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국제팀 기자. 2022년 7월까지 워싱턴 특파원으로 재직하며 미국의 다양한 문제적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지금도 국제 뉴스의 핵심 인물들을 직접 인터뷰해 방송 뉴스는 물론 비디오머그 '김수형의 글로벌 인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팬데믹 보도로 2022년 보건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2013년 방송기자클럽 올해의 방송기자상 등 다수의 기자상을 받았다.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는 우리 역사에 남을 기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2.3 비상계엄의 주인공 대부분이 등장하는 배신과 음모의 드라마였습니다. 이번 사건 취재를 담당하는 SBS 외교안보팀장으로서 더 이상 받을 충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주인공들의 자백으로 재구성한 비상계엄의 실체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능력 있는 드라마 작가들이 이번 사건으로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어주시길 강력 건의드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원톱 주연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10일 국방위의 원톱 주연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의 행동대장으로 최정예 전력을 투입해 계엄군이 목표로 하는 주요 시설물을 장악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미 비상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 일요일부터 주요 시설물을 장악하라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김병주, 박선원 의원에게 계엄 실패 직후부터 고해성사를 하면서 자신의 죄에 대한 '여론 플리바게닝'을 시도했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자신의 잘못이 너무나 엄청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알고 있는 것을 하나둘씩 털어놨는데 악역에서 선역으로 회심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드라마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자백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TV를 보고 비상 계엄을 알았다고 하는 걸 보니 말을 맞춘 것 같다"며 다른 장군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나도 불었으니, 너희들도 다 알고 있는 걸 털어놓으라는 의미로 보였습니다. 이미 중죄를 피하기는 어렵지만 곽 전 사령관이 부하들에게 억지로 유혈사태까지는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고려해 줄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부대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간 병기로 구성돼 있는데 특전사령관이 만약 '김용현급'의 광기를 지녔다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을 겁니다.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자백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로 걸어왔던 전화 내용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함구하려고 했던 듯합니다. 하지만 10일 오전 국방위에서 심하게 동요하는 게 느껴졌고 '내란 수괴'인 윤 대통령을 보호하는 게 덧없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중계됐습니다. 이미 검찰 조사에서 자백한 것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말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던 오후부터 결국 모든 내용을 실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익 제보 형식을 취하면서 법률적으로도 대비하기도 했습니다. 곽 전 사령관이 실토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마디로 그냥 전두환이었습니다. 10일 국방위에서 확인된 윤 대통령은 법치 자체를 깡그리 무시하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걸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조바심을 내며 계속 전화해 강경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목적은 명확해 보였습니다. 자신이 내린 비상계엄을 헌법적인 절차로 해제하는 것을 물리력으로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조폭이나 건달도 이런 초법적인 지시를 내리면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증언만으로도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죄를 피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전두환이 했던 쿠데타를 모델로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포고령의 섬뜩한 문구 자체도 모두 그 모델은 전두환의 포고령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던 대한민국의 시계를 1979년 12월 12일로 돌려놨습니다. 실패했지만 모든 계획이 준비된 계엄이었다 이번 계엄은 실패한 작전이었지만, 모든 계획이 준비된 계엄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국회와 선관위를 동시에 장악하고 의원들을 체포해 과천 수방사 B-1 벙커에 수감하며 선관위 서버를 장악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수사(혹은 조작)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 이미 단단히 마련돼 있었습니다. 공수부대는 교대조까지 준비돼 있었고, 정보사는 사회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부대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의심됩니다. 계엄이 하루라도 더 길어졌으면 어딘가에서 느닷없이 방화 같은 일이 일어나면서 사회가 극도의 혼란에 빠지지 말라는 법은 없었습니다. B-1 벙커는 수방사의 전쟁 지휘소로 그 안에 무슨 시설이 있는지조차 극비이며 들어가면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쉽게 끊을 수 있는데 여기 의원들을 수감할 계획이었습니다. 계엄 확대, 총선 무효, 계엄군 관리하에 재선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을지 모릅니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를 본다면 제3세계의 비민주국가로 볼 수밖에 없는 엄청난 음모가 가동됐다는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을 것이고 계엄군이 모든 걸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면 우리가 알던 한국은 더 이상 없었을 겁니다. 이상현 1공수여단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게엄 당시 상황과 관련해 군에 대한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상현 1공수여단장이 자책하면서 특전사 대원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집단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반란군 오명만은 벗게 해달라는 눈물의 발언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그의 귀환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 환경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편에 이어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런 변화 방향을 예측해 보겠습니다. 급부상하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 지난해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전술핵 운용부대는 단거리 미사일 운용을 전담합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초대형 방사포, 장거리 순항미사일 모두 남한을 공격 대상으로 하는, 핵 탑재가 가능한 무깁니다. 군사력 세계 5위로 평가받는 우리 군에 36위에 불과한 북한군은 사실 적수가 될 수 없습니다. 비대칭 전력인 핵을 빼면 말이죠. 사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초만 해도 한국의 핵무장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우리 정부를 달래기 위해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핵 협의 그룹을 출범시키고 수시로 핵잠수함, 전략핵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출동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기반으로 하는 확장억제 전략을 믿어달라는 거죠. 밀러 전 장관 대행은 전술핵 재배치는 분명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동의가 전제였습니다. Q.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게 실현 가능한 선택인가요?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그건 항상 논의 테이블 위에 있지만 저는 한국인들을 정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상황이 정말 악화되면 분명 선택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냉전 시대 구소련에 대한 견제 목적으로 주한미군에 전술핵이 배치된 적이 있었습니다. 1991년 미소 간 체결된 전략무기 감축 조약을 계기로 전술핵이 한국에서 공식 철수했던 겁니다. 부시ㅣ전 미국 대통령 (1992년 7월) 한반도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고, 북한은 IAEA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만약 한반도에 전술핵이 재배치된다면 우리 내부의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전에 한미가 충분히 교감해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밀러 전 장관 대행은 설명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미국의 전술핵무기와 관련해서는 암묵적인 동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엄청나게 신중한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공화당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공화당 상원 군사위 간사인 로저 워커 의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맞서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고 나토처럼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공화당 상원 외교위 간사 짐 리시 의원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카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짐 리시ㅣ미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 (4월 15일) 우리는 동맹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무기 재배치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런 논의를 금기시해서는 안 됩니다. 적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주려면 전략 무기 전개를 자주 해야 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군사 훈련조차 반대했습니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공화당 내부 여론이 호의적인 데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고 판단이 든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전술핵 발사 버튼을 여전히 미국 대통령이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미국이 결정하지 않는다" 사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입니다. 최종현학술원이 올해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70% 넘는 우리 국민이 독자 핵 개발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을까요? Q.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에 대해 용인할 것으로 보시나요?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한국의 핵무장 문제는 궁극적으로 한국 국민이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보호자처럼 미국이 하라, 하지 마라 하는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미국이 마치 조종하거나 지침을 주는 것처럼 보였던 거의 후견적인 관계, 어쩌면 부모 자식 관계와 같던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Q.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그것이 미국의 승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저는 그것이 구시대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고나 선언적인 발언은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러는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미국이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용인할 건지는 끝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이 유지해 온 핵의 비확산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안호영ㅣ전 주미대사 핵의 비확산 문제 있지 않습니까? 그거는 사실은 그 워싱턴 조야(정치적 이해관계자)의 굉장한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래서 이 핵무장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와 갈등할 수 있고, 자칫 한미 동맹이 와해될 우려도 있습니다. 신원식ㅣ국방부 장관 (샹그릴라 대화, 지난 1일)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게 되면 국제 NPT 체제와 한미 동맹을 믿지 않는다는 전제가 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단히 채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트럼프, 북한과 핵 군축 협상 가능하다? 더 걱정스러운 문제가 있습니다. 트럼프가 재집권했을 때 사실상 핵을 가진 북한과 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입니다.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북한이 갖고 있는 핵을 감축하면 제재를 풀어주는 방식의 협상도 트럼프라면 가능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밀러 전 장관 대행도 방한 기간 최종현학술원에서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국내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 게 이 부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밀러는 북한과 군축 협상 가능성에 대해 북한과 관계 재설정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저는 최종현학술원에서 한국의 뛰어난 교수들, 전략가들, 정부 관계자들과 이야기했습니다. 이 문제(군축 협상)는 계속해서 중요한 이슈이자 주요 질문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저는 북한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기회가 있다고 믿습니다. 미국의 확장억제를 믿고 우리는 핵 개발을 하지 않았던 건데, 트럼프가 북한과 군축 협상을 진행한다면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끼는 우리 국민들이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안호영ㅣ전 주미대사 핵 군축의 대전제는 뭐냐 하면 핵 국가끼리 하는 게 핵 군축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북한하고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 그 얘기는 뭐냐 하면은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얘기 아니에요? 북한하고 핵 군축 협상을 한다, 그건 곤란하죠. 5배 분담금 요구했던 트럼프…주한미군 주둔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당장 현안으로 떠오를 건 주한미군 주둔의 대가 문제입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적게 낸다며 주한미군을 빼라고 참모들을 여러 차례 압박한 바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 (2022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약 재선이 됐을 때,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은 주한미군 완전 철수에는 선을 그었지만, 감축 가능성에는 여지를 뒀습니다. 실제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은 안팎의 반대에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소말리아 등에서 미군 철수를 진두지휘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저는 미국이 한국에서 군대를 전부 철수하는 어떠한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 조정은 있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을 5배나 더 달라고 해 우리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적 있죠.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트럼프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ㅣ전 미국 대통령 (지난 5월) 한국은 큰돈을 벌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조선 산업을 가져갔고, 컴퓨터 산업을 가져갔고, 다른 많은 산업을 가져갔습니다. 협상 당시 국방부 장관을 했던 마크 에스퍼도 트럼프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5배나 올려 부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 (2022년 5월) (인상 근거는) 저도 모릅니다. 갑자기 백악관에서 나온 얘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또한 굉장히 놀라운 수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밀러 전 장관 대행은 트럼프의 협상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트럼프가 어떻게 협상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항상 최대한의 요구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저는 그것이 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의 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걸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한미연합사령부에는 한국 군인과 군무원이 미군보다 여섯 배나 더 많습니다. 저는 우리가 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문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도 한국전 참전용사였고, 자신도 1980년대 DMZ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밀러 전 장관 대행은 한미 동맹은 피로 맺어진 관계라는 걸 강조했습니다. 만약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한다면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봤습니다. Q.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지시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그건 제가 좋아하는 멋진 추측성 질문 가운데 하나인데, 그 질문에 답은 진짜 피하려고 합니다. 그는 전시작전권 전환에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밀러는 트럼프의 정책 공약집 프로젝트 2025 군사 부문의 대표 집필자인데,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Q. 그 문장은 한국이 전시 작전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건가요?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전 전작권 환수의 강력한 지지자입니다. 저는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군 장군과 제독이 군대를 지휘하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의 맏형 노릇을 해야 한다는 기존 미국의 역할론에 극단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우선주의 철학을 펼칠 수 있는 참모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더 독하고 집요하게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거대한 변화가 실제로 밀어닥칠지 사전에 감지해 어떻게 한국의 국익을 관철할 것인지 우리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실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 1심에서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범죄로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지지율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포브스가 유죄 평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51%, 바이든 49%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오히려 트럼프 지지층은 더 단단하게 집결하는 모양새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선거 캠프가 유죄 평결 뒤 4시간 동안 730억 원 후원금을 모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직까지 트럼프의 견고한 지지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러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말 백악관의 주인으로 귀환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는 어쩌면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를 맞게 될지 모릅니다. 외신 보도로만 접하는 트럼프 정보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트럼프 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 대행 크리스토퍼 밀러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런 큰 변화의 방향을 예측해 봤습니다. "미국 항공모함의 시대는 끝났다" 미국을 천조국이라고도 부르곤 하죠. 국방 예산이 1천조 원이나 된다고 해서 나온 말입니다. 실제 지난해 미국 국방 예산은 8,200억 달러, 우리 돈 1,100조 원이 넘습니다. 우리 정부 예산은 639조 원이니까 미국 국방 예산만 놓고 봐도 우리 정부 전체 예산의 두 배 가까이 된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이 천문학적인 미국 국방 예산을 밀러 장관은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미국 국방부가 아마 일주일 동안 복사용지에 쓰는 돈이 한국이 3개월 동안 국방에 쓰는 돈보다 많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평가하고 검토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이렇게 돈을 많이 쓰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그는 핵항공모함을 꼽았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항공모함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항공모함을 1대 운영하는 데 130억 달러를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소형 자율 선박으로 재편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국방장관 대행을 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11개 항모전단 중에 전쟁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건 단 2개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Q. 항공모함이 특별히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시는 건가요?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예, 그게 정확히 제가 말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아마 구글 맵에서 모든 미국 항공모함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 이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있을 겁니다. 중국 공산당은 아마도 이미 우리의 모든 항공모함 위치를 쉽게 알고 있을 것이며, 이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중국은 미 해군이 정박하는 데 꼭 필요한 세계 각지 항구들의 주요 시설을 사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보다 돈을 훨씬 조금 쓰면서 미 해군력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영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미국은 여전히 돈을 펑펑 쓰면서 거대한 전쟁 무기로 전쟁을 해야 한다는 2차 세계대전 시대의 생각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제가 지적하고 싶은 요지는, 미국이 여전히 군사 능력을 증강하려는 2차 세계대전 시대의 정신세계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군함 만들 능력 없어…동맹국 한국이 도와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미국이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었던 미국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마스크 한 장 제대로 못 만드는 나라가 됐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에서도 전 세계 흩어져 있던 제조 시설을 미국 내부로 끌어 모으고 있는 거죠. 군사 부문도 비슷합니다. 항공모함 대신 저렴하면서도 위력적인 소형 자율운행 군함을 만들려고 해도 이제 미국은 그걸 만들 능력이 없어졌다고 털어놨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문제는요, 우리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입니다. 동맹국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을 가진 한국이 미국을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소를 가지고 있고, 압도적인 세계 최고입니다. 우리는 국방 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능력을 공유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 간의 조선 분야에서 더 많은 파트너십이 필요합니다. 안호영ㅣ전 주미대사 방산은 미국 혼자 힘으로 안 된다, 동맹국들과 협력을 해야 된다, 그 얘기가 나온단 말이에요. 이런 방향 감각은 분명하니까 그걸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갈지 생각을 많이 해야 되겠죠. 2기 트럼프 내각의 조건은 '충성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게 되면 국방장관으로 누굴 시킬 거냐는 질문에 이미 답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ㅣ전 미국 대통령 (지난해 12월 23일, Hugh Hewitt 라디오) (국방장관은) 정말 중요한 자리입니다. 임기 말에 크리스토퍼 밀러가 국방장관 대행을 했는데 정말 잘했습니다. 저는 그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말 많고 탈 많던 트럼프 전 대통령, 하지만 밀러 전 장관 대행은 자신은 트럼프와 일하는 데 전혀 어려운 점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저는 트럼프 대통령을 매우 똑똑하고 매우 사려 깊으며 아주 훌륭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는 항상 내각 장관들과 보좌관들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평가는 2년 전 밀러 장관 대행 직전까지 국방장관이었던 마크 에스퍼와 했던 인터뷰 내용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 (2022년 5월) 트럼프는 사람들이 자신에 반대하거나 반박하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자존심은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밀러는 트럼프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각료들이 문제였다고 저격했습니다. 미군 철군은 물론 군대를 투입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라는 트럼프의 명령을 거부했던 건 에스퍼 전 장관이었죠.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 (2022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밀리 합참의장에게 시위대를 그냥 쏴버릴 수 없냐, 그냥 다리를 쏴버릴 수 없냐고 질문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종종 내각 관료들이 자기 마음대로 취사선택한 것을 대통령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모든 선택지를 그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밀러 같은 맹목적인 충성파를 임명할까 봐 임기 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죠. 대통령이 아닌 헌법에 충성하겠다는 성스러운 맹세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 (2022년 5월) 저는 후임자 문제를 걱정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완벽하게 충성하는 사람을 제 후임으로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밀러는 이런 말을 한 에스퍼에 대해 참기 힘든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Q. 당신은 에스퍼 전 장관의 주장대로 진짜 트럼프 충성파인 겁니까?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저 크리스 밀러가 어떻게든 헌법을 위반하려는 충성파였다는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고,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싫은 장관은 자기가 먼저 그만둬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거죠.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에스퍼 전 장관의 발언에는) 어느 정도 도덕적 비겁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상사, 이 경우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그렇게 혐오스럽거나 불만이 있다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무는 사임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밀러 전 장관 대행을 왜 좋아하게 됐을까요? 길지 않은 국방장관 대행을 하면서도 세계 각지의 미군을 철수시키라는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우리는 소말리아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했고, 아프리카와 시리아, 이라크에서도 일부 병력을 철수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병력을 감축했습니다. 미군은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거의 영원히 작동하는 기계처럼 돼 버리고, 때로는 이걸 멈춰야 할 때가 있습니다. 철수하려고 상황을 파악해보니까 소말리아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들의 상황이 실제로는 이랬다고 합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소말리아는 좋은 예입니다. 그곳에 800명이 있었고, 그중 400명은 지원 인력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소방서도 있었고 체육관도 있었습니다. 그런 건 우리가 그곳에 파병된 목적이 아닙니다. 1기 트럼프 정부에서는 '어른의 축'으로 불리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중심을 잡고 트럼프의 변덕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2기가 들어선다면 가장 중요한 인선 기준은 무엇일까요? 자기 생각보다는 대통령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충성심이 제일 중요해 보입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며, 국민들은 트럼프가 우리의 정부를 변화시켜 미국 국민을 더 잘 섬기게 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믿고 있습니다. 안호영ㅣ전 주미대사 이제 본인 판단으로도 훨씬 잘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그거를 거꾸로 보자면 우리한테는 훨씬 어려운 환경이 올 수도 있겠죠. "미국은 중국과 화학전 벌이는 중" 밀러 전 장관 대행은 처음 백악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중요한 현안이 남쪽 국경을 통해 넘어오는 불법 마약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제가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 있었을 때, 현안은 남쪽 국경을 넘어서 들어오는 펜타닐과 불법 마약의 유입이었습니다. 당시 매년 7만 1,000명의 미국인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하고 있었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합성 마약 펜타닐 중독으로 숨지고 있었는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포함해 미국이 벌인 모든 테러와 전쟁에서 숨진 전사자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이런 값싼 합성 마약을 만드는 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마약이 갱단을 중심으로 미국 남쪽 국경으로 들어오고 있는 겁니다. 밀러 전 장관 대행은 미국이 중국과 화학전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우리는 불법 이민과 이주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유입되는 마약, 펜타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전 단계 물질은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사람이 이렇게 숨지는데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지고 있어 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게 밀러 전 장관 대행의 설명이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우리 국민을 방어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러 전 장관 대행은 미군이 마약이 유입되는 통로인 미국 남쪽 국경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밀러ㅣ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 우리는 200만 명의 군인이 있습니다. 우리는 국경을 확실히 보호할 수 있으며, 군대는 불법 마약 유입과 인신매매를 막는 노력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군대를 투입해서라도 마약 카르텔이 남쪽 국경을 통해서 마약을 불법으로 들여오는 걸 막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과 거의 똑같습니다. 트럼프ㅣ전 미국 대통령 저는 마약 카르텔에 대한 전면적인 해상 봉쇄를 시행하기 위해 미 해군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군사 자산을 배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밀러 전 장관 대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 한반도 안보 환경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을까요? 김수형의 글로벌 인사이트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복수와 분노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는 재집권하게 된다면 미국은 물론 세계 질서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물론 경제 상황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트럼프 집권 1기는 기존 미국의 시스템과 이단아 트럼프의 전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좌충우돌하며 자기 의사를 관철하려고 했지만, 시스템을 신봉하는 측근들이 그 시도를 번번이 무산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 전체가 휘청하는 엄청난 일을 겪게 됐고, 트럼프는 즉흥적으로 팬데믹 대응을 하다가 결국 질 수 없는 대선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코로나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무난하게 연임했을 수도 있습니다. 예비 경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부상한 이유를 분석한 지난 편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트럼프 2기가 들어온다면 한반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 안보 분야 최고위직을 역임했던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제가 워싱턴 특파원 시절 인터뷰를 통해 털어놨던 얘기를 중심으로 한반도에 밀어닥칠 변화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나토에 전쟁비용 물릴 것"...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 트럼프가 공약집 ‘어젠다 47’을 발표하면서 동맹국에도 청구서를 보낼 거라고 공언했습니다. 첫 대상은 가장 많은 동맹국이 있는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였습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2천억 달러나 썼는데, 유럽은 10분의 1에 불과한 2백억 달러를 썼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미국이 쓴 전쟁 비용을 나토 동맹국에 물리겠다는 겁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바이든이 약해서 그동안 하지 못했다고 조롱했죠.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저는 미국이 낸 우크라이나 무기 구입 지원금을 유럽이 갚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조 바이든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도 너무 약하고 무시당하고 있어 감히 이것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돈을 쓰며 맏형 역할을 하는 것, 트럼프는 절대 반댑니다.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제가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날부터 우리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바이든이 미국을 3차 대전 위기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중단하면 돈만 쓰는 전쟁을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다는 게 트럼프의 속냅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김정은 못지않게 푸틴 대통령과도 친밀감을 과시했었는데요. 트럼프가 재선 되면 우크라 침공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 빗장도 풀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서구 문명의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가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 그리고 지금 우리를 대표하고 있는 끔찍한 미국 혐오자들이 가장 큰 위협일 것입니다. 5배 분담금 인상 재연되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트럼프는 재임 시절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느닷없이 5배나 올린 50억 달러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점은 한국은 공정한 분담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안보를 제공하는데, 한국은 미국에 TV를 파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5배나 올려달라는 건 힘을 이용한 억지에 가깝습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동맹국에도 일단 최대치를 지르고 상대를 마구 흔드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게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었죠. 5배나 올려달라고 했던 근거를 국방 장관을 지냈던 에스퍼도 모른다고 제게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Q. 트럼프 대통령은 매해 50억 달러를 방위비 분담금으로 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제안한 근거는 뭔가요?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저도 모릅니다. 갑자기 백악관에서 나온 얘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또한 굉장히 놀라운 수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재집권을 하면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깜짝 놀랄 수준까지 올려달라고 청구서를 다시 보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지금은 확장 억제 과시를 위해 미국의 핵잠수함, 핵폭격기들이 한반도에 자주 출동하고 있는데, 이걸 아주 비싼 가격을 매겨 청구서로 들이밀 수도 있습니다. 물론 주한미군 주둔은 인도 태평양 지역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트럼프는 재임 중에도 툭하면 돈을 제대로 안내면 주한 미군을 빼라고 했다죠.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은 한국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저는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약 재선이 되고,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근거조차 알 수 없는 지시도 맹목적으로 이행할 충성파 인사들을 전면 배치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저는 후임자 문제를 걱정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제 후임으로 임명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때 목소리를 높였다면, 저는 즉시 해고됐을 겁니다. 만약에 해고가 됐다면, 누가 아나요. 어쩌면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지금 1만 명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국승민 │ 미시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트럼프가 본래 생각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이제 실현시켜 줄 사람들이 전면에 배치될 거고 자기 인사들을 채워놓기 시작하면 한국에 굉장히 큰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게 되죠.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 힘의 공백을 의미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는 매우 어려운 개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지만 우리나라가 핵개발을 선언하는 순간 경제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한 국제 제재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과 러브레터 재개?... 트럼프 원맨쇼 외교 시작되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트럼프는 북미 관계도 이익의 문제로 접근했습니다. 북한에도 '핵무기 포기해, 그럼 잘 살게 해 줄게.'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게 먹힌다고 생각했습니다. 존 볼턴 │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21년 3월) 김정은은 북한의 경제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경제 개발의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인책 중 하나였죠. 경제 제재 완화를 위해 북한도 비핵화 대화에 응하는 듯 보였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핵 선제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북한은 핵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죠.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담판이라기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미디어 행사쯤으로 생각했습니다. 존 볼턴 │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21년 3월) 세 번에 걸친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중요한 뉴스 이벤트였습니다만,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실질적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는 정상 간의 일대일 관계로 외교를 하는 톱다운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준비는 부실했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었습니다. 겉은 화려했지만, 실속은 없었던 이윱니다. 존 볼턴 │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21년 3월) 저는 인간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폄하하고 싶지 않습니다. 외교 문제에 있어서 정상 간 개인적 친분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두 국가 간의 관계는 두 개인 간의 관계와 같지 않습니다. 김정은, 시진핑, 푸틴은 이걸 알았지만, 트럼프는 몰랐습니다. 대북 초강경파로 북한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던 볼턴 보좌관은 김정은의 외교적인 수완만큼은 높이 평가했습니다. Q. 김정은을 직접 만나보니 인상이 어땠나요? 김정은을 보고 놀라운 점이 있었나요? 존 볼턴 │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21년 3월) 김정은이 이렇게 말했어요. 볼튼 씨는 북한에 대해 몇 가지 좋지 않은 걸 말했어요. 하지만 제가 평양에 모셔가서 제 강경파들에게 소개시켜준다면 볼튼 씨가 사실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김정은은 유머감각이 있었지만, 북한을 위해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정상 간의 관계를 중시했던 트럼프였기 때문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열차로 집에 돌아가야 하는 김정은에게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내줄까?' 하는 파격적인 제안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둘이 이렇게 친한 사이라는 거죠. 그는 김정은도 몹시 당황하는 듯 보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존 볼턴 │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21년 3월)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에어포스원에 태워주겠다고 제안을 해서 그걸 듣고 있던 미국 보좌진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근데 김정은도 매우 놀란 것 같았는데,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아마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았는데도,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북한의 도발을 막았다는 걸 여전히 큰 성과로 여기고 있습니다.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북한이 다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알듯이 김정은은 저를 좋아합니다. 언론은 제가 그를 좋아하고 그도 저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싫어합니다. 끔찍한 일이라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그는 핵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돌아온다고 해도 이미 러시아와 중국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김정은이 미국과 사진만 찍는 비핵화 협상을 다시 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 제치고 최대 수출 시장된 미국... 적자는 한국 때문이라는 트럼프 지금 한국의 최대 수출 국가는 어디일까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면서 이제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 국가가 됐습니다. 장상식 │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옛날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기 때 이후로 근 40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에만 의존해서는 더 이상 안 된다며 미국이 전 세계 공급망 전체를 개편한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우방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 쇼어링을 추진하고 있죠. 캐서린 타이 │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2023년 3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프렌드 쇼어링’이라는 개념이 명확히 나와 있습니다. 강하게 신뢰하는 관계를 가진 파트너들과 함께 미국을 공급망의 일부로 생각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 수출 비중이 크다는 이유로 한국이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 무역 적자 대부분은 자동차 부분에서 나온다며, 한국을 미국에 자동차를 많이 파는 국가로 거론해 놨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다면, 미국 자동차 생산은 완전히 사망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바이든의) 그린 뉴딜(친환경 정책) 잔혹 행위를 취임 첫날 끝장내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장상식 │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이것이 당연히 트럼프 정권 하에서는 아마 관심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어서 일단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미국의 압력이 심해질 것으로 봅니다.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며 전기차 생산을 독려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전기차 자체가 미국의 국익을 해친다는 입장입니다. 장상식 │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지금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한국이 만들고 있습니다마는 원료의 대부분은 대부분이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산업을 미국이 추진하는 것은 결국은 중국에 의해서 미국이 조종을 당한다. 그다음에 중국만 좋은 일을 시키고 미국에게는 아무 득이 되지 않는다. 기존 자동차 생산 업체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은 곳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꼭 이겨야 하는 경합주이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미시간, 오하이오, 인디애나,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유권자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 조 바이든을 이겨야 합니다. 그렇다면 바이든 정부의 정책 때문에 그동안 미국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장상식 │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IRA와 같은 어떤 특별법안을 통해서 전기차에 대해서 보조금이나 특히나 외국 기업이 들어왔을 때 큰 혜택을 주는 것들에 대해서는 축소해 나가거나 없애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미국의 정책을 믿고 미국에 투자하거나 아니면 이미 생산을 확대한 기업 입장에서는 좀 난감하거나 어려움에 봉착할 소지가 없지 않습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눈에는 눈이라며 다른 나라와 관세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우리는 그들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100 %를 부과하면 우리도 100%를 부과할 것입니다. 미국에 부과하는 만큼 부과할 것입니다.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 똑같이요. 특히 중국과 관세를 무기로 패권 다툼을 벌이면서 우리 기업들이 유탄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상식 │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트럼프가) 보편적 관세 10%를 일률적으로 부과한다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요. 저희가 조사해 보면 대략 (미국에) 3천억 달러 정도의 관세 수입이 생깁니다. 트럼프가 특히 중국이나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를 들고 나오는 이유는 관세가 가장 확실하게 국민들한테 설득할 수 있고요. 그다음에 그 수입을 어떤 자기의 성과라고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1월 15일, 첫 공화당 예비선거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미국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펼쳐집니다. 벌써부터 트럼프의 귀환을 생각해 보는 건 그만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안보와 경제 분야의 복합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없이 초반부터 폭주할지 모르는 트럼프를 지금부터 면밀하게 분석하고 미리 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해 첫 글로벌 인사이트는 올해 지구촌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지 모르는 미국 대선 얘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폭동 사태를 워싱턴 특파원으로 현장에서 취재했던 저는 미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 연설에서 대선 불복을 선언했고, 끓어오른 지지자들은 의사당 난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저질렀습니다. 밤늦게 주방위군이 투입됐고, 워싱턴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당시 미국 대통령 (2021년 1월 6일 현장 연설) 우리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승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둑질이 있었는데, 승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청문회와 검찰 수사를 거치며 정치권에서 퇴출될 뻔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 수치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능가하는 유력 대선 후보가 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가 뭘까요?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그는 과연 백악관의 주인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지금 선거 하면 미국 대통령... 심상치 않은 트럼프 돌풍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4개의 개별 형사 사건에서 모두 91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①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사태 등으로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을 시도했다는 사건 ②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압력을 행사한 사건 ③ 국가 기밀문건을 불법 반출해 보유한 사건 ④ 성인 배우에게 입막음 금품을 지급한 사건 등에서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돼 형사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게 된 겁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정치적 악재인지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에게는 오히려 호재였습니다. 심지어 오늘 대선을 치른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기소됐다는 이유로 출마 자체를 막기는 어렵고, 최종 선고가 대선 전에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트럼프 돌풍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선거 제도가 우리와 다르다는 걸 파악해야 합니다. 총 득표 수에서 앞서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거인단의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정하는 미국에서는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스윙스테이츠, 경합주 6곳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에서 최근 3개월 대선 여론 조사를 평균 내봤더니 경합주인 서부의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 트럼프, 바이든은 각각 47 / 42, 49 / 43을 기록했습니다. 북부 러스트 벨트의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는 46 / 44, 46 / 41로 집계됐습니다. 남부 선벨트의 조지아에서도 48 / 43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두 근소하게 트럼프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경합주에서는 딱 한 곳, 위스콘신에서만 바이든, 트럼프가 46 / 46으로 동수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트럼프 두 사람의 표차이가 705만 표로 집계됐는데요. 경합주 결과를 뜯어보면 가장 박빙 승부가 펼쳐졌던 조지아, 애리조나, 위스콘신 3곳에서 표 차이는 각각 1만1,779, 1만457, 2만682에 불과했습니다. 단 4만2,918표로 전체 대선의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 주별로 이긴 사람이 선거인단을 승자 독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당 주에서 트럼프가 그만큼만 더 득표했다면 두 사람의 확보 선거인단은 269 대 269 동수가 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실 실질적인 표 차이는 우리나라 강원도 철원 인구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이 700만 표 넘게 표를 얻고도 선거인단은 동수가 되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경합주에서 여론 조사 결과에서 밀린다는 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임에 분명합니다. 물론 대선이 1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바이든의 반전 카드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 경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여론조사로 대선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폭발적인 팬덤을 몰고 다니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거에서 쉽게 지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승민 │ 미시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바이든은 원래 전통적으로 이렇게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정치인은 아니었어요. 중간선거에 승리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엄청난 선방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또한 미국 의회 하원과 각종 이런저런 대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승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사람들이 얕보는 만큼 쉽게 지지는 않을 것 같고요.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젊은 층과 소수 인종에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건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USA 투데이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히스패닉 유권자와 젊은 유권자에서 모두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 됐습니다. 국승민 │ 미시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유색 인종과 젊은 층에는 정치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이 많거든요. 지금 내 삶이 어떠한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경제가 안 좋다는 사실 때문에 바이든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큰 상황인 것 같아요. 게다가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는 유능한데 바이든은 무능하다 이렇게 보는 경향이 고착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인 81세 나이로 재선에 출마하는 바이든에 대해 유권자 75%가 너무 나이가 많다고 답했을 정돕니다. 말실수가 잦고, 심지어 종종 넘어지기까지 하는 바이든을 보면서 ‘너무 나이가 많다’는 걱정을 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겁니다. 지지율도 40%를 밑돌고 있는데, 2차 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낮은,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래, 코로나 팬데믹만 아니었으면, 트럼프 때 경제가 좋았지' 이런 생각을 하는 미국 유권자들이 많아진 겁니다. 트럼프 돌풍의 비결은?...'마가(MAGA)' 콘크리트 지지층 공화당 예비 선거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될 게 확실시됩니다. 경쟁이 무의미할 정도로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때, 트럼프 지지율을 능가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물론 최근 반짝 인기로 주목받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하는 건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이유가 뭘까요?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선거 구호를 딴 MAGA 지지층,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트럼프 콘크리트 지지층의 열광적인 지지 때문입니다. 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에 비유하는 광신도 같은 지지자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의 서사를 트럼프에 투영해 그가 신처럼 완결 무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공화당 지지층은 이런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 집단이 37%, 중간 집단 37%, 트럼프에 부정적인 집단이 25%라고 뉴욕타임스는 분류했습니다 마가로 불리는 콘크리트 지지 집단은 트럼프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는 응답 비율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회 폭동 당시 의사당에 난입한 골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잘못한 게 아니라 부정 선거 결과를 추인하려는 의원들이 문제라고 답하더군요. 한 지지자는 의사당의 주인이 국민이기 때문에 불법 행위를 하는지 확인해보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의사당 난입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 중간 집단에 속한 일부만 포섭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반 지지를 쉽게 넘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이후 공화당이 트럼프를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치솟으면서 중간 집단에서 상당수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수사 기관을 총동원해 정적을 기소했다며, 민주주의의 적은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맞받았는데, 공화당 지지층에서 먹히는 주장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재판정에 불려 다니면서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직 대통령보다도 더 조명받는 전직 대통령이 됐던 겁니다. 공화당 다른 후보들이 재판 국면의 트럼프 지지율을 넘어서기 어려운 이윱니다. 국승민 │ 미시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사법 이슈가 터지면서 자신에게 다시 관심을 끌어오게 하는 그런 결과를 낳게 되었고. 그리고 또 하나 공화당 지지층은 이런 사법이슈가 터졌는데 트럼프를 지지 안 하면 마치 진보들의 탄압을 받고 있는 트럼프에게 배신하는 모양새를 보여줘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요. 귀환 예고한 트럼프의 약속... '복수와 분노'의 어젠다 47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취임 첫날에는 독재자가 될 거라고 예고했습니다. 이민자의 유입을 강제로 막고, 석유 시추를 재개하기 위해서라는 거죠. 이민자가 미국의 혈통을 오염시킨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1925년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독일인의 피가 유대인의 피로 오염되고 있다고 말한 걸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트럼프의 발언은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한 계산된 극우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부터 47대 대통령으로 재집권하면 미국을 이렇게 바꿔놓겠다며 47개의 공약 '어젠다 47'을 발표했습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도움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고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자신을 핍박했던 인사들에 대한 '복수와 분노'를 노골적으로 공약에 반영해 놨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어젠다 47 발표) 국무부, 국방부, 정보기관 등 필요한 모든 곳은 철저하게 점검해서 은밀한 기득권 세력을 해고한 뒤 재구성할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으로 둬야 합니다. 국승민 │ 미시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자기에게 맞는 인사들 위주로 정부를 꾸리겠다 그리고 행정부를 자기가 확실히 잡고 그리고 자기한테 배신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하겠다. 중국에 대한 적개심을 바탕으로 내부의 적을 중국과 결탁한 세력으로 규정했죠. 장상식 │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트럼프 역시 정치 경제 군사 모든 면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려면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세계 경제와 연결이 되거나 특히 중국과 연결되는 것에 대해서 극도로 민감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트럼프가 아마 재선을 하게 되면 반중국의 기치를 더 높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이 실현된다면 한반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다음 편에서는 미국 외교안보 최고위급 인사를 역임한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제게 했던 얘기를 중심으로 트럼프가 돌아오면 한반도의 안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집중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김수형의 글로벌 인사이트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로 시작된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모두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중동 전역이 대혼란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복수를 벼르고 있지만, 분노에 휩싸인 팔레스타인은 하마스로 점점 더 기울고 있습니다. 깊이 파인 감정의 골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지난 편에 이어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에 대해 더 깊이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정착촌이야 고급 주택단지야?...이스라엘이 정착촌 키우는 방식 요르단강 서안 지역은 유대교의 성지 예루살렘과 가깝습니다. 원리주의 유대교 신자들은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와 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경제적인 데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각종 세제 지원으로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편하도록 만들어줬던 겁니다. 이스라엘도 주택난이 심각한데, 거의 반값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곳이 서안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스라엘 주택부에서는 신청을 받고 추첨을 통해 정착민을 정할 정돕니다. 정착촌 하면 텐트 치고 사는 난민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곳에 그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수도 전기 통신이 들어와 있는 건 기본이고 각종 문화시설에 대학까지 있었습니다. 쾌적하고 넓은 생활공간에서 마치 미국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급 주택단지가 형성됐던 겁니다. 근처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충돌의 위험은 상존했습니다. 라미 함달라 │ 당시 팔레스타인 총리(지난 2014년) 우리는 이스라엘에 (이스라엘인의) 정착 그리고 팔레스타인 정착촌의 철거와 그곳에서의 체포를 중단하도록 요청합니다. 이 모든 것은 이 땅에서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신들의 허가받지 않은 팔레스타인 건물과 집을 헐어내기도 했습니다. 성일광 │ 고려대 중동·이슬람 센터 교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주택을 짓지를 못해요. 그럼 나가라는 얘기잖아요. 그리고 허가받지 않고 지은 집은 부숴버려요. 이스라엘 정부는 주요 길목마다 초소를 만들고 군대를 배치해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보호했습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 │ 팔레스타인 국민선도당 사무총장 서안지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군의 참여와 보호를 받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테러 행위에 노출돼 있습니다. 서안의 이스라엘 최대 정착촌이 있는 헤브론의 사례를 볼까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명목상으로 지배하는 H1 지역과 이스라엘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H2 지역으로 완전히 나뉘어 있습니다.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철창으로 통행이 통제됩니다. 군대의 호위를 받으며 이렇게 800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그들을 증오하는 4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지역이 요르단강 서안부터 동예루살렘까지 넓게 퍼져 있었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는 곳이 이렇게 많아졌다, 그러니 이스라엘 주권이 미치는 영역도 이렇게 많아졌다’ 이스라엘 정부가 말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서안에 거주하는 이스라엘인들은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는 46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개전 이후 좀처럼 이스라엘을 비판하지 않았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정착촌 문제로 이스라엘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 미국 대통령 (이스라엘의 정착촌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정당하게 주어진 지역에서 그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를 중단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식민지배나 마찬가지”...영토 표기 없는 지도에 ‘발칵’ 반면 영토 주권을 인정받지 못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스스로 식민 지배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 │ 팔레스타인 국민선도당 사무총장 한국은 36년 동안 일제 강점기를 겪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점령에 저항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한국 사람들도 점령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법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 총회에 들고 나온 지도 한 장이 팔레스타인을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도 판넬을 들고 나와서 이스라엘이 주변국들과 이렇게 외교관계를 많이 만드는 성과를 이뤘다 과시했는데요. 벤자민 네타냐후 │ 이스라엘 총리(9월 22일, 유엔총회) 중동 전체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증오의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성일광 │ 고려대 중동·이슬람 센터 교수 네타냐후 독트린은 일단 팔레스타인 문제는 어렵지 않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요? 그럼 이쪽 옆으로 내어놓고 이스라엘이 먼저 아랍 국가들과 평화(협상)를 하자. 그러니까 아랍 국가 퍼스트. 그다음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그런데 네타냐후 총리가 들고 나온 그 지도 안에 팔레스타인 영토 표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 이러다 이스라엘에 완전히 먹히겠구나’ 이런 위기감을 느꼈던 겁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 │ 팔레스타인 국민선도당 사무총장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유엔 총회에) 지도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 지도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서안과 가자 지구 강제 병합을 선언했습니다. 장지향 │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이스라엘의 총리 네타냐후가 ‘우리는 공존해서 두 국가로 살 수가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출발점이 같아질 수가 없는 것이어서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의 수장으로 있는 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공존할 수가 없다라는 거죠. 망언 제조기 장관 전면 배치...극우 포퓰리스트 네타냐후의 용인술 지난해부터 재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일부 인사들을 장관으로 전진 배치 했습니다 장관 상당수는 종교적인 신념으로 무장한 근본주의자들이었는데, 팔레스타인인들을 부정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장지향 │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이스라엘 건국 역사상 최초로 가장 극우적인 연립 정부가 들어섭니다. 그러면서 이 극우 정부의 유명한, 굉장히 초강경파인 장관들이 몇 명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이 “팔레스타인 주민이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스라엘 내에 이 아랍계 팔레스타인 주민이 20%가 있거든요. 즉 이스라엘 시민이지만 아랍계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이들에게도 2등 시민으로 이렇게 전락시켜 버리는 발언도 늘 서슴지 않게 해 왔던 그런 정치인들이었고 연정을 통해 정권을 다시 잡은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정당과 손을 잡는 조건으로 재집권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마스는 자신들의 도발은 이스라엘 극우 장관들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고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이스라엘은 저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두 달 전에 공개적으로 말했다시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이 나라를 떠나거나, 이스라엘군에 의해 죽거나, 아니면 지배의 위협을 받으며 노예로 살거나. 그리고 저희는 존엄하게 싸우기를 선택했습니다. 예루살렘에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습니다. 성전산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유대교도들은 통곡의 벽 서쪽에서 기도와 예배만 할 수 있는데, 일부 장관들은 일부러 성전산에 올라 종교적인 도발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성일광 │ 고려대 중동·이슬람 센터 교수 이타마르 벤그비르라는 또 다른 종교 시온주의자, 이거 이제 국가 안보 장관이라고 지금 돼 있는데 이 사람은 성전산에 올라가는 것도 사실상 옛날에는 금지돼 있었는데 계속해서 요즘은 성전산에 올라가요. 두 국가 체제를 부정하는 여러 가지 행동으로 팔레스타인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던 겁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 │ 팔레스타인 국민선도당 사무총장 네타냐후가 평화 프로세스를 망친 책임이 있습니다. 평화 프로세스가 계속됐다면, 아마 우리는 진정한 평화 상태에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주변국들과 하나둘 수교를 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관계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야아코브 아미드로르 │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소장)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궤멸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협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미국과 중동 전체의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하마스는 물론 사우디의 골칫거리 예멘 후티 반군을 후원하고 있는 공동의 적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섭니다. 야아코브 아미드로르 │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소장) 반대편은 전쟁을 불러오는 세력입니다. 하마스, 이슬라믹 지하드, 헤즈볼라 이런 축의 우두머리인 이란이 일으키는 겁니다. 하마스 예산의 80%는 이란으로부터 나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란이 하마스 작전에 개입한 것은 매우 명확합니다. 하마스도 자신들을 후원하는 국가 가운데 이란이 있다는 걸 굳이 숨기지 않더군요.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이란에서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군사 훈련과 재정적인 면에서요. 어쩌면 하마스는 이번 도발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장지향 │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수니파의 대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신들의 주적인 이스라엘과 미국의 중재 하에 국교 정상화,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하니 그랬을 경우 자기네들은 이제 더 이상 어쩌면 존재의 가치에서 사라질 수도 있고 존립 위기에 있는 거고. 국제법을 위반하며 끊임없이 정착촌을 확장하는 이스라엘, 그런 이스라엘에 밀려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진 팔레스타인, 그들의 분노와 좌절을 먹고 자란 테러 집단 하마스가 중동 정세는 물론, 세계 질서까지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지연되는 이유는 단 하나, 민간인 인질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당국이 발표한 납치 피해자는 224명에 달합니다. 하마스가 일부를 석방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들이 어디 있는지 오리무중입니다. 가자 지구 하마스가 파놓은 복잡한 지하터널 어딘가에 있다는 얘기가 중론입니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그냥 시작했다가는 자국민이 추가로 숨지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애끓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섣불리 작전을 결정하기 어려운 겁니다. 하마스의 외교문제를 총괄하는 책임자 바셈 나임 정치국제관계부 대표와 단독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유학한 의사 출신인데, 하마스의 보건부 장관과 청소년·체육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2006년에는 하마스가 그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을 정도로 하마스 내부의 고위 인사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 작전을 앞두고 하마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와 화상으로 인터뷰해 인질 석방 문제부터 민간인 살상에 대한 입장, 북한 무기 사용에 대해서도 궁금한 걸 모두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전문을 스프에서 공개합니다. Q. 이스라엘의 공격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이번 가자 지구 학살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목표는 가자 지구 주민들을 밖으로 보내서 이집트 국경으로 몰아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처음에는 가자 지구의 주민들에게 그리고 지금은 대사들에게도 가자 지구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매일같이 가자 지구의 남쪽 국경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많은 학살이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북쪽에서 남쪽으로 주민들을 이동시키고 있는 차와 호송차량들도 공격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해당 영토를 침범하기 쉽게 하여 가자 지구에 지상 침입을 하기 위함입니다. 그들(이스라엘)의 군대, 탱크, 군인들과 마주하는 가자 지구 내 세력이 없도록 하여 본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자 가자 지구의 주민들을 남쪽이나 다른 지역으로 몰아내는 것입니다. Q.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하마스 생각은?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우선 이 말씀부터 드리자면, 이스라엘은 저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두 달 전에 공개적으로 말했다시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이 나라를 떠나거나, 이스라엘군에 의해 죽거나, 아니면 지배의 위협을 받으며 노예로 살거나. 저희는 존엄하게 싸우기를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로켓에 죽거나 이스라엘 봉쇄로 발생한 빈곤, 실업, 질병으로 죽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합니다. Q. 인질들의 상태는? 어떤 조건이면 석방할 수 있나?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저는 지금 우리에게 잡혀있는 인질 숫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인질들이) 모두 다른 지역과 다른 집단에 있는 너무 복잡한 상황이라서 현장에서 이동하거나 연락을 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모두 한 곳에 있지 않아요. 둘째로 인질들은 우리 국민들과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하마스의 알카삼 여단은 일주일 전 22명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폭격으로 인해 집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술적으로나 운영하는 측면에서도 가능하다면 모든 민간인을 석방할 의사가 있습니다. 만약 공격을 멈추고 이 지역이 안전해져 사람들의 이동이 가능해지고 그들을 다시 데리고 올 수만 있다면, 우리는 인질들을 석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서는 국경 개방을 위해 더 많은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Q. 인질 교환이 목표인가? 미국 하마스 수감자와도 교환 의사가 있나?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두 집단의 인질이 있습니다. 우리는 상황만 된다면 민간인 인질들을 즉시 석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에 관한 한, 6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이스라엘 교도소에 있기 때문에, 이 수감자들을 석방시킬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우리는 수감자 교환을 할 의사가 있습니다. Q. 왜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나?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아뇨,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적은 없어요. 그건 이스라엘 측 이야기입니다. 사망자 중 상당수는 통제력을 잃은 이스라엘인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걸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전략과 계획을 잃고 피가 묻은 탱크와 무기로 맹목적으로 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은 결코 우리의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가자의 민간인들에 대해서 말하면, 그래요, 하마스가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반대쪽에 대한 이야기도 하자면, 대부분의 군 기지가 이스라엘 키부츠와 정착촌 안에 있습니다. 제 말은, 이스라엘은 자국민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 국민 중 15살에서 55살 사이는 남자든 여자든 군인입니다. 그 나이라면 현역 군인이거나 예비군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에는 민간인이 없다는 의미이고 그들을 공격해도 된다는 겁니다. Q. 그 말은 민간인 살상 인정한 거 아닌가?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아니, 아니, 아니, 전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건 이스라엘 측 주장입니다. 처음부터 지시는 민간인을 해치지 말라는 것, 민간인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Q. 이스라엘 민간인 살해 증거 많은데, 희생자들에게 사과할 생각 없나?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붕괴되면 대혼돈 상황이 되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우리 전사들이 있는 지역에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많은 민간인들을 살해했습니다. Q. 민간인 살해, 사과 안 할 것인가?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다시 말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어떻게 사과할 수 있겠어요? 저희가 한 게 아닌데요. 이건 이스라엘 측 주장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국제 조사 위원회를 통해 조사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10월 7일부터 내내 병원, 학교, 유엔기구, 가자지구의 본인의 삶의 터전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을 상대로 했던 이 모든 범죄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Q. 하마스는 테러리스트인가?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그런 질문에 답변을 드려야 한다는 게 안타깝네요. 뚜렷하고 분명한 정치적 목표를 가진 정치 운동을 어떻게 정치적 목표가 없이 테러만을 추구하는 집단과 비교할 수 있습니까? 2008년 하마스가 처음 정부를 구성했을 때 모든 지역에서 IS와 연관된 조직을 공격했습니다. 우리가 그들 전부를 죽였습니다. 그래요. 우리 쪽 사람들이 그 작전을 할 때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조직이 팔레스타인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슬람을 대표하지도 않아요. 우리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전 인류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에요. 그런데 우리를 어떻게 테러리스트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Q. 긴 하마스의 땅굴로 이스라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게 가능한가?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저희는 가지고 있는 모든 단순한 도구들까지 총동원해서 사용했습니다. 이를테면 땅굴,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로켓, 간이 총기 등을 말이죠. 땅굴은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타격하거나 멈추게 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Q. 북한 기술자들이 하마스 지하터널 만드는 걸 도와줬나?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가자 지구에서 한국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남한 출신 몇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그러므로 저는 이 작전을 포함하여 저희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계획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100% 팔레스타인이 온전히 한 것이라고 확인해 드릴 수 있습니다. Q. 북한과는 군사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인가?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저는 가자 지구 내 하마스의 정치국제관계부 대표입니다. 저는 단 한 번도 북한 사람과 만난 적도 없고, 북한에 방문한 적도 없으며, 한국인과 접촉한 적도 없습니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중국이든, 러시아이든 우리를 도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외교적, 정치적, 재정적, 사이버 지원이 필요합니다. Q. 북한으로부터 소형 로켓 무기을 수입했나?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보세요. 가자 지구에 살고 있는 저조차도 가자 지구 내에서 생산된 로켓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기술들은 대부분 지하의 아주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Q. 패러글라이딩 공격은 북한에서 아이디어 얻은 거 아닌가?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오늘날에는 인터넷만으로 온갖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아이디어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보는 굳이 이 나라나 저 나라에 이야기할 필요 없이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엔 다양한 사이트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부 사살 경고에 위협을 느끼나?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물론이죠. 위협감을 느낍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 아들, 조카 등 제 가족이 살해당했습니다. 우리 집은 과거에 공격을 당했고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우리 집은 완전히 명중당했죠. 하지만 저는 제 대의를 위해서라면 죽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들은 하마스의 창시자인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을 살해했습니다. 그들은 20년 동안 하마스의 모든 지도자들을 살해했습니다. 그들은 매년 하마스의 지도자를 죽였지만, 오늘날 하마스는 20년 전 하마스보다 훨씬 강합니다. Q. 헤즈볼라가 참전할 것으로 보나?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헤즈볼라나 다른 집단들이 현 사태가 자신들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느낀다면, 그들이 이 분쟁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Q. 이란이 하마스 자금의 80%를 지원하는 게 사실인가? 바셈 나임 │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 이란에서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군사 훈련과 재정적인 면에서요. 하지만 카타르도 우리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도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이란뿐만이 아닙니다. 디자인 : 박수민
이번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은 하마스의 천인공노할 민간인 학살로 시작됐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 공격을 시작하면서 민간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던 실질적인 지배 세력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테러 조직이 팔레스타인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걸까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번 편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국회의원이자 국민선도당을 이끌고 있는 무스타파 바르구티와 이스라엘군 예비역 소장이자 네타냐후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이스라엘 안보사령탑을 역임했던 야아코브 아미드로르와 단독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모두 피바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민간인 피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으면서 중동 전체가 들끓고 있습니다. 개전 이후 벌써 양측 사망자는 6천5백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이스라엘은 1400명이 숨졌고, 팔레스타인은 최소 51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하마스의 잔인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제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Q. 정말 잔인한 민간인 살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스타파 바르구티|팔레스타인 국민선도당 사무총장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인이나 어떠한 민간인들의 죽음도 받아들일 수 없고, 용납돼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하마스 공격이) 오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체에 대해서 저지르는 범죄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이 응징하겠다고 선언한 대상은 테러단체 하마스였습니다. 요아브 갈란트|이스라엘 국방장관 가자지구의 IS라고 불리는 하마스를 지구 표면에서 쓸어버릴 것입니다.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봉쇄돼 있는 가자지구에 엄청난 화력으로 공습을 이어가면서 민간인과 하마스, 이 둘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던 겁니다. 장지향|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최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 민간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리고 이제 인질로 잡혀 있는 이스라엘 시민을 최대한 모두 무사히 구출해 내는 것. 하마스만 섬멸 제거하겠다는 것인데 그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땅굴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원점을 찾아 타격하는 건 극도로 어렵습니다. 예상보다 지상 작전이 지연되면서,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을 가자지구 안에서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탭니다. 지뢰를 비롯한 각종 폭탄을 건물 잔해 곳곳에 매설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하마스는 자살 폭탄 테러까지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 사령관을 지낸 프랭크 메켄지 예비역 대장은 양측에 모두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야아코브 아미드로르|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소장) 하마스는 준비를 마쳤습니다. 몇 년 동안 가자에는 지하 터널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매우 복잡한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방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형제, 자매들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하마스는 민간인들을 방패 삼아 수비를 하고 있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야아코브 아미드로르|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소장) 하마스는 가능한 한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 국제 언론, 국제 사회에 이스라엘이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으니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하마스는 테러를 저지르고 숨어버렸고, 이미 발생한 엄청난 민간인 피해 때문에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양측이 매우 격앙된 상탭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팔레스타인 국민선도당 사무총장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가자지구의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공개적이고 명백하게 민족 대학살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야아코브 아미드로르|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소장) 하마스는 천 명 넘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살해했습니다. 침대에 있던 아이들이나 방에서 나오던 여성들이었습니다. 하마스는 IS(테러 단체 ‘이슬람 국가’) 보다 더 나쁩니다. IS를 죽이는데 타당한 이유가 필요한가요? 제 답은 ‘아니오’입니다. 우리는 하마스를 살해하고 파괴하는데 더 이상 이유가 필요 없습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이스라엘… 하마스로 기우는 팔레스타인 테러에 대한 보복을 할 때 이스라엘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뮌헨 올림픽이 한창이던 1972년 9월 5일 테러리스트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잡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234명의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요구가 묵살되면 30분 간격으로 인질을 2명씩 죽이겠다고 협박했는데, 결국 총과 수류탄으로 인질 전원을 살해하는 비극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테러리스트 검은 9월단 / 출처 : AP 출처 : AP 이스라엘은 ‘신의 분노’라는 작전명을 붙이고 살해범들을 끝까지 쫓아가 암살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뮌헨〉이라는 영화로 만들었죠. 성일광|고려대 중동·이슬람 센터 교수 그거와 지금 같은 경우예요. 그래서 이스라엘로서는 이번 작전에 관여한 모든 (하마스) 지도부를 절대 살려둘 수 없다, 이번에 못 죽이면 우리는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지금 그런 심정입니다. 하마스 궤멸을 위해 이스라엘은 장기전까지 각오한 상탭니다. 야아코브 아미드로르|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소장) 우리는 이번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장기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군사 조직으로 존재하지 않고, 모든 지도자들이 살해될 것이라는 목표는 명확합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사람들, 꽤 오래전부터 무장 정파 하마스에 마음이 기울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제거를 강령으로 하는 하마스는 이미 지난 2006년 압도적인 표차로 원내 1당이 된 바 있죠. 결국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의 기존 집권 세력인 파타당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몰아내고 철권통치를 해왔습니다. 야아코브 아미드로르|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소장) 하마스는 무릎에 총을 쏘고, 지붕 위에서 밀어버리는 식으로 모든 파타당원들을 쫓아냈습니다. 그렇게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100% 장악했습니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요르단 강 서안의 파타로 집권 세력이 나눠지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 둘도 서로 정치적인 대립과 반목을 이어갔습니다. 야아코브 아미드로르|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소장) 하마스는 서안에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적입니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수장에게 문을 닫고 당신에게 가장 위험한 적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하마스라고 답을 할 겁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정치세력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복수를 하고 나면, 다음은 서안이 될 거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팔레스타인 국민선도당 사무총장 만약 네타냐후가 가자지구에서 민족 대학살에 성공한다면, 그는 똑같은 일을 서안에서 할 것입니다. 매우 위험한 순간입니다. 지난 6월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하마스의 무장 투쟁 노선과 하마스의 지도자를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왜 이런 일이 생겼던 걸까요? 이스라엘 정착촌에 밀려나는 팔레스타인 자기 땅 없이 뿔뿔이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지난 1948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던 땅에 이스라엘을 건국했습니다. 원주민 팔레스타인인과 신흥 이주민 유대인들이 한 지붕 두 가족생활을 시작한 건데, 그때부터 갈등은 시작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994년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서안의 자치권을 얻었지만, 팔레스타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습니다.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로 두 지역에서 갈등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결국 지난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했지만 철조망으로 완전히 봉쇄해 거대한 교도소처럼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 이후에도 가자 지구는 점령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루살렘이 있는 요르단 강 서안은 좀 다릅니다. 야아코브 아미드로르|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예비역 소장) 우리는 가자지구에 머물 의도가 없습니다. 가자지구는 합병되는 지역이 아니고, 군사 지역도 두지 않을 것입니다. 서안과는 다릅니다. 요르단 강 서안은 물론 동예루살렘까지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거주 지역을 조금씩 조금씩 늘려왔습니다. 성일광|고려대 중동·이슬람 센터 교수 웨스트 뱅크만 있는 게 아니라 동예루살렘에도 계속 거기다가 불법적으로 계속 정착촌 마을을 짓고 아파트를 짓고 집도 짓고 하고 있어요.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어떻게 살아갔던 것일까요? 일단 정착촌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이스라엘 거주 구역으로 영토가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정착촌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가 없었습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팔레스타인 국민선도당 사무총장 서안은 지금 이스라엘 군과 이스라엘 정착민들에 둘러싸여 있는 224개의 작은 섬 같은 게토로 조각나 있습니다. 이동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 테러 공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남아공의 악명 높았던 인종 분리 정책 아파르헤이트라고 현 상황을 설명할 정도입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팔레스타인 국민선도당 사무총장 이스라엘은 현대 역사상 가장 긴 56년 동안 점령당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제도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스라엘 정착처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이러다 팔레스타인 땅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겁니다. 성일광|고려대 중동·이슬람 센터 교수 서안의 정착촌이 차지하고 있는, 즉 이스라엘이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 한 60%예요. 나머지는 팔레스타인이 관리하고 있는 한 40% 정도.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건을 억압하는 거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결국 이거는 뭐 자기들이 다 가지고 우리는 다 쫓아내겠다는 그런 심산이 아닌가 그렇게 이제 의심을 하는 거죠.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충돌이 늘면서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자치 구역에 정착촌을 형성하는 건 국제법상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굳이 왜 이 지역에 들어가서 정착촌을 만들었던 걸까요? 팔레스타인의 위기감과 분노는 괴물 하마스를 낳았고, 이걸 키운 건 이스라엘 내부 정치였습니다. 어떤 이야길까요? 김수형의 글로벌 인사이트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 스프 글로벌인사이트에 당신의 인사이트와, 인터뷰했으면 하는 인물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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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왕따 국가인 러시아와 북한이 굳게 손을 잡았습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는 데 필수적인 포탄과 탄환을 주고, 러시아는 최신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에 핵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던 옛 소련과 중국 사이 못지않게 된 거죠. 그런데 그 두 나라는 핵전쟁 위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중국에 핵기술 전해준 러시아…핵전쟁 위기까지 갔었다? 6.25 전쟁은 소련과 중국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공산권 국가들이 함께 뭉쳐서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스탈린을 공산권의 종주국으로 인정했던 마오쩌둥은 옛 소련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습니다. 기세찬 |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중국이 공산혁명을 하는 과정에서 스탈린이 많은 도움을 줬거든요. 중국에. 그래서 그 당시에는 관계가 좋았죠. 그리고 특히 6.25 전쟁에 중국군이 참전하게 됨으로써 스탈린이 마오쩌둥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특히 소련은 당시 극비기술이었던 핵무기 제조 기술을 가르쳐주기 위해 기술자들까지 중국에 파견했죠. 블라디미르 밀로프 │ 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옛 소련은 중국 핵무기 개발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은 지금 우리(러시아) 영토를 지도에 자국 영토로 표시한 겁니다. 하지만 스탈린의 사망 이후 소련과 중국의 관계는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기세찬 |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흐루쇼프가 등장하면서 스탈린을 독재자로 치부하고 격하 운동을 벌이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미국과는 평화 공존 협상을 진행하게 되죠. 그러나 당시 마오쩌둥은 세계 공산화라는 꿈을 이루고 싶어 했거든요. 중국이 만약에 핵무기를 완전히 갖게 되면 오히려 소련을 공격할지 모르겠구나 이런 우려가 소련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소련과 중국 사이 국경 지역의 분쟁이 아주 심각했습니다. 1964년부터 69년까지 무려 4천 건이 넘는 국경 충돌이 발생했을 정도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1960년대 우수리강에 위치해 있는 작은 섬, 전바오섬에서 벌어졌습니다. 전바오섬은 면적이 0.74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작은 섬입니다. 섬을 둘러싸고 인민해방군과 소련군 사이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충돌로 시작을 했습니다. 군인들 사이 몽둥이를 들고 육탄전을 벌이는 이런 갈등으로 시작을 했는데 나중에는 탱크와 장갑차까지 동원되면서 수많은 사상자까지 발생했습니다. 러시아가 큰 피해를 입게 되자 실제 러시아는 핵 공격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기세찬 |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소련의 국방장관 안드레이 그레치코가 굉장히 격분을 해서 중국에 대한 반격을 핵무기로 해야 된다.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을 하죠. 그러니까 당시 이제 브레즈네프 수상이 그 말을 듣고 '그렇다면 중국에 대한 핵 공격 계획을 작성하라'고 지시를 합니다. 1969년 10월 1일 중국은 소련의 핵 공격 계획을 실제 보고하고 전국에 100만 명 동원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기세찬 |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현직 군한테 전투태세를 발령하면 휴가나 외출, 외박이 통제되고 전부 다 전투 진지에서 대기하게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적의 침략이 임박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당시 중국은 핵은 가지고 있었지만 옛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까지 그 핵 미사일을 날려 보낼 투발 시설이 없었거든요. 결국 소련과 핵전쟁이 벌어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공포가 베이징을 휘감았습니다. 당시 마오쩌둥이 어떻게 대비를 했냐면요, 소련이 핵 공격을 하게 되면 모두 다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산당 간부들을 각 지역에 산개시켜서 ‘누구라도 일부는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절박감으로 대응을 했거든요. 중국의 각 시골마다 방공호를 여기저기 지으면서 ‘소련의 핵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위기감까지 고조됐다고 합니다. 기세찬 |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중국이 그걸 알고 굉장히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전국의 지하 도시를 급조했습니다. 많은 지하 도시를 만들었고 일촉즉발 전쟁 위기를 막은 건 미국이었습니다. 중국, 러시아가 지금은 가장 큰 적으로 여기는 국가가 결과적으로 전쟁을 막았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기세찬 |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소련이 중국에 대해서 핵 공격을 하게 되면 과연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까 상당히 궁금해했습니다. 그래서 비밀리에 미국 측에 '소련과 중국 관계가 안 좋은데 만약에 소련이 중국에 대해 핵 공격을 하게 되면 미국은 어떻게 할 거냐' 이렇게 비밀리에 타진을 해보죠. 냉전 시대 가장 큰 적이었던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당시 미국은 중국의 편을 들었던 겁니다. 기세찬 |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그래서 소련 측에 '만약 소련이 중국의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에서 소련을 향하고 있는 그 많은 핵무기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표현을 하죠. 그러니까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고 표시를 한 거죠. 그 말을 듣고 소련 측은 더 이상 핵 공격 계획을 취소한 거죠. 그래서 핵전쟁으로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극비 기술인 핵 기술까지 전수해 줬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중재로 겨우 전쟁을 피했을 정도로 이런 철천지 원수가 됐던 겁니다. 두 나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북한에 군사 기술 전수, 러시아의 자충수 되지 않을까? 지난해 푸틴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벨라루스의 독재자 루카셴코와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했던 것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죠. 사진으로만 보면 좌 루카셴코 우 김정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극단적인 조치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전진 배치했던 거죠. ‘러시아가 핵을 쓰지는 않더라도 벨라루스는 핵을 쓸지도 몰라’, 그러니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마라’. 뭐 이런 협박인 겁니다. 밀로프 │ 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러시아는 일종의 경계를 허물고 특정 불량 국가들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벨라루스 핵배치는 냉전 종식 이후엔 전례 없는 일입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이미 잇따른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여러 가지 대북 제재가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북한에 군사기술을 이전할 수도 없고 북한과 무기 거래도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의식하기는 했습니다. 지난해 이미 북한이 포탄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는 미국의 폭로가 나왔는데요. 당시 이런 지원은 민간 용병 그룹인 바그너 그룹을 대상으로 한 거였습니다. 기자 북한이 무기 지원을 위해 러시아 정부가 아닌 바그너 그룹과 접촉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밀로프 │ 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북한은 국제적 제재 아래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바그너 그룹에) 무기 전달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그 무기 거래가 확인이 된다 하더라도 그건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거다, 이렇게 빠져나갈 구석이 있었던 거죠. 밀로프 │ 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러시아 정부는 제재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그너 그룹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운송업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제재가 가져올 잠재적 결과를 매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국제 해상 규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앞장서서 이런 제재를 허물겠다는 겁니다. 그만큼 러시아에 여유가 없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관련한 어떤 합의도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제재를 많이 받는 나라 북한에 러시아가 이렇게 군사기술을 이전하려는 의도가 뭘까요? 러시아는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문제를 우리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겁니다. 속수무책으로 러시아 혼자 당하지는 않겠다, 북한을 키워서 맞서게 하겠다, 이런 의미인 거죠. 마치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전진 배치했던 것과 비슷한 의미이기도 합니다. 밀로프 │ 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북한에 기술을 이전하려는) 러시아의 이런 일부 움직임들은 (한국에 대한) 복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이 국제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만약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한다면, 더 많은 위협이 가해질 것입니다. 또한 북한 정부를 포함해 전 세계의 독재자와 공격적인 불량 정권이 더 대담한 행동을 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과 러시아 사이 관계가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좋을까요?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급조된 계약관계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원래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거든요. 북한이 ICBM 기술을 완성하면 그걸로 워싱턴을 위협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모스크바도 위협할 수 있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 발등을 찍는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죠. 밀로프 │ 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이미 북한의 미사일은 발사 후 러시아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그리고 앞으로 있을 북한의 모든 발사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서방에 맞서고 있다는 이유로 러시아는 이란을 지원하고 있지만, 러시아 군부에서조차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두나라도 원래 공통점이 많았던 친한 나라가 아니었거든요. 밀로프 │ 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이란은 근본적으로 러시아와 우호적인 국가는 아닙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러시아 군부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은 이란의 핵과 군사적 야심, 러시아 영토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중국에 핵무기 제조 기술을 이전하고, 핵전쟁 위기까지 갔던 과거 역사가 러시아를 더 불안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밀로프 │ 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반세기 전에 중국과 핵기술을 공유했던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북한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에게 분명 상당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습니다. 궁지에 몰린 푸틴이 전술핵무기를 전진 배치하고 대량 살상무기 제조 기술을 전파하면서 본인은 물론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 스프 글로벌인사이트에 당신의 인사이트와, 인터뷰했으면 하는 인물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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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접대하는 모습은 좀 이상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의도된 오버액션이라고나 할까요. 마치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그런 의도가 읽히기도 했습니다. 어떤 의도에서였을까요? 푸틴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경제자문이자 야당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밀로프 전 러시아 에너지 차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번 편을 구성했습니다. 서먹했던 북한과 러시아, 왜 갑자기 절친됐나? 푸틴 대통령은 원래 지각대장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2014년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4시간 15분, 2018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는 2시간 30분,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접견할 때도 50분 넘게 지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때 푸틴 대통령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30분이나 일찍 나와서 먼저 기다렸습니다. 악수는 무려 40초 동안이나 했고요.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방탄 차량인 아우루스를 직접 보여주고 김정은 위원장은 뒷좌석에 실제 앉기도 했습니다.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리무진 캐딜락 원을 보여줬을 때 실제 앉지는 않았는데 그와는 대비되는 장면이었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속담에는 오래된 친구 한 명이 새로운 친구 두 명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정의의 싸움에서 반드시 위대한 승리를 쟁취하리라고 확신합니다. 러시아가 내놓은 제안은 더 파격적이었습니다. 우주 기지에서 발사체도 보여주고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을 도우려고 여기서 만난 거다” 이렇게 화끈하게 인정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북한이 원하면 북한의 우주 비행사를 우주로 보내줄 수도 있다. 이런 제안까지 내놨죠. 북한도 최근 정찰 위성 발사에 두 번이나 실패하면서 기가 많이 죽어 있는 상태였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기대하기도 어려웠던 답변을 들으면서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우주 강국의 현주소와 앞날에 대해서 우리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원래부터 왕따였던 북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고 왕따가 된 러시아 이 두 나라의 합이 잘 맞았던 겁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북러 정상회담 직후 현지 매체 인터뷰) 우리는 지역과 양자 관계에 대해 생산적이고 솔직한 견해를 교환했습니다. 6.25 전쟁을 함께 치렀던 두 나라, 전통적인 우방국은 맞는데 데면데면한 사이였던 게 사실입니다. 1990년, 우리나라와 소련이 수교하면서 북한은 두 개의 조선을 인정한 소련이 배신자라고 격하게 반발했습니다. 소련도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세습주의 국가다. 이런 뼈 때리는 팩폭으로 응수했습니다. 이들이 지금 이렇게 친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아니, 절친처럼 보여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진핑의 지도 도발, 굴욕 당한 푸틴 지난달 말 중국이 표준 지도를 내놨습니다. 14개 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은 영토 욕심이 많기로 악명이 높죠. 주변국들과 영토 영해 분쟁을 일으키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이 지도를 보면 중국 국토 면적이 960만 제곱킬로미터에서 1045만 제곱킬로미터로 마법처럼 늘어나 있습니다. 원래 영토 크기로 보면 러시아, 캐나다, 중국 순으로 내려가는데 이 표준 지도대로라면 러시아 다음 중국이 2위가 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을 모두 일단 중국 영토라고 표시한 겁니다. 그런데 여기 러시아와의 분쟁 지역도 포함돼 있습니다. 볼쇼이 우스리스키 섬 중국명 헤이샤쯔인데요. 아무르강과 우수리강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삼각주입니다. 서울 면적의 절반 정도 크기의 섬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하바롭스크와 멀지 않은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2008년 러시아가 섬의 절반을 뚝 잘라서 중국에 나눠주면서 최종적으로 영토 정리가 된 지역입니다. 그런데 국경선 모양을 보면 좀 이상합니다. 보통 하천 기준으로 섬 전체가 한쪽 국가에 속하는데 이건 섬을 반반씩 양쪽 국가가 갈라서 나눠 가졌거든요. 이걸 중국은 이번에 전체 섬이 자기네 땅이라고 슬그머니 지도에 표시한 겁니다. 중국 지도를 자세히 보면요. 러시아,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역에 중국의 바다가 없습니다. 즉 중국은 동해로 나갈 길이 없는 거죠. 중국의 내심을 보면요, ‘지금 설정된 러시아와의 국경선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기세찬|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 1840년에 아편 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하게 되고 청나라의 국력이 점점 쇠퇴하게 되지 않습니까? 1858년에 러시아가 청을 압박해서 아이훈 조약을 체결합니다. 이 아이훈 조약을 체결해서 아무르강 이북 지역 땅을 전부 다 러시아 땅으로 귀속을 시키죠. 제2차 아편 전쟁이 종료되면서 다시 러시아가 연해주 지역도 러시아 땅으로 넘겨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의 어떤 영토가 확정된 것이죠. 러시아의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 최대 공업지역 하바롭스크, 원래 중국 땅이었던 거죠. 잃어버린 땅을 언젠가는 되찾아와야겠다는 중국의 생각, 이게 표준 지도에 반영돼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블라디미르 밀로프|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중국의 관료나 전문가, 사회 구성원들과 이야기해 보면, 그들은 러시아가 시베리아와 만주를 부당하게 빼앗았다고 말합니다. 이는 19세기의 불공정한 조약이며, 시베리아와 만주는 중국이 어느 날 되찾아야 할 땅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표준 지도가 나오면서 인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도 졸지에 자기 땅이 중국 땅으로 표기됐는데요. 모두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반응이 이상할 정도로 잠잠합니다. 두 나라가 국경 문제의 공동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아무 문제없다, 이렇게 정신 승리를 하고 넘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잠잠한 이유가 뭘까요? 러시아가 내민 손 뿌리친 중국 서방의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는 사면초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원래 천연가스, 원유 이런 걸 팔아서 국가 경제를 유지했는데 유럽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당장 이런 걸 팔 곳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가장 큰 손이 된 국가가 중국이었습니다. 그러니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죠. 기자 러시아가 왜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블라디미르 밀로프|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러시아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데 모든 외교적인 베팅을 했습니다. 서방 국가들의 제재 때문에 러시아는 중국에 경제적으로 심하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군사적인 지원도 물밑으로 요구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선을 넘지는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하면서 서방을 자극하지는 않고 있는 거죠. 러시아가 내민 손을 중국이 뿌리친 셈입니다. 블라디미르 밀로프|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느리지만 확연하게 푸틴이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방어만 하고 있습니다. 왜 망해가는 회사 같은 곳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특히 결정권도 없다면요.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합니다. 마오닝|중국 외교부 대변인 북한 최고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합의입니다. 푸틴 대통령, 마치 시진핑 주석 들으라는 듯이 러시아, 중국 관계는 최고라고 찬사를 늘어놓고 있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이것은 중러 관계가 최근 몇 년간 도달해보지 못했던, 전례 없는 역사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우크라 전쟁 이후 외국에 거의 나가지 않던 푸틴 대통령. 다음 달, 중국에서 일대일로 포럼에도 ‘저 꼭 가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겠습니다’라며 손을 든 상탭니다. 궁지에 몰린 북한, 러시아의 거래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국면에 빠져들었습니다. 긴 참호를 파고 서로 참호전을 벌이고 있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전쟁 초반부터 화력전에 의존하면서 포탄 부족은 만성적인 러시아군의 문제가 됐는데요.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또한 이 탄환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블라디미르 밀로프|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은 그들이 표현하기를 '포탄 굶주림'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반란은 그렇게 전개됐습니다. 이렇게 전장의 역학에서 볼 수 있듯이, 포탄 굶주림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무기가 서로 호환이 되는 나라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나라 무기가 지금 유럽에서 잘 나가는 이유가 나토, 미국 무기와 서로 호환이 되기 때문이죠. 북한은 옛 소련 무기를 기반으로 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지금 러시아와는 탄환, 포탄 등이 서로 호환이 되는 상태입니다. 러시아에게 가장 손쉬운 상대는 북한이었던 겁니다. 북러의 이런 친밀한 정상회담은 러시아의 절박감이 반영돼 있기도 한 겁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구걸하는 깡통을 들고 있다’, 이런 표현까지 쓰고 있죠. 블라디미르 밀로프|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블라디미르 푸틴은 처음으로 매우 절박하고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순간입니다. 국제 제재나 다른 위험 요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과 전면적인 군사 협력을 하려는 겁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게 마땅한 게 없습니다.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북한이 원하는 만큼 현금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블라디미르 밀로프|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북한은 러시아가 그들을 구제해 주기를 바라겠지만, 모래성에 불과한 일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줄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아프리카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러시아가 지원하는 식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바 있죠. 북한의 식량 지원을 하더라도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밀로프|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식량 공급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것은 전체적으로 러시아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부족하고 압박을 받고 있다는 걸 반영합니다. 규모 면에서 볼 때, 식량 지원은 아마도 의미 있는 분량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분량일 겁니다. 당장 돈이나 식량 같은 현물로 북한의 무기와 맞바꾸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일단 전쟁을 해야 되니까 포탄을 갖고 있는 북한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죠. 그런데 러시아 국민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처해도, 북한에까지 이렇게 손을 벌려야 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기자 러시아인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부끄러움을 느끼지는 않나요? 블라디미르 밀로프|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러시아 선전 매체들은 이미 존재하는 관점을 되돌리려고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선전 매체들은 북한을 번영하고 있는 성공적인 국가로 묘사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고 제재를 받아서 경제 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군사 기술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밀로프|러시아 전 에너지부 차관 기술은 러시아에 있습니다. 북한은 그 기술을 갖는데 관심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기술 이전 문제가 러시아 북한 협상 의제의 최우선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위성 발사 기술은 그 자체로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ICBM을 여러 차례 발사했는데 이걸 대기권에 다시 진입시키는 기술은 부족한 것 아니냐 이런 시각이 나오고 있거든요. 존 볼턴|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21년 3월 SBS 인터뷰) ICBM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유도, 재진입 기술은 북한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우주 기술이 적용된다면 북한의 ICBM, 지금과는 차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도 핵잠수함을 갖겠다”, 이렇게 공언을 했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지난 9월 8일)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신형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기존의 중형잠수함들도 발전된 동력체계를 도입하고... 최근 개량된 잠수함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이 잠수함을 제대로 보면 ‘이게 실제로 가동할 수 있는 거냐’ 이런 회의적인 시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핵잠수함 기술이 적용된다?, 북한도 정말 제대로 된 핵잠수함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겠죠. 북한도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양새를 만들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원하는 중국이 애가 타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사이에 두고 김정은식 밀당을 펼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을 보면 옛 소련이 중국과 가까웠던 관계를 연상시킵니다. 러시아는 핵무기 제조 기술을 알려주겠다며 중국에 기술자들을 대대적으로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나라 사이 핵전쟁 위기감이 감돌 정도로 관계가 틀어진 적이 있죠. 공산권 국가인 데다 핵기술을 이전할 정도로 가까웠는데 핵전쟁을 할 뻔했다고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