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SBS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북한 취재를 담당해오면서 평양과 백두산, 개성과 금강산을 방북 취재했다. 2018년부터 북한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재직 중 학업을 병행해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석사를, 경남대 북한대학원(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자주적 대북정책은 가능한가』 『갈등하는 동맹』(공저) 『빗나간 기대: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 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전국 20개 지역에 경공업 공장 준공식을 진행했습니다. 옷 공장, 식료품 공장, 일용품 공장 등을 전국 20개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만든 것인데,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방 발전 20×10 정책'의 일환입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이란 매년 전국 20개 시·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만들어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향상한다는 정책입니다. 올해 초 진행된 경성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북한은 올해에도 2년 차 건설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로 20개 지역에 경공업 공장들을 짓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난해에 건설한 공장들은 잘 가동이 돼서 주민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요? 노동신문, '생산정상화' 강조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신문에는 최근 주목해 볼만한 글이 실렸습니다. 지난 22일 노동신문은 "새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정상화 이것은 전적으로 시·군당 책임일군들의 몫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는데, 이 글을 보면 이미 준공된 지방공업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 글에서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정상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당의 새로운 지방발전정책의 생활력을 남김없이 발휘해나가자면 새로 일떠선 지방공업공장들에서 생산정상화의 동음을 높이 울려야 한다." "생산건물들을 번듯하게 건설하고 현대적인 설비들을 갖추어놓고도 원료, 자재가 부족하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장운영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생산실적에 대한 실무적 총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의 기대에 그늘을 던지는 심각한 정치적 후과로 이어진다." "시·군당 책임일군들은 새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정상화가 전적으로 자기들의 몫이라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그 실현에 심신을 깡그리 바쳐야 한다." "자신심만 있으면 자기 지역의 경제적 자원과 잠재력을 최대한 리용하여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정상화에 필요한 조건들을 주동적으로 지어나갈 수 있다." "원료기지의 생산능력을 높이고 기술자, 기능공 대렬을 강화하는데서 제기되는 문제 등을 제때에 료해(파악)하고 필요한 대책을 따라 세워 지방공업공장들이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노동신문, 지난 22일> 공장 운영을 제대로 하라는 독려일 수도 있지만, 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다면 굳이 '생산정상화'를 소리 높여 외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노동신문이 지금 이런 호소에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 공장은 준공했지만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이 준공한 20개 지역 경공업 공장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동 징후가 있지만, 일부는 가동 징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가동 징후가 있는 상당수의 공장들도 생산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장 준공식 당일 5시간 생산하고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도 수집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왜? 북한이 애써 지어놓은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북한 당국이 공장 건물은 완공해 줬지만, 공장 운영에 필요한 원료조달이나 운영자금, 전력 등의 문제를 전적으로 지방에 떠넘겼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2월 평안남도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공장 건설은 국가에서 전적으로 맡아 하겠지만 공장 운영은 각 지방의 간부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군인들을 동원해 공장은 지어주겠지만, 공장을 운영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지역의 간부들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군들의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로력(노동력), 세멘트와 강재를 국가에서 전부 보장하며 건설자재들의 수송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도 적절히 대책하도록 하였습니다." "당에서 모든 조건을 마련해주고 인민군대가 공장건설을 통째로 맡아 해제낀다 해도 완공후 그 운영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주민들이 실지 덕을 보게 만들어야 하는 당사자는 시·군의 당 및 행정경제일군들입니다." <김정은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 연설, 지난해 2월 28일>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김정은 (지난해 2월) 그렇다면, 지방의 간부들은 어떻게 원료를 조달해 공장을 운영하라는 뜻일까요?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그야말로 자력갱생에 기초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매체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방법을 보면, 수유나무와 피마주, 역삼, 해바라기 같은 이른바 '기름작물'(주로 기름을 짜기 위해 심는 작물)들을 재배해 비누를 만들고, 머루와 다래, 오미자 같은 산열매를 확보해 음료수를 만드는 식입니다. 종이의 원료가 되는 원료림을 조성하는 방법도 제시됩니다. '자기 지방의 원료 원천에 의거한 소비품 생산'이 당의 일관된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신문의 최근 글을 봐도 북한의 지방공장들이 어떻게 원료를 조달해 운영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천군 식료공장에서는 예로부터 소문난 성천 약밤을 원료로 하여 정과, 단묵(젤리), 단졸임(잼)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구기자 생산지인 경성군의 식료공장에서도 구기자단묵(젤리), 구기자과자, 구기자단물(음료수), 구기자고추장, 구기자술을 생산하고 있다." "동해를 낀 어랑군에서는 명태, 대구, 도루메기, 가재미, 멸치, 조개 등으로 말린 제품과 랭동제품, 식혜, 젓갈품을, 함주군의 식료공장에서는 자기 고장의 특산인 가막조개를 랭동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노동신문, 지난 24일> 이렇게 자력갱생을 강조하다 보니,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이후 각 지역마다 원료림 조성 작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됐습니다. 외부에서 필요한 원자재를 들여와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원료를 해결하라 하니, 주변에 바다가 없어 수산물도 없는 곳에서는 원료림 부지를 확보해 수유나무와 피마주, 역삼 등을 심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공장의 원료를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생산할 수 있는 물건에도 제약이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이 공장들을 준공해놓고도 아직까지 '생산 정상화'를 부르짖고 있는 것은 원료를 확보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만드는 작업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음을 반증합니다. 지방 간부들만 다그치는 북한 그런데도 북한은 지방의 간부들만 다그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방공업공장들의 운영 정상화는 시·군당 책임간부들에게 달려 있다면서 비상한 각오를 갖고 분발하라고 채근했습니다. "지방공업발전정책의 실행은 명백히 해당 지역의 전반사업을 장악지도하는 시·군당 책임일군들의 몫이다." "시·군당 책임일군들은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을 정상화하기 위한 사업을 당위원회적인 사업으로 틀어쥐고 월마다 어김없이 총화하여야 한다." <노동신문, 지난 22일> 김정은은 이미 공장을 착공할 때부터 공장 운영의 책임을 지방 간부들에게 떠넘기며,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죄악'이라고까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생산건물들을 번듯하게 건설하고 현대적인 설비들을 갖추어놓고도 원료, 자재가 부족하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장운영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당과 국가 앞에 인민들과 군인건설자들 앞에 죄악으로 됩니다." <김정은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 연설, 지난해 2월 28일> 공장운영을 정상화하지 못하는 것은 '죄악'이라고까지 김정은이 언급한 만큼,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못한 지역의 간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만간 공장 부실운영의 책임을 지고 문책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공장을 돌려야 할 텐데, 근본적인 원료조달 등의 방법 없이 자력갱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북한의 20개 지역에 또 새로운 공장들이 들어설 텐데, 북한에서 고심하는 지방 간부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 같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 우리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이 최전방 입대를 탄원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최전방 입대 탄원 행사, 평양에서 시작 첫 신호탄을 올린 곳은 평양입니다. 평양에서는 지난달 26일 평양시 안의 고급중학교 졸업생 300여 명이 최전방 국경초소로 탄원한 것을 축하하는 모임이 열렸습니다. 평양시 청년공원 야외극장을 가득 채운 이날 모임에는 평양의 고급중학교 학생들과 당 간부 등이 참가했는데, "청춘의 자서전에 불멸할 군공을 제일 먼저 새겨갈 의지를 안고 조국보위 초소에 서겠다"는 결의가 표명됐습니다. 평양에서 열린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생 최전방 입대 탄원 축하 행사 최전방 복무를 탄원한 한 북한 학생은 "평양의 아들딸들이 전국의 앞장에서 기치를 들고 제일 먼저 최전연(최전방)으로 달려나가자"며 수도 평양이 모범을 보일 것을 독려했습니다. 또 '공화국 영웅'이 졸업생 대표에게 "사랑하는 우리 조국을 대를 이어 굳건히 지켜주십시오"라며 북한 국기를 건네주고, 졸업생 대표가 이를 건네받는 의식도 진행됐습니다.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의 전방 입대 행사를 떠들썩하게 진행한 것입니다. '공화국 영웅'이 졸업생 대표에게 깃발을 건네주는 의식 평양이 신호탄을 올린 뒤 고급중학교 학생들의 최전방 입대 탄원 행사는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평안남도와 황해남도, 자강도 학생들의 전방 입대 탄원 행사가 지난 7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됐고, 황해북도 탄원 행사는 지난 11일, 함경남도 탄원 행사는 지난 12일 보도됐습니다. 이어 13일에는 평안북도, 15일에는 강원도, 16일 양강도에 이어 17일에는 함경북도에서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의 최전방 입대 탄원 행사가 있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평양을 시작으로 북한 전역에서 학생들의 최전방 입대 탄원 행사가 열린 것입니다. '험지 탄원 선전'은 있어 왔는데, 최근에는 '입대 탄원 선전'에 주력 북한에서 청년들이 탄광이나 농촌 같은 '험지'로의 진출을 탄원했다는 보도는 주기적으로 나옵니다. 미래의 주역들이 조국의 힘든 곳에서 일생을 바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험한 곳에서 일할 것을 자원했다는 취지입니다.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 내부 사정을 취재하는 대북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험지 탄원의 상당수는 '등 떠밀린 탄원'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북한은 이런 식으로 청년들의 열의를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내 선전이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의 최전방 입대 탄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주목해볼 일입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고급중학교를 졸업하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군대에 가기 때문에,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의 군 입대가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군 입대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은 안전원, 과학기술 산업 필수요원, 부모가 고령인 독자, 성분 불량자, 대학생 등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고급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이 매체들을 동원해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의 전방 자원 입대를 선전하고 있는 것은 나름의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러시아 파병으로 북한 내에서 입대 꺼리는 분위기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 내에서도 군인들이 러시아로 파병됐다는 소문은 어느 정도 확산된 상태입니다. 전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1월 31일, "군에 나간 자식의 전사증을 받은 주민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부모들이 자식을 군에 보내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병 모집을 담당하는 군사동원부 간부 집에 돈과 뇌물을 들고 찾아가고 있고, 급기야는 자식을 탄광에 자원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을 목숨으로 보위해야 할 군대에 입대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북한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북한 당국으로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력으로 유지되는 정권의 가장 중요한 보루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대를 기피하는 분위기를 불식시켜야 할 텐데, 이런 차원에서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의 최전방 자원입대 탄원 행사가 전국적으로 조직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3월 한미연합훈련'을 놓고 한미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최전방 입대 탄원 행사가 반미, 반남 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의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청년들의 사상을 다잡고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짐하게 하겠다는 의도도 녹아있을 것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의 해군 하면 '노후함'의 대명사였습니다. 보유 함정 수는 많을지 몰라도 함정들이 오래되고 낡아서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전반적으로 남한에 뒤지지만, 특히 해군 부분은 남한과는 대적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정은, 해군력 강화에 주력 그런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해군력 강화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8월, 집권 이후 처음으로 '해군절'(8.28)에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김정은은 해군 무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육, 해, 공군을 앞으로는 해, 육, 공군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2023년 8월, 해군절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김정은 "현대전에서 해군은 각이한 타격 수단들과 지어 국가의 핵억제력까지도 장비하고 운용하는 종합적인 전력이며 해군 무력만 잘 준비돼도 나라의 안전을 수호할 수 있습니다. 해군의 역할의 중요성, 특히 우리 국가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하여 앞으로는 육, 해, 공군이 해, 육, 공군이라고 불리워지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 것입니다. 우리 해군은 유사시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존엄, 발전 이익을 수호하는 데서 제일 큰 몫을 맡아 수행하여야 합니다." <'해군절' 김정은 축하 연설, 2023년 8월> 김정은은 특히 해군이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억제력의 구성 부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해군이 핵무기 공격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김정은 동지께서는 국가 핵무력 건설 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 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 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고 하시면서 앞으로 우리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었다." <'해군절' 김정은 축하 연설, 2023년 8월> 해군 전력 현대화는 수상함과 잠수함 모두를 포괄하지만, 해군을 핵공격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주로 잠수함을 통한 핵공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잠수함으로 적진 가까이 은밀히 침투해 핵탄두를 탑재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에게 필요한 두 가지는 북한이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SLBM과 잠수함입니다. 먼저, SLBM 능력을 보면 북한은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2016년 8월 24일 SLBM '북극성'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2019년 10월 이를 개량한 SLBM '북극성 3형', 2021년 10월과 2022년 5월에는 이를 소형으로 개조한 SLBM을 발사함으로써 SLBM 발사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2022년 9월에는 '소형 SLBM'을 저수지에서 발사하는 기이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16년 8월 24일, 북한은 SLBM '북극성' 발사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형을, 2021년 1월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ㅅ'형을 공개함으로써 좀 더 개량된 SLBM이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다만, 이 SLBM들은 아직까지 발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실제 작동 가능한 무기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은 SLBM 발사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핵탄두 탑재 능력도 북한의 핵개발 수준으로 볼 때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북, 잠수함 능력은 가지고 있나 다음으로 북한이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SLBM을 발사한 잠수함은 2천 톤급 신포급 잠수함입니다. 2016년 SLBM 첫 발사를 기념해 '8‧24 영웅함'이라고도 불리는데, 잠수함에서 높이 솟아 있는 함교 옆쪽으로 수직 발사관을 설치한 형태입니다. 이 잠수함은 수직 발사관이 1개밖에 없어서 실전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SLBM 발사를 시험하기 위한 잠수함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북한이 SLBM을 실전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SLBM 발사에 걸맞은 대형 잠수함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그래서 대형 잠수함 건조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9년 7월 대형 잠수함을 만드는 듯한 모습을 공개하더니, 2023년 9월에는 김정은 참석 하에 전술핵공격 잠수함이라는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을 가졌습니다. 2019년 살짝 보여줬던 잠수함의 실물을 공개한 것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김군옥영웅함'을 보면 SLBM 발사관이 대형 4개, 소형 6개 보입니다. SLBM을 운용하는 실전용 잠수함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북한도 이 잠수함을 '첫 수중핵공격 함선'이라고 불렀습니다. 북한 '김군옥영웅함', SLBM 대형 발사관 4개와 소형 발사관 6개가 보인다. 김정은은 진수식 연설에서 '김군옥영웅함'이 기존 중형 잠수함들, 즉 1천800톤급 로미오 잠수함을 개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중형 잠수함들을 전술핵 탑재 잠수함들로 개조하는 '저비용 첨단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천800톤급 잠수함을 SLBM 발사관 10개를 장착하도록 무리하게 확장시켰기 때문에 잠수함이 제대로 기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내용을 밝혔습니다. 첫째, 해군의 핵무장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핵잠수함을 취역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젤 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핵공격용 함선으로 진수했지만, 디젤 잠수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입체적으로 벌어지는 바다 싸움에 주동적으로 대처하고 해상에서의 자위권을 확실히 행사하자면 우리 해군의 확고한 사상정신적 우세에 군사기술적 장성이 반드시 동반되고 따라서야 하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핵무장입니다. 이제는 우리 해군이 얼마나 빨리 핵무장을 갖추는가, 다시 말해서 위력적인 핵잠수함을 취역하는 것이 오늘인가 내일인가에 따라 우리 국가의 해상 자위권이 제대로 행사되는가 유명무실해지는가, 영토 완정과 평화가 보장되는가 못 되는가 하는 운명적인 국사가 좌우되게 되었습니다." <김군옥영웅함 진수식 김정은 연설, 2023년 9월> 둘째, 북한의 능력으로는 단기간에 핵잠수함 취역이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핵잠수함은 원래 원자로를 동력 체계로 삼는 핵추진잠수함을 말하는데, 김정은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으면 핵잠수함이라는 억지 논리를 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핵잠수함 마련이 어려운 만큼, 이런 억지 주장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잠수함에서는 동력 체계와 잠항 속도와 항해 장비 수준 등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통칭 작전 능력으로 평가되지만 또한 어떤 무장을 탑재하는가가 제일 중요한 기본으로 되며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입니다." <김군옥영웅함 진수식 김정은 연설, 2023년 9월> 셋째, 김정은은 그러면서도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우리의 발전전망적인 핵잠수함 건조 계획과는 별도로…"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오늘의 진수식은 우리가 신형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못지않게…" "이와 함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더 큰 박차를 가하여…" <김군옥영웅함 진수식 김정은 연설, 2023년 9월> 김정은, 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주력하나 김정은은 왜 이렇게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주력하는 것일까요?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은 핵추진잠수함에 실었을 때 상대에게 엄청난 공포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디젤 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보다 속도도 느리고, 축전지 충전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수시로 물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만큼 발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하지만, 핵추진잠수함은 모든 것을 물속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무제한 잠항이 가능합니다. 한번 잠항을 시작하면 언제 어디서 떠오를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에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으로서도 북한 잠수함이 갑자기 로스앤젤레스 앞바다에 나타나 미국 본토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 때부터 핵잠수함 건조를 목표로 제시했고, 지난해 1월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때에는 핵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난 8일 북한은 김정은이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한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잠수함 외부만 일부 보이는 사진상으로는 건조 중인 잠수함이 핵잠수함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없고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들 기술적 능력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김정은이 꾸준히 핵잠수함 건조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핵잠수함을 만들고 있다는 북한의 언급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8일 김정은이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게 실질적 핵위협 될 때 미국의 반응은? 북한의 핵잠수함 건조가 현실화된다면 미국으로서도 북한의 핵능력을 마냥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게 실질적인 핵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었다고 하나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검증되지 않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만들었다고 하나 이를 운용할 핵잠수함 건조가 되지 않은 상황인데, 북한이 이러한 마지노선들을 돌파하려 할 경우 한반도의 군사 긴장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국경을 개방한 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점차 문을 열고 있습니다. 북한과 관계가 밀접한 러시아의 관광객들이 지난해 2월 처음으로 북한 관광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방의 단체관광객들이 나선 경제특구를 방문했습니다. 나선 관광은 잠시 중단됐다고 하지만,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 관광 등 북한의 관광문호가 점차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방 단체관광객들, 나선 경제특구 방문 서방의 단체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나선 경제특구 관광일정은 4박 5일로 짜여졌습니다. 중국 옌지에서 출발해 나선 경제특구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일정인데, 해안 공원과 비파섬, 룡성 맥주공장, 사슴 목장, 나선 소학교, 태권도 공연 등을 관람하고 김치 만들기도 체험하는 일정이었습니다. 1인당 관광비용은 740달러(약 108만 원)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오랜만에 북한 관광에 나선 서방 관광객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후일담을 남겼습니다. 영국 국적의 마이크 오케네디 씨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철저히 정해진 일정대로만 여행할 수 있었다면서 "몇 번인가는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미리 알려야" 했을 정도로 통제가 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국적의 루카 페르트멩게스 씨도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는 헌화를 해야 했고, 버스에도 좌석이 지정돼 있을 정도로 규칙들이 엄격했다면서, 마치 수학여행을 간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언급도 나왔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세 번째 북한 관광길에 오른 조 스미스 씨는 북한 사정이 과거보다 더 어려워진 느낌을 받았다면서, "호텔 방을 제외하면 난방이 되지 않았고 불빛도 희미했다"고 밝혔습니다. 더러운 호텔 방 창문에는 전체에 금이 가 있었고 "춥고 어두운 미술관은 우리들을 위해서만 문을 열어준 것 같았다"고도 했습니다. 오케네디 씨도 "모두가 일하고 있었고 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꼈다"며 "암울한 광경이었다"는 인상을 전했고, 페르트멩게스 씨는 나선 경제특구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소와 마차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목격담을 전했습니다. 김정은, 해외 관광객 유치에 힘 쏟아 관광객들의 후일담으로 보면 북한은 관광지로서 썩 매력있는 곳은 아닌데, 김정은 총비서는 해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강원도의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광업을 발전시키면 … 지방의 진흥과 나라의 경제장성을 추동하는 또 하나의 동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관광업에 열의를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은 당시 "앞으로 금강산관광지구와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연결하는 관광문화지구를 잘 꾸리며 삼지연 지구의 산악관광을 비롯하여 다른 지역들의 관광자원도 적극 개발"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갈마해안관광지구가 우리 인민과 세계 여러 나라의 벗들이 즐겨찾는 조선의 명승, 세계적인 명소로서의 매력적인 명성을 떨치게 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 김정은 김정은은 왜 이렇게 관광업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까요? 김정은의 앞선 언급을 보자면, 관광업이 지방과 나라의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하나의 동력이 된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북한은 핵개발로 인한 각종 대북제재로 외국 기업의 투자, 합작은 물론 주요 광물의 수출 등 거의 모든 대외 교류와 교역이 막혀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자력갱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한데, 관광업은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대북제재도 관광객이 북한에 가서 돈을 쓰는 것을 막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뛰어난 자연경관을 이용해 해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만 있다면, 외화부족에서 벗어나면서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 없는 북한 관광의 한계 하지만, 북한의 관광객 유치 실적은 미미합니다. 국경을 다시 개방한 지 얼마 안 됐다고는 하나, 지금 관계가 좋다는 러시아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881명(러시아 연방통계청 자료)의 관광객만이 북한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정기 여객열차가 운행을 재개하는 등 관광여건이 좀 더 좋아지고는 있지만, 올해 러시아 관광객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불투명합니다. 중국인 관광이 재개되면 관광객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으로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큰 수익이 창출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관광사업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북한 관광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에 들어 있습니다. 금강산관광이 진행됐던 1998∼2008년 동안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193만여 명이나 됐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193만여 명의 관광객 가운데 외국인은 1만 2천여 명으로 1%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거의 모든 관광객이 한국인이었다는 뜻입니다. 1만 2천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해외에서 금강산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경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다 보니 지인들과 함께 금강산관광을 가게 된 것이지, 해외에서 순수하게 금강산을 구경하기 위해 한반도로 날아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1998∼2008년 동안 진행됐던 금강산관광 이러한 사실은 중요한 부분을 시사합니다. 금강산이 우리 민족에게는 명산일지 몰라도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을 끌어들일 정도로 뛰어난 관광자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당시 많은 한국인들이 금강산에 갔던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북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민족이라는 하지만 오랜 기간 분단돼 있는 한반도의 저편에서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많은 한국인들을 금강산으로 불러들인 것이지, 순수한 관광 목적으로만 190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금강산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민족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북한 관광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북한 관광업, 경쟁력 있을까? 게다가 북한은 핵개발과 고립, 열악한 인권 상황 등으로 국가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돈을 내고 휴식을 하러 가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다른 관광지도 많은데 굳이 북한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서방 관광객들은 북한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일부에 불과할 것이고, 러시아에 이어 중국 관광객이 유입되게 되면 관광객들이 좀 늘 수는 있겠지만, 관광객 규모나 씀씀이로 볼 때 한국인이 빠진 상태에서 추진되는 북한 관광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26일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요즘은 전반적으로 북한 기사가 주목받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가능성 등 국내 이슈가 너무 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만한 큰 일을 잘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북한 행동 보니 남한 내 비상계엄 사태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이 있었던 지난해 12월부터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지난달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었고, 지난달 25일와 지난 26일 전략순항미사일 발사가 있었습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원심분리기들을 모아놓은 '핵물질 생산기지'를 방문한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원심분리기 시설을 방문한 김정은 (지난달 29일 보도) 미사일 발사는 무기 시험 차원의 의미도 가지지만, 지난달 29일 김정은의 원심분리기 시설 방문은 노골적인 대미 압박용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물질의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시설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이러한 시설을 공개한 것은 핵무기의 원료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니 미국이 경각심을 가지고 북한을 대해야 한다는 경고와 다름없었습니다. 북한은 또, 말을 통해서도 트럼프 정부에 대한 경고 수위를 조금씩 높여왔습니다. 미국에 대한 일반적인 비난을 늘어놓다가, 지난 3일 트럼프 정부의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발언을 비난하며 트럼프 정부에 처음으로 포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지난 22일에는 '트럼프 행정부'라는 용어를 직설적으로 사용하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외무성과 국방성 등을 통한 대미 비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북한은 미국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조금씩 수위를 높여가며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 수위 조절하며 내치 집중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를 통해 미국을 압박했다고는 하나 핵실험이나 ICBM 발사 같은 미국을 직접 겨냥한 핵 위협은 자제하고 있고,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는 하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난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은 '밀고 당기기'의 차원에서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 대비한 '간 보기'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북한의 관심사는 주로 내치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부터 '지방 발전 20×10 정책'이라는 지방 발전 정책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전국 20개 시, 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만들어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향상한다는 정책인데, 이 정책의 첫해 과업에 해당하는 20개 공장 준공식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대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김정은이 참석한 재령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지난달 7일) 뿐만 아니라, 올해 새로 만들기로 한 지방공장 착공식과, 지방공장과 함께 추진하기로 한 지역 병원 건설, 지난해 홍수가 있었던 신의주 지역의 대규모 온실농장 건설, 함경남도 낙원군의 대규모 바다양식사업소 건설 등 북한 전역에서 갖가지 대형 공사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모든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매체들이 관련 행사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북한이 건설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 정세 변화 관망하는 듯 북한이 전반적으로 내치에 주력하면서 대외 메시지 발신을 줄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은 지금 정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좀 더 정세의 변화를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먼저, 북한의 정세 인식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드러났습니다. 김정은은 이 회의에서 "자주 세력권의 장성과 약진이 두드러지고 패권 세력권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주 세력권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같은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들을, 패권 세력권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일본이나 유럽 같은 자유민주주의 세력들을 말하는 것인데, 지금의 국제 정세가 북한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 정세의 핵심 행위자인 미국의 트럼프 정부에 대해서는 북한도 관찰이 좀 더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해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불러 북한의 핵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트럼프의 진의가 무엇인지 북한도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 미국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려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국제 정치의 가장 큰 현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후속 처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입니다. 아직은 북한이 미국의 관심권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규모 도발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북한의 맹방인 러시아가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상을 추진 중인데, 북한의 대규모 도발은 자칫 재를 뿌리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러-우 전쟁의 조기 종식은 북한의 추가 파병 필요를 줄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게도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북한이 1천 명 이상의 2차 파병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 정도 선에서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인명손실을 더 늘리지 않는 선상에서 러시아로부터 파병의 이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남북 긴장을 만들 이유도 특별히 없습니다. 해외 파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대치 격화는 북한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다행히 남한이 정치 혼란 상태에 있으니 남한 변수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상태입니다. 러-우 전쟁 끝나야 북한 본격적으로 움직일 듯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보면, 북한이 내치에 주력하며 대규모 도발을 자제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3월을 맞아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면 말폭탄과 함께 어느 정도의 도발은 있을 수 있겠지만, 세계의 주목을 끌 만한 대규모 도발까지는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단락되고 북한군 파병도 마무리되는 시점, 미국이 다른 국제 현안에 관심을 돌릴 만한 상황이 될 때쯤 북한이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달 27일 노동당 비서국 확대회의를 김정은 총비서 주재 하에 개최했습니다. 비서국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북한이 이날 회의를 공개한 것은 대대적인 간부 문책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27일 개최한 노동당 비서국 확대회의 이번 회의에서는 남포시 온천군 당위원회와 자강도 우시군 농업감찰기관이 비판대에 올랐습니다. 온천군 당위원회는 음주 접대를 받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북한은 "당의 각급 지도 간부들이 봉사기관들에서 음주 접대를 받는 것과 같은 안일해이된 생활을 하지 말 데 대한 당내 규율을 난폭하게 위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집단적인 음주 불량 행위는 규율 건설에 관한 당의 노선에 전면 배치되는 행위이며 사건의 주모자, 가담자들은 지도 간부로서의 초보적인 자격도 없는 썩어빠진 무리, 방자한 오합지졸의 무리들"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우시군 농업감찰기관은 "법권을 악용하여 인민의 이익과 재산을 난폭하게 침해"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농업감찰기관의 권한을 이용해 주민들의 재산을 빼앗았다는 취지인데,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군량미를 징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키우는 집짐승까지 빼앗아가 원성을 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온천군 당위원회와 우시군 농업감찰기관을 해산하는 초강력 조치를 취했습니다. 관련자들도 당연히 처벌 대상에 올랐습니다.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처벌 대상이 됐으니, 엄벌에 처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데일리NK'는 우시군의 농업감찰기관 감찰원과 안전부장 등 10여 명이 이번 일로 공개 처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비서국 확대회의가 끝난 뒤 나흘 만인 지난달 31일 우시군 주민들 앞에서 공개 처형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새해 초부터 김정은 주재 회의에서 간부들이 비판받고 일부는 공개 처형을 당하는 상황이니 북한 간부 사회의 분위기가 어떨지 가히 짐작이 가는 상황입니다. 온천군과 우시군은 당의 주요 관심 대상 지역들 비판의 표적이 된 온천군과 우시군의 간부들. 이들은 정말 당의 규율과 방침을 마음대로 어기다가 이런 처벌을 받게 된 것일까요? 주목해 볼 점은 온천군과 우시군이 북한에서 최근 관심의 대상이었던 지역들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지방 발전 20x10 정책'이라는 지방 발전 정책을 시행 중인데, 매년 전국 20개 시, 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만들어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국 20개 지역에 경공업 공장이 건설됐는데 온천군과 우시군도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20개 지역의 공장 준공식을 순차적으로 열고 있는데, 온천군에서는 지난달 20일 우시군에서는 지난달 25일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지난달 20일과 25일 각각 개최된 온천군, 우시군 지방공장 준공식 김정은이 주도하는 '지방 발전 20×10 정책'의 첫 해 성과물이 만들어지는 곳인 만큼, 온천군과 우시군은 노동당 중앙의 주요 관심 범위에 들어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모든 공장의 준공식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일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 보고받고 있었을 것이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가 각 공장들의 준공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북한 전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간부들의 일탈 행위가 쉽게 일어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문제가 된 간부들이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거나, 일상적으로 행해지던 일들이 특대형 사건으로 과대 포장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상적 일들이 과대 포장됐을 가능성 온천군 간부들의 음주 접대는 과연 이러한 일이 온천군만의 일이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온천군 지방공장 준공식이 지난달 20일이었고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비판받은 날이 지난달 27일이었던 것을 보면, 지방공장 준공식이 끝난 뒤 온천군 당 간부들이 회식을 세게 한 것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다른 지역의 당 간부들은 과연 이런 회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시군 농업감찰기관의 '인민 재산 침해 행위'도 데일리NK의 보도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행해지던 군량미 징수 과정에서 집짐승까지 빼앗아가는 '과도함'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군량미를 내라고 농민들의 집 수색을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번에는 집짐승이나 가전제품까지 가져가면서 주민들의 원성을 크게 샀다는 것입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집짐승까지 빼앗아가는 과도한 행위가 문제이긴 했지만 위에서 시킨 군량미 확보를 열심히 한 죄로 공개 처형까지 당한 우시군 간부들은 그야말로 억울함에 땅을 칠 일입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김정은의 간부 잡도리 김정은의 간부 잡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 삼지연 현지 지도 당시 김정은은 건설감독기관의 직무 태만을 지적하며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 돼먹은 자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관련자들이 경질되고 처벌받은 것은 물론입니다. 2023년 8월에는 김덕훈 당시 총리까지 비판대에 올랐습니다. 평안남도 안석간석지의 제방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김덕훈 총리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가 문제라면서 김덕훈 내각이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로 국가 경제 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까지 비판한 것입니다. 안석간석지 제방 붕괴 현장에서 화를 내고 있는 김정은 (2023년 8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최고 지도자의 이런 역정은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화났을 때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며, 김정은이 눈길을 왼쪽으로 돌리면 왼편에 서 있던 사람들이 뒤로 숨고 눈길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오른편에 서 있던 사람들이 뒤로 숨는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나라 발전은 안 되지만 독재 정권 유지하는 데는 도움 일부 간부들을 잡도리해 다른 간부들에게 긴장을 주는 김정은의 통치 방식.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조직과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간부들이 처벌을 피하는 데 급급하게 되면 창의성과 자발성은 사라지고 제 한 몸과 가족을 지키려는 보신주의로 매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간부 잡도리가 김정은의 왕조적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포 정치를 통해 간부 사회에는 감히 김정은 정권에 불만을 표시할 틈도 주지 않고, 주민들에게는 북한 사회가 못 사는 이유가 김정은의 책임이 아니라 간부들의 능력 부족 탓이라는 오도된 인식을 주입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북한을 막 탈출해 나온 사람들에게 북한이 못 사는 이유를 물어보면 '김정은 원수님은 열심히 하는데 간부들이 못 따라주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김정은의 간부 잡도리가 정권 유지 차원에서는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 노동신문에 지난 4일 '서방의 정치 위기는 <자유민주주의>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온 서방 세계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데 '자유민주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지난 4일 노동신문에 실린 '자유민주주의' 관련 글 북한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문제 북한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제국주의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자본주의 제도를 변호하는 사상적 도구로 이용해 왔는데,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취약성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고 북한은 말합니다.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간판 아래 정당과 단체들이 당파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움으로써 정치 위기가 초래됐으며, 서방의 대표적인 양당 정치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추악한 공격을 경쟁적으로 벌임으로써 정계가 마구잡이판이 돼 버렸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입니다. "서방의 정치 위기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간판 밑에 당파의 리익(이익)과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정당들과 단체들 사이의 대립과 모순의 폭발이다."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다. 정객들이 권력과 리익(이익)을 놓고 서로 다투고 호상 배척하며 남의 허물을 들춰내는 것은 미국의 정치 생리로 되었다. 정계에서는 추악한 공격과 저속한 모독이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계는 말 그대로 마구잡이판으로 되어가고 있다." <노동신문, 지난 4일> 북한은 또 '자유민주주의'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침체와 후퇴만을 초래하고 있으며, 서방의 정치 위기는 '자유민주주의' 제도에 기인하는 항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제도 하에서는 권력 싸움으로 정권이 지속되기 어려우며, 상대가 비위에 맞지 않으면 불신임안을 제기하고 축출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적 권리>에 대한 기만적인 간판을 내걸고 그것을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무기로 써먹으면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침체와 후퇴만을 빚어내고 있는 것, 바로 이것이 서방의 정치 방식, <자유민주주의>의 진면모이다. 서방의 정치 위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하고 있는 제도 자체에 근원을 두고 있는 항시적인 현상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정치의 기초로 삼고 있다고 하는 자본주의 나라들의 력사(역사)가 이를 실증해 주고 있다. 이 나라들에서는 정권의 지속성을 보여준 때가 거의나 없다. 임의의 시각에 권력 싸움으로 정권이 교체되군 하였다. 상대가 비위에 맞지 않으면 불신임안을 제기하고 표결에 붙이며 축출하는 것이 일상다반사로 되어왔다." <노동신문, 지난 4일> 북한 체제의 '우월성' 강조 북한은 그러면서 북한 체제가 우월함을 은근히 강조합니다. 북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대중과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일치되고 단결과 협조가 이뤄지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혀 북한 체제가 자본주의와 대비되는 '우월한 체제'임을 선전했습니다. "그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대중과 단체, 정당들의 리해(이해)관계가 일치되고 단결과 협조가 사회 관계의 기본으로 되어 있으면 올바른 정치가 실시되고 사회가 파동이 없이 빨리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집단과 개인의 리익(이익)을 일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노동신문, 지난 4일> 북한이 서방 세계의 혼란을 강조하고 북한 체제의 안정성과 우월성을 부각하는 일이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습니다. 남한 내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를 전하는 북한 보도에서도 남한의 정치적 혼란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한국 정치가 대통령 탄핵과 체포 이후 더욱 혼란에 빠졌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었지만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조선중앙통신,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 소식을 전하는 조선중앙TV 보도 (지난 1월 17일) 어수선한 국제 정세, 김정은의 자신감 김정은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주 세력권의 장성과 약진이 두드러지고 패권 세력권의 립지(입지)가 급격히 약화 쇠퇴되고" 있다며 국제 정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남한의 정치적 혼란, 트럼프 당선으로 긴장하고 있는 서방 세계, 일본 내각의 탄탄하지 않은 지지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수선한 유럽 등 북한에게 불리하지 않은 국제 정세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2025년 들어서도 이러한 정세는 계속되고 있는데, 북한으로서는 이러한 정세를 주민들에게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서방의 '정치 위기' 원인이라는 북한식의 해석은 어찌 보면 지금 정세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북한 지도부를 제외하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의 정치적 안정은 자유로운 언로가 차단된 강압적인 안정이고, 그 속에서 수많은 인권 유린이 매일 같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로 아들이 파병되는데도 그 사실을 부모에게 알려주지 않고, 전장에서 아들이 총알받이로 죽어도 그뿐인 곳이 북한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때로는 혼란할 수 있지만, 북한식의 정치적 안정이 우월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 없을 듯합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병사의 진술을 통해 북한군 파병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 군인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전선에 투입됐고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공개되는 북한군 포로 진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한 사람은 머리에, 다른 한 사람은 손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후 이들의 심문 영상을 순차적으로 공개했는데, 북한은 파병 군인들을 러시아 전선에 보내면서도 이들이 누구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군 포로는 "러시아로 가는지도, 적이 우크라이나 사람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는 말을 듣고 전선에 투입됐다고 밝혔습니다. 17살에 입대했다는 북한군 포로는 "파병 사실을 어머니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면서 남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북한보다) 산이 얼마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이외의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교육받지 못하고 김정은 일가의 세뇌 속에 살다가 영문도 모른 채 다른 나라 전쟁에 뛰어들었음을 증언한 것입니다. 이 북한군 포로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뒤, "우크라이나 괜찮은 것 같아? 여기는 좋아"라는 답을 듣고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피력한 것입니다. 북한군 사상자 3천여 명인데 포로는 겨우 2명 국가정보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된 북한 군인 사상자가 3천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사망자가 300여 명, 부상자가 2천700여 명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정도라면 포로도 상당히 잡히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북한군 파병 이후 포로가 확인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달 26일 포로로 잡혔던 북한군 1명은 부상이 심해져 하루 만에 사망한 바 있습니다. 3천여 명이 죽거나 다칠 정도로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데 북한군 포로의 수는 왜 이렇게 적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난달 27일 존 커비 미 백악관 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의 브리핑에 들어 있습니다. 커비 보좌관은 당시 "북한군이 포로가 될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는 대신 자살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도 북한군 병사 1명이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힐 위기에 처하자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수류탄을 꺼내 자폭하려다 사살된 사례를 확인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우크라이나군도 북한군을 포로로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군 생포 작전에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을 포로로 잡기 위해 며칠에 걸쳐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쿠르스크의 한 숲에 있던 북한 군인 8명의 움직임을 며칠간 지켜보다 매복 공격을 감행했고, 북한 군인들이 빠르게 후퇴하자 낙오된 부상병 수색에 나서 다리를 다쳐 수풀에 누워 있는 병사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 병사는 손에 수류탄을 들고 위협했는데, 우크라이나군이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다 괜찮다, 우리는 도와주러 왔다"고 말하며 생포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병사를 데려가려고 하자 러시아군이 고강도의 폭격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낙오된 북한군을 죽여 포로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어려움 끝에 이번 전쟁 최초로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을 생포했습니다. 북한군 포로는 어떻게 처리될까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붙잡힌 포로인 만큼, 북한군 포로의 신병 처리에는 몇 가지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첫째, 북한군이 포로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가 생포된 북한군을 자국군 소속이라고 확인하지 않는다면, 생포된 북한군은 전쟁 포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을 불법으로 살상한 '불법 전투원'이 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군은 범죄인이 되는 만큼 우크라이나 형법에 따라 살인죄 내지 상해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희망하고 우리 정부가 북한군을 데려오려는 의지를 보일 경우, 정부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범죄인을 인도받는 형식으로 북한군을 데려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북한이나 러시아가 자국군 소속임을 인정하게 되면, 생포 북한군은 전쟁포로로서의 대우를 받게 됩니다. '제네바 협약'은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국제법에 따라 생포 북한군은 북한이나 러시아로 돌아갈 지위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군 포로가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포로가 되느니 자폭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환영받기보다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우 포로 송환의 예외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네바 협약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주석서에 따르면, 포로가 본국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될 위협에 직면할 경우 송환 의무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에 의거해 북한군 포로를 송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예외 규정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북한군의 한국행 의사와 함께 우리 정부의 수용 의지, 우크라이나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현재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귀순 요청 시 우크라이나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국내의 정치적 혼란과 불안정한 리더십이 걸림돌입니다. 북한군 포로, 본국으로 송환된다면 만약, 북한군 포로가 본국으로 송환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자폭 대신 포로가 된 것만으로도 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우크라이나 잔류 의사를 밝힌 데다 파병의 실상을 증언한 것까지 고려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혁명의 배신자로 몰아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포로 교환에 응한다 해도, 교환의 목적은 자국군 포로를 송환받는 데 있다기보다 포로를 데려와 없앰으로써 더 이상의 파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북한군 포로가 송환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희망하지 않는다면 한국으로 데려올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쟁 수행과 전후 처리가 시급한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를 제대로 받아줄 여력도 없어 보입니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받아온 대남 적대 교육과 무지 때문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북한군 포로를 국내로 데려올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의 자녀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공개됐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밤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2025년 새해를 맞이하는 신년경축공연을 열고 다음 날 조선중앙TV를 통해 이를 녹화중계했는데, 여기에 김여정의 자녀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조선중앙TV가 녹화중계한 영상을 보면, 김정은이 도착하기에 앞서 간부들이 먼저 행사장에 도착해 경기장 바깥 대기석에서 다과를 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간이 테이블에 앉아 다과를 들며 서로 인사를 하는 모습들인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전 총리, 조용원 조직 비서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이 부인과 함께 행사장에 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새해맞이 공연이었던 만큼 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러오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 중간에 김여정이 남자아이, 여자아이와 함께 경기장 바깥을 걷는 모습이 잠깐 나타납니다. 행사 시작 전에 경기장에 도착해 간부들이 모여 있는 대기석 방향으로 가는 듯한 모습인데, 가족 동반 행사였던 만큼 김여정의 자녀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김여정이 남자아이, 여자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 통일부는 이 아이들이 김여정의 자녀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냈지만, 국정원은 아이들이 김여정의 자녀라는 쪽에 상당한 무게를 두는 입장을 지난 3일 언론에 공지했습니다. "기파악된 김여정 자녀의 연령대를 감안 시 사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에 있음"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입니다. 기존에 파악된 김여정 자녀의 연령대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입니다. 국정원은 2015년 4월 국회 정보위에서, 김여정이 그다음 달, 즉 5월에 출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또, 김여정이 2018년 2월 김정은의 특사로 남한을 방문했을 당시, 정부 소식통은 김여정이 임신했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김여정에게는 2015년생과 2018년생 자녀가 있는 셈입니다. 김여정의 남편은? 그렇다면, 김여정의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김여정의 남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설들이 존재했지만 그래도 신빙성 있는 정보라면 앞서 언급했던 2015년 4월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이 보고한 내용입니다. 당시 국정원은 김여정의 남편이 김일성대 동기생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여정이 자녀들을 데리고 온 것으로 보이는 2025년 신년경축공연에 김여정의 남편은 오지 않았을까? 조선중앙TV의 녹화중계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여정의 남편이 행사장에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김정은과 딸 김주애가 행사장에 도착해 간부들과 함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때 화면의 외곽 쪽에서 김여정이 다시 포착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김여정은 아이들 없이 혼자 있는 모습입니다. 또,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 귀빈석을 비춘 장면에서 김여정이 앉은 모습이 포착되는데, 이때에도 김여정은 혼자 앉아 있습니다. 간부들이 경기장에 들어갈 때 외곽에서 포착된 김여정. 아이들 없이 혼자 서 있다. 귀빈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김여정. 아이들 없이 혼자 앉아 있다. 10살 미만의 어린아이들만 다른 곳에 따로 앉혀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면, 김여정의 남편도 행사장에 같이 와 아이들과 함께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김여정의 남편도 신년경축공연 행사장에 온 것이라면 조선중앙TV가 김여정의 남편이 찍힌 화면은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6월에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놓고 김여정의 남편과 관련된 추정이 나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급성장내성전염병이 발생한 황해남도 해주시와 강령군에 김정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의약품을 기증했다고 보도했는데, 대표적으로 조용원, 리일환, 김여정, 현송월의 이름을 거명했고 관련 사진들도 게재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당시 공개한 사진을 보면, 조용원 비서와 리일환 비서는 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부인과 함께 의약품을 만지는 모습이, 현송월은 혼자 의약품 상자를 들고 있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김여정은 한 남자에게 의약품 상자를 건네주는 듯한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이 남성은 마스크를 쓴 채 옆모습이 찍혀 있어 정확한 얼굴은 알 수 없는 상태였는데, 조용원이나 리일환이 부인과 함께 등장했던 것으로 볼 때 김여정도 남편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됐습니다. 다만, 정보당국은 이 남자가 김여정의 남편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여정이 한 남자에게 의약품 상자를 건네주는 듯한 모습이 찍혀 있다. (2022년 6월) 북한은 왜 김여정 자녀(추정)를 공개했을까 북한의 로열 패밀리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북한은 왜 김여정의 자녀(추정)를 화면에 노출시켰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이날 공개된 김정은의 자녀와 김여정의 자녀 모습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김여정의 자녀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도착해 경기장 바깥쪽을 통해 어디론가 이동했습니다. 공연을 관람하는 귀빈석에서 김여정의 모습만 보이고 아이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면,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은 귀빈석에 앉았던 반면 아이들은 아마도 아빠와 함께 귀빈석 바깥에 앉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했고, 김정은의 팔짱을 낀 채 고위 간부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김주애는 김정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김정은의 자녀와 김여정의 자녀는 사실 사촌지간인데, 김주애는 후계자로서의 정상급 대우를 받은 반면 김여정의 자녀들은 그냥 일반 간부 자녀 수준의 대우를 받은 것입니다. 김주애는 김정은 바로 옆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이 얘기는 로열 패밀리라 하더라도 김주애와 김여정 자녀의 신분 차이는 천양지차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혈연적으로는 사촌 간일지 모르나 이들의 위상은 완전히 다르며, 향후 권력 구도에서 김여정 자녀가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이 김여정의 자녀를 공개한 것은 김여정과 자녀들이 후계 권력에서 완전히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여정의 자녀들이 후계 구도와 관련 없는 인물들이 되었기 때문에 공개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김여정과 자녀들이 후계 권력을 조금이라도 다투는 위치에 있다면 김여정 자녀들이 쉽게 공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등장하는 방식이나 착석 위치도 달랐을 것입니다. 한때 북한 권력의 2인자 소리까지 들었던 김여정은 김주애의 등장과 함께 뒤로 밀려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는 김주애와 김여정의 위상이 완전히 정리됐고 김여정도 대남·대미 부문의 일을 맡아보며 김주애를 보좌하는 역할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에 공개된 김여정의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후계 권력을 보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2024년 말에 열기로 했던 노동당 전원회의를 예상보다 일찍 개최했습니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12월 31일까지 회의를 열고 결과를 다음 해 신년사를 대체하는 형식으로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회의를 개최한 것입니다. 또, 북한은 보통 전원회의가 시작되면 회의 개최 사실을 다음 날 보도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회의가 모두 끝난 뒤 한꺼번에 보도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연말에 열리는 노동당 전원회의는 한 해의 종합평가와 함께 다음 해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입니다. 특히 우리에게 주요한 관심은 대남, 대미 정책과 같은 대외 정책 방향인데, 북한은 2023년 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남북 관계가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고착'됐다고 규정하고 이후 1년 동안 남북을 갈라놓는 조치들을 계속 시행한 바 있습니다. 2024년 말 진행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북한이 바라보고 있는 대외 정세는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대외 메시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주력하고 있는 지방 발전 정책과, 앞으로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학교들을 개량하겠다는 교육 토대 강화 사업 등 내치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많지 않은 분량 속에서도 북한이 2024년과 2025년의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집약적으로 드러났는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김정은은 먼저 지금의 국제 정세를 "자주세력권의 장성과 약진이 두드러지고 패권세력권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 쇠퇴"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주세력권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같은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들을, 패권세력권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일본이나 유럽 같은 자유민주주의 세력들을 말하는 것인데, 지금의 국제 정세가 북한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한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빼앗긴 상태에서 종전될 가능성이 높은 점, 한국은 비상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혼란에 빠진 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점, 일본의 이시바 내각도 지지율이 탄탄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지난해 상당한 국제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습니다. 준엄한 지역 정세와 유동적인 국제 관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것입니다. "(2024년에) 우리 국가의 국제적 지위를 제고하고 대외적 진지를 공고히 다지는 데서 이룩된 성과들과..." "전망적인 국익 증대와 국위 선양의 견지에서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성과들을 이룩하였으며 원칙적인 대외 정책적 입장과 투쟁 방향을 철저히 견지함으로써 정의로운 다극 세계 건설을 힘 있게 견인하는 대표적이고 강력한 자주 역량으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확고히 차지하였다." - 2024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 2024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김정은의 이런 평가는 대체적으로 북한과 러시아 간 관계 밀착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나라는 지난해 6월 '포괄적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을 통해 양국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러한 정치적 성과를 '국제적 지위 제고', '대외적 진지 공고화', '정의로운 다극 세계 건설 견인' 등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러는 새로 체결된 동맹 조약에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명시했습니다. 한쪽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다른 쪽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인데, 일반적으로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지원일 것으로 해석했던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북한은 전격적으로 군대를 러시아 전선에 투입했습니다. 파병 전에도 북한은 재래식 무기와 포탄들을 대거 러시아에 지원해 러시아로부터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전망적인 국익 증대와 국위 선양의 견지에서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성과들을 이룩'했다는 부분이 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러한 북러 밀착의 결과로 '대표적이고 강력한 자주 역량으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확고히 차지'했다는 것이 김정은의 종합평가입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총알받이로 사망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지만, 김정은의 시각에서는 군인들이 얼마나 죽건 말건 북한군 파병으로 러시아와의 유대를 공고히 하고 세계가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게 만든 것이 성과로 보이는 것입니다. 2025년 대미 정책의 첫 포문은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 김정은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도 대외 정책 방향을 개괄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먼저, 북러 관계 밀착이 지난해 대외 정책의 주요 성과였던 만큼 올해에도 북한의 우호국들과 관계 발전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우리 국가의 존엄과 국익을 존중하는 친선적이고 우호적인 나라들과의 관계 발전을 적극 도모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과업들이 명시되었다." - 2024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 이런 기반 하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 방침이 발표됐습니다. "미국은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이며 미일한 동맹이 침략적인 핵군사 쁠럭(블럭)으로 팽창되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철저한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된 현실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해 주고 있다. 결론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망적인 국익과 안전 보장을 위하여 강력히 실시해 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이 천명되었다." - 2024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돼 북미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최강경 대응'이라니 다소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국제 정세가 북한에게 유리한 상황이고 북러 관계가 밀접해 북한의 뒷배가 든든한 상황인 만큼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급할 이유는 없습니다. 또, 아무리 트럼프가 당선됐다 한들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미국이라는 나라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다고 보면,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의 이런 언급만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저버리고 있다고 보기는 곤란합니다.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언급했으면서도 세부 내용을 하나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아울러, 북미 대화 의지를 밝힌 트럼프 차기 정부를 상대로 최대한 몸값을 높이겠다는 의도로도 보입니다. 남한에 대한 언급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철저한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했다는 정도밖에 없는데, 남북 '2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에 대한 상세한 언급이 불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남한의 정치적 혼란을 고려할 때 2025년 남한 변수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대남 관계는 대미 전략의 하위 변수에 불과할 것인 만큼 크게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동적 국제 정세 속에 주변 상황 관망 전반적으로 보면, 2025년 북한의 대외 정책 기조는 유동적인 국제 정세 속에 주변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에 무게가 가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남한 정치 상황의 변화, 이런 모든 것들이 북한에게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집토끼로 간주되는 북러 관계를 밀접히 한 상황에서 주변 정세의 변화에 따라 한 수 한 수를 두는 조심스러운 북한의 행보가 2025년 초반에 펼쳐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