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가능성이 없고 사용 후 핵연료도 연소시키는 미래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예언자들>은 각 분야에서 연구 중인 KAIST 교수들이 특정 시점을 전제로 미래를 예측해 쓰는 가상의 에세이입니다. 그저 공상 수준이 아니라 현재 연구 성과와 미래의 실현 가능성을 정교하게 조율하기에, <예언자들>은 스프 구독자들에게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이상 과학이 내다보는 미래를 미리 살펴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독도는 우리 땅” 가사도 바뀌었다? Yes! 우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 “독도는 우리 땅” 가사에서 강수량과 평균기온이 바뀌었다. 1982년 노래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평균기온 12도, 강수량은 1300(mm)"이었다. 30년의 시간이 흘러 2012년 가사가 공식적으로 바뀔 때에는 평균기온 13도, 강수량은 1800(mm)이 되었다. 1도 온도가 상승하고, 500mm 강수량이 늘었다.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변화도 가져왔다.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패밀리에서 명태와 거북이가 떠나고 홍합과 따개비가 그 자리를 채웠다. 기후변화를 위기로 가지 못하게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의 이용이 늘어나고 있고, 우리가 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원자로가 오고 있다. 2070년 도시 한가운데엔 원자로가 있다 승용차를 타고 와서 전철과 전기버스로 환승할 수 있는 환승센터의 주차빌딩 지하에 원자로가 있다. 고객들이 타고 온 전기차를 충전하는 원자로다. 사람들은 30년간 주차빌딩 지하에 원자로가 있다는 것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연료 교체가 30년 동안 없었고, 운전도 자율로 되다 보니 아무도 원자로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원자로의 전기로 충전하는 전기차들은 결국 원자력 자동차인 셈이었다. 올해 30년 운전된 원자로를 새 원자로로 교체한다. 예전 모듈을 그냥 빼가고, 새 모듈을 그 자리에 플러그 꽂듯이 넣는다고 한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21세기 원자로가 그릴 수 있는 미래 모습이다. 기후변화가 위기로 넘어가지 않도록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데 새로운 원자로의 역할이 아주 클 것이다. 화석연료와의 이별, 불가능에 가깝다 그 옛날 언젠가 태양 빛을 받아 만든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던 화석연료 덕에 일어난 산업혁명. 연탄 1장을 태우면 무려 15,000 kcal. 인간이 일주일을 소비하는 열량이 달랑 연탄 1장에 들어 있으니 연탄 1장 태워서 일하는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나서는 더 이상 풍차로 방아를 찧고, 인력으로 짐을 싣고, 마력으로 짐을 나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들어가는 돈도 사람과 말에 들어가는 돈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되게 적다. 연탄 1장이 1,700원(보조금이 있어 판매가격은 600원 수준)이데, 이 연탄 1장으로 50kg짜리 물건을 2미터 높이로 들어 올리는 일을 적어도 2만 번은 할 수 있으니 같은 일을 사람이 할 때와 비하면 비교가 안 되게 간단하고 저렴한 것이다. 극강의 에너지 밀도와 싼 가격. 산업혁명은 막아도 막을 수 없는 큰 흐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연탄 300장을 감당하는 우라늄 핵연료 5g 우라늄 핵연료 5g짜리 하나면 연탄 300장의 일을 할 수 있다. 필요한 천연우라늄의 양은 40g 정도에 가격은 약 1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연탄 300장에 필요한 석탄은 50만 원어치 정도 되므로 석탄이 우라늄에 비해 50배 비싼 것이다. 핵분열은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전력 생산 우라늄은 석탄 대비 1/50의 경제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 더해,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24시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 중에 하나다. 진정한 21세기 원전, 이번엔 작은 놈 처음 원자력발전소는 크기가 오늘날에 비해 1/10도 안 되게 작았다. 잠수함에 처음 적용된 원자로가 육상에 올라오면서 육지에서의 전력 생산에 본격 이용된 것이었다. 크게 만들 방법이 없어서 작게 시작한 것이었다. 이후 설계와 제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크기를 키우면서 오늘날과 같은 1000 MW(메가와트) 이상의 원자로가 만들어졌다. 이제 다시 원자로가 작아지고 있다. 안전성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을 꾀하기 위해서다. 같은 국이라도 큰 그릇에 담아 놓은 것보다 작은 그릇에 나눠 담아 놓은 국이 빠르게 식는 원리와 같다. 원자로가 작아지면 별도의 조치 없이 그냥 둬도 자연스럽게 빠르게 냉각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큰 원자로도 매우 안전하게 냉각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만 작은 원자로를 냉각할 때에 비해 그 방식과 규모가 좀 더 복잡하고 클 수밖에 없다. 밀도 차에 의해 중력의 작용으로 순환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등 자연력을 그대로 이용한 냉각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조치나 동력 없이 안전장치가 가동되므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 자체를 실질적으로 배제해버릴 수 있다. 가장 심각하고 피해야 할 사고는 원자로의 심장인 핵연료가 냉각이 적절하게 되지 않아 녹는 것이다. 이런 사고 자체가 정의되지 않는 원자로도 있다. 원자로 자체를 이미 녹인 것으로 우라늄을 함유한 소금을 고온으로 녹여서 원자로를 만들었다. 원자로가 녹는 사고가 일어날 수 없는 원전이다. 이미 정상운전 시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생겨도 녹아서 위험해질 가능성은 전혀 없고(이미 녹아있는 상태로 정상상태라서), 저절로 냉각되어 끓어 넘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or, SMR): 작은 놈들이 떼로 몰려온다 작은 원자로는 극강의 안전성을 가지고 있어서 1960년대 원전 설계에서 있었던 사고는 더 이상 사고가 될 수 없다. 안전성에서는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비싸다면? 아무도 쓸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태생적으로 작은 원자로는 큰 원자로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택시비가 버스비보다 당연히 비싸다. 태우는 승객 수도 택시가 최대 4명이지만, 버스는 40명도 거뜬하다. 기사는 택시도 1명, 버스도 1명. 인건비 싸움에서도 택시는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런데 택시비를 버스비만큼 싸게 만들 방법이 있을까? 택시에 기사가 없다면? 택시 여러 대가 묶여서 운전되기도 하고 따로 운전되기도 한다면? 그렇다면 택시비가 버스비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런 경제성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은 떼로 몰려다닌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형의 원전 모듈 여러 개가 하나로 묶여서 운전된다. 1000MW 원전이 하던 일을 100MW 모듈 10개가 묶여서 하게 된 것이다. 운영 비용은 자율 운전과 군집 운전으로 소형모듈이나 대형이나 비슷한 수준이 된다. 이제 남은 경제성 결정 요소는 1000 MW 한 개 만드는 것이 싸냐, 100 MW 10개를 만드는 것이 싸냐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100 MW 10개 만드는 것이 비싸다. 그러나 1000 MW 10개와 100 MW 100개를 비교한다면 그 격차는 줄어든다. 같은 설계를 대량 생산할 때 학습효과가 10개보다 100개가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1000 MW는 현장에서 건설하는 원자로인데, 100MW 원전은 공장에서 만들어 배달하는 원자로가 된다면 100MW 원전이 1000MW에 비해 제작비용(건설비용)이 더 저렴할 수 있다. 마이크로 모듈원전(Micro Modular Reactor, MMR): 더 작은놈들도 몰려온다 10MW 혹은 그보다 더 작은놈들도 있다. MMR이 그것이다. 안전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더 간단하게 그냥 내버려 둬도 아무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 이놈들은 목적이 약간 다르다. 1000MW 발전소를 대체하기에는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100MW 10개로 나누는 것 정도로 충분하다. 굳이 10MW 정도로 작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작은 규모의 사용처를 위한 것이다. 10MW 정도의 원전이라면 약 1만 명이 연구하고 생활하는 대전 카이스트 캠퍼스의 전력 대부분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가정용 전력만 사용하는 도시라면 약 6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곳에 흩어져서 소규모로 집단을 이룬 거주 형태라면 지역마다 소규모의 전력공급을 충당하는 것이 새로 대규모의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에 비해 경제적일 수 있다. 또한 남극이나 시베리아, 알래스카, 사막, 태평양의 소규모 섬 등과 같은 극지나 오지의 경우 대형발전소나 SMR조차도 너무 규모가 클 수 있으므로 이런 곳에서 현재 사용 중인 디젤 발전을 대체하기에 MMR이 아주 좋을 수 있다. 또한 군부대의 경우 외부 연료공급 없이 수년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MMR이 기존의 디젤 발전에 비해 작전 능력과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에서의 대부분 희생이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수송로에서 발생하고 있다. MMR을 사용하게 된다면 연료공급이 필요 없어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게다가 날로 늘어나는 신무기 체계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공급하기에 MMR보다 좋은 것은 찾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국방성은 펠레라는 이름의 MMR을 군기지에 설치하기로 발표했다. 원자로를 제작한 후 C-17 수송기로 실어서 군부대에 간단하게 설치하는 개념이다. 디자인 : 박수민 더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 함께 보면 좋은 주요 키워드 메가와트, MW 1와트의 백만배로서 1000 kW(킬로와트)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헤어드라이어가 1 kW를 소모하므로 헤어드라이어 1000개를 동시에 작동할 때 사용되는 전력이라고 생각하면 그 규모가 짐작이 될 것이다. 1000 MW라면 헤어드라이어 1백만개가 동시에 사용될 때 사용되는 전력이다. 오늘날 사용하는 원자로의 전형적인 크기가 1000 MW 정도다. 소형모듈원자로, SMR(Small Modular Reactor) 100MW 내외의 출력을 가진 소형원자로를 여러 개 묶어서 다양한 용량의 원자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주로 석탄화력 발전소 등 화석에너지 기반의 발전소를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크기가 작고, 안전 시스템이 단순하며, 공장에서 제작 후 설치하는 일종의 조립식 건설이 가능한 원자로이다. 전력생산 뿐만 아니라 수소생산, 공정열 제공, 난방열 제공, 선박의 추진력 제공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초소형모듈원자로, MMR(Micro Modular Reactor) 10MW 내외의 출력을 가진 초소형원자로로서 여러 개 묶어서 더 큰 용량을 만들기도 하지만 주로 단독 모듈로서 소규모 전력공급에 활용한다. 극지나 오지 우주탐사에 주로 활용되며, 군사기지에 활용되기도 한다. 3번의 원전 사고로 인한 부정적 인식 원자력발전소에서는 3번의 주요 사고가 있었다. 체르노빌, TMI-2, 후쿠시마 사고다.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은 설계에 애초부터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는 격납건물이 없던 일종의 노천 원전(?)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누출량이 많았고, 수십 명의 방사선 피폭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 이후 덮친 해일에 발전기가 침수되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격납건물은 있었지만 비교적 작고 약해 외부로의 누출이 있었지만 이로 인한 방사선 피폭 암발생 증가, 암사망 증가, 유전적 요인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의 결론이다. 방사선 피폭은 있었지만, 피폭량이 너무 미미했고, 앞으로 지속될 피폭의 총합도 역시 미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TMI-2 원전은 격납건물이 크고 튼튼해서 외부로의 누출은 무시할 수 있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카터 대통령이 사고 후 4일째 되던 날 아무 보호장구도 없이 평상복으로 발전소 내부를 시찰할 수 있었던 것도 오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노심이 녹고 수소가스가 폭발에 가깝게 타버린 것은 후쿠시마와 같았지만, 외부 누출은 무시할 수 있었다. 우리 원전도 설계가 TMI-2 설계와 맥을 같이 하고 있어서 만약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외부 누출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나더라도 누출을 막을 수 있는 설계를 통해 충분히 방사선 피폭에 의한 영향을 막을 수 있지만 머릿속에 각인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인상은 원자력의 안전성이 발전하는 것과 상관없이 원자력과 위험을 직결하고 있다. 1960년대 설계로 만들어진 원전의 사고가 21세기 원전의 안전성을 대표하고 있다. 이제 이 인식과 판도를 바꿀 새로운 원전이 오고 있다.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UNSCEAR(UN Scientific Committee on Effect of Atomic Radiation) 방사선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UN산하 전문위원회로, UNSCEAR가 발간한 보고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기준 등의 학술적 근거로 활용된다.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서 별도의 보고서를 출간했으며, 암발생 증가, 암사망 증가, 유전적 요인 등을 기대할 수 없을 수준으로 피폭이 미미하다는 것이 주요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