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SBS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북한 취재를 담당해오면서 평양과 백두산, 개성과 금강산을 방북 취재했다. 2018년부터 북한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재직 중 학업을 병행해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석사를, 경남대 북한대학원(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자주적 대북정책은 가능한가』 『갈등하는 동맹』(공저) 『빗나간 기대: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올해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에 주목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첫 임기 당시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 회동을 성사시켰던 트럼프였기에, 다시 백악관에 입성한 그가 북미 대화의 물꼬를 정상 간 만남이라는 극적인 방식으로 다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위험(?)한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김정은이 핵보유국'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김정은이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김정은과 관계를 재구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뜻도 반복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김정은은 처음에는 핵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며 트럼프와의 대화에 관심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열린 의사를 표출했습니다.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10월 말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북미 정상 회동의 주요한 계기로 부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 만큼 이를 계기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만남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입니다. 2019년 트럼프의 SNS 메시지 이후 단 하루 만에 만남이 성사된 전례가 있었던 만큼, 북미 정상 만남은 관련 절차보다는 그야말로 두 정상의 결단에 달린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만남은 무산됐습니다. 북한은 막판까지 북미 회동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회동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1주일 전쯤부터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을 보도하는 등 북미 정상 회동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동이 불발된 뒤에도 "우리는 돌아올 것이며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과 만날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2026년의 새해가 밝습니다. 내년 4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주목 2026년 북미 대화의 중요한 계기로 거론되는 것은 4월에 베이징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미중 정상회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의지를 여전히 내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아시아로 오는 만큼 북미 정상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내년을 넘기면 내후년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로 접어듭니다. 내년까지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면 트럼프 정부 내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트럼프 2기 북미 대화의 가능성 자체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2기라는 호기를 그냥 흘려보낼 것이냐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북미 정상 회동을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도 있습니다. 우선, 내년 4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북미 정상 만남은 올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 만남에 비해 더 번거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어차피 한국에 오는 만큼 이를 계기로 북미 정상이 만나면 됐지만, 내년 4월의 경우 북미 정상회동이 가능하려면 김정은이 일부러 베이징에 가든지 트럼프가 일부러 한국을 다시 방문해야 합니다. 북미 정상 중 한쪽이 별도의 해외 순방 일정을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북미 정상이 만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입니다.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국제정치적으로 큰 이벤트임에는 분명하지만, 실무협의 없이 이뤄지는 정상 간 만남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북미 정상 만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합의는 양국 간 실무협의를 재개하는 것일 텐데,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이후 같은 해 10월 이뤄진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습니다. 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입니다. 실무협상을 재개한다고 해서 성과가 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현재 북한은 핵보유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당장 비핵화는 어렵더라도 비핵화에 대해 단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라도 합의해야 대화의 출로를 열어갈 수 있을 텐데, 북한이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어렵습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된다 해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최종 결정은? 과거의 경험에서 북미 협상의 한계를 알고 있는 북한이기에 트럼프 2기 북미 대화 재개의 실익을 놓고 계속해서 저울질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는 내년 4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유동적일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에 따라 내년 한반도의 정세가 가닥을 잡을 전망입니다.
북한이 지난 12일 평양 '4.25 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공병부대 환영식을 개최했습니다. 러시아에 파견돼 지뢰제거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공병부대원들을 환영하는 행사를 개최한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환영식에 참석했습니다. 김정은은 공병부대의 전투성과를 축하하면서 휠체어를 탄 부상병들을 직접 안아주며 격려했습니다. 또, 작전 과정에서 사망한 9명의 병사들에게는 공화국영웅 칭호와 국기훈장 제1급, 전사의 영예훈장 제1급을 수여했습니다. '4.25 문화회관'에는 이들을 위한 '추모의 벽'까지 마련됐습니다. 휠체어를 탄 부상병들을 안아주는 김정은 김정은은 연설에서 "조국에 바쳐지는 생을 희생이 아니라 영광으로 간주하는 우리 군인들의 숭고한 사상 감정은 그 어느 나라 군대도 따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월 국가표창수여식에서 포로가 될 위기에 자폭한 병사들을 '양심에 떳떳한 선택'을 했다고 미화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희생자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면서 유사시 목숨을 버릴 것을 사실상 계속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그러면서 "동무들과 같은 견실한 군인대오, 강위력한 전투부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로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김정은과 당을 위해 목숨을 버리겠다는 군인들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방청석에서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검은 양복들 그런데, 이날 저녁 다소 의아한 장면이 관찰됐습니다. 김정은은 이날 공병부대원들의 귀국을 축하하는 공연을 개최했습니다. 부대원들과 가족들이 대거 참석했고 김정은도 함께 공연을 관람했는데, 조선중앙TV가 간간이 비춘 방청석을 보면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띕니다. 방청석에서 포착된 검은 양복들, 지난 12일 공연 이들 중 몇 명은 카메라를 담당하는 조선중앙TV의 직원들과 사진 기자들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카메라나 사진 담당 직원이 아닌데 방청석 곳곳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의 경호원들입니다. 곳곳에 배치된 김정은의 경호원들, 지난 12일 공연 독재체제의 최고지도자 경호원들인 만큼 언제 어디서나 경호를 최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공연 관람장에서 뒷사람들의 관람을 방해하면서까지 이렇게 경호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일까? 김정은의 다른 공연 관람과 비교해 봤습니다. 지난 10월 9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해 열린 러시아예술인들의 공연. 이날 공연에는 김정은이 당시 주북한 러시아 대사였던 마체고라와 함께 참석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당시 방송한 화면을 보면 방청석에서 역시 김정은의 경호원들이 관찰됩니다. 카메라맨 뒤에 서 있는 경호원도 있고 방청석 뒤편에 서 있는 경호원도 보입니다. 다만, 이들은 카메라맨 바로 뒤에 붙어있거나 방청석 맨 뒤편에 서서 관람객들의 시야를 최대한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경호하고 있습니다. 또, 관람석에 배치된 경호원 수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12일 공연에서 경호원들이 관람석 여기저기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지난 10월 러시아예술인 공연 당시 김정은의 경호원들 북한은 왜 많은 경호원을 배치했을까 지난 12일 공연에서 경호원들이 여기저기서 관찰되는 것은 경호원들을 다른 때보다 많이 배치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북한은 왜 지난 12일 공연에 평소보다 많은 경호원들을 배치했을까요? 아마도 공연의 성격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2일 공연은 러시아로 파병됐다 돌아온 군인들을 위로하는 자리였습니다. 지뢰제거 작전이라고는 하지만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부상병들도 생겼습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돌아온 장병들이다 보니 병사들의 심리상태는 상당히 격해질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조선중앙TV 화면을 보면 공연 중간에 울먹이는 병사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병사들과 김정은이 함께 공연을 보게 되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호원이 증강 배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공연을 보며 울먹이는 병사들, 지난 12일 공연 겉으로는 충성 얘기하며 속으로는 못 믿나 하지만, 김정은이 정말로 자랑스럽다고 한 병사들과 함께 공연을 보면서 혹시 모를 위해를 우려해 경호원들을 증강했다는 것은 상당히 부조화스러운 일입니다. 겉으로는 김정은과 당에 대한 충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그들의 행동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양심에 떳떳한 선택'을 운운하며 사실상 목숨을 버릴 것을 강요하면서도 그런 '정신적 조작'에 대한 확신을 내부적으로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김정은이 군인들조차 믿지 못한다는 사실은 과거에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은 특수부대의 훈련을 참관했습니다. 각종 격파와 격투기, 극도의 체력훈련 등 인간 병기처럼 단련된 병사들인데, 당시 김정은의 경호원들은 헬멧을 쓰고 소총을 든 완전무장 차림이었습니다. 또, 특수부대원들이 사격훈련을 할 때에는 경호원들이 뒤편에서 경계를 했는데, 총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일부 경호원들은 방아쇠에 손가락까지 걸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특수부대에서의 혹시라도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경호원들에게 철저히 대비를 시킨 것입니다. 경호원들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사격하는 군인들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충성을 맹세한 군인들조차 믿지 못하고 경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김정은. 아직까지는 자폭을 '양심에 떳떳한 선택'이라는 말로 포장하며 군인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지만, 그런 군인들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속으로는 항상 불안한가 봅니다.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9주년 경축행사가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딸 김주애와 함께 참석했는데, 외빈으로는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초청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마체고라 대사가 김정은의 '개인초청손님'으로 참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날 주목을 끈 것은 김주애의 행동이었습니다. 김정은이 도열해 있는 간부들과 악수하는 동안 뒤에서 박수를 치며 지켜보고 있던 김주애는 김정은이 마체고라 대사와 악수한 뒤에는 자신도 마체고라 대사와 악수하며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김주애의 등을 툭 치며 신호를 주자 김주애는 마체고라 대사에게 다가가 무엇인가 귓속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도 더 반갑게 악수하며 김주애에게 뭔가 답변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체고라에게 귓속말을 하는 김주애, 지난해 10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김주애와 마체고라가 대단한 얘기를 나눴을 리도 없지만, 김주애가 외교사절과 악수를 하며 얘기를 나눴다는 것은 김주애가 장차 외교무대에도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당시 11살이었던 김주애가 외교무대에 데뷔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 첫 상대가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였던 셈입니다.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관 찾은 김주애에게 주빈 대우 이후 김주애가 공식적인 외교행사에 등장한 것도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를 상대로 한 행사였습니다. 지난 5월 9일 김정은은 김주애와 함께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 러시아 전승절 80주년을 기념한 외교일정이었습니다. 당시 12살이던 김주애는 이 날 외국 대사관을 방문한 공식적인 주빈 대우를 받았습니다. 김주애는 이 날 김정은에 이어 마체고라 대사와 악수하며 인사했고 김정은과 함께 러시아 어린이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12살 어린이가 그보다 더 어린 아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것입니다. 사실 김주애에 대한 꽃다발 증정은 마체고라 대사의 세심한 배려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 대사관에서 김정은에게만 꽃다발을 주었다고 해서 북한 측이 항의할 이유는 없었을 텐데 굳이 김주애에게까지 꽃다발을 준 것은 김주애에게 후계 수업을 시키며 외교경험까지 쌓게 하려는 김정은의 의중을 읽고 마체고라 대사가 이에 부합하는 예우를 해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김주애, 지난 5월 마체고라 대사는 김정은 부녀가 대사관을 떠날 때에도 김주애에게 특별한 인사를 했습니다. 김주애를 세 번 포옹하는 사회주의식 인사법으로 친근감을 표시한 것입니다. 김주애를 김정은을 단순히 따라다니는 딸로서가 아니라 김정은의 예비 후계자로서 예우해 준 것입니다. 김주애를 세 번 포옹하는 인사법으로 배웅한 마체고라 역대 최장기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마체고라 대사는 2015년 3월부터 10년 넘게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로 재직해 왔습니다. 역대 최장기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입니다. 이 기간 동안 북한과 러시아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키는 신동맹 조약을 체결했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밀월 수준의 혈맹으로 관계를 발전시켰습니다. 마체고라가 이 모든 것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마체고라의 역할이 중요했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또 김정은이 김주애를 등장시키고 예비 후계자로 등극시키는 과정을 지켜봤고 김정은의 의도에 맞게 김주애를 예우해 줬습니다. 김정은으로서는 대외적으로 김주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첫 창구가 마체고라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런 사망, 사인은 발표 안 돼 이런 그가 지난 6일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1955년 생, 70살로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나이이고 얼마 전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했던 터라 다소 의외의 죽음입니다. 사망원인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러 무역경제 과학기술 협조위원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의 참석 직후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사망 장소가 어디인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마체고라가 러시아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은 마체고라의 사망과 관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냈고 러시아대사관을 직접 찾아 조문했습니다. 김정은은 마체고라 대사가 "조선인민의 심장 속에 인간으로서 깊이 자리잡은 친근한 벗이고 진정한 동지"였다면서, "대사 동지를 잃은 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며 로씨야(러시아) 정부와 인민뿐 아니라 공화국(북한) 정부와 인민에게 있어서 커다란 상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로 볼 때 마체고라가 사망하고 후임자가 부임한다고 해서 북러 관계에 큰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과 김주애에게는 마체고라의 갑작스런 죽음이 상당히 아쉬울 수도 있어 보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지난달 28일 북한 공군 창설 8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은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당시 김정은의 방중에 동행한 모습이 포착된 이후 근 3개월 만의 공개활동입니다. 김주애는 후계수업을 차근차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 공개석상 등장에서도 주목해 볼 만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행사장에서 김주애의 독자적인 움직임 포착 먼저, 김주애가 김정은과 함께 차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차에서 내린 김정은이 공군 고위 간부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는데, 김정은에게 경례를 한 고위 장성들이 몇 미터 떨어져 서 있는 김주애에게 별도로 경례를 하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경례를 받은 김주애는 이들에게 간단히 목례로 답인사를 했습니다. 고위 장성들에게 김주애는 김정은 다음으로 경례를 붙여야 할 인물인 것입니다. 공군 장성이 김주애에게 경례를 하자 고개를 살짝 숙여 답례하는 김주애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김주애의 독자적인 움직임이 눈에 띄었습니다. 김정은이 공군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이동하자 사열대 옆쪽에 서 있던 김주애도 김정은과 좀 떨어져서 이동했는데, 김주애가 레드카펫 위를 걸어와 부대 깃발에 홀로 목례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을 단순히 따라다니며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김주애가 독자적으로 행사장을 이동하며 별도의 행동을 한 것입니다. 행사장에서 부대 깃발에 홀로 목례하는 김주애 이런 모습은 기념 비행을 마친 공군 조종사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도 포착됐습니다. 김정은이 도열해 있는 조종사들을 만나 경례를 받은 뒤 악수하며 격려하자, 이번에는 김주애가 조종사들에게 다가가 이들의 경례를 받고 격려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조종사들을 격려하는 김정은 옆에 서서 박수를 치며 김정은의 모습을 지켜보는 데 그쳤을 김주애가 이번에는 직접 행동의 주체로 나선 것입니다. 김정은은 김주애의 이런 모습을 흡족한 듯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공군 조종사들을 격려하는 김주애 김주애는 이와 같이 이번 행사에서는 독자적인 주체로 행동하는 모습들이 관찰됐는데, 이런 과정에서 김주애의 수행자가 김정은의 수행자보다 많아 보이는 듯한 기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의장대 사열을 마친 김정은이 공군 고위장성 2명과 이동하자 사열대 옆에 서 있던 김주애가 다른 간부들과 함께 좀 거리를 두고 이동했는데, 김주애 주변에 있던 간부들이 김주애 뒤를 따라가게 되면서 김주애의 수행인원이 김정은의 수행인원보다 더 많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김정은을 수행하는 사람보다 김주애 뒤에 따라오는 간부들이 더 많다 김주애의 달라진 모습은 기념공연 관람장에서도 포착됐습니다.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관람석 중앙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는데, 조선중앙TV가 중간중간 비춘 장면 중에 김주애가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힌 채 여유 있게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긴장된 모습으로 행사를 소화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상당히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행사를 즐기는 단계까지 간 것입니다. 고개를 살짝 젖힌 채 여유 있게 앉아있는 김주애 조선중앙TV는 공연 중간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모습도 한 장면 내보냈는데, 주변 관람석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치는 모습이어서 김주애와 대조를 이뤘습니다. 주변 관람석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박수 치는 김여정 단순히 '아버지 따라다니는 단계' 벗어나기 시작 한동안 잠적하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주애. 3개월 만에 다시 등장한 김주애는 예전과는 또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거에는 아버지 김정은을 옆에서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김정은 주변에서 어느 정도는 독자적으로 행동하며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독립적인 수행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요. 잠적 기간 동안 후계수업이 한 단계 더 진전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한국 방문을 계기로 추진됐던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북미 정상 만남이 무산된 지 20여 일이 지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만남을 희망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 북미 정상 만남 염두에는 두고 있었는데… 북한이 처음부터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는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대미 비난은 하지 않았습니다. 열병식이라는 행사가 무력을 과시하는 자리인데도 수위조절을 한 것입니다. 김정은-트럼프 만남 가능성을 닫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었습니다. 국정원도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물밑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대비해 둔 동향이 다양한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1주일 전쯤부터는 북미 정상 간 만남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22일 5개월 만의 탄도미사일 발사, 지난달 26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보도 등은 북한이 북미 정상 만남을 준비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만남을 고민하다 결국에는 만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결정했다는 뜻입니다. 북미 정상 만남, 왜 거부했나?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북미 정상 만남을 거부했을까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가 크겠지만, 북한의 국내 정치일정과 연계해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대규모 정치행사를 잇달아 앞두고 있습니다. 5년 만에 열리는 제9차 당대회가 내년 초쯤 열릴 예정이고, 그에 앞서 다음 달 중순 노동당 전원회의도 예정돼 있습니다. 북한은 열병식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9차 당대회에 맞춰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북한의 제9차 당대회는 '당이 곧 국가'인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행사입니다. 제8차 당대회 이후 지난 5년 간의 사업을 평가하고 향후 5년 간의 국가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인데,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지난 5년 간의 성과를 보고해야 합니다.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에서 자랑할 만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부분입니다. 북러 동맹 복원과 러시아 파병으로 북한은 북러 관계를 혈맹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그에 기반해 북중 관계까지 복원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은 것은 북한이 미국에 반대하는 이른바 '반제국주의' 진영에서 주요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했음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식량과 기름 등을 지원받고 있고,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국경 지대에서의 밀수 묵인 등 경제적 이득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으로서는 중요한 정치행사인 제9차 당대회에서 이런 성과를 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지난달 김정은이 트럼프와 만났다면 김정은에게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북미 정상이 만났다면 특별한 합의는 없었다 해도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정도로는 뜻을 모았을 텐데, 이렇게 되면 북미 협상과 제9차 당대회가 시기적으로 겹치게 됩니다. 반미 진영의 '리더'로서 위상을 과시해야 할 제9차 당대회 때 다른 한편에서는 북미 접촉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대회 때 김정은이 반미 성과를 과시하기가 좀 애매해집니다. 지난달 북미 정상 회동을 가졌을 경우, 북한의 국내 정치일정을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화하기가 다소 애매해지는 것입니다. 북,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실망 표명 어쨌든 올해 북미 정상 만남은 무산됐고 이제 내년을 내다봐야 할 텐데, 지난 18일 북한은 주목해 볼 만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한미 팩트시트와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것인데, 미국에 대한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 형식으로 내놓은 반응에서 한미 팩트시트가 '변함없이 적대적이려는 한미동맹의 대결선언'이라면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집권 1년을 가까이 하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이번 팩트시트를 통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는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한국과 확약한 것을 보면 미국의 선택이 북한과의 대결임을 입증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기에 보면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로써 현 미 행정부가 추구하는 대조선(대북) 정책의 진속과 향방을 놓고 언론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분분하던 논의에는 마침내 종지부가 찍혔으며 우리는 물론 전반적 국제사회가 미국의 대조선(대북) 입장에 대한 보다 확실한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 - 조선중앙통신 논평, 지난 18일 김정은과 세 차례나 만난 적이 있는 트럼프의 집권을 맞아 북한도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는지 1년 가까이 지켜봐 왔는데, 결국 전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랐다는 뜻입니다. '북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목표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 확인된 만큼,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북한의 목표는 트럼프 정부에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최종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결국 북한이 북미 대화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도 연결됩니다. 미국과 만나서 대화해 봤자 크게 얻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분간은 김정은-트럼프 만남이나 여타 북미대화의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고민하는 북한 하지만, 북한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판단이 끝났다는 입장을 조선중앙통신이라는 매체 논평 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북한이 여전히 수위조절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향후 필요에 따라 언제든 김정은이나 김여정 명의로 입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것은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실행했고 기존 정치인들과는 접근방법이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시기를 이대로 흘려보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년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2년 차로 내년이 지나면 트럼프 정부도 임기 후반부로 접어드는데, 내년까지 북미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트럼프 집권기 북미 대화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고민도 있을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 등 국제정세가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의 구애를 거부함으로써 선택지를 좁혀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이 북미대화에 있어 중요한 시기임에는 분명합니다. 지금 당장은 북한이 북미 접촉에 회의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내년 중으로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해 북미 간 이견이 여전하다면 어렵게 만나더라도 전망은 밝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 공식 매체들의 보도는 검열을 거친 당국의 선전에 불과하고, 대북 민간단체들의 전언은 그야말로 전언이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북한 정보는 많지 않은데,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9월 북중 국경 지역의 중국 쪽에서 북한 지역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들이 입수됐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북중 국경 지역을 따라 북상하면서 북한의 신의주, 의주군, 혜산 등지를 촬영했습니다. 125배까지 확대되는 고성능 카메라를 사용한 결과 상당한 깨끗한 화질의 북한 모습이 담겼는데, 특징적인 몇 장면만 살펴보겠습니다. 장면 1 - 베란다에 용변 먼저, 중국 단둥 쪽에서 평안북도 신의주의 신규 주택 단지를 촬영한 모습입니다. 이 지역은 지난해 중반 압록강 홍수로 폐허로 변한 뒤 대대적인 복구작업을 벌여 지난해 말 김정은 총비서 참석 하에 '살림집 준공식'까지 가졌던 곳입니다. 강 건너 중국 쪽에서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는 주택들이었지만 고성능 카메라로 확대해 보니 완공 9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집들은 곳곳에 칠이 벗겨지고 여기저기가 낡아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애초부터 날림공사가 됐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주택 곳곳에 벌써 칠이 벗겨졌다. '아시아프레스' 촬영 한 아파트의 고층 베란다가 카메라에 찍혔는데, 한 아이가 쭈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얼마 뒤 이 아이는 일어나서 바지를 추켜올렸는데, 베란다에 용변을 본 것이었습니다. 베란다에 용변을 보고 바지를 올리는 아이. '아시아프레스' 촬영 도대체 왜 베란다에 용변을 본 것일까? 화장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아파트 고층에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파트의 화장실에도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민들 말을 들어보면, 아파트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물을 계단으로 날라야 하는 경우가 많고, 화장실에 물이 없으니 용변을 처리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합니다. 용변을 보면 종이에 싼 뒤 아래로 내려와서 처리하든 해야 하는데, 일부는 고층에서 그대로 던져버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곳 신의주 신규 주택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장면 2 – 남녀 구분 없는 노력 동원 압록강 연안에서는 여전히 많은 북한 군인들이 동원돼 일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남자뿐 아니라 여성 군인들도 많습니다. 중장비가 부족하니 주로 사람들의 힘으로 공사가 이뤄지는데, 흙을 퍼 나르는 여성 군인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이 진행되는 고단한 작업에 한쪽에서 웅크리고 졸고 있는 여군, 그 옆에서는 이런 와중에도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여군도 눈에 띕니다. 피곤한 듯 졸고 있는 여군과 그 옆에서 머리 정돈하는 여군. '아시아프레스' 촬영 장면 3 – 국 대신 물에 된장 공사에 동원된 군인들의 식사 장면도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노란 옥수수밥을 먹는데 깔판도 없는 흙바닥에 밥그릇을 놓고 먹고 있습니다. 세숫대야에서 무엇인가를 퍼서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람도 있는데, 물에 된장을 타서 섞은 장국이라고 합니다. 국 대용으로 이걸 나눠주는 겁니다.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도 식사의 질은 물론 식사 환경조차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흙바닥에서 옥수수밥을 먹는 북한 군인들. '아시아프레스' 촬영 공사 현장 주변에서는 작업에 동원된 군인들의 숙소도 포착됐습니다. 파란색 비닐로 덮은 시설은 마치 피난민 숙소 같아 보입니다. 작업을 마친 뒤 제대로 씻을 곳이나 있는지 의문인데, 숙소 바깥에는 '김정은 동지의 말씀을 철저히 관철하자'는 내용의 선전구호만 걸려 있습니다. 피난민 시설 같은 북한 군인들의 숙소. '아시아프레스' 촬영 장면 4 – 조직적 차량 밀수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밀수된 차량들이 대거 발견됐습니다. 승용차, 승합차, 트럭, 컨테이너 차량들이 대거 포착됐는데 번호판이 모두 제거된 것들입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나 중국 상하이 자동차 로고가 그대로 붙어있는 차량들도 관찰됐습니다. 북한에 운송수단을 이전하는 행위는 유엔 제재로 금지돼 있습니다. 양강도 혜산시에서 포착된 밀수 차량들. '아시아프레스' 촬영 차량 밀수는 압록강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시아프레스 측은 지난 8월부터 차량 밀수가 본격화됐다고 말합니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김정은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복원됐다고 말하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중국이 차량 밀수를 눈감아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일 제11군단 지휘부를 찾았습니다. 11군단은 폭풍군단이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상당 병력이 파병됐던 부대입니다. 김정은은 11군단이 "당의 영도업적이 역역히 깃들어있는 군단, 우리 군대의 고귀한 명성과 불멸할 명함을 주추로 받쳐주고 있는 믿음직한 전위전투대오"라고 만족을 표시하면서 "전군을 이 부대처럼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군으로, 영웅군대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 당의 의지이고 염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러시아로 파병돼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는 업적을 세움으로써 북러 관계를 공고히 하고 북한의 국제정치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11군단을 치하한 것입니다. 북한군 제11군단을 방문한 김정은 김정은이 제11군단에 가서 특별히 챙긴 사람들 그런데, 김정은이 제11군단 방문에서 특별히 챙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부대 내 정치사상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일꾼들입니다. 제11군단 정치일꾼들을 만난 김정은 김정은은 "전쟁과 전투의 승패를 가름하는 근본요인은 사상"이라면서 "당은 정치사상강군화 노선 관철에서 정치일꾼들의 중요한 활약에 제일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군인들이 지난 필승의 전투정신과 대중적 영웅주의, 용감성의 밑바탕에는 부대관병들의 정신적 성장의 고임목이 되고 자양분이 되어준 각급 정치일꾼들의 남모르는 공로"가 배어 있다며 정치일꾼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김정은이 11군단에서 정치사상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일꾼들의 공로를 치하한 것은 러시아로 파병된 11군단 군인들이 보여준 행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에서 전사한 북한 군인들이 자폭을 마다않는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파병 군인들의 사망경위 보니 북한은 지난 8월 러시아 파병 군인들에 대한 국가표창수여식을 실시한 뒤 이들을 위한 공연도 진행했는데, 공연 중간에 북한 군인들이 전투현장에서 사망한 경위가 소개됐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연 영상물을 통해 소개된 북한군 사망경위, 지난 8월 # 김학철 (32살, 노동당원) - 적 무인기 타격에 쓰러진 자기를 구원하러 오는 전투원들에게 <중대의 전투임무를 수행해달라>고 웨치며(외치며) 자동보총으로 자기 머리를 쏘아 장렬하게 전사 # 리광은 (22살, 청년동맹원) - 부상당한 자기를 구원하러 오던 전우들이 적탄에 쓰러지자 자폭을 결심하고 수류탄을 터쳤으나 왼쪽팔만 떨어져나가자 오른손으로 다시 수류탄을 들어 머리에 대고 영용하게 자폭 # 림홍남 (20살, 청년동맹원) - 통로개척임무를 받고 지뢰해제 진투를 벌리던 중 습격개시시간이 박두하자 지뢰원구역을 달리며 육탄으로 통로를 개척하고 장렬하게 전사 # 윤정혁 (20살, 청년동맹원), 우위혁 (19살, 청년동맹원) -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을 구출하던 중 중상을 당하여 적들의 포위에 들게 되자 서로 부둥켜안고 수류탄을 터뜨려 영용하게 자폭 # 박충국 (18살, 청년동맹원) - 팔과 다리에 부상을 당한 자기를 구원하러 오던 전우들이 적의 화력에 의해 쓰러지자 <오지 말라!>고 소리치며 수류탄을 터쳐 영용하게 자폭 <북한이 밝힌 북한군 사망 사례, 조선중앙TV, 지난 8월> 북한이 소개한 북한군의 이 같은 사망 경위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선전이 사실이라면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군인들의 사상무장이 투철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세뇌로 정상적인 사고를 마비시켜 놓고는 군인들의 정신무장의 결과로 자폭까지 선택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국가표창수여식 당시 자폭을 행한 이들의 선택을 '양심에 떳떳한 선택'이라고 칭송했습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이들이 훌륭한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군인의 본령인 명령집행에서의 철저성도, 조국애와 전우애의 열도와 헌신성도 하나같았고 생의 최후와 직면한 시각에조차 자기 의무에 충실하고 양심에 떳떳한 선택을 할 줄 아는 도덕성도 하나같이 훌륭하였습니다." <국가표창수여식 김정은 연설, 지난 8월 보도> 앞으로도 적에게 포로가 될 위기에 처하면 자폭하라고 부추긴 셈인데, 이런 식의 정신교육을 실시해 온 부대의 정치일꾼들이 김정은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11군단을 찾아간 자리에서 정치일꾼들을 따로 만나 특별히 격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체제의 경직성'이 한반도 문제 근본원인 김정은의 11군단 방문 모습을 보도한 북한 매체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 북한 군인들이 김정은을 보고 감격에 겨워 울먹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신처럼 떠받들어지는 김정은의 실물을 보고 흥분한 것인데, 어려서부터 곳곳에서 실시되는 세뇌교육과 부대 내에서도 반복적으로 실시되는 정치일꾼들의 사상교육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우상화교육이 계속되다 보니 '김정은 원수님을 위해 (포로가 되느니) 자폭하겠다'는 어이없는 생각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김정은을 보고 눈물 흘리는 북한 군인들 김정은 일가에 대해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하고 4대 세습까지 추진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보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변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됩니다. 북한의 개혁, 개방은 결국 외부세계와 소통의 문을 열고 확대하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왕조적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신무장을 해치는 외부정보가 유입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일가가 신의 위치에서 인간의 위치로 내려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독재의 수준을 완화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한 북한의 변화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지금 한반도 문제의 근본원인은 바로 이 같은 '북한 체제의 경직성'에 있습니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오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엔사는 이달(10월) 말부터 다음 달(11월) 초까지 판문점 특별견학을 중단시키고 북미 정상 만남에 대비하고 있다 하고, 북미 정상 만남에 대비하는 미국 준비팀이 한국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호응이 관건인데, 지난 22일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보면 북한의 반응이 부정적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 최근 '북미 정상 접촉' 가능성 열어 놔 하지만, 최근 북한에서는 북미 정상 간 접촉 가능성을 열어놓는 듯한 신호가 포착돼 왔습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비핵화 논의는 하지 않겠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에 주목할 만했습니다.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김정은은 이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대미 비난은 하지 않았습니다. 열병식이라는 행사가 무력을 과시하는 자리이고, 이날 열병식에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고체 ICBM '화성-20형'이 공개됐지만, 정작 김정은의 연설에서는 미국을 위협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일종의 수위조절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을 닫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오는 29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 회동이 가능하려면 그 전에 북한이 대미 접촉 의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 실무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지난 22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보면 긍정적인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9년의 전례에서 보듯 하루 만에도 만남이 성사될 수 있는 만큼 아직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북미 정상 간 만남이 6년여 만에 실현된다면, 그동안 막혀있던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북핵 등 한반도 현안문제가 다시 본격적인 협상의 길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돌이켜보면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당시를 돌이켜 보겠습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인 6월 29일 아침 SNS에 '김정은 위원장과 DMZ에서 만나 인사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트럼프의 SNS 메시지 이후 5시간 만에 북한에서는 최선희 당시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북미 정상 상봉이 성사된다면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고, 이후 판문점에서의 북미 실무 접촉을 거쳐 다음날인 6월 30일 오후 3시 45분쯤 북미 정상 만남이 판문점에서 이뤄졌습니다. 트럼프가 SNS를 통해 만남 제안을 한 지 32시간 만에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진 것입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까지 판문점에 동행해 판문점에서는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서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과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을 뿐 현실화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된 것입니다. 판문점에서 같이 선 남북미 정상 (2019년 6월) 어찌 보면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와 같은 돌발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SNS를 통한 32시간 만의 북미 정상 만남은 다른 미국 대통령이라면 시도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서고 북미 정상이 32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만나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지만, 판문점 북미 정상 만남에서 합의된 것은 북미 실무협상을 2∼3주 내에 재개한다는 것뿐이었고 그마저도 3개월여나 지난 뒤 이뤄진 실무협상은 결국 결렬됐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보면,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이 북한 문제에 대한 회의감을 더 크게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서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이벤트가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는 것이 하나의 경험으로 자리 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도 해결되는 것이 없는데 과연 북한 문제의 해법이 있겠느냐는 허탈감과 회의감이 생겨난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실질적인 협상의 진전에 기반하지 않는 이벤트는 그냥 이벤트였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이벤트는 이벤트일 뿐 2025년 10월, 지금 다시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남이 가능할지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현재 북미 간 입장 차이가 확연한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한미일 3국은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북한은 비핵화 논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다면 이번 만남도 그야말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단순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동안 대화가 단절돼 있었던 만큼 북미 정상 간 만남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고 후속 실무협상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의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후속 실무협상이 열리더라도 협상은 첩첩산중일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6년여 만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난다면 이 또한 역사적인 이벤트겠지만, 이벤트는 어디까지나 이벤트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이벤트가 끝난 뒤 실질적인 협의가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이 3만 4천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탈북민들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통일 의식 조사를 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이주민은 미국인이 첫 번째였고 그다음으로 동남아시아인, 일본인, 탈북민 순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탈북민을 미국, 동남아시아, 일본인보다도 더 멀게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탈북민 정착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지난 1일 탈북민들의 남한 사회 적응 사례를 발표하는 '2025 남북한 주민 사회통합사례 발표대회'를 열었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54명의 후보자가 응모해 최종적으로 7명이 본선에서 발표기회를 가졌습니다. 지난 1일 개최된 '2025 남북한 주민 사회통합사례 발표대회' 탈북민들이 밝힌 남한 사회 정착의 어려움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부분들 가운데 하나는 북한식 말투와 이로 인한 남한 주민들의 편견, 또 외래어가 많아진 남한 언어 습득의 어려움 등이었습니다. "제 업무가 수도 요금 민원 상담인데 함경도 무산 출신이라 그런지 민원인들에게 보이스피싱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 외래어를 많이 모르니까 동료들끼리 대화할 때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요." - 탈북민 조경옥 씨 발표 중에서 "민원인에게 전화를 하니 저를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를 하면서 '한국 사람들도 취업하기 힘든데 저런 것들을 왜 공공기관에 앉혀 놨냐?' 하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탈북민이 재입북한 사건이 일어나자 '너도 갈 거잖아, 너희는 총 쏘는 것 밖에 모르지?'라고 하던 팀장님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하면 탈북자가 잘못했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견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 탈북민 김도연 씨 발표 중에서 북한에서의 경력은 살리기 어렵고 남한에서 새로운 일을 배워 먹고살아야 하는 탈북민들. 이들은 황야에 내던져진 외톨이처럼 바닥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자립의 돌을 쌓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마트에서도 일하고, 온천에서도 일하고, 심지어 주유소 배달차를 몰고 다니며 주택에 하우스에, 그리고 공사 현장에 기름을 배달하기도 했습니다. 여자의 힘으로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 탈북민 천소현 씨 발표 중에서 "유명 떡집을 찾아가 무급으로 2개월 동안 일을 배우며 하루 2시간씩 출퇴근했습니다. 배운 대로 작은 떡집을 열었지만, 막상 손님 앞에 내놓은 떡의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곧 문 닫을 거다'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 탈북민 박은숙 씨 발표 중에서 아파도 돌봐줄 가족이 없고, 긴 터널의 반대편에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현실의 고단함은 탈북민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래도 북쪽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병원에 입원하니까 부모 형제가 옆에 없다는 게 너무 서럽더라고요. 병원 치료받고 나와서 다시 일하는데 힘든 일을 하면 재발하고, 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퇴원하면 또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고, 다시 입원하고 치료받고… 일과 치료가 반복되는 생활은 지나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 탈북민 조경옥 씨 발표 중에서 "(힘들 때마다) 저는 파주 통일전망대를 찾아가 북한 쪽을 바라봅니다. 저기 살고 있는 사람들도 살기 위하여 노력하는데 이런 좋은 환경에서 못해낼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통일된 그날이 온다면 고향의 나의 형제들에게 당당하게 서기 위하여서라도 포기하지 말자고 결심합니다." - 탈북민 김도연 씨 발표 중에서 이렇게 힘든 사람들에게는 주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됩니다. 화재로 모든 것을 잃었던 한 탈북민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위로가 재기의 발판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면사무소 직원, 전 직장 동료, 이웃 주민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불이 나면 사업이 번창한다'는 위로, 그리고 '목숨 걸고 넘어온 사람이니 이보다 더한 시련도 이겨낼 것'이라는 남편의 응원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 탈북민 천소현 씨 발표 중에서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왔지만,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탈북민들. 말투나 생활습관 등 많은 것이 달라 남한 사람 입장에서는 거리감과 편견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들도 같은 민족이고 황야에서 외로이 정착하려 애쓴다는 것을 조금만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면 탈북민들의 정착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탈북민들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그만큼 우리 탈북민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또 그들을 돕겠다는 마음도 생기고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넓어져서 탈북민들의 입장에서 서로 통합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걸로 생각을 합니다." - 이주태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직무대행)
2023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은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한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을 두 국가로 분리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20일과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남북관계 단절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김정은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철저히 이질화되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남북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며, "한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북이 적대적인 별개의 국가라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김정은이 이렇게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온 것은 김정은의 주장에 따르자면 남한이 흡수통일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근 80년에 이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치열한 대결사와 현실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한국의 태생적 야망은 변한 적이 없고 또 절대로 변할 수도 없으며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한에서 등장한 '평화적 두 국가론' 그런데, 최근 들어 남한에서도 '두 국가론'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평화적 두 국가론'입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제한반도포럼 개회사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다시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변화의 초점을 우선 적대성을 해소하는 데에 맞추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 대안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 16일 대정부질문에서도 "남북한은 사실상 유엔에 가입한 두 국가"이고 "국제법적으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두 국가로 존재"한다며 '두 국가론'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국제한반도포럼'에서 연설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평화적 두 국가론'은 북한이 흡수통일을 우려하며 남한과의 단절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고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은 별개의 국가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하나의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두 국가론은 영구분단" 하지만,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남한마저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심각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 내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통일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꼭 통일을 해야 하느냐' '남북이 갈라진 채 이대로 살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됩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나서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올 경우 그것이 아무리 '평화적 두 국가론'이라 하더라도 '통일 불필요' 의식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북이 다 같이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 이제 '통일은 물건너갔다'고 남북 공히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정동영 장관은 "두 국가론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두 국가'라는 말이 '통일'이라는 말과 상반되는 이미지인 것은 분명합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지난 19일 통일연구원-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공동학술회의 축사에서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두 국가론은 한민족을 영구분단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두 국가론'을 반박하는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남북 간에 평화가 정착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25년이 지났음에도 남북관계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은 정권마다 바뀌는 '남한 대북정책의 비일관성'과 극단적 일인 독재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 체제의 경직성'에 기인합니다. 남한 내의 극심한 정치적 분열과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보면 앞으로도 남한 대북정책의 비일관성과 북한 체제의 경직성이 구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오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칫 '평화'는 사라지고 '두 국가론'만 남아 결과적으로 분단 고착화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져 한반도 구도가 변화하게 될 경우입니다. 북한 체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돼 북한의 향방을 놓고 관련국들이 논란을 벌이는 상황이 온다고 할 경우, 우리가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있으면 무슨 근거로 남북이 통일되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통일을 바란다고 얘기를 해도, 주변국들이 '너희들은 남북 모두 두 국가라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라고 하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자칫 북한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되어도 우리가 이걸 막을 논리가 궁색해질 수도 있습니다. '통일'이라는 '지향점'은 계속 가지고 가야 우리가 통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해서 당장 통일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통일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평화를 깨트리면서까지 하자는 데 동의할 사람은 없을 것인 만큼, 통일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과제입니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지향점 만큼은 우리가 계속 가지고 계속 주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반도 상황이 변화해서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우리도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은 그것이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두 국가론' 주장은 굉장히 신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의 연설 내용을 한 단락 인용하고자 합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통일로 갈 것이냐 영구분단으로 갈 것이냐의 논란에 있습니다. 남북한은 통일을 지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