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과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 취득 후 근 17년간 열대와 극지역에 걸친 전지구 기후변화를 연구해 왔다. 극지연구소 재직 후에는 주로 극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북극의 급속한 온난화와 해빙 감소의 원인을 탐구하고자 여덟 차례 북극에 다녀왔다. 북극 온난화가 중위도의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과정을 탐구하고 이의 예측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연구과제의 책임을 맡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해빙 위 연구작업 전경(2022.08.04) 필자는 올해 여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승선하여 한 달 남짓 북극 온난화의 현장인 북극해에 다녀왔다. 여덟 번째 방문이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만 3년 만의 방문으로 내심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였다. 7월 하순 북으로 올라가다 바다 위 녹고있는 해빙을 오랜만에 보니 북극에 다시 온 것을 실감하였다. 8월 초 북극으로 강하게 유입되는 온난기류(윈디영상캡쳐_2022.08.02) 8월 초 북극으로 강하게 유입되는 온난기류 때의 강수 예측(윈디영상캡쳐_2022.08.02) 기후변화 연구자로서 이전 방문 때 겪어보지 못했던 이례적 날씨 얘기를 먼저 꺼내 보고자 한다. 항해 내내 한 번도 영하 3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지 않았다. 8월 초 북위 75도 이북의 해빙이 덮인 해역에서는 눈이 섞이지 않은 비가 왔다. 비가 왔을 당시 따뜻한 남풍 기류가 이례적 강도로 북극으로 유입되고 있었는데, 지구 자전 방향인 동서 기류가 더 강한 보통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북극에서 기후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지만, 올해 북반구 여름 기후는 기록적인 폭염과 홍수가 곳곳에서 발생할 정도로 매우 가혹하여 어디에 있든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유럽의 폭염, 파키스탄 대홍수, 우리나라 수도권의 집중호우 등 재난적 이상기후는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기후변화와 함께 오는 빈번한 이상기후, 이미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제트기류의 상태와 이상기후 발생 북극 기온 상승, 전 지구 평균보다 4배나 빨라 북극의 빠른 온난화와 중위도 이상기후가 어떻게 관련된 걸까? 그 관계를 짚어 보겠다. 지구의 기후는 태양열을 많이 흡수하는 열대에서 태양열이 부족한 극으로 대기와 해양이 순환하며 끊임없이 열을 전달해 평형을 이루고 있고, 열대의 난기와 극지역 한기 사이에는 대류권 상공에 강한 편서풍 제트기류가 있어 그 경계를 나누고 있다. 이 제트기류가 어떤 모양의 흐름을 보이느냐에 따라 중위도 지역의 기후는 평온한 상태 또는 극단적 상태가 나타난다. 즉, 북극 온난화와 중위도 이상기후는 이 제트기류의 운동이 북극 온도 상승에 영향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제트기류는 열대의 난기와 극의 한기 간 온도 차에서 에너지를 얻어 서에서 동으로 강하게 불며 날씨의 흐름을 만든다. 그런데 온난화에 따라 뜨거워지는 속도가 북극에서 가장 빠르다. 북극 기온 상승은 전지구 평균보다 2~3배 빠르다고 여겨졌는데, 최근 4배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불균등한 온난화 속도는 남북 온도 차를 약화시켜 제트기류를 느슨하게 하는데 이때 남북 사행 운동의 빈도가 증가한다. 제트기류가 동서로 강하게 불 때와 달리 남북 사행 운동이 커지면 평상시의 한계 이상으로 난기가 극 쪽으로, 한기가 열대 쪽으로 움직이고 날씨의 이동이 정체되어 극단적 이상기후가 발생한다. 전지구 평균보다 빠른_북극의 온난화 기후변화는 왜 북극의 온도를 더 상승시킬까? 사실 여기에는 복잡한 과정이 얽혀있어 간단히 대답할 수 없다. 과정이 복잡한 만큼 다양한 메커니즘(얼음/눈 감소, 구름/수증기에 의한 장파복사 증가, 북극의 기온 감률 특성, 극향 열수송 증가 등)이 제시되며 중요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 중 전통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얼음과 눈의 감소로 인한 여름철 햇빛 흡수 증가가 얼음과 눈을 더 녹여 햇빛을 더 흡수하게 하는 증폭 메커니즘인 얼음(눈)-알베도 되먹임이다. 하지만 북극 온난화는 햇빛이 없는 가을-겨울에 가장 크기 때문에 여름의 과정만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어 가을-겨울에 햇빛이 없을 때 작용하는 다른 메커니즘들을 통해 여름에 축적한 열이 가을-겨울에 온도를 높인다고 보는 것이 최근 제시된 통합된 관점이다. 북극은 기후변화에 따라 두껍게 덮고 있던 얼음과 눈이 녹으면서 기후를 바꿀 힘이 생긴 새로운 진원지이지 유일한 진원지는 아니다. 그래서 기후과학자들은 우리나라에 이상기후가 발생하면 동서남북 육지와 바다에 있는 이상 신호는 모두 살펴보며 원인을 분석하고 컴퓨터 기후 예측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인을 검증한다. 이렇게 축적된 연구는 이상기후 예측에 필요한 지식 기반이 된다. 이상기후의 신호는 인공위성을 포함한 전 지구의 관측망이 없다면 탐지할 수 없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가장 관측이 부족한 곳을 꼽으라면 극지역이다. 그래서 필자와 같은 극지연구자는 극지역의 기후 신호를 탐지할 수 있도록 극지역 관측을 병행하고 있다. 아라온호에서 상층기상관측을 위한 라디오존데 풍선 비양하는 필자(2017.08.10) 북극해빙 (2022.08.17) 올해도 필자는 아라온호 북극 탐사에서 해빙두께 변화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해주는 해빙부이(buoy)를 고위도의 1m 이상 두께의 해빙에 설치하였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사이에 그 해빙은 모두 녹아버렸다. 이렇게 북극은 열을 축적하면서 다가올 계절에 기후를 요동치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이상기후에 대응 태세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