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동안 연예기자로 일했습니다.좋은 기사는 현장에서, 좋은 이야기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말을 믿습니다. 수많은 연예 기사들 속에서 차별화 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존재하는 이유를 기억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은 예상치 못한 소란으로 가득했다.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 박 모 씨(36)가 법정에 출석했기 때문이다. 철저히 얼굴을 가린 채 카메라를 피하며 도망치는 그의 모습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왜곡해 영상을 제작해 수익을 올린 혐의로 고소된 그가 두려워한 것은 구속도 벌금도 아닌 자신의 ‘신상 공개’인 것처럼 보였다. ‘탈덕수용소’는 2021년 10월부터 약 8개월간 유명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 7명을 비방하는 영상 23편을 제작·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AI 음성과 해외 서버를 활용해 자신을 숨긴 박 씨는, 장원영·강다니엘·방탄소년단 뷔·정국 등 유명인의 사생활을 가공해 콘텐츠화했다. 최대 피해자 중 한명이었던 장원영의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가 나섰지만 ‘운영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었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해 박 씨의 신상을 특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벌금 1,000만 원과 3,000만 원 손해배상, 총 7,600만 원에 이르는 민사 패소 판결을 받게 됐다. 이 사건이 잊히기도 전, 또 다른 사이버 레커 유튜버 ‘뻑가’도 법정에 섰다. 약 11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 ‘뻑가’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숨긴 채, 여성과 연예인, 유튜버에 대한 악의적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여성 유튜버 ‘과즙세연’의 민사 소송이 시작되며 또다시 디스커버리 제도가 사용됐고, 결국 ‘뻑가’가 경기도 거주 30대 박 씨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잃을 게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그는, 막상 재판을 앞두고 영상 재판 요청과 법원 서류의 외부 공개 제한을 신청하는 등 신상 노출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탈덕수용소'와 '뻑가'의 사례는 사이버 레커들이 만들어낸 정보 생태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타인의 고통과 사생활을 소비하며 수익과 영향력을 키워온 이들이 '본인의 얼굴'도 드러내지 못하며 도망을 다니는 모습은, 그들이 이처럼 오랜 기간 사이버 레커를 운영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이 '익명성'이었다는 걸 확인시켜준 셈이었다. 이들이 얼굴과 신상을 가리는 목적은 사생활 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신원을 숨기는 것은 자신이 유포한 콘텐츠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앞서 사이버 레커의 피해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왔지만 그동안 국내 법으로는 이들에 대한 제제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많은 언론학자들이 '가짜뉴스' 논쟁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관점을 고수하고 있기에 현재의 사법 체계에서 얼굴을 가린 사이버 레커들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즉시 조치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법은 이제 그들의 익명성 뒤에 숨은 폭력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은 국제적인 법 절차가 악용된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고, 유튜브 등 플랫폼 역시 무분별한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과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얼굴 없는 사이버 레커’들은 더 이상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이번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지난 5일 개그우먼 이수지(40) 씨가 2025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방송 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했습니다. 3년 연속 후보에 오른 끝에 결국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수지 씨에게 반론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여자 싸이, 린쟈오밍, 교포제니, 육즙수지, 슈블리맘, 제이미맘, 성형외과 실장 등 실존하는 인물들을 거의 복제 수준으로 실감 나게 모사를 하는 이수지 씨는 명실공히 예능계 '핫이슈'였기 때문입니다. 이수지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달랐다고 합니다. 전교에서 유난히 끼가 넘치는 그런 학생이었답니다. 수업하시던 선생님이 '수지야, 나와서 웃겨봐' 하면 다른 과목 선생님들을 성대모사해 친구들의 배꼽을 훔쳤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제가 평범하게 공부하고 대학에 가서 결혼해서 아기 낳고 살기를 바라셔서 제가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고 하면 혼을 내셨어요. 그래도 축제 무대에 올라서 친구들을 웃길 때가 전 제일 행복하더라고요. 부모님 몰래 코미디 학과에 진학하고, 몰래 공채 시험을 보면서도 '안되면 어떡하지?'란 생각은 안 했어요. 사람들을 웃기는 게 너무 즐겁다 보니까 하다 보니 일이 술술 풀렸어요." 이수지 씨가 자신의 이름을 가장 먼저 알린 개그 캐릭터는 바로 KBS '개그콘서트' '황해'에서 선보였던 조선족 보이스피싱범 '린쟈오밍'이었죠. 당시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떠들썩했을 때였는데 이를 웃음으로 풍자한 이수지 씨에게는 분명 남다른 감각이 있었습니다. 개그계 선배 신동엽이 이끄는 CP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고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에 출연하면서 이수지 씨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매번 새로운 캐릭터의 옷을 입어야 하는 이수지 씨는 하루는 교포 제니로, 하루는 국민 첫사랑으로, 하루는 구수한 아주머니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이어갔습니다. "사실 'SNL코리아'로 가기 전에 1년 6개월 정도 쉬었어요. tvN '코미디빅리그'가 종영하면서 갑자기 일이 뚝 끊긴 거예요. 그때 일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어요. 'SNL코리아'에 오디션에 가서 저희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를 모사해서 '건축학개론'의 수지 씨를 따라 했거든요. 합격이었어요." 공개코미디 무대가 아닌 'SNL코리아'의 화면에서 이수지 씨의 세밀한 인물 모사는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대선배 신동엽 씨를 시작으로 정성훈, 김원훈, 주현영, 지예은 씨 등 재능 넘치는 크루들 사이에서 이수지 씨의 연기력은 날로 성장을 했죠. 그런 이수지 씨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건 유튜브 플랫폼에서였습니다. "한 시즌 동안 'SNL코리아'는 10주 분량씩 촬영을 하고 긴 휴식 시간을 가져요. 그 시간에 뭘 할까 생각하다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 연기를 좀 더 다양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만든 게 '핫이슈지'에요. 4~5명의 스태프가 대본은 물론, 소품과 의상 선택까지 아주 세밀하게 준비를 해요."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캐릭터 슈블리맘과 제이미맘, 백두장군 등입니다. 슈블리맘은 소셜미디어 기반으로 공동구매 판매를 하는 인플루언서이고, 제이미맘은 남다른 교육열과 코믹스러운 허영심을 가진 열혈 엄마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나~ 공장장이랑 싸웠잖아.", "돈두댓~", "제이미 뛰지 않아요." 등 대사들이 크게 유행을 했습니다. "슈블리맘은 인터넷에서 숏츠나 틱톡 이런 걸 보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제이미맘은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니까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엄마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무속인 백두장군은 새해 초에 인터넷에 계속 무당 콘텐츠가 뜨더라고요. 그걸 보고 '아 이거다' 했어요." 이수지 씨의 '핫이슈지'는 각계각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한동안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유튜브 콘텐츠들이 대부분 지상파와 다를 게 없는 인터뷰 포맷이거나 연예인들이 자신의 인맥이나 사생활을 공개하는 브이로그 형식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핫이슈지'의 콘텐츠는 확실히 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경쟁력을 가진 내용이었습니다. 이수지 씨의 복제 수준의 연기에 세심한 현실 고증으로 탄생한 각종 캐릭터는 단숨에 큰 인기를 얻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슈블리맘이나 제이미맘의 모사가 너무 세밀하다 보니, 이수지 씨가 특정 연예인들의 모습을 모사한 게 아니냐, 나아가 그들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 겁니다. 특히 제이미맘의 콘텐츠를 본 네티즌들이 유독 많이 거론했던 배우 한가인 씨가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 일부를 비공개로 바꾸면서, 이수지 씨의 모사가 한가인 씨를 저격해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겁니다. 이수지 씨의 대답은 '절대 아니다'였습니다. "제가 캐릭터를 만들 때는 일상 속의 공감대에 중점을 두지 특정인을 따라 하려는 건 절대 없었어요. 보시는 분들이 그런 오해를 하시는 것이 있는데, 제 목표는 더 많은 분에게 웃음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마저도 줄이는 게 제 숙제라고 생각을 해요. 유튜브의 장점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받으면 스태프들과 열심히 그런 지적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요." 의도치 않은 오해를 받아서 속상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수지 씨는 조롱과 풍자의 그 경계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수지 씨는 '이렇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자신감의 원동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남편이라고 했습니다. '결혼 전이었다면 이렇게 과감하게 캐릭터에 도전하지 못했을 텐데 지금은 뭘 해도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답니다. "남편은 제가 뭘 해도 예쁘고 사랑스럽대요. 그런 말을 들으니까 뭘 해도 자신감이 생겨요. 아까도 제가 인터뷰하면서 피자 한 판을 먹었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냈는데 남편이 '아이고 불쌍해. 그걸로 돼?'하면서 제 걱정을 해주더라고요. 피자 한 판을 먹었는데도 제가 배고플까 봐 걱정을 해줘요. (웃음) 그런 남편이 있으니까 배꼽 노출 의상을 입든, 어떻게 망가지든 스스로 예뻐 보일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이수지 씨가 요즘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자신을 보고 잃어버렸던 웃음을 찾았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받을 때라고 합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덕분에 웃었다", "오늘 직장에서 힘든 일이 많았는데 많이 웃었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이수지 씨는 스스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줬다는 생각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제 장점은 계속 쉼 없이 도전하는 것 같아요. 안주하려고 하다가도 계속 새로운 캐릭터를 생각하며 새로운 웃음을 찾아보거든요. 좀 더 나이가 들어서 해보고 싶은 건 정극 연기예요. 제가 좀 배우 김해숙 선배님을 닮지 않았나요? 저도 그런 어머니의 연기를 해보는 게 소원이에요."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우리나라는 먹는 것에 민감한 편이다. 가볍게만 봐도 그렇다. 단지 취향일 뿐인데도 탕수육 소스를 부어 먹을지 찍어 먹을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서 콩국수에 소금을 넣을지 설탕을 넣어 먹을지를 놓고도 서로 다른 의견으로 부딪히기도 한다.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는 그런 우리나라에서 음식을 화두로 한 방송인이자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요식업의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등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인 덕이었다. 그렇게 방송에서 개그맨 유재석 못지않은 영향력을 쌓은 백종원은 지난해 가장 큰 화제의 프로그램이었던 '흑백요리사' 시즌1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며 엔터테이너적 인기의 최정점에 올랐다. 시청률의 '키맨'으로 통했던 백 대표는 '흑백요리사' 시즌1로 인기의 가장 높은 꼭짓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아래로 떨어지는 중이다. 10년 가까이 방송가, 광고계, 각종 지자체에서 '모시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던 백 대표의 명성과 신뢰가 이렇게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는 건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상장과 함께 시작된 '키맨 리스크'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개미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상장했다. 상장 직후 5만 1,4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만 원 중반대까지 하락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600만 명이 구독하지만 악성 댓글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던 유튜브 채널에는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고, 백 대표가 방송에서 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나 영상에 포착된 각종 실수까지도 네티즌들에게 '파묘'되는 상황이다. 더본코리아 시작은 '빽햄 선물세트' 가격 논란이었다. 타사 제품에 비해 '빽햄 선물세트'의 가격이 오히려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민심은 험악해졌다. 더본코리아는 자사몰에서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지만 여론을 바꿀 순 없었다. '빽햄'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신포차' 낙지볶음의 일부 재료가 중국산임에도 한국산으로 표기됐다는 원산지 논란, 위생 논란, 농지법 위반 문제, 술자리 면접, 촬영 현장 갑질 의혹, 지역 특혜 논란 등 더본코리아와 백 대표를 둘러싼 부정적인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졌다. 프랜차이즈의 점포별 품질 문제, 높은 폐점률 등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들도 다시 수면으로 올리며 백 대표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잘될 때 인기는 '보약', 안될 때 인기는 '독약' 공식 홈페이지에 백 대표가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리며, 더본코리아의 로열티 3개월 면제 등 50억 원 규모의 가맹점 지원안을 발표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진 못했다. 오히려 '키맨 리스크'라는 말이 나오며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6일 백 대표는 유튜브에 출연해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진화에 나섰다. '잘될 때 인기는 보약이지만 안될 때 인기는 독약'이라는 말은 백 대표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너도나도 모시려던 백 대표의 인기와 화제성은 오히려 부정적 기사를 더 양산하는 효과를 낳았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10년 가까이 방송을 통해 백 대표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업적 혜택을 얻었다는 점은 공감한다. 개인을 향한 비난과 기업가에 대한 비판 2023년 '충남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백 대표를 모시려는 지자체들의 경쟁이 눈물겨웠지만 백 대표와 함께 각종 사업을 진행했던 지역자치단체들은 오히려 혈세 낭비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더본코리아 요구에 따라 70억 원을 들여 외식산업개발원을 사실상 전용 공간으로 조성해 특혜 논란에 휘말렸고, 강원도 인제군은 유튜브 영상 제작을 명목으로 더본코리아에 5억 5,000만 원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져 질책이 이어졌다. 경남 통영시도 통영어부장터 축제 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2배 늘렸는데 이 가운데 70%가량이 더본코리아에 지급하는 용역비였다는 점이 드러나 '된서리'를 맞고 있다. 백 대표가 추가적인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하긴 했지만 '흑백요리사 시즌2'를 비롯해 이미 촬영을 완료하고 방영을 준비하는 프로그램들은 비상이 걸렸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더본코리아가 가진 허약함이 그대로 노출된 건 분명하다. 회사보다 훨씬 더 유명한 대표 경영인은 약일까 독일까. 방송을 통해 사업을 키운 백 대표가 또다시 앞으로 방영될 방송을 발판 삼아 재기할 수 있을지, 사과나 쇄신 약속으로도 잠재우지 못한 부정적 여론이 반전을 맞이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27)은 '먹방'(먹는 방송)으로 전 세계 10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을 보유한 인터넷 방송인이다. 성인 남성 여럿이 먹을만한 음식 양을 신장 161cm의 가녀린 체구의 여성이 한 끼에 모두 흡입하는 먹방이라니 얼마나 신기한가. 쯔양은 엄청난 식성으로 많은 이들이 식사 때마다 켜두는 유튜브 콘텐츠 일명 '밥 친구'로서 자리매김하며 인기 크리에이터가 됐다. 지난해 7월 세상에 드러난 이른바 쯔양에 대한 사이버 레커들의 공갈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구제역의 휴대전화기에서 확보한 구제역, 전국진, 카라큘라 등 유튜버들의 녹취내용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쯔양에게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천, 수백만 원을 갈취하는 정황이 담긴 내용이 밝혀졌다. 타인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발견하고는, 사이버 레커 운영자들이 마치 '큰 건수를 잡았다' 식으로 반가워하며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듣고는 많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치 보면 되지 않을 것을 우연히 목격한 것과 같은 당혹과 공포심마저 들 정도였다. '이들에게도 인류애가 존재할까'란 막연한 물음마저 생각났다. 쯔양은 이 사이버 레커들을 고소했고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 결과가 지난 2월 나왔다. 1심 재판부는 구제역에게는 징역 3년을, 주작감별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최모 변호사는 징역 2년,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공갈 피해자 쯔양은 방송에 나와서 '왜 공갈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스스로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쯔양은 전 남자친구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남성에게 끔찍한 데이트 폭력 및 성폭력을 당해왔으며, 이를 막기 위해선 벌어온 돈을 갈취당했고, 또 돈을 주지 않거나 성관계를 거절하면 과거를 폭로한다는 협박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눈물로 고백했다. 공포에 휩싸여서 가녀린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여기서 쯔양의 상처는 끝이 아니었다. 쯔양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공갈 피해자인 자신에 관한 사생활 문제를 연이어 폭로하면서 이에 대한 해명을 강요하며 압박했다”며 가로세로연구소를 고소했다. 쯔양의 폭로를 대단한 재밋거리인 양 지켜보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가로세로연구소의 방송은 아무런 제재 없이 유튜브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쯔양을 공갈했던 다른 사이버 레커는 잠잠해졌는데도, '국민의 알 권리'라는 애매모호한 명분을 내건 가로세로연구소가 쯔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로세로연구소 등은 쯔양이 중국과 관련한 세력일 수 있다는 추측부터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등을 거론했다. 쯔양으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당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지난달 검찰이 쯔양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보완 수사를 요구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는 연예계 스캔들 또는 유명인이 관련된 사건⋅사고를 다루는 콘텐츠로 조회수를 늘리려는 크리에이터(이하 유튜버)를 뜻한다. 충격적인 사건과 이슈를 다루는 사이버 레커는 언론사 기자들의 존재감마저 위태롭게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크다. 동시에 사이버 레커는 교통사고 현장에 앞다퉈 몰려드는 견인차(wreck car)라는 이름처럼, 영향력에 비해서 기존 언론사들이 갖는 것에 비하면 책임과 규제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 도 넘은 사이버 공격을 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쯔양은 지난 2월 JT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간첩설, 정치 연관설 등에 대해서 "도무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든가 검찰 측에서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게 이상해서 그쪽과 뭔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든 그냥 저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쯔양의 공갈 피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이후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이버 레커 행태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다. 사이버 레커에 대한 처벌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일각에서는 디지털 주목경제(digital attention economy) 하에 사이버 레커, 악성댓글들을 사라지게 하는 건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도 한다. 또 자칫 이 같은 규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사이버 레커가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체제로 출현한 것이라며 언론의 책임론을 들추는 사람들도 있다.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 않은 현실에서 유튜버 쯔양과도 같이 사이버 공격의 피해를 당할 경우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건 법적인 방법밖에는 없다. 이 과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금전적 부담은 피해자가 오롯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절차는 2차 피해로 이어진다. 사이버 레커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여전히 뚜렷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게 우리가 처한 답답한 현실이다.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지난 21일 법원은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본안 소송이 남아있긴 하지만 뉴진스에 대한 어도어의 전속계약 효력을 확인한 판결이었기 때문에 뉴진스의 독자 활동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뉴진스는 어도어로 복귀가 아닌 민희진 전 대표를 택했다. 가처분 결정이 난 이후 뉴진스는 지난 23일 홍콩에서 진행된 공연에서 새로운 활동명 NJZ로서 무대를 꾸민 직후 활동 잠정 중단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선언했다. 멤버들은 작성한 손편지를 읽었고 서로 부둥켜안았다. 팬들에게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는 결심도 밝혔다. 어도어에게 뉴진스 소속사의 지위가 있다고 확인한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온 만큼 뉴진스 멤버들이 더 이상 독자 활동을 강행할 순 없었다.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어도어와의 본안 소송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배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뉴진스 멤버들이 새로운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의 홍콩 공연 준비에 맞춰 급히 스태프를 현지에 파견해 멤버들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공연 현장에서 양측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장 LED에 뉴진스 멤버들이 독자 활동을 위해서 만든 활동명 NJZ가 표출되고, 자체 굿즈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합의점은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계속 멀어지고 있다. 뉴진스(NJZ)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마친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런 경우 뉴진스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법조계에서는 뉴진스 멤버들이 가처분 결정에 항고하고 본안 소송에 돌입하는 것보다, 어도어와 이제라도 합의하고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게 가장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진스 사태에 대해서 법조인으로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왔던 고상록 변호사는 지난 22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뉴진스의 독자 활동 고수가 오히려 향후 법적인 판결에 있어서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이 인권 침해라는 헛소리는 우리나라 국회에서 한 번 하고 말았어야 했다. 다름 아닌 자신들의 변호사가 법원에 유리하다고 제출한 증거에서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마당에, 겨우 영어로 하는 외신과의 인터뷰라고 그걸 부여잡고 여전사 노릇을 한다고 해서 이 사안의 본질이 덮이지 않는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변호사 A 씨 역시 '뉴진스와 어도어의 미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뉴진스 소송은 본안도 패소할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문제는 항소, 상고까지 하면 확정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가 예상되는데 그즈음이면 아이돌의 수명과 현재의 여론, 음악시장과 트렌드의 변화 속도 등을 생각해 볼 때 도대체 이 분쟁이 뉴진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뉴진스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도 뉴진스가 지금이라도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제작 경험이 있는 한 제작자는 이 같은 갈등이 길어질 경우 뉴진스가 가진 이미지에 큰 오점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대형 엔터테인먼트들이 연이어 신인 걸그룹들을 데뷔시키는 K팝 시장에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멤버들이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인지도와 화제성 면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결국 시장 내 지위에서 그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진스(NJZ) 하니가 2024년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뉴진스의 본격적인 법적 대응과 활동 중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뉴진스 팬덤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지는 모양새다. 뉴진스의 팬덤 팀 버니즈는 26일 팬들이 직접 법률 대리인을 선임, 멤버들에 대한 악성 댓글에 대한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추가로 진행될 법적 대응에 대해서도 팬들이 합심해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안 소송에 대해서도 멤버들의 부모님과 팀 버니즈가 가처분을 담당했던 법무법인과 접촉했고, 그 이후로 며칠간 대형 로펌 4곳, 전관 변호사 3명, 검사 출신 17년 차 현직 변호사, 판사 출신 변호사 등을 만나 오랜 시간 상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버니즈는 "분명 힘든 상황이나 이미 충분한 논의를 마쳤으며, 앞으로의 향후 계획 역시 준비가 된 상황임을 알려드린다."며 어도어로의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이돌 그룹은 대중의 여론보다는 팬덤의 분위기에 훨씬 더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팀 버니즈만 굳건하다면 뉴진스의 향후 활동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형 기획사에서 제작한 걸그룹이 팬덤과 직접 소통하면서 유대감을 키운다는 점에서 그간 K팝 시장에서 유례없던 케이스를 만드는 만큼 누구도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뉴진스의 미래는 재판부가 아닌 팬덤이 결정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 뉴진스의 미래에 대한 긴 불확실성과 활동 공백은 크나큰 변수다. 문득, 뉴진스 데뷔 약 한 달 뒤였던 2022년 9월경 그들의 공연을 보고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들의 음악은 그간 K팝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고 그들의 매력은 대체될 수 없는 색깔이었다. 너무나 강렬했기에 여전히 그 잔상이 뚜렷하게 남았다. 2024년부터 레이블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지루하고 자극적인 갈등이 벌어졌던 그 시기가 없었더라면 뉴진스는 지금 어땠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그 부분이 두고두고 아쉽다. 디자인 :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때때로 어떤 갈등에는 뚜렷한 정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양측이 합의안에 도달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을 때 그렇다. 그룹 뉴진스 멤버들도, 소속사 어도어도 서로 다른 명분을 가지고 서로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어떤 것이 양측에게 가장 합리적인 답안이 될지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향후 도출될 결론은 뉴진스의 아티스트로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한 회사의 존립에도 큰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이번 달이 뉴진스 멤버들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NJZ(엔제이지)'라는 새 이름으로 그동안 준비한 새 앨범과 무대를 홍콩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뉴진스(또는 NJZ) 멤버 하니는 "더 이상 우리를 막을 것이 없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분쟁이 오점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들과의 전속계약 효력을 확인하는 본격적인 법적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뉴진스의 전속계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절차라는 것이다. 먼저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 5인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청구했고, 해당 심문기일이 오는 7일 열린다. 전속계약 유효 확인의 소 변론기일은 4월 3일 진행된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게 갈라서 있다. 뉴진스 갈등, 어디로 가고 있나 K팝 시장에서 전대미문한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어도어의 전 대표 민희진과 하이브의 갈등에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민희진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국내 언론매체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뉴진스 멤버들이 갈등의 정중앙에 등장했다. 멤버들은 하이브와 어도어에게 신뢰 관계가 훼손되는 중대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일부 언론매체들은 민 전 대표와 멤버들이 어도어와의 계약을 무시한 채 새 소속사와 비밀리에 접촉하는 이른바 '템퍼링'을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템퍼링은 상법상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지탄을 받는다. 뉴진스가 지난해 11월 29일부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시소가 오른쪽, 왼쪽으로 이리저리 기울어지듯 시간에 따라 여론이 양쪽을 오가며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뉴진스는 하이브의 각종 행각을 참을 만큼 참아왔다며 "제발 우릴 붙잡지 말고 서로 갈 길 가자"며 헤어질 결심을 밝힌 것이다.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를 비난했다가는 그 자체가 향후 전속계약 효력 존재를 가리는 소송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에 "돌아와. 내가 잘할게"의 표현만 하고 있다. 대신 어도어 측은 기자들과 광고 제작자 등에게 "여전히 뉴진스 활동의 매니지먼트 권한은 어도어에 있으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NJZ라는 팀명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며 읍소의 전략을 펼치는 상태다. 반응은? 뉴진스(또는 NJZ)의 팬덤 버니즈는 그 어느 때보다 똘똘 뭉치고 있다. 멤버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서 팬들이 직접 법률 전문가를 컨택하기도 하고, 하이브라는 국내 최대의 연예 기획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찾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이번 갈등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멤버들과 버니즈와 함께 손을 잡는다는 공동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K팝 문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팬덤이다. 뉴진스(또는 NJZ) 멤버들이 운영하는 SNS 계정 'njz_official'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매니지먼트연합(연매협) 등 5개 음악 유관기관 단체는 한자리에 모여서 뉴진스 멤버들이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 통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템퍼링'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신인 가수 개발의 프로젝트가 최소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시장인데 뉴진스 멤버들의 템퍼링 시도 의혹은 음반 제작자의 노력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투자를 무시한 행위이고,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갈등은 여러모로 안타까움을 준다. '강 건너 불구경' 식의 중계식 보도로 이 갈등을 묘사하는 게 언론의 바람직한 보도가 아님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들의 갈등에 대한 묘안을 제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K팝 산업의 발전과 같은 거창한 담론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뉴진스 멤버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미래를 위해서도 이 갈등이 계속되면 양측에게 최악의 결과가 도출된다는 점이다.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 어도어로 돌아가서 기존 전속계약의 책임을 다하든지, NJZ라는 새 이름을 개편한 멤버들이 별도로 설립한 회사에서 새로운 활동을 하든지, 그도 아니면 어도어와 멤버들이 제3의 합의안에 이르든지 더 이상 선택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갈등이 너무 길어지다 보면, 멤버들이 재능을 피울 계절이 자칫 지나버릴 수도 있다.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차라리 영화 속 이야기라고 하면 이 서글픔이 덜어질 수 있을까. 타이완 배우 서희원이 지난달 29일 남편 구준엽을 포함한 가족들과 명절 연휴를 맞아 일본 도쿄 여행을 갔다가 첫날부터 시작된 독감 증상이 점차 심각해져 지난 2일 아침 7시 병원에서 임종을 맞았다. 사망 전 서희원은 폐렴 증세가 악화되고 산소포화도가 급감해 병원에 여러 차례 실려가서 치료를 받았고, 타이완으로 이동해 입원을 하려고 출국을 서두르려던 날 결국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의 사랑을 질투한 건 얄궂은 운명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건 한국, 타이완 양국의 저널리즘도 마찬가지였다. 중년이 된 두 사람의 재회를 마치 올림픽 경기 중계하듯 집요하리만큼 실시간으로 전하던 일부 타이완 언론 매체들은 이젠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린 서희원의 사망과 관련한 각종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시끄럽게 보도하고 있다. 덩달아 국내 언론도 외신을 그대로 옮겨 자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사망 직후 나온 대표적인 가짜 뉴스는 전세기에 대한 것이었다. 서희원이 타국에서 사망한 터라 유족은 행정 절차를 밟아서 고인의 유골함을 타이완으로 옮겨와야 했다. 그런데, 전 남편인 중국인 왕소비(왕샤오페이)가 서희원의 유골함을 옮길 전세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왕소비 측이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고자 한 목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내용은 완전한 가짜였다. 참다못한 유족이 "그건 서희원의 동생이 지불한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 시모와 전 남편은 서희원이 타이완에서 양육하던 두 자녀의 양육권과 학교 전학 등을 입에 올렸다. 이 내용은 기사로 전해져 유족을 두 번 울렸다. 결국 보다 못한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가 전 시모와 전 남편의 계정을 영구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를 했다. 사후약방문이 아니었더라면, 서희원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조금 더 일찍 그런 조치를 취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을 남긴다. 서희원은 구준엽과 결혼한 직후부터 현재까지도 타이완의 가짜 뉴스에 시름하고 있다. 그녀가 소셜미디어에 남긴 흔적만 봐도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서희원은 지난해까지도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는 증명서,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증명서, '가짜 뉴스 유포를 멈춰달라'는 호소문 등을 올려놓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서희원이 구준엽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뒤 소위 '꽃길'만 걸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시모, 전 남편이 하는 거짓 폭로는 불륜 의혹, 마약 의혹 등의 이름으로 기사화돼 그녀를 괴롭혔었다. 전 남편은 이혼 전 약속했던 두 자녀에 대한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았고 서희원은 생전 전 남편과 소송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 국내 언론은 구준엽이 상속받을 수 있는 재산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서희원은 1994년부터 가수로, 또 그 이후에는 연기에 도전해 타이완의 '국민 첫사랑'으로 활동했다. 이후에는 굵직한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이름을 높였다. 30년 가까이 성실하게 연예 활동을 이어온 덕에 일각에서 고인은 한화 1천200억 규모의 자산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국내외 일부 언론 매체들은 구준엽이 고인의 재산을 상속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언장 존재 여부를 운운하기도 했다. 절망과 상실감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와 같은 기사를 접한 구준엽을 포함한 유족의 참담함이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어렵다. 구준엽이 황망한 가운데서도 직접 소셜미디어에 "상속될 수 있는 내 몫은 모두 장모님에게 드릴 것이고, 아이들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돕겠다"는 글을 남긴 것은 언론 보도의 영향이 크다. 두 사람의 재회 소식이 들려왔던 시기는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지칠 대로 지쳐있던 시기였다. 다른 나라로의 이동과 가족이 아니면 만나기도 어려웠던 그 시기에 구준엽은 한국에서 서희원과의 혼인 신고를 한 뒤 타이완으로 혼자 건너갔다. 그곳에서 구준엽은 10일 동안 호텔에서 자가 격리를 한 끝에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서희원을 만나러 달려갔다. 그렇게 성사된 만남은 국경도, 시간도, 코로나바이러스도, 유명인의 굴레도 막을 수 없는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용기와 인류애를 얻었다. 서희원의 사망 직후 모친은 타국에서 싸늘하게 숨을 거둔 딸의 유해를 가져오는 행정 절차를 준비하면서 항공편 일정을 비밀에 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모자라서 유족은 전세기를 수소문한 뒤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그리고 도착해서는 딸의 유골함을 가리기 위해 커다란 우산 여러 개를 들어서 절대로 카메라에 이 모습이 포착되지 않도록 했다. 언론에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전 남편과의 소송이 진행됐던 지난해 서희원은 가짜 뉴스로 인해 한참 힘들어하며 두문불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해서 가까운 사람들과의 교류도 상당 부분 줄였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구준엽과 서희원은 3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함께했다. 슬프지 않은 이별이 없겠지만 두 사람은 유독 헤어짐이 너무 길었고, 만남이 너무나 짧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이 유명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 너무 컸던 건 아닐지, 뒤늦었지만 마음이 더 무겁다. 디자인 : 채지우
배우 유준상에 따르면 홍상수(64) 감독은 독특한 연출법을 가졌다. 유준상이 영화 '하하하(2010)를 촬영하다가 허리를 삐끗하자, 홍 감독은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유준상이 즉석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장면을 영화에 넣었다. 이렇게 사전 대본은커녕 촬영 당일에야 배우가 그날 어떤 내용을 찍는지 알 수 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독특한 예술관은 '홍상수식 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한 유수한 영화제가 사랑하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섰다. 세계에서 이름을 드높인 것과 비교하면 홍 감독의 예술은 국내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홍 감독과 배우 김민희(42) 불륜 행위 때문이다. 2017년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과 김민희는 혼외 관계임에도 "우리는 서로 깊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관계"라고 공인했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통해 둘의 관계가 시작한 지도 10년이나 흘렀다. 그 사이 홍 감독과 김민희는, 국내 여론이야 어떻든 간에 영화적으로는 더욱 끈끈해졌다. 둘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 '풀잎들'까지 협업작을 계속해서 선보여왔고, 이를 통해 김민희는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은곰상을 수상했다. "더 이상 상업영화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며 홍 감독 전담 페르소나를 선언한 김민희는 아예 제작실장으로 나서며 배우 김민희가 쌓아온 다층적인 배우의 이미지를 떠나서 홍 감독의 '뮤즈'로만 살겠다고 선언을 한 상태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로 선정된 배우 김민희와 그의 출연작 '수유천'의 홍상수 감독. 사진 :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캡처 큰 충격을 줬던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도 더 이상 '화제'가 되지 못하던 가운데, 최근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둘이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김민희의 친정이 있는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최근 지역 산부인과에서 함께 검진을 받는 모습이 주민들의 눈에 띈 것이었다. 임신 6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김민희는 외견상으로는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지만 임신 보도가 나오자 부인하지 않았다.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김민희 임신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이후 추가 취재를 진행했다. 취재를 한다는 게 무색하리만큼 두 사람의 관계에는 새로운 게 없었다. 여전히 둘은 전혀 숨지 않고 일상을 지냈다. 둘을 잘 안다는 동네 주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카페에서 영화사 사람들을 만나고 저녁이 되면 근처 수변공원에 나와서 운동을 하는 아주 평온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고 입을 모았다. 유명 연예인이 으레 그런 것처럼 얼굴을 가리거나 주위를 의식하는 기색조차도 없었다. 오히려 애칭으로 서로를 부르고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신혼부부처럼 보인다는 목격담만 이어졌다. 불륜 관계이지만 만난 지 10년 만에 아이를 가진 속내에 대해서도 대중의 관심은 이어졌다. 이에 대해서 둘을 아는 한 관계자는 "홍 감독이 김민희와의 사랑의 결실을 남기고 싶어 했던 이유가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2세를 위해서 두 사람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노력을 했고 지난해 김민희가 임신에 성공하면서 기뻐했다는 것이었다. 연인이 아닌 새로운 가족으로서의 결합을 원했다지만, 현행법상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홍 감독은 2019년 부인 A 씨에게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오히려 소송 과정에서 A 씨가 홍 감독의 어머니, 그러니까 A 씨의 시어머니가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나기 전 약 6년간 지극히 간병했고, 슬하에 있는 딸의 유학비를 홀로 감당하는 등 가정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A 씨는 언론에 공개적으로 인터뷰를 하진 않았지만 홍 감독과의 이혼을 여전히 원치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김민희의 임신 소식으로 언론 관심의 불씨가 살아나면서 새로운 사실도 알려졌다. 1985년 유학생활 도중 만나서 결혼한 홍 감독과 A 씨 사이에는 딸 한 명이 있는데, 3년 전 결혼했는데도 홍 감독은 결혼식장을 찾지도, 축하를 하지도 않았다. 또, 2019년 세상을 떠난 A 씨의 모친, 그러니까 홍 감독의 장모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홍 감독은 조문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홍 감독의 모친이 홍 감독의 불륜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쓰러져 9개월간 투병 끝에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홍 감독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관객이 예술을 소비할 때 그것을 만든 사람의 도덕성까지 검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꼭 따라붙는다. 예술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이혼 소송에서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전통적 유교관에 따라, 이미 혼인 관계가 파탄이 됐음에도 이혼 청구가 인용되지 않는 건 현실적이지도 인권적이지도 못하다는 문제 제기가 공론의 장에서 힘을 얻기도 한다. 영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사진 : 전원사 제공 김민희의 임신 소식이 또다시 논쟁에 불씨를 댕긴 사이, 홍 감독은 신작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이 영화에도 김민희를 비롯한 이른바 '홍상수 사단'이 연기했기에 이번 베를린영화제에 그 역시 홍 감독과 동행할지가 언론의 관심을 모은다. '새가 울어도 아침이 온다'는 말처럼,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든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 그리고 영화 작업은 과거에도 그랬듯 올해도 흔들림 없이 진행이 된다는 뜻이다. 대중의 질문은 또 다른 영역을 가리킨다. 바로 그것은 영화다. 김민희가 지난해 8월 '제77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홍 감독의 영화 '수유천'으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면서 "홍상수 감독님, 저는 당신의 영화를 너무 사랑해요"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대중도, 사생활 영역에서 비롯된 각종 논란거리를 딛고 '우리는 홍 감독의 영화를 정말 사랑해요'라고 말할 날이 올까. 디자인 : 채지우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걸그룹 출신의 한 가수가 있다. 20대 중반의 이 가수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여론이 높아지자 소셜미디어에 탄핵 지지에 목소리를 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걱정된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자 이 가수는 "정치 얘기를 할 위치가 아니라고? 정치를 얘기할 수 있는 게 어떤 위치인데?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알아서 할게. 연예인이니까 목소리 내는 거지. 우리 더 나은 세상에서 살자"라고 답했다. 아이즈원 출신 가수 이채연의 이야기다. 이채연의 글은 정파적인 표현이었을까. 미국 대선 당시 쏟아졌던 팝스타들과 비교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 11월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팬들에게 적극적인 투표를 독려했다. 실제로 스위프트의 공개 지지 선언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합을 벌이는 주에서 투표인단 등록이 줄을 이었다. '스위프트 효과'가 일어난 거다. 잠시, 엔터테인먼트 업계 현실을 돌아보자.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은 데뷔 전 연습생들에게 이른바 '방송용 언어'를 위한 스피치 교육을 받도록 한다. 언론 인터뷰가 잡히면, 그 전에 소속사는 예상 질문지를 뽑아서 그럴듯한 대답을 미리 연습한다. 인터뷰 스피치 수업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성 문제 등 사생활에 관련된 건 물론이고 일본, 중국 등 국제적인 이슈에 대한 언급을 조심하도록 한다. 정치적인 내용은 특별히 주의시킨다. 아티스트와의 인터뷰란, 질문과 대답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과정에서 의견을 표현하는 게 목적일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우 정교한 조율과 준비가 필요한 '일'의 연속이다. 인터뷰의 목적이 훼손된 게 아닌가 실망스럽다. 연예기획사들은 현실적으론 어쩔 수 없단다. 연예인들은 팬덤을 기반으로 수익 활동을 하기 때문이란다. 쉽게 내뱉은 단어 하나, 말 하나가 큰 화를 부른다는 게 그들이 이런 준비를 하는 이유다. 그런 산업 환경에서 아이돌로 데뷔한 이채연이 시민이자 국민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게 '용감하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그런가 하면 계엄 사태 이후 연예계에서는 또 다른 일도 벌어졌다. '뭐요?' 두 글자가 불러온 파장은 실로 컸다. 가수 임영웅이 지난 7일 한 누리꾼과 나눈 소셜미디어상 대화가 공개되면서 큰 구설에 올랐다. 전말은 이렇다. 임영웅이 이날 소셜미디어 계정에 반려견 생일 축하 게시물을 올렸고,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 하냐'고 메시지를 보낸 게 발단이었다. 임영웅은 두 글자를 보냈다. '뭐요?' 이 말 뒤에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메시지가 공개되자 '실망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로 난입하는 장면을 보고 놀랐던 사람들에게 임영웅의 냉소적인 '뭐요'에 또 다른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임영웅은 이 말을 주워 담지 않았다.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자신의 '말'에 대해 한마디씩 의견을 밝혔던 이채연과 임영웅 모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그만큼 대중이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민감하다는 반증이다. 정치적인 발언은 어떤 방향이든 구설에 오르니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낫다는 결론에 쉽게 이르게 된다.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대중의 관심으로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연예인들 또는 연예 산업자의 입장에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결론을 쉽게 내리고 만다. 자의든 타의든 정치적 발언에 대한 엄격한 기준은 연예인들의 입을 틀어막는 소위 '입틀막'으로 작용한다. 최근 가수 아이유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아이유는 지난 13일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의도 국회 인근의 베이커리 카페와 떡집, 국밥집 등 5곳에 빵 200개, 음료 200잔, 떡 100개, 국밥 300그릇을 선결제하고 팬들은 편하게 먹으라고 배려했다. 그러자 아이유에게 난데없이 종북몰이가 시작됐다. 그의 소셜미디어에는 "북으로 가라", "좌파 아이유", "북한 가수를 해라" 등 근거 없이 비난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더 나아가 아이유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며 미 중앙정보국(CIA)에 아이유를 신고하는 극우·보수 지지자들도 있었다. 진지하게 아이유가 '종북주의자'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안으로 아이유가 미국 입국에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미국 입국 비자 심사는 CIA가 아닌 미 국무부가 하고, 정치 성향은 비자 심사에서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처럼 연예인들의 작은 한마디, 행동 하나를 물고 뜯는 현상은 연예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밖에 없다.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임에도, 연예인들에게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는 그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말과 행동은 곧 공동체 감각의 수준이다'라는 말이 있다. 눈앞에 있는 이익보다 속한 공동체에서의 말과 행동의 가치를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을 '용감하다'고 평가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분위기의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냉소적인 반문과 외면이 아닌, 공동체를 향한 따뜻하고 건강한 토론이 이뤄지는 보편적 성숙은 이뤄질 수 있을까. 디자인 : 육도현
배우 정우성(51)은 충무로에 몇 되지 않는 '타고난 스타'다. 배우로서 '타고났다'라고 평가를 받는 건 운과 외모, 실력이 골고루 갖췄다는 뜻이다. 정우성에게는 무명의 기간이 없었다.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정우성은 세련된 외모로 이름 세 글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로 청춘스타 반열에 오른 이후에도 캐릭터에 따라 연기력 논란이 따라붙을 때도 있었지만 주연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불혹에 들어서면서는 '감시자들', '증인', '서울의 봄' 등으로 잇달아 연기력으로도 인정받으면서 정우성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정우성의 '롱런'에는 연기력 외에도 이유가 있었다. 30년의 연기 활동을 하면서 정우성은 사생활 면에서 흠잡을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 정우성이 연예면을 장식한 스캔들은 크게 두 가지 정도 있었다. 한 번은 배우 이지아와의 열애설이었고, 다른 한 번은 지인이었던 방송작가의 사기 행각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였다. 2011년 이지아가 과거 서태지와의 결혼생활에 대한 재산 분할 소송을 몰래 진행하다가 세상에 알려져 곤욕을 치를 때 정우성은 그런 이지아를 감쌌다. 방송작가 사기 행각이 드러났을 때도 정우성은 '피해를 묻지 않겠다'라고 대처했다. 결과적으로 이 두 사건은 정우성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든 계기가 됐을 뿐이었다. 문가비의 등장, 그리고 아들 2024년 11월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열애도 결혼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던 정우성이 '혼외자를 얻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것이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 맞나'라는 문의가 빗발쳤다. 결과적으로 사실이었다. 정우성과 문가비 양측 모두 사실을 인정했다. 아이 엄마는 이국적이고 건강미 있는 외모로 한때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모델 문가비(35)였다. 아들과 찍은 사진 공개한 문가비. 사진 : 문가비 인스타그램 캡처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정우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이틀 전인 지난 22일 문가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아기를 지키기 위해 임신 사실을 꽁꽁 숨긴 채 시간을 보낸 뒤 출산을 했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문가비는 "아기에게 완벽함보다는 온전한 사랑으로 채워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는 소망을 적었다. 아기는 현재 생후 3개월 정도로 추정이 된다. 추가적인 내용들도 공개가 됐다. 한 매체에 따르면 문가비와 정우성은 2022년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나 가까워졌고, 그러다가 지난해 6월 문가비가 정우성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연인은 아니었지만, 슬하에 아이가 생겼고, 정우성은 이 아이의 양육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산후조리원과 아기를 출산할 병원도 함께 논의했다는 게 보도의 내용이었다. 충격적인 '혼외자 논란'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정우성은 13세 연하의 문가비를 만나서 가까운 관계로 지냈지만, 그 관계를 보통의 연인 관계로 보긴 어려웠다. 정우성은 아이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받아들이지만 문가비와의 가정을 이루지는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5년 가수 김현중이 전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었고, 배우 김용건이 2021년 75세의 나이에 39세 연하 여성과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둔 일이 있었다. 나아가, 할리우드나 유럽 스타들에게서는 혼외 관계, 혼외자 출산, 심지어 대리모를 통한 자녀 출산 등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가족관계를 구성하는 게 그다지 특별할 게 없을 만한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가정사에 있어서 여전히 보수적인 가치관이 팽배한 국내에서, 그것도 인기 최정상 톱스타의 혼외자 출산은 대중에게 핵폭탄급 이슈이긴 하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게 있다면, 비혼 출산이긴 하지만 정우성이 아이에 대한 양육의 책임을 다한다고 밝힌 만큼 도덕적으로 문제 될 것도 없다는 시선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슈의 파급력을 고려해서 정우성이 문가비와의 관계 정립, 혼외자 존재를 알리는 방식을 두고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아이의 어머니인 문가비가 소셜미디어에 출산 소식을 알리고 난 뒤에야 정우성이 혼외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알린 것은 여전히 혼외자 이슈에 있어서 다급했던 것이 아니었을지 추정된다. 이미 자신의 영역을 단단히 구축해 온 정우성보다 눈길이 쏠리는 건 문가비다. 여담이지만 몇 년 전 문가비를 인터뷰차 만나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이국적인 외모나 스타일 때문에 남다른 개성을 가졌다고 보는 시선도 많지만, 오히려 자신은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느낄 만큼, 공무원 부모 아래에서 다소 보수적으로 자란 평범한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든 예능이든 패션모델이든 할 수 있는 것에는 과감히 도전해 새로운 엔터테이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열정을 보였다. 어쨌든 톱스타의 아이를 키우는 비혼 가정의 싱글맘으로서 문가비는 이슈의 중심에 섰고, 육아와 함께 한동안 부담스러울 정도로 쏟아지는 관심을 버텨야 한다. 거칠고 소란스러운 세상과 한 발 떨어진 완벽한 가정의 평화 속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본다. 디자인 : 채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