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환경전문기자입니다.
여름철 집중호우 때 대도시에 발생하는 도심 침수는 하수관에 대한 관리 부실 탓이 큽니다. 대표적인 게 도로 바닥에 설치된 맨홀과 도로변 빗물받이입니다. 쏟아진 빗물이 하수관으로 급하게 흘러들어 가면서 엄청난 압력이 발생하는 바람에 맨홀 뚜껑이 공중으로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죠. 맨홀 교체 공사 현장에 가봤더니 뚜껑 무게가 60킬로에 달해, 꿈쩍이나 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도심 홍수 때 촬영 영상을 보면 빗물이 들어찬 하수관의 압력은 그보다 훨씬 더 힘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22년 서울 서초동에서 중년의 남매 2명이 집중호우로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나면서 시민들 불안이 커졌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곧바로 대안을 내놨습니다. 추락 방지 장치가 달린 맨홀을 설치하도록 하수관로 유지관리 기준을 그해 12월 개정한 겁니다. 추락방지 설치율, 지자체 따라 '극과 극' 3년이 지난 현재, 추락방지 장치 달린 맨홀의 보급은 얼마나 이뤄졌을까요? 결론부터 전국에 설치된 맨홀 총량은 350만 개인데, 이중 도심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을 중점관리구역으로 정하고 이 구역에 있는 맨홀 28만여 개 가운데 6만여 개에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1%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역별 편차가 큽니다.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인천으로 73%를 기록했습니다. 제주 59%, 서울 51%, 대구 47%, 전남 36%였습니다. 반면 가장 낮은 곳은 전북으로 0.5%에 불과했습니다. 그밖에 세종 1.2%, 대전 4.6%, 경기 6.8%, 경북 8.7% 순이었습니다. 지역별로 들쭉날쭉한 데에는 무엇보다 해당 지자체의 도심 침수에 대한 안전의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하지만 개정된 규정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22년 12월 개정된 하수관로 유지관리 기준에서는 추락방지 장치의 도입을 신규로 설치하는 맨홀로 한정했던 겁니다. 이런 미진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으로 예산을 들여 새 맨홀을 설치한 지자체도 있지만 교체율이 저조한 지자체들은 도로 공사 등 신규 맨홀 설치 때에만 적용했던 게 저조한 기록에 머무르게 된 주요인이었습니다. 또한 규정만 바꿨을 뿐 정부가 따로 예산을 보내주지 않았던 점도 한계였습니다. 지자체 형편에 따라 기존 하수도 예산을 쪼개 써야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달 해당 규정을 다시 손보기로 했습니다. 신규 맨홀 설치 때뿐만 아니라 기존 맨홀에 대해서도 추락방지 장치 달린 맨홀로 교체하도록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중점관리구역에 나머지 22만 개를 설치하려면 총 소요비용이 1,100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 비용을 정부가 대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하는 방안을 놓고 환경부가 기재부와 협의 중입니다. 이 대통령 "문책을 아주 세게 하세요" 빗물받이의 경우는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울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장마폭우 대비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집중적인 문제제기가 있어 관심을 모았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과거 지자체 단체장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빗물받이 문제에 대해 행안부와 환경부 관료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따져 물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철창 비슷하게 돼 있는 게 빗물받이가 막혀있는 경우가 진짜 많다"며 "(예산을 지원해 줬는데도) 관리 엉터리로 해 이런 사고 발생하면 나중에 문책을 아주 세게 하도록 하세요"라고 강도 높게 말했습니다. 이러자 환경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습니다. 맨홀과 마찬가지로 하수관로 유지관리 기준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수관로 유지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빗물받이 관리를 외부 업체에 외주화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대부분 지자체가 공무원 1명이 다른 업무와 함께 빗물받이를 담당하는 만큼 수많은 빗물받이를 관리 점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해마다 담배꽁초 같은 오물로 꽉 막힌 빗물받이 모습이 뉴스에 연례행사처럼 비치곤 했는데, 대통령의 강한 문책 방침 발언에 따라 얼마나 개선이 이뤄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자료사진 : AP연합뉴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관심이 쏠립니다.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한 바구니에 넣어 시너지를 높이려는 기후 거버넌스 재편 작업도 한창입니다. 이와 관련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재생에너지 도입 국가이죠. 지난 10여 년간 영국에서 펼쳐진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참관한 내용을 2차례 나눠 전하고자 합니다. 1. 영국에서 본 해상풍력…'비싼 만큼 더 설치해야 한다'는 역설 2. '재생 vs 원전' 정치적 진영주의에 갇힌 에너지 논쟁, 영국은 어땠나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강조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 정부 때의 탈원전과는 선을 긋습니다. 새로 입각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물론이고 과거 탈원전 입장을 고수했던 김성환 환경부 장관 또한 원전 활용 필요성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 및 탄소중립 논의는 문재인, 윤석렬 정부 내내 '재생 대 원전'이란 대립 구도로 진행됐습니다. 논의가 정쟁화하면서, 생산적 논의의 진전보다는 진영간 정치공방의 소재로 휘말리기 급급했습니다. 우리보다 수 십 년 앞서 에너지 전환의 길을 걸어간 영국은 어땠을까요. 영국 역시 여전히 원전을 둘러싼 갈등과 우려가 남아있긴 하지만 큰 틀의 에너지 정책에서는 노동당 및 보수당 사이에 우리처럼 심각한 대립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물론 진영 간 에너지 정책 갈등이 처음부터 없었던 건 아닙니다. 우리 만큼이나 혹은 우리보다 더 큰 갈등을 겪었습니다. 가장 큰 갈등이 불거진 건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입니다. 당시 방사능 낙진이 유럽을 건너 영국 북부와 웨일즈 지역에까지 떨어지면서 양고기 등에 대한 유통 제한 조치가 발동되는 등 원전 공포가 현실이 됐습니다. 보수당과 노동당을 막론하고 신규 원전을 꺼렸고, 1980년대 추진됐던 사이즈웰B 이후 영국은 20년 가까이 단 한 건의 신규 원전도 착공하지 못하게 됩니다. 블레어 정부에서 시작된 에너지 정책 변화 그러다 1997년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이 집권했고 같은 해 12월 교토의정서가 채택돼 온실가스 감축이 국제법적 의무로 등장했습니다. 핵 안전성이란 두려움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온실가스라는 또다른 형태의 숙제를 떠안게 됩니다. 숙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영국 앞바다 북해에서 시추됐던 가스 생산량이 때마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천연가스 등 해외 수입 ㅇ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에너지 안보가 새 이슈로 빚어졌습니다. 이처럼 복잡해진 에너지 문제를 풀기 위해 2003년에 영국의 에너지 전환을 공식화한 첫 번째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보고서 <Our Energy Future – Creating a Low Carbon Economy>가 발표됩니다. 핵심은 에너지 정책을 화석연료 중심에서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보고서는 원자력을 저탄소 옵션으로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합의와 기술적 해결책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즉 원전에 대해 약간 유보적인 스탠스를 취합니다. 지금 보기에 그렇다는 겁니다. 당시에 느꼈던 강조점은 그간 문제시됐던 원전에 대해 우호적인 접근으로 비쳤습니다. 3년 뒤 2006년 노동당 블레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보고서 <The Energy Challenge>가 발표됩니다. 여기 서문을 직접 쓴 블레어 총리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성 제고만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전력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며 "이를 위해서 해외로부터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고 노후화된 원자력 발전소를 대체할 신규 원전 건설, 그리고 석탄화력 발전소를 더 깨끗하고 효율적 기술로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명시합니다. 이 보고서는 영국의 에너지 전환에 있어 큰 분기점으로 평가됩니다. 이 같은 흐름은 블레어의 후임인 고든 브라운 노동당 정부에서도 계승됐고, 2008년 브라운 정부에서 힝클리포인트C 원전의 후보지가 발표됩니다. 이 원전의 본격 사업화는 뒤이어 보수당 정부인 캐머런, 메이 정권에 의해서 중국 자본 등 민간투자 기반으로 추진됩니다. 보수당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브라운의 뒤를 이었던 보수 정권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어땠을까요? 사실 2010년 캐머런 총리 취임 후 지난해 노동당 정부가 탄생하기까지 무려 14년간 보수당이 장기 집권했습니다. 2016년 테레사 메이, 2019년 보리스 존슨, 2022년 리스 트러스에 이어 같은해 리시 수낙이 이어받은 뒤 지난해까지 보수당 정권이 계속됐죠. 그런데 이 보수당 집권 기간이 영국에서 에너지 전환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난 핵심적인 시기입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건 지난 2019년 보수당 메이 총리 시절 세계 최초로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Net Zero)를 법제화했다는 겁니다. 좀 더 정확히는 2008년 제정된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의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장치로 꼽히는 게 계약차액 보전제도라고 불리는 CfD(Contracts for Difference)라는 제도입니다. 2014년 보수당 정부 때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발전 단가를 장기 고정, 보장해줘 민간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장치죠. 이 제도를 통해 해상풍력 등 대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급증했다는 평가입니다. 현재 영국의 해상풍력 설비 용량은 15GW 수준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는데요. 이 설비 가운데 2010년 이전에 깔린 건 1GW에 그친 반면 나머지 14GW는 모두가 보수 정권 하에서 이뤄진 사업들입니다. 지난해 출범한 스타머 노동당 정부 현재 진행중인 두 원전, 힝클리포인트 C와 사이즈웰 C에 대한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앞선 힝클리포인트의 경우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회의적인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결정된 원전 사업이 사이즈웰 C인데요. 2010년대 보수당 정부 때 처음 제안됐지만 아직 착공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140억 파운드, 우리 돈 26조 원을 영국 정부가 직접 지분 투자하기로 최근 결정했는데, 현 스타머 정부의 선택입니다. 힝클리포인트에선 없었던 정부 참여 모델입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앞서 정쟁에 갇혀 생산적인 에너지 정책 논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 대책으로 무탄소전원 확대, 스마트그리드, 유연성 자원 필요, 수요반응 확대 등이 매번 꼽힙니다. 더 나아가서 에너지 가격 결정을 위한 독립 위원회 설치, 한전 전기 독점 판매 구조 변화 등 산적한 과제들이 지적돼 왔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늘어난 게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지난 8차 전기본이 만들어지면서부터입니다. 이후 7, 8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같은 구조적 대응책이 얼마나 추진됐고 효과를 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재생 대 원전 어느 한쪽만을 편드는 식의 쏠림 정책이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를 손 놓게 한 건 아닐까요. 재생에너지와 원전 간의 상충점, 둘 다 경직성 에너지원으로 동시에 비중이 커질 경우 망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대응책을 찾으려는 연구가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관심이 쏠립니다.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한 바구니에 넣어 시너지를 높이려는 기후 거버넌스 재편 작업도 한창입니다. 이와 관련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재생에너지 도입 국가이죠. 지난 10여 년간 영국에서 펼쳐진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참관한 내용을 2차례 나눠 전하고자 합니다. 1.영국에서 본 해상풍력…'비싼 만큼 더 설치해야 한다'는 역설 2.'재생 vs 원전' 정치적 진영주의에 갇힌 에너지 논쟁, 영국은 어떻게 달랐나 바람 많은 영국 북동부 티사이드(Teeside) 지역, 이곳엔 해상풍력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 잡은 티스웍스(Teesworks) 산업 단지가 있습니다. 해상풍력 발전을 위한 하부 구조는 물론 그린수소와 CCS에 이르기까지 영국 청정에너지 산업의 중심지의 하나로 거듭나는 곳입니다. 이곳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극심한 경기 침체에 시달렸습니다. 170여 년간 이어져 온 영국 철강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지만, 중국 인도 등과의 국제경쟁력에 밀리면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마지막으로 남았던 레드카 지역의 SSI라는 철강 기업이 2015년 문을 닫으면서 심각한 실업률을 겪어야 했습니다. 티사이드는 영국 북해 원유와 가스 시추량이 파이프를 통해 내륙으로 들어오는 거점이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말 일 생산량 440만 배럴로 시추량 피크를 찍으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100만 배럴로 줄었습니다. 원유전 고갈과 에너지 전환의 영향이었습니다. 오는 2029년에는 66만까지 감소될 것으로 북해 전환 당국 NSTA는 예상합니다. 이 같은 북해 유전의 침체도 티사이드의 쇠락을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쇠락한 철강산업 상징, 에너지전환 거점으로 지난달 25일 티사이드 윌턴 센터에서 만난 티스 밸리 지자체 관료들로부터 에너지 전환 및 산업 전환을 이루게 된 배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티스 밸리는 티사이드를 비롯해 레드카 앤 클리브랜드 등 인근 지자체 5곳이 뭉쳐진 광역급 지자체입니다. 이중 레드카 앤 클리브랜드 카운슬의 알렉 브라운 리더 오브 카운슬(우리로 치면 군수)은 무엇보다 우수한 노동인력의 강점을 성공 비결로 꼽았습니다. "우리 가족도 대대로 철강산업의 종사자들이었습니다. 철강업이 무너지면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것 같은 상실감이 있었죠. 하지만 넷제로 산업이 들어오면서 선순환이 일어났습니다. 철강산업 당시 다져진 숙련된 노동자들이 있었고 광산도 있어서 기술 기반 인력이 많았습니다. 산업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혁명기 이래 영국 최대 무역항의 하나였던 항구 도시인 리버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리버풀의 상징 머지 강 연안에선 17세기 후반부터 조선업이 발달하기 시작해 노예무역, 면화, 담배 등 교역을 거치면서 선박 수요가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선박 수요 감소에 이어 저비용 체제를 구축한 일본, 한국 등 아시아권 조선업체들의 등장으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리버풀은 축구와 비틀스 등을 배경으로 한 문화예술 도시로의 재건이 추진돼 왔고 이와 더불어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신산업 전환도 주요한 목표가 됐습니다. 현재 리버풀 만 앞바다에는 348MW 규모의 버보 뱅크 풍력단지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웰모어 1GW, 모건 800MW, 모나 800MW 등 엄청난 규모의 풍력단지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뿐만이 아닙니다. 바다와 만나는 머지 강이 가진 천혜의 입지를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큰 조력발전소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우리 수자원공사도 리버풀 지방정부와 기술협력 협약을 맺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수공은 이미 인천 시화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254메가와트급 조력발전소를 건설 운영해오고 있죠. 리버풀에 세워질 조력발전소는 시화호의 두 배 규모로 추진됩니다. 티사이드 내 티스웍스 단지에도 우리 기업 세아제강이 세운 현지법인 세아오션윈드가 입주해 있습니다. 4억 5천만 파운드, 우리 돈 약 8천3백억 원을 투자해 티스웍스 산업단지 내 36만 ㎡ 부지에 유럽 내 최초의 해상풍력 하부구조인 모노파일 전용 공장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공장 건설 공정은 90% 이상 진척됐습니다. 750명의 직접 고용 창출 간접 고용까지 1,500명 규모의 고용 효과가 예상되는 등 티사이드 지역 재생 전략의 핵심이라는 게 지자체 측의 설명입니다. 영국 해상풍력 어디까지 왔나? 이렇게 지역 곳곳에 해상풍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영국 전국적으로도 재생에너지 보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이미 전기 생산의 절반 가까이가(48%)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해상풍력만 떼어보면 18%에 이릅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깔린 누적 해상풍력 용량 83GW 가운데 15.9GW가 영국 몫입니다. 이 같은 자신감으로 영국은 지난해 10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 '랫클리프 온 소어'의 영구 중단에 나서기도 했죠. 에너지전환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에 다가갈 뿐 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게 됐다는 점이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의 경우 영국뿐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 겨울철 난방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에너지난에 시달렸는데요. 당시 해상풍력 발전 덕분에 수입 에너지 대체 효과가 4.5조 원대에 달했던 걸로 분석됐습니다. 화석연료와 달리 연료비가 없는 데다 연소시설 관리가 필요 없어 장기적 운영비용이 낮다는 장점 덕분입니다. 늘어난 재생 발전, 전기요금엔 어떤 영향? 특히 소비자 입장에선 대폭 늘어난 재생에너지가 전기 요금 상승을 완화하는 효자 역할도 했습니다. CFD(Contracts for Difference)라는 재생에너지 지원제도 덕분입니다. 정부가 사들이는 재생에너지 '기준가격'이란 게 있는데 시중 전기 도매가격이 이보다 낮을 땐 그 차액만큼을 정부가 보전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높을 땐 재생에너지 발전사가 정부에 환급하는 구조입니다. 전쟁 당시 도매가격이 치솟자 재생 발전사들이 큰 수익을 거두게 되자 환급이 실제로 이뤄졌습니다. CFD 운영 재원은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청구서에 CFD 부담금으로 포함돼 있는데, 재생 발전사들이 환급한 돈 덕분에 소비자들의 CFD 부담금을 깎아주는 구조입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 해상풍력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관련 기자재의 제조 공급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핵심 장비인 터빈과 블레이드, 타워, 하부구조까지 어디를 봐도 자체 기술보유나 영국 자국 내 기업의 참여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과거 BP 등 석유개발 기업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상풍력 디벨로퍼로서 영역도 개척하고 있지만, 정작 영국 내 해상풍력 개발의 대부분은 덴마크 등 인근 국가 기업들이 도맡을 정도였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상풍력 관련 국산화율 관련 논란이 되풀이 돼왔습니다. 바다를 외국 기업에 내준 채 국부를 유출시킨다거나 공급망을 손에 쥔 중국 등 일부 국가의 배를 불린다는 식의 논란인데요. 영국에서도 최근 이 같은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풍력 개발의 흐름을 꺾진 못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국내 국부유출 등 논란은 그 자체로서의 문제라기보다 진보, 보수에 따라 에너지 이슈가 정치적 진영 논리로 귀결되면서 생긴 부작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상풍력 기자재 공급망 한국은? 왜냐하면 오히려 한국은 해상풍력과 관련해 나름대로 뛰어난 공급망을 갖춘 전 세계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핵심 설비인 터빈의 대형화 경쟁에서는 뒤처진 게 사실이지만 타워, 하부구조, 케이블 등 상당수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술과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주대 김범석 교수가 분석한 국내 준공을 마친 5개 해상풍력 단지 사례를 보면(아래 표) 외국 기업 의존 주장이 무색할 만큼 우리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작 영국 해상풍력을 통해 우리가 참고해야 할 시사점은 다른 데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선순환을 일으켜 탄소중립을 앞당기고 미래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은 R&D 등 지속적 투자와 제도 개선을 통해 해상풍력의 발전단가(LCOE)를 끌어내리는 데 있습니다. CFD와 같은 지원책을 제공함으로써 초기 시장을 만들어 과감히 설치를 이끌어 내고 이런 과정에서 기자재의 대형화 및 효율화 그리고 인허가 제도의 구축, 인적 자원의 성숙화가 이뤄지면서 급속히 단가가 떨어지는 경로를 밟는 겁니다. 영국뿐 아니라 주요국의 해상풍력 도입과정은 하나같이 이 같은 특징을 보여줍니다. 보급 확대가 가져온 발전단가 감소 효과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영국의 해상풍력 LCOE 하락 흐름을 살펴보면 2014년 294달러에서 2016년 170달러로 42% 낮아집니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의 자료입니다. GWEC에 따르면 영국에서 최초 해상풍력 설치 이후 2016년까지 기간을 '1차 LCOE 하락 기간'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기간 동안 5GW의 물량이 깔립니다. 이후 2020년까지 '2차 하락 기간'을 거치면서 68달러로 또다시 60%가 줄어듭니다. 불과 5년의 기간 동안 추가 5GW의 물량이 더 깔린 겁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인플레이션 등을 거치면서 영국 내 해상풍력 LCOE가 112달러로 상승해긴 했지만 그럼에도 추가 설치 물량이 6GW에 달해 현재 15.9GW의 설비가 들어섰습니다. 이 같은 발전단가 하락 과정은 영국뿐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동일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2014년에서 2024년 10년간 변화치를 살펴보면, 독일이 291달러에서 124달러로, 네덜란드가 271달러에서 132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정확히 10년 사이 벌어진 일입니다. '비싸기 때문에 설치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오히려 '비싸기 때문에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역설을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땝니다. 우리나라 해상풍력 LCOE는 유럽 선진국들의 2~3배 수준으로 알려집니다. 한국 해상풍력 LCOE를 명시한 IRENA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영국이 59달러, 한국은 195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 자료에선 독일 63달러, 네덜란드 61달러로 파악됩니다. 중국 역시 유럽국가들에 맞먹는 수준으로 하락해 7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영국이 10GW 설치할 때 우리는 0.3GW 우리는 어땠을까요, 준공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2017년 국내 첫 해상풍력인 제주 탐라해상 30MW 준공에 이어 현재까지 설치된 총량이 0.33GW입니다. 영국이 2016년부터 5년간 5GW를 깔았던 속도에 비하면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떠올려 봅니다. 에너지공단이 펴낸 2020 신재생에너지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상풍력 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이 설비용량 기준 387GW, 연간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1,176TWh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국내 연간 전력 소비량(550TWh)의 2배 수준입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필요 발전량의 97%를 커버할 수 있는 양입니다. 기술적으로만 치면 해상풍력만으로도 2050년 당시에 필요한 모든 전기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산업적으로 봤을 때 향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해상풍력 시장 규모가 커질 텐데 눈앞에 이 시장을 두고 바라보기만 해서야 되겠냐는 겁니다. 탄소중립 목표와 신산업 경쟁력의 두 마리 토끼,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이 글에 담긴 영국 현지 탐방은 한국기자협회와 기후싱크탱크 넥스트의 도움으로 이뤄졌습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보이면서 곧이어 닥칠 장마철 집중호우 걱정이 커집니다. 이런 가운데 홍수 피해 예방과 관련해 지난해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피해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예보가 필수적이겠죠. 이러한 홍수특보(홍수주의보, 경보)를 발령하는 특보 지점의 숫자가 지난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겁니다. 재작년인 2023년의 경우 전국에 모두 75개 지점(국가하천 63곳, 지방하천 12곳)이었던 게 작년엔 223곳(국가 93, 지방 130)으로 확대됐습니다. 1년 만에 3배로 늘어난 겁니다. 홍수특보란 해당 하천의 계획홍수량보다 수위가 50% 초과할 것으로 예상 시에 발령하는 홍수주의보와, 70% 초과 시 발령하는 홍수경보로 나뉩니다. 국내 하천 전역에 걸쳐 특보 지점을 마냥 늘리면 좋겠지만 이땐 또 다른 어려움이 생깁니다. 현재 전국 홍수통제소에서 근무하는 홍수 예보관이 30여 명인데, 홍수 특성상 급박하게 변화하는 지점별 수위를 예측해야 하는 작업이 갑자기 3배로 늘어난 만큼 기존 인력으론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보관 홍수 예보에 30분 걸려, AI는 10분 만에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홍수 예보에 AI,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일선 예보관이 홍수 진행 상황에서 새 예보를 발령하는데 한 곳당 30분 정도가 소요됐는데, AI를 도입한 뒤에는 그 시간이 10분 정도로 줄었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강수량이나 댐 방류량, 수위, 하천유량 등의 데이터를 입력해 물리 모형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홍수를 예측해 왔습니다. 반면 AI 방식은 누적된 데이터를 학습시켜 현재 상황과 가장 유사한 과거 패턴을 찾아 다음 전개될 상황을 예측한다는 게 큰 틀에서의 차이점입니다. 최종적으로는 홍수 예보관의 판단과 결정에 따르게 됩니다. 구글이 전 세계 100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Flood Hub'라는 홍수 예측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홍수 예보 시스템에 AI를 본격 활용한 사례는 우리나라가 처음입니다. AI 예보 도입 첫 해, 결과는? AI 예보 도입 첫해이자 홍수특보 지점이 대폭 확대되면서 홍수 대응의 큰 변화가 있었던 지난해 여름, 특보 발령 결과는 어땠을까요? 모두 170건의 특보가 발령됐습니다. 앞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평균 발령 건수는 연간 34건이었습니다. 즉 예년에 비해 5배로 늘어난 겁니다. 엄청난 증가세를 기록한 겁니다. 앞서 지난해 특보 지점이 3배로 늘었다고 말씀드렸는데(75 → 223곳), 이렇게 신규로 늘어난 지점에서 발령된 특보 건수가 모두 133건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했습니다. 만약 특보 지점을 늘리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지난해 특보 건수가 기존지점 37건에 그쳤을 것이며, 나머지 133건에 달하는 홍수 위험 상황은 사전에 예측될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예측되지 못했더라면 그 위험은 고스란히 그 지역 주민과 재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죠, 물론 가정입니다만. 늘어난 홍수 특보 대부분은 지방하천에서 발령 새롭게 특보 지점으로 지정된 곳들은 어떤 곳일까요? 하천법상 우리나라 강은 규모와 관리주체에 따라서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나뉘는데요. 지난해 특보 건수 170건 가운데 국가하천 내 지점에서 발령된 게 59건, 지방하천에서 발령된 게 111건이었습니다. 좀 더 세밀히 따져보면 국가하천 특보 발령 사례들은 기존지점에서 28건, 신규지점에서 31건을 기록했습니다. 지방하천에서는 기존지점 9건, 신규지점 102건으로 구별됩니다. 즉 신규지점에서 발령된 133건으로 좁혀서 얘기하면 이 가운데 지방하천 건수가 102건으로 77%를 차지한 겁니다. 신규지점에서의 특보 발령 대부분이 지방하천에 몰려 있다는 결론이죠.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지난 수십 년간 홍수 예방 투자의 대부분은 4대강 등 주요 국가하천 본류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왔죠. 반면 지방하천, 소하천, 지류 등은 본류구간에 비해 대비가 부족해 홍수 등 재해에 취약성을 드러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크게 확대한 특보 지점 대부분이 지방하천에 속한 지점이었습니다. 지방하천 홍수 피해 취약성을 보완할 대비책 마련이란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방하천에는 기존 대비 신규 특보 지점에 약 11배(9건 → 102건) 증가한 특보를 발령해 홍수에 취약한 지방하천 범람을 대비해 충분한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라고 자평했습니다. 한강 수계 수위관측소 31km마다 한 곳 홍수특보 지점과 함께 하천에서의 핵심적인 피해 예방 장치는 수위 관측소입니다. 현장에 촘촘히 관측소가 있어야 통제소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보지 않더라도 신속 정확히 현장 물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수위 관측소도 재작년 690여 곳에서 지난해 933곳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한강 276곳, 낙동강 291곳, 금강 179곳, 영산강 187곳). 전체 하천 구간 총연장 대비 숫자를 따져보면 관측소 1곳당 감당하는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한강의 경우 국가·지방하천 포함 총연장이 8,555km입니다. 한강 수계에 있는 수위관측소는 총 276곳으로 평균 31km마다 한 곳씩 수위 관측이 이뤄지는 셈입니다. 낙동강(총연장 9,483km)과 금강(총연장 5,946km)은 둘 다 평균 33km마다 수위관측소가 위치합니다. 영산강(총연장 4,881km)은 4대강 가운데 가장 촘촘히 관측소가 배치돼 있습니다. 평균 26km당 1곳으로 계산됩니다. AI 예보 성적표는 어땠을까요? 지난해 총 발령된 특보 170건을 기준으로 성적을 매겨봤더니 82%의 적중률을 기록했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첫해치곤 아주 양호한 성적이라는 게 환경부 물재해대응과 박상근 연구관의 평가입니다. AI 덕분에 예보 발령 소요 시간이 1/3로 줄어든 덕분에 3배로 늘어난 특보 발령 지점을 모두 커버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AI 예보에는 지난 10년 동안 매 10분 간격으로 측정된 강수량, 댐 방류량, 하천유량, 조위 자료까지 학습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이 AI 시스템의 특성은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뒤 하천 수위가 중간 또는 고수위로 올라갈 때는 상정해 정확도 초점을 맞춰 학습을 시켰습니다. 따라서 약한 비가 내리거나 강우 초기 때보다 수위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시간대에서 적중력이 두드러집니다. 실측자료 넘어 모의 자료까지 AI 학습에 활용 AI 특성상 좀 더 다양한 빅데이터를 학습시킬수록 모델의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기존 자료에 더해 레이더 강우량 등도 추가 학습시킨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해당 지점의 경우 과거 데이터가 역대치 100mm 자료까지밖에 없을 경우 그 이상에 대해서는 AI가 답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실측자료뿐만 아니라 가상의 모의 자료를 만들어 학습시키는 방안이 앞으로 적중률을 끌어올리는데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여름철 이후에도 이런 보강 학습이 추가로 이뤄진 만큼 환경부는 올여름 더 높은 적중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될수록 여름철 극한호우 피해도 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후변화를 부른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근본대책이지만 달라진 기후에 적응해야 하는게 더 시급한 문제일지 모릅니다. 홍수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AI 활용 및 고도화에 더욱 힘써야겠습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지난 2022년 초부터 국내에서도 본격화한 꿀벌 대량 실종 사태, 겨울철을 지나면 봉분 속 벌들의 숫자가 일부 줄어드는 게 상례였지만 유독 그 해엔 정도가 심했죠.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 뭔지 정부가 조사에 나섰지만 여러 원인이 복합적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결론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 가운데 가장 중대한 원인으로 지목된 게 응애라는 이름의 병충해였습니다. 응애는 진드기와 비슷한 해충입니다. 여왕벌이 벌방에 알을 낳으면 부화해 애벌레로 자라는데, 응애는 이 벌방에 찾아와 유충의 몸체에 붙어 기생하는 해충입니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미국, 캐나다 등 서양에선 CCD라고 불리는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여기에서도 응애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습니다. 서양종 (Apis Melifera) vs 동양종 (Apis Cerana) 꿀벌, 차이는 꿀벌 애벌레에 붙어 있는 진드기의 일종인 꿀벌응애 (Varroa jacobsoni), 크기는 1~2mm 꿀벌과 관련된 여러 질병과 해충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응애가 골칫거리인 까닭은 뭘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꿀벌의 두 가지 큰 갈래, 동양종과 서양종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랫동안 토종 꿀벌을 키워왔는데요. 이게 바로 동양종입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 들어 일본을 통해 서양종 꿀벌이 유입됐습니다. 토종 꿀벌에 비하면 얼마 안 된 거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선 오래 전부터 벌응애라는 해충이 있었고 수천 년 간의 공진화를 통해 동양종 토종 꿀벌들은 응애에 맞서는 방어기작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꿀벌 애벌레가 사는 벌 방에 응애가 찾아오면 벌 방을 가열시켜 온도를 높임으로써 응애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요. 밀랍으로 봉해진 벌 방을 문을 뜯어낸 뒤 응애를 꺼내 제거하기도 하는데요. 놀라울 정도로 고도로 진화된 사회적 면역 체계가 만들어진 겁니다. 출처 : 그린피스 양봉업이 확대되면서 꿀벌들이 자생 지역을 넘어 국제적으로 이동하게 된 탓이 큽니다. 꿀벌은 크게 동양종과 서양종으로 나뉩니다. 국내에서도 동양종 토종 벌꿀을 통한 양봉이 오랫동안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불과 100여 년 전 아시아로 유입된 서양종 꿀벌들은 이같은 공진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아시아로 넘어와서 전에 없던 응애라는 병충해를 만난 겁니다.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고요. 이렇게 서양 꿀벌을 숙주로 삼기 시작했는데, 양봉에 쓰이는 벌들이 국제적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이번엔 서양 꿀벌을 따라 응애가 역으로 서양으로 번졌고, 전 세계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에선 주로 약제를 통해서 이같은 병충해를 방제해 왔는데요. 그동안 특정 약제에 대한 의존이 심했고요. 이로 인해 내성이 생기면서 부작용이 커졌다는 게 농업진흥청의 조사 결과입니다. 20년 전 토종 꿀벌 멸절 위기, 어떻게 극복? 그런데 이미 오래 전에 국내 토종 꿀벌이 병충해 때문에 멸절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어떻게 위기를 넘겼는지를 보면 지금 악화하고 있는 서양종 꿀벌의 대량 실종 문제에 대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토종 꿀벌 양봉농가에서 기르는 벌은 한라벌이라는 개량종입니다. 서양 벌에 비해 작고 몸통 색이 더 진한 동양 토종벌을 개량해 만든 종입니다. 벌집을 보면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데 애벌레방이 가득 차 있죠. 벌방의 입구를 밀랍이나 꽃가루 등으로 막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벌통 가득 애벌레가 자라나 육아방이 거의 모두 막혀있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무렵 '꿀벌 에이즈'라고 불렸던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벌 유충이 여기 감염되면 번데기가 되지 못한 채 부패해 폐사하는 질병입니다. 발생 이후 3년 만에 전체 사육 두수의 95%가 폐사했다는 게 양봉 농가들의 주장이었고요. 정부에서도 70% 이상 폐사한 것으로 추정할 만큼 엄청난 피해를 불렀습니다. 세계 5번째 토종 꿀벌 인공수정 기술 그랬던 토종벌의 위기는 한라벌이라는 새 토종 꿀벌 품종의 개발로 무사히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한라벌 개발에는 국립농업과학원 최용수 박사팀의 노력이 숨어있고요. 보통 15년 걸린다는 꿀벌 신품종 개발을 불과 7년 만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는데, 그 비결에 대해 최 박사는 한국인 특유의 손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공수정 기술'이라고 답했습니다. 꿀벌 인공수정이란 수벌의 정자를 채취해 여왕벌 꽁무니에 있는 교미구에 삽입해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일으키는 기법입니다. 서양 벌에겐 이미 일반화된 기술인데, 동양종 토종벌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겁니다. 서양 꿀벌은 정액량이 충분해 채취하기가 쉬워 숙련된 기술을 가진 연구자들이 많은 반면 크기가 작은 동양 토종벌은 정액 채취가 어렵습니다. 또 여왕벌의 교미구 생김새도 서양종과 차이점이 있는데, 자칫하면 주입된 정액이 흘러나오기 쉽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동양 토종벌 인공수정 기술을 가진 연구진은 우리 농업과학원을 비롯해 5개 나라에 그친다는 게 최 박사 설명입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지난 2016년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을 지닌 한라벌 개발에 성공했고 국내 토봉 농가에 보급됐는데, 다행히 이후에는 같은 질병에 대한 피해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입니다. 응애 맞춤형 품종 개량 어디까지? 토종벌 멸절 위기를 이겨냈듯이 현재 진행 중인 서양종 꿀벌에서의 응애 병충해를 이겨낼 맞춤형 품종 개량이 성공을 거둔다면 세계적으로 획기적인 진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응애 저항성을 갖추는 건 과거 낭충봉아부패병 때와는 훨씬 더 까다로운 문제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동양종 토종벌에서의 응애 저항성이란 수천 년 세월 속에서 고도화된 사회적 면역 시스템인 만큼 특정 원인 유전자 한두 개를 찾아낸다고 해서 해결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미국에선 농무부와 루이지애나 대학 등이 20년간의 노력 끝에 꿀벌의 청소 행동을 강화한 바로아 응애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는 등의 성공 사례가 소개된 바 있지만 아직 충분치 못하다는 게 최용수 박사의 설명입니다. 이런 개량 품종들의 경우 실제 실효 생존율이 기존 품종에 비해 눈에 띌 정도로 높지 않거나 다음 세대에선 이같은 기능성이 사라지는 결함도 나타난다는 겁니다. 품종개량과는 별도로 기존 내성 생성을 뛰어넘는 치료제 등의 개발 연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 백신 개발의 신기원을 이뤘던 RNA 방식의 치료제 연구 등이 그렇습니다. 꿀벌이 이 치료제를 먹으면 체내 효소의 도움으로 더 작은 RNA물질로 변환되는데 벌 유충에 기생하는 응애가 이 물질을 섭취할 경우 필수 단백질의 생성을 막는 방식입니다. 인류가 먹는 전세계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종 이상이 꿀벌의 도움으로 열매가 맺는 만큼, 기후위기와 국제 공급망의 가속화는 꿀벌의 생태를 더욱 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대체 약제 개발이든 품종 개량이든 꿀벌 응애에 맞설 다양한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입니다. ▷ 관련기사 : 멸종 위기 '꿀벌'…인공수정 기술로 날아오를까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이번 주 들어 낮 최고기온이 25도에 육박하면서 더위가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입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도 갈수록 길어집니다. 이런 날씨 속에서 우리가 매일같이 마시는, 생수가 담긴 플라스틱 페트병은 햇빛을 오래 쬐면 어떻게 될까요? 생수를 담은 채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페트병 속 유해 물질이 용출될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2013년 생수 페트병 직사광선 노출 첫 시험... 2022년엔 감사원 재시험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10년도 넘게 의심스러운 문제로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2013년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먹는 샘물 미량물질 함량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를 수행하면서 시험에 나선 게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조사에서는 60℃에서 4일간 보관했더니 유해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냄새 역치값, 즉 사람이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20μg/l 이상 용출되는 게 확인돼 여름철 고온 노출을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름철 생수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목소리가 드물게 있는데, 이 냄새 원인이 바로 아세트알데히드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 2022년 감사원이 '먹는 물 수질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수 페트병 직사광선 노출' 문제 역시 감사 대상이 된 겁니다. 당시 감사원은 "2011년 이후 먹는 샘물 제조업체들이 페트병을 자체 제작하는 비율이 증가해, 제조 업체별 페트병의 유해 물질 용출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감사 배경을 밝혔습니다. 생수 6개월 유통기한, 업체 요청으로 최대 2년까지 늘어나 먼저 감사원은 생수의 유통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서울 시내 소매점과 편의점 가운데 무작위로 272곳을 점검했더니, 101개 점포(37.1%)에서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야외 직사광선 환경에 노출한 채 보관 중이라는 겁니다. 생수의 유통기간은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6개월로 돼 있고 이 기간을 연장하고자 할 경우에는 품질 변화가 없다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해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게 돼 있습니다. 실제로 생수 업체들은 지자체로부터 유통기간 연장 승인을 받아 1년 내지 2년의 유통기간을 설정해 운영해 왔다고 감사원은 밝힙니다. 한발 더 나아가 감사원은 실제로 생수의 평균 유통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편의점 본사 측 제출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점포별 보관 주기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생산 이후 실제 판매까지 짧게는 1일에서 1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됐다는 게 감사원 설명입니다. 업체들의 유통기한 연장 요청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감사원 '먹는 물 수질관리 실태' 감사보고서 (2022) 감사원 감사에서는 직사광선 노출 시 안전성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됐습니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국내 제품 3종과 수입 제품 1종) 여름철 오후 2~3시 정도의 자외선 강도와 50℃ 온도의 가혹 조건을 설정한 실험용 체임버에서 15일과 30일간 각각 노출한 뒤 생수의 수질을 검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15일 노출은 자연 상태에서 약 3.9개월에, 30일 노출은 7.8개월 정도에 해당한다고 감사원은 밝힙니다. 분석 결과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그리고 안티몬이 검출돼 유해물질의 용출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중요한 건 이 용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정도인지 여부인데, 우리나라 먹는물 수질기준상 포름알데히드의 경우는 허용치를 초과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수질기준이 0.5㎎/ℓ인 반면 감사원 실험에서는 가장 가혹한 조건인 30일 노출 테스트에 있어 4개 제품 가운데 수입 제품 1종은 0.31㎎/ℓ, 나머지 국내 제품 3종 가운데 가장 높은 게 0.17㎎/ℓ이었습니다. 그밖에 국내 2종은 각각 0.12㎎/ℓ와 0.05㎎/ℓ이었습니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가 분류한 1군 발암물질로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티몬은 유독성 중금속으로 도금, 안료 등에 사용되는데 중독됐을 경우 위장관 질환을 일으키며 발암성이 의심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일본 및 호주 수질기준 초과 제품 발견 국내 기준은 충족했지만 먹는 물 수질기준이 엄격한 나라의 기준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 허용치를 초과하기도 합니다. 가령 일본 허용치는 0.08㎎/ℓ이어서 감사원 검사대상 4개 샘플 중 3개는 일본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30일 노출 시험뿐 아니라 15일 노출에서도 수입제품 1종은 0.18㎎/ℓ이 용출돼 일본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포름알데히드와 달리 아세트알데히드나 안티몬의 경우는 국내 먹는 물 수질 기준이 없습니다. 하지만 안티몬의 경우 해외 선진국들은 허용 기준을 갖추고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0.006㎎/ℓ, 일본 0.015㎎/ℓ(수질관리 목표 설정 항목), 호주 0.003㎎/ℓ입니다. 호주가 가장 강화된 기준을 갖춘 셈인데, 호주 기준에 비춰보면 감사원 검사에서는 15일 노출과 30일 노출에서 모두 허용치 초과 제품이 나타났습니다. 특이한 점은 30일 노출에선 안티몬 호주 기준치 초과가 4 샘플 중 1개에 그쳤는데, 오히려 15일 노출에선 모두 3 샘플이 호주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감사원은 실험 결과에 따라 환경부에 조치 사항을 주문했습니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의 제조공정이나 유통과정의 다양한 조건별로 유해 물질 용출 시험을 하는 등 정밀한 검토를 거쳐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직사광선 노출을 최소화하여 생수를 유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겁니다. 생수 민간 판매 허용 30년 만에 제도 개선 이 같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환경부가 지난 4월 24일 대책을 내놨습니다. 감사 결과가 나온 지 3년 만입니다. 특히 올해는, 국내에서 생수가 민간에서 처음 판매 허용된 1995년 이후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국내 판매 생수는 전량이 지하수를 개발해 만듭니다. 지난 30년간 생수 업체들의 지하수 개발을 놓고 농민들과의 갈등이 잇따르고 지하수 고갈 논란이 제기돼왔는데,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생수병 직사광선 노출 문제도 함께 다뤄진 겁니다. 감사원 주문에 따라 환경부도 다시 직사광선 문제에 대해 '먹는 물 유통·위생관리 방안 연구'란 제목으로 연구 용역을 지난 2022년 10월부터 1년간 벌였습니다. 실태 파악을 위해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소매점 97곳 가운데 30%가 야외 및 자외선 노출 장소 등 부적절한 보관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티몬 및 알데하이드류가 보관 시간에 비례해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하 보관 제품보다 옥외 노출 제품에서 농도 증가가 더 높게 관찰됐습니다. 이 중 포름알데히드는 실제 일상 환경 기준으로 18개월 경과한 시점부터 먹는 물 수질감시기준 0.5㎎/ℓ의 절반이 넘는 수치까지 검출됐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환경부 시험 조건은 실험 온도 40℃, 노출 기간 60일이었는데, 이중 노출 기간 60일은 실제 일상 환경 기준으로 24개월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환경부는 이 검사가 의미하는 바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용출이 나타나긴 하지만 십수 개월의 오랜 시간이 흘러야 가능한 현상인 만큼 직접적인 위해가 되긴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감사원이 추정했듯이 실제 생수 제조에서 소비까지 유통기간이 길게는 1년이 넘는 걸로 분석됐다는 점은 '십수 개월'이란 게 현실성 없는 기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2013년 이래 3차례 정부에 의해 수행된 검사 결과 직사광선과 자외선에 오래 노출 시 생수가 담긴 페트병에서 유해 물질이 용출된다는 게 드러났다는 겁니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에 비해 먹는물 수질기준 혹은 수질 감시기준은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거나(포름알데히드), 기준 자체가 없는 것으로(안티몬)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직사광선 노출 정부 대책은 빛 가리는 차광포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은 편의점이나 소매점에 옥외 보관 시 빛을 가릴 수 있는 차광포를 씌우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적정 보관 의무를 어겼을 때 3천만 원 벌금 조항이 너무 강하다 보니 실제 적용 사례가 없었는데, 처벌 조항을 과태료 정도로 현실화해 적용하겠다는 대책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3년 전 감사원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당시 이 같은 의견을 냈습니다. "페트병 제조 공정과 보관환경에 따른 수질변화를 조사해 필요시 제조공정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제조공정 관리 강화 방안은 빠진 채 페트병을 덮을 차광포가 사실상 유일한 대책이 된 셈입니다. 또 수질(감시) 기준상 포름알데히드 허용치 강화나 안티몬 기준치 도입 등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된 생수 제품을 피할 방법은 뭘까요. 일단 제조일자를 확인해 가급적 최근에 생산된 제품을 선택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편의점이나 소매점에 가보면 묶음할인 등 생수 제품을 소비자 눈에 띄도록 하기 위해서 노상에 진열해 둔 곳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가급적 이런 제품도 피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 관련기사 : "무슨 냄새?" 햇빛만 쬐도 생긴다…여름철 생수병 비상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매일 마시는 물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바 있습니다. 사람 몸도 다르지 않습니다. 입이나 코로 흡입된 미세먼지가 혈액을 따라 장기 곳곳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도 잇따르는 연구를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최근 미국 뉴멕시코대 연구에 따르면 숨진 사람들의 뇌 부검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의사결정 및 행동 조절과 관련된 전전두엽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집중적으로 나타났으며, 일반인보다 치매 환자 뇌에서 더 높은 농도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관심은 몸속으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인체 위해성 여부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뉴멕시코대 연구 결과처럼 일반인과 치매 환자 간 검출 차이 같은 간접적인 상관관계가 차츰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대학 연구에선 혈관 내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사람은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의 위험이 4배 이상 높다는 연구 역시 이런 간접적인 영향을 시사합니다. 저독성·저반응성 플라스틱... 100년간 잘 써왔는데 하지만 정반대로 이런 의문도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 인류가 플라스틱 물질을 사용해 오면서 이렇다 할 인체 위해성이 불거지지 않은 것은 상대적으로 플라스틱 물질의 안전성을 방증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같은 분입니다. 이 교수는 "플라스틱은 자연환경에서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화학적으로 매우 반응성이 낮은 저독성 물질이기 때문"이라며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 않다"라고 지적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의 뇌신경 손상 메커니즘 연구결과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 그중에서도 기존 미세플라스틱보다 수백분의 1 정도로 작은 나노플라스틱의 뇌신경 손상의 병리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됩니다. 간접적인 차원의 인체 위해 상관관계를 넘어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노플라스틱이 뇌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 쏠린 까닭은 해당 연구는 한국뇌연구원과 국가독성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50나노미터 크기의 나노플라스틱을 실험용 쥐의 코로 흡입시키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미세플라스틱에는 형광 물질이 입혀져 이동 경로가 추적 가능합니다. 실험 결과 이 가운데 폐를 거쳐 혈액을 타고 뇌혈관장벽을 넘어 뇌신경세포까지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특이한 건 뇌신경세포로 이동한 나노플라스틱 입자들이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부근에 쏠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화학적 에너지 ATP를 생산하는 에너지 공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도근 한국뇌연구원 치매연구그룹 박사는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미토콘드리아의 ATP 생산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중단돼 세포가 사멸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다고 밝힙니다. 나노플라스틱으로 인해 신경세포에 병리현상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이 최초로 규명된 셈이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뇌혈관장벽의 이상 및 신경 염증이 유발되는 과정도 드러났다고 설명합니다. 나노플라스틱 뇌신경 독성 발현 원인은? 결론적으로 나노플라스틱의 실험쥐 뇌에서 신경 독성을 일으키는 과정이 드러났다는 건데, 그렇다면 궁금한 건 미토콘드리아의 ATP 생산기능에 장애를 일으킨 원인이 뭘까라는 점입니다. 연구진도 아직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은 내놓지 못합니다. 다만 몇 가지 추정되는 가설을 제시하는 수준입니다. 첫 번째는 '전기화학적 간섭'입니다. 고분자 물질일 때 아주 안정적이던 플라스틱이 나노 단위로 극미세화될 경우 전자적 안정성이 깨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생산하는 과정도 막을 통한 이온의 이동과 전위차가 쌓여서 이뤄지는 전기화학적 메커니즘을 거친다는 점입니다. 안정성을 잃은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이 같은 전기화학적 메커니즘을 방해할 가능성을 김 박사는 추정했습니다. 두 번째는 플라스틱 입자 자체의 독성이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들어가는 다양한 화학 성분의 첨가제 탓이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로 플라스틱 생산시 물성을 유연하게 하는 가소제나 안정제, 난연재 등 다양한 화학물질이 함께 쓰입니다. 셋째는 나노플라스틱이 햇빛 속에 있는 자외선과 풍화작용에 의해 물리적 스트레스가 가해져서 미세하게 쪼개질 때 겉 표면과 모양새가 이전에는 없던 거칠고 날카로운 구조들을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표면적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도 생기고요. 이런 생김새적 특성으로 인해 몸속 생체 분자와 결합할 가능성이 커지는 게 독성 발현의 또 다른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한다는 게 함께 연구했던 이규홍 국가독성연구소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장의 설명입니다. 이번 한국뇌연구원 연구진은 나노플라스틱뿐 아니라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실험쥐 흡입 실험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미세먼지의 뇌신경 손상 메커니즘도 규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진은 초미세먼지인 PM 2.5를 실험쥐에 흡입시킨 뒤 뇌 변화를 관찰한 결과, 뇌혈관 주변에서 신경세포의 가지돌기(Dendrite) 손실과 미세아교세포(Microglia) 활성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김 박사는 이는 염증 반응의 증가와 더불어 신경 기능 저하를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뇌혈관 장벽의 손상으로 인해 뇌혈류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뇌 속 노폐물 배출을 담당하는 글림프 시스템에도 이상을 일으킨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이 가운데 노폐물 배출의 핵심 역할을 하는 별아교세포(Astrocyte)란 게 있는데, 이 세포의 수족 구조(Aquaporin-4)가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된 겁니다. 이는 뇌의 해독, 정화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세포별 유전자 피해 드러내는 신기술 한몫 미세먼지의 뇌신경 손상 메커니즘 연구결과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실에서 배양된 뇌혈관 내피세포를 대상으로 공간 전사체 기법의 분석도 병행됐는데, 미세물질의 뇌신경 영향을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공간 전사체 분석 기술은 인체 장기 내 세포들을 위치에 따라 공간적으로 구분한 뒤, 병리현상이 나타나는 세포별 유전자 발현 변화를 세포 단위로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공간 전사체 분석 결과, 뇌 속으로 들어간 미세먼지 물질이 뇌세포의 특정 유해물질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이 관찰됐습니다. 우리 뇌 속에는 자동차 배기가스 등 지용성 환경 독성물질이 침입할 경우 이를 알아채고 대응하기 위해 해독 효소를 내도록 작용하는 특정 유전자 발현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험에 쓰인 미세먼지는 금속이온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합쳐져 만들어졌는데, 바로 이 PAH 탓에 해당 수용체가 활성화됐다는 게 연구진 설명입니다. PAH란 2개 이상의 벤젠 고리가 결합된 구조의 유기화합물인데 자동차 배기가스나 소각로 등 유기물의 불완전 연소시 부산물로 발생하는 유독물질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 독성 물질이 혈관을 통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파악됐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동일한 미세먼지에 노출됐더라도 신경세포, 아교세포, 혈관세포 등 각기 다른 세포 유형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공간 전사체 기술 덕분입니다. 기존엔 파악하기 어려웠던 세포별 영역별 특이반응의 실체가 드러났고, 미세먼지로 인한 뇌 손상이 단일 메커니즘이 아닌 복합적이고 세포 특이적인 경로를 통해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가 제공됐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미세플라스틱과 미세먼지 같은 미세물질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연구와 언론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핵심은 인체 유해성 여부일 텐데, 불안감을 조장하거나 혹은 위협을 방관하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과학적 데이터를 쌓고 이에 따라 현실을 평가하고 대응책을 찾는 일입니다. 이번 한국뇌연구원과 국가독성과학연구소의 실험 같은 연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 관련기사 : [단독] 몸속 나노플라스틱, '뇌신경 손상' 일으켜…국내 연구진 첫 규명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벚꽃 만개로 느껴진 봄기운도 잠시, 곧 있으면 여름철 더위를 앞두고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나 동양하루살이 같은 이른바 대발생 곤충 떼 출몰시기가 찾아옵니다. 지난 수년간 대발생 곤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정작 유입경로나 대발생 원인 그리고 방제법 등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여러 연구진들의 노력 덕분에 대발생 곤충 생태와 관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0일 열린 '2025 서울시-생물자원관 대발생 곤충 공동대응 전략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 관련 연구 결과가 그랬습니다. 이번 지구력에서 상세히 소개해봅니다. 러브버그의 경우는 종전에 국내에 토착화되지 않았던 외래 유입종인 건 분명한데 어디서 어떻게 유입됐는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난징, 항저우 등 중국남부나 대만, 오키나와 등에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이들 지역으로부터 제주도를 통해 북상한 게 아니냐는 추정 정도였습니다. 2025 서울시-국립생물자원관 공동대응 전략 심포지엄 발표 북한산 러브버그 어디서 왔나? 서울대 신승관 연구팀이 이 같은 러브버그 유입 경로 확인을 위한 유전체 비교 분석을 국내에서 처음 시도해 왔는데, 그 결과가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됐습니다. 남중국과 오키나와에서 발생한 러브버그와 국내 발생 개체 간의 유전적 분화도(FST)를 조사했더니, 한국 발생 개체와 난징 개체 간에는 0.303, 한국-항저우는 0.325, 한국-오키나와는 0.729로 나타났습니다. 유전적 분화도란 두 개체군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유전적으로 가깝다는 뜻입니다. 0.25 이상이면 유전적으로 크게 분화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기존에 유입 경로로 알려졌던 난징, 항저우, 오키나와는 모두 0.25 이상으로 나타나, 국내 발생 개체와의 유전적 거리가 상당한 만큼 직접적인 기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신 교수팀의 연구 결과입니다. 2025 서울시-국립생물자원관 공동대응 전략 심포지엄 발표 반면 난징, 항저우로부터 훨씬 북쪽에 있는 칭다오 지역에서 나타난 러브버그는 국내 발생 개체와 유전적 분화도가 0.164에 그쳤습니다. 신 교수는 칭다오 혹은 인근 산둥반도 지역에서부터 국내로 선박 등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걸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러브버그가 처음 등장했던 게 2015년 인천 산곡동이라는 게 신 교수 설명입니다. 따라서 서해를 오가는 선박편을 통해 산둥반도에서 인천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남중국이나 오키나와 러브버그는 5월과 9월 두 차례 짝짓기 비행을 하며 대발생하는 반면 칭다오 개체들은 여름에 한 번 짝짓기 하는 특징이 있는데, 국내 러브버그 역시 칭다오 개체들과 같습니다. 이런 특징 역시 산둥반도를 통한 유입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아열대 지역에서 자생하던 러브버그가 산둥반도와 국내 수도권에까지 출몰한 건 큰 틀에서 기후변화와 상관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열대 지역의 모든 곤충이 북상하는 건 아닌데요. 북쪽으로 올라간 러브버그의 특성은 뭘까요? 살충제 잘 안 듣는 러브버그 왜? 신 교수팀의 또 다른 러브버그 연구 결과는 국내로 들어온 러브버그의 또 다른 특징을 알려줍니다. 국제 저널 '유전체 생물학 및 진화; Genome Biology and Evolution)' 지난해 10월호에 A Chromosome-Scale and Annotated Reference Genome Assembly of Plecia longiforceps Duda, 1934 (Diptera: Bibionidae)이란 제목으로 실렸는데요. 국내 발생 러브버그의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살충제 저항성에 관련된 CYP 유전자가 128개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이는 곤충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치라고 신 교수팀은 밝혔습니다. 이 CYP 유전자는 벌레 잡는 살충제로 많이 쓰이는 피레스로이드나 네오니코티노이드 같은 물질을 해독시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아열대 지방에 서식했던 러브버그가 중국 북부 지역을 거쳐 한반도까지 유입해 생존해 온 데에는 이렇게 강한 살충제 저항성이 한몫했을 걸로 추정됩니다. 또 하나는 이 같은 살충제로 방제에 나설 경우 효과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도 하겠습니다. 동양하루살이 찾아 한강 수중 잠수했더니 이번엔 동양하루살이입니다. 이 곤충의 애벌레 서식지를 확인하기 위한 김동건 삼육대 교수팀의 한강 잠수 조사도 흥미롭습니다. 하루살이는 물속 강바닥에서 1년간 유충 생활을 하다 수면으로 올라와 껍질을 벗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화 과정을 거치면서 성충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유충 서식지는 물가 가장자리 수초들이 많은 얕은 바닥층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김 교수팀이 지난해 4월~10월까지 한강본류와 지류 등 22개 지점에 대해 물속을 직접 들여다본 결과는 기존 추정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한강의 좌안, 우안 등 하천 수변부와 수심이 깊은 강 중앙부를 나눠서 수중 조사한 결과, 예상과 달리 수심이 깊은 강 중앙부에 동양하루살이 유충들이 대거 서식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개체수가 폭증하는 8월에 좌우안 수변부와 강 중앙부를 비교했더니 유충 개체수가 10배 이상 강 중앙부에 더 많았다는 게 김 교수의 조사 결과입니다. 2025 서울시-국립생물자원관 공동대응 전략 심포지엄 발표 왜 이럴까요? 김 교수는 유충의 기관아가미에 주목합니다. 동양하루살이 성충과 달리 유충 시절에는 물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기관아가미를 통해 호흡을 합니다. 고운 퇴적토가 쌓인 가장자리 진흙층에서는 고운 모래가 기관아가미를 막아 호흡에 방해가 되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한강 한가운데 띄운 벌레 잡는 포집기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의 생태가 새롭게 드러나면서 방제법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동양하루살이의 경우 빛을 향해 달려드는 습성을 이용해 강변에서 빛을 밝히는 포충기를 설치해 방제하는 방식이 흔하게 쓰입니다만 강변 산책로 부근에 설치하다 보니 더 많은 동양하루살이를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쪽으로 끌어들인다는 모순점도 있습니다.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라 새로운 조명 포집 방안이 제안됐습니다. 강 중앙에서 성충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바지선을 강 중앙부에 띄워 한강 한가운데에서 포집을 하자는 겁니다. 지난해 시범 테스트를 거친 데 이어 올여름 한강에는 이 같은 강 중앙부 바지선을 이용한 포집 방제법이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러브버그 방제에도 새로운 시도가 이뤄집니다. 기존 미국에서의 연구결과가 새롭게 국내에 알려진 덕분인데요. 장미꽃과의 꽃잎에서 방출하는 방향 물질이 러브버그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이 천연 성분 물질은 페닐아세트알데하이드입니다. 러브버그 역시 꿀벌과 비슷하게 꽃가루나 꿀을 먹이로 삼는데 특히 장미꽃과 식물의 방향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2015년도 미국 연구에 따르면 이 물질을 이용해 포집기를 만들어 연구했더니 포획된 1만 2천 개 벌레 가운데 805개, 6%만이 다른 곤충이었고 나머지 모두가 러브버그였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러브버그 유인하는 장미꽃 방향물질 현재 이 물질을 이용해 러브버그 포집기 샘플이 만들어졌고요. 이번 여름을 앞두고 북한산 지역 등 러브버그 출몰지역에 대해 시범 테스트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 두 벌레는 사람한테 특별한 해를 끼치지 않는다지만 대발생시 보는 사람에게 주는 혐오감 등으로 처치곤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연과 환경에 도움을 주는 익충으로서의 위상이 있는 만큼 화학물질로 만든 살충제를 대거 동원해 방제하는 데 반감이 큽니다. 또 주로 발생하는 한강이나 북한산 등에 유해 살충제를 대량으로 쓸 경우 주민 건강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고요. 이 때문에 친환경 방제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았습니다. 새롭게 고안된 방제 방안들이 실제로 올여름 효과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거세진 통상 압력과 맞물리면서 유전자 변형(LMO) 감자의 수입 승인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미국 심플로트사의 LMO 감자 'SPS-Y9' 품종에 대해 환경부와 해수부에 이어 농진청이 심사 개시 7년 만에 수입 적합 판정을 내린 사실이 SBS 보도로 확인된 이후, 소비자와 농민단체의 반발은 물론 전라남도도 적합 판정 철회를 공식적으로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해당 품종의 국내 수입 개방까지는 식약처의 최종 인체 위해성 심사만이 남은 상황입니다. ▷ "한국에 팔게 해달라" 7년 끌다 결국…심사 통과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리포트, SBS 8뉴스, 2025년 3월 19일) 콩기름 대부분 LMO 수입 콩, 성분 표시 왜 없나? 감자에 앞서 콩 옥수수 등 6개 품종의 농산물이 이미 수입 승인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콩입니다. 지난 한 해에만 LMO 콩 90만 톤, 7천 2백억 원어치가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이중 브라질산이 48만 톤, 미국산이 42만 톤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대형 식품업체들이 들여오는데요. 마트에 진열된 콩기름의 대부분에 LMO 수입 콩이 원료로 쓰인다는 게 식품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일반 콩의 경우 급변하는 기후 등 적응 문제로 안정적인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겁니다. 반면 LMO 콩은 제초제 저항성 등 재배 강점들 덕분에 공급량 확보에 유리한 걸로 알려집니다. 그런데 마트에 진열된 많은 브랜드의 콩기름 제품 라벨을 들여다봐도 유전자 변형 원료 사용 여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반면 원산지 표기는 잘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식품위생법상 표시 의무가 있기는 원산지뿐 아니라 유전자 변형 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왜 차이가 날까요? 콩기름 제조 특성상 250도가량의 높은 온도와 고압의 압착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DNA 유전자 물질이 모두 제거되기 때문에 일반 유전자는 물론 문제의 변형 유전자도 남아있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이럴 때는 표시 의무 예외가 적용되기 때문에 LMO 수입 콩을 썼더라도 표시 사항을 찾아볼 수 없는 겁니다. 콩기름엔 LMO 콩, 두부나 콩나물엔 일반 콩…이유는? 그렇다면 콩을 원료로 하는 두부나 콩나물은 어떨까요? 이런 식품들은 기름에 비해서 가공 정도가 훨씬 덜하기 때문에 유전자 물질이 100% 제거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식품기업들은 LMO 콩을 써서 두부나 콩나물에 유전자 변형 원료 사용을 표시하기보다 일반 콩을 쓰는 전략을 취합니다. (원산지로 따지면 국내·외산 모두 쓰이죠) 유전자 변형 원료 사용 표시로 인해 잠복해 있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지 모른다는 우려 탓입니다. 앞으로 남은 식약처의 LMO 감자 인체 위해성 심사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게 있습니다. 사실 미국 심플로트사의 LMO 감자 인체 위해성 문제는 이미 한 차례 식약처 심사 문턱을 넘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SPS-E12'라는 품종이었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모두 8차례의 심사위를 개최해 심사를 벌였고 심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동물실험 결과 독성이 없으며 알레르기 유발 우려도 없고, 영양성분 상으로도 기존 감자와 생물학적 차이가 없다며 "결론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서 식약처는 2018년 국정감사를 통해 이듬해 2월 수입 승인 예정이라고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LMO 감자 수입 최종 식약처 심사, 관건은?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듬해 2월 수입승인은 이뤄지지 않았고 식약처는 입장을 바꿔 2025년 3월 현재까지도 무려 9년간 심사가 계속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식약처 입장이 180도 돌변한 배경은 뭘까요? 심사를 마친 직후였던 2018년 10월 미국에서 LMO 감자의 위험성을 고백한 책의 출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걸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책의 저자가 심플로트에서 직접 LMO 감자 개발을 지휘했던 과학자였기 때문입니다. 카이어스 로멘스라는 박사인데, 책 제목은 <판도라의 감자: 최악의 GMO(Pandora's Potatoes : The Worst GMOs)>입니다. 이런 내용을 지난해 10월 지구력 코너 <'안전성 심사만 9년째' GMO 감자…뭐가 문제길래?>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현재 국내 수입을 위해 식약처의 마지막 인체 위해성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SPS-E12와 SPS-Y9, 두 품종 모두 로멘스 박사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합니다. 농민 및 소비자 단체 여러 곳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납득할 만한 평가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면 LMO 감자 수입은 트럼프 정부와의 통상 갈등을 악화시킬 뇌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식약처가 안전성 논란의 씨앗을 남기지 않도록 명확한 검증 결과를 내놓아 소비자들의 불안이 확산하지 않길 바랍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한강에 물이 동났다." 경기연구원에서 상수원을 연구하는 조영무 박사의 말입니다. 여의도에만 나가봐도 한강에 물이 넘실대는데 무슨 말일까요? 오늘 지구력은 지난 3월 12일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후보지 확정을 계기로 한강 물 부족 얘기를 해봅니다. 한강 유역에 댐이 10개나 되지만 이 중 용수 공급 목적으로 쓰이는 댐은 충주댐과 소양강댐에 그칩니다(횡성댐도 있으나 양은 미미합니다). 이 두 곳이 보내주는 하루 1천만 톤의 물이 수도권의 식수원 및 농공 용수로 쓰입니다. 나머지 7개 댐은 주로 발전용 댐입니다. 발전댐의 물 역시 전기 생산과 동시에 하류로 방류되지만 용수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발전용 댐은 전기수급과 가격 수준에 따라 수력발전기를 가동하는 발전량이나 발전 시간이 들쭉날쭉합니다. 반면 하류에서 물을 공급받는 쪽에선 연간 단위의 안정적인 공급 계획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불규칙한 방류는 수자원으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용수 계약률, 소양강댐 96% 충주댐 92% 문제는 충주댐, 소양강댐의 용수 공급 가능량이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겁니다. 용수 계약률이 소양강댐 96%, 충주댐 92%로 나타났습니다. 자칫 큰 가뭄으로 저수량이 줄면 수도권 물 수요를 충당하기 힘든 겁니다. 2022년 만들어진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따르면 2035년 한강 유역 3개 댐 수원의 일평균 공급능력은 1,096만 톤이며 수요량은 1,031만 톤으로 여유분은 고작 65만 톤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향후 수도권 물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도 용인에 들어서게 될 2개의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자리 잡게 될 SK하이닉스와 남사읍에 지어질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각종 정밀부품의 세정 등에 막대한 양의 초순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2022년 국가수도기본계획이 확정됐을 때는 SK하이닉스 클러스터의 잠재 용수 수요량만 반영됐을 뿐, 삼성전자가 들어설 남사읍 국가산단은 아직 발표도 안 됐던 때입니다. 두 클러스터의 물 사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203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보면 SK하이닉스가 하루에 87만 톤, 삼성전자 80만 톤이라는 게 조 박사의 분석입니다. 합치면 167만 톤인데 현재 서울시 전체 하루 물 사용량 280만 톤의 60%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양입니다. 80년 만에 '용수 공급' 도입한 화천댐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2023년부터 북한강 상류 화천댐이 동원됐습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44년 발전용 댐으로 지어졌는데 완공 후 약 80년 만에 처음으로 용수공급 기능을 추가 도입한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발전 댐의 경우 방류가 들쭉날쭉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면서도 고정적으로 방류가 가능한 최적 물량이 얼마나 될지 실증했더니 초당 22톤, 하루 100만 톤의 공급이 가능한 걸로 나타났습니다(하지만 이 100만 톤이 용인 클러스터 2곳의 물 이용량 167만 톤에 곧바로 적용되진 않습니다). 여기에다 심각한 수준의 가뭄이 닥쳤을 때를 가정해 환경부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한강 유역의 물 부족량이 연간 3.76억 톤(하루 103만 톤)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3월 12일 기후대응댐 후보지가 확정됐던 제1차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의결 과정에서 환경부가 계산한 분석치입니다. 환경부는 지자체 간 취정수장 공조와 화천댐 다목적화 등 기존 수자원 효율화를 통해 부족분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2.82억 톤(하루 77만 톤)을 확보할 수 있지만 나머지 20%는 신규 댐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큰 규모의 댐이 강원도 양구 수입천댐(연 0.52억 톤)이고 그 밖에 단양 단양천댐(0.12억 톤), 연천 아미천댐(0.09억 톤), 삼척 산기천댐(0.002억 톤) 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4곳 중 가장 덩치가 큰 수입천댐과 단양천댐이 이번 기후대응댐 후보지 확정 과정에서 '보류'됐습니다. 수도권의 물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지방의 희생이 불가피한 신규 댐 건설을 추진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이번 기후대응댐 후보지 확정에서 드러난 겁니다. 당초 14곳 후보지 가운데 9곳만 확정됐는데 상당수는 홍수나 가뭄으로 지역민들의 피해가 가중돼 왔던 곳들입니다. 댐 건설이 현지 동의를 구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양구 수입천댐의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용에 가깝다는 지적입니다. 주민 반발을 넘기 어려운 겁니다. 용수 공급용 댐 건설 논의에 앞서 기존 수도권 내 수자원 이용 효율화가 제대로 검토됐는지는 의문입니다. 환경부는 화천댐 등 기존 수자원 활용 18가지 방안과 하수 재이용 등 대체 수자원 확보 방안 25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수 대책을 적용해 봤지만 가뭄 심각시 물 부족분을 채우긴 역부족이라는 설명입니다. 수도권 지자체 간 물 사용 효율화, 정부가 조정해야 앞서 말씀드린 대로 팔당댐 의무 방류량 하루 1천만 톤 가운데 서울시가 가져다 쓰는 물이 280만 톤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용량 말고 시설 용량으로 치면, 서울시의 하루 취수 가능 시설 용량이 616만 톤이나 됩니다. 실제로 쓰는 물의 양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셈이죠. 물이란 게 워낙 도시 기능의 중추적 역할을 하다 보니 어떤 지자체든 일단 넉넉히 확보하려는 생리가 작동합니다. 서울시도 유사시를 대비해 가능한 충분한 용수 공급 시설을 갖춘 겁니다. 이처럼 한 번 설정된 시설용량은 국가수도기본계획상 상수원 배분량을 산정할 때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된다는 게 조 박사의 설명입니다. 물 이용 효율화란 광역 단위 물 배분 시스템에서 남는 물 주고받기를 새로 짜야한다는 건데, 서울 인천 경기 3개 지자체마다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중앙 정부가 나서서 현재의 물 이용 실태를 바탕으로 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디자인 :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