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로는 도시 기후변화 전략, 미래도시 지속가능성 등이다. 지난 20년간 여러 나라에서 인프라를 설계했고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예언자들>은 각 분야에서 연구 중인 KAIST 교수들이 특정 시점을 전제로 미래를 예측해 쓰는 가상의 에세이입니다. 그저 공상 수준이 아니라 현재 연구 성과와 미래의 실현 가능성을 정교하게 조율하기에, <예언자들>은 스프 구독자들에게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이상 과학이 내다보는 미래를 미리 살펴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2080년 수직도시와 수평도시 2080년 우리는 완전히 이분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 Skyscraper가 그물처럼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요새를 이루는 초고밀도 수직도시와 끝없이 펼쳐지는 저밀도 수평도시. 지난 200년 동안, 우리는 기술 진보의 단계마다 집중과 분산을 반복해오면서 도시의 형태와 구조의 변화를 목격해왔다. 산업화 시대 -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 산업 중심 단핵구조의 도시에서부터, 교통과 자동차 산업의 발전으로 도시가 확장되면서 난개발 문제를 겪어야 했고, 통신기술과 고도의 자동화는 도시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면서 초광역화 도시를 만들어냈다. 21세기 중반까지 지구 인구의 도시 집중은 계속되어 오면서 도시 중심부는 더 고밀화되었고, 네트워크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도시는 더 스마트해져 에너지, 생산, 교통의 효율성은 최적화되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전부 녹아버린 지금, 과거 수백 년간 번영과 풍요를 누렸던 수많은 해안도시들이 전부 물에 잠기게 되었고, 도시 전체를 삼켜버릴 듯한 해일과 거대한 폭풍우의 출현 빈도와 강도가 계속 증가되면서, 해안도시는 더 이상 거주할 수 없는 '아틀란티스'가 되어버렸다. 계속되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지구상에 거주할 수 있는 '축복의 땅'은 50년 전에 비해 불과 1/3 수준으로 축소되었고, 인류는 더 안전한 지역으로 끊임없이 이주하면서, 도시는 수직으로 뻗어 나간다. '수직 메트로폴리스'의 탄생이다. 모든 자원과 인프라가 집중되어 만들어진 초고밀 요새! 초고층빌딩 숲에 봉인된 우리들은 더 이상 기후 변화를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장시간 이동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우리는 수직으로 이동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15분 내에 얻는다. '하이퍼 리프트'는 860층에 위치한 공중정원까지 단 5분 내에 우리를 인도하고, 1,420층에 만들어진 별빛 천문대까지 8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빌딩과 빌딩 사이에 보존되어 있는 협곡에서, 500미터 높이의 유리벽 안에 조성된 인공바다에서 우리는 여름휴가를 즐긴다. 이렇듯 2080년 작금의 우리 도시들은 더 이상 수평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수직으로 뻗어나가면서 도시 공간의 개념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재구성된다. 과거 5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주거, 상업, 공업, 녹지 등의 공간 용도를 수평적으로 정해 도시를 관리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용도 지역을 수직으로 관리한다. 무분별한 수직 난개발을 방지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수직성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농업과 공업은 더 이상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초고도화를 이룬 스마트팜, 스마트공장이 메타버스 기술로 수요를 예측하여 맞춤형 생산을 한다. 저층부는 슬럼화, 고층부는 부유층 차지 그러나 이 수직 메트로폴리스에도 여러 도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심각한 공간적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UAM(Urban Air Mobility)이 상용화된지 30여 년이 지난 현재, 트래픽이 많은 중층부 항로 인근은 조망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게 되면서 버려진 공간이 되어버렸고, 데이터 센터만이 즐비한 저층부에는 어메니티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거 삶의 질이 낙후되면서 슬럼화를 야기하게 되었다. 반면, 잘 꾸며진 공원과 유기농 농장, 패션몰, 고급상점들이 위치한 고층부는 언제나 부유층으로 붐비고 있다. 이러한 공간적 양극화는 비단 우리의 수직 신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수직 메트로폴리스에 입주할 수 없는 절반의 인구는 아직도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저밀도 수평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 인프라의 투자가 수직도시에 집중되면서 수평도시는 30년 전부터 인프라의 투자와 지원이 끊겨버렸다.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극한의 기후변화 위험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고, 양질의 교육과 도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면서 수직도시와 수평도시 간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 완전히 이분화된 세계를 창조한다. 역사적으로 도시는 기술과 환경, 문명의 발전 단계의 국면마다 분산과 집중, 분리와 통합을 경험하면서 진보해왔다. 수평과 수직이라는 공간적 양극화의 심화는 우리 인류사에 또 다른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2100년에는 수직과 수평이 공생하며 통합을 이루는 평등한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시개발의 혁신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 함께 보면 좋은 주요 키워드 메트로폴리스 광역대도시권을 뜻하는 단어이다. 한 국가나 지역 내에서 정치, 경제, 문화, 산업적 중심이 되는 커다란 영향력을 지니는 거대도시의 총칭. Skyscraper 국내에서는 마천루(摩天樓)라는 의미로 알려져있다. 세계적인 기준은 없으나, 약 40층 이상, 150m 이상의 건물을 흔히 '스카이스크래퍼'라고 한다. 한국의 건축법 시행령 제2조 제 15호에는 50층 이상, 200m 이상의 건물을 '초고층건물로 규정하고 있다. 2010년 세워진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9.84m)가 대표적이다 아틀란티스 과거 육지에 존재했으나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고 전해지는 전설상의 땅. 이 땅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 《크리티아스》에 처음으로 언급된다. 신의 분노를 사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린 풍요로운 땅이라는 개념은 후대에도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하이퍼리프트 HYPRLIFT는 초고층 빌딩을 위한 차세대 엘리베이터이다. 케이블에 의존하는 기존 엘리베이터와 달리 HYPRLIFT는은 단일 축에 구속되지 않고 여러 축에서 자율적으로 탐색하는 자체 추진 고성능 전기 자동차이다. 기존 엘리베이터와 달리, 하이퍼리프트는 케이블을 생략하면서 거의 모든 높이에 논스톱으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스카이 로비가 필요없다. UAM 도심 항공 모빌리티 (Urban Air Mobility)는 차세대 도시교통 시스템으로 전기동력 수직이착륙 항공(eVTOL)을 이용하여 도시 권역을 이동하는 공중 교통체계를 의미한다. 재료, 비행 제어, 배터리, 전기 모터 등의 발전으로 2010년대 후반부터 혁신과 설계가 향상되었고, 대부분의 UAM 지지자들은 항공기가 개인이 아닌 택시와 마찬가지로 전문 운영자가 소유하고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함께 보면 좋은 참고자료들 영화: High-Rise (하이-라이즈) 황폐한 도심에 세워진 초고층 아파트 <하이-라이즈> 책: 수직사회-새로운 공간은 어떻게 계층의 격차를 강화하는가 스티븐 그레이엄 지음, 유나영 옮김 책: The vertical city: a sustainable development model. Al-Kodmany, K. (2018), WIT press. 기사: [진화하는 초고층 빌딩] 한 단지에 10만명 모여사는 '수직도시' 시대 온다 기사: Arctic summer sea ice could disappear as early as 2035 논문: The vertical cities: reality or utopia of the future Novikov, S., & Gimazutdinova, E. (2021). The vertical cities: reality or utopia of the future. In E3S Web of Conferences (Vol. 274, p. 01014). EDP Sciences. 글 : 김승겸 디자인 : 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