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현재 지구온난화가 북극의 동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생물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영구동토층 해빙 시 미생물 반응과 온실기체 변동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으며, 얼음 속에 잠자고 있다 깨어난 미생물들의 잠재적 유해성 평가 연구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북극의 녹아내리는 빙하 북극의 모든 곳에서 얼음이 녹고 있다 바다, 육지, 땅속 가릴 것 없이 북극의 모든 곳에서 얼음이 녹고 있다. 빙하나 영구동토층이 없는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는 그 변화를 직접 체험하기 어렵지만 각종 뉴스와 영상을 통해 기록적으로 얼음이 녹아내리는 북극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던 알프스 산맥의 빙하가 소멸돼 맨바닥을 드러내고, 땅 전체의 85%가 얼음인 그린란드 빙하가 무너져 융빙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광경은 이제 더 이상 새롭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문제는 빙하가 소멸되고 땅속 얼음이 녹아내리는 현상은 비단 경관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극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동물들은 일찌감치 그 변화를 몸으로 겪어내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해빙의 감소로 북극곰이 물범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해안가를 거닐며 바닷새 알로 배를 채우는 횟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 갑작스레 땅속 얼음이 녹아 지반이 붕괴되며 형성된 열 카르스트(thermokarst) 지형에서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무스(moose)가 죽은 채로 발견되기도 한다. 북극이 삶의 터전인 극 지방 주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땅 속 얼음이 녹아 지층이 불안정해진 까닭에 산사태와 해안 침식은 예전보다 더욱 빈번히 일어나 주민들 삶의 터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빙하가 갑작스레 붕괴되어 댐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저지대나 하류 지역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융빙수가 흘러내려 홍수 피해를 입기도 한다. 영구동토층이 녹게 되면 영구동토층이 녹아 만들어진 열 카르스트 특히 땅속 얼음인 영구동토층은 녹게 되면 그 피해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기에 많은 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2년 이상 얼어 있는 땅을 일컫는데 북반구 전체 지표면의 1/4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대기 중 탄소의 2배에 달하는 1,700기가톤(Gt)이라는 엄청난 양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탄소가 얼음 속에 갇혀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온이 올라가 얼음이 녹게 되면 그 속에 갇혀 있던 다량의 탄소가 온실가스의 형태로 빠져나오기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또한, 토양 온도가 올라가면 잠자고 있던 미생물들이 깨어나 땅 속 유기물을 분해하게 된다. 그러면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방출된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더 많은 열을 가두어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가속화된 온난화는 다시 미생물 활동을 촉진시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내게 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얼음 속에 갇혀 있다 깨어난 미생물은 온난화를 증폭시키기도 하지만 그 존재 자체를 인류에 잠재적 위험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빙하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오랫동안 그 속에 잠자고 있던 ‘고대 생명체’가 외부로 노출되어 이들이 인류를 위협하는 새로운 병원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고대 바이러스, 인류에게 위협이 될까 지난 몇 년 간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우리는 인류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병원체에 이토록 취약할 수 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얼음이 녹아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바이러스가 대기 중으로 노출된다는 사실은 감염성 여부를 떠나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될 수 있다. 실제로 시베리아에서는 동토가 녹으면서 오래 전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이 묻힌 땅이 드러났고 수천 마리의 순록들이 재감염되어 떼죽음당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3만년 된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속에 냉동되어 있다 되살아난 거대 바이러스가 숙주 생물인 아메바를 감염시킨 사례도 있었다. 이와 같이 과거 수만 년 전 생물이 얼음 속에 갇혀 있다 동토가 녹으면서 되살아나는 일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들은 고대에 존재했던 생명체들이기에 이들이 되살아나 현세의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무척 힘든 일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로 판단컨대 얼음 속에서 잠들어 있다 되살아난 바이러스가 인류 전체에 심각한 재앙을 끼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바이러스는 빙하나 영구동토층 내에 극히 낮은 양으로 존재한다. 아주 낮은 확률로 식물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세균이나 고세균과 같은 원핵생물을 숙주 생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이들이 깨어나 노출되더라도 동물이나 인간을 감염시켜 향후 전지구적 팬데믹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섣부른 걱정과 공포감 조성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빨라도 너무 빠르게 녹아내리는 북극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의 기온 변화 북극은 하루가 다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문제는 대처할 시간을 주지 않을 만큼 그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간과한 건 변화의 속도와 징조에 둔감했다는 점이다. 동토가 녹아 땅 꺼짐으로 발생한 시베리아의 거대한 싱크홀, 지구 최북단 도시 롱이어비엔에서 최근 발생한 대규모 눈사태는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기 전 징조는 없었던 것일까? 사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아 그간 우리 인간이 알아채지 못했을 뿐 빙하 속과 땅 속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축적되어오고 있었다. 거대한 빙하가 붕괴되기 전 그 표면을 한 꺼풀 벗겨내고 속살을 들여다보면 개미집 마냥 수많은 물길이 만들어져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구동토층 땅 속에서 채취한 토양 이는 마치 죽은 나무 표면에 버섯이 보일 정도면 이미 그 나무 내부는 곰팡이 균사로 가득 차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십 미터 땅 속 영구동토층 내부에서도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알래스카 북쪽 끝에 위치한 마을인 데드호스(Deadhorse)의 땅 속 20m에서 지중 온도를 측정한 결과 -8.5 ℃ 에서 -5.3℃로 지난 40여 년간 3도 이상의 온도 상승을 기록했다. 녹는점에 이르지 않았을 뿐 영하의 온도에서도 북극의 땅 속은 계속해서 따뜻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고대 바이러스보다 더욱 실존적인 위협은 알래스카의 눈사태 경고 지역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듯이 빙하기가 다시 찾아오지 않는 이상 이미 녹아버린 얼음을 다시 얼릴 수는 없다. 인간 활동이 계속되는 한 북극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양의 얼음이 녹아내릴 것이다. 문제는 녹는 속도가 너무 빨라 현재의 과학지식으로는 변화의 방향 자체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인류의 대처 방안도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기후 위기의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 일컫는 지구 연평균 온도 1.5℃ 상승 임계점을 넘지 않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 개개인 각자의 삶 속에서 변화의 방향을 늦추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다만 빙하나 영구동토층 속에 잠자고 있던 고대 생명체가 깨어나는 일을 섣불리 팬데믹 가능성으로 연결 짓지는 말자. 해동된 고대 생명체의 부활에서 오는 우려는 사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이라는 대상에 잘못 투영된 인간의 편견 등 심리적인 원인이 큰 만큼 과학적인 사실에 입각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보다는 기후 위기라는 더욱 실존적인 위협에 집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