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SBS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북한 취재를 담당해오면서 평양과 백두산, 개성과 금강산을 방북 취재했다. 2018년부터 북한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재직 중 학업을 병행해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석사를, 경남대 북한대학원(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자주적 대북정책은 가능한가』 『갈등하는 동맹』(공저) 『빗나간 기대: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 있다.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해 7시 30분까지 세수 및 식사, 오전 8시까지 작업 준비를 마친 뒤 8시부터 낮 12시까지 오전 작업, 이후 1시간 동안 점심을 먹은 뒤 낮 1시부터 밤 10시까지 오후 작업, 오후 작업이 끝난 밤 10시에서야 저녁을 먹고 밤 10시 30분 취침, 그리고 다음 날은 또 이와 똑같은 일상의 반복. 매일 13시간씩 이렇게 살인적인 노동을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만약,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시키는 곳이 있다면 노동 착취의 극악한 사례로 난리가 날 겁니다. 당장 사업주는 관련 법규 위반으로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언론들이 떠들썩하게 이 사건을 다룰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곳이 실제로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아닙니다. 이상의 일과는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에 파견돼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자신의 하루 일과를 설명한 내용입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중국 내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한 적이 있는 북한 노동자들과 이들을 관리감독한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들 가운데 한 노동자가 위에서 설명한 시간표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증언한 것입니다. '데일리NK'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다른 북한 노동자들의 경우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조사대상 응답자 가운데 하루 평균 12시간 일을 한다고 답한 사람이 12명, 하루 평균 13시간 일을 한다고 답한 사람이 3명이었고, 4명의 북한 노동자는 하루 평균 14시간을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1명은 하루 평균 12∼14시간을 일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1주일에 며칠을 일하냐고 물었더니, 1주일 내내 즉 '주 7일'을 일한다고 답한 사람이 13명, '주 6일'을 일한다고 답한 사람이 6명이었고, 나머지 1명은 '주 5∼6일'을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잠자고 밥 먹는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휴식도 없이 하루 종일 작업장을 떠나지 못하는 '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해외 북한 노동자들 이들이 이렇게 노예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는 자유가 속박된 채 북한 관리자에게 철저히 예속돼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공장에 파견되면 여권이나 여행증명서 같은 개인 신분증을 공장의 북한 관리자에게 빼앗깁니다. 숙소는 공장 내부에 위치해 있고 보통 6명이 한 방을 사용하는데 복도에서는 감시원들이 교대로 24시간 감시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깥에 나갈 수도 없습니다. 철저한 집단생활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방에서 나와 작업장과 숙소만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사실상 감금 상태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북한 관리자에게 밉보이면 강제 귀국을 각오해야 하는데, 북한 노동자들에게 귀국은 곧 처벌과 다름없습니다. 해외로 나가기 힘든 북한에서 중국 공장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해외 노동자 선발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을 동원해야 하는데,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대개는 빚을 지는 경우도 많아서 돈을 벌지 못한 채 귀국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가족에게나 엄청난 부담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순종하며 열심히 일한다고 임금 제대로 받는 것도 아냐 관리자에 순종하며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임금을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 공장에 취업해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습니다. 중국 공장은 임금을 북한이 지정한 계좌로 일괄 송금합니다. 북한 관리자들은 여기에서 '국가계획' '충성자금' '애국기부금' '기념일과제' 등의 명목으로 상당 부분을 떼어내고 일부만을 노동자 개인에게 분배합니다. 북한 관리자들은 데일리NK에 수익의 대부분은 북한 상부로 송금된다고 증언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임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사례별로 다르겠으나,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의 2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나마 이런 임금도 꾸준히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임금을 얼마라도 받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해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막대한 뇌물을 쓰고 해외로 나갔지만 정작 제대로 돈도 벌지 못하는 신세인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북한 관리자들에게 철저히 예속되면서, 북한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성범죄도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성적 농담이나 접촉은 다반사고, 때로는 성폭행을 당해도 강제 귀국이나 열악한 작업장으로의 배치 등이 무서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북한 노동자 강제노동의 결과물, 한국 매장까지 유통 한 가지 더 주목해 볼 부분은 이렇게 생산된 중국 수산물이 우리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과 착취의 결과로 생산된 중국 수산물이 단순히 '중국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수산물들이 대형마트와 수산시장 등에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극악한 인권침해의 결과물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녹아들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취업을 금지시키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의 일부 공장들에서는 '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문제의 개선은 일단 문제를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관찰된 김여정의 위상 변화는 북한 권력의 향배를 읽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한때 2인자 소리를 듣던 김여정이 김주애의 등장과 함께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다음의 후계 권력은 여동생 김여정이 아닌 딸 김주애에게로 간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의 위상 정리는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조선중앙TV에서 김여정을 여전히 견제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김주애 등장 이후 지금까지 북한 TV화면을 통해 관찰된 김여정의 위상 변화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주애 등장하며 김여정 밀려나 2022년 11월 ICBM 발사현장에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김정은이 어떤 맥락에서 딸을 공개했는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하지만 김주애가 성인 여성처럼 단장하고 본격적인 공개행보에 나서면서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는데, 김주애의 등장과 함께 두드러진 것은 김여정이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2023년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주애는 주석단에 자리를 잡았고, 북한군 기병대 행진에서는 김정은의 백마에 이어 김주애의 백마까지 등장했습니다. 북한 군인들은 열병식장에서 '김정은 결사옹위'에 이어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외쳤습니다. 2023년 2월 열병식장에서 주석단에까지 오른 김주애 그런데, 김주애가 이렇게 열병식의 주인공으로 대접받던 시점에 김여정은 외곽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김여정은 열병식 전날 연회에서는 외곽에 자리 잡은 모습이 포착됐고, 열병식 당일에는 김정은 부부와 김주애가 열병식장에 입장할 때 밀집해 있는 군인들 뒤편으로 대열과 떨어져 홀로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2023년 2월 열병식 당시 김정은 부부와 김주애가 입장할 때 멀리 떨어져 있는 김여정 (빨간 원) 뒤편 구석으로 밀린 김여정 이로부터 9일 뒤인 2월 17일 이번에는 김여정이 공개행사에서 뒤편 구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날 북한에서는 김정일 생일(2.16)을 기념해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가 있었는데, 김정은과 김주애는 귀빈석 중앙에 앉은 반면 김여정은 뒤편 구석에 홀로 앉은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더구나 김여정 옆 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행사를 동영상으로 보도하면서 김여정의 얼굴이 정면으로 촬영된 화면은 한 번도 내보내지 않았고 그나마 김여정 얼굴이 방송된 것도 앞사람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김여정을 완전히 무시한 것입니다. 귀빈석 뒤편 구석에 홀로 앉아있는 김여정, 2023년 2월 17일 이렇게 TV 화면에서도 무시당하는 수준이 돼 버린 김여정의 모습은 두 달 뒤부터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같은 해 4월 이번에는 김일성 생일(4.15)을 맞아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를 다시 한번 열었는데, 이번에는 김여정의 착석 위치가 뒤편 중앙으로 바뀐 것입니다. 김여정 자리가 중앙으로 이동하다 보니, 조선중앙TV의 보도에서도 김여정의 얼굴은 김정은 부녀와 함께 여러 번 부각됐습니다. 귀빈석 중앙자리로 진출한 김여정, 2023년 4월 착석 위치 '중앙'으로 이동한 김여정, 입지 회복 신호 2023년 2월과 4월의 김여정의 착석 위치 변화는 김여정의 입지가 회복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김정은이 다음 권력은 여동생이 아니라 자녀에게 간다는 것을 확실히 해 김여정의 기를 꺾어놓은 다음, 김여정의 입지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 주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여정이 다음 권력을 넘보지만 않는다면 김정은은 주요 간부로서의 김여정의 역할과 위상을 인정해 줄 용의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김주애와 김여정의 위상이 이렇게 김주애 우위로 정리되면서 김여정은 대남, 대미관계 업무를 맡아보는 주요 실무 간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2024년 8월 신형전술탄도미사일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에서 김여정이 조카 김주애를 깍듯이 예우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은 김여정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김주애를 후계자로 떠받드는 모습으로 이해됐습니다. 김여정이 허리를 살짝 숙인 채 김주애를 안내하고 있다. (2024년 8월) 북한은 2024년 12월 31일 밤에 열린 신년경축공연과 올해 4월 개최된 신형 5천 톤급 구축함 진수식에서 김여정의 자녀를 공개했습니다. 독재체제에서 로열패밀리의 일원을 공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김여정의 자녀를 TV를 통해 공개한 것은 한편으로는 김여정의 자녀가 후계권력과는 관계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김여정의 자녀가 북한의 차기 권력을 다투는 사람들이었다면 북한이 이들을 공개했을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 신형 구축함 진수식 방송에서 공개된 김여정 자녀 조선중앙TV, 김여정 모습 의도적으로 삭제 그런데, 최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김여정의 모습이 의도적으로 삭제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북한에서는 미국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로 전승절로 부름)을 맞아 조국해방전쟁 열사묘를 찾았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95살의 최영림 전 총리도 참석했는데, 최 전 총리가 오랜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박태성 총리 등 북한의 고위간부들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최 전 총리에게 인사하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김여정도 인사하기 위해 줄을 섰는데,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여정 앞사람이 인사하는 장면까지 보여준 뒤 곧바로 김여정 뒷사람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김여정이 악수하며 인사하는 장면만 의도적으로 빼버린 것입니다. 조선중앙TV는 김여정이 악수하며 인사하는 장면만 삭제했다. (2025년 7월) 당국의 검열을 받고 방송하는 조선중앙TV가 실수로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본다면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일 텐데, 북한 권력층 내에 김여정이 부각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합니다. 김여정을 김주애의 잠재적 권력 경쟁자로 보고 김여정을 견제하려는 시각이 여전히 북한 권력층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북한(조선노동당의 선전가들과 검열관들)은 아마도 그들의 행운을 믿기 힘들 것이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북한의 최근 상황을 진단하면서 지난 21일 게재한 기사의 일부분입니다. 북한이 도대체 어떤 행운을 얻게 됐다는 뜻일까요? "대북매체 라디오 방송량 80% 가까이 급감" '38노스'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해 오던 대북방송들의 최근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대북방송은 외부 정보를 꼭꼭 닫아걸고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정보만을 주입하고 있는 폐쇄적 북한 정권에게 가장 성가신 존재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북매체들의 라디오 방송량이 최근 8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감시를 피해 대개 한밤중에 외부 라디오를 듣기 때문에 밤 11시쯤을 겨냥한 대북방송들이 많은데, 올해 초만 해도 11개 방송에서 25개 주파수로 송출되던 대북방송이 지금은 5개 방송의 6개 주파수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방송시간으로 보면 전체 방송을 통틀어 하루 415시간 이뤄지던 대북방송이 지금은 89시간까지 축소됐습니다. 먼저, 미국 쪽에서는 대표적인 대북방송 매체였던 VOA(Voice of America, 미국의소리 방송)와 RFA(Radio Free Asia, 자유아시아 방송)가 중단됐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정부 조직 축소 차원에서 VOA와 RFA를 관할하는 미 글로벌미디어국의 인력과 기능을 최소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결과입니다. 기사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는 VOA 홈페이지 한국도 정권교체 이후 대북방송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대북정책의 일환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이달 들어 '희망의 메아리' '인민의 소리' 'K-뉴스' '자유코리아 방송' 등의 대북방송 송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십 년 동안 계속돼 왔던 대북방송이 일거에 중단된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남아 있는 대북방송은? 이제 남은 대북 라디오방송은 국방부가 운영하는 '자유의 소리'와 KBS가 송출하는 '한민족' 방송, BBC 월드서비스(평일에 하루 30분만 방송)와, 민간단체의 대북방송뿐이라고 '38노스'는 말합니다. 대북방송을 하는 민간단체는 국민통일방송,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3곳인데 하루 2∼3시간씩 대북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대북방송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볼 때, 국방부와 KBS가 송출하는 대북방송의 운명도 불투명해 보입니다. 만약 이 두 곳의 대북방송까지 중단된다면 대북방송은 민간단체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민간 대북단체들의 경우 방송량도 많지 않지만 운영비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북방송을 하는 민간단체들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고는 미국 국무부의 '민주주의‧권리‧노동국(DRL)' 자금과,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 지출되는 미국 자금인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지원을 받아 왔는데, 이런 자금 지원들 역시 트럼프 정부가 중단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정부 조직 축소와 돈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대북방송 중단에 나서면서 대북방송이 사실상 고사 위기에 접어들고 있는 셈입니다. 대북 방송, 북한 주민들이 외부 시사 정보 습득하는 통로 대북 라디오방송이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하는 데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엄밀한 검증이 불가능합니다. 청취자들 자체가 한밤중에 이불속에서 비밀리에 듣는 방송인만큼 대북방송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북한의 반감만 키울 뿐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외부정보에 대한 욕구로 남한 방송을 찾아 듣는 북한 주민들이 꾸준히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05년 탈북민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북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이 63명 전체의 45.7%로 조사됐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성숙희, [북한이탈주민의 남한방송 수용] (서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2005)> 대북 라디오방송의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떠나, 북한 주민들이 외부 시사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대북방송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돼 무수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세상이지만, 북한만큼은 고립된 정보의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모든 외부 정보를 차단시킨 채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정보만을 유통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같은 무지막지한 법을 만들어 외부 영상물이나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시킬 경우 최고 사형까지 시키는 엄청난 탄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방송은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나마 북한 바깥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북방송 중단이 북한이 지난해 초 대남 라디오 방송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한 뒤 남북관계 단절 조치를 취하면서 대남 라디오 방송도 중단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선제조치에 따라 우리도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대남, 대북방송은 체제대결의 상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방송과 우리 측의 대북방송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거의 영향력이 없을 뿐 아니라, 남한 주민들은 북한 정보에 접근하기를 원한다면 국내의 북한 자료뿐 아니라 해외 우회 접속로를 통해 북한 매체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북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대북 라디오 방송마저 사라지면 북한 바깥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김정은에게 다가온 '호기'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지금의 정세를 아마 호기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북러 밀착으로 북한은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마련했습니다. 파병에 따른 경제적 대가와 일부 군사기술의 이전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북한은 이제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같은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대남, 대미 정세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된 이후 한미의 지도자 모두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손만 내밀면 언제라도 대남, 대미 접촉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또, 미국은 돈 때문에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동안 북한을 성가시게 해 왔던 대북방송들을 속속 중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가장 공들여왔던 것들 중 하나인 외부정보의 차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38노스'가 기술한 문장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북한은 아마도 그들의 행운을 믿기 힘들 것이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한 탈북민이 인턴사원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회사 동료로 보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아, 오늘 오는 인턴이요? 북한 사람? 근데 북한 사람이라서 말 안 통하면 어떡하죠?" 이 얘기를 들은 탈북인턴은 동료가 전화를 끊자 이렇게 대꾸합니다. "한국 사람입니다. 서울 시민" (네, 뭐라고요?) "북한 사람 아니고요. 한국 사람이라고요." 이 이야기는 지난 16일 공개된 탈북민 주제 웹드라마 '하나상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방인 취급하는 남한 사회의 현실을 꼬집은 것입니다. 웹드라마 '하나상사'의 한 장면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 살펴보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실시한 '2024 통일의식조사'를 보면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상징적으로 드러납니다. 연구원 측은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통일 관련 인식을 조사했는데, 탈북민 인식과 관련된 부분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 가운데 누구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인을 친근하게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31.3%)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동남아시아인(23.5%), 일본인(21.9%), 탈북민(17.5%), 조선족(15.5%), 고려인(9.9%), 중국인(9.5%), 중동인(6.6%) 순이었습니다. 같은 동포인 탈북민을 미국인, 동남아시아인, 일본인보다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 해 전인 2023년 조사에서는 탈북민이 친근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조선족이 친근하다고 대답한 사람보다도 낮았습니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인(41%), 동남아시아인(32.3%), 일본인(23.4%), 조선족(21.4%), 탈북민(18.1%), 고려인(13.4%), 중국인(10.4%), 중동인(6.4%). 2024년 조사에서 2023년에 비해 탈북민 친근감 순위가 한 단계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친근하다고 대답한 실제 응답률을 보면 18.1%에서 17.5%로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탈북민과 관계 맺기를 얼마나 꺼려하는지도 물었습니다. 탈북민을 결혼 상대로 꺼려하느냐는 질문에 15.7%가 매우 꺼린다고 대답했고, 36.8%가 다소 꺼린다고 답변했습니다. 과반인 52.5%가 탈북민과 결혼하는 게 꺼려진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탈북민이 지역대표가 되는 데에 대해서는 47.6%(매우 꺼린다 15.3%, 다소 꺼린다 32.3%)가 꺼려진다고 대답했고, 탈북민이 학교 교사가 되는 데에 대해서도 43.1%(매우 꺼린다 13.2%, 다소 꺼린다 29.9%)가 꺼려진다고 대답했습니다. 탈북민이 직장동료가 되는 데에 대해서는 12.0%(매우 꺼린다 1.6%, 다소 꺼린다 10.4%)가 동네 이웃이 되는 데에 대해서는 11.6%(매우 꺼린다 1.6%, 다소 꺼린다 10.0%)가 꺼려진다고 답변했습니다. 탈북민을 미국인이나 동남아시아인, 일본인보다 멀게 생각하고, 탈북민과 결혼하는 것을 국민 과반이 꺼려한다는 것은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이방인의 범주에 들어있음을 시사합니다. 탈북민이 이제 3만 4천여 명에 이르고 많은 탈북민들이 우리와 같은 동포로 이 땅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이질감이 이렇게 여전한 것은 우리가 탈북민들을 대체로 북한을 바라보는 하나의 틀로 사고해 왔기 때문입니다. 탈북민이 우리의 관심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보통 북한 인권 문제 등 북한 내부 상황의 증언자로서이거나 탈북 과정의 어려움을 전달해 주는 사람으로서입니다. 탈북민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바라보는 하나의 틀로 사고하면서 북한이 각종 도발을 할 때마다 우리는 은연중에 북한과 탈북민의 이미지를 중첩시키게 됩니다. 폐쇄체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탈북민에게 은연중에 투영되는 것입니다. 하나상사, 탈북민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보고 소통 과정 다뤄 다시 웹드라마 '하나상사'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하나상사'는 한국에서 첫 직장생활에 도전하는 탈북민이 낯선 환경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남한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다룬 미니 드라마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기존 영상물들이 탈북민을 통해 북한을 바라보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드라마는 탈북민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고 서로 소통해 가는 과정을 다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이 아니라 남한 사회 속의 탈북민에 주목하면서 그들이 겪는 고충에 주목한 것입니다. 탈북인턴 정하나 씨 역은 실제 탈북민인 김소연 씨가 맡았습니다. '하나상사' 시사회 현장에서 만난 김소연 씨는 "한국에 처음 정착해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상처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기억들 때문에 (내 일인 것처럼) 연기를 할 때 오히려 편안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상사'에서 탈북인턴 역할을 맡은 김소연 씨 '하나상사'는 탈북민 정착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7월 14일)을 맞아 제작했습니다. 12부작 에피소드형 미니 드라마로 남북하나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주 수요일 공개되는데 지난 16일 첫 편이 방송됐습니다. 아직은 초보적인 움직임이지만 이런 노력들이 계속돼 탈북민들을 우리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지난달 24일 강원도 원산 명사십리 바닷가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2016년 무렵 공사를 시작한 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자재수급 어려움 등으로 수차례 완공이 연기된 뒤 근 10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 지은 것입니다. 준공식에는 김정은과 딸 김주애뿐 아니라 부인 리설주가 18개월 만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열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 김정은은 준공식에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일어번질 행복의 파도가 조국의 금수강산 곡곡으로 뻗어갈 낙원의 내일을 부르며 세계적인 관광문화 휴양지로서의 매력적인 명함을 선양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밝힌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규모를 보면 호텔과 여관 등 숙박능력만 2만 명, 해수욕장과 각종 봉사시설들의 하루 수용능력은 4만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해외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어마어마한 관광단지를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북한에게 관광은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어떤 대북제재도 관광객들이 북한에 가서 돈 쓰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전경 준공식 행사에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도 초대됐습니다. 교통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 강원도 원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해외사절까지 초청한 것은 이례적인데, 북한군 파병으로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관광객 유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관광객만으로 대규모 해양관광단지를 다 채울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북한은 일단 북한 주민들을 먼저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광지구가 7월 1일 개장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손님들을 위한 봉사를 시작하게 된다"고 밝힌 것입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이달 1일부터 개장 북한이 예고한 대로 이달 1일부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개장했습니다. 김정은의 주요 관심사인 관광지구가 개장한 만큼, 북한 노동신문은 관련 소식을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7월 2일자 2면에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서 봉사 시작'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3일에는 1면에 '위대한 어머니당의 숙원에 떠받들려 인민은 새 문명, 새 복리를 향유해간다'라는 기사와 '인민의 웃음소리 끝없이 울려퍼지는 동해의 명사십리 –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또, 4일에도 역시 1면에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 사회주의 조선의 무진한 창조력과 과감한 실천력을 뚜렷이 확증한 동해명승의 천지개벽, 갈마반도의 명사십리에 세계굴지의 해안관광도시 인민의 문화휴양지가 훌륭히 일떠선데 대하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개장하기까지 김정은의 영도력과 건설 과정을 찬양했습니다. 노동신문은 10일에도 '황홀경의 명사십리, 행복의 인파십리 – 세상에 둘도 없는 동해명승에 인민의 웃음 파도친다'는 기사와 '황홀경의 명사십리, 행복의 인파십리 – 향유자들은 말한다'는 기사를 연이어 실었습니다. 노동신문은 2일 기사에서 "전국 각지의 수많은 근로자들이 세상에 없는 황홀한 관광명소에로의 여행을 열망하고 있는 가운데 운영 첫 날부터 수 많은 손님들이 이 곳에 여장을 풀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근로자들은 물론 수도 평양과 조국의 북단에 위치한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에서, 나라의 서부지역 도, 시, 군들에서 온 수 많은 남녀노소가 새 문명 향유의 희열을 안고 관광지구에 들어섰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 첨부한 사진 보니 그런데,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이 기사와 함께 첨부한 사진들을 보면 관광객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한 매체들이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여러 모습을 사진에 담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넓은 해변의 상당 부분은 비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수용인원 4만여 명을 자랑하는 관광단지의 규모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관광객 뒤편 해변이 상당 부분 비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자유여행이 가능한 나라가 아닌 만큼 관광단지 개장에 맞춰 북한 전역에서 손님들을 보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많이 보이는 것은 국내 손님만으로는 넓은 해양관광단지를 다 채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기야 하루 수용능력 4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북한이 정책적으로 마련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난달 26일, 러시아 관광객들이 지난 7일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첫 해외 관광객들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관광객들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입니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 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연결하는 항공편이 운항중인데, 이 항공편의 규모로 볼 때 하루 최대 170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했습니다. 모스크바와 평양 간 항공편도 곧 운항될 것으로 보이는데, 주 2회 정도로 예상되는 이 항공편이 운항된다 해도 러시아 관광객이 크게 늘기는 힘듭니다. 러시아 이외의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대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찾을 것이라고 보기는 더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4만 명 해양관광단지는 너무 과도한 수준? 지금 상황으로 보면, 북한이 야심 차게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김정은의 의도대로 국내외 관광객들로 흥성이는 세계적인 관광단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원산의 명사십리 바닷가가 훌륭한 관광명소인 것은 사실이나, 북한이 처한 객관적 현실을 감안해 볼 때 4만 명 규모의 해양관광단지는 너무 과도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지난달 29일 평양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장관이 함께 관람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동맹조약인 ‘포괄적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1주년을 맞아 방북한 러시아 문화장관이 김정은과 회담을 마치고 공연을 관람한 것입니다. 공연을 관람하며 대화를 나누는 김정은과 러시아 문화장관 이날의 공연은 러시아 예술인들의 평양방문 공연과 북한 예술인들의 답례공연으로 이뤄졌는데, 몇 가지 주목해 볼 부분이 있었습니다. 파병 북한군 전투 장면, 김정은 유해 맞이 장면 공개 먼저, 이날 공연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의 전투 장면이 공개되었다는 것입니다. 북한 예술인들이 노래를 부르는 도중 무대 뒷배경에 북한군의 전투 장면들이 사진으로 공개됐는데, 북한군 전투 장면이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된 것은 처음입니다. 북한군 전투 장면은 객석에 있는 관객들에게 1차적으로 공개됐지만, 공연 내용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를 통해 각지의 북한 주민들에게 보도된 만큼 북한 전역의 주민들에게 전투와 관련된 사진을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공연 도중 무대 뒷배경에 공개된 북한군 전투장면 특히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 중에는 김정은이 평양에 도착한 북한군 전사자 유해를 맞이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인공기로 덮인 유해를 김정은이 침울한 표정으로 살펴보는 모습입니다. 해외에서 목숨을 잃은 전사자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때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가 예우하며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영문도 모른 채 다른 나라 전쟁에 끌려나가 죽음을 당한 전사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다독이기 위한 선전 작업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진들은 모두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 때 공개됐습니다. 김정은이 평양에 도착한 북한군 전사자 유해를 맞이하는 모습 이날 공연에서 특이한 것은 러시아 예술단의 공연 장소와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 장소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상대 공연에 대해 답례공연이 이뤄지더라도 보통 같은 장소에서 이어서 함으로써 관객들이 이동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러시아 예술단의 공연은 ‘동평양 대극장’에서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은 ‘4‧25 문화회관’에서 진행됐습니다. 김정은과 러시아 문화장관을 비롯해 러시아 예술단의 공연을 본 사람들이 ‘동평양 대극장’에서 퇴장한 뒤 다시 ‘4‧25 문화회관’으로 이동해야 했던 것입니다. 북한은 왜 이렇게 다소 번거롭게도 답례공연 장소를 다른 곳으로 준비했을까요? 북한 측 답례공연에서 주력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전투 장면과 김정은의 유해 맞이 장면 공개 등을 보면 북한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답례공연을 통해 마음먹고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철저한 리허설이 가능한 별도의 장소에서 공연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 예술단들은 이 날 북한군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노래들도 선보였습니다. 북한이 이번 공연을 위해 추모곡까지 새로 만드는 등 상당한 공력을 들였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은 이번 공연을 통해 민심을 다독이고 김정은의 이미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측 공연에서만 북한군 희생 기려 이날 공연에서 또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군의 전투 장면과 북한군의 희생이 부각된 내용이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에서만 나왔다는 점입니다. 노동신문 보도와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러시아 예술단의 공연은 러시아의 전통문화와 풍습, 민속무용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 공연임을 감안해 ‘아리랑’을 부르는 성의를 보였지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리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동평양 대극장’에서 진행된 러시아 예술단 공연 반면, 북한 예술단의 답례공연은 상당 부분 북한군 파병의 성과와 희생을 기리는 데 집중됐습니다. 공연 내용이야 준비하는 쪽에서 정하는 것인 만큼 러시아 측이 북한군 파병 내용을 다루지 않은 것을 이상하다고 볼 것까지야 없지만, 북러 신동맹조약 체결 1주년을 기념해 방북한 러시아 사절단이 관객으로 초청된 상황에서 북한 예술단이 북한군의 희생을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에게 “우리 젊은이들이 러시아를 위해 이렇게 많이 죽었어, 우리는 혈맹이야, 잊으면 안 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청년들이 흘린 피의 대가를 러시아가 충분히 보상해야 하며, 북한이 앞으로 어려울 때 러시아가 잊지 말고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관람석 한가운데 앉은 김주애 마지막으로 이번 공연에서 눈길을 끈 것은 김정은의 딸 김주애였습니다. 김주애는 최근에도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 따라다니며 후계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번에도 김정은을 따라다니며 러시아 문화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공연 관람석의 한가운데에 앉았습니다. 국내 행사뿐 아니라 대외적인 외교, 문화 행사에서도 김정은의 다음 권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주애는 김정은과 관람석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러시아 사절단의 방북을 맞아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답례공연, 북한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공연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전격적으로 폭격하면서 북한에도 이런 사례가 적용될 수 있을지 짚어보는 관측들이 많습니다. 북한의 핵 문제는 이란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란의 사례가 북한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합니다. 무엇보다 이란은 핵을 개발하는 중이므로 핵무기가 없었던 반면,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각종 미사일에 장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선제공격할 경우 북한도 핵미사일로 반격할 것이기 때문에 핵무기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감안하면 북한 폭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이었다면 북폭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요? 1994년 당시 '북폭' 현실적으로 논의됐다 북한에 대한 폭격이 실제로 현실적인 군사적 선택지로 등장한 때가 있었습니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입니다. 1993년 북한의 NPT 탈퇴 선언으로 표면화된 북핵 위기는 점점 악화해 1994년 6월에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북한과 IAEA, 미국과의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외교적 해법은 점차 힘을 잃게 됐고, 군사적 행동 즉 북폭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퇴임 후 기술한 자서전 'My Life'를 보면, 이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전쟁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자서전 ʻMy Life' 미국은 실질적인 군사적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1994년 5월 18일 윌리엄 페리 당시 미 국방장관은 미군의 전 4성 장군들을 펜타곤의 비밀 회의실로 소집해 제2의 한국전쟁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한 달쯤 뒤 다시 소집된 회의에서는 한반도 전쟁과 관련한 세부 사항들이 게리 럭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에 의해 보고됐습니다. 1994년 6월 14일 열린 미국의 장관급 회의에서는 영변에 대한 폭격 방안이 처음으로 논의됐습니다. 당시 미국은 북폭 방안으로 세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영변의 재처리 시설만 공격하는 방안, 둘째, 재처리 시설과 함께 5메가와트 원자로 등 영변의 다른 핵시설도 공격하는 방안, 셋째,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함께 파괴하는 방안. 북한의 영변 핵시설 미국의 '북폭' 계획 현실화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1994년의 북핵 위기는 당시 방북했던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타협점을 찾아내면서 진정됐지만, 당시 카터의 역할이 없었다고 해도 미국의 북폭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조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제임스 레이니 당시 주한 미 대사가 한국에 체류 중인 미국 민간인들을 철수시키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미국의 북폭이 임박했다는 생각에 레이니 대사에게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적혀 있는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면 그 즉시 우리 남한도 북한의 포격으로 초토화됩니다.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있는 한 전쟁은 절대 안 되고 가족 등 미국인들의 소개도 안 됩니다. 지금 바로 클린턴 대통령에게 연락해 내 이야기를 분명히 전하세요. 나는 한국군의 통수권자로서 우리 군인 60만 중에 절대 한 사람도 동원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우리 땅을 빌려서 전쟁을 할 수는 없어요. 전쟁은 절대 안 됩니다." -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 중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아무리 미국이라도 한국이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를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한반도로의 병력 증강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고, 한국 체류 미국인들의 철수 또한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한국 대통령이 한국군에게 미군 사령관의 지휘 아래 전쟁을 수행하라고 할 때 작동하는 것이지, 한국 대통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미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어떤 대통령도 '선제공격 통한 한반도 전쟁' 결정하기는 어려워 그렇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왜 이렇게 강력하게 북폭에 반대했을까요. 회고록에도 적혀있듯이 한반도에서의 선제공격은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반도 전쟁이 초래하는 결과를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1950년 6.25 전쟁을 통해 한반도 전역은 남북한을 막론하고 초토화됐습니다. 한반도 전쟁의 아픈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어떤 대통령도 선제공격을 통한 한반도 전쟁을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반도는 중동과는 상황이 다른 것입니다. 1994년의 경험에서 보듯 북한에 대한 선제폭격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느냐와 관계없이 실행되기 어렵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어떤 경우라도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기본 원칙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한동안 공개활동이 뜸한 듯했던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따라다니는 모습이 최근 들어 꾸준히 포착되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김정은과 비슷한 정도로 커버린 김주애가 완전한 성인 복장을 하고 현지 지도에 동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런 모습을 매체들을 통해 보도하고 있는데, 조선중앙TV가 보도하는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사진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장면들이 포착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선중앙TV 동영상에서 포착된 최근 김주애의 모습들을 통해 김주애의 활동 범위와 위상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러시아 대사와 세 번 포옹한 김주애 김주애가 초보적인 외교행위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제기됐습니다. 노동당 창건 79주년 경축행사장에 김주애가 김정은과 함께 참석했는데, 김주애가 마체고라 주 북한 러시아 대사와 악수하며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대단한 얘기를 주고받은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김주애가 북한의 가장 중요한 맹방인 러시아의 대사와 담소를 나눈다는 것은 김주애가 단순히 김정은을 따라다니는 수준이 아니라 김정은으로부터 지도자의 행보를 배워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79주년 경축행사장에서 마체고라 대사와 대화하는 김주애 그리고 지난달 9일 이번에는 김주애의 공식 외교 행보가 관찰됐습니다. 러시아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김정은이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하는 데 김주애가 동행한 것입니다. 김주애는 김정은을 따라다니며 러시아 관계자들과 인사했고 러시아 어린이들의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또 무명전사들의 삶을 상징하는 '영원한 불길'이라는 상징물에 꽃바구니를 바칠 때에는 김정은, 마체고라와 함께 맨 앞줄에 나란히 섰습니다. 특히 이날 주목해 볼 장면은 김정은과 김주애가 대사관을 떠날 때였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대사관 건물 입구까지 나와 김정은 부녀를 환송했는데, 김정은과 한번 포옹을 하며 인사를 한 뒤 김주애에게는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가며 세 번 포옹하는 인사를 통해 김주애를 배웅했습니다. 세 번씩 포옹하는 인사법은 보통 아시아의 사회주의 지도자들이 친밀감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사법인데, 마체고라 대사가 김주애에게 이런 인사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가장 힘 있는 외교사절일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가 김주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러시아 대사관을 찾은 김주애를 마체고라 대사가 세 번 포옹하며 배웅했다. 고위 간부들과 테이블에 함께 앉은 김주애 김주애의 활동 범위와 관련해 주목해 볼 장면은 최근 있었던 북한의 5천 톤급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서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4월 25일 5천 톤급 1번 구축함인 '최현함' 진수식을, 지난 12일 5천 톤급 2번 구축함인 '강건함' 진수식을 가졌는데, 두 진수식 영상에서 비교해 볼만한 장면들이 포착됐습니다. 먼저, 지난 4월 25일 진행됐던 '최현함' 진수식. 진수식이 열린 남포조선소에 김정은의 전용열차가 도착하자 조춘룡 당 비서가 진수식 준비가 다 되었음을 보고하기 위해 열차 안으로 들어갑니다. 열차 안에는 김정은이 김주애와 함께 앉아 있었고, 김정은은 조춘룡의 보고를 받은 뒤 김주애와 함께 열차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난 4월 25일 남포조선소에 도착한 전용열차. 열차 안에 김정은 부녀가 앉아 있다. 반면, 지난 12일 있었던 '강건함' 진수식. 진수식이 열린 나진조선소에 김정은의 전용열차가 도착하자 역시 조춘룡 당 비서가 진수식 준비가 다 되었음을 보고하기 위해 열차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열차 안에는 김정은 부녀뿐 아니라 간부들도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었습니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간부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거나 들으면서 나진조선소까지 온 것입니다. 지난 12일 나진조선소에 도착한 전용열차. 열차 안에 김주애가 간부들과 함께 앉아 있다. 예전에도 김주애가 연회장에서 간부들과 테이블에 앉은 적은 있었지만, 밥을 먹는 자리에서 간부들과 함께 앉은 것과 기차 안의 회의 탁자에서 간부들과 함께 앉은 것은 의미가 좀 다릅니다. 행사장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심도 있는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겠지만, 김주애가 간부들과 함께 회의 탁자에 앉아 얘기를 하거나 듣는 단계까지 갔다는 것은 김주애의 활동 범위가 한 단계 더 넓어졌음을 의미합니다. 나진까지 원거리 여행, 전담 부속팀 보좌받는 김주애 지난 12일 나진조선소 '강건함' 진수식에 김주애가 참석한 것은 좀 더 주목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나진은 평양과 상당히 먼 곳입니다. 평양과 나진을 연결하는 '평라선'은 한반도에서 가장 긴 철도노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편도로 800km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북한의 철도 사정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보면 평양에서 나진까지 기차로 오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을 텐데, 이러한 장거리 여행 뒤 나타난 김주애의 모습은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었습니다. 김주애는 하얀색 투피스에 머리에도 한참 신경을 쓴 모양새였는데, 이는 김주애의 의상과 머리, 분장까지 전담해 주는 부속팀이 김정은의 전용열차에 함께 따라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주애가 평양 근처 행사에 갈 때 잠시 돌봐주는 팀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김주애의 대외활동을 전적으로 챙겨주는 전담 부속팀이 가동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나진조선소 '강건 함' 진수식에 참석한 김주애 김주애 후계수업 꾸준히 진행 중 김주애가 김정은의 최종적인 후계자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김주애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계속 보여줄지, 김정은이 김주애에게 권력을 물려줄 때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등 지켜봐야 할 여러 변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보면 김주애로의 후계수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대북전단에 대한 통일부의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는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접근하고 있다"라며 전단 살포를 사실상 막을 수 없다는 취지를 보였던 통일부가 전단 살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 것입니다. 지난 9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모두 발언에서 전단 살포 문제를 먼저 꺼냈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6월 2일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세 번째로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다"면서 "한반도 상황의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또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여 재난안전법, 항공안전법 등 실정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납북자단체가 지난 2일 경기도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의 입장이 왜 갑자기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한반도의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과 우리 국민의 생명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전까지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과 국민의 생명 안전 검토를 덜 한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 당국자는 준비해 온 다른 답변을 읽었습니다. "정부의 입장과 정책이 진공상태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며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고, 이 같은 엄중한 상황과 우리 국민의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통일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대북전단 놓고 통일부 오락가락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놓고 통일부가 오락가락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 6월 북한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는 등 강력히 반발하자, 통일부는 처음에는 남북교류협력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고 했다가 불과 6일 만에 입장을 바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대북전단을 보낸 단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상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조금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반출 승인 규정 위반'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에 물건을 보냈다는 뜻입니다. 남북한은 헌법상 하나의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 수입이라는 말 대신 반출, 반입이라는 말을 쓰는데, 북한이라는 특수 지역에 물건을 보내거나 북한으로부터 물건을 들여오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교역을 하든 인도적 목적의 지원을 하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대북전단이 이러한 반출 물품의 범주에 해당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전단을 북한에 보냈으므로 교류협력법 규정 위반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던 것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입장이 6일 만에 왔다갔다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당시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일명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3년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헌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은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경찰관이 경우에 따라 경고, 제지하거나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대안이 있는데도 '표현의 자유'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입니다. 헌재는 또,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은 북한인데, 위해 유발에 대한 책임을 전단 살포자에게 묻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통일부도 이번에 입장을 바꿔 전단 살포 규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항공안전법과 재난안전법 등 다른 법규를 들고나왔습니다. 항공안전법은 무게 2kg을 넘는 물건을 무단으로 날릴 수 없게 하고 있고, 재난안전법은 자치단체장이 위험지역으로 선포한 곳에 무단으로 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규정들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찬반양론 첨예한 대북전단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는 찬반양론이 존재합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북전단을 폐쇄 체제에 갇혀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의 정보를 전해주고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는 도구로 생각합니다. 외부 세계와 차단돼 있는 북한 주민들은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에게 외부 정보를 전해주고 외부의 관심(1달러 지폐, 구급약, 마스크 등)을 표명해 줄 수 있는 수단이 전단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북전단으로 인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특히 남북 접경 지역 주민들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대북전단으로 긴장이 고조돼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때마다 접경지 주민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양쪽 모두 나름의 주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말이 맞다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대북전단 문제는 워낙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성이 강해서 어떤 주장이 타당한지 논리적인 토론도 어렵습니다.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의 주장은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단 날리는 납북자 가족 (사진=납북자가족모임 제공, 연합뉴스) 다만 여기서는 납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대북전단을 보내는 여러 단체가 있지만, 북한에 외부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전단을 보내는 단체와 납치된 가족의 생사 확인 등을 요구하는 납북자단체의 전단은 다르게 볼 부분이 있습니다. 납북자단체는 북한에 가족이 납치된 피해자 단체입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가 자국민 보호라고 본다면 납치자를 데려오려는 노력은 국가의 중요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납치자를 데려오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이 나서고, 일본은 납치자 문제가 정부의 우선순위인데, 한국의 경우 국민의 관심도 낮고 정부도 사실상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납치자를 데려오는 것이 물론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지금까지 열린 수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납치자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았던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자국민 납치 문제를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이 전단 살포를 통해 직접 북한에 생사 확인을 해달라고 나선 것입니다. 납북자 가족들의 대북전단 살포는 사실 북한보다는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 정부에 대한 호소입니다. 대북전단이 남북 간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중단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입장은 앞으로 정부가 자국민 납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신경을 쓰겠다는 약속과 함께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당선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한 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구상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들겠다면서, "남북 간에 대화하고 소통하고 공존하면서 서로 협력해서 공존, 공동 번영하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에 적대적이었던 북한 북한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적대적이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2개월 만에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선제타격 시도 시 윤석열 정권은 전멸'할 것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의 대북 구상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는데, 김여정은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천치바보' 같은 막말을 늘어놓았고, 2023년 5월에는 윤 전 대통령 허수아비 화형식을 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남북관계의 완전 단절을 원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2022년 8월 김여정은 담화에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북한이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원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23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는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적대적 2국가론'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에서의 정권교체가 남북관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북한이 극도의 거부감을 가졌던 윤석열 정부가 물러나고 윤석열 정부와는 대북정책 방향이 다른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만큼, 완전한 단절 상태에 처해 있는 남북관계가 다시 개선될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번 대선 이틀 뒤인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 사실을 짧은 두 문장으로 보도했습니다. 북, '진보 세력'에 대해서도 실망 표시 하지만, 북한이 2023년 말부터 내세우고 있는 '적대적 2국가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한에서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복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23년 말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고착됐다고 주장하면서, 남한 내 보수 세력뿐 아니라 진보 세력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역대 남조선의 위정자들이 들고 나온 《대북정책》, 《통일정책》들에서 일맥상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의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이었으며 지금까지 괴뢰 정권이 10여차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 그 명백한 산증거이다. 총비서 동지께서는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하시면서" <2023년 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도>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이라는 문구에서 '민주'라는 단어는 문맥상 남한의 진보 세력을 의미합니다. 남한 내 진보 세력이든 보수 세력이든 북한에서 볼 때는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는 의미인데, 이는 북한이 남한 내 진보 세력에 대해서도 보수 세력만큼이나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또, 이는 북한의 '2국가론'이 진보 보수 정권을 망라한 남한 정권 전반에 대한 북한의 실망에서 나온 것이지, 남한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진보 정권'에 실망한 이유 그렇다면, 북한은 왜 남한의 진보 정권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시했을까요? 사실 진보 정권의 대북 포용 정책도 북한에 부담이 가는 것은 분명합니다. 진보 정권의 포용 정책도 궁극적으로는 교류와 접촉으로 북한을 변화시켜 남북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식량 지원이 급하고 남한의 여타 물자 지원이 달콤했기 때문에 북한은 한때 남한의 손길에 끌려 나왔습니다. 점점 더 남한에서 돈이 들어가면서 잠시 자본주의의 마력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남북관계가 경색되기도 했지만, 진보 정부 집권 시 재개될 대북 지원과 북미 협상에서의 남한 활용 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아예 닫아놓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엄격해지면서 남한에 진보 정부가 집권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남북관계에 큰 비중을 두는 듯했지만, 일부 인도적 대북 지원은 몰라도 북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인프라 지원 등은 전혀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 유엔의 대북제재는 상수로 존재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라면 남한에서 어떤 정부가 집권해도 북한이 얻어갈 것은 별로 없는데, 남북관계의 유지는 한류의 전파로 북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굳이 남북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권교체 됐다고 북한 대남정책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듯 북한이 이런 중장기적 고민 끝에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결정한 것이라면, 남한에서 진보 정권이 집권한다고 해서 대남정책이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재명 정부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유엔의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선상에서 운신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폭은 크지 않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최근 밀착 또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가질만한 유인을 적게 만듭니다. 급한 대로 필요한 것은 러시아를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한뿐 아니라 미국과도 관계 개선을 할 필요가 크지 않습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본다면, 남한에서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단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앞으로 5년의 임기를 감안할 때 이재명 정부 임기 동안 남북 간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