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애 기자는 ‘방송’ 담당 연예기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드라마를 즐겨 봤고 예능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TV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누구나 즐겨 보는 TV처럼 쉽고 재밌게, 하지만 깊이 있는 연예뉴스를 전하고 싶습니다.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폭싹 속았수다, '매우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지난 7일부터 매주 금요일 4편씩, 4주에 걸쳐 총 16부가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는 제주 방언을 이용한 제목으로 인해 이 작품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직관적으로 의미가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 편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작품이 누구를 향해 '수고 많았다'고 말하는지, 그 인사에 내포된 메시지가 얼마나 따뜻한지.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일생을 사계절에 빗대어 풀어낸 작품이다. 제주에서 함께 나고 자란 요망진('똑똑하고 야무지다'는 뜻의 제주 방언) 애순과 무쇠처럼 한결같은 관식, 그들의 순수했던 10대 시절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청년 시절, 인생이 던진 숙제와 맞부딪히며 세월을 겪어 낸 중장년 시절까지, 1960년 제주부터 2025년 서울까지 파란만장했던 그들의 70년 일생을 담는다. 애순과 관식의 10대부터 30대까지는 아이유와 박보검이, 40대 이후는 문소리와 박해준이 각각 연기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이후 단숨에 국내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전 세대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이 전하는 공감 가는 인생 이야기와 따뜻한 시선에 감동했다며 '인생 드라마'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시청자가 많다. 글로벌 순위 또한 상위권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작품이라 세계에서 통할지 의문이 들었지만,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등극했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 그 보편적 감성은 국경과 상관없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폭싹 속았수다'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 작가X '나의 아저씨' 감독이 그리는, 우리네 인생 '폭싹 속았수다'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의 임상춘 작가가 집필하고,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를 만든 김원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가와 감독의 전작들이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은 웰메이드 작품들이라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기대 또한 컸는데, 베일을 벗은 작품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애순과 관식의 부모 세대부터 시작해, 그들이 성장해 스스로 부모가 되고, 다시 그 자식이 커가는 오랜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겪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부모, 가족이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고마움과 후회, 그들의 희로애락을 촘촘하고 섬세하게 엮어내 누구나 '내 이야기', '우리 가족의 이야기'라며 공감할 수 있다. 임상춘 작가는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우리 주변에 실존할 것처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저마다 사연을 부여해 풍성하게 이야기를 완성하는 힘이 있는 작가다. 그런 작가 특유의 개성과 매력이 '폭싹 속았수다'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사람 사는 이야기로 따스한 감동을 전하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있으면 매회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의 끝에 느끼는 위로는 긴 여운으로 남는다. 꿈과 사랑이 시작하는 봄, 뜨거운 성장과 시련의 여름, 수확과 헌신의 계절 가을을 지나 돌아보고 정리하는 겨울까지, 인생의 사계절을 녹여낸 '폭싹 속았수다'의 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엄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 속, 방점을 찍는 부분은 '엄마'로 통하는 여성의 서사다. 광례(염혜란 분)의 딸 애순(아이유, 문소리), 다시 애순의 딸 금명(아이유)으로 이어지는 3대의 인생기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잠녀(해녀) 광례는 꿈 많은 딸 애순을 위해 억척같이 일하지만 일찍 세상을 떠나고, 시인을 꿈꾸던 문학소녀 애순은 지독한 가난과 시대 환경에 부딪혀 꿈을 접는다. 양배추 장사를 하며 부끄러워 "양배추 달아요" 한마디를 못하던 애순은 어느덧 좌판에서 생선을 파는 괄괄한 중년의 아줌마가 된다. 그리고 엄마 광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 또한 딸 금명이 세상에 나아갈 수 있게 뭐든 한다. 엄마의 꿈을 먹고 날아오르는 딸의 이야기. 이 작품을 보며 "우리 엄마 생각나 눈물 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유X박보검의 변신…누구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배우들 '폭싹 속았수다'는 아이유와 박보검이라는 두 청춘 톱스타의 만남만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이 작품에서 순수한데 어설픈 10대부터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20대, 자식을 키워내기 위해 헌신하는 30대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인다. 아이유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기죽지 않는 '요망진 반항아' 애순 역으로 지금껏 보지 못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억척스럽고 괄괄한 모습부터 자식을 잃고 무너지는 절절한 모성애까지, '엄마'가 된 아이유의 연기 변신이 새롭다. 박보검은 오로지 애순만을 바라보며 어떤 힘든 것도 군소리 없이 해내는 '팔불출 무쇠' 관식 역을 소화한다. 다정다감한 매력의 박보검이 연기하는 투박하고 우직한 관식 또한, 지금껏 보지 못한 박보검의 새로운 모습이라 시선이 간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애순과 관식은 각각 문소리와 박해준이 연기하는데, 관록의 베테랑 배우들답게 아이유와 박보검이 연기한 두 캐릭터의 결을 유지하며 이질감 없게 호흡을 이어간다. 애순과 관식의 일생을 다채롭게 채워주는 인물들을 연기한 김용림, 나문희, 염혜란, 오민애, 최대훈, 장혜진, 차미경, 이수미, 백지원, 정해균, 오정세, 엄지원 등 연기파 배우들이 선사하는 앙상블도 주목할 포인트다. 이들은 개성, 사연, 매력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를 완성하며 그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모두의 연기가 훌륭하지만, 특히 손꼽을 배우는 염혜란이다. 염혜란은 애순의 엄마 광례 역을 맡아 '폭싹 속았수다' 초반의 전개를 책임진다. 광례의 유난히 억척스러운 행동이 홀로 남을 애달픈 딸 애순을 위한 독기 어린 강인함이란 걸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또 그런 딸을 두고 먼저 눈을 감아야 하는 광례의 한과 설움까지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펼쳐낸다. 시청자가 애순이를 애정하며 그의 인생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 '폭싹 속았수다'에 빠져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시작은 초반 염혜란의 연기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염혜란은 TV 밖 세상 모든 애순이를 울린다. 제주라는 장소가 주는 힐링…미술X음악의 조화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 섬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부분의 마을 장면들은 경북 안동에 지은 세트에서 촬영됐지만 파도치는 푸른 바다, 넓게 깔린 현무 바위만 봐도 제주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느껴진다. 애순과 관식의 첫 키스신 배경이 된 노란 유채꽃밭을 비롯해 김녕 해변, 제주목관아, 오라동 메밀꽃밭, 성산일출봉 등이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데, 확실히 제주라는 장소가 주는 위안과 감성이 있다. 또 '폭싹 속았수다'는 1960년대부터 2025년까지 다루는 만큼 시간의 흐름을 잘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제작진은 의상, 미술, 소품 등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 시대적 배경을 반영해 현실감 넘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마치 그 시대에 들어간 듯 생생하게 구현된 배경에서 인물들의 살아 숨 쉬는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각 시대의 분위기를 단번에 느껴지게 하는 다양한 음악들도 활용되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폭싹 속았수다'는 총 4막 16부 중 이제 2막까지 공개됐다. 절반이라는 흐름에 맞춰 인생의 중반부, 중년의 애순과 관식, 대학생 딸 금명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절반만 맛 보았지만 작품이 전하는 매력은 이미 충분히 전해졌다. 그래서 남은 3, 4막의 공개도 기대된다.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건, 애순과 관식 인생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모두 감상한 후 이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이 주는 분명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거란 거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쓰는 그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가, 기나긴 세월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어온 누군가에게 가서 닿을 때 얼마나 진한 여운으로 남을지.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나, 혹은 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될지. 사진: 넷플릭스, 디자인: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뭐든 처음은 쉽지 않다.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라 어색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배우 차주영은 달랐다. 첫 타이틀 롤, 첫 사극 도전인데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최근 종영한 tvN X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에서 주인공 원경왕후 캐릭터로 분한 차주영에게선 처음의 어설픔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원경'은 '남편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 왕과 왕비, 남편과 아내, 그 사이 감춰진 뜨거운 이야기'라는 로그라인처럼, 원경왕후를 중심으로 태종과의 부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형제들을 죽이면서까지 왕이 된 남편이 왕권을 강화시키는 과정에서, 뜨겁게 사랑하고, 강하게 부딪히며, 중전으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주체적으로 산 원경왕후의 일대기를 담았다. 대중에게 차주영이라는 배우가 확실하게 각인된 건, 아마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학폭 가해 무리 중 하나였던 '스튜어디스 혜정' 역일 것이다. 한없이 가벼웠던 혜정이가 중후한 원경왕후로 변신한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원경'을 보면, 차주영에게서 혜정의 얼굴은 찰나의 순간도 발견할 수 없다. 기품 있는 분위기, 힘 있는 말투, 깊은 눈빛 등에서 원경왕후의 위엄이 느껴졌다. 맡는 캐릭터에 맞게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게 배우라 하지만, 혜정과 원경의 꽤나 큰 간극을 완전히 달라진 연기로 메우는 차주영의 힘이 놀랍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유학파로, 연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걷던 차주영은 지난 2016년, 26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배우로 본격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어게인 마이 라이프' 등에 출연했지만 배우로서 큰 인지도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다 '더 글로리'가 큰 성공을 거뒀고, 비로소 차주영에게도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출연 제안이 들어온 많은 작품들 중 차주영이 선택한 건 '원경'이었다. 그가 '원경'에 끌린 이유는 사극 장르이면서도, 그동안 메인으로 다루지 않은 인물의 일대기를 조명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사극은 늘 제가 하고 싶은 장르라, 선택하는 데 일말의 고민도 없었어요. 사극이 몇 개 들어왔었는데, 그중에 가장 하고 싶은 게 '원경'이었어요. 퓨전이긴 하지만 정통 사극을 지향하면서 실존 인물과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그런 클래식한 사극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또 원경의 일대기를 다룬다는 것도 끌렸어요. 제 연기 인생 동안, 누군가의 일생을 담는 작품을 할 기회가 흔치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태조 이성계의 며느리, 태종 이방원의 아내, 세종 이도의 어머니인 원경은 그동안 한국 사극에서 여러 번 등장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항상 태조, 태종, 세종이 주인공인 작품의 조연에 불과했다. 드라마 '원경'은 고려가 조선으로 바뀌고 새로 세워진 왕조의 중심에서 당당히 두 발을 딛고 서 있던 여인, 원경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점이 차주영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여러 선배님들이 원경왕후를 너무 출중하게 연기해 주셨지만, 원경왕후를 내세워 만든 작품은 이게 최초잖아요. 그걸 제가 하고 싶었어요. 여성 서사라서가 아니라, 전 인물이 매력적이면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실제로, 저희 친할머니가 원경왕후처럼 여흥 민 씨예요. 제가 할머니 피를 물려받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더 와닿은 것도 있어요." 차주영은 '원경'을 준비하며 조선왕조실록까지 들여다봤다. 간략히 쓰인 설명만 보는 게 아니라, 원본 공부에도 도전했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다루는 만큼 정확한 공부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역사는 기록한 사람들에 의해 쓰인 것이라는 걸. 당연히 큰 줄기를 건드려서는 안 되지만, 다른 관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걸. "저희 드라마가 '이게 역사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역사를 배우려면 따로 공부해야 하는 거고, 드라마는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 보는 거죠. 저희는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들을 건드리며 해석해 보려 했어요." 실록을 그대로 옮긴 대하드라마가 아닌 이상,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사극 작품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다. 역사를 '다른 관점'으로 해석한 드라마라는 전제를 깔았으나, '원경'도 왜곡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드라마 '원경'에서는 태종 이방원(이현욱 분)과 원경(차주영 분)이 뜨겁게 사랑한 시절은 짧게 지나가고, 이견으로 대립할 때가 더 많다. 이런 강한 갈등이 마치 원경에 대한 이방원의 자격지심과 열등감에서 기인한 것처럼 그려졌다며 역사 왜곡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왜 그런 논란이 있을까, 아쉬웠어요. 역사 왜곡을 감안하고 봐달라는 게 아니라, 저희는 '역사적 팩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관점으로 다뤄보겠다'였거든요. 보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여지가 충분한 드라마라 각오는 했어요. 다만, 끝까지만 봐주신다면, 이 팀이 어떤 시도를 했는지 알아봐 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기다리는 것이 답이라고 여겼죠. 우려는 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저희가 시도해 보고자 하려는 것들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려의 목소리에) 많이 잠식되지 않으려 했어요. 거기에 자꾸 국한되면, 연기를 주어진 것에만 갇혀야 할 거 같더라고요. 시도해 보는 것에 의미를 두고,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면서 접근하려 했어요." '원경' 속 태종과 원경왕후의 관계성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애증'이다. 너무 사랑해서 상대방의 배신에 분노가 크고, 그래서 나온 가시 돋은 반응에 실망도 크다. 마음 한 켠에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한 나라의 왕이고 왕비라서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겉으로 내색하지 못한다. 그래도 오랫동안 품어온 서로를 향한 진심은, 죽는 그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원경'에서 두 사람의 날 선 감정선이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 이유는, 초반 견고하게 쌓아 올린 사랑의 시간들이 과거 회상 장면으로 짧게 스치기 때문이다. 대신 TVING에 공개한 2부작 프리퀄 드라마 '원경: 단오의 인연'으로 젊은 시절 서로에게 반해 뜨겁게 사랑했던 이방원과 원경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프리퀄 드라마까지 봐야 '원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저랑 현욱 배우도 걱정한 부분이에요. 두 사람이 너무 싸우기만 하니까, 앞서 사랑하는 모습이 조금 더 나와야 하지 않겠나, 사람들이 모르면 안 될 거 같다, 그런 걱정이요. 시청자들도 맨날 싸우는 것만 보면 얼마나 피로도가 쌓이겠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프리퀄을 기대했어요. 무거웠던 본편에선 단 한 장면도 쉽게 찍은 게 없고 치열하게 고민했는데, 프리퀄에서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촬영했어요.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어떤지 감정이 어떤지, 우리가 만드는 게 기준이 되니까요. 프리퀄에선 다른 방식으로 녹여내도 시청자가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발랄하게, 거기선 퓨전 사극에서 쓰일 법한 말투도 섞어가며, 그렇게 찍었어요." 차주영은 원경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이방원을 연기한 배우 이현욱의 희생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차주영이 원경을 묵직하게 그려낸 것처럼, 이현욱 또한 복잡 미묘한 이방원을 훌륭하게 연기해 냈다. 이방원 캐릭터의 극 중 설정에 있어선 의견이 갈릴 수 있으나,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에 대해서 만큼은 누구든 엄지를 치켜세울 것이다. "저희 드라마가 한 끗으로 방향성이 너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뒀어요. 전 모든 것의 기저에 '사랑'이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이 여인이 사랑에 배신당한 걸로 비치면 안 됐고, 한 인간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다뤄야 할 게 많았죠. 그래서 현욱 오빠가 피해를 입었어요. 원경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오빠가 많이 희생해 줬죠. 방원도 원경만큼이나 애틋하고 안쓰러운 존재인데, 원경을 설명해야 해서 방원의 매력이 덜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두 사람의 노년이 그려진) 마지막 12회 전개에서 그 아쉬움이 좀 회수가 된 거 같아 다행이에요." '원경'은 TV 버전과 OTT인 TVING 버전, 두 버전으로 시청자에게 공개됐다. TV 버전은 15금, TVING 버전은 19금으로 제작돼, TVING에서 공개된 회차에서는 수위 높은 노출신이 등장했다. '원경'의 노출 장면들은 초반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데 어느 정도 일조했으나,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한 장면인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 해당 노출 장면들이 배우들의 의사와 별개로 후반 대역배우 촬영과 CG로 입혀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선정성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대해 차주영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조선시대 왕실 부부의 침실 이야기라 19금으로 다룬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너무 좋은, 과감한 시도라고 생각했죠. 다만, 그 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많이 고민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모두가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극 중 원경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한 나라의 왕비였지만,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극을 겪었다. 왕권 강화라는 절대적 명분을 앞세운 이방원이 여러 여인을 품는 걸 지켜봐야 했고, 외척 세력 견제 때문에 남동생들이 죽어 나가는 멸문지화의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차주영은 원경왕후의 내면을 섬세하고 묵직하게 연기하며, 안방극장에도 그 애통함을 고스란히 전했다. "원경의 서사는, 제가 아는 비극 중에 가장 큰 비극 같아요. 원경이 너무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걸 제가 굳이 연기하려 하진 않았어요. 이 여인을 억지로 불쌍하게 연기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사건들이 이야기해 주니까요. 전 진심으로 연기만 하면, (원경의 마음이) 분명 전달될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정선으로 연기하자, 그런 마음이었죠." 차주영은 10대부터 노년까지 원경의 일대기를 연기했다. 촬영 후반부 흰머리 가득한 노년의 원경을 표현할 땐,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겪어온 원경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그에게도 전해져 오히려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고된 생의 끝자락에는 지쳤을 원경처럼, 이를 연기한 차주영 또한 촬영 막바지에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다. 원경에 모든 걸 쏟아부었기에 그러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들이 많았어요. 옷만 해도 다섯 겹씩 입어야 해서 화장실 한번 가기 어려웠고, '왕관의 무게'라는 게 정말 있더라고요. (가체와 머리 장식 때문에)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단 한 가지도 없었어요. 무거운 가체에 왁스 칠한 머리로 하루 20시간씩 있었어요. 머리를 감으려면 그걸 한참 녹인 후 두세 번씩 다시 감아야 해요. 사극 장르라 각오는 했지만, 덤벼보니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촬영 종료까지 며칠 남았지'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물론, 그 순간에도 알았죠. 이게 끝나면, 전 분명히 이 현장을 그리워할 거라는 걸요. 머리 장식을 지탱할 힘조차 목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버텼어요." 첫 타이틀 롤 사극에 느낀 부담감과 책임감, 원경을 연기하며 감정 이입한 고통들, 사극 촬영에서 온 현실적인 어려움들까지. '원경'은 차주영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이런 이야기하는 거 창피한데, 도망가고 싶었어요. 숨이 안 쉬어지고, 모든 몸의 기능들이 제 기능을 못 했던 거 같아요.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래요. 잇몸이 다 무너지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목디스크도 왔어요. 신체적으로 여러 가지가 많이 무너졌어요." 하지만 '원경'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 "인생을 배웠죠.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몰랐던 세상 물정을 이제야 알아가는 단계인데, '원경'은 제 담력을 많이 키워줬어요. 한없이 겸손해지고, 여러 생각이 많이 들게 한 작품이에요. 연기자로서 인간으로서, 지금까지 제가 고수해 온 방식들이 있다면, 앞으로는 더 여러 가지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원경'을 본 시청자는 안다. 이 작품이 초반 19금 노출 장면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그건 이 작품의 진면목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차주영, 이현욱부터 이성계 역으로 특별출연한 이성민까지, 극을 메운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를 보는 재미, 원경왕후를 중심으로 남편 이방원과의 사랑과 전쟁, 궁궐 암투를 상상해 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드라마 '원경'은 깊이 봐야 더 재밌는 드라마다. 차주영은 '원경'을 본 시청자들로부터 "애썼다", "고민 많이 했겠네"라는 감상평을 듣는 것에 울컥해했다. 그가 이 작품에 얼마나 마음을 많이 썼는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원경'을 끝낸 차주영은 "연기적으론 아쉬워도, 마음에 아쉬움은 없다. (내 모든 걸) 다 쓴 거 같다. 더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원경'을 촬영하며 모든 걸 쏟아낸 그는, 촬영이 끝난 후 한동안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발길 닿는 대로 가다가 사하라 사막까지 도달했다. 파란 하늘 아래 붉은 모래만이 광활하게 깔린 그곳에서, 차주영은 비워냈던 에너지를 다시 채워 돌아왔다. 이제, 다시 달릴 차례다. "해보고 싶은 건 너무 많죠. 느와르도 해보고 싶고, 여군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분량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한 포인트만 있으면, 잠깐 지나가는 인물이라도 좋아요. '로비'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그게 곧 개봉할 예정이에요. 다음 작품('클라이맥스') 촬영도 곧 시작되고요." 사진: 고스트스튜디오 제공, '원경', '더 글로리' 스틸컷, 디자인: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배우가 맡았던 캐릭터 중에 연기 인생 전체를 대표한다고 평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를 '인생 캐릭터'라 부른다. 누구나 인정하는 '인생 캐릭터'가 되려면, 배우 스스로가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중에게도 그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가 인기까지 뒤따라야 한다. 이 삼박자를 갖춘 '인생 캐릭터'를, 배우는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어떤 배우는 하는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갈아치운다는 평가를 듣고, 누군가는 평생 연기를 해도 모두가 인정하는 '인생 캐릭터' 하나를 얻기가 힘들다. 배우 임지연은 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듯 보인다. '더 글로리'의 악역 박연진으로 전 국민의 애정 어린 미움을 받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또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의 옥태영(구덕이)을 통해서다. "타이틀 롤이라 부담됐고, 사극이라 무서웠다" '옥씨부인전'은 악착같이 살던 노비 구덕이가 양반 아씨 옥태영의 죽음을 계기로 그녀의 신분으로 살게 되며, 새롭게 얻은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임지연은 '구덕이'이자 '옥태영'으로, 노비부터 양반 마님, 조선시대의 변호사인 외지부의 모습까지, 캐릭터의 다양한 변화를 그려냈다. 옥태영을 뜻하는 제목이 말해주듯 '옥씨부인전'의 타이틀 롤은 임지연이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긴 했지만, 송혜교, 송승헌, 김태희, 전도연 등의 선배들이 이끌면 임지연은 보조를 맞추는 정도였다. '옥씨부인전'처럼 임지연에게 완벽한 타이틀 롤이 주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타이틀 롤 경험이 이 정도는 없다 보니, 부담감이 컸어요. 처음 느껴보는 책임감이었어요. 옥태영의 삶을 그린 작품이라 보여드릴 것이 많잖아요. 신분도 다양하게 나오는데, 멜로도 있고, 외지부로서의 활약도 있고. 그런데 제가 경험이 많지 않아 선배님들이 걱정하지 않으실까, 처음에는 약간 겁을 먹은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대본 리딩날 '저 한번 믿어달라' 말하면서 저의 굳은 다짐을 전했어요. 그렇게 촬영을 시작했는데,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큰 부담감에도 임지연이 '옥씨부인전'을 선택한 건 재미있는 대본, 그 안에서 구덕이/옥태영으로서 다양한 매력을 표현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특히, '사극' 장르라는 점에서 도전 의식이 꿈틀거렸다. 임지연은 '옥씨부인전'을 통해 "나도 사극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왕 도전하는 거, 제가 제일 자신 없고 저와 안 어울릴 거 같은 사극 장르를 해보고 싶었어요. 신인 때 경험해 봐서, 사극이 얼마나 고된지,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다 탄로 나는 장르라는 걸 알아요. 한복이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사극이 무서웠어요. '내가 과연 그 안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의 여자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잘 못할 거 같은데' 그런 혼자만의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러다 '아차' 싶더라고요. 창피했어요. '난 원래 새로운 거에 도전하고 끌리면 하는 스타일인데, 뭐가 무섭다고 잘하는 것만 하려 하나', '왜 초심을 잃었나', '왜 사극은 못 하나' 싶었어요. 연진이도 쉬워서 선택했던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보여주자', 저도 꽤나 사극과 잘 어울린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에 뛰어들었어요." '사극도 잘 어울리는' 임지연을 보여주고자, 그는 다방면에서 힘썼다. 한복 의상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한복을 입은 자태가 기품 있어 보이기 위해 자세 하나하나에도 노력했다. 그 결과 임지연표 '옥태영 마님'은 한 폭의 그림 같은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시청자들의 칭찬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임지연 본인은 아쉬운 마음이 크다. "연기적으로 아쉬운 게 많아요. '저건 감정이 좀 더 갔어야 하는데', '저기서는 발음이 샌 거 같은데' 하는 아쉬운 장면들이 있어요. 그래도 제가 구덕이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부분들이 많이 묻어난 거 같아요. 구덕이로서,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게 소화한 거 같아 다행스러워요." 사랑했던 구덕이, 닮고 싶은 옥태영 '옥씨부인전'은 지난달 26일 마지막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최종회는 전국 시청률 13.6%의 자체 최고 기록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높은 화제성에 시청률까지 잡으며, 타이틀 롤로서 성공적으로 '옥씨부인전'을 마친 임지연에게 소감을 물으니 울컥한 감정이 튀어나왔다. "구덕이를 너무 많이 사랑했어요. 그래서 아직 구덕이를 보내주지 못했어요. 너무 슬퍼요. 보내주기 싫고, 더 했으면 좋겠어요. 함께한 배우들을 못 본다는 생각이 슬퍼요. 2024년 저의 전부이자 모든 것이었던 구덕이랑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뭉클하고 애틋해요." 임지연의 말속에서 얼마나 이 작품을, 구덕이/옥태영 캐릭터를 사랑했는지 절실히 느껴졌다. 임지연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느낀 매력들을 술술 나열하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너무 닮고 싶었어요. 현명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그런 여성이 멋있어 보였어요. 때로는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약자를 위해 희생하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멋있어 닮고 싶었어요. 그런 옥태영과 저의 비슷한 부분을 찾아보자면, '노력'에 관한 거 같아요. 배우로서 제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노력이 분명 결과를 빛내줄 것이라 여기며 저만의 노력을 믿었어요. 유일하게 가장 큰 자신감이, 저의 노력과 끈기였죠. 그런 부분들이 그래도 옥태영과 겹치는 부분이지 않나, 생각해요." '옥씨부인전'은 구덕이가 옥태영의 삶을 대신하지만, 결국에는 한 인물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내용을 그린다. 노비가 양반 행세를 한 것이 질타를 받긴 하지만, 그 어떤 양반보다도 훌륭한 인품과 이타적인 행동으로 주변의 귀감이 된 구덕이는 정체가 드러난 후에도 모두의 인정을 받고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 신분, 성별, 시대에 굴하지 않고 파란만장한 삶을 헤쳐나가는 한 여성의 감동 서사가 '옥씨부인전'의 핵심 줄거리다. 이런 구덕이이자 옥태영을 연기하며, 임지연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 노비로 시작해 남장도 했다가 양반 마님도 됐고, 눈 덮인 산을 넘고 불 속에서 탈출도 하고, 멍석말이도 당하고 물에 빠지기도 했다. 외지부로서 변론에 나서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기도 했고, 천승휘(추영우 분)와는 목숨 건 애절한 로맨스도 선보였다. "사극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 같아요. (웃음) 변화도, 겪어야 할 일도 많았는데, 정말 집중을 많이 하려 했어요. '내가 그 인물이라면'도 아니고, '내가 그 인물이다'라고 생각하면서요. 그 어떤 작품보다 철저했고 치밀했고 절실했어요." 임지연이 끌고 가는 분량이 많은 데다 지방 촬영이 많은 사극 작품이다 보니, 체력적인 어려움은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구덕이를 연기할 때 노비 신분이라 못 먹어 야위고, 까맣게 칠한 분장이 잘 어울리는 느낌을 내고자 했는데, 특별히 체중 감량을 할 필요가 없었다. 워낙 체력 소모가 크다 보니 저절로 4~5kg이 빠져 자연스럽게 노비 구덕이의 모습이 나왔다. "체력적인 힘듦은 역대급이었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저한텐 몸보다 마음이 힘든 게 더 스트레스거든요.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하고 그러는 게 마음이 마냥 행복했어요. 그래서 몸이 힘든 거조차도 즐길 수 있었어요. 쓰러져 죽을 것 같아도 결국 해내니까, 진짜 대단하다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끙끙 앓으면서도 재판신 찍으려고 대본을 붙잡고 달달 외우고 있었던 제 모습이, 지금 생각해 보면 대견스러워요." 이토록 온 힘을 다해 구덕이를 완벽하게 연기해 낸 임지연을 향해 호평이 이어졌다. '옥씨부인전' 애청자들은 진심으로 구덕이의 해피엔딩을 바랐고, 임지연의 연기에는 감탄을 쏟아냈다. 연진이로 욕먹은 기억이 선명한 그에게는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절 미워하는 반응은 겪어봤는데, 이렇게 정말 진심으로 제 캐릭터를 걱정해 주는 반응은 처음이라 새로웠어요. '구덕이 어떡하냐'면서 걱정의 댓글이 많더라고요. 워낙 다사다난한 인물이라 어떤 엔딩을 맞을지 불안해하는 마음들이 느껴졌어요. 그렇게 걱정하는 마음들이, 결국엔 저희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잘 전달된 거 같아서 그런 부분들이 좋았어요." 임지연을 감동시킨 최고의 시청자 반응은, 부모님이었다. "아빠가 연기적으로 저에 대해 칭찬한 적이 별로 없어요. 극T 성격이시거든요. (웃음) 그런데 이번엔 장문의 카톡을 보내주셨어요. '내가 본 최고의 사극이고, 우리 지연이 연기 너무 잘한다'는 말을 아빠한테 처음 들었어요. 뭉클했죠. 제가 어려워했던 사극, 그런데 엄마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사극. 그걸 제가 도전해서 칭찬받았구나, 하는 마음에 뿌듯했어요." 다시, '평범한' 임지연으로 '옥씨부인전' 인기의 중심에는 옥태영과 천승휘의 로맨스가 있다. 옥태영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천승휘의 절절한 순애보를 바탕으로,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두 캐릭터의 로맨스는 잔잔한 미소를 짓게 했다. 임지연은 천승휘 역을 연기한 추영우보다 실제로 9세가 많은 누나지만, 연기할 땐 나이 차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로 나이 차를 잘 못 느껴서, 그게 작품에 잘 묻어나지 않았나 싶어요. 연기할 땐 천승휘로서 열렬히 사랑하려 노력했어요. 지금은 작품이 끝나 잔소리하는 누나가 됐지만요. (웃음) 현장에서 제가 영우보다 더 긴장하고 생각이 많았어요. 영우는 작품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능청스럽게 천승휘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물을 만드는 게 타고난 거 같아요. 현장에서 감각적으로 헤쳐 나가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았죠. 영우가 잘 될 줄 알았어요. 이 작품 말고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예요." '옥씨부인전'에서 추영우와 애틋한 로맨스를 보여준 임지연의 '현실 연인'은 배우 이도현이다. '더 글로리'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지난 2023년부터 공개 열애 중이다. 이도현은 현재 군 복무 중인데도, 여자친구의 드라마를 정성껏 모니터 해줬다. "본방 사수하면서 '잘 봤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얼마나 이 작품을 애정하는지 잘 아는 친구라,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응원 많이 해줬어요." '더 글로리' 배우들과의 친분은 여전히 두텁게 유지 중이다. 송혜교, 차주영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연기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곤 한다. 그 중심에서 송혜교는 든든한 선배이자 언니로 동생들을 챙긴다. "'옥씨부인전'에 들어가기 전에 아무래도 부담이 컸어요. 제가 '나 망할 거야. 이거 왜 한다 그랬지' 하면서 자책했죠. 혜교 언니한테 위로가 듣고 싶어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언니는 그런 게 있어요. 동생들한테 '넌 할 수 있어'라는 전달을 잘해줘요. 언니가 해주는 말 몇 마디에 힘이 나요. 그래서 제가 약해지고 작아질 때마다 혜교 언니를 찾게 돼요. 이제 다음 작품 준비에 들어가서 고민이 많은데, 조만간 언니를 만나 또 물어봐야겠어요. (웃음)" '더 글로리'의 박연진, '마당이 있는 집'의 추상은, '옥씨부인전'의 구덕이 등 최근 강렬한 서사에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 위주로 연기를 해온 임지연은 배우로서 그 지점이 또 고민이다. "지금 그런 시점인 거 같아요. 연기적으로 강렬한 것만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항상 모든 인물을 강렬하게 매력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죠. 평범한 인물도 해봐야 하는데, 제가 그런 걸 너무 잃지 않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치열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느껴보고 싶어요." 임지연은 최근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 시즌2 합류를 결정했다. SBS '찐친 이상 출발, 딱 한 번 간다면'에 이어 3년 만의 예능 고정 출연이다. 그가 예능을 선택한 건, 다 내려놓고 '평범한 임지연'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진짜 다 버릴 생각이에요. 그냥 저, 임지연으로 가면 될 거 같아요. 임지연으로서 마음껏,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먹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요. 힐링하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예능 출연과 더불어 임지연은 배우 이정재와 함께하는 새 드라마 '얄미운 사랑' 준비에 돌입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자 역할을 맡았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니 기대도 설렘도 크다. 임지연은 '얄미운 사랑'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캐릭터로 '인생 캐릭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예전에 연진이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구덕이와 태영이라고 저를 불러요. '임지연'이라는 이름은 없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면 좋겠어요." 사진 제공 : 아티스트컴퍼니, SLL, 코퍼스코리아 디자인 :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약자의 손에 쥐어진 마지막 진실의 방아쇠, '트리거' 오소룡이었습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트리거'(극본 김기량, 연출 유선동)는 이 꽃 같은 세상, 검찰도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강력 사건들을 끝까지 추적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트리거' 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트리거'를 진행하는 MC이자 PD, 팀장 오소룡 역의 김혜수를 중심으로, 팀에 새롭게 합류한 신입 PD 한도 역의 정성일, 열정 가득한 조연출 강기호 역의 주종혁 등이 출연한다. 탐사보도 팀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다루는데, 사이비 종교의 가스라이팅과 매 타작,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 마약 유통,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 등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모티브로 해서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어려운, 은폐된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고 악인을 응징하는 통쾌한 에피소드가 현실에 발 디디고 있는 우리에게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트리거'를 보고 있으면,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 온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알' PD들이 카메라를 빼앗기고 멱살잡이를 당하는 등의 곤욕을 치르면서도 진실을 알아내겠다는 사명감으로 집요하게 취재에 매달린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트리거' 팀에게도 '똘끼'와 '독기'는 필수다. 다양한 사건 현장에서 진실을 취재하기 위해, 나쁜 놈들의 악행을 까발리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지독해져야만 한다. 목숨 걸고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트리거' 팀의 무모한 이야기가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실이 더 영화 같은 지금 시대가 그런 우악스러움에 대한 타격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한 컷까지 담아낸 '트리거' 팀의 불굴의 의지는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한 방이 되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몸 사리지 않고 '똘끼 충만' PD로 변신한 김혜수 "우린 목숨을 걸고 그 안에 들어가서 증거를 찍어야 해. 그래야 나쁜 짓을 멈추니까." 나쁜 놈들의 잘못을 까발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취재 현장에 뛰어드는 '트리거' 오소룡 팀장은 김혜수를 만나 역동적이고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탄생했다. 오랜 시간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김혜수는 오소룡을 통해 다시 한번 매력적인 캐릭터 플레이를 보여준다. 추격하고 도망치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까지 입었던 김혜수는 그만큼 오소룡 캐릭터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김혜수는 진실을 추구하는 탐사보도 PD의 집요하고 똘끼 가득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나쁜 놈이 머리에 총구를 겨눠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으며 "쏘라고!"라고 밀어붙이는 불도저 같은 면모는 김혜수의 큰 눈과 다이내믹한 표정 연기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빌런 앞에서도, 상사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오소룡의 당당함은 김혜수이기에 표현 가능한 영역이다. 또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이끄는 카리스마와 리더십, 그 속에 툭툭 튀어나오는 엉뚱한 매력, 피해자와 가족을 대할 때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까지, 김혜수는 오소룡으로서 다채로운 연기를 펼친다. 과거 실제로 시사 프로그램 MC로 활약했던 김혜수가 '트리거'의 MC로서 보여주는 믿음직한 진행 실력도, '트리거'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더 글로리' 정성일의 색다른 도전 "예의 바르면서도 싸가지 없는 저 낙하산. 보면 볼수록 재밌네." 오소룡의 기싸움 상대에 나쁜 놈들만 있는 건 아니다. '트리거' 팀에 새로 발령받은 드라마 PD 출신 '낙하산 중고 신입' 한도와도 사사건건 부딪힌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젠틀한 하도영 역으로 '인생 캐릭터'라는 찬사를 받았던 배우 정성일이 '트리거'에서 한도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 변신에 나선다. 후드티셔츠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한도는 "인간은 희망이 없다", "사람은 배신하지만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신조를 갖고 '트리거'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그러면서도 적당히 예의 바르게 할 말은 다 해 사람들의 속을 긁고, 과하게 열정적인 팀장 오소룡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한도도 버라이어티한 취재 현장을 함께 겪으며 어느 순간 오소룡과 '트리거' 팀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자신을 믿고 이끌어주는 오소룡에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열리며 점차 탐사보도 PD로서 커가는 한도의 성장기가 정성일의 신선한 연기로 펼쳐진다. '권모술수' 주종혁의 '공감 가득' 현실 연기 "쫄지 마. 너처럼 반짝반짝 이쁜 놈이 학벌 따위에 쫄지 말라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모술수 권민우'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주종혁이 '트리거' 팀의 3년 차 조연출 강기호 역을 소화한다. 강기호는 오소룡 팀장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청년이다. 정도 많고 눈물도 많지만 특유의 막내미로 '트리거' 팀의 활력소 역할을 하는 '긍정 잡초'다. 하지만 학벌이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이유로, 팀원들에게 열정과 끈기를 인정받으면서도 '계약직 조연출'에 머문다. 이런 불안한 미래 때문에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현실에 타협하는 강기호는 비정규직 청년들이 겪는 억울함과 서러움을 보여준다. 배우로서 차근차근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는 주종혁은 강기호의 재기발랄한 매력부터 서러움까지 현실적으로 연기해 내 공감대를 높인다. 주종혁은 확실히 이번 '트리거'를 통해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김혜수, 정성일, 주종혁 외에도 '트리거'에는 신정근, 이해영, 장혜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연기 구멍 없는 '트리거'의 명연기 퍼레이드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가장 큰 매력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움직임, '트리거' '트리거'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정의를 지키고자, 진실을 알리고자 최선을 다하는 게 무모하고 돈도 안 된다며 비웃음을 당하지만, 오소룡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들이 백날 이런다고 법이 바뀌겠니, 세상이 바뀌겠니?" "바뀝니다. 탐사보도 피디가 바꾸는 건 사람의 마음이거든요." 세상의 변화는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트리거', 언제 어딘가에서 당겨질지 모르는 작은 방아쇠다. '트리거'는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건, 사고들을 소재로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그 현장 속에 카메라를 들고 뛰어든 사람들의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통쾌한 해결 과정을 통해 희망을 전한다. '트리거'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각종 이슈를 좇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익명의 폭로자로 인해 사내 불륜 스캔들에 휘말리고,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광고도 받지 않는다며 방송국으로부터 폐지 위협을 받고, 대한민국 10대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배우 차성욱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 등 여러 일들이 휘몰아친다. 그렇다고 급박한 위기 상황만 이어지는 건 또 아니다. 중간중간 긴장을 풀어주는 위트, 생각지 못한 재치 있는 전개가 웃음을 자아낸다. 긴장감과 유쾌함의 균형 잡힌 밸런스가, 극을 마냥 무겁게만 만들지 않는다. 이 꽃 같은 세상에 날리는 통쾌한 한 방, 세상을 바꿀 작은 방아쇠를 당기는 이야기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트리거'는 지난 15일 디즈니+에서 1, 2회가 첫 공개됐다.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두 편씩 총 12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사진 제공 : 디즈니+, 디자인 :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웹툰작가 1세대 강풀의 작품이 영상 매체로 옮겨와 대중을 만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다. 그동안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해서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등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지난해에는 디즈니+에서 첫 드라마 시리즈물로 '무빙'을 선보였다. 이 '무빙'으로 강풀 작가는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며 K-감성을 녹여낸 한국형 히어로물이 얼마든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른바 '강풀 유니버스'로 재미를 톡톡히 본 디즈니+가 다시 한번 강풀 작가와 손잡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왔다. 지난 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를 시작해 18일 마지막 8부까지 공개를 완료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로 만드는 '조명가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강풀 작가가 '무빙'에 이어 두 번째로 직접 각본에 참여했다. 강풀 작가는 "'무빙' 다음 작품으로 이전부터 '조명가게'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라고 밝히며, 그 이유로 "작가이지만 관객이고 독자로서 '재미있는 작품'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명가게'의 장르는 미스터리 공포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초반 재미 포인트다. 그리고 극이 전개될수록 강풀 작가만의 정교한 스토리텔링과 독특한 세계관, 그 안에서 스며 나오는 따스한 정서가 공포를 넘은 또 다른 재미, 나아가 감동까지 선사한다. 늦은 밤, 어두운 골목 끝에 유일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조명가게로 수상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선글라스를 쓴 사장 원영(주지훈 분)은 그 낯선 손님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어떻게 오셨습니까?"라고 묻는다. 피가 떨어지는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 손님, 빨간 구두를 신고 음산한 기운을 내는 여자, 수상한 자를 쫓다가 들어온 형사 등 조명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가 않다. 전구를 사 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조명가게를 자주 들리는 여고생 현주(신은수 분)만이 손님들 중 정상으로 보인다. 자신을 "아저씨"라 부르며 잘 따르는 현주에게, 사장 원영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이상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어... 낯선 사람들을 조심해라.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척해. 절대로 모른 체 해라." '조명가게'는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는 수상한 사람들의 존재, 평범하고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이 어긋났을 때 들이닥치는 공포가 상당하다. 특히 골목길, 버스정류장, 아파트 복도 등 일상적인 공간이 무서움의 온상이 될 때 현실 공포가 몰려온다. 하지만 '조명가게'의 무서운 장면들은, 나중에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자들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날 때, 소름 돋는 반전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지는 전개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어느덧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희원, 배우 아닌 '조명가게' 감독으로 '무빙'에서 선생님 역할을 한 것에 이어, '조명가게'로 강풀 작가와 또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배우 김희원. 그는 '조명가게'에 출연하는 배우가 아닌 '감독'이다. '조명가게'의 연출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희원은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까지 약 2년의 시간 동안 감독으로서 모든 걸 '조명가게'에 올인했다. '조명가게'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와 그만큼 복잡한 서사, 초현실적인 설정들을 시청자가 이해하도록 하려면 감독의 능력이 중요하다. 김희원 감독도 극을 어떻게 쉽게 풀어, 보는 이들이 어떻게 따라오게 할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고 전했다. 세계관에 대한 정리, 캐릭터별 호흡을 각각 달리 표현해 인물마다의 속도를 다르게 하거나, 회차별로 장르적 성격을 고려해 카메라 앵글과 무빙을 변화하는 등 여러 요소를 녹여냈다. 김희원 본인이 베테랑 배우인 만큼 '조명가게'에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도가 높았고, 그만큼 배우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주지훈은 "같은 배우이기에 배우들이 느낄 수 있는 배려가 넘치는 현장이었다"며 "프리 프로덕션이 굉장히 잘 된 작품이다.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현장에서 느껴졌다. 김희원 감독님께 굉장한 감사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정은도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배우들이 어떤 순간 길을 잃는지, 어떤 감정을 찾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해 줬다"며 배우 출신 감독의 장점을 언급했다. 김희원 감독은 "인생을 쏟아부은 작품. 최선을 다했다"라고 연출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그의 이런 노력은 '조명가게'에 여실히 드러난다. 첫 시리즈 연출작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이 작품의 독특한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배우들의 연기도 섬세하게 조명한다. 김희원의 감독으로서 역량은 기대 이상이다. 만화 찢고 나온 배우들 미스터리한 공간 '조명가게'에는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엄태구, 이정은, 배성우,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김선화, 김기해 등 많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캐릭터로 분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지훈은 조명가게를 항상 지키고 있는 사장 '원영' 역으로 극이 품은 미스터리한 무드와 세계관으로 이끈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목격하는 중환자 병동의 간호사 '영지' 역의 배우 박보영은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밝힌다. 특히 주목할 배우는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 높은 싱크로율의 비주얼과 연기를 선보인 김설현과 엄태구다. 매일 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 '지영' 역은 김설현이, 그런 '지영'을 연이어 마주치며 호기심을 가지는 남자 '현민' 역은 엄태구가 맡았다. 두 캐릭터를 감싸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살인사건을 의심케 하는 공포로 휘몰아쳤다가, 봄꽃 날리는 설레는 멜로로 숨을 고르더니, 안타까운 비극으로 먹먹함을 선사한다. 김설현과 엄태구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시청자가 이들의 사연에 집중하게 만든다. 매일 조명을 사 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는 엄마 '유희'와 조명가게로 가기 위해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는 딸 '현주' 역은 배우 이정은과 신은수가 각각 연기한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이상한 일들을 겪는 시나리오 작가 '선해' 역 김민하, 빨간 구두를 신고 알 수 없는 목적으로 움직이는 '혜원' 역의 김선화, 물에 젖은 채 골목길을 배회하는 '승원' 역의 박혁권, 두려움을 잊기 위해 노래를 부르며 골목길을 지나는 '지웅' 역의 김기해, 사건을 쫓는 집요한 '형사' 역의 배성우,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받는 식당 사장 '상훈' 역의 김대명까지. '조명가게'의 독특한 세계관에 완벽히 녹아들어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한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공포도, 멜로도...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강풀 작가의 작품들은 강력한 이야기의 힘을 갖고 있다. 잘 짜인 서사와 신박한 스토리텔링, 방대한 세계관이 늘 감탄을 자아낸다. '조명가게' 역시 그러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람, 즉 휴머니즘이다. '조명가게'는 호러, 공포 장르로 출발해 때때로 눈을 질끈 감게 만들지만, 극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 가족애 등의 감동 서사가 드러나며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든다. 공존하기 힘든 완전히 다른 장르로의 전환인데 그 흐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힘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조명가게'를 드라마로 각색한 강풀 작가는 "'무빙'과 다른 결을 가진 작품이지만 사람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에서 다 풀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드라마는 깊어졌고,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 등이 영상으로 더욱 풍성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르적으론 호러, 하지만 더 깊숙이는 멜로인 작품"이라고 밝힌 강풀 작가는 "멜로가 남녀 간의 사랑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관계의 사랑을 통해 여러 종류의 멜로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가장 환한 빛을 내는 조명가게가 열렸다. 조금 무섭고 긴장되긴 하지만, 한 번, 그 가게의 문을 열어보고 싶지 않은가. 사진 제공 : 디즈니+, 디자인 :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했던가. 5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열혈사제'가 특유의 유쾌 통쾌한 매력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담즈의 코믹 케미는 더 물이 올랐고, 김남길의 시원시원한 액션은 더 짜릿해졌다. SBS 새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극본 박재범, 연출 박보람)가 지난 8일 첫 방송해 현재 4회까지 방송됐다. '열혈사제2'는 분노조절장애로 성격은 다혈질이지만 따뜻하고 정의감 가득한 신부 김해일(김남길 분)과 구담즈 동료들이 부산으로 떠나 국내 최고의 마약 카르텔과 한판 뜨는 코믹 공조 수사극을 그린다. 시즌1의 신드롬, 그 멤버 그대로 시즌2로 지난 2019년에 방송된 '열혈사제'는 SBS가 '금토드라마'라는 이름으로 처음 편성한 드라마였다. 당시 '열혈사제'는 최고 시청률 24.7%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고, 드라마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열혈사제'의 인기는 이후 '모범택시', '원더우먼', '재벌형사' 등 악을 소탕하는 정의로운 주인공의 활약을 담은 SBS 금토드라마만의 색깔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열혈사제' 시즌1은 엔딩에 "We Will be Back"이란 문구를 박으며 일찌감치 시즌2를 암시했다. 그래서 시즌2 제작을 바라는 시청자의 염원도 컸다. 하지만 그 약속이 현실화되는 데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구성원들의 의기투합 의지는 강했다. 시즌1의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가 그대로 모여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낼 수 있도록 했다. 시즌1의 박재범 작가가 다시 시즌2 집필을 맡았고, 시즌1에 공동연출로 참여했던 박보람 감독이 시즌2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주인공 김해일 역의 김남길을 비롯해, 이하늬, 김성균, 고규필, 안창환, 백지원, 전성우 등 '구담즈' 멤버들이 거의 다 시즌2에 합류했다. 여기에 무술, 음악, 미술, 의상, CG 등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한 드림팀이 다시 뭉쳤다. 이토록 많은 인원이 스케줄을 하나로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이들 또한 '열혈사제2'의 제작을 염원했음을 보여준다. '열혈사제2' 제작발표회에서 김남길은 "시즌2를 하면 더 잘되겠다는 믿음보다도, 서로 같이하면 현장에서 행복하고 즐거울 거고, 그 행복감을 시청자분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겠단 믿음이 있었다"며 "그래서 시즌2가 제작되길 배우들도 기다렸고, 제작된다는 소식에 다들 한걸음에 달려왔다"라고 말했다. 이하늬는 "시즌제로 가는 게 왜 어려운지, 시즌2를 하려 하니 알겠더라"며 시즌제 제작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제작사, 채널,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필요했다. '우리가 시즌2를 하고자 한다, 해야만 한다, 하고 싶다'가 강했다. 그래서 이렇게 뭉칠 수 있었다"라며 모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한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고 밝혔다. 5년 공백기 보이지 않는 완벽 호흡 5년이란 공백기가 있었지만, '열혈사제2' 팀의 호흡은 완벽했다. 오히려 첫 시즌보다 더 좋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 만나는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어색한 분위기나 눈치 보는 상황이 이들에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로 적응 기간 필요 없이 바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이하늬는 "제가 뭘 던지든 (상대가) 받을 거라는 믿음 안에서 연기하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제가 좋은 배우를 만나 연기했다는 걸, 너무 귀한 현장이란 걸, 지난 5년 사이에 제가 이런저런 현장도 경험해 봤기에 아는 거다. 동료들도 그걸 아는 거 같다. 그래서 이 현장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충만하게 즐기겠다는 그 마음을 다들 가져온다"라고 배우들의 마음가짐을 대변했다. 또 "보통 드라마에선 4부 정도 찍을 때까진 서로 어색한데, 여기선 1부부터 마치 마지막 회를 찍는 것 같은 케미로 달렸다. 적응 기간이 필요가 없다. 이게 뭔가 다르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배우들 간의 찰떡 호흡은 코믹한 장면에서 시너지가 배가 된다. 각자 맡고 있는 캐릭터의 설정, 그걸 연기하는 배우들의 특성까지 서로가 낱낱이 알고 있기 때문에, 대본에 없는 아이디어가 넘치고 애드리브가 난무한다. 배우들끼리 "대본대로 해"라고 농담할 정도로, 촬영장 분위기가 시끌시끌 화기애애하다. 그렇게 장면 장면을 꽉 채우다 보니 '열혈사제2'만의 코믹 매력은 극대화되고, 배우들 또한 즐겁게 촬영에 임할 수 있다. 이하늬는 "우리가 지금 굉장히 달리면서 촬영 중이라 힘들 법도 한데, 다들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이럴 수가 있구나' 또 다른 현장의 맛을 맛보고 있다"라며 육체적인 피로감마저 녹여버리는 '열혈사제2' 현장의 매력을 전했다. 기다린 만큼 재밌다... 이유 있는 시청률 1위 '열혈사제2'의 인기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코미디가 강조된 드라마인 만큼 빵빵 터지는 장면들이 많다. 이런 '열혈사제'만의 코미디가 시즌1에서 '병맛', 'B급'이라 불리며 재미를 줬다면, 시즌2에서는 캐릭터 간의 코믹 앙상블이 도드라진다. 김해일-구대영(김성균 분)과 김해일-박경선(이하늬 분), 오요한(고규필 분)-쏭삭(안창환 분), 김수녀(백지원 분)-한신부(전성우 분)가 콤비로 보여주는 코믹 시퀀스가 유쾌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곳곳에 자리 잡아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터지는 각종 패러디 장면들 또한 볼거리다. 악을 처단하는 신부 김해일의 액션은 속을 뻥 뚫리게 한다. 마치 '범죄도시' 마동석의 액션에 대한 믿음처럼, 악당한테 당할지도 모른다는 조마조마한 긴장감은 접어두고, 김해일은 무조건 이길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원한 액션 향연이 펼쳐진다. 검고 긴 사제복을 휘날리며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김해일 역 김남길의 액션은 시즌1보다 강해졌고 화려해졌다. 김남길은 "'열혈사제2'만이 가질 수 있는 유쾌한 것들을 액션에도 녹여내서, 단순하게 빌런들을 응징하는 것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통쾌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시즌1과 다른 시즌2만의 신선한 매력을 담당하는 건 아무래도 새롭게 투입된 배우들의 몫이다. '열혈사제2'에는 배우 김형서(가수명 비비), 성준, 서현우가 새롭게 합류했는데, 초반부터 기대 이상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형서는 김해일과 구담즈를 도와 마약 조직을 소탕할 부산 형사 구자영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 위에 열정적이면서도 MZ의 매력을 지닌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준은 동남아에서 넘어온 마약왕 김홍식 역으로 잔혹한 악마의 포스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서현우는 부산 남부지청 마약팀 부장검사 남두헌 역을 맡아 뱀 같은 성격의 욕망 검사로 색다른 악인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기대 속에 출발한 '열혈사제2'는 첫 회부터 전국 11.9%, 최고 15.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다만 2회 전국 시청률이 10.1%로 주춤해 초반 우려를 낳았지만, 3회 10.7%, 4회 11.2%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 2회에서 너무 힘을 줘 다소 과하게 느껴졌던 코믹한 장면들이 3, 4회로 넘어가며 자연스러워졌고, 악인들과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극에 무게감도 붙었다는 평가다. 사실 '열혈사제2'가 너무 코미디에 치중하다가 자칫 이야기가 너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박보람 감독은 "박재범 작가님이 잘하는 게 코미디이기도 하지만 사회 비판, 우리 사회에서 문제 되는 걸 잘 풍자하는 분이다. 그게 대본에 잘 녹아 있어서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잘 녹아내려 했다"라며 "단짠단짠으로, 코미디와 알맹이 있는 이야기가 빠르게 교차돼서 너무 가볍다고 느끼진 않을 거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열혈사제2'의 뚜껑을 열어보니, 박 감독의 말이 이해가 된다. '열혈사제2'는 시즌1 때보다 코미디 파이를 더 키워 시청자가 보기에 더 편하고 재밌는 드라마가 됐다.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 한 드라마는 또 아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마약 사건을 큰 줄기로 해서 사회적 이슈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보다 보면, 생각할 거리들이 묵직하게 한 방을 때린다. '열혈사제' 시리즈의 히어로 김남길은 시즌2 역시 시청률 20%를 넘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물론 5년 전과 달리, 지금의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는 시청률 10%만 넘겨도 성공한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시청률 20%를 목표로 하는 이유가 있다. 김남길은 "시청률 20%는 숫자적인 성공보다도, 그만큼 많은 분들이 '이걸 보고 행복해하셨구나' 하는 척도로서 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총 12부작으로 제작되는 '열혈사제2'가 4회까지 방영됐다. 과연 김남길의 바람처럼 시청률 20%를 넘길 수 있을지, 시즌1만큼의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자인 :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tvN 주말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의 인기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 방송된 첫 화는 시청률 4.8%로 출발했으나, 두 번째 방송이 시청률 8.2%로 두 배가량 치솟았다. 이후 계속 시청률이 오르더니 최신 회차인 6화는 무려 13.4%를 기록하며 첫 화 대비 3배나 뛰었다. 화제성 지표 역시 최상위권이다. 지난 2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고,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10월 4주 차 TV-OTT 화제성 조사에서도 '정년이'는 통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도 '정년이'에 출연하는 김태리가 3주 연속 1위를 수성했고, 2위 신예은, 4위 정은채 등 TOP 4에 세 명의 출연자가 이름을 올렸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소리 재능을 타고난 목포 소녀 윤정년 캐릭터로는 배우 김태리가 분한다. '정년이'는 지난 2019년부터 4년간 네이버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정년이'는 창극으로 만들어져 국립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웹툰에서 창극으로, 그리고 이번엔 드라마로 확장된 '정년이'가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TV 속에서 펼쳐지는 여성 국극의 매력 '정년이'의 중심 소재인 '여성 국극'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성 국극은 1950년대에 실제로 인기를 끌었던 종합공연예술이다. 현대의 뮤지컬처럼 노래, 춤, 연기를 모두 선보이는데, 남역이든 여역이든 모든 역할을 여성 국악인이 소화한다. 드라마 '정년이'는 이런 여성 국극의 매력을 TV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정년이'는 극중극(극 안에서 진행되는 극) 형태로 배우들의 국극 공연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난 3화에 등장한 국극 '춘향전'은 무려 20분간이나 펼쳐졌다. 3화 분량이 총 70분인데 그중 1/3가량을 국극 공연을 보여주는 데 할애한 셈이다. 시청자가 국극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게 곧 '정년이'란 작품에 설득력을 불어넣고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걸 아는 제작진의 과감한 선택이다. 또 완벽한 국극 재현에 대한 제작진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년이'에서 선보인 '춘향전', '자명고' 같은 국극 공연은 굉장히 사실적이다. 화려한 무대 연출과 미술, 소품, 분장, 의상 등이 완벽히 구비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소리를 하고 안무를 소화한다. 국악방송에서나 볼 법한 잘 짜인 전통극이 압축적으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에 '정년이' 시청자는 마치 공연장에서 국극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처럼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배우들의 군무에 빠지고 구성진 소리에 매료된다. 정년이가 국극을 처음 보고 "별천지 같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정년이'가 국극을 '진짜'처럼 구현할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걸 진짜로 한다고?"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분명 '정년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인데, 이들이 '국극 배우'로서 선보이는 안무, 소리, 연기 등에는 부족함이 없다. 김태리, 정년이의 시작과 완성 특히 주인공 윤정년으로 완벽하게 거듭난 김태리의 높은 싱크로율은 드라마 '정년이' 성공의 중심이다. 원작 웹툰의 작가들은 영화 '아가씨'에서 김태리가 연기한 숙희 캐릭터를 보고 정년이의 외형, 성격 등을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웹툰 '정년이'의 시작점에, 김태리가 모티브로 작용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웹툰 원작을 봤다는 김태리는 "정년이에게서 내 얼굴과 말투가 읽혔다"며, 캐릭터와 동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웹툰 '정년이'의 드라마화가 결정된 후, 윤정년 캐릭터를 김태리가 맡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김태리가 연기한 윤정년은 단순히 '싱크로율 몇 프로'로 표현할 차원을 넘어섰다. 김태리로 인해 윤정년은 현실 어딘가에 살아 숨 쉴 것 같은 입체적이고 생동감 가득한 인물로 태어났다. 김태리가 윤정년이고, 윤정년이 곧 김태리였다. 김태리는 목포에서 엄마를 도와 생선을 팔던 시골 소녀가 국극의 신세계에 눈을 뜨고, 꿈을 좇아 무작정 상경하는 윤정년의 서사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또 윤정년이 매란국극단에 연구생으로 들어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국극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채롭고 섬세한 연기로 그려냈다. 특히 김태리의 연기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극에서 윤정년이 하는 '소리'를 모두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는 점이다. 김태리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판소리를 배워 3년여간 실력을 갈고닦았다. 비슷하게 흉내내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소리꾼이 되기 위해 노력을 퍼부었다. 그런 땀의 결실로 '타고난 소리 천재' 윤정년 캐릭터가 완성됐다. 김태리에게 소리를 지도한 권송희 소리꾼은 "김태리 배우의 소리는 굉장히 카랑카랑하지만 그 안에 파워가 있고 엄청난 가능성이 있었다"라며 "정년이로 변신하고 싶은 욕심, 열정이 너무 느껴졌다. 함께 정년이를 찾아가는 여정의 동반자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목포 출신 정년이의 구수한 사투리를 표현하기 위해, 김태리는 목포로 어학연수(김태리식 표현)를 다녀오기도 했다. '언어는 귀가 트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 2, 3회씩 목포에 내려갔고, 사투리 선생님에게 전담 코칭을 받으며 모든 대사를 녹음해 입에 붙을 때까지 반복 연습했다고 한다. 이런 각고의 노력으로 김태리는 사투리 억양이 센 윤정년의 말투를 어색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김태리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좀 더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쏟는 배우로 유명하다. 앞서 김태리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펜싱 선수 역할을 위해 6개월간 펜싱 훈련에 매진했고, 평소에도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영화 '외계+인'의 날렵한 액션신을 위해 따로 기계체조를 배우기도 했다. 이번 '정년이'를 위해서도 김태리는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생생한 윤정년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런 김태리를 보며 '정년이'의 정지인 감독은 이런 극찬의 말을 남겼다. "지평선 너머의 예술가를 만났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노력으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배우들 비단 김태리뿐만 아니라, '정년이'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은 저마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100%로 표현해 내기 위해 애썼다. 매란국극단 단장 김소복 역의 라미란은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틈틈이 소리와 춤을 연습하는 광경에 "마치 오디션장 대기실을 보는 것 같았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귀띔했다. 시골에서 상경한 소리 천재 윤정년과 정반대로, 부잣집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에 노력을 더해 소리 실력을 쌓은 허영서 캐릭터는 배우 신예은이 연기한다. 신예은도 1년여의 소리 트레이닝을 통해 수준급 실력을 갖췄고, 김태리와 신예은이 주가 되어 부른 '광한루 추천가, 방자부름', '아이고 춘향아, 아이고 서방님', '봄타령, 월매', '사랑가' 등은 드라마 공식 OST 음원으로도 발매됐다. 신예은은 허영서의 얼음장 같은 냉철한 모습부터 매란국극단의 모범 연구생답게 능수능란하게 국극을 소화하는 모습까지 선보이며, 윤정년의 라이벌 역할로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매란국극단의 남자 주연을 도맡는 문옥경 역의 정은채는 촬영 전부터 소리, 무용 수업과 액션스쿨을 다니며 연습에 몰두했다. 또 최고의 '국극 왕자'로 불리는 캐릭터에 걸맞게 헤어스타일을 숏컷으로 바꿨고,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촬영장 밖에서도 남자 옷을 입으며 남성적인 움직임을 체득하려 노력했다. "스리피스 정장 같은 남성복을 근사하게 소화하고 싶어 어깨 운동도 했다"고 말하는 정은채다. 매란국극단의 여자 주연을 도맡고 춤에 있어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서혜랑 역의 김윤혜는 검무와 북춤에 능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용 연습에 매진했다. 이밖에 홍주란 역 우다비, 백도앵 역 이세영, 서복실 역 정라엘, 진연홍 역 조아영 등 매란국극단 소속의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들은 연기 외에 노래와 춤까지 익혀야만 했다. 어릴 적 '민요 신동'으로 불렸던 그룹 오마이걸 멤버 승희는 '정년이'에서 박초록 역을 맡아 특기를 살린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맞춤 캐스팅이다. 편성 잡음, 그리고 피해 갈 수 없는 원작 훼손 논란 지금은 잘 나가는 '정년이'지만,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정상 방송이 가능할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정년이'는 당초 MBC에서 편성을 받고 제작에 돌입했지만, 도중에 tvN으로 채널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MBC는 '정년이' 제작사들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고 재산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았다. 첫 방송 전부터 편성 잡음으로 시끄러웠던 '정년이'인데, 막상 작품이 공개된 후로는 배우들의 열연과 높은 완성도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부정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가 쏙 들어간 상태다. '정년이'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은 그와의 비교를 피해 갈 수 없다. 드라마 '정년이'는 캐릭터와 싱크로율 높은 배우들의 활약과 국극의 재현 등에서 평면적인 웹툰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칭찬을 받지만, 원작의 전개와 다른 지점들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원작 웹툰에서 주요하게 다룬 '동성애 코드'를 드라마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완전히 지웠다는 점이 주요 논쟁거리다. 원작 웹툰에서는 정년이의 1호 팬이자 친구인 권부용이라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권부용은 정년이의 국극 배우로서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인물로, 정년이와 애틋한 사랑의 감정도 나눈다. 하지만 드라마 '정년이'에서는 이 캐릭터 자체가 사라졌다. 웹툰은 독자가 취향대로 작품을 선택할 수 있어 동성애 설정에 비교적 개방적이지만, 불특정한 일반 대중에게 오픈된 드라마라는 매체에서 동성애 설정을 그대로 살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원작 웹툰 팬들에게 주요 캐릭터의 삭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드라마 '정년이'의 정지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각색 과정에서 부용이 사라졌지만 부용이 갖고 있던 정서는 다른 캐릭터에 녹이는 식으로 최대한 살리려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영애 분)과 금영(홍리나 분)처럼, 정년이와 영서의 관계성을 통해 여성 캐릭터들의 대립과 연대, 성장을 주요하게 담고자 했다고 의도를 전했다. 또 "최종적인 각색 방향은 작품 제목처럼 정년이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과 매란국극단 내부의 서사를 끌고 가는 거였다"고 덧붙였다. 원작 웹툰에 있던 동성애 설정을 뺀 대신, 드라마 '정년이'에 새롭게 추가된 이야기들이 있다. 원작에서 문옥경은 윤정년의 롤모델로 비치지만 정작 두 사람의 관계성은 그리 깊지 않은데, 드라마에서는 문옥경이 목포 바닷가 시장에서 소리를 하는 윤정년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먼저 국극 배우로 발굴해 키우려 한다. 윤정년의 어머니 채공선(문소리 분)이 한때 세상을 놀라게 한 천재 소리꾼이란 사실도, 웹툰에서 정년이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소리를 들으며 자라 짐작 가능한 영역이지만, 드라마에서 정년이는 매란국극단에 입단한 후에야 어머니의 정체를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는 정년이가 어머니의 그늘 아래에서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영서를 이해하고, 두 사람이 보다 가까워지는 데 중요한 서사로 작용한다. 드라마화되며 원작과 달라진 지점들이 실망스러울 수도, 확장된 서사가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떻게 느끼든, 그건 시청자의 몫이다. 고로, '정년이'를 본, 혹은 앞으로 이 작품을 볼, 당신의 몫이다. '정년이'는 총 12부작으로, 현재 6부까지 공개됐다. 사진 제공 : tvN, 디자인 :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저희 아파트 주민분들이 진짜 감사하게도, 제 드라마가 잘 되든 안 되든 늘 봐주세요. 특히 어르신들이 오가다 만나면 꼭 드라마 얘기를 하면서 인사해 주시는데, 이번 '굿파트너'는 반응이 달랐어요. 제게 다가오실 때부터 이미 신이 난 상태로 '잘 보고 있다' 말해 주시더라고요. (웃음) 제가 다 뿌듯했어요. 그만큼 '굿파트너'를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해요." 배우 장나라는 지난 20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를 통해 다시 한번 '믿고 보는 배우'의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 중 베테랑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며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견인했다. '굿파트너'는 10%를 훌쩍 뛰어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영 내내 동시간대 1위, 주간 미니시리즈 1위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굿파트너'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 변호사 차은경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의 고군분투와 연대를 담은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베테랑 이혼 변호사인 차은경이 직접 자신의 이혼을 마주하고 나서야 '진짜 이혼'의 의미를 깨닫고 변화하는 과정, 신입 변호사 한유리가 냉철하고 독한 선배 차은경을 만나고 기상천외한 이혼 사건들을 겪으며 '진짜 변호사'로 커가는 성장기, 이런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진짜 굿파트너'로 연대해 나가는 이야기가 많은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굿파트너'의 마지막 방송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후 만난 장나라는 모든 공을 파트너 남지현에게 돌렸다. 차은경에게 한유리가 있듯, 자신에게 남지현이 있었다며 진정한 '굿파트너'였다고 치켜세웠다. "남지현 씨는 저에게 정말 '굿파트너'였어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죠. 그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좀 더 자유롭게 캐릭터를 해석할 수 있었어요. 한유리처럼 남지현 본인도, 너무 믿음직스럽고 청렴하고 건강한 느낌이에요. 제가 혼자 지고 가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맡기고 자유롭게 놀아보자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상대라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제가 남지현 씨를 '복댕이(복덩이)'라고 불렀어요. 그런 복댕이가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촬영장이었죠. 남지현이란 배우 자체가, 진짜 잘 자란 나무 기둥 같아요. 제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그 근처에 갈 수 없다는 생각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이 친구가 한유리로서 딱 버티고 있어 주니 제가 자유롭게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차은경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고 수많은 히트작이 있는 베테랑 배우인데도, 장나라는 '어떻게 해야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여전히 갑갑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봐도, 모르겠더라. 그 고민은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고민한다고 해서 나아질 거 같지도 않은데, 그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할 거 같다"며 배우로서의 고뇌를 전했다. 그런 끊임없는 고민 끝에 나왔기 때문일까. '굿파트너'에서 장나라의 연기는 단 한 순간의 빈틈도 없었다. 장나라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베테랑 변호사 차은경의 노련하고 냉철한 모습부터, 남편과 비서의 바람에 처참하게 무너지고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 딸에게는 한없이 부족한 엄마라 미안해하면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까지, 매 장면 공감 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했을 텐데, 장나라는 '굿파트너'를 집필한 최유나 작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굿파트너'는 실제 이혼 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변호사가 직접 집필한 드라마로, 현실에 기반한 사실적이고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저의 변호사 준비는 작가님이 시켜주셨어요. (웃음) 절 데리고 다니면서 다른 변호사들도 소개해 주셨고, 그렇게 계속 변호사님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호사란 옷을 입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작가님 본인이 변호사 일을 하고 계시니, 대본이 너무 친절했어요. 대본 안에 다 담겨 있어서 딱히 물어볼 것이 없었죠. 작가님이 굉장히 열정적인 분이에요. 저희와 계속 소통하며 마치 사용설명서처럼 많은 걸 얘기해 주셨어요. 보통 전문직 관련해 촬영을 하다가 모르거나 궁금한 것들이 생기면, 주변에 물어볼 수 있는 지인들을 수소문하곤 해요. 그런데 이번엔 작가 본인한테 물어보면 되니 편하고 좋았어요. 완벽한 원스텝 시스템이었죠." 변호사 캐릭터를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대사량'이었다. 장나라는 '굿파트너' 촬영 초반 대사 실수로 NG를 수차례 내며 스스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제가 대사를 외울 때 굉장히 열심히 해요. 대본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남의 대사까지 다 보며 전체 흐름을 파악하죠. '굿파트너' 대본도 그렇게 많이 보며 대사를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촬영 나가서 초반 2~3일 동안 몸 둘 바를 모르도록 NG를 많이 냈어요. '내가 이렇게 NG를 많이 내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죠. 그 후로 대본을 더 많이 봤어요. 밥을 먹을 때도 옆에 대본을 뒀고, 뭔가 다른 일을 할 때도 계속 대본을 두고 봤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부터는 대사가 외워지더라고요." 남들의 이혼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하던 차은경은 스스로 이혼 소송의 주인공이 된다. 남편 김지상(지승현 분)이 차은경의 비서 최사라(한재이 분)와 바람이 나 차은경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지상의 뻔뻔함과,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며 불륜을 정당화하는 최사라의 태도는 시청자의 공분을 샀고, 두 캐릭터를 실감 나게 연기한 배우들도 덩달아 시청자의 욕(?)을 먹었다. 이런 반응에 배우 지승현은 '대국민 사과 영상'을 공개하는 유머러스한 대응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지상이 차은경에게 이혼 소장을 날리고, 적반하장으로 '너 내 방에 CCTV 달았냐'며 따질 때, 정말 너무 싫더라고요. 자신이 잘못해 놓고 어떻게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는지. 이해도 안 갔고, 너무 못 됐다고 생각했어요. 지승현 씨가 너무 연기를 잘했어요. 살신성인으로 자신을 내던져 연기했기 때문에, 김지상에 모두가 공분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다들 걱정했어요. 상반기에 '고려거란전쟁'이란 드라마에서 양규 장군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분인데, 이래도 되나 싶어서요. 근데 본인이 그런 걸 다 내려놓고 연기하더라고요. 막판에 지승현 씨의 '대국민 사과 영상'이 나온 걸 보면서, 참 감사하고, 죄송스럽고, 그랬어요." 장나라가 바람난 남편을 둔 아내 캐릭터를 연기한 건 '굿파트너'가 처음은 아니다. '황후의 품격'의 오써니, 'VIP'의 나정선, '나의 해피엔드'의 서재원 등 공교롭게도 최근 선보인 인기 작품들에서 장나라의 남편들이 외도를 저질렀다. 이를 두고 장나라는 "일부러 그런 걸 골라서 한 건 아니다. 전작과 다르게 할 수 있는 게 있는가를 보며 작품을 고르는데, 공교롭게도 자꾸 불륜이 등장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나라는 연이은 우연에 "불륜 마스터가 될 거 같다"며 웃어 보였다. 작품 안에서는 살벌한 이혼 공방을 펼쳤지만, 실제 장나라는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장나라는 지난 2019년 SBS 드라마 'VIP'에서 주연배우로 활약하며 해당 작품에서 촬영감독으로 일했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22년 결혼했다.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이혼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는데, 집에 돌아가면 남편이 반갑게 자신을 맞아주는 현실. 장나라는 드라마와 이런 현실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조금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받는 안정감으로 인해 연기를 더 잘 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촬영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혼 상황 때문에 배우들끼리도 '어떻게 저러냐', '간통죄가 있어야 한다'며 분노하고 그러는데, 집에 돌아가면 남편이 기쁘게 맞아주니까 '어?' 할 때가 있었어요. 약간 괴리는 분명히 존재했어요. 근데 전 개인적으로, 연기와 생활이 완전히 갈라져야 하는 스타일이고, 제 생활이 재미있고 안정적이어야 연기에 집중을 할 수가 있어요. 제 생활에 우울감이 있거나 어떤 문제가 생기면, 연기할 때도 집중을 못 하죠. 지금의 제 생활이 좋고 잘 지내기 때문에, 연기할 때 안정적으로 연기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주제가 주제인 만큼, '굿파트너'에는 다양한 이혼 사건들이 등장했다. 장나라는 그 가운데 2회에서 그려졌던 '캠핑장 불륜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을 결정한 아내가 양육권과 위자료 20억 원 중, 위자료를 선택하는 에피소드다. 이 에피소드는, 엄마가 돈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에는 엄마가 아이들까지 되찾을 것이라는 베테랑 이혼 변호사 차은경의 현실적인 해석이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혼은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걸 보여준 에피소드 같아요. 그 에피소드가 이혼 후 아내의 새로 시작하는 삶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미래까지 고려하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을 보여줬죠. 이런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굿파트너'는 이혼 변호사들의 활약을 통해 이혼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깨는 데 일조했다. 특히 이혼 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차은경은 자신의 이혼을 겪으며 그 속에 담긴 이혼의 진짜 의미를 깨닫고, 새로운 삶을 위해 그동안 몸담았던 대형 로펌 '대정'에서 독립해 작은 법률사무소 '다시, 봄'을 차린다. 이런 차은경의 새로운 도전은 '굿파트너'가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결을 같이 한다. "마지막 회에 인상적인 차은경의 대사가 있어요. '결혼, 비혼, 이혼 그거 다 선택이다. 우리가 잘해야 하는 건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이다. 그리고 그 노력을 다했다면, 후회하지 않고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 선택과 책임이 반복되는 거, 그게 인생이 아닐까' 하는 대사예요. 보통의 사람이 갖고 있는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저한테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그 대사를 연기하며, 이게 단지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결혼이란 게 몇십 년 따로 산 사람들이 같이 사는 거잖아요. 혈육끼리도 힘들 때가 있는데, 그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죠. 그런데 최선을 다했는데도 잘 안된다면, 그걸 리셋하고 더 나은 삶은 위해 다른 선택을 하는 용기도 필요하고 그 자체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굿파트너'를 통해 그런 마음들이 잘 전달되지 않았나 싶어요. 차은경이 차린 '다시, 봄'도, 의뢰인이 힘든 시기를 지나 따뜻한 봄을 빨리 맞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는데, 작가님의 의도가 투영됐다고 생각해요." 장나라는 '굿파트너'를 "감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며 "난 땡잡았다"라는 재미있는 표현도 썼다. "너무 감사한 작품이죠. 자랑하고 싶은 게, 현장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스태프들도 굉장히 성실하고 베테랑들이라 준비를 잘해주셨고, 배우들도 누구 하나 촬영할 때 처지는 경우가 없었어요. 그래서 열 번으로 예정된 세트 촬영이 7~8번 만에 끝나곤 했어요. 저녁 먹기 전에 촬영이 모두 끝나서, 모든 사람의 워라밸이 좋았어요. 그렇게 분위기가 좋으니, 만나면 또 웃을 수 있었죠. 아픈 사람도 없었고요. 남지현, 김준한, 피오 등 동료들도 너무 순한 사람들만 있었어요. 사람들도 좋고, 현장도 아름답고, 시청자분들도 너무 좋게 너그럽게 봐주시고. 저한텐 더할 나위 없이 모든 게 고마운 작품이에요. 저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이게 열심히만 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전 정말 땡잡았어요. (웃음)" '굿파트너'의 흥행과 더불어, 그 속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뽐낸 장나라는 일찌감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의 강력한 대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장나라는 대상 욕심은 전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제가 상 욕심은 저 멀리 던져 놓은 지 오래됐어요. 그런 것에 욕심을 가지기 시작해 매달리다 보면, 삶이 재미없을 거 같더라고요. 결국 모든 건,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하기 위해 하는 거잖아요? 그런 걸 바라기 시작하면, 제 성격상 너무 그거에 집착할 거 같아서. 삶이 즐겁지 않을 욕심은 멀리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제가 가진 욕심이 있다면, 상보다는 작품이 잘 되고 연기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 또 색다르고 재밌는 작품 제안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욕심, 그런 거예요." 마지막으로 장나라에게 '굿파트너' 시즌2의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최유나 작가님이 원래 작고 마른 체형이에요. 근데 작품 끝날 때 보니, 거의 없어질 정도더라고요. 제가 태어나서 본 사람 중에 가장 작고 말랐어요. 본업도 병행하고 있으니, 그만큼 힘드셨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작가님한테 '시즌2는 안 쓰시냐'고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요. 저야, 시즌2가 한다면 너무 좋죠.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또 작업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어요." 사진 : '굿파트너' 스틸컷, 라원문화 제공, 디자인 :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입소문'의 위력은 대단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도, 작품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호평의 입소문이 나는 게 작품 흥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지난 10일 ENA에서 마지막 10회를 방영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 연출 유종선, 크리에이터 표민수)는 시청자 사이에서 '웰메이드'로 입소문이 나며 제대로 뒷심을 발휘한 드라마다. '유어 아너'의 시청률은 1회 1.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최종회인 10회가 6.1%로 종영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선정한 TV-OTT 통합 주간 화제성 순위에서도 방송 2주 차부터 내내 상위권에 랭크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유어 아너'의 이런 시청률 상승과 화제성 순위가 의미 있는 이유는, 작품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어 아너'는 대중과 친숙한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의 여타 OTT 플랫폼에서 접할 수 없고, 오로지 KT가 운영하는 IPTV인 지니TV와 KT의 유료방송 채널인 ENA에서만 볼 수 있었다. 이에 이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며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어디서 봐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어 안달 나게 만드는 작품으로 여겨졌다. '유어 아너'는 동일한 뜻을 가진 제목 'Kvodo(크보도)'라는 이스라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드라마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아이리스2', '프로듀사'의 표민수 감독이 크리에이터를 맡으며 전반적인 기획에 공을 들였고,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종이달'의 유종선 감독이 연출을 담당했다. '유어 아너' 호평의 중심에는 배우 손현주와 김명민, 두 베테랑 배우들이 있다. 자타공인 '연기의 神(신)'이라 불리며 대중의 인정을 받은 두 배우의 연기 맞대결만으로 '유어 아너'는 봐야 할 명분이 충분한 작품이다. 실제로 두 배우는 '유어 아너'에서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폭발시키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유어 아너'는 모두에게 존경받는 판사 송판호(손현주 분)의 아들 송호영(김도훈 분)이 범죄조직 보스 김강헌(김명민 분)의 아들 김상현(신예찬 분)을 죽게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범죄 스릴러다. 판사 송판호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자신 또한 손에 피를 묻히게 되고, 김강헌은 아들을 죽인 범인을 추적하고 복수하려다가 더 큰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 '유어 아너'에 관통하는 주제는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된 두 아버지의 그릇된 부성애다. 그 두 아버지를 연기한 손현주와 김명민은 1분 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빼어난 연기력으로 때론 애틋하고 절절한, 때론 극단적으로 매정한 부성애의 양면성을 오롯이 그려내며 극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손현주가 '유어 아너'를 선택한 건 재미있고 탄탄한 대본, 감독들과의 미팅에서 좋은 감정을 공유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건 매니저의 한마디였다. "제 매니저가 저랑 10년 이상 됐는데, 저한테 '선배는 좀 고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선배의 모습을 보고 많이 따라줄 거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처음 고생했던 역할이 10여 년 전 '추적자 THE CHASER'인데 그 후로 쉬운 것들은 잘 안 들어왔어요. 이번에도 '얼마나 고생스럽겠어' 하며 '유어 아너'를 선택했는데, 심정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힘든 만큼, 보람도 커요." 반듯한 성품에 명망 높은 판사였던 송판호. 그는 김강헌 회장으로부터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악행을 이어가야만 하는 딜레마 속에서 두려움, 좌절감,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감춰야 할 게 많아진 송판호의 내적 갈등을 손현주는 붉게 충혈된 눈, 떨리는 얼굴, 멈칫하는 호흡 등 온몸으로 표현해 낸다. 그의 섬세한 연기력은 감탄 밖에 안 나온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TV로 보는 시청자는 알아야 하고, 극 안에서 송판호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몰라야 하는 상황,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죠. 전형적인 클리셰, 정답이나 공식처럼 보이는 것은 싫었거든요." 배우도 연기를 하는 직업인으로서, 슬픔, 분노, 기쁨 같은 감정을 기술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손현주는 다르다. 그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오롯이 집중한다. 그래서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자신 또한 느끼며, 즉흥적인 연기로 승화시킨다. 손현주가 송판호의 두려움을 실감 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건, 그 역시 같은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 지금까지 드라마나 영화에 임하며, 캐릭터가 죽을 것 같은 마음을 느끼면 저도 죽을 것 같았고, 무서워 피하고 싶으면 저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배우들이 멋을 내거나 고급스럽게 표현할 수도 있는데, 전 실제로 두렵고 무서워요. 그래서 촬영장에 갈 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지 않고 가요.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그 공간이나 세트가 어떤지, 주위에 뭐가 있는지, 그런 것만 확인해요. 그래서 모르는 공간이나 지방 촬영이 예정됐다면, 먼저 가서 살펴보기도 해요. 연기를 하면서 '상대 배우가 이렇게 하면 난 이렇게 해야지' 그런 대비를 하거나 연기적인 합을 미리 맞춰둔 적이 없어요. 그 상황에 절 두고, 견디는 거예요. 두려우면 두렵고, 무서우면 무서운 거죠. 그런 감정, 그 바탕만을 생각하고 연기하려 해요. 전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연기할 거 같아요."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연기로 전달하기 위해, 손현주가 배우로서 사용하는 유일한 기술적(?)인 표현법은 눈을 깜박이지 않는 것이다. 송판호의 눈이 충혈된 장면이 많았던 것도, 근본적인 이유를 찾자면 손현주가 눈을 깜박이지 않아서지만, 그렇게 벌겋게 변한 송판호의 눈은 시청자에게 많은 감정을 전달했다. "연기를 하며 언젠가부터 습관적으로 눈을 깜박이려 안 해요. 그게 감정을 흩트린다고 생각해서, 되도록이면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충혈될 때가 많고, 눈도 아파요. 그게 복잡한 감정 같아요. 눈이 빨개지면, 울고만 싶은 캐릭터의 심정,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한 그 감정이 느껴지니까요." 김명민은 2021년 드라마 '로스쿨' 이후 3년 만에 '유어 아너'로 연기에 복귀했다. 지난 3년간 그는 그동안 일하느라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한 가족들과 함께했다. 특히 아들과 많이 소통하며 추억을 남겼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한 그 3년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무 좋았던 시간"이라 말한다. 아버지에서 다시 배우로 돌아온 김명민은 '유어 아너'에서 김강헌이라는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했다. 김강헌은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로서 무섭고 위압적인 인물인데, 죽은 아들을 생각하며 슬퍼하거나 사랑스러운 딸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을 땐 가정적인 아버지의 모습도 보인다. 김명민은 이런 양쪽 감정 모두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김강헌의 내면적인 건, 저도 아버지고 나이대도 비슷해서 감정 이입이 잘 됐어요. 김강헌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걱정한 부분은, 외형적인 모습만으로 상대방을 내리누를 수 있는 위압감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손현주 형님은 굉장한 대배우잖아요. 제가 내려찍는 연기를 못해서 괜히 누가 될까 봐, 제가 못해서 형님의 캐릭터가 잘 살지 않을까 봐 걱정했어요. 김강헌이 대사가 많지도 않고, 뭔가를 전달하는 신에서는 외적 포스에만 포커싱을 맞춰요. 영화 '대부'를 레퍼런스 삼아서,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의 중간 정도의 캐릭터로 잡아보고자 했어요. 그래서 의상도 양복으로 클래식하게 입었고요. 살도 찌웠어요.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라, 매일 밤 햄버거를 먹고 잔 거 같아요. 그러면서 7~8kg을 증량했어요." 김명민은 자신의 본모습을 지우고 온전히 캐릭터에 동화되는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배우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작은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설정으로 놀라움을 주곤 한다. 그런데 김명민은 이번 '유어 아너'에서 메소드 연기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제 메소드 연기와 멀리하고 싶어요. 지인들에게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너무 메소드 메소드 하니, 그게 더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요샌 쉽게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분위기인데, 너무 강압적으로 연기하면 오히려 주변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라는 충고였죠. 그래서 이번 작품에선 최대한 메소드랑 상관없이, 김강헌을 편하게 풀어보고자 했어요. 그런 이유로, 솔직히 살을 찌운 이야기도 안 하고 싶었어요. 그런 건 어느 배우나 작품 준비하며 하는 건데, 제가 유독 그런 게 부각되더라고요." '메소드 연기'와 거리를 뒀다고는 하지만, 김명민은 김강헌 회장 그 자체로 완벽히 거듭났다. 조직의 보스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김강헌의 묵직함을 카리스마 있게 잘 그려냈는데, 김명민은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에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내리누르면서 연기를 해야 했어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안으로 슬픔을 숨기고, 남에게 안 보이고. 김강헌으로서 그런 슬픔을 표현하기가 힘들었어요. 차라리 지르고 하는 게 편해요. 집에 돌아가면 제대로 안 하고 온 거 같아 괜히 찝찝하고 그랬죠. 김강헌의 슬픔은 안으로 삼키는 건데, 그런 게 연기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걸 이번에 많이 알게 됐어요." 손현주-김명민 연기 앙상블, 시즌2서 볼 수 있을까? 손현주와 김명민의 연기를 한 프레임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시청자는 열광했다. 두 사람의 연기가 가져오는 극강의 긴장감과 몰입감에 "연기 차력쇼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시청자들의 기대만큼, 두 사람도 서로와의 연기 호흡에 대한 기대가 컸다. "김명민 씨를 꼭 만나고 싶었어요. '베토벤 바이러스', '불멸의 이순신' 등 명민 씨가 나오는 작품들을 잘 봤거든요. 명민 씨와 처음 만났지만, 친구 같은, 동료 같은, 저한테 소중한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어요. 명민 씨와 절 두고 '연기 대결'이라 하던데, 전 대결이 아니라 '같이 가는 거'라 생각해요. 이번 작품을 하며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딱딱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굉장히 부드럽고 여린 사람이더라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생이 생겼어요. 명민 씨와 다시 한번 작품으로 또 만나고 싶어요. 꼭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해요." (손현주) "'유어 아너'에 손현주 형님이 저보다 먼저 캐스팅된 상황이었어요. 표민수 감독님과 손현주,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듣고, 대본도 보지 않았는데 그냥 하고 싶었어요. 현주 형님은 제가 존경하는 배우고, 언젠가 꼭 한 번은 연기해 보고 싶었거든요.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하게 됐는데, 해보니 역시나 '왜 대배우 손현주구나' 알게 됐죠. 현주 형님과의 시너지는 대단했어요. 형님은 모든 걸 받아주는 '산' 같은 존재예요. 언제 뭘 던져도 다 받아주고, 치유해 주고,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형님을 보면 다 해소가 돼요. 아마 다른 후배들도 다 그렇게 느꼈을 거예요. 정말 대단한 배우예요." (김명민) '유어 아너'에는 손현주, 김명민 외에도 알토란 같은 배우들이 즐비하다. 송판호의 반전 있는 아들 송호영 역의 김도훈, 김강헌의 악랄한 큰아들 김상혁 역의 허남준, 순수한 딸 김은 역의 박세현, 다혈질 아내 마지영 역의 정애연, 믿음직한 오른팔 박창혁 역의 하수호, 폭력조직 부두파 보스 조미연 역의 백주희, 정의로운 장채림 형사 역의 박지연 등 조연들의 구멍 없는 연기력이 극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와 작품에 대한 호평, 시청률과 화제성까지 잡은 '유어 아너'다. 그러다 보니 시즌2 제작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가 돌고 있다. '유어 아너'는 시즌2로 시청자를 만날 수 있을까. 그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손현주와 김명민의 의견을 물었다. "시즌2는 제가 말씀드릴 게 아니라 조심스럽긴 해요. 김명민 씨와 그런 얘기는 했어요. 만약 진행이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다시 한번 만들어보자고. 더 보여주고 싶긴 해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간다면 시즌2도 되지 않을까요? 잘 논의를 해서, 시즌2가 좋은 드라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일단 10부에서 열린 결말로 마감이 되는데, 시즌2로 가게 된다면, '반성'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송판호는 송판호대로, 김강헌은 김강헌대로, 어떻게 보면 이 사회를 끌고 나가는 역할의 사람들인데 이들이 어떤 반성을 할 것이냐. 그 반성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이냐. 그런 걸 시즌2에서 다루면 좋겠어요. 시즌2가 된다면, 저는 또 열심히 하겠죠." (손현주) "시즌2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손현주 형님이 하신다면, 많은 시청자분들이 열렬하게 원하신다면, 저도 하고 싶긴 해요. 하지만 시즌1만 한 시즌2가 없다는 속설이 있어서 걱정도 돼요. 지금의 관심과 반응, 명예로움이 시즌2가 제작되며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요.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시즌2 제작을 결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인 거 같아요." (김명민) 사진 제공 : 스토디오 지니, 디자인 :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드라마 제작진은 본편을 공개하기 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티저 예고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짧은 예고 영상으로 드라마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낀 대중의 실제 본편 시청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당연히 공을 들여 제작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이하 '아없숲')는 예고 영상을 굉장히 잘 뽑은 작품이다. 2분 남짓의 짧은 분량인데도 그 안에 응축된 배우들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냈고,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임팩트 있게 살려 극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예고 영상을 보고 나면, 지금껏 본 적 없는 배우 고민시의 의외의 모습들이 뇌리에 박힌다. 영화 '마녀'에서 신선한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가슴 저린 아련함을 선사하고, '스위트홈' 시리즈에서 까칠한 소녀의 성장기를 그려내고, 영화 '밀수'에서 통통 튀는 존재감을 드러냈던 고민시가 '아없숲'에서는 또 다른 얼굴을 장착했다. 예고편 속 짙은 메이크업과 화려한 의상으로 겉모습부터 새로운 느낌을 준 고민시는 극의 미스터리함을 살리는 묘한 표정들로 영상을 가득 채웠다. 특히 고민시가 토마토스파게티가 담긴 접시에 머리를 박고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는 장면이 주는 압도적인 강렬함은, '아없숲' 본편을 정주행하게끔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됐다. 지난 23일 8부 전편이 공개된 '아없숲'은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처럼,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다. 이 작품은 2000년대 초반과 현재가 교차되며, 모텔 사장 구상준(윤계상 분)과 펜션 사장 전영하(김윤석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고민시는 전영하가 운영하는 펜션의 미스터리한 손님 유성아 역을 소화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숲속, 영하의 펜션에 어느 한여름, 성아와 어린 남자아이가 손님으로 찾아온다. 다음 날 손님이 떠난 후 영하는 방에 남은 LP판에서 핏자국을 발견하고, 화장실까지 깨끗하게 청소하고 떠난 손님의 행동에 의문을 품는다. 영하는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그날 펜션에서 나간 건 성아 한 명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의혹을 덮는 선택을 한다. 그로부터 1년 뒤 성아가 다시 펜션에 나타나고 영하의 펜션에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인다. 영하는 종잡을 수 없는 살인마 성아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성아에 맞선다. '아없숲'에서 유성아란 캐릭터는 초반에는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느낌을 보여주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본성을 드러내며 광기 어린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고요한 숲속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김윤석이 연기하는 전영하에 맞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고민시가 기존에 배우로서 갖고 있던 이미지와 연결 짓기 쉽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유성아 역할에 고민시가 낙점됐다. '아없숲'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의 작품이다. 모완일 감독은 고민시와 두 번의 미팅을 진행했는데 찰나의 순간, 고민시에게서 유성아의 느낌을 발견했다고 한다. "제가 대본을 봐도, 이건 제가 선택받을 수 없는 캐릭터라 생각했어요. 솔직히 돼도 문제라고 봤죠. 그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한테 왜 절 선택했는지 여쭤봤어요. 찰나의 포인트에서 제가 유성아 같았대요. 감독님과 두 번째 미팅 때, 제가 새로 산 구두를 신고 갔어요. 보통 미팅에는 캐주얼하게 가는 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 구두가 너무 신고 싶더라고요. 그때 리딩이 끝나고 인사를 나누는데, 감독님이 '구두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특별한 날만 신는 거예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하기 직전 3초 동안 제가 지은 표정에서 유성아를 느끼셨대요. 정말 관찰력이 뛰어나시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제 표정을 포착하신 거예요." 그렇게 캐스팅이 된 후, 고민시는 자신을 선택해 준 감독과 김윤석, 윤계상, 이정은 등 이 작품을 함께 하는 선배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밤을 새우며 작품을 준비했다. 유성아 캐릭터를 잡아가며 고민시가 중점을 둔 부분은, 유성아가 왜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지 납득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유성아는 살인마잖아요. 이 여자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 납득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전 연기하는 입장에서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잖아요? 감독님과 작가님께 유성아의 전사에 대해 여쭤보고, 그걸 이해하고 그리려 했어요. 다만 그걸 극에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죠. 그냥 '미친 여자'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유성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일종의 놀이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란 걸 나타내고자 했어요. 마치 놀이를 하듯 그런 (끔찍한)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는 걸, 그런 느낌들이 잘 드러나게 하고 싶었어요." 고민시가 그린 유성아는 단순한 '미친 여자'가 아니다. 이상하고 기괴한데 묘하게 치명적이고, 행동들을 이해할 수는 없는데 계속 궁금증이 남는 캐릭터다. 다만 유성아의 전사가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으니, 후반부로 갈수록 병적인 집착을 보이며 자극적인 행동을 일삼는 유성아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저도 그런 지적을 이해하고, 그건 시청자들의 몫이라 생각해요. 다만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건,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의 이야기라는 거예요. 그래서 살인마에 너무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살인마에 전사나 서사를 부여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득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남겨진 피해자의 심리가 잘 보일 테니까요. 전 개인적으로, 약간은 불친절할 수 있는 이 드라마가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 느꼈어요. 극 중에 '자극적인 살인마들에 대한 이야기 말고, 남겨진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대사가 있는데, 전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그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참 좋았어요. 제 캐릭터에는 후회가 없어요. 할 만큼 했고, 모든 걸 걸었으니까요. 제 역할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건 상관이 없어요. 다만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좀 더 집중해 주시면 좋겠어요." '아없숲'은 미장센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여름 초록빛 숲속에 자리 잡은 펜션은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음산해 보이기도 한다. 그 속에 스며드는 미스터리한 인물 유성아는 진한 메이크업과 색감이 화려한 의상으로 캐릭터에 더욱 극적인 효과를 준다. "여러 가지 의상을 준비했는데, 후반부에는 피부가 드러나는 의상을 많이 입으려 했어요. 섹슈얼한 모습을 드러내려 한 의도는 아니었고, 유성아의 몸에 있는 뼈나 근육들이 보여서 더 동물적인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등 라인이 드러나는 의상을 선택했던 게, 액션신에서 등 쪽 척추뼈가 드러나며 좀 더 기괴한 장면이 나온 거 같아요. 그런 식으로 몸을 만들려 노력했고, 체중 감량을 많이 했죠. '스위트홈' 때 47kg까지 만드느라 힘들었는데, 이번엔 43~44kg까지 뺐어요. 근데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이 극에 몰입하고 다음 날 촬영해야 할 장면이 너무 기대되고 설레, 뭔가가 먹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극한의 다이어트를 하면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고민시는 '아없숲'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아 오히려 행복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부족한 에너지는 현장에서 다 채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어려운 캐릭터지만, 현장에서 받는 에너지가 밥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배불렀어요. 그 정도로 너무 좋았고 행복했어요. 제가 몸을 내던지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순간들이 아깝지 않았고, 할 수 있으면 뭐든지 더 하고 싶단 생각으로 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고민시가 현장에서 행복을 느낀 이유 중 하나는, 대선배 김윤석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었다. 유성아는 김윤석이 연기한 펜션 주인 전영하를 끊임없이 압박하고 도발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존재다. 고민시는 김윤석에 밀리지 않는 강한 에너지로 극을 휘어잡았다. "제가 언제 존경하는 윤석 선배님을 도발해 볼 수 있겠어요. (웃음) 제가 현장에서 선배님과 호흡했던 대사, 대사 없이 눈빛과 공기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저한테 큰 배움이었고 재산이에요. 그런 순간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서, 그 현장을 사랑했어요. 선배님이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선배님이 악역을 맡았을 때의 무게감을 전해 주시면서, 악역에도 희로애락이 담기면 좋겠다, 극 중 다수와 겨뤄 외로운 인물인데 그런 점을 포인트로 살려 입체적으로 만들면 좋겠다, 그런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고민시는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며, 떨거나 크게 긴장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긍정적인 긴장감으로 순간을 즐긴다고 한다. 이게 가능한 건, 촬영 전날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촬영 당일 현장에서는 모든 고민과 걱정을 날리고 딱 그 순간에만 본능적으로 집중하기 때문이다. "촬영 전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하고 가는데, 현장에선 고민한 걸 다 날리고 상대방의 리액션에 따라 본능적으로 맞추려고만 해요. '여기서 이렇게 해야지' 틀을 정해놓고 연기한 건 '마녀'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그 이후 작품들은, 현장을 믿고 그 순간에 절 맡겼어요. 저에게 맞는 연기가 뭘까,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생각해 봤는데, 현장에 다 맡겼을 때 저도 모르는 표정이 담기고 날것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더 생동감 있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없숲'을 통해 새로운 연기에 도전한 고민시는 그 자체만으로 배우로서 큰 성과를 얻었다. 여기에 이 작품이 그녀에게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연기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자존감이 무너졌을 때 이 작품을 만났고, 이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쯤, 제가 여러모로 연기에 한계를 느끼고 부딪힌다는 느낌이었어요. 체력적으로도 안 따라주고, '스위트홈'을 촬영하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때예요.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는데, 그때 '아없숲'을 만났어요. '아없숲'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많이 얻었어요.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고요. 저도 몰랐던 저의 새로운 얼굴이 모니터에 담길 때마다, 감사하기도 했어요. 작품마다 '나에게 이 작품이 온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제 20대의 마무리이자 30대의 시작인 작품이라, 연기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저한테 큰 지표로 남을 거 같아요." 고민시는 영화 '밀수'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배 배우들과 여전히 끈끈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서로 모니터를 해주고 응원의 목소리를 공유하는 감사한 존재들이다. 그 선배들 중 한 명인 김혜수는 최근 고민시에게 "민시의 시대가 온 거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스위트홈3'에 '아없숲'까지 작품이 연달아 공개되고, 동 시기에 tvN '서진이네2'를 통해 예능으로도 시청자를 만나고 있으니 나온 말이다. "언니들이 좋은 말들을 항상 해주세요. 그런 든든한 선배들이 있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고 힘이 돼요. 고민시의 시대요? (웃음) 전 시대는 바뀐다고 생각해요. 찰나의 이벤트처럼, 그동안에 해왔던 일들이 마침 시기가 맞물려 연달아 나오는 것뿐이에요. 이제 촬영했던 건 다 오픈됐고, 또다시 농사를 지어야 해요.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그게 질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민시가 새롭게 하고 싶은 도전으로 '로맨스' 연기를 언급했다. 출연작마다 캐릭터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변신했던 고민시이기에, 로맨스 연기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생긴다. "이제 제가 로맨스를 할 수 있을 때가 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보여드릴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가장 어려운 게 사랑 연기와 코미디 연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좀 더 제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경험이 쌓이면, 좋은 로맨스물로 인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젠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디자인 : 채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