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주 기자는 2000년 SBS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등을 거쳐 현재는 경제정책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깐깐해서 남 주자 네 번째 시간, 반도체 이야기를 끝내보겠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문제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알아봤는데, 이번엔 그러면 그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걸 넘어서 한판 업어치기로 오히려 반전을 만들 방법은 없나,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칼을 빼 든 미국이, 우리 반도체 기술과 산업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높게 평가하면 후한 대우를 하겠고, 낮게 평가하면 대충 밀어붙이겠죠. 그런데 전에 힌트를 드린 대로, 적잖이 쉽게 봅니다. 이 책의 서문에 힌트가 담겨있습니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을 키운 게, 대부분 미국 덕이라고 평가합니다. 미국이 허락했고, 미국 기술 가지고 시작했고, 그 물건 또 미국이 사줘서 큰 거라고 말이죠. 그런 거 다 미국이 할 수도 있었는데, 제조는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한테 넘겨주고, 미국은 그 위에서, 소프트웨어로 더 많은 돈을 버는 쪽을 선택한 거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한국이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벌이지도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돈 대주고, 교육해서 인재들 키워내고, 외국 반도체 수입 막아서, 국가 주도로 잘 된 거다, 뭐 자랑할 게 있냐, 이렇게 또 몰아치죠. 그런데 최근 한 5년 보니까, 미국이 개발하는 최첨단 반도체를 대만과 한국에서만 찍어낼 수 있게 됐는데, 중국도 있고 북한도 있고 해서 좀 불안해 보이더라, 그래, 뭐 이제 가져올 때가 됐다, 이렇게 판단했다는 겁니다. 뭐, 인정할 건 인정할 게, 처음에는 우리가 기술도 없고 돈도 없고 그럴 때라서, 없는 집 살림에 쥐어짜서 지원도 했고, 잘 나가는 외국 기술 커닝도 하고 베끼기도 하고 그러긴 했죠. 그런데, 그걸로만 세계 1등 할 수 있습니까. 한국이 반도체 성공하는 과정만 가지고도 깐깐남 한 편을 다 채울 정도로, 고민과 고생과 결단을 한 결과란 말이죠. 그런데 이제 와서 부잣집 아들이 딱 나타나서, “야, 내가 안 해서 이렇게 된 거지 못해서 안 한 게 아니거든, 원래 내 거였잖아, 이제 필요해졌으니까 이제 가져와 그거” 이러는 셈입니다. 그런데요, 부잣집이 전부 다 그런 건 아닌데, 일부는 2루에서 태어났는데 자기가 2루타 친 줄 안다고, 모든 걸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하고 삿대질하고 싸우는 거보다, 적절히 좀 기분 맞춰주면서, 현명하게 역이용할 수 있으면 역이용해서, 우리한테 유리하게 판을 돌리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에게 판을 돌릴 수 있느냐, 두 가지 정도 시나리오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중국을 이용해서 우리가 실리를 벌어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이제이’ 같은 거죠. 현재 반도체 사업에 가장 큰 리스크, 위험은 돈 문젭니다. 공장 하나 짓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4년 전에 뉴스에 나왔던 영상인데, 이거 짤로 보신 분들 많으시죠. 반도체 공장을 찾아왔던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 회장이, “저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돈이면 인천공항 3개를 짓습니다”라고 홍조를 띠면서 말하는 장면입니다. 대한민국 1위 재벌 회장도 흥분시키는 게 반도체 공장입니다. 하나에 20조에서 30조가 들어가는데, 2030년까지 삼성은 3개까지도 더 지어야 됩니다. 백 조원까지 들어간다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읽으면, 공장이 세워졌는데 뭔가 잘못되면, 그 이자에 유지비용 등등을 생각하면 몇백억 몇천억 손해가 확 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 공장은 오늘 장비 다 끄고 퇴근했다가 며칠 있다가 돌려도 되지만, 반도체는 공정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계속 돌려야 됩니다. 멈추면, 고장 나면, 혹은 안 팔리면, 회사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삼성 SK에 이어서 세계 3위 반도체 회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1,2위를 쫓아가기 위해서 대규모 투자를 또 시작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26조 원 규모 공장을 짓기로 했고, 앞으로 천억 달러, 130조 원 넘게 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우리도 한국처럼 돈 쥐어주겠다”고 나서니까, 애국 투자를 결정한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이 투자가 현명한 것이냐는 건 시작부터 논란입니다. 우리도 미국에 반도체 공장 짓죠. 대만도요. 그런데 본진은 한국과 대만에 두고, 미국에는 필요한 정도만 짓는 게 현실입니다. 왜냐면 한국보다 공장을 싸게 돌릴 수가 없거든요. 미국 반도체 협회의 분석으로도 한국과 대만보다 20% 이상 생산비가 올라갑니다. 인건비, 건축비용 다 문제예요. TSMC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면 100%, 값이 2배가 뛴다는 이야기까지 내놓을 정돕니다. 삼성 SK의 ‘한국산 메모리’와 가격 경쟁에서 약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중국이 등장합니다. “어이 너네만 우리 괴롭힐 수 있는 거 아니야. 우리도 한 칼 있어”라고 말이죠. 대규모 투자에 들어간 마이크론을 괴롭히기로 한 겁니다. “마이크론 물건, 확 수틀리면 우리가 안 살 수 있다” 이런 카드를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론은 전체 매출에 25%, 4분의 1을 중국에 팝니다. 이게 흔들리면, 마이크론 회사가 전체가 휘청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가 나온 겁니다. “중국이 마이크론 물건 안 산다고 해도, 한국 너 네가 그 물량 채우지 말아라”하는 압력을, 미국이 우리한테 넣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의 마이크론’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나선 거죠. 세계 1,2위 반도체 회사가 물건을 안 팔면, 중국도 나서기 힘들 거라고 보고요. 뭐 그런데, 우리가 미국과 안보는 동맹이지만, 경제는 아니죠. IRA 전기차 건도 그렇고, 우리가 손해 보는 경우도 많았잖아요. 아주 솔직히 경제적으로만 보면, 우리 입장에선 중국이 마이크론 때리는 게 나쁘지 않습니다. 마이크론이 세계 물량의 23%를 차지하는데, 그중에 4분의 1, 중국에 가는 6%를 우리가 더 집어 오면 그것도 이득이고, (미국이 방해하더라도 돌아서 중국에 반도체를 팔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방법까지 내놓지는 않겠지만요) 그것 때문에 마이크론이 흔들리면, 솔직히 더 좋습니다. 아주 크게 보자면, 경쟁자가 없는 메모리 반도체 최강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미국, 중국이 싸우는 상황에서 생존만 걱정하는 걸 넘어서,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안 되죠. 이번엔 미국을 지렛대 삼아서 중국도 견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중국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려는 건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편에 말씀드린 대로,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쓸 책상, 연필, 공책을 모두 뺏긴 상탭니다. 반도체 설계 프로그램, EUV 장비, 필수 재료를 다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하 급의 반도체들은 계속 개발하고 만들 겁니다. 미국도 싼 ‘made in china’ 제품은 계속, 그것도 엄청나게 사서 쓸 생각이고, 따라서 그 자신들이 사 오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반도체 개발은 허락하겠다는 입장이니까요. 중국은 일단 그 정도 반도체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반도체 장비와 재료들을 직접 개발하면서 기초체력을 다질 걸로 예상이 됩니다. 사실 그것도 무섭습니다. 그 정도로도 군사적으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고요, 시장도 크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양을 계속 찍어낼 겁니다. 반대로 우리 입장에선, 지금처럼 중국에 반도체를 팍팍 파는 상황이 끝나간다는 의미도 되고요. 이게 미국 반도체 협회가 203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국가별 반도체 점유율 흐름을 예측한 그림입니다. 중국이 2020년에 15%에서 2030년엔 24%로 훅 커집니다. 반대로 우리는 여기에 태클을 걸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아무리 자체 개발해도, 한국, 미국, 일본 등이 갖고 있는 특허를 다 피해 갈 수가 없을 겁니다. 국내에서 그냥 모른 척하고 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라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것만 줄여도 우리에게는 이득입니다. 지난주에 이미 미국 의회에서는 양당의 주요 중진의원들이 이렇게 모여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중국 때리기 다음 단계 법안들을 내겠다고 말이죠. 예를 들면, 여기다가 귀띔을 해줄 수 있습니다. 법에 “수출품에 특허를 위반한 부품을 넣으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조항을 넣자고 말이죠. “미국 특허를 지키는 일은 미국을 지키는 일”이라면서 설득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미국 쪽 사업 파트너들과 그런 일을 하고, 정부는 미국 정부와 의회에 이런 의견을 속삭여서 또 ‘이이제이’를 할 수 있는 거죠. ‘이이제이’는 이것 말고도, 수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방어자세로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상황 봐가면서 활로를 뚫고 공격을 해야죠. 돈과 기술은 미국보다 못하고, 인구는 중국보다 못합니다. 그러면 쓸 수 있는 건 머리, 계산, 외교 밖에 없잖아요. 지금이 그걸 써야 할 땝니다. 중국이나 미국이나 모두 다 화를 낼 만한 일인데, 그래서 더더욱 표정 변화 없이, 시치미 뚝 떼고 잘해야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부동의 최강국’이 된다면, ‘반도체 산업에 빠질 수 없는 기술을 갖춘 국가’가 된다면, 우리의 발언권은 더 커질 것이고, 함부로 무시할 수 없을 거란 걸 생각하면서 말이죠. 또 한 가지, 삼성, SK로부터 부품, 원자재 회사들이 한국 본진에서 더 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특히 안보에 도움이 됩니다. “한국 반도체 양산 기술이 없으면 미국 안보도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 미국은 한국이 위험에 가까이 가지도 않게, 열심히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본인들 손해가 될 테니까요. 지금 대만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이 문제는 정부-정치권-기업-학계까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큰 계획을 세워야 됩니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모두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대면서 국가 간 경쟁을 벌이는 마당에, 우리는 여건상 그렇게까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각종 인허가나 기반시설 문제, 인재양성 등등부터 뒷받침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에게 최고의 먹거리이자, 핵폭탄과 맞먹는 안보산업이 돼버렸습니다.
깐깐해서 남 주자 깐깐남 세 번째 시간, 오늘은 반도체 이야기입니다. 미국이 자꾸 우리 반도체 산업, 기업들을 툭툭 건드린다는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보통 언론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미국 왜 저래, 기분 나빠” 수준의 평가에서 그칩니다. 그런 수준의 이야기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사람 대 사람 간에도 사귀는 사이 아니면, "나 서운해" 해봐야 "그래서 어쩌라고" 정도의 대꾸가 나오잖아요. 상대방이 왜 저러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해해야, 맞는 대응책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왜 저러느냐, 힌트가 될 만한 책이 있습니다. 칩 워, ‘반도체 전쟁’으로 번역할 수 있을 텐데, 작년 10월에 나온 이후로 계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같은 언론은 ‘올해의 책’으로 꼽기도 했고요.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시각, 혹은 미국의 바람을 잘 담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는, 책 표지 디자인에서부터 드러나 있습니다. 성조기에 별 대신, 반도체 칩이 박혀 있죠. 반도체는 곧 미국이다, 미국이 개발해서 여기까지 끌고 왔고,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기 때문에 전쟁 같은 다툼을 각오해야 한다는 결론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이 왜 이렇게 반도체에 흥분하는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쟁 초기에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몰아칠 거란 예상이 많았었는데, 실제론 아니었죠.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바로 이 무기, ‘재블린’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2km 바깥에서 탱크에 대고 조준을 합니다. 그리고 이 미사일을 쏘면 낮게 날아가다가 (그래서 러시아 탱크에서는 발사 장면을 보지도 못하고 있다가), 탱크 앞에서 하늘로 치솟아서는 직각으로 내리꽂습니다. 쏜 사람은 그 사이에 안전하게 피할 수가 있죠. 한 발에 우리 돈 1억 원이 넘는 비싼 무기라서 무한정 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비싼 만큼, 효과는 비교 불가였죠. 기사에 따르면 전쟁 초기 발사한 3백 발 중에 280발이 러시아 탱크에 명중해서 작전 수행 불가 사태를 만들었습니다. 명중률이 93%, 기존 무기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반도체 덕분입니다. 사실 저 미사일은 전자제품입니다. 조준된 탱크를 쫓아가고, 적당한 지점에서 공중으로 치솟아서, 무게중심을 잘 잡고 정확하게 내리꽂는 그 과정을, 미사일에 실린 2백 개 정도의 반도체로 알아서 판단하고 작동시킵니다. 아예 처음부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라고, 반도체 회사가 개발에 참여했을 정도였거든요. 반대로 러시아는 그런 기술이 없죠. 우크라이나 전쟁 통계는 아직 없지만, 8년 전 시리아 내전 때 러시아군을 분석한 결과가 있는데, 그때 러시아군이 썼던 포탄과 미사일 중에 95%는 유도 기능이 없는 '막폭탄'이었습니다.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는 수준이었단 거죠. 미국 같은 반도체 기술이 없기 때문입니다. 막폭탄 대 1억짜리 전자 폭탄, 다수의 예상을 처음부터 뒤바꿔 놓은 가장 큰 차이였다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미국의 군사력은 앞선 반도체 개발 능력에 크게 달려있습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거죠. 그리고 이 부분 때문에 ‘반도체 전쟁’ 수준의 분쟁이 시작된 겁니다. 10년 전쯤, 그러니까 오바마 전 대통령 말기까지만 해도 미국 주류는 중국에 대해서 낙관하는 분위기가 다수였습니다. 중국이 물건을 열심히 만들어서 미국에 수출하면, 그래서 돈 맛을 보면 앞서서 그랬던 한국, 일본, 대만처럼, 미국이 만든 자본주의 세계 안으로 들어와서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믿었습니다. 당장 지난주에도 워런 버핏이 본인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총회에서 “미중 갈등은 멍청한 짓”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특히 경제계에는 많습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매파’들은 다른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런 생각으로 중국이 반도체를 개발하고, 인재들과 회사와 기술을 사모으는 걸 용납해 왔는데 그걸로 수출할 물건을 만드는 걸 넘어서, 첨단 무기에 쓸 ‘중국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하게 됐다는 겁니다. 민간 통신용 반도체를 만드는 줄 알았더니 각종 무기들과 통신하는 체계를 만드는데 들어가고, AI를 연구한다더니 그 AI 기술로 무기들을 통합 사용하는 시스템을 연구하더란 거죠. 이어서 당선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초반에는 이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매파들이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설득에 성공했고, 이후 정권이 바뀌고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역시 이 시각을 수용해서 ‘대 중국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그래서 중국이 반도체 개발하는 걸 막으려고 어떤 방법을 집어 들었나, 이게 또 중요합니다. 우리하고 아주 밀접한 영향이 있습니다. 미국이 우선 쓰는 방법은 최신 반도체를 만들 장비를 끊어버리는 겁니다. 이때 등장하는 전문용어가 EUV입니다. 익스트림 울트라 바이올렛, 극자외선 기술이란 겁니다. 앞으로는 이 EUV 기계가 있어야, 더 작은 공간에 촘촘하고 빽빽하게 소재들을 채워 넣는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그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회사는 단 두 곳 있습니다. 한국의 삼성전자, 그리고 대만의 TSMC입니다. 이게 2018년에 삼성이 화성에 EUV 공장을 새로 짓기 시작할 때 행사 사진입니다. 유명한 '충주시 유튜브'에서 이렇게 패러디 재료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뒤집힌 천에 너무 집중하시기보다는 저 EUV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저 기술을 쓰는 방법을 우리가 더 열심히 갈고닦아야 이 전쟁에서 어쨌거나 유리한 위치를 이어갈 수 있다, 이걸 기억하는 계기로 삼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그런데, 이 EUV라는 기계를 만들 줄 아는 회사가 이 지구상에 딱 한 회사 밖에 없습니다. 그게 더 대단하죠. 네덜란드에 ASML이란 회사입니다. 여기를 틀어막으면, 그래서 중국에 기계를 못 보내게 하면,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길이 막힙니다. 네덜란드 회산데, 미국이 팔지 말라면 안 파냐? 네, 안 팝니다. 정확하게는 못 팔죠. 이유는 이 사진에서 또 찾아볼 수 있습니다. ASML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이렇게 기계 안을 다 까서 보여주는 사진을 여럿 올려놨습니다. 잘 보면 베낄 수도 있겠는데, 비밀 사항일 거 같은데 저렇게까지 보여줘도 되나 싶죠. 그런데 그럴 만한 게, 보여줘도 못 만듭니다. 절대로요. 이 기계가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정교하고 어려운 기계입니다. 부품이 45만 7329가지가 들어가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게 오차 없이 맞아 돌아가게 만드는 기술을 ASML만 갖고 있습니다. 흉내를 낼 수 있는 회사도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 45만 가지 부품 중에 상당수가 지구상에 한 회사 혹은 두 회사만 만들 수 있는 최고 정밀 부품입니다. 이 회사들이 ASML에만 독점 공급을 하고 있는데, (다른 데는 이 정도 부품은 필요하지도 않으니까요) 문제는 핵심 중에 핵심 부품들은 또 대부분 미국 부품들이란 겁니다. 미국 정부가 “너네 중국에 이 기계 팔려고? 그러면 미국 부품들은 못 준다” 하는 순간, 이 대단한 회사도 문을 닫을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어찌저찌 EUV 기계를 중국이 가져갔다고 해보죠. 다음 난관이 있습니다. 현재 반도체는 정교해질 대로 정교해져서, 사람 손으로는 설계도를 그릴 수 없습니다. 최첨단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프트웨어들, 전부 미제입니다. 다른 나라 제품이 없습니다. 세 번째, 이 설계 소프트웨어도 빼갔다고 해보죠. 그래도 안됩니다. 기계 돌리려면 또 그 첨단 공정에 맞는 첨단 재료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 재료들은 또 대부분 일본제입니다. 설계도가 있고 기계가 있어도, 이거 안 주면 소용이 없습니다. 공장 못 돌리거든요. 몇 년 전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반도체 소재 수출 막았던 거 기억하시죠? 네, 사실 그 소재들 중에 일부입니다. 중국에 할 작전을 시험 삼아서 우리한테 써본 셈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키워서 반대로 본인들을 겨냥할 수 있는 초정밀 무기를 만드려고 한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걸 막기 위해서 설계부터 기계, 원자재까지, 거기에 필요한 모든 길을 막기로 했다, 다 미국 혹은 미국과 가까운 우방들이 만드는 것이고, 대체를 할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면 EUV 같은 경우에, ASML이 1990년대부터 30년 동안 개발한 겁니다. 중국이 지금부터 개발한다고 10년에서 15년은 족히 걸린다는 평가가 나와 있습니다. 그 사이에 미국은 더 멀리 가 있을 수도 있죠. 그렇다고 미국이 중국 반도체 싹을 다 자르겠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최첨단 반도체가 아닌 반도체, 정확하게 말하면 ‘7 나노미터’라는 기준을 이야기하는데, 그거보다 큰 반도체는 어차피 지금 확보한 기술로도 만들 수 있을 건데, 그거는 미국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해도 된다. 왜냐면 미국에 수출할 싼 공산품에 넣을 거니까, 그건 미국에도 이득이니까, 어느 정도 허락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이런 기사가 나왔는데, '미국이 원칙이 없네' 하는 댓글들이 넘쳐났지만, 아뇨, 미국은 원칙이 있습니다. 중국에게 ‘우리에게 이득인 건 열어주고, 위협이 되는 건 싹부터 자르겠다’는 두 방향으로 가려는 겁니다. 반대로 이 기사 제목들도, 이제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미국이 이렇게 나오면 우리가 크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게요. 우선 전 세계에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는 사실상 우리하고 대만뿐이거든요. 그런데 대만보다 우리가 더 중국하고 얽혀있습니다. 대만 TSMC는 중국에 수출은 하는데, 주로 대만에서 만들어서 중국에 넘겨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중국에 공장을 적극적으로 세우고, 또 사들였어요. 심지어 분위기를 눈치챈 미국에 반도체 회사 인텔이, 3년 전에 자기들 중국 공장을 잽싸게 우리나라 회사한테 팔아 치우기도 했단 말이죠. 중국 회사들은 기술력을 높여서 쫓아오니까 우리는 기술력을 더 높여서 도망가야 됩니다. 그런데 이제 공장 업그레이드를 못 하는 상황에 빠진 거죠. 그러다 보니까 미국이 중국 반도체를 때리는데, 중국 회사들은 우회를 찾아서 뭔가를 하고, 오히려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겁니다. 오늘은 미국이 중국 반도체를 때리는 이유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래서 중국은 어떤 대응을 할 생각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이 부분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재작년만 해도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까지 차지했었습니다. 그만큼 양보할 수 없는 분야죠. 그런데 스포를 하자면 미국은 한국 반도체 산업을 좀 우습게 보고 있고, 상당 부분을 빼앗아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상대 생각을 알면 우리도 나름대로 대응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언제는 우리가 편하게 장사하고 살아왔나요. 지금까지 그렇게 잡초처럼 버티면서 살아왔습니다. 미국과 중국 하는 걸 잘 보고, 우리도 약점을 찔러야 됩니다. 이 사이에서 살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 이 문제를 다음번에 집중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 : 김정연
깐깐해서 남 주자, 깐깐남 두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세상엔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이슈가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다들 바쁘다 보니까, 일일이 다 알아보기가 어렵죠. 그래서 기자가 대신 그 이슈들을 깐깐하게 까보고 뒤집어보고 들고 파본 다음에, 속살만 알려드리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우리가 경제적으로 대만 사태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해 봤는데(▶ 1편 보러 가기), 이런 최악의 결과가 그냥 뚝 떨어지느냐, 아니겠죠. 그 최악의 과정으로 가는 길에 조금씩 조금씩 긴장이 높아지면서 강도 5, 6, 7, 8, 9로 위기가 커지는 과정이 있을 겁니다. 이 상황도 우리에게 너무나 해로울 수 있습니다. 이걸 한 번 보시죠. 포린 폴리시라고 하는 미국의 외교 전문 매체에 최근에 실린 글입니다. 호주 전문가들이 쓴 글인데 영어로 돼 있는 제목을 한글로 바꿔보면, 이렇습니다.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특별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금융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느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걸 사전에 막으려면 경제로 고통을 주는 게 답이라는 전략이 이미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쳐들어가기 전부터 시작해서, 만약에 대만을 결국 차지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 포기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미국에 80년이 다 돼가는 연구기관 ‘랜드 코퍼레이션’이 계산을 해놓은 게 있습니다. 대만 사태가 본격화할 경우에, 미국은 GDP의 5%에서 10%가 빠질 걸로 예상이 됩니다. 위의 표가 미국 GDP 성장률 그래프인데, 10%가 빠진 경우는 대공황 때, 2차 대전 직후 이후로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2020년 코로나 때도 2.5%만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교해서 말씀드리면 작년 우리나라 GDP가 미국의 7.5% 수준이니까, 우리나라 경제만큼 확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생기는 거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죠. 그런데 눈치채셨겠지만, 미국에서 이런 계산이 나왔을 때는 “우리가 이 정도 피해를 보는데, 중국 너네는 얼마나 흔들릴지 알겠지?”라는 뉘앙스가 숨어있습니다. 자, 그래서 중국은 그러면 얼마나 피해를 보느냐. GDP의 25%에서 35%가 날아가는 걸로 나왔습니다. 순식간에 경제의 3분의 1이 날아간다는 거죠. 나라가 지탱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겁니다. 미국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CSIS가 분석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경제의 피가 금융이고, 경제의 살이 산업이라고 비유하자면 피와 살이 모두 바짝바짝 마르는 사태로 이어질 거라고 짚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읊어보면 이렇습니다. - 먼저 금융에서 외국 자본이 한순간에 빠져나간다. 특히 중국 당국이 “외국 자본을 달러로 바꿔주지 말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만큼, 그전에 위험하다 싶은 순간 앞다퉈서 빠져나갈 수 있다. - 외국 자본은 중국 주식과 채권에 1조 달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에 7,500억 달러 이상 투자 중인데, 이 돈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면 중국 위안화가 폭등하면서 국내 물가가 치솟는다. - 다음, 중국 항구들이 사실상 봉쇄된다. 전 세계 물동량의 40%가 중국에 있고, 특히 중요한 항구 6개가 대만 근처에 있는데 민간 선박들이 이 항구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 충격에 이어서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지고, 물가는 한 번 더 폭등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애피타이저부터 서서히 맛을 보여줄 테니까, 어디 참아보시든가”하고 작은 제재부터 서서히 올려서 던지는 게 그래서 필요하다는 거죠. 여기까지 보고 “그래 중국 혼 좀 나봐라” 이런 생각하는 분이 혹시 계실 수 있는데, 잠깐만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셔야 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중국 경제에 가장 많이 얽혀 있는 나라입니다. 만약에 지금처럼 니 거 내 거 가릴 수 없는 상태로 얽힌 상태에서 규제가 떨어지면 우리도 같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주에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 만드는 회사들, 전 세계에 삼성,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 세 곳이 있죠. 그런데 만약에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수입 안 한다’ 이러고 나선다면 ‘삼성, SK도 반도체 중국에 더 팔지 말아야 된다’ 미국이 이렇게 나온다는 겁니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어떤 주장을 하고 나설지 모릅니다. 이 상황까지 가면 미국은 미국 편이고, 중국은 중국 편일 겁니다. 한국 사정 봐주면서 압박을 조절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기도 힘들 겁니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에 22%를 중국에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수출품 중에 80%가 중간재, 원자재로 수출이 됩니다. 미국이 보다가 “어, 저거 안돼, 이것도 안돼, 군사용으로 쓸 수 있어” 이럴 수가 있습니다. “아니 이러면 동맹인 우리가 피해를 많이 보는데” 이런 말이 전쟁을 앞두고 통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파는 것도 문제지만, 중국 물건을 못 사 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수출이 규제될 수도 있고, 달러 거래가 막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쓰는 주요 산업 원자재 중에 중국에 80%를 기대는 게 천 8백 가지가 넘고, 90%를 기대는 것도 90% 이상입니다. 요소수 사태 기억나실 텐데, 그 첨단소재도 아닌 요소수 때문에 물류가 멈출 뻔했던걸 생각하면, 지금 우리 경제가 얼마나 불안한 상황에 놓였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만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사태까지 가면 중국은 가만있을까요. 우리 태도에 따라서 중국이 반대로 우리나라에 경제적 보복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준비를 마쳐 놨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인데,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 2020년대 들어서 여러 법을 만들어 놨습니다. 한국에 중국 물건을 수출하지 않을 수 있고, 더 나아가서 한국 기업들 공장을 뺏을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부터 몇 가지가 머릿속에 스쳐갑니다. 이런 사태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전쟁에 가기도 전에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얻어맞아서 멍들고 깨지고 심할 경우에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죠. 보통 자동차 1대 만드는데 2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데, 단 한 개라도 없으면 생산라인이 서게 됩니다. 지난 몇 년 간 반도체 때문에 벌어진 사태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사태가 이어진다면 이 부품은 중국산이라서 없고, 저 부품은 대만산이라서 없고, 저 부품은 두 나라 건 아닌데 배가 못 들어와서 없고, 이렇게 되면 산업 자체가 멈춰 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한국 어쩌냐’ 이렇게 걱정해 줄 나라, 별로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떠냐, 비상상황에 맞춘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남북아메리카 대륙에서 필요한 대부분 자원을 끌어 쓸 수 있습니다. 현재 그게 안 되는 게 반도체와 배터리인데, 그래서 미국 안에 공장을 짓도록 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결이 본격화하더라도, 필수 에너지 - 식량 - 자원 - 산업을 지킬 수 있고, 그래서 GDP의 최대 10% 손해만 예상하는 겁니다. 유럽도 바짝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유럽이 뭉쳐서 어떤 핵심자원이 얼마나 필요하고, 유사시에 어떻게 공동으로 구해올지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또 믿는 구석, 아프리카 하고 중동이 있습니다. 급할 때 여기서 자원들을 끌고 오는데 방해세력이 없습니다. 또 더더욱 급하면 대서양 건너 미국에 SOS를 치면 되죠. 궁하지만 위기를 피해 갈 수는 있습니다. 일본은 10년도 전부터 민관 합동 기구를 만들어서 에너지와 금속 등 자원 조달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쪽으로 미국, 남쪽으로 호주에 닿는 데는 큰 걸림돌이 없어서 그나마 우리보다는 나은 상황입니다. 태풍은 코앞까지 와 있습니다. 미국은 미국대로, 유럽은 유럽대로, 옆나라 일본도 유사시에 어떻게 경제적으로 대응할지 작전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깐깐남 1편 유튜브 댓글엔 “설마 그런 일이 있겠냐”란 의견부터, 서로 정치적 반대편 탓이라고 다투는 모습도 보입니다. 저도 1, 2편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다 틀리고,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임진왜란 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590년, 뭔가 일본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어서 당시 조선 조정이 일본에 사람들을 보냅니다. 여당에서 한 명, 야당에서 한 명, 두 명을 말이죠. 두 사람은 그다음 해 1591년에 돌아왔는데 한 명은 일본이 반드시 쳐들어올 것이라고 했지만, 한 명은 그럴 일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그 1년 뒤, 1592년에 전쟁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죄 없는 백성들이 크게 봐야 했습니다. 지금도 비슷합니다. 1, 2편에서 짚었던 문제들이 만약에 불거진다면 정치적으로 어느 편이냐 따지면서 피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5천만 국민들 모두가 한 덩어리로 피해를 입을 겁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는 현재 정권이 앞으로도 계속 갑니다. 외교적으로 바뀌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국내 정치를 넘어서는 생존 외교의 대원칙을 정해야 합니다. 외교와 생존전략을 국내 정치 다툼에 땔감으로 소비할 때가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태풍이 너무나도 가깝게 다가와 있습니다. 디자인 : 김정연
깐깐해서 남 주자, 깐깐남 시작합니다. 세상엔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이슈가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다들 바쁘다 보니까, 일일이 다 알아보기가 어렵죠. 그래서 기자가 대신 그 이슈들을 깐깐하게 까보고 뒤집어보고 들고 파본 다음에, 속살만 알려드리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첫 순서로, 대만 사태에 대해서 짚어봅니다. 국제정치나 군사적으로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죠. 그런데 실제로 그 지역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럽에 우크라이나 일로 1년 넘게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데, 바로 코 앞에 대만에서 문제가 생기면 더 어려움이 커지겠죠.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상상하지 못했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깐깐남에서는 팩트와 의견/추정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두 가지를 섞다 보면 어떤 부분까지가 진짜 상황이고 어디서부터가 가정인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뭔가 의도가 섞였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서는 팩트와 의견을 최대한 나눠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우리와 대만과 관련해서, 크게 세 가지 기본적인 경제 팩트부터 정리를 하겠습니다. 첫째, 한국은 섬입니다. 지리적으로는 북쪽으로 대륙과 연결돼 있긴 하죠. 하지만 북한이 있어서 차나 기차로 물건을 실어 나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99.7%의 물건은 배로만, 바다로만 들여올 수 있습니다. 둘째, 이 해상 운송 라인에서 우리는 종착점, 골목 끝집입니다. 중동에서, 호주에서, 미국에서, 크게 세 방향에서 배들이 들어오는데, 우리 앞에는 동남아시아라든가 먼저 물건 받는 나라들이 있는데, 우리는 맨 나중입니다. 중간이었다면, 골목 맨 앞집이었다면, 만약에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뒤에 있는 나라들한테 “내가 못 받으면 당신들도 못 받는 거니까, 함께 모여서 대책을 좀 짜야겠는데요”하고 말을 붙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골목 끝집에 사는 입장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같이 걱정하고 고민해 줄 나라는 사실상 없습니다. 셋째, 지금까지 이런 우리의 처지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건, 미국 덕이었습니다. 2차 대전 이후에 미국이 전 세계에 압도적으로 해군을 배치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룰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자기 나라를 위해서였든 어쨌건 간에, 골목 끝 섬나라에 사는 우리는, 가장 큰 혜택을 누려온 게 사실입니다. 결론으로 바로 가자면, 대만에서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이 세 가지 상황이 다 흔들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만 문제로 우리나라에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강도 1부터 강도 10까지 있을 수 있는데, 바로 10으로 가보겠습니다. 가장 위험하고 곤란한 상황으로 말이죠. 이 모습은 배들이 전 세계 바다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특히 지금 표시되는, 중동에서 우리나라까지 오는 바닷길은, 바닷물 색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배들로 빽빽하게 차있습니다. 조금 더 확대해 보죠. 배가 하도 많아서 우리나라와 대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라서 따로 표시를 해봤습니다. 특히 대만과 중국 본토 사이, 대만해협에 배들이 꽉 차 있죠. 중동 유럽에서 오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로 오는 전체 물건 중에 33%가 이 바닷길을 통해서 들어옵니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원유와 LNG는 60% 이상입니다. 대만과 대만 해협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면, 바로 이 공급망이 위협받고, 심할 경우에는 끊길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팩트에 기반해서,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에게 어떤 경제적 문제가 생길 수 있나, 추정을 해보죠. 대한민국 해군이 다섯 달 전에 분석해 놓은 결과가 있습니다. 역시 석유와 LNG가 문젭니다. 여기서만 하루 3천 2백억 원 손실이 나고, 주요 자원들 공급 문제를 합쳐서 전체 경제에 1일 당 4,500억 원 손실이 날 것으로 계산이 됐습니다. 1주일이면 3조 원, 한 달이면 13조 원입니다. 공급망이 흔들린 것만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기타 다른 문제들은 빼고 말이죠. 이게 강도 10 상황이냐, 아닙니다. 시작일 뿐입니다. 이 대만 해협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는 이제 아셨을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 결국 대만을 차지했다고 해보죠. 그러면 우리 경제에 필수적인 이 해역은 이제 완전히 중국 관할이 됩니다. 그리고 반대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는 끝나는 걸 의미합니다. 여기서 새로운 팩트를 하나 짚어보죠. 중국이 1980년대부터 구상해 왔던 지도가 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도련선, ‘섬 도’자와 ‘이을 련’자를 써서, 그러니까 바다에 섬들을 이어서 선을 그은 겁니다. 중국 해군이 중장기적으로 이 영역까지 활동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을 밝혀 놓은 겁니다. 제1도련선까지, 그러니까 서태평양을 먼저 차지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제2도련선까지, 그러니까 미국과 태평양을 반으로 나누는 선까지 나아가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대만을 차지하겠다는 건, 제1도련선을 완성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이 왜 이런 구상을 하는 건가, 중국 지도를 잘 보면 답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동안 봐왔던 지도 말고, 베이징의 입장에서 나라 밖을 바라보는 형태로 바꾼 지도를 보면 말이죠. 중국도 나라가 커질수록 바다로 나가서 힘을 뻗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나라 밖을 바라보면 좌우가 막혀 있습니다. 왼쪽 공간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막혀 있고, 오른쪽은 필리핀으로 막혀 있죠. 세 나라 모두 미군이 기지를 갖고 틀어막는 형국입니다. 그렇다면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은 단 하나, 대만 방향 밖에 없습니다. 지금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새로운 추정을 해보죠. 중국이 그래서 결국 대만을 차지하고 서태평양 지역을 차지해서 제1도련선을 완성했다고 말이죠. 그러면 이 영역에서 미국은 이제 밀려났다는 뜻이고, 중국은 이 힘을 더 과시하려고 들 수 있습니다. 내 영역을 지나다니는 나라들을 통제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팩트로 넘어가 보죠. 위에 지도는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석유를 가지고 오는 바닷길을 표시한 겁니다. 크게 고비 세 곳을 거쳐야 합니다. 처음 중동을 출발하고는 인도 밑을 지나서, 말라카해협을 거쳐서, 대만 해협을 지납니다. 인도-말레이/인도네시아-중국 영향권을 지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길은 중국에게도 중요합니다. 원유를 가져오려면 똑같이 거쳐야 하는 길이니까요. 그런 만큼, 유사시에 미국은, 특히 말라카해협을 틀어막고 중국으로 가는 물건들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글들도 이미 많고요. 한국어로 번역해 보면 이런 식입니다. ▶출처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로 오는 물건들은 괜찮겠냐는 겁니다. 당연히 중국은, 미국에 유리하게 쓰일 수 있다는 명분으로, 한국으로 오는 물건도 막아 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대만을 차지한 이후에도, 그런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는 중국의 손이 뻗치지 않는 영역으로 배를 빙 둘러서 다녀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50년 된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를 대신해서 이 시나리오를 돌려본 적이 있는데, 결과는 이렇습니다. 유조선을 싱가포르에서부터 동쪽으로 돌려서 인도네시아 안쪽과 필리핀 안쪽을 통과시키는 방법입니다. 거리로 6,400 킬로미터로 불어나면서, 34시간이 더 걸립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가지고 올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이 지도는 중국과 일본이 현재 주장하는 각자의 영해를 나타냅니다. 앞 지도처럼 필리핀을 거쳐서 북쪽으로 바닷길을 오다 보면, 이번에는 일본 영해에 접근하게 됩니다. 중국이 대만을 차지한 이후라면 이 지역에 미국의 영향은 크게 줄어들어 있는 상태고,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역은 중국의 영향권, 파란색으로 표시한 영역은 일본 영향권이 됩니다. 흰색으로 표시한 선이 우리 선박이 와야 하는 길인데, 이 바닷길을 우리 힘으로 지켜내기에는, 현재 우리 해군력으로는 힘에 부치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일이 혹시라도 실제로 벌어진다면 중국과 일본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가장 극단적인 가정입니다. 하지만 가장 극단적인 가정도 해야, 경계심이 높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이르면 2025년, 혹은 2027년에 대만에 군사력을 쓸 거란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최대한 많은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우리만의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땝니다. 1편은 여기까지고요. 2편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강도 10의 상황 이전에, 대만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 전 상황, 강도 6,7,8,9에는 어떤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또 살펴보겠습니다. 그 단계 하나하나가 또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 김정연
1. 중소기업들 모임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번 주에 이런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중소기업 539개 업체에 근로시간을 어떻게 손보면 좋겠느냐고 물어봤답니다. 그런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65.7%가 적정한 주 최대 근로시간을 60시간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그럼 뭐냐, 28.8%는 “아예 한도를 없애달라”고 했답니다. 보도자료의 그 부분을 가져오면 이렇습니다. 1주 60시간이라면, 월-금 근무로 한정할 때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점심만 먹고 저녁밥을 안 먹으면 밤 8시 퇴근, 저녁밥을 먹으면 9시 퇴근일 경우에 하루 12시간 근무, 1주일 60시간으로 맞춰집니다. 월-토 근무라면 6일 내내 아침 8시-저녁 7시 근무를 하는 거고요. 2. 저희 SBS가 지난 주말, 근로시간 관련해서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전국에 1천 명에게 물었습니다. 일이 많이 몰리는 주에는 일을 더 하고, 일이 없을 때는 쉬는 방안에 찬성하느냐고 말이죠. 답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나이대로 나눠 보면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옵니다. 60대 이상만 찬성일 뿐, 그 밑에 세대는 전부 반댑니다. 30대가 제일 강하고, 20대 이하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직업별로 보면, 무직, 농임어업, 전업주부 순으로 찬성이 높습니다. 사실상 근로시간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직업일수록 찬성률이 높은 셈이죠. 반대로 실제로 근로시간제에 적용을 받는 사무관리, 기능노무서비스는 반대가 압도적입니다. 3.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상황도 이해는 갑니다. 한 목소리로 인력난이 심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일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달라는 거죠. 하지만 십분 그 상황을 이해한다고 칩시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니까요. 저렇게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을 설득할 만한 논리를 개발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중앙회의 보도자료 속에는 우리가 힘들다는 이야기만 한가득이고, 그런 노력은 보이질 않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반대하는가, 잘 보여주는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자칭 ‘코믹숏무비’를 내세워서 이슈를 코미디로 엮어내는 유튜브 ‘너덜트’ 채널이 2주 전에 올린 영상입니다. 270만 명이 찾아봤고, 공감한다는 댓글이 1만 개가 넘게 달려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말을 붙여 볼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중소기업’중앙회’가 할 일입니다. 개별 중소기업은 그런 일을 할 능력도 힘도 없으니까요. 그런 건 소홀히 하면서 중소기업 사장들한테 “몇 시간 일을 시키면 좋을까요” 묻고, 그 답을 그대로 묶어서 보도자료로 던져놓고는 “내 할 일 다 했다” 할 게 아니라는 거죠. 4. 그런 점에서 본보기 하나를 중소기업연합회에 알려주고 싶습니다. ‘성균관’이란 곳이 있습니다. 유교의 가르침을 오늘에 되새기자는 조직입니다. 무려 고구려 때 이후로 이 땅에 1650년 간 유교 정신을 이어왔다고 하는 단체입니다. 여전히 공자가 태어난 날에 의복 갖춰 입고 제사를 지내고, 전국 서원을 관리하고, 한자로 시 짓는 백일장을 엽니다. 그런데 이런 조직이 최근 ‘감탄 챌린지’라는 걸 밀고 있습니다. 감할 감에 탄소에서 탄 자를 떼어내서, 유림이 탄소중립에 앞장서겠다고 나선 겁니다. 유교와 탄소중립이라 어울리지 않을 듯도 싶은데, 모범사례도 뽑았습니다. 유림이 노력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명절 때 차례, 여전히 많이들 지내는데 집 안에서 또 적잖이 갈등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 성균관이 나서서 차례상 과하게 차릴 필요가 없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상에 전 부쳐 올릴 필요 없다, 홍동백서 같은 거 안 해도 된다, 가족끼리 얘기해서 편하게 지내면 된다고도 발표했습니다. 성균관의 목표는 유교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겁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초등학교부터 논어를 가르치자”고 해봐야 될 일이 아닌 걸 아는 거죠. 그래서 탄소중립에 앞장선다, 차례를 간소화하자,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시대에 맞출 건 맞춰 가며 그 안에서 거부감 없이 유교 문화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지, 무던 노력을 하고 있는 겁니다. 5. 비교해 볼 때, 중소기업중앙회는 그만한 노력과 고민을 하지 않은 겁니다. 기사에 붙은 반응만 봐도 시큰둥을 넘어서 불쾌해하는 목소리가 넘칩니다. 오히려 이번 발표가 근로시간 개편을 훼방놨다고 봐도 될 정돕니다. ‘저렇게 생각하는데 제도를 풀었다간 주 70, 80시간도 시키겠다’하는 걱정을 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요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방향 소통’이 횡행합니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쏟아붓고는 “나는 소통했다”고 하는 거죠. 할 말 했다고 주변 몇몇은 후련해할지 몰라도, 원하는 걸 얻을 수는 없는 방법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중앙회도 사람들 말에 귀를 더 열고 태도를 가다듬길 바랍니다. 회원들인 중소기업들도 그러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막바지 경쟁이 한창입니다. 스브스프리미엄이 만든 새로운 정치 프로그램, <정치스토브리그> 네 번째 시간에서 ‘정치선수’인 천하람, 황교안 후보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정치컨설팅 MIN' 대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 함께 했습니다. ‘정치선수’ 안철수, 김기현 후보 분석은 지난 2, 3회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2회 보러 가기 , 3회 보러 가기) 천하람의 소득 : 이준석과도 경쟁 가능성 보여줬다 박성민 대표 : 인지도 면에서 아직 이준석 전 대표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이준석 전 대표하고 경쟁하는 느낌도 확실히 있고요. 적은 윤핵관인 게 분명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하고도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누가 대표성을 가질 거냐는 욕심을 확실히 갖고 있는 것 같고, 현실적으로 이준석 대표 때문에 이 자리에 선 것도 분명히 맞지만, 이 대표가 불필요하게 이 싸움을 자기 싸움으로 가지고 가려고 하는 거에 내심 불쾌했을 수도 있다고 봐요. 윤태곤 실장 :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순항은 하고 있는데 조금 아쉬움이 있어요. 뾰족함이 더 필요한데, 안정감을 주려고 하다 보니까, 그게 좀 죽는 거 아니냐 하는 거죠. 박성민 대표 : 민주당보다 훨씬 앞서가는 80년대생의 등장 아닙니까. MZ세대 등장 아니에요? MZ세대 정치인들이 등장해서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신보수가 등장하고 있고, 그게 한 명이 어쩌다 나온 게 아니고 지금 집단적으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 세대가. 모든 전당대회 때마다 서울시장 경선, 대통령 선거 경선에 80년대생들의 도전은 계속될 거다. 그걸 보여주는 일이라고 봅니다. 새 지도부도 '천하람 지분'을 인정해야 한다 윤태곤 실장 : 누가 당대표가 되든, 이번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후보가 얻는 지분을 인정해야 돼요. 그런데 인정하지 않고 “트러블메이커니까 얘네 밖으로 내보내”, “너 이제 나가” 라고 한다면 되게 단견이다, 그럼 선거 어떻게 할 건데? 총선 대선 때는 또 가서 젊은이들 어쩌고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박성민 대표 : 주식시장에서 SM사태를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 예를 들어보자면, 천하람 후보 쪽은 얼라인 같은, 행동주의 펀드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분이 많지는 않은데 계속 요구하는 거예요. “윤핵관들이 다 가지고 가는데, SM에서 라이크 기획이라는 데가 돈을 어떻게 다 가져가는 것처럼, 윤핵관들이 다 가지고 가면 이 회사가 올라갈 수 있냐. 국민적 지지도 못 받는 거 아니냐. 그런 거 고쳐라. 주주 가치를 올려라. 배당 좀 하고.” 계속 얘기하는 거죠. 이준석이나 천하람으로 대표되는 이 그룹들은 지분보다는 더 큰 목소리가 있는 거예요. '내부총질' 계속해야 오래간다 박성민 대표 : 제가 정치 컨설팅할 때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정치는 딱 한 번만 주류하는 거다. 그게 대중적으로 어필하고 커나갈 수 있는 거다. 원내대표를 하거나 사무총장을 하거나 최고위원을 하거나 장관을 하거나, 그런 이력을 쌓는 건 대중적으로는 꼭 좋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내부총질'이라고 하는 혁신 목소리를 내는 게 정치생명이 더 길 수 있어요. 예전에 보수정당에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라고 하는 초선의원들이 당의 혁신을 이야기했어요. 굉장히 시끄러웠습니다. 그런데 2014년 지방선거 때, 세월호 터지고 그랬을 때, 굉장히 어려운 선거가 예상이 됐는데 결국 경기도 지사에 남경필, 제주도 지사에 원희룡이 나갔어요. 정치란 게 그런 겁니다. 아무리 안에서 내부총질을 한다고 해도, 막상 선거 때 다가오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에요. 반대로 민주당에서는 친문계나 친명계에서 누굴 가장 욕하냐면, 박영선 의원 공천 주면 안 된다 매번 그랬어요. 윤태곤 실장 : 그런데 항상 선거대책 본부장이야 하하. 박성민 대표 : 선거 딱 다가오면 선대 본부장 맡아주십시오, 이렇게 되는 거거든요. 내부총질한다는 사람들이 민심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정치 생명은 더 깁니다. 윤태곤 실장 : 그런데 또 보세요, 천하람이라든지 이준석이라든지, 지역구가 어딘지 보세요. 예를 들어 영남이나 강남에서 지지고 볶고 있으면 쳐낼 수 있어요. 근데 순천, 노원 병, 이런 데에 남들 오라고 해도 안 가는 데 가서 싸우겠다는데 그걸 공천 안 준다? 그거는 더더욱 큰 탈이 나는 거예요. 노원 병에 아무도 안 덤비는데 이준석 커트했다. 순천? 아무도 출마할 사람도 없는데 천하람 공천 안 줬다? 이거 역풍이 어마어마하게 불 거예요. 두 사람이 그런 부분에선 자신 있는 부분이 있는 거죠. 천하람을 위한 조언 : 나만의 개혁안을 내놔라 박성민 대표 :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를 넘어서려면, 확실한 개혁의 주제, 방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 방향이 안 보여요. 이준석 대표는 부족한 점이 물론 있지만, 어떤 어젠다를 두려움 없이 꺼내서 터부시되는 것도 거침없이 말하는 게 있어요. 아직 천하람 후보는 그런 면에서 보면 어떤 어젠다를 던지는 정치인은 아닙니다. 그럼 소장파로서는 한계가 뚜렷한 거예요. 꼭 그게 페미니즘 논쟁이나 여가부 폐지 같은 거, 또 무슨 장애인 전장연하고 싸웠잖아요, 그런 게 아니어도 좋습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정치를 어떻게 바꾸겠다, 이준석을 넘어서려면 이준석보다 더 과감한 어젠다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윤태곤 실장 : 저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당대회 끝나고는 방송출연하는 콘셉트를 바꾸시라.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인데. 지금 보면 패널들 4명 나와서 좋게 말하면 활발하고, 안 좋게 말하면 시시콜콜 이렇게 잡담 식으로 하는 건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 2명이서 나가든지 혼자 나가든지 그런 거 하라고 권해주고 싶어요. 나 이제 거물이야 라고, 그게 물론 어깨에 힘주라는 거하곤 다른 거죠. 격을 스스로 높일 필요는 있는 거죠. 황교안의 현재 : 부정적 이미지는 지웠어도 당심 돌리는 건 미지수 윤태곤 실장 : 황교안 후보에 대해서 사람들은,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사실. 법무부장관도 했지 국무총리도 했지 당대표도 했지, TV에서 많이 봤는데 막상 잘 몰라요. 이게 크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만 과거보다 나은 게 지금까지는 태극기부대, 부정선거 같은 걸로만 인식됐었다면 긍정적으로 크게 올라온 건 아니지만 부정적인 건 지워졌다는 거겠죠. 박성민 대표 :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고는 하지만 과연 당원들이 황교안 대표에게 공천권을 주고 국회의원 선거를 돌파해서 다시 정치적 미래가 밝아질 거냐라는 데 대해서는 전 아직 미지수라고 봐요. 윤태곤 실장 : 황교안 후보의 비극은 이거죠. 김기현 후보한테는 “당대표 돼서 총선 이길 수 있느냐” 그 질문을 하는데, 황교안 후보에게는 아직까지 그 질문을 안 한다는 거죠. 박성민 대표 : 2020년 총선 때 이미 다 나왔던 거니까요. 윤태곤 실장 : 네, 그러니까 아예 묻지를 않는 거죠. '김기현 상황 심각' 판단하고 사퇴 공격 중 박성민 대표 : 황교안 후보는 김기현 후보가 낙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이 땅투기 문제가 본인들이 본 자료로는 이거야말로 심각하기 때문에 결국 대통령이 끝까지 밀기 어려울 거다. 대통령이 이 카드를 가지고 갈 수 없다. 중간 어디쯤인가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이런 생각들을 했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황교안 후보가 계속 김기현 후보 사퇴 이야기를 하잖아요. 대통령한테 “지금도 안 늦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김기현 후보를 사퇴시키고 황교안 자기하고 안철수가 결선에 가면 나머지 김기현 찍던 사람이 찍으면 됩니다.“ 저는 그 전략인 것 같아요. 윤태곤 실장 : 그런데 주류는 그렇게 생각 안 할 거예요. “차라리 저 사람들은 당 밖에 있어도 선거 때는 어쨌든 우리 찍어줄 텐데 밖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질 거라는 거죠. 황교안을 위한 조언 : 좌향좌, 왼쪽으로 손을 쭉 뻗어라 박성민 대표 : 황교안 후보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당대표를 이미 했어요. 남은 건 대통령밖에 없어요. 그분이 국회의원 한번 더 한다고 해서 “와 황교안이 드디어 국회의원 됐다”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없잖아요. 대통령에 도전해야 하잖아요. 자 그러면 생각해보셔야 할 거예요. 황교안 대표의 정체성은 하나는 기독교 근본주의와, 다른 하나는 공안검사라는 두 가지로 이뤄져 있거든요. 아무리 유연해져도 근본적으로 아주 강경한 보수 이념에 사로잡혀있는 분이죠. 그러니까 그것이 나쁜 거냐?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선거에 나왔을 때 시장에서 어느 정도로 평가받을 거냐, 확장성이란 측면에서는 약하다는 거죠. 그런데 본인이 갖고 있는 정체성, 이념적인 거, 이런 거 다 좋지만 그걸 지키는 가운데 이념적으로 안철수나 이준석을 오히려 확 끌어안으면서, “정치는 그래도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거니까 같이 해봅시다”라고 해도, 그런다고 황교안의 정체성을 의심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저는 황교안이라는 인물이 정말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되려면 훨씬 과감하게 그냥 왼쪽으로 가도 의심할 사람 아무도 없다고 봐요. 아주 제일 멀리 왼쪽으로 가도요. 윤태곤 실장 : 저는 황교안 후보가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실적으로 대통령 후보까지가 아니고, 당 안에 황교안을 끼워 넣어도 그림이 괜찮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거라고 봐요. “황교안 넣으면 시끄러우니까 문 밖에 있으라고 해. 어차피 지지자들은 선거 때는 우리 찍겠지” 이러지 않도록, 남은 선거 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겁니다. ※ 아래 배너를 눌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컨설팅 리포트에 대한 의견, 각 후보에 대한 나만의 평가, 컨설팅 후보 추천 모두 환영합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제대로 불이 붙었습니다. 스브스프리미엄이 만든 새로운 정치 프로그램, <정치스토브리그> 세 번째 시간에서 ‘정치선수’인 김기현 후보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정치컨설팅 MIN' 대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 함께 했습니다. ‘정치선수 안철수’ 분석은 지난주 2회 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은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초반에 잘했다면 이미 50% 이상 1위...그런데 안 된 이유는? 박성민 대표 : 이 선거는 본질적으로 안철수가 잘하냐 못 하냐에 달려있는 선거가 아니고, 김기현이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는 선거예요. 그런데, 치명적으로 캠페인 능력이 떨어집니다. 당원들은 “당신 말 다 믿어줄 테니까, 어떻게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거냐” 묻는데, 아직까지 증명을 못하고 있어요.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호흡이 잘 맞으면 이길 수 있느냐?” 지금까지 이 질문에 답을 못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안 했으면 이미 1차에서 끝낼 압도적인 매직 넘버를 확보했을 겁니다. 윤태곤 실장 : 당대표 선거 같은 큰 선거를 하면 자기 능력의 120 이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70, 80밖에 못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평소 모습 100만 보여줘도, “그래 뭐 무난하고 사람이 역시 경험도 있고 안정적이네” 정도 평가는 줄 수 있을 건데 안 보입니다. 총선 승리에 대한 비전, 변화하려는 비전, 거기에 맞는 당대표의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치명적입니다. 2. 선거 분석 자체가 잘못됐다 박성민 대표 : 기본적으로 선거에 황교안, 천하람 두 후보가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물러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걸 이해를 하고 들어왔어야 해요. 보수 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권력의 공백 상태입니다. 주인 없는당이 된 거죠. 그 ‘땅에 떨어진 권력’을 황교안 대표가 주운 적이 있고, 이준석 대표가 주운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두 사람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인정투쟁’(상대방이 나를 인정하도록 하려는 명예를 건 투쟁)을 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내가 일정한 지분이 있다는 걸 확인받겠다는 투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준석 개인도 내 지분이 어느 정도 있다는 걸 분명히 보여야만 총선 때 이 지분을 가지고 “이준석을 공천 줘야만 이 사람들 안 떨어져 나간다”고 협상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김기현 후보 측은, 특히 황교안 대표에 대해서는 좀 더 쉽게 생각한 것 아닌가 싶어요. 김기현 후보 측은 “황교안 후보한테 가 있는 표는 원래 내 표”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지난 총선 때 참패했다” 그렇게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을 해서, 안 그래도 트라우마일 텐데, 그렇게 무시하니까 (황교안 대표가) 더 세게 나오는 거죠. 3. 대통령실-윤핵관도 불만이겠지만, 책임도 있다 윤태곤 : 김기현 후보가 지금 하는 캠페인에 대통령실도 만족 못할 겁니다. 비행기 예를 들어보면, 이륙할 때 제일 힘들고, 딱 올라가면 바람 타고 쭉 날아갑니다. 그런 걸 기대했을 거예요. 띄워줬어요, 그러면 날아가야죠. 그런데 자꾸 비틀거리니까 누가 들어가서 바로 잡아주고 이런 게 반복되니까 캠페인이 만족스럽지 못하겠죠. 그런데 그렇다면 대통령실 윤핵관, 이런 분들도 항법사 역할을 하는 건데, 김기현 한 사람만 잘못인가, 팀의 문제점이 아닌가라고 볼 수도 있는 거죠. 4. 그러면 어떡해야 하나? 윤태곤 : 김기현 후보 원래 강점이 뭔가요. 지난 대선 때 가출한 이준석 대표 찾아서 식당에서 얼싸안고 그게 제일 빛나는 장면이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런 모습을 왜 못 보이냐면, 예를 들어서 이준석과 화합하는 모습 이런 걸 윤핵관이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까지 왔는데 윤핵관들 기분 좀 나쁘면 어때요. 이기고 봐야지. 어떤 의원이 막 불만이라고 이야기해도, “끝나고 이야기해, 이기고 봐야지” 하면 되잖아요. 박성민 : 그거예요. “안철수 이준석 훌륭한 자산이다”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지금 지지세력이 이제 와서 안철수를 찍겠어요, 황교안을 찍겠어요, 천하람을 찍겠어요. 김기현으로 가는 거거든요. 그러면 마음을 못 정했거나, 반대편에 있는 표를 갖고 올 수 있는 거거든요. 윤태곤 : 그래서 제가 김기현 후보면 마지막 연설 때 이럴 것 같아요. “여기 안철수 황교안 천하람 후보 다 끌어안아서 선대위원장 맡길 수 있는 사람 누가 있냐, 나밖에 없다”고 말이죠. 그럼 사람들이 “그래, 맏며느리 역할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로 가야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쟤들은 안 돼”라고 하면, 그게 자꾸 반대로 먹히는 것 같아요. 박성민 : 이쪽은 어차피 찍을 사람들인데, 계속 왜 그런 이야기를 해요. 두 표 되는 것도 아닌데. 5.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박성민 : 제가 이 분, 국회의원 울산 지역구잖아요. 당원 교육협의회장에 제가 강사로 가기도 하고, 초선 때부터 봤거든요. 그때만 해도, 이 분이 약간 소장파 일 때는 중도, 합리적, 확장성 이런 게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말이나 행동이나, 제가 알고 있던 그 김기현 의원이 아니에요. 특히 정치인이 중요한 건 말과 글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준석 전 대표, 저도 비판적인 부분이 많지만, 말을 비유를 써가면서 순발력 있게 하고, 메시지를 받아치는 능력은 가히 천재급이거든요. 그런데 김기현 후보는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 비유를 하거나 가벼운 말을 하려고 하는데, 무게감 있게 못 가고 문제가 생겨요. 그럴 때는 정공법으로 가야 하는데, 그게 ‘김기현 다움’인데, 문제는 개선이 안 될 것 같아요. 습관화 돼서 바꾸기 어려워 보입니다. 윤태곤 : 지금부터라도 해야죠. 기업으로 치면 자산도 많고 직원도 많은데. 박성민 : 김기현 후보 지지하는 사람들은 저 둘이 김기현 후보 떨어트리려고 저렇게 말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선거 캠페인은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조금은 품이 넓은 김기현 후보로 돌아가야 돼요. ※ 아래 배너를 눌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컨설팅 리포트에 대한 의견, 각 후보에 대한 나만의 평가, 컨설팅 후보 추천 모두 환영합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본격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스브스프리미엄이 만든 새로운 정치 프로그램, <스토브리그> 두 번째 시간에서 대한민국 대표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정치컨설팅 MIN' 대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 함께 분석을 해봤습니다. '정치 선수' 정치인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안철수 후보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김기현 후보를 집중 분석합니다. 영상은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안철수는 굳이 왜 지금 당대표 선거에 나왔을까? 박성민 대표 : 안철수 후보는 지금 국민의힘에서 당대표가 안 되면 대선 레이스에서 조기 탈락할 가능성이 있어요. 어차피 다음 대권 도전할 거라는 거 모두가 다 알고 있잖아요. 지금 당대표가 돼야 당 내 ‘빅 2’ 정도가 될 수 있어요. 또 이번 당대표 선거는 다른 데 와서 전투를 해보는 ‘어웨이 경기’인 셈인데, 이런 전국단위 선거를 또 한 번 치러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 어디 가면 어떤 분위기고,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아닌지 가늠해 볼 수 있거든요. 윤태곤 실장 : 그리고 이렇게까지 선거가 격해질 거라고는 예상 못했을 거예요. 저도 ‘안철수는 단일화 파트너였는데, 견제는 하더라도 나경원 전 의원 정도로 할 수 있겠어’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 부분은 아마 당황했을 겁니다. 박성민 대표 : 정치 경험이 많은데 저도 예상 못했어요. 그런데 이건 생각해야 할 겁니다. 선거에서 찍는 이유는 3가지예요. 좋아해서 찍거나, 필요해서 찍거나, 상대가 싫어서 찍거나. 지금 국민의힘에서 첫 번째, 좋아해서 찍는다는 거는 약할 거예요. 그럼 두 번째, 세 번째 갖고 해야 해요. 두 번째 총선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세 번째가 가장 큰 에너지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윤핵관과 장김, 이거는 아니다, 이 표에 기대서 가야 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2. 하지만 직접 공격은 하면 안 된다 윤태곤 실장 : 김기현 후보 강력 지지층은 “안철수 사퇴해라” 이럴 거예요. 근데 만약 여기서 안철수가 사퇴한다고 생각해 보죠. 그럼 국민들이 좋아하고, “아이고 역시 김기현 후보 정치력이 좋네” 칭찬할까요? 지금은 안철수가 버텨주는 거에 대해서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더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박성민 대표 : 여기서 만일에 그만두면 이제는 정치를 그만두는 겁니다. (당대표 선거를)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죠 안철수 대표는. 다만 대통령실과 안철수의 구도로 갈 필요가 없어요. 후보 김기현 대 안철수의 구도로 가서, TV토론하고 경선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서면 안철수가 경쟁력 있지', 이렇게 프레임을 가져가야 하는 겁니다. 윤태곤 실장 : 이기든 지든 자기 길을 걸으면 될 거다, 여기서 무리하게 전략을 바꿀 필요는 없다, 지금 구종을 계속 쓰면 될 거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윤핵관 이야기 한다든지 그러면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그게 김기현 후보 측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거죠. 지난주에 이 자리에 이준석 대표가 나와서 “내가 안철수면 싸울 건데”라고 말했었는데, 그건 이준석 대표 전략이고요. 내가 안 해도 이준석 천하람이 잘해주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거죠. 3. 불안한 영남권 의원들, 변수 될지도? 윤태곤 실장 : 대통령 지지율이 당보다 월등히 높다면, 그러면 대통령이 무슨 낙하산을 안 보내도 그 사람들이 다 경선에 다 나가서 이겨요. 그리고 본선에서도 대통령 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험지 내지는 스윙보터 지역에 나가서 돌파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당 지지율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고 생각해 보죠. 그럼 대통령은 자기 가까운 사람들 어디로 보내겠어요. 강세지역에 보내야 되지 않습니까. 영남권, 서울 강남, 분당 이런 쪽으로 보내야 하는 거잖아요. 경선에서 거기 있던 사람은 물러서려고 하냐? 안 물러서려고 할 거 아닙니까. 내가 영남권 의원인데 이렇게 이 분위기 이대로 가면 어떨 거냐. 와서 내 자리에 낙하산으로 뚝뚝 떨어지면 난 어떻게 되는 거냐 라면서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박성민 대표 : 안철수가 계속 그런 얘기하잖아요. 실제로 공천 파동의 진원지는 영남이다. 안철수도 영남권 의원들에게 대통령실에서 계속 저러는 사람들 다 출마할 사람들인데 저거 저 사람들이 지금 험지에 출마하겠냐. 강남권이든 TK든 PK든 그거 빼앗으려고 할 거다. 그 얘기 계속하는 거예요. 윤태곤 실장 : 이준석 전 대표가 공천 걱정 안 한다는 게 그거잖아요. 노원 병에 누가 낙하산으로 오겠냐는 거죠. 4. '정치인 안철수' 강점과 약점은? 박성민 대표 : 정치인은 인지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 국민 중에 90% 이상이 안다고 하면 전국구라고 부를 수 있는데, 안철수 후보는 95~100% 구간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뭐 완전 전국구예요. 그런 건 뭐에 도움이 되냐? 남의 선거를 당선시키는 데에 중요합니다. 킹이 될 수 있는 사람만이 킹메이커가 될 수 있어요. 국회의원들이 선거 유세에 다 오라고 할 거 아니에요. 윤태곤 실장: 캐릭터가 그런데 많이 약해졌죠. 처음 등장했을 때는 전기가 나올 정도로 위인이었잖아요. 그런데 캐릭터가 약해졌고, 팬덤도 약해졌고. 팬덤이 좁아졌는데, 강해진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5. "중도 캐릭터 복원, 당내 마음의 빚 쌓는 선거 돼야 한다" 박성민 대표 : 자기다움, 캐릭터를 복원하는 거. 그게 분명히 있어야 한다. 호감도 이야기하는데, 지지율이 올라가면 호감도는 좋아집니다. 가능성을 보이면 다 개선됩니다. 그런데 가능성을 보이려면 자기 다운 이미지가 분명히 있어야 해요. 자기만의 독특한 뭐가 확실히 있으면 사람들은 구매하는 거예요. “철수는 답답해도 협치, 이성, 합리, 중도, 통합 이미지는 있어” 이런 쪽으로 사람들이 지쳤을 때 찾게 말이죠. 안 찾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걸 찾을 때 그래도 두루두루 다 경험한 사람은 안철수 밖에 없지 않냐 하는 거죠. 이번에 지더라도요. 많은 사람이 얘기해요. 당신 보수정당 왔으니까 이승만 박정희 찾아가고 보수인 걸 증명해라. 그런다고 김기현보다 앞서겠습니까? 황교안보다 앞서겠습니까? 오로지 앞서는 건 확장성이지. 윤태곤 실장 : 안철수 후보가 만약 이번에 진다고 해도, 끝이다 그런 생각은 안 해요. 분명 남는 게 있을 거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빚진다 생각할 거예요 안철수에게 박성민 대표 : 두 번 단일화한 다음에 이렇게 팽할 수 있냐? 윤태곤 실장 : 그렇죠. 그래도 끝까지 속마음이야 어쨌든 “어유 나는 열심히 했고 승복하고 성공을 위해서 함께 하겠습니다.” 그렇게 가야겠죠. 이번에 당원들에게 한번 더 빚을 지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 아래 배너를 눌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컨설팅 리포트에 대한 의견, 각 후보에 대한 나만의 평가, 컨설팅 후보 추천 모두 환영합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 달간의 레이스에 들어갔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 하나, 지켜보는 사람들을 위한 초반 관전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스브스프리미엄이 만든 새로운 정치 프로그램, '비시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박성민 '정치컨설팅 MIN' 대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 함께 분석을 해봤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스토브리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초반 판세, 어떻게 읽어야 하나? 박성민 대표 : 초반 여론조사를 잘 봐야 한다.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 대통령 지지율 오르고 김기현 후보도 같이 오를 때 ☞ 안철수 후보가 고민 커져 - 대통령 지지율 오르고 안철수 후보가 오를 때 ☞ 당원들 고민이 커져 - 대통령 지지율 내리고 김기현 후보도 같이 내릴 때 ☞ 대통령 고민이 커질 것 윤태곤 실장 : 용산 너무 센 것 아니냐는 시각 있는데 반대다. 대통령의 보수 진영 장악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에 나서지 않아도 문심을 알아서 다 조정되고 교통정리가 됐다. 그런 것이 센 거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나왔다가 장제원 의원 나오고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까지 나온다. 이건 전체 지반이 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2. 대통령실은 왜 안철수 대신 김기현을 선택했나? 이준석 전 대표 : 나는 예고편을 보고 있었다. 대통령은 안철수 후보를 싫어했다. 대선 때 단일화도 하기 싫어했다. "저 X 만나기 싫은데 자꾸 만나라 그래가지고 어떻게 해야 됩니까" 물었다. 인수위 때도 나에게 왜 안철수 쪽 사람들을 싫어하느냐에 대해서 일화를 몇 가지 얘기해 줬다. 반대로 김기현 후보는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선배로, 대통령도 권영세 장관과 유이하게 '선배'라고 부르면서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 '판사류'로, 누구에게나 잘하고 실수를 안 하려는 스타일이라, 현재로서는 다른 카드가 없었다. 박성민 대표 : 안철수가 나와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를 꺾을 정도의 카드면 최소한 수도권에서 골랐어야 한다. 원희룡 정도를 꺼내서 붙여야 이야기가 되는게 선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황우여 대표가 청와대 뜻 100%를 그대로 수용했다. 김무성 대표는 95% 정도였는데, 5% 정도 막은 거다. 청와대는 김무성 때문에 일이 안된다고 하고, 당 대표는 청와대 내가 막았다고 하는데, 사실 이게 청와대도 살고 당도 사는 길이다. 똑같은 구조로 김기현이 되면 100%, 안철수가 되면 93% 본다. 90% 이상이면 대통령실에서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윤태곤 실장 : 저 같은 경우도 썩 마음에 안 들어도 안철수 정도면 용인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봤고, 안 의원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해서 안된다는데 어떡하나.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안철수 의원이 나오더라도 '김기현 6 안철수 4' 정도면 크게 얼굴 붉힐 일이 없겠거니 생각했을 텐데, 그 예상도 틀렸다. 3. 대통령실이 나섰는데, 당원표가 움직이지 않을까? 이준석 전 대표 : 불가능하다. 지역을 잘 장악했다는 위원장도 그 지역 당원의 절반 정도만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는 다음 총선에 나갈 후보들 몇몇이 쥐고 있다. 여기서 "누구를 찍어라"하는 순간 상대방 후보에게 다 들어간다. 바로 캡처되고 녹취된다. 박성민 대표 : 직전에 지방선거가 있지 않았나.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도 내편이 아닐 수 있는데, 심지어 떨어진 사람들은 등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후보로 나와도 반반이다. 그런데 대신 김기현 후보가 나왔고, 이준석 쪽에서는 천하람 후보가 나왔다. 직접 나온 건 안철수 후보이기 때문에, 안 후보가 갈수록 유리해질 수 있다. 4. 이번 전당대회, 큰 판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 박성민 대표 : 국민의힘은 2017년 이후 권력공백 상태다. 이 자리를 놓고 ①대통령 중심세력 ②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력 ③ 홍준표 나경원 등 전통세력, 셋이 다투는 게임이다. 윤태곤 실장 :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해 보자. 두 사람은 집권한 뒤에 전당대회로 당과 정치 문화를 바꾸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혁과 지역주의 타파, 세대교체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용주의 개혁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대통령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 외에는, 노무현-이명박 때보다 명분, 비전, 컬러가 굉장히 약하기 때문이다. 5. 초반 흐름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준석 전 대표 : 무색무취, 자동문처럼 다 통과시키는 당대표로는 총선 못 이긴다. 지역에서 선거운동하는데 "김기현 대표 오십니다" 했는데, "갸가 누구고" 하면 끝나는 거다."안철수 왔다" 하면 보러나 가자 할 텐데 말이다. 이게 김기현 후보의 가장 큰 리스크다. 박성민 대표 : 윤석열, 이준석이 직접 나오지 않는 한,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가면서 안철수 후보가 강세인 여론조사가 이어지는 한, 당원들의 판단은 안철수 쪽으로 점점 더 기울 수 있다. 윤태곤 실장 : 대통령실이 강하게 나가는 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다음 주초까지 여론조사가 중요하다. 이준석 전 대표 : 결선 투표로 가면 안철수 후보가 불리할 수 있다. 절박해지면 대통령실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더 많다. 안철수 후보가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람이 확 불었을 때 1차에서 과반을 넘기겠다는 생각으로 덤벼야 한다. 박성민 대표: 줄다리기 같은 거다. 팽팽하게 맞서다가 한 번에 한쪽이 무너질 수 있는 게 선거다. 당원들이 "우리가 1차에서 끝내줘야 한다"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6. 김기현이 되면? 안철수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준석 전 대표 : 안철수 후보 입장에서는 내 목에 칼을 대고 종북논란까지 만들었던 사람들인데, 믿을 수 있겠나. 또 반대로 상대방도 가만있지 않을 거다. 국민의당 대표 할 때 호남 중진들 상대하면서 장벽을 느꼈다고 하는데, 몇 배 더 어려운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실이 특히 강경한 정책을 내려보낼 것이다. 연금개혁처럼 대권후보가 받을 수 없는 내용들 말이다. 안되면 민주당과 야합한다고 공격할 수 있다. 박성민 대표 : 안철수 후보도 이번에 놀랐을 것이다. 정치를 하다 보면 나눈 이야기의 80%는 묻어놔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단일화 등등의 이야기가 다 나오지 않았나. 공천 과정에서도 뭐든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이게 나중에 까진다고 생각하면 위험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 : 김기현 후보는 울산 고래고기 사건 이후로 사람이 바뀌었다. 세 보이려고 하는 게 강해졌다. 대권 욕심이 생겼고 야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기현 대표가 된다고 해서 공천에서 싸움이 안 날것이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 아래 배너를 눌러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컨설팅 리포트에 대한 의견, 각 후보에 대한 나만의 평가, 컨설팅 후보 추천 모두 환영합니다.
1. 컨테이너 운송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수출 회사들과 컨테이너 화물차 기사들을 연결해 주는 업체 사람들입니다. 얼마 전에 제가 안전운임제에 대해서 쓴 글을 읽고는, 저라면 자기들이 궁금한 걸 대답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정부가 우리 보고 불로소득 끝판왕이라는데, 우리한테 왜 그러는 거죠?” “현실을 잘 몰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잘 설명하면 이해를 해주지 않을까요?” “어디에 호소를 하면 되는 걸까요?” 이런 질문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냈습니다. 평생 그냥 일만 해왔지, 이렇게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는 신세가 될 거라곤 생각을 못해 봐선지, 적잖이 당황하고 속상해하고 있었습니다. 2. 정부가 ‘안전운임제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제목이 깁니다. ‘공정한 시장질서 회복을 위한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라고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불공정’ ‘반시장질서’ ‘비정상’이 판을 쳤다는 뜻인데, 그런 상황을 만든 악당, 악마들이 있겠죠. 바로 중간에 있는 운송사들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중간에서 하는 일 없이 기생하고, 빨대를 꽂아가면서 수수료를 챙겨 왔다”는 겁니다. 실제 정부 워딩이 그렇습니다. 그런 회사들도 물론 있습니다. 지금은 발급되지 않는 화물차 번호판을 가지고, 화물차 기사들에게 돈장사를 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박찬범 기자가, '[취재파일] 화물노동자 등골 빼먹는 '번호판 장사' 이번엔 바뀔까'에서 정리를 잘 해뒀습니다) 그런데 이런 '악덕회사'들을 때려잡겠다면서, 실제는 화물주인과 화물차 기사들을 연결하는, 보통 운송사들까지 한덩어리로 묶어 넣었습니다. 그래서 안전운임제를 이렇게 고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선 수출회사들은 운송요금을 사실상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안전운임제’ 하에서는 정부가 정한 요금이 있었고, 이걸 주지 않으면 과태료를 5백만 원씩 내야 했는데, 이 조항을 없애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수출회사들은 입찰을 붙여서, 최저가를 부른 운송회사를 골라서 일을 맡길 수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 겁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재미있습니다. 그 다음에 운송사는, 수출회사에서 얼마에 물건을 따왔든 상관없이, 화물차 기사한테는 정부가 정해준 금액을 줘야 합니다. 이건 어기면 과태료를 냅니다. 수수료를 인정하지 않겠다, 혹은 못 받겠으면 빠지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수출회사와 벌이를 보장 받는 화물차 기사들은 다 해피해지고, 악당들인 운송사들만 혼나는 ‘정상화’가 이뤄집니다. 3. 그런데, 만약에 정부 말대로 컨테이너 운송사들도, 일부 번호판 돈벌이 하는 회사처럼, 하는 일 없이 돈만 뜯어간다면, 그냥 다 없애 버리는게 낫죠. 이 업체들은 무슨 일을 하는 델까요. 컨테이너 운송사들은 수도권에 빈 컨테이너를 쌓아둔 땅과, 크레인 같은 각종 장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수출회사가 물건을 맡기면, 미국이면 미국 유럽이면 유럽, 같은 지역으로 비슷한 날짜에 가는 것들을 구별해서 각각의 컨테이너에 채워 넣습니다. 그리고 배 나가는 날짜를 보고 있다가,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화물차 기사를 구해서 부산항으로 내려 보냅니다. 항상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지만은 않습니다. 어떨 때는 컨테이너가 반만 찬 상태에서도 내려 보내야 할 때가 있고, 반대로 부산항에서 짐이 없어서 빈 차로 올라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를 잘해야 되고, 잘 안 풀려서 일반 화물차 기사들이 거부를 할 때는, 자체 화물차를 가지고 있다가 또 처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관리하는데 장비와 사람, 돈, 그리고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안전운임제 하에서 컨테이너 운송사들은 수출회사에서 100원을 받았다 치면, 평균 9.4원을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뗍니다. 그리고 90.6원을 화물차 운전자에게 넘깁니다. 정부는 사실상 이 중간 수수료 9.4원을 내놓으라는 걸로 해석됩니다. 4. 그런데 이미 현장상황은 많이 다르게 돌아갑니다. 올해 들어서 안전운임제가 이미 무력화된 이후로, 수출회사들은 이미 운송사들한테 요금을 내려받으라고 요구 중입니다. 많게는 30%까지 깎자고 나섰습니다. 100원 하던 요금이 70원이 된단 뜻입니다. 그래도 정부가 수출회사는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내렸으니까, 이제 본격화 할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운송사는, 화물차 기사한테 정부가 정한 돈을 내놓아야 합니다. 화물차 기사에게 주는 돈이 얼만지는, 13명의 위원들이 결정합니다. 기존의 안전운임제 때는 정부, 수출회사, 운송사, 화물연대 대표가 각각 4:3:3:3이었습니다. 운송사와 화물연대가 합쳐서 6명이라 힘이 있었고, 반대로 수출회사들은 불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앞으로는 6:3:2:2로 바꾸겠답니다. 정부+수출회사 사람들이 9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제는 수출회사 입맛에 맞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70원 줄 테니까 사이좋게 나눠 먹어, 싸우지 말고” 방식이 될 거라는 우려가 업계에 퍼지는 이유입니다. 5.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중간에 운송사가 지금 떼는 9.4원이 많은건지 적은건지, 정작 정부는 따져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정부 발표 자료 어디에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에 두어 달 만에 나온 정책이니까, 정확히 따져볼 시간이 부족했을 겁니다. 그런데 더 솔직히는, 정부는 아예 그걸 분석할 능력도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움직이고 있는 컨테이너 화물차가 몇 대인지, 정확한 숫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이 명령서를 들고 컨테이너 운송사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화물차를 모는 사람이 누군지를 모르니까요. 그래서 운송사한테, 명령서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이렇게 가장 기초적인 화물차 숫자도 모르는 정부가, 수수료가 적당한지, 누가 악당인지, 확인 못하는건 당연하죠. 누군가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일인데,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주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곳도 아니고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면서, 이런 식으로 주장을 해서는 안됩니다. 밥그릇 걷어채인 쪽이 반항할 기력이 없다는게, 정부가 용기를 낸 계기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물연대는 지난 파업 이후로 이미 그로기 상태고요. 악당으로 지목된 운송사들도, 이미 돈벌이가 잘 안 된다고 대기업 계열사들은 거의 다 빠져나가서, 그리 크지 않은 업체들만 남아있습니다. 그마저도 숫자도 얼마 안 되고,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습니다. 때리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만만한 샌드백들이 없는 거죠. 6. 승자는 정부와 수출업체들입니다. 정부는 이 발표로 개혁을 한다는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정부가 “중간에 낀 놈들이 악당이다, 때려잡겠다” 이러면,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래, 개혁을 하는구나” 하고 반길테니까요. 그런데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여당 사람들은, 지입제를 폐지한다는 이야기를 이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정치한 지 20년이 넘은 원희룡 장관도,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지입제를 놓고 뭐라도 말을 했던 이력이 없습니다. 화물차 기사들이 갈라져 있는걸 읽었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와 시멘트만 해당됩니다. 대다수 다른 화물차 기사들은 관계가 없죠. 그래서 일반 기사들한테 "지입제 없애줄께, 대신 안전운임제는 덜어내도 괜찮지?"라는 시그널을 보낸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결국 이 정책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실행이 됩니다. 그런데 다들 알고 있다시피 국회는 민주당이 다수고,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정부가 개혁을 하려고 하는데 야당이 또 방해를 한다”는 그림도 얻어 갈 수 있습니다. 수출업체들은 어쨌든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올해 들어서 안전운임제는 끝이 났습니다. 법이 만들어지든 안 만들어지든, 요금 후려치기를 해도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개혁한다는 이미지를 쌓으면서 야당을 압박할 수 있고, 수출회사들은 이미 얻을 걸 얻었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이 문제, 이미 거의 다 잊었고요. 안전운임제 문제는 결국 이런 식으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7. 누구편을 들 생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다만 이 정책이 정말 '정상화'가 맞느냐, 우리 경제는 앞으로 계속 살찌우고 불릴 '지속 가능한 방법'이 맞느냐고 묻기 위해 썼습니다. 어떤 일이든 쉽게쉽게 가려다가는 나중에 큰 부작용이 또 생깁니다. 수출이 그렇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말하면서, 그 버팀목이 썩어 문드러지는 상황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 취재하는 입장에서 걱정이 됩니다. 남아있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많은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수렴돼서,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