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SBS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북한 취재를 담당해오면서 평양과 백두산, 개성과 금강산을 방북 취재했다. 2018년부터 북한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재직 중 학업을 병행해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석사를, 경남대 북한대학원(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자주적 대북정책은 가능한가』 『갈등하는 동맹』(공저) 『빗나간 기대: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 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대북전단에 대한 통일부의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는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접근하고 있다"라며 전단 살포를 사실상 막을 수 없다는 취지를 보였던 통일부가 전단 살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 것입니다. 지난 9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모두 발언에서 전단 살포 문제를 먼저 꺼냈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6월 2일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세 번째로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다"면서 "한반도 상황의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또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하여 재난안전법, 항공안전법 등 실정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납북자단체가 지난 2일 경기도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의 입장이 왜 갑자기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한반도의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과 우리 국민의 생명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전까지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분위기 조성과 국민의 생명 안전 검토를 덜 한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 당국자는 준비해 온 다른 답변을 읽었습니다. "정부의 입장과 정책이 진공상태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며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고, 이 같은 엄중한 상황과 우리 국민의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통일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대북전단 놓고 통일부 오락가락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놓고 통일부가 오락가락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 6월 북한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는 등 강력히 반발하자, 통일부는 처음에는 남북교류협력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고 했다가 불과 6일 만에 입장을 바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대북전단을 보낸 단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상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조금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반출 승인 규정 위반'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에 물건을 보냈다는 뜻입니다. 남북한은 헌법상 하나의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 수입이라는 말 대신 반출, 반입이라는 말을 쓰는데, 북한이라는 특수 지역에 물건을 보내거나 북한으로부터 물건을 들여오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교역을 하든 인도적 목적의 지원을 하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대북전단이 이러한 반출 물품의 범주에 해당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전단을 북한에 보냈으므로 교류협력법 규정 위반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던 것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입장이 6일 만에 왔다갔다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당시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일명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3년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헌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은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경찰관이 경우에 따라 경고, 제지하거나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대안이 있는데도 '표현의 자유'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입니다. 헌재는 또,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은 북한인데, 위해 유발에 대한 책임을 전단 살포자에게 묻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통일부도 이번에 입장을 바꿔 전단 살포 규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항공안전법과 재난안전법 등 다른 법규를 들고나왔습니다. 항공안전법은 무게 2kg을 넘는 물건을 무단으로 날릴 수 없게 하고 있고, 재난안전법은 자치단체장이 위험지역으로 선포한 곳에 무단으로 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규정들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찬반양론 첨예한 대북전단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는 찬반양론이 존재합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북전단을 폐쇄 체제에 갇혀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의 정보를 전해주고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는 도구로 생각합니다. 외부 세계와 차단돼 있는 북한 주민들은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에게 외부 정보를 전해주고 외부의 관심(1달러 지폐, 구급약, 마스크 등)을 표명해 줄 수 있는 수단이 전단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북전단으로 인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특히 남북 접경 지역 주민들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대북전단으로 긴장이 고조돼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때마다 접경지 주민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양쪽 모두 나름의 주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말이 맞다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대북전단 문제는 워낙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성이 강해서 어떤 주장이 타당한지 논리적인 토론도 어렵습니다. 사실 관계를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의 주장은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단 날리는 납북자 가족 (사진=납북자가족모임 제공, 연합뉴스) 다만 여기서는 납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한 가지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대북전단을 보내는 여러 단체가 있지만, 북한에 외부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전단을 보내는 단체와 납치된 가족의 생사 확인 등을 요구하는 납북자단체의 전단은 다르게 볼 부분이 있습니다. 납북자단체는 북한에 가족이 납치된 피해자 단체입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가 자국민 보호라고 본다면 납치자를 데려오려는 노력은 국가의 중요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납치자를 데려오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이 나서고, 일본은 납치자 문제가 정부의 우선순위인데, 한국의 경우 국민의 관심도 낮고 정부도 사실상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납치자를 데려오는 것이 물론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지금까지 열린 수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납치자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았던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자국민 납치 문제를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이 전단 살포를 통해 직접 북한에 생사 확인을 해달라고 나선 것입니다. 납북자 가족들의 대북전단 살포는 사실 북한보다는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 정부에 대한 호소입니다. 대북전단이 남북 간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중단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입장은 앞으로 정부가 자국민 납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신경을 쓰겠다는 약속과 함께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당선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한 연설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구상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들겠다면서, "남북 간에 대화하고 소통하고 공존하면서 서로 협력해서 공존, 공동 번영하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에 적대적이었던 북한 북한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적대적이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2개월 만에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선제타격 시도 시 윤석열 정권은 전멸'할 것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의 대북 구상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는데, 김여정은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천치바보' 같은 막말을 늘어놓았고, 2023년 5월에는 윤 전 대통령 허수아비 화형식을 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남북관계의 완전 단절을 원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2022년 8월 김여정은 담화에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북한이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원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23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는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며 '적대적 2국가론'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에서의 정권교체가 남북관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북한이 극도의 거부감을 가졌던 윤석열 정부가 물러나고 윤석열 정부와는 대북정책 방향이 다른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만큼, 완전한 단절 상태에 처해 있는 남북관계가 다시 개선될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번 대선 이틀 뒤인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 사실을 짧은 두 문장으로 보도했습니다. 북, '진보 세력'에 대해서도 실망 표시 하지만, 북한이 2023년 말부터 내세우고 있는 '적대적 2국가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한에서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복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23년 말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고착됐다고 주장하면서, 남한 내 보수 세력뿐 아니라 진보 세력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역대 남조선의 위정자들이 들고 나온 《대북정책》, 《통일정책》들에서 일맥상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의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이었으며 지금까지 괴뢰 정권이 10여차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 그 명백한 산증거이다. 총비서 동지께서는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하시면서" <2023년 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보도>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이라는 문구에서 '민주'라는 단어는 문맥상 남한의 진보 세력을 의미합니다. 남한 내 진보 세력이든 보수 세력이든 북한에서 볼 때는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는 의미인데, 이는 북한이 남한 내 진보 세력에 대해서도 보수 세력만큼이나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또, 이는 북한의 '2국가론'이 진보 보수 정권을 망라한 남한 정권 전반에 대한 북한의 실망에서 나온 것이지, 남한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진보 정권'에 실망한 이유 그렇다면, 북한은 왜 남한의 진보 정권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시했을까요? 사실 진보 정권의 대북 포용 정책도 북한에 부담이 가는 것은 분명합니다. 진보 정권의 포용 정책도 궁극적으로는 교류와 접촉으로 북한을 변화시켜 남북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식량 지원이 급하고 남한의 여타 물자 지원이 달콤했기 때문에 북한은 한때 남한의 손길에 끌려 나왔습니다. 점점 더 남한에서 돈이 들어가면서 잠시 자본주의의 마력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남북관계가 경색되기도 했지만, 진보 정부 집권 시 재개될 대북 지원과 북미 협상에서의 남한 활용 가능성 등을 생각하면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아예 닫아놓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엄격해지면서 남한에 진보 정부가 집권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남북관계에 큰 비중을 두는 듯했지만, 일부 인도적 대북 지원은 몰라도 북한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인프라 지원 등은 전혀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 유엔의 대북제재는 상수로 존재하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라면 남한에서 어떤 정부가 집권해도 북한이 얻어갈 것은 별로 없는데, 남북관계의 유지는 한류의 전파로 북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굳이 남북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권교체 됐다고 북한 대남정책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듯 북한이 이런 중장기적 고민 끝에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결정한 것이라면, 남한에서 진보 정권이 집권한다고 해서 대남정책이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재명 정부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유엔의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선상에서 운신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폭은 크지 않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최근 밀착 또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가질만한 유인을 적게 만듭니다. 급한 대로 필요한 것은 러시아를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한뿐 아니라 미국과도 관계 개선을 할 필요가 크지 않습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본다면, 남한에서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단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앞으로 5년의 임기를 감안할 때 이재명 정부 임기 동안 남북 간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청진조선소에서 새로 만든 5천 톤급 구축함을 진수하다 사고가 난 것이 지난 21일이었던 만큼, 이제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을 넘어섰습니다. 북한은 사고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구속했다며 수차례 후속 상황을 전했는데, 구축함의 복구 계획과 관련해서도 개략적인 일정을 제시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3일 보도에서 제시한 복구 기간은 대략 보름 정도입니다. 사고 직후 현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구축함은 배의 윗부분만 부두에 걸친 채 바다에 옆으로 누워 있는데, 북한은 함의 파손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면서 복구 일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진수 사고 직후의 북한 구축함, 바다에 누운 구축함에 파란색 방수포가 덮여 있다. 출처: Airbus Defence and Space 먼저 선체 우현이 긁히고 선미(배 아랫부분) 부분으로 일정량의 바닷물이 침수된 만큼 침수격실의 바닷물을 빼내고 함수(배 윗부분) 부분을 바다로 내려보내 함의 균형성을 회복하는 데 2∼3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균형성을 회복하고 바다에 띄워진 구축함에서 선체의 긁힌 부분을 복구하는 데 10여 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북한은 전망했습니다. 배에 구멍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니 선체 안으로 들어온 바닷물을 먼저 빼내고 부두에 걸쳐져 있는 함수를 바다로 밀어 넣으면 배가 균형을 잡고 서게 될 것이고, 이후 선체 측면의 긁힌 부분을 보수하면 될 것이라는 게 북한의 예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누워있는 북한 구축함 하지만, 북한이 복구 일정을 제시한 지난 23일부터 5일이 지난 28일까지도 구축함은 청진조선소에 그대로 누워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복구 계획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2∼3일 안에 배를 바다에 세운다고 했으므로 이 작업이 마무리됐어야 하는데, 아직도 구축함이 부두에 그대로 누워있는 것입니다. 지난 25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좌초된 북한 구축함 위로 하얀색 풍선들로 보이는 것이 있는데, 이는 야간조명을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즉, 밤을 새워가며 복구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북한이 당초 생각한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5일 위성사진. 북한 구축함 위로 하얀색 풍선들이 떠 있다. 출처: MAXAR TECHNOLOGIES 한 수중 인양 전문가는 북한의 당초 계획 자체에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함미(배 아랫부분) 부분은 물속에 잠겨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격실마다 봉인하고 물을 뺀다 하더라도 물을 빼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함수 부분을 바다로 내려보내 배를 세운다는 계획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측면진수의 경우 좌우 균형을 맞춰 배를 바다로 내려보내면 세워져 있던 배가 약간의 출렁임 뒤 균형을 잡지만, 옆으로 누워버린 북한 구축함의 경우 이미 균형을 잃어버린 상태라서 다시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누워버린 상태에서 내려가는 배가 오뚜기처럼 다시 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 전문가는 지금처럼 누워버린 채 바다에 일부 잠겨있는 북한 구축함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육지로 끌어올린 뒤 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것이 배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원하는 수리를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수리가 가능하려면, 북한이 누워있는 구축함을 부두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장비와 능력이 있어야 하고 복구 시간도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북, 왜 이렇게 서두르나? 상식선에서 생각하더라도 대형 사고로 누워버린 구축함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왜 보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했을까요? 그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불같이 화를 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구축함 진수사고를 처음 보도한 지난 22일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김정은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진수식장에서 사고 과정을 지켜본 김정은은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로 된다"고 엄중히 평가했고, 이번 사고가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사고라면서 "무책임한 과오"에 대해 다음 달 소집되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취급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부주의' '무책임성' '용납할 수 없는 범죄적 행위' '국가의 존위 추락'이라는 단어들에서 보듯 김정은의 분노가 대단했다고 볼 수 있는데, 정제된 글로 쓰인 기사가 이 정도라면 실제 현장에서의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의 험악한 분위기가 현장을 짓눌렀을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이 다음 달 노동당 전원회의 전까지 무조건 복구를 완료하라고 한 만큼, 북한 간부들에게 구축함 복구의 문제는 거의 생사를 걸어야 하는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살기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다음 달까지 원상복구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입니다. 운명의 25일, 그들은 구축함을 세울 수 있을까 지금 구축함과 관련된 사람들의 관심은 사고가 난 구축함이 향후 제대로 된 군함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일단 겉보기만이라도 그럴싸하게 바다에 다시 띄워 복구를 마무리했다는 보고를 김정은에게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엔진에 바닷물이 들어가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김정은이 제시한 다음 달 전원회의 전까지 성과를 내야 합니다.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를 '6월 하순'에 연다고 공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사업을 중간평가하고 하반기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정확한 회의 날짜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6월 하순이라고 한 만큼 다음 달 25일 이후쯤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면, 앞으로 25일 안팎의 시간이 남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에게 겉보기라도 원상 복구된 구축함을 보여줘야 하는 시간, 여러 사람의 앞날이 달린 운명의 시간이 25일 정도 남은 셈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지난달 15일 김일성의 113회 생일을 맞아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는 보도는 없었습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곳으로 북한의 주요 기념일마다 최고지도자가 참배하는 곳이었지만 김정은이 참배를 거른 것입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이나 기일 같은 주요 기념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거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집권 이후 주요 기념일 참배를 거르지 않던 김정은은 2020년대 들어 참배를 띄엄띄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난해에도 7월 8일 김일성 사망일이나 12월 17일 김정일 사망일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지만, 2월 16일 김정일 생일이나 4월 15일 김일성 생일 때에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지 않았습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김정은의 주요 기념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상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현철해 묘소에는 3년 연속 참배 그런데, 김정은이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참배 행사가 생겼습니다. 바로 2022년 5월 사망한 현철해의 기일 참배입니다. 현철해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를 모두 보좌했던 인물로, 특히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를 강력히 옹호했던 사람입니다. 북한이 현철해가 사망한 뒤 만든 기록영화(우리식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현철해는 김정일의 후계가 김정은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절대불변의 신념'을 갖고 "무력기관에 장군님(김정일)께 올리는 모든 보고문건을 김정은 동지께 먼저 보고 올려 결론을 받는 사업체계"까지 세워 놓았다고 돼 있습니다. 김정은이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 당시 김정은은 군 대장 칭호와 함께 새로 생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오르며 김정일의 후계자임을 공식화했는데, 당시 현철해는 김정은의 손을 꼭 잡고 몇 번이나 "이젠 됐습니다, 이젠 됐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이후 이때를 기억하면서 "남다른 그(현철해)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김정은 세습을 지지했던 노간부의 충성에 감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 김정은 옆에 현철해가 앉아 있다. 이런 관계로 김정은은 현철해가 사망했을 당시 파격적인 예우를 했습니다. 현철해가 입원한 병원에 몇 번이나 병문안을 가는가 하면, 현철해가 세상을 떠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찾아가 현철해의 임종을 지켰고, 장례식 날에는 김정은이 직접 현철해의 운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은 현철해 장례식 때 직접 운구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철해 사망 1주기인 2023년 5월 북한은 현철해를 위한 대규모 추모대회를 열었고 노동신문 3개 면에 걸쳐 현철해 추모 소식을 전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같은 최고지도자가 아닌 사람의 사망일에 대규모 추모식을 연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입니다. 김정은은 2023년, 2024년에 이어 올해도 현철해 기일을 맞아 현철해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최고지도자가 부하직원의 기일을 챙긴다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부하직원의 사망 이후 3년 연속 묘소를 참배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아버지인 김정일 사망일 참배는 거르기도 하면서 현철해 사망일 참배는 빼놓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현철해 3주기인 올해 현철해 묘소를 찾은 김정은 김정은 참배의 정치학 김정은이 주요 기념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거르기 시작한 것은 2020년 4월 제기됐던 건강 이상설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김정은에게는 사망설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는데, 이러한 억측의 계기가 됐던 것은 김정은이 2020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때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김일성 생일 때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있었고, 집권 이후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 참배를 거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김정은이 참배를 하지 않자 무엇인가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던 것입니다. 이 당시의 경험은 김정은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지도자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경우 북한 체제의 불안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데, 최고지도자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꼭 있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입니다. 2020년 건강 이상설 이후에도 건강 문제에 대해 많이 고심하는 듯했던 김정은은 이후 의무적으로 해 왔던 주요 기념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한두 번씩 거르기 시작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했던 행사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일로 바꾸어 버림으로써 주요 기념일 의무 공개 활동 부담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현철해에 대한 김정은의 참배는 김정은의 정치적 수요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현철해에 대한 참배를 3년째 이어가고 있는 것은 자신으로의 권력세습을 강력히 지지해 준 데 대한 감사의 차원도 있겠지만, 현철해에 대한 초특급 예우를 통해 현철해처럼 충성을 다하면 죽어서까지 보답을 받는다는 신호를 간부들에게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고모부(장성택)라 하더라도 반기를 들면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하지만,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한다면 죽어서까지 예우를 받는 모범을 통해 간부들의 복종을 이끌어내려는 용인술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시점에서 김정은에게 필요한 정치적 이득은 아버지(김정일)에 대한 참배보다는 부하직원(현철해)에 대한 참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대표적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미래과학자거리의 고층 아파트가 균열로 인해 붕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이 지난달 24일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 53층 아파트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건물이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아파트 구석구석 벽에 금이 가고 벽체 미장과 타일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아시아 방송이 기사에 게재한 사진을 보면, 53층 아파트의 일부로 보이는 건물에 심한 균열이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한 '미래과학자거리 53층 아파트 붕괴 우려' 기사 미래과학자거리는 김정은 총비서가 2015년에 건설한 대규모 과학자 주택단지입니다. 대동강 기슭에 현대적인 과학자 거리를 만들겠다며 조성한 곳인데, 그중에서도 53층 아파트는 미래과학자거리의 대표적 건물입니다. 건물 외관부터 특이하게 설계됐고 아파트 꼭대기에는 위성 모양으로 생긴 높이 24미터 무게 40톤의 상징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북한은 미래과학자거리 준공 당시 53층 아파트 건설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1년여 만에 만들어진 미래과학자거리 북한은 미래과학자거리 건설 당시 속도를 자랑했습니다. 2015년 2월 김정은의 미래과학자거리 건설현장 시찰 당시 북한은 "6개월 전 착공의 첫 삽을 박은 때로부터 낮과 밤이 따로 없는 총돌격전을 벌여 온 군인건설자들의 힘찬 투쟁에 의하여 방대한 1단계 건설공사가 85% 수준에 도달"했다고 선전했습니다. 김정은은 평양정신, 평양속도가 창조되고 있다고 대만족을 표시했고, 1단계 건설은 같은 해 태양절(4월 15일)까지 2단계 건설은 같은 해 당창건 70돌(10월 10일)까지 무조건 끝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11월 진행된 준공식에서 박봉주 당시 총리는 미래과학자거리가 불과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다고 자랑했습니다. 북한이 2015년 준공한 미래과학자거리 군인들을 동원해 이렇게 '속도'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부실공사는 처음부터 예견돼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직접 나서 공사 마감시한을 제시하는 상황이니, 건설현장에서는 건축물의 안전보다는 어떻게든 기한을 맞추는 것이 지상과제였을 것입니다. 북한의 '속도전' 건설 어떻길래? 북한의 건설 속도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만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2년 6월 평양의 만수대지구 창전거리에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생겨났습니다.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주택단지를 건설하자는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겨난 것인데, 북한은 창전거리 준공식에서 새로운 평양속도가 창조되고 있다며 건설속도를 자랑했습니다. "이틀에 한 층, 심지어 30시간에 한 층을 올리는 기적을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평양 만수대지구 창전거리 준공식 (2012년 6월) 2016년 보도를 보면, 이보다 더 빨라진 속도전 모습이 포착됩니다. 2016년 7월 평양의 여명거리 건설장에서 진행된 축하행사. 이날 행사에서는 70층 건물의 골조공사를 불과 74일 만에 끝냈다는 군인 건설자가 축하를 받았는데, 이 건설자는 "매일 한 층씩 골조를 올렸고 18시간 만에 한 층을 올린 적도 있다"고 자랑스럽게 밝혔습니다. 이렇게 속도전이 강조되다 보니 참사도 빚어집니다. 2014년 5월 평양 평천구역에서는 23층 아파트가 붕괴돼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완공 이전인데도 90여 세대가 입주해 있다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고 사실을 공개하고 간부들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당시 붕괴된 아파트 역시 인민 내무군 건설부대가 속도경쟁을 펼치면서 건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당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공사를 날림식으로 하여 … 엄중한 사고를 빚어냈다"면서 부실공사를 인정했습니다. 북한은 한 간부가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2014년 5월) 북, '속도전' 부작용 모르나? 북한은 속도전의 부작용을 잘 몰라서 속도전을 독려하고 있는 것일까요? 북한도 물론 속도전의 부작용을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도 그래서 가끔씩 건물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언급을 보면, 김정은은 '공사 속도'와 '건축물의 질 보장' 사이에서 인식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9월 2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지방발전사업 협의회'를 지도한 소식과 함께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장'을 시찰한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은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장을 현지지도하면서 건축물의 질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건설에서 기본은 질이며 속도일면에 치우쳐 질을 경시하는 요소는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 당의 지방건설정책에 저해를 주는 해독행위로 된다"고 밝혔습니다. "창조와 건설의 질적 발전을 저해하는 속도위주의 경쟁은 혁명하는 우리 시대의 대중운동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언급으로 보면 김정은이 건설속도보다는 질을 우선하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같은 날 보도된 김정은의 다른 언급을 보면 김정은의 진심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김정은은 '지방발전사업 협의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아무리 어렵고 힘이 들어도 현대적인 보건시설 건설을 … 무조건 당해년도에 완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이는 "당과 정부에게 부과하는 제1의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속도전을 지시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건축물의 질을 보장하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성과를 빨리 내라고 하는 모순적인 지시를 김정은이 같은 날 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1만 세대씩 찍어내는 살림집 건설 북한은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평양에 5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매년 1만 세대씩 살림집을 건설해오고 있습니다. 송신·송화지구에 이어 화성지구 1, 2, 3단계에 각각 1만 세대씩 살림집이 건설됐고 지금은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진행 중입니다. 매년 봄마다 1만 세대 살림집이 건설됐다는 행사가 떠들썩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연간 계획으로 찍어내듯 만드는 대규모 주택단지들이 건물의 질 보장을 우선시하면서 지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 (지난달 15일) 집권의 치적을 선전하기로는 건설만 한 것이 없습니다. 주민 생활의 질적 향상은 이루기도 어렵거니와 눈에 잘 드러나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건설은 속사정이야 어떻든 겉보기에는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쉽습니다. 다만, 김정은이 겉보기용 치적과 속도에 매달릴수록 경제의 속살은 곪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러시아로 파병한 사실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매체 보도를 통해서입니다. 이날 노동신문은 1면 기사로, 조선중앙TV는 오전 9시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북한군 파병 소식을 보도하는 조선중앙TV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서면입장문을 보내,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으며 작전에 참전한 북한군 부대들이 높은 전투정신과 군사적 기질을 과시했음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인정한 데 이어 북한도 파병 공식화에 나선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파병 감사 성명을 노동신문에 싣는 등 러시아 파병을 본격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 파병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파병 사실을 밝히지 않아 왔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우크라이나 군에게 포로로 잡힌 북한군까지 생겨났지만, 러시아 파병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북한이 왜 갑자기 파병을 인정하고 나온 것일까요? 북한이 주장하는 파병 논리 보니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북한이 주장하는 파병의 논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28일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북한이 파병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해 점령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이 상황이 북러 간에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동반자관계 조약' 제4조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북러 조약 제4조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으로 "쌍방 중 어느 일방이 …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도록 돼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해 러시아가 무력 침공을 당한 만큼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발동 여건을 갖췄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인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참전을 결정하고 러시아 측에 통보했습니다. 북한은 참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로씨야 련방(러시아 연방) 경내에서 진행된 공화국 무력의 군사활동은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법과 조로(북러)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반 조항과 정신에 전적으로 부합"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침략 당사자 러시아 도와준 것은 정당화될 수 없어 물론,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먼저, 유엔헌장은 침략전쟁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공격해 무력 침공을 당한 러시아를 도와줬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은 엄연히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입니다. 따라서, 침략전쟁의 당사자인 러시아를 도와준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또, 북한과의 일체의 군사협력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의해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을 도와주든 북한으로부터 도움을 받든 어떤 종류의 군사협력도 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북한이 어떤 이유를 들이대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국제법 위반입니다. 북한은 왜 파병을 인정했을까 북한이 왜 파병을 인정했을까 하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북한의 파병 논리로 보면 북한군의 파병 목적은 달성됐습니다. 우크라이나에게 공격당한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했기 때문입니다. 무력 침공을 당한 러시아를 도와줬다는 북한의 명분으로 보면,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들어가 추가적인 전투를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종전이 되지 않은 만큼 북한군이 잔류하면서 다른 임무를 부여받게 될지는 모르나, 주요한 전투 임무는 끝난 것으로 보이고 파병은 이제 마무리 수순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공개한 북한군 전투 모습 파병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면 상황을 한번 정리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북한 국내적으로 전사자 가족들이 생겨났고 부상병들도 곧 귀국할 것이기 때문에 파병 사실을 끝까지 감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파병 소문이 이미 퍼질 만큼 퍼져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평양에 '전투위훈비'를 건립하고 참전용사의 가족들을 특별히 우대하고 보살피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 조국과 인민이 안겨주는 영생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국내 정치적으로 전사자와 부상병 가족들을 다독이면서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이렇게 파병을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파병의 명분을 대외적으로 주장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군 포로는? 김정은 러시아 갈까? 북한의 파병 공식화와 함께 추가로 짚어볼 부분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의 처리 문제입니다. 북한이 공식적인 참전국이 된 만큼 북한이 포로의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국제법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북한군 포로가 송환될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만큼, 국제법의 예외조항을 활용해 북한군 포로를 우리나라로 데려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김정은이 언제 러시아를 방문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북한군 파병으로 더욱 공고화된 북러 관계로 볼 때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오는 9일 러시아 전승절을 전후해 김정은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북러 정상의 접촉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고, 우리 정보당국도 관련 첩보가 입수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은 좀 더 있다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셋째,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을 반대급부가 무엇일까 하는 점입니다. 북한이 군대를 파병한 것은 물론 각종 무기까지 지원한 만큼, 러시아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것은 자명합니다. 식량과 원유 같은 것은 물론, 정찰위성 발사에 필요한 기술, 평양 방공망 보강과 관련된 장비와 대공 미사일 등이 지원된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도 추가적인 반대급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로서는 우리 안보에 부담을 주는 첨단 군사기술이나 장비가 북한에 지원되지 않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25년이 되고 벌써 4개월이나 지났지만, 김주애가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등장한 것은 올해 들어 4번에 불과합니다. 한때는 김정은의 현지지도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등장하기도 했는데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김주애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은 다음의 4차례입니다. ▲ 지난해 12월 31일 밤부터 올해 1월 1일 새벽에 걸쳐 진행된 신년 경축공연 관람, ▲ 1월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참관, ▲ 4월 3일 준공을 앞둔 화성지구 3단계 구역 중요봉사시설 운영준비정형 시찰, ▲ 4월 15일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 참석입니다. 김주애가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횟수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북한 당국이 김주애를 일부러 적게 노출하려는 듯한 모습도 관찰됩니다. 올해 초 신년 경축공연이나 4월 15일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처럼 김주애가 김정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1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나 4월 3일 중요봉사시설 운영실태 시찰 같은 경우에는 김주애의 모습이 많이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김주애 노출 일부러 줄이려 한 모습 특히, 4월 3일 중요봉사시설 운영실태 시찰 보도의 경우 북한 매체들이 김주애에 대한 노출을 의도적으로 줄이려 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의 현지지도 사진을 10장 보도했는데, 이 가운데 김주애가 촬영된 사진은 1장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9장의 사진에는 김정은이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모습이 찍혔고, 오직 1장의 사진에서만 김주애가 김정은 옆에 서 있는 모습이 찍힌 것입니다. 화성지구 중요봉사시설 시찰 보도, 10장의 사진 가운데 김주애가 나온 사진(아래)은 1장에 불과했다. 김정은이 실제로 김주애와는 떨어져서 대부분 홀로 시찰을 다닌 것인지, 김정은과 김주애가 같이 있는 사진이 여러 장 있음에도 북한이 1장만을 공개했는지는 모르나, 북한 당국이 김주애 노출을 줄이려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주애 동행했지만 보도에서 일부러 누락하기도 과거 사례를 보면, 김주애가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동행했지만 북한 매체가 보도에서 일부러 누락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김정은은 600mm 초대형 방사포의 일제 사격 훈련을 참관했습니다. 18대의 초대형방사포를 일렬로 세워놓고 365km 떨어진 섬 목표를 일제히 타격하는 훈련이었는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 가운데 한 장에서 김주애가 모니터 화면에 비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과 군 간부들만 나오게 사진을 찍었지만, 뒤쪽에 서 있던 김주애가 모니터 화면에 살짝 비친 것입니다. 김주애가 모니터 화면에 살짝 비친 모습 (지난해 5월) 북한 매체들이 실수로 김주애의 모습을 누락했을 가능성은 없는 만큼, 이는 북한 당국이 의도적으로 김주애의 동행 사실을 감추려 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김주애의 노출 빈도를 북한 당국이 줄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주애 후계수업에 문제 생긴 것은 아닌 듯 그렇다고 해서, 김주애의 후계수업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몇몇 장면들을 보면, 김주애의 위상은 예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신형전술탄도미사일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에서는 김여정이 조카인 김주애를 깍듯이 예우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이 단상으로 올라간 뒤 김주애가 뒤따라가고 있는데, 김여정이 허리를 살짝 숙인 채 김주애를 안내한 것입니다. 한때 2인자 소리를 들었던 김여정이 이렇게 김주애를 깍듯이 예우하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 일가 내에서도 김주애의 위상 정리가 끝났음을 의미합니다. 김정은의 후계자가 김주애라는 것을 김정은 일가에서도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여정이 허리를 살짝 숙인 채 김주애를 안내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9주년 경축행사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김정은과 함께 경축행사에 참가한 김주애는 김정은을 따라 입장하다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와 악수하며 대화했습니다. 김주애가 북한의 주요 외교사절과 악수하며 인사한다는 것은 초보적인 외교 행위까지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주애가 후계 수업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김주애가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와 악수하며 대화하는 모습 (지난해 10월) 지난 15일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김주애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연단에서 내려온 김정은이 준공식장에 나온 평양 시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말을 건네는 등 평양 시민들과의 개별적인 접촉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김정은 뒤편에 서 있던 김주애가 평양 시민의 손을 잡아주고 말을 건네는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12살 내지 13살에 불과한 김주애가 주민들을 격려한다는 것은 최고지도자의 행동양식을 상당 부분 배워가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면서 아버지의 행동을 흉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주애가 김정은 뒤편에서 평양 시민을 격려하고 있다. (지난 15일) 김주애, 후계수업 받고 있지만 수위는 조절 이상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김주애의 공개활동 보도가 최근 많이 줄었지만 김주애는 꾸준히 후계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 보도에서 김주애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김주애의 후계자 지위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김주애의 노출 빈도가 줄어든 것은 북한 당국의 의도적인 수위 조절 차원으로 보입니다. 그동안의 공개 과정을 통해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인식된 만큼, 북한 당국은 이제 주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완급 조절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독재체제지만 어린아이를 벌써부터 데리고 다니면서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대해 북한 주민들의 거부감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주애는 노출되는 빈도를 조절해 가면서 당 행사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고 지위가 일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다음 권력을 물려받게 될지 아직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는 김주애로의 후계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에서 조용원 조직담당 비서는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힙니다. 노동당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에다 조직 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조직지도부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노동당 전문부서 가운데 선전선동부와 함께 가장 핵심적인 부서입니다. 이러한 직위를 떠나서도 조용원은 김정은의 현지 지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통일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조용원은 김정은을 38회나 수행해 김정은을 가장 많이 수행한 간부로 나타났습니다. 최고지도자와의 거리가 권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독재체제의 특성상, 김정은의 바로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용원의 위상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히 짐작이 갑니다. 조용원, 간부 기강 문란 책임지고 "자숙 중" 이런 조용원이 최근 사라졌습니다. 지난달 1일 지방공업공장 착공식에 참석했다는 보도 이후 40일 넘게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입니다. 김정은은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근로자휴양소 건설 현장과 조선소, 평양 뉴타운 건설 현장 등 여러 곳을 시찰했지만, 조용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용원은 현재 간부들의 기강 문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근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올해 들어 북한 내에서 있었던 당 간부들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용원이 자숙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비서국 확대회의를 열고 이례적으로 당 간부들을 질타했습니다. 남포시 온천군의 당 간부들은 봉사기관으로부터 음주 접대를 받았다는 이유로, 자강도 우시군의 농업감찰기관 감찰원들은 권한을 악용해 인민들의 재산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신랄히 비판받았습니다. 회의에서는 "지도간부로서의 초보적인 자격도 없는 썩어빠진 무리, 방자한 오합지졸의 무리들"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온천군 당 위원회와 우시군 농업감찰기관은 전격 해산됐습니다. 지난 1월 열린 비서국 확대회의, 일부 간부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진행됐다. 회의에서는 또 관련 간부들에 대해 엄정한 처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는데, 관련 간부들에 대한 검열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 간부들, 당 조직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조직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조용원도 책벌 대상에 오른 것으로 보이는데, 조용원은 혁명화나 숙청 같은 처벌까지는 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말 투혼' 펼친 조용원 김정은 옆에 항상 그림자처럼 붙어 김정은의 지시를 받아 적는 조용원. 그의 처세술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김정은은 2023년 8월 강원도 안변군의 오계농장과 월랑농장을 시찰했습니다. 태풍 피해를 입은 논들의 복구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김덕훈 당시 총리와 조용원 비서 등 간부들이 동행했는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눈에 띈 것은 조용원의 발이었습니다. 조용원이 신발 없이 양말을 신은 채로 김정은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용원은 양말을 신고 논에 들어갔다 온 탓인지 양말은 물론 양복바지까지 진흙에 젖은 모습이었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정은의 지시를 한 가지라도 더 받아적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양말 투혼'을 펼친 것입니다. 양말을 신은 채 김정은을 수행하고 있는 조용원 일정 기간 근신 뒤 복귀 가능성 이렇게 '양말 투혼'까지 펼친 조용원이지만, 결국 이번에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당 위원회가 해산되는 형편이니 조직담당 비서가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용원이 혁명화와 같은 처벌을 면했다는 것을 보면, 일정 기간의 근신 뒤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관련 간부들에 대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동안에는 공개 활동을 하기 어렵겠지만, 검열이 일단락되고 조용원이 큰 책벌 대상에서 벗어난다면, 김정은은 다시 조용원을 등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부들을 아예 숙청을 통해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적절한 책벌과 재등용을 통해 충성심을 제고시키는 것이 김정은의 용인술이기도 합니다. 리병철,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난 듯 북한 고위 간부들은 김일성 생일인 지난 15일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보도에서는 북한의 권력 변동과 관련해 주목해 볼 만한 것이 있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참배 소식을 보도하면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박태성 총리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만을 언급했습니다. 북한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과 박태성, 최룡해, 조용원, 리병철인데, 김정은은 선택적으로 참배를 하지 않았고 조용원은 근신 중이어서 참배를 못 했다고 본다면 리병철의 이름이 빠진 것입니다. 열병식장에서 김정은 옆에 서 있는 리병철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리병철이 정치국 상무위원직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 사이에 리병철이 상무위원직에서 탈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고령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리병철은 지난달 말 김정은의 무인항공기 시험 참관 당시 '군수정책담당 총고문'으로 칭해진 바 있는데, 최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4일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의 훈련을 참관했습니다. 특수부대원들은 김정은 앞에서 사격훈련과 체력 훈련 등을 선보였는데, 이날 관심을 모았던 것은 일부 특수부대원들의 복장이었습니다. 북한군 특수부대원 일부는 수풀로 뒤덮인 위장복, 길리슈트를 입고 산속에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언뜻 봐서는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김정은도 신기한 듯 위장복을 입고 앉아 있는 군인을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수풀 위장복을 입은 북한 군인들, 김정은은 지난 4일 특수부대 훈련을 참관했다. 북한은 이날 훈련에 대해 "현대전의 발전양상과 변화추이에 맞게 특수작전무력 강화를 위한 우리 식의 새로운 전법과 방법론을 부단히 탐구적용"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현대전'은 대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행해지고 있는 '드론전'을 말하는데,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많은 사상자를 낸 북한이 드론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수풀로 위장한다고 해서 드론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요? 공격용 드론은 카메라나 열 적외선 등으로 목표물을 탐지하는데, 일반 카메라를 사용하는 드론의 경우 군인들이 수풀로 위장하고 있으면 드론의 탐지를 피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육안으로 잘 구분되지 않는 위장이라면 일반 카메라로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열 적외선으로 목표물을 찾아내는 드론의 경우에는 수풀로 위장한다 해도 탐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텐데, 모든 드론이 열 적외선 장비를 탑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열 적외선 장비를 탑재하는 데에는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하는 공격용 드론도 상당수는 일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드론 공격을 피하는 방법으로 수풀 위장을 활용하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 '현대전'에 '아날로그적'으로 대응? 물론, 이런 방식으로 드론전에 대응하는 것이 정말 효과적인 전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첨단화되고 있는 '현대전'의 수행 방식에 대해 지극히 '아날로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볼 것은 변화하고 있는 '현대전'의 양상에 맞춰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북한이 '북한식의 새로운 전법'을 부단히 탐구·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김정은, 최근 들어 '현대전 대응' 강조 두드러져 '현대전'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김정은의 언급은 최근 들어 부쩍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25일과 26일 무인항공기와 북한판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시험을 참관했는데, 각종 무인기 시험을 참관하는 과정에서도 '현대전'을 언급하며 군사 장비의 무인화를 강조했습니다. "우리 당은 무장장비의 무인화 방향을 무력현대화의 중요 구성부분으로 보고" "무인장비와 인공지능기술 분야는 최우선적으로 중시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문이라고 하시면서 지능화된 무인기들을 군사력의 주요수단으로 리용(이용)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군사활동에서 그 사용범위가 부단히 확대되고 있는 현대전의 추이에 맞게 이 사업의 가급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적인 전망계획을 정확히 작성하고 중장기적인 사업으로 인내성 있게 강력히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였다." - 노동신문, 지난달 27일 지난달 하순 무인기 시험을 참관한 김정은 김정은은 이날 무인장비의 생산 같은 하드웨어 부분뿐 아니라, 작전 방안과 군사이론 같은 소프트웨어 부분까지 바꿀 것을 지시했습니다. '현대전'에서는 전쟁 개념이 바뀌고 있으니 전쟁 수행 방안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일어나는 수많은 객관적 변화는 우리의 군사리론(이론)과 군사실천, 군사교육의 많은 부분을 갱신할 것을 요하고 있으며" "무인무장장비 체계들을 작전방안들과 교전원리에 완벽하게 결합시키기 위한 로선(노선)을 명백히 제시하였다고 하시면서" - 노동신문, 지난달 27일 김정은, '현대전 부응하는 장교 교육' 강조 김정은의 '현대전' 대비 지시는 군사교육기관에서도 이뤄졌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2월 25일 '강건명칭종합군관학교'를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현대전'에 부응하는 장교 교육이 강조됐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현대전장들에서 이루어지는 실전경험들을 우리식으로 소화습득하며 급속도로 선진화되고 있는 무기와 전투기술기재들에 정통하고 현대전에 상응한 지휘능력을 갖춤으로써 확실한 승리만을 이룩하는 야전형의 군사인재들로 억세게 준비시키는데서 나서는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하시였다." - 노동신문, 지난 2월 26일 지난 2월 강건명칭종합군관학교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김정은이 이날 교육시설 현대화와 함께 드론전에 대응하는 교육 개편을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드론전과 자동화된 지휘 체계가 전장의 핵심이 된 현시대에 여전히 수십 년 전의 구식 보병 전법을 교육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육 내용이 현대전에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전쟁'이 아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현대전' 대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1만여 명이 넘는 병력을 러시아로 파견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습득한 실전경험이 현지 지휘관들을 통해 김정은에게 보고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와는 한참 떨어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북한이 파병을 통해 얻은 경험을 한반도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전쟁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북한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에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철저히 분석하고 변화하는 전쟁 양상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전국 20개 지역에 경공업 공장 준공식을 진행했습니다. 옷 공장, 식료품 공장, 일용품 공장 등을 전국 20개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만든 것인데,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방 발전 20×10 정책'의 일환입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이란 매년 전국 20개 시·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만들어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향상한다는 정책입니다. 올해 초 진행된 경성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북한은 올해에도 2년 차 건설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로 20개 지역에 경공업 공장들을 짓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난해에 건설한 공장들은 잘 가동이 돼서 주민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요? 노동신문, '생산정상화' 강조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신문에는 최근 주목해 볼만한 글이 실렸습니다. 지난 22일 노동신문은 "새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정상화 이것은 전적으로 시·군당 책임일군들의 몫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는데, 이 글을 보면 이미 준공된 지방공업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 글에서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정상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당의 새로운 지방발전정책의 생활력을 남김없이 발휘해나가자면 새로 일떠선 지방공업공장들에서 생산정상화의 동음을 높이 울려야 한다." "생산건물들을 번듯하게 건설하고 현대적인 설비들을 갖추어놓고도 원료, 자재가 부족하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장운영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생산실적에 대한 실무적 총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의 기대에 그늘을 던지는 심각한 정치적 후과로 이어진다." "시·군당 책임일군들은 새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정상화가 전적으로 자기들의 몫이라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그 실현에 심신을 깡그리 바쳐야 한다." "자신심만 있으면 자기 지역의 경제적 자원과 잠재력을 최대한 리용하여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정상화에 필요한 조건들을 주동적으로 지어나갈 수 있다." "원료기지의 생산능력을 높이고 기술자, 기능공 대렬을 강화하는데서 제기되는 문제 등을 제때에 료해(파악)하고 필요한 대책을 따라 세워 지방공업공장들이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노동신문, 지난 22일> 공장 운영을 제대로 하라는 독려일 수도 있지만, 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다면 굳이 '생산정상화'를 소리 높여 외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노동신문이 지금 이런 호소에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 공장은 준공했지만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이 준공한 20개 지역 경공업 공장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동 징후가 있지만, 일부는 가동 징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가동 징후가 있는 상당수의 공장들도 생산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장 준공식 당일 5시간 생산하고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도 수집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왜? 북한이 애써 지어놓은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북한 당국이 공장 건물은 완공해 줬지만, 공장 운영에 필요한 원료조달이나 운영자금, 전력 등의 문제를 전적으로 지방에 떠넘겼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2월 평안남도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공장 건설은 국가에서 전적으로 맡아 하겠지만 공장 운영은 각 지방의 간부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군인들을 동원해 공장은 지어주겠지만, 공장을 운영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지역의 간부들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군들의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로력(노동력), 세멘트와 강재를 국가에서 전부 보장하며 건설자재들의 수송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도 적절히 대책하도록 하였습니다." "당에서 모든 조건을 마련해주고 인민군대가 공장건설을 통째로 맡아 해제낀다 해도 완공후 그 운영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주민들이 실지 덕을 보게 만들어야 하는 당사자는 시·군의 당 및 행정경제일군들입니다." <김정은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 연설, 지난해 2월 28일>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김정은 (지난해 2월) 그렇다면, 지방의 간부들은 어떻게 원료를 조달해 공장을 운영하라는 뜻일까요?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그야말로 자력갱생에 기초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매체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방법을 보면, 수유나무와 피마주, 역삼, 해바라기 같은 이른바 '기름작물'(주로 기름을 짜기 위해 심는 작물)들을 재배해 비누를 만들고, 머루와 다래, 오미자 같은 산열매를 확보해 음료수를 만드는 식입니다. 종이의 원료가 되는 원료림을 조성하는 방법도 제시됩니다. '자기 지방의 원료 원천에 의거한 소비품 생산'이 당의 일관된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신문의 최근 글을 봐도 북한의 지방공장들이 어떻게 원료를 조달해 운영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성천군 식료공장에서는 예로부터 소문난 성천 약밤을 원료로 하여 정과, 단묵(젤리), 단졸임(잼)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구기자 생산지인 경성군의 식료공장에서도 구기자단묵(젤리), 구기자과자, 구기자단물(음료수), 구기자고추장, 구기자술을 생산하고 있다." "동해를 낀 어랑군에서는 명태, 대구, 도루메기, 가재미, 멸치, 조개 등으로 말린 제품과 랭동제품, 식혜, 젓갈품을, 함주군의 식료공장에서는 자기 고장의 특산인 가막조개를 랭동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노동신문, 지난 24일> 이렇게 자력갱생을 강조하다 보니,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이후 각 지역마다 원료림 조성 작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됐습니다. 외부에서 필요한 원자재를 들여와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원료를 해결하라 하니, 주변에 바다가 없어 수산물도 없는 곳에서는 원료림 부지를 확보해 수유나무와 피마주, 역삼 등을 심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공장의 원료를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생산할 수 있는 물건에도 제약이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이 공장들을 준공해놓고도 아직까지 '생산 정상화'를 부르짖고 있는 것은 원료를 확보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만드는 작업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음을 반증합니다. 지방 간부들만 다그치는 북한 그런데도 북한은 지방의 간부들만 다그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방공업공장들의 운영 정상화는 시·군당 책임간부들에게 달려 있다면서 비상한 각오를 갖고 분발하라고 채근했습니다. "지방공업발전정책의 실행은 명백히 해당 지역의 전반사업을 장악지도하는 시·군당 책임일군들의 몫이다." "시·군당 책임일군들은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을 정상화하기 위한 사업을 당위원회적인 사업으로 틀어쥐고 월마다 어김없이 총화하여야 한다." <노동신문, 지난 22일> 김정은은 이미 공장을 착공할 때부터 공장 운영의 책임을 지방 간부들에게 떠넘기며,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죄악'이라고까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생산건물들을 번듯하게 건설하고 현대적인 설비들을 갖추어놓고도 원료, 자재가 부족하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장운영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당과 국가 앞에 인민들과 군인건설자들 앞에 죄악으로 됩니다." <김정은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착공식 연설, 지난해 2월 28일> 공장운영을 정상화하지 못하는 것은 '죄악'이라고까지 김정은이 언급한 만큼,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못한 지역의 간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만간 공장 부실운영의 책임을 지고 문책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공장을 돌려야 할 텐데, 근본적인 원료조달 등의 방법 없이 자력갱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북한의 20개 지역에 또 새로운 공장들이 들어설 텐데, 북한에서 고심하는 지방 간부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