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동안 연예기자로 일했습니다.좋은 기사는 현장에서, 좋은 이야기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말을 믿습니다. 수많은 연예 기사들 속에서 차별화 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존재하는 이유를 기억하겠습니다.
K팝 아티스트들에게 '돔 입성'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다. 수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팬덤 파워는 물론, 2~3시간 무대를 빈틈없이 채울 음악적 완성도와 기획력까지 갖춰야만 가능한 성취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적인 공간에, 새로운 존재가 입성했다. 지난 14일부터 3일간,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가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첫 번째 아시아 투어의 막을 올렸다. 2023년 데뷔 후 단 2년 만에 이룬 이례적인 성과다. 현실에서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플레이브의 커리어는 여느 K팝 그룹과 다르지 않다. 미니 앨범 발매, 월드 투어, 팬송 제작, 앙코르 콘서트,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팬덤까지… 전통적인 K팝 그룹의 경로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이다. 이번 투어 마지막 날에는 오는 11월 고척 스카이돔 앙코르 공연 소식까지 깜짝 발표되며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플레이브는 2D·3D 애니메이션, AI, 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구현된 버추얼 아이돌이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의 움직임과 소통 방식은 현실 아이돌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실제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음반 차트를 점령하며, 글로벌 투어를 통해 팬덤을 확장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현지시간), 세 번째 미니앨범 'Caligo Pt.1'의 타이틀곡 'Dash'는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 195위로 진입했다. 한국 버추얼 아이돌 그룹 최초의 기록이다. 초동 판매량은 100만 장을 돌파했고, 주요 음원 차트에서는 상위권을 줄 세우며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플레이브의 인기는 기술 발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서사'가 있다. 그들은 단순히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픽'해서 팀을 결성했다는 세계관 설정부터, 각 멤버의 개성과 과거 서사, 팀 내 관계성이 실제 아이돌의 성장담처럼 자연스럽게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리더 예준이 노아와 은호를 데려오고, 그들이 다시 밤비와 하민을 합류시킨다는 플롯은 연습생 시절의 우정과 동료애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공유된 정서'는 K팝 팬덤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음악 역시 중요한 축이다. 플레이브는 실물이 없을 뿐, 음반 제작, 무대 퍼포먼스, 음악방송 출연, SNS 소통 등 K팝 아이돌의 전형적인 행보를 모두 따라가며 탄탄한 콘텐츠를 구축해 왔다. 라이브 방송, 팬들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그리고 함께 써나가는 성장 서사까지… 이들은 점점 더 '실재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1990년대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는 기성세대에겐 플레이브의 존재와 인기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지난 4월,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서 DJ 김신영은 "플레이브는 우리 방송에 못 나온다. 현타 제대로 올 것 같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그는 "무지를 넘어 무례했다"며 공개 사과했고, 이 사건은 가상 존재에 몰입하는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간의 간극을 드러낸 상징적인 해프닝으로 기록됐다. 뒤늦게 플레이브의 음악과 팬덤 현상을 이해하고자 '공부'를 시작한 기자 역시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플레이브의 팬덤 '플리(PLLI)'는 Play와 Reality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들만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었다. '버추얼'이라는 정체성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었고, 오히려 '특별함'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들은 이미 국내외 음원 시장과 공연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유튜브와 각종 플랫폼에는 이들이 팬들과 음악적으로 어떻게 소통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넘쳐났다. 이제 '실제로 존재하느냐'는 질문은 더 이상 본질적이지 않다. 콘텐츠가 진정성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실물이라 해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반대로, 실물이 아니더라도 감정이 닿고, 이야기가 진심으로 전해진다면 그것은 충분히 '진짜'가 된다. 우리는 지금, 실물이 아닌 존재에게서도 진실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 제작사가 아닌 글로벌 공동 제작진의 손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공개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글로벌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며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감각의 언어’임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6월 전 세계에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이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은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최고 2위까지 올랐고, 현재도 3위권을 유지 중이다.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 아이튠즈 61개국 송 차트 정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K팝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하위 장르를 정착시켰다. 음악과 스토리, 비주얼 모두가 ‘K팝의 미학’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하지만 그 주체는 한국이 아니다. “가장 K팝다운 콘텐츠가 한국산이 아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콘텐츠가 한국의 전통적 제작 시스템 바깥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미국, 일본, 유럽의 크리에이터들이 협업한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K팝 콘텐츠보다 ‘가장 K팝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K팝이 더 이상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 감각과 서사는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이 차용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문화 언어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자는 지난해 미국 서부에 체류하며 K팝의 저변을 직접 확인했다. 모국어조차 잊어버린 사춘기 조카들이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를 정확한 의미 없이도 한국어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문법보다 리듬을, 의미보다 억양을 흡수했다. K팝은 언어보다 빠르게, 그리고 깊게 도달했다. K팝이 국적을 넘어 감각의 코드로 기능하고 있는 순간이다. 이 흐름은 중국에서도 감지된다. 여전히 ‘한한령(限韓令)’이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중국 상하이와 다롄의 거리에서는 K팝 음악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한국어 가사를 번역해 부르는 Z세대 팬덤이 형성돼 있다. 콘텐츠는 이미 국경을 넘었고, 이는 단순한 인기의 차원이 아닌 문화적 지각변동에 가깝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가 최근 선보인 프로젝트는 이 같은 흐름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그는 2023년 경영권 분쟁 이후 회사를 떠난 뒤, 싱가포르·미국·중국 등에 글로벌 기획사 ‘A2O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첫 여성 아이돌 그룹 A2O MAY는 전원 중국인 멤버로 구성됐다. 최근 발표한 싱글 ‘BOSS’는 중국 QQ뮤직 핫송 차트 8위, 미국 미디어베이스 라디오 차트 톱40에 3주 연속 진입했다. 이수만은 “큰 스타는 큰 시장에서 나온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중국 진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더 이상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는 그의 메시지는, 아이러니하게도 K팝이라는 브랜드가 글로벌화되는 현주소를 반영한다. 로제 역시 지난해 10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신탁 계약을 해지하고 미국에서 저작권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서태지 이후 22년 만의 사례다. 그는 글로벌 퍼블리셔와 손잡고 워너뮤직 산하 애틀랜틱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에서 관리받는 것보다 글로벌 활동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K팝’이 아닌 ‘K’의 확장 K팝이 가진 문화적 자산은 여전히 강력하다. 한국적인 감성과 미학은 전 세계 소비자에게 참신한 콘텐츠 자극제로 기능한다. 동시에 글로벌 자본과 시스템은 K팝을 새로운 상품으로 가공·확장한다. 그 결과 ‘K’는 더 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니며, 더욱 강력한 확산력과 함께 ‘누가 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지금이야말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확장과 흡수, 그리고 경쟁 사이에서 한국 콘텐츠 산업은 어떤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K팝의 감각은 국경을 넘어섰지만, 그 핵심이 한국에 머무를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제공 : 넷플릭스, A2O엔터테인먼트, 디자인 : 채지우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 들르기 위해 차를 세우던 중이었다. 주차관리인이 "촬영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인근 웨딩 스튜디오에서 뭔가 촬영이 있다는 말이었다. 분주히 움직이는 스태프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코요태의 멤버, 신지였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밝게 웃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직감적으로 웨딩 화보 촬영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곧바로 확인에 들어갔다. 기자에게 우연은 곧 취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약 두 시간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상대가 가수 문원이라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하지만 <[단독] 코요태 신지, 7세 연하 연인과 결혼 준비중...오늘(23일) 웨딩 촬영> 기사에는 그의 실명을 넣지 않았다. 연예인의 결혼 소식일지라도, 상대가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면 불필요한 관심을 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7세 연하'라고만 썼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 어린 축하의 마음으로 기사 한 줄 한 줄을 써 내려갔다. 그러나 보도 직후 소속사를 통해 문원의 실명이 담긴 기사들이 쏟아졌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변했다. 신지의 유튜브 채널에 문원이 등장해 "한 차례 이혼을 했고, 딸이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 이어진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지 몰랐다"는 문원의 발언은 의심의 씨앗이 되었다. 유튜브 댓글, 블라인드, 익명 커뮤니티 등에는 자칭 지인, 동창, 전처 측 인물들이 등장해 학폭, 양다리, 지하 아이돌 활동, 무자격 부동산 중개 등 다양한 루머를 쏟아냈다. 결정적인 불쏘시개는 한 이혼 전문으로 알려진 변호사의 유튜브 콘텐츠였다. 그는 "신지의 결혼을 반대한다"는 제목 아래, "유명한지 몰랐다는 말은 부자라는 걸 몰랐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결혼 전에 부부재산약정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모든 발언은 법조인의 권위를 빌려 연예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재단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기자인 나도, 누군가의 결혼이 곧 뉴스가 되는 현실에서 일하고 있다. 과거 낸시랭의 전 남편 A 씨가 사기 전과자였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고, 2019년 4월 경 그가 수배 상태로 몰래 강남 모처에 숨어 지낼 때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 전청조가 성별과 정체를 숨기고 결혼을 발표했던 남현희의 사례 역시 보도한 바 있다. 대중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은 '명확한 의혹'이 드러난 뒤였다. 지금처럼 유튜브 영상 한 편, 댓글 몇 줄로 시작된 마녀사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혹시 사기꾼이면 어쩌려고?"라는 전제를 깔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연예인의 결혼이라 해도, 당사자의 동의 없는 정보 유통은 공익이 아니라 '사생활 침해'일 뿐이다. 문원이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그가 지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지는 담담히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에 출연해, 문원의 발언은 말주변이 부족해서 생긴 오해였다고 해명했다.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교제할 때는 기사가 날 정도의 파급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9일에는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코요태 멤버 빽가와 문원이 출연해, 다시 한번 직접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말 대신 행동으로, 그리고 함께해온 동료들과 함께 자신이 내린 결정을 지켜나가겠다는 뜻일 것이다. 확실한 건, 신지는 결혼을 결심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 선택의 배경이 무엇이든, 책임도 신지의 몫이다. 성급한 단정보다는 차분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말해줄 것이다.
2023년 10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은 예상치 못한 소란으로 가득했다.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 박 모 씨(36)가 법정에 출석했기 때문이다. 철저히 얼굴을 가린 채 카메라를 피하며 도망치는 그의 모습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왜곡해 영상을 제작해 수익을 올린 혐의로 고소된 그가 두려워한 것은 구속도 벌금도 아닌 자신의 ‘신상 공개’인 것처럼 보였다. ‘탈덕수용소’는 2021년 10월부터 약 8개월간 유명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 7명을 비방하는 영상 23편을 제작·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AI 음성과 해외 서버를 활용해 자신을 숨긴 박 씨는, 장원영·강다니엘·방탄소년단 뷔·정국 등 유명인의 사생활을 가공해 콘텐츠화했다. 최대 피해자 중 한명이었던 장원영의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가 나섰지만 ‘운영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었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해 박 씨의 신상을 특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벌금 1,000만 원과 3,000만 원 손해배상, 총 7,600만 원에 이르는 민사 패소 판결을 받게 됐다. 이 사건이 잊히기도 전, 또 다른 사이버 레커 유튜버 ‘뻑가’도 법정에 섰다. 약 11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 ‘뻑가’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숨긴 채, 여성과 연예인, 유튜버에 대한 악의적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여성 유튜버 ‘과즙세연’의 민사 소송이 시작되며 또다시 디스커버리 제도가 사용됐고, 결국 ‘뻑가’가 경기도 거주 30대 박 씨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잃을 게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그는, 막상 재판을 앞두고 영상 재판 요청과 법원 서류의 외부 공개 제한을 신청하는 등 신상 노출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탈덕수용소'와 '뻑가'의 사례는 사이버 레커들이 만들어낸 정보 생태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타인의 고통과 사생활을 소비하며 수익과 영향력을 키워온 이들이 '본인의 얼굴'도 드러내지 못하며 도망을 다니는 모습은, 그들이 이처럼 오랜 기간 사이버 레커를 운영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이 '익명성'이었다는 걸 확인시켜준 셈이었다. 이들이 얼굴과 신상을 가리는 목적은 사생활 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신원을 숨기는 것은 자신이 유포한 콘텐츠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앞서 사이버 레커의 피해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왔지만 그동안 국내 법으로는 이들에 대한 제제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많은 언론학자들이 '가짜뉴스' 논쟁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관점을 고수하고 있기에 현재의 사법 체계에서 얼굴을 가린 사이버 레커들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즉시 조치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법은 이제 그들의 익명성 뒤에 숨은 폭력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은 국제적인 법 절차가 악용된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고, 유튜브 등 플랫폼 역시 무분별한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과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얼굴 없는 사이버 레커’들은 더 이상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이번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지난 5일 개그우먼 이수지(40) 씨가 2025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방송 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했습니다. 3년 연속 후보에 오른 끝에 결국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수지 씨에게 반론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여자 싸이, 린쟈오밍, 교포제니, 육즙수지, 슈블리맘, 제이미맘, 성형외과 실장 등 실존하는 인물들을 거의 복제 수준으로 실감 나게 모사를 하는 이수지 씨는 명실공히 예능계 '핫이슈'였기 때문입니다. 이수지 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달랐다고 합니다. 전교에서 유난히 끼가 넘치는 그런 학생이었답니다. 수업하시던 선생님이 '수지야, 나와서 웃겨봐' 하면 다른 과목 선생님들을 성대모사해 친구들의 배꼽을 훔쳤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제가 평범하게 공부하고 대학에 가서 결혼해서 아기 낳고 살기를 바라셔서 제가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고 하면 혼을 내셨어요. 그래도 축제 무대에 올라서 친구들을 웃길 때가 전 제일 행복하더라고요. 부모님 몰래 코미디 학과에 진학하고, 몰래 공채 시험을 보면서도 '안되면 어떡하지?'란 생각은 안 했어요. 사람들을 웃기는 게 너무 즐겁다 보니까 하다 보니 일이 술술 풀렸어요." 이수지 씨가 자신의 이름을 가장 먼저 알린 개그 캐릭터는 바로 KBS '개그콘서트' '황해'에서 선보였던 조선족 보이스피싱범 '린쟈오밍'이었죠. 당시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떠들썩했을 때였는데 이를 웃음으로 풍자한 이수지 씨에게는 분명 남다른 감각이 있었습니다. 개그계 선배 신동엽이 이끄는 CP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고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에 출연하면서 이수지 씨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매번 새로운 캐릭터의 옷을 입어야 하는 이수지 씨는 하루는 교포 제니로, 하루는 국민 첫사랑으로, 하루는 구수한 아주머니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이어갔습니다. "사실 'SNL코리아'로 가기 전에 1년 6개월 정도 쉬었어요. tvN '코미디빅리그'가 종영하면서 갑자기 일이 뚝 끊긴 거예요. 그때 일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어요. 'SNL코리아'에 오디션에 가서 저희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를 모사해서 '건축학개론'의 수지 씨를 따라 했거든요. 합격이었어요." 공개코미디 무대가 아닌 'SNL코리아'의 화면에서 이수지 씨의 세밀한 인물 모사는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대선배 신동엽 씨를 시작으로 정성훈, 김원훈, 주현영, 지예은 씨 등 재능 넘치는 크루들 사이에서 이수지 씨의 연기력은 날로 성장을 했죠. 그런 이수지 씨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건 유튜브 플랫폼에서였습니다. "한 시즌 동안 'SNL코리아'는 10주 분량씩 촬영을 하고 긴 휴식 시간을 가져요. 그 시간에 뭘 할까 생각하다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 연기를 좀 더 다양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만든 게 '핫이슈지'에요. 4~5명의 스태프가 대본은 물론, 소품과 의상 선택까지 아주 세밀하게 준비를 해요."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캐릭터 슈블리맘과 제이미맘, 백두장군 등입니다. 슈블리맘은 소셜미디어 기반으로 공동구매 판매를 하는 인플루언서이고, 제이미맘은 남다른 교육열과 코믹스러운 허영심을 가진 열혈 엄마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나~ 공장장이랑 싸웠잖아.", "돈두댓~", "제이미 뛰지 않아요." 등 대사들이 크게 유행을 했습니다. "슈블리맘은 인터넷에서 숏츠나 틱톡 이런 걸 보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제이미맘은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니까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엄마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무속인 백두장군은 새해 초에 인터넷에 계속 무당 콘텐츠가 뜨더라고요. 그걸 보고 '아 이거다' 했어요." 이수지 씨의 '핫이슈지'는 각계각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한동안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유튜브 콘텐츠들이 대부분 지상파와 다를 게 없는 인터뷰 포맷이거나 연예인들이 자신의 인맥이나 사생활을 공개하는 브이로그 형식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핫이슈지'의 콘텐츠는 확실히 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경쟁력을 가진 내용이었습니다. 이수지 씨의 복제 수준의 연기에 세심한 현실 고증으로 탄생한 각종 캐릭터는 단숨에 큰 인기를 얻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슈블리맘이나 제이미맘의 모사가 너무 세밀하다 보니, 이수지 씨가 특정 연예인들의 모습을 모사한 게 아니냐, 나아가 그들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 겁니다. 특히 제이미맘의 콘텐츠를 본 네티즌들이 유독 많이 거론했던 배우 한가인 씨가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 일부를 비공개로 바꾸면서, 이수지 씨의 모사가 한가인 씨를 저격해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겁니다. 이수지 씨의 대답은 '절대 아니다'였습니다. "제가 캐릭터를 만들 때는 일상 속의 공감대에 중점을 두지 특정인을 따라 하려는 건 절대 없었어요. 보시는 분들이 그런 오해를 하시는 것이 있는데, 제 목표는 더 많은 분에게 웃음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마저도 줄이는 게 제 숙제라고 생각을 해요. 유튜브의 장점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받으면 스태프들과 열심히 그런 지적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요." 의도치 않은 오해를 받아서 속상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수지 씨는 조롱과 풍자의 그 경계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수지 씨는 '이렇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자신감의 원동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남편이라고 했습니다. '결혼 전이었다면 이렇게 과감하게 캐릭터에 도전하지 못했을 텐데 지금은 뭘 해도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답니다. "남편은 제가 뭘 해도 예쁘고 사랑스럽대요. 그런 말을 들으니까 뭘 해도 자신감이 생겨요. 아까도 제가 인터뷰하면서 피자 한 판을 먹었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냈는데 남편이 '아이고 불쌍해. 그걸로 돼?'하면서 제 걱정을 해주더라고요. 피자 한 판을 먹었는데도 제가 배고플까 봐 걱정을 해줘요. (웃음) 그런 남편이 있으니까 배꼽 노출 의상을 입든, 어떻게 망가지든 스스로 예뻐 보일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이수지 씨가 요즘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자신을 보고 잃어버렸던 웃음을 찾았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받을 때라고 합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덕분에 웃었다", "오늘 직장에서 힘든 일이 많았는데 많이 웃었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이수지 씨는 스스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줬다는 생각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제 장점은 계속 쉼 없이 도전하는 것 같아요. 안주하려고 하다가도 계속 새로운 캐릭터를 생각하며 새로운 웃음을 찾아보거든요. 좀 더 나이가 들어서 해보고 싶은 건 정극 연기예요. 제가 좀 배우 김해숙 선배님을 닮지 않았나요? 저도 그런 어머니의 연기를 해보는 게 소원이에요."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우리나라는 먹는 것에 민감한 편이다. 가볍게만 봐도 그렇다. 단지 취향일 뿐인데도 탕수육 소스를 부어 먹을지 찍어 먹을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서 콩국수에 소금을 넣을지 설탕을 넣어 먹을지를 놓고도 서로 다른 의견으로 부딪히기도 한다.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는 그런 우리나라에서 음식을 화두로 한 방송인이자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요식업의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등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인 덕이었다. 그렇게 방송에서 개그맨 유재석 못지않은 영향력을 쌓은 백종원은 지난해 가장 큰 화제의 프로그램이었던 '흑백요리사' 시즌1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며 엔터테이너적 인기의 최정점에 올랐다. 시청률의 '키맨'으로 통했던 백 대표는 '흑백요리사' 시즌1로 인기의 가장 높은 꼭짓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아래로 떨어지는 중이다. 10년 가까이 방송가, 광고계, 각종 지자체에서 '모시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던 백 대표의 명성과 신뢰가 이렇게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는 건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상장과 함께 시작된 '키맨 리스크'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개미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상장했다. 상장 직후 5만 1,4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만 원 중반대까지 하락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600만 명이 구독하지만 악성 댓글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던 유튜브 채널에는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고, 백 대표가 방송에서 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나 영상에 포착된 각종 실수까지도 네티즌들에게 '파묘'되는 상황이다. 더본코리아 시작은 '빽햄 선물세트' 가격 논란이었다. 타사 제품에 비해 '빽햄 선물세트'의 가격이 오히려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민심은 험악해졌다. 더본코리아는 자사몰에서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지만 여론을 바꿀 순 없었다. '빽햄'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신포차' 낙지볶음의 일부 재료가 중국산임에도 한국산으로 표기됐다는 원산지 논란, 위생 논란, 농지법 위반 문제, 술자리 면접, 촬영 현장 갑질 의혹, 지역 특혜 논란 등 더본코리아와 백 대표를 둘러싼 부정적인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졌다. 프랜차이즈의 점포별 품질 문제, 높은 폐점률 등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들도 다시 수면으로 올리며 백 대표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잘될 때 인기는 '보약', 안될 때 인기는 '독약' 공식 홈페이지에 백 대표가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리며, 더본코리아의 로열티 3개월 면제 등 50억 원 규모의 가맹점 지원안을 발표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진 못했다. 오히려 '키맨 리스크'라는 말이 나오며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6일 백 대표는 유튜브에 출연해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진화에 나섰다. '잘될 때 인기는 보약이지만 안될 때 인기는 독약'이라는 말은 백 대표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너도나도 모시려던 백 대표의 인기와 화제성은 오히려 부정적 기사를 더 양산하는 효과를 낳았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10년 가까이 방송을 통해 백 대표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업적 혜택을 얻었다는 점은 공감한다. 개인을 향한 비난과 기업가에 대한 비판 2023년 '충남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백 대표를 모시려는 지자체들의 경쟁이 눈물겨웠지만 백 대표와 함께 각종 사업을 진행했던 지역자치단체들은 오히려 혈세 낭비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더본코리아 요구에 따라 70억 원을 들여 외식산업개발원을 사실상 전용 공간으로 조성해 특혜 논란에 휘말렸고, 강원도 인제군은 유튜브 영상 제작을 명목으로 더본코리아에 5억 5,000만 원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져 질책이 이어졌다. 경남 통영시도 통영어부장터 축제 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2배 늘렸는데 이 가운데 70%가량이 더본코리아에 지급하는 용역비였다는 점이 드러나 '된서리'를 맞고 있다. 백 대표가 추가적인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하긴 했지만 '흑백요리사 시즌2'를 비롯해 이미 촬영을 완료하고 방영을 준비하는 프로그램들은 비상이 걸렸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더본코리아가 가진 허약함이 그대로 노출된 건 분명하다. 회사보다 훨씬 더 유명한 대표 경영인은 약일까 독일까. 방송을 통해 사업을 키운 백 대표가 또다시 앞으로 방영될 방송을 발판 삼아 재기할 수 있을지, 사과나 쇄신 약속으로도 잠재우지 못한 부정적 여론이 반전을 맞이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27)은 '먹방'(먹는 방송)으로 전 세계 10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을 보유한 인터넷 방송인이다. 성인 남성 여럿이 먹을만한 음식 양을 신장 161cm의 가녀린 체구의 여성이 한 끼에 모두 흡입하는 먹방이라니 얼마나 신기한가. 쯔양은 엄청난 식성으로 많은 이들이 식사 때마다 켜두는 유튜브 콘텐츠 일명 '밥 친구'로서 자리매김하며 인기 크리에이터가 됐다. 지난해 7월 세상에 드러난 이른바 쯔양에 대한 사이버 레커들의 공갈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구제역의 휴대전화기에서 확보한 구제역, 전국진, 카라큘라 등 유튜버들의 녹취내용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쯔양에게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천, 수백만 원을 갈취하는 정황이 담긴 내용이 밝혀졌다. 타인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발견하고는, 사이버 레커 운영자들이 마치 '큰 건수를 잡았다' 식으로 반가워하며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듣고는 많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치 보면 되지 않을 것을 우연히 목격한 것과 같은 당혹과 공포심마저 들 정도였다. '이들에게도 인류애가 존재할까'란 막연한 물음마저 생각났다. 쯔양은 이 사이버 레커들을 고소했고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 결과가 지난 2월 나왔다. 1심 재판부는 구제역에게는 징역 3년을, 주작감별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최모 변호사는 징역 2년,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공갈 피해자 쯔양은 방송에 나와서 '왜 공갈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스스로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쯔양은 전 남자친구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남성에게 끔찍한 데이트 폭력 및 성폭력을 당해왔으며, 이를 막기 위해선 벌어온 돈을 갈취당했고, 또 돈을 주지 않거나 성관계를 거절하면 과거를 폭로한다는 협박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눈물로 고백했다. 공포에 휩싸여서 가녀린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여기서 쯔양의 상처는 끝이 아니었다. 쯔양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공갈 피해자인 자신에 관한 사생활 문제를 연이어 폭로하면서 이에 대한 해명을 강요하며 압박했다”며 가로세로연구소를 고소했다. 쯔양의 폭로를 대단한 재밋거리인 양 지켜보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가로세로연구소의 방송은 아무런 제재 없이 유튜브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쯔양을 공갈했던 다른 사이버 레커는 잠잠해졌는데도, '국민의 알 권리'라는 애매모호한 명분을 내건 가로세로연구소가 쯔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로세로연구소 등은 쯔양이 중국과 관련한 세력일 수 있다는 추측부터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등을 거론했다. 쯔양으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당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지난달 검찰이 쯔양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보완 수사를 요구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는 연예계 스캔들 또는 유명인이 관련된 사건⋅사고를 다루는 콘텐츠로 조회수를 늘리려는 크리에이터(이하 유튜버)를 뜻한다. 충격적인 사건과 이슈를 다루는 사이버 레커는 언론사 기자들의 존재감마저 위태롭게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크다. 동시에 사이버 레커는 교통사고 현장에 앞다퉈 몰려드는 견인차(wreck car)라는 이름처럼, 영향력에 비해서 기존 언론사들이 갖는 것에 비하면 책임과 규제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 도 넘은 사이버 공격을 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쯔양은 지난 2월 JT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간첩설, 정치 연관설 등에 대해서 "도무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든가 검찰 측에서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게 이상해서 그쪽과 뭔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든 그냥 저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쯔양의 공갈 피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이후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이버 레커 행태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다. 사이버 레커에 대한 처벌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일각에서는 디지털 주목경제(digital attention economy) 하에 사이버 레커, 악성댓글들을 사라지게 하는 건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도 한다. 또 자칫 이 같은 규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사이버 레커가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체제로 출현한 것이라며 언론의 책임론을 들추는 사람들도 있다.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 않은 현실에서 유튜버 쯔양과도 같이 사이버 공격의 피해를 당할 경우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건 법적인 방법밖에는 없다. 이 과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금전적 부담은 피해자가 오롯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절차는 2차 피해로 이어진다. 사이버 레커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여전히 뚜렷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게 우리가 처한 답답한 현실이다.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지난 21일 법원은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본안 소송이 남아있긴 하지만 뉴진스에 대한 어도어의 전속계약 효력을 확인한 판결이었기 때문에 뉴진스의 독자 활동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뉴진스는 어도어로 복귀가 아닌 민희진 전 대표를 택했다. 가처분 결정이 난 이후 뉴진스는 지난 23일 홍콩에서 진행된 공연에서 새로운 활동명 NJZ로서 무대를 꾸민 직후 활동 잠정 중단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선언했다. 멤버들은 작성한 손편지를 읽었고 서로 부둥켜안았다. 팬들에게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는 결심도 밝혔다. 어도어에게 뉴진스 소속사의 지위가 있다고 확인한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온 만큼 뉴진스 멤버들이 더 이상 독자 활동을 강행할 순 없었다.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어도어와의 본안 소송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배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뉴진스 멤버들이 새로운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의 홍콩 공연 준비에 맞춰 급히 스태프를 현지에 파견해 멤버들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공연 현장에서 양측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장 LED에 뉴진스 멤버들이 독자 활동을 위해서 만든 활동명 NJZ가 표출되고, 자체 굿즈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합의점은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계속 멀어지고 있다. 뉴진스(NJZ)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마친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런 경우 뉴진스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법조계에서는 뉴진스 멤버들이 가처분 결정에 항고하고 본안 소송에 돌입하는 것보다, 어도어와 이제라도 합의하고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게 가장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뉴진스 사태에 대해서 법조인으로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왔던 고상록 변호사는 지난 22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뉴진스의 독자 활동 고수가 오히려 향후 법적인 판결에 있어서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이 인권 침해라는 헛소리는 우리나라 국회에서 한 번 하고 말았어야 했다. 다름 아닌 자신들의 변호사가 법원에 유리하다고 제출한 증거에서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마당에, 겨우 영어로 하는 외신과의 인터뷰라고 그걸 부여잡고 여전사 노릇을 한다고 해서 이 사안의 본질이 덮이지 않는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변호사 A 씨 역시 '뉴진스와 어도어의 미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뉴진스 소송은 본안도 패소할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문제는 항소, 상고까지 하면 확정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가 예상되는데 그즈음이면 아이돌의 수명과 현재의 여론, 음악시장과 트렌드의 변화 속도 등을 생각해 볼 때 도대체 이 분쟁이 뉴진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뉴진스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도 뉴진스가 지금이라도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제작 경험이 있는 한 제작자는 이 같은 갈등이 길어질 경우 뉴진스가 가진 이미지에 큰 오점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대형 엔터테인먼트들이 연이어 신인 걸그룹들을 데뷔시키는 K팝 시장에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멤버들이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인지도와 화제성 면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결국 시장 내 지위에서 그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진스(NJZ) 하니가 2024년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뉴진스의 본격적인 법적 대응과 활동 중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뉴진스 팬덤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지는 모양새다. 뉴진스의 팬덤 팀 버니즈는 26일 팬들이 직접 법률 대리인을 선임, 멤버들에 대한 악성 댓글에 대한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추가로 진행될 법적 대응에 대해서도 팬들이 합심해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안 소송에 대해서도 멤버들의 부모님과 팀 버니즈가 가처분을 담당했던 법무법인과 접촉했고, 그 이후로 며칠간 대형 로펌 4곳, 전관 변호사 3명, 검사 출신 17년 차 현직 변호사, 판사 출신 변호사 등을 만나 오랜 시간 상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버니즈는 "분명 힘든 상황이나 이미 충분한 논의를 마쳤으며, 앞으로의 향후 계획 역시 준비가 된 상황임을 알려드린다."며 어도어로의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이돌 그룹은 대중의 여론보다는 팬덤의 분위기에 훨씬 더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팀 버니즈만 굳건하다면 뉴진스의 향후 활동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형 기획사에서 제작한 걸그룹이 팬덤과 직접 소통하면서 유대감을 키운다는 점에서 그간 K팝 시장에서 유례없던 케이스를 만드는 만큼 누구도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뉴진스의 미래는 재판부가 아닌 팬덤이 결정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 뉴진스의 미래에 대한 긴 불확실성과 활동 공백은 크나큰 변수다. 문득, 뉴진스 데뷔 약 한 달 뒤였던 2022년 9월경 그들의 공연을 보고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들의 음악은 그간 K팝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고 그들의 매력은 대체될 수 없는 색깔이었다. 너무나 강렬했기에 여전히 그 잔상이 뚜렷하게 남았다. 2024년부터 레이블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지루하고 자극적인 갈등이 벌어졌던 그 시기가 없었더라면 뉴진스는 지금 어땠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그 부분이 두고두고 아쉽다. 디자인 : 채지우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때때로 어떤 갈등에는 뚜렷한 정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양측이 합의안에 도달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을 때 그렇다. 그룹 뉴진스 멤버들도, 소속사 어도어도 서로 다른 명분을 가지고 서로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어떤 것이 양측에게 가장 합리적인 답안이 될지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향후 도출될 결론은 뉴진스의 아티스트로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한 회사의 존립에도 큰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이번 달이 뉴진스 멤버들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NJZ(엔제이지)'라는 새 이름으로 그동안 준비한 새 앨범과 무대를 홍콩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뉴진스(또는 NJZ) 멤버 하니는 "더 이상 우리를 막을 것이 없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분쟁이 오점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들과의 전속계약 효력을 확인하는 본격적인 법적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뉴진스의 전속계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절차라는 것이다. 먼저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 5인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청구했고, 해당 심문기일이 오는 7일 열린다. 전속계약 유효 확인의 소 변론기일은 4월 3일 진행된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게 갈라서 있다. 뉴진스 갈등, 어디로 가고 있나 K팝 시장에서 전대미문한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어도어의 전 대표 민희진과 하이브의 갈등에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민희진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국내 언론매체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뉴진스 멤버들이 갈등의 정중앙에 등장했다. 멤버들은 하이브와 어도어에게 신뢰 관계가 훼손되는 중대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일부 언론매체들은 민 전 대표와 멤버들이 어도어와의 계약을 무시한 채 새 소속사와 비밀리에 접촉하는 이른바 '템퍼링'을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템퍼링은 상법상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지탄을 받는다. 뉴진스가 지난해 11월 29일부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 시소가 오른쪽, 왼쪽으로 이리저리 기울어지듯 시간에 따라 여론이 양쪽을 오가며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뉴진스는 하이브의 각종 행각을 참을 만큼 참아왔다며 "제발 우릴 붙잡지 말고 서로 갈 길 가자"며 헤어질 결심을 밝힌 것이다.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를 비난했다가는 그 자체가 향후 전속계약 효력 존재를 가리는 소송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에 "돌아와. 내가 잘할게"의 표현만 하고 있다. 대신 어도어 측은 기자들과 광고 제작자 등에게 "여전히 뉴진스 활동의 매니지먼트 권한은 어도어에 있으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NJZ라는 팀명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며 읍소의 전략을 펼치는 상태다. 반응은? 뉴진스(또는 NJZ)의 팬덤 버니즈는 그 어느 때보다 똘똘 뭉치고 있다. 멤버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서 팬들이 직접 법률 전문가를 컨택하기도 하고, 하이브라는 국내 최대의 연예 기획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찾기 위해 나서기도 했다. 이번 갈등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멤버들과 버니즈와 함께 손을 잡는다는 공동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K팝 문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팬덤이다. 뉴진스(또는 NJZ) 멤버들이 운영하는 SNS 계정 'njz_official'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매니지먼트연합(연매협) 등 5개 음악 유관기관 단체는 한자리에 모여서 뉴진스 멤버들이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 통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템퍼링'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신인 가수 개발의 프로젝트가 최소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시장인데 뉴진스 멤버들의 템퍼링 시도 의혹은 음반 제작자의 노력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투자를 무시한 행위이고,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갈등은 여러모로 안타까움을 준다. '강 건너 불구경' 식의 중계식 보도로 이 갈등을 묘사하는 게 언론의 바람직한 보도가 아님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들의 갈등에 대한 묘안을 제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K팝 산업의 발전과 같은 거창한 담론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뉴진스 멤버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미래를 위해서도 이 갈등이 계속되면 양측에게 최악의 결과가 도출된다는 점이다.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 어도어로 돌아가서 기존 전속계약의 책임을 다하든지, NJZ라는 새 이름을 개편한 멤버들이 별도로 설립한 회사에서 새로운 활동을 하든지, 그도 아니면 어도어와 멤버들이 제3의 합의안에 이르든지 더 이상 선택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갈등이 너무 길어지다 보면, 멤버들이 재능을 피울 계절이 자칫 지나버릴 수도 있다.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차라리 영화 속 이야기라고 하면 이 서글픔이 덜어질 수 있을까. 타이완 배우 서희원이 지난달 29일 남편 구준엽을 포함한 가족들과 명절 연휴를 맞아 일본 도쿄 여행을 갔다가 첫날부터 시작된 독감 증상이 점차 심각해져 지난 2일 아침 7시 병원에서 임종을 맞았다. 사망 전 서희원은 폐렴 증세가 악화되고 산소포화도가 급감해 병원에 여러 차례 실려가서 치료를 받았고, 타이완으로 이동해 입원을 하려고 출국을 서두르려던 날 결국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의 사랑을 질투한 건 얄궂은 운명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건 한국, 타이완 양국의 저널리즘도 마찬가지였다. 중년이 된 두 사람의 재회를 마치 올림픽 경기 중계하듯 집요하리만큼 실시간으로 전하던 일부 타이완 언론 매체들은 이젠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린 서희원의 사망과 관련한 각종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시끄럽게 보도하고 있다. 덩달아 국내 언론도 외신을 그대로 옮겨 자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사망 직후 나온 대표적인 가짜 뉴스는 전세기에 대한 것이었다. 서희원이 타국에서 사망한 터라 유족은 행정 절차를 밟아서 고인의 유골함을 타이완으로 옮겨와야 했다. 그런데, 전 남편인 중국인 왕소비(왕샤오페이)가 서희원의 유골함을 옮길 전세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왕소비 측이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고자 한 목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내용은 완전한 가짜였다. 참다못한 유족이 "그건 서희원의 동생이 지불한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 시모와 전 남편은 서희원이 타이완에서 양육하던 두 자녀의 양육권과 학교 전학 등을 입에 올렸다. 이 내용은 기사로 전해져 유족을 두 번 울렸다. 결국 보다 못한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가 전 시모와 전 남편의 계정을 영구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를 했다. 사후약방문이 아니었더라면, 서희원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조금 더 일찍 그런 조치를 취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을 남긴다. 서희원은 구준엽과 결혼한 직후부터 현재까지도 타이완의 가짜 뉴스에 시름하고 있다. 그녀가 소셜미디어에 남긴 흔적만 봐도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서희원은 지난해까지도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는 증명서,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증명서, '가짜 뉴스 유포를 멈춰달라'는 호소문 등을 올려놓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서희원이 구준엽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뒤 소위 '꽃길'만 걸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시모, 전 남편이 하는 거짓 폭로는 불륜 의혹, 마약 의혹 등의 이름으로 기사화돼 그녀를 괴롭혔었다. 전 남편은 이혼 전 약속했던 두 자녀에 대한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았고 서희원은 생전 전 남편과 소송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 국내 언론은 구준엽이 상속받을 수 있는 재산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서희원은 1994년부터 가수로, 또 그 이후에는 연기에 도전해 타이완의 '국민 첫사랑'으로 활동했다. 이후에는 굵직한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이름을 높였다. 30년 가까이 성실하게 연예 활동을 이어온 덕에 일각에서 고인은 한화 1천200억 규모의 자산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국내외 일부 언론 매체들은 구준엽이 고인의 재산을 상속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언장 존재 여부를 운운하기도 했다. 절망과 상실감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이와 같은 기사를 접한 구준엽을 포함한 유족의 참담함이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어렵다. 구준엽이 황망한 가운데서도 직접 소셜미디어에 "상속될 수 있는 내 몫은 모두 장모님에게 드릴 것이고, 아이들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돕겠다"는 글을 남긴 것은 언론 보도의 영향이 크다. 두 사람의 재회 소식이 들려왔던 시기는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지칠 대로 지쳐있던 시기였다. 다른 나라로의 이동과 가족이 아니면 만나기도 어려웠던 그 시기에 구준엽은 한국에서 서희원과의 혼인 신고를 한 뒤 타이완으로 혼자 건너갔다. 그곳에서 구준엽은 10일 동안 호텔에서 자가 격리를 한 끝에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서희원을 만나러 달려갔다. 그렇게 성사된 만남은 국경도, 시간도, 코로나바이러스도, 유명인의 굴레도 막을 수 없는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용기와 인류애를 얻었다. 서희원의 사망 직후 모친은 타국에서 싸늘하게 숨을 거둔 딸의 유해를 가져오는 행정 절차를 준비하면서 항공편 일정을 비밀에 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모자라서 유족은 전세기를 수소문한 뒤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그리고 도착해서는 딸의 유골함을 가리기 위해 커다란 우산 여러 개를 들어서 절대로 카메라에 이 모습이 포착되지 않도록 했다. 언론에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전 남편과의 소송이 진행됐던 지난해 서희원은 가짜 뉴스로 인해 한참 힘들어하며 두문불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해서 가까운 사람들과의 교류도 상당 부분 줄였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구준엽과 서희원은 3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함께했다. 슬프지 않은 이별이 없겠지만 두 사람은 유독 헤어짐이 너무 길었고, 만남이 너무나 짧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이 유명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 너무 컸던 건 아닐지, 뒤늦었지만 마음이 더 무겁다. 디자인 : 채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