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자입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서는, 늘 카메라 꺼진 뒤 더 솔직한 얘기가 오갑니다. 그 짧은 이야기에 또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보태 '경제적 자유'에 보탬이 될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엔비디아 컨퍼런스 GTC24에서 AI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내놓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그날 전세계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확실히 최근 AI에 관한 젠슨 황의 영향력은, 주요 빅테크 회사 CEO들을 넘어 사실상 절대권력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번 GTC 24를 '엔비디아 젠슨 황의 AI 황제 대관식'이라고 묘사하는 매체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한때 바둑 잘 두는 알파고와 딥러닝이 유행할 때는 구글이, 챗GPT 나왔을 때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지위를 누렸지만, 최근 AI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엔비디아 CEO의 입이 가장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GTC 오픈 영상은 닷새 만에 1천만 명이 시청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그의 영향력을 잘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 이야기입니다. 이번 GTC에서 그가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 "(한국인은) 삼성전자와 같은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대단한 기업인지 모른다"는 말을 하자 (다른 이유들도 섞여 있었겠지만) 그날 삼성전자 주가는 4% 넘게 뛰었습니다. AI 때문에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엔비디아 주가의 움직임이 전체적인 주식시장 분위기를 흔들 정도입니다. 우리는 지금 바야흐로 '엔비디아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국내 투자 전문가들의 AI에 관한 분석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특히 엔비디아가 내놓은 AI의 미래를 바탕으로 한 '엔비디아와 나머지 AI 관련 주식들'에 관한 투자 이야기에 집중해봤습니다. 엔비디아의 시대, 언제까지? 엔비디아 주가의 적정성을 논하려면 먼저 "누군가 과연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AMD 같은 회사들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현재 92%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엔비디아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특히 GPU의 성능 같은 하드웨어의 우위뿐 아니라 AI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을 위해 필수로 사용하는 쿠다(CUDA) 같은 소프트웨어의 독점도 중요한 배경입니다. 쿠다로 만든 프로그램은 엔비디아 GPU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독점은 '엔비디아 장수론'의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AI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엔비디아의 성능 좋은 GPU 칩도 잘 나가고 있고, 덩달아 10년 넘게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해온 소프트웨어 '쿠다 생태계'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아서 엔비디아의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선엽ㅣ신한투자증권 이사 제일 중요한 게 GPU라고 불리는 칩을 가지고 AI가 연산을 해야 되는데 엔비디아가 독점입니다. 전 세계 시장의 92%를 차지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엔비디아 강세가 지속됐고요. 하지만 엔비디아의 기술과 엔비디아의 주가가 항상 같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 주식을 지금이라도 사야할지, 아니면 너무 올라서 떨어질 때를 기다려야 할지에 대해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전문가뿐 아니라 미국 주요 언론 보도도 그렇습니다. 미국 CNBC 방송의 경우, 엔비디아의 이번 GTC 행사를 전후해 "골드만삭스가 목표치를 1,000달러까지 올렸다"는 긍정적인 기사와 "AI 랠리가 지금 정점이라면 어떻게 엔비디아가 떨어지는 쪽에 투자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기사를 동시에 내놨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건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문가들도 각기 다른 판단을 하면서 엔비디아를 팔기도 하고, 아니면 반대로 더 매입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선엽ㅣ신한투자증권 이사 시장의 시각이 굉장히 나뉘고 있는 상황이고요. 최근에 구루라고 부르는 투자자들 간에도 의견이 갈립니다. 예를 들어서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엔비디아를 팔고, 테슬라를 사는 모습을 보였고요. 드러켄밀러 같은 다른 구루들 같은 경우는 엔비디아를 많이 모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레미 시겔이라고 아주 유명한 교수님이 현재보다도 엔비디아가 3배 정도 오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시각이 엇갈리는 모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먼저 미국 언론들은 지난 15일을 전후해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대표가 '엔비디아를 매도하고, 테슬라를 매수하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지난 2월부터 엔비디아를 매도하기 시작해 차익 실현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습니다. 반대쪽에는 '와튼의 마법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투자 전략가 제레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가 있습니다. 그는 "엔비디아가 현재 수준에서 2~3배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근거는 닷컴 버블 당시 폭등했던 '시스코'라는 기업의 모습을 따라간다는 건데, 그때 시스코는 거품이 터지기 전까지 10년 동안 주가가 4,000% 올라 시총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시겔 교수의 말대로 주가가 오른다면 엔비디아는 현재 시총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의 2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국내 전문가들은 어떤 의견을, 어떤 근거로 제시했을까요? 박세익 채슬리투자자문 대표는 'AI 핵심 회사'라는 주도주 측면에서 엔비디아를 이야기했습니다. '피터 린치식 접근법'도 덧붙였습니다. 박세익ㅣ체슬리투자자문 대표 큰 기술 혁신이 일어나서 주도주가 올라갈 때는 '벌써 한 100% 올랐네' 이러면서 파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시장이 끝날 때까지 주도주는 들고 가는 겁니다. 주도주는 어떻게 해서 끝이 나는가 보면, 항상 거품이 끼어요. 닷컴 버블을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지금 엔비디아가 주가는 예전 거품 같은 PER이 70~80배가 돼야 되는데 여전히 33배예요. 매출 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까. 피터 린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주가가 이 정도 올랐으면 이제 목표 주가에 다됐다고 생각해서 2배 벌고 팔았는데, 이후에 10배까지 가는 주식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피터 린치는 '업황이 꺾일 때까지는 팔면 안 되겠구나'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겁니다. 현재 엔비디아는 업황이 꺾이는지 봐야 되는데, 업황은 이제 시작이죠. 또 살펴볼 건,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구나인데, 이런 판단이 내리기 전까지는 사서 들고 가는 게 맞다는 주장인 겁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엔비디아의 나라'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엔비디아 시장 지배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의 표현을 인용한다면, 분명 거품이 생길 때까지 올라갈 만한 대단한 회사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주식을 사서 들고가야 한다고는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기는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캐시 우드 대표와 제레미 시겔 교수가 정반대 의견을 내놓는데, 누군들 정답을 단언할 수 있겠습니까.. 엔비디아 다음은?…先 하드웨어, 後 소프트웨어 가설 엔비디아 주가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누구에게나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엔비디아처럼 오를 만한 또 다른 AI 주식은 없을까?" 그런데 이런 궁금증은 전 세계적인 현상인 모양입니다. 미국 CNBC 방송이 마침 엔비디아의 GTC24에 맞춰 '엔비디아의 새로운 칩으로 인해 덩달아 혜택을 볼 기업들은 누구일까'라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새로운 회사보다는 이미 많은 기사들에서 엔비디아 수혜주로 얘기해온- TSMC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나 슈퍼마이크로컴퓨터 같은 데이터센터 업체를 예로 들어놨습니다. '엔비디아 너머'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론이 '先 하드웨어 後 소프트웨어' 가설입니다. 인터넷이나 AI처럼 인류의 삶을 바꿀 만큼 강력한 혁신 기술이 나오면, 먼저 관련 기계나 설비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업 주가'가 오르고, 그 다음에 그 장치를 이용한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오른다는 겁니다. 실제로 90년대 인터넷 혁명 당시 IBM, 시스코 같은 하드웨어 회사 주가가 먼저 오르고, 이후에 구축된 인터넷을 활용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의 주가가 올랐습니다. 장재창ㅣ인모스트투자자문 대표 인터넷이 우리 삶을 바꿨죠. 인터넷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첫 단계로 인터넷 기술에 대한 장비주들이 10년간 인터넷 기술을 사용한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시스코라는 장비 회사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4,000% 올랐습니다. 오라클, 퀄컴, IBM, 이런 게 다 인터넷 기술의 장비주입니다. 그런데 그 후에도 이 기업들이 계속 갔냐? 아니죠.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인터넷 시대에 누가 왕좌를 차지했냐. 인터넷 산업의 소프트웨어 회사들 그게 애플, 구글이었던 거죠. 이런 역사적 흐름을 이번 AI 혁명에 비추어 가설을 만들어 본다면, AI 혁명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회사인(적어도 아직까지는) 엔비디아의 폭등을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장재창ㅣ인모스트투자자문 대표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대표 회사인 엔비디아가 저렇게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거죠. 인공지능 투자에서 우리가 먼저 봐야하는 건 장비를 대는 B2B 회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장비를 주로 회사에게 팔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업에게 하드웨어와 관련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파는 B2B 회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선엽ㅣ신한투자증권 이사 "시스템이 먼저 구축이 되고, 그 뒤에 소프트웨어 차례가 된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닷컴버블 때 인터넷 환경이 처음에 깔렸던 게 1999년이었고요. 그 다음부터는 구글이나 우리나라에서 네이버 같은 기업들의 주가가 쭉 올라가기 시작했죠. 지금 엔비디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요. 이 시스템이 원활하게 구축이 되고 나면 그 뒤부터는 진정한 AI, 흔히 얘기하는 소프트웨어 차례겠죠. 하지만, 2024년 3월 현재 AI 투자의 대세는 아직 소프트웨어로 옮겨가지 않았다는 분석이 더 우세합니다. 물론 CRM(고객관계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 같은 회사나 사이버 보안 회사들로 이미 많은 자금이 올리고 주가도 빠르게 올랐지만 여전히 대세는 하드웨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이선엽ㅣ신한투자증권 이사 아직까지는 폭발적으로 AI 인프라를 만드는 쪽에 포커싱이 가 있고요. AI의 개선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까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하려고 하다가 잠깐 중단한 상태예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새로 등장하는 AI의 기술이 더 훌륭하니까 "내가 지금 만들어봐야 의미가 없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빅테크 기업들조차도 엔비디아의 GPU 칩을 제대로 못 받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칩을 받아야 그걸 가지고 뭔가 해볼 수 있습니다. 공급이 잘 되기 시작하면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하나둘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트럼프도 가세한 '데이터센터 전쟁' AI 투자에서 최근 몇 달간 큰 각광을 받고 있는게 데이터센터 주식들입니다. AI 비즈니스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게 데이터센터입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관련 주식들이 인기를 끈 겁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GTC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가속컴퓨팅 부품 업그레이드 등 장비에 매년 2,500억 달러(우리 돈 334조 원)를 지출할 것이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데이터센터 관련 시장 규모가 매년 25% 정도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전기를 공급하는 전기 회사나 발전 회사, 그리고 냉각, 전기 같은 시스템 유지가 중요한 데이터센터를 관리해주는 부동산 회사까지 필요합니다. 당연히 이런 분야에도 투자가 몰리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선엽ㅣ신한투자증권 이사 엔비디아도 실적을 보니까 서버 투자가 400%나 증가할 정도였어요.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슈퍼마이크로컴퓨터 같은 경우도 결국은 서버 투자와 관련된 기업이라고 봐야 되지 않습니까? 많은 서버를 투자를 하게 되면 전력 문제가 대두됩니다. 미국 같은 경우도 GE라든가 전력 관련주들이 신고가를 기록했어요. AI가 전기 먹는 하마잖아요. 전기도 많이 생산해야 되지만 전기를 보내야 하니까, 최근 구리 가격 오르는 것도 무관하지 않겠죠. 또 전기료도 아껴야 하고요. 그래서 시장에서는 AI 성능 개선과 비용을 아껴주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습니다. AI 혁명을 위한 데이터센터의 전기 문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에도 등장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싼 전기요금'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AI를 위한 값싼 전기를 위해 고비용의 친환경 발전보다는 더 효율적인 에너지원에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최준영ㅣ율촌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래는 AI라고 얘기해요. AI는 결국 저렴한 전력요금인데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미래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낮춰야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할 수 있는 거는 다 하겠다. 원자력을 하겠다면 원자력도 도와주고 화석 에너지 써서 가스 발전 더 하겠다면 그것도 OK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AI 혁명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위해 엄청난 숫자의 반도체와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고, 이런 하드웨어 투자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런 투자가 이어지면 관련 회사들의 실적이 올라가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인 겁니다. 이선엽ㅣ신한투자증권 이사 엔비디아의 AI 칩이 구동되기 위해서 영상하고 이미지도 학습을 하는데 정말 많은 컴퓨터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결국 HBM이라는 반도체가 필요해서 대만 TSMC가 올랐고요. 전체적으로 놓고 보니까 기존 서버가 아닌 'AI 가속기'라고 불리는 새로운 서버 구축 필요했고 슈퍼마이크로, 아니면 오라클이라든가 이런 기업들의 실적이 올랐습니다. 지금은 서버 구축 과정에서 제일 필요한 전력을 끌기 위해서 우리가 아는 변압기라든가 송배전과 관련된 구리 아니면 전선업체들이 오르기 시작했고요. 뜨거워진 서버를 식히기 위한 관련 기업들도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Epilogue 하드웨어가 먼저이고, 그 다음에 소프트웨어라면 혹시 미리 투자를 하는 건 어떨까요? 이럴 때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회사는 챗GPT로 잠깐 큰 관심을 받다가 엔비디아에게 왕좌를 넘겨준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이선엽ㅣ신한투자증권 이사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단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죠. 오픈AI를 품고 있는 회사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면서 주가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세익ㅣ체슬리투자자문 대표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총 1위가 됐는데 과거 미국 역사를 보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시총 1등이 되게 돼 있습니다. 1950년대에는 제너럴모터스였고 그전에는 전기를 만들었던 제너럴일렉트릭이었습니다. 2012년부터 애플이 시총이 1등이 됐는데 재작년 11월에 챗GPT가 나왔습니다. 엄청난 생산성 혁신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바뀐 1등은 잘 안 변합니다. 최소한 앞으로 3~4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독보적인 시가 총액 1등으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연자들의 긍정적인 답변이 많다고 해도 'AI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훨훨 날고, 또 엔비디아만큼 주가가 오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야말로 어디서 어떤 강자가 새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전 인터넷 혁명 때도 그랬듯이, 갑자기 훅 나타나서 우리 일상 속에 빠르게 자리 잡는 AI 서비스 회사의 등장에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서비스 회사, 혹은 음식 배달해 주는 회사 같은 것들입니다.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나를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기다리면 된다"는 건데, 이런 주장에 대한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 이야기로 글을 맺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년대 후반에 플랫폼이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고 나서 생각지도 못했던 배달의민족, 이런 게 나왔죠. 신산업이 나오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그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를 편리하게 만드는 거죠.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너무 편리해. 난 이걸 쓸 수밖에 없어" 이렇게 되는 많은 AI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온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픈AI를 비롯해서,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회사들이 기본 모델을 가지고 분명히 돈이 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할 거예요. 제가 볼 때는 그게 청신호가 아닐까 합니다. 자료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 디자인 : 권민재
"증시가 전 고점을 넘어섰습니다." 인도에서 처음 이런 보도가 나오더니, 이어 미국, 일본, 타이완에서도 연이어 같은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이 나라들 주가는 '버블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많이 올랐습니다. 혹시 연초에 나란히 좋은 모습을 보인 이 나라들 사이에 공통점은 없을까요? 주가가 오르는 데에는 각 나라마다 아주 복잡하고 다양하고 독자적인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단순 분석'은 '미국과 친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중국과 친하지 않은 나라들'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미중 갈등의 산물'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세상을 바꿀 AI와 반도체’를 테마로 폭등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인도와 일본의 경우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혜택을 입는 동시에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을 빠져나온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반면 미중 갈등의 정반대 쪽에 서있는 중국과 홍콩 증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훨씬 더 다양하고, 특히 미국과 친한데도 주가가 전고점에 가지 못한 나라도 많습니다.) 오늘은 신냉전과 이로 인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미국, 중국, 일본, 인도라는 세계 4대 시장(최근 인도 증시가 홍콩 증시를 넘어서면서 세계 4위가 됐습니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혹시 (투자자 입장에서) 버블이라고 볼 만한 위험 요소는 없는지 빠르게 짚어보려고 합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미국부터 시작하겠습니다. Q1.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미국 시장, 버블일까요? 비싸다는 얘기들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스닥 같은 경우는 평균 5년 평균 수준에서 약간 벗어났을 뿐이지 극단적인 과열은 전혀 아니거든요. 많이 오르긴 했는데 그만큼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얘기겠죠. 단적인 예로 최근 가장 뜨거운 엔비디아는 2023년부터 500% 이상 올랐죠. 5배 이상 올랐는데 밸류에이션은 반토막이 났다, 그 말은 실적은 10배가 올랐다는 거죠. 미국 증시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그림이고요. 하반기에는 또 금리 인하 기대감도 맞물려 있어서 큰 흐름으로 봤을 때 미국 증시가 계속적으로 추세적인 상승을 할 수 있겠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어요. Q. 조만간 조정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지금 S&P 500은 5,100을 넘었고, 나스닥도 16,000을 넘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상승 여력이 더 남아있지만, 시장이 항상 끝없이 올라가지는 않죠. 일시적으로 쉬었다가 다시 올라가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단기 등락은 좀 경계를 해야 될 레벨에 근접해 있다고 봅니다. 다만 등락이 있은 이후에는 다시금 올라가는 그림이 나올 테니까 현재 시점에서 다 왔다라는 것보다는 쉬지 않고 올라온 데에 따른 되돌림 과정은 염두에 둬야 된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고요. 공포와 탐욕지수 (Fear & Greed Index, 표)를 보시면, 몇 달째 극단적인 탐욕 구간에서 왔다 갔다만 하고 있거든요. 과열 양상이 오래가고 있다라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봐야 할 게, 매크로 리스크 인덱스라는 게 저점이에요.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굉장히 낮은 수준에 위치해 있다. 거꾸로 말씀드리면 멀지 않아서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라는 의미라서 더 세게 베팅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쉴 때를 기다렸다가 타이밍을 잡아 보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미국 주식 얘기를 할 때 AI 얘기, 빅테크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계속 승승장구할 거다” 이렇게 평가하십니까? 제일 좋은 거는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는 것 같아요. 2017년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어마어마한 반도체 사이클이 들어왔었잖아요. 그때 사이클이랑 비슷하게 봐서 올해 내내 계속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실적이 계속 뒷받침되고 있어요. 엔비디아 실적이 정점을 지날 거라는 시기가 원래는 2025년이었거든요. 그런데 2026년으로 미뤄지고 있습니다.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다는 얘기거든요. 주가 등락은 있어도 추세적으로 빠지거나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 같고요. 물론 단기적으로는 쉬어갈 수 있다고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엔비디아 갖고 계신 분들은 행복하시죠. 워낙 많이 올랐고 저점에서 잘 사신 분들은 그냥 들고 가시면 될 것 같고요. 만약에 따라서 사셨다는 분들은 지금 레벨에서 1~2% 꺾일 때 조심하자. 지금 새로 사고 싶으신 분들은 타이밍을 재지 말고 지금 가격대에서 (전체 사려고 하는 액수의) 5%라도 사자. 그런 다음에 밀리면 조금 더 산다라는 생각으로 가져가는 게 맞겠다 이렇게 봅니다. Q. 애플, 테슬라는 어떤가요? M7 중에서도 탈락하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특히 애플, 테슬라. 왜냐하면 대표적으로 중국 노출도가 높고 실적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인 건 알고 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냐 뒷받침되지 않느냐에 따라서 주가 차별화가 극명해진 시장인 거예요. 다만 (AI 관련 기업) 한쪽으로 너무 쏠린다는 건 단기적으로 걱정이 되긴 합니다. 한국 증시도 작년에 극단적인 쏠림 현상을 경험했던 바가 있거든요.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극단적인 쏠림 현상 이후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미국도 단기적으로는 이런 부작용들을 4~5월까지는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더 올라간다 하더라도 여기서 쭉쭉 뻗어나가는 그림보다는 고점을 형성하는 과정, 그다음에 한두 달 정도는 쉬어가는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매수 타이밍을 천천히 가져가도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Q. 미국 시장을 버블로 보십니까? 버블이 나오려면 실적보다도 더 큰 폭의 상승을 해야 합니다. 나스닥의 PER은 5년 평균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 엔비디아는 5배가 폭등을 했는데도 PER 레벨은 더 떨어진 정도고요. 실적이 확실하게 뒷받침되고 있다라는 거거든요. 주가 패턴만 가지고 버블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저는 아직은 아니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미중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중국 주식 시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중국의 경우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라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가 엄청나게 폭락했다가 급반등하면서 3,100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당분간은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는데 3월 18일 발표되는 중국 실물 지표들이 별로 안 좋게 나올 수 있습니다. 왜냐면은 중국 경기가 2월, 3월, 4월 소매 판매까지 굉장히 안 좋을 거거든요. 정책 기대와 디플레이션 우려 완화가 증시에 일정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처음 맞이하는 실물 지표가 예상보다 못하다면 조금 출렁일 수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좀 올라가겠죠. 떨어졌던 소매 판매가 다시 하반기로 돌아오면서 올라가는 그림들이 만들어질 거고요. 작년 7월부터 쏟아부었던 경제 부양 정책들과 이번에 발표되는 정책들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하반기부터는 중국 경제를 조금 더 좋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4~5월까지는 증시가 불안정하다가 6~7월 가면서 방향성을 다시 위쪽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미중 갈등 때문에 경제 회복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중국이 돈을 풀고 금리를 인하하고 경기 부양 정책을 쓰면 중국 경제도 좋아지긴 하겠죠. 하지만 그것보다도 제가 생각하는 것은 그런 효과들이 중국 내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해외로 빠져나가는 그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례가 있었거든요. 과거 일본이 어마어마한 호황을 겪었다가 꺾여서 침체로 가는 과정에서 제로금리로 갔습니다. 근데 회복이 됐나요? 안 됐죠. 일본 경제를 돌려야 되는 돈들이 전부 해외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때 글로벌 전반적인 위험자산들을 뜨겁게 만들어줬거든요. 지금 중국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유럽의 명품주들 뜨겁습니다. 두 번째로는 일본 증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요. 세 번째로는 비트코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글로벌 전체 유동성을 봤을 때 미국과 유럽의 유동성 모멘텀은 더 나빠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좀 자극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중국이 경기 부양에 힘을 쓰면 힘을 쓸수록 중국 경기나 중국 증시도 좋아지긴 하겠지만, 글로벌 자산시장 어딘가가 올라가는 그림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인도도 뜨겁습니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돈이 인도로 가서 인도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그렇죠. 많이 얘기하죠. 지금 인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계속적으로 상승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성장 기대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인도가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요. 실질적인 인구 1위 국가면서 앞으로도 6~7% 성장을 계속적으로 해 갈 수 있는 국가로 아직까지도 성장의 모멘텀이 살아있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Q. 인도 투자, 지금이라도 괜찮을까요? 버블 논란이 있는데요. 인도는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들이 굉장히 강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이 미국보다도 더 과열된 흐름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월 21일 있을 FOMC 회의 전후로 해서 달러라든지 채권금리가 흔들리면 한 번은 등락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인도는 중국의 대체 국가로서 주목받기 시작됐기 때문에 2024년 하반기에 중국이 만약 반등 상승을 시작한다면 반대의 효과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미국은 계속 올라갈 거지만 잠시 쉬어갈 수는 있겠다고 말씀드리지만, 인도의 상대적 매력은 조금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많이 올라온 증시들은 향후 한두 달 정도의 흐름들이 계륵 같은 장세일 수 있다는 거죠. 더 올라갈 수 있어서 약간의 행복은 있겠지만, 그 이후 한두 달 정도의 고통은 감안해야 된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을 하신다면 분할 매수가 맞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국내에서 일본 투자가 많습니다. 일본 주식시장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일본 주가 상승에 대해 많은 분들이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이라고 하는데, 23년부터 지금까지 치고 올라오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거는 ‘엔화 약세’입니다. 엔화 약세와 주가와의 상관관계가 0.89입니다. 89% 확률로 같은 방향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과열된 양상들을 보여주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인가를 보면, 전년 대비 올해 마이너스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전년에 워낙 잘했으니까요. 물가는 높았던 기저효과 때문에 또 둔화될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환율 역시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리고 그 금리 인하를 시행하면 일본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더더더 가져갈 겁니다. 이제는 미국은 완화, 일본은 긴축 쪽으로 간다라는 거죠. 그러면 당연한 결과로 엔화는 강해질 수밖에 없겠죠. Q. 미중 갈등의 수혜, 특히 공급망 재편에 있어서 일본이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짓고 밸류체인에 있어서 중간 허브 역할을 할 듯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죠. 그런 부분들에 의해서 일본 증시의 매력도가 조금은 유지될 수 있거나 아니면 좋아질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주식의 가격적인 측면은 좀 다른 얘기입니다. 엔화가 강세 전환하는 시점에서 일본 증시가 펀드멘탈을 다시 믿고 더 올라간다고 할 수 있지만, 펀드멘탈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업종 종목별 차별화가 좀 더 이어질 수 있고, 종목 장세가 이어질 수 있어도 반도체라든지 이런 쪽들이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어도 여기서 일본 주가가 더 가기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일본 투자다’라는 주장에 반대하시겠군요. 그때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 중에 하나는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한쪽으로 쏠리면 반대 현상들이 많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21년 1월에 미국 필요 없어 전부 다 한국으로 가자, 동학 개미 운동이 일어났을 때가 글로벌 증시 대비 한국 증시가 가장 비쌀 때입니다. 그다음부터는 계속 떨어졌고요. 그리고 22년 말에 23년을 전망할 때는 이제 리오프닝을 하니까 중국이야, 미국 하고 유럽은 아니야라는 바람이 불었는데, 미국하고 유럽은 잘 나갔고요. 중국만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23년 말, 24년 초를 돌아오면서 믿을 건 일본이야 이러시거든요. 물론 "일본이 지금 꺾입니다" 이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나올수록 역발상적인 투자가 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료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 디자인 : 권민재
"인구가 줄어들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요즘 집값 논쟁의 화두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생률 0.65'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한 관심입니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고령화 선배' 격인 일본 부동산과의 비교 연구입니다. 일본 부동산은 '고령화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사진 한 장에서 얘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노인이 사망한 뒤 쓸쓸하게 버려진 폐가(廢家)'를 담은 이런 사진이 보통 일본 고령화의 모습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자주 등장됩니다. 이런 집들은 '인구 소멸'이 진행 중인 일본의 지방 도시뿐 아니라 도쿄 바로 옆 '베드타운'이나 심지어 도쿄 내에서도 목격되곤 합니다. 그만큼 인구 소멸 지역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조현승|산업연구원 박사 '깡통집'은 도쿄라는 큰 도시 내에도 있습니다. 도쿄 안에는 산골도 있습니다. 이런 곳은 교통편이 굉장히 불편해요. 주거 조건이 나쁩니다. 그래서 30평짜리 집인데 1천만 원 이하의 집들이 도쿄 안에서도 나타나는 거예요. 이런 걸 보고 '도쿄 집값이 싸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도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머릿속의 도쿄가 아닙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일본 정부가 가만히 있었던 건 결코 아닙니다. 일본 정부 차원의 대책은 2014년에 나온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공식 명칭은 '성장을 이어가는 21세기를 위하여 :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지방 활성화 전략'입니다)부터 본격화했습니다. 마스다 보고서는 2040년까지 일본 내에서 인구가 소멸하게 될 896개 지역 리스트를 담아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지방 소멸뿐 아니라 일본 전체 인구 급감 문제까지 함께 제기해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대책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보고서 이후 일본의 지방 소멸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확산하면서 '로컬 아베노믹스' 같은 각종 지원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노력을 쏟아부은 지 10년. 일본, 특히 일본 부동산은 어떻게 됐을까요? 전문가들의 진단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극심한 양극화'입니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물려받을 자식이 없거나 혹은 세금이 많거나 팔리지 않아서 자식들이 일부러 물려받지 않는-폐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집값 폭락, 폐가 속출 같은 걸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다른 한쪽에서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재개발 지역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도쿄 재개발 단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기사는 일본 주식시장 폭등 기사와 함께 최근에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도 같은 길을 가게 될까요? 특히 부동산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걸까요? '일본 부동산의 현주소'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변해갈지,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산업연구원 조현승 박사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Q. '고령화' 일본,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달라졌나? 일본에서는 지금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훨씬 더 많이 진전이 됐죠. 우리나라보다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진전은 훨씬 더 많이 돼 있는 상태예요. 그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입니다. 사람들이 "인구가 감소하면 집값이 떨어지는 거 아니야" 얘기를 하는데 집값이라는 개념을 국가 전체의 평균으로 보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어요. 집값이라는 게 지방 다르고 대도시 다르고, 또 대도시 내에서도 권역별로 달라요. 굉장히 차이가 나거든요. 일본에서도 집값이 하락한 정말로 '깡통집'이라고 말하는 집들이 있거든요. 단독주택 같은 경우 토지 가격의 가치만 살아있고 집값은 전혀 없는 거죠. 토지 가격 자체도 굉장히 하락하는 지역이 많습니다. 주로 대도시 주변에 베드타운들이죠. 일본이 인구가 많이 늘어나고 경제가 굉장히 호황이던 90년대 초반까지 '버블 경제' 시기에는 대도시 주변으로 몰려드는 인구가 엄청나게 많았어요. 그러면서 베드타운들을 많이 만들었죠. 2시간씩 출퇴근하는 게 흔한 일이었죠. 그때 개발된 지역들이 그 인구가 떠나질 않고 그대로 고령화가 된 거예요. 신규 유입 인구는 거의 없죠. 이 사람들이 70년대나 80년대에 20대·30대의 젊은 층들이 들어왔다가 그대로 70대·80대가 됐습니다. 그 마을을 가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있고 주변에 어떤 문화시설도 없고 편의시설도 굉장히 부족합니다. 집값은 엄청나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는 깡통집은 도쿄 안에도 있습니다. 서울은 그래도 다 북적북적하죠. 근데 도쿄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서울의 2.5배 되는데, 그 안에 산골도 있습니다. 이런 곳은 교통편이 굉장히 불편해요. 전철 배차 간격도 넓고, 교통비도 비쌉니다. 주거 조건이 나쁩니다. 그래서 30평짜리 집인데 1천만 원 이하의 집들이 도쿄 안에서도 나타나는 거예요. 이런 걸 보고 '도쿄 집값이 싸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도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머릿속의 도쿄가 아닙니다. Q. 일본 정부는 그런 집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요? 단독주택 같은 경우 고령층이 돌아가셨는데, 그 지역이 인기가 없는 지역이면 그대로 빈 채로 남게 돼요. 자식들은 상속을 포기하는 게 차라리 나은 거예요. 세금 냈는데, 땅이 팔리지도 않거든요. 그 부담 때문에 아예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그럼 공터가 되는데 치안도 나빠지고 슬럼화가 되는 거예요. 일본에서도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고민가 재생 사업'이라는 거를 해요. 이걸 개조해서 일부는 주민센터, 숙박시설로 전환하기도 하고요. 부동산회사가 제일 많은데 그 외에 보면 철도회사도 싼 값에 매입해서 숙박시설로 만듭니다. 아니면 귀농시설로 활용합니다. 은행도 거기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 규모가 엄청나요. 현재 한 1조 8천억 엔, 약 180조 원 정도 됩니다. Q. 그런데 도쿄 중심지는 집값이 오히려 올랐더라고요. 도쿄역 근처나 아자부다이 힐스 같은 곳은 재개발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요. 지역에 따라서는 인구 감소와 관계없이 부동산 가격이 움직이는 곳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도쿄 중심가 가격 상승은 환율하고 많이 관련이 있어요. 외국 자본이 보기에 도쿄는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이고 세계의 중심 도시 중에 하나입니다. 외국 투자자가 보기엔 '일본 집값이 많이 내렸네'가 되거든요.그리고 10년, 20년 지나면 또 오를 가능성이 많거든요. 장기적으로 투자가 충분히 가능하죠. Q. 인구가 줄면 집값도 내려가겠죠? 인구는 집값에 상당히 영향을 줄 수가 있는데, 아무래도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집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 하락 요인이긴 합니다. 하지만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즉 가구가 분화하면서 2039년 정도까지는 주택 수요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Q. 인구가 줄어드는 우리나라 지방 도시의 경우 일본 베드타운처럼 될 거라고 보십니까? 예민한 문제인데 "앞으로 그렇게 될 겁니다"가 아니라 이미 지방에 가보면 폐가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 가보면 이미 많이 있고, 점점 확대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폐가는 자꾸 나올 수밖에 없고, 시골에 버려지는 집이 나오고 있죠. 그래도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높은 편이에요. 그동안 버려진 땅이라는 게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해외는 어디를 가든지 사람이 사는 지역은 굉장히 적어요. 도시 하나 있고, 허허벌판 있다가 또 도시 하나 나오고. 이게 일반적인 형태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농어촌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이 살고, 제법 규모가 큰 마을들이 어디가나 다 있었거든요. 이제 그게 서서히 사라져 간다는 것,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는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출생률이나 인구 구조 변화를 생각해 보면 과거 같은 형태를 유지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방에서도 (외국처럼) 어떤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지역은 사람이 안 사는 지역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Q. 서울의 경우, 도쿄의 모습을 따라 가게 될까요? 상주 인구하고 유동 인구가 또 조금 달라요. 서울 주변에 사는 사람들도 실제로 생활권이 서울인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앞으로 주민등록상의 서울 인구가 준다 하더라도 서울 인구는 굉장히 완만하게 줄어들 겁니다. 또 외국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인구들도 많습니다. 기업에서 파견을 나올 수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목적으로 오게 되는데, 서울은 이미 국제도시로 상당히 자리를 잡고 있는 도시입니다. 서울하고 도쿄하고 가장 큰 차이가, 아까 도쿄는 굉장히 커서 도쿄 내에서도 '산골 도쿄'가 있다고 그랬는데 서울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도쿄보다 규모가 훨씬 작죠. 그리고 도쿄에 비하면 상당히 균일화돼 있습니다. 서울은 전체적으로 보면 대도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서울 집값이 도쿄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거고요. 그 다음에 고령화가 된다 하더라도 낙향을 하는 고령층이 많이 줄었다는 겁니다. 1980년대에는 은퇴를 하고 나면 낙향을 한다는 분들도 상당히 있었어요. 지금은 은퇴를 하고 나서 낙향을 하면 서울로 합니다. 서울에서 쭉 자랐어요. 간혹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죠. 근데 그게 그렇게 많지가 않고요. 그러나 오히려 병원 옆에 있고, 식당 가까운 곳을 좋아하는 분이 더 많습니다. 이런 저런 요인을 고려해보면, 오직 인구 때문에 서울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경기 요인에 따라서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Q. 서울의 집값 양극화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요? 서울 시내 내부 문제야말로 정말 답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러냐하면 어느 지역 개발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일본과 마찬가지로) 역시 역세권입니다. 그나마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는 서울처럼 대중교통망이 촘촘하게 깔려 있는 도시가 많지가 않아요. 이렇게 값싸고 편리한 대중교통망이 이렇게 잘 돼 있는 데가 많지 않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서울은 그래도 어느 정도 유지가 될 겁니다. 다만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은 늘 제한돼 있습니다. 거기에 모든 사람이 살지 못합니다. 거기서는 한두 명 빠져나가면 금방금방 새로운 사람이 충원됩니다. 제가 특정 지역을 갖다가 여기서 거론하는 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일수록 그래서 상승률이 더 높은 겁니다. Epilogue. 결국 양극화? 요즘 부동산을 얘기할 때 '인구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과 양극화' 얘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더 자주 언급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미 지방 부동산의 경우 '인구 감소'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김효선|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 출산율이 줄어들고 고령화되니까 인구 감소는 지속되고 있고, 이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없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부동산 시장에도 위험 요소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대구나 경남권은 이미 분양 물량도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앞으로 공급이 많으면 지금의 하락세가 다른 지역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 관련 영상 이처럼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상황이 점점 달라지고, 서울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는 모습이 '고령화 시대 부동산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일본 같은 외국 사례, 국내 출생률 흐름, 직원을 뽑는 직장의 분포, 거주자 가운데 20~30대의 비율 등을 근거로 '인구 감소가 가져올 불가피한 집값 하락과 양극화'를 부동산의 미래로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인구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의 시기가 언제부터 본격화할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당분간 부동산 수요가 유지될 수 있다"는 통계에 대한 해석 때문입니다.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 수요를 늘리더라도, 결국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수요가 더 많이 줄어드는 시기가 올텐데, 그게 언제인지에 대한 해석이 다양한 겁니다. 특히 이 문제는 발표될 때마다 전세계적으로 놀라움을 주는 대한민국 출생률이 어떻게 변할지도 덩달아 예상해야 되는 부분이라 당분간 딱 떨어지는 답을 내놓을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웃 나라 일본의 흐름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인구 감소가 시작된 뒤 집값이 빠졌고 (물론 인구 감소 외의 요인들도 많이 작용했습니다) 지금은 도쿄 외곽에 완전히 버려지는 지역이 생기고, 반대로 그 와중에도 집값이 뛰는 지역이 등장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모습이 다가올까요? 언제, 어디에, 어떤 집을 사야할지 고민하는 순간에 짚어볼 변수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다음 주에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하시는 와세다대 박상준 교수님께도 이어서 '일본 부동산의 흐름'을 바탕으로 한 해석을 다시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 디자인 : 권민재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잡니다. 요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심상치 않습니다. 42주 연속 올랐습니다. 급기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오르자 조금 더 싼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경기, 인천으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전세 수요가 늘어난 건 '지금은 집 살 때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장 많습니다. 금리도 여전히 높고, 집값도 곧 뛰어오를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절대로 '무리해서 집을 사지 않겠다'는 쪽이 많은 겁니다. 김규정|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 금리가 내려갈 거라는 기대감이 한편에 있긴 하지만 동시에 아직은 관망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 적극적으로 주택 구입을 하시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물론 싼 매물 중심으로는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량이 조금 늘어나는 모습도 있긴 했지만 싼 매물이 아니면 아직은 관망하는 추세이고요. 또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하더라도 곧바로 투자금 대비 집값이 막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라고 생각하시죠. 상승 기대감이 높지 않다 보니 싼 게 아니면 무리해서 집을 꼭 사지는 않겠다는 생각들을 하고 계신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런 수요자들이 아무래도 이제 임차 시장에 조금 남아 있게 되는 상황이고요... 집값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은 불확실해서 전세를 찾고 있는데, 물량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전세 가격은 오르고 있고, 경기나 인천 같은 곳까지 옮기시다 보니까 이런 상승세가 수도권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관련 영상 특히 '집값 상승기에 큰 돈 빌려 영끌을 했다가 금리 상승기에 낭패를 봤던 투자자 이야기'가 대부분 국민들에게 여전히 강한 잔상으로 남아 있는 것도 무리한 투자를 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규정|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 2~3년 전만 돌아보셔도 20~30대까지 저금리 갭투자에, 영끌 투자를 했었죠. 그러다가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에 굉장히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도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로 인해 집값이 오르면서 시장 불안감을 조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공감대 확산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 추세'가 꼭 '집값 하락'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이론적으로는 1)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오르면 2)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의 차이'가 줄어들고 3) 그러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등장하면서 4) 동시에 비싼 전세 계약을 하느니 아예 집을 사버리자는 선택이 늘어가게 되고 5) 결국 집값을 밀어 올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벌써 수도권 지역에서 갭투자가 시작됐다는 일부 주장도 있습니다. "경기도 남부 지역에 갭투자가 등장했다" "2분기부터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집값을 밀어올릴 만한 분위기는 아니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일단 전세가율(전세 매매 비율, 아래 표)이 갭투기를 부를 만한 수준인 60% 이상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은 데다가 '가파른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한 투자가 나오기에 여전히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이광수|광수네 복덕방 대표 전세 가격이 오를 때 집값을 밀어 올린다는 얘기는 전세 가격이 올라서 전세 매매 비율(전세가율)이 상승하고 그렇게 되면 갭투자가 증가하잖아요. 그렇게 집값이 오른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그 정도 되려면 제가 볼 때 전세 매매 비율이 평균 서울 기준으로 해서 60% 이상은 훨씬 넘어야 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에는 좀 한계가 있는 거고요. 김규정|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 아직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릴 정도의) 불안한 양상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있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집값이 그렇게 많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 가격이 계속 올라가게 되면 본인 투자 부담이 좀 줄어들게 되니까 소위 갭투자 같은 것들을 해볼까 하는 심리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전세 가격 상승이나 전세가율 조정에 따라서 갭투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서 일부에서는 지금도 유의해서 봐야 된다는 지적이 있기는 합니다. 전세가율을 좀 봐야 되는데 지금 서울은 전세가율이 아파트 평균 지표로 봤을 때 60%가 안 되기는 해요. 갭투자를 하기에는, 더군다나 높은 집값을 고려하면 쉽지는 않은 상황이죠. 물론 상대적으로 집값은 계속 정체돼 있고 전세가가 계속 오르게 되고, 전세 찾기도 어렵다고 하면 고려를 해보시는 분들은 생길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갭투자라는 게 결국엔 전세 낀 투자를 해서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어야 활발해지는 투자 방식인데 단기간 서울,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지금의 저점보다 굉장히 빠르게 오를 거라는 기대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당분간 지역에 따라 편차도 있고, 또 상승 동력이 될 만한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전셋값 변수'가 생기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집값 전망을 할 때 고려해야할 요인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엔 '금리'가 부동산 시장의 화두였다면, 하반기엔 '거래량 감소'와 '부동산 PF'가 화두에 추가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여기에 '전셋값'이 덧붙여진 셈입니다. 그래서 전셋값 상승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아래 정리했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의 '전셋값 분석 이야기'입니다. Q. 현재 전세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일단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건데요. 전세 사기 때문에 안전한 주요 주거 지역 아파트 전세를 주로 찾으십니다. 아파트 중심으로 서울 수도권의 전셋값이 연초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권처럼 학군이나 주거 환경이 좋은 곳들의 전세 물건이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고, 또 서울 입주량이 넉넉하지는 않았었잖아요. 그래서 전세 물건이 그렇게 많지 않고, 갱신 계약이 늘어나면서 매물이 나오지 않아서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보자면 42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Q. 서울 전셋값이 오르니까, 인천 경기로 옮긴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전셋값 부담이 커진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좀 높아진 전세 가격을 부담하기는 힘든데, (집을 사기보다는) 아파트 전세를 고집하시는 분들이나 전세 계약이 종료돼서 옮기셔야 되는 분들이 이동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빈 아파트 전세가 있는 경기도나 인천으로 이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쪽의 가격이 좀 저렴한 게 사실입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세 가격이 5억 3천만 원 정도라면 경기나 인천은 각각 3억 초중반, 2억 초중반 이러니까 아무래도 평균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또 경기 인천은 작년에도 대단지 신규 택지 입주 물량들이 좀 있어서 전세 아파트 여유가 있습니다. 서울은 오히려 지금 2+2=4년짜리 갱신 계약을 대부분 쓰고 계시니까 신규 입주 단지가 아니면 새로운 전세 물건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는 편이에요. 서울 강남권 같은 몇몇 지역들은 거래 허가제 때문에 실제 거주를 하셔야 되는 분들이 들어가니까 민간에서 전세를 놓는 물건들이 막 나오고 있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아무래도 기존에 계약하셨던 분들은 2년 끝나고 옮기기보다는 당연히 2년 더 연장해서 이제 거주 안정성을 확보하시려는 경우들이 많다 보니 물량이 적기도 합니다. Q. 전셋값이 올랐다는 건, 많은 분들이 집을 사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겠다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그 부분도 상당 부분 영향이 있죠. 일단은 관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한 4분기, 올해 1분기 적극적으로 매매 거래 주택 구입을 하시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고, 금리가 실제로 내려가더라도 투자금 대비 집값이 막 올라갈 것 같은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수요자들이 아무래도 임차 시장에 조금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싼 매물 중심으로는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량이 조금 늘어나는 모습도 있긴 했지만, 급매물이 아니면 아직은 좀 관망하는 추세입니다. 현재 전세보다는 월세가 조금 더 많기는 해요. '전세 사기'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불안한 분들이 전세 물건보다는 월세 계약을 하시는 비중이 높기는 합니다. 하지만 가격 변동성이 그렇게 크지 않고 깡통 전세 위험이 클 것 같지 않은 주요 지역의 서울 대표적인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전세를 선호하시는 상황입니다. 결국 집값에 대한 투자성 전망을 봤을 때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고, 좀 천천히 가려는 수요자들이 결국 전세 시장의 오름세를 기본적으로 받쳐주고 있는 겁니다. Q. 전셋값이 오르니까 일부에서는 '전세 대란' 걱정도 나오던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근에 서울 전세 가격이 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누적 상승 폭'이 굉장히 과도하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요. 다만 집값이 내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는 올라가는 것들이 다시 집값을 좀 밀어 올리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하나 있고, 또 입주량이 부족하니까, 그런 것들이 전세 불안을 계속 가져오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과거 전셋값이 크게 올라 큰 문제가 됐던 때에는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제도 변화, 예를 들어 임대차 3법 도입같은 전세 가격 변동이나 수급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의 변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Q. 말씀해주신대로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았죠? 아직 그 정도의 불안한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주고 있지는 않아요. 보통 집값이 많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 가격이 계속 올라가게 되면 본인 투자 부담이 좀 줄어들게 되니까 소위 갭투자 같은 것들을 해볼까 하는 심리들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거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전세 가격 상승이나 전세가율 조정에 따라서 갭투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서 일부에서는 3월 현재도 갭투자가 조금 생기지 않을지 유의해서 봐야 된다라는 지적도 이미 나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가율이 서울의 경우 아파트 평균 지표로 봤을 때 60%가 안 됩니다. 한 57~58% 정도 됩니다. (아직 크게 높지 않은 전세가율과) 갭투자를 하기에는 비싼 집값까지 고려하면 (갭투자가 늘기에는) 쉽지는 않은 상황이죠. 동시에 갭투자라는 게 결국엔 '전세 낀 투자를 해서 집값이 오른다'라는 기대가 있어야 활발해지는 투자 방식인데 단기간 서울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지금 저점보다 굉장히 빠르게 오를 거다라는 기대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이런 정황들을 고려하면 갭투자 위험성이나 이런 것들이 많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 20대, 30대까지 저금리 갭투자에 '영끌 투자'를 했다가 이자 부담에 굉장히 고통을 받고 있는 부분들도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무리한 투자가 그렇게 바로 활발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Q. 그렇다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언제까지 오를까요? 보통 아파트 입주 물량들이 늘어나면 달라질 텐데, 올해까지도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그렇게 여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올해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새로 전세가 나올 만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얼마나 되냐가 중요할 텐데 서울 같은 경우에 아파트 입주량 통계가 발표하는 곳마다 차이가 많이 나긴 해요. 민간 부동산 업체에서는 강동구 둔촌주공을 포함해 2만 5천 정도라고 발표를 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는 또 3만 8천 정도가 입주를 한다고 발표를 하고 있거든요. 서울시 통계에는 일반 아파트 외에도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든가 입주가 예상되는 공공 임대 물량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둔촌주공까지 앞당겨서 입주를 한다고 해도 한 2만 5천 정도면 물량이 전년보다 넉넉하게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집값하고는 온도 차를 보이면서 오를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Epilogue. 집값 바닥? "전셋값도 지켜보세요"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의 설명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전세를 선택하고 있는데, 계약 갱신 증가와 공급 부족, 그리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표 주거지 전세 물량의 제한 등의 이유로 전세 물량이 부족해 전셋값이 제법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2)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덜 올랐고, 전셋집 물량이 많고, 전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경기, 인천까지 수요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3) 전셋값이 많이 오를 경우 갭투자를 자극해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아직 그럴 만한 수준까지 오르지 않았습니다. (보통 전세가율이 60% 선을 기준으로 보는데 아직 그 수준은 아닙니다) 또 대출 규제 강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금리, 부진한 경제 상황 등 집값이 단기에 오를 경제적인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전셋값 상승이 집값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집값의 단기 바닥에서 내 집 마련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하반기 금리 인하 속도와 폭', '거래량의 의미 있는 증가' 같은 주요 변수들과 함께 '전셋값 상승 추세가 얼마나 가파른지'도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일부 인기 있는 지역이나 특정 아파트의 경우,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일부 자산가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투자를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서 투자 수요가 조금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습니다. '집값 양극화 경향'이 더 강해지면서 소위 똘똘한 한 채가 될 만한 지역의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는 전제 하에 서울은 올해 2~3분기가 '단기' 바닥을 형성하는 시점이 아닐까라고 보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변수가 많아지는 만큼, '집값 전망을 위한 데이터 분석'이 점점 정교해지고 복잡해져야 하는 시대임에 틀림없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 디자인 : 권민재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자입니다. 요즘 트럼프 전 대통령 기사가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 화석 연료의 귀환 = 친환경 에너지의 추락’이라는 주장이 많이 눈에 띕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그렇게 될까요? 이미 엄청난 셰일가스를 뽑아내면서 ‘원유 생산량 1위’ 를 다투고 있는 미국이 더 많은 기름을 뽑아내게 되고, ’지구를 지키자’는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게 되고, 또 미국 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친환경 발전 지원을 그만두는 일이 생기게 될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에너지 전문가들과 그 답을 찾아봤습니다. 트럼프의 Agenda 47 “값싼 에너지” 답을 찾기 위해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Agenda 47’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Agenda 47은 이번 미국 대선이 ‘47대 대통령 선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에서 붙인 ‘공약 리스트’ 이름입니다. 그의 선거운동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Agenda 47’ 파트에는 에너지와 관련해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다시 이루겠다” 무슨 얘기들이 담겨있을까요? 세부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1. (바이든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한 것은 미국에 불리합니다. 석유, 가스, 석탄 생산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파리기후협정에서 다시 탈퇴하겠습니다. 2. (친환경 정책으로)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심화했습니다. 3.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로 중국만 혜택을 입었습니다. 4. 정유시설, 파이프라인, 발전소를 건설해 값싼 전기를 만들겠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다시 아주 값싼 에너지를 갖게 될 것입니다. (We are going to have very inexpensive energy again.)” 최준영 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전력 요금이 저렴한 나라로 만들겠다"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어젠다 47이라는 공약 리스트에 올라와 있어요. 어떤 수단을 쓰든지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핵심적인 게 낮은 에너지 가격을 갖추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값 싼 에너지 ’란 어떤 의미일까요? 얼핏 생산 비용이 비싼 ‘친환경 발전’을 그만두고,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 같은 비용 낮은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정책을 펴겠구나라는 생각부 터 듭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태 양광 발전 밀어주는 (바이든 정부의) IRA가 중국 배만 불리고 있다” 라며 맹렬히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태양광 산업 통계를 살펴보면, 글로벌 태양광 제품 생산의 7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특히 미국에서 소비되는 모듈의 10%만을 미국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렇게 되지는 않을 것” 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남부나 서부 일부 지역의 경우,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만드는 것이 더 값이 싼 지역이 있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이곳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하는 ‘값싼 에너지’는 곧 태양광이나 풍력이 됩니다. 최준영 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텍사스는 좌파 싫어하고 재생에너지 거부하고 이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태양광 패널 깔아놓고 그 위에 풍력발전기 돌리면 바람 잘 불고 햇빛 잘 내려쬐는 동네입니다. 전기요금 한 푼도 안 내고 내 집에서 쓸 수 있고, 내 조그마한 사업장에서 돌리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거 왜 안 씁니까? (트럼프 전 대통령도) 억지로 쓰지 말라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어떻게 이해하는 게 좋을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 “화석연료 밀어주고, 친환경 에너지 밀어낸다”라고 2분법적으로 추정하는 건 제법 가능성 높은 전망이지만, 꼭 그의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제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산유국의 위엄.. 화석연료 맘껏 뽑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를 다니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원유 시추나 파이프라인 허가를 내주지 않아 에너지 가격이 비싸졌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의 후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어가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 초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 내에서 3건의 시추허가를 내준 적이 있기는 합니다.) 누구 주장이 맞느냐를 떠나, 이런 논쟁만으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화석연료가 각광을 받을 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어젠다로 에너지를 얘기하고 있고, 그 어젠다 안에는 ‘미국 내에 있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겠다’ ‘특히 천연가스는 많이 사용하겠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미국 내에 있는 석유 자원과 천연가스 자원을 다 사용할 겁니다. 이미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1) 셰일가스 채취 기술 발전 2) 인플레이션 조절을 위한 생산량 증가 정책 등으로 인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 EIA(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美 에너지관리청)의 ‘주간 보고서’는 지난달 “1월 둘째 주 생산량이 하루 1,330만 배럴로 주간 기준 역대 최대량을 기록했고, 향후 2년간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이런 방향성은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산업 확대를 통해 ‘일자리도 더 만들 수 있다’는 공약까지 내걸었습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공공택지에서도 석유나 천연가스 시추가 가능해지고 그걸 가지고 이제 돈 버는 기업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고, 파이프라인도 새로 연결하고 이송하는 배송관들을 다 다시 설치할 거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생산을 하게 될 겁니다. 파리기후협약 탈퇴.. 바이든 되돌리기 파리 기후 협약 탈퇴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기간에도 기후 변화 대책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부 교수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사람이고요. 자기가 당선이 됐을 때 파리 협약을 가장 먼저 탈퇴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 공약의) 첫 번째 어젠다가 파리 협약 탈퇴와 더불어 미국의 가장 값싼 전력과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세계 최강 미국이 친환경 정책보다는 ‘값 싼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석유 및 천연가스 증산이 계속될 경우 “선진국, 너희들은 예전에 다 경제개발 하면서 지구 오염시켜 놓고 왜 우리만 괴롭히느냐”며 ‘각종 환경 규제’에 불만을 품어온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들도 화석 연료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부 교수 바이든 정부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요, 그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 하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걸 다 하게 되면 결국에는 석유나 천연가스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또 다른 트렌드가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 앞장서서 (석유 생산을 늘리면) 결국 전 세계에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게 됩니다. 그러면 사용자가 늘게 될 겁니다. 그랬을 때 친환경 산업은 더욱더 성장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원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화석연료에 이렇게 집중하는 건, 생산 단가가 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원전도 도입하지 않을까”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예전 트럼프 정부 당시 원자력 정책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로 가보겠습니다. 1979년 미국에서는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가 온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당시 가동을 시작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원자로에서 냉각장치 이상으로 온도가 5천도까지 올라가는 일이 발생합니다. 연료봉이 녹아내리고, 건물 내 방사능 수치가 정상치보다 1,000배까지 올라가고, 5단계의 안전장치 중에 4단계까지 뚫리면서 비상이 걸리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당시 인근 주민 10만명이 동시에 대피하면서 주변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다행히 방사능 노출 수준이 크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게 된 배경이 됐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달랐습니다. 그는 취임 첫해였던 2017년부터 '원전 부활'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34년만에 원전 2기가 완성되는데 자금을 지원합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예전 트럼프 정부에서는 원전에 대한 연구 개발 비용을 가장 많이 늘렸습니다. 당시에도 친환경에 대한 이슈가 없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친환경보다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욕구가 훨씬 많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더라도 당장 미국 에너지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입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제약도 많다는 점 때문입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원전이라는 것이 건설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자금 펀딩, 발전 설비 구축, 원료 농축 및 폐기물 처리까지 복잡한 과정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 미국의 에너지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준영 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원자력에 대해서 막 이게 미래다라고 말을 못 하는 이유는 미국 역시 이제 사용 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라는 숙제는 아직까지 해결을 못하고 있거든요. 또 원자력이라는 것은 금방 뚝딱뚝딱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밸류체인이 다 붕괴돼 있어요. 기존의 경수로 대형 원전을 만약에 미국에서 다시 한다라고 그랬을 때 미국 스스로 그거를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일부 지역에서 이제 몇 기의 원자력 발전소들이 등장할 것 같고요. 그다음에 SMR(소형 모듈 원전)이라든지 새로운 기술 발전을 통한 다른 유형의 원자력 발전을 추구할 것 같습니다. 값비싼 친환경 발전은 끝? 화석연료 띄우고, 원전도 마다하지 않는다면 '생산 비용이 비싼 에너지'라고 평가되는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경우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 특히 태양광을 지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IRA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왔습니다. 태양광 패널 및 관련 부품, 배터리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IRA를 통한 미국 정부의 지원금이 사실상 중국 기업들에게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친환경 에너지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조 달러 상당의 ‘ 인프라 정책’ 을 발표했던 2017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오바마 정부가 중단시켰던 송유관 건설부터 승인을 해줍니다. 이어 북극해에서의 석유, 천연가스 시추를 영구 금지했던 오바마 정부 당시의 법안도 무효화합니다.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화 석연료의 부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그랬던 그가 50개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 정책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내용이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예상대로 석유, 천연가스 관련 투자가 적지 않았지만, 의외로 친환경 사업에 대한 지원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완전히 지울 거라는 예상을 뒤집은 겁니다. 눈길을 끌었던 건, 와이오밍과 오클라호마의 풍력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건설에 대한 투자들,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와 관련된 6개의 프로젝트 등이었는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프로젝트들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경제성이 있거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면 밀어줬다"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최준영 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미국 같은 경우는 이미 태양광 같은 경우가 석탄 발전소보다 더 싸게 지금 발전을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억지로 재생에너지를 막 밀어 넣지는 않겠습니다만, 태양빛이 좋고 땅값이 저렴한 네바다라든지 애리조나라든지, 이런 지역에서 하겠다라는 거는 알아서 하라고 할 것이고, 다만 굳이 바이든 행정부처럼 여러 가지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노력은 안 할 겁니다. 트럼프의 ‘값싼 에너지 원칙’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올 경우 에너지 정책이 어디로 갈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저렴한 생산비용을 맞춰줄 수 있는 '화석 연료'에 대한 지원은 계속 될 것이다. 2) 원자력 발전의 경우 발전소 건설이 당장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이에 대한 투자는 늘어날 수 있다. 옛 재임 시절 원자력을 밀어주려 했다. 3) 애리조나의 태양광 산업처럼 생산 단가가 저렴해졌거나 대형 토목 공사가 수반돼 일자리 창출 능력이 좋은 친환경 산업은 밀어줄 수 있다. 4) 다만 중국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특정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원 축소는 불가피하다. ‘실용주의’(혹은 불확실성)로 설명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특성상, 무슨 좌파우파 같은 개념보다는 1) 값싼 에너지 2) 탈(脫)바이든 2) 반(反)중국 같은 대원칙이 그때그때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최준영 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은 말로는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만, 실제로 모든 것을 때려잡고 가겠다라는 것보다는 ‘저렴한 에너지’를 위해서 각종 규제를 풀겠다는 겁니다. 굳이 뭔가를 억지로 키우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트럼프의 이런 정책 방향이, ‘친환경도 한다. 안 한다’라는 논란을 떠나 결과적으로 유가를 떨어뜨리게 되고, 결국 전 세계가 ‘값이 싼 석유 에너지’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가져올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값비싼 비용을 부담해 가며 ‘친환경’으로 옮겨가던 어려운 걸음걸음들이 다시 뒤로 돌아오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따라 오는 겁니다. 2024년 11월 미국 대선. 미국 국민들 뿐 아니라 전 지구인 모두가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큰 행사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 디자인 : 권민재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잡니다. 오늘 준비한 일본 투자 이야기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에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단타’를 잘 하지 않습니다. ‘장기 보유’를 즐기는데, 그가 좋아하는 주식인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은 보유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 그가 ‘단타’를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세계 반도체 1위 타이완의 TSMC 주식을 샀다가 그 대부분을 한 분기 만에 다시 팔고, 바로 이어서 일본의 5대 무역상사(마루베니, 스미모토, 미쓰비시, 이토추, 미쓰이)를 샀습니다. 그는 당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TSMC 단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더 나은 투자처가 있었다”라며 (타이완의) 지정학적인 긴장감을 고려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모양새가 ‘타이완’을 팔고 ‘일본’을 산 격이 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미중 갈등 때문에 일본이 덕을 볼 수도 있구나’라며 해프닝처럼 넘어갈 것 같던 이 움직임이 최근 대세가 되면서 ‘일본에 몰리는 돈’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투자금의 일본행’ 이유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리했습니다. 중국에서 나와 일본에 간다? 일본에 돈이 몰리는 ‘지정학적인 이유’를 미중 갈등에서 찾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미중 갈등 때문에 돈이 중국에서 빠져나와 일본으로 간다”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여전히 2가지의 의문점을 남습니다. 하나는 “왜 일본으로만 가고 한국으로 오지 않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공학적 문제긴 하지만- “중국은 MSCI 분류상 신흥국이고, 일본은 MSCI 분류상 선진국인데 포트폴리오에 맞춰 움직이는 큰 손들이 그 경계를 쉽게 넘나들지 않는다. 차라리 중국 빠져나온 돈이 (같은 신흥국인) 인도 간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입니다. 먼저 첫 의문점인 “왜 일본에만 가고 한국에는 오지 않을까”에 대한 지정학적인 해석부터 정리했습니다. 한국‧타이완, 미중 갈등의 최전선 우선 현재 동북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의 모습을 전 세계로 확대해 ‘큰 그림’으로 보겠습니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미국, EU 중심의 ‘글로벌 웨스트(Global West)’와 중국, 러시아 중심의 ‘글로벌 이스트(Global East)’의 대결이 진행 중입니다. ‘신냉전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쟁’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중남미나 중동에서 리튬이나 석유 같은 주요 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경제 분쟁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각종 무력 충돌에도 ‘블록(Block) 간의 대결’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그렇다면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동북아에서는 이런 식의 충돌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타이완 해협입니다. 최근 친미 민진당이 친중 국민당을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이기면서 타이완 해협의 충돌 가능성은 한결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럴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타이완 해협’ 봉쇄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타이완 해협 전쟁 시 한국 GDP의 23%가 날아간다고 계산했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의 설명입니다. 김현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만약 타이완 사태가 일어나면 미중의 전선이 타이완하고 한반도에 형성됩니다. 이건 뭐냐 하면은 미중갈등에서의 최전선은 타이완 하고 한국이에요. 그러면 최전선의 긴장관계가 일어나면 이 두 지역의 경제가 엄청난 충격을 받는 거는 너무나 당연하고 또 한국 GDP의 4분의 1 가량이 날아간다는 거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꼭 타이완 해협에서 충돌이 없더라도, 북한의 도발을 제외하더라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세계 주요 언론들이 꼽는 대표적인 ‘경제적, 군사적 분쟁 가능 지역’입니다. 김현철 교수|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한국 정부가 2022년에 인도 태평양 전략에 가입하기 시작했고요. 작년에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통해 완전히 미국하고 일본 편에 섰습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글로벌 웨스트(Global West)를 선택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글로벌 웨스트를 선택하더라도 글로벌 이스트나 글로벌 사우스하고도 잘해야 되는데 글로벌 이스트의 핵심 국가인 중국에 대해서는 ‘탈중국 선언’을 해버린 겁니다. ... 한반도도 지금 최전선에 들어가 버렸어요. 우리가 글로벌 웨스트를 선택하는 바람에 한국도 최전선에 들어가 버렸어요.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타이완과 한국이 미중갈등의 최전선이 되면서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생겼고, 2) 그런 가능성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들의 성향으로 두 나라에게는 경제적 디스카운트가 발생했습니다. 일본의 후방 병참기지론 반면에 일본은 어떨까요? 1950년대 6.25 전쟁 때로 잠깐 돌아가보겠습니다. 당시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의 경제는 엉망이었습니다. 패전국들이 응당 그렇듯 일자리가 없었고, 물자는 부족했고, 인플레이션도 엄청났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초긴축정책’을 펴면서 경제는 더 엉망이었습니다. “패전국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못하게 중공업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승전국 미국의 경제 정책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평화로운 낙농국가’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1950년 6.25 전쟁이 터집니다. 미국은 당장 전쟁 물자를 생산할 기지가 필요해졌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당장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지정학적으로 가깝고, 후방에 있고, 전쟁무기 만들던 공장이 남아있던 일본을 ‘병참기지’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승전국 미국이 전쟁에서 이긴 지 몇 년 만에 원수 같던 패전국 일본을 지원해야 하는 묘한 상황이 된 겁니다. 미국식 대량생산 체제가 일본 공장에 속속 도입되면서 전쟁 관련 군수품 생산 공장이 일본 내에만 860곳까지 늘어났습니다. 일본 외무성 통계에 따르면 1950년~1953년 일본이 한국 전쟁과 관련된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매년 10% 이상씩 늘었습니다. 당시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는 6.25전쟁이 시작되자 “하늘과 신이 일본을 돕는다”라고 말했다는데,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그렇게 됐습니다. 초라한 패전국에서 6.25전쟁을 발판으로 ‘경제 대국’이 된 일본의 그 이후 얘기는 모두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다시 2024년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웨스트(Global West)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이스트(Global East)의 또 다른 전쟁이 동북아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최전선은, 그게 타이완이든 한국이든, 다시 일본의 앞쪽이 됐습니다. 일본의 보수 세력이 원하는 ‘기지국가론’이 6.25 전쟁 이후 또다시 등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상황이 한국을 '최전선'으로 묶어 놓고 일본을 병참기지로 만들어야 잘 산다는 일본 보수 우익의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겁니다. 김현철 교수의 저서 ‘일본이 온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기지국가론은, 한반도를 전쟁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가능한 상태인 전장(戰場) 국가로 묶어 두고 일본은 그 후방의 기지(基地) 국가로 자리매김하자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일본의 안보도 확보하고 경제적 이익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 ‘일본이 온다’(김현철 著) 실제로 2024년 최고 화두가 된 미중갈등으로 인해 일본이 다시 ‘병참기지’로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금 환경이 1950년대와 다른 점이 많다고 해도 ‘고령화로 시들해진 일본 경제’에는 분명히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일본에 몰리는 해외 자본과 이에 따른 주가 폭등이 이런 증거로 거론됩니다. 간단히 ‘재팬 프리미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재팬 프리미엄’ 이미 시작됐다? 아직까지 벌어지지 않은 전쟁을 가지고 경제적 효과를 상정하는 논리들에 대해 ‘과도하다’는 비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만약에 만약을 더한 가정’ 아니냐는 반론입니다. 하지만 큰돈을 굴려야 하는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관리’라는 이름으로, ‘만약에 만약’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워런 버핏의 ‘TSMC 단타 사건’ 역시 그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전선인 타이완 주식을 팔고, 후방 병참기지인 일본 주식을 산 것인데, 특히 ‘병참기지 일본’이라는 역할에 딱 맞는 일본 5대 무역상사(병참 부대처럼 각종 자원 조달을 주로 하는 ‘국제적인 도매상’ 성격이 강합니다)를 산 것도 그렇게 봐야 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김현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워런 버핏이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어요. TSMC에 투자한 주식을 다 빼가지고 일본의 종합상사 주식에 엄청난 투자를 했거든요. 왜냐하면 TSMC는 앞으로 지정학적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로서 TSMC 주식을 팔았던 거죠. 그런데 일본에서 왜 종합상사 주식을 왕창 샀냐 하면, 종합상사라고 하는 거는 병참 회사예요. 그래서 종합상사 주식을 왕창 사니깐 버핏은 엄청나게 큰돈을 벌었고 일본 주가도 거기에 편승해서 엄청나게 올랐죠. 일본이 이미 누리기 시작했다는 ‘재팬 프리미엄’이라는 지정학적 수혜는 ‘주가 상승’이나 ‘투자자금 쇄도’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잇따르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반도체 공장 일본 건설’ 붐도 지정학적 수혜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타이완의 세계 1위 반도체 회사 TSMC가 구마모토에, 미국의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이 히로시마에, 그리고 삼성전자가 요코하마에 각각 공장이나 연구소를 세웠거나 세울 예정입니다. 염승환 이사|이베스트투자증권 일본은 안보 면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잖아요. 또 미국과도 굉장히 친한 편이니까, 여기다 반도체 공장 지으면 전쟁 날까? 일본에서 전쟁 안 날 것 같다. 마이크론도 일본의 첨단 반도체 공장 짓기로 했고 TSMC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일본 반도체 소부장이 상당히 많잖아요. 그 기업들이 ‘낙수 효과’를 받아버리는 거죠. 미중 갈등이 오히려 일본한테 반사이익이 되는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게 맞물리면서 일본 주가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중 갈등이 ‘동북아의 경제적, 정치적 지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한국과 타이완에겐 악영향(코리아 디스카운트)을, 일본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재팬 프리미엄)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김현철 교수|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일본의 지정학적 위치는 최전선이 아니에요. 일본은 타이완하고 떨어져 있고요, 한반도 하고도 떨어져 있는 ‘후방 병참국가’입니다. 그래서 전선의 긴장관계가 형성이 되면 타이완하고 한국은 엄청난 디스카운트를 당하지만, 의외로 일본에서는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 있어요. 지금도 사실은 타이완이나 한반도에는 경제적 디스카운트가 발생되고 일본 경제는 지금 경제적 프리미엄을 일부 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주가가 아주 좋고 부동산 투자가 몰려들고 하는 게 일본은 병참 국가로서의 프리미엄을 일부 누리고 있는 거고요. 한국하고 타이완의 주가가 빠지는 거는 이 전선에서 일부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있는 거거든요. 일본에 몰린 돈은 중국에서 탈출한 돈? ‘미중 갈등의 파편’을 맞기 싫어 중국을 탈출한 큰 손들의 돈이 왜 일본으로만 몰리고 있느냐는 두 번째 의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어느 나라에서 나온 돈이 어디로 갔는지에 관한 통계는 없습니다. 당연히 중국에서 나온 돈이 일본으로 갔다는 정확한 통계도 없습니다. 외려 MSCI 내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의 돈이 MSCI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으로 가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큰 손들의 자금은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렇게 분류를 넘나드는 식의 자금 이동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 이후 중국에서 많은 돈이 빠져나온 것도 사실이고, 일본에 돈이 몰린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하는 게 큰 무리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염승환 이사|이베스트투자증권 MSCI 이머징 마켓이라 그러죠. 신흥국에서 중국 비중이 21년도가 35%였거든요. 지금 얼마냐면 26.5%예요. 10% 비중이 3년 만에 없어져버린 거죠. 그 얘기는 뭐냐하면 돈 계속 빼고 있는 거죠. 결국 미중 갈등에 의해서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돈을 빼서 일본하고 아마 인도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박소연 이사|신영증권 일본 투자에 가장 쉬운 방법은 주식일 거고요.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제 중국을 팔고, 일본으로 오고 있죠. 그런데 일본은 MSCI 선진국이고, 중국과 한국은 MSCI 신흥국으로 분류가 됩니다. 신흥국을 팔고, 선진국으로 넘어오는 자산 배분 결정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 증시가 오르는 이유가 “중국 주식 팔고 넘어온다”라는 게 100%는 아닐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으로 가지 않는 신규 자금들이 미국으로 갔다가, 이제 미국도 굉장히 비싸졌으니까 일본으로 가는 정도의 자산 배분은 분명히 있는 것이죠. 일본 주가 오른 이유들...더 오를까? 최근 일본 증시 상승의 이유를 찾을 때 또 거론되는 건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책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이 정책을 따라하면서 제법 많이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특히 20~30대의 주식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기업들에게, 특히 PBR이 1이 안 되는 주식 가치를 가진 기업들에게 주가를 관리하라는 특명도 내렸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강제적 특명입니다. 일본 주가 상승은, 지정학적 수혜에 일본 정부의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한 가지 이유가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일본 증시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은 '부양 효과'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을 거라는 쪽이 다소 많습니다. 염승환 이사|이베스트투자증권 일본 정부가 주식 쪽으로 개인 투자를 유도하려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ISA 계좌처럼 거기도 NISA계좌가 있는데, 비과세 한도를 무제한으로 해가지고 증시 부양하겠다는 건데, 개인 투자자들 들어오라는 얘기죠. 일본의 새 수급 주체가 생겨버리잖아요. 단순히 그냥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과 일본의 주가 흐름은 조금 이어지지 않을까? 박소연 이사|신영증권 기시다 내각이 기본적으로 지지율이 좋지가 않아서 계속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가 부양) 조치들이 더 강하게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요. 100%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부양책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등락은 있겠지만, 우상향하는 트렌드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게다가 일본 경제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낮은 금리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의 발걸음이 가볍고, 특히 관광업을 중심으로 한 소비 파트 쪽 상황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박수현 팀장|KB증권 아시아시장팀 금리가 낮으니까 기업들이 자금 조달하기 좋은 환경이라 실적도 좋습니다. 골디락스라는 얘기도 나오고요. 특히 소비 쪽이 좋습니다. 10년 동안 눌려 있던 소비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도체 공장도 들어오면서 일자리도 늘었고요. 아직 완성이 안 되기는 했지만, 주가는 기대감으로 가기 때문에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봐야 하고요. 그렇다고 일본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경제가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건 분명히 아닙니다. 일본 경제는 ‘고령화 나라’라는 한계를 갖고 있고 분명히 경제가 나쁘지 않다는 것뿐이지 평균연령이 젊거나 인구가 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처럼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일본 주가는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이 올라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또 기업에 유리한 낮은 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2024년 일본이 지정학적 입장이나 금융공학적 입장에서 ‘재팬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게 일본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보증수표는 아닙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 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지 피해가 전혀 없다는 뜻도 아니니까요. 다만 일본 경제와 일본 주가는 동북아의 위태로운 정세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하고 있고, 상태도 상대적으로 상황이 덜 나쁘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 디자인 : 권민재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잡니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매달 첫날 ‘서울 아파트 거래량 집계’를 눈여겨보실 겁니다. 지난 1월 31일 기준으로는 ‘2023년 12월’ 아파트 거래량까지 통계가 나왔습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3년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82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두 달 연속 1800대 수준(파란 원)입니다. 가격이 급락하던 2022년 하반기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난여름 4,000건에 육박하던 때(붉은 원)에 비하면 거래량이 반토막 났습니다. 거의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다시 돌아온 거래절벽’이라는 표현이 1년 만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집값도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일, 한국 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해 “매매가가 10주째 하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전주 대비 0.06% 하락하면서 지난주에 비해 낙폭이 커졌습니다. 한마디로 요즘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 내려가고, 집값 빠지는 상황’인 겁니다. 오늘은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집값 전망’을 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거래량 지표’가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어떻게 읽어야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또 이 거래량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2024년 내 집 마련 조언도 함께 묶었습니다. 1. 2023년 추석... 집값 하락과 거래량의 교훈 ‘집값이 10주째 하락하고 있다’는 며칠 전 한국 부동산원 통계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통계를 역산해 보면, 지난해 상반기에 살짝 반등하던 전국의 집값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 게 대략 11월 중순 어느 때쯤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장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얘기는 그 한 달 전부터 나왔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지난해 추석 직후, 그러니까 10월 초중순부터 이구동성 “갑자기 거래가 뚝 끊겼다”는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2023년 10월 19일 채상욱 대표의 방송 제목이 ‘묘해지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였습니다. 정리해보면 집값 반전이 통계에 잡힌 건 11월,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기 시작한 건 그 한 달쯤 전인 10월이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당시 거래량 그래프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었을까요?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입니다. 거래량이 10월로 접어들면서 크게 떨어집니다. 집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 없고, 중개사사무실에 문의도 뜸해지고, 그래서 집값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조용히 돌기 시작할 때가 10월이라고 보면, 거래량 표에는 그런 모습이 확연히 반영이 돼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거래량 표를 가지고 집값을 남들보다 먼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현행법상 계약 체결하고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최종 집계가 나오는 데에는 한 달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거래량을 잘 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집값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지금 부동산 시장이 어디를 지나고 있는가?” 즉 상승기인지 하락기인지를 가늠해 보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 거래량, 굉장히 중요한 데이터죠. 제가 항상 말씀드리는 데이터이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이상은 대세 상승이 나타나기가 힘든데요. 집값 전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수요인데, 이 수요가 결국 거래량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장 분위기를 파악해 ‘완전한 찐바닥’보다는 ‘바닥 주변’을 찾는 방법으로 쓸 때 유용한 지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로 내 집 마련을 위해 ‘완전 바닥’보다 ‘무릎 밑에서 발목 사이’를 찾는 현실적인 분들에게는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쉽게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 입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 내 집 마련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구매 의사 결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적정한 무릎 밑에서 하는 게 좋고요. 이제는 싸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런 기회가 (일부 지역의 경우) 2024년 어느 즈음부터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지역들이 많지만, 이런 지역들이 (추가) 하락하게 되면 아마 무릎 밑에 그리고 허리 밑으로 떨어지는 곳이 생길 겁니다. 2. 2024? 2025?... 집값 바닥과 거래량 그렇다면 지난 2023년 추석 때와 반대로 집값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다시 오르기 시작할 때 거래량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 내 집 마련을 위한 적기라고 할 수 있겠죠)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집값 바닥이 가까워 올 때 거래량이 반응을 하는데, 거래량이 1) 6개월 이상 꾸준히 상승하고, 2) 장기 평균인 5,000~6,000건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겁니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의 경우도 이런 의견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내 집 마련을 하기 좋은 때’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늘 ‘매물과 거래량’의 추세를 놓고 답변을 합니다. 2024년 부동산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2024년 하반기나 2025년에는 ‘가격 떨어진 매물이 많아지고 거래량이 늘어날 때’ 내 집 마련을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올해는 값이 떨어진 물건이 많아지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팔아야 되니까 가격을 내린 매물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반등하려면) 그 시점에서 과연 수요가 들어오느냐 그게 관건입니다. 수요가 들어오면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겠죠. 물론 (집값이 떨어진 매물이 많은) 그런 상황에서도 거래량이 더 줄어드는 상황도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제가 예측하는 건, 일단 상반기에는 거래가 안 되면서 매물의 양은 더 증가하는 상황. 근데 하반기로 갈수록 가격이 좀 떨어지면 이제 수요가 들어와서 거래량이 좀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예상을 좀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전망대로 2024년 2월 현재 ’매물 늘고 거래량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물 통계를 잠깐 보자면, 1년 전 5만 건 내외 였던 매물 수가 현재 7만건에서 8만건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론 바닥을 찾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측면의 다양한 지표들, 정부의 금융 및 부동산 정책 방향과 실제 대출 금리 움직임, 세계와 국내 경제상황까지 거의 모든 지표들을 봐야합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표현 그대로 ‘거래량'이 추세적으로 회복하면 내 집 마련의 좋은 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진짜로 무주택자분들은 많이 기다리셨잖아요. 그게 2024년이 될지 2025년이 될지는 변화를 봐야 되는데, 가장 중요한 시장의 변화는 가격이 떨어졌을 때, 제가 계속 강조하지만, 거래량이 추세적으로 회복한다. 그러면 이 기간, 가격이 저점인 때에 내가 집 사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 올 것 같습니다. 그런 시점이 오면 내가 사고 싶으신 아파트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그 리스트 중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떨어진 걸 사는 겁니다. 그게 안전한 거예요. 3. 지난 여름의 교훈들...거래량 논란 하지만 ‘6개월 이상 거래량 증가’만 보고 집값 상승의 신호로 받아들일 경우 그 예측은 언제든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지난 여름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집값 경착륙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밀어주면서 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정부 정책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집값 대세 상승에 접어들었다” “집값이 바닥이다”라는 판단을 쉽게 내려서는 안된다는 게 박은정 감정평가사의 설명입니다. 박은정 감정평가사 올해에도 거래량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인위적인 부양을 통해서 거래가 살아나는 걸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또다시 서서히 거래가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나면 그게 이제 ‘시장의 회복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 내 집 마련에 대해서 고민해 보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격을 어떤 내 집 마련을 하는 데 있어서 가격적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두 번째 주의점 역시 ‘지난해 여름의 또 다른 교훈’입니다. 당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월에는 1천 건이었는데, 6월에는 3천 건이 됐다. 3배 늘었다”면서 ‘대세 상승’을 말하는 보도가 연달아 나왔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생각해 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장기 평균이 5,000건에서 6,000건 사이이고, 집값이 한창 오르던 시기에는 평균 1만 건을 넘었습니다. 단순히 ‘3천 건, 3배’라는 걸로 상승을 말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가 180만 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채상욱 대표의 말입니다. 채상욱 채부심 대표 평년 기준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겁니다. 서울에서 월에 3천 건이 거래된다 하더라도 1년에 4만 호가 안 되잖아요. 서울의 아파트는 180만 채 있거든요. 본인이 아파트를 파시려면 45년 기다려야 돼요. 그러니까 1년에 10만 호 정도 아파트가 팔리던 시대와 지금 1년에 4만 호도 안 팔리는 매매 거래량의 시대는 어마어마한 회전율의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1천 건대에서 2천 건 3천 건대로 올라왔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4. 맺음말...바닥과 거래량 한국 경제 상황이나 고금리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특히 총선 전까지는 거래량이 급증할 상황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물론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이나 2030을 위한 각종 금리 낮추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경착륙을 막기 위한 것일 뿐 ‘집값 바닥’을 만들고 집값을 올릴 요인은 아니라고 보는 겁니다. 올해 부동산 전망에는 ‘약보합’이 가장 많지만, 올해 하반기 가격이 제법 떨어지면서 바닥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최근에 늘고 있습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 이런 대세 하락장 이후에 대세 상승장이 나타나려면 실수요가 아니라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이 나와야 돼요. 그리고 실제로 이런 것들은 2012년, 13년에도 똑같이 나타났던 패턴이고요. 지금 정책들은 어떤 정책들이죠? 실수요만 자극하는 정책들이죠. 그리고 또 2030 세대 위주로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거래량이 많이 나타나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하락이 여기서 훨씬 더 길어지고 하락의 폭이 더 커지잖아요. 그러면 진짜 큰일 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최대한 꺼내려고 하지 않았던 정책들, 바로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그 카드를 꺼내게 될 거예요. 취득세, 보유세 같은 것들도 풀어야 투자 수요가 들어올 거예요. 그러면서 거래량이 2013년처럼 늘고 2014, 2015년에 대세 상승장이 나타났던 것처럼 그 이후 대세 상승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뿐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이 말하는 거의 모든 ‘바닥론’에는 ‘가격이 조금 더 내려가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거래량 지표라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수요, 공급, 정책 변화에 의해 가격이 움직일 때 이를 종합해서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광수 대표의 ‘가격이 떨어진 매물 증가할 때’, 김기원 대표의 ‘시장에 비관론이 팽배할 때’라는 표현은 모두 그런 상황을 전제로 했다고 봐야 합니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저는 좋은 시장이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격 하락 폭이 큰 게 아니라 가격이 떨어진 물건이 많아질 거예요. 여기서 잘 선택하는 거죠.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진짜로 많은 무주택자분들은 오래 기다리셨잖아요. (2024년은) 좀 의미 있게, 과거하고 다른 변화들이 일어나거든요. 그런 변화를 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 시장은 엄청난 비관론에 휩싸일 겁니다. 2020년, 2021년 그 비쌌던 그 고평가된 시기에도 내 집 마련을 그냥 하신 분들이 너무 많으셨는데, 이제 데이터로 봤을 때 좋은 시기가 머지않아 옵니다. 아무리 시장에 비관론이 넘쳐도 그때는 편안하게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 집 마련을 하셨으면 좋습니다. 당연히 집값이 더 떨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두 분의 대표 외에도 전문가들에게 ‘내 집 마련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면 대부분 ‘통계들을 지켜보면서 준비는 해야 하지만, 올 상반기에 급하게 서두르지 마라’는 쪽의 의견이 많습니다. 특히 현재 시장 상황이 큰 변화 없이 계속된다면 비싸게 받으려는 매도자와 싸게 사려는 매수자의 줄다리기에서 시간은 ‘매수자의 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박은정 감정평가사 저는 2017년도 수준의 집값이 적절하다고 항상 이야기를 했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거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심리적인 요인이나 어떤 자산으로서 또 전통적인 가치들을 고려한다면 아예 바닥 그 이하까지 내려가기 좀 어렵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기준은 2017년도 정도입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 지금은 사실 코로나를 기점으로 부동산도 자산으로 인식을 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살 집이라 하더라도 당연히 더 떨어지기보다는 오르는 걸 생각하고 사실 텐데, 그런 관점이시라면 급하게 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실 정부 정책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글로벌이 다 동조화하고 있거든요. 예전에 금융위기 때처럼 갑자기 금리를 낮추거나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천천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출 관리나 신용도 관리 같은 것들도 금리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 관리하시면서 천천히 내 집 마련을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 전세가율이 55%나 60% 정도 될 때까지는 좀 기다리셔도 될 것 같고 그리고 다주택자가 아직 움직이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제가 통계 보니까 (투자 수요) 숫자도 좀 줄었더라고요. 그러니까 투자는 다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더 취득할 때 그때 비로소 집값에 탄력이 붙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좀 기다리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좀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냥 내가 살 집인데 복잡하게 이런저런 통계 보지 말고 적당할 때 사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금 다른 생각을 전해드립니다. 한마디로 “한국 부동산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주장인데, 2022년 하반기에 이어 2023년 하반기에도 집값이 주식처럼 큰 폭으로 떨어지자 ‘이젠 주택도 금융자산 성격이 강해져 신중하게 매입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채상욱 채부심 대표 저는 과거에는 동의했었는데요. 결국 자가 1주택은 언제든지 구입해도 괜찮지 않냐. 그러니까 장기간 거주한다고 전제를 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저는 20년부터는 그런 생각을 많이 바꿨습니다. 주택시장이 2020년부터는 그 어떤 금융상품보다도 더 금융스러워지게 되면서 과거에는 가격 변동 폭이 좁았거든요. 그래서 그거를 견뎌내야 되는 설령 하락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견뎌내야 하는 폭이 좀 적었었는데 20년 이후부터는 금리와 대출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받기 시작을 하면서 고점비 35~40%씩 가격 조정이 나오는 어마어마한 위험자산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역시 시장이 개선될 만한 상황이거나 아니면 가격이 좀 비싸지지 않을 때 사시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굳이 지금 무리해서 고점에서 몇 억이나 십수억씩 되는 돈을 투자하시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거래량 활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금융스러워진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이해해 적당한 시기에 내 집 마련을 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 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 디자인 : 이상희, 권민재 ※ 원본 영상은 SBS경제자유살롱 유튜브 채널(▶ 보러 가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자입니다. 오늘은 "중동 분쟁이 계속되는데도 왜 주유소 기름값이 치솟지 않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경제 전문가들에게 물었더니, (중국 경기 침체는 물론이고) 미국과 사우디가 "누가 누가 싸게 파나" 경쟁을 벌이면서 기름값이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후티 반군의 테러 같은 중동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상황이 조금 생뚱맞기도 합니다. 지난 2022년 7월 "유가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위해 사우디를 찾았던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빈살만 왕세자는 그를 냉대하며 '고유가'를 고수하겠다며 유가 인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까지 갈 정도면 이미 '유가 인하' 약속을 받고 간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 속에 사우디 출장길에 나섰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마음 급했던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도 버텼던 빈살만 왕세자. 그랬던 그가 왜 마음을 바꿔 갑자기 미국과 '기름값 내리기 경쟁'을 시작한 걸까요? 지난해 나온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의 보고서에 그 답이 있습니다. 미국, "유가? 내가 정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이 지난해 발간한 한 보고서에는 "미국 원유 생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내용과 함께 눈에 띄는 그래프가 몇 개 있었습니다. 첫 번째 그래프는 최근 미국 땅에서 나오는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의 폭발적인 증가폭(붉은 동그라미)을 보여주고, 두 번째 그래프는 눈에 띄게 줄어든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량을 보여줍니다. 1950년부터 집계한 EIA 통계인데, '원유 생산량 사상 최대'라는 현재 미국의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이 보고서가 나오자 '굳이 앞마당에서 캐지 않고 숨겨왔던 화석연료 부자'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퍼올리기 시작했고, 그래서 '원유 패권'까지 노리며 유가 결정에 비로소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나온 미 EIA의 '주간 보고서'는 한발 더 나아가 "1월 둘째 주 하루 생산량이 1330만 배럴로 주간 기준 역대 최대량을 기록했고, 향후 2년간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 뒤 일부 미국 언론들은, "드디어 화석연료 패권을 잡았다"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유가의 2가지 기준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운데, 미국의 WTI가 유가의 새 기준이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내놨습니다. "셰일가스 채굴 기술의 혁신이 바탕이 됐다" "70~80달러의 안정적인 유가가 미국 업체들을 독려하고 있다" 같은 다양한 분석기사들도 쏟아냈습니다. 미국은 왜 이렇게 '전례 없는 증산'을 결심했을까요? 첫 번째는 바이든 대통령의 변심입니다. 그는 재선 가도의 최대 걸림돌인 '인플레이션'을 잡기를 원했습니다.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려 유가를 떨어뜨리고, 그게 인플레이션을 낮추길 원했던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알래스카 윌로 유전을 포함한 17개 대형 유전에 대한 시추 허가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러시아 견제입니다. 고유가 덕에 전쟁 비용을 생각보다 수월하게 충당하던 러시아에게 유가 하락은 그렇게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특히 경제 제재 속에 일부 나라에게만 팔던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같은 비용에 훨씬 많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셰일가스 업체'들의 놀라운 기술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건 뒤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미국이 증산에 나선 이유에 대해 국내 최고의 에너지 전문가인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얘기를 전합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인플레이션이 에너지 쪽에서 왔거든요. 유가만 떨어지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 됩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생산량을 굉장히 많이 늘렸죠. 또 국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유가를 떨어뜨리면 전쟁을 끝낼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팔아서 전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유가를 떨어뜨려야 합니다. 결국 지금까지 주춤했던 미국의 증산은 계속될 수 있는 겁니다. ▶관련 영상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친환경이냐 아니냐는 논란과는 별개로- 사우디와 러시아를 선두로 한 OPEC+의 '고유가 정책'을 흔들어야 미국이 살고, 자신도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행동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2024년 새해가 밝자마자 사우디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사우디도 내렸다..치킨 게임의 귀환 2024년이 시작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가를 인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가 중동 원유 공식판매가(OSP)를 배럴당 2달러 이상 낮춘 겁니다. 2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을 냉대하면서까지 고유가를 유지했던 사우디의 갑작스러운 변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심해지고 있는 OPEC+ 내부의 균열로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이 '불안 불안'하던 차에 미국 증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OPEC+는 사우디가 전 세계의 유가를 자기가 조정하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석유 담합 기구입니다. 그런데 이 담합은 굉장히 깨지기 쉬운 구조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카르텔이 깨지기 시작했죠. 앙골라는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브라질은 굉장히 많은 원유를 가지고 있는데, 역시 증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해 유전인데, 120달러가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데도 개발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베네수엘라 옆에 있는 가이아나도 증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담합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거죠. 사우디도 시장점유율이라도 늘려보기 위해서 가격 내렸습니다. 그리고 결정타를 때린 것이 미국의 증산입니다. 이렇게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업체들과 '기름값 내리기' 치킨 게임을 시작한 데에는 '값싼 생산단가'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10년 전 벌였던 치킨게임 완승을 거뒀던 경험도 깔려 있습니다. 2014년 6월에 시작해 2016년까지 2월까지 진행된 미국과 사우디의 1차 치킨 게임. 미국 셰일가스 업체가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자 사우디는 '생산단가가 높다'는 미국 셰일가스 업체의 약점을 이용해 "버티려면 버텨봐라"라면 식으로 유가를 떨어뜨리기 시작합니다.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로서는 '뽑아낼수록 손해 보는 환경'이 되어버린 겁니다. 유가를 무려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뜨렸습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미국이 증산을 마구하다 보니 사우디의 지배력이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를 다 죽이려고 하는 시도가 사우디로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당시 배럴당 25불까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생산단가 손익분기점이 38달러 정도였는데, 25달러까지 떨어뜨렸으니까, 굉장히 어려움이 컸죠. ▶관련 영상 하지만, 이번에도 사우디가 이길까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미국 "예전의 내가 아니다" 셰일 가스 생산과정은, 유정을 파 내려간 뒤 물과 화학약품을 뿌려서 유정 주변 땅 속에 균열을 내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중동 산유국들의 경우 지하에 거대한 원유 웅덩이가 있어서 (빨대처럼) 유정을 뚫고 뽑아 올리면 되는 반면, 미국은 원유와 가스가 땅 속에 흩어져 스며들어 있어 다른 방식이 필요한 겁니다. 당연히 뽑아 올리기만 하면 되는 중동의 석유 생산단가가 낮습니다. 사우디 같은 일부 OPEC 산유국의 경우 이런 '기름 웅덩이'가 얕은 지하에 있어서 사실상 "퍼내면 된다"라고 할 정도로 생산 단가가 낮습니다. 밖으로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기술 혁신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미국의 생산 단가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셰일업체들은 땅 속에 판 유정 속에서 원유와 가스를 추출할 수 있는 틈을 더 많이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고, 그래서 한 유정에서 종전보다 기름을 더 많이 뽑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이 기술은 "기름 다 뽑았다"라며 문 닫았던 유정의 문을 다시 연 뒤 기름을 더 뽑아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탐사비용, 채굴비용이 확 떨어집니다. 셰일가스 유정 현황을 보여주는 첫 번째 그래프에서 보듯 미국의 셰일가스 유정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지만, 그다음 그래프처럼,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다 기술 발전 덕분입니다. 장재창 인모스트투자자문 대표 셰일가스를 채취하는 유정 수가 많았을 때는 4천 개에서 5천 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600개 밖에 안 됩니다. 역사상 낮은 수준의 유정 숫자인데, 생산량은 역사상 최대입니다. 유정을 1/10 정도 적게 팠는데 생산량은 어떻게 10배 이렇게 높아질 수 있냐는 거죠. 간단하게 말하면 하나를 파도 채굴하는 양이 달라졌다는 얘기죠. 이러다 보니 미국에서 필요로 하는 원유에 대한 수요를 이미 미국 생산으로 충분히 커버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관련 영상 실제로 이런 기술 혁신과 바이든 정부의 원유 채굴 허가 등으로 인해 아래 그래프처럼 미국은 이미 스스로 소비를 모두 채울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사우디 "예전보다 약해졌다"..민주화 비용 "이번 치킨 게임은 예전과 다를 것"이라는 분석 속에는 "사우디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깔려 있습니다. '아랍의 봄' 이후 민주화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쓰는 사회 복지 비용을 크게 늘려왔는데, 이 비용이 계속 늘면서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미국 셰일업체보다 물리적 생산 단가는 훨씬 낮을지 몰라도 '사회복지 비용과 네옴시티 개발, 새 유전 탐사 등에 사우디 정부가 써야 하는 기타 다른 예산'을 감안하면 실질적 생산 단가가 훨씬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중동 국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지 혹시 아십니까? 자유화입니다. 왕정이다 보니까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혹은 불만들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2010년 12월에 아랍의 봄이라는 사건이 중동을 다 휩쓸었습니다. 그때 잠재운 방법이 기름 판 돈으로 국민들 복지를 크게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교육도 하고, 집도 주고. ( 그 비용을 감안하면) 유가가 어느 정도 돼야 되는지 나옵니다. 사실 사우디의 경우 그냥 생산 단가만 보자면 20달러 밑에서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던 복지 재정과 네옴 프로젝트나 새 유전 개발에 투자되는 자금까지 포함하면 80불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관련 영상 사우디의 경우 80달러가 지켜지면 좋겠지만, 생산단가가 워낙 낮아 50~60달러까지는 거뜬하게 버틸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셰일가스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38달러 정도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전쟁 같은 복잡한 변수들이 늘 있기 마련이지만, 미국이 예전 치킨게임처럼 일방적으로 당할 상황은 아닌 겁니다. 맺음말 이제 다시 주유소 기름값 전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조홍종 교수는 "올해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셰일가스 업체의 기술 발전뿐 아니라 미국의 정책적 배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습니다. 인플레이션도 잡고 싶고, 경제도 살리고 싶고, 그래서 재선도 하고 싶은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초와 달리 ‘화석연료’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 측면에서는 더 심해질 미중갈등의 영향 등으로 끝을 알 수 없이 추락하는 중국 경제 상황이 가격 안정을 이끌어낼 것으로 봤습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올해 유가는 생각보다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생산량을 엄청 늘렸기 때문입니다. 사우디보다 거의 200만 톤 이상을 더 생산하고 있고요. 인플레이션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드디어 미국이 석유 증산에 나섰다. 그래서 공급 사이드에서 굉장히 많은 물량 증가가 있을 것이고요. 수요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의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를 종합해 보면 올해 유가는 굉장히 안정적일 것이다 또는 조금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련 영상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예상하기 힘든 변수들은 언제나 있습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을 생각해 보면 "2024년이라고 다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연일 사상 최대 생산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미국의 기름이 유가 폭등의 범퍼 역할은 해주지 않을까 기대할만한 상황인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가 석유, 천연가스 전량을 수입하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 디자인 : 이상희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자입니다. 이번 타이완 총통 선거 결과 ‘친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5월 라이칭더의 취임을 계기로 ‘중국의 몽니’가 시작되고, 타이완 해협의 파고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타이완 사람들이 질려서 다음 선거 때 ‘친중’ 국민당을 찍도록 4년 내내 해협에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다” “타이완 해협에서 전쟁이 나면 한국 GDP의 23%가 줄어들 것이다”라는 불안한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오늘은 현 차이잉원 총통보다 더 강하게 ‘타이완 독립’을 외치는 라이칭더 취임 이후의 세상을 짚어보겠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분석 가운데 ‘경제 이야기’만 모았습니다. TSMC, 타이완을 지키는 신산(神山) 타이완에서 세계 1위 파운드리 반도체 회사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고 부릅니다. TSMC는 애플, 엔비디아, 퀠컴 등 세계 최고의 미국 기업들 뿐 아니라 일본, 중국 기업들이 주문한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회사입니다. 바로 이런 회사의 공장이 타이완에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나라도 함부로 미사일을 날릴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호국신산’이라는 별명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도 TSMC는 선거 쟁점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친미 민진당 후보는 “TSMC 공장을 타이완 내에 증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민진당은 “TSMC 공장이 타이완에 있어야 미국이 군사적으로 지켜줄 수 있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반면 친중 국민당 후보는 ‘TSMC의 해외 진출’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박수현 KB증권 아시아시장팀장 “(TSMC 문제가) 국제 정치와 국방과 또 연결이 됩니다. 친미 성향의 민진당 입장에서는 국방 전략을 “미국이랑 거의 한 몸으로 간다”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TSMC의 대만 생산 기지가 커질수록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의 국방을 조금 더 강화해야 되는 여지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관련 영상 그래서 민진당이 승리한 뒤 "TSMC가 흔들리고 한국 반도체가 좋아질 수 있다"고 일부에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TSMC가 민진당의 뜻대로 타이완에 무게 중심을 두면 둘수록 ‘타이완 해협에 대한 안보 위협’에 취약해질 수 있고, 그래서 한국 반도체가 더 수주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일부 전문가들이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호재다”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니까 (세계적인 기업들이) 주문을 TSMC 주지 않고, 삼성한테 줄 수 있다는 건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건 너무 단편적으로 본 것 같습니다.” ▶관련 영상 외려 TSMC는 더 강해진다? 반대로 TSMC와 타이완 반도체 기업들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민진당의 승리로 인한 ‘친미 효과’로 TSMC가 미국과 유럽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TSMC가 '친미 진영 반도체 공급망 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TSMC는 - 신산(神山)으로서 타이완에 공장을 짓고 타이완을 지켜야 하는 임무와는 별개로 - 이미 미국 애리조나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고, 일본 구마모토 현에도, 독일의 드레스덴에도 연이어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발 빠르게 '공급망 공조'를 추진해왔습니다. 특히 주요 반도체 공장들은 '공조의 상징'답게 현지 기업들과 합작으로 세워졌습니다. 총 5조 원을 투자해 독일에 짓게 될 공장의 경우 독일 반도체기업 인피니온,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 독일 부품업체 보쉬와 조인트벤처를 세워 공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물론 운영은 TSMC가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가 한 팀이 되는 겁니다. 일본 공장 역시 마찬가집니다. 곧 1차 반도체 공장이 완성된다고 알려진 구마모토 공장의 경우 일본 전자회사 소니,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 등과 합작법인 JASM을 설립한 뒤 공사를 진행해왔습니다. 반도체를 매개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자유진영 국가들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 겁니다. 이런 성과는 ‘타이완 문제는 중국 국내 문제이니 상관 말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에 맞서 '타이완 문제는 국제 문제다'라고 세계 각국을 설득하고 있는 현 차이잉원 정부와 다음 라이칭더 정부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타이완 반도체의 ‘대미 수출 비중’을 감안하면 -비록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민진당의 ‘친미 효과’는 TSMC의 매출과 영향력을 더 빠르게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박수현 KB증권 아시아시장팀장은 “타이완 반도체의 중국 수출 비중이 줄어들고, 미국 수출 비중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박수현 KB증권 아시아시장팀장 “반도체 같은 경우에는 대만에서 가장 큰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주요 수출국이 어딘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데요. 이것도 사실 역전된 게 맞습니다. 원래는 중국으로 나가는 비중이 상당히 압도적이었는데 비중이 미국으로 조금 많이 넘어가고 있고요. 민진당이 되면 반도체에서 대미 수출이 대만에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요.” ▶관련 영상 중국 "경제제재" 효과는 글쎄.. 물론 이번 선거로 인해 TSMC와 타이완 반도체, 타이완 경제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중국의 몽니’입니다. 중국은 친미 민진당의 승리로, 자존심뿐 아니라 타이완과의 경제 협력 분위기가 앞으로 더 망가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속에서 타이완의 크고 작은 반도체 회사들로부터 (합법적이든 아니든) 도움을 받고자 했던 중국의 생각이 이번 총선으로 더 틀어져 버렸다고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의 설명입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실질적으로 중국은 지금 TSMC의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중국이 지금 40나노, 60나노 이런 거는 굉장히 많이 생산을 하고 있고, 잘 쓰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보통 20나노 이하 특히 미국 상무부가 규범하고 있는 14나노 이하는 중국 내부에서 못 하잖아요. 얼마 전에 화웨이가 7나노 반도체를 탑재했다가 알고 보니까 아니다, 기다 말이 많았잖아요. 아직 그 능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당분간은 고사양 반도체는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중국의 입장인 거죠.” ▶관련 영상 이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국민당이 당선될 때까지' '민진당이 중국과 협력할 때까지' 혹은 '무력으로 점령할 때까지' 타이완과의 긴장관계를 높이면서 계속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긴장 관계를 높이는 방법은 1) 이미 천명한 경제 제재 2) 타이완 해협에서 무력 충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먼저 “중국의 경제 제재가 얼마나 먹힐 수 있을까”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민진당이 타이완 독립 입장을 고수하면서 생각을 바꾸기를 거부할 경우 관련 부서가 규정에 따라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을 지지한다”라면서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 제재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강준영 교수의 분석입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주로 대만의 농산물이나 전자제품 교역도 많이 하긴 합니다. 경제 제재라는 게 그런 분야에서는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제재는 할 수가 없죠. 반도체는 중국이 필요한 겁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오든 타이완은 자신이 있는 거예요. 중국이 충분히 다양한 형태의 압박을 할 수 있지만, 어떤 수준 이상의 경제 제재는 자신들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지 못할 겁니다. 실질적으로 (중국의) 경제 제재 때문에 타이완이 결정적인 문제가 생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관련 영상 타이완 국적의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뿐 아니라 농산품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 역시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지금 대만도 중국 의존도를 점차 줄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 대한 수출 가운데 반도체가 30% 정도 되고요. 나머지는 농수산품도 있고, 석유화학도 있는데 단일 품목으로 6% 이상을 차지하는 게 없습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굉장히 미미하다라고 보시면 되고요. 특히 농수산품 같은 경우는 이미 중국이 대만산 파인애플, 대만산 망고에 대해서 농약 기준치를 이유로 수입을 못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8년 동안 차이잉원 정부에서 이런 농수산품 수출을 일본으로 돌리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점차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낮아졌다고 봐야 합니다.” ▶ 관련 영상 중국이 작정하고 제재하면 경제적 피해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중국이 그렇게 큰 소리를 칠 정도로 타이완 경제가 취약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타이완 해협의 파고(波高) 남은 건 중국이 ‘타이완 해협 무력 충돌’에 나서는 방법으로 타이완을 압박하는 겁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타이완 해협 충돌’에 대한 전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4년 뒤 친중 국민당의 승리를 위한 여론몰이’를 위해 중국의 몽니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불안 심리를 계속 자극할 겁니다. “내가 사업을 할 수 있겠어?” “장사를 할 수 있겠어?” 라는 불안 심리가 생기도록 할 겁니다. 경제적인 제재도 계속하겠죠. 무력시위, 군사시위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다음 총선이 있는) 4년 뒤까지 계속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줄 겁니다.” ▶ 관련 영상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기본적으로는 민주진보당 후보는 대만 독립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만에 대한 상시적 위협, 실질적인 공격이나 이런 걸 하지 않더라도 상시적 위협의 빈도와 강도는 훨씬 더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 관련 영상 다만 본격적인 타이완 침공설에 대해서는 "중국도 잃을 것이 많다" "중국은 스스로의 성장에 의한 흡수 통일을 가장 바람직하게 본다" "미국이 뒤에 있는데 쉽게 전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의 국민당 후보가 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인 양안 관계를 끌고 가는 데 유리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중국은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장기적으로 가면 결국은 자연스럽게 올 거다. 그래서 무력 침공보다는 자연스러운 흡수 이쪽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판단합니다. 중국 내부에서도 무력으로 침공을 하면, 물론 변수가 다양하지만 중국이 이긴다는 법은 없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 관련 영상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타이완 침공설에 대해) 일단은 저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긴장감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리려고 할 겁니다. 여론전입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경제도 안 좋아지면 진짜 바꾸자는 심리가 생기겠죠.” ▶ 관련 영상 정리해 보면, 전쟁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타이완 해협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전쟁까지 가지 않고, 지역적인 군사 충돌 수준에 머물더라도 자칫 우리 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의 남방항로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남방항로 이야기는 타이완 총선 직전 튀어나왔던 미국 블룸버그의 기사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친중 국민당 후보가 "평화냐? 전쟁이냐?"를 모토로 내걸고 중국의 압박에 기댄 선거운동을 하던 상황. 세계적인 미국 언론사가 총선 직전 '타이완 전쟁이 일어날 때 생길 경제적 피해 상황' 기사를 내놓은 것이 다소 편파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타이완 전쟁 문제는 분명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입니다. 블룸버그는 이 표에서 보듯이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면 타이완 GDP의 40%가 줄어들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눈길을 끈 건 대한민국이 2위로 GDP의 23%가 감소할 거라는 전망이었습니다. 왜 이런 분석이 나왔는지 박수현 KB증권 아시아시장팀장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박수현 KB증권 아시아시장팀장 “타이완과 우리나라의 유사점이라고 하면 수출의 비중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겁니다. 전쟁이 발생하면 물자들이 왔다 갔다 하는 해상로가 막히게 되는 겁니다. 대만 다음에 우리나라가 피해가 크다고 분석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중국은 GDP 안에서 내수 비중이 미국과 유사하게 크기 때문에 우리보다 피해가 적다고 분석한 것 같습니다.” ▶ 관련 영상 실제로 타이완 주변이 봉쇄되면 우리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중국해를 지나 타이완 해협을 지나는 남방항로는 우리의 수출·수입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수출의 78%, 수입의 67%를 차지합니다. 특히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운송 비중이 높아서 '나라가 멈춰서는 상황'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도 에너지 3개월 치 비축 정책 같은 비상 계획이 있기 때문에 타이완 해협 봉쇄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겠지만, 가격 상승 등 피해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꼭 전쟁이나 무력 충돌까지 가지 않아도 '더 강해진 미중 충돌' 분위기 만으로도 우리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자기편 줄 세우기’가 심해지면, 두 나라에 수출의 4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난감해질 수 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타이완 해협 양안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면 미중 갈등도 첨예화되게 돼 있고, 미국 편을 들고 있는 많은 나라가 중국과 각을 세워야 되는 구조가 확산할 겁니다. 지금도 미중 사이에 각 진영의 줄 세우기가 진행되고 있죠. 우리만 고민하는 게 아니고 많은 국가들이 고민하는데, 특히 대한민국 같이 여러 원자재를 조합해서 세계로 수출해야 되는 통상 국가들은 상당한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 관련 영상 맺음말 친미 민진당의 승리에 따른 경제적 파장들은 대부분 '미중 갈등’이라는 정치외교적 틀 속에서 분석됩니다. 그만큼 '신냉전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지 않은 또 하나의 신냉전 변수는 바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입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올 경우에는 이 모든 계산들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뒤 세상에 대해서는 세계의 석학들도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예측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물론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확실한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이완 해협의 긴장 고조나 봉쇄' 같은 것들은 어떤 명분으로든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이에 따른 대비책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가 잘하고 있길 기대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이번 SBS 경제자유살롱 타이완 특집 방송들 중에, 말 그대로 가장 경제적인 분석인 ‘타이완 선거와 주식시장 전망’을 첨부합니다. 민진당이 되면, 정치, 경제 모두 불안해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주식 시장’이 떨어질 수 있다는 KB증권의 보고서 속에 들어 있는 표입니다. 아래 표는 단기적인 상황보다는 중장기적인 상황을 전제한 걸로 보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겠지만,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아마 민진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졌고, 지지율도 예상보다 낮았다는 점을 감안한 듯 싶습니다. 디자인 : 이상희 자료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
경제자유살롱 특집 ‘2024년 부동산 전망’에 출연한 전문가 8명의 분석을 종합하는 2번째 연재입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2024년 부동산 전망을 할 때마다 2023년 정부가 내놓았던 특례보금자리론 얘기부터 꺼냅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지던 ‘거래 절벽과 가격 폭락’ 속에서 부동산 경착륙을 막으려던 정부 정책이 예상보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년. 우리는 2024년에 또다시 하락장을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또 변수가 등장할까요? ‘제2의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올까요? 오늘은 ‘하락장’으로 시작한 2024년 부동산 시장을 ‘수요 측면’에서 전망해 보겠습니다. 전문가들이 주목한 수요 측면의 변수는 바로 ‘금리와 대출 움직임’입니다. 1. 부동산은 대출을 먹고 산다? “부동산은 대출을 먹고 산다” 채상욱 채부심 대표가 즐겨 쓰는 말입니다. 집값과 대출 통계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특히 채 대표는 보금자리론 같은 정부 주도의 대출보다 ‘은행 주담대 같은 민간 부문 대출’이 집값에 더 큰 영향을 미쳐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표에서 막대그래프의 푸른색 부분은 은행 주담대 같은 민간 대출을, 붉은색 선그래프는 주택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실거래 지수를 의미합니다. 은행 대출(파란색 막대그래프)이 늘어난 ①번과 ③번 구간의 경우 대체로 집값이 올랐고(붉은색 선그래프), 은행 대출이 줄어든 ②번 구간의 경우 집값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집값과 민간대출이 비슷한 추이로 움직인다는 걸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채상욱 채부심 대표 “부동산 시장에 더 탄력적인 변화를 갖고 왔던 거는 사실은 시중은행 주담대였습니다... 시중은행 주담대가 큰 폭으로 증가했던 기간에는 주택시장도 강세였고, 시중은행 주담대가 적거나 마이너스로 흘렀던 기간에는 주택 가격이 약세로 전환을 했어요. 2023년의 경우에도 1~3월부터 정책 모기지가 월 7조 원 정도 사용이 됐지만, 결국 주택 가격이 6, 7, 8, 9월에 강세였는데 이때가 50년 만기 모기지 도입을 하면서 시중은행 주담대가 플러스로 늘어났을 때였습니다.” ▶관련 영상 정리하면, 2024년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면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고,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 집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럼 이제 주택담보대출이 올해 어떻게 움직일지 전망해 볼 순서입니다. 2. 주담대 금리 "크게 내릴 상황 아니다" 전문가들은 금리를 1) 기준 금리 2) 시장 금리 3) 상품 금리로 나눠서 분석하는데,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는 금리는, 우리가 주담대라고 부르는 ‘대출 상품 금리’입니다. 주담대 금리는 대개 돈을 빌려올 때 내는 조달금리인 ‘코픽스’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결정이 됩니다. 대출 상품 금리 = ① 조달금리 코픽스 + ② 가산 금리 - ③ 우대금리 이 가운데 ②, ③번을 은행이 조정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정부가 “대출 좀 줄여라”라고 하면 ②번을 조금 올리고, “대출을 권장해라”라고 하면 ②번 내리고, ③번 올리는 식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②, ③번이 어떻게 움직일까요?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지금 경제 상황을 본다면 정부나 은행이 대출을 권장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쪽이 우세합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가계부채입니다. 채상욱 채부심 대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너무 많으니까 증가 속도를 둔화시켜야 합니다. 결국 상품 금리를 높이려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는 걸 보면, 기준금리는 내려가지만 상품 금리는 실질적으로는 올라가는 환경이 될 수 있어요... 민간주택 대출 시장은 정말 크게 위축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 영상 또 대출상품 금리에 큰 영향을 주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역시 크게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의 예상입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미국이 1% 내리면) 한국도 비슷하게 1% 정도. 미국 상황에 맞춰서 이제 갭이 더 커지지는 않도록 조절하는 정도의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경기나 투자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서 금리를 낮추자니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같은 문제들이 있고, 물가도 있고 하다 보니까 쉽지는 않습니다. 결국 미국 금리 변동과 한국은행이 궤적을 맞춰가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 영상 설혹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이미 실제 대출상품 금리가 선제적으로 내려간 상황이라 추가로 더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NH농협은행 김효선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입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이미 작년은 기준 금리에 비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었거든요. 그래서 체감하기에는 올해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드라마틱하게 올해가 더 낮아지기는 어려운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관련 영상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연준이나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몇 차례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크게 내려가지 않을 거라는 쪽이 많았습니다. 3. 미 연준이 더 빨리, 더 많이 내린다면? 그런데 요즘 시장에는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더 빨리, 더 빠르게 내린다면 실제 금리가 내려가서 집값 반등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요? 기준 금리 전망은, 부동산 측면에서만 바라보기에는 변수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최근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했던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의 예상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이윤수 교수는 실제로 미국 클리블랜드 연준에서 오래 근무했습니다. 먼저 3월 조기 금리 인하설에 대해 물었습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이 “2024년 금리 내리고 집값 오른다”는 주장을 하면서 그 근거로 ‘미국 연준의 발 빠른 금리 인하’가 언급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3월에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좀 성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까지 과연 연준이 “우리 인플레이션을 확실하게 잡았어”라는 생각을 할만한 지표가 나올 것인지 의문스럽고요. (연준이 금리를 내리려면) 물가도 확실하게 더 떨어져야 될 거고 실업률도 좀 더 많이 올라가야 될 겁니다... 연준은 확신을 주는 지표가 나와야 되고 3월보다는 빨라야 6월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련 영상 또 시기는 늦어지더라도 하반기부터 5~6차례 금리 인하를 하면서 금리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월스트리트의 희망’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런 전망을 인용해 ‘집값 반등’ 논리를 펴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준 출신 경제학자의 판단은 어떨까요?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투자은행들의 예측치를 보게 되면 5번, 6번 내린다라고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경제도 좋고, 주식시장도 좋은 상황에서 금리를 5번, 6번씩 많이 내린다라는 것은 서로 맞지 않아요... 연준이 그렇게 갑자기 (5~6번) 금리를 내려야 되는 상황은 금융위기나 2001년도 닷컴 버블 같은 경우입니다. 코로나 때 금리를 갑자기 내렸던 것 같은 시나리오를 어떤 면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런 거는 “경제 불황이 온다”라는 것에 대한 확률을 훨씬 높게 잡고 있을 때이거든요.” ▶관련 영상 연준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큰 폭 인하를 하곤 하는데, 현재 경제 상황이나 자산 시장의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런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주장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2024년 금리는 얼마나 내려간다고 봐야 할까요?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금리를 내리는 시점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만큼 내리느냐’가 사실 더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어떤 수준에서 고금리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인데, 내리는 속도가 ‘다이얼 백(Dial Back, 다이얼 돌리듯이 조금씩 되돌리는 과정)’을 굉장히 조금 할 수도 있거든요... 이번 금리를 올렸던 사이클을 보면 올라갈 때는 굉장히 급격하게 올라갔어요.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내려올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까요?... 올릴 때는 빨리 올렸지만 내릴 때는 확 내리는 게 아니라 다이얼을 조정한다라는 표현을 연준이 쓰고 있습니다. 금리가 급격하게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련 영상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일부의 희망과 달리 ‘조금씩’ ‘천천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기준금리 인하가 이렇게 진행된다면, 부동산 대출상품 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대출상품 금리를 결정하는 가산금리 역시 (정부의 가계부채와 인플레이션 정책 방향을 감안하면) 빠르게 내려오기 힘든 상황이라는 겁니다. 4. "당분간 고금리"... 집값 하락? 약보합? 당분간 대출 상품의 고금리 환경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 집값은 어떻게 될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박은정 감정평가사는 ‘금리가 조금 내리더라도 고금리 환경이 계속될 것이고, 집값은 떨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은정 감정평가사 “최근에 ‘미국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내년이면 이제 금리가 내려갈 거기 때문에 다시 시장이 올라갈 거다’ 이런 기대감으로 버티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더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이미 고통스럽고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너지고 있고 정리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더 이상 금리를 안 올리겠다고 한 겁니다. 2024년에 내려봤자 1% 내립니다. 예상하는 걸로는 미국에서 1%를 내리는데 1%를 내려도 4.5%. 기준금리가 4.5%면 굉장히 고금리예요. 우리가 0.5%로 돈을 빌렸었던 시장이 아니라 여전히 내년 말이 돼도 4.5%의 기준금리로 돈을 빌려 쓰는 시장이거든요... 근데 지금 올라간 금리에 대한 체감이 이제 되기 시작하는 시점이고 (금리가 조금 내려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버텨내기에는 쉽지 않은 시장이다. 자기가 계속 유지하길 원해도 유지할 수 없는 그런 입장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거래에 있어서는 ‘가격이 떨어진 것만 거래될 수 있는 시장’이 되고 이 얘기는 가격이 하방 을 좀 더 지지하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 역시 같은 의견입니다. 특히 실제 대출 상품 금리의 경우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크게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 “기준금리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대출 금리를 따질 때 이제 사실 미국 국고채 10년물을 많이 보는데 4% 범위로 예상합니다.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4% 후반에서 5% 정도로 봅니다. 다만 정책적으로 뭔가 좀 다른 변수들이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관련 영상 5. 맺음말 2024년 1월입니다. 수요의 핵심이라고 할 ‘대출과 금리’를 중심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을 그려봤습니다. ‘경제자유살롱 2024년 부동산 전망’에서는, ‘은행 주담대를 포함한 민간 부문의 대출’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 기준 금리를 빠르게, 많이 내릴 것 같지도 않고, 상품 금리(가산 금리)를 결정하는 정부나 은행의 정책 방향도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더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 상황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물론 수요 감소 외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많은 변수들이 있습니다. 공급 부족을 말하는 경우도 있고, 정부가 특례모기지론(2023년에 그랬듯이) 같은 정책들을 또다시 펼치게 되면 다시 한번 집값에 영향을 줄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반대로 ‘경매가 쏟아지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분석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구 감소 주장’도 최근 부쩍 힘을 받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 많은 변수들도 12월, 1월, 2월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1~2월 연재를 통해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자인 : 이상희 자료조사 : 손예원 작가, 이루리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