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욕특파원입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매출이 꺾인 적이 없습니다. 2000년 86억 원가량 했던 연간 매출은 2016년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4년 만인 2020년 2조 원을 돌파했고, 또 4년 만인 올해 3조 원 돌파가 확실한 상황입니다. 4년마다 매출이 1조 원씩 늘어나는 것도 대단하지만, 음료가 주 상품인 커피숍이 이 정도 매출을 낸다는 것 자체가 F&B 시장에서 보기 힘든 실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나 전문가들은 스타벅스 위기를 계속해서 얘기해 왔습니다. 매출이 이렇게 많은데 ‘스타벅스 위기론’은 대체 왜 나오는 걸까요? 반토막 난 영업이익률 한국 스타벅스는 2022년을 기점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스타벅스 그룹이 2022년 7월 신세계에 지분을 넘기면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스타벅스만 자체적인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원두를 여전히 글로벌 스타벅스에서 공급받고, 메뉴도 대부분 똑같이 맞추고, 로열티도 매년 수천억 원씩 지불하지만, 여러 가지 이벤트나 프로모션 등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세계의 독립적 운영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탬프 모으면 사은품 주는 e-프리퀀시 행사도 한국 스타벅스에만 있습니다. 문제는 신세계가 스타벅스의 지분을 인수하고 독자 운영을 시작하고서부터 소비자들의 민심이 나빠지기 시작했단 겁니다. 공교롭게도 지분 인수가 이뤄진 2022년 7월 딱 그 시점에 e-프리퀀시 행사로 나눠줬던 캐리백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되는 사태가 터졌습니다. 일면 스타벅스 캐리백 사태는 일파만파 퍼졌고 ‘신세계가 인수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인식이 급격히 퍼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정용진 회장의 SNS가 한참 논란이 되던 때였습니다. ‘미안하다 고맙다’, ‘꼬우면 나가시키’ 등의 게시글로 연일 뉴스에 도배되며 신세계에 오너리스크가 드리우고 있단 평가까지 나오던 때였습니다. 이미지가 절반은 먹고 들어갔던 스타벅스가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이는 단순히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닌,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통상 8~9%대를 기록하던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은 지분 거래가 이뤄지기 직전인 2021년에는 10%를 찍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런데 신세계의 지분 인수 이후 정 회장의 SNS 사태와 캐리백 사태 등을 겪으며 이 영업이익률이 4.7%로 급전직하한 겁니다. 1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죠. 절반이 된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까지도 2년여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매출이 늘어나도 벌어가는 돈이 줄어드는 사태를 맞이한 것이죠. 이게 더 문제로 여겨졌던 게, 신세계 그룹 실적이 점점 악화하며 스타벅스 코리아가 그나마 수익을 내는 거의 유일한 계열사였다는 겁니다. 마지막 남은 캐시카우마저 돈줄이 말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던 것이죠. 이게 바로 매출이 느는데도 위기론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다만, 최근 발표된 3분기 실적이 다행히 많이 호전됐습니다. 매출도 올랐고, 무엇보다 우려했던 영업이익률이 8.4%로 2020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신세계 그룹에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러한 영업이익률 날씨에서 찾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이 유난히 길고 무더웠다 보니 아이스 음료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팔렸고, 이게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렸단 분석입니다. 2년여 만에 예년 수준으로 회복된 영업이익률을 앞으로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영업이익률은 왜 줄었나 오랜 기간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이 4~5%대에 머물다 보니까 이에 대한 분석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꼽혔던 이유는 원자잿값의 상승입니다. 환율도 굉장히 많이 올랐고, 기후 온난화로 커피 원두 가격도 무척 비싸졌습니다. 두 번째는 저가 커피 공세입니다. 한때 잘 나가던 이디야가 저가도, 고급도 아닌 애매한 이미지 탓에 최근 실적이 예전만 못하단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스타벅스도 비슷한 처지가 됐단 말이 나옵니다. 맛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격이 비싸지도 싸지도 않고, 애매하다는 것이죠. 실제로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 중에는 스타벅스 안 간다는 사람도 많은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스타벅스의 강점은 특유의 ‘공간을 판다’는 개념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는 여전히 장시간 앉아서 커피를 즐기고 공부를 하고, 회의를 하기에 최적화된 커피숍입니다. 문제는 이게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회전율이 낮아지고, 이는 객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앞서 설명한 대로 여러 가지 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이다 보니 스타벅스의 최장점이 이익 면에서는 안 좋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신세계의 3가지 조치... 소비자 반응은? 스타벅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먼저 2년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올 8월에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의 가격을 올린 겁니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사이즈가 톨 사이즈이다 보니,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톨과 스몰 가격은 유지하고 이보다 큰 사이즈 음료만 올린 겁니다. 그런데 11월, 스타벅스는 한차례 가격 인상을 더 진행합니다. 아이스 음료에 대해 이번에는 반대로 톨 사이즈 가격만 올린 겁니다. 날이 싸늘해지고 아이스 음료를 올리니 당장은 체감이 많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올여름 영업이익률이 호전될 정도로 아이스 음료가 많이 팔렸다는 점으로 비춰 볼 때, 내년 여름이 되면 이번 가격 인상이 체감될 듯합니다. 그런데 스타벅스의 음료 가격은 2022년 신세계가 지분을 인수하기 이전까지는 8년 동안 동결돼 있었습니다. 외부 상황이 바뀌어도 8년간 음료 가격을 묶어두다 보니, 초반에는 밥값보다 비싸단 비판까지 듣던 스타벅스가 나중에는 오히려 개인 카페에 비해 저렴하단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된 겁니다. 하지만 신세계는 지분 인수 직후 바로 가격을 한 차례 올립니다. 물론 이 당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서 불가피한 조치였을 겁니다. 게다가 이 당시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등 세계 다른 나라의 스타벅스도 가격이 올랐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인 올해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서 가격을 올리다 보니 소비자들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해서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미국에서는 스타벅스가 음료 가격을 사실상 낮추는 조치를 취했고, 중국에서도 곧 상응하는 혜택을 풀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황이다 보니, 같은 원두를 쓰고 같은 메뉴를 파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계속 음료 가격을 올리냐는 소리도 나오는 것이죠. 스타벅스 코리아는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겨울에 여름 음료 올리고, 사이즈 나눠서 올리고 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보기에 따라 꼼수 인상이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취재진이 스타벅스 코리아에 이런 식이라면 혹시 내년 여름에는 뜨거운 음료 가격 올리는 게 아니냐고 묻자 일단 그건 아니라고 답하더군요. 지켜볼 일입니다. 두 번째는 스타벅스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유료 구독제 모델을 내놨다는 겁니다. ‘버디패스’라는 건데, 월 9,900원 구독료를 내면 하루 한 번, 음료 한 잔에 쓸 수 있는 30% 할인 쿠폰팩을 주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후 2시 이후에만 쓸 수 있다는 제약이 걸려 있다는 겁니다. 왜 이런 제약을 뒀을까요? 구독제는 소비자에게 먼저 한 달 치 구독료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물건을 내주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미국의 ‘파네라’라는 음식점의 경우는 오래전부터 커피 구독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달 월정액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으로 가서 커피와 음료를 따라 마실 수 있는 상품입니다. 이처럼 구독료를 받고 음료를 내주는 형태가 커피숍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독 모델일 겁니다. 그런데 스타벅스의 버디패스는 특이합니다. 커피 대신 쿠폰팩을 준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왜냐하면 구독료는 재무제표상 매출로 잡히지만, 쿠폰은 부채로 잡힙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이 쿠폰팩을 알뜰하게 사용한다면 구독료 9,900원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절약하게 됩니다. 즉, 구독료라는 매출보다 쿠폰 할인액이라는 부채가 더 커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는 실적이 악화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를 적절히 조절해야 했을 것이고, 그게 오후 2시 이후에만 쓸 수 있다는 제약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거죠. 문제는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건 아침과 점심 식사 이후라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굳이 이 버디패스를 구독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스타벅스는 쿠폰 사용 시간과 관련해 아침과 점심시간에 몰리는 손님을 오후 2시 이후로 분산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보려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2시 이후에도 찾는 손님이 많아 실효성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버디패스 구독자가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시적인 서비스가 아닌, 한시적 테스트 중이라고는 하지만, 원했던 만큼의 실익은 보지 못한 채 괜히 꼼수를 쓴다는 이미지만 덧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타벅스의 쉴 새 없는 프로모션과 이벤트 공세를 들 수 있습니다. 연말과 여름에 늘 해왔던 e-프리퀀시 이외에도 온갖 굿즈를 파는 이벤트가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왜 스타벅스에서 자꾸 물건을 팔려고 하느냐는 불만도 나옵니다. 메이드인 차이나 굿즈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타벅스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런 문제를 넘어 이 이벤트를 준비하는 직원들의 업무강도가 올라간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휴지기는커녕 겹쳐서 진행되는 갖가지 이벤트 탓에 직원들이 손님 응대에 써야 할 에너지를 이벤트 대응하는 데 쓰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스타벅스 측이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충원도 하지 않고 있다 보니 이게 결국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며 ‘스타벅스 서비스가 변했다’는 느낌까지 주고 있는 겁니다. 결국 스타벅스 직원들이 얼마 전 두 번째 트럭 시위를 벌였습니다. 휴식 시간을 보장해 주고 충원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신세계가 스타벅스를 인수한 뒤 두 번째 트럭 시위입니다. 문제는 신세계 측이 신세계 유니버스와 스타벅스 결합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자체가 문제 될 건 전혀 없지만, 스타벅스에서 팔던 인기 샌드위치를 단종시키고 이를 신세계 온라인 몰에서 냉동식품으로 파는 등의 일이 생기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고객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올리지 않던 가격을 올리고, 구설에 휩쓸릴만한 구독 모델을 고안해 내고, 신세계와 연관해 물건을 파는 일들이 결국 유쾌하지 못한 소비자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는 건데, 일각에선 스타벅스만이 가지고 있던 ‘여유’라는 이미지를 해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고 쥐어짜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그동안 독보적인 시장 1위를 지키게 했던 스타벅스만의 여유 있는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고 있다는 거죠. 사실 그동안 수많은 국내 커피 전문점이 스타벅스 아성에 도전했지만, 이를 뛰어넘은 기업은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커피 업계의 ‘초격차’를 지키고 있던 게 스타벅스인데, 이런 식의 소비자 인식 변화가 그런 초격차를 점점 무너뜨리고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막대한 현금 보유액으로 증명되는 고객 충성도 실제로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독보적인 지위는 스타벅스가 보유하고 있는 선불 충전금 현금 액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선불 충전금 형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많은 업체 중 스타벅스는 카카오페이에 이에 2위입니다. 대부분 간편 결제 업체들이 충전금 보유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F&B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금액도 막대해서 내년이면 4천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가 하면, 커피 업계 충전금 보유액 2위인 투썸플레이스와 51배 차이가 납니다. 웬만한 중소 저축은행보다 더 많은 돈을 굴리고 있는 게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심지어 이건 선불 충전금만 따졌을 때입니다. 만약 스타벅스가 4천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대출받았다면 엄청난 이자 비용이 나갈 겁니다. 하지만 선불 충전금은 이자 한 푼 내지 않고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받는 사례이기 때문에 스타벅스가 얼마나 알짜배기 장사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상품권도 있죠. 우리나라 기프티콘 시장의 46%를 스타벅스 상품권이 차지하고 있는데, 상품권도 먼저 돈을 받는다는 점에서 스타벅스의 무이자 현금 동원력은 우리나라 최고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런 스타벅스는 명실상부 신세계 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막대한 현금동원력은 결국 소비자 충성도에서 나옵니다. 스타벅스가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그 독보적 지위는 단순한 이미지의 문제가 아닌, 스타벅스의 비즈니스 모델 그 자체에 직결하는 문제인 겁니다. 매출도 계속 늘고, 흑자도 이어가고 있음에도 ‘스타벅스 위기론’이 나온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하필 신세계가 인수한 그해 반토막 난 영업이익률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증권가나 전문가의 우려가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3분기에 모처럼 영업이익률을 다시 8%대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간의 우려가 씻기는 듯합니다. 이번 영업이익률 반등의 이유가 더워진 날씨 때문이었다는 게 스타벅스의 자체 분석이니만큼, 날이 추워지는 4분기 영업이익률 추이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마 3분기 회복세가 계속된다면 신세계는 스타벅스를 인수한 이후 자신들의 경영 방식을 효과적으로 이식시켰단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신세계 그룹 전체의 상황이 스타벅스의 성과를 밑바탕 삼아 다시 살아날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삼성의 3분기 실적은 한마디로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3분기 매출 29조 2천700억 원, 영업이익 3조 8천6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영업이익만 보면 흑자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심각했습니다. 우선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7조 300억 원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종합 기업입니다. 우리는 그냥 반도체라고 부르지만, 이 반도체도 그 기능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나뉘고, 어떻게 생산을 하는가에 따라 설계만 하는 팹리스, 이걸 만들기만 하는 파운드리, 설계부터 제조까지 다 하나는 IDM 등 다양합니다. 이 하나하나가 다 각각 완전히 다른 산업이고, 대부분의 기업은 이 많은 분류 중 하나만 선택해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이걸 다 도전하는 거의 유일한 기업입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즉, 산업적 측면에서 봤을 때 발을 걸치고 있는 분야가 삼성이 훨씬 더 방대하다는 점에서, 삼성 반도체의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는 건 충격적인 일인 겁니다. 두 번째로, 사실 삼성이 구체적인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삼성 반도체의 영업이익이 4조 5천억 원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이 예상치는 삼성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반영해 몇 차례나 낮추고 낮춰 잡은 수치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실적이 나와보니 시장이 그렇게 보수적으로 잡았던 예상치보다도 덜 나온 겁니다. 문제는 추세입니다. 기업이 실적이 잘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죠. 하지만 최근 삼성의 기업 추세 자체가 계속 하향세를 겪고 있다 보니, SK하이닉스에 뒤처져 2위가 되는 게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3분기 삼성의 실적은 흑자임에도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그래서 삼성전자가 기업 전체적으로 9조 넘는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반성문을 쓴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젊은 기술자의 대이동 단지 이런 숫자놀음 때문이겠느냐만, 최근 젊은 인재의 이동을 봐도 삼성의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에는 '주니어 탤런트'라는 채용 절차가 있습니다. 2년~4년 차 젊은 반도체 분야 경력직을 뽑는 겁니다. 올해는 얼마 전인 10월 중순에 발표가 났는데, 발표가 나자마자 삼성의 내부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는 겁니다. 직접 내부자에게 알아보니, 삼성 내부 게시판에 9월 한 달, 일 평균 글이 200개 정도가 올라왔는데, SK하이닉스의 채용 결과 발표가 난 직후에는 이 중 20개 정도가 관련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SK하이닉스에서 만나요~", "드디어 하이닉스로 옮깁니다",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와 같은 내용이 삼성 내부 게시판 전체 글 중 10%를 차지한 겁니다. 어마어마한 거죠. 사실 예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같이 붙었을 때 당연히 삼성전자를 갔습니다. 심지어 SK하이닉스만 합격하고 삼성전자를 떨어졌을 때에는 재수를 하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풍경을 보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이런 분위기는 학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유수의 대학들이 학교에 반도체학과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2006년 성균관대학교가 처음으로 삼성과 함께 반도체 관련 학과를 만들었고요, 이후 연세대와 서울대가 각각 2020년과 2021년, 역시 삼성전자와 협력해 반도체학과를 만들었습니다. 이 무렵 고려대학교도 반도체학과를 준비 중이었는데 SK하이닉스에서 함께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반도체학과는 졸업을 하면 협력하고 있는 기업에 자동 취업이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학들이 당연히 삼성전자와 협력하기를 원했었죠. 당시 고대는 라이벌인 연대도 삼성전자와 협력을 하는데, 당연히 본인들도 삼성과 손잡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고대 출신인 데다가, SK가 이미 고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던 상황이라 하이닉스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고대가 국내 대학 중에는 거의 처음으로 SK하이닉스와 협력한 반도체학과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이 분위기가 완전 반전됐다고 합니다. 젊은 인재들이 하이닉스로 옮기는 분위기가 되다 보니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된 것이죠.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말이 그래서 학계에서도 나온다는 겁니다. AI 시대에 박살 난 '초격차' AI 시대가 삼성을 더욱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AI 산업의 중심에는 미국의 엔비디아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원래는 컴퓨터에 들어가는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회사였지만, 최근에는 AI의 고도의 연산을 돕기 위한 AI 가속기를 내놓으며 AI 산업계의 중추가 됐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픈AI나 구글, MS 같은 IT 공룡들이 자사의 AI를 개발하고 서비스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만드는 H100, H200과 같은 AI 가속기를 수십만 대씩 구매를 하고 있고, 이게 없으면 제대로 된 연구와 서비스가 안 될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 AI 가속기에 반드시 들어가는 게 바로 HBM입니다. 반도체는 크게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잘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한 종류인 'D램'으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게 삼성이고, SK하이닉스도 삼성과 엎치락뒤치락하며 D램을 잘 만드는 회사로 이름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AI 가속기에는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이 D램을 아파트 쌓듯 위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HBM이 들어갑니다. 한마디로 HBM이라는 반도체의 수요는 엔비디아가 만들어낸 것이고, 이 엔비디아에 납품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HBM을 제조하는 반도체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는 얼마 전까지 엔비디아에 독점으로 HBM을 납품했습니다. 또한 얼마 전부터는 세계 최초로 기존 8단까지 쌓아 올린 HBM에서 한발 더 나아간 12단 HBM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마이크론이라는 회사가 8단 HBM을 SK하이닉스와 함께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이라던 삼성은 어디 갔을까요? 최근 타이완 언론 등에서 삼성이 일시적으로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할 것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처럼 엔비디아에 정식으로 고정 납품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게 더욱 처량한 게, 지난 3월 엔비디아가 개최하는 연례개발자회의에 삼성전자가 참석을 했었습니다. 이 당시 삼성전자 부스에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가 찾아와서는 "삼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격려를 하며 마치 아이돌 가수처럼 본인의 싸인을 하고 갔습니다. 삼성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드디어 삼성도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할 것이라며 뉴스가 흘러왔고 삼성의 주가가 3% 넘게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삼성은 HBM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삼성은 그래픽카드 회사인 엔비디아를 자신들보다 한참 아래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엔비디아의 회장이 와서 서명을 하고 갔다고 그걸 자랑하고 홍보한다는 거 자체가, 그래 놓고 여전히 납품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HBM 개발은 삼성이 SK하이닉스보다 더 빨랐습니다. 2010년 즈음이었는데, 이 당시만 해도 HBM은 시장 자체가 없었습니다. 언제쯤 수요가 생길지, 아니 생기기나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판단이 달랐습니다. 하이닉스가 1세대, 2세대 거치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5세대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성과를 이뤄낸 반면, 삼성은 HBM 개발을 축소시키다 2019년 즈음 아예 팀을 해산해 버렸습니다. 당시 삼성은 HBM이 아니더라도 D램도 잘나가고 있었고, 또 반도체의 여러 분야에 도전을 하면서 먹거리가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굳이 시장도 없는 HBM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는 겁니다. 또 설사 추후 HBM이 빛을 보는 시기가 온다 하더라도 '우리가 삼성인데 그거 하나 못 만들겠어? 그때 가서 만들면 되지'라고 치부했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HBM의 시대가 왔고 실제 삼성은 지금 그걸 못 하고 있는 겁니다. D램 자체의 발열도 못 잡고 있다 보니, D램을 몇 겹으로 쌓는 기술이 무척 어려운 것이죠. 그런가 하면 삼성은 협력을 할 기업이 많지 않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D램 분야도, HBM에도, 파운드리에도, 모든 분야에 경쟁자가 있는 겁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만 집중을 하고 나중에 최종 패키징은 TSMC에서 하다 보니 엔비디아나 TSMC 같은 다른 회사와 협력을 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단 분석도 나옵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납품하고 있는 게 5세대 HBM입니다. 하이닉스는 내년 말부터 다음 단계인 6세대 HBM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이러다 보니 '이렇게 된 이상 5세대 건너뛰고 6세대로 바로 간다'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한 세대를 건너뛰고 성공한다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을 떠난 애플과 퀄컴 HBM이야 삼성이 이번 조직 개편을 하며 인재들을 모두 갖다가 재배치하기도 했고, 또 엔비디아와도 끊임없이 논의를 하고 있어 아마 조만간 납품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진짜 문제는 파운드리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HBM이 SK하이닉스에 비교된다면, 파운드리의 경쟁자는 타이완의 TSMC입니다. 파운드리는 앞서 설명했듯,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 기업이 설계도를 건네면 이를 수주해 제조를 해주는 산업입니다. 이 파운드리의 세계 절대 강자이자 사실상 전 세계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대만의 TSMC입니다. 이런 파운드리 시장에 삼성도 진출을 했습니다. 파운드리 기업은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주로 시스템 반도체를 수주해서 생산을 하는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를 AP라고 부르죠.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A시리즈 칩이라거나, 안드로이드 진영 전화기에 주로 들어가는 퀄컴의 스탭드래곤, 삼성이 자체 제작한 엑시노스 등이 바로 파운드리에서 생산되는 AP들입니다. 삼성도 초대형 고객인 애플과 퀄컴의 주문을 TSMC와 나란히 수주하며 잘 나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2019년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전 세계 19.1%를 차지했었습니다. 이 당시 TSMC의 점유율은 40%대. 격차는 컸지만 삼성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따라잡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 역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현재 퀄컴과 애플은 삼성을 떠나 전부 TSMC에만 주문을 넣고 있습니다. 이들이 삼성을 떠난 주된 이유로 삼성의 기술력 부족이 꼽힙니다. 반도체에선 수율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수율이란 반도체를 생산할 때 불량이 몇 개나 나오느냐입니다. 수율이 60%는 넘어야 수익성이 있다고 보는데, 삼성은 수율이 60% 못 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삼성이 제조하는 AP를 쓰기 어렵다고 판단한 주요 고객이 떠나갔다는 겁니다. 삼성 반도체 연구원으로 10여 년을 근무했던 박준영 소장은 요리를 비유해서 설명을 합니다. 결국 TSMC나 삼성, 하이닉스 모두 대부분 장비를 같은 걸 쓰는데, 한마디로 요리사의 프라이팬이 다 같다는 겁니다. 그런데 음식이 다르게 나온다는 거죠. 그렇다면 결국 프라이팬을 쓰는 사람의 문제라는 겁니다. 박 소장은 삼성이 생산 현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장비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유지보수 작업부터 문제가 있다는 건데, TSMC는 아주 옛날부터 장비의 오류를 굉장히 면밀히 잡아 왔다고 합니다. 3천 대의 장비가 있다면, 이 3천 대가 모두 똑같은 결과를 내도록 말이죠. 이러다 보니 장비 2대를 한 사람이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장비를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며 설비 간, 장비 간 기술의 일치화를 시킨다는 겁니다. 반면 삼성은 한 사람이 장비 40대를 관리한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대부분 외주를 주거나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죠. 이게 잘 되면 효율적 관리이겠지만 결과론적으로 품질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보니 문제점으로 지적을 합니다. 유지보수에 대한 노하우를 전혀 쌓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원가 절감이 품질을 갉아먹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현재 한때 19%까지 차지했던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은 11%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나마도 모두 삼성 내부 물량입니다. 그런데 삼성이 개발한 AP인 엑시노스를 최근에는 삼성조차 쓰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에 나올 갤럭시 S25 시리즈에도 수율 문제로 자사의 엑시노스는 배제하겠단 계획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11%도 곧 깨질 거란 얘기가 나옵니다. 이러다 보니 이번에도 메모리 시장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파운드리 시장이 이를 다 깎아 먹으면서 실망스런 실적이 나왔단 얘기가 나옵니다. 행정 조직이 장악한 삼성의 조직문화 삼성 내부에서는 조직문화를 문제로 꼽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굉장히 잘못된 조직문화가 뿌리를 내렸다는 겁니다. 2017년도까지 삼성 반도체는 권오현 부회장이 이끌었습니다. 삼성의 이른바 '리즈 시절'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권오현 회장의 모토는 '워크 스마트(Work Smart)'였습니다. 스마트하게 일한다는 건데,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하는지와 같은 근태 관리보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냈는지를 중시하는 근무 관리에 중점을 두는 시스템을 운영을 했다고 합니다. 임원들에게 6시 전에 들어가라고 강조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이지요. 가정에도 충실하지 못한데 어떻게 회사 일에 충실하겠느냐, 성과만 잘 내면 된다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성과도 좋았다 보니 권오현 부회장은 지금도 덕장이라는 평가를 내부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7년 10월, 삼성이 최고의 실적을 발표하는 날 권오현 회장이 돌연 사임을 했습니다. 이후 새 리더십이 들어서는데, 이때부터 조직문화가 굉장히 크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워크 스마트가 워크 하드로 기조가 바뀌면서 근태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유연근로제에 반대를 하고, 보고 체계도 굉장히 엄격하고 복잡해졌다고 합니다. 당시 여러 부서에서 보고서를 들고 오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이게 되겠어?'였다고 합니다. 반도체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선행 연구부터 양산까지, 단계마다 부서가 다 나눠져 있는데 '이게 되겠어?' 하면서 각 부서를 경쟁을 시키다 보니 임기가 정해진 임원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만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죠. 설사 일이 잘 안 풀리면 옆 부서 핑계를 대는 일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게 결국 부서 간 장벽이 되고, 협의가 제대로 안 되기 시작하고, 지금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져왔단 지적이 내부에서 나옵니다. 삼성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던 박준영 소장은 삼성 인사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목표를 가져갈 때 접합점을 갖는 게 필요한데 서로 욕을 안 먹으려고 개발 부서는 이상만 얘기하고 생산 부서는 현실만 얘기하는 식으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죠. 임시직인 임원은 3월에서 11월 사이 성과를 내야 하는데, 과업 중심으로 몰아붙이다 보니 HBM과 같은 신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합니다. '서초딩'과 '보고 지옥' 조직문화 하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거론됩니다. 바로 기술 중심이 아닌, 행정 중심의 조직이 됐다는 겁니다. 삼성은 워낙 덩치가 큰 조직입니다. 따라서 이를 한데 통솔하는 조직이 늘 있어왔습니다. 과거에는 미래전략실이었고, 이재용 회장 시대에 들어와서는 '사업지원TF'로 재탄생을 하게 됩니다. 사업지원TF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현재 내부적 불만이 굉장히 높은 상태입니다. 사업지원TF는 반도체 기술과 관련된 조직이 아니다 보니, 생산 라인에서 보고서를 올릴 때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올리라는 주문이 늘 쏟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단어 하나하나에 각주를 달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 과정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 사업지원TF를 소재지인 서초동에서 딴 '서초딩'이란 말로 부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생산라인 지원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할 조직이 기술을 모르면서 관리를 하는 게 문제란 지적이 나옵니다. 외국 기업의 경우 인사나 재무가 철저히 지원 조직의 역할을 합니다. 심지어 이 부분을 외주 주는 기업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려움에 봉착한 삼성이 이 조직의 힘을 뺄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52시간제는 삼성만 하나요? 최근 삼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내부에서는 52시간제가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고 합니다. 삼성 내부 관계자는 아니지만, 얼마 전 서울대학교 성원용 명예교수가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52시간제를 삼성전자의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으로 꼽으며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삼성 내부에서는 52시간제 때문에 삼성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면, SK하이닉스도 문제여야 하고 현대차도 힘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지 않느냐며 반론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52시간제를 넘겨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도록 기술자에 대한 대우를 해 주는 게 먼저 아니냔 불만도 나옵니다. 이번에 삼성이 9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사과문을 발표를 했죠.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기업 공개도 굉장히 불친절하게 하는 삼성이 사과문을 낸 것 자체가 이들도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고 조직문화를 어떻게든 바꿔야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은 창사 이래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임원들은 늘 '위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하는데, 최근 이런 말이 쏙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위기'라는 말이 사라진 지금이야말로 진짜 위기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삼성이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서 다시 임원들 입에서 '삼성이 위기이니 다음 먹거리를 찾아보자'는 말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전 세계 딱 두 나라, 한국과 중국에만 있는 게 있습니다. 자국만의 토종 음원 서비스 앱 서비스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야 특수성이 있으니 제외한다면, OECD 주요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게 자국의 음악 콘텐츠 시장과 플랫폼 시장을 다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걸 갖고 있기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더 높아야 하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최근 정반대로 소비자들이 발칵 뒤집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서 유튜브 뮤직 서비스 불가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결국은 소동으로 끝났지만 이 사태에는 굉장히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K-갈라파고스이자 21세기 쇄국정책을 초래하는 정책에 대한 반감, 그리고 한국 토종 음원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외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갑자기 전 세계 음원 서비스 1위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도 광고 기반의 무료 요금제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K팝의 나라에서 국산과 외산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숨 막히는 왕좌의 게임을 벌이는 모양새입니다. 무료 요금제, 그땐 안 되고 지금은 되는 이유 스포티파이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치면 명실상부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점유율 고작 3%대로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 진출 3년여 만에 이 판도를 한 번 뒤집어 볼 모양입니다. 그동안 한국에만 없다고 아쉬운 소리가 나왔던 광고 기반의 무료 요금제를 들고 나온 겁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구독 이용료 대신에 이용자가 광고를 봄으로써 나오는 수익을 취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광고 기반의 무료 요금제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편화된 흔한 요금제입니다. 스포티파이뿐 아니라 유튜브 뮤직도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이런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소비자에겐 익숙한 이 음원 무료 요금제를 우리나라 소비자만큼은 그동안 맛볼 수 없었습니다. 왜 우리나라만 안 됐을까요? 일단 첫 번째, 음악 저작권 단체가 무료 요금제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문체부가 음원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가이드라인까지 정해놓는 등, 저작권 보호 개념이 비교적 강한 편입니다. 대표적인 저작권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 협회 측과 별도의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음원 수익의 65%는 저작권자들이, 나머지 35%는 유통한 음원 플랫폼이 가져가는 식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음원 무료 요금제 시도가 활발히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삼성이 직접 내놓았던 ‘밀크’라는 음원 서비스입니다. 갤럭시 S3가 팔리던 이 시기, 삼성은 자사 전화기에 밀크 앱을 기본으로 탑재하고는 무료로 음원 제공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무척 편리했지만, 이는 금세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음악저작권협회 측이 무료 요금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인 2014년 당시 음저협 관계자 인터뷰 내용입니다. 음저협 관계자 (2014년 10월 인터뷰) "처음 밀크의 다운로드가 굉장히 많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아, 이런 류의 그 서비스 형태를 원하는 니즈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도 저희는 했거든요. 하지만 그것이 A부터 Z까지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진행되는 것은 저작권자들한테는 어떻게 보면 큰 손해가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반대를 하게 됐습니다." (기자: 저작권료는 그래도 받고 계시잖아요?) "저작권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저희가 저작권을 더 받겠다는 소리도 아니고요. ‘음악이 더 이상 무료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인식이 퍼지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음원 저작권 단체에서도 무조건 ‘절대 안 돼요’라고 몽니를 부리려고 한 건 아닙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콘텐츠 제작자보다 플랫폼 업체가 힘이 세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광고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무료 요금제를 풀었다가 생각만큼 수익이 안 난다면? 아마 십중팔구 음원 사용료를 깎기 위해 저작권협회 측과 재협상을 하려 할 겁니다. 플랫폼에 콘텐츠가 완전 잠식이 되고 나면 힘의 논리에 의해 깎아달라는 대로 깎아줄 수밖에 없겠죠. 이 당시 멜론과 지니, 벅스 등 기성 음원 플랫폼은 무료 요금제가 없었습니다. 만약 삼성에서 무료 음원제를 하다가 음원 사용료를 깎아달라고 한다면 이들도 ‘우리도 깎아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음저협이 무료 요금제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던 겁니다. 두 번째 이유, 기업 입장에서도 무조건 손해 보는 장사였습니다. 사실 돈만 잘 벌린다면 아무리 음저협이 반대를 해도 기업이 잘 협상을 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도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가 돈이 안 되는 걸 넘어 무조건적인 손해라는 건 여러 경로를 통해 증명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디지털 시장에서의 광고를 나타내는 지표는 크게 2가지, 클릭당 광고비를 받는 CPC(Cost Per Click)와 1,000 조회수 당 광고비를 받는 CPM(Click Per Mille)입니다. 음원 서비스는 귀로 듣는 UI이다 보니 광고를 클릭하기에는 적합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1천 조회수 당 광고비를 받는 CPM 광고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 CPM 광고의 단가가 지나치게 쌌습니다. 당시 음저협은 노래 한 곡을 1회 전송하는 데 3.38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고 단가는 이 1/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고객들이 노래를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였습니다. 만약 시장이라도 컸다면 모르겠는데, 이 당시는 아직 K팝이 세계 무대에 데뷔하기 전이었습니다.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박리다매 효과조차 노릴 수 없다 보니 경영적으로 무조건 마이너스인 사업이었고, 리즈 시절이던 삼성조차도 3년 만에 철수를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터줏대감이던 멜론과 같은 기성 음원 플랫폼의 눈치도 봐야 했을 겁니다. 이들은 낼 돈 다 내고 유료로 서비스를 팔고 있는데, 만약 무료로 고객에게 노래를 제공하는 업체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불공정 거래로 문제를 삼을 여지가 굉장히 높았고, 정부에서도 이를 면밀히 지켜보는 분위기였습니다. 따라서 기성 업체의 눈치도 어느 정도 보다 보니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1위 음원 업체 스포티파이 역시 3년 전 한국에 진출할 당시 이런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3년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이번에 전격 무료 요금제를 내놓게 된 걸까요? 사실 3년이라는 이 시간 사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디지털 광고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광고 단가가 많이 올랐다는 겁니다. 전통적인 TV 광고 시장은 사실상 궤멸 상태입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며 광고 시장의 권력이 디지털 쪽으로 급격히 이동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제는 디지털 광고로 음원을 충당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란 인식이 생겼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K팝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는 K팝이 아예 하나의 장르가 되면서 아이돌 노래뿐 아니라 오래된 한국 노래들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한대수 씨가 뉴욕 공연의 메카인 링컨 센터에서 공연을 하는 시대이니까 말이죠. 광고 요금도 올라갔지, 시장도 전 세계로 확대되며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지,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 된 겁니다. 그런가 하면 스포티파이는 이번 무료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음저협 측과 음원사용료 관련한 재협상을 했습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음저협이 무료 요금제에 맞춰 저작권료를 조금 깎아주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깎아줬든 아니든, 10년 전 무료 요금제 강력 반대했던 음저협이 이번에 왜 생각을 바꾼 걸까요? 앞서 설명한 시장의 확대와 관련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악을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통로는 사실 국내 플랫폼이 아닌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음악이 해외 나갈 일이 별로 없기에 음저협이 그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다면 지금은 아니지요. 글로벌 플랫폼이 저작권자들에게도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걸 음저협도 이제는 잘 알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유튜브 뮤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브 뮤직은 이제 명실상부 시장 1위 음원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사용자수로 따졌을 때 전체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였던 멜론을 제친 지 꽤 됐습니다. 국내 사용자만 700만 명 이상, 해외 사용자는 이보다 몇 배는 더 많다 보니 우리나라 저작권 협회 측이 경험을 한 겁니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요. 이러다 보니까 토종 음원 플랫폼 업체들은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음원 저작권 단체가 해외 글로벌 업체들한테만 사용료를 더 싸게 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음저협 측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다만 한 가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내는 수익이 더 많다는 걸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해외시장에서는 유튜브 뮤직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1위 업체인 스포티파이에게 음저협이 이번에 재협상을 하며 음원 사용료를 조금 깎아 줬을 것이다라는 전망이 나오는 겁니다. 조금 깎아준다 하더라도 최종 수익은 훨씬 더 많을 테니까요. 이런 이유로 기업과 저작권 단체 사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시대가 온 겁니다. 해외 플랫폼이 잘 나가면 안 되지..유튜브 뮤직 쫓겨난다? 이렇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인데, 공정위는 왜 유튜브 뮤직을 제재한다고 하는 걸까요? 사실 유튜브 뮤직이 음원 업계 1위를 먹으면서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공정위는 그런데 이 1위를 차지한 이유가 유튜브의 ‘끼워팔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배적 사업자의 끼워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엄격히 금지되고 있는 불공정 행위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1+1 한다고 끼워팔기라고 안 하듯, 이 끼워팔기를 판단하는 엄격한 법적 기준이 있습니다. 일단 끼우는 주체가 해당 분야 시장에서 5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상품을 거의 무료에 가깝게 묶어서 팔 때 ‘끼워팔기’가 성립되는 겁니다.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니기 때문에 논란은 있습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같은 다른 OTT까지 다 합쳐놓고 봤을 때 유튜브가 동영상 시장에서 50%를 넘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유료 동영상 구독제에 전혀 상관없는 ‘음악’ 플랫폼을 끼워 넣어서 팔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바로 ‘유튜브 뮤직’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따로 돈을 내고 구독하는 이유는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그런데 이걸 신청하고 나서 보니 유튜브 뮤직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의외의 수확이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런데 유튜브 뮤직에는 정식 음원 이외에도 유튜브에 동영상 형태로 올라온 여러 형태의 음악을 마치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듯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광고 없는 동영상을 위해 돈을 지불했던 소비자가 자연스레 다른 음원 플랫폼을 끊고 유튜브 뮤직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공정위가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동영상 플랫폼인데 왜 음악과 결합된 유료 상품만 있느냐, 왜 동영상만 따로 나오는 유료 요금제는 없느냐가 공정위 지적의 핵심입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많은 유튜브 소비자들이 이 부분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음악은 스포티파이로 따로 듣는데, 유튜브는 광고가 보기 싫어서 돈을 지불할 뿐인데, 굳이 음악 서비스까지 끼워주면서 $14나 받아야 하느냐?’, ‘음악 서비스는 빼도 되니 차라리 요금을 좀 깎아주고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보는 상품을 내달라!’ 같은 요구가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공정위가 직접 나서 이걸 해결해 준다고 한다면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이 넓어지는 매우 훌륭한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공정위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소비자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유튜브가 뮤직 서비스를 한국에서 철수시킬 수도 있다라고 소문이 나면서입니다. 왜 한국 소비자는 이렇게 글로벌 빅테크 걱정을 하게 된 걸까요? 사실 이런 일을 한번 경험한 적이 있죠. 바로 ‘트위치’ 철수 사건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즐기는 글로벌 빅테크의 서비스를 왜 한국만 즐길 수 없느냐? 라는 게 불만의 핵심입니다. 불공정 거래로 지적을 받은 유튜브가 뮤직을 철수시킬 수도 있단 우려가 나오는 게 완전 근거 없는 소리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유튜브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유럽 6개 국가에서 1년 좀 넘는 기간 동안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라는 요금제를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공정위가 내놓으라고 하고 있는 바로 그 뮤직 없이 광고 없는 동영상만 보는 요금제입니다. 지난해 10월 이 서비스를 철수할 때까지 유튜브는 월 7유로를 받았습니다. 이는 한화 1만 원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유튜브 프리미엄의 요금제가 1만 4,900원이니까 확실히 싸긴 쌉니다. 문제는 지금은 이 요금제를 폐지했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 소비자들은 ‘유튜브가 미국에서도 하지 않고 있고, 유럽에서도 폐지한 요금제를 굳이 한국이란 작은 시장에서 하겠느냐?’, ‘그러다 트위치처럼 철수하는 게 아니냐?’ 같은 우려를 나타낸 것이지요. 하지만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유튜브가 지난해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격을 한국에서만 유독 많이 40% 넘게 올린 이후 수익성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올리고도 큰 말이 나오지 않은 데에는 유튜브 뮤직을 함께 서비스하는 전략이 어느 정도 주효했단 분석도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가 공정위 지적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 시장에서 유튜브 뮤직을 철수할 거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오히려 최근 유튜브가 호주와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 돈을 내면 광고를 대폭 줄인(아예 안 보는 건 아님) ‘프리미엄 라이트’라는 요금제를 실험 중인데, 이게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죽을 맛인 건 한국 토종 플랫폼 어쨌든 유튜브 뮤직 철수는 해프닝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토종 음원 플랫폼은 또 한 번 암울함을 느꼈을 겁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국내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곱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된 계기였기 때문입니다. ‘너희들이 유튜브 내쫓아달라고 로비했지?’와 같은 음모론까지 나왔으니 말입니다. 어쩌다가 우리나라 음원 토종 플랫폼들이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됐을까요? 먼저, 들을 노래가 없단 얘기가 많습니다. 들어가면 전부 아이돌 아니면 트로트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멜론 TOP100 차트는 여전히 우리나라 음반업계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팬덤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로 차트 1위부터 10위까지를 채우기 위해 ‘스밍’ 등으로 불리는 여러 가지 작업을 벌어 이른바 ‘줄 세우기’를 하는 행태가 판을 치곤 합니다. 여기에 음반사의 ‘사재기’ 논란까지 겹치면서 결국 이 차트를 차지하는 건 대형 팬덤을 지니고 있는 아이돌이나 일부 트롯 가수일 뿐이란 얘기가 나온 지 오래죠. 문제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내가 듣고 싶은 곡을 일일이 하나하나 검색하면서 듣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냥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마치 라디오 듣듯이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차트가 이런 식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내가 아이돌이나 트롯 가수 노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도 강제로 이 노래들을 들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음원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국내 음원이야 많이 보유를 하고 있다 해도, 해외 음원은 글로벌 플랫폼에 비해 형편없이 부족하죠. 이러다 보니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원음 그대로 제공하는 애플뮤직만 하더라도 가족요금제가 있는데 우리나라 음원 플랫폼들은 음질도 이에 비해 딸리는데도 그런 요금제가 없습니다. 물론 통신사 결합 요금제 같은 결합상품이 있긴 하죠. 그러다 보니까 일부 소비자들은 유튜브 뮤직이 끼워팔기라면 이 통신사 결합도 끼워팔기 아니냐? 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법리적으로 ‘결합상품’으로 보는 게 맞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일단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통신사가 현재 없을뿐더러, 통신사를 가입한다고 무조건 음원 앱을 끼워주는 게 아니다 보니 끼워팔기 논란을 슬쩍 비켜가게 된 것이죠. 어쨌든 이미 글로벌 플랫폼에 익숙해진 국내 이용자들에게 지금 수준의 국내 음원 플랫폼 서비스 수준이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티파이의 무료 요금제는 유튜브 뮤직보다는 그렇잖아도 힘든 국내 토정 플랫폼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유튜브 뮤직은 이미 소비자들의 ‘락인 효과’가 강하게 발생해 있는 상태입니다. 설사 유튜브가 무료 음악 요금제를 안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게 없다고 유튜브를 떠날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토종 음원 플랫폼들은 그렇잖아도 하루가 다르게 이용자가 떨어져 나가고 있는데, 음원도 훨씬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스포티파이가 무료 요금제를 시행한다? 한번 시험삼아서라도 들어볼 소비자가 엄청 많을 겁니다. 결국 전문가들은 스포티파이가 이렇게 공격적인 전법으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면 토종 플랫폼들이 파이를 뺏길 것이고, 통신사 결합상품을 내놓고 있는 빅3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딜레마 사실 한국은 독특한 시장입니다. 글 앞에서 설명했듯 자체 콘텐츠와 플랫폼을 다양한 분야에서 굳건히 보유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모빌리티, 간편 페이, OTT, 지도, 음원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소비자에게 이게 얼마나 혜택으로 돌아가느냐입니다. 정부가 우리 토종 산업 보호 정책을 내놓을수록 글로벌 업체의 국내 영업에는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결국 더 나은 서비스를 즐기고 싶은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과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매번 끊이지 않고 나오는 논란이 바로 K갈라파고스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내 기업 다 죽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을 겁니다. 결국은 우리나라 플랫폼 업체들이 자생력을 기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소비자들은 ‘시장 열리기 전까지 국내 소비자 등골 뽑던 토종 업체들, 쌤통이다’라는 냉소적 반응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 음원 업체들은 정말 소비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했는지, 수익에만 눈이 멀어 사재기와 줄 세우기를 방조한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입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3조 원 가까운 엄청난 금액의 경제적 금전적 손해를 입혔는데도 구영배 대표를 비롯한 티몬과 위메프 대표자 3명 모두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피해자들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검찰과 피해자들의 쟁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법원의 이번 결정이 무슨 의미인지 따져봤습니다. 저희는 지난 7월 처음 티메프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때만 해도 피해가 한 1조 원 정도 될 거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지금 추정하고 있는 건 더 많습니다. - 티메프에 입점해 있던 판매자들에게 1조 5,950억 원의 피해를 입힌 '사기 혐의' - 큐익스프레스로 일감 몰아주기를 해 티몬·위메프에 692억 원 손해 입힌 '배임 혐의' - 미국의 '위시'라는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에서 671억 원을 유용한 '횡령 혐의' 다 합치면 3조 원 가까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힌 사기·배임·횡령, 경제 범죄 종합 세트라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위메프 대표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를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기각했습니다. 왜 법원은 이들의 영장을 모두 기각을 했는지,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가 티메프의 사업 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정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한 것인지, 취재해 봤습니다. 먼저 짚을 건, 이번에 법원이 내린 결정이 유무죄 판결이 아니라는 겁니다. 단지 영장을 기각한 겁니다. 구속영장을 발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건 아닙니다. 이들의 혐의는 여전히 유효하고 검찰에서 계속 수사를 할 거지만, 다만 불구속 상태에서 하라는 것뿐입니다. 우리가 눈여겨볼 건 이런 결론을 내면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했느냐입니다. 법원은 "법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고, 이들의 방어권을 보장해 줄 여지가 있다"라며 영장 기각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피해자에게 미친 금전적 손해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장실질심사에서의 치열한 쟁점은 '사업 활동의 실패'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정말 '사기를 친 것'으로 볼 것이냐였습니다. 검찰 측이 정리한 사건 일지 먼저 간단하게 검찰 측이 밝힌 사건일지를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이미 큐텐은 2022년도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들게 됩니다. 2022년 4월 달에 운영자금을 모두 소진을 한 상황이 됐다고 검찰은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큐텐이 뭘 선택했느냐? 할인율을 더 높입니다. 할인율을 더 높이니까 당연히 영업 손실이 계속 누적되는 역마진 현상이 벌어지게 되고요. 이때 큐텐이 계속해서 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거래량을 계속 늘리는 것뿐입니다. 거래량이 멈추면 죽습니다. 그래서 별 돈을 들이지 않고 인수할 수 있는 자본잠식 상태의 비슷한 업종을 계속 인수를 하는데, 2022년에 티몬 인수를 했고, 위메프와 인터파크 커머스도 인수를 합니다. 검찰은 이걸 '쥐어짜기'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지난해 10월 달에 이미 누적 적자가 티몬 3,300억 원, 위메프 1,700억 원 쌓였고요. 추가로 매월 티몬이 200억씩, 위메프가 50억씩 적자가 쌓여나가는 상태에 빠졌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여기서 티메프가 무리수를 두기 시작한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무리수 첫 번째, 위메프 티몬 모두 각종 상품권을 사들여 고객에게 통상보다 더 큰 폭으로 할인을 해서 팔기 시작하는데 이게 미정산이 나기 시작을 합니다. 무리수 두 번째, 지난해 말부터 상품권 업체들이 '어? 이거 이상한데? 하면서 티메프의 공급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급을 줄이기 시작을 하니까 그 유명한 '상품권 선판매'를 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진짜 엄청 더 싸게 10%를 깎아줄 테니까 대신에 상품권은 두 달 후에 보내줄게요."라는 말도 안 되는 프로모션을 하기 시작을 해요. 무리수 세 번째, 그전에는 주 단위로 하던 상품권 정산을 월 단위로 바꿨습니다. 이 정산 주기를 늘렸을 뿐인데 여기서 매달 한 100억 원씩을 더 마련할 수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을 하고 있거든요. 보통 고객의 돈으로 돌려 막기를 한 거를 '폰지 사기'라고 하는데, 이런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둔 것들을 종합해서 봤을 때 검찰은 티메프의 영업 방식은 '폰지 사기'가 분명하다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사기라고요? 우린 사업을 한 겁니다만.."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조금 달랐습니다. 법원의 판단 배경을 보려면 구영배 대표를 비롯한 티메프 측의 변론 주장을 알아봐야 합니다. 첫 번째, 사기가 아니라 사업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상품권을 판매하고, 돌려 막기를 한 거는 기업을 영속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경영의 일환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들이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작정을 하고 이런 판을 벌였다고 보기에는 증거나 근거가 부족해요. 설사 구영배 대표가 정말 대국민, 혹은 셀러들을 상대로 한탕 사기를 치기 위한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입증하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들이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쿠팡도 우리랑 똑같은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 쿠팡도 600억이라는 엄청난 누적 적자가 있었지만 나스닥 상장 한 방에 이거 다 갚고 지금의 쿠팡이 되었다. 우리도 그걸 목표로 했지만 우리는 실패했다.' 이러면서 무슨 얘기가 나왔냐면 이커머스 사업은 원래 이렇다는 거였습니다. 초창기에 거래량이 많지 않을 때에는 무조건 적자가 날 수밖에 없으며, 티메프는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했을 뿐, 즉 사업의 실패일 뿐 사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재판부가 이 주장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말 이커머스의 사업 형태가 그러냐 묻기도 했다는데, 이들의 주장이 좀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실제로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첫머리에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등에 비춰보면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수사 내용이 티메프 대표들 주장을 깨고 사기의 고의성을 입증할 만큼은 아니라고 본 겁니다. 마지막은, 사실은 믿음이 가진 않는데, 구영배 대표가 "나는 미정산 사태를 몰랐다"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영장심사에 참석하는 길에 '미정산 사태를 2년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구 대표는 '그렇지 않다'라고 부인하면서 '사건이 발생을 하고야 알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구 대표는 이런 식으로 계속 몰랐다는 입장인데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의 류광진, 류화현 대표조차 이 말을 반박하고 있어 믿음이 가지는 않는 발언입니다. 어쨌든 이런 티메프측의 변론 내용이 주효했고, 법원은 '방어권을 보장해 줘야 된다'라는 결정을 내리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다시 한번, 법원이 영장 기각을 한 이것만 놓고는 무죄를 주거나 면죄부를 준 게 아니기 때문에 '잘했다, 잘못했다'를 따질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영장 기각을 이끌어 낸 티메프 측의 주장을 해부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들이 한 건 정말 '사업'이었을까? 첫 번째, 이커머스란 사업의 특성상 적자는 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적자가 나는 이커머스가 대부분인 건 사실입니다. 쿠팡도 지금도 적자입니다. 티메프 측은 저기도 적자-여기도 적자 똑같은데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억울해하는 모양새인데, 그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쿠팡의 계획된 적자와 큐텐에 계획된 적자는 근본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쿠팡이나 알리 같은 경우가 적자를 내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 즉 지금 당장 적자를 보지만 이게 결실을 맺으면 시장의 파이를 장악을 해 결국 순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경영의 로드맵 하에 이뤄지는 적자입니다. 반면 티메프의 적자는 오늘 본 손실을 메꾸기 위해 내일 더 할인을 해줌으로써 본 적자입니다. 하루하루 생존에 급급한 적자이다 보니 아예 다른 성격입니다. 두 번째, 구영배 대표와 티메프의 '쿠팡도 똑같다'라는 주장입니다. 얼핏 보면 그렇지만 티메프와 쿠팡은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어요. '고객의 돈에 손을 댔느냐?'는 부분입니다. 쿠팡을 옹호하려는 게 아닙니다. 쿠팡이 자기네들이 적자를 봐가면서 창고를 늘리고, 사람들을 고용하고,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들인 돈은 상인들에게 지급할 물건 대금을 돌려서 한 게 아닙니다. 투자를 받은 돈으로 따로 한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쿠팡은 '대규모 유통법'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대규모 유통법에는 '에스크로'라고 해서 고객의 돈을 지켜주는 보안 시스템을 법적으로 강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겨가면서까지 쿠팡이 고객 돈에 손을 댔을까? 전문가들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반면 티메프는 대규모 유통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구영배 대표가 직접 국회에 나와서 말했죠. 미국의 '위시'라는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는 데 정산 대금을 갖다 썼다고요. # 국회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현안질의 (7월 30일) 당시 속기록 발췌 민병덕 |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산해 줘야 될 대금 중에서 일부를 가지고 인수 대금으로 사용했고 그 돈은 나머지로 충당했다, 이 말이죠? 구영배 | 큐텐 대표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고객의 돈을 건드리는 순간 '폰지 사기'로 가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고객의 돈을 건드리면서 부실을 돌려 막을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건 이미 사기의 기반이 된다는 겁니다. "적자지만 사업은 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과, 고객의 돈을 건드리면서 "야 이거 못 막으면 큰일 나는데.. 하지만 난 막을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건 사기냐 아니냐를 가르는 큰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사업을 하다 손실을 봐도 된다는 말이 고객의 돈을 다른 데다 써도 된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홍 교수는 "구영배 대표가 자꾸 이 둘을 섞어서 말을 하는데, 손실을 본 걸 가지고 뭐라 그러는 게 아니라 고객의 돈을 횡령한 걸 가지고 뭐라 그러는 것"이라고 일침 합니다. 마지막 쟁점, 이 많은 문제 중에 검찰도 전문가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고 있는 게, 돌려 막기를 위한 수단으로 '상품권'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티메프 책임자들이 '위시 인수 자금 50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아와라. 대출이 안 된다면 상품권의 발행량을 늘려라'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2022년부터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던 기업이 대출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입니다. 결국 담당자들은 상품권을 남발했고, 불과 5일 만에 상품권 판매 대금으로만 400억 원을, 물건 판매 대금으로 100억 원을 마련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상품권은 1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4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회전이 빠른 상품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 터졌다고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다 팔려나간 뒤라는 것이지요. 현금이나 마찬가지인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티몬은 심지어 해피머니 같은 다른 곳에서 발행한 상품권을 팔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직접 '티몬 캐시'를 찍어내서 팔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한국은행이 현금 찍어내듯 화폐를 찍어낸 것이지요. 이 행태만 보더라도 구영배 대표는 이미 사태가 잘못될 걸 짐작하고 있었고, 그런데도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입니다. 실제로 위메프의 류화현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이렇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류화현 | 위메프 대표 "상품권을 줄이는 것을 열심히 노력했는데 다시 또 늘었다. 상품권을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어 '상품권의 늪이다', '빛의 늪이다'라고 표현했었다. 지속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했다." 상품권이 주력 상품으로 팔리며 굉장히 짧은 시간에, 굉장히 높은 파급력으로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다는 점이 티메프 사태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고, 결코 선례로 남아선 안 되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재판 결과도 '무죄'가 나올까? 이제 유무죄를 가릴 실제 재판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일단 피해자들도 이번 영장 기각을 계기로 다시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손해를 봤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 이상 물건을 못 받을까 봐 억대의 피해를 보고도 끙끙 앓으며 말조차 못 했던 셀러들까지 이번 영장 기각을 보고 분기탱천해 모이고 있다고 피해자 협의회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우려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구영배 대표의 '이커머스 사업의 일환이었다',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반박해 사기 혐의를 입증해 내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먼저 상품권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상품권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주된 이유는 '상테크'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 상테크의 시스템은 구영배 대표와 티메프가 만든 생태계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상테크 자체가 불법도 아닙니다. 이미 있던 시스템에서,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상테크를 했고, 그로 인해 상품권 수요가 커졌는데, 우리는 그저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그 상품권의 공급을 맡은 하나의 조각에 불과했다고 말한다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게 사기가 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앞으로 법정에서 검찰과 티메프 측은 막대한 피해를 '의도했냐, 안 했냐'를 놓고 싸우게 될 겁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파국을 몰랐을 수가 없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잘못되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판사의 판단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만약에 법원이 이들 주장에 손을 들어 무죄를 준다면, 전문가들은 이들은 이런 식의 고객 돈으로 돌려 막기를 하는 행태를 또 할 거라고 우려합니다. 마치 루나·테라 사태를 겪고도 위메프 사건이 또 벌어진 것처럼 말이죠. 이게 바로 정말 나쁜 선례이고, 나쁜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 결과가 아주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피해자들도 더 많은 증거를 모으겠다며 뭉치고 있는 상황이니,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의 댓글 공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중국이 댓글 부대를 운영하며 이른바 '인지전'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수사 결과와 연구 논문으로 밝혀지고 있고, 실제로 미국은 이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대거 기소하며 중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렇게 알려진 중국 댓글 공작은 주로 정치나 사회 영역에 치중돼 있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옹호하는 댓글을 달아 다른 나라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거나, 세대 간·계층 간·남녀 간 등등 각종 갈등을 조장하는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 사회 분열을 야기한다거나 하는 식의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의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연구진이 발표한 중국 댓글 공작 관련 논문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에 관한 것이라 눈길을 끈다. 익히 알려진 정치·사회뿐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댓글 부대를 침투시켜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산업 분야에서의 댓글 공작을 벌인다는 정황을 밝혀낸 논문은 전 세계에서 처음인데, 일견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명확한 목적이 있고,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치·사회 분야에서의 댓글 공작은 그 의도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반면, 경제·산업 분야 댓글은 그렇지 않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즉각적으로 얻어 갈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 추정 계정 한 개당 수만 건씩 쏟아낸 댓글 연구진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 2개월간의 기간을 설정하고 경제·산업 분야 기사 70건을 선정했다. 기사 소재는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와 휴대폰, 알리·테무로 대표되는 C커머스 관련된 기사들이었다. 모두 중국이 현재 국가 핵심 사업으로 밀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산업들이다. 연구진은 우선 한국을 비방하고 중국을 옹호하는 내러티브를 가진 댓글을 모두 골라냈다. 관건은 해당 댓글을 쓴 것이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를 가려내는 일이었다. 사실 경제는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돼 있다. 한 기업이 경영을 잘 못해 실적이 고꾸라지면 수많은 개미가 영향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경제·산업 분야 기사에는 언제나 비판적 댓글이 달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 방식을 비판하는 내용, 국가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 등이다. 당연히 국내 소비자가 이런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내용의 댓글을 모두 중국 사람이 달았다고 할 수는 결코 없다. 따라서 연구진은 매우 보수적으로 한국인의 정상적인 댓글과 중국인의 공작으로 보이는 댓글을 분리해내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댓글 이력을 모두 볼 수 있는 네이버 기사였다. 해당 내러티브를 가진 댓글을 단 계정을 하나하나 모두 전수 조사하며 댓글 이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중국인 의심 계정을 77개 발견했다고 한다. 우선 중국인 의심 계정은 댓글을 다는 패턴이 달랐다. 하루에 적게는 너덧 개에서 많게는 십여 개까지 주 7일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듯, 할당량 채우듯 댓글을 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정상적인 댓글 활동이라면 어떨 때에는 사회 분야 기사에, 어떨 때에는 경제 분야 기사에, 그때그때 본인의 관심이 가는 기사에 간헐적으로 댓글을 다는 게 자연스러운데, 중국인 의심 계정은 오로지 경제·산업 분야 기사에만 매우 비슷한 내용으로 댓글을 단다는 점이 달랐다. 이런 식으로 찾아낸 계정 중에는 한 계정이 무려 수만 개까지도 댓글을 단 사례를 찾아냈다. 이들 이상 활동 계정 77개는 심지어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이 돼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는데, 실제로 이 연구 결과가 언론에 발표된 이후 이들 계정 중 상당수는 삭제됐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렇게 밝혀 낸 댓글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첫째, 대놓고 중국인인 계정. 이들은 아예 프로필 사진부터 마오쩌둥이나 오성홍기, 인민 해방군 사진을 걸어놓고 아예 댓글도 중국에서 쓰는 간자체 한자로 적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는 국적을 모호하게 밝히지 않은 채 중국을 옹호하고 한국을 비방하는 경우였다. 세 번째가 가장 교묘한데 바로 한국인인 척하는 댓글들이다. 이들은 댓글에서 '나도 한국 사람이지만' 같은 표현을 쓰거나 매우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인을 가장하는 경우를 또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한국인인 척하면서 한국 경제와 기업을 비방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한국인인 척하면서 중국 경제와 기업을 찬양하는 경우였다. 이렇게 중국의 댓글 공작으로 추정되는 댓글들은 그 비율이 상당했다. 네이버의 경우, 연구진이 뽑은 70건의 기사 가운데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는 450개 정도가 달렸는데, 그중 77개 정도가 중국인 의심 댓글이었다. 전체의 17%가 넘는 비중이다. 연구진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기사의 댓글도 연구했다. 다만, 유튜브는 댓글 이력을 최근 3개까지밖에 볼 수 없어서 정확성이 네이버보다는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지만, 네이버를 연구하며 밝혀낸 사안들을 토대로 중국인 의심 댓글을 다는 계정을 걸러냈다고 한다. 그 결과 유튜브의 경우 기사당 댓글이 많게는 4,700개 정도가 달리는데, 그중 중국인 의심 댓글은 약 750개 정도 됐다고 한다. 역시 16%가량에 달하는 무척 높은 비율이다. <중국인 의심 계정 댓글 사례> - 전기차 관련 현기차 10년 이내 망한다에 한 표 현대차는 안 되지 중국 전기차가 최고 중국차도 좋아져서 현기차 누가 사냐? 중국거 한번 타봐야지 흉기차 봐라 좀 긴장해야 된다. 튼튼한 애국 시장이 있으니 수십년간 정신 못차린다. 가성비 있으면 난 중국거 세컨드 차로 살거다 0년내에 전세계 "택시/렌트카/버스"의 90%를 중국산이 장악할것...일반 승용차 50%도 중국전기차 될것 멋지다. 샤오미에 투자하고 싶다. 중국 쓰레기는 일부 제품을 보고 그런 것이지..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보다 뛰어난 기술이 많은데.. 현기차는 뽑기다. 이미 출고장 나와서 서명하면 이후부터는 as.. 샤오미가 대응은 좋은거지 - 반도체 관련 삼성이 망해야 대한민국이 산다 삼성이 화웨이 걸 베꼈겠지. 이젠 남조선 조선족 X들 기술 바닥 쳤거든. 듣자하니 니네 김치 된장 만드는 기술 훔쳐서 반도체개발 햇다더라 역시 항국 기술은 대단해 😂2 접는폰도 중국회사인 모토로라가 삼성보다 1년먼저 출시해서 팔앗는데 남조선족들은 중국이 지들꺼 베꼇다고 빼액 햇엇지 ㅋㅋㅋ 중국은 윗머리들이 이공계 출신들이고 다 망해가는 한국은 윗머리들이 문과 검사 출신들이다. 이미 한국은 게임 끝났다. 죄다 따라잡혔고 이제 남은거 메모리반도체·oled뿐인데 따라잡히는 거 시간문제다 한국에서 대만폰 안사듯이 중국에서도 삼성폰 안산다 - C커머스 관련 알리·테무에서 사야 여러분이 살아남을 텐데요? 중국에게 열등감 좀 그만 느껴라. 같은 한국인으로서 진짜 창피하다. 알리 서비스 품질은 좋은데 안좋다고 이 기사에 뜬거 이해안감 유통질서? 한우값 같은걸 봐라. 오죽하면 as나 교환 등 어려운 직구를 찾고 다닐까? 이게 유통질서 개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 알리에서 국내산 쌀 20kg을 38500원에 구입... 쿠팡에선 최소 45000원... Thank Q, Ali ㅎㅎ 중국 불쌍한데 많이 이용해줘야지 경제 분야 댓글 공작으로 중국이 진짜 노리는 것은? 중국이 아무리 댓글 공작에 막대한 자금을 쓰며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들, 사실 위와 같은 댓글을 읽고 '현대 차 대신 중국 BYD 차를 사야겠다'라고 마음을 바꾸는 소비자는 사실상 한국에는 없다. 저런 댓글이 1만 개, 10만 개가 쏟아진다 한들 한국 소비자들이 당장 중국 제품을 애용하자고 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도대체 경제·산업 분야 댓글을 통해 무엇을 노리는 걸까? 첫 번째는 모든 분야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문의 저자 김은영 교수는 중국의 댓글 공작과 관련된 연구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이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국은 정치·사회 분야뿐 아니라 문화·역사는 물론 경제·산업 분야까지, 말 그대로 모든 분야에 걸쳐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은 평시와 전시를 구별하지 않는 데에 기인한다고 한다. 중국은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지는 전투 단계의 전쟁은 갈등이 최대로 격화했을 때 벌어지는 하나의 단계이며, 갈등이 수면 아래에서 진행이 되는 단계도 이미 전시 상황이라고 인식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투 단계에 돌입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인지전(개인이나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끼쳐 적이 우리에게 유리한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게끔 인식을 공격하는 활동)'을 펼쳐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실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최고의 승리인 '싸우지 않고 이기는 승리'를 실천 중인 것이다. 두 번째 노림수는 바로 AI이다. 사실 이 부분이 우리 기업에게도 앞으로 크게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오픈AI의 챗GPT와 같이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을 채용한 AI가 보편화하면서 검색 시장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들 AI는 이미 전 세계의 모든 지식을 모두 학습해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단계이다. 그래서 오픈AI와 같은 기업은 세계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과 계약을 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투와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 바로 '댓글'이다. 이러다 보니 앞으로는 데이터의 질보다는 데이터의 양이 더 중요한 시대라는 말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데이터의 양으로 밀고 들어가면 AI가 이를 학습해 검색 결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중국이 쏟아내고 있는 중국 경제와 기업을 찬양하고 한국 기업을 비하하는 댓글이 해외 시장의 소비자들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예컨대 휴대폰이나 전기차 구매를 앞둔 미국의 소비자가 챗GPT에 해당 정보를 검색했을 때, '현대기아차는 탈 게 못 되고 역시 전기차는 중국차가 최고'라는 검색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인다고 하면 이를 본 소비자는 '한국 차가 중국차보다도 못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도 마찬가지인데, 현대기아차나 삼성 같은 국내 기업에 현재 해외에서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보다도 기술력이 떨어지는 회사로 낙인찍힌다는 것은 엄청난 손해이다. AI에 학습시킬 데이터를 축적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서도 중국의 댓글 공작이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중국 내부 활용용이란 의심이다. 중국이 최근 경기 침체를 겪으며 사회 분위기가 좋지 못한 가운데, 관영인 중국 언론이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퍼 오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댓글 공작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한국 소비자들에게조차 욕을 먹고 있다'라는 식의 내러티브를 완성하기 위한 근거로 자신들이 작성한 댓글을 다시 퍼 오는 방식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은영 교수는 중국에서 중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혐한 내러티브'가 최근 유행한다고 분석한다. 틱톡 등 중국 내부에서 쓰이는 플랫폼이나 SNS를 통해 밑도 끝도 없는 혐한 내러티브가 퍼져나가고 있는데, 이런 댓글 공작의 결과물이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은 체포, 우리나라는 방관? 2022년 송파구에 위치한 '동방명주'라는 중식당이 알고 보니 중국 정부가 몰래 설치한 '비밀 경찰서'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당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며 동방명주의 중국인 소유주가 반박 기자회견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사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수사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당시 미국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차이나타운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평범한 딤섬 가게가 알고 보니 중국 비밀 경찰서란 의혹이다. 이 당시 FBI가 수사에 나서면서 관련자를 체포해 곧바로 기소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내에서 댓글 공작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40여 명도 함께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차이는 단순히 해당 인물을 사법 처리했느냐 안 했느냐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동방명주가 중국의 비밀 경찰서가 맞는지 아닌지 논란이 가시지 않은 반면, 미국은 명백하게 중국이 미국 내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했다는 점을 국가가 나서서 확인해 줬다는 것이다. 댓글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국 댓글 부대가 활동을 한다는 것이 일종의 '음모론' 취급을 받지만, 미국은 그런 활동을 한 자를 체포해 재판에 넘김으로써 쓸데없는 사회적 논란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차이가 무엇일까? 왜 미국은 이들을 사법 처리하는데 우리는 못 하는 걸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중국인이 국내에서 댓글 공작과 같은 '인지전'을 벌이다 적발이 돼도 처벌을 할 법적 근거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계 미국인인 전직 CIA 직원 수미 테리가 미국에서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혐의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한국 정부를 대리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에는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이라는 게 있다. 2차대전 당시인 1938년, 나치 독일의 미국 내 선전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미국 정부에 신고·보고하지 않고 외국의 이익을 대표하는 활동을 할 경우 사법 처리한다는 법이다. 즉, 미국에서 다른 나라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할 수는 있다. 단, 미국 정부에 신고를 한 상태에서만 말이다. 미국은 비밀 경찰서 운영자로 지목된 인물도, 댓글 공작을 벌인 것으로 지목된 인물도 모두 이 외국 대리인 등록법을 근거로 사법 처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와 비슷한 법안이 전무하다. 이러다 보니 중국인이 우리나라에서 한국을 욕하고 중국을 찬양하는 댓글을 단다고 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며 자국인들을 감시하고 중국으로 송환하는 일을 해도 처벌을 못 한다. 간첩법으로 처벌할 수도 없는 게,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주적으로 삼고 있는 건 북한이다 보니, 북한 관련 행위가 아니면 간첩법으로 처벌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 기업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산업 스파이와 관련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우리 기업에서 일하다 기술을 들고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한국인이야 사법 처리를 할 수 있지만, 이들을 채용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와 활동하는 중국인 헤드헌터는 처벌을 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한국판 '외국 대리인 등록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야에 다 형성돼 있다. 여야 모두 지난 국회 때부터 해당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의가 없는 상태이지만, 법안 내 구체적인 사안들에 이견을 보이며 여전히 법안이 통과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은영 교수는 학계에서 갖가지 사회학적 툴을 통해 의심 정황을 발견해 논문으로 발표를 한들, 결국 공권력으로 정확하고 구체적인 내막을 확인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 국민 사이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댓글 공작이 있을 거야', '아니야 그런 게 어딨어'라는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정당한 우리 국민의 비판도 중국인의 공작으로 매도된다거나, 반대로 중국 측이 심각한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일이 계속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여야 모두 '외국 대리인 등록법' 제정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가 중국 댓글 공작에 더 큰 타격을 입기 전에 하루빨리 해당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인류 최초로 배달앱을 발명한 나라는 한국이다. 2010년 스마트폰의 탄생과 함께 배달앱도 태어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요식업 자영업자와 배달앱 사이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동안은 대체로 논쟁의 중심이 '수수료'였다. 그런데 최근 배달 플랫폼 사이 무료배달 경쟁이 시작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뜨거운 논쟁거리가 하나 더 추가됐기 때문이다. 무료로 바뀐 배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이다. 갈등이 극한으로 고조되며 배달앱도 놀라는 분위기이지만, 아직까지는 수수료 인하와 같은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배달앱 문제에 처음으로 정부까지 나서며 '상생협의체'가 만들어졌지만 둘 사이 입장 차는 줄지 않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다. 배달 음식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으며 전체 음식 물가를 견인하고 있단 지적까지 나온다. 당장 눈에 보이는 무료배달 뒤에 더 큰 물가상승이 온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자영업자와 배달앱 사이의 갈등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양새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배달앱이 자영업자를 얼마나 옭아매고 있는지, 이를 알아보려면 먼저 배달앱의 비즈니스 모델을 알아봐야 한다. '숨 쉴 틈도 없다'... 배달 시장 옭아맨 배달앱 사실 우리나라 배달 시장을 지금의 규모로 키운 것은 배달앱이다. 배달앱과 배달 자영업이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의 배달음식인 중국집이나 피자 등도 있긴 하지만, 배달앱이 있었기 때문에 새롭게 생겨난 배달 업종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알아서 잘 돌아가던 평화로운 배달 시장에 배달앱이 점령군으로 들어와 일방적인 수탈을 해간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배달앱이 배달 시장을 키우고, 커진 배달 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은 이윤을 창출하고, 그 혜택을 소비자까지 누리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에 지금의 배달앱 기업들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물었을 때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특히 최근의 행보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먼저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 60%에 육박하는 '배달의민족' 사업 모델을 살펴보자. 배달의민족 앱을 켜고 들어가면 가장 크게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메뉴가 있다. 바로 '배민배달'이다. 이 배민배달 위쪽으로 보면 정사각형 작은 모양으로 '가게배달'이라고 보인다. 바로 이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이 배민이 내세우고 있는 두 가지 주요 상품이다. 내가 음식점을 차려 배달의민족에 내 가게를 올려놓는다면, 이 '배민배달' 혹은 '가게배달' 둘 중의 하나의 상품을 선택해 비용을 내야 한다. (물론 두 개 다 가입하는 사장님도 많다.) - 배민배달 그러면 먼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뉴인 '배민배달'부터 살펴보자. '배민배달'은 그 이름 그대로 배달 라이더를 배민 측이 보내주는 상품이다. 모든 배달을 배민 측의 라이더가 해야 한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우리 가게 바로 윗집에서 주문을 해도 내가 직접 가져다주지 못한다. 배민 측이 보내주는 라이더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 가족이 배달을 도와주러 오고 싶어도 역시 불가능하다. 배민 측이 보내주는 라이더를 통해서만 배달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배민배달'이라는 상품 자체가 사장님들의 배달 선택권을 제한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올초 갈등 상황이 터진다. 배민 측이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해야 할 배달비용을 자영업 사장들에게 무조건 3,300원씩 부담하라고 못 박은 것이다. 기존에는 배민 측이 보내주는 라이더를 보내주더라도, 그 비용을 소비자와 어떻게 나눌지는 사장들이 정했다. 장사가 잘 되고 인기 있는 집이라면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100% 다 전가시켰을 것이고, 내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집이라면 사장이 100% 다 부담했을 것이다. 많은 경우는 이 배달비용을 반반 나누기도 했을 것이다. 즉 가게 사정에 맞게, 상황에 맞게 사장이 경영적 판단으로 배달비를 소비자와 나누어 부담했다. 하지만 배민 측이 사장이 지불해야 하는 배달비를 고정해 버리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배달 운영도 우리 마음대로 못하는데 그 비용까지 고정하느냐는 것이다. 내가 내 돈으로 차린 내 가게인데, 배달 전반을 플랫폼일 뿐인 배민이 통제하면서 비용을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배민 측은 이 갈등이 채 봉합되기도 전 한 가지 강수를 더 던진다. 7월 플랫폼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한꺼번에 3%p나 올려버린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폭발했고 배민의 수수료 정책을 비판하는 뉴스도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배민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화나 수위 조절은커녕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수익 극대화 카드만 던지는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배민 측에 물으니 경쟁사인 '쿠팡이츠'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원래부터 수수료가 9.8%였던 쿠팡이츠 수준으로 수수료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 3%p 차이만큼 수익의 차이가 나면서 딱 그 3%p 차이만큼 할인쿠폰 같은 프로모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쿠팡이츠의 수수료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게 눈 가리고 아웅인 게, 할인행사를 그만큼 더 한다면 소비자가 당장은 좋아 보일 수 있겠으나, 결국 그 부담을 지는 게 배민이 아닌 자영업자 아닌가?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결국 음식 비용을 올릴 것이고 종국에는 소비자가 할인을 받는 비용보다 더 크게 배달 음식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두 거대 플랫폼 업체의 경쟁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인 자영업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모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사이에서 이득을 보는 건 결국 두 플랫폼 업체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배민배달'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가게배달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상품 '가게배달'은 이름 그대로 가게가 배달을 알아서 하는 방식이다. 본인이 직접 할 수도 있고, 가족들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라이더 업체를 이용해도 된다. 배달 비용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소비자와 나눈다. 즉 앞서 살펴본 배민배달에서 허용되지 않는 배달과 관련한 영업 자유가 고스란히 사장에게 있다. 그런가 하면 수수료 문제도 약간 입장이 다르다. 가게배달에 입점한 점주들은 플랫폼 수수료가 아닌, 광고 비용 형태로 배민 측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 광고는 결국 배민 앱에 내 가게가 얼마나 잘 노출되게 하느냐를 위한 건데, 건당 88,000원인 정액제 상품도 있고, 건당 6.8%인 정률제 상품도 있는데 이는 사장들이 역시 본인의 사정에 맞게 알아서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만 들으면 '가게배달' 상품을 이용할 경우 배민은 자신의 가게를 노출시키는 용도로만 쓰는 것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영업 방식은 사장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상품이다. 훨씬 이득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데 이게 알고 보면 또 그렇지가 않다.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화면 배치 UI이다. 배달의민족 앱을 켜면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가장 크게 들어가 있는 것이 '배민배달' 업체 들이다.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배민배달'에서 주문을 하게 된다. 조그맣게 위치해 있는 '가게배달'까지 굳이 들어가 주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플랫폼이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사람의 눈동자가 머무는 곳에서 모든 일이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배민 측은 차별의 의도가 없고 오히려 '가게배달'이라는 메뉴를 둠으로서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민 측이 입김을 많이 행사할 수 있는 '배민배달' 상품을 가장 밀고 있는 만큼, 배민배달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에겐 보이지 않는 페널티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배민배달'에 가입을 하지 않고 '가게배달'에만 가입을 하면 주문 콜 수가 많이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가게배달'을 쓰다가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배달'을 동시에 가입하는 사장들이 적지 않다. 결국 이런 UI 배치문제를 공정위가 문제 삼아 시정명령을 내렸다. 배민 측은 현재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에서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의 메뉴 버튼의 크기를 동일하게 조정한 새로운 UI를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버튼의 크기만 같아졌을 뿐, 가장 먼저 접속을 했을 때 '배민배달'이 기본 화면으로 뜨는 건 마찬가지라 자영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 배민클럽 그런데 '가게배달'을 하는 사장들에게 이번에 폭탄이 떨어졌다. 바로 배민이 새롭게 도입한 구독제 상품인 '배민클럽'이다. 배민클럽은 소비자가 한 달에 3,990원을 내면(지금은 1,990원 할인 중) 무료 배달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새 구독형 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정액 배달비라는 또 하나의 구독 모델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가게배달'에 입점한 사장들에게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바로 이 '배민클럽'으로 무료가 된 배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앱 디자인 자체가 훨씬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배민배달' 업체들이 이제는 여기에 더해 '무료배달'까지 하게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손해 본다고 생각했던 '가게배달' 입점 업체들은 완전히 외면을 당할 것이란 공포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덥석 무료배달을 해 주기도 애매하다. 앞서 설명한 '배민배달'을 이용하는 사장들은 배민의 정책에 따라 이미 배달 건당 2,900원의 배달비를 고정으로 부담하고 있다. '배민클럽' 시행으로 배달비가 무료가 됐어도 '배민배달' 입점 사장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아직은 없다. 그런데 '가게배달'에 입점한 사장들은 얘기가 다르다. 그동안 소비자와 배달비를 사장 재량으로 나눠서 부담하고 있었는데, 배민클럽으로 무료 배달이 시작되면 이 비용을 고스란히 사장이 떠안아야 한다. 특히 눈비가 오거나 늦은 밤, 거리가 멀 경우 등은 배달비에 할증이 붙는데, 그동안은 소비자와 나눠 내던 이 배달비를 '배민클럽'의 도입에 발맞춰 무료배달을 따라가려면 이제는 사장이 전부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배민배달' 상품에 가입을 하지 않고 '가게배달'만 하던 사장들도 어쩔 수 없이 2,900원 배달비 부담액이 고정돼 있는 '배민배달'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배달의민족은 '배민배달'과 '가게배달' 두 가지 상품을 가지고 서로 다른 운영을 하고 있다. '배민배달'은 플랫폼인 배민 측이 가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수수료 역시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인상을 했다. 배민 입장에서 더욱 더 확대하고 싶어 하는 사업 모델이다. 반면 플랫폼에 의해 그나마 덜 좌지우지되는 '가게배달'을 배민 측은 어떻게든 '배민배달'로 전환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 사장들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양치기 개처럼 내세운 것이 바로 새로 도입한 구독형 모델 '배민클럽'이라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런 주장이 오해라고 해명한다. '가게배달'을 하는 사장들에게도 무료배달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준 것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쿠팡에 위기감 느끼는 배민 사실 구독형 멤버십으로 무료배달을 하는 모델은 쿠팡이츠가 올 3월 먼저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배달비가 너무 올라 배달 음식 시켜 먹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때 쿠팡이츠가 기존 쿠팡의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시작한 것이다. 효과는 대단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0%대 점유율이던 쿠팡이츠는 어느새 23% 가까이 수치를 끌어올렸다. 반대로 배달의민족은 2022년 처음으로 점유율 60%를 찍고 승승장구했으나, 쿠팡이츠의 이러한 기세에 밀려 다시 58%로 2년 만에 60%대 점유율이 깨졌다. 이러다 보니 배민이 쿠팡이츠에 느끼는 위기감은 대단한 모양이다. 수수료를 따라한 것도 그렇지만, 부랴부랴 구독제 모델까지 따라 내놓은 걸 보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배민이 내놓은 '배민클럽'이 쿠팡의 '와우회원'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쿠팡 '와우회원' 가입자 수는 1,400만 명이다. 우리나라 가구수가 2,400만이니까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쿠팡 와우회원인 셈이다. 쿠팡 로켓배송에, 쿠팡 플레이, 무료배달까지 혜택도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기존 쿠팡 와우회원들은 그냥 쿠팡이츠에서 시켜 먹으면 됐지, 배민의 월 3,990원짜리 회원제 모델을 새로 가입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무료배달 말고는 다른 혜택을 줄 수 없는 배민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압도적 선두주가가 한참 뒤에 있는 후발주자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계속 연출되고 있다. '우리도 힘들다'는 배달앱... 자영업자는 어쩌라고 그래서인지 배달앱 기업들은 자신들도 남는 게 없다고 항변한다.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에 보내는 돈 중에, 결제 수수료는 카드사 등 결제 관련 회사가, 배달비는 라이더가, 세금은 국가가 가져가고, 플랫폼 수수료 딱 하나만 자신들이 가져가는데 이게 그리 크지 않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100만 폐업 시대의 자영업자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 기가 막힐 뿐이다. 당장 2023년 기업실적만 놓고 봐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양대 배달앱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배달의민족은 매출 3조 4천억 원에 영업이익 7천억 원 가까이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나 증가한 것이다. 쿠팡이츠 역시 8천억 원 가까운 매출에 영업이익도 77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배 넘게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우 전 세계 75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살펴보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등에서 크게 손해를 보며 글로벌 전체 3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유일하게 아시아 지역에서만 5천76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봤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7천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니, 말 그대로 딜리버리히어로에게 한국은 가장 우량한 캐시카우인 셈이다. 특히 7천억 원 영업익 중 절반이 넘는 4천억 원을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당금으로 받아가다 보니 독일 기업이 한국 배달 시장에 빨대를 꽂았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사실 글로벌 기업이 투자를 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딜리버리히어로가 '투자'를 했다는 것은 결국 배민을 인수한 게 전부이고, 그 이른바 '투자'의 혜택이 실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자영업자들이나 그 음식을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전혀 돌아오는 게 없이, 오히려 악영향만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00만 자영업 폐업이 시대, 장사가 잘 되는데도 남는 게 없어 문을 닫는 음식점이 즐비한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배달앱 기업들이 '남는 게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하니 이를 곱게 보는 시선이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혈세로 '배달비 2천억 원 지원' 논란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배달앱 업체와 자영업자 단체들이 참여한 상생협의체를 꾸리고 양측 간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 대책 중 '영세 자영업자에게 배달비를 지원하겠다'라는 정책이 논란이다. 배달비 부담이 커진다고 하니 2천억 원을 배달비로 지원하겠다는 건데, 자영업자들부터 반대하고 나섰다.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3사가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데,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한다고 해봤자, 결국 그 배달비는 고스란히 이 배달앱 업체들로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중 일부는 또 독일의 배민 모기업으로 흘러들어 갈 텐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수박 겉핥기식 지원으로 혈세만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2천억 원으로 지금 이용률이 저조한 공공 배달앱을 더 발전시킨다거나, 아니면 차라리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식의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례없이 요식업 중 배달 비중이 높은 나라이다. 배달 물가가 곧 식품 물가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이 배달 시장을 특정 플랫폼 업체들이 장악을 하고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독일계, 쿠팡이츠는 미국계 모기업을 두고 있다 보니, 한국의 요식업 물가를 외국계 기업들이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최근 들어 거세게 일고 있다. 배달앱이 우리나라 배달 시장을 활성화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배달앱이 있어야 배달 시장도 커질 수 있고, 그래야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이 세 주체가 서로 상생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현명한 대책이 절실한 때이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게임은 왜 긴장하는가? 오공이 발매된 직후 중국 정부는 직접 나서 게임 홍보를 자처했다. 게임 배경으로 나온 실제 장소를 관광지로 소개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게임 스트리머들에게 "오공과 관련한 홍보 방송을 할 때 '페미니즘', '반정부적 발언' 등을 하지 말라"는 보도 지침과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통보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중국 내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중국인들이 오공을 플레이하기 위해 컴퓨터를 새로 바꾸면서 반도체 시장 업황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외신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소니의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5'의 판매량이 8월 한 달에만 전 년 대비 800% 가까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PC와 모바일 위주이던 거대 중국 시장에 '콘솔 게임' 시장이 새로 열리게 된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드는 소니는 졸지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됐다. 이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을 만드는 미국과 일본의 게임 개발사들도 새로운 시장을 맞이하게 됐단 평이다. 하지만 게임 강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은 그동안 확률형 뽑기 아이템 판매에 몰두한 나머지, 막상 이 새로 열린 거대한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이 없는 신세이다. 꼭 1등이 아니더라도 시장이 커지면 함께 즐거워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현재로선 55조 원 규모의 중국 게임 시장에서 우리만 도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도 걱정이 나온다. 이제 막 콘솔 시장에 뛰어든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거인을 쫓아가야 하는 과제와 동시에 갑자기 나타난 중국 게임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게임이 자동차나 휴대폰 같은 소비재와 다른 성격을 지닌 '문화 상품'이란 점이 있지만, 그래도 게이머가 시중에 나오는 모든 게임을 다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 있단 것이다. 우리 게임사에 쏟아지는 비판 한때 게임 대장주였던 NC소프트는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오공과 비슷한 시기에 내놓은 '호연'이라는 게임은 출시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동시 접속자 수가 5,000명 아래로 떨어지는 등 시장에서 혹평을 받았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새로운 게임을 내놓으려 하지만 개발력 자체가 부족한 것 아니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웹젠이라는 게임사의 뮤라는 게임은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공지를 올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 때문에 이 게임에만 3억, 4억 원씩 쓴 소비자들이 졸지에 자신의 캐릭터를 날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개발력도 부족하면서 최소한의 기업 윤리마저 져버렸단 비난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정현 게임학회 학회장은 우리 게임계의 '세대 교체'를 주장한다. 열정과 실력 있는 게임 개발자들이 기성 게임사들의 개발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던 한국 콘솔 게임인 '스텔라블레이드'는 NC소프트 팀장이었던 김형태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나와 만든 시프트업이라는 신생 게임사에서 개발한 작품이다. NC소프트라는 대기업 팀장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인데, 반대로 NC소프트 같은 대기업이 어쩌다 이런 인재를 놓쳤는지 되묻는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형 게임사가 젊은 개발자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극악스러운 확률형 게임 아이템은 점차 수그러드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 자리를 대체할 '진짜 게임'을 만드는 도전이 한국 게임계에서도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앞으로의 경쟁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영화 스타워즈는 유독 한국에서는 흥행이 저조하지만 미국인들에게 영화 그 이상이다. 미국의 건국 철학이란 평가까지 받는 스타워즈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광팬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문화계의 초거대 IP이다. 자연스레 스타워즈 관련 문화상품도 쏟아져 나오는데 게임도 빠질 수 없다. 지난 8월 말, 이 스타워즈를 배경으로 한 신작 게임이 또 하나 출시됐다. 스타워즈 기반인 만큼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끈 '스타워즈 아웃로'라는 게임이다. 그런데, 미국의 8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다운로드 순위를 집계해 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타워즈 게임이 1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1위는 놀랍게도 서유기의 손오공을 모티브로 만든 중국 게임 '검은신화: 오공'이었다. 미국인들이 서유기를 알 리 없고, 게임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원숭이이고, 특히 미중 갈등으로 반중 정서가 높은데도, 중국산 게임인 오공이 큰 히트를 친 것 자체가 엄청난 화제가 됐다. 발매 2주 만에 1,800만 장 판매... 중국 게임 파워 PC와 소니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로 발매된 오공은 발매 2주 만에 전 세계에서 1,800만 장을 팔아치웠다. 일각에선 중국 내 판매가 85% 정도 되는 만큼 별 의미가 없는 판매량이란 얘기도 나오지만, 외신과 증권가 등 전문가의 분석은 다르다. 블룸버그는 최근 오공에 대한 기사에서 전 세계 판매량이 머지않아 3,000만 장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쯤 되면 중국 내 판매량이 8할이라 하더라도 중국 이외 지역에서의 판매량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영화로 치면 블록버스터에 해당하는 트리플A 게임의 경우 전 세계 판매량 500만 장이 성공의 기준인데, 중국을 빼고도 이 정도 수치가 나온다면 누가 보더라도 명실상부 전 세계적 초대박이 맞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이 게임 산업에 진심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의 IT 대기업 텐센트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된 '리그오브레전드(LoL)'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전 세계 게임사를 막강한 자본력으로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미 미국과 견줄 게임 강대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번 오공의 대성공에 놀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우리나라 게임계에서 '참담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왜일까? 한국 게임을 뛰어넘은 중국의 개발력 게임 불모지였던 중국에 게임 산업이란 걸 전파한 건 한국이다. 2020년 미르의 전설, 포트리스 같은 게임들이 중국에 처음 진출했고, PC 게임 시장을 열었다. 이 당시 중국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은 대단했다. 게임 산업이 없던 중국은 한국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고 이때 게임의 경제적 가치를 알게 됐다. 이후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던 회사들이 게임을 통째로 복제한 듯한 게임들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우리 게임사들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품질에서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4년 즈음부터 중국 정부가 나서 자국 게임 산업을 키우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견제가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예전만 못할 뿐, 여전히 중국은 한국 게임계의 캐시카우였다. 하지만 2016년 사드 사태가 터지고서부터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 무렵 중국 정부는 과열 양상을 보이는 중국 게임계 성장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게임 발매 허가증인 '판호' 발급을 대폭 줄인다.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아 게임을 만들어 놓고도 판매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때 중국은 자국 개발사와 외국 개발사 모두에게 판호 발급을 확 줄였는데, 딱 이 시기와 맞물려 한국에선 사드 사태가 터지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한국 게임에게는 판호를 아예 단 한 건도 내주지 않게 된다. 중국으로의 진출이 완전히 막힌 셈이다. 이때부터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에 재진출하기를 학수고대했다. 그렇게 4년 후인 2020년 12월, 드디어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게임사에 다시 판호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토록 기다리던 중국 게임 판호를 받고도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중국 진출을 서두르지 않았다. 왜일까? 판호가 나오지 않던 시기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극악한 형태의 확률형 뽑기 아이템 판매에 열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확률 공개의 의무도 없었을 뿐더러, 이를 사주는 이른바 '헤비 유저'들이 있다 보니 게임사의 이런 마케팅이 통한 것이다. 이런 식의 확률형 뽑기 아이템은 2015년 NC소프트의 리니지 때부터 처음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NC소프트는 리니지 전성기 시절 하루 최대 2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당시 전 세계 게임사는 NC소프트의 매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특히 한국 게임사들은 너도나도 NC소프트의 리니지와 비슷한 과금 모델을 지닌 게임을 개발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이른바 '양산형 리니지 라이크' 게임의 범람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 게임 진출이 금지돼 있던 2017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 공개된 확률이 맞는지 사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하도록 했다. 소비자 등골을 빼먹는다는 평을 듣던 한국 게임사들의 극악한 확률형 아이템 모델로는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거기다 2020년, 중국이 판호를 내주기 몇 달 전 그 유명한 '원신'이라는 게임이 발매되었다. 원신 역시 사람들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형태의 게임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개발되는 양산형 게임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NC소프트 리니지에서 시작된 한국의 모바일 게임들은 대부분 플레이어 간의 경쟁이 주요 콘텐츠이다. 사람과 사람이 게임 안에서 서로 싸우는데, 이때 누가 더 많은 돈을 써서 더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즉, 플레이어가 딱히 내 캐릭터를 조종하는 이른바 '컨트롤'을 할 여지도 거의 없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는 유인은 유저들끼리의 '경쟁심'이 전부이다 보니 스토리나 음악, 연출, 캐릭터성 같은 것에 신경을 쓸 여지도 적다. 게다가 이런 리니지를 모방한 양산형 게임들이 범람하다 보니, 한국 게임사들은 문화상품으로서의 게임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 돈을 쓰게 만들 것이냐인 '비즈니스 모델(BM)'만 개발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하지만 중국이 내놓은 모바일 게임인 원신은 이러한 경쟁 요소가 없다. 플레이어가 혼자 게임을 즐기며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게임 속 AI들과 교감한다. 소비자가 플레이어와 게임 그 자체에 매력을 느껴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싱글 플레이' 게임인데 그 게임성이 뛰어나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이미 게임 개발력 자체에서 중국에 뒤처진 상황이다 보니, 정작 중국 시장이 다시 열렸을 때 들어가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워졌던 것이다. 실제로 이후 진출한 게임들은 실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새삼 '오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 게임은 무엇으로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PC, 모바일,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같은 게임기이다. 게임기용 게임을 '콘솔 게임'이라고 표현하는데, 오공이라는 게임은 PC와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나왔다. 게임 개발자들은 콘솔 게임이야말로 개발력의 정수라고 얘기한다. 모바일 게임은, 특히 플레이어끼리 경쟁이 주요 콘텐츠일수록, 앞서 언급한 대로 게임성에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게임기용 콘솔 게임은 얘기가 다르다. 대부분이 소파에 앉아 혼자 플레이하는 '싱글 플레이' 게임 위주인 데다가, 50만 원이 훌쩍 넘는 게임기를 산 만큼 소비자들이 게임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러다 보니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듯 스토리와 영상미, 연출, 음악, 배경은 물론 그래픽 수준과 플레이 방식까지 모든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마디로 게임 기술의 총아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트리플A(블록버스터)급 콘솔 게임은 주로 일본과 미국·유럽의 대형 게임사들의 전유물이었다. 게다가 트리플A급 콘솔 게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제작비는 갈수록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성은 끊임없이 과금을 유도하는 모바일 게임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점에서 개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콘솔 게임을 만드는 시도를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너무 안 좋아진 데다, 올 3월부터 게임사에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통과되면서 뽑기 아이템만으로는 이전과 같은 수익을 창출해 낼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모바일 게임 생태계를 넘어, 아직 침투를 할 여력이 남아있는 콘솔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게임사들이 하나둘 늘고 있는데, 지난해 나온 'P의 거짓'이라거나, 올해 나온 '데이브 더 다이버', '스텔라 블레이드' 등은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우리나라도 콘솔 게임 개발력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역시 모바일 게임 천국이던 중국에서 트리플A급 콘솔 게임인 오공을 내놓은 것이다. 중국 게임사의 첫 도전이라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을까 의구심을 품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해당 게임이 막상 출시된 후에는 대부분 호평을 내놓았다. 사실 오공은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더 다듬어져야 할 부분도 많고, 앞서 언급한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솔 게임이 훨씬 뛰어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오공이 상업적 흥행에 크게 성공했단 점이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간편 결제 서비스를 꼽자면 네카토, 즉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페이일 것이다. 이들 셋은 해외에서는 아직 무명이나 다름없는 결제 수단이다 보니, 세계 최대 간편결제 기업인 알리페이의 시스템을 이용한다. 모두 알리페이와 기술 협정을 맺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 카카오페이는 단순 기술협정을 넘어 알리페이를 서비스하는 중국의 '앤트그룹'이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앤트그룹'은 한때 카카오페이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지분을 43.9%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지분율을 낮춰 현재는 32% 보유 중이다. 토스 역시 결제 대행 서비스를 대행하는 PG사인 토스페이먼츠에 중국 '앤트그룹'이 2대 주주로 들어와 있다. 지난해, 역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현재 토스페이먼츠 지분의 37.7%를 보유 중이다. 이들 양사 지분을 사들이는 데 앤트그룹이 쓴 돈은 4천억 원에서 5천억 원 사이 정도이다. 앤트그룹의 모회사인 알리바바 입장에서 보자면 이 정도는 사실 푼돈에 불과한 수준이다. 즉, 이 정도 자금으로 우리나라 간편 결제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 자본이 카카오페이나 토스페이먼츠에 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찾아보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이 환영하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투자금에 국적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중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보안 사고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편견이다. 기업 입장에선 그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이를 바탕으로 해외로 뻗어나가 세계 다른 기업과 경쟁을 할 수 있다면 최선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우려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번 카카오페이의 4,045만 명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다.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 공과금 납부나 세금 납부, 그리고 국가 기간 시설이라 할 수 있는 기차표나 비행기표 구매까지도 대부분 간편 결제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런 시장에 중국 기업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보 보안'을 우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본 '지분 강탈'이라고 한 한국, 중국 자본은 '나가라' 할 수 있을까? 최근 미중간 패권다툼이 격화하며 '정보 보안'에 대한 관심이 세계 각국에서 높아지고 있다. 민감한 국가 정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벌어졌던 일본의 '네이버-라인 야후' 사태이다. 라인 야후 사태는 사실 현재 중국의 자본이 우리나라 간편 결제 시장에 깊숙이 들어와있는 것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시작해 현재는 일본 내 간편 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폐쇄적인 것으로 유명한 일본에서 디지털 기반의 간편 결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서 현재 각 지자체의 세금 납부와 신칸센 열차 예매 등을 모두 라인의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예민한 정보에도 라인이 접근할 수 있게 되는데, 일본 입장에서는 이러한 국가 근간 결제 시스템이 된 라인의 지분을 한국 기업인 네이버가 50%나 보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껄끄러웠던 것이다. 그러다 네이버가 해킹을 당하면서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런 일이 두 번이나 벌어지자 일본 정부는 네이버에게 '정보 보안'을 이유로 지분을 모두 내놓으라고 요구하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일본은 이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차피 라인의 시스템은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데, 왜 한국이 지분을 절반이나 가지고 경영에 관여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네이버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만들어놓은 기업을 일본이 강탈해가려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은 이 문제가 외교적으로 비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현재 나오고 있는 분석이다. 일본이 결국 네이버의 라인 지분 정리 방침을 포기한 건, 한국의 강한 반발에 놀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자. 현재 카카오페이와 토스페이먼츠는 일본의 라인과 매우 유사하다. 중국의 자본이 2대 주주로 들어와 있다. 심지어 단순 금융 투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로 들어와 있다 보니 이사회까지 장악을 했다. 게다가 해외 사업에 있어서는 이들에게 기술적으로도 의존하고 있다.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외국 기업 관련 결제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알리페이의 망을 이용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우리도 일본이 했던 것과 똑같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요구했던 것처럼 중국의 알리페이에게 지분을 정리하고 나가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알리와 결별할 수 없는 이유 첫 번째 이유는 알리가 현재 지분을 모두 정리할 경우 이들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 알리페이는 당초 40%가 넘었던 카카오페이의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대량 매각하며 현재 32%까지 낮췄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주가 전체가 폭락을 하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개미들의 통곡이 이어지며 '중국 자본에 데였다'는 말까지 나왔던 터다. 그런데 만약 지금 알리페이가 남은 지분을 한꺼번에 모두 털어낸다고 하면 카카오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토스페이먼츠 역시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토스 그룹은 카카오보다도 덩치가 작은데, 알리페이가 가지고 있는 30% 넘는 지분을 스스로 사들일 돈도 없을뿐더러, 이 지분을 사겠다고 나서는 투자자를 찾는 것도 현재로선 매우 힘들다. 두 번째는 외교적 이유이다. 일본이 라인의 지분 정리를 포기한 것이 외교적 이유에서였듯, 우리 만일 알리페이에게 갑자기 '지분을 정리하라'라고 할 경우 중국과의 엄청난 외교적 마찰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본도 깜짝 놀라 자신들의 계획을 철회했는데, 우리가 중국과의 마찰을 견딜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지금 당장 보안 사고가 터진 것도 아닌데 무턱대고 중국 자본에게 나가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다 이리 궁색한 처지가 됐나? 한국은 아시아에서 스마트폰이 가장 빠르게 보급된 나라이다. 3G를 거쳐 4G가 가장 빠르게 보급된 나라이기도 하고, 이런 인프라 덕분에 수많은 반짝이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는 국제 시장에서 자체적인 결제망 하나 갖추지 못한 처지가 됐을까? 왜 알리 없이는 해외 사업을 할 수 없는 궁색한 처지가 됐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K-갈라파고스라는 말까지 나오게 한 한국만의 지나친 규제를 꼽는다. 간편 결제는 핀테크 사업이다. 핀테크란 금융이란 뜻의 'Finance'와 테크놀로지 'Technology'가 합쳐진 말이다. 즉, 기성 금융에 IT기술을 접목해 더욱더 간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게 핀테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핀테크 기업은 금융쪽 규제와 IT쪽 규제를 동시에 받고 있다. 원체도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한 편에 속하다 보니 핀테크 사업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도 금세 규제에 가로막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실 개인정보 등 정보 보안을 위해 규제는 필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규제란 기술의 개발과 안정성 그 사이 어디엔가 위치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안정성에 지나치게 치중됐단 지적이 나온다. 강력한 규제로 정말로 정보 보안이 강하게 지켜지기라도 했으면 다행인데, 실상은 우리가 한 달이 멀다 하고 접하는 뉴스가 개인 정보가 털렸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알리페이가 우리나라에 직접 진출을 하려고 했지만, 우리나라 규제에 막혀 포기했다. 이후 이들이 선택한 것은 우리나라 간편 결제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었다. 알리페이는 이를 '윈-윈 전략'이라고 부른다. 만약 알리페이가 직접 진출을 했다면, 과연 우리 국민이 얼마나 알리페이에 가입을 했을까? 아마 정말 필요한 사람이 아닌 이상 거의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4,045만 명의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지금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결국 강력한 규제로도 '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걱정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만약 우리나라에 구글페이나 페이팔 등 다른 간편결제사들의 더 용이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했으면 지금과 같이 알리페이에 완전 종속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후회도 나온다. 이러다 보니 정부에서도 핀테크와 관련된 규제를 풀겠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말뿐, 실제로는 약속했던 규제 개혁은 차일피일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는 사이 IT강국이라던 한국은 어느새 IT인프라에 있어 중국보다도 훨씬 뒤처지게 됐다. 일단은 멈췄지만, 언제 다시 일본이 라인의 지분을 정리하라고 요구해 올지 모를 일이다. 미국 역시 대통령이 바뀌어도 틱톡 퇴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갈수록 '정보 보안'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알리페이에 종속돼 버린 우리나라의 간편 결제 시장이 어떻게 소비자의 불안을 종식시키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개인정보 유출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 카카오페이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그중에서도 규모가 역대 최다이다. 누적 4,045만 명, 사실상 우리나라 성인 전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유출된 정보도 55억 건으로, 한 사람당 1천 건 넘는 정보가 넘어갔다. 이 엄청난 정보가 흘러간 곳은 중국 알리바바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알리페이이다. 이번 개인 정보 유출은 금감원의 조사에서 밝혀진 건데, 넘어간 정보의 양이 너무 어마어마하다 보니 금감원 발표를 보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 정도이다. 심지어 해킹을 당한 것도 아니고 카카오페이 측이 직접 알리페이에 정보를 넘겼다고 하니 궁금증이 들 정도이다. '국민 메신저라는 카카오가 왜 이런 짓을 했지?',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있지?' 그래서인지 카카오 측도 금감원의 발표에 이례적으로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개인정보가 넘어간 건 사실이지만, 정당한 정보였고 국가 정보 보안 측면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 정보가 넘어간 알리페이의 모기업이 중국 기업이다 보니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말 카카오의 잘못은 없는지,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간편 결제를 계속 써도 되는지 알아봤다. 간편 결제의 시대 간편 결제, 이른바 '페이'는 신용카드와 같은 기존 결제 체계를 간소화하고자 만들어졌다. 소비자가 굳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굳이 삼성페이 결제를 위해 휴대폰을 카드 단말기에 가져다 대지 않아도, 바코드 하나 띡 찍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결제가 되도록 만들어졌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기존 신용카드 등과는 다르게 결제 과정을 단순화하고 수수료 비용도 낮추는 데 유효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페이 시스템은 이른바 네·카·토라 불리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가 있다. 이들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사업자 입장에서도 기존 결제 서비스의 번거로운 점을 대폭 수정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 서비스에 한해서다. 천하의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페이도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나가면 무명이나 다름없다. 쓰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간편 페이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글로벌 간편 결제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중국 알리바바가 모기업인 '알리페이'이다.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과거 현금을 사용할 때 해외 어디서도 원화를 바로 받아주는 곳은 없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거쳐야만 한다. 신용카드로 넘어와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현대카드, 삼성카드, BC카드와 같은 국내 카드를 사용하지만, 이들이 해외에서도 결제가 되는 이유는 국제적 카드 회사인 비자·마스터에 수수료를 내며 이들의 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즉, 외국에서 현대카드, 삼성카드를 받아주는 게 아니라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받아주는 것이다. 간편 결제의 시대로 넘어와서도 이런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최근 일본 여행객들은 편의점 등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각종 간편 페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일본 편의점이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페이를 받아주는 게 아니라, 이들이 올라타 있는 알리페이를 받아주는 것이다. 우리 페이 시스템이 중국 알리페이 망에 올라타 있다보니 결제를 할 때 개인 정보가 넘어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이번에 금감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부분을 지적했다. 금감원이 문제삼은 부분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국내 카카오페이 가입자 4,045만 명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넘겼다는 것, 둘째, 해외에서 카카오페이를 사용한 이용자의 정보를 '과다하게' 넘겼다는 것이다. 관건 1.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첫 번째부터 살펴보자. 4,045만 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정보가 알리페이에 넘어갔다. 카카오페이는 어쩌다가 4,045만 명이라는 엄청난 양의 개인 정보를 알리페이에 넘긴 걸까? 이 문제는 '애플페이'에서 시작된다. 애플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애플의 앱스토어를 사용한다. 앱스토어에서는 결제 행위가 이뤄진다. 게임을 하다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기도 하고, 유료 앱을 구매하기도 한다. 애플의 경우는 이 앱스토어에서 아이폰이나 맥북과 같은 장비를 팔기도 한다. 이런 결제 활동을 하기 위해 앱스토어에 회원 가입을 할 때 개인정보와 함께 결제 수단을 등록한다. 한국의 앱스토어 사용자는 이 결제 수단으로 카카오페이를 등록할 수 있게 돼 있다.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애플의 앱스토어에 하나의 결제 수단으로 입점하게 되면 그만큼 시장을 넓히는 일이 된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페이 시스템으로 앱스토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보니 편리하다. 문제는 애플의 정책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앱스토어에서 아이폰을 구매했다고 하자. 결제가 이뤄지는 순간 애플을 물건 배송을 시작한다. 만약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이템은 내 게임으로 들어온다. 실제 애플이 판매 대금을 받는 건 그 이후에 벌어진다. 이러다 보니 애플은 소비자를 믿고 물건이나 아이템을 넘길 수 있는지 신용도를 확보해야 한다. 이때 애플이 요구하는 신용도를 NSF스코어(Non Sufficient Fund)라고 한다. 그런데 카카오페이는 사실 자신들만의 시스템으로 애플에 입점을 한 게 아니다. 애플에게 카카오페이는 들어본 적 없는,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은 결제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애플은 카카오페이에게 자사의 결제 수단으로 입점하기 위한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알리페이와 손잡고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알리페이는 전 세계 8,100만 개의 가맹점을 가진 세계 최대 간편결제 시스템이다보니 애플의 주요 결제 시스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카카오페이의 시스템을 믿을 수 없으니, 카카오페이 이용자의 'NSF 스코어' 신용정보도 알리페이에게 산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애플의 요구로 카카오페이는 이용자의 신용정보를 산출하기 위한 자료를 알리페이에 넘기게 된 것이다. 그러면 애플페이를 쓰는 고객 정보만 넘기면 되지, 왜 갤럭시를 쓰는 사람들의 정보까지 다 넘겼을까? 역시 애플페이가 요구했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 고객의 신용정보라는 것은 미리 산출을 하고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언제 물건을 구매해도 곧바로 보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카오페이가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들어온다면 지금은 당장 갤럭시를 쓰고 있는 카카오페이 이용자라도 언제 애플 앱스토어에서 물건을 사게 될지 모르니 일단 모든 카카오페이 사용자의 신용도 정보를 요구한 것이다. 이게 4,045만 명의 정보가 통째로 알리페이에 넘어간 배경이다. 설명을 길게 했지만, 정작 금감원이 문제 삼은 건 4,045만 명의 정보를 넘겼다는 그 자체는 아니었다. 이들의 정보를 '동의 없이' 넘긴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는 '동의 없이' 넘긴 점은 인정하나 법적으로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정당한 과정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둘의 의견이 이렇게 엇갈리는 건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카카오페이는 자신들과 알리페이의 관계를 위탁·수탁 관계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고객의 신용 점수를 산출하는 일을 알리페이에 위탁한 것이고, 알리페이는 해당 업무를 수탁해 처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에서 위수탁 관계에 있는 업체 사이에는 고객 정보를 넘길 때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행위를 면제해 주고 있다. 생각해 보자. A 온라인 샵에서 물건을 구매해 새벽 배송을 받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간단한 일이지만, 이 사이에는 수많은 업체가 껴있다. 먼저 A 온라인 샵이 있고, 이 온라인 샵에 입점한 셀러가 있다. 그리고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배송해 주는 배송 업체가 있고, 추후 문제가 생길 경우 소비자 불만을 접수하는 콜센터가 있다. 또한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업체도 따로 있을 것이다. 즉, A 온라인 샵은 셀러, 배송업체, 콜센터 업체, 홈페이지 관리 업체 등에 자신의 배송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는 이들 업체 모두에 전달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가 이들 업체 하나하나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됐다간 물건 하나 배송받기 위해 하루 종일 '동의' 버튼만 누르고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로 대부분 나라는 '위·수탁' 관계에 있는 업체끼리는 고객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는 걸 면제해 주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애플 앱스토어 입점 조건이 알리페이를 끼고 들어가는 것이었고, 신용정보 산출을 알리페이에 위탁한 만큼 둘 사이 관계를 위수탁 관계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4,045만 명 카카오페이 이용자의 정보를 넘기는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는 제3자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A 온라인 쇼핑몰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처음 이러한 플랫폼에 가입할 때 개인정보 동의 체크를 하는 칸들이 있는데 그중 (선택)이라 돼 있는 항목들이 있다. 주로 '마케팅 정보 제공 동의서' 같은 것들인데, 여기에 체크를 하게 되면 내 정보가 물건을 배송받는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제3의 업체에 넘어가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사이다. 내가 당장 A 쇼핑몰에서 물건을 배송받는 데 보험사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내가 내 정보를 넘기는 데 동의하면 A 쇼핑몰은 내 개인정보를 대가를 받고 보험사에 넘길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가 바로 이 제3자 관계라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의 대금을 지불하는 업무를 맡아주는 PG사로서만 계약이 돼 있지, 신용정보 산출까지 해 주기로 한 계약서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한데,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개인정보를 넘겨 줄 수 있는 위·수탁 관계라면, 위탁 업체가 수탁업체의 고객 정보 관리 상황을 관리·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정보만 사용하고 있는지, 해당 임무를 완수한 후에 파기를 하는지 등 말이다. 하지만 카카오페이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알리페이를 관리·감독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알리페이가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리페이가 우리나라 고객의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관리·감독할 수 없다면, 위·수탁 관계로서의 중요한 전제가 깨졌다고 본 것이다.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결론은 법정에서나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 2 : '꼭 그만큼의 정보를 다 넘겨야 했나?' 두 번째 쟁점은 실제로 해외에서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실사용자들에게만 해당한다. 만약 고객이 일본 편의점에서 카카오페이로 물건을 구매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일본 편의점이 받아준 건 카카오페이가 아니라, 알리페이이다. 앞서 설명했듯, 카카오페이는 해외 결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알리페이 망에 올라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편의점 측에 물건 구매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 역시 알리페이가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구매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카카오페이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는 현대카드나 삼성카드가 고객 정보를 비자와 마스터에 넘기는 것과 똑같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카카오페이가 고객의 카카오 아이디와 물건 구매 장소, 물건 구매 일시 등 굳이 안 넘겨도 되는 너무 과다한 정보를 알리페이 측에 넘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카카오페이 측은 해당 정보를 넘길 때 모두 암호화했기 때문에 보안 사고가 일어날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알리페이가 깔아놓은 도로를 카카오페이가 이용하는 건데, 그 과정에서 고객 정보가 넘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마치 대한항공에서 비행기표를 끊으며 입력한 내 고객 정보가 중간에 환승을 할 경우 환승 항공사로 그대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주장하는 '암호화'에 문제를 삼고 있다. 암호화 처리 방식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가 사용한 암호화 방식이 2018년도에 나온 방식으로 6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카카오페이가 사용한 암호화 시스템이 뚫렸다는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다만, 개인정보는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지점이니만큼 암호화 방식에 더 신경을 썼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같은 방식의 비자·마스터는 왜 문제 삼지 않았나? 앞서 설명했듯, 사실 우리나라 결제 수단이 해외 기업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건 간편결제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회사들 역시 비싼 수수료를 내고 비자와 마스터 망을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신용카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비자와 마스터로도 실시간으로 매일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비자와 마스터에 개인정보를 넘기는 행위가 정보 보안에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한 기억은 없다. 그럼, 왜 알리페이는 이렇게 우려할까? 바로 모기업이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하고, 서구 사회와 북중러 권위주의 사회가 충돌하면서 정보 보안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는 '국가정보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 법에는 '중국의 모든 조직과 시민은 국가정보 활동을 지지,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조문이 있는데, 중국의 기업이 수집한 고객의 정보를 중국 정부가 원할 경우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중국의 국가정보법은 미국이 틱톡을 퇴출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알리페이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다국적 기업이지만, 그 모기업인 알리바바가 중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넘어간 우리 국민의 개인 정보가 혹시나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가 일단 넘긴 고객 정보를 알리페이가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리·감독할 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더더욱 이런 우려는 깊어진다. 카카오페이, 신뢰할 수 있을까?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를 해킹당한 게 아니라, 본인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고객 정보를 나름의 절차를 거쳐 알리페이에 제공했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한다. 다만, 금감원이 지적한 문제들이 법 적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 수 있는 일종의 '법적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법정에서 잘잘못이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떠나 일단 내 정보가 알리페이에 넘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카카오페이가 이전처럼 소비자들의 정보를 알리페이에 대량으로 넘기는 일이 가능할까? 문제는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지금과 같은 관계가 깨진다면 카카오페이는 앞으로 해외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거다. 금감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네이버페이와 토스페이에 대해서도 점검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들 모두 알리페이의 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고객 정보를 넘기지 않고서는 해외 사업을 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이러다보니 그러면 어떻게 고객의 불안을 덜어주면서 지금의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알리페이의 고객정보 취급 실태를 관리감독 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런 기술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우리 페이 산업이 중국 자본에 지나치게 종속돼 있단 점이다. 즉,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돼, 알리페이 망을 이용하며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넘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지분으로 종속된 관계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내용은 다음 편에서 계속 다루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