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분야와 탐사 분야 보도의 일선을 오래 지켰습니다. 국정농단 특별취재팀장·탐사보도부장 겸 에디터 등을 지냈습니다. ‘뉴스의 맥이 보이게, 내일의 뉴스까지 보이게’ 뉴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장관급 인사청문회 3일. 행정부처 수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방통위 상임위원 0명. 방심위원장 연임. 위에 열거한 것들의 공통점은 '사상 초유'라는 점입니다. 방송을 둘러싸고 정치판 전체가 요동치며 전례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여야 모두 '내가 하면 방송 정상화, 상대가 하면 방송 장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초유의 3일 청문회…최민희 VS 이진숙 신경전도 사흘째 국회 과방위에서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사흘째 진행됐습니다. 국무총리와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후보자 일부가 '사흘' 청문회를 거친 적은 있지만, 보통 하루에 끝나는 장관급 후보자 청문회가 사흘 동안 진행되는 건 처음입니다. 오늘(26일)도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이진숙 후보자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이진숙 후보자가 "(최승호 전 사장이) 5년 전 기사를 꺼내서 이른바 검증하고 (안철수 의원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기자를 징계한 것이야말로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최민희 위원장이 발끈했습니다. ▷ 최민희 위원장: 사내에서 일어난 일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후보자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상. ▶ 이진숙 후보자: 저의 뇌 구조에 대해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원합니다. ▷ 최민희 위원장: 왜요?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사과할 일은 아닙니다. ▶ 이진숙 후보자: 뇌 구조가 이상하다는 게 어떤 뜻이죠? 저의 뇌 구조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청문회 첫날부터 시작됐습니다. 이진숙 후보자가 선서한 뒤 선서문을 제출하고 돌아서자, 최 위원장이 이 후보자의 발길을 되돌렸습니다. "저기요 이진숙 내정자. 인사하시죠. 제가 인사하려고 했는데, 인사를 안 하고 가시니까 뻘쭘하잖아요"라고 부른 겁니다. 돌아온 이진숙 후보자에게 최민희 위원장은 "그러시면 안 된다. 저하고 싸우려고 하시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한 장면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어제(25일)는 최 위원장이 "인사청문회를 처음 받아서 그런 것이니 (후보자를) 가르치면서 하라고 하는데 이 후보자는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개인정보라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맞섰습니다. ▷ 최민희 위원장: 두 분이 공히 인사청문회를 처음 받아봐서 그렇다, 가르치면서 하셔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이진숙 후보자는 나이가 몇 살입니까? ▶ 이진숙 후보자: 개인 정보여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국회 과방위 인사청문회, 7월 25일) 청문회를 이례적으로 사흘간이나 이어가는 데 오늘(26일) 여야가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청문회가 체력을 검증하는 청문회로 변질됐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최민희 위원장은 "법인카드 사용의 부적절 등 다수의 의혹이 남아있고 자료 제출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맞섰습니다. 사상 초유 '0명 체제'된 방통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수행하던 이상인 부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재가했습니다. 민주당이 어제 이 부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는데요, 오늘(26일)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직무가 정지돼 방통위 기능도 마비되기 때문에 '자진사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겁니다. 이 직무대행 1인 체제였던 방통위는 '0명' 체제가 됐습니다. 기관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처음이고, 방통위가 상임위원 '0명' 체제가 된 것도 처음입니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정부과천청사를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방통위가 정쟁의 큰 수렁에 빠져 있는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상임위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위원장 후임은 이진숙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임명 시점이나,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안 의결 전에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통위는 안건 의결에 최소 2명이 필요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2인 체제'의 의결도 민주당에서는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권에서는 이진숙 후보자가 임명되면 민주당이 또 탄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방통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탄핵, 그리고 방통위 공백 사태를 피하기 위한 위원장의 자진사퇴가 무한 반복될 수 있는 겁니다. 류희림, 임기 다음 날 다시 위원장으로 이진숙 후보자 3일 청문회나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이 거대 야당의 밀어붙이기인 반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연임은 여권의 밀어붙이기로 볼 수 있습니다. 류 위원장의 임기가 끝난 건 지난 22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23일) 윤석열 대통령은 류 위원장을 대통령 몫 위원으로 다시 위촉했습니다. 대통령 몫은 3명인데요, 류 위원장 외에 검사 출신 강경필 변호사, 김정수 국민대 교수도 함께 위촉했습니다. 방심위는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위원 간 호선으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대통령 몫 3명이 새로 위촉된 직후, 3명은 기존의 여당 추천 방심위원 2명과 함께 류희림 위원장 연임을 결정했습니다. 전광석화같은 연임 결정에 최민희 위원장은 "류희림 친위 쿠데타"라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방심위원장이 연임된 것도 처음입니다. 류희림 위원장은 임기 만료 다음 날 3년 임기를 새로 시작한 겁니다. 다음 달 5일엔 기존 2명의 방심위원 임기도 만료되지만, 민주당이 위원 추천 불가 방침을 밝혀 당분간 방심위의 파행 운영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내가 하면 방송 정상화, 상대가 하면 방송 장악? 방송을 둘러싼 정치판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여야는 서로 '방송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의 공방과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 등은 MBC 경영진 선임 권한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여론 형성에 영향이 큰 방송을 서로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진숙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방통위의 시급한 현안으로 방문진 이사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꼽았습니다. 방통위가 방문진과 KBS 이사 지원자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만큼 이 후보자가 취임하면 '2인 체제'에서 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연임에 대해서도 공방이 치열합니다. 류 위원장은 "마치 112 범죄 신고와 119 화재 신고처럼 방심위 민원 심의를 잠시라도 멈출 수 없어서 시급하게 위원장을 호선하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최민희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방심위를 앞으로도 비판방송 때려잡는 몽둥이로 쓰겠다는 폭력적 선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권의 '방송 장악 의도'라는 겁니다. 여야 모두 '내가 하면 방송 정상화, 상대가 하면 방송 장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안준석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위원장이 '사퇴' 카드로 피해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번에는 이상인 직무대행이 같은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정치권 싸움의 중심에 방통위가 있는 건데요, 싸움의 본질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선임 문제입니다. 더 쉽게 이해하면 MBC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여당과 교체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충돌하면서 방통위를 중심으로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민주당,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안 발의 오후에 국회 본회의가 열렸는데요, 본회의 직전 민주당 의원들이 의안과에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제출했습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됐는데요,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합니다. 오늘(25일) 본회의 안건 중 하나인 '방송 4법 처리'에 대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상인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은 빠르면 내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입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소추 사유는 ▲ 이 부위원장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된 뒤 단독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지원서류 접수와 국민의견 수렴 등 절차를 진행한 것 ▲ 직무대행 되기 전 2인 체제에서 주요 안건을 의결한 것 등이 법률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에 이 부위원장의 직무대행 역할을 정지시킴으로써 MBC 경영진 선임 권한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막겠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지금 방문진 이사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는데요, 다음 달 임기가 끝나면 방문진 이사진 선임 권한을 가진 방통위가 여당에 유리하게 재편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인, 자진사퇴로 가닥 이상인 부위원장은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맞서 자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회 본회의 표결 이전에 사퇴해 탄핵소추안을 무력화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1인 체제' 방통위가 일시적으로 '0인 체제'가 됩니다. 법에는 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 등 5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지만 한 명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건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여권에서는 이진숙 후보자 임명 전후로 상임위원 1명을 위촉해 2인 체제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 유력합니다. 이동관 위원장 시절부터 '탄핵과 사퇴'를 반복하면서 2인 체제라는 기형적 구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에서는 2인 체제의 의결에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2인 체제로도 전체 회의 개최와 의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4일 윤석열 대통령 지명으로 방통위원이 된 이 부위원장은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이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연이어 사퇴하면서 위원장 공석 때마다 직무대행을 수행해왔습니다. 싸움의 본질은 MBC 경영진 교체 그런데 여권이 '도로 2인 체제'를 만들면 야당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이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이틀이나 진행하며 낙마를 벼르고 있고,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진숙 후보자 임명에 대비했지만 허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야당으로서는 이진숙 후보자 임명 뒤 또다시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는데요, 이 절차 이전에 이진숙 방통위 체제에서 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방문진 이사에는 32명이 지원했고, 이진숙 후보자가 임명되면 절차상 곧바로 이사 선임안 의결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32명의 명단이 공개된 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이명박·박근혜 시절,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아래 MBC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섰던 주역들이 대거 지원했다"고 비판하면서, 방통위를 향해 "위법적인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저지하는 데 당력을 쏟고 있는데요, 어떤 식으로든 방통위 손발을 묶어 지금의 방문진 체제를 지속하려할 것으로 보입니다. 언제까지 '탄핵→사퇴' 반복하나? 방통위 체제가 기형적인 모습을 유지한 지 오래됐습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으로 면직되고 나서 3인 체제가 됐는데요, 지난해 8월에는 김효재·김현 상임위원이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이때 윤석열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이상인 상임위원만 남았다가 곧바로 이동관 위원장이 합류했는데요, 이때부터 1인 또는 2인 체제로 1년 가까이 운영됐습니다. 이동관 위원장은 3개월여 만에, 후임 김홍일 위원장은 6개월여 만에 자진사퇴했는데요, 이유는 모두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진숙 후보자가 위원장이 되더라도 단명할 가능성이 큽니다.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하든 안 하든 또다시 야당의 탄핵소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과 사퇴의 무한 반복, 그리고 정치 공방의 소용돌이에 있는 게 방송통신위원회의 현주소입니다. 더 암울한 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상황이 무한 반복될 거라는 점입니다. 이런 싸움의 반복을 끊을 근본적인 해법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안준석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낙마 이후 대선 판세가 크게 재편되고 있는데요, 민주당 후보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해리스의 돌풍이 '트럼프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지지율 상승세가 뚜렷하고, 일부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습니다. '검사 출신과 중범죄자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이 먹히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프레임으로 '남녀 대결'이 있는데요, 트럼프 측에서 이 프레임을 부각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여성 대통령 당선 앞에 놓인 마지막 유리 천장이 깨지지 않았는데요, 이번엔 어떨까요? '해리스 오차범위 내 우위' 조사 나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공동 조사 로이터와 입소스가 22일~23일(현지시간) 유권자 1천18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44%,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2%였습니다. 오차범위(±3%포인트) 안이지만, 해리스가 앞선 것으로 나온 첫 여론조사입니다. 앞선 조사를 보면 이달 초에는 트럼프가 1%포인트 우세했고, 중순에는 44%로 동률을 기록했습니다. 해리스 기준으로 보면 근소하게 뒤지다 역전한 겁니다. ▶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 조사 모닝컨설트가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 다음 날(22일) 유권자 4천1명을 조사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을 2%포인트까지 추격했습니다. 오차범위(±2%포인트) 이내로 따라붙은 겁니다. 이 여론조사업체가 바이든 후보 사퇴 발표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6%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크게 줄었습니다. 두 조사업체의 조사에서 나온 여론 추세를 보면, 해리스의 상승세가 확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리스 "약탈자, 사기꾼, 트럼프 같은 유형 잘 안다" 해리스의 입도 거침이 없습니다. 대통령직 도전 선언 이후 처음으로 유세에 나섰는데요, 자신은 범죄자를 쫓는 검사 출신이라며 트럼프에 대한 맹렬한 추격전을 예고했습니다. 해리스는 "여성을 학대한 약탈자들, 소비자들을 뜯어먹은 사기꾼들, 자신들 이익을 위해 규칙을 깬 사기꾼 등 범죄자를 다뤄왔다"며 "난 트럼프 같은 유형에 대해 잘 안다"고 트럼프와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했습니다. 해리스는 하루 전 대선캠프 연설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검사 출신과 중범죄자'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으로 선거 지형을 형성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은 범죄자를 응징하는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트럼프는 4번의 형사 기소를 당하고 성추문 입막음 돈 거래 소송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입니다. 해리스의 첫 유세가 열린 위스콘신은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관식'을 진행한 곳입니다. 또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과 함께 '러스트 벨트'(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경합주로 꼽힙니다. 해리스가 첫 유세 지역으로 위스콘신을 선택한 것만 봐도 정면 대결의 의지가 읽힙니다. 조지 클루니·비욘세 등 해리스 지지 잇따라 민주당 당원이기도 한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해리스 공식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클루니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번에 해리스 지지를 표명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는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구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자넬 모네와 존 레전드, 찰리 XCX 등 유명 뮤지션들도 공개적으로 해리스 지지에 나섰습니다. 특히 팝스타 비욘세는 자신의 노래 '프리덤'(Freedom)을 해리스의 선거운동에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부금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사퇴 이후 민주당이 모금한 선거자금이 2억 5천만 달러(약 3천463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기부 행렬에 민주당이 한껏 고무된 분위기라고 합니다. 마지막 유리 천장 깰 수 있을까? 8년 전인 2016년 트럼프에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해리스 지지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뉴욕타임스(NYT)에 "힐러리 클린턴: 어떻게 카멀라 해리스는 승리하고 역사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하고, 자신이 깨지 못한 '유리 천장'을 해리스가 깰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사로서 해리스 부통령은 마약 밀매업자, 공해 유발자, 그리고 약탈적인 대출 기관들을 상대했다. 미 상원의원으로서 그는 움찔거리는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과 후보자들을 상대로 엄격하게 질문했으며 그 모습은 영감을 줬다"면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이길 적임자라는 점도 부각했습니다. 8년 만에 남녀 대결이 성사돼 미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선거 환경은 8년 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해리스에게 유리한 변화를 꼽아 볼까요. 미국 대졸 여성 노동자의 수가 남성을 추월했고, '미투 운동' 이후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고,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여성 유권자들이 분노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사회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은 여전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말한 것처럼 여성이 사회 전반에서 유리 천장을 깨뜨리고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가장 높은 천장까지 깰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트럼프는 이에 맞서 '남성성'을 강조하면서 남녀 대결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을 상대로 막말을 일삼았듯 해리스를 향해서도 인신공격성 막말을 퍼부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내다봤습니다. 트럼프 측의 여성 경쟁자 비하 발언, 남녀 대결 프레임 등이 이번에도 먹힐지, 아니면 이런 전략을 비웃듯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미국 대선의 큰 관전 포인트입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가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받았습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안준석
이변은 없었습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 결선투표 없이 단판으로 확인됐습니다. 한동훈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지 7개월 만에 국민의힘 당권을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한동훈호의 앞날은 첩첩산중입니다. 신임 한동훈 대표가 한 달 전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라고들 한다"면서 스스로도 험난한 길이 될 것을 예상했는데요, 정치인 한동훈이 정치 본게임에 이제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동훈, 압도적 표차로 당선 '1강 2중 1약' 구도에서 1강인 한동훈 후보가 과반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새 당 대표가 됐습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한동훈 후보는 32만 709표를 얻었습니다. 득표율로는 과반인 62.8%를 기록해,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확정했습니다. 다른 후보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린 겁니다. 한 후보에 이어 원희룡 후보(18.8%), 나경원 후보(14.6%), 윤상현 후보(3.7%) 순으로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동훈 신임 대표는 총선 참패 후 비상대책위원장에서 사퇴한 지 103일 만에 당 대표로 복귀하게 됐습니다. 한 대표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3명 중 장동혁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이 동반 당선됐는데요, '팀 한동훈'이 당 지도부 전면에 나서게 됐습니다. 여당의 주류 세력이 친윤(친윤석열)계에서 친한(친한동훈)계로 재편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 눈높이" 또 강조한 한동훈 '미래 권력' 한동훈 신임 대표의 최대 난제는 '현재 권력'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입니다. 당정 관계 정립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23일) 전당대회에서도 두 권력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 대표 후보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하면서 한동훈 후보와 짧게 마주쳤습니다. 1차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이후만 해도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90도로 인사하며 깍듯했지만, 오늘(23일)은 거의 숙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지나치듯 악수만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후 10여 분간 이어진 축사에서 "우리는 하나",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라는 이야기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반면 한동훈 신임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신임 대표의 역할로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윤 대통령 축사와 방향이 달랐습니다. 당원 동지들과 국민 여러분께서 선택하고 명령한 변화는 무엇입니까? 첫째,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 둘째, 미래를 위해 더 유능해지라는 것. 세 번째, 외연 확장. 지난 2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며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1차 윤한 갈등이 촉발됐는데요, 비슷한 얘기를 다시 꺼낸 겁니다.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 충돌하나? 일각에서 '김옥균 프로젝트'가 나돌고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친윤계의 한동훈 흔들기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대통령은 한 후보가 되면 축하난을 보내주고 일주일 있다가 (축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말도 했습니다. 한 대표가 '주변에서 전당대회 나가는 걸 말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등에서 난관이 있을 거라는 우려를 주변에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마 선언문에서도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라고들 한다. 저는 용기 내어 헌신하기로 결심했고, 결심했으니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요, 난관을 예상하면서도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두 권력이 충돌할지 여부는 '채 해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법에 대한 대처가 1차적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채 해병 특검법'을 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와 상관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상태입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후보의 특검법 구상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 후보가 특검법을 추진하고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현실화되면 두 사람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훈의 정치 본게임은 이제부터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한동훈 대표가 먼저 대통령을 향해서 도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윤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로 4가지 시나리오를 언급했습니다. 1. 친윤을 중심으로 한동훈 체제를 흔든다. 2. 정반대로 앙금을 털고 함께한다. 3. 각자 거리를 둔다. 4. 대통령이 정무장관을 두고 야당을 상대로 직접 정치에 나선다. 첫 번째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듯이 옛날에 이준석 대표 흔들듯이 친윤을 중심으로 해갖고 한동훈 체제를 흔든다. 어떻게든 이게 있을 수 있는 거예요. 두 번째는 반대죠. 정반대로 그래도 어쨌든 한동훈 위원장이 당대표가 됐기 때문에 풀어서 같이 간다. 세 번째는 딱 거리를 두고 대통령은 대통령이 일을 하는 거고 당은 당의 일을 해라 그냥 아예 생각 안 하는 거예요. 네 번째는 대통령이 정무장관을 두고 아예 대통령 아젠다 개헌이든 뭐든 야당을 상대로 직접 정치에 나서는 거죠. 그거는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저는 보거든요.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스브스프리미엄 '스토브리그') 어떤 시나리오가 기다리든 한동훈 대표는 정치적 시험대에 서게 됐습니다. 또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어진 집안 싸움의 후유증을 치유해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선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상대 후보를 헐뜯고 공격하면서 야당 공세의 빌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선 '분당대회'라고 비꼬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분열의 집'이 된 전당대회 이벤트였습니다. 누적된 계파 갈등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보수 분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임 한동훈 대표는 정치 입문 7개월 만에 첫 선출직 자리에 올랐는데요, 이제부터 가시밭길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안준석
최근 연예인에 대한 '과잉 경호', 또는 '황제 경호'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이돌 그룹 크래비티 팬이 경호원에게 머리를 맞아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고 밝혀 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벼슬도 아닌데, 연예인 경호원들이 완장 찬 통제자처럼 과도하게 제지하는 것도 모자라 팬들을 폭행하는 일까지 발생한 겁니다. 무슨 상황인데? 아이돌 그룹 크래비티 팬인 10대 A 양은 지난달 23일 김포공항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A 양은 엑스(X·옛 트위터)에 "크래비티 김포공항 입국 당시 경호원에게 머리를 구타당했다", "이후에도 경호원이 수차례 폭력을 가해 자리를 피했으나, 경호원은 저를 쫓아오며 '더 해봐'라는 식으로 조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경호업체를 경찰에 신고하러 간다"고 적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JTBC가 공개한 당시 영상에는 경호원이 '나오라고', '뭐 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든 팬을 강하게 밀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경호원이 또 다른 여성 팬을 밀치고 위협적으로 대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JTBC는 경호원이 "A 양의 손을 위쪽으로 올렸을 뿐 때릴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공항 CCTV를 확보해 경호원의 폭행이 있었는지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크래비티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과잉 경호 논란에 사과했습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에서 "크래비티의 일본 공연 및 프로모션을 마치고 돌아오는 공항에서 아티스트 경호 업무를 수행 중이던 경호원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경호 업체와의 크래비티 현장 경호 관련 협력 관계를 종료했다"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경호 프로토콜과 교육 절차를 마련해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JTBC 보도 이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련 영상이 게시되고 논란이 확산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배우 변우석 씨 경호업체도 과잉 경호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변 씨 출국 과정에서 소속사가 고용한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이 인천공항 게이트를 차단하고 이용객들에게 플래시를 쏘는 등 과잉 경호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경찰은 해당 경호원들을 상대로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등 내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SBS 8시 뉴스 팩트체크 코너인 '사실은'팀에서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현직 변호사 3명에게 물어봤습니다. 출국장 게이트를 막은 행위는 공항의 청사 관리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여권 검사에 대해서는 '잠시 여권을 보자'고 단순 요청한 경우라면 강요죄 적용은 어렵지만 압력으로 느껴지는 언행을 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다만 다른 이용객에게 플래시를 비춘 부분은, 변호사 3명 모두 신체에 대한 물리력 행사로 볼 수는 없어서 폭행죄 적용이 어렵다고 봤습니다. 또, 전반적으로 사설 경호원들의 행동이 업무 범위를 넘어선 만큼 경비업법 위반으로 볼 소지는 다분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이학재 인천공항 사장도 지난 17일 국회에 출석해 "공항이 생긴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다", "1년에 수백 명의 연예인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 이렇게 사설 경호업체가 엉뚱한 행동을 하는 그런 경우가 없었다"면서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연예인이 벼슬인가요"라며 과잉 경호를 비판하는 글이 온라인에 크게 늘었습니다. 아이돌 팬 사인회가 종종 열리는 서울 동자아트홀이 최근 "경호는 권력이 아니다. 경찰도 아니며 '완장을 찬 통제자'가 아니다"라는 '과잉 경호 금지' 공문을 내걸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동자아트홀 측은 "관객 내지 문화 소비자를 잠재적 가해 인물로 인식하고 경계해서 노골적으로 통제, 제지, 제압, 억압, 압박, 위협, 지시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스타들은 경호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는 팬들과 어느 정도 교류해야 할 의무가 있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호업체들이 스타와 팬덤과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최근 논란이 된 돌발 상황들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사설 경호팀이 스타들을 경호할 때 지켜야 할 매뉴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패싱' 논란의 당사자인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대면조사와 관련해 수사팀을 공개 질책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도 읽힙니다. 그렇다면 후폭풍이 일 수도 있는데요, 대통령실은 반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패싱' 논란의 또 다른 당사자인 서울중앙지검장도 사과하면서 한발 물러서고 있습니다. 이원석 총장의 소극적 저항으로 마무리될까요? 출근길, 이원석 "국민들께 사과" 이원석 총장은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면서 김건희 여사 조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그동안 얘기한 원칙이 무너졌다는 겁니다. 국민들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중략)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 이원석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인용했던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성어를 다시 꺼내기도 했습니다. 일선 수사팀을 공개 비판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러면서 "일선 검찰청에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이라고 '총장 패싱'을 확인하고, 문책과 관련해서는 진상을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총장은 평소에도 중앙지검에 '검찰청 소환' 원칙을 지킬 것을 누누이 당부해왔다고 합니다. ▷ 기자: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감찰 등 별도 문책 계획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이원석 총장: 오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진상을 파악해보고 나서 거기에 상응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 총장은 김건희 여사 조사 소식을 뒤늦게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고 하는데요, '동아일보'는 어제(21일) "법 위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주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비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내가 계속 근무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 총장이 사퇴 표명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출근길에서는 거취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헌법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그때 제 거취에 대해 판단해보겠다"는 입장을 말했습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으로 부임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같은 해 9월 정식으로 총장으로 취임했으니까, 오는 9월 15일이면 2년 임기가 만료됩니다. 이 총장의 출근길 가방에는 '인의예지신'이라 적힌 글자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인의예지신은 사람이 지켜야할 다섯 가지를 말하는 유교의 덕목입니다. 오전 10시, 이창수 지검장 보고 이원석 총장은 출근 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 경위를 보고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원석 총장은 ▲ 대검에 조사 일정조차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점 ▲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가 관리하는 부속 청사에서 조사한 점 등에 대해서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창수 지검장은 경위를 설명하면서 '제 불찰이다. 죄송하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사과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총장 지휘권이 배제됐기 때문에 위법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보고가 늦어졌다는 불가피성도 설명했다고 합니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님 질책이 있었고, 중앙지검장은 여러 차례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보고 자리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런 설명을 보면 이창수 지검장의 보고와 사과에 대해 이 총장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총장은 보고 뒤 대검 감찰부에 진상 파악 지시를 내렸습니다. 다만, 이 지시는 징계를 염두에 둔 감찰 착수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부터 파악하겠다는 게 이원석 총장의 입장으로 보입니다. 오후, 대통령실 "검찰 내부의 문제" 대통령실 관계자가 오후에 기자들을 만났는데요, 이원석 총장의 발언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건 검찰 내부의 문제인 듯하다"면서 거리를 두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비공개 조사를 받은 것이 특혜라는 주장에는 "현직 대통령 부인이 검찰에 소환돼 대면 조사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다"며 "특혜라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비공개 조사받은 것에 대해서 특혜라고 주장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에 응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어제(21일)와 마찬가지로 현직 대통령 부인이 검찰에 소환돼 대면조사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었던 첫 대면조사입니다.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라는 입장 다시 한 번 전달드립니다. - 대통령실 관계자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검찰 간 조율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는 "조사는 적절한 시점에 인지했고, 구체적 조사 방식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 총장은 '김건희 여사 비공개 조사가 원칙을 어겼다'며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있고, 대통령실은 '현직 대통령 부인이 전례 없는 대면조사를 받았다'고 맞서는 모양새입니다. 앞으로 후폭풍이 일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이원석, 소극적 저항에 그치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원석 총장에게 보고하면서 거듭 사과했다는 점으로 미뤄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원석 총장도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징계 등으로 검찰 수뇌부 갈등을 키우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원석 총장의 공개 질책과 이창수 지검장의 사과 선에서 일단 상황을 봉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총장이 수사팀에 화를 내고 대통령실을 향해 반발하는 것 같지만, 소극적인 저항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겁니다. 이 총장이 직무대행까지 포함하면 2년 넘게 검찰 수장을 맡아왔지만,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운 적은 없기 때문에 이런 관측이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저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 수모를 참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저 같으면 (사표를) 던진다. 그거 몇 개월 더 해서 뭐하나. (중략) 식물총장으로 더 이상 살 이유가 뭐가 있냐?"면서 "제가 볼 때 윤석열 대통령 내외분이 한동훈에 이어서 이원석 총장까지 버린 거다. 헤어진 거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절기상 대서인데요,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경남 진해의 해상훈련장에서 전투 수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안준석
"신중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 "토씨를 달거나 하지 않겠다." "저도 말하고 아차 했다." 모두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한 말인데요,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을 폭로한 데 대해 하루 만에 사과한 겁니다. 한동훈 후보가 지난해 정치에 입문한 뒤 자신의 언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건 처음인데요, 그만큼 서둘러 수습하지 않으면 '실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훈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 한동훈 후보는 SNS에서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 발언을 공개한 것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자신의 발언 배경에 대해서도 해명했는데요,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공소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습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SNS 한 후보는 오늘(1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거듭 사과했는데요, "토씨를 달거나 하지 않겠다", "조건 없이 사과한 것이다", "저도 말하고 아차 했다", "신중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더 토씨를 달거나 이런 건 아니라는 점 말씀드릴게요. 전 조건 없이 사과한 겁니다. (중략) 저도 말하고 아차 했거든요. 이 얘기를 괜히 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 점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해서는 "악법을 막기 위해서 당원들, 보좌진, 의원들이 처벌될 것을 감수하고 몸을 아끼지 않고 막았던 충돌 사건"이라고 평가한 뒤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끝까지 당이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왜 사과할 수밖에 없었나? 한동훈 후보는 어제(17일) CBS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에게 "저한테 본인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으시죠"라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나 의원님께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고요. 그런 식으로 저희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법무부 장관은. - 한동훈 후보, CBS 주관 방송토론회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후보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저지하려고 국회 안에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이때 일로 자유한국당 의원 23명, 민주당 의원 5명이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재판은 4년 넘게 진행 중입니다. 나경원 후보는 당시의 일이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을 위한 투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제(17일)만 해도 '민주당에 맨몸으로 맞섰다'면서 치적으로 내세웠습니다. 빠루(쇠지렛대)를 들고 문을 뜯으며 달려드는 민주당에게 맨몸으로 맞섰습니다. 죽어있던 정당은 살아있는 정당으로 바뀌고 웰빙 정당은 투쟁하는 정당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두들 박수를 쳤습니다. (중략) 우리 여당 법무부 장관이라면 당연히 당연히 연동형 비례제의 무력화, 공수처의 무력화를 이유로 공소 취소했어야 할 사안입니다. - 나경원 후보, 제4차 합동연설회 경쟁 후보 외에도 여권서 집단 반발 한동훈 후보가 서둘러 봉합에 나서는 건 자칫 정체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여권에서는 패스트트랙 사건을 건드리는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경쟁 후보들도 한동훈 후보를 때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나경원 후보는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기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원희룡 후보도 세미나에서 한 후보를 두고 "피아 구분을 못 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정말 더 배워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여권의 중진들도 한동훈 후보를 난타하고 있습니다.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SNS에서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우리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김기현 의원), "좌파 언저리에서 기웃거리던 자들이 숙주를 앞세워 우리 당을 넘보며 밤 놔라 대추 놔라 훈수질하며 끼어들고 있다"(이철규 의원)는 반발도 나왔습니다. 계파색이 옅은 이양수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재판받는 의원들이 30명인데, 그 감정선을 건드렸다"며 한 후보 발언이 여권에서 어떤 후폭풍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한동훈 후보가 제가 보기에는 전략상 실점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지금 재판받고 있는 의원들이 현역 국회의원들이 한 30명 정도 돼요 (중략) 그런데 많은 분들이 받고 계시기 때문에 그게 감정선을 건드린 거고요. -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민주당 "범죄 행위 수사해야" 민주당은 법적인 책임까지 지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 사실이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튀어나오면서 주워담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나 후보는 서울법대 10년 후배인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에게 '공소 취소해야 될 사안'이라고 얘기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공직자에게 수사·재판 등의 위법한 처리의 청탁을 금지한 청탁금지법(제5조 1항14호) 위반에 해당될 수 있고, 한동훈 후보도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 행위들이다. 반드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사법처리 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최민석 대변인도 "국민께 솔직하게 이실직고하고 법적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후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마치 범죄 집단의 '자백쇼'를 보는 것 같다"며 조만간 관련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폭로전으로 흐르면서 야당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당권 주자들은 오늘(18일) 다섯 번째 방송토론회에서 또 격돌하게 됩니다. 파리 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기념 주화가 주한프랑스대사관저에서도 공개됐습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안준석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북한 전문가가 미국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일종의 '간첩' 혐의입니다. 기소된 수미 테리(한국명 : 김수미) 박사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국계 학자입니다. 공소장에는 수미 테리가 여러 차례 국정원 파견 외교관들을 만나는 CCTV 장면 등이 첨부됐는데요, 미국 검찰이 장기간에 걸쳐 수미 테리를 추적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동맹국 정보당국의 활동을 사실상 공개한 셈인데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요? 수미 테리, '한국 정부 대리 혐의'로 기소돼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건 뉴욕타임스(NYT)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뉴욕 맨해튼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수미 테리(Sue Mi Terry) 연구원은 고가의 저녁 식사와 명품 핸드백, 연구 활동비 등을 받고 그 대가로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미국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을 위반했다는 게 공소장에 적시된 수미 테리의 혐의입니다. 뉴욕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2013년 6월부터 활동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때는 테리 연구원이 CIA에서 퇴직한 지 5년 지난 시점입니다. 당시 수미 테리는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참사관이라고 소개한 인물과 처음으로 접촉했고, 이후 워싱턴과 뉴욕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고위급 한국 국정원 요원들과 만나 비공개 정보 등을 건네고 한미 정부 관계자들 간 모임도 주선한 것으로 공소장에 나와 있습니다. 그 대가로 수미 테리는 10년 동안 루이비통 핸드백과 3천 달러가량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미슐랭 식당 저녁 식사, 3만 7천 달러(우리 돈 약 5천200만 원)를 받았다는 게 뉴욕 검찰의 주장입니다. 공소장에는 국정원 요원들이 명품 가방을 직접 고르고, 선물한 뒤 대사관 번호판이 부착된 차량을 타고 함께 떠나는 사진 등도 첨부됐습니다. 미슐랭 인증 레스토랑을 비롯한 고급 식당에서 국정원 직원들과 식사하는 사진도 있습니다. 사진은 2020년 8월 국정원 파견 공사참사관 전·후임 2명이 인수인계 차원에서 수미 테리와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첨부된 사진들은 수미 테리가 국정원 간부와 밀착해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일한 증거라고 뉴욕 검찰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소장을 보면 국정원 간부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매장 CCTV 화면 등을 파악하는 등 뉴욕 검찰이 수미 테리와 국정원 간 관계를 10년간 면밀하게 추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정보당국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점도 이례적입니다. 미국 검찰, 국정원 활동 상세히 공개 뉴욕 검찰이 특히 엄중하게 본 부분은 수미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참석한 대북 전문가 초청 비공개 간담회 내용을 회의가 끝나자마자 국정원 간부에게 흘렸다는 의혹입니다. 지난 2022년 6월 워싱턴 미 국무부 건물에서 1시간가량 열린 이 회의는 블링컨 장관을 비롯한 국무부 고위 간부와 소수의 한반도 전문가만 참석한 비공개 회의였습니다. 수미 테리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외교관 번호판이 붙은 국정원 파견 공사참사관의 차량에 탑승했고, 공사참사관은 수미 테리가 적은 2페이지 분량의 회의 메모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으로 뉴욕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검찰은 수미 테리가 조사 과정에서 메모를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메모 사진을 확보해 공소장에 증거 자료로 첨부했습니다. 미국 검찰이 공소장에 첨부한 수미 테리 메모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은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 외국 정부나 외국 기관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경우 스스로 그 사실을 미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공직자는 외국을 위해 일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지만, 일반 시민은 직업의 자유 차원에서 외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데 제한이 없습니다. 다만, 그런 사실을 미리 신고해야 합니다. 수미 테리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요, 변호사 리 월로스키(Lee Wolosky)는 성명에서 "검찰의 주장들은 근거가 없으며 수년간 미국에 봉사한 것으로 유명한 학자이자 뉴스 분석가의 일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에 대해 가혹한 비판을 했다",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명확해질 것이다"고도 했습니다. 수미 테리는 누구? 수미 테리는 1972년에 태어난 한국계 이민자 출신으로 12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뉴욕대에서 정치학으로 학사 학위를,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조부모가 북한 출신이어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1년부터 CIA에서 동아시아 분석가로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습니다. 2008~2009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 및 오세아니아 과장을 지냈고, 동아시아 국가정보 담당 부차관보까지 역임했습니다. 이후에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국장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며 북한 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고 지난 3월부터 뉴욕에 있는 미국외교협회(CFR)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 5월엔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또 6월에는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CNN 방송에 논평가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한국 정부에 경고 메시지 보냈나? 미 검찰이 테리를 기소하면서 한국 정보당국의 활동을 상세하게 밝힌 것을 두고 "동맹 관계와 별개로 한국 국정원이 비공식 루트를 통해 정보 수집하는 데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2022년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 내용을 적은 수미 테리의 메모 내용을 가린 반면, 테리와 국정원 간 접촉 내용 등은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는) 외국의 영향력 문제에 맞서기 위한 법무부의 노력"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으로 한미 정보 교류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특히 미국에서의 다양한 정보 네트워크 구축에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미국 내 '지한파' 학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한파 학자 양성과 연구가 더 위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관계가 순항하고 있는 시기에 뜻밖의 사건이 터지면서 다소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하루 앞두고 있는데요,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안준석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반환 지시를 깜빡했다.' 김 여사 측근 행정관이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야권이 일제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행정관 탓으로 돌리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거나 '만들어진 진술'이라는 겁니다. 김 여사 측은 야권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여론전도 펴고 있는데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박찬대 "무슨 도마뱀 정권도 아니고..." 김건희 여사의 측근인 대통령실 유 모 행정관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와의 면담 당일 명품 가방 반환을 지시했지만, 다른 업무가 많아 깜빡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뒤 야당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너무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힐 정도로 황당하다. 누가 봐도 꼬리 자르기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봐도 꼬리 자르기 시도입니다. 경찰도 임성근 구하기 수사 결과 발표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하더니, 이 정권은 무슨 도마뱀도 아니고 자꾸 꼬리를 자르려고 합니까? -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당 원내대책회의 박 원내대표는 이어 "김건희 여사는 자꾸 애꿎은 아랫사람 시키지 말고, 당사자인 본인이 직접 해명하시라"고 촉구했습니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유 행정관의 주장이 "만들어진 진술"일 것으로 봤습니다. 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처음에 최재영 목사가 문제 제기했을 땐 '반환 지시를 했다'는 얘기가 없었고 이제서야 검찰 조사받으면서 그 얘기를 했다는 것이잖나", "이제 와서 그 얘기를 하는 것은 만들어진 진술로 보여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습니다. 근데 이제 와서 그 얘기를 하는 것은 '만들어진 진술이다. 만들어진 진술로 보여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나중에 이것을 법리적으로 검토를 했겠죠. 그러면 그것이 이렇게 하면 유리하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정리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심스럽습니다. -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김 여사 측 "명품백에 손 안 댔다" 하지만 김 여사를 대리하는 최지우 변호사는 "꼬리 자르기라는 일각의 비판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상당한 도덕적 비난을 받았음에도 일체의 해명이나 변명을 한 사실이 없는 바, 이제 와서 거짓 해명을 할 이유도 없음"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지시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영부인은 유 행정관에게 '바로 돌려주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으니 기분 나쁘지 않도록 추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이에 포장지도 버리지 않고 포장 그대로 계속 보관하게 된 것"이라는 겁니다. 이어 "현재 디올백은 사용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보관돼 있다"며 이는 사용할 의사가 없었고, 반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유 행정관은 지난 3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김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받은 재작년 9월 13일 당일, 김 여사가 곧바로 최 목사에게 가방을 돌려주라고 지시했지만 깜빡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디올백의 이동 경로에 대해 유 행정관의 검찰 진술을 토대로 '한국일보'가 정리한 보도도 있습니다. 이 보도를 보면 이동 경로가 이렇게 추정됩니다. ▲ 2022년 9월 아크로비스타 살 때 최재영 목사가 선물 ▲ 당일 김건희 여사가 '돌려줘라'고 지시. 유 행정관이 깜빡하면서 계속 아크로비스타에 보관 ▲ 2022년 11월 한남동 관저 이사 때 관저 창고 보관 ▲ 2023년 11월 22일 '서울의소리'서 영상 공개 뒤 용산 대통령실로 옮겨 보관 이대로라면 김 여사 측은 문제가 된 가방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고, 가방이 바로 최 목사에게 반환되지 않은 건 유 씨의 과실 탓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은 포장 그대로 청사 내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야권에서는 '가방을 사용하다 문제가 되자 대통령실로 옮긴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김 여사 측과 대통령실은 이를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명품백 제출해달라" 검찰은 가방을 임의로 제출받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통령실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압수수색이 아니라 임의 제출 방식으로 명품백을 받는다는 방침에 따라 공문을 보낸 겁니다. 검찰은 김 여사 측이 명품백을 제출하면 우선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선물한 것과 동일한 상품인지 확인할 방침입니다. '최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은 날 돌려주라고 지시했고, 명품백은 사용한 적 없다'는 김 여사 측 주장도 검찰이 검증할 계획입니다. 김 여사 측에서는 명품백의 대통령기록물 지정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검찰에 제출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기록물법을 보면 대통령기록물의 무단 반출은 금지돼 있지만, 수사기관이 대통령기록물을 획득한 경우에 대한 조항(12조)이 별도로 있는 만큼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반출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명품백을 임의 제출 받은 뒤 김 여사 조사 시기와 방식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 뒤늦게 '행정관 깜빡' 공개하나? 김건희 여사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은 시점은 2022년 9월, 영상이 최초 공개된 시점은 2023년 11월입니다. 영상 최초 공개 시점을 기준으로 해도 8개월 지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KBS 인터뷰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는 말로 김 여사가 최 목사 만남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정황을 설명했습니다.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고 처음으로 사과했습니다. '사과'라는 직접적 표현은 참모들과 사전 논의 없이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썼다고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당일 반환을 지시했고 행정관이 깜빡하면서 지시를 이행하지 못했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이렇게 사과할 필요까지 있었을까요?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공개하고 대응했으면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데요, 왜 처음부터 '행정관 깜빡'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또 뒤늦게 돌려주지 못한 사실을 알았다면 왜 그때라도 최 목사에게 돌려주지 않았는지도 의문입니다. 장맛비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요, 폭우가 내린 전남 진도군의 농경지 침수 사진입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안준석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첫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를 지명했습니다. J.D. 밴스 미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입니다. 나이는 39세로, 지난 1952년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입니다. 오하이오의 흙수저, 개천의 용, 러스트벨트의 스타... 부통령 후보 J.D. 밴스 이름 앞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습니다. 트럼프는 왜 이런 측근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을까요? 무슨 상황인데? 트럼프는 SNS에 올린 글에서 "JD는 해병대에서 명예롭게 조국을 위해 복무했고, 오하이오 주립대학교를 2년 만에 수석 졸업했다",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예일 법률저널 편집장, 예일대학교 법학 재향군인회 회장을 지냈다"고 그의 이력을 열거했습니다. 또 J.D. 밴스의 베스트셀러 저서인 '힐빌리의 노래'를 언급하고 "열심히 일하는 미국의 남녀를 옹호하는 내용으로 주요 베스트셀러이자 영화로도 제작됐다"며 작가라는 점도 상기시켰습니다. 트럼프가 언급한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는 J.D. 밴스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자전적 소설입니다. '화이트 트래시(쓰레기 백인)'라고 하는 저학력 백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란 경험과 러스트벨트(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지역민들의 상실감을 파고들어 히트를 쳤고,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됐습니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알 수 있듯이 밴스는 '러스트벨트' 스타입니다. '오하이오주 흙수저' 경험을 딛고 변호사, 벤처 캐피털 기업가를 거쳐 연방 상원의원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밴스가 처음부터 트럼프 측근은 아니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 2016년에는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 "문화적 마약" 등으로 부르며 맹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정치 도전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180도 달라졌습니다. "트럼프는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었다"며 적극 지지로 돌아선 겁니다. 2021년 상원 의원 출마 뒤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찾아가 과거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밴스는 트럼프 지지를 받았고,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상원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지금은 '트럼프 아바타'로 불릴 정도로 트럼프 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트럼프 측근 중에서도 가장 충성심(loyalty)이 높은 '충성파' 핵심으로 분류됩니다. 밴스는 특히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널도 주니어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J.D. 밴스 같은 이를 보고 싶다", "원칙적으로 일치하고 공격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걸음 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보면 트럼프가 러닝메이트 발표 24시간 전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전당대회가 열리는 밀워키로 전날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도 가족들과 보좌관들에게 후보들의 장단점에 대해 계속 물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두 후보에 비해 더 호전적이고 이념적으로 보이는 밴스 의원을 택한 데에는 아들 도널드 주니어와 전 폭스뉴스 앵커이자 극우 논객 터커 칼슨 등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밴스 의원이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가장 충성할 것이며, 밴스 의원이 '러스트벨트' 지역인 오하이오주 빈민층 출신이란 점을 고려할 때 주요 격전 지역에서의 승리에 필수적인 노동층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미 CNN 방송은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또 밴스 의원의 아내가 인도 이민자의 자녀라는 점을 들어 소수계 유권자들에게도 호소할 수 있다는 점을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설득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플로리다의 개인 별장 마러라고에서의 심야 만찬에서 아버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밴스가 '트럼프 어젠다'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강력 권고했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젊은 강경 보수 J.D.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택한 것은 경합주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중으로 읽힙니다.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러스트벨트(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인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주 등을 공략하는 '돌격대'로 그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로 불리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 반길 강경 보수파 밴스 의원을 택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수 강경 색채가 덜한 측근들이 있지만 이들을 물리치고 밴스가 지명된 건 '확장성'보다는 '정체성'을 더 우선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럴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의 대선 구도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후보 교체론을 둘러싼 민주당 내 자중지란, 자신의 피격으로 부상한 대세론 속에서 굳이 득표 확장성을 감안한 '온건' 성향 후보를 내세울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