 증가했습니다. 선거를 앞둔 국가를 대상으로 디도스 공격을 가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어요. 지난 1월에 열린 대만의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은 수많은 디도스 공격을 당했거든요. 지난해 4분기 기준 네트워크 디도스 공격 순위로 보면 대만이 전 세계에서 4위를 차지할 정도였어요. 전년 대비 847% 증가, 전 분기와 비교하면 2,858%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당장 어제 새벽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로그인 오류도 미국 대선 후보의 당내 경선 발표날인 '슈퍼 화요일'과 겹치면서 의심을 받고 있죠. 가장 정치적이고, 국가적인 행동인 전쟁에서도 디도스 공격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도,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에서도 전선은 사이버공간까지 확대되었죠. 위의 그래프를 봐 볼까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10월 7일을 기준으로 이스라엘을 향한 디도스 공격이 급증했습니다.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은 최대 700Mrps에 달할 정도죠. 이스라엘이 당한 디도스 공격 중 절반이 넘는 56%는 신문 및 미디어 사이트를 향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향한 디도스 공격도 역시 10월 7일 이후 급증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한 디도스 공격과 비교해 보면 단위가 한 1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전은 상대적으로 약소국이 만질 수 있는 카드라고 이야기합니다. 군사력같이 물리적으로는 힘이 부족한 약소국 입장에서 전력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이버전을 활용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도 북한에 의한 디도스 공격을 자주 받아오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 혹시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2009년 7월에 디도스 대란이 벌어진 적이 있거든요. 한국, 미국의 주요 정부 기관 사이트뿐 아니라 주요 은행과 포털 사이트가 서비스가 마비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국정원에서는 7월 디도스 대란이 북한 소행이라고 추정했어요. 물론 다른 보안업체 분석에서는 북한이 아닌 미국과 국내 IP에서 시작되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사건 이후로 정부는 '국가 사이버위기 종합대책'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다양하게 진화하는 디도스 정부와 기업이 대비를 하고 있지만 디도스 공격은 공격자가 분산되어 있어서 행위자를 찾아서 처벌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게다가 갈수록 공격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어려움이 많아지고 있죠.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디도스 공격과의 결합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되면 공격하는 해커가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방어 메커니즘에 맞춰 자동으로 최적화를 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비책은 잘 갖춰야겠죠. 디도스 공격을 대비해 망을 분리해 운영한다거나, 디도스 방어 장비를 구축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사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최근 디도스 공격 방식이 고도화되고 있긴 하지만, 이번 LCK 사태는 대비가 미흡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래도 안 고치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이미 사태가 벌어진 만큼 안정성이 한층 강화된 시스템을 잘 구축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디도스 공격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를 살펴봤어요.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서 조금은 복잡한 내용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활 곳곳에 네트워크 서비스가 함께하고 있으니 조금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혹시나 이번 레터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래 댓글을 통해 의견 남겨주세요.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전호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의 지난 1주일은 어땠나요? 저는 날씨도 점점 풀리면서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를 갔습니다. 기대한 것보다 관람객들이 많이들 있더라고요. 요즘 인기작인 '파묘'를 봐서 그런지 객석에 자리도 꽉 찼고요.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도 이제는 춥지 않고 시원해진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봄을 맞이해도 될 정도로 날씨가 풀렸나 봅니다. 2월의 마지막 날, 봄의 초입에서 마부뉴스가 선택한 주제는 바로 수소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과학에 관심이 많이 없더라도 수소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을 겁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기후 정책 중 하나로 수소경제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요, 기업들의 미래 전략에서도 수소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친구거든요. 과연 수소가 뭐길래 얘기가 자꾸 되는 건지 마부뉴스가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수소가 경제를 바꾸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수소경제, 더디지만 가고 있다 이미 독자 여러분도 수차례 수소경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을 겁니다. 수소경제뿐 아니라 수소자동차,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로 인해 뒤바뀔 세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다양한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수소경제는 말 그대로 수소가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경제 사회를 의미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에너지가 화석연료, 즉 탄소 기반의 에너지이지만 수소경제사회에선 수소가 중심이 되는 거죠. 사실 경제 시스템에 수소를 활용하자는 건 100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온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일찍이 영국의 유전학자인 존 홀데인은 영국의 석탄 매장량이 고갈될 경우, 수소를 이용해 에너지 저장용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었거든요. 수소경제라는 말이 등장한 건 그로부터 50년 정도 시간이 흐른 뒤고요. 1970년 화학자 존 보크리스는 수소 중심의 에너지로 돌아가는 경제사회를 수소경제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일찍부터 수소에 관심을 둔 걸까요? 그건 수소가 여러모로 매력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수소는 우리 인간이 현재까지 우주에서 발견한 원소들 가운데 가장 풍부해요. 즉 고갈 우려가 없습니다. 게다가 수소는 전기를 만들 때 오로지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우리들 입장에서는 수소가 마음껏 쓸 수 있는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라고도 볼 수 있는 거죠. 거기에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저장하는 수단으로도 탁월한 성질을 갖고 있죠. 아래 그래프를 봐 볼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연료의 에너지밀도를 표시해 봤습니다. 에너지밀도는 연료가 가지고 있는 단위 부피당, 단위 질량당 에너지양을 의미합니다. 크면 클수록 효율이 좋다고 볼 수 있겠죠.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밀도를 봐 볼까요?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밀도는 142MJ/㎏으로 여타 다른 에너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휘발유(46.4MJ/㎏)와 디젤(45.6MJ/㎏)의 3.1배이고, 천연가스(53.6MJ/㎏)의 2.6배 수준이죠. 물론 부피 당 에너지밀도는 낮아서,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때는 부피를 줄이는 게 관건이긴 합니다. 이렇게나 장점이 많은데, 왜 이렇게 속도가 더딘 걸까요? 왜냐하면 수소를 활용하는 데 제약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단 자연상태에서 수소가 수소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가장 풍부한 원소인 건 맞지만 대부분이 물에 있거나, 탄화수소 즉 화석연료 안에 들어가 있죠. 이렇게 다른 화합물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빼내려면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야 합니다. 에너지를 들인다는 건, 곧 돈이 많이 든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은 지지부진해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간한 <Global Hydrogen Review>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은 95Mt으로 2021년 대비 3% 증가에 머물렀습니다. 수소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SNE Research 기준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수소자동차 규모는 1만 4,451대. 2022년과 비교하면 30.2% 감소했습니다. 반면 전기자동차는 매년 판매량이 늘면서 2023년 한 해에만 1,406만 대 넘게 팔렸어요. 수소차와 거의 1,000배 차이가 납니다. 그레이 수소를 넘어서… 형형색색의 수소들 다시 수소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죠.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수소에겐 또 다른 이름이 있는데, 바로 그레이 수소입니다. 원래 수소는 무색, 무취의 원소인데 왜 갑자기 회색이 붙은 걸까요? 왜냐하면 이 수소는 깨끗한 청정 수소가 아니라 때가 낀 수소거든요.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뽑아낼 땐 상당한 규모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진짜 친환경 수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뿌연 회색빛 수식어가 붙게 된 거죠. 현재 우리들이 사용하는 수소의 절대다수는 그레이 수소입니다. 물에서 수소를 빼내서 쓰고 싶지만, 여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다 화석연료에서 뽑아내고 있죠. 2022년 전 세계 수소 생산량 95Mt 중 99.3%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수소, 즉 그레이 수소입니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뽑아내는 방식을 이용한 건 0.1%에 불과해요. 그러면 이제 남은 나머지 0.6%는 뭘까요? 이 녀석들은 그래도 조금이라도 탄소를 줄여보려는 노력을 한 수소를 의미합니다. 그레이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기술을 이용해 줄였다면 이 경우엔 '블루 수소'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다양한 색깔의 수소 형제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가야 할 목표는 그린 수소입니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거죠. 말로만 들어도 너무나 완벽한 친환경 자원 아닐까요? 그래서 전 세계 국가들은 그린 수소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위기를 겪은 유럽이 적극적입니다. 일단 EU는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비중의 23% 이상을 그린 수소로 달성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비싸디 비싼 그린 수소의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술 발전에 투자하고,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죠. 더 이상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고 EU 자체적으로 독립된 에너지 군집을 이루기 위해 유럽 내 수소 파이프라인 건설도 진행 중입니다. 미국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전역에서 7개 지역을 뽑아 수소 허브로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를 발표했어요. 미국은 그린 수소뿐 아니라 블루 수소와 핑크 수소도 청정 수소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윗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 핑크 수소는 물에서 수소를 뽑아낼 때, 사용하는 전기가 원자력 발전일 경우를 말합니다. 그림으로 설명한 5가지 색깔의 수소 외에도 더 많은 수소들이 있습니다. 천연가스에 원자력을 이용한 터키색 수소, 원전의 열에너지만을 이용한 레드 수소, 전력망(그리드)을 이용해 만든 옐로 수소 등등… 에너지 기업 입장에선 다양한 과정을 거쳐 수소를 생산해 활용하고 있고, 정부 입장에서도 수소 에너지 독려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운영하고 싶어 하니 둘 사이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생산되는 수소가 정말로 친환경적으로 볼 수 있냐는 거죠. 블루 수소, 너 정말 친환경 맞아? 그레이 수소를 그냥 사용하자니 탄소 배출량이 많고, 그린 수소를 하자니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야 하는 지라 생산 단가가 높고… 이 딜레마 속에서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바로 블루 수소입니다. 그레이 수소처럼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뽑아 쓰지만, 배출되는 탄소를 잘 관리하겠다는 거니까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2021년 코넬대학교의 로버트 W. 하워스 교수의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연구팀은 블루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 메탄을 고려하면, 블루 수소의 탄소발자국이 상당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비산 메탄? 아마도 비산 먼지는 들어봤을 겁니다. 비산 먼지는 특별한 배출구 없이 작업 과정에서 발생해서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먼지를 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비산 메탄도 작업 과정에서 발생해서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메탄을 의미하죠.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기 위해선 일단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운반하고, 저장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메탄이 누출되고 있어요. 거기에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할 때에도 에너지가 쓰이니까, 이것저것 다 합쳐서 계산해 보면? 천연가스를 그냥 연소시켜서 에너지를 얻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20%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오죠.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그레이 수소와 탄소배출량을 비교해도 9~12% 정도밖에 차이가 나질 않습니다. 작년 말, 미국의 IEEFA(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에서도 하워스 교수의 논문과 비슷한 보고서가 발간됐어요. 블루 수소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이 예상보다 더 많으니, 블루 수소는 친환경적 대안이 아니라는 거였죠. 물 사용량에서도 블루 수소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블루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냉각 과정이 필요한데, 이것 때문에 그레이 수소보다 더 많은 물이 필요하거든요. 미국에선 블루 수소가 정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까 위에서 이야기 한 미국의 수소 허브 프로젝트 기억나죠? 미국의 7개 허브 지역 중 진짜 그린 수소는 2곳뿐이고 나머지 5곳은 핑크 수소와 블루 수소 허브거든요. 미국은 청정수소에 보조금 혜택을 줄 계획인데, 과연 블루 수소와 핑크 수소도 보조금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환경단체와 에너지 기업 간의 찬반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에너지 기업 입장에선 현재 상황에서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블루와 핑크 수소도 보조금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요, 환경단체에선 블루 수소는 그린 워싱이라며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난해 말에 공개됐는데, 미국 정부의 선택은 뭐였을까요? 바이든 정부는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보조금 기준을 살펴보면 청정 수소의 범위를 차등화해서 그린 수소에 해당하는 경우만 혜택을 받도록 했습니다. Q. 유럽, 미국 말고 우리나라 상황은 어때? 사실 우리나라는 수소경제에 진심인 나라입니다. 2020년엔 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고, 수소경제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후속 로드맵을 꾸리고 운영하고 있죠. 특히 올해엔 청정수소 인증제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 인증제는 앞서 살펴본 미국의 제도와 유사한 형태(등급제)로 되어있는데요, 아직까지 어느 수준까지 보조금을 지급할지 정해지지 않아서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내용 업데이트 되면 마부뉴스가 전달해 줄게요😎 진짜가 나타났다? 땅 속의 '골드 수소' 그린 수소를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는 와중에 전해진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수소 기체가 땅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거였죠. 맨 처음 수소 이야기를 하면서 이미 언급했지만, 자연상태에서 수소가 수소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 땅 속에 대량의 수소가 저장되어 있다는 연구가 속속 들려오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지난달 8일, 프랑스와 알바니아 연구진이 역대 최대 규모의 천연 수소 웅덩이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죠. 논문을 살펴보면 알바니아 광산지역에서 발견된 천연 수소 샘에선 수소 함유 비율이 85%나 되는 기체가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지질학계에선 생각보다 지구상에 묻혀있는 천연수소의 양이 많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늘어났어요. 거기에 더 큰 불을 지핀 건 미국 지질조사국이었습니다. 2월 17일, 미국 지질조사국이 발표한 미공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에 천연 수소가 최대 5조t 규모 정도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마치 석유가 발견되던 그때처럼, 누가 천연 수소를 가지고 있을지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제2의 골드러시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면서 사람들은 이 천연 수소에다가 골드 수소, 화이트 수소라는 이름을 붙였죠. 골드 수소는 그냥 발견만 하면, 큰 재처리 과정 없이 활용할 수 있기에 다른 수소에 비해 경제적이고 환경 부담도 압도적으로 적어요. 그레이 수소가 이산화탄소를 10(CO2e/㎏), 블루 수소가 8을 방출한다면 골드 수소는 0.3 수준만 배출할 정도죠.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천연 수소가 묻혀있는지 체크 중입니다. 한국석유공사는 현재까지 다섯 곳에서 천연 수소가 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관련해서 정밀 분석이 이뤄지고 있고, 천연 수소 활용 기술 개발 연구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말로 천연 수소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수소경제와 블루 수소의 그린워싱 문제,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천연 수소 이야기까지… 수소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데이터와 함께 이야기해 봤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수소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수소경제가 앞으로 우리 미래를 바꿀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직까지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신예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 내내 전국에 걸쳐서 눈과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궂은 날씨 영향으로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 만큼 몸조리 잘하길 바랄게요. 이럴 때엔 비타민이 가득한 과일이나 채소 챙겨 먹어야 하는데, 혹시 독자 여러분 중에 최근에 과일 장 본 경험 있는 분 있나요? 아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더라고요. 마침 지난 레터 피드백으로 한 구독자가 이런 의견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물가는 왜 이렇게 비싸지는 거야? 물론 전 세계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가파른 것 같아. 왜 그러는 건지 궁금해. 마부가 알려줄 수 있을까? 설 연휴에도 사실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았는데, 설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물가가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선 오랜만에 경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물가 상황은 어떤지, 왜 비싼지 데이터를 통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사과 하나에 만 원이라고? 1. 사과 값 얼마나 올랐을까? 지난해부터 "사과 값이 금 값"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독자 여러분도 봤을지 모르지만, 사과 한 알이 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짤이 회자될 정도로 값이 올랐죠. 일단 데이터로 사과 값이 도대체 얼마나 올랐는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마부뉴스가 가져온 데이터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품산업통계정보(FIS) 자료입니다. 이 자료를 보면 도매시장의 사과(후지, 10㎏) 평균 가격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2024년 2월 19일의 사과 평균 가격은 무려 8만 6,920원. 평년의 사과 값이 4만 2,561원이니 평년 대비 104.2% 올랐습니다. 2023년 3월 27일에 평년 가격과 크로스를 한 이래로 계속 사과 값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죠. 평년 대비 가장 가격이 많이 벌어진 때는 작년 11월 30일이었습니다. 당시 사과 가격은 8만 900원으로 평년(3만 9,334원) 대비 105.7% 더 비쌌어요. 한동안 격차가 2배까지는 넘지 않았던 사과 값이 2월 말에 들어서 다시금 2배 이상 벌어진 겁니다. 사과뿐 아니라 다른 과일, 야채 품목들도 평년 대비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배 역시 19일 기준 평균가가 7만 8,840원으로 평년(5만 124원) 대비 3만 원 더 비싼 상황입니다. 9,606원을 기록하고 있는 쪽파 가격도 평년 5,305원 대비 거의 2배 차이 나고 있어요. 이렇게 과일 값이 치솟은 건 지난해 이상 기온으로 인해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사과 같은 과일은 병충해가 전파될 우려가 있어서 수입도 쉽지 않아서, 여름 과일이 나오기 전까지 한동안 가격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현재 우리나라 물가 현재 상황은? 사과 값도 오르고 파 값도 오르고…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 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물가의 전체적인 상황은 어떨까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물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서는 달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 중 458개를 골라 그 가격을 조사해서 지수를 산출하고 있죠. 2020년의 물가를 100으로 두고 현재의 가격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24년 1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 그런데 그래프의 모습이 조금 다르죠? 변수의 단위가 %이기도 하고, 표시된 수치도 더 작아요. 사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수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많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정 시점과 비교해서 지수를 해석해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위 그래프는 작년의 같은 달의 소비자물가지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나타낸 겁니다. 작년 1월의 소비자물가지수가 110.07이었으니 이때와 비교해서 물가가 2.8% 늘었다고 할 수 있는 거지. 이 수치를 전년동월비라고 말해. 일반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등락률, 물가상승률이라고 하면 이 전년동월비를 의미합니다. 전년동월비 2.8%라는 수치에는 통계청이 조사한 458개의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작년 1월과 비교해서 얼마나 오르고 낮아졌는지가 다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그중에서 가장 증가폭이 큰 품목은 뭐였을 것 같나요? 맞습니다. 우리가 피부로 느꼈던 농산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파, 사과, 토마토, 복숭아, 배 등… 과일과 채소들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어요. 아래 히트맵엔 작년 1월 대비 가장 가격이 많이 오른 10개 품목의 가격 변화를 나타내봤습니다. 빨간색이 진하면 가격 상승, 파란색이 진하면 가격 하락을 의미합니다. 가장 전년동월비가 큰 항목은 파입니다. 파는 작년 1월과 비교해서 무려 60.8%나 오른 상황이죠. 60% 이상을 기록한 항목은 파가 유일해요. 사과(56.8%)는 작년 말에 가장 큰 가격 상승을 보였고, 그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50%가 넘는 전년동월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토마토도 작년 초부터 가격이 오르더니 1월 전년동월비 51.9%를 기록 중입니다. 배추는 2023년 김장철을 앞두고 가격이 크게 오른 게 보이는데, 당시 이상기후 영향으로 고랭지 배추의 수확량이 크게 줄은 영향으로 볼 수 있어요. 배추의 2024년 1월 전년동월비는 22.7%고요. 3.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소비자물가지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일단 그 수치가 2.8%에다가 지난해 10월 3.8%를 기록한 이후 3개월째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는 그렇지 않죠. 농산물, 외식 같이 먹거리 관련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피부로 느끼고 있거든요. 도대체 이런 차이는 왜 나타나는 걸까요? 사실 우리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각자의 생활양식도 다르고, 소비하는 물품과 서비스가 다 다를 테니까요. 독자 여러분이 만약 1인 가구라면 여러 명이 함께 사는 가구보다 과일 소비가 적을 수 있고, 대신 배달 서비스 부문 지출이 클 수 있을 겁니다. 자녀가 있는 가구라면, 다른 가구와 비교해 교육 부문에 지출하는 비용이 클 수 있죠. 그래서 통계청에선 각각의 품목에 대해 서로 다른 가중치를 두어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 아래 그래프를 봐 볼까요? 위에서 본 히트맵과 똑같이 생긴 친구인데, 품목별로 가중치를 적용해 봤습니다. 가중치를 적용했더니 전년동월비 상위 10개 품목의 리스트가 싹 바뀌었죠? 현재 상위 10개 리스트에서도 살아남은 건 사과와 귤, 토마토뿐입니다. 대신 그 자리를 보험서비스 비용이라던지 주택관리비, 대중교통 요금, 가스비가 차지하고 있어요. 가중치가 적용된 전년동월비가 가장 높은 건 보험서비스료(0.16%)입니다. 뒤이어 사과(0.13%), 공동주택관리비(0.12%) 순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느끼는 물가와 지표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통계청에선 지표와 현실 물가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가중치를 개편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에도 가중치 개편이 있었고. 12월부터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는 개선된 가중치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바뀐 소비 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선 과거에 비해 현재 지출 비중이 늘어난 품목엔 가중치를 높이고, 그렇지 않다면 가중치를 낮춰야겠죠? 일례로 개편된 가중치에서 치킨은 1.6 늘었고, 쌀은 1.3 줄었습니다. 가장 많이 오른 건 휘발유와 경유입니다. 각각 3.3의 가중치가 늘었어요. 가장 많이 줄은 건 다목적승용차로 2.5 감소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농축수산물이 많은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전체 지수엔 낮은 가중치로 반영됩니다. 부문별로 가중치를 적용해서 소비자물가지수를 표현하면 위의 그래프처럼 그릴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 표시된 각 부문별 비율은 소비자물가 변동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를 나타내죠. 2022년 코로나 시기엔 가공식품, 석유제품 등 공업제품 부문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현재는 어떨까요? 상대적으로 공업제품의 비율은 줄어들었고, 농축수산물이 늘어났습니다. 농축수산물의 비율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1월의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장 기여도가 큰 건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영역입니다. 4. 더 체감되는 물가 지수는 없을까? 지금까지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우리 장바구니 물가와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 단계 단계는 어떻게 계산되는지 살펴봤습니다. 물론 소비자물가지수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 않겠어요? 조금 더 간편하게 우리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물가 지수는 없는 걸까요? 통계청에서는 일찍부터 소비자물가지수와 함께 보면 좋을 보조지표 2가지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죠. 그래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조금 더 많이 구입하고, 지출하는 비율이 높은 품목만 골라서 작성한 지수입니다. 조금 더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와 가까운 지표인 거죠. 2024년 1월의 생활물가지수는 115.54로, 소비자물가지수보다 2.39 더 높습니다. 동년전월비로 비교해도 3.4%로 기존의 2.8%보다 0.6%p 높죠. 생활물가지수엔 모두 144개의 품목이 들어있는데, 1월 지수를 분석해 보면 144개 중 가격이 전년 동월대비 하락한 품목은 31개에 불과합니다. 변동이 없었던 3개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110개는 모두 가격이 상승했어요. 또 하나의 보조지표는 신선식품지수입니다. 그래프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되어 있죠.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어류나 조개류, 채소, 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의 변동이 큰 품목만 따로 모아서 계산한 수치입니다. 당연히 다른 지표들보다 계절적 요인이나, 수급량 같은 것에 영향을 더 받아요. 선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다른 지표들과 비교해서 변동폭이 큰 특징이 눈에 띌 겁니다. 2024년 1월 신선식품지수는 130.66, 전년동월비는 14.4%로 상당히 높은 상황입니다. 5. 농산물 가격, 앞으로 어떻게 될까? 비싼 농산물 가격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까요? 앞서 살펴본 신선식품지수의 '계절성'에 힌트가 있습니다. 신선식품지수라는 동일한 데이터를 이번엔, 전년말 대비 상승률로 표현해 봤습니다. 점선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5년간의 평균을 나타내고, 음영은 5년간의 범위를 의미합니다. 연도별로 수치는 제각각이지만 그 흐름이 패턴이 보이죠? 1~2월에 가격이 올랐다가 하락하고, 다시 7월부터 9월까지 증가하고 하락하는 계절성 패턴이 보입니다. 2023년 농산물가격은 범위를 넘어선 곳에 위치할 정도로 가격 상승이 크긴 하지만, 전체적인 패턴을 벗어나진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에서는 작년 11월 <2023년 11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이런 예측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10월 하순 이후 안정되고 있는 농산물가격 흐름을 감안할 때 유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금년 말 3%대 초중반, 내년 상반기 중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이다."라고요. 어느 정도 들어맞는 예측 결과죠? 다만 11월에서 12월에 농산물가격이 다시 반등하고, 예년과 달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조금 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는 설 전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과일의 공급량을 늘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 상승은 이어지고 있죠. 게다가 설 전 공급량도 다 소진한 상황이라 추가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데, 농산물 할인 지원 외에는 특별한 해법이 없어요. 지난 15일에 열렸던 제10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2~3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300억 원 투입, 최대 40~50% 할인을 지속할 것이라 발표했지만 정부 내부에서도 물가가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다고 조심히 예측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6. 해외 물가 상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도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다만 영국 등 유럽에선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률이 3~4%로 하락하면서 물가가 슬슬 안정세에 들어가는 모양새죠. 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목표 물가 상승률인 2% 달성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선택은 금리 인상입니다. 물가와 금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거든요.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인 현상'이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통화량, 금리와 깊은 연관이 있죠. 아래 그래프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물가 상승률과 기준금리를 그려 봤습니다. 물가가 오른 뒤 금리가 확 오른 게 보이죠? 돈이 너무 많으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그렇게 되면 물가는 상승하겠죠. 돈의 가치가 떨어진 만큼 동일한 상품을 구매하는 데 돈이 더 들 테니까요. 또 돈이 많이 풀리면 소비자 입장에선 소비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그게 또 물가 상승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물가가 계속 상승하게 되면 중앙은행에선 금리를 올려서 돈줄을 꽉 조여요. 금리가 높으니까 돈을 빌려서 쓰고 싶어도 쓸 수 없게 만드는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상을 선택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미국의 고금리를 보세요. 우리나라 역시 같은 흐름입니다. 물가가 어느 정도 잡혀야 금리를 낮추려는 시도라도 할 텐데, 미국과 우리나라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은 주거비 같은 서비스물가가 여전히 강세고, 우리나라도 농산물 가격이 아직도 높은 상황이죠. 마침 오늘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는 날인데, 전문가 대부분이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구독자가 보내준 피드백으로 시작해서 우리나라 물가 상황은 어떠한지, 체감 물가와 지표와는 왜 차이가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어요. 오늘 편지에서는 경제 용어가 많아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고 했는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마부뉴스는 물가나 금리 데이터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할 시점이 오면 다시 또 경제 주제를 가지고 찾아오도록 할게요. 오늘도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신예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일이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설 연휴입니다. 이번 설 연휴는 주말 이틀을 끼고 있어서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돌아온 연휴인지라 가슴이 선덕선덕하네요. 고향으로 내려가는 구독자, 집에서 휴식을 취할 구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번 주 마부뉴스는 해외 소식을 가지고 준비해 봤습니다. 아마 몇몇 독자 여러분 중에서는 뉴스를 통해 이 소식 들은 적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프랑스에서 농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는 뉴스인데요, 뭐 프랑스야 워낙 시위와 데모가 일상인 나라이니 만큼 특별히 눈길이 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위를 찬찬히 살펴보면, 생각보다는 복잡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사실! 농민들의 시위 이면엔 어떤 진실이 감춰져 있는지 마부뉴스가 데이터로 살펴봤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수많은 트랙터가 프랑스 고속도로를 가로막은 이유는? 프랑스 트랙터 시위 타임라인 ● 2024년 1월 18일 프랑스 농민, 고속도로 봉쇄 시작 ● 2024년 1월 26일 아탈 총리 대책안 발표 ● 2024년 1월 29일 프랑스 농민 조합, 파리 봉쇄 계획 발표 ● 2024년 1월 31일 헝지스 시장 봉쇄 시도 ● 2024년 2월 1일 농민 재정 지원 대책안 발표 간단히 시간대 별로 정리해 본 이번 프랑스 트랙터 시위의 상황입니다. 프랑스의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봉쇄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 18일부터였어요. 농민들은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프랑스 정부는 농기계용 디젤 연료에 대해 유류세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거든요. 정부 입장에선 탄소 배출량이 높은 디젤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종의 친환경 규제를 선택한 거였고요. 트랙터 시위에 나선 농민들의 요구사항은 모두 3가지였습니다. 당연히 먼저 유류세 인상을 폐지하라는 요구사항이 담겨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현재 농업을 하는 데 불필요하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관료주의적 규제도 없애주고, 전염병으로 폐사한 소에 대한 지원금도 늦지 않게 빨리 보장해 달라는 게 농민들의 요구였습니다. 위의 지도는 1월 23일의 프랑스 고속도로 상황입니다. 1월 18일 맨 처음 봉쇄가 시작되었던 곳은 A64 고속도로였어요. A64 고속도로는 프랑스 남서부 옥시타니 레지옹의 고속도로입니다. 참고로 프랑스 본토는 13개의 레지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도 단위의 영역으로 이해하면 편합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 농민들의 불만과 분노는 A64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남서부에서 시작된 도로 봉쇄가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었죠. 파리 북쪽의 A16, A29 고속도로에서도, 또 브르타뉴 레지옹(N12, N164)에서도 농민들의 시위가 진행됐습니다. 프랑스 정부에선 농민들의 카운터파트너로 가브리엘 아탈 총리를 내세웠습니다. 참고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래 역대 최연소 총리인데, 1989년생으로 올해 34살이죠. 1월 26일 아탈 총리는 A64 고속도로를 봉쇄한 농민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자리에서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A64 고속도로를 봉쇄한 농민들은 아탈 총리의 제안을 듣고 봉쇄를 풀었지만, 다른 농민들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어요. 유류세 인상 계획 철회만으론 프랑스 농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웠던 겁니다. 1월 29일, 프랑스의 농민 조합 2곳은 더 강력한 농민 지원 대책이 나오질 않는다면 파리를 무기한으로 봉쇄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31일엔 파리 농산물 유통의 핵심인 헝지스 시장 봉쇄에 들어갔죠. 농민들의 분노가 잦아들지 않자 결국 2월 1일, 프랑스 정부는 농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농민들을 위한 재정 지원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EU 기준보다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는 환경 규제를 보류하고, 해외에서 들여오는 값싼 곡물 수입 문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죠. 뿐만 아니라 농가의 소득을 보장해 주고, 축산 농가의 재정지원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살기 힘들어진 농민들, 거기에 환경 규제까지? 프랑스는 비옥한 영토와 평탄한 지형을 바탕으로 전통적으로 유럽의 농업 강국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2021년 프랑스의 농업 부문 생산액은 82억 4,000만 유로로 유럽 국가들 중에 1위를 기록하고 있죠. 국토 절반이 농지에다가 기후 조건도 온화해 식량 자급률은 130%를 넘어서고 있어요. 하지만 농민들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일단 농업 인구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통계국(Eurostat) 데이터를 살펴보면 1990년부터 2021년까지 프랑스 내 농업 인구는 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요. (참고로 이 농업 인구에는 농작물뿐 아니라 동물성 제품 생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0년 125만 2,000명이었던 농민들은 1995년 100만 명 밑으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절반 규모인 68만 8,00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농민들이 점차 줄어드는 이유는 물론 농사지어서 돈을 벌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힘든 건 소규모 독립 농부들이죠. 수입이 충분치 않아서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생계가 힘들어 자살을 선택하는 농민들도 많습니다. 프랑스 보건 당국의 자료를 살펴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자살한 농부가 모두 985명. 전체 인구 자살률보다 농민들의 자살률이 22%나 높습니다. 농사로 돈을 벌기 점점 벌기 힘들어지는 이유, 프랑스 농민들은 그 첫 번째 이유로 환경 규제 정책을 이야기합니다. EU와 프랑스의 환경 기준이 강화되면서 농민들은 새로운 생산 방식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디젤 엔진 트랙터는 유류세가 더 들고, 친환경 공법을 활용하려면 돈이 더 들 수밖에 없죠.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다 보니 농민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니까 투입 비용이 계속 상승하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불공정 경쟁입니다. EU는 오래전부터 남아메리카의 경제 공동체 시장인 메르코수르와의 FTA를 진행 중이거든요. 여기서 들여올 남미의 농산물은 관세가 많이 붙지 않아서 싼 가격으로 수입될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 산 곡물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상대적으로 값싼 외국 곡물이 우르르 들어오면 프랑스 농민들 입장에선 가격경쟁력을 살릴 수가 없는 거죠. 게다가 들여올 해외 곡물에는 유럽에서 환경 규제로 금지된 농약이나 호르몬제를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프랑스 농민들 입장에선 "왜 우리만 환경 규제를 받고, 우리만 비싸게 팔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큰 겁니다. 친환경 정책의 역풍, 그린래시의 등장 유럽은 AI나 개인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표해 오고 있습니다. 환경 분야도 두말하면 잔소리죠. OECD가 전 세계의 환경 정책 정보를 모아두는 PINE(Policy Instruments for the environment)이라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모은 자료를 살펴보면 총 134개국의 4,105개의 환경 정책을 수집해 두고 있더라고요. OECD PINE이 모은 환경 정책 4,105개 중 국가 단위의 정책이 2,870개인데, 그중 1,753개가 유럽 국가의 환경 정책일 정도로 유럽은 기후 전환을 위한 정책을 주도적으로 쏟아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EU 차원의 '그린딜' 정책입니다. 그린딜은 2019년 12월에 발표된 유럽의 환경 정책인데, 2050년까지 EU 경제를 온실가스 배출 ZERO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가 담겨있어요. 전반적인 경제의 전환을 위해 EU에선 재생에너지를 신속하게 도입했고, 에너지 효율 등 관련된 환경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작년 1월엔 산업분야에서도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그린딜 산업계획'이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너무 빠른 속도에 대해 불만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그 불만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프랑스보다 먼저 독일에서도 1월 초에 10만 대의 트랙터가 모인 시위가 열리기도 했거든요. 프랑스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농가에 지원해 주던 디젤 연료 보조금 폐지에 불만을 가진 농민들이 들고일어난 거였고요. 농업뿐 아니라 자동차 등 산업 분야에서도 환경 전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급진적인 친환경 전환에 대한 반발, 이른바 그린래시(GreenLash)의 흐름이 등장한 겁니다. 녹색(Green) 전환에 대한 반발(BackLash)이 커지자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앞서 프랑스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로 크게 놀란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해, 남미 FTA를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사실 마크롱은 작년부터 EU에게 친환경 입법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얘기해 오기도 했죠. 2022년 대선에서 세계 최초 화석연료 제로 국가를 공약해 당선될 정도로 환경주의노선이 선명한 마크롱이 그린래시 여론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마크롱뿐 아니라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도 EU의 친환경 입법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그린래시 여론이 커지면서 EU의 환경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열린 EU 에너지장관 회의에서는 폴란드가 석탄 발전 보조금을 연장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유럽 국가들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원래라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2025년엔 석탄 발전소의 보조금이 종료될 예정인데, 이를 조금 늘려달라는 게 폴란드의 입장이었죠. 폴란드의 제안에 대해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는 동의했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은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린래시를 파고드는 극우정당 올해엔 에너지 정책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환경 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겁니다. 왜냐하면 올해 6월엔 유럽의회 선거가 있거든요. 어쩌면 2024년은 유럽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현재 EU가 강력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탈탄소화 정책과 그린딜 정책이 조금 더 탄력을 받을지, 아니면 속도가 한 풀 꺾일지는 올해 여름을 지나면 알 수 있죠.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는 어떨 것 같나요? 유럽의 친환경 정책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유럽에 퍼져있는 그린래시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런 여론에 불을 붙이는 건 극우 정당들이죠. 환경 정책에 반발하는 농민들의 분노를 활용하는 극우 정당 세력이 유럽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거든요. 가뜩이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EU의 강력한 환경 규제로 인해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인 농민들의 옆자리를 극우 정당이 노리고 있는 겁니다. POLITICO의 데이터를 가지고 2022년 중반부터 작년 말까지의 프랑스 정당 지지율을 나타내봤어요. 그래프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국민연합(RN)이라는 정당입니다. RN은 이민자와 다문화를 반대하는 극우 정당입니다. 2022년 6월엔 그 지지율이 19%로 마크롱의 앙 마르슈(현 르네상스, LREM)와는 7%p 차이가 났습니다. 하지만 작년 4월엔 프랑스의 범좌파 정당연합 뉘프(NUPES)에 이은 2위로 치고 올라왔고, 12월엔 정당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합은 프랑스 농민들의 분노를 파고들고 있어요. "프랑스 농업을 죽이려는 유럽연합에 대항하는 유일한 보루"가 바로 국민연합이라면서 엘리트 대 민중, 도시 대 농촌 대립각을 만들며 지지세를 높이고 있죠.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을 위한 대안(AfD), 스페인의 복스(VOX) 같은 유럽의 다른 극우파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의 기후전환 속도는 느려질까? 극우 정당의 지지세가 높아지자 기존의 온건 보수당들도 눈치를 살피고 있어요. 과거엔 유럽의 보수 정당들이 강경 우파 정당과는 거리 두기를 했지만 점점 그 벽이 희미해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유럽의 환경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한 번 사례를 봐 보겠습니다. 작년 여름, 유럽의회에서는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한 자연복원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었어요. EU의 그린딜 계획의 핵심법안 중 하나인 자연복원법에는 농지 중 10%는 생물다양성 복원에 할애해야 하고, 2030년까지 화학 살충제 사용을 50% 줄이고, 2050년까지 생물서식지를 국토 면적의 90%까지 복원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생물다양성을 위한 상당히 급진적 규제가 많이 담긴 법안이라고 할 수 있죠. 현재 유럽의회의 다수당은 온건보수당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인민당(EPP)입니다. 유럽인민당은 이 자연복원법안이 자금조달 계획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재정에 부담된다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게다가 농지 10%를 강제적으로 잃게 될 유럽의 농민들도 격하게 반대하면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았죠. 결국 법안의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고 적용 시점을 늦추면서 가까스로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극우 정당의 지지세가 올라가고, 온건 보수 세력까지 극우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친환경 정책은 이전만큼 힘을 못 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 내에서 기후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높죠. 작년 7월에 이뤄진 유로바로미터(Eurobarometer) 설문조사에서 녹색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인 58%를 기록할 정도니까요. 친환경 정책을 통과시키려는 정부 입장에선 녹색 전환을 계속하는 것이 국민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합니다. 친환경 경제로 가야 한다는 건 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만큼,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프랑스 트랙터 시위와 그린래시에 대해 살펴봤어요. 독자 여러분 중, 혹시 기사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거나, 함께 논의하고 싶은 지점이 있다면 아래 댓글을 통해 의견을 남겨주세요. 언제나처럼 긴 글 읽어줘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설 연휴 잘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56136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신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