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극지 조류생태 연구에 참여하였고, 한국이 관리하는 남극특별보호구역의 생태 모니터링을 수행 중. 현재 국가 R&D 사업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변화 연구”를 총괄하고 있으며,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에 참여.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남극대륙에 위치한 아델리펭귄의 집단번식지 케이프 할렛 남극에 비가 자주 내리면?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남극지방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며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극의 일부지역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2020년 2월 9일에는 남극반도에 위치한 시모어섬 (Seymour Island)에서 남극 기상관측 이래 최고 기온인 20.75℃가 기록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남극에 눈이 아닌 비가 내리는 빈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기상현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비뇽(Vignon)과 그의 동료과학자들은(2021) 지구온난화가 현재 수준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현재부터 2100년경 사이에 남극의 평균 강수량이 약 240%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어놓았다. 남극의 혹한 환경에 적응해온 아델리펭귄 남극에 비가 내리면 펭귄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까? 수많은 펭귄 새끼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펭귄 성체의 피부는 방수기능이 탁월한 깃털로 빽빽하게 덮여있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도 체온 손실이 거의 없이 잠수할 수 있다. 그러나 당해에 부화한 새끼들은 물속에 들어갈 일이 없기 때문에 방수기능이 열악한 솜털로 덮여있다. 이러한 솜털은 강풍으로부터 체온을 유지시키며, 눈이 내려 등에 쌓이면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액체 상태의 빗물은 솜털을 통과하여 피부에 도달하기 때문에 체온을 떨어뜨려 새끼들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눈이 내리는 저온환경보다 비가 내리는 덜 추운 환경에서 새끼들이 동사할 확률이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강수에 의한 펭귄 새끼들의 집단 사망은 아남극권 포클랜드 제도(Falkland Islands)의 바위뛰기펭귄 번식지뿐만 아니라(Demongin 외 2010) 남극대륙 페트럴섬(Petrel Island)의 아델리펭귄 번식지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Ropert-Coudert 외 2015), 향후 강수의 빈도가 높아진다면 많은 서식지에서 펭귄 새끼들의 집단사망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운 날 펭귄 새끼의 솜털에 눈이 쌓인다 남극에서 바다얼음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남극 펭귄들은 눈이나 얼음이 없는 땅 위에 작은 자갈을 쌓아올려 둥지를 짓고 알을 낳는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몸집이 가장 큰 펭귄종인 황제펭귄은 바다얼음 위에서 번식을 한다. 바다얼음은 빙상(Ice Sheet), 빙붕(Ice Shelf) 및 빙하(Glacier)와는 다르게 겨울에 얼었다가 얼음에 깨져나가기 때문에, 이들의 번식기는 바다얼음의 생성과 소멸 시기 사이에 맞추어져 있다. 부모들은 바다가 얼어붙은 4월경에 번식지로 돌아오기 시작하고, 5월경에 짝짓기를 한 후 6-7월경에 알을 낳은 후 포란을 시작한다. 바다얼음 위에는 둥지 재료인 자갈이 없기 때문에 황제펭귄은 둥지를 짓지 않고 하나의 알을 낳아 수컷이 발등 위에 올려놓고 부화 할 때까지 약 62-67일간 품어준다. 9월경에 새끼가 부화하여 성장하다가 12월 경에 솜털을 방수깃으로 털갈이를 하면서, 바다 얼음이 깨져나가기 시작할 즈음 번식지를 떠난다. 즉 이들이 성공적으로 번식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제 시기에 얼어야 하고, 새끼가 바다로 떠날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환경 변화는 바다얼음의 생성과 소멸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번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2016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황제펭귄 번식지(약 23,000여쌍)인 핼리만(Halley Bay)에서 새끼가 미처 다 자라기 전인 10~11월에 바다얼음이 깨져나가 대부분의 새끼들이 물에 빠져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Fretwell과 Trathan 2019). 그 다음해인 2017년에는 번식기에 바다가 얼지 않았고, 2018년에는 바다얼음이 회복되었지만 고작 성체 몇 백마리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2016년 이래로 그곳에서부터 남쪽으로 약 55km 떨어진 도슨-램턴(Dawson-Lambton)에 위치한 소규모 번식지의 황제펭귄 개체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1280~3690쌍이 번식하던 곳에 2017년에는 11,117쌍, 2018년에는 14,612쌍으로 증가). 수많은 황제펭귄들이 이전 번식지를 포기하고 바다얼음이 비교적 안정적인 저위도 지방으로 이주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다얼음 위에서 번식하는 황제펭귄 케이프 워싱턴의 바다얼음 위에 형성된 황제펭귄 번식지 케이프 워싱턴의 바다얼음 위에서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황제펭귄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남극 펭귄들의 미래는? 아남극권 및 남극권의 경계지역 등 비교적 따뜻한 곳에 서식하던 젠투펭귄의 서식영역이 더 남쪽으로 확장되는 징후가 보고되었다. 2020년에 그린피스가 젠투펭귄이 거의 번식하지 않았던 안데르손 섬에서 75개의 둥지를 발견한 것이다. 예전에는 그곳이 젠투펭귄이 살기에 너무 추운 곳이었으나 점점 따뜻해지면서 번식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델리펭귄이나 황제펭귄처럼 추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왔던 종들은 더 추운 남쪽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콜(Cole)과 동료과학자들은 유전체 연구를 통해 펭귄들은 과거 6000만년 동안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해왔지만, 진화의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는 것을 발견했다(2022).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급격한 기후변화 속도가 황제펭귄의 적응 능력을 훨씬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들은 한동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노력하거나 지속적으로 한랭한 남쪽으로 이동하며 버텨보겠지만,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이들의 서식지는 과밀화되고, 극단적으로는 더 이상 남진할 장소조차 없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날은 지구상에서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의 멸종일이 될 것이다. 온난화로 지구상의 펭귄들은 모두 멸종하게 될 것인가? 지구상에는 17종의 펭귄이 현존하고 있으며, 이 중 아남극권과 남극권에는 황제펭귄, 임금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 아델리펭귄, 바위뛰기펭귄, 마카로니펭귄 등이 서식하고 있다. 황제펭귄이나 아델리펭귄은 지구 온난화에 가장 빠르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극의 기온이 지금보다 약간 상승했을 때 다른 펭귄 종들은 그들의 서식지를 보다 남쪽으로 확장시킬 수는 있겠으나, 이들도 본래 한랭한 곳에서 사는 종들이기 때문에, 남극에 얼음이 사라지고 수풀과 나무가 우거지는 날이 오면 이들의 미래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칠레 푼타아레나스에 서식하는 마젤란펭귄(굴속에서 번식하는 비남극 종) 그런 날이 오면 지구상의 펭귄은 결국 모두 멸종하게 되는 것인가? 아마 남극에 살던 종들은 사라지더라도 그 자리에 다른 펭귄들이 자리를 메워줄 것이다. 남미에서는 마젤란펭귄들이,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펭귄(자카스펭귄)들이, 오세아니아에서는 쇠푸른펭귄들이 인접한 남극권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모두 땅속에 굴을 파고 번식하는 종들이라 비가 내려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자손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지구상에서 남극 펭귄들이 살아 숨 쉬던 극지 고유 생물군계(Polar biome)를 영원히 잃게 되는 것이다. 펭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지구 환경이 변하면 우리 인류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