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SBS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북한 취재를 담당해오면서 평양과 백두산, 개성과 금강산을 방북 취재했다. 2018년부터 북한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재직 중 학업을 병행해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석사를, 경남대 북한대학원(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자주적 대북정책은 가능한가』 『갈등하는 동맹』(공저) 『빗나간 기대: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 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이 3만 4천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탈북민들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통일 의식 조사를 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이주민은 미국인이 첫 번째였고 그다음으로 동남아시아인, 일본인, 탈북민 순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탈북민을 미국, 동남아시아, 일본인보다도 더 멀게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탈북민 정착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지난 1일 탈북민들의 남한 사회 적응 사례를 발표하는 '2025 남북한 주민 사회통합사례 발표대회'를 열었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54명의 후보자가 응모해 최종적으로 7명이 본선에서 발표기회를 가졌습니다. 지난 1일 개최된 '2025 남북한 주민 사회통합사례 발표대회' 탈북민들이 밝힌 남한 사회 정착의 어려움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부분들 가운데 하나는 북한식 말투와 이로 인한 남한 주민들의 편견, 또 외래어가 많아진 남한 언어 습득의 어려움 등이었습니다. "제 업무가 수도 요금 민원 상담인데 함경도 무산 출신이라 그런지 민원인들에게 보이스피싱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 외래어를 많이 모르니까 동료들끼리 대화할 때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요." - 탈북민 조경옥 씨 발표 중에서 "민원인에게 전화를 하니 저를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를 하면서 '한국 사람들도 취업하기 힘든데 저런 것들을 왜 공공기관에 앉혀 놨냐?' 하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탈북민이 재입북한 사건이 일어나자 '너도 갈 거잖아, 너희는 총 쏘는 것 밖에 모르지?'라고 하던 팀장님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하면 탈북자가 잘못했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견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 탈북민 김도연 씨 발표 중에서 북한에서의 경력은 살리기 어렵고 남한에서 새로운 일을 배워 먹고살아야 하는 탈북민들. 이들은 황야에 내던져진 외톨이처럼 바닥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자립의 돌을 쌓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마트에서도 일하고, 온천에서도 일하고, 심지어 주유소 배달차를 몰고 다니며 주택에 하우스에, 그리고 공사 현장에 기름을 배달하기도 했습니다. 여자의 힘으로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 탈북민 천소현 씨 발표 중에서 "유명 떡집을 찾아가 무급으로 2개월 동안 일을 배우며 하루 2시간씩 출퇴근했습니다. 배운 대로 작은 떡집을 열었지만, 막상 손님 앞에 내놓은 떡의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곧 문 닫을 거다'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 탈북민 박은숙 씨 발표 중에서 아파도 돌봐줄 가족이 없고, 긴 터널의 반대편에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현실의 고단함은 탈북민들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래도 북쪽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병원에 입원하니까 부모 형제가 옆에 없다는 게 너무 서럽더라고요. 병원 치료받고 나와서 다시 일하는데 힘든 일을 하면 재발하고, 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퇴원하면 또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고, 다시 입원하고 치료받고… 일과 치료가 반복되는 생활은 지나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 탈북민 조경옥 씨 발표 중에서 "(힘들 때마다) 저는 파주 통일전망대를 찾아가 북한 쪽을 바라봅니다. 저기 살고 있는 사람들도 살기 위하여 노력하는데 이런 좋은 환경에서 못해낼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통일된 그날이 온다면 고향의 나의 형제들에게 당당하게 서기 위하여서라도 포기하지 말자고 결심합니다." - 탈북민 김도연 씨 발표 중에서 이렇게 힘든 사람들에게는 주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됩니다. 화재로 모든 것을 잃었던 한 탈북민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위로가 재기의 발판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면사무소 직원, 전 직장 동료, 이웃 주민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불이 나면 사업이 번창한다'는 위로, 그리고 '목숨 걸고 넘어온 사람이니 이보다 더한 시련도 이겨낼 것'이라는 남편의 응원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 탈북민 천소현 씨 발표 중에서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왔지만,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탈북민들. 말투나 생활습관 등 많은 것이 달라 남한 사람 입장에서는 거리감과 편견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들도 같은 민족이고 황야에서 외로이 정착하려 애쓴다는 것을 조금만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면 탈북민들의 정착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탈북민들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그만큼 우리 탈북민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또 그들을 돕겠다는 마음도 생기고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넓어져서 탈북민들의 입장에서 서로 통합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걸로 생각을 합니다." - 이주태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직무대행)
2023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은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한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을 두 국가로 분리하기 위한 조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20일과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남북관계 단절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김정은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철저히 이질화되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남북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며, "한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북이 적대적인 별개의 국가라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김정은이 이렇게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온 것은 김정은의 주장에 따르자면 남한이 흡수통일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근 80년에 이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치열한 대결사와 현실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한국의 태생적 야망은 변한 적이 없고 또 절대로 변할 수도 없으며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한에서 등장한 '평화적 두 국가론' 그런데, 최근 들어 남한에서도 '두 국가론'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평화적 두 국가론'입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제한반도포럼 개회사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다시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변화의 초점을 우선 적대성을 해소하는 데에 맞추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 대안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 16일 대정부질문에서도 "남북한은 사실상 유엔에 가입한 두 국가"이고 "국제법적으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두 국가로 존재"한다며 '두 국가론'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국제한반도포럼'에서 연설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평화적 두 국가론'은 북한이 흡수통일을 우려하며 남한과의 단절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고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은 별개의 국가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하나의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두 국가론은 영구분단" 하지만,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남한마저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심각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 내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통일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꼭 통일을 해야 하느냐' '남북이 갈라진 채 이대로 살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됩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나서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올 경우 그것이 아무리 '평화적 두 국가론'이라 하더라도 '통일 불필요' 의식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북이 다 같이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 이제 '통일은 물건너갔다'고 남북 공히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정동영 장관은 "두 국가론이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두 국가'라는 말이 '통일'이라는 말과 상반되는 이미지인 것은 분명합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지난 19일 통일연구원-한라대 동북아경제연구원 공동학술회의 축사에서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두 국가론은 한민족을 영구분단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두 국가론'을 반박하는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남북 간에 평화가 정착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25년이 지났음에도 남북관계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은 정권마다 바뀌는 '남한 대북정책의 비일관성'과 극단적 일인 독재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 체제의 경직성'에 기인합니다. 남한 내의 극심한 정치적 분열과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을 보면 앞으로도 남한 대북정책의 비일관성과 북한 체제의 경직성이 구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평화가 오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칫 '평화'는 사라지고 '두 국가론'만 남아 결과적으로 분단 고착화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져 한반도 구도가 변화하게 될 경우입니다. 북한 체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돼 북한의 향방을 놓고 관련국들이 논란을 벌이는 상황이 온다고 할 경우, 우리가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있으면 무슨 근거로 남북이 통일되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통일을 바란다고 얘기를 해도, 주변국들이 '너희들은 남북 모두 두 국가라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라고 하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자칫 북한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되어도 우리가 이걸 막을 논리가 궁색해질 수도 있습니다. '통일'이라는 '지향점'은 계속 가지고 가야 우리가 통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해서 당장 통일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통일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평화를 깨트리면서까지 하자는 데 동의할 사람은 없을 것인 만큼, 통일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과제입니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지향점 만큼은 우리가 계속 가지고 계속 주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반도 상황이 변화해서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습니다.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우리도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은 그것이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두 국가론' 주장은 굉장히 신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의 연설 내용을 한 단락 인용하고자 합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통일로 갈 것이냐 영구분단으로 갈 것이냐의 논란에 있습니다. 남북한은 통일을 지향해야 합니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자리에 서며 중국, 러시아와 버금가는 위상을 과시한 김정은. 김정은이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에 돌아와서 국가 위상을 자랑하고 충성을 독려하는 이른바 '국뽕'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습니다. 국기게양식과 중앙선서모임 개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만수대의사당에 고위간부들과 나라에 기여한 각종 공로자들을 모아놓고 행사를 개최한 것인데, 행사장에 북한 깃발을 게양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선서하는 행사였습니다. 9월 9일이 북한 정권 수립일이기는 하지만 국기게양식이라는 행사를 연 것은 다소 뜬금없는 측면이 있는데, 아마도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중국 깃발이 멋있게 게양되는 것을 보고 북한도 비슷한 행사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국기게양식은 그리 멋있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 의장대가 깃발을 호위해 엄숙하게 게양의식을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국기가 게양되자마자 바로 풀이 죽어 늘어진 채 깃대 위로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실내인 만수대의사당에서 게양행사를 하다 보니 바람이 없었고 이로 인해 커다란 깃발이 게양되자마자 축 늘어진 것입니다. 게양하자마자 풀이 죽어 늘어진 북한 깃발 국기게양식에 이어 열린 기념선서. 빨간 천을 손에 든 김정은 총비서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이 선서를 했는데, '몸과 마음을 바쳐'라는 문구에서 문득 예전 남한의 '국기에 대한 맹세'를 떠올리게 합니다. "국가수반의 선창에 따라 지도간부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조선인민의 이익을 옹호하고 국가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민의 복리와 국가의 장성발전을 도모함에 언제나 무한히 성실하며 공화국 헌법을 철저히 수호하고 법적 의무를 엄격히 이행하며 사회주의 이념과 사회주의 제도를 굳건히 고수하고 사랑하는 조국에 충성하여 그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무궁토록 이어가는데 몸과 마음을 다 바쳐나갈 것을 성스러운 국기 앞에 엄숙히 선서하였다." - 조선중앙통신, 지난 10일 김정은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어진 연설에서 북한의 위상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새 조선의 창건이 선포된 그 날로부터 시작된 77년간의 강국건설 위업은 지금 우리 국가가 획득한 비상한 지위로써 긍지높이 총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써도 우리 국가의 절대적 지위와 안전을 다칠 수 없으며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융성 시대의 거세찬 흐름은 그 어떤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 그것은 우리가 선택한 사회주의, 그 길이 유일무이한 정로였다는 것입니다. 바로 사회주의가 안고 있는 정의와 진리의 힘이 있었기에 자기 조국의 운명을 외부의 그 어떤 선택에도 내맡기지 않을 강력한 정치체제와 강건한 국력을 건설할 수 있었고 오늘과 같은 영광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 조선중앙통신, 지난 10일 북한의 모든 행사가 관제행사가 아닌 것이 없지만, 특히 이번 국기게양식과 중앙선서모임은 보는 사람을 오그라들게 만들 정도로 충성, 충성을 다그치는 행사였습니다. 이른바 최고의 '국뽕' 행사를 개최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만큼 김정은이 자신과 북한의 위상에 대한 자신감에 넘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이러한 행사 외에도 지금 북한 내에서는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행사가 있습니다. 이른바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입니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앞두고 '김정은에게 올리는 충성의 편지'를 각지에서 채택하고 이를 평양까지 이어달리기하며 가져가는 행사인데, 지난 3일 청년전위들의 편지 채택행사가 백두산에서 열린 것을 시작으로 조선인민군 군무자, 사회안전성 군무자들의 충성의 편지 채택 행사가 연이어 열렸고, 여기서 채택된 편지들은 현재 이어달리기를 통해 평양을 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 등 각 지역별로도 충성의 편지 채택 모임이 연이어 열렸고, 이곳들에서도 편지 이어달리기 대열이 평양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북한 전역에서 충성의 편지들을 가지고 평양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충성의 편지'를 가지고 백두산에서 평양으로 출발하는 북한 청년들 아마도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각지에서 출발한 '충성의 편지' 대열이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맞이하는 대규모 행사가 평양에서 열릴 텐데, 김정은 우상화를 위해 전국의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정은으로서는 이런 행사를 밀어붙여도 될 정도로 최근 북한의 위상이 올라갔고 그만큼 자신의 지도력을 과시할 만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북한은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이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열 예정인데, 이번 행사들은 김정은의 자신감을 과시하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한 중국 방문에 김주애가 동행했습니다. 2013년 생으로 아직 12살에 불과한 김주애를 다자 정상모임에 데려감으로써 김주애 후계를 국제무대에 공식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지만, 김주애는 김정은의 베이징역 도착 장면과 평양 귀환 장면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국제무대로의 공식 데뷔라기보다는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을 쌓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주애, 국제무대에서의 어색한 첫 장면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김주애가 동행했다는 사실은 중국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사진을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이 베이징역에 도착하는 사진에서 김주애가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김주애가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었다는 것은 김주애의 동행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김주애가 방중 기간 내내 김정은 옆자리를 지키면서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각인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정은의 베이징역 도착 사진 하지만, 김정은이 북한으로 돌아온 뒤 조선중앙TV가 방송한 '김정은 방중 영상물'을 보면, 김주애는 베이징역에서 상당히 어색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김주애는 김정은이 열차에서 내린 직후에는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인 김정은으로부터 '내 바로 뒤에 서서 따라오면 된다'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중국 측 인사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뒤에서 그냥 지켜보는 것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김정은의 통역사가 통역을 위해 김정은과 김주애 사이로 끼어듭니다. 곧이어 중국 어린이가 김정은에게 준 꽃다발을 대신 받기 위해 현송월도 끼어들고, 김정은이 마중 나온 중국 인사들에게 둘러싸이면서 김주애는 점점 외곽으로 밀려납니다. 김정은 바로 뒤에 있다가 외곽으로 밀려난 김주애 (조선중앙TV) 김정은이 레드카펫을 따라 중국 의장대가 도열한 길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현송월이 어색해하고 있는 김주애를 따로 안내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현송월이 김정은의 의전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김주애의 의전까지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차를 타고 베이징역을 출발하기 직전 조선중앙TV 화면을 보면, 김주애는 현송월의 안내를 받아 외곽 쪽에 서 있다가 김정은과 함께 차에 탑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국제무대에 첫 등장한 12살 김주애가 아무리 자연스러워 보이려 해도 어색함을 떨쳐버리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외곽에서 현송월의 안내를 받는 김주애 (조선중앙TV) 러시아 대사관 방문 때는 달랐다 김주애는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김정은이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할 때에도 동행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당시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주애는 김정은과 함께 러시아 대사관에 입장한 뒤 김정은에 이어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와 악수하며 인사했습니다. 김주애는 또 김정은이 러시아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을 때에도 함께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어린이가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셈인데, 김정은과 함께 공식적인 외교 행보를 시작한 것입니다. 러시아 대사관에서 마체고라 대사와 악수하는 김주애 이렇게 국내에서는 나름 원숙한 외교활동을 시작했지만, 국제무대에서까지 김주애가 성인 같은 외교행보를 보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김정은도 그래서 열차에서 내릴 때에는 김주애와 함께 했지만, 중국 전승절 열병식과 북중, 북러 정상회담 어디에도 김주애를 동반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은 김주애가 방중 기간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머물렀다고 밝혔습니다. 평양 도착 사진에서 다시 등장한 김주애 김정은의 방중 정치 일정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주애는 김정은이 평양에 돌아가는 장면에서 다시 등장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의 평양 귀환 소식을 알리는 사진에서 김주애의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정은과 고위간부들이 열차 안에 앉아있는 가운데 김주애가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는 모습과 김정은 부녀가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방중을 마치고 평양으로 귀환한 김정은과 간부들 그런데, 이 사진에서도 한 가지 주목해 볼 점이 있습니다. 김정은과 고위간부들이 앉아 있는 곳에 김주애도 함께 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과 간부들이 단순한 잡담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최고지도자와 고위간부들이 다 함께 모였다면 방중 결산 등 국정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김주애가 이런 자리에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은 김주애도 현안 논의에 참가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12살 어린 소녀가 아직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는 않겠지만, 최고지도자와 고위간부 협의에 참가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조그마한 의견이라도 내게 될 것이고 점차적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단계적으로 후계 수업을 받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김주애 방중이 주는 의미 김주애가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따라가고도 공개적인 활동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김정은도 김주애의 이번 방중을 '국제무대 경험 쌓기'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4대 세습을 추진하더라도 12살에 불과한 김주애를 천안문 망루에까지 데리고 올라가는 것은 김정은에게도 부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주애가 김정은의 해외 일정에 따라갔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김주애가 북한 국내에서 후계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김주애의 활동 범위를 이제 국제무대에까지 확장시켜 김주애가 장차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대외적으로도 충분히 선전하는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기가 문제일 뿐 김주애가 김정은의 해외 방문에 동행해 후계자로서의 외교 행보를 보이는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 됐습니다. 이번 방중을 통해 김주애 후계 수업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킨 셈입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지휘관과 전투원들에 대한 대규모 국가표창수여식이 김정은 총비서 참석 하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북한 매체들이 지난 22일 보도했습니다. 국가표창수여식에는 파병됐던 북한군인들 가운데 일부와 전사자 유가족들이 참석했고, 단상에는 전사자들의 사진을 모은 '추모의 벽'도 마련됐습니다. 김정은은 이날 북한군의 공적을 칭송하고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국가표창수여식'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그런데, 김정은의 연설 내용을 보면 김정은이 군인들의 전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군인의 본령인 명령집행에서의 철저성도, 조국애와 전우애의 열도와 헌신성도 하나같았고 생의 최후와 직면한 시각에조차 자기 의무에 충실하고 양심에 떳떳한 선택을 할 줄 아는 도덕성도 하나같이 훌륭하였습니다." - 국가표창수여식 김정은 연설, 지난 22일 보도 생의 최후와 직면한 시각에조차, 즉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자기 의무에 충실하고 양심에 떳떳한 선택을 할 줄 아는 도덕성"을 보였다는 것인데, 이게 무슨 뜻일까요? 김정은 연설의 다른 부분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언급이 나옵니다. "자신들이 선택한 빛나는 최후의 시각들에 가장 영광스러운 영생을 맞이했고" - 국가표창수여식 김정은 연설, 지난 22일 보도 '양심에 떳떳한 선택', '가장 영광스러운 영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김정은의 다른 언급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신도 남길 수 없는 자폭의 길을 서슴없이 택하고 자기 지휘관에게로 날아오는 흉탄을 기꺼이 막아나선 사실은 나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 국가표창수여식 김정은 연설, 지난 22일 보도 축하공연 도중 나온 북한군 사망경위 북한은 국가표창수여식을 거행한 뒤 '4.25 문화회관'에서 파병 북한군들을 위한 축하공연을 개최했는데, 공연 중간에 파병 북한군들의 전투장면을 담은 영상들을 편집해 내보냈습니다. 이 영상들 가운데는 전투 도중 숨진 북한군의 사망경위를 설명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축하공연 영상물을 통해 소개된 북한군 사망경위 # 김학철 (32살, 노동당원) - 적 무인기 타격에 쓰러진 자기를 구원하러 오는 전투원들에게 <중대의 전투임무를 수행해달라>고 웨치며(외치며) 자동보총으로 자기 머리를 쏘아 장렬하게 전사 # 리광은 (22살, 청년동맹원) - 부상당한 자기를 구원하러 오던 전우들이 적탄에 쓰러지자 자폭을 결심하고 수류탄을 터쳤으나 왼쪽팔만 떨어져나가자 오른손으로 다시 수류탄을 들어 머리에 대고 영용하게 자폭 # 림홍남 (20살, 청년동맹원) - 통로개척임무를 받고 지뢰해제 진투를 벌리던 중 습격개시시간이 박두하자 지뢰원구역을 달리며 육탄으로 통로를 개척하고 장렬하게 전사 # 윤정혁 (20살, 청년동맹원), 우위혁 (19살, 청년동맹원) -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을 구출하던 중 중상을 당하여 적들의 포위에 들게 되자 서로 부둥켜안고 수류탄을 터뜨려 영용하게 자폭 # 박충국 (18살, 청년동맹원) - 팔과 다리에 부상을 당한 자기를 구원하러 오던 전우들이 적의 화력에 의해 쓰러지자 <오지 말라!>고 소리치며 수류탄을 터쳐 영용하게 자폭 # 조철원 소대장과 11명의 전투원들 - 6차에 걸치는 적의 반공격격퇴과정에 온몸에 심한 부상을 입고 총탄마저 떨어지자 무선대화기로 포사격을 호출한 다음 <위대한 나의 조국이여 번영하라!>고 웨치며(외치며) 전원자폭 - 북한이 밝힌 북한군 사망 사례, 조선중앙TV 부대원들을 위해, 혹은 포로로 잡힐 위기를 벗어나거나 임무 수행을 위해 북한군 병사들이 자폭을 선택했다는 주장입니다. 국정원이 지난 1월 국회 정보위가 개최한 비공개간담회에서, '북한군 전사자 소지 메모에서 북한 당국이 생포 이전에 자폭 자결을 강조하는 내용이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자폭 강요를 영웅 서사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김정은은 이러한 자폭을 '양심에 떳떳한 선택', '가장 영광스러운 영생'이라고 치켜세우고 나섰습니다. 아직 러시아에 남아있는 북한 군인들에게, 또 앞으로 전투에 투입될 수 있는 북한 군인들에게 위기에 처할 때에는 자폭하라는 강요를 사실상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나라는 끄떡 없다"는 말에서 오는 체제 불안감 김정은의 연설 내용 중에는 또 한 가지 주목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동무들이 있어서, 동무들과 같은 영웅군인들이 지켜서있어서 이 나라는 끄떡 없습니다." - 국가표창수여식 김정은 연설, 지난 22일 보도 희생된 북한군을 기리는 단순한 언급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무들이 있어서 이 나라는 끄떡 없다"는 말에서 북한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역설적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체제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나라가 끄떡없다느니 마느니 하는 말 따위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역만리에 젊은 청춘들을 내몰아 사실상 자폭을 강요하게 해 놓고 그러한 희생들이 있기에 체제가 유지될 수 있으리라고 자위하는 김정은. 사상의 감옥 속에 국민들의 생각을 마비시켜 체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러한 체제가 불안하다는 것을 김정은 스스로도 느끼고 있나 봅니다. 북한 체제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국제사회와 융합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은 일가가 절대권력을 조금 내려놓아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해 7시 30분까지 세수 및 식사, 오전 8시까지 작업 준비를 마친 뒤 8시부터 낮 12시까지 오전 작업, 이후 1시간 동안 점심을 먹은 뒤 낮 1시부터 밤 10시까지 오후 작업, 오후 작업이 끝난 밤 10시에서야 저녁을 먹고 밤 10시 30분 취침, 그리고 다음 날은 또 이와 똑같은 일상의 반복. 매일 13시간씩 이렇게 살인적인 노동을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만약,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시키는 곳이 있다면 노동 착취의 극악한 사례로 난리가 날 겁니다. 당장 사업주는 관련 법규 위반으로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언론들이 떠들썩하게 이 사건을 다룰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곳이 실제로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아닙니다. 이상의 일과는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에 파견돼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자신의 하루 일과를 설명한 내용입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중국 내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한 적이 있는 북한 노동자들과 이들을 관리감독한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들 가운데 한 노동자가 위에서 설명한 시간표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증언한 것입니다. '데일리NK'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다른 북한 노동자들의 경우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조사대상 응답자 가운데 하루 평균 12시간 일을 한다고 답한 사람이 12명, 하루 평균 13시간 일을 한다고 답한 사람이 3명이었고, 4명의 북한 노동자는 하루 평균 14시간을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1명은 하루 평균 12∼14시간을 일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1주일에 며칠을 일하냐고 물었더니, 1주일 내내 즉 '주 7일'을 일한다고 답한 사람이 13명, '주 6일'을 일한다고 답한 사람이 6명이었고, 나머지 1명은 '주 5∼6일'을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잠자고 밥 먹는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휴식도 없이 하루 종일 작업장을 떠나지 못하는 '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 이들이 이렇게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는 자유가 속박된 채 북한 관리자에게 철저히 예속돼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공장에 파견되면 여권이나 여행증명서 같은 개인 신분증을 공장의 북한 관리자에게 빼앗깁니다. 숙소는 공장 내부에 위치해 있고 보통 6명이 한 방을 사용하는데 복도에서는 감시원들이 교대로 24시간 감시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깥에 나갈 수도 없습니다. 철저한 집단생활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방에서 나와 작업장과 숙소만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사실상 감금 상태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북한 관리자에게 밉보이면 강제 귀국을 각오해야 하는데, 북한 노동자들에게 귀국은 곧 처벌과 다름없습니다. 해외로 나가기 힘든 북한에서 중국 공장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해외 노동자 선발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을 동원해야 하는데,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대개는 빚을 지는 경우도 많아서 돈을 벌지 못한 채 귀국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가족에게나 엄청난 부담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순종하며 열심히 일한다고 임금 제대로 받는 것도 아냐 관리자에 순종하며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임금을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 공장에 취업해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습니다. 중국 공장은 임금을 북한이 지정한 계좌로 일괄 송금합니다. 북한 관리자들은 여기에서 '국가계획' '충성자금' '애국기부금' '기념일과제' 등의 명목으로 상당 부분을 떼어내고 일부만을 노동자 개인에게 분배합니다. 북한 관리자들은 데일리NK에 수익의 대부분은 북한 상부로 송금된다고 증언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임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사례별로 다르겠으나,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의 2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나마 이런 임금도 꾸준히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임금을 얼마라도 받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해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막대한 뇌물을 쓰고 해외로 나갔지만 정작 제대로 돈도 벌지 못하는 신세인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북한 관리자들에게 철저히 예속되면서, 북한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성범죄도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적 농담이나 접촉은 다반사고, 때로는 성폭행을 당해도 강제 귀국이나 열악한 작업장으로의 배치 등이 무서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북한 노동자 강제노동의 결과물, 한국 매장까지 유통 한 가지 더 주목해 볼 부분은 이렇게 생산된 중국 수산물이 우리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과 착취의 결과로 생산된 중국 수산물이 단순히 '중국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수산물들이 대형마트와 수산시장 등에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극악한 인권침해의 결과물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녹아들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취업을 금지시키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의 일부 공장들에서는 '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문제의 개선은 일단 문제를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관찰된 김여정의 위상 변화는 북한 권력의 향배를 읽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한때 2인자 소리를 듣던 김여정이 김주애의 등장과 함께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다음의 후계 권력은 여동생 김여정이 아닌 딸 김주애에게로 간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의 위상 정리는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조선중앙TV에서 김여정을 여전히 견제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김주애 등장 이후 지금까지 북한 TV화면을 통해 관찰된 김여정의 위상 변화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주애 등장하며 김여정 밀려나 2022년 11월 ICBM 발사현장에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김정은이 어떤 맥락에서 딸을 공개했는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하지만 김주애가 성인 여성처럼 단장하고 본격적인 공개행보에 나서면서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는데, 김주애의 등장과 함께 두드러진 것은 김여정이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2023년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주애는 주석단에 자리를 잡았고, 북한군 기병대 행진에서는 김정은의 백마에 이어 김주애의 백마까지 등장했습니다. 북한 군인들은 열병식장에서 '김정은 결사옹위'에 이어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외쳤습니다. 2023년 2월 열병식장에서 주석단에까지 오른 김주애 그런데, 김주애가 이렇게 열병식의 주인공으로 대접받던 시점에 김여정은 외곽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김여정은 열병식 전날 연회에서는 외곽에 자리 잡은 모습이 포착됐고, 열병식 당일에는 김정은 부부와 김주애가 열병식장에 입장할 때 밀집해 있는 군인들 뒤편으로 대열과 떨어져 홀로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2023년 2월 열병식 당시 김정은 부부와 김주애가 입장할 때 멀리 떨어져 있는 김여정 (빨간 원) 뒤편 구석으로 밀린 김여정 이로부터 9일 뒤인 2월 17일 이번에는 김여정이 공개행사에서 뒤편 구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날 북한에서는 김정일 생일(2.16)을 기념해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가 있었는데, 김정은과 김주애는 귀빈석 중앙에 앉은 반면 김여정은 뒤편 구석에 홀로 앉은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더구나 김여정 옆 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행사를 동영상으로 보도하면서 김여정의 얼굴이 정면으로 촬영된 화면은 한 번도 내보내지 않았고 그나마 김여정 얼굴이 방송된 것도 앞사람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김여정을 완전히 무시한 것입니다. 귀빈석 뒤편 구석에 홀로 앉아있는 김여정, 2023년 2월 17일 이렇게 TV 화면에서도 무시당하는 수준이 돼 버린 김여정의 모습은 두 달 뒤부터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같은 해 4월 이번에는 김일성 생일(4.15)을 맞아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를 다시 한번 열었는데, 이번에는 김여정의 착석 위치가 뒤편 중앙으로 바뀐 것입니다. 김여정 자리가 중앙으로 이동하다 보니, 조선중앙TV의 보도에서도 김여정의 얼굴은 김정은 부녀와 함께 여러 번 부각됐습니다. 귀빈석 중앙자리로 진출한 김여정, 2023년 4월 착석 위치 '중앙'으로 이동한 김여정, 입지 회복 신호 2023년 2월과 4월의 김여정의 착석 위치 변화는 김여정의 입지가 회복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김정은이 다음 권력은 여동생이 아니라 자녀에게 간다는 것을 확실히 해 김여정의 기를 꺾어놓은 다음, 김여정의 입지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 주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여정이 다음 권력을 넘보지만 않는다면 김정은은 주요 간부로서의 김여정의 역할과 위상을 인정해 줄 용의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김주애와 김여정의 위상이 이렇게 김주애 우위로 정리되면서 김여정은 대남, 대미관계 업무를 맡아보는 주요 실무 간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2024년 8월 신형전술탄도미사일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에서 김여정이 조카 김주애를 깍듯이 예우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은 김여정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김주애를 후계자로 떠받드는 모습으로 이해됐습니다. 김여정이 허리를 살짝 숙인 채 김주애를 안내하고 있다. (2024년 8월) 북한은 2024년 12월 31일 밤에 열린 신년경축공연과 올해 4월 개최된 신형 5천 톤급 구축함 진수식에서 김여정의 자녀를 공개했습니다. 독재체제에서 로열패밀리의 일원을 공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김여정의 자녀를 TV를 통해 공개한 것은 한편으로는 김여정의 자녀가 후계권력과는 관계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김여정의 자녀가 북한의 차기 권력을 다투는 사람들이었다면 북한이 이들을 공개했을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 신형 구축함 진수식 방송에서 공개된 김여정 자녀 조선중앙TV, 김여정 모습 의도적으로 삭제 그런데, 최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김여정의 모습이 의도적으로 삭제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북한에서는 미국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로 전승절로 부름)을 맞아 조국해방전쟁 열사묘를 찾았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95살의 최영림 전 총리도 참석했는데, 최 전 총리가 오랜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박태성 총리 등 북한의 고위간부들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최 전 총리에게 인사하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김여정도 인사하기 위해 줄을 섰는데,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여정 앞사람이 인사하는 장면까지 보여준 뒤 곧바로 김여정 뒷사람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김여정이 악수하며 인사하는 장면만 의도적으로 빼버린 것입니다. 조선중앙TV는 김여정이 악수하며 인사하는 장면만 삭제했다. (2025년 7월) 당국의 검열을 받고 방송하는 조선중앙TV가 실수로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본다면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일 텐데, 북한 권력층 내에 김여정이 부각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합니다. 김여정을 김주애의 잠재적 권력 경쟁자로 보고 김여정을 견제하려는 시각이 여전히 북한 권력층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북한(조선노동당의 선전가들과 검열관들)은 아마도 그들의 행운을 믿기 힘들 것이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북한의 최근 상황을 진단하면서 지난 21일 게재한 기사의 일부분입니다. 북한이 도대체 어떤 행운을 얻게 됐다는 뜻일까요? "대북매체 라디오 방송량 80% 가까이 급감" '38노스'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해 오던 대북방송들의 최근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대북방송은 외부 정보를 꼭꼭 닫아걸고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정보만을 주입하고 있는 폐쇄적 북한 정권에게 가장 성가신 존재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북매체들의 라디오 방송량이 최근 8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감시를 피해 대개 한밤중에 외부 라디오를 듣기 때문에 밤 11시쯤을 겨냥한 대북방송들이 많은데, 올해 초만 해도 11개 방송에서 25개 주파수로 송출되던 대북방송이 지금은 5개 방송의 6개 주파수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방송시간으로 보면 전체 방송을 통틀어 하루 415시간 이뤄지던 대북방송이 지금은 89시간까지 축소됐습니다. 먼저, 미국 쪽에서는 대표적인 대북방송 매체였던 VOA(Voice of America, 미국의소리 방송)와 RFA(Radio Free Asia, 자유아시아 방송)가 중단됐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정부 조직 축소 차원에서 VOA와 RFA를 관할하는 미 글로벌미디어국의 인력과 기능을 최소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결과입니다. 기사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는 VOA 홈페이지 한국도 정권교체 이후 대북방송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대북정책의 일환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이달 들어 '희망의 메아리' '인민의 소리' 'K-뉴스' '자유코리아 방송' 등의 대북방송 송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십 년 동안 계속돼 왔던 대북방송이 일거에 중단된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남아 있는 대북방송은? 이제 남은 대북 라디오방송은 국방부가 운영하는 '자유의 소리'와 KBS가 송출하는 '한민족' 방송, BBC 월드서비스(평일에 하루 30분만 방송)와, 민간단체의 대북방송뿐이라고 '38노스'는 말합니다. 대북방송을 하는 민간단체는 국민통일방송,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3곳인데 하루 2∼3시간씩 대북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대북방송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볼 때, 국방부와 KBS가 송출하는 대북방송의 운명도 불투명해 보입니다. 만약 이 두 곳의 대북방송까지 중단된다면 대북방송은 민간단체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민간 대북단체들의 경우 방송량도 많지 않지만 운영비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북방송을 하는 민간단체들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는 미국 국무부의 '민주주의‧권리‧노동국(DRL)' 자금과,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 지출되는 미국 자금인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지원을 받아 왔는데, 이런 자금 지원들 역시 트럼프 정부가 중단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정부 조직 축소와 돈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대북방송 중단에 나서면서 대북방송이 사실상 고사 위기에 접어들고 있는 셈입니다. 대북 방송, 북한 주민들이 외부 시사 정보 습득하는 통로 대북 라디오방송이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하는 데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엄밀한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청취자들 자체가 한밤중에 이불속에서 비밀리에 듣는 방송인만큼 대북방송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북한의 반감만 키울 뿐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외부정보에 대한 욕구로 남한 방송을 찾아 듣는 북한 주민들이 꾸준히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05년 탈북민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북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이 63명 전체의 45.7%로 조사됐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성숙희, [북한이탈주민의 남한방송 수용] (서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2005)> 대북 라디오방송의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떠나, 북한 주민들이 외부 시사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대북방송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돼 무수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세상이지만, 북한만큼은 고립된 정보의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모든 외부 정보를 차단시킨 채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정보만을 유통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같은 무지막지한 법을 만들어 외부 영상물이나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시킬 경우 최고 사형까지 시키는 엄청난 탄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방송은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나마 북한 바깥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북방송 중단이 북한이 지난해 초 대남 라디오 방송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한 뒤 남북관계 단절 조치를 취하면서 대남 라디오 방송도 중단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선제조치에 따라 우리도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대남, 대북방송은 체제대결의 상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방송과 우리 측의 대북방송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거의 영향력이 없을 뿐 아니라, 남한 주민들은 북한 정보에 접근하기를 원한다면 국내의 북한 자료뿐 아니라 해외 우회 접속로를 통해 북한 매체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북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대북 라디오 방송마저 사라지면 북한 바깥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김정은에게 다가온 '호기'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지금의 정세를 아마 호기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북러 밀착으로 북한은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마련했습니다. 파병에 따른 경제적 대가와 일부 군사기술의 이전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북한은 이제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같은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대남, 대미 정세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된 이후 한미의 지도자 모두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손만 내밀면 언제라도 대남, 대미 접촉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또, 미국은 돈 때문에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동안 북한을 성가시게 해 왔던 대북방송들을 속속 중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가장 공들여왔던 것들 중 하나인 외부정보의 차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38노스'가 기술한 문장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북한은 아마도 그들의 행운을 믿기 힘들 것이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한 탈북민이 인턴사원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회사 동료로 보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아, 오늘 오는 인턴이요? 북한 사람? 근데 북한 사람이라서 말 안 통하면 어떡하죠?" 이 얘기를 들은 탈북인턴은 동료가 전화를 끊자 이렇게 대꾸합니다. "한국 사람입니다. 서울 시민" (네, 뭐라고요?) "북한 사람 아니고요. 한국 사람이라고요." 이 이야기는 지난 16일 공개된 탈북민 주제 웹드라마 '하나상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방인 취급하는 남한 사회의 현실을 꼬집은 것입니다. 웹드라마 '하나상사'의 한 장면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 살펴보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실시한 '2024 통일의식조사'를 보면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상징적으로 드러납니다. 연구원 측은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통일 관련 인식을 조사했는데, 탈북민 인식과 관련된 부분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 가운데 누구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인을 친근하게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31.3%)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동남아시아인(23.5%), 일본인(21.9%), 탈북민(17.5%), 조선족(15.5%), 고려인(9.9%), 중국인(9.5%), 중동인(6.6%) 순이었습니다. 같은 동포인 탈북민을 미국인, 동남아시아인, 일본인보다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 해 전인 2023년 조사에서는 탈북민이 친근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조선족이 친근하다고 대답한 사람보다도 낮았습니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인(41%), 동남아시아인(32.3%), 일본인(23.4%), 조선족(21.4%), 탈북민(18.1%), 고려인(13.4%), 중국인(10.4%), 중동인(6.4%). 2024년 조사에서 2023년에 비해 탈북민 친근감 순위가 한 단계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친근하다고 대답한 실제 응답률을 보면 18.1%에서 17.5%로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탈북민과 관계 맺기를 얼마나 꺼려하는지도 물었습니다. 탈북민을 결혼 상대로 꺼려하느냐는 질문에 15.7%가 매우 꺼린다고 대답했고, 36.8%가 다소 꺼린다고 답변했습니다. 과반인 52.5%가 탈북민과 결혼하는 게 꺼려진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탈북민이 지역대표가 되는 데에 대해서는 47.6%(매우 꺼린다 15.3%, 다소 꺼린다 32.3%)가 꺼려진다고 대답했고, 탈북민이 학교 교사가 되는 데에 대해서도 43.1%(매우 꺼린다 13.2%, 다소 꺼린다 29.9%)가 꺼려진다고 대답했습니다. 탈북민이 직장동료가 되는 데에 대해서는 12.0%(매우 꺼린다 1.6%, 다소 꺼린다 10.4%)가 동네 이웃이 되는 데에 대해서는 11.6%(매우 꺼린다 1.6%, 다소 꺼린다 10.0%)가 꺼려진다고 답변했습니다. 탈북민을 미국인이나 동남아시아인, 일본인보다 멀게 생각하고, 탈북민과 결혼하는 것을 국민 과반이 꺼려한다는 것은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이방인의 범주에 들어있음을 시사합니다. 탈북민이 이제 3만 4천여 명에 이르고 많은 탈북민들이 우리와 같은 동포로 이 땅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이질감이 이렇게 여전한 것은 우리가 탈북민들을 대체로 북한을 바라보는 하나의 틀로 사고해 왔기 때문입니다. 탈북민이 우리의 관심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보통 북한 인권 문제 등 북한 내부 상황의 증언자로서이거나 탈북 과정의 어려움을 전달해 주는 사람으로서입니다. 탈북민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바라보는 하나의 틀로 사고하면서 북한이 각종 도발을 할 때마다 우리는 은연중에 북한과 탈북민의 이미지를 중첩시키게 됩니다. 폐쇄체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탈북민에게 은연중에 투영되는 것입니다. 하나상사, 탈북민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보고 소통 과정 다뤄 다시 웹드라마 '하나상사'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하나상사'는 한국에서 첫 직장생활에 도전하는 탈북민이 낯선 환경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남한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다룬 미니 드라마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기존 영상물들이 탈북민을 통해 북한을 바라보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드라마는 탈북민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고 서로 소통해 가는 과정을 다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이 아니라 남한 사회 속의 탈북민에 주목하면서 그들이 겪는 고충에 주목한 것입니다. 탈북인턴 정하나 씨 역은 실제 탈북민인 김소연 씨가 맡았습니다. '하나상사' 시사회 현장에서 만난 김소연 씨는 "한국에 처음 정착해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상처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기억들 때문에 (내 일인 것처럼) 연기를 할 때 오히려 편안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상사'에서 탈북인턴 역할을 맡은 김소연 씨 '하나상사'는 탈북민 정착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7월 14일)을 맞아 제작했습니다. 12부작 에피소드형 미니 드라마로 남북하나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주 수요일 공개되는데 지난 16일 첫 편이 방송됐습니다. 아직은 초보적인 움직임이지만 이런 노력들이 계속돼 탈북민들을 우리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지난달 24일 강원도 원산 명사십리 바닷가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2016년 무렵 공사를 시작한 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자재수급 어려움 등으로 수차례 완공이 연기된 뒤 근 10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 지은 것입니다. 준공식에는 김정은과 딸 김주애뿐 아니라 부인 리설주가 18개월 만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열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 김정은은 준공식에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일어번질 행복의 파도가 조국의 금수강산 곡곡으로 뻗어갈 낙원의 내일을 부르며 세계적인 관광문화 휴양지로서의 매력적인 명함을 선양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밝힌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규모를 보면 호텔과 여관 등 숙박능력만 2만 명, 해수욕장과 각종 봉사시설들의 하루 수용능력은 4만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해외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어마어마한 관광단지를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북한에게 관광은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어떤 대북제재도 관광객들이 북한에 가서 돈 쓰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전경 준공식 행사에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도 초대됐습니다. 교통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 강원도 원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해외사절까지 초청한 것은 이례적인데, 북한군 파병으로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관광객 유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관광객만으로 대규모 해양관광단지를 다 채울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북한은 일단 북한 주민들을 먼저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광지구가 7월 1일 개장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손님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하게 된다"고 밝힌 것입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이달 1일부터 개장 북한이 예고한 대로 이달 1일부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개장했습니다. 김정은의 주요 관심사인 관광지구가 개장한 만큼, 북한 노동신문은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7월 2일자 2면에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서 봉사 시작'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3일에는 1면에 '위대한 어머니당의 숙원에 떠받들려 인민은 새 문명, 새 복리를 향유해간다'라는 기사와 '인민의 웃음소리 끝없이 울려퍼지는 동해의 명사십리 –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또, 4일에도 역시 1면에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 사회주의 조선의 무진한 창조력과 과감한 실천력을 뚜렷이 확증한 동해명승의 천지개벽, 갈마반도의 명사십리에 세계굴지의 해안관광도시 인민의 문화휴양지가 훌륭히 일떠선데 대하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개장하기까지 김정은의 영도력과 건설 과정을 찬양했습니다. 노동신문은 10일에도 '황홀경의 명사십리, 행복의 인파십리 – 세상에 둘도 없는 동해명승에 인민의 웃음 파도친다'는 기사와 '황홀경의 명사십리, 행복의 인파십리 – 향유자들은 말한다'는 기사를 연이어 실었습니다. 노동신문은 2일 기사에서 "전국 각지의 수많은 근로자들이 세상에 없는 황홀한 관광명소에로의 여행을 열망하고 있는 가운데 운영 첫 날부터 수 많은 손님들이 이 곳에 여장을 풀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근로자들은 물론 수도 평양과 조국의 북단에 위치한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에서, 나라의 서부지역 도, 시, 군들에서 온 수 많은 남녀노소가 새 문명 향유의 희열을 안고 관광지구에 들어섰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 첨부한 사진 보니 그런데,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이 기사와 함께 첨부한 사진들을 보면 관광객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한 매체들이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여러 모습을 사진에 담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넓은 해변의 상당 부분은 비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수용인원 4만여 명을 자랑하는 관광단지의 규모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관광객 뒤편 해변이 상당 부분 비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자유여행이 가능한 나라가 아닌 만큼 관광단지 개장에 맞춰 북한 전역에서 손님들을 보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많이 보이는 것은 국내 손님만으로는 넓은 해양관광단지를 다 채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기야 하루 수용능력 4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북한이 정책적으로 마련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난달 26일, 러시아 관광객들이 지난 7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첫 해외 관광객들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관광객들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입니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 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연결하는 항공편이 운항중인데, 이 항공편의 규모로 볼 때 하루 최대 170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했습니다. 모스크바와 평양 간 항공편도 곧 운항될 것으로 보이는데, 주 2회 정도로 예상되는 이 항공편이 운항된다 해도 러시아 관광객이 크게 늘기는 힘듭니다. 러시아 이외의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대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찾을 것이라고 보기는 더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4만 명 해양관광단지는 너무 과도한 수준? 지금 상황으로 보면, 북한이 야심 차게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김정은의 의도대로 국내외 관광객들로 흥성이는 세계적인 관광단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원산의 명사십리 바닷가가 훌륭한 관광명소인 것은 사실이나, 북한이 처한 객관적 현실을 감안해 볼 때 4만 명 규모의 해양관광단지는 너무 과도한 수준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