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환경전문기자입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한강에 물이 동났다." 경기연구원에서 상수원을 연구하는 조영무 박사의 말입니다. 여의도에만 나가봐도 한강에 물이 넘실대는데 무슨 말일까요? 오늘 지구력은 지난 3월 12일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후보지 확정을 계기로 한강 물 부족 얘기를 해봅니다. 한강 유역에 댐이 10개나 되지만 이 중 용수 공급 목적으로 쓰이는 댐은 충주댐과 소양강댐에 그칩니다(횡성댐도 있으나 양은 미미합니다). 이 두 곳이 보내주는 하루 1천만 톤의 물이 수도권의 식수원 및 농공 용수로 쓰입니다. 나머지 7개 댐은 주로 발전용 댐입니다. 발전댐의 물 역시 전기 생산과 동시에 하류로 방류되지만 용수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발전용 댐은 전기수급과 가격 수준에 따라 수력발전기를 가동하는 발전량이나 발전 시간이 들쭉날쭉합니다. 반면 하류에서 물을 공급받는 쪽에선 연간 단위의 안정적인 공급 계획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불규칙한 방류는 수자원으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용수 계약률, 소양강댐 96% 충주댐 92% 문제는 충주댐, 소양강댐의 용수 공급 가능량이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겁니다. 용수 계약률이 소양강댐 96%, 충주댐 92%로 나타났습니다. 자칫 큰 가뭄으로 저수량이 줄면 수도권 물 수요를 충당하기 힘든 겁니다. 2022년 만들어진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따르면 2035년 한강 유역 3개 댐 수원의 일평균 공급능력은 1,096만 톤이며 수요량은 1,031만 톤으로 여유분은 고작 65만 톤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향후 수도권 물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도 용인에 들어서게 될 2개의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자리 잡게 될 SK하이닉스와 남사읍에 지어질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각종 정밀부품의 세정 등에 막대한 양의 초순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2022년 국가수도기본계획이 확정됐을 때는 SK하이닉스 클러스터의 잠재 용수 수요량만 반영됐을 뿐, 삼성전자가 들어설 남사읍 국가산단은 아직 발표도 안 됐던 때입니다. 두 클러스터의 물 사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203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보면 SK하이닉스가 하루에 87만 톤, 삼성전자 80만 톤이라는 게 조 박사의 분석입니다. 합치면 167만 톤인데 현재 서울시 전체 하루 물 사용량 280만 톤의 60%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양입니다. 80년 만에 '용수 공급' 도입한 화천댐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2023년부터 북한강 상류 화천댐이 동원됐습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44년 발전용 댐으로 지어졌는데 완공 후 약 80년 만에 처음으로 용수공급 기능을 추가 도입한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발전 댐의 경우 방류가 들쭉날쭉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면서도 고정적으로 방류가 가능한 최적 물량이 얼마나 될지 실증했더니 초당 22톤, 하루 100만 톤의 공급이 가능한 걸로 나타났습니다(하지만 이 100만 톤이 용인 클러스터 2곳의 물 이용량 167만 톤에 곧바로 적용되진 않습니다). 여기에다 심각한 수준의 가뭄이 닥쳤을 때를 가정해 환경부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한강 유역의 물 부족량이 연간 3.76억 톤(하루 103만 톤)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3월 12일 기후대응댐 후보지가 확정됐던 제1차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의결 과정에서 환경부가 계산한 분석치입니다. 환경부는 지자체 간 취정수장 공조와 화천댐 다목적화 등 기존 수자원 효율화를 통해 부족분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2.82억 톤(하루 77만 톤)을 확보할 수 있지만 나머지 20%는 신규 댐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큰 규모의 댐이 강원도 양구 수입천댐(연 0.52억 톤)이고 그 밖에 단양 단양천댐(0.12억 톤), 연천 아미천댐(0.09억 톤), 삼척 산기천댐(0.002억 톤) 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4곳 중 가장 덩치가 큰 수입천댐과 단양천댐이 이번 기후대응댐 후보지 확정 과정에서 '보류'됐습니다. 수도권의 물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지방의 희생이 불가피한 신규 댐 건설을 추진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이번 기후대응댐 후보지 확정에서 드러난 겁니다. 당초 14곳 후보지 가운데 9곳만 확정됐는데 상당수는 홍수나 가뭄으로 지역민들의 피해가 가중돼 왔던 곳들입니다. 댐 건설이 현지 동의를 구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양구 수입천댐의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용에 가깝다는 지적입니다. 주민 반발을 넘기 어려운 겁니다. 용수 공급용 댐 건설 논의에 앞서 기존 수도권 내 수자원 이용 효율화가 제대로 검토됐는지는 의문입니다. 환경부는 화천댐 등 기존 수자원 활용 18가지 방안과 하수 재이용 등 대체 수자원 확보 방안 25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수 대책을 적용해 봤지만 가뭄 심각시 물 부족분을 채우긴 역부족이라는 설명입니다. 수도권 지자체 간 물 사용 효율화, 정부가 조정해야 앞서 말씀드린 대로 팔당댐 의무 방류량 하루 1천만 톤 가운데 서울시가 가져다 쓰는 물이 280만 톤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용량 말고 시설 용량으로 치면, 서울시의 하루 취수 가능 시설 용량이 616만 톤이나 됩니다. 실제로 쓰는 물의 양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셈이죠. 물이란 게 워낙 도시 기능의 중추적 역할을 하다 보니 어떤 지자체든 일단 넉넉히 확보하려는 생리가 작동합니다. 서울시도 유사시를 대비해 가능한 충분한 용수 공급 시설을 갖춘 겁니다. 이처럼 한 번 설정된 시설용량은 국가수도기본계획상 상수원 배분량을 산정할 때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된다는 게 조 박사의 설명입니다. 물 이용 효율화란 광역 단위 물 배분 시스템에서 남는 물 주고받기를 새로 짜야한다는 건데, 서울 인천 경기 3개 지자체마다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중앙 정부가 나서서 현재의 물 이용 실태를 바탕으로 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디자인 : 안준석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플라스틱 중에서도 페트 소재의 음료병을 사용 후 다시 같은 식음료용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을 '보틀 투 보틀'(B2B)이라고 합니다. 기존에는 인형 솜이나 공사 현장에서의 파이프 제조 등에 쓰이는 저급 재활용이 대부분이었죠. 이런 재활용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겠지만 한 차례 재활용에 그칠 뿐 추가 반복적인 활용은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보틀 투 보틀'은 신재 페트 원료와 섞어 여러 차례 반영구적으로 되풀이해 같은 용도의 음료병으로 쓸 수 있는 만큼 훨씬 더 뛰어난 재활용 방식으로 꼽힙니다. EU는 올해까지 식품용 페트 제조 시 재생 원료 사용 비중을 25%까지 올리도록 의무화했고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립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식음료 페트뿐 아니라 플라스틱 포장재에 올해까지 25%, 2030년까지 50% 재생 원료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유럽 역시 페트를 넘어 모든 플라스틱병류로 재생 원료 의무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모든 플라스틱병류에 대해 2030년까지 30% 의무 사용 예정입니다. 국내 재생 페트 3% 룰, 2년 만에 실패... 왜? 우리 정부가 지난 2023년 페트 원료 생산업체에게 재활용을 통해 확보된 재생 페트 원료를 의무적으로 섞어 쓰도록 의무화한 데에도 이같은 '보틀 투 보틀' 확대가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당시 도입한 규제는 페트 원료를 연간 1만 톤 이상 만드는 생산자에게 재생 페트를 3% 이상 섞어 쓰도록 사용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4년의 경우 환경부 집계 결과 롯데케미칼 등 의무 대상자들의 재생 원료 사용률은 0.4%에 그쳤습니다. 법정 규제의 약 1/10에 불과했던 겁니다. 원인은 뭘까요. 수요, 공급 모두 문제가 있었습니다. 재생 원료 수요 측면에서는 재생 의무 설정의 초점이 잘못 맞춰졌기 때문입니다. 재생 원료를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식음료 회사를 빼놓은 채 원료 물질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게 잘못 됐다는 겁니다. 23년 규제 도입 때부터 이같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원료 물질 생산자 규제를 강행한 건 원료 생산업체가 국내 몇 군데 안 되는 만큼 훨씬 실효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신재 페트 원료보다 50%가량 단가가 높은 재활용 재생칩을 주문하려는 식음료 기업들이 나타나지 않자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재활용 페트병을 사용한다며 일부 물량에 대해서만 보여주기식으로 쓰는 데 그친 겁니다. 재생 원료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컸습니다. 식음료 포장재에 쓰이는 만큼 식품 포장 안전성이 주요한 관심 사항이었습니다. 이같은 고품질의 재활용 페트병을 얻기 위해서 환경부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죠. 이른바 무색 페트 별도 분리배출이라는 겁니다. 종전에는 PE, PS 등 다양한 플라스틱류를 모두 한데 섞어 혼합 배출했는데, 여기에 추가로 수거망을 만들어 투명 페트병만 따로 모으기 시작했죠.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노력해 분리배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 뒷단에서도 분리 처리할 작업 라인 등 별도 공정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지만 선별업계 형편상 그렇게 되지 못했고요. 대부분 선별업체에선 다른 재질 재활용 플라스틱과 뒤섞여 혼합 처리되는 종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저급 재활용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2024년의 경우 무색 페트 별도 수거를 통해 페트 재생 원료로 만들어진 분량이 1천728톤이라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무색 페트 별도 수거량 자체는 3만 7천 톤입니다만 이 중 실제로 재생 원료로 만들어진 물량은 1천728톤이라는 의미입니다.) 연간 음료 및 생수병용으로 쓰이는 페트 물량 32만 톤에 비하면 0.5%가 '보틀 투 보틀'을 통해 재사용된 겁니다.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무색 페트 별도 배출'의 실상입니다. '3% 룰' 실패했는데 오히려 '10% 룰'로 껑충 강화?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단추가 잘못 꿰어진 페트 재생 원료 의무 사용 규제를 손보겠다고 나섰습니다. 2026년부터 해당 규제 적용 대상, 즉 해당 재활용지정사업자를 롯데케미칼 같은 페트 생산업자가(연간 1만 톤 이상 생산) 아니라 최종 사용자인 롯데칠성, 코카콜라 등 식음료 업체로(연간 5천 톤 이상 페트 사용) 전환하겠다는 겁니다. 또 의무 사용률도 기존 3%에서 10%로 껑충 높여 적용합니다. 아울러 2030년까지 이 비율을 30%로 높이겠다고도 밝혔습니다. ▷ 재생 페트 10% 의무화... 재활용 이번엔 성공?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리포트, SBS 8뉴스, 2025년 2월 21일) 환경부가 재작년 도입한 재생 원료 의무 사용제의 사실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렇듯 강도 높은 목표 설정을 한 건 왜일까요? 여기엔 지난해 바뀐 또 다른 제도가 작용했습니다. 위에서 보틀 투 보틀 활성화의 공급 측면상 걸림돌로 투명 페트 별도 배출 제도를 말씀드렸는데요. 이같은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부가 지난해 '식품 용기 사용 재생 원료 기준'이란 걸 개정했습니다. 투명 페트로 별도 수거된 물량뿐 아니라 기존 방식대로 혼합 수거된 재활용 플라스틱 가운데 폐페트도 일정한 공정 기준을 거치면 식음료용 재생 원료로 쓰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겁니다. 혼합 수거 폐페트도 B2B 허용... 이게 게임체인저? 재활용 업계 관계자에게 확인해 보니 현재 이런 공정을 갖췄거나 준비 중인 업체들의 공정 규모를 모두 감안하면 연간 8만 톤의 보틀 투 보틀 재생 원료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내 연간 전체 물량 32만 톤 가운데 환경부가 내년에 내건 재생 의무량 10% 목표치는 2만 톤 규모입니다. 10% 규제는 5천 톤 이상 사용 업체로 한정하기 때문인데요. 이 제한에 따르면 연간 대상 규모는 20만 톤입니다. 내년 규제치 10%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환경부로 하여금 규제 강화에 나서게 만든 배경으로 보입니다. 일단 지난해 규제 완화 이후 첫 해엔 혼합 수거를 통한 재생 페트 생산량은 113톤 수준이었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재활용 업체들의 설비 준비와 관련 허가 신청이 이뤄지는 중인 만큼 가동이 본격화되면 큰 폭으로 늘어날 거라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시민들 애먹는 투명 페트 별도 배출, 지속 가능할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종전처럼 아파트에서 여러 플라스틱을 뒤섞어 배출하더라도 선별 및 재활용 업체 공정을 통해 식음료용 고품질 재생 페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시민들이 힘들여 투명 페트만 라벨을 떼어내고 별도로 모아 배출해야 할까요? 환경부는 당분간 이 제도를 변경할 생각은 없습니다. 투명 페트 별도 배출로 확보된 원료는 품질이 좋아 세척 등 처리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론도 있습니다. 품질이 좋은 만큼 혼합 수거 물량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사실 이모저모 맞춰보면 별도 배출 물량의 가격상 이점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혼합 수거를 통한 보틀 투 보틀이 안정화될 경우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투명 페트 별도 배출에 대한 반발이 고개를 들게 될 걸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트 원료 물질 생산자에서 식음료 기업으로 재생 원료 사용 의무를 전환한 건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혼합 수거 물량을 식음료용으로 가능하게 한 조치도 '보틀 투 보틀'의 본격적인 확산에 도움이 될 걸로 보입니다. 디자인 : 안준석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2월과 3월, 1년 중 미세먼지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입니다. 2025년 올봄은 어떨까요?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그래도 다행히 평년보다는 나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먼지를 불러들이는 고기압성 순환의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고기압의 위치가 내륙보다는 동해안 쪽으로 비켜서 있는 데다 강수량도 평소보다 많고 바람도 남풍 계열이 불 걸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2024년 한국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15.6㎍/㎥ 사실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면서 대기 과학 전문가나 환경부에겐 큰 걱정이 있었습니다. 산업 활동과 교통 이동량 감소 등으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던 혜택이 사라지고 미세먼지가 다시 고개를 쳐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환경부가 2024년 국내외 초미세먼지 실태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놀랍게도 2023년보다 전국 기준 초미세먼지 연평균치가 14% 넘게 줄어들면서, 15.6㎍/㎥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5년 정부가 초미세먼지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10년 만입니다. 이 가운데 초미세먼지 등급 '좋음'(0~15㎍/㎥)을 기록한 게 2015년 63일에서 지난해 212일로 늘었습니다. '나쁨'(36~75㎍/㎥)은 60일에서 10일로 줄었고요. 걱정과 달리 코로나 이후에도 감소세가 두드러진 배경은 뭘까요? 환경부는 우리 정부의 정책 효과, 중국 유입 감소, 양호한 기상 여건 등 3가지 요인으로 설명합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중국 유입 요인입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촉발된 중국 경기 침체에다가 중국 정부도 강력한 대기 오염 저감 정책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같은 중국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을까요. 국제 사회에 보여주기식 정책 홍보에 불과한 건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노력이 코로나 이후에까지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되는 건지 따져봤습니다. ▷ "한국 요즘 미세먼지 없네?"…이유는 '중국'에 있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리포트, SBS 8뉴스, 2025년 2월 11일) 2024년 중국 징진지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42.2㎍/㎥ 먼저 이번 환경부 자료에 나타난 중국 현지의 초미세먼지 관측치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징진지'는 우리로 치면 베이징과 그 인근의 텐진, 허베이 등 수도권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2015년 연평균 77.0㎍/㎥까지 올랐던 징진지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 42.2㎍/㎥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25.2㎍/㎥에서 15.6㎍/㎥으로 38.1% 줄어들었는데, 징진지는 퍼센티지로 치면 우리보다 더 가파르게 농도가 낮아진 겁니다. 징진지와 더불어 국내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또 하나의 지역이 상하이 인근 장강 삼각주 지역인데, 이곳도 2015년 53.0㎍/㎥에서 2024년 33.0㎍/㎥으로 37.7%가 떨어졌습니다. 이 데이터는 중국 생태환경부 자료인데요, 중국 국내 데이터라 의심스러운가요? 한·중 공동 연구 사례로 따져보죠. 서울대 이승묵 교수 연구팀과 중국 과학원이 공동으로 연구해 국제저널 EI(Environment International)에 지난해 8월 게재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 캠퍼스와 베이징 인근의 중국 환경과학원(CRAES)에서 동일한 설비와 기준으로 측정이 이뤄졌습니다. 먼저 중국의 경우 2020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1차 공동 연구 기간)와 2021년 7월부터 이듬해 3월(2차 공동 연구 기간)까지를 비교했습니다. 그랬더니 중국의 경우 1차 때에 비해 2차 연구 기간에 PM 2.5 초미세먼지 농도가 51.9㎍/㎥에서 25.4㎍/㎥로 51% 줄어든 걸로 조사됐습니다. "중국 석탄 연소, 산업, 소각 분야 먼지 저감이 효과" 연구팀은 어떤 요인이 이같은 저감을 불렀는지 모두 9개 항목으로 따져봤습니다. 산업 활동, 석탄 연소, 소각 등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석탄 연소로 분석됐습니다. 전체 초미세먼지 농도 가운데 석탄 연소가 기여한 게 1차 기간 때 4.41㎍/㎥에서 2차 때 0.08㎍/㎥로 98%가 줄어든 걸로 분석됐습니다. 산업 부문의 기여량은 1차 때 5.6㎍/㎥에서 2차 때 1.5㎍/㎥로 73%가 줄었고요, 소각 부문도 56% 감소한 걸로 분석됐습니다. 연구팀은 이같은 효과의 원인에 대해 중국 정부가 시행한 계절관리제(SMP)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베이징의 경우, 산업, 석탄 연소 및 소각로 오염원에서 향상된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는 중국 정부의 계절관리제가 오염원의 기여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지적합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지난 2013년부터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그해 대기 오염 방지 행동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2015년엔 환경보호법 개정, 2016년 대기오염예방 및 조정법 개정과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2017년 환경보호세법 도입, 2018년 남천보위전 3년 행동계획(Three-year Action Plan for Winning the Blue-Sky War) 등 줄줄이 계속됐습니다. 국내에선 가정용 난방에서 연탄 구경하기 힘들어진 지 오래지만 중국에선 최근까지도 다양한 형태의 석탄 연료가 쓰였습니다. 이런 석탄 연료를 석유나 가스로 크게 바꿨고 이게 대기질 개선의 큰 원인이 된 겁니다. 또 각지에 있는 소형 석탄 발전소들을 통·폐합해 대형 발전소로 전환시키면서 연료를 바꾸는 건 물론이고 강화된 대기질 규제를 적용하는 식으로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전기차 전환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도입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NOx, SOx 더불어 VOCs 줄이는 게 앞으로 먼지 문제 핵심 대기 과학자들 사이에선 앞으로는 미세먼지가 문제가 아니라 오존이 진짜 문제가 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중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이제까지의 저감 경로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말이죠. 여전히 변수도 남아 있습니다. 우선 중국 경기 반등이 주요 변수로 지적됩니다. 산업 활동이 크게 늘 경우 덩달아 먼지도 치솟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2차 생성 먼지의 전구 물질들입니다. 출발부터 고체상 먼지로 시작되는 물질이 있는가 하면, 애초에는 가스상 혹은 에어로졸상의 전구 물질이었다가 화학 변화를 거쳐 먼지로 만들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들이 대표적인데요. 이제까지 원인 물질 저감 노력도 이같은 물질에 초점이 맞춰져 왔습니다. 이와 달리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라는 전구 물질이 문제입니다. 흔히 유성 페인트에 첨가되는 시너 같은 물질인데요. 각종 도료는 물론 일상 주변에선 세탁소에까지 다양하게 쓰이는데, 규제하기가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질소산화물, 황산화물들은 주로 화석 연료를 고온으로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따라서 이같은 연소 시설, 예컨대 발전소나 내연기관 등을 규제하면 되는 반면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인한 2차 먼지 생성이 취약한 반면 일본의 경우는 앞서 규제 과정을 통해 한·중 두 나라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됩니다. 일본 사례를 잘 검토해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을 저감시킬 실효적 방안을 찾아야겠습니다. 디자인 : 안준석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1차 원인이 조류 충돌로 추정되면서 공항마다 새 떼와의 충돌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공항도 걱정이지만 앞으로 지어질 공항 예정지도 큰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모두 8곳의 신공항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제주 제2공항, 부산 가덕도, 군산 새만금, 신안 흑산도, 울릉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충남 서산, 경기 남부 등입니다. 올해 착공 앞둔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큰 기러기 떼가 날아오르는 모습 이 중 대부분이 철새 도래지 및 대규모 서식지와 겹칩니다. 이는 공항이 들어서기 좋은 지역이 새들의 서식 및 휴식에도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학계 연구에서도 "조류와 항공기는 비행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공항에 최적화된 입지는 조류의 최적 서식역과 겹친다"고 지적합니다. 도심과 상당한 거리를 둬야 하고 넓은 개활지가 필요하다는 특성이 공항이나 새들에게 모두 필요한 입지 조건입니다. 이렇다 보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항터의 조류 충돌 문제가 이슈가 된 곳들이 많습니다. 관련 기사 (장세만 기자 SBS 8뉴스 리포트) ▷ 활주로 부지서 '푸드덕'…"연 최소 3번 충돌" 대책은 (2025년 1월 26일) ▷ 3만 떼로 뭉치면 어쩌나…신공항 대책에 "되레 모으는 꼴" (2025년 1월 27일) "공항 최적 입지는 새들 최적 서식지와 겹쳐" 이미 지어진 곳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새로 추진하는 신공항 건설 사업에 있어 조류 충돌의 위험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대책은 실효성이 있는 걸까요? 우리나라 공항 건설 사업은 공항시설법에 따라 국토부가 5년마다 공항 개발 종합계획 및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책 사업으로 추진됩니다. 이 과정에서 신공항 예정지의 조류 충돌 위험성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다뤄집니다. 공항 개발 사업 추진 주체인 국토부가 해당 개발 사업으로 인해 환경과 생태 등에 미칠 영향을 자체 분석 평가하고 이에 대한 대안책을 만들어 환경부와 '협의'를 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환경부는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뒤 '동의', '부동의' 등의 협의 의견을 내주게 됩니다. 평가 마친 신공항 예정지 4곳, 조류 충돌 예측치는 위에서 언급한 8곳의 신공항 사업 가운데 환경영향평가 혹은 이에 앞선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진 곳은 모두 4곳입니다. 제주 제2공항, 가덕도, 흑산도, 새만금 신공항 사업 등입니다. 이 4곳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에 보면 조류 충돌과 관련해 충돌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가 작성돼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평가로 보이는 것은 '연간 조류 충돌 횟수' 예측치입니다. 해당 지역에 공항이 지어질 경우 특정 피해 액수 이상 규모의 충돌 사고가 1년에 몇 번이나 발생할지 여러 모델링 기법을 통해 산출하는 방식의 분석입니다. 무안공항의 경우 이 수치가 0.06회로 나타났습니다. 신공항의 경우 가장 높은 곳은 새만금 공항터였습니다. 10.5~45.9회로 분석됐습니다. 가덕도공항은 4.8~14.7회, 제주 제2공항은 4.6~14.3회, 흑산공항은 3.1~10회로 나타났습니다. 신공항터 모두가 하나같이,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무안공항보다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나 충돌 횟수가 더 많을 걸로 예측됐습니다. 국토부가 제출한 새만금 신공항 전략영향평가서 국토부는 이에 대해 무안공항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분석한 수치는 현재 입지 상황을 가정해서 산출한 수치인 만큼 실제로는 훨씬 더 충돌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초지 및 습지 등 자연 상태인 현지 환경이 활주로와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뀌면서 새들을 내쫓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국토부 설명대로 위험성이 줄어들 순 있을 겁니다. 문제는 위험성이 얼마나 감소할 것이며 그래서 안전한지 여부입니다. 하지만 현재 환경영향평가 시스템은 이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현장을 다녀온 흑산공항 사례로 따져보겠습니다. 흑산공항에 생길 조류 대체 서식지란 흑산도에도 2029년 개항 목표로 공항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시베리아와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공항 예정지 역시 봄·가을철마다 많은 새 떼들이 오가는 길목입니다. 이로 인해 국토부가 내놓은 조류 충돌 대안은 '조류 대체 서식지'라는 겁니다. 공항 건설로 기존 서식지가 훼손되니 새들이 옮겨가 보금자리로 삼도록 인근에 적당한 위치에 습지를 조성하고 나무 등을 심어 서식 환경을 갖춰 주겠다는 겁니다. 신공항을 만들면서 이같은 대체 서식지 아이디어를 현실에 옮기는 건 이곳이 처음입니다. 기존 서식지 등을 비롯해 모두 7곳의 대체 서식지를 만들겠다고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체 서식지의 위치입니다. 흑산도 섬 자체가 좁은 만큼 공항 부지 코앞에 대체 서식지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가까운 곳은 공항에서 2.3km 떨어졌고 가장 먼 곳이라고 해봐야 7km 떨어진 곳입니다. 물새들의 하루 활동 영역이 20~30km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새들을 조류 충돌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항 인근으로 끌어들이는 셈입니다. 이런 어설픈 대책이 나오는 가장 큰 배경은 되풀이됐던 지방 공항 탄생의 내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역민들의 숙원인 대형 인프라 사업 꿈과 선거를 앞둔 정치권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무리하게 추진된다는 게 공통점이죠. 이렇다 보니 안전성 및 경제성, 생태 피해 등은 졸속으로 만들어진 대책에 가려집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점검하는 조류 충돌은 흑산공항의 활주로가 들어서게 될 부지 흑산공항 조류 대체 서식지 사례를 좀 더 뜯어보면 또 다른 차원의 배경도 있습니다. 국토부의 신공항 건설 사업에 있어 조류 충돌 문제는 그동안 그 위험성이 간과돼 왔습니다. 사고 사례가 끊임없이 나타났지만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같은 치명적 사고가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렇다 보니 신공항 부지의 조류 충돌 위험성 및 저감책 등이 환경영향평가라는 제도 속에서 다뤄지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시스템의 근본 목적은 각종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 오염 및 생태 훼손을 예방하려는 겁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충돌 이슈를 점검하는 것도 비행 안전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새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흑산공항의 대체 서식지 개념도 이같은 취지에 따른 겁니다. 공항이 새로 들어서면서 서식지가 훼손되고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으로부터 새들을 구할 방안을 찾다 보니 새로운 대체 서식지를 만들겠다는 발상으로 이어진 겁니다. 하지만 섬 자체가 좁다 보니 바로 코앞에 서식지를 만들게 됐고 결국은 공항으로 새들을 끌어들이는 꼴이 되는 겁니다. 흑산 대체 서식지, ICAO 권고 미준수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에서 권고하는 조류 유인 시설의 설치 제한 반경이 공항 표점으로부터 13km인데, 흑산공항의 대체 서식지 7곳은 모두 다 ICAO 기준을 위반하는 셈입니다. 국제 기준뿐 아니라 국내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국토부의 공항시설법 하위 고시인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은 8km 반경까지 조류 보호 구역 등의 유인 시설을 두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토부는 이 고시가 기존 공항 인근에 새로운 조류 유인 시설이 들어서지 않도록 규제하는 기준인 만큼, 신규 공항 입지 선정 시 거리 기준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안전 기준의 빈틈이 있는 셈입니다. 비행 안전 및 조류 보호, 두 가치 모두 중요한 지향점입니다. 앞으로 신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할 때는 조류 충돌로 인한 비행 안전성을 사전 검토하는 시스템 마련이 반드시 보완돼야 합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 시스템을 유지 보완하거나 별도의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우리처럼 환경영향평가 시스템의 틀 속에서 점검하되, 조류 전문가뿐 아니라 비행 안전성을 검토하는 전문기관이 평가에 참여하는 식으로 양 측면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왕립조류협회가 전자의 역할을 한다면 CSL이라는 기관이 후자 몫을 담당합니다. 대체 서식지라는 개념은 환경영향평가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논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개발 현장 부지에서 각종 멸종위기 동식물이 발견될 때, 이를 옮겨 놓은 채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인데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선 조류 대체 서식지 살펴봤더니 이에 비하면 새들의 대체 서식지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기존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드문 사례입니다. 찾아봤더니 국내에도 기껏해야 5건 정도의 사례가 있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흑산도 공항 건설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사한 결과인데, 그 조사에 따르면 공항 개발을 위한 조류 대체 서식지 사례는 없었고 산업단지, 쓰레기 매립장, 댐 건설 사업 등에서 있었던 걸로 확인됩니다. 문제는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신호산업단지 조성 사업 때입니다. 산단 조성 전에 있었던 도요새, 물떼새류, 오리류, 기러기류 등의 서식지를 대체하려는 목적이었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조사 결과 조류가 취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갈대와 부들 등이 유입됐고 원래 목표했던 종과는 다른 조류 종들이 유입돼 실패했다고 평가서는 지적했습니다. 조류 충돌, 새 떼 보호냐 비행 안전성이냐 대체 서식지와 공항 간에 충분한 이격 거리를 갖추지 않으면 조류 보호와 비행 안전성 사이에 상충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별도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한계점도 있습니다. 이미 여타 개발 사업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난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개발 사업의 추진을 심사해 승인하거나 불승인하는 권한을 가진 게 아니라 단순 협의에 그치도록 만들어 강제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새만금 신공항 사업 추진 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국토부의 2021년 5월 첫 초안 제출 이후 이듬해 2월 본안 협의 완료 때까지 2차례의 보완 요청을 거치는 등 모두 3차례 걸친 심사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조건부 협의' 의견으로 통과시켜 주면서도 환경부는 같은 요구를 되풀이합니다. 조류 충돌 저감책을 강구하라는 겁니다. 이미 앞서 국토부는 폭음기, 공포탄, 레이더, 전담 조류 대응팀 구성, 초지 제거 등의 저감책을 내놨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 검증까지는 이뤄지지 못한 채 같은 요구를 반복한 채 심사를 끝내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개발 사업에 적용하듯이, 공항 사업에 맞춤형 지침을 미리 마련해서 시행자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는 식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시키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국토부가 무안공항 사고 원인과 함께 제도 개선책도 함께 준비 중인 상황입니다만, 들리는 이야기로는 환경부와의 협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니 걱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공식 확인된 지 올해로 15년째를 맞는 가운데, 여전히 꽉 막혀 있는 피해 회복 문제가 새해에는 좀 더 진전이 있을지 주목됩니다. 왜냐고요, 지난해 6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국가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주요 관련 부처인 환경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후속 조치에 대한 계획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2025년 들어 김완섭 장관 명의의 새해 신년사와 업무계획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잇따라 밝혔습니다. 뭐라고 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신년사와 업무계획서 잇따라 밝힌 가습기살균제 대책 먼저 새해 첫날 내놓은 신년사에서 김 장관은 중점 추진 업무 방향을 3가지로 제시했습니다. 기후 대응과 환경을 통한 시장 창출이란 주제가 첫째와 둘째였고요. 세 번째는 자연 생태계 보전과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 공간 조성을 위한 환경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업무 방향과 관련해 김 장관은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2주가 지난 뒤 1월 15일 환경부가 내놓은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선 뭐라고 담았을까요? 흔히 줄여서 새해 업무보고라고 하죠. 신년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인데, 이번엔 최상목 직무대행에게 보고가 이뤄졌습니다. 이 자료에 담긴 가습기살균제 관련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업무계획 첫 줄에 "정부는 이제 피해 구제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의 주체"라고 썼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큰 틀에서 정부는 이제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가해 기업과 피해자라는 두 당사자가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집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대법원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한 만큼, 더 이상 팔짱 끼고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인정한 겁니다. 말하자면 저 문장 앞에는 "정부 책임이 인정됐으니" 이런 구절이 생략된 겁니다. 환노위에 협의체 구성... 정부 출연 몫 산출 위한 연구용역도 이에 따라 신년사와 업무계획 자료에 반복돼 나타난 게 '협의체'란 단어입니다. 신년사에선 '사회적 협의체'라고 했고 업무계획상에는 '제도 개선 협의체'라고 했는데, 실은 같은 겁니다. 책임 인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서 가장 직접적인 조치는 뭐가 될까요?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이 될 수밖에 없죠. 협의체를 통해서 하겠다는 조치의 핵심도 정부 재정을 통해 피해자 치료 비용과 위자료를 어떻게 얼마나 지급할지 여부가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구체적인 정부 책임과 이행 방안을 담는 식이 될 수밖에 없고요. 이 때문에 '협의체'를 국회 환노위에 만들겠다는 게 환경부 구상입니다. 이미 국회 환노위원장실과 협의가 시작됐고요. 이 협의체에 피해자 단체, 가해 기업들, 환경부까지 참여하는 방식이 됩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위 특별법 31조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자금의 설치 및 조성을 명시했습니다. 관련 기업 8곳으로부터 분담금 1천250억 원을 거둬서 만들어졌고요. 지난 17년에 이어서 지난해 동일한 규모의 분담금이 추가로 징수된 바 있습니다. 이 재원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의 치료비 요양생활수당, 장례간병비, 장해급여 등에 쓰입니다. 피해구제자금 정부 출연, 사실상 처음 환경부는 환노위 협의체를 통해서 관련 기업들 말고 정부가 얼마나 돈을 내야 할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사실상 정부의 피해구제자금 출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지난 정부 당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사과를 한 뒤 2019년부터 3년에 걸쳐 225억 원을 출연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돈은 성격이 좀 달랐습니다. 특별법 25조 2항에 보면 이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환경부 설명에 따르면 이 조항은, 정부 출연은 기업들이 내야 할 돈을 정부가 우선 대납한 뒤 향후 기업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돈이라는 설명이라는 겁니다.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에 따른 출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겁니다. 제25조(다른 보상이나 배상과의 관계) ② 환경부 장관은 이 법에 따른 구제급여를 지급한 경우 지급한 구제급여 중 정부 출연금 범위(제31조에 따른 피해구제자금의 재원별 조성 비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말한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또는 유족이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등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다. 환경부는 정부 출연 규모 확정 등을 위해 현재 법무법인 서초에 '가습기살균제 등 피해 구제 체계 분석 연구' 용역을 발주했고요. 이달부터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 몫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 물었더니 환경부 측은 현재로선 단언할 순 없다면서 석면 피해기금 같은 게 참조 사례가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1군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인한 피해 회복을 위해서 현재 피해기금이 조성돼 있습니다. 여기에선 관련 기업들이 70%를 부담하고 있고요. 나머지 20%가 정부 몫, 10%가 지자체 몫입니다. 가습기살균제에서는 지자체 책임을 따로 묻기 어려운 만큼, 환경부의 구상은 전체 피해 배보상 액수의 30% 안팎을 정부 몫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조정위원회 재가동, 환경부도 한 축으로 참여 새해 업무계획에서 밝힌 또 하나 핵심 사안은 "기존 사적 조정 + 환경분쟁 조정"도 추진한단 겁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 사적 조정위원회에 환경부가 한 축으로 참여하겠다는 복안입니다. 구제자금에 대한 정부 출연만큼이나 관심이 가는 사안입니다. 현재 5천800명이 넘는 정부 인정 피해자 대부분은 15년째가 되도록 기업들과의 배보상 문제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개별 소송으로 가서는 끝이 나기 어렵고요. 결국 피해자 단체 및 관련 기업군이 큰 틀에서 배보상 액수를 협상한 뒤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데, 지난 2021년 10월 발족됐던 민간 조정위원회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죠. 당시 조정위는 6개월여의 논의를 거쳐 이듬해 4월 조정안을 마련한 바 있었습니다. 생존자에 최저 2천500만 원에서 최고 5억 3천500만 원, 사망자 유족에게 최소 2억 원에서 최대 4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지급할 총액은 7천795억~9천240억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하지만 옥시와 애경산업의 반발 등으로 인해 끝내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부가 이 조정위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특히 지난 21년 조정위와 달리, 이번엔 환경부가 위원회에 한 축으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난번 조정위에서 합의를 가로막았던 큰 걸림돌이 치워질 수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기업들의 주요 요구 사항이었던 '종국성'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기업들은 조정위의 배보상 총액 산출에 따라 각사별 분담금이 정해지면 이에 대한 책임을 완수하는 조건으로 향후 추가 발생 환자 및 추가 발생 질환에 대한 책임을 면책해달라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이에 맞서 피해자들은 폐암처럼 십수 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질환도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면책이 가능하냐면서 맞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측 모두 서로의 요구와 주장을 굽히기 어려운 사정이 우선 이해됩니다. 양자 사이에서 정부가 나서서 향후 추가 발생 환자 및 추가 발생 질환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한다면 유력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제까지는 정부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던 만큼 나설 수가 없다라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비로소 정부 책임이 법원 판결로 인정된 만큼 새롭게 3자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사정 변경이 생긴 겁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쉽지 않은 걸림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기업 간 배보상 액수 형평성의 문제, 구심점 없는 피해자 단체 문제 등이 그렇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를 풀 당사자는 환경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 한 해 환경부가 조정 역량을 발휘해 주길 당부합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수년 전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물 빠짐 아기 욕조'라는 상품이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욕조 바닥에 물 빠지는 구멍이 나 있어서 마개로 막았다 열었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인데, 다이소에서 워낙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마개가 문제였습니다. 물이 새지 않도록 밀착시켜야 했고, 이를 위해 플라스틱 마개가 고무와 비슷한 성질을 내도록 가소제라는 첨가 물질이 사용됐습니다. 프탈레이트라는 화학물질로 만든 가소제가 그겁니다. 프탈레이트라는 성분이 간 손상이나 생식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입니다. 이 때문에 어린이 제품, 전기전자 제품, 식품 용기 및 화장품류에서는 제품 내 함량을 일정치 이상 초과하지 않도록 허용치가 설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기 욕조의 경우 허용치의 612배를 초과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국가기술표준원의 조사 결과입니다. 갓난아이를 깨끗이 씻기기 위한 욕조가 유해화학물질 범벅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모들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손해배상 소송은 물론 형사 기소까지 된 끝에 유죄가 선고됐고 손배 책임도 인정됐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프탈레이트 범벅' 제품들 이런데도 프탈레이트 물질 과다 사용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알리나 테무 같은 중국 직구몰을 통해 들어온 어린이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 허용치 초과가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일상 주변에서 끊임없는 유해화학물질 노출, 과연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쌓인 농도는 얼마나 될까요? 이를 위해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국민들의 혈액이나 소변에 쌓인 유해물질 농도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라는 겁니다. 3세 이상 이상의 우리 국민이 조사 대상입니다. 조사 물질은 납, 수은, 카드뮴 등 중금속을 비롯해 프탈레이트류, 비스페놀류, 과불화화합물 등 모두 64종입니다. 3년씩 묶어서 한 기수로 조사하고 있고요. 지난 2021년~2023년까지가 제5기였는데, 이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프탈레이트는 어땠을까요. 다행히 기수가 거듭될수록 농도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연령대와는 반비례해서 영유아와 초등학생이 가장 농도치가 높고 그다음이 중고등학생, 가장 낮은 게 성인입니다. 성인의 소변에서 검출된 게 12.8㎍/L였는데, 영유아나 초등학생에게선 28.4㎍/L이 나왔습니다. 어른보다 2배 이상 더 많았습니다. 중고등학생도 17.0㎍/L으로, 성인보다 33% 더 많이 검출됐습니다. 어른보다 섭취·호흡률 2~3배 높아 이유는 뭘까요. 어린이 장난감이나 실내 바닥재 등에 프탈레이트가 많이 쓰이는데 어린이 유아들의 행동 특성 탓에 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 앉아서 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걸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분석했습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어린이는 몸집이 작지만 발육이 왕성하고 활동량이 많아 단위 체중당 음식 섭취량과 호흡률이 성인보다 2~3배 높다는 점입니다. 체중에 비해서 산소 요구도도 높고 식품이나 수분 섭취율도 높습니다. 다행히 500㎍/L으로 설정된 국제 기준(HBM, 독일 인체모니터링위원회의 권고치)에 비해서는 1/20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당장 큰 걱정을 할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많은 프탈레이트 대사체 가운데 단 2종만을 조사 물질로 포함시켰기 때문에 규제에 따라 다른 물질로 대체되는 풍선효과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소변 내 카드뮴 농도, 전 연령대 증가세 또 다른 특이점 가운데 하나는 소변 내 카드뮴 농도입니다. 제5기 조사에서 카드뮴 농도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영유아, 중고생, 성인에서는 각각 제4기 조사 때와 비교해 거의 두 배 가까이로 껑충 뛰었습니다. 성인의 경우 4기 때 0.35㎍/L에서 5기 때 0.594㎍/L로, 영유아의 경우 0.11㎍/L에서 0.211㎍/L로, 중고생의 경우 0.15㎍/L에서 0.286㎍/L으로 증가했습니다. HBM 권고치 기준은 어린이 청소년에서 0.5, 성인에서 1.0입니다. 특히 국제적으로도 최근 식품에서의 카드뮴 검출이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입니다. 유럽연합에서도 2019년부터 초콜릿 및 코코아 파우더 제품의 카드뮴 허용치 농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카카오 원료를 전량 수입하는 만큼 이런 수입품에 대한 실태와 규제 시스템 점검이 필요합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치료비 및 생활비 등 구제 비용의 재원은 이른바 가해 기업들이 각출한 피해구제분담금입니다. 지난 2017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따라 부과됐고요. 18개 기업들이 납부한 총액 1,250억 원 규모로 운영돼 왔죠. 하지만 이후 수년간 추가 재원이 들어오지 않은 채 지출이 계속되면서 분담금이 고갈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4월 기준 982억 원, 전체의 78%가 소진됐습니다. 이렇게 되자 지난해 환경부가 법에 따라 2차 분담금(1차 때와 동일한 규모) 징수에 나섰습니다. 1,250억 원 가운데 기업별 분담 비중은 옥시 54%, SK 27%(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합계), 애경산업 7.4% 등입니다. '가습기메이트', 애경 vs SK 2대1 비율은 하자 그런데 애경산업이 추가 분담금 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고 지난해 SBS 8뉴스로 기사화한 적이 있는데요. 이 소송의 1심 판결이 지난달 29일 나왔습니다. 애경산업이 승소한 겁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 관련 기사 [단독] "가습기 살균제 피해 분담금 더 못 내겠다" 행정소송 전말을 이해하려면 애경산업과 SK케미칼과의 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란 제품은 SK케미칼이 만들어 납품한 겁니다. 즉, 원청과 하청 관계죠. 지난해 환경부는 추가 분담금 부과 과정에서 가습기메이트 제품에 대해 원청과 하청 사이에 2대1의 비율로 분담금을 매겼습니다. 애경산업에 107.4억 원, SK케미칼에 59억 원 정도입니다. 왜 2:1이었을까요? 특별법 시행령에 따랐다는 게 환경부 주장입니다. 시행령 35조 1항에 따르면 "복수의 사업자가 공동 부담금 납부 시 판매 단가 비율에 따라 분담금을 납부하되, 비율을 확인할 수 없을 경우에는 2대1로 산정한다"고 돼 있다는 겁니다. 첫 분담금 때보다 애경 몫 63% 늘어난 게 발단? 지난 2017년 첫 분담금 부과 때는 어땠을까요? 당시 다른 업체들의 경우엔 실제 판매 가격 및 납품 가격에 대한 조사를 통해 비율을 정했지만, 애경산업-SK케미칼의 경우는 달랐다는 게 환경부 설명입니다. 2017년 당시 두 업체 사이 분담금 비율에 대한 자체 합의가 이뤄졌고, 환경부는 양사 간 합의를 존중해 별도의 가격 조사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당시 합의에 따른 분담 비율은 얼마였을까요? 비공개로 남아있던 두 업체 간 분담 비율이 이번 판결문에서 드러났습니다. 판결문에는 "애경과 SK 간 분담 비율이 약 1.23대1로 정해져 분담금이 부과"됐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애경으로선 첫 납부 시 1.23에서 2로 비율이 증가됐으니 63%가량이 늘어난 셈입니다. 2차 분담금에 대해 SK케미칼은 잠자코 있는데 유독 애경이 소송까지 내며 반발하는 이유인 겁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추가 분담금 부과 시 두 업체 측에 다시 합의할 것인지 문의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시행령에 따라 2대1로 분담금 비율을 정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행정법원이 문제 삼은 건 법령대로 비율을 확인할 수 없었느냐라는 겁니다. 정부가 추가 분담금 산정 과정에서 판매 단가를 조사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채로 2대1로 분담 비율을 산정한 건 정부 재량권을 벗어나 부당하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환경부 항소 포기... 하지만 끝난 게 아니다 이번 행정법원 1심 판결 이후 2주가 경과한 뒤 환경부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고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추가 분담금 부과를 포기한다는 건 아닙니다. 재산정 절차를 거쳐 애경 측에 재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심에선 졌지만 재부과 자체를 포기하진 않겠다는 겁니다. 같은 문제로 항소해서 다투느니, 재산정을 통한 부과가 오히려 피해자들의 신속한 구제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측에 가습기메이트 제품 납품가 및 판매가 자료를 양사에 요청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또한 양사가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지 않을 경우엔 다시 2대1의 비율로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애경이 이번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지만, 이긴 게 이긴 게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선고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회복과 관련해 또 다른 의미 있는 판단 사항도 있습니다. 그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분담금과 관련해 애경산업의 주된 주장 중의 하나는 추가로 돈을 거둘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17년 첫 부과 당시 환경부가 1회성으로 부과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추가 분담금 납부 요구는 부당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행정법원 판결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환경부 손을 들어줬습니다. 추가 분담금 정당성 인정이 더 큰 판결 의미 먼저 환경부가 향후 추가 분담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공적 견해 표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애경 측은 당시 환경부 보도자료 등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그것만으로는 1회성 부과의 명확한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설령 애경 측이 1회성에 그치는 걸로 알고 납부했다 하더라도,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확대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청과 이에 대한 입법적 해결, 그리고 이에 따라 업체 간 공동 납부를 위해 환경부가 기울인 절차적 노력 등을 고려하면 신뢰보호 원칙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또 다른 판시 내용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애경산업은 추가 분담금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해당 법률이 위헌적이라며 위헌법률심판도 재판부에 제청했습니다. 재판부 검토 결과 실제로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원고를 대신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하게 됩니다만 재판부는 이같은 애경 측의 위헌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애경 측은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제34조와 제35조의 7가지 항목에 대해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중 6가지 항목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나머지 1가지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돌이켜보면, 애경산업의 분담금 산정 적절성 여부보다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해 추가로 돈을 거두는 게 맞느냐, 혹은 거둘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사법부의 공적 대답이 나왔다는 게 더 큰 판결의 의미로 보입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앞으로도 피해구제분담금 재원 마련의 안정적인 기틀이 갖춰지길 바랍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오는 11월 25일부터 일주일간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조약을 위해 175개국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입니다. 최대 핵심 쟁점은 이른바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합의' 여부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폐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 일회용품 제한, 재활용 제고 등을 논의해 왔지만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죠. 현재 국제사회에는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HAC 그룹(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 한국 포함)과 이에 반대하는 GCPS 그룹(Global Coalition on Plastic Sustainability) 등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GCPS에는 이란, 사우디, 러시아 등 산유국들과 중국과 같은 석유화학 산업국이 포함돼 있습니다. 옵저버가 본 중국-산유국 간 '생산 감축' 태도 차이 결국 부산 협상에서 '생산 감축' 쟁점의 진전 여부는 이 두 진영 간의 밀고 당기기 대립 가운데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로 귀결됩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지난 2022년 제1차 정부 간 협상위(INC-1)부터 옵저버로서 협상을 지켜봐 왔던 미 환경단체 CIEL(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의 데이비드 아줄레이 수석변호사가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는 기후미디어 허브가 마련했는데, 여기서 아줄레이 변호사는 GCPS 진영의 산유국 및 중국 스탠스의 차이점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줬습니다. 미 환경단체 CIEL의 데이비드 아줄레이 수석변호사 흔히 뭉뚱그려서 산유국 및 중국이 폴리머, 즉 플라스틱 원료 물질에 대한 생산 감축에 반대한다고만 알려졌지만, 좀 더 속내를 살펴보면 양측 간 차이점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이란 등 산유국 진영에 비해 중국은 설득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아줄레이 변호사는 "중국 석유화학 업계는 세계 제1 생산국 규모이지만 생산 설비가 운영되는 가동률을 보면 최근 50% 선까지 떨어진 곳들이 있다. 그동안 과잉 생산으로 신규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중국 국가 정책적으로도 미래에는 고품질 품목 생산에 집중하자는 게 내부 방침이다"라고 말합니다. 즉, 기존 플라스틱 범용 원료 제품의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게 중국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시장의 안정화라는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사우디나 러시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사실상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게 아줄레이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이란 등은 아직도 '글로벌 노스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압제'라는 논리를 들고나와 생산 감축 논의에 반대하는 만큼 설득의 여지가 중국에 비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2.0 시대, 중국 리더십 기대에 부응? 만약 중국이 석유화학 산업의 안정화 취지를 받아들여 폴리머 생산 감축 논의에 전향적으로 참여할 경우, 생산 감축 반대국들이 일부 산유국들로 좁혀집니다. 그럴 경우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아줄레이 변호사는 조심스럽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그는 "국제협약에서 모든 쟁점들이 만장일치로 승인되는 경우는 없다. 모든 나라들의 합의 서명을 거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아줄레이 변호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번 협상의 핵심 변수의 하나는 중국의 태도 변화 여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미국의 기후 대응 입지가 좁아지는 틈을 타 중국의 기후 리더십이 부상할지가 최근 관심사이죠.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 역시 이같은 내용을 기사화했고요.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COP29에서 중국의 태도는 이같은 기대감에 부응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주어진 INC-5의 시간은 딱 일주일입니다. 과연 중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개최국 한국의 역할은? 개최국인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는 매년 COP라고 불리는 연차 총회를 개최하는데 여기에선 의장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COP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데다 의장 및 의장국이 합의 초안을 작성할 뿐 아니라 부문별 그룹별 쟁점 조정 및 타결까지 가는 모든 프로세스를 관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INC는 다릅니다. 부산에서 열리는 INC-5에서 우리나라는 개최국일 뿐 의장국은 아닙니다. 의장은 에콰도르 주영대사인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가 맡고 있습니다. 의장국은 없지만 별도로 의장단이 구성돼 운영됩니다. 의장단에는 6개 대륙별로 2개 국가씩 모두 12개국 대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개최국으로서 의장 및 의장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 정부의 노력도 이번 협상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폴리머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HAC 그룹에 처음부터 속해 있긴 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아줄레이 변호사는 그간 INC 협상의 생산 감축 관련 논의에서 한국은 "샤이"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달 초(11월 4일) 한국의 환경부 장관이 이번 부산 협상에서 재활용보다 생산 감축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발언한 걸 언론에서 봤다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임 김완섭 환경부 장관의 해당 발언은 11월 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만 현장에 있었던 저로서는 김 장관 발언 취지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뉘앙스 정도일 뿐 쟁점이 되고 있는 폴리머 생산 감축에 대한 적극적 입장 표명으로 해석하기엔 무리입니다. 이렇게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성공 여부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우리 정부가 명확한 태도를 내놓지 못하는 건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미칠 여파 탓입니다. 석유화학 업계의 규모가 전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데다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엔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 싱크탱크 넥스트나 그린피스 모두 국내 석유화학업의 문제점 지적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하나같은 주장은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범용제품 구조조정과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커다란 성공을 거두진 못하더라도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전진하는 결과를 맺는 데 두 나라가 기여하길 바랍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이번 연말(24년 12월)부터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이란 게 시행됩니다. 쉽게 말해 가정에서 배출된 종량제봉투 쓰레기는 해당 기초지자체 단위의 시군구 내에서 처리하라는 겁니다. 주된 처리 방법은 소각이나 매립입니다. 시행 근거는 개정 폐기물관리법입니다. 만약 발생지에서 처리하지 못해 타 지자체로 보내 처리할 경우에는 반입 협력금이란 페널티를 물어야 합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는 공공에서 처리해 왔고 공장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민간 시설에서 처리하는 게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수도권을 예로 들면 종량제봉투는 지자체의 공공 소각장에서 태워서 처리됐고 그래도 넘쳐나는 쓰레기는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로 가져가 묻어왔죠. 그런데 굳이 폐기물 관리법을 개정해 발생지 원칙을 못 박은 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 왜? 가장 큰 배경은 2018년 중국 쓰레기 수입 금지 이후 국내 쓰레기의 중국행이 차단되자 집집마다 쏟아져 나온 폐비닐이 갈 곳을 잃었고 재활용 업자들이 수거 거부에 나서면서 대란이 생겼던 겁니다. 2020년엔 폐지 수거 거부 사태가 났고요. 이후 전국 곳곳에 방치 쓰레기산이 나타나면서 쓰레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이후 음식과 물품의 배달 배송이 급증하면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입니다. 지자체 공공 소각장에서 처리해야 할 생활쓰레기가 타 지역의 민간 소각장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종전에는 수도권 지자체에서 나온 생활쓰레기를 멀리 지방까지 싣고 가려면 운송료 부담 탓에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공공 소각장에 비해 민간 소각장 처리 비용이 더 비싼 점도 한몫했습니다. 수도권 '쓰레기 졸라매기', 이제부터가 시작 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대로 수도권 생활쓰레기 사정이 갈수록 심각해진 데다, 또 하나의 난제가 있습니다. 오는 2026년 시행되는 수도권 종량제 쓰레기의 직매립 금지 조치입니다. 이제까지 수도권 지자체들이 쓰레기 발생지 경계를 넘어 인천 수도권 매립지로 생활폐기물을 보내왔지만 2026년부터는 종량제 봉투를 태우고 난 소각재만 수도권 매립지로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앞두고 이미 쓰레기 반입 졸라매기에 들어갔습니다. 수도권 매립지는 직매립 금지에 대비하기 위해 2020년부터 이른바 '반입 총량제'를 시행 중인데 해마다 개별 지자체로부터 반입하는 쓰레기의 양을 매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 일선 지자체들은 생활쓰레기 처리 방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보내 태우거나 묻어야 할 종량제 쓰레기를 재활용업체로 보내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종량제봉투에 담는다는 건 재활용이 불가능해 최종적으로 폐기 처리한다는 의미이죠. 그런데 이 최종 쓰레기봉투를 다시 열어 재활용품을 선별해 내는 식으로 쓰레기양을 줄여야 할 상황이 된 겁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수도권 생활쓰레기의 지방 떠넘기기 현상입니다. 이른바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직접 위배되는 거죠. 이번 국정감사 때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이 이렇게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건너간 쓰레기 물량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공공 조달 서비스인 나라장터에 올라온 폐기물 처리 입찰 내역을 모두 검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수도권 생활쓰레기 이동 전수 조사했더니 이를 분석했더니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서울과 경기도에서 발생한 뒤 비수도권 지역으로 건너가 소각 처리된 생활쓰레기 총량이 10만 5천 톤으로 연평균 3만 5천 톤에 달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인천의 경우는 비수도권으로 넘어간 생활쓰레기가 없었습니다.) ▷ 관련 기사 <[단독] '지방 소각' 수도권 쓰레기…연간 3만 5,000톤> 수도권 기초 지자체 가운데 비수도권으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보낸 곳은 경기도 평택과 화성시였습니다. 평택은 3년간 모두 2만 8천351톤의 생활쓰레기를 비수도권으로 보냈습니다. 쓰레기가 건너간 곳은 천안, 예천, 서산, 청주, 음성, 충주 등이었습니다. 화성은 모두 2만 2천970톤을 비수도권으로 보냈는데 주 행선지는 천안과 청주였습니다. 서울에선 노원구와 도봉구가 두드러졌습니다. 노원구는 모두 2만 1천200톤을 비수도권으로 보냈는데, 목적지는 원주와 천안이었습니다. 도봉구는 1만 3천 톤을 보냈는데 모두 원주였습니다. 반대로 수도권 쓰레기를 받아들인 지자체 기준으로 보면 천안과 원주가 가장 많았습니다. 3년간 천안이 받아들인 수도권의 생활쓰레기 물량은 모두 4만 9천83톤이었고 원주가 받아들인 물량은 2만 1천804톤이었습니다. 수도권 쓰레기의 지방 떠넘기기, 뭐가 문제일까요? 득을 보는 쪽은 해당 비수도권 지역에서 민간 소각시설을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공공 소각장에 비해 더 비싼 처리 비용을 받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손해를 보는 쪽은 쓰레기를 떠안은 지역의 주민들이죠. 소각 과정에서 생기는 대기 오염물질과 쓰레기 차량의 출입으로 인한 환경 오염 부하를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수도권 쓰레기를 가장 많이 떠안은 걸로 나타난 천안 지역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인 이상호 씨는 "쓰지도 않은 쓰레기를 우리가 처리를 해야 한다는 건 남의 집 쓰레기를 우리 집 마당에다 버리는 꼴"과 다름없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반입 협력금 물린다더니, 실제론 3년 후에나 문제는 공공 시설이 아닌 민간 업체이다 보니 어느 지자체의 어떤 쓰레기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쓰레기를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을 명시한 새 폐기물관리법은 오는 12월 시행될 예정인데요. 타 지자체로 쓰레기를 보내면 반입 협력금을 물도록 돼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실제 과금은 3년 후로 유예돼 있어 입법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입니다. 디자인 : 안준석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GMO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농산물 등의 식품을 말하죠. GMO 농산물이 소비자와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해외로부터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직접 재배 생산하는 방법인데, 현재 규정상 국내 재배는 일부 실험 목적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량 수입을 통해서 유통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현재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알팔파, 사탕무 등 6종의 GMO 농산물이 안전성 승인을 거쳐 수입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주로 만나는 방식은 콩이나 옥수수의 경우 시중에서 팔리는 기름의 형태로 많이 쓰입니다. 현재 유통되는 식용유에 대부분 수입산 GMO 콩과 옥수수가 쓰이는 걸로 전문가들은 받아들입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GMO 원료를 쓸 경우 표기 의무가 있습니다만 마트에서 산 식용유 라벨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GMO 원료 여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예외 조항 탓입니다. 식용유 제조 과정에서 고열 고압으로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단백질과 유전자 성분이 대부분 파괴됩니다. 현재 해당 규정에서는 최종 식품에 유전자 변형 원료가 3% 미만으로 잔류할 경우 표시 의무에서 제외됩니다. GMO 감자 3품종 수입 심사 중 이번 지구력에서 주목하는 건 GMO 감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6가지 농산물 외에 추가로 국내 수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 들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를 통해 미국 심플로트라는 식품 기업이 만든 GMO 감자 3가지 품종에 대해서 국내 수입을 위한 안전성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 관련 기사 [단독] 미국산 'GMO 감자' 수입 안전성 심사 중 (2024.10.10. SBS 8뉴스 장세만 기자 리포트) 세 품종 모두 유전자 변형의 목적은 비슷합니다. 흔히 감자 껍질을 벗긴 채로 시간이 흐르면 갈변 현상이 나타납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짙은 검정색의 반점이 나타나고요. 이같은 갈변 현상을 막아주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겁니다. 유전자를 변형시킨 또 다른 사유는 감자를 튀겼을 때 아크릴아마이드라는 유해물질이 생기는데 이같은 유해물질 생성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심플로트사의 설명입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실은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심플로트사가 만든 SPS-E12, SPS-Y9, SPS-X17 등 모두 3품종에 대한 안전성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SPS-E12 품종의 경우 지난 2016년 2월 첫 심사 신청이 들어와 무려 9년째 심사가 계속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식품위생법상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 심사는 신청받은 날로부터 27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기화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문제의 SPS-E12 품종은 사실 지난 2018년 10월 국정감사 때 식약처 심사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적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당시에 사실상 심사가 마무리 단계까지 진행된 사실이 식약처가 국회에 보고한 답변 문건을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식약처가 밝힌 GMO 감자 심사 현황 유전자 변형 식품의 안전성 심사에는 그에 앞서 관련 부처들의 환경 위해성 협의심사가 이뤄집니다. 농식품부에선 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들어올 경우 여타 작물 재배 환경에 위해를 미치는지, 환경부는 자연 생태 환경에 위해를 미치는지, 또 해양수산부는 해양 생태 환경에 위해를 미치는지 각각 심사한 뒤 적합 여부를 식약처에 통보하는 식입니다. 이같은 위해성 심사는 이미 2017년에 완료됐고 이를 바탕으로 식약처가 최종 안전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2019년 2월 승인한다더니 흐지부지, 왜? 식약처는 당시 국회에 보고한 답변 자료를 통해, 세 부처의 위해성 협의심사가 완료됐다며 오는 2019년 2월에 유전자 변형 감자에 대한 수입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명시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은 물론 현재까지도 해당 품종에 대한 수입 승인은 이뤄지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2018년 당시 GMO 감자 수입 승인이 예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이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때마침 미국에서 큰 돌발 변수가 생겼습니다. 심플로트사에서 해당 GMO 감자 품종을 직접 개발했다는 과학자가 2018년 10월 자신이 개발한 감자의 위험성을 폭로하는 책을 출간한 겁니다. 카이어스 로맨스 박사의 <판도라의 감자: 최악의 GMO(Pandora's Potatoes : The Worst GMOs)>라는 책입니다. 심플로트에서 GMO 감자 개발을 담당했던 카이어스 로맨스 박스의 책 <판도라의 감자: 최악의 GMO> 핵심적인 내용은 이런 겁니다. 유전자를 변형시켜 갈변이나 검은 반점화를 일으키는 멜라닌 성분의 생성을 막을 수는 있지만, 이에 따라 병균 감염이나 해충 침입을 억제하는 멜라닌이 없어지는 만큼 병균이나 독소가 축적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갈변이나 검은 반점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선 문제가 생겨도 알 수가 없게 된다는 겁니다. 로맨스 박사는 이 책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개발한 GMO 감자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들면서 심플로트 측에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이미 기업의 탐욕이 작동돼 멈출 수 없었다"고 밝힌 걸로 보도됐습니다. 식약처가 2019년 2월에 수입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힌 직후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됐고 책에 담긴 내용이 국내에까지 소개된 겁니다. 이렇게 되자 식약처는 한 과학자의 의견만으로 안전성 여부를 결론 내리긴 어렵다면서도 추후 승인 절차에서 이같은 내용을 반영해 재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심플로트사의 SPS-E12 품종의 국내 승인은 흐지부지됐고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현정 의원실의 조사를 통해 문제의 GMO 감자에 대한 안전성 심사가 6년 전 상황에서 멈춰선 채 폐기되지 않고 심사대에 올라와 있는 게 확인된 겁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이번 식약처의 제출 문건을 통해 드러난 건 SPS-E12 품종뿐 아니라 추가로 2건의 GMO 감자 품종에 대한 심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SPS-Y9, SPS-X17). 이 두 품종 역시 심플로트사의 제품입니다. 김 의원실이 현재 심사 상황을 점검한 결과 두 품종에 대한 최초 심사 신청이 들어온 건 2018년 4월(Y9)과 2020년 12월(X17)이었습니다. 그 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환경 위해성 심사에서 적합 혹은 조건부 적합 판정을 받고 식약처로 통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지막 환경 위해성 심사 주체인 농식품부는 아직까지 두 품종에 대한 위해성 심사를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농식품부의 심사가 적합으로 결론 난다면 식약처의 최종 심사만을 남겨놓게 됩니다. 패스트푸드점 GMO 감자 써도 '표시 의무' 없어 만약 문제의 두 품종이 최종 승인을 받게 돼 국내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심플로트사의 목적은 햄버거나 피자 매장에서 취급하는 감자튀김용 냉동감자 형태로 국내로 들여오고자 하는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문제는 현행 식품위생법상 GMO 표시 제도에는 곳곳에 구멍이 있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미량일 경우 표시 의무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햄버거 가게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GMO 감자가 원료로 쓰일 경우에도 표시할 의무가 없다는 겁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의 표시의무자 규정에서는 식품제조업이나 가공업체 등이 포함되는 반면 '식품접객업소'는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즉, 패스트푸드점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GMO 감자를 섭취하더라도 부모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건데,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GMO 식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 책임을 맡고 있는 식약처가 이제라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급선무입니다. 지난 2018년 GMO 감자 국내 수입 승인 예정이라고 밝혔던 식약처가 6년이 지나도록 심사를 종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설명해야 합니다. 로맨스 박사가 고백한 GMO 감자 위해성이 실제 우려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기우에 그치는 것인지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연구 결과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 GMO 감자의 식품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2018년 당시 식약처가 내렸던 '수입 승인 예정'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번복하는 게 맞겠죠. SPS-E12 품종에 대한 수입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과거 안전성 검사가 부실했다는 걸 시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한 채 6년이란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원칙대로 판단을 내리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심사 대상 품종인 두 GMO 감자에 대한 안전성 심사도 어긋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