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환경전문기자입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오는 11월 25일부터 일주일간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조약을 위해 175개국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입니다. 최대 핵심 쟁점은 이른바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합의' 여부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폐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 일회용품 제한, 재활용 제고 등을 논의해 왔지만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죠. 현재 국제사회에는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HAC 그룹(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 한국 포함)과 이에 반대하는 GCPS 그룹(Global Coalition on Plastic Sustainability) 등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GCPS에는 이란, 사우디, 러시아 등 산유국들과 중국과 같은 석유화학 산업국이 포함돼 있습니다. 옵저버가 본 중국-산유국 간 '생산 감축' 태도 차이 결국 부산 협상에서 '생산 감축' 쟁점의 진전 여부는 이 두 진영 간의 밀고 당기기 대립 가운데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로 귀결됩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지난 2022년 제1차 정부 간 협상위(INC-1)부터 옵저버로서 협상을 지켜봐 왔던 미 환경단체 CIEL(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의 데이비드 아줄레이 수석변호사가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는 기후미디어 허브가 마련했는데, 여기서 아줄레이 변호사는 GCPS 진영의 산유국 및 중국 스탠스의 차이점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줬습니다. 미 환경단체 CIEL의 데이비드 아줄레이 수석변호사 흔히 뭉뚱그려서 산유국 및 중국이 폴리머, 즉 플라스틱 원료 물질에 대한 생산 감축에 반대한다고만 알려졌지만, 좀 더 속내를 살펴보면 양측 간 차이점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이란 등 산유국 진영에 비해 중국은 설득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아줄레이 변호사는 "중국 석유화학 업계는 세계 제1 생산국 규모이지만 생산 설비가 운영되는 가동률을 보면 최근 50% 선까지 떨어진 곳들이 있다. 그동안 과잉 생산으로 신규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중국 국가 정책적으로도 미래에는 고품질 품목 생산에 집중하자는 게 내부 방침이다"라고 말합니다. 즉, 기존 플라스틱 범용 원료 제품의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게 중국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시장의 안정화라는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사우디나 러시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사실상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게 아줄레이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이란 등은 아직도 '글로벌 노스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압제'라는 논리를 들고나와 생산 감축 논의에 반대하는 만큼 설득의 여지가 중국에 비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2.0 시대, 중국 리더십 기대에 부응? 만약 중국이 석유화학 산업의 안정화 취지를 받아들여 폴리머 생산 감축 논의에 전향적으로 참여할 경우, 생산 감축 반대국들이 일부 산유국들로 좁혀집니다. 그럴 경우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아줄레이 변호사는 조심스럽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그는 "국제협약에서 모든 쟁점들이 만장일치로 승인되는 경우는 없다. 모든 나라들의 합의 서명을 거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아줄레이 변호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번 협상의 핵심 변수의 하나는 중국의 태도 변화 여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미국의 기후 대응 입지가 좁아지는 틈을 타 중국의 기후 리더십이 부상할지가 최근 관심사이죠.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 역시 이같은 내용을 기사화했고요.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COP29에서 중국의 태도는 이같은 기대감에 부응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주어진 INC-5의 시간은 딱 일주일입니다. 과연 중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개최국 한국의 역할은? 개최국인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는 매년 COP라고 불리는 연차 총회를 개최하는데 여기에선 의장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COP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데다 의장 및 의장국이 합의 초안을 작성할 뿐 아니라 부문별 그룹별 쟁점 조정 및 타결까지 가는 모든 프로세스를 관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INC는 다릅니다. 부산에서 열리는 INC-5에서 우리나라는 개최국일 뿐 의장국은 아닙니다. 의장은 에콰도르 주영대사인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가 맡고 있습니다. 의장국은 없지만 별도로 의장단이 구성돼 운영됩니다. 의장단에는 6개 대륙별로 2개 국가씩 모두 12개국 대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개최국으로서 의장 및 의장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 정부의 노력도 이번 협상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폴리머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HAC 그룹에 처음부터 속해 있긴 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아줄레이 변호사는 그간 INC 협상의 생산 감축 관련 논의에서 한국은 "샤이"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달 초(11월 4일) 한국의 환경부 장관이 이번 부산 협상에서 재활용보다 생산 감축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발언한 걸 언론에서 봤다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임 김완섭 환경부 장관의 해당 발언은 11월 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만 현장에 있었던 저로서는 김 장관 발언 취지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뉘앙스 정도일 뿐 쟁점이 되고 있는 폴리머 생산 감축에 대한 적극적 입장 표명으로 해석하기엔 무리입니다. 이렇게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성공 여부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우리 정부가 명확한 태도를 내놓지 못하는 건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미칠 여파 탓입니다. 석유화학 업계의 규모가 전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데다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엔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 싱크탱크 넥스트나 그린피스 모두 국내 석유화학업의 문제점 지적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하나같은 주장은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범용제품 구조조정과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커다란 성공을 거두진 못하더라도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전진하는 결과를 맺는 데 두 나라가 기여하길 바랍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이번 연말(24년 12월)부터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이란 게 시행됩니다. 쉽게 말해 가정에서 배출된 종량제봉투 쓰레기는 해당 기초지자체 단위의 시군구 내에서 처리하라는 겁니다. 주된 처리 방법은 소각이나 매립입니다. 시행 근거는 개정 폐기물관리법입니다. 만약 발생지에서 처리하지 못해 타 지자체로 보내 처리할 경우에는 반입 협력금이란 페널티를 물어야 합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는 공공에서 처리해 왔고 공장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민간 시설에서 처리하는 게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수도권을 예로 들면 종량제봉투는 지자체의 공공 소각장에서 태워서 처리됐고 그래도 넘쳐나는 쓰레기는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로 가져가 묻어왔죠. 그런데 굳이 폐기물 관리법을 개정해 발생지 원칙을 못 박은 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 왜? 가장 큰 배경은 2018년 중국 쓰레기 수입 금지 이후 국내 쓰레기의 중국행이 차단되자 집집마다 쏟아져 나온 폐비닐이 갈 곳을 잃었고 재활용 업자들이 수거 거부에 나서면서 대란이 생겼던 겁니다. 2020년엔 폐지 수거 거부 사태가 났고요. 이후 전국 곳곳에 방치 쓰레기산이 나타나면서 쓰레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이후 음식과 물품의 배달 배송이 급증하면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입니다. 지자체 공공 소각장에서 처리해야 할 생활쓰레기가 타 지역의 민간 소각장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종전에는 수도권 지자체에서 나온 생활쓰레기를 멀리 지방까지 싣고 가려면 운송료 부담 탓에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공공 소각장에 비해 민간 소각장 처리 비용이 더 비싼 점도 한몫했습니다. 수도권 '쓰레기 졸라매기', 이제부터가 시작 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대로 수도권 생활쓰레기 사정이 갈수록 심각해진 데다, 또 하나의 난제가 있습니다. 오는 2026년 시행되는 수도권 종량제 쓰레기의 직매립 금지 조치입니다. 이제까지 수도권 지자체들이 쓰레기 발생지 경계를 넘어 인천 수도권 매립지로 생활폐기물을 보내왔지만 2026년부터는 종량제 봉투를 태우고 난 소각재만 수도권 매립지로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앞두고 이미 쓰레기 반입 졸라매기에 들어갔습니다. 수도권 매립지는 직매립 금지에 대비하기 위해 2020년부터 이른바 '반입 총량제'를 시행 중인데 해마다 개별 지자체로부터 반입하는 쓰레기의 양을 매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 일선 지자체들은 생활쓰레기 처리 방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보내 태우거나 묻어야 할 종량제 쓰레기를 재활용업체로 보내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종량제봉투에 담는다는 건 재활용이 불가능해 최종적으로 폐기 처리한다는 의미이죠. 그런데 이 최종 쓰레기봉투를 다시 열어 재활용품을 선별해 내는 식으로 쓰레기양을 줄여야 할 상황이 된 겁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수도권 생활쓰레기의 지방 떠넘기기 현상입니다. 이른바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직접 위배되는 거죠. 이번 국정감사 때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이 이렇게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건너간 쓰레기 물량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공공 조달 서비스인 나라장터에 올라온 폐기물 처리 입찰 내역을 모두 검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수도권 생활쓰레기 이동 전수 조사했더니 이를 분석했더니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서울과 경기도에서 발생한 뒤 비수도권 지역으로 건너가 소각 처리된 생활쓰레기 총량이 10만 5천 톤으로 연평균 3만 5천 톤에 달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인천의 경우는 비수도권으로 넘어간 생활쓰레기가 없었습니다.) ▷ 관련 기사 <[단독] '지방 소각' 수도권 쓰레기…연간 3만 5,000톤> 수도권 기초 지자체 가운데 비수도권으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보낸 곳은 경기도 평택과 화성시였습니다. 평택은 3년간 모두 2만 8천351톤의 생활쓰레기를 비수도권으로 보냈습니다. 쓰레기가 건너간 곳은 천안, 예천, 서산, 청주, 음성, 충주 등이었습니다. 화성은 모두 2만 2천970톤을 비수도권으로 보냈는데 주 행선지는 천안과 청주였습니다. 서울에선 노원구와 도봉구가 두드러졌습니다. 노원구는 모두 2만 1천200톤을 비수도권으로 보냈는데, 목적지는 원주와 천안이었습니다. 도봉구는 1만 3천 톤을 보냈는데 모두 원주였습니다. 반대로 수도권 쓰레기를 받아들인 지자체 기준으로 보면 천안과 원주가 가장 많았습니다. 3년간 천안이 받아들인 수도권의 생활쓰레기 물량은 모두 4만 9천83톤이었고 원주가 받아들인 물량은 2만 1천804톤이었습니다. 수도권 쓰레기의 지방 떠넘기기, 뭐가 문제일까요? 득을 보는 쪽은 해당 비수도권 지역에서 민간 소각시설을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공공 소각장에 비해 더 비싼 처리 비용을 받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손해를 보는 쪽은 쓰레기를 떠안은 지역의 주민들이죠. 소각 과정에서 생기는 대기 오염물질과 쓰레기 차량의 출입으로 인한 환경 오염 부하를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수도권 쓰레기를 가장 많이 떠안은 걸로 나타난 천안 지역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인 이상호 씨는 "쓰지도 않은 쓰레기를 우리가 처리를 해야 한다는 건 남의 집 쓰레기를 우리 집 마당에다 버리는 꼴"과 다름없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반입 협력금 물린다더니, 실제론 3년 후에나 문제는 공공 시설이 아닌 민간 업체이다 보니 어느 지자체의 어떤 쓰레기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쓰레기를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을 명시한 새 폐기물관리법은 오는 12월 시행될 예정인데요. 타 지자체로 쓰레기를 보내면 반입 협력금을 물도록 돼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실제 과금은 3년 후로 유예돼 있어 입법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입니다. 디자인 : 안준석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GMO란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 농산물 등의 식품을 말하죠. GMO 농산물이 소비자와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해외로부터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직접 재배 생산하는 방법인데, 현재 규정상 국내 재배는 일부 실험 목적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량 수입을 통해서 유통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현재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알팔파, 사탕무 등 6종의 GMO 농산물이 안전성 승인을 거쳐 수입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주로 만나는 방식은 콩이나 옥수수의 경우 시중에서 팔리는 기름의 형태로 많이 쓰입니다. 현재 유통되는 식용유에 대부분 수입산 GMO 콩과 옥수수가 쓰이는 걸로 전문가들은 받아들입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GMO 원료를 쓸 경우 표기 의무가 있습니다만 마트에서 산 식용유 라벨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GMO 원료 여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예외 조항 탓입니다. 식용유 제조 과정에서 고열 고압으로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단백질과 유전자 성분이 대부분 파괴됩니다. 현재 해당 규정에서는 최종 식품에 유전자 변형 원료가 3% 미만으로 잔류할 경우 표시 의무에서 제외됩니다. GMO 감자 3품종 수입 심사 중 이번 지구력에서 주목하는 건 GMO 감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6가지 농산물 외에 추가로 국내 수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 들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를 통해 미국 심플로트라는 식품 기업이 만든 GMO 감자 3가지 품종에 대해서 국내 수입을 위한 안전성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 관련 기사 [단독] 미국산 'GMO 감자' 수입 안전성 심사 중 (2024.10.10. SBS 8뉴스 장세만 기자 리포트) 세 품종 모두 유전자 변형의 목적은 비슷합니다. 흔히 감자 껍질을 벗긴 채로 시간이 흐르면 갈변 현상이 나타납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짙은 검정색의 반점이 나타나고요. 이같은 갈변 현상을 막아주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겁니다. 유전자를 변형시킨 또 다른 사유는 감자를 튀겼을 때 아크릴아마이드라는 유해물질이 생기는데 이같은 유해물질 생성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심플로트사의 설명입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실은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심플로트사가 만든 SPS-E12, SPS-Y9, SPS-X17 등 모두 3품종에 대한 안전성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SPS-E12 품종의 경우 지난 2016년 2월 첫 심사 신청이 들어와 무려 9년째 심사가 계속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식품위생법상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 심사는 신청받은 날로부터 27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기화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문제의 SPS-E12 품종은 사실 지난 2018년 10월 국정감사 때 식약처 심사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적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당시에 사실상 심사가 마무리 단계까지 진행된 사실이 식약처가 국회에 보고한 답변 문건을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식약처가 밝힌 GMO 감자 심사 현황 유전자 변형 식품의 안전성 심사에는 그에 앞서 관련 부처들의 환경 위해성 협의심사가 이뤄집니다. 농식품부에선 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들어올 경우 여타 작물 재배 환경에 위해를 미치는지, 환경부는 자연 생태 환경에 위해를 미치는지, 또 해양수산부는 해양 생태 환경에 위해를 미치는지 각각 심사한 뒤 적합 여부를 식약처에 통보하는 식입니다. 이같은 위해성 심사는 이미 2017년에 완료됐고 이를 바탕으로 식약처가 최종 안전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2019년 2월 승인한다더니 흐지부지, 왜? 식약처는 당시 국회에 보고한 답변 자료를 통해, 세 부처의 위해성 협의심사가 완료됐다며 오는 2019년 2월에 유전자 변형 감자에 대한 수입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명시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은 물론 현재까지도 해당 품종에 대한 수입 승인은 이뤄지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2018년 당시 GMO 감자 수입 승인이 예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농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이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때마침 미국에서 큰 돌발 변수가 생겼습니다. 심플로트사에서 해당 GMO 감자 품종을 직접 개발했다는 과학자가 2018년 10월 자신이 개발한 감자의 위험성을 폭로하는 책을 출간한 겁니다. 카이어스 로맨스 박사의 <판도라의 감자: 최악의 GMO(Pandora's Potatoes : The Worst GMOs)>라는 책입니다. 심플로트에서 GMO 감자 개발을 담당했던 카이어스 로맨스 박스의 책 <판도라의 감자: 최악의 GMO> 핵심적인 내용은 이런 겁니다. 유전자를 변형시켜 갈변이나 검은 반점화를 일으키는 멜라닌 성분의 생성을 막을 수는 있지만, 이에 따라 병균 감염이나 해충 침입을 억제하는 멜라닌이 없어지는 만큼 병균이나 독소가 축적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갈변이나 검은 반점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선 문제가 생겨도 알 수가 없게 된다는 겁니다. 로맨스 박사는 이 책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개발한 GMO 감자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들면서 심플로트 측에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이미 기업의 탐욕이 작동돼 멈출 수 없었다"고 밝힌 걸로 보도됐습니다. 식약처가 2019년 2월에 수입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힌 직후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됐고 책에 담긴 내용이 국내에까지 소개된 겁니다. 이렇게 되자 식약처는 한 과학자의 의견만으로 안전성 여부를 결론 내리긴 어렵다면서도 추후 승인 절차에서 이같은 내용을 반영해 재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심플로트사의 SPS-E12 품종의 국내 승인은 흐지부지됐고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현정 의원실의 조사를 통해 문제의 GMO 감자에 대한 안전성 심사가 6년 전 상황에서 멈춰선 채 폐기되지 않고 심사대에 올라와 있는 게 확인된 겁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이번 식약처의 제출 문건을 통해 드러난 건 SPS-E12 품종뿐 아니라 추가로 2건의 GMO 감자 품종에 대한 심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SPS-Y9, SPS-X17). 이 두 품종 역시 심플로트사의 제품입니다. 김 의원실이 현재 심사 상황을 점검한 결과 두 품종에 대한 최초 심사 신청이 들어온 건 2018년 4월(Y9)과 2020년 12월(X17)이었습니다. 그 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환경 위해성 심사에서 적합 혹은 조건부 적합 판정을 받고 식약처로 통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지막 환경 위해성 심사 주체인 농식품부는 아직까지 두 품종에 대한 위해성 심사를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농식품부의 심사가 적합으로 결론 난다면 식약처의 최종 심사만을 남겨놓게 됩니다. 패스트푸드점 GMO 감자 써도 '표시 의무' 없어 만약 문제의 두 품종이 최종 승인을 받게 돼 국내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심플로트사의 목적은 햄버거나 피자 매장에서 취급하는 감자튀김용 냉동감자 형태로 국내로 들여오고자 하는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문제는 현행 식품위생법상 GMO 표시 제도에는 곳곳에 구멍이 있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미량일 경우 표시 의무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햄버거 가게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GMO 감자가 원료로 쓰일 경우에도 표시할 의무가 없다는 겁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의 표시의무자 규정에서는 식품제조업이나 가공업체 등이 포함되는 반면 '식품접객업소'는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즉, 패스트푸드점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GMO 감자를 섭취하더라도 부모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건데,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GMO 식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 책임을 맡고 있는 식약처가 이제라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급선무입니다. 지난 2018년 GMO 감자 국내 수입 승인 예정이라고 밝혔던 식약처가 6년이 지나도록 심사를 종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설명해야 합니다. 로맨스 박사가 고백한 GMO 감자 위해성이 실제 우려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기우에 그치는 것인지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연구 결과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 GMO 감자의 식품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2018년 당시 식약처가 내렸던 '수입 승인 예정'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번복하는 게 맞겠죠. SPS-E12 품종에 대한 수입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과거 안전성 검사가 부실했다는 걸 시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한 채 6년이란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원칙대로 판단을 내리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심사 대상 품종인 두 GMO 감자에 대한 안전성 심사도 어긋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이번 지구력은 가습기살균제의 대표적 원료 물질인 PHMG가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 평가 대상 물질로 등재됐다는 소식입니다. 이제까지 국내에서 팔린 가습기살균제 1천만 개 가운데 450만 개에는 PHMG가 원료로 쓰였습니다. 이 물질은 원래 1950년대 구 러시아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살균용이나 부패 방지용으로 널리 쓰여왔죠. 다만 장기간 흡입하는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인 건 우리나라 외엔 전무후무합니다. IARC는 지난 3월 18일부터 24일까지 IARC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에서 전 세계 22개국에서 온 2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그룹을 만들어 2025~2029년까지 5개년 동안 평가 작업을 벌일 발암 요인 대상 물질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전 세계 전문가 및 기관에서 평가 대상으로 추천한 200여 개 물질이 테이블에 올라왔습니다. 회의 결과 이 가운데 91개 물질이 High2.5(향후 2.5년 이내 검토 완료 권고), 30개 물질이 High5(5년 내 검토 완료 권고) 등급으로 결정됐다고 국내에 있는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 측은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PHMG는 High5 등급에 포함됐습니다. 즉, 오는 2029년까지 PHMG가 발암 물질인지 여부를 결정 내린다는 뜻입니다. 이미 국내에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가 지난해 9월 PHMG를 원료로 쓴 제품과 폐암 간의 인과관계를 공식 인정해, 폐암 환자에 대한 피해 인정 사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번엔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세계보건기구 산하 암 연구기관의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 겁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암성 평가 기준 3가지는? IARC가 특정 물질의 발암성을 평가할 때 기준은 뭘까요? 크게 3가지 잣대로 평가합니다. 첫째는 인간 대상 연구 결과입니다. 둘째는 실험 동물에서의 발암 증거, 셋째는 세포 단위에서의 기전 연구입니다. 첫째는 인체를 대상으로 노출 실험을 할 수는 없는 만큼, 전체 인구 규모에서의 역학 연구 방식을 취합니다. 두 번째는 동물 실험을 통해 특정 물질과 암과의 인과관계를 드러내는 방식이고요. 셋째는 세포 단위에서 그 물질이 어떻게 발암으로 이어지는지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말합니다. 이같은 연구를 IARC가 직접 수행하는 건 아니고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 각종 연구 결과를 분석 평가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PHMG의 발암성 연구는 그동안 얼마나 진척됐을까요? IARC가 지난 3월 전문가 자문 그룹 회의에서 검토한 논문은 모두 6종입니다. 이 중 기전 연구 논문이 4편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즉, 진척이 가장 많은 분야라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2편은 동물 실험과 관련된 연구들입니다. 기전 연구만큼은 못 미치지만 실험 결과로만 보면 적어도 동물에 있어서는 PHMG와 암 발생 사이의 강력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결과가 포함돼 있습니다. 가장 난관은 인간 대상 연구입니다. 아직까지 해외 저널에 단 한 편의 논문도 발표되지 못했습니다. 연세대 의대팀이 연구를 수행했습니다만 방법론 설계상의 결함으로 의심받는 부분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역학 연구란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통해 전체 인구군 가운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노출군과 일반군 사이에 폐암 발병 비율 등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된 연세대 연구에서는 노출자가 아니라 스스로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들과 일반군을 비교하는 방식이라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겁니다. (전문 용어로는 선택 바이어스라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6편의 논문 모두 국내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들입니다. 당연하게도 해외에는 PHMG를 흡입용 제품에 썼다가 우리처럼 대규모 참사로 번진 사례가 없는 만큼 연구 필요성도 못 느꼈겠죠. 우리 환경부 산하의 환경과학원이 관련 연구들을 발주하는 시스템입니다. 역학 연구의 보완은 물론 동물 실험에서도 추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PHMG 동물 실험에 대한 문제제기는 '기도 점적' 실험이라는 문제제기였습니다. 기도 점적이란 실험 쥐 호흡기에 깊게 삽관을 한 뒤 PHMG를 투입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비강이나 상부 기관지를 건너뛰어 곧바로 폐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는 실험입니다. 따라서 기도점적 방식은 실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의 노출과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현재 추가로 이뤄지는 고려대 안산병원팀 연구는 전신 흡입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PHMG를 실험 쥐 코에 노출시키거나 일정한 크기의 챔버를 만들어서 그 안에 실험 쥐를 두고 챔버 전체를 노출시키는 방식의 실험이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연구에서는 챔버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해당 쥐들의 전 생애 기간 2년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폐암뿐 아니라 전신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질환들도 함께 살펴본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실험 결과 도출은 2026년 초로 예상됩니다. 또 실험 동물 대상 종이 해당 동물이 랫드(rat) 한 가지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랫드란 큰 쥐를 말하고요. 현재는 마우스를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우스란 손가락만 한 작은 쥐를 말합니다. 큰 쥐나 작은 쥐나 비슷한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엄연히 종이 다르다고 합니다. 국제암연구소 IARC가 자문 그룹 회의 때 검토한 PHMG 관련 논문 6종의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국제암연구소가 발암 물질로 등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IARC의 평가 결과 PHMG가 발암 물질로 최종 등재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개별 국가의 화학물질 안전 관련 법규상 PHMG에 대한 사용 및 관리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습기살균제 노출자들의 피해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입니다. 우선 암 발생 피해자와 가해 기업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주장을 입증할 유력한 수단이 될 거라는 예상입니다. 이른바 일반적 인과관계 입증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아직까지 암 발생 피해자 가운데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습니다만 암의 잠복기가 십수 년까지 보고되는 만큼 가습기살균제와 암을 둘러싼 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또 폐암을 넘어 다른 암 피해를 호소하는 노출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피해를 입증하고 정부 구제를 신청할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디자인 : 안준석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해!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환경부의 명칭을 기후환경부로 바꾸자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입니다. 기후환경부 명칭 변경과 함께 기후환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조항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현재 2명으로(기획재정부 및 교육부 장관) 정해진 부총리 숫자를 3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기후 대응 컨트롤타워로서의 기후환경부 위상을 세우는 선언적인 조항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제19조(부총리) 6항입니다. "기후환경부 장관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관하여 국무총리의 명을 받아 관계 중앙행정기관을 총괄 조정한다." 또 기존 환경부의 관장 사무는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 보전, 환경 오염 방지, 수자원 보전 이용 개발 및 하천에 관한 사무'로 명시돼 있는데, 기후환경부는 기존 환경부의 관장 사무에 더해 맨 앞에 '기후변화 대응'을 추가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제각각 갈라진 기후 대응 거버넌스 그동안 기후위기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국가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부처별로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 대응 역할이 쪼개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무 부처는 환경부로 돼 있는데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환경부의 역할은 미미합니다. 화석연료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과 각종 산업계에서의 온실가스 관련 사항은 산업부 몫입니다. 내연기관차 등 수송 분야 및 건물 분야에서의 감축은 국토교통부 책임이고요. 축산과 농업에서의 온실가스 문제는 농식품부 사안입니다. 사실 언론사도 비슷합니다. 언론사 취재 부서 분류도 정부 체제를 본떠 칸막이를 만들다 보니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 시스템이 수십 년간 지속돼 왔습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 담론은 여러 부서와 긴밀히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전통적 저널리즘 칸막이가 여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만들었지만,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기본 방향 수립 등 제한된 역할에 그칠 뿐 중앙부처로서의 실질적 권한은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부처 개편 논의는 지난 문재인 정부 탄생 이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주요하게 논의된 명칭이 기후환경부, 기후에너지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입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기후에너지부 개편 공약을 내걸었죠. 민주당은 지난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서도 같은 공약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기후환경부 vs 기후에너지부, 뭐가 다른가 기후환경부와 기후에너지부의 차이점은 뭘까요? 그동안 기후 부처 개편 논의 흐름에서 기후환경부라고 했을 때는 기존 환경부에다 재생에너지 관련 조직을 떼어 붙이는 방안으로 얘기돼 왔습니다. 재생에너지 관련 조직이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 산하에 있는 재생에너지 진흥을 담당하는 부서들입니다. 현재 산업부 조직에서는 에너지를 담당하는 제2차관 아래 에너지정책실장이 있고요. 그 아래 7명의 국장이 있는데 이 중 재생에너지정책관(국장)이 있고 그 아래 3개 과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정책과, 재생에너지산업과, 재생에너지보급과가 그겁니다. 여기에 더해 수소경제정책관(국장)이란 자리도 있습니다. 수소경제정책과, 수소산업과, 에너지안전과 등 3개 과로 나뉘어 있고요. 이 정도의 조직이 환경부로 이동하는 방안이 기후환경부 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기후에너지부라고 했을 때는 기존 환경부의 기후탄소정책실과 산업부의 에너지정책실을 하나로 묶는 방안으로 논의돼 왔습니다. 이럴 경우 기존 환경부의 나머지 조직들, 예컨대 물관리정책실 산하 조직 및 자연보전국, 자연순환국, 환경보건국 등이 변수로 남는데요. 이러한 조직들만 환경부로 남거나 이들마저 기후에너지환경부란 이름으로 대통합되는 방안도 검토돼 왔습니다. 기후 대응 부처 개편 아이디어에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산업통상자원부는 현행 조직의 상당 부분을 뺏기게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산업부로선 어떤 방안이든 기후 대응을 명분으로 내건 조직 개편에 결코 동의하지 않으려 합니다. 특히 민주당이 내건 기후에너지부의 경우 제2차관은 물론 그 산하의 모든 조직이 통째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 이럴 경우 전체 조직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이기 때문에 위기감이 큰 게 사실입니다. 반면 환경부로선 기후 관련 조직을 기후에너지부에 넘겨주고 나머지 기존 환경부로 축소되는 걸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깁니다. 기후 등 정부 조직 개편 최대 걸림돌은 국회 이처럼 조직 규모와 자리를 지키려는 생리는 정부 부처뿐 아니라 모든 조직의 만고불변 속성으로 이해해야겠죠. 합리적 개편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보다 훨씬 더 큰 걸림돌은 국회에서의 여야 간 갈등입니다. 부처 개편을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진 뒤 채상병 및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으로 극한의 여야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정부 부처를 개편하는 협상이 힘을 받을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희망 섞인 분석도 일부 있습니다. 현 정부는 지난 7월 인구전략기획부와 정무장관 신설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행안부 발표 직후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런 내용을 골자로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요. 현 정부가 성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중점 추진 계획이지만 해당 법안은 행안위 소위에 올라온 뒤 심사 날짜도 잡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여권이 하고 싶어 하면 할수록 야권은 더욱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인구전략기획부와 민주당이 관심을 가져온 기후 거버넌스 개편안을 맞바꾸는 주고받기가 이뤄진다면 어떨까요?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부처 개편 협상의 물꼬를 트는 역할로서 기후환경부 명칭 변경 법안이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김완섭 환경부 장관 사이에는 기후환경부로의 명칭 변경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됐습니다. 아무리 가파른 대치 국면이라도 또 다른 한쪽에선 서로 윈윈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양당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이 발휘되길 당부합니다. 디자인 : 안준석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지난 8월 31일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3주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 문제는 여전히 꽉 막힌 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답답함을 풀어주기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2024년 들어 일부 진전이 있긴 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모두 법원 재판정에서 날아온 것들입니다. 지난 1월 SK와 애경의 가습기살균제 과실치사 항소심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게 첫 번째입니다. 1심 때 무죄가 뒤집힌 겁니다. 두 번째는 국가의 배상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다는 겁니다. 가습기살균제 세퓨 피해자가 낸 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죠. 이 역시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였습니다. 피해자들로부터 가장 큰 원성의 대상이었던 피해 인정 질환 확대와 관련해서도 더디지만 긍정적인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가 폐암 피해에 대한 심사를 개시했다는 사실이죠. 그동안은 동물 실험 등을 통한 인과관계 입증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 신청만 받아놓았을 뿐 개별 사례 심사는 보류해 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3년 초까지 발표된 주요 동물실험 결과 2건을 바탕으로 환경부가 살균제와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됐고 심사 원칙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여러 질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폐암 인정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심리적 경제적 고통이 크기 때문이죠. 폐암 심사 개시 1년... 심사 결과 봤더니 폐암 심사 개시로부터 딱 1년이 흘렀는데요. 지난 1년간 폐암 피해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 결과는 어땠을지 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의 도움으로 추적해 봤습니다. 먼저 그동안 폐암 피해를 인정해 달라며 접수된 건수는 200건이었습니다. 200건 가운데 심사가 마무리된 건 모두 43건이었고 이 중 가습기살균제와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확인돼 피해로 공식 인정된 사례는 모두 26건이었고, 나머지 17건은 불인정됐습니다. 인정률을 뽑자면 60% 정도 되는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현재 심사 속도로 보면 나머지 150여 건에 대해 결론을 내려면 앞으로도 3년 넘게 기다려야 할 상황입니다. 지난 1년간의 심사 결과에서는 또 다른 특이점도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흡연력이 있는 피해자들은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폐질환을 인정받지 못할까 봐 걱정해 왔는데, 적어도 폐암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폐암 피해를 인정받은 환자 26명 가운데 흡연력이 있는 환자가 12명이 있었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또 불인정자 17명 가운데에도 비흡연자가 8명이나 되는 걸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년간 폐암 피해 신청 접수는 8건에 그쳐 전체 폐암 신청자 200명 가운데 지난 1년간 새롭게 접수된 신청자 수가 8건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잠재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걸로 보이는데 폐암 심사 개시 사실이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겁니다. 가습기살균제와 폐암 발병 인과관계 문제는 향후 가습기살균제 노출자의 건강과 관련해 중대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노출 이후 발병까지의 잠복기가 긴 만큼 아직 암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향후 가습기살균제 노출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따라 노출자 및 피해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파악한 가습기살균제 노출자 가운데 생존자 숫자가 5,200명 규모인데요. 이들에 대해서 전국 11개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에서 연 1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배정된 연간 예산 규모가 53억 정도입니다. 살균제 노출자 2,500명은 검진 안 받아... 구멍 뚫린 건강 모니터링 하지만 지난 2023년의 경우 전체 노출 확인자 5,202명 가운데 건강 모니터링에 응한 경우는 2,700명으로 응진률은 54%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노출 확인자 가운데 본인이 스스로를 가습기살균제 노출자로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합니다. 어떤 이유든 노출자의 절반 가까이가 모니터링 관찰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대기오염 물질이나 미세먼지도 발암 물질이지만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노출 양상이 훨씬 심각한 게 대부분입니다. 대기오염 물질의 경우 외부로 나갔을 때 일시적인 노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습기의 경우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취침 시간 등을 통해 근거리에서 장기간 노출된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습기살균제 노출자의 경우 상당수는 폐암 발병의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니터링 시스템 안에서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모니터링 검사 항목도 부실한 거 아니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최초 검사에서 폐 CT를 1회 촬영한 뒤 다음 해부터는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 검사 등에 그치는 데다 폐질환과 관련된 별도 항목은 이렇다 할 게 없기 때문입니다. 5,200명이 전부일까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환경부가 관리 중인 노출 확인 생존자가 5,200명이라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그칩니다. 지난 2019년 한국환경보건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국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95만 명, 노출자는 총 894만 명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를 자각하지 못하는 잠재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해당 연구는 전국의 5,000가구를 방문 면접해 조사한 뒤 통계학적 방법을 통해 인구 규모로 추산한 수치입니다. 참사 13주기를 맞아 피해 회복을 위한 또 하나의 진전이 있었습니다. 올해 초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 인정에 이어 형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시도가 다시 등장한 겁니다. NCCK 인권센터와 피해자들은 과거 정부가 사태를 은폐 축소하려 해 피해를 키웠다며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 등 당국자 13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형사 고발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법 마련의 새로운 계기가 될지 지켜보겠습니다.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포비아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대응 및 대기 오염 저감을 위해 꼭 필요한 게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죠. 자동차 산업 밸류체인의 전 세계 선두 그룹에 속한 우리나라로선 기후 대응뿐 아니라 미래 산업 경쟁력이란 측면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게 전기차 산업입니다. 선정적인 공포심 유발에 현혹해 전기차 때리기에 편승할 게 아니라 사태 원인과 해법을 차분히 따져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배터리 이상' 알려주는 커넥티드카 서비스 지난번 지구력 코너에서 청라 아파트 화재 확산을 막지 못했던 스프링클러 미작동 문제를 짚어봤는데요. 이번엔 전기차 배터리의 두뇌라고 불리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 BMS의 원격 진단 알림 서비스 문제에 초점을 맞춰봅니다. 최근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에도 커넥티드카 서비스와 연동된 차량 이상 알림 서비스가 꽤 일반화돼 있죠. 원격으로 시동이나 냉난방을 작동시키기도 하고요. 창문을 열어놨다든가 부품 고장이 발생했을 때도 휴대전화로 알려주는 진단 기능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의 경우에는 BMS의 안전 진단 기술과 통신 기능이 접목됩니다. BMS는 차량 운행 시는 물론 시동이 꺼진 채 주차 중일 때에도 배터리 이상 유무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진단 기술이 핵심 기능입니다. 배터리 내 전류 및 전압 변화, 온도, 절연 저항은 물론 최근엔 순간 단락이나 미세 단락 등을 감지하는 기술도 상용화됐습니다. 주차 중 배터리셀 온도 변화만 감지해도 배터리셀 과열 여부를 잡아낼 수 있는 만큼 화재 예방 혹은 피해 최소화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나 테슬라 등 일부 브랜드들은 이미 이런 기술을 커넥티드카 서비스와 연동해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성태 전기차 사용자협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전기차를 몰았을 만큼 국내 누구보다도 전기차에 애정이 많은 운전자입니다. 김 회장은 지난 2022년경 실제로 현대차 아이오닉5와 테슬라 차량을 보유했을 당시 주차 중 배터리 이상 알림 서비스를 받았던 경험을 기자에게 직접 설명해 줬습니다. 두 경우 모두 겨울철 추위와 관련돼 있습니다. 바깥 온도가 매우 낮게 떨어졌는데 이튿날 새벽 휴대전화를 통해 알림 서비스를 받았다는 겁니다. 현대차의 경우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테슬라의 경우는 앱 푸시 알림이었다고 말합니다. 김 회장은 BMS 진단 알림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지하주차장 내 화재를 막겠다며 충전율을 제한하거나 충전기를 지상 주차장으로 빼는 무리한 조치보다는 훨씬 더 실효 높은 대책이라는 겁니다. 김 회장은 이런 내용을 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설명해 줬고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13일 해당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현대차나 테슬라 모두 잇따른 전기차 화재 때문에 누구보다도 골머리를 썩였던 회사들입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진단 기술 고도화를 통한 화재 예방에 많은 애를 써왔던 게 사실입니다. 시동 꺼진 이후에도 BMS가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시간 간격을 보면 이런 사실이 드러납니다. 테슬라 경우 진단 주기가 10여 초에 한 번씩 꼴로, 현대차의 경우 수 분에 한 번씩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켰다 끄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데 상당한 전기 소모를 불러옵니다. 이런 슬립 상태에서의 전기 소모 문제는 초기 테슬라 모델에서 큰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를 일컬어 'Phantom Drain'(유령 배수)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일부 브랜드들이 주차 중 배터리 진단 기능에 리소스를 투여하는 건 전기차 안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아차 서비스 개시 첫날, EV9 배터리 이상 감지 첫 사례 기아자동차의 경우는 청라 화재 이후 긴급히 이런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지난 8월 22일부터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기아 전기차에서 이상 알림이 발생한 게 한 전기차 커뮤니티에서 확인됐습니다. 기아차 서비스 첫날 배터리 이상 알림을 받은 운전자 사례 EV9 차종이었는데, 22일 오후 4시경 문자와 전화로 기아차 고객센터에서 해당 운전자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해왔고요. 운전자는 곧바로 견인 서비스를 통해 차량을 서비스센터로 입고시켰습니다. 단언할 수 없지만 배터리 이상 알림 서비스가 또 다른 화재를 막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아뿐 아니라 현대차도 이 서비스를 더 확대하기로 했고요. 한국GM도 '온스타'란 이름의 원격 제어 앱을 통해 조만간 알림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미국 GM 전기차 운전자에게 발송된 배터리 이상 알림 문자 서비스 사례 이런 사전 이상징후 알림 서비스의 경우 요금 부담이 발생한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현재 현대차나 기아차의 경우 5년간은 무료 서비스가 이뤄지고요. 이후에는 월 1만 원대 유료 요금을 내야 합니다. 연간 단위로 계약하면 5,500원으로 낮아지긴 합니다만 무시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5년 지나도 무료... 명의 이전하면 유료? 그런데 이 요금 과금이 들쭉날쭉한 문제가 있다는 게 전기차 사용자들의 항변입니다. 5년 후부터 유료라는 현대기아차 설명과 달리 5년이 지나도 과금되지 않은 채 서비스가 이뤄진다는 게 일부 사용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반면에 중고차로 넘어가 명의가 이전될 경우에는 유료로 바뀌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중고차로 구입한 운전자들은 자신들만 '호구'가 되는 거 같아 커넥티드카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겁니다. 전기차량의 경우 커넥티드카 서비스 가운데 배터리 이상 진단 알림 서비스 같은 경우는 안전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항목인 만큼 제도적 해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 옵션화해서 무료로 제공될 수 있는 방안을 자동차 업계에서 찾아주길 바랍니다. 더욱 중요한 건 브랜드별로 배터리 이상 알림 기능의 방법과 수위가 들쭉날쭉이란 점입니다. 어떤 브랜드들은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없어서 원격 알림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요. 원격 알림이 가능하더라도 운행 중일 경우에만 알림이 작동하고 시동을 껐을 때는 미작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경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매년 개편해서 발표하는데요. 이런 배터리 이상 사전 알림 서비스 도입 여부에 따라서 보조금 산정 시 가산점 항목으로 채택하는 게 좋은 방안이 될 겁니다.
판매 수요 정체기, '캐즘'을 겪고 있는 전기차 보급에 또 하나 심각한 악재가 나타났습니다. 화재 위험입니다. 지난 8월 1일 발생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때아닌 공포증으로 전기차를 모는 운전자들은 지하 주차장에서 이웃 눈치를 걱정할 정도입니다. 화재 발생 8일 만에 당시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던 장본인인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이 드러났죠. 인천소방본부가 밝힌 조사 결과는 누군가 스프링클러 버튼을 꺼버렸다는 겁니다. 두 귀를 의심할 만한 조사 결과입니다. 소방 당국이 조사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지난 1일 새벽 6시 9분 인천 청라동의 해당 아파트 방재실에는 화재 신호가 전달됐지만 야간 근무자가 정지 버튼을 눌렀고 소화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후 5분 뒤 밸브 정지 버튼을 해제했지만, 스프링클러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버튼이 눌렸던 5분 사이 불이 난 구역의 중계기 선로 고장 탓이었습니다. 소방 당국은 밸브 작동이 멈춘 상황에서 소방 전기 배선 일부가 화재로 훼손돼 버튼 신호 전달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 했습니다. 정확히 어느 근무자가 밸브 정지 버튼을 누른 건지는 미확인인 상황이지만, 법적 의무에 따라 현재 소방 관리시설은 자동으로 버튼 조작 등 모든 시스템 작동을 기록하는 블랙박스 기능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정지 버튼을 임의로 조작한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주민 반발 탓, 스프링클러 임의 조작...불편한 현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아 소방 방재 전문가한테 물어봤습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새벽 시간대 소방시설 오작동으로 경보기가 울릴 때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기 때문에 실제 정상 작동이든 오작동이든 대부분의 경우 자동 경보 장치를 꺼버리는 게 비일비재한 현실"이라고 밝힙니다. 또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물론 거주민들의 안전불감증을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제"라고도 지적합니다. 지하 주차장에 연결된 아파트 세대 수가 적게는 수십에서 수백, 많게는 1천 세대가 넘을 만큼 수많은 주민의 생명이 걸린 안전시설인 만큼 실제 화재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경보 장치에 손을 댄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청라 화재 여파 때문에 지난 10여 일간 다양한 대책들이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전기차 충전량 제어를 위해 완속 충전기에 통신 모뎀을 장착하는 방안,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배터리 실명제, 배터리 안전성을 높일 때 전기차 보조금 증액 등 인센티브 같은 것들입니다. 서울시와 충청남도는 지하 주차장 출입 전기차에 대해 배터리 충전을 90%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고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대책에 앞서 화재 대응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소방 경보시설 운영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건, 위에서 언급한 각종 대책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책들을 놓고 고심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답답함이 듭니다. 천장 스프링클러만으로도 전기차 화재 확산 막는다 전기차 화재 대응에 스프링클러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최한 지하 주차장 전기 화재 대응 연구보고회 연구 결과를 보시죠. LH로부터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구역 소방시설 개발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와 더불어 바닥에서 분사되는 하부 주수 장치 추가 설치 등의 상황을 가정해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설비만 안정적으로 작동할 경우 인접 차량으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최초 화재 발생을 예방하진 못하더라도 불이 번지는 걸 막는 데는 역할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화재가 옆 차량으로 확산하는 걸 막는 데에는 상부 스프링클러만 있었을 때와 하부 소화시스템을 추가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테스트에서 드러난 점은 천장 스프링클러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 화재가 커지는 걸 막았다는 겁니다. 사진으로만 남은 스프링클러 작동률 18%의 비밀 이렇게 중요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지난 2016년에 한국 방재학회지에 게재된 '지하 주차장 스프링클러 설비의 신뢰성에 관한 연구'에는 지난 2010년부터 6년간 경기도 내 지하 주차장 발생 화재를 분석한 결과가 있습니다. 해당 기간 모두 63건의 화재가 발생해 1명 사망, 6명 부상했고 재산 피해는 23억 9천만 원이었습니다. 건물 유형별로는 아파트 52건, 복합건축물 4건, 근린생활시설 3건, 업무시설 3건 등입니다. 2013년 8월 20일 경기 의왕 포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원인미상 화재 발생했으나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차량 155대 전소 및 그을림으로 2억 5천만 원 재산피해 발생. 출처 :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설비의 신뢰성에 관한 연구(황창환·최윤종·김학중) 연구팀은 화재 발생 시 화재 조사관이 조사프로그램에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했습니다. 63건 가운데 화재나 건물 규모상 자동 소화설비가 불필요했던 화재 30건을 제외한 나머지 33건이 자동 소화설비가 필요한 화재였습니다. 이 33건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27건으로 82%를 기록했고, 정상 작동한 경우는 6건으로 작동률이 18%에 그쳤습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작동 여부만 조사했을 뿐, 개별 사례에서 왜 스프링클러가 미작동했는지는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당 논문은 "설치상의 문제와 유지 관리상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다"고 사진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문제의 사진은 자동 소방시설의 스프링클러 스위치인데, 둘 다 스위치를 꺼놓은 모습입니다. 이름만 자동 소방시설이었을 뿐 건물 관리팀의 관행상 꺼놓은 곳이 대부분인데 논문 연구팀으로선 조사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논문 주제를 넘어선다고 보고, 이 같은 사진으로 대체한 듯합니다. 해당 논문에 실린 스프링클러 콘솔. 양쪽 다 off 상태라고 논문은 밝히고 있다. '작동률 18%'라면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죠. 앞서 공 교수가 지적한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다시 한번 드러나는 숫자입니다. 어떤 이유로 작동하지 않은 건지 실태 파악이 시급합니다. 전기차 화재의 새로운 대책을 찾아내는 것도 좋지만, 화재 확산 방지의 가장 직접적인 수단인 스프링클러가 왜 작동하지 않는 건지 이에 대한 조사 연구가 출발점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온실가스 막고 미래 차 산업도 지킬 화재 대응은? 정부는 현재 전기차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며 환경부 차관 주재의 긴급 대책 회의를 국무조정실장 주관으로 격상시켜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주요한 방안 가운데 하나가 충전량을 90% 아래로 임의 제한하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는 방안입니다. 차량 소유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임에도 왜 하필 90%인지 아무 근거 없는 임의적인 규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는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대책이자 우리 향후 미래 산업 경쟁력의 주요한 원천입니다. 소비자 신뢰를 저해하는 임의적 규제가 전기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탄소중립은 물론 자동차 산업의 국내 시장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안전대책의 시급성에 따라 문제가 된 벤츠 EQE350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우선 실시할 수 있도록 해당 업체를 설득하고 배터리 충전량 제한 등은 화재 원인이 드러난 뒤 장기적 차원에서 결정돼야 할 것입니다. 디자인 : 고결
과거 주방용 프라이팬 등에 많이 쓰이다 암 발생은 물론 간 손상, 면역체계 손상, 발달장애 등 인체 유해성 때문에 사용 금지가 확대되고 있는 게 과불화화합물이죠. 과불화 물질이라 해도 그 종류 수가 수천 종에 이르는데, 이 중 금지된 건 불과 3종에 그칩니다. 스톨홀름협약에 의해 2009년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이 가장 먼저 사용 금지됐고, 2019년 과불화옥탄산(PFOA)), 2022년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 이렇게 3종의 물질이 규제 대상이 됐습니다. 2018년 대구 수돗물 과불화 물질 논란 이후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8년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쓰는 대구의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검출돼 논란이 됐습니다. 낙동강은 4대강 가운데 다른 어떤 수계보다 많은 산단과 공장들이 입지해 있다 보니 강물 원수에도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더 높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대구 성서산단과 구미산단 등을 비롯한 낙동강 유역 산업단지 내 과불화 물질 사용 업체들이 낙동강 유출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유독 낙동강에 대해서 과불화화합물을 비롯한 미량 오염물질에 대한 모니터링을 2020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2019년은 과불화화합물 중에서도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된 PFOA에 대해서 사용 금지 규제가 시작된 해입니다. 그렇다면 규제가 시작된 이후로 낙동강 원수에서의 PFOA 농도가 낮아졌을까요? 2020년부터 실시된 낙동강 원수에 대한 과불화합물 검사 자료를 확인해 봤습니다. 상류에서 하류까지 왜관, 강정, 남지, 물금 등 모두 4곳에서 채취한 낙동강 물에 대한 검사 자료입니다. 낙동강 발암물질 '검출률' 오히려 증가 추세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검출 농도가 떨어지기는커녕, 정반대에 가까운 결과였습니다. 먼저 검출률입니다. 매 포인트마다 매주 또는 매월 간격으로 샘플을 채취하는데 동일 지점 포인트의 샘플들에서 PFOA가 검출된 비율을 뜻합니다. 이러한 검출률이란 기준으로 봤을 때 4곳 중 3곳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왜관의 경우 2020년 43%, 21년 93%, 22년 88%, 23년 84%로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남지에서는 2020년 67%, 21년 92%, 22년 100%, 23년 100%로 늘었습니다. 마지막 취수처인 물금에서는 2020년 78%, 21년 92%, 22년 100%, 23년 100%를 나타냈습니다. 평균 농도치는 어떨까요? 왜관의 경우 2020년 0.0023µg, 21년 0.0074µg, 22년 0.0024µg, 23년 0.0023µg이었습니다. 강정에서는 2020년 불검출, 21년 0.0072µg, 22년 0.0020µg, 23년 0.0016µg입니다. 남지는 2020년 0.0055µg, 21년 0.0117µg, 22년 0.0100µg, 23년 0.0089µg입니다. 마지막 물금에서는 2020년 0.0050µg, 21년 0.0122µg, 22년 0.0086µg, 23년 0.0090µg입니다. 남지와 물금 등 낙동강 중하류로 갈수록 평균 농도치 상승 경향성이 뚜렷합니다. 2018년 당시 유출 업체에 대한 현장 점검 및 주요 과불화 물질 3종에 대한 사용 금지 규제가 발효됐는데, 오히려 낙동강 원수 내 과불화 물질 검출률과 농도가 높아진 원인은 뭘까요? 과불화 물질의 환경 영향을 조사해 온 문효방 한양대 교수와 전준호 창원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 3종의 주요 과불화 물질이 금지되자 업체들이 이를 대체할 물질로 과불화 물질의 전구체를 원료로 가져다 썼는데, 전구체라는 물질의 특성상 공정을 마친 후에 과불화 물질로 변환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전구체라는 게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중간 단계의 임시적 속성을 가진 물질이죠. 전구체 1/210로 줄었는데, PFOA는 4배로 증가 문 교수가 직접 조사했던 경기도의 한 섬유용 발수제 제조업체의 경우는 이렇습니다. 금지된 3종의 과불화화합물 대신 FTOH(4:2, 6:2, 8:2, 10:2), FTAC(8:2, 10:2), FTAT(8:2, 10:2) 등의 과불화화합물 전구체가 주로 쓰였습니다. (원료 물질 중에는 과불화옥탄산(PFOA) 같은 금지 물질도 소량 검출이 되긴 했습니다.) 문 교수팀은 해당 공장에서 제조 공정이 모두 끝난 뒤 나온 공정 폐수와 자가 처리 시설에서 한 번 걸러진 뒤인 1차 처리수, 이렇게 두 가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원료로 쓰인 과불화 전구체의 경우 분석 결과, 공정을 마치고 난 뒤인 공정 폐수에서는 702.02ppb가 검출됐습니다. 1차 자가 처리를 거친 뒤인 1차 처리수에서는 3.32ppb로 떨어졌습니다. 1/210 정도로 농도가 크게 떨어진 겁니다. 반면 1군 발암물질인 과불화옥탄산(PFOA)의 경우는 공정 폐수에서 5.51ppb였던 게 1차 처리수에서는 20.81ppb로 4배로 늘었습니다. 즉, 공정을 마치고 1차 처리 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추가적인 화학반응 현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전구체 물질은 크게 줄어들고, 대신 과불화 옥탄산 등 과불화화합물이 크게 늘어난 겁니다. 또 다른 과불화화합물 해당 과정을 거치면서 역시 크게 늘어났습니다. 법적 금지 물질은 아니더라도 PFPeA는 27배, PFHpA 27배, PFHxA 5배 등으로 증가했습니다. 문 교수는 "전구체라는 게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물질인 만큼 전구체 사용 시 과불화화합물로 변환될 거라는 게 이론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산업 공정에서 이런 메커니즘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2018년 수돗물 사태 당시 대구 성서공단의 한 발수제 원료 제조업체가 대표적인 오염원으로 지목됐었는데, 이곳 역시 당시 논란 이후 원료 물질을 과불화 물질 전구체로 상당량 전환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함께 연구에 참여했던 전 교수는 "현재 낙동강 원수내 과불화 화합물 농도가 떨어지지 않는 데는 이같은 전구체 물질의 변환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구체 물질을 쓰는 사업자들 역시 이같은 화학변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알면서도 기존 물질 사용이 금지되다 보니 합법적인 원료를 찾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덕분에 사용 금지 규제는 '눈 가리고 아웅'이 돼버린 셈입니다. 과불화화합물 전구체 구멍이 뚫린 건 우리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제적으로도 위 3종 외에는 사용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수천 종에 달하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개별 순차적으로 금지 항목을 늘려가기보다 과불화 물질군 전체를 규제 대상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대안 없지 않아…과불화 프리 물질을 발수제로 우선은, 실태 파악이 시급합니다. 현재 환경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산업계의 과불화화합물 사용 실태는 27개 업종의 56개 업체라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사용 물질 수는 9종이라는데 정확한 사용량은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용 물질 숫자도 환경부 답변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입니다. 국내 업종별로 어떤 업체, 어떤 제품에 얼마나 많은 과불화화합물(전구체를 포함한)을 사용하고 있는지 현황 파악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사용처로 추정되는 게 의류용 발수제 용도인데요. 의류업계도 이같은 문제점 탓에 과불화화합물 대신 천연 지방산 등 과불화 프리 물질 사용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과불화화합물이 워낙 성능이 뛰어난 만큼 거기에 미치지 못할 수는 있는데, 일반 의류 용도로는 대체 물질도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같은 업체의 노력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과불화 물질 프리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 마련에 고심이 필요합니다. ▶ 관련 SBS 8뉴스 보도 [단독] 아직도 위험한 하천…'1군 발암물질' 검출되는 이유
최근 국내외 IT 빅테크들의 2023년도분 탄소 배출량이 잇따라 공개됐습니다. 그동안 넷제로와 RE100을 앞장서 외쳤던 탄소중립의 선도자들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역주행' 충격이라고 할까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해외에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렇습니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총 배출량이 1,430만 톤으로 전년보다 13.5% 증가했고 이는 지난 2020년보다는 무려 66%나 급증한 수치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가요? 2023년 1,535만 톤을 기록했는데요. 전년(1,278만 톤)보다 20% 늘었고 2020년(1,190만 톤)에 비해서는 29%나 증가했습니다. 국내 대표 기업들 '네카오'는 언뜻 보기에 조금 나은 것 같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2022년 8만 6,991톤에서 2023년에 8만 9,505톤으로 2.9% 증가했습니다. 전년도 10.3%에 비해 증가세는 둔화됐습니다. 카카오는 선방했다고 하겠습니다. 2022년 6만 7,391톤에서 2023년 5만 3,784톤으로 20.2% 감소했습니다. 단 우리 업체들은 한계가 있습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스코프3) 집계에 포함한 수치인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스코프1, 2에 그친 탄소량입니다. 구글·MS '탄소 역주행'…원인은 AI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역주행의 배경은 AI와 데이터센터입니다. 2022년경부터 갑작스러울 정도의 AI 붐이 일면서 관련 투자 및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및 AI 컴퓨팅 양의 증가 등이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에서 지난 10여 년간 큰 변동 없던 국가 전체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역시 AI 탓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내 데이터센터들의 전력 사용량이 국가 전체 대비 4% 수준인데 2030년이 되기 전에 이 비중이 두 배로 늘 거라고 전망합니다. 전 세계적인 AI 전력 과다 소모 논란, 실제로 AI가 탄소중립을 가로막는 골칫덩이가 될지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한 줄기 희망이 될지 아직 미지수로 보입니다. AI의 긍정적 역할을 믿는 대표적 인물이 빌 게이츠죠. 그는 최근 런던에서 열린 브레이크스루 서밋이란 행사에서, 단기적으로는 AI가 에너지 소비 증가의 도전적 과제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테크 기업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의 추가적인 전력 수요가 새로운 청정에너지 투자를 촉진할 거라는 겁니다. 에너지 사용이 늘더라도 청정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탄소 배출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10여 년 전 클라우드 확산 때도 '전기 먹는 하마' 논란 우연히 시사점을 찾을 만한 과거 사례를 접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이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컴퓨팅이 처음 불붙었을 때에도 지금 AI 붐과 비슷한 논란이 번졌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아마존 쇼핑몰의 전자상거래 매출보다 훨씬 더 큰 돈벌이가 된 게 AWS라는 클라우드 서비스죠. AWS의 첫 출발이 2006년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이 본격화됐습니다. 뒤이어 MS Azure와 구글 클라우드가 각각 2010년, 2011년 문을 열면서 클라우드가 대세로 굳어집니다. 당시 IT 인프라와 서비스가 외주화됨에 따라 대형화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막대한 전기 사용 등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슈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연구진이 지난 2022년 유수의 국제 저널인 Management Science에 클라우드 컴퓨팅의 에너지 효율을 실증 연구한 논문을 실었습니다. <그린 클라우드? 클라우드 컴퓨팅과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란 논문입니다. 미국 사례를 바탕으로 1997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57개 산업군의 업종별 생산량과 에너지 투입량, 연도별 클라우드 기반 I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투자 규모 등을 집계했습니다. 연구 결과 클라우드 컴퓨팅이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에너지 과다 소모와 이로 인한 낭비를 불러올 거라는 일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입니다. 이 논문은 미국 경제 전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인한 해당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2017년 한 해에만 28억~126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이 액수는 같은 기간 동안 미국 내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에서 발생한 총 에너지 비용보다(USD 382 Million) 큰 규모라는 겁니다. 또 이렇게 절감한 전기 사용량 규모가 318억~1,438억 킬로와트시에 해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크게 둘로 나눴습니다. 스토리지나 서버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 Infrastructure as a Service)와 마이크로오피스365 같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Software as a Service)입니다. 이 중에서 효율성 제고에 특히 기여한 것은 전자의 경우였습니다. 에너지 효율 제고라는 큰 효과는 전자, 즉 스토리지나 서버 등 물리적 클라우드 장비에서 나타난 게 컸습니다. SaaS는 에너지 효율적인 생산을 촉진하는 운영상의 이점을 제공하는 반면, IaaS의 주요 역할은 내부 IT 장비와 인프라의 에너지 소비를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I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을 겁니다. 향후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은 예상할 수 없지만 대부분 AI 시스템에 요구되는 대량의 데이터 학습과 고도의 연산 작업 대부분이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시사점이 있는 걸로 보여집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에게 최근 AI 에너지 논란에 대해 물었더니,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좁은 의미의 전력 사용량의 증감을 벗어나 전체 에너지 효율로 보면 AI 고도화에 따라 에너지 과다 사용 논란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IT 혁신으로 TV, 시계 등의 기능이 손안의 휴대폰으로 집적이 됐는데, 이에 따라 TV와 시계 등에 제조에 들어가는 자원과 에너지가 크게 줄었다. 이같은 혁신의 효과가 향후 AI에서도 나타날 거라고 본다." 이 교수의 낙관처럼 현재 빅테크들의 탄소 배출 역주행이 AI 붐 초기의 일시적인 현상이 될지, 아니면 탄소 내뿜는 주범으로 전락할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