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에서 항생제 및 항암 치료제 등의 신약 개발 업무를 하고 있으며, 2021년에 남극세종과학기지 34차 월동연구대 대장으로 근무. 이 기간 중 세종과학기지에 농진청으로부터 지원받은 온실을 설치하였고, 처음으로 수박 및 호박 등의 과채류 재배에 성공하였음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윤의중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남극의 에덴동산 ‘세종 온실’ 2023년에도 코로나가 꺾일 줄을 모르고 있다. 재작년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2020년 월동대원 17명은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 연구를 위해 비행기 편으로 출발할 것으로 생각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게 되면서 광양항에서 뉴질랜드를 경유하고 장보고과학기지 이후 칠레 푼타아레나스를 거쳐 다시 세종과학기지까지 도착하게 됐다. 2개월 반의 긴 여정이었다. 아라온호에는 대원들이 1년간 생활할 물품들과 그해 농진청으로부터 지원받은 신규 온실이 2동 실려있었다. 처음 기지에 도착하고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신규 온실동의 설치였다.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원들이 협심하여 설치했고 시험 가동까지 1개월이 걸렸다. 처음에는 재배가 비교적 빠르고 잘 자라는 상추를 시험 재배하였는데 새싹이 푸릇하게 나는 것을 보고 남극에서 가녀린 생명체와 마주하는 것에 많이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런 것이 농부의 마음이랄까? 이후 자신감을 얻어 케일, 청경채, 들깨와 같은 엽채류를 시작으로 오이, 고추, 방울토마토, 아기 호박, 애플수박 등 다양한 작물에 적용해 보았다. 다행히 대부분 재배에 성공하였고 오이, 방울토마토, 특히 호박과 수박은 지금까지 남극 월동 역사상 처음으로 재배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많은 대원들의 숙원이었던 삼겹살에 쌈으로 먹을 들깻잎은 끝내, 아쉽게도 한 번도 싹을 틔우지 못하였다. 아마도 LED 불빛이 아닌 실제 태양빛을 받아야만 가능할 거란 막연한 생각을 하였다. 시간이 더 허락이 된다면 다양한 작물에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우리 34차 월동대 이후 차기 월동대원들이 시도해 줄 거라 생각한다. 특히 수박이 다 자라고 익어 갈 무렵 온실 공중에 매달린 수박이 매우 신기하였는데 4개를 심어 4개의 열매를 성공적으로 얻었다. 남극은 벌과 나비가 없기 때문에 일일이 사람이 수정을 시켜주어야만 열매가 맺힌다. 다른 채소에 비하여 정성과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었지만 수확날 수박을 맛보는 순간 대원들 모두가 두 손 엄지 척! 뿌듯한 순간이었다. 9월 들어 영하 20°C 이하로 떨어지고 바다를 제외한 모든 것이 흰색의 눈으로 뒤덮이는 세종과학기지의 겨울이 찾아왔다. 사람이 살기 힘든 매우 척박하고 견디기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온실에 들어가면 영상 25°C 이상의 따뜻한 기온과 온통 푸른색 그리고 다양한 노랗고 빨간색의 열매들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남극의 에덴동산이라 하여도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가. 한겨울에 온실까지 가는 길이 춥고 위험도 했지만 온실은 모든 대원들의 마음에 위안이 되는 엄마의 품과 같은 곳이었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세종과학기지와 세종 온실의 지원에 많은 노력을 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