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회부 박찬근 기자입니다.
광복절 특사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특별사면이 12월 28일 새벽 0시부로 단행됐습니다. 광복절 특사의 테마는 '경제 위기 극복', 이번 연말 사면 테마는 '화해와 포용'이었습니다. 사면 취지에 따라 8월 사면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복권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면·복권되는 등 재계 인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12월 사면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치인, 고위 공무원 출신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돼 남은 형기를 면제받은 사람들 사이에도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의 동반 사면이 대표적입니다. 왜 중요한데 보수와 진보 진영의 주요 정치인 사면. 화해라는 테마에 맞게 외관상 균형은 맞춘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김경수 전 지사는 28일 새벽 0시 조금 넘어 경남 창원시 창원교도소를 걸어 나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이번 사면을 두고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았다",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 되지 않는다"고 본인에 대한 사면을 비판했습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사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퇴원 일정이 나오면 살던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만 짧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김경수 전 지사가 반발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20년 10월, 자동차 부품 업체 다스의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사면으로 남은 형기 15년이 면제됐습니다. 논현동 사저 절반을 팔아 납부하고도 아직 남은 82억 원의 벌금도 이제 안 내도 됩니다. 반면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됐습니다. 낼 벌금도 없고 남은 형기도 4개월 남짓인 상황에서 사면이 이뤄진 겁니다. 무엇보다 복권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을 기준으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은 사람'은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형의 실효란 처벌이 효력을 잃는다는 의미로, 전과 기록의 말소를 뜻합니다. 형량에 따라 형 실효까지 걸리는 기간도 다릅니다. 3년 이하의 징역·금고형을 선고받았다면 형 집행이 끝난 후 5년이 지나야 형이 실효됩니다. 김경수 전 지사는 석방이 됐어도 형 집행이 끝난 2022년 12월 27일로부터 5년 뒤, 즉 2027년 말까지는 국회의원 등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가 이번 사면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 모 씨가 재판에 넘겨진 지 2년 1개월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최 씨는 지난 2013년 의료인이 아님에도 주 모 씨 부부와 함께 요양 병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 급여 22억 9천42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왜 중요한데? 쟁점은 요양병원 설립을 실행에 옮긴 주 모 씨 부부와 최 씨를 공범 관계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엇갈렸습니다. 1심인 의정부지법은 최 씨가 주 씨 부부와 공모해 비영리 의료법인의 외관을 띤 영리 목적의 요양병원을 세운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받아 챙기기로 계획했다고 봤습니다. 1심 선고 날이었던 지난 2021년 7월 2일, 최 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그 자리에서 법정 구속됐습니다. 1심 재판부의 유죄 판단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주 씨 부부가 의료법인을 설립하려고 마음먹었던 2012년 9월, 요양병원으로 쓸 건물을 매입하는 데 꼭 필요한 2억 원을 최 씨가 주 씨 부부에게 빌려줬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 요양병원의 의료재단이 설립됐던 2012년 11월 당시 최 씨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2013년쯤엔 자신의 사위를 이 요양병원의 행정원장으로 근무시키면서 직원 채용 면접을 보게 하는 등 병원 운영에 관여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울고법은 올해 1월 최 씨가 주 씨 부부의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최 씨가 주 씨 부부에게 2억 원을 빌려준 건 맞지만 이 요양병원이 형식적으로 설립, 운영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최 씨와 주 씨 부부 사이에 병원 운영을 위한 동업 계약서도 없었고, 다른 동업자들 사이에 수익 분배 약정이 체결돼 있다는 사실도 최 씨는 몰랐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씨가 재단 이사장으로 등록된 것만으로는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고, 최 씨 사위가 병원 행정 업무를 수행한 것은 맞지만 최종적인 의사 결정은 주 씨 부부가 했으므로 사위를 통해 병원을 운영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최 씨가 의료재단에 지급한 돈은 4억 2천800만 원인 반면, 재단으로부터 받은 돈은 4억 920만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22억 9천만 원은 요양병원이 공단으로부터 부정 수급한 액수이지, 실제로 최 씨가 가져간 건 4억 920만 원에 불과해 본전도 못 뽑았다고 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