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동안 연예기자로 일했습니다.좋은 기사는 현장에서, 좋은 이야기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말을 믿습니다. 수많은 연예 기사들 속에서 차별화 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존재하는 이유를 기억하겠습니다.
방탄소년단, BTS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아이돌 가수가 된 이유는 뭐였을까. 가장 큰 이유는 국적과 언어를 뛰어넘어 젊은 세대들을 공감하게 한 음악 덕이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게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이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후 음악,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을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해 활발하게 공개했고, 이를 통해 전 세계 팬덤이 빠르게 형성됐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케이스는 후배 K팝 그룹들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대부분의 K팝 그룹들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전 세계 팬들을 실시간으로 만나며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순위를 살펴보면, 블랙핑크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다. 국내파 지수를 제외하곤 태국 멤버 리사, 뉴질랜드 유학생 출신 제니, 호주 교포 로제 등으로 이뤄진 블랙핑크는 무려 927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록은 전 세계 아티스트들 가운데 정상급이다. 2위에는 BTS(7730만 명), 3위 트와이스(1670만 명), 4위 스트레이키즈(1540만 명), 5위 빅뱅(1510만 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를 통한 월수익도 짭짤하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데이터 분석 업체 녹스인플루언서를 기준으로 블랙핑크는 예측 월 수익 9억 4209만 원이고, BTS는 6억 2734만 원 상당이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블랙핑크에 이어 8년 만에 내놓은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경우는 신인치고는 매우 이례적으로 월수익 5억 7773만 원을 기록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K팝 스타들의 유튜브는 이름과 음악을 알리는 홍보의 장치에서, 이제는 주요 K팝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한 배우 라미란 / 출처 : 짠한형 신동엽 유튜브 캡처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건 해외 활동이 잦고 해외 팬덤을 보유한 K팝스타들만이 아니다. 국내 드라마, 영화에서 주로 활동하는 배우들도 최근 작품을 홍보하는 플랫폼으로서 유튜브를 선택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4일 개봉한 배우 라미란 주연의 영화 '시민덕희'만 보더라도, 신작 홍보를 위해서 배우들은 TV뿐만 아니라, 개그맨 신동엽이 진행하는 '짠한형 신동엽', 나영석 PD가 MC로 있는 '채널십오야', 개그맨 김숙이 운영하는 '김숙티비' 등 유튜브 예능에 출연했다. 라미란이 홍보차 출연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의 조회수 성적도 좋았다. 25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짠한형 신동엽-라미란 장윤주 이 조합 안 보고 간다고?'는 133만 회, '김숙티비-라미란 김숙 다식원 크루에 가입한 배우 공명'은 79만, '채널 십오야-쌍문동 아닌 파주의 시민 미란'(28만 회) 등을 기록했다. 유튜브 예능은 TV 프로그램에 비해서 정형화한 포맷이 없고, 시간 진행이나 내용 구성이 비교적 자유로워서 더 날것의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선호받는 이유다. 과거와 달리 잘 나가는 유튜브 예능들의 파급력은 기존 예능프로그램을 뛰어넘을 정도이기에 연예인들도 유튜브 출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예능의 판을 흔드는 유튜브 홍보를 위한 단순 출연이 아니라, 아예 유튜브를 또 다른 연예 활동 영역으로 확장시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이 늘어나면서 아예 국내 예능의 판이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개그맨 유재석이 출연하고 소속사 안테나 플러스가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핑계고'는 2년 동안 다양한 화제를 이끌었고, 개그맨 신동엽이 게스트를 초대해 술을 마신다는 콘셉트로 쿠팡플레이와 만든 '신동엽의 짠한형'은 기존 예능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연예인은 가수 김종국이다. 김종국이 2022년 6월 개설한 채널 '짐종국(GYM JONG KOOK)'은 유튜브 스포츠 분야 인기 랭킹 1위를 달성했다. 운동 유튜버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종국은 '유튜브 생태계 파괴자'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300만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김종국은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방송인 정찬성을 가볍게 제치고 운동 분야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짐종국(GYM JONG KOOK) 유튜브 채널 캡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스타들도 있다. 가수 성시경과 방송인 장영란을 들 수 있다. 성시경은 맛집 소개, 노래, 레시피 소개, 음주 토크쇼 등 다양한 코너들을 신설해 큰 사랑을 받으며 구독자 177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성시경의 유튜브에 출연한 동료 가수들의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며 이들을 한데 모아서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가수로서도 다시 큰 인기를 누린다. 장영란은 평생 예능프로그램에서 'B급'을 자처해 오다가 지난해 4월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을 론칭했고, 기존의 방송이미지에 가려졌던 솔직하고 지혜로운 매력으로 구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를 통해 장영란은 TV광고를 여러 편 찍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왜 하필 유튜브?...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기회 그렇다면, 연예인들이 이렇게 유튜브 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과거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에 섭외를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연예인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미디어 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팬들에게 솔직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팬덤을 확장시킬 수 있기에 유튜브 플랫폼은 연예인들에게 최근 더 각광받고 있다.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도 빼놓을 수 없다.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안정적으로 비교적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연예인들은 출연료를 받을 수도 있고, 직접 제작하는 경우에는 큰 수익도 올릴 수 있다.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화면 캡쳐 조회수를 기반으로 한 수익 창출보다 연예인들에게 더 달콤한 유혹이 되는 건 광고비다. '먹방' 유튜버 히밥은 최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PPL 비용에 대해 "건당 국산 중형차 한 대 값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유튜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튜브 간접광고(PPL) 비용은 많게는 1억 원에 이른다. 연예인이 특정 장소에서 영상을 촬영하거나, 특정 옷을 입거나 화장품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연예인들에게 유튜브는 꼭 하나쯤은 꼭 갖고 싶은 탐나는 공간이다. 물론 연예인들이 유튜브를 하는 게 매번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연예인들이 자유로운 유튜브 분위기에 취해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했다가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휘말리기도 하고, 자극적인 발언이 주를 이루는 유튜브나 음주를 기반으로 한 토크쇼는 연예인들이 그동안 가꿔온 긍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소모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우려를 인식하더라도 유튜브를 찾는 연예인들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기존 미디어에서 찾지 못한 '기회'가 유튜브에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수 있을까. 연예인들의 유튜브 사랑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디자인: 박수민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 드라마 '나의 아저씨' 中 박동훈의 대사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이 지난해 12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0월 20일경부터 약 3개월 간 진행된 경찰 마약 수사의 중심에 있던 故이선균은 12월 23일까지 총 3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27일 오전, 자신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울 성북구의 한 공원 근처 공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극 중 여주인공 지안(이지은 분)을 '편안함'에 이르도록 조력을 아끼지 않았던 '아저씨' 이선균은 무너지는 내력을 버텨내지 못했던 것일까. 사망 전날까지 '마약 제보를 한 A 씨의 주장에 경찰이 경도된 것 같다.'는 변호사 의견서를 제출하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던 이선균은 끝내 가장 비극적인 선택을 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사건의 시작은 10월이 아니라 9월이었다 이선균 사건은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흥업소 여실장 A 씨(29)가 '네넴띤'('비빔면')이라는 아이디의 해킹범에게 텔레그램 연락을 받은 게 지난해 9월 초였다. 해킹범은 A 씨의 집주소는 물론, 마약 투약을 했다는 사실, 이선균과의 사적 관계 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협박을 시작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중순경 이선균 측에 협박 사실을 알렸고, 며칠 뒤 이선균은 지인과 상의해 해킹범에게 줄 3억 원을 급히 만들어서 A 씨에게 전달했다. A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건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18일이었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해킹범에게 협박을 받던 A 씨는 집을 떠나서 같은 오피스텔 건물에 사는 절친한 지인 B 씨(28)의 거주지 등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A 씨의 마약 투약을 최초로 신고한 사람은 다름 아닌 B 씨였다. B 씨는 A 씨가 탈색하기 전 미리 채취해 둔 머리카락까지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에 이선균에게는 추가 협박이 있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해킹범이 이번에는 2억 원을 요구한 것. 해킹범은 이중 5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유흥업소 여실장 A 씨와 B 씨는 공갈 협박 공범일까, 아닐까. 1차에서 끝나지 않은 이선균에 대한 공갈 협박 경찰은 A 씨와 B 씨가 공범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A 씨를 9월 초부터 약 한 달 동안 텔레그램으로 협박을 한 해킹범 이른바 '네넴띤'이 실제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4일 경찰은 B 씨가 A 씨의 휴대전화기를 해킹한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B 씨는 자신은 해킹범이 아니라고 경찰에 혐의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A 씨가 시켜서 한 일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A 씨는 해킹범의 협박을 받고 이선균에게 3억 원을 받은 뒤 해킹범에게 한 차례 건네려다가 실패하자, 그 돈을 돌려주지 않고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와 B 씨 모두를 각각 송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강도 높은 마약수사, 사생활 폭로 보도 공갈 협박 피해자이기도 했던 이선균에 대한 조사는 공갈 사건보다는 마약 투약 혐의 피의자로서 무게가 기울어 있었다. 이선균은 지난해 11월 3일 마약 관련 모발 검사에서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모발 검사를 통해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주변 증거와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나갔다. 경찰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선균에 대한 망신주기식 사생활 폭로 보도가 이어졌다. 유튜브에 기반을 둔 모 매체는 이선균과 함께 어울린 연예인들의 실명들을 폭로하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에 대한 보도를 이어나갔다. 이선균이 사망하기 전날인 지난해 12월 26일, 또 다른 매체에서는 이선균과 A 씨가 주고받은 10분 넘는 전화통화 음성이 그대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선균에게 이런 통화 내용은 공개를 원치 않는 사생활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선균의 사망과 그 트라우마 이선균의 사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국내 대중문화 시상식 작품상을 휩쓸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에 출연하며 최고의 배우 반열에 올랐던 이선균의 극단적인 선택은 어떤 이유에서든 많은 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길 수밖에 없었다. 한국 영화감독조합(DGK) 등 영화계에서는 범죄 혐의가 확정되기 전 피의사실이 공표됐고,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된 것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표했다. 김의성, 김민재 등 고인과 절친했던 영화배우들은 이선균을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갔던 세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선균의 사망은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큰 질문 거리를 던져줬다. 경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는 정당했는가. 영화계는 누군가의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았는가. 우리 사회는 개인의 보편타당한 권리를 보호하였는가. 디자인 : 박수민
한 때 '아름다운 청년'으로 불렸던 가수 유승준(본명 스티브유·46)이 2015년 시작한 법정 싸움은 그리 아름답진 않았다. 유승준은 '한국에 입국해 재외동포로서 경제활동을 할 권리'로 풀이되는 'F4 비자' 발급을 해달라며 주 로스앤젤레스 대한민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벌였다. 유승준은 2019년 주 로스앤젤레스 대한민국 총영사관과의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사증 발급은 거부됐다. 그러자 그는 이듬해 10월 다시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유승준의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에 대해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선고 당일, '병역 면탈 행위로 막혔던 유승준의 한국길이 무려 22년 만에 열릴 것인가'를 예측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유승준도 기사 사진을 캡처해 자신의 SNS에 올리며 자축했다. 이 판결에 대해 유승준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였을까. 유승준은 그렇게 대단한 스타였나? 당시 유승준의 인기는 신드롬에 가까웠다. 지금이야 짧지 않은 연습생 생활을 거치고 상당한 실력을 갖춘 아이돌 가수들이 한해 수백 팀씩 쏟아지지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유승준은 중학교 1학년 때 이민을 가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으로 건너와서 만 스무 살에 솔로가수로 데뷔했다. 당시 유승준은 미국 교포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과 패션으로 단정한 이미지를 강조했기에 대중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가위', '나나나', '열정' 등 히트곡들을 연이어 발매하고, 댄스와 라이브 실력을 뽐냈다. 그는 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들과 견줄 만한 솔로가수로서의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바른생활 이미지는 대중이 열광할 만한 인기 포인트였다. 당시 미디어에서는 반항기 어린 X세대의 일탈을 자주 조명을 했었는데, 유승준은 미디어에 비친 X세대와 딱 반대되는 이미지였다. 일례로 유승준은 담배를 끊었다며 금연 홍보대사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 유승준은 흔한 안티팬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미지가 좋았다. 이를 바탕으로 유승준은 CF를 10개 넘게 찍고, 음반회사와 37억 원의 전속계약을 체결하는 등 톱스타로서 종횡무진했다. 유승준 말대로 그는 '범법 행위'를 하진 않았을까 유승준이 입국을 위한 소송 과정에서 주장한 바를 요약하자면 '범법자 취급하는 게 부당하다'였다. 유승준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범법을 저지른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꼭 범법자처럼 한국 땅을 기약도 없이 밟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너무너무 억울합니다."라고 했다. 테러범, 강간범 등을 잇달아 언급하면서 그보다 범법자 취급을 하는 한국 사람들의 시선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잘 알려진 대로, 유승준은 23년 전 언론을 통해 대체복무로 병역의 의무를 다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공연을 위해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뒤 출국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당시 뉴스에서 유승준의 미국 시민권 취득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한참 동안 '아름다운 청년이 그랬을 리가 없다'며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많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당시 유승준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지난 23년 간의 길고 긴 입금금지로 이어졌던 것이다. 유승준이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다. 이건 유승준의 주장처럼, 그가 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유승준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시민권자가 됐기 때문에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소송 과정에서, 유승준의 병역 의무 면탈 행위는 고의성이 충분하다고 인정됐다. 유승준의 국내 활동,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법률전문가들은 유승준이 재외동포로서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만 포기한다면 이전부터 관광비자 등을 통해서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을 딴 이듬해 예비장인의 상을 치르기 위해 3일 동안 국내에서 연예활동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입국이 허가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유승준이 기나긴 소송전을 이어온 것은 경제활동, 특히 그의 전업이었던 가수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유승준의 가수활동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유승준은 2018년 11월 11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했지만,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병역 의무 면탈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도 상당했지만 그보다 유승준의 음악이 국내 가요 시장에 발휘하는 소구점이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유승준은 이후로도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거나, 유튜브 영상들을 공개하면서 추억 소환에 발버둥을 쳤지만, 매일 새로운 음악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국내 가요계에 그가 설 자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 대한민국 총영사관과의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이상하리만큼 인터넷 여론은 고요했다. 유승준의 국내 입국 허가여부에 대한 찬반은 인터넷에서 퍽하면 벌어지던 논쟁의 단골소재였으나, 2023년도 저물어가는 시점에 유승준의 입국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환영한다는 반응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 12일 예년보다 따뜻한 기온을 기록했던 날, 방탄소년단의 지민과 정국이 훈련소로 입소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가운데 마지막으로 국방의 의무를 시작한 것이었다. 이들은 2025년으로 전망되는 완전체 무대를 위해서 군 입대를 서둘렀다. 막내 멤버 정국의 나이는 스물여섯.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 서고 솔로가수로서 전 세계에서 러브콜이 빗발치는 시점에 정국은 국방의 의무를 선택했다. 그의 당당한 결정에 전 세계 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MZ 세대들에게,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대체 복무조차 할 수 없다며 몰래 출국해 대한민국 국적을 버린 유승준에게 쏟을 관심이 남아 있을까. 국내 가요계에서 유승준 컴백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유통기한을 지나도 한참을 지난 게 아닐지 곱씹게 된다. 주말에 뭐 볼래? 소년시대 / 웹드라마 / 10부작 / 쿠팡플레이 / 19세 이상 "아부지, 븅태가 뭐예유, 븅태가"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의 배경은 충청남도 부여다. 불법 댄스학원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야반도주한 곳을 따라서 부여농고 2학년으로 전학을 간 '븅태' 아니, 장병태(임시완 분). 새롭게 옮긴 학교에서 장병태의 삶은 180도 바뀐다. 그동안 "하도 쳐 맞아서, 이제 맞는 건 익숙하다"라고 말하던 장병태는, '아산 백호'라는 닉네임으로 동네를 주먹으로 평정했다는 헛소문의 주인공이 되면서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다. 장병태는 그곳에서 힘센 친구들을 거느리며 인생 최초로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고, 가슴 뛰는 첫사랑도 처음 만난다. 그야말로 '븅태 시대'가 열린 셈이다. 어디 인생이 달콤한 맛만 있으랴. 병태는 '아산 백호'가 아닌 평범한 '븅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이 들통나면서 인생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알량한 권력에 취해 우쭐 거리는 모습이나 첫사랑의 상처에 괴로워하며 울음을 삼키는 병태의 '지질한' 모습은 배우 임시완이 더할 나위 없이 코믹스럽게 잘 표현했다. '븅태'그 자체를 너무 실감 나게 표현한 임시완의 연기를 보다 보면,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애니메이션에 푹 빠진 '오덕' 역할로 나와 모두를 전율케 한 배우 안재홍의 열연이 떠오른다. 극에 푹 빠져든 연기를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이렇게 망가지면 다른 배역은 어떻게 맡지?'라는 걱정이 한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하지만 '1947 보스톤'의 윤복, '미생'의 장그래, '비상선언'의 비행기 폭파범이었던 임시완이 아니던가. 걱정은 한쪽에 고이 접어두고 임시완의 지질함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 디자인 : 박수민
빅뱅 출신의 가수 지드래곤(권지용·35)이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건은 안갯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지드래곤의 모발과 손발톱에 대한 정밀 감정을 의뢰했지만 결과는 마약 반응 '음성'. 시작만 요란했던 경찰의 지드래곤 마약 수사가 삐걱대기 시작한 건 지난달 30일부터다. 경찰이 지드래곤에 대한 통신내역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범죄사실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마약 수사는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피의자의 신체 및 주거지, 통신내역을 압수수색하고 물증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데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조사에 난항을 겪었다. 마약 수사 어떻게 시작됐나 이번 지드래곤 마약 수사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마담' A 씨가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했던 B 씨가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전 남자친구 신 모 씨가 인천경찰청에 제보하면서 본격화 됐다. 신 씨는 B 씨와 교제 당시 들었던 주변인들의 마약 투약 소문을 중심으로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온 A 씨가 곧바로 구속됐고 이후 A 씨와 1년가량 사적인 만남이 잦았던 배우 이선균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A 씨는 지난 9월 신원 미상의 사람으로부터 '해킹을 통해 이선균과의 모든 정보를 알아냈으니 3억 5000만 원을 달라'는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선균은 이 협박이 A 씨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마약과 협박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A 씨가 있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구속 상태에서 A 씨는 유흥업소를 찾는 유명인 고객들의 마약 투약과 관련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나온 이름이 지드래곤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말 지드래곤이 나온 화장실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수상한 물건을 봤고, 이후 지드래곤이 마약에 취한 듯한 행동을 하는 걸 목격했다는 A 씨의 진술을 받아낸 뒤 지드래곤에 대한 수사로 확대했다. 지드래곤은 피해자일까 2011년 대마초 흡연 사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혐의 입건 소식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드래곤의 태도는 지나치게 당당했다. 평소 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지드래곤이 인터뷰를 자청하고 "마약에 손을 댄 적이 없고, 의심에서 자유롭고 싶다."라고 직접 목소리를 냈다. 지드래곤의 친누나 권다미 씨도 자신의 SNS에 "소설 그만 써라."라는 글을 남기며 동생이 경찰 수사에 억울하게 희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드래곤이 강경하게 나오는 반면, 경찰이 한 달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자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온라인상에는 지드래곤의 팬을 중심으로, 지드래곤의 결백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른바 '데이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경찰이 비판받는 이유 지드래곤이 마약 혐의로 내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지나치게 일찍 알려진 게 경찰의 패착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드래곤이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시작된 마약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는 소식은 한 지역지를 통해 지난달 28일 알려졌다. 마약 사건의 내사 단계부터 연예인의 실명이 기사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연예인의 마약 관련 사안은 사안이 비교적 확실해질 때까지 경찰이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애매함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유흥업소 마담 A 씨의 진술 외에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의 물증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마약 사범들은 수사기관의 마약 수사에 협조해 이른바 '공적'을 쌓는다. 감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렇게 확보한 진술들의 물적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함으로써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아직까지 진술 이외의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지드래곤이 마약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수사에서 가장 큰 암초다. 경찰이 아직까지는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혐의 입증을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경찰은 지드래곤이 마약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는 신종 마약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놓고 비교·분석에 필요한 샘플을 직접 미국에서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누구의 입장에서 '사필귀정'이 될까 지드래곤은 이번 마약 수사와 관련해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사필귀정이란 옳은 일은 반드시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잡고자 하는 경찰과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유'를 달라고 말하는 지드래곤, 둘 중에 누가 진짜 '사필귀정'의 결론을 얻을지 신중하게 지켜볼 일이다. 디자인 : 박수민
스스로 드라마에 나올 법한 스토리의 주인공이라고 믿었던 걸까. 서울 송파구의 고급 레지던스에 거주하고, 이동하는 곳마다 경호원을 많게는 10명씩 대동해 자신의 재력을 뽐내며 피해자들을 물색했던 전청조(27) 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체포됐다. 검거된 장소는 김포에 있는 친척 집이었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의 남현희(47)와 언론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떠들썩한 결혼발표를 한 지 단 8일 만이었다. 남현희와 전 씨의 행적을 추적하며 피해자들을 통해 투자 사기 전말을 취재하던 기자가 전 씨를 마주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전청조는 경찰에 붙잡히기 3일 전부터 조용히 김포 모친 집과 이모집을 오가며 지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 씨가 체포될 때 주위에 경호원들은 없었고 그는 명품 슈트 대신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검은색 모자 달린 티셔츠를 입은 전 씨는 160cm 남짓의 신장에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 여경들의 손에 이끌려서 나온 전 씨는 티셔츠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다. "공범이 있나.",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 씨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드러나는 전 씨의 사기 행각 전 씨의 사기 행각은 결혼 발표 이후 이틀 만에 곧바로 터져 나왔다. 먼저 언론을 통해서 전 씨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며, 2019년부터 투자금 사기, 혼인빙자 사기, 데이팅 앱 사기, 미국 투자 사기 등으로 2차례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전력이 드러났다. 미국 교포에 승마 선수 출신이라던 전 씨가 미국은 가본 적도 없는 강화도 출신이라는 사실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렇다면 남현희와 결혼을 발표하고 SNS를 통해서 과시했던 그의 호화생활, 3억 원이 넘는 외제차량을 타고 수백, 수천만 원짜리 명품 시계와 옷을 쇼핑했던 돈은 어디서 났던 것일까. 속속 드러나는 전 씨의 사기행각은 충격적이었다. 전 씨는 가까운 지인들부터 처음 본 사람들까지 사기행각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전 씨는 자신을 수행하는 경호원들에게 수천만 원을 뜯었고, 남현희의 조카에게도 결혼자금으로 9000만 원 넘는 돈을 받아서 빼돌렸다. 또 남현희 펜싱 아카데미 직원들마저도 사기의 대상으로 삼았다. 전 씨는 처음 본 사람에게는 거짓 재력으로 환심을 사며 접근했다. 전 씨는 자신을 미국 기업의 대주주라고 속이거나 51조의 잔액이 있는 은행 잔고를 보여주는 식의 행동을 하며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챙겼다. 남현희는 공범일까 피해자일까 남현희는 올초 전 씨가 펜싱 아카데미에 찾아오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와 펜싱 대결을 해야 하니 펜싱을 알려달라'는 게 전 씨의 요구사항이었다. 남현희는 8월부터 전 씨와 결혼을 염두해두고 교제를 해왔고, 지난달 언론 인터뷰로 결혼 발표를 하기 전까지 "이런 사람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재혼을 꿈꿨다고 말했다. 달콤한 꿈에서 처절한 현실로 돌아온 남현희에게 남아있는 건 전 씨의 범행에 공모했는지 여부에 대한 경찰 수사다. 앞서 남현희는 "전 씨가 성전환 수술을 한 남성이었으며 호텔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믿었다."면서 "어머니와 조카까지도 사기 피해를 입었을 만큼 전 씨의 사기 행각을 전혀 몰랐다."며 공범 의혹에 대해 절대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이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전 씨는 남현희가 공범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씨는 "남현희의 1억 4000만 원 정도 대출금도 갚아줬고, 남현희 가족에 매달 생활비를 보냈다”면서 “막냇동생에게 매달 500만 원씩, 어머님에게도 300만 원이나 500만 원씩 보냈다”는 주장을 하며 남현희가 이제 와서 자신은 몰랐다고 말하는 게 사실이 아니라며 공격하고 있다. 전청조는 왜 남현희에게 접근했을까 이번 사안에 풀리지 않는 의문은 또 있다. 사기 전과도 있고, 피해자들도 존재하는데 대체 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대적으로 남현희와 결혼을 발표했는지다. 전 씨는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걸까. 하지만 펜싱 레전드 스타와 15살 나이차이를 뛰어넘은 자칭 재벌 3세의 결혼 발표는 당연히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낸시랭(오)과 전준주(왼) 이해할 수 없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7년 12월 27일 팝아티스트 낸시랭(47·박혜령)과 결혼한 일명 전준주 씨가 있었다. 전준주 씨는 낸시랭과 결혼을 발표하면서 스스로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그리고 마카오 출생으로 파라다이스 호텔 고 전낙원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라고 주장했다가 불과 이틀 만에 기사를 통해 이 모든 게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자는 결혼 발표 직후 쏟아진 제보를 바탕으로 2017년 12월 29일 〈[단독] 낸시랭 남편, 故 장자연 편지위조 전력… 억대사기·횡령혐의 줄피소〉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전준주 씨가 두 차례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총 12년을 교도소에서 복역했으며 고 장자연 씨의 오빠 행세를 하며 언론사에 거짓 제보를 한 사건의 주인공이란 내용이었다. 하지만 낸시랭은 전준주 씨의 말을 믿는다고 했다. 기자가 직접 낸시랭에게 전준주 씨의 과거 전력에 대해서 증거를 들이밀어보았지만 낸시랭은 남편의 말을 믿는다고 했다. 불과 1년 뒤 낸시랭은 사기 피해자가 되어서 파경을 맞았다. 전준주 씨는 경찰 수배가 된 상황에도 숨어서 사기행각을 멈추지 않고 유튜브에 출연하는 등 대담하게 은둔생활을 하다가 2019년 5월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에서 붙잡혔다. 당시 기자는 관련 제보를 받고 노래방에 숨어 지내던 전준주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기는 가까이 있을 땐 보이지 않지만 한걸음 떨어져 보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사기꾼들은 사기 행각을 위해서라면 유명인의 후광 효과를 철저히 이용하고 싶어 한다. 처음 본 사람에게 다가갈 때 유명인의 후광만큼 유용한 게 없기 때문이다. 남현희가 전 씨의 사기행각을 몰랐는지 아니면 가담했는지는 앞으로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남현희가 있었기에 전청조의 사기행각이 가능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디자인 : 박수민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게 보통의 인생사라지만 연애를 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첫눈에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더라도 살다 보면 '허파 디비지는 일'이 생기는 건 다반사고, 아무리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해도 상대를 대하려고 해도 자꾸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테이프라도 까보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 말이다. 지난 두 달 가까이 수많은 시청자들이 남들의 사랑에 울고 웃었다. 그들이 때론 좌충우돌 부딪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결심도,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도 얻었을 테다. ENA·SBS PLUS '나는 솔로'의 16번째 솔로 나라는 더욱 시청자들을 깊숙이 빨아들여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감정에 충실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던 출연자들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남들의 연애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건지. 달콤 쌉싸름한 '나는 솔로'의 인기 비결을 살펴보고자 한다. 과몰입을 부르는 극사실주의 데이트 '환승연애', '돌싱글즈', '하트시그널' 등 데이팅 프로그램들의 홍수 속에서 '나는 솔로'가 시청자들의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극사실주의'다. 술 취한 출연자의 벌건 얼굴을 그대로 내보내고, 출연자의 심한 코골이를 가차 없이 내보내는 게 '나는 솔로'다. 다른 설명으로 포장해 줄 만도 하지만 '출연자가 배가 아파서 20분째 화장실에 갔다'는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출연자들은 솔로나라에 들어가서 4박 5일 또는 5박 6일의 시간 동안 지내며 그곳에서 평균적으로 너댓 번의 데이트 기회를 갖는다. 출연자가 직접 장소를 섭외하고 대부분 자기 차량을 이용해 데이트를 한다. 데이트 비용은 출연자들이 사비로 쓴다. 일부 출연자들은 '나는 솔로' 출연료를 웃도는 금액을 데이트 비용으로 쓰기도 한다. 이조차 연출을 맡은 남규홍 PD는 "데이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현실적으로 보기 위한 장치"라고 밝혔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나는 솔로'의 극사실주의 설정이 빛을 발하는 시점은 출연자들이 자기소개 이후다. 사는 지역, 출신 대학, 직업과 나이, 이상형을 밝히는 건 기본이고, 최근에는 살고 있는 집의 자가 여부, 자산 규모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밝힌다. 솔직함으로 점철된 자기소개 타임이 지나간 뒤 미묘하게 달라진 남녀 출연자들 마음의 향방이 관전 포인트다. 영철, 영숙...팔딱팔딱 숨 쉬는 캐릭터 '나는 솔로' 시청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은 "이렇게 다양한 성격과 매력을 가진 출연자들을 어디서 발굴했나"라는 거다. 제작진에 따르면 출연을 희망하는 남녀들이 직접 자세한 신상정보와 출연 동기 등을 밝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제작진이 면접을 통해 출연을 확정짓는다. 대기업 회사원, 공무원, 학원 강사 등이 주를 이루지만 의사, 변호사, 회계사, 파일럿, 승무원 등 전문직종은 거의 매 기수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솔로'의 전신이자 원조격인 데이팅 프로그램인 '짝'에서 출연자들은 'N호님'으로 불렀다. 하지만 '나는 솔로' 제작진은 'N호님'이 아닌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가명으로 출연자들을 부른다. 예를 들어 나이가 제일 많은 남성 출연자에게는 영수, 마초적 이미지가 강한 출연자에게는 영철, 지적인 매력을 가진 출연자에게는 광수, 톡톡 튀는 매력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 출연자에게는 옥순, 똑 부러지는 성격의 영숙, 귀여움이 매력인 여성 출연자는 순자 등으로 짓는 식이다. 개개인의 캐릭터가 분명하다 보니 본 방송을 통해 의외의 스타들이 탄생한다. 돌싱특집에서 매 문장을 '그대가'로 시작한 10기 영식은 독특한 말투 덕에 '그대좌'로 불리며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곧바로 출연하는 호사를 누렸다.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광수는 진중한 이미지로 여성 출연자들에게 큰 어필을 하지 못했지만 최종선택에서 "내 소설의 주인공은 너였어."라며 옥순에게 명대사로 마지막 고백을 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갈등은 빌런을 낳고, 빌런은 시청률을 낳고? 성인 남녀가 한 공간에서 며칠을 보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일까. '나는 솔로'에서 출연자들끼리 투닥거리는 장면이 나오는 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사랑의 감정이 때론 시기와 질투로 변질된 갈등 상황에서 일부 출연자는 시청자들에게 지탄을 받는 소위 '빌런'으로 등극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이 가장 열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포인트는 바로 이 갈등 상황이다. 가장 최근 에피소드였던 16기에서 '나는 솔로' 사상 최악의 갈등 상황이 나왔다. 그 중심에는 공교롭게도 여성 출연자 영숙이 있었다. 초반부터 옥순과 핑크빛 분위기를 풍겼던 광수는 영숙으로부터 '경각심을 가져라'라는 조언을 받고 갈대처럼 흔들렸다. 이후 광수는 영숙과 랜덤 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영숙의 기분을 맞춰준답시고, '제가 영숙님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진 않았지만'이라는 말을 무심코 던졌다가 '나는 솔로' 사상 최초로 데이트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또 16기 광수는 영철을 향해 '테이프 깔까'라며 원망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고, 영숙은 미국 시애틀 출신의 상철에게 '여 미국 아니고 한국이다. 상철아.'라며 불평을 하기도 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갈등 속에서 시청자들은 '누가 진짜 빌런인가'를 놓고 때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나는 솔로' 방송이 끝나면 거의 모든 커뮤니티는 출연자 관련 내용으로 뒤덮인다. 그랬던 16기 편이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걸 보면, 갈등은 빌런을 낳고 빌런은 결국 시청률을 낳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솔로'에 떨어진 과몰입 금지령 솔로 나라 촬영을 마친 뒤 방송까지는 3~4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다. 최종 선택에서 커플로 이어졌어도 본방송이 시작되는 시간까지 남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제작진은 방송을 하기 전까지 출연자들의 SNS 활동을 자제시키고 공개적인 만남도 금지시킨다. 자칫 방송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몰입러의 입장에서 '나는 솔로' 출연자들이 지켜야 할 금지령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출연자들의 인터넷 과몰입 금지 조항이다. 방송은 방송에서 끝내야 하건만 출연자들의 다툼은 방송 밖에서 이어지고, 그 싸움에 기름을 붓는 건 바로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이다. 실제로 16기 영숙과 옥순은 방송을 마치고 서로를 언급하며 감정싸움을 벌이다가 법적인 분쟁을 하게 됐다. 도 넘은 과몰입 시청자들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나는 솔로' 출연자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출연자들을 비방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이 된다. 방송에서 영숙과 옥순의 다툼에 새우등이 터졌던 순자 역시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수많은 부정적인 글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나는 솔로'의 본질은 '사랑 찾기'다. 솔로나라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서 출연자들을 때론 울고 때론 다투기도 한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아무리 욕해봤자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딘가에서도 벌어지는 일과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출연자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기에 도 넘은 비난보다는 적당한 몰입과 응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주말에 뭐 볼래? '나는솔로-사랑은 계속된다' /SBS PLUS '나는 솔로'를 즐겨 보는 시청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바로 '나는 솔로-사랑은 계속된다'이다. 이 프로그램은 '나는 솔로'에서 나온 뒤 여전히 짝을 찾지 못한 출연자들의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라고 보면 좋다. 앞서 솔로나라에서 활약했던 주인공들이 짝을 찾지 못해서 2박 3일의 MT에서 자연스럽게 만남을 이어간다는 포맷이다. 재미 포인트는 우리가 이미 '나는 솔로'를 통해 제법 카메라에 익숙해진 출연자들이 한층 더 과감하게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솔로'와 마찬가지로 '나는 솔로-사랑은 계속된다'의 가장 큰 무기 역시 포장되지 않은 극 사실주의다. 남다른 패션을 자랑하는 일명 '13기 MZ현숙', 역대 최강 미남 11기 영철, 대화보다 밥을 중요시 여기는 '밥식이' 13기 영식이', 반려견 3마리를 키우는 '13기 개현숙' 등이 출연해 반갑다. 한시도 눈 뗄 수 없이 MT촌 안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벌어진다. 사회 통념상 현실 연애가 불가능하거나 사랑을 찾기 위한 기회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나는 솔로-사랑은 계속된다'를 통해 대리 만족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디자인 : 박수민
1년 월드투어의 종착역 지난 16~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블랙핑크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들썩였다. 이날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 'BORN PINK'(본 핑크)의 피날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걸그룹'이라는 위상을 증명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앙코르 공연까지 1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았다. 콘서트 장소만 전 세계의 34개 도시를 간 셈이었다. 북미 54만, 유럽 21만, 아시아 90만, 오세아니아 5만, 중동 4만 등 블랙핑크는 190만 명의 관객을 콘서트에 불러 모았다. 아이콘이 된 블랙핑크 이렇게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는 건 블랙핑크 4명의 멤버가 각자 글로벌한 아이콘이 되었다는 뜻이다. 유일한 태국인 멤버로 아시아권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리사를 포함해, 제니와 로제, 지수 등은 모두 솔로 가수로 맹활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의 주요 앰버서더로 활동한다. 4명 멤버들 모두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도 엄청나다. 샤넬의 뮤즈 제니를 예로 들면, 그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포스팅하는 게시물 하나의 값어치는 28억 원 정도. 제니가 모델로 있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켈빈 클라인은 제니와의 콜라보 캠페인을 찍은 뒤 소셜 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쳤고, 6800만 달러(약 903억 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젠 정말 월드스타 여러 차례 열애설에 휩싸인 LVMH 아르노 회장의 넷째 아들 프레데릭 아르노와 그룹 블랙핑크 태국인 멤버 리사 월드 스타라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가십의 규모도 달라졌다. 제니는 한 보이그룹의 남성 멤버와의 사생활 사진이 유출돼 해외 뉴스를 장식했고, 로제는 국내의 톱 배우와, 지수는 동료배우와 각각 열애설에 휘말렸다. 리사는 프랑스의 재벌 3세이자 태그호이어의 대표이사와의 데이트 소식이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데뷔 당시였던 2016년 블랙핑크는 당연히 지금의 위상과는 달랐다. 빅뱅, 2NE1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YG엔터테인먼트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음악 시장에 진출시킬 만한 걸그룹을 준비하고 있었다. 애초에 블랙핑크는 연습생 9명이 합류를 놓고, YG엔터테인먼트는 진취적인 개성과 매력,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멤버들을 위주로 4명을 추렸다. 그렇게 데뷔한 게 태국 출신 리사, 뉴질랜드 유학 경험이 있는 제니, 호주 출신 로제, 그리고 가수뿐 아니라 배우로서의 잠재력이 엿보이는 지수였다. 이들은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을 YG엔터테인먼트에서 고강도 훈련을 받았다. 애초에 몇 명을 데뷔시킬지 정해놓지 않은 채 서바이벌 테스트를 통해 최종 데뷔조를 뽑는 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탄생한 블랙핑크는 《휘파람》, 《붐바야》, 《불장난》, 《마지막처럼》, 《뚜두뚜두 (DDU-DU-DDU-DU)》, 《How You Like That》, 《Pink Venom》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고,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갔다. 외국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글로벌 전략은 미국 음악계에서 통했다. 블랙핑크는 두아 리파를 시작으로 레이디 가가, 셀레나 고메즈, 카디비와 작업을 해 K팝 장르에 익숙지 않은 음악팬들에게도 거리감 없이 다가갔다. 블랙핑크의 다음 행보는 영향력이 거대해진 만큼 블랙핑크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블랙핑크와 YG엔터테인먼트의 전속계약은 7년으로, 원래대로라면 지난 8월에 재계약 여부가 결론이 났었어야 한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부터 재계약을 두고 멤버들과 구체적인 얘기를 나눴지만, 모든 멤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남는다는 결론에 도달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약에 간절한 쪽은 당연히 YG엔터테인먼트다. 멤버들의 재계약 여부에 YG의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회사는 멤버들에게 재계약과 관련해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 만료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재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개개인별 '몸값'이 너무 높아진 탓에 YG엔터테인먼트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해외 매체들은 블랙핑크 일부 멤버가 중국 에어전시로부터 계약금 500억 원을 제안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케이팝을 대표하는 또 다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두 번째 전속계약을 했다. 글로벌 아이콘이 된 블랙핑크의 선택에 전 세계 음악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주말에 뭐 볼래?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나솔사계) / SBS Plus, ENA 누군가 그랬다. 〈나는 SOLO〉는 데이팅 프로그램이 아니라, 심리 분석 다큐멘터리라고. 솔로나라에 들어가면 누구든 감정에 솔직해지는 마법에 걸리는 것일까. 〈나는 SOLO〉 출연자들은 솔로나라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사람들과 울고, 웃고, 화내고, 기뻐하고, 좌절하고, 또 사랑에 빠진다.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이하 〈나솔사계〉는 〈나는 SOLO〉 방송 이후 한바탕 휩쓸고 간 관심을 제대로 맛본 출연자들이 다시 솔로나라에 제 발로 찾아와서 벌이는 패자부활전이다. 〈나솔사계〉 출연자들은 '이번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다지만 솔로나라에서는 여지없이 울고, 웃고, 화내고, 기뻐하고, 좌절하고, 또 사랑에 빠진다. 그게 재미 포인트다. 〈나는 SOLO〉의 찐 애청자라면 〈나솔사계〉가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디자인 : 박수민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일본 엔터테인먼트계 거물 故 쟈니 기타가와('쟈니스 사무소' 창립자, 1931~2019)의 동성 미성년자 성착취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가 8월 29일 나왔다. 쟈니 기타가와가 눈을 감은 지 약 5년 만이다. '쟈니스 사무소'가 설치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에의한재발방지특별팀(이하 특별팀)'은 67페이지의 보고서와 함께 쟈니 기타가와가 195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최소 수백 명을 성착취 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중학생 세대(13~15세)이며, 대부분 오랜 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명시했다. '거물' 쟈니 기타가와는 누구인가? 출처 : 게티이미지 코리아 일본 엔터테인먼트 최고 거물이 추악한 성범죄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까지 최소 60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대체 어떻게 진실이 그토록 오랫동안 파묻힐 수 있었을까. 그만큼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기타가와의 비뚤어진 권력과 위상이 드높았다는 걸 의미한다. 기타가와는 1962년 본인의 별명인 '쟈니스'를 딴 연예기획사 '쟈니스 사무소'를 개업해 최초로 아이돌 그룹을 세상에 내놨다. 결과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기타가와는 '쟈니스 주니어'라는 연습생 시스템을 만들고, 댄스그룹 단체 활동과 그룹 멤버의 개인 연예활동 병행을 장려하는 등의 전략으로 굵직한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유명 배우 겸 가수 기무라 타쿠야가 소속된 일본 국민 아이돌 그룹 '스맙(SMAP)', 아라시 등이 그렇게 세상에 나와 인기를 끌었다. 쟈니스 소속 연예인들의 라인업이 워낙 막강했던 터라 일본의 방송사들이 기타가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HOT, 신화 등 국내 가요계에 1세대 아이돌을 만든 'K팝의 아버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도 쟈니 기타가와의 비즈니스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남자 아이돌의 역사는 곧 쟈니스의 역사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기타가와는 가장 많은 1위 히트곡을 보유한 개인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얻기도 했다. '쟈니스 사무소'는 2010년 초반, 자니스 소속 아티스트들의 대거 이탈로 휘청거리기 전까지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독보적인 힘을 발휘했다. 폭로된 진실은 충격 그 자체 故 쟈니 기타가와의 추악한 진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 3월 영국 방송 BBC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였다. BBC는 쟈니스 사무소에서 기타가와가 자행한 동성 미성년 성착취 범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이 다큐멘터리는 '쟈니스 주니어' 출신들의 충격적인 폭로들이 줄을 이었는데, 그 수위가 상당히 높았다. 쟈니스 주니어 출신의 하야시는 "15살 때 자니스의 사무소에 이력서를 보냈고 오디션 장에서 처음으로 기타가와를 만났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기타가와는 소년들이 합숙하는 자신의 저택으로 불러 그곳에서 마치 '인형놀이를 하듯' 목욕을 시켰고 이후 성적 학대가 시작되었다. 최소 십수 회에 걸쳐 성범죄가 일어났다."라고 폭로했다. 또 12살의 나이에 쟈니스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합숙소에서 지냈던 한 남성은 "성착취는 반복적으로 일어났으며, 심지어 부모님이 방문했던 날에도 바로 옆방에서 기타가와에 의한 성범죄가 일어났다."라고 충격적인 범죄 피해를 회상했다. 쟈니스 합숙소에서 일어난 성착취는 그루밍 성범죄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합숙소는 쟈니스의 눈에 들어서 선택받은 소년들이 데뷔를 위해 지내는 곳이었고, 동시에 성착취가 이뤄지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16살 나이에 쟈니스에서 10년 간 백업댄서로 활동했던 한 댄서는 이렇게 진술했다. "내가 침실로 들어가자 쟈니 씨가 갑자기 들어오더니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했어요.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선을 넘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하니까 쟈니 씨는 미안하다고 하더니 다른 방으로 가버렸어요. 하지만 저는 쟈니 씨를 싫어하지 않아요. 여전히 쟈니스 소년들이 쟈니 씨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곳에서 지냈던 미성년자들에게 성착취가 일어났음에도, 피해를 당한 남성들 중 일부는 '성공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받아들이거나 나아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인식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어떻게 은폐됐나 그렇다면 어떻게 이 같은 추악한 진실이 이토록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었을까. 실제로 기타가와가 동성의 어린 연습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주장은 1980년대부터 공공연히 나왔다. 1999년에는 일본의 대표 시사 월간지인 문예춘추에서 해당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쟈니스 측은 명예훼손 혐의로 이들을 고발했고, 1억 엔(약 9억 66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오랜 재판 끝에 2004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동성애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했음에도 주류 언론에서는 이 사실을 다루지 않았다. 기타가와에 대한 형사 재판도 이뤄지지 않았기에 기타가와는 사망할 때까지 기소되지 않은 채 쟈니스의 사장직을 유지했다. 최근 쟈니스 특별팀의 기자회견 이후 일본의 여러 방송사가 뒤늦게 조사 내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인권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니혼 TV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성 가해 등의 인권침해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자세로 보도해 가겠다. 피해자의 구제와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라고 발표했으며, 후지 TV는 "보고서의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성 가해가 허용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도록 대처하겠다."라고 강조했다. TV도쿄는 쟈니스 사무소를 향해 "이번 보고를 받고 신속하고 적확한 대응을 취하길 희망한다. 인권 중시의 자세를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라고 입장을 냈다. 이 같은 발표를 바라보는 이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60년 넘게 기타가와의 반인륜적인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 언론의 책임은 없었을까. 추악한 범죄가 일어났음에도 쟈니스 사무소가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진실을 함께 은폐했던 언론의 동조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주말에 뭐 볼래? 마스크걸 / 넷플릭스 / 스릴러 / 19세 이상 / 7부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각본·연출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다가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미쓰 홍당무' 등 그동안 우리 영화가 외모 지상주의라는 소재를 다룬 적은 많았지만, 이 소재를 스릴러 장르와 결합했다는 점에서 '마스크걸'은 신선한 시도로 다가온다. '마스크걸'은 1화에서 3화까지는 배우 이한별, 4화와 5화는 나나, 6화와 7호는 고현정 배우가 김모미 역을 담당한다. 김모미를 중심으로 복잡다단하게 얽힌 사건을 찢고 분해해 인물들 중심으로 재배열한 구성은 시청자가 줄거리를 한결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외모지상주의가 김모미가 범죄를 시작하게 되는 사건의 발단이 되게 하지만 화를 거듭할수록 그렇게 중요해지진 않는다. 오히려 '마스크걸'은 김모미가 가진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인 모성애에 집중한다. 그래서 '첫 시도는 신선했으나 결국 통속적인 스토리로 마감된다'는 비평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흠잡을 데가 없다. 김용훈 감독이 발굴한 신인 배우 이한별의 연기는 한 장면도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수려하고, 아이돌 출신의 배우 나나는 대사 없는 흑백 화면에서 눈빛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충분히 발휘한다. 화장기 없는 고현정의 광기 어린 연기 역시 '마스크걸'의 마지막을 이끄는 강력한 힘이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주오남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의 연기인데, 이건 어떻게 글로 표현해 낼 재간이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안재홍이 출연하는 1~2화만이라도 꼭 보길 추천한다. 디자인 : 박수민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폐영을 앞두고 있다. 각국에서 온 4만여 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 국가 참가자들이 초기에 퇴영했으며, 남은 참가자들조차도 태풍 북상에 따라 수도권으로 흩어진 상황에서 하루 남은 잼버리의 폐영식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치러지길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은 절박하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그나마의 면이라도 세우려면 남은 대안이 K팝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파행 수습을 위해서 가요계가 이 콘서트에 총동원됐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공연 날짜와 장소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시작부터 삐걱댔다. 당초 'K팝 슈퍼 라이브'는 지난 6일 새만금 야영지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안전 우려 등에 따라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K리그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전주 공연을 강행하는 듯싶었지만 이번에는 기상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태풍 북상으로 참가자들의 수도권 비상 대피가 결정되면서 콘서트는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기로 최종 결정됐다. 며칠 동안 발표와 번복, 재발표와 재번복의 사태가 이어지는 해프닝이 계속됐지만 어쩐 일인지 K팝 가수들에 대한 섭외는 이례적으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뮤직뱅크'도 취소... 가용 인력 투입 며칠 만에 5만 석 규모의 K팝 공연을 가득 채울 국내 가요계 정상급 그룹들을 한 자리에 부르는 게 가능할까. 실제로 한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비슷한 규모의 가요 페스티벌 준비 위원회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이례적인 상황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공연장을 잡는 건 최소 1년 전에나 가능하다. 공연장이 해결되면 협찬사 미팅을 진행한다. 여기에 가요기획사들과 접촉해 출연 조건을 협의하고, 안전업체와 계약하고, 무대 설치 외주 기획사와 공연 계획을 잡는다. 대부분의 가수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의 스케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연 준비 초기에 섭외 작업을 한다. 공연이 가까워지면 준비위원회는 아티스트들의 무대 구성, 댄스, 조명, 의상, 콘셉트 등에 대한 세부 미팅을 기획사와 마무리 짓는다. 보통 공연을 하루 앞두고는 온종일 리허설을 통해 진행자 멘트, 가수들의 동선과 무대를 체크한다. 이번 'K팝 슈퍼 라이브'의 경우는 어떨까. 출연하는 K팝 가수들의 라인업은 공연 개최 불과 2~3일 전에 진행됐다. 급한 상황을 수습하려고 'K팝 슈퍼 라이브' 방송사인 KBS의 ‘뮤직뱅크’의 본방송이 취소됐고, 대신 여기에 출연하기로 했던 가수들을 콘서트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됐다. 담당자 역시 ‘뮤직뱅크’ CP(책임 프로듀서)로 변경됐다. 그 결과 이번 콘서트의 라인업은 뉴진스, NCT드림, 있지(ITZY), 마마무, 더보이즈, 셔누&형원, 프로미스나인, 제로베이스원, 강다니엘, 권은비, 조유리, 피원하모니, 카드, 더뉴식스, ATBO, 싸이커스, 홀리뱅, 리베란테 등 18개 팀으로 결정됐다. 기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아이브가 빠진다고 했지만 스케줄을 조정해서 다시 출연하겠다고 하루 전날 계획을 확정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해? 어떤 절차를 밟았기에 이렇게 빠르게 K팝 가수들에 대한 섭외가 이뤄졌는지는 미스터리다. 일부 가수들은 진행 중이던 스케줄도 다 제쳐두고 이 콘서트에 임하기로 했다. 마마무의 유닛 그룹 마마무+(마마무 플러스)의 솔라는 11일에 진행하기로 했던 팬 사인회를 취소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솔라는 "부름을 받고 잼버리에 나간다. 4명이 다 나간다. 이게 되네?"라고 팬 커뮤니티에 글을 썼다. 심지어 마마무 4명은 더 이상 다 같은 소속사가 아니라, 3개 사에 나뉘어 소속되어 있다. 이번 콘서트의 모토가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라'였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팬들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마치 맡겨놓은 듯이 방탄소년단에게 '잼버리 콘서트' 무대에 서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정치인이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지난 8일 7명의 멤버 가운데 총 2명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언급하며 "(잼버리의) 소중한 손님들에게 새만금에서의 부족했던 일정들을 대한민국 문화의 힘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며 "특히 국방부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K-POP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촉구하는 글을 적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를 본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의 일부는 "방탄소년단이 북한의 모란봉악단도 아니고 권위주의식으로 무대에 서라 마라 하는 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시는 없을, 없어야 할 콘서트 'K팝 슈퍼 라이브' 공연 바로 전날인 10일 제6호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함에 따라 적어도 하루 전날 진행되어야 할 공연 리허설은 모두 취소됐다. 어쩔 수 없이 공연 1~3일 전에 섭외된 가수들은 미리 무대를 맞춰볼 기회도 없이 즉석에서 무대를 꾸미게 됐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콘서트의 경우, 공연 2~3일 전에 무대 설치 및 음향, 조명 설비를 준비한 후 리허설을 통해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이 최종 점검을 하는 걸 생각해 보면 걱정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리허설 없는 공연 강행이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무대 스태프와 관객들의 안전 문제 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미흡한 준비로 파행을 거듭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더 이상의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두 손 모아 바랄 뿐이다. 주말에 뭐 볼래? 남의 연애 시즌2 / Wavve / 퀴어 리얼리티 예능 이 예능을 보려면 두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내가 남의 연애에 굳이 관심을 가져야 해?'라는 근본적인 질문. 두 번째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 '동성의 연애 리얼리티를 봐야 한다고?'라는 질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쉽지 않을 수 있는 이 두 가지 장벽을 넘어선 시청자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인가 보다. 지난 4일 최종화를 방영한 Wavve 오리지널 리얼리티 '남의 연애 시즌2'가 '퀴어'(동성애 코드)라는 비보편적인 문화 코드 속에도 화제성과 시청자수 유입을 이끌어내며 종영했다. OTT 흥행 지표를 발표하는 굿데이코퍼레이션의 리포트에 따르면 8월 1주 차 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지수에서 '남의 연애 2'는 4위를 차지했다. 최종 커플이 이뤄지는 마지막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리얼리티 예능의 속성 상 '남의 연애 2' 최종 회차는 전주 대비 무려 10 계단이 상승하며 TV 방영 예능을 제외한 OTT 오리지널 프로그램 중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남의 연애 2'는 동성애자라는 성적 취향을 커밍아웃한 백화점 직원,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저트 가게 사장, 헤어디자이너, 대학생, DJ, 성형외과 상담실장, 가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20~30대 남자 8명이 '남의 집'에서 8일 간 함께 먹고 자며 서로를 알아간다는 콘셉트다. 평범할 수도 조금은 특별할 수도 있는 출연자들에 대한 관찰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을 느끼는지가 주요 재미 요소다. 출연자들이 보여준 진솔한 감정표현 때문이었을까. '남의 연애 2'의 인기는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지수에서는 '남의 연애 2' 성호가 '하트시그널 4' 신민규와 배우 임지연의 뒤를 이어 3위에, 성호와 최종 커플로 이어진 준성이 5위에 올랐다. '남의 연애' 시즌1, 2를 통틀어 출연진이 화제성 순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의 연애 2' 제작진은 이 같은 관심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는 모양이다. 최종 매칭으로 현실 커플이 된 준성과 성호의 브이로그는 최종화 방영 하루 뒤에 '남의 연애 2' 채널에 올라왔다. 제작진은 두 사람 외에도 '남의 연애 2' 출연자들의 방송 이후의 모습을 공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당분간 '남의 연애 2'의 화제성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시즌 2 방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즌 3 제작이 확정되었으며 출연자 모집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 : 박수민
문빈을 떠나보내다 지난 19일 연예계는 또 한 번 큰 슬픔을 맞이했다. 가수 문빈이 스물여섯의 꽃다운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아역 모델로 데뷔한 문빈은 무려 7년이나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한 뒤 그룹 아스트로로 데뷔했다. 가수로는 8년 차를 맞이한 시점이었다. 지난해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보통 아이돌 그룹들이 '마의 7년'을 넘기지 못하고 활동에 위기가 찾아오는 걸 감안하면, 아스트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활동이 보장된 셈이었다. 게다가 문빈은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로도 활동했다. 2021년에는 'SNL코리아'에서 훌륭한 콩트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아스트로 멤버들 중 일부가 군입대를 해서 생긴 공백기에도 문빈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었다. 막내 멤버인 산하와 함께 문빈은 '문빈&산하'라는 유닛 듀오를 결성해 최근까지 해외 투어 중이었다. 늘 밝은 웃음을 보여왔던 가수였기에 많은 이들은 그가 가진 고민의 시간과 깊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런 징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아스트로 멤버들을 비롯한 가요계 동료들은 문빈이 밝은 모습 뒤에 미래와 활동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특히 이달 초 문빈&산하의 태국 방콕 콘서트를 마친 뒤 라이브 방송에서 문빈은 매우 지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고백할 게 있는데 사실 많이 힘들었다. 무대에서도 티가 났던 것 같아서 팬들에게 미안했다. 이제는 운동도 하고, 다시 힘을 내려고 한다. 내가 선택한 직업이니 내가 행복해져서 팬들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며 어두운 모습을 내비쳤다. 그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걸까 문빈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두고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유족의 바람으로 사인이나 유서 등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유튜브에는 각종 가짜뉴스들이 범람했다. 영국 가디언, BBC 등 외신들은 문빈의 죽음을 과도한 경쟁으로 몰고 가는 K팝 산업의 단면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또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며 문빈의 사망을 사회적인 분위기와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는 또 젊은 가수 한 명을 떠나보냈다. 2017년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그랬고, 2019년 10월 설리가, 11월 카라의 구하라가 비슷한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심리적으로 힘든 모습이 보였지만 누구도 그들의 죽음을 막을 순 없었다. 우려가 되는 건 이들이 떠난 뒤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이다. 같은 꿈을 꾸고 고민을 공유하며 긴 트레이닝 시간을 함께 하며 한 그룹으로 데뷔해 가족보다 더욱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이들의 상실감은 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석에서 같은 그룹 멤버를 먼저 떠나보낸 경험을 가진 아이돌 가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미 몇 년이 흐른 일이었음에도 그 가수는 여전히 동료의 죽음을 너무나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사망 후 얼마 간 환영에 시달렸고 그로 인한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고민을 나눴던 멤버의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전, 카메라 앞이나 무대에서는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하는 직업 탓에 더욱 심리적 치유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아이돌 가수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 보면 그들이 털어놓는 고민거리도 매우 다양하다. 외모, 금전, 이성관계, 진로, 회사 갈등, 군대 문제 등 또래들이 가진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고민을 외부로 드러내면 안 된다고 요구받는 분위기 때문에 아이돌 가수들은 자신의 어두운 면을 감추는 데 매우 익숙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적 영역에서도 엄격한 자기 관리를 하는 트레이닝을 수년에 걸쳐 받기 때문이다. 문빈이 세상을 떠난 뒤 다시 화제를 모은 영상이 있다. 디즈니플러스 예능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에서 문빈이 김종국과 만나 고민 상담을 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문빈은 김종국 씨에게 "이쪽 생활을 하다 보니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활동할 때 모습과 쉴 때 내 모습이 다르다. 쉬면 뭘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한 김종국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너의 개인적인 인생, 너라는 사람에 대한 삶 무조건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일과 너의 연예인과 가수로서의 삶이 죽을 때까지 너의 삶이 되긴 힘들다. 네 자체의 삶이 건강해야 그래야 나머지도 네가 할 수 있는 것이다. 너라는 사람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 주말에 뭐 볼래? <종이달> / GENIE TV·넷플릭스·TVING / 10부작 / 청소년관람불가 '일탈'은 팍팍한 현실을 잊게 할 정도로 달콤하고 때론 짜릿하다. '종이달'은 집 안에 걸어둔 종이모빌처럼, 빌트인 가구처럼, 아무런 의미도 행복도 찾지 못한 채 살아가던 유부녀 유이화(김서형 분)가 대학생 윤민재(이시우 분)를 만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드라마 '종이달'은 일본 작가 가쿠다 미쓰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은 과거 일본에서 벌어진 한 은행 여직원의 횡령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야망과 성공에만 집착하는 남편 최기현(공정환 분)에게 숨 막히는 감정을 느끼던 경단녀(경력단절 여성)였던 유이화는 우연히 한 저축은행에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한다. 그곳에서 유이화가 맡은 임무는 '통장에 얼마가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돈 모으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VVIP 고객들의 은행 심부름이었다. 단 한번 카드를 잃어버렸던 기억 탓에, 현금 쓰기를 고집하는 정갈하고 깔끔한 유이화에게 까다로운 VVIP 고객을 모시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랬던 유이화에게 가난한 대학생 민재와의 만남은 '사고' 그 자체였다. 잔잔한 호수 같았던 유이화의 일상은 민재와의 만남 이후 소용돌이쳤고, 가난한 영화감독 지망생의 가련한 현실은 유이화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녀가 모시는 고약한 성질의 VVIP 고객이자 민재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대조되면서 더욱 그녀의 가슴을 두드린다. 조금씩 일탈의 수위를 높여가던 유이화는 돈을 훔치는 것이 아닌, '돈의 위치를 옮기는 것'이라고 스스로 정당화하게 되는데 이른다. '쓰엥님' 신드롬을 일으켰던 걸크러쉬 매력의 김서형의 섬세한 연기 변신이 돋보인다. 자칫 그저 그런 불륜, 막장 드라마로 치부될 뻔했지만, 역시 드라마의 퀄리티를 만드는 데 배우의 역할은 절반 이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쇼윈도 부부를 연기하는 배우 김서형과 공정환이 치고받는 대사의 맛이 좋다. 넘치지 않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극 전개가 그렇게 빠르지 않은 데도 드라마는 긴박하게 느껴진다. 미공개 후반부도 충분히 기대해 봄 직할 드라마다. 디자인 : 박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