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줄타기에서 끝끝내 떨어지지 않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시즌 초반 프로야구가 화끈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일찌감치 100만 관중을 돌파했고, 팀당 24경기에서 27경기를 치른 현재 총 관중은 176만 명을 넘어 200만 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단 한 번도 도달한 적 없는 900만 명을 넘어 1,000만 관중 시대에 도달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무래도 지난 몇 년간 부진했던 KIA, 삼성, 한화 등 지방 팀들의 약진이 흥행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빠르고 강한 타구가 늘어나며 다이내믹한 경기가 자주 만들어지는 것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지난 몇 년간 큰 변화 없이 횡보하던 리그의 평균 타구 속도는 지난해에 비해 1.5km/h 빨라져 무려 135km/h를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강한 타구의 증가를 이끄는 선수들은 누구일까요? 또 이에 역행하고 있는 선수들은 어떤 선수들일까요. 평균 타구 속도를 기반으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평균 148km/h 강백호, 10.8km/h 끌어올린 강승호 왼쪽부터 강백호, 강승호, 구자욱 2024년 140km/h 이상의 평균 타구 속도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13명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거의 150km/h에 가까운 평균 타구 속도를 기록하고 있는 KT 강백호입니다. 실제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71경기에 출전해 8개의 홈런에 그쳤던 강백호는 올해 27경기 만에 8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습니다.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구자욱, 팀내 최다 홈런에 빛나는 두산 강승호 역시 타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며 순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타구 속도 TOP 5에 오스틴을 제외하곤 모두 국내 타자들이 자리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140km/h 이상 선수 전체로 넓혀 봐도 외국인 선수는 오스틴과 KT 로하스(6위 143.2km/h) 두 명뿐이었습니다. 타구 속도 상승 폭에서는 강승호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지난해 130km/h 초반대 타구 속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이를 10km/h 이상 끌어올리면서 완전히 달라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실제 강승호는 지난해 127경기에서 기록한 홈런(7개)을 이미 27경기 만에 채웠고, OPS 1.046을 기록하며 KT 로하스, SSG 최정에 이은 리그 3위에 올라 '몬스터 시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앞서 타구 속도 TOP 5에 언급됐던 강백호와 구자욱 역시 큰 상승 폭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의 핫코너를 책임지게 된 프로 3년 차 김영웅의 성장세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만약 김영웅이 시즌 끝까지 이와 같은 타구 속도를 유지한다면, KIA 김도영과 함께 최정과 노시환의 뒤를 잇는 대형 3루수 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느린 타구로 살아남는 법' 김지찬과 위기의 황재균 반면 이런 타구 속도 증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리그 최단신' 삼성의 김지찬이 대표적입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110km/h대 타구 속도를 기록하고 있는 김지찬이지만, 성적(OPS 0.709)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습니다. 리그 최하위급 장타력(IsoP 0.060, 최하 6위)을 리그 최상급 눈야구(IsoD 0.119, 7위)와 콘택트(96.4%, 1위)로 만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ABS 적용으로 작은 신장(163cm)에 맞춰 더 좁아진 스트라이크존도 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지찬이나 박해민처럼 원래 타구 속도가 느렸던 타자들은 사실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빠른 발과 콘택트 등 프로 생활 내내 느린 타구 속도로 살아남는 법을 익혀온 타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빨랐던 타구 속도가 느려진 타자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KT 황재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난해에 비해 평균 타구 속도가 5.6km/h 감소한 황재균은 OPS 0.507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최주환(OPS 0.676), 손아섭(OPS 0.665), 소크라테스(OPS 0.670) 등 타구 속도 하락 폭이 큰 타자들 다수가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서도 6할대 OPS를 기록하고 있다는 건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KBO의 공인구가 최근 몇 년 중에 가장 작고 가볍게 생산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빠른 타구'의 시대는 일정 시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남은 시즌 동안 얼마나 더 빠른 타구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될까요? ▶관련 기사 : 시작부터 '홈런 풍년'…원인은 공인구? *위 글에 사용된 데이터는 2024년 4월 23일 기준입니다. 자료 출처 : 스포츠투아이, 스탯티즈, 디자인 : 권민재
KBO리그에 '대홈런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시범경기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세가 엿보이던 홈런 증가세는 정규시즌 개막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KBO 공인구의 변화가 이런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기사 그런데 이런 변화에도 좀처럼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김잠실' 잠실 구장입니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4경기에서 홈런 4개가 터져 경기당 1개의 홈런을 기록했고(시범경기 평균 경기당 1.72개), 27일까지 정규시즌 4경기에선 홈런 4개가 터져 역시 경기당 1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정규시즌 19경기 평균 1.84개). 둘 모두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기록들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잠실구장이 말 그대로 엄청나게 크기 때문입니다. 좌우측 펜스까지 100m, 중앙펜스까지 125m의 크기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야구장인 동시에, '세계구급'으로도 굉장히 드넓은 구장입니다. 메이저리그에도 잠실구장보다 중앙펜스가 더 긴 구장은 두 곳(코메리카 파크, 쿠어스 필드) 뿐이고, 120m의 깊이를 자랑하는 좌우중간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관련 기사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해도 뭔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사실, 언뜻 눈으로 보기엔, 엄청난 관중 수용 능력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구장들이 훨씬 더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3월 20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고척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 서울시리즈에서 '김잠실'의 위용을 추측할 만한 데이터들이 처음 명시적으로 기록됐습니다. 고척돔은 국내 야구장들 가운데 잠실 다음으로 홈런을 치기 어려운 구장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중앙펜스가 122m로 길고, 펜스 높이도 4m로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2년간 홈런 파크팩터에서 고척돔은 담장을 확 높인 사직과 함께 '홈런 치기 어려운 구장' 2-3위권을 다투고 있습니다. 물론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잠실구장과는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척돔에서조차,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거들이 뛴 실전 2경기를 포함한 6경기에서 8개, 경기당 1.33개의 홈런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메이저리그에서라면 홈런이 됐어야 할 타구가, '고척돔'에 가로막혔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떤 타구들이 가장 홈런에 가까운 '아까운 타구'들이었는지, 메이저리그 공식 기록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를 통해 고척돔의 위용과 그 너머에 있는 '김잠실'의 위대함을 추측해 보겠습니다. 이게 홈런이 안 된다고..? 오타니가 놓친(?) 3홈런 경기 (13/30) 21일에 열린 개막시리즈 두 번째 경기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샌디에이고 구원 투수로 등판한 대표팀 동료 마츠이 유키의 초구 스플리터를 걷어올려 우중간 깊숙이 날아가는 타구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타구는 담장을 넘기지는 못했고, 워닝트랙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익수 타티스의 주니어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관련 영상 시속 161km의 속도로 117m를 날아간 이 타구가 만약 오타니의 새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됐을 겁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오타니의 타구는 30개 구장 중 13개 구장에서 홈런이 되는 큼지막한 타구였습니다. 오타니의 불운(?)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 네 번째 타석에서도 우측 깊숙한 타구를 날렸지만 안타나 홈런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는데, 만약 오타니가 우측 펜스가 짧은 양키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렀다면 이는 모두 홈런으로 연결되는 타구였습니다. 무키 베츠, 경품 못 탔으면 어쩔 뻔 (17/30) 서울시리즈 첫 홈런의 주인공에게는 경품으로 전기차 한 대가 주어졌습니다. 5회 대형 홈런으로 경품 수령의 주인공이 된 무키 베츠는 사실 이전에 홈런을 칠 수 있는 찬스를 아깝게 놓쳤습니다. 3회 세 번째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불펜 투수 코스그로브의 몸쪽 패스트볼을 받아쳐 펜스 상단을 직접 맞히는 2루타를 뽑아냈기 때문입니다. ▶관련 영상 이 타구는 베츠의 전 소속팀 보스턴의 홈구장 팬웨이 파크를 비롯해, 샌디에이고의 홈구장 펫코 파크,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 등 17개 구장에서 홈런이 되는 타구였습니다. 만약 베츠가 그다음에 홈런을 친 마차도에 밀려 경품을 타지 못했다면, 분명 이 타구를 떠올리며 아쉬워했을 것 같습니다. 내 데뷔 첫 홈런이…잭슨 메릴의 운수 나쁜 날 (23/30) 샌디에이고 팜 2위 유망주 잭슨 메릴은 서울시리즈에서 강렬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첫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두 번째 경기 두 번째 타석에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고, 세 번째 타석에선 거의 홈런으로 연결되는 듯했던 타구를 만들어냈습니다. ▶관련 영상 다저스 투수 카일 허트의 낮은 체인지업을 그대로 걷어올린 메릴은 고척돔 우측 펜스 최상단 철제 그물을 바로 맞혔습니다. 팀 선배 마차도는 "(홈런에) 2피트(61cm) 모자랐다"고 표현했는데, 실제로도 그러했습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메릴의 타구가 홈런이 되지 않는 메이저리그 구장은 단 7개뿐이었습니다. (팬웨이 파크, 쿠어스 필드, 카우프만 스타디움, 콜리세움, PNC 파크, 오라클 파크, 내셔널스 파크) 물론 시범경기 15게임에서 OPS 0.926, 홈런 2개를 기록한 메릴은 언제든지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태평양 건너 머나먼 이국 땅에서 첫 홈런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단 몇십cm 차이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자료 출처 : 스탯티즈, 베이스볼 서번트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스토브리그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누가 뭐라 해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복귀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18살 고졸 신인 투수의 활약상이 조금씩 전해지며 류현진의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호주와 오키나와를 거치며 6경기에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선보이며 두산 팬들의 마음을 달아오르게 만든 현 시점 ‘신인왕 0순위’ 김택연 선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오늘 <야구수다>에서는 김택연 선수와 관련된 숫자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김택연은 누구이고, 또 어떤 활약이 기대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0 김택연이 3월 13일 이전에 등판한 실전 6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입니다. 6경기 중에 KBO리그보다 한 수 위로 여겨지는 NPB 세이부와 소프트뱅크전이 포함돼 있다는 게 ‘킬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퍼시픽리그 홈런왕을 세 차례 차지했고, 지난해 WBC 일본 대표팀에도 뽑혔던 소프트뱅크의 거포 야마카와 호타카는 김택연과 상대해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난 뒤 “정말 18살 고졸 신인이 맞느냐”고 놀라며 되물었다고 합니다. 1 김택연의 고교시절 등번호입니다. 인천고 시절 ‘1번 김택연’의 존재감은 엄청났습니다. 고3이던 지난해 13경기에 등판해 64.1이닝 동안 피안타 33개를 맞는 동안 삼진 97개를 잡아냈습니다. 자책점은 단 8점. 평균자책점은 1.13이었습니다. 야구 명문 모교 인천고의 대통령배 준우승을 이끈 고교 시절의 추억이 깃든 만큼 1번에 대한 애착이 있을 법도 하지만, ‘두산 김택연’은 자신의 생일 6월 3일을 의미하는 63번을 새 등번호로 골랐습니다. 당분간은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2 김택연은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지난 시즌 고교 최대어였던 장현석의 미국 진출이 결정되며 황준서와 김택연, 둘 중 누가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을 지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한화가 황준서를 선택하며 김택연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두산의 품에 안겼습니다. 당시 두산은 김택연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미리 준비해 화제가 됐는데요, 어쩌면 지금 보여주는 것과 같은 김택연의 퍼포먼스를 어느 정도는 예상했는지도 모릅니다. 5 김택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보통 야구 선수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코스를 밟는 것을 생각하면 뒤늦은 출발이었습니다. 김택연은 <야구에 산다> 인터뷰에서 “힘든 길인 걸 알기 때문에 이걸 진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1년 동안 고민을 하다가 야구를 하기로 했다”며 “원래 중견수였는데, 중학교 때부터 시속 150km가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보고 멋있어 보여서 투수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뒤늦은 출발을 메우고도 남았던 건 끊임없는 연구와 공부 덕분이었습니다. 김택연은 자신의 영상을 포함해 메이저리그, NPB 투수들의 영상을 보며 쉼 없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야구에 산다> 인터뷰에선 ‘스펜서 스트라이더의 익스텐션’을 묻는 기습 질문에, ‘7.1피트’라고 정확히 답하며 좌중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155 오키나와에서 이미 최고 시속 152km를 기록한 김택연은 올해 안에 시속 155km를 찍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습니다. 현재 시범경기에서 기록하고 있는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아직 시속 150km에 못 미치지만,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구속은 금방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178 김택연은 사실 드래프트 되기 이전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18세 이하 야구 월드컵에서 불거진 혹사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김택연은 조별리그 푸에르토리코 전을 시작으로 5일 연속으로 마운드에 오르며 12.1이닝 동안 178구를 뿌렸습니다. 미국과 치른 동메달 결정전에서 7이닝 2피안타 9탈삼진 완봉승을 거둔 것이 화룡점정이었습니다. 본인 스스로 아직까지 영상을 찾아본다고 말할 만큼 인상적인 호투였지만, 갓 18살이 넘은 신인에게 지나친 등판 일정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당시 등판의 여파였을까요. 김택연은 두산에 드래프트 된 이후 4개월이 지난 올해 1월에야 하프 피칭을 시작했습니다. 182 김택연의 키입니다. 김택연은 동년배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 키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좋아하는 투수가 스펜서 스트라이더(183cm)와 야마모토 요시노부(178cm)인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크지 않은 키를 최대한 가동하기 위해 자신의 투구폼을 열심히 분석해 교정했다는 김택연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키가 야구 실력을 정하는 요소는 아니다”라며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는, 나보다 어린 투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16/20 스프링캠프 투수 MVP로 뽑힌 김택연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은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택연을 마무리 후보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올해는 선발보다 마무리, 혹은 셋업맨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김택연은 어린 나이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선배들의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게 됐습니다. 역대 10대 선수 최다 세이브 기록은 2006년 롯데의 나승현(16세이브)이, 최다 홀드 기록은 2007년 두산의 임태훈(20홀드)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슈퍼 루키’의 자질을 이미 어느 정도 증명한 김택연은 과연 어떤 기록에 도전하게 될까요? 자료 출처 : 스포츠투아이, 스탯티즈
류현진의 KBO 복귀가 확정됐습니다. 2013년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지난 10시즌 동안 최고의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활약해 왔습니다. 데뷔 시즌부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4위에 올랐고, 2019년과 2020년엔 연달아 사이영상 2위, 3위에 오르며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올 시즌 37살이 되는 나이와 적지 않은 부상 이력이 걸림돌이지만, KBO리그와 MLB의 ‘차이’를 감안할 때 한국에 돌아온 류현진의 활약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실제 류현진은 팔꿈치 부상에서 복귀한 지난 시즌에도 11경기에 선발로 나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올리며 본인이 여전히 ‘메이저리그급 투수’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활약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물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류현진급’의 투수가 곧장 KBO에 진출하는 일은 매우 드물고 비교 대상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0년 이후 KBO리그를 밟은 MLB 출신 투수 중 지난해의 류현진(선발 등판 11회) 보다 더 많이 선발투수로 뛴 선수은 단 4명뿐이었고, 류현진(52이닝)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로 범위를 넓혀봐도 딱 1명이 더 늘어날 뿐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류현진이 부상 복귀 후 겨우 절반의 시즌만 치르는 데 그쳤음에도 말입니다. 다만, 올해 류현진의 투구가 어떤 모습일지 세부적인 지표의 방향성을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2020년 이후 MLB를 거쳐 바로 다음 시즌에 KBO리그 마운드를 밟은 투수 35명 가운데 양 리그에서 최소 20이닝씩을 던진 투수 16명을 추렸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을 찾아 류현진의 올 시즌을 짐작해 봤습니다. 홈런은 줄고 땅볼은 늘어날 것 MLB를 거쳐 KBO에 입성한 투수들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땅볼의 증가였습니다. 16명의 투수 전부가 땅볼의 유도 비율이 늘었고, 슐서(KT)를 제외하고는 땅볼 유도 비율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폭을 보였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피홈런의 감소입니다. 대상 투수 16명 중 지난해 KIA에서 뛰었던 메디나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KBO에서는 홈런을 덜 맞았습니다. 감소폭도 큰 편이었는데, MLB시절보다 9이닝 당 홈런 개수가 50% 이상 감소한 투수가 16명 중 13명이나 됐습니다. 만약 류현진이 앞서 KBO에 온 16명의 평균 정도로만 땅볼 증가(+21.12%p)와 홈런 감소(-58.81%)를 겪게 된다면, 지난해 45.6%였던 땅볼 비율은 67.7%로, 9이닝 당 홈런 개수는 1.56개에서 0.64개로 변하게 됩니다. 이는 당연하게도 둘 모두 KBO리그 정상급 선발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더 많은 삼진과 더 적은 볼넷? 홈런과 땅볼 비율 이외에도 MLB 출신 KBO 투수들에게 드러나는 경향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삼진의 증가와 볼넷의 감소입니다. 다만 그 경향성의 기울기는 홈런과 땅볼만큼 크지는 않았습니다. 볼넷의 경우 16명 중 13명이 감소했지만, 맥카티(SSG)와 가뇽(KIA), 메디나(KIA)처럼 오히려 증가한 경우도 소수 있었습니다. MLB 출신 KBO 투수들은 삼진도 대체로 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6명 중 11명이 메이저리그에서보다 더 많은 삼진을 잡았습니다. 다만, 라이트(NC), 슐서(KT), 샘슨(롯데) 등 5명은 KBO리그 이동 후 오히려 삼진이 줄었습니다. 만약 류현진이 앞선 16명의 평균정도로 삼진(+18.30%)과 볼넷(-23.52%)에 변화를 겪게 된다면 삼진은 7.78개로 늘고, 볼넷은 1.85개로 줄어들게 됩니다. 지난해 규정이닝을 던진 투수 가운데 9이닝당 삼진이 7.78개보다 많았던 선수는 페디(10.43), 안우진(9.80), 벤자민(8.83) 세 명뿐이었고, 9이닝 당 볼넷이 1.85개보다 적었던 선수 역시 고영표(0.98), 알칸타라(1.64), 페디(1.75) 세 명뿐이었습니다. 류현진은 다시 KBO의 지배자가 될까 2006년, 고졸 루키로서 KBO에서 첫 시즌을 시작한 류현진은 데뷔 첫해부터 리그를 초토화시키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신인왕과 MVP를 동시석권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을 올려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군림했습니다. 그리고 12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만 37살로 시즌을 맞는 류현진은 다시 돌아온 KBO에서 역시나 리그의 지배자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재미를 위해 조금 더 거친 예측으로 글을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류현진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출국에 앞선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목표로 150이닝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만약 류현진이 150이닝을 투구하고, 앞서의 외국인 투수들처럼 성적이 향상돼 9이닝 당 1.85개의 볼넷과 7.78개의 탈삼진, 0.64개의 피홈런을 기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에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처럼 5개 정도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게 된다는 가정을 양념으로 더하면, 류현진은 3.3~3.4 정도의 FIP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기준 3.4 이하의 FIP를 기록한 투수는 단 6명. 그중 한국인 투수는 안우진과 고영표뿐이었습니다. 디자인 : 권민재 자료 출처 : 팬그래프닷컴, 스탯티즈
프로야구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관중 1인당 구단이 벌어들이는 티켓 수익을 의미하는 객단가는 어느새 1만 5천 원을 돌파했고, 총 입장 수익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관중 제한으로 잠시 줄어들었다 다시 늘어나면서 10년 전에 비해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해 지난해 사상 처음 1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실로 엄청난 자본이 프로야구판에 밀려들고 있는 겁니다. 최근 구단들이 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을 보면, 야구판에 흘러든 수익의 일부는 프로야구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팬들에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의 주인공인 선수들에게도 충분히 분배되고 있을까요? 언뜻 그렇게 보입니다. FA계약과 샐러리캡을 피하기 위한 계약 탓에 일부 왜곡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전보다 선수단 평균 연봉이 40%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분배가, 시장의 새로운 참가자, 즉 신인들에게는 유독 제대로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판은 커졌는데... 신인 계약금, 오히려 줄었다 2014년 2400만 원에 불과했던 최저 연봉은 두 차례 인상을 거쳐 30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10년 전에 비해 25%가 인상된 겁니다. 문제는 신인 계약금입니다. SBS가 확보해 분석한 KBO 드래프트 신인 계약금 현황에 따르면 2023년 드래프티가 받는 평균 계약금은 2014년 드래프티에 비해 소폭이지만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연봉은 조금 오르고, 계약금은 하락해 실제 신인들이 수령하는 금액은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 겁니다. 어쨌든 ‘유지는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물가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2014년에 비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18.5% 증가했습니다. 쉽게 말해 수령하는 돈의 액수가 10년 전에 비해 18.5% 증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실질수익은 감소했다는 의미입니다. 2014년 통화가치를 100으로 놓고 신인들의 ‘실질 수익’ 변화를 계산해 봤더니 이런 부분이 더 잘 보였습니다. 신인 선수들의 실질 수익은 10년 동안 16% 정도 줄었습니다. ※ 2014년 통화가치 기준 환산 금액 이런 ‘분배의 실패’는 장기적으로 야구판으로 들어오려는 유망주들의 유인동기를 감소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야구로 들어오는 문은 좁고, 주전으로 자리 잡기 위한 문은 더 좁기에 20대 초반에 이미 수많은 탈락자들이 양산되는 환경이 고정된 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마저 감소한다면 굳이 다른 선택지를 두고 유망주들이 야구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 관련 기사 : 은퇴 운동선수 절반 무직 또는 월 수입 200만 원 이하) 피할 수 없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이글스에 지명된 황준서 투기 종목을 비롯한 비인기 종목들은 벌써부터 유망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저출생의 공포가 이미 스포츠계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겁니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1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통계가 발표되면 0.7선마저 무너질 거라는 예상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출생아들이 스포츠계에 진입하는 십여 년 후에는 야구 역시 유망주 수급의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신인 계약 규모를 밝히지 않은 LG를 제외한 내년 신인들의 평균 계약금은 8202만 원. 지난해 8204만 원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현상에 안주한 채 늘어나는 파이를 신규 진입자들에게 제대로 분배하지 못한다면, 야구 역시 멀지 않은 미래에 거대한 위기에 직면할지 모릅니다. 자료 출처 : KBO, 연합 디자인 : 김정연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시즌 빅리그 선발로 뛰었던 코너 시볼드,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 출신 맥키넌을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하며 내년 시즌 준비를 마무리해 가려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2023년을 며칠 남겨두고 있지 않은 현시점에서도 마지막 피스 한 조각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네 시즌 동안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데이비드 뷰캐넌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뷰캐넌은 삼성에서 뛰는 동안 뛰어난 퍼포먼스는 물론, 훌륭한 워크에식까지 선보이며 삼성의 젊은 투수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팬서비스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유명한 뷰캐넌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랑꾼’ 면모를 선보이며 ‘뷰수종’이라는 별칭을 얻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력과 인성, 둘 다 빠지는 것이 없는 뷰캐넌에게 삼성은 KBO 최초의 다년 계약과 내년 외국인 선수 수준의 대우까지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뷰캐넌 측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자 간의 협상이 해를 넘겨서도 지지부진하다면, 삼성도 뷰캐넌도 각자의 길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뷰캐넌이 ‘역대 최초, 최고 대우’도 거절할 정도의 선수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실제 뷰캐넌은 지난 시즌을 평정한 뒤 메이저리그로 컴백한 에릭 페디처럼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뷰캐넌은 어떤 투수였고, 왜 삼성팬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한 번 살펴봤습니다. 1. 리그 최고의 이닝 이터 조금씩 트렌드가 바뀌고는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선발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얼마나 안정되게 긴 이닝을 끌어주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뷰캐넌은 지난 4년 동안 가장 훌륭한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억지로 이닝을 길게 끈 것도 아니었습니다. 선발 투수를 평가하는 지표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에서도 모두 최상위권이었습니다. 출처 : SPOTV 라이브 지난 8월 4일 LG를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 뷰캐넌은 오른손에 경련이 일어난 상황에서도 7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는 투혼으로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 당시 상황이 ‘이닝이터’ 뷰캐넌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는지도 모릅니다. 2. 라이온즈파크의 ‘중력 발생기’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를 쓰는 삼성의 고민은 개장 이후 한결같습니다. 각진 모습이 특징적인 이 구장은 좌중간-우중간이 ‘피자커터’형 구장보다 극단적으로 짧고, 다른 곳에서라면 플라이로 잡힐 공이 담장을 넘어가버린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 라팍은 얼마나 홈런이 잘 나오는지를 설명하는 지표인 홈런 파크 팩터에서 9개 구장 가운데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데, 뷰캐넌은 이런 ‘라팍의 저주’를 뚫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투수였습니다. 네 시즌 통산 뷰캐넌의 9이닝 당 홈런 개수는 0.55개. 이것만 해도 상당히 준수한(?) 기록인데, 지난해엔 특히 완전히 ‘라팍 마스터’로 거듭났습니다. 뷰캐넌의 지난 시즌 피홈런은 단 4개. 9이닝당 홈런 개수는 0.19개로 10개 구단 선발 투수 중 압도적인 1위였습니다.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뷰캐넌의 땅볼 유도 능력입니다. 지난 시즌 기준 뜬 공 하나당 땅볼 1.62개를 유도해 낸 뷰캐넌은 어쩌면 라팍 개장 이후 뛴 삼성 투수 가운데 가장 라팍과 궁합이 잘 맞는 투수일지도 모릅니다. ‘원 모어 타임’과 ‘페어웰’ 사이 지난 4년 동안 뷰캐넌은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였습니다. 물론, 내년 35세 시즌을 맞이하는 뷰캐넌이 이후에도 계속 이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난해 손가락 부상을 불러일으켰던 ‘지나친 투쟁심’도 어쩌면 재계약의 감점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과연 내년 시즌에도 라이온즈 파크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펼치는 ‘더그아웃 치어리더’ 뷰캐넌을 볼 수 있을까요? 뷰캐넌이 내년에도 남든 남지 않든, 그가 KBO리그에 찍은 깊은 발자국은 오랫동안 팬들의 가슴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자료 출처 : 스탯티즈 디자인 : 김정연
한국 야구 최고의 스타 이정후가 드디어 메이저리그 입성을 확정지었습니다. 이정후는 내년부터 14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팀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6년 계약에 계약 금액만 1억 1300만 달러(연평균 1883만 달러) 우리 돈 1490억 원의 거액을 수령하게 된 이정후는 단숨에 팀내 최고 연봉 선수가 됐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이정후가 당장 내년 시즌 개막전부터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이정후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 짐작되는 대목입니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선 더 보여줄 것이 없는 타자였습니다. 2017년 데뷔시즌부터 신인왕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이정후는, 지난해 마침내 개인 첫 MVP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7시즌 동안 기록한 이정후의 KBO리그 통산 타율은 0.340으로 3000타석 이상 타자 중 통산 1위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세계 최고의 리그’ 메이저리그는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KBO리그와는 환경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정후는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어떤 환경에 처하게 될까요. 많아도 너무 많은 강속구 투수 KBO리그에서는 일반적으로 시속 150km가 넘는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강속구 투수로 분류합니다. 실제 2023년 시즌에도 패스트볼 평균 시속 150km를 넘긴 투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정후는 150km/h 이상 강속구를 접해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올해 이정후가 맞붙은 평균구속 150km/h 투수는 단 4명, 타석수는 10타석에 불과합니다. 전 시즌까지 범위를 넓혀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정후에게 강속구가 낯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KBO리그와 전혀 다릅니다. 앞서 키움 선배이자 메이저리그 선배인 김하성 역시 이정후에게 빠른 공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정후는 강속구 대처를 위해 2023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수정하는 모험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적응에 실패해 원래 폼으로 돌아가는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는 얼마나 빠른 공 투수가 많은 걸까요? 일단 평균 구속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KBO의 직구(포심) 평균 시속이 143.8km에 그치는 반면, MLB의 포심 평균 시속은 151.6km로 시속 7.8km 차이입니다. 한국에서 네 번째로 공이 빠른 문동주의 직구 평균 시속이 151.6km라는 걸 감안하면, 리그 투수의 절반 이상이 문동주보다 공이 빠른 셈입니다. 실제 KBO리그 최고 강속구 투수인 안우진보다 직구 평균 구속이 빠른 투수가 300명이 넘고, 올 시즌 문동주가 KBO리그 국내 선수 역사상 처음으로 기록한 160km/h 직구를 ‘평균적으로 던지는’ 투수만 7명이나 됩니다. 걱정거리는 많지만... 이정후라면! 빅리그에 입성하는 이정후가 겪어야 할 낯선 상황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팀의 주전 중견수로서 KBO리그보다 훨씬 빠른 MLB 타자들의 타구(평균 143.2km/h)를 막아내야 하며 유달리 우중간이 깊고, 좌타자에게 불리한 오라클 파크의 특수한 환경에도 공수 양면으로 적응해야 합니다. 물론 이정후는 언제나 그랬듯 이정후일 것입니다. 이정후는 이미 지난 도쿄 올림픽과 WBC 등에서 국내 투수들보다 훨씬 빠른 외국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냈고, 여러 차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샌프란시스코 퍼텔러 단장을 고척돔까지 이끌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KBO리그보다 훨씬 엄혹한 메이저리그의 환경마저도 이런 이정후에겐 그저 즐거운 도전 과제일지도 모릅니다. 디자인 : 김정연
2023년 한국시리즈가 LG 트윈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우승은 LG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이끌었습니다. LG가 시리즈 전적에서 KT를 4대 1로 압도했지만, LG 입장에서 마냥 쉬운 경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1차전부터 3차전까지는 모두 한 점 차의 대접전이 펼쳐졌습니다. 어떤 플레이가 LG를 우승으로 이끈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WPA, 승리 확률 기여도라는 개념을 토대로 2023년 KBO 한국시리즈의 하이라이트 세 장면을 꼽아봤습니다. ※ WPA(승리 확률 기여도)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참고 기사: 2022년 한국시리즈의 그 홈런, '임팩트의 크기'는? 3위. 이게 박동원이야 강동원이야?.. 2차전 접수한 역전 투런 홈런 1차전을 내준 데다 2차전 선발 최원태까지 초반부터 무너지자 LG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최원태의 바통을 이어받은 LG의 불펜진이 최소한의 실점으로 KT의 타선을 막아냈고, LG 타선은 오지환의 홈런 등에 힘입어 차근차근 추격해 나갔습니다. 경기는 어느새 8회 말, 4대 3으로 뒤진 LG 타선에게 남은 아웃카운트가 불과 다섯 개뿐이던 시점에서 결정적인 한 방이 터져 나왔습니다. 오지환의 볼넷과 문보경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아웃 2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동원이 KT 특급 불펜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을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역전 홈런포로 연결시켰습니다. 이 한 방으로 LG의 승리 확률은 무려 49.6%p 치솟았습니다. 2위. 불펜 알바생 맞아?.. 명승부 끝낸 이정용의 슬라이더 LG가 8대 7로 앞선 3차전 9회 말, 이미 8회부터 등판해 22개의 공을 던진 고우석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첫 타자 알포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대타 김준태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고, 다음 타석에 역시 대타로 나선 정준영에게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지만, 좌익수가 캐치에 실패하며 1아웃 1,2루 위기에 몰렸습니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불을 끄기 위해 마운드 위에 오른 건 한국시리즈에서 ‘불펜 알바’에 나선 선발 자원 이정용이었습니다. 시작은 좋지 않았습니다. 배정대에게 던진 초구 바깥쪽 포크볼이 포수 박동원이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폭투로 연결돼 주자들의 추가 진루를 허용했고, 결국 배정대와 승부를 하지 못한 채 자동 고의4구로 1루를 채우는 선택을 했습니다. 1아웃 만루의 위기를 맞은 LG의 당시 승리확률은 46.3%. 한 점을 앞서고도 오히려 질 가능성이 더 높았던 위기 상황에서 이정용의 진가가 빛났습니다. KT 김상수에게 초구 직구를 스트라이크로 꽂아 넣은 이정용은, 2구째 슬라이더로 투수 앞 땅볼을 이끌어냈고, 포수 박동원에게 침착하게 송구해 ‘끝내기 병살’을 유도했습니다(승리확률 53.7%p↑). 마지막으로 공을 포구한 1루수 문보경이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공을 그라운드에 패대기쳤을 정도로 결정적인 이 플레이는 결국 LG의 3차전 승리와 우승의 초석을 닦은 한 장면이 됐습니다. 1위. 경기를 뒤집어놓으셨다.. 한국시리즈를 지배한 오지환 한국시리즈 3차전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였습니다. 그리고 그 역전 가운데 두 번은 오지환의 손끝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찾아왔습니다. LG가 3대 1로 앞선 5회 말 장성우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완전히 뒤로 빠뜨리면서 승리 확률을 12%p 깎아 먹었고, 결국 이 실책은 KT의 4대 3 역전에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오지환의 ‘지배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8회 말 황재균의 적시 2루타와 박병호의 역전 투런 홈런으로 KT가 7대 5 두 점 차 리드를 잡아 완전히 경기가 넘어간 듯했던 9회 초 2아웃 마지막 기회에서 오지환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주자가 두 명 나가 있긴 했지만 당시 LG의 승리확률은 단 7.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오지환은 단 한 번의 스윙으로 모든 것을 바꿔놨습니다. KT 마무리 김재윤의 2구째 가운데 직구를 받아쳐 우월 역전 3점 홈런으로 연결시킨 뒤 펄쩍펄쩍 뛰며 짜릿함을 만끽했습니다. 이 홈런(승리확률 73.6%p↑)으로 LG의 승리 확률은 80.9%로 치솟았습니다. 오지환의 이 ‘한 방’은 사실 한국시리즈 역사 전체에서도 가장 극적인 홈런이었습니다. 박동원의 2차전 결승 홈런이 2002년 이승엽의 동점 홈런을 넘어서는 역대 3위 WPA의 홈런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시리즈가 얼마나 치열하고 극적인 경기들의 연속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설사 이 홈런들이 ‘역대급’이 아니었다고 해도 LG 팬들에게 영원히 남을 기억일 거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겠지만요. 자료 출처 : 스탯티즈 디자인 : 김정연
한국 배구의 위기는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히 여자배구의 경우 최근 눈에 띌 정도로 급격한 하락세를 맞았습니다.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쓴 이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됐습니다. 국가대항전인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2년 연속 전패에 그친 데 이어, 최근 아시안게임에서도 노메달에 그쳐 ‘국제 경쟁력 실종’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부터 도입이 결정된 V리그 아시아쿼터가 주목받은 건 이런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아시아쿼터 도입에는 ① 아시아 배구 시장을 개척하고 선수 수급을 다양화한다는 현실적인 목표도 있었지만, ② 세계 배구의 흐름에 맞춘 다채롭고 흥미로운 플레이를 V리그에 이식해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각 팀들의 생각도 비슷했던 거 같습니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게 된 IBK기업은행이 주저함 없이 ‘아시아 최고 세터’라 불리는 태국의 폰푼을 선택하는 등,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가 뽑혔기 때문입니다. 이후 일부 선수 교체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대부분 아포짓 스파이커인 기존 외국인 선수에 비해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아시아쿼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관장 ‘메가왓티’ 선수별로 편차는 있지만, 한 라운드 만에 아시아쿼터의 존재감은 확실히 팬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출신 정관장의 메가왓티는 엄청난 공격력으로 팀을 이끌며 1라운드 MVP에 뽑히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메가왓티의 활약에 수십 명의 팬들이 체육관을 찾을 정도라니, 애초의 목표 중 하나였던 ‘아시아 시장 개척’에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목표인 ‘다채롭고 흥미로운 플레이’의 도입은 성공을 거두고 있을까요?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단순한 공격은 그대로... ‘외국인 몰빵’은 심화 아시아쿼터 도입을 전후한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1라운드(팀당 6경기씩 21경기)에 시도된 공격 시도 전수(2022-2023시즌 : 2135회 / 2023-2024시즌 : 2210회)를 분석해 봤습니다. 그런데, 아시아쿼터 도입에 따른 기대와는 달리 유의미한 차이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세터가 공을 높게 띄워준 다음 공격수가 강하게 공을 때려 득점을 노리는 오픈 공격과 퀵오픈 공격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시간차 공격과 이동 공격, 속공 등 이른바 ‘빠른 공격’은 아시아쿼터 도입 이후인 올 시즌 오히려 1%p 줄었습니다. 반면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전체 공격 시도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 그러니까 얼마나 많은 공이 외국인 선수에게 몰리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V리그 여자부는 지난 시즌 1/3의 공격을 외국인 선수가 담당하는 리그(외국인 공격비율 34%)에서, 올 시즌 두 번 중 한 번은 외국인 선수가 공을 때리는 리그(외국인 공격비율 51.4%)로 바뀌었습니다. 팀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외국인 선수에게 가는 집중도가 줄어든 구단은 단 한 곳도 없었고, 특히 정관장은 전체 공격의 70%, 한국도로공사는 60% 이상을 외국인 선수가 맡고 있었습니다. 공격의 다양성이 오히려 떨어져 버린 셈입니다. 공이 아시아쿼터 선수에게 몰리더라도, 그 선수가 다양한 공격을 펼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을 누군가 제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보았듯 리그의 전체 공격 패턴 비율이 바뀌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미들블로커 포지션인 페퍼저축은행의 필립스를 제외하면 아시아쿼터 선수들도 ‘압도적인 수치’로 느린 공격만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성적, 그 이상을 봐야 할 때 각각의 팀 차원에서는 ‘몰빵 배구’를 포기할 유인이 전혀 없습니다. 세터가 천천히, 또 정확하게 올려준 공을 외국인 선수가 높은 타점에서 강하게 때리는 스파이크는 현재 리그 상황에서 가장 득점이 날 확률이 높은 공격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V리그에서 뛰는 다수의 선수들은 이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실제 ‘빠른 공격’을 위한 세트를 즐겨 올리는 폰푼에게 김호철 감독이 “토스 속도를 늦춰 달라”고 주문했다는 ‘웃픈’ 에피소드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이런 배구가 국제무대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또, V리그의 장기적인 흥행을 위해서도 공격 패턴의 지나친 단순화는 피하는 것이 상책일 것입니다. 만약 ‘다채롭고 흥미로운 플레이’로 ‘세계배구의 흐름에 발맞추겠다’는 아시아쿼터 도입 취지가 핑계가 아니라면, 연맹 차원에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깊이 고민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디자인 : 김정연
마침내 한국시리즈 대진이 완성됐습니다. 정규시즌 1위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에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정규시즌 2위 kt wiz가 오는 7일부터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에 돌입합니다. 한해 프로야구의 가장 큰 축제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이번 〈야구수다〉에서는 한국시리즈 관전 포인트를 간단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업셋의 기적’ KT vs ‘29년 무관’ LG 플레이오프(PO) 최종 5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꺾고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쥔 kt wiz 정규시즌 1위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 하위 팀들은 플레이오프 혹은 준플레이오프까지 치러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내야 하는 현 제도 하에서는 1위 팀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지난 22번의 한국시리즈에서 하위 순위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하는 이른바 ’업셋’이 일어난 건 단 세 번 뿐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2001년 1위 팀 삼성이 ’중립구장’ 룰에 의해 홈에서 두 경기 밖에 치를 수 없었다는 사정과 2015년 1위를 차지했던 삼성의 주요 선수들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원정도박’ 파문에 휩싸였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업셋’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2023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팀인 LG트윈스 정규시즌 1위 LG 역시 부담과 싸워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1994년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LG는 이후 지난해까지 세 번 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에 실패했고, 그마저도 2002년을 끝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히어로즈가 인수해 재창단한 현대가 2004년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LG는 롯데와 함께 가장 우승에 목마른 팀이며, 가장 한국시리즈가 낯선 팀입니다. 이 갈급함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물론 더 강하겠지만, ‘숫자가 주는 부담’을 반드시 이겨내야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타격은 LG가 우세... 선발의 KT vs 불펜의 LG 올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할 수 있었던 LG의 최대 강점은 역시 타격입니다. LG는 팀 wRC+와 wOBA, WAR에 있어서 모두 리그 1위를 달렸습니다. 반면 KT는 해당 지표에서 모두 리그 중위권 수준에 그쳤습니다. kt wiz 쿠에바스 타격에서는 두 팀의 우열이 확실히 갈리지만, 마운드 전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각 팀의 강점이 극명하게 나뉘기 때문입니다. KT는 쿠에바스-벤자민-고영표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는 데다, 배제성-엄상백 등 대체 선발급 자원도 풍부합니다. 단기전에서 선발진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중요한 영역입니다. 실제 선발이 약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패권을 차지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 참고 기사 : 29년 만에 우승 노리는 LG, 세 가지 불안 요소가 있다.) LG트윈스 고우석 반면, 외국인 선발 플럿코가 짐을 싼 LG는 외국인 에이스 켈리를 제외하면 뚜렷한 에이스 카드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실제 플럿코가 쌓은 기록이 포함돼 있는 정규시즌 선발 성적에서도 KT와 LG의 차이는 제법 큰 편입니다. 하지만, 불펜 성적은 고우석과 박명근, 함덕주, 김진성 등을 위시한 LG가 근소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LG 불펜은 한국시리즈에서 더 싱싱한 어깨로 더 강력한 구위를 과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참고 기사 : KS 직행팀이 누리는 '구속 증가 효과'의 크기) 땅볼 머신이 땅볼 머신을 만났을 때 두 팀의 대결에서 또 하나 유념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올 시즌 LG 타선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색깔 때문입니다. LG 타선은 올 시즌 대표적인 ‘땅볼 타선’이었습니다. 리그에서 셋뿐인 땅볼이 뜬 공보다 많은 타선이었고, 그중에서도 그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KT 타선이 리그 평균정도의 땅볼/뜬 공 비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민재, 문성주, 홍창기 등 LG의 주전 라인업 타자들 다수가 세계적으로 홈런 치기 어려운 잠실 구장에 특화된 땅볼 타자들이기 때문입니다. kt wiz 고영표 가뜩이나 땅볼이 많은 LG 타자들은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더 많은 땅볼을 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1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 KT의 잠수함 투수 고영표 때문입니다. 고영표는 올 시즌 토종 투수들 가운데서는 가장 땅볼 유도를 잘했던 선수입니다. 결국 두 팀의 경기에서는 땅볼 타구가 넘쳐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수한 타구를 처리할 KT의 내야진이 두 팀 대결의 키를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원 30대로 꾸려진 ‘노익장’ 주전 내야진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T의 내야 타구 처리율은 올 시즌 전 구단 가운데 가장 좋았습니다. 반면 LG는 10개 구단 중 가장 내야 타구 처리 비율이 낮은 팀이었습니다. 숫자 너머의 것들 사실 두 팀의 승부는 이런 숫자들로만 예측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팀의 지휘봉을 잡을 감독들의 영향 때문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감독이 팀의 승리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려고 했지만 정확한 해답을 얻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어떤 작전을 지시하는 것도, 지시하지 않는 것도 모두 ‘판단의 영역’이기에 정확히 어디까지가 감독의 영향인지를 가려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에서 감독의 영향력이 극대화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KT의 이강철 감독과 LG 염경엽 감독이 어떻게 타순을 짜고, 어떻게 투수 교체를 하며, 어떤 작전을 펼치는지에 모든 팬들의 눈이 쏠릴 것 같습니다. 첫 두 경기와 마지막 세 경기를 홈경기장인 잠실에서 치르는, 공격력에서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LG가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데 조금의 유리함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명승부를 기대하는 건 ‘숫자 너머의 것’이 숫자놀음에서 기반한 예측을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걸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자료 출처 : 스탯티즈, 연합뉴스 디자인 : 고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