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욕특파원입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삼성이 갤럭시 폴드 7, 플립 7을 발표했습니다. 저 사실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특히 폴드를 봤더니 굉장히 얇아지고 딱 봐도 좋아서 폴드7을 눈여겨 본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볍기도 엄청 가볍고 얇기도 진짜 얇습니다. 그런데 정작 '삼성은 플립7에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휴대폰 부문보다도 반도체 부문에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해요. 사실 이번 언팩 행사를 하기 전부터 플립7에 대해서 사람들이 "너무 아쉽다", "왜 이렇게 나오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어요. 거기 들어가는 '두뇌가 영 별로다' 였던 겁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을 AP라고 하죠. 삼성이 스마트폰용 AP로 내놓은 게 '엑시노스'죠. 플립7에는 이 엑시노스의 최신형인 엑시노스 2500이 들어가거든요. 삼성 입장에서는 천신만고 끝에 내놓은 귀한 내 자식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요 없는 공급 취급을 당하는 제품이란 말이에요. 이런 인식이 2022년 'GOS 사태' 때 굉장히 심해졌습니다. SBS 뉴스 (2022.03.08.)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 구매자들이 삼성이 기계 성능을 고의로 저하했다는 이유로 법무법인을 선임해 집단 소송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 카페 대표 이제 곧 여름이에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발열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소비자들은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GOS 사태' 때문에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명성이 세계적으로 박살이 났죠. 이때 고객사들도 꽤 많이 떠났고 그게 아직까지도 회복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엑시노스를 굳이 플립7에 1년 반 만에 넣겠다고 하니 소비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거죠. 이렇게 소비자 불호가 심한 엑시노스인데 왜 삼성은 이걸 자꾸 핸드폰에 넣는 걸까요? 일단 삼성전자를 둘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어요. 스마트폰 부문과 반도체 부문입니다. 스마트폰 부문을 보면은 갤럭시 S3 때부터 자사 엑시노스와 경쟁사인 미국 퀄컴이 만든 스냅드래곤을 AP로 병행을 해서 쓰고 있었거든요. 항상 소비자 선호도는 솔직히 스냅드래곤이 좀 더 높았어요. 그러다가 'GOS 사태'가 터지고 엑시노스를 쓸 수가 없잖아요. 갤럭시 S23, 여기서 처음으로 삼성전자가 자기네가 만든 엑시노스를 하나도 못 쓰고 전부 스냅드래곤을 갖다가 사다 썼거든요. 이때부터 삼성전자의 AP 구매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스냅드래곤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문이 쓰는 비용도 늘어나는 거예요. 이러다 보니까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되도록이면 좀 엑시노스를 많이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요. 두 번째는 협상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앞으로도 삼성이 이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갖다 써야 되는데 이때 만약 엑시노스가 완전히 자빠졌다면 퀄컴은 분명히 가격을 더 올릴 겁니다. 대체제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런데 엑시노스의 성능이 점점 올라온다면 협상력이 생기죠. 삼성 스마트폰 부문의 논리는 이렇게 간단합니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의 입장은 상당히 복잡해져요. '플립7'이 짊어진 건 삼성 파운드리의 명운 삼성 반도체 부문을 또 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있고 하나는 파운드리 부문으로 나눠 볼 수 있겠죠. AP를 만드는 게 파운드리 부문입니다. AP칩셋은 어떤 공정에서 제조되느냐에 따라 세대가 나뉩니다. 3나노 공정, 2나노 공정 이런 것들인데 이 숫자가 작아질수록 더 최신 제품이고 훨씬 성능이 좋아지는 제품입니다. 그만큼 만들기는 더 어려워지고요. 지금 현재 대량 생산이 되고 있는 제품 중에 가장 최선단 공정은 바로 3나노 공정으로 나온 제품들이에요. 이 3나노 공정의 AP를 세계에서 최초로 대량 생산하겠다고 선포한 회사는 바로 삼성전자였습니다. 2022년 여름이었어요. 하지만 실제 이걸 먼저 대량 양산한 회사는 TSMC였습니다. TSMC는 2023년 아이폰 15 프로에서부터 수많은 전자제품의 AP들을 이 3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서 지난 2년여간 계속해서 납품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삼성은 샘플은 찍어냈지만 대량 생산을 아직까지도 못하고 있는 거예요. 이 와중에 TSMC는 올해 연말부터 더 최첨단 기술인 2나노 공정으로 가겠다고 준비를 마친 상태인데 삼성은 3나노 공정 제품을 제대로 찍어내지조차 못했다. 굉장히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올해 1월에 발표됐던 갤럭시 S25에 이 3나노 공정으로 만들어낸 '엑시노스 2500'을 넣으려고 했어요. 근데 못 했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 수율이 안 나와서예요. 엑시노스 2500의 수율이 30%가 안 됐다고 알려지거든요. 100개를 만들면 70개 버리는 겁니다. 반도체에서 수율이 60%가 마지노선이라고 해요. 이게 넘어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하거든요. 지금 TSMC 같은 경우가 3나노 공정 수율이 90%가 넘습니다. 연말부터 찍어내기로 한 2나노 공정조차도 지금 TSMC가 평균 수율이 60~70%가 나온다 이러고 있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플립 시리즈가 유일하게 남은 기회가 된 거예요. 올해 이 플립이 삼성에서 발표하는 대규모 제품의 마지막이거든요. 이것까지 놓치면 삼성은 3나노 공정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일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채 (경쟁사에)끌려가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써봤더니 괜찮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삼성전자 반도체가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두 가지 있습니다. 빅테크들에게 '우리도 3나노 공정으로 AP 만들어서 이거 이렇게 잘 팔고 있어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고객을 좀 끌어모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있고, 두 번째는 내년 초에 삼성도 2나노 공정으로 엑시노스 2600을 찍어서 갤럭시S26 시리즈에 넣겠다는 계획인 거거든요. 김용석 | 가천대학교 반도체학과 석좌교수 3나노에서 2나노로 가는 것도 이게 뭐 완전히 생산 설비를 바꾸는 게 아니라 3나노에서 업그레이드 하는 거란 말이에요. 결국은 3나노를 잘해야 2나노도 잘할 수 있는 거거든요. 칩을 만들고 그 칩을 가지고 실제 상용화까지 해봤다는 거는 반드시 해봐야 됩니다. 그 경험을. 특히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3나노(제품은) 특별하게 글로벌리 큰 기업에서 요청 들어온 게 없잖아요. AP는 굉장히 규모도 크고 이 칩 정도만 풀리면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는 거거든요. 3나노, 2나노 초미세 공정 상용화까지 갈 수 있는 거니까 플립7 하나라도 여기에 채용이 된다고 하는 거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Q. (엑시노스 2500)수율이 30% 정도라면 플립7에 탑재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까 싶긴 하거든요? 수율은 기업 기밀이라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문가들이 그래도 이 3나노 공정의 엑시노스 수율이 이제는 한 40%도 된다, 좋게 보는 전문가들은 50%에 육박했다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삼성이 수율 60% 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고 플립7의 이번 출하량 목표가 500만 대거든요. 일단 60%가 조금 안 된다 하더라도 500만 대 정도 되는 정도까지는 커버할 수 있어, 빨리 테스트를 해보자, 빨리 한번 팔아보자, 이런 심산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번에 취재하면서 만난 업계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가, 지금 엑시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굉장히 낮고 스냅드래곤과 비교해서 (성능)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이러다 보니까 엑시노스를 굳이 플래그십폰에 넣을 필요가 있느냐, 차라리 A 시리즈에 넣으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왜냐하면 A 시리즈는 플래그십폰 바로 아래에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이잖아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량으로 찍어내야 가격이 낮아지는데 여전히 수율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보니까 버리는 게 절반이 돼 버리니 가격이 낮아질 수가 없죠. 즉 이거를 보급형 A 시리즈에 넣기는 여전히 비싸다. 그렇다고 S 시리즈에 넣자니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이런 상황이라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쩌다 '계륵'이 된 파운드리, 삼성에 남은 마지막 희망은? Q. 만약 진짜 잘 돼서 플립7(전략)이 성공한다고 해도 지금 파운드리 적자가 어마어마한데 적자 해결에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거든요? 지금 삼성 파운드리의 누적 적자가 10조고 지난해에만 5조가 넘었는데 이 엄청난 적자를 재무적으로 확 변화시킨다? 역부족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플립7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다른 빅테크들이 곧바로 TSMC를 버리고 삼성을 찾아올 것인지도 의문이에요. 이러다 보니까 파운드리가 계속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나 메모리가 벌어오는 돈을 까먹고 있는 구조를 언제까지 계속 가져갈 수 있을 것이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삼성 반도체 파운드리가 이렇게 고전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해서죠. 기술력을 왜 빨리 끌어 올리지 못하느냐? 삼성이 칩 설계와 제조, 이 칩을 탑재한 완제품까지 모두 혼자서 만드는 세계 유일의 종합전자회사이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모든 단계를 완벽하게 한다면 전 세계 적수가 없는 최강의 비즈니스 모델이겠죠. 하지만 모두가 경쟁자가 돼서 혼자만 고립되는, 득보다 실이 많은 구조가 돼버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삼성의 반도체 중 파운드리 사업부를 또 둘로 나눠보면 칩 설계를 담당하는 삼성LSI와, 이 설계도로 칩을 제조하는 파운드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성능이 달리는 엑시노스는 설계가 잘못된 걸까요, 제조가 잘못된 걸까요? 전문가들은 둘 다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잘못한 건 제조인 파운드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올 초 갤럭시S25에 3나노 공정으로 만드는 엑시노스2500을 빨리 탑재하려던 삼성이 마음이 다급해져서, ‘설계라도 살리자’라는 마음으로 자존심 굽히고 TSMC로 엑시노스2500 설계도를 들고 갔다고 해요. '니네가 좀 만들어 줘라' 그런데 더 굴욕적이게도 TSMC로부터 거절을 당했어요. '경쟁사 제품을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이런 논리였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사실 TSMC는 단순히 설계도를 가지고 오면 만들어만 주는 파운드리가 아닙니다. 유명한 일화가 있죠. 애플에서 설계도를 가지고 왔는데 이 설계도가 잘못됐던 거예요. 그럴 때 TSMC는 '야, 이거 너희가 설계도 잘못했으니까 다시 해 갖고 와'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요. 자기네 기술자를 애플 본사로 파견을 보내서 어떻게 설계를 해야 실제 생산을 할 때 제대로 나올지를 같이 연구한다고 합니다. 작았던 엔비디아라는 회사를 지금의 '왕국'으로 키우는 데 굉장히 큰 일조를 한 것도 이런 TSMC의 영업 전략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TSMC는 이걸 만들어 줄 수가 없는 거예요. 뭐가 잘못됐는지 얘기를 해 주는 것 자체가 파운드리 라이벌로서 삼성의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잖아요. 그런가 하면 정반대로 다른 데서 설계도를 가지고 와서 삼성 파운드리에 제조를 맡기지도 않고 있죠. 물론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력이 부족해 수율과 발열 등 문제가 잡히지 않는 게 크지만, 일각에선 애플도, 엔비디아도, 퀄컴도 모두 완제품을 놓고 삼성과 경쟁을 하는 회사이니만큼 설계도를 맡기는 걸 좀 껄끄러워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합니다. 물론 삼성이 고객사이자 경쟁사의 설계도를 다른 쪽으로 활용하는 일이 벌어질 리는 없지만 말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을 많이 해요. 김형준 |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예전에 한번 (삼성) 고위층하고 이야기를 했어요. "파운드리를 스핀오프(기업 분할) 하는 건 어떠냐" 대답은 "스핀오프 하면은 바로 죽는다" "그래서 못 한다" 지금 엑시노스 2500, 2600에서 희망이 보이면 계속 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뭔가 결단을 하지 않을까.. 말씀드렸듯이 지금 당장은 "(기업 분리)할 수 없다"라는 게 삼성의 결론이에요. 왜냐? 어마어마한 적자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독립시켜 보세요.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요? 그냥 죽는 겁니다. 게다가 독립하면 바로 고객이 들어옵니까? 그것도 아니잖아요. 이래서 지금 다른 데서 벌어오는 수익을 깎아 먹으면서 여기에 붙어 있는 게 그나마 목숨을 연장시킬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는 거고요. 일각에서는 극단적으로 계열 분리고 뭐고 다 어렵고 어차피 적자 면하기 쉽지 않다면 그냥 파운드리를 없애버리는 게 어떠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근데 이것도 불가입니다. 왜냐하면 파운드리에 쏟아부은 돈이 일단 어마어마합니다. 이 매몰 비용 때문에 일단 바로 탈출할 수가 없고요. 이것보다 더 큰 것은, 삼성은 소프트웨어 파워가 없습니다. 삼성 생태계가 없잖아요. 설계만 하고 있는 라이벌로 불리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는 칩을 설계해서 이걸 파는 데서 나오는 이윤도 있지만, 이 외에도 소프트웨어 파워를 바탕으로 자사 생태계를 갖추고 있고 이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도 돈을 굉장히 많이 벌고 있어요. 근데 삼성은 제조 '원툴'인 회사예요. TSMC는 이 제조 하나만으로도 지금 전 세계를 다 먹었잖아요. 심지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경쟁자 때문에 위축되고 있지, 여기에서 파운드리까지 놓아버린다면 규모의 경제를 해야 하는 제조업으로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결국 삼성은 파운드리를 시간이 걸리더라도 살리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Q. 최근 닌텐도 스위치2가 잘 팔리고 있는데 거기에 삼성 칩이 들어가잖아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에서는 삼성에게 굉장한 호재라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삼성전자가 올해에만 닌텐도 스위치2에 들어가는 칩셋을 2천만 개 분량을 찍어낼 계획을 하고 있어요. 매출로만 따지면 12억 달러(1조 6천억 원) 정도가 됩니다. 닌텐도 스위치2에 들어가는 칩셋은 8나노 공정이에요. 8나노 공정이 좀 예전 단계라고는 해도 여전히 수익이 나는 미세 공정에 속해요. 삼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분야예요. 삼성 입장에서는 파리만 날리고 있던 파운드리에 1조가 넘는 고객이 찾아온 것과 동시에 놀고 있던 공장을 돌림과 동시에 다른 고객사에게도 홍보를 할 수 있는 효과까지 정말 1석 3조, 4조의 효과를 가져다준 게 고맙게도 닌텐도였던 겁니다. 김용석 | 가천대학교 반도체학과 석좌교수 꼭 2나노, 3나노만 잘한다고 해서 전체 수익이 올라가는 건 아니고 바로 아래 단계 4~8나노 이런 것들 있잖아요. 거기도 사실은 수익력은 굉장히 좋거든요. 그러니까 그쪽에서 큰 것들을 따내는 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해요. 그러면서 이제 돈 많이 들어가는 2~3나노에서 조금 까먹더라도 거기서 상쇄가 되도록 잘 성공시키고 3나노 수율 올리고, 큰 회사 한두 개 정도 더 끌어들이고 경영이 돌아가도록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별로 가능성이 없는 거죠. 이제는 이전 공정에서 돈을 벌어 와서 최선단 공정에 투자하면서 파운드리만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하는데, 닌텐도 스위치2가 그 초석을 놓아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올해 삼성이 파운드리 부문의 연례 행사를 대폭 축소했고, 사상 처음으로 비공개로 진행했습니다. '삼성 파운드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처사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발표된 내용 중에 가장 주목을 받은 게 있어요. 삼성이 앞서 2나노 공정보다도 더 다음 차차 세대인 1.4나노 공정을 TSMC보다도 1년이 더 빠른 2027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이 행사에서 계속 발표했었어요. 그러다가 올해 비공개로 열린 이 행사에서 처음으로 이것을 2년 늦췄습니다. 삼성이 선언부터 하는 전략에서 내실을 다져나가는 구조로 전략을 바꾼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삼성 파운드리 어떻게 살아날 것이냐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지금 확실히 삼성에게 필요한 거는 속도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트럼프와 머스크 싸움의 승자가 나왔죠? 트럼프의 승. 머스크가 성추문까지 꺼내 들고 정말 무섭게 달려들더니 돌연 바짝 엎드려서 공개 사과를 했습니다. 머스크가 돌연 백기를 든 이유가 뭘까요? 로보택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출시를 발표하면서 완성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전 세계 모빌리티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얘기도 나와요. 로보택시가 뭐길래 머스크가 이렇게 자존심까지 꺾었을까요? 로보택시라는 이름은 머스크가 만든 이름이 아니에요. 이미 널리 쓰이는 보통명사입니다. 운전자가 없이 무인으로 자동차가 알아서 자율 주행을 하면서 손님을 태워 나르는 택시를 로보택시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구글의) '웨이모'가 우버와 같이 운영하고 있고, 중국에도 바이두(의 '아폴로 고')가 굉장히 많은 로보택시를 주요 도시에서 실전 영업을 하고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머스크가 뒷북을 친 건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 이번에 머스크가 가지고 나온 로보택시의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의 웨이모나 바이두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웨이모와 바이두 같은 회사들은 회사가 로보택시를 소유하면서 택시 영업을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머스크는 로보택시를 개인에게 판다는 거예요.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테슬라) 차를 사거나 기존의 테슬라 차량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유료로) 업데이트하면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택시업에 진출한 것도 아니고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을 업데이트한 것뿐인데 왜 굳이 로보택시라고 이름을 붙였을까요? 자율주행 핵심 요소 다 갖춘 한국, 그런데... 머스크는 그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우버의 차량 호출과 에어비앤비의 숙박 공유를 합친 모델이다." 차 가지고 계신 분들은 알 거예요. 사실 우리가 차를 운행하는 시간보다 주차해 놓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머스크는 이걸 뒤집겠다는 거예요. 내가 차를 타고 출근을 했어요. 그럼 나는 회사로 들어가고 이 차는 운전자 없이도 자율주행이 되니까 택시 영업을 뛰어 내보낸다는 거예요. 퇴근 시간에 맞춰서 날 다시 태우러 오고 나는 집에 들어가서 쉬고 이 차는 주차를 하는 게 아니라 다시 또 나가서 택시 영업을 혼자서 도는 거죠. 결국 머스크가 앞으로 자동차 패러다임을 개인 소유에서 사회 공유로 바꾸겠다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공유 모빌리티 모델은 이미 업계에서 꽤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구상하고 있던 아이디어예요. 이 아이디어의 출발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차 한참 막힐 때 옆에 내다보면 대부분 '1인 1차'입니다. 수많은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차들, 수많은 주차장을 점유하고 있는 차들, '공간 자원'을 이동 수단인 자동차가 너무 많이 차지한다. 이거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나온 방안이 '운전자만 없으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다'였는데, 생각해 보세요. 주차를 할 필요가 없으면 공간 재편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 사람이 없는 차가 돌아다닌다는 거는 이 차의 주인이 누군지 신경 쓰지 않고 비용만 내면 탈 수 있는 거거든요. 차량이 공유 자산이라고 보는 시각이 훨씬 확대될 수 있는 거죠. 이항구 | 한국자동차연구원 박사 우리가 요즘 자동차에서도 ESG 경영 얘기하지 않습니까? 자율주행이 'S(Social-사회)'에 속합니다. 처음에 자율주행이 미국에 나왔을 때는 사회적 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돕는다는 목적이 제일 컸어요. 결과적으로 전체 사회의 이동 편의성(도 좋아지고) 공해 배출도 줄어들 수 있죠. 그런데 차에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하더라도 최적의 루트로 주행을 하고 또 다음 승객을 찾아가고 이런 명령을 누군가 내려줘야 할 거 아니에요? 로보택시의 '관제탑'은 모빌리티 플랫폼이 두뇌 역할을 하다 보니까 웨이모는 몇 년째 글로벌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머스크는 "우버 좋은 일 시킬 일 있어? 이 플랫폼 그냥 내가 만들래" 하면서 지금 자체 플랫폼까지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완성되면 로보택시를 테슬라 플랫폼에 등록해서 택시 영업으로 돌릴 수 있는 거예요. 돈 버는 기계 하나 장만하는 셈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인구가 소멸되고 있는 지방은 대중교통 (노선)이 사라지기도 해요. 이러다 보니까 무인 로보택시가 한국에 절실하다라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게다가 업계 전문가들이 한국을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가장 선제적으로 도입할 나라로 꼽은 적이 있었어요. 왜? 자율주행에는 핵심 3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차량 제조사, 초고속 통신망, 차세대 교통시스템(C-ITS; 센서가 달려 있는 도로, 스마트 신호등 등 도로 인프라 스트럭처). 우리나라엔 일단 현대차가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이 자율주행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몇 군데가 있습니다. 이렇게 전국이 (통신) 커버리지에 들어오는 나라도 드물어요. 도로 인프라는 우리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빨리 할 수 있잖아요. 거기에 중요한 게 그 나라의 지형과 교통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똑똑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혁신은 도로 체제, 규정 등이 얽혀있어서 결국은 국가와 기업이 같이 혁신을 해 나가야 되는데 자국 기업이 플랫폼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이런 민관 협동의 사업을 하기에는 좀 더 편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들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더 잘 내부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마침 한국은 플랫폼 강국이에요. 이러다 보니까 총에 총알이 잔뜩 장전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제 방아쇠만 당기면 된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렇게 다 갖추고 있는 한국, 과연 자율주행 분야의 성적이 뛰어나냐?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을 할 수 있을 법한 IT 강국 5개국을 상대로 조사를 했는데 한국이 꼴등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을 갖췄음에도 왜 이렇게 성적이 좋지 않은 걸까요? 일각에서는 규제가 너무 심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적어도 (완전) 자율주행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규제를 논하기조차도 이른 단계라는 얘기가 나와요. 아예 이것과 관련된 법령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로보택시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 현행법상 '운전자'를 '핸들을 잡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그런데 무인 자율주행 차량은 핸들을 아무도 안 잡고 있는데 운전자가 누굽니까? 애매해요.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를 어떻게 따질 것인가에 중대한 문제가 생겨요. 보험 상품도 개발할 수 없습니다. 설사 로보택시를 대기업 등에서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상업 운영이 아닌 시범 운영하는 데밖에 쓸 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국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서울시 강남 일대나 상암동, 세종시 등 일부 구간에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하고 있어요.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서요. 서울시 시범 운행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제공하는 벤처 기업들이 있고, 플랫폼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정됐습니다. 재미있는 게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만든 플랫폼도 여기서 빠졌거든요. '사용자 규모' 때문입니다. 시범 운행하는 이유는 '자율주행 차량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잖아요. 테스트를 하려면 압도적인 데이터를 모아야 됩니다. 압도적인 데이터를 모으려면 압도적인 승객이 타야 돼요. 그런데 소비자의 본능이 가장 널리 알려지고 편안한 앱에 고정되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까 플랫폼 사업은 필연적으로 최강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 강자가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는 현재 카카오택시가 가장 사용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거죠. 그리고 로보택시는 운전자가 없지 않습니까? 이렇다 보니까 컨트롤 타워가 정말 중요합니다. 승객의 발 앞까지 차를 대령시켜야 되고 승객을 태운 후에는 최적의 루트로 운행을 해야 됩니다. 더 중요한 건 운행 중일 때보다 '공차'일 때예요. 왜냐하면 로보택시는 주차를 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이 공차를 어떻게 할까요? 첫 번째는 다음에 손님이 가장 탈 것 같은 곳으로 계속 이동시키는 거예요. 이게 여의치 않을 때에는 교통이 가장 체증이 덜한 도로를 찾아서 거기를 계속 돌리는 겁니다. 이것도 여의치 않을 때에는 무인 자율주행 차량용 전용 도로를 계속 돌리게 하는 겁니다. 이거 하려면 플랫폼의 머리가 굉장히 똑똑해야 됩니다. 플랫폼의 머리가 똑똑하려면 결국 데이터가 굉장히 많아야겠죠. 웨이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피닉스, 애틀랜타 등에서 (로보택시) 1,500대 정도를 영업에 투입해서 돈을 벌고 있어요. 운행 횟수도 굉장히 많은데 연간 1,300만 회를 유료 운행해요. 테슬라 로보택시까지 끼어들면 (미국 내 영업은) 더 늘어나겠죠. '아폴로 고' 로보택시도 중국 우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1,000대 정도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시범 사업밖에 못하고 있잖아요. 이 시범 사업이라는 게 한정된 구간만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는데 시범 차량에 탑승하는 승객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과연 이 정도 해서 자율주행 차량을 상용화할 만큼의 데이터가 모일 수 있겠느냐라는 염려가 나오고 있는 거죠. 또 하나 중요한 거는 데이터도 있지만 무인 로보택시가 우리나라에 나타나면 탈 거예요? 제 아내는 못 타겠다고 하더라고요. 무서워서. 미국이나 중국처럼 소비자와 접촉면을 늘려가면 결국 소비문화가 생깁니다. "로보택시 타도 되겠다" 하는 경험치가 쌓이고요. 실제 수요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방대한 시범 운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와요. 산 너머 산이라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택시 면허를 사고팔 수 있는 제도예요. 최근 택시기사를 하려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그렇지 않아도 비쌌던 면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요. 서울시 택시 면허는 1억 5천, 가장 비싼 화성 같은 데는 2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살 수 있는 건 나중에 택시 면허를 되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택시 면허는 자산이에요. 근데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가 나오면 택시 면허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택시업계에 새로운 산업이라거나 혁신이 들어오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우리나라에 자율주행 차량이 안착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이 택시 면허를 사고파는 제도를 어떻게 해결을 해 줄 것이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로봇 택시를 가장 먼저 출시하는 곳이 미국 텍사스거든요. 텍사스 주에서만 로보택시 운행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싶은데 미국도 사실 연방 차원의 자율주행차 관련 법안은 아직도 의회에 계류가 돼 있어요.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이 법안 좀 빨리 통과시켜 달라"라는 의미에서 사과를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거든요. 이항구 | 한국자동차연구원 박사 얼마 전에 샤오미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는데 사고가 나서 3명이 사망했거든요. 그 후에 중국 정부가 굉장히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을 했어요. '자율주행', '스마트주행'이라는 단어를 아예 광고에서 못 쓰게 했습니다. 그동안에는 자율주행 또는 로보택시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서 확산이 됐는데 최근에 약간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가 있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어떻게 보면 시간을 벌었다. 한국 골든타임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와요. 전문가들은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가 상용화되는 데까지 10년 정도 걸릴 거라고 얘기를 하고 있어요. 새 정부가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여러 복병들을 현명하게 해결할 방안을 빨리 찾기를 바랍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은 악하다. 그런데 일본은 더 최악이다! 일본의 모든 게 나쁘기 때문!" 일본에 악담을 퍼붓는 이 사람, 미국에서 2~3위(*조강 생산량 기준)를 오가는 철강회사 대표입니다. 미국 철강 산업 전체를 뒤흔들 위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보니까 이렇게 산업계 경쟁사 대표가 화를 낼 만도 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 대표가 이렇게 화를 내도 결국 US스틸은 일본 제철이 차지했죠. 문제는 우리나라입니다. 이미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철강 산업을 넘어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세계 철강 산업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왜냐? 중국 때문이에요. 엄청나게 저가 철강을 전 세계로 밀어내고 있는데 OECD가 작년에 이렇게 말을 했어요. "글로벌 철강 산업이 과잉 생산 때문에 기로에 놓여 있다." 대표적으로 중남미가 굉장히 고전하고 있거든요. 브라질이나 칠레는 대표적인 철강 회사들이 이미 폐쇄됐습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포항부터 무너지고 있죠. 포항의 제철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고요. 일본도 탄탄했던 내수 시장도 줄어들면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이 사태를 야기한 중국조차도 이게 감당이 안 되니까 최근 철강 감산에 들어갔을 정도입니다. 이럴 때 나온 철강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게 바로 M&A를 통한 덩치 불리기에요. 미국 철강 시장에서 이 전략을 쓰던 두 기업이 부딪힌 게 바로 앞서 보셨던 장면입니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US스틸을 인수해서 (미국 내) 1등 기업으로 올라서려고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일본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얄미울 수밖에 없었겠죠. 그러다 보니까 이런 발언까지 했습니다. 루렌코 곤칼베스 | 클리블랜드-클리프스 CEO (2025.01.13) 여긴 미국이야! 일본 너네 조심하라고! 니들이 누군지 주제 파악이 안 되지? US스틸에서 만들어진 무기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패망을 했잖아요. 이 얘기를 다시 상기하게 한 겁니다. 이것 때문에 일본이 발칵 뒤집어졌을 정도예요. 게다가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했어요. 미국에 있는 철강 노동자들 역시 일본이 US스틸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트럼프가 최근에 입장을 180도 바꿨죠. 왜 이렇게 트럼프는 마음을 바꿨을까요? 무리한 베팅? 신의 한 수? 일본이 밑져야 본전인 이유 일본은 돈, 자존심, 심지어 경영권까지도 내려놓고 US스틸 인수에 진심으로 임했어요.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기 위해서 내놓은 금액이 141억 달러, 우리 돈 20조 원 정도 됩니다. 인수를 한 후에 20조를 더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어요. US스틸은 너무 오래된 회사라 설비가 낙후돼 있어서 인수를 하더라도 반드시 대규모 보수 공사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이 철강 회사에 일본제철만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설 회사는 사실상 없거든요. 그런데 이래도 안 되니까 CEO와 주요 임원은 늘 미국 시민으로 앉히겠다, 철강 노조 단체 협약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이래도 안 되니까 일본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것, 바로 황금주를 발행한 거예요. 주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마치 대주주처럼 사사건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황금주' 소유한 미국 정부에 넘겨준 거예요. 미국 입장에선 꿀이죠. 지분 하나도 갖고 있지 않고도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니까 국가 안보도 지키고 자존심도 지키고 돈도 챙기고, 모든 면에서 손해 보는 게 없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서 트럼프가 마음을 바꾸게 된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얼마 전에 US스틸을 직접 찾아가서 일본제철과의 (인수) 승인을 발표했는데 문제는 이 자리에서 뜨악할 만한 발표가 같이 나왔다는 거예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US스틸 공장 (2025.05.30)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릴 겁니다. 이제 아무도 여러분의 산업을 앗아갈 수 없습니다. 왜 이런 발표를 했을까, 그것도 US스틸에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미국의 철강 노동자도 달래고 (최대) 40조를 투자하기로 한 일본에게 미국에 투자하면 이렇게 우리가 지켜줄게 하고 생색내는 메시지도 포함돼 있었다. 이래서 '관세 더블업 정책'을 여기서 발표했다라는 분석이 나와요. 우리나라는 이 철강 50% 관세 때문에 굉장히 큰 위기에 처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보고 일본 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인수를 하면 보통 기업 정상화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까? 구조조정을 한다거나 생산 라인을 재정비하는데 황금주 때문에 이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요. 경영권을 100% 행사할 수가 없거든요. 거기에다가 제철 기술력도 일본이 더 뛰어납니다. 오히려 일본의 기술을 (미국에) 이식해 줘야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반드시 US스틸을 인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이유? 일본 제철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판단을 한 겁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요약해 보자면 첫 번째는 US스틸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세일즈망입니다. US스틸은 한때 미국의 조강 생산량 6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철강 기업이었어요. 거래처가 미국 전역에 엄청 많습니다. 두 번째는 US스틸이 미네소타주에 철광석 광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자재부터 생산품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미국산이 되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까지도 받을 수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일본 제철이 높이 평가한 것은 US스틸이 가지고 있는 전기로입니다. 고로(석탄) 기술은 일본제철이 거의 세계 '탑'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반면에 전기로(전기)는 부족합니다. 그런데 US스틸은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최첨단 전기로를 보유한 회사를 하나 인수했거든요. 민동준 |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전 세계 탄소 중립에 가장 중요한 게 '스크랩'인데 스크랩을 수출하는 나라는 지금 일본과 미국 정도거든요. 일본제철이 투자할 공정은 아마도 전기로와 스크랩 베이스의 공정이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러면 탄소 중립을 염두에 두고 간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종합해 보면 결국 일본의 기술력과 US스틸의 미국 내 생산 역량이 만나면 미국 시장에서 두려울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겁니다. 심지어 유일하게 '중국 철강 프리존'인 시장이 바로 미국 시장입니다. 바이든 때에는 IRA라는 제도로, 트럼프는 관세로 진입을 점점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미국은 전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이에요. 가장 큰 시장인데 중국도 없다? 중국과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결국 미국 시장만이 전 세계 철강 회사들의 마지막 도피처이자 유토피아인 겁니다. 즉 일본은 US스틸이라는 회사를 40조에 산 게 아니라 미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유토피아를 40조에 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Q. 일본 제철이라는 회사만 놓고 보면 살 길을 조금이라도 찾았다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 자국 철강 산업은 공동화될 수 있잖아요.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로 나갔을 때 현대차 입장에서는 되게 좋은 전략인데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공동화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일본의 철강 산업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여기서도 이 논리가 등장해요. 일본의 제철 산업을 그냥 놔두면 어차피 죽는다. 근데 미국에서 성장 동력을 얻는다면 결국 일본으로까지 낙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실질적인 얘기인데 US스틸을 인수하면서 일본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이 엄청나잖아요. 최근에 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이시바 총리가 한 30분 만났는데 '돈을 이렇게 많이 썼으니까 일본에서 수출되는 철강만큼은 50% 관세 면제해 달라'라는 얘기를 일본이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이 일괄적으로 모든 국가에 50%를 부과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영국에서 수출되는 물건은 25%로 차등을 두고 있거든요. 트럼프가 관세를 깎아주겠다고 한다면 일본 본국의 제철 산업도 숨통이 트이게 되는 거죠. 여기서 관전 포인트는? US스틸이 막대한 출혈을 하긴 했지만 굉장히 똘똘하고 전격적인 전략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거든요. 누구의 아이디어였냐라는 거죠. 만약에 일본제철이 자체적으로 투자금을 마련한다면 기업 차원의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요. 일본의 은행권들이 인수 자금 대출 등의 도움을 준다면 기업 차원을 넘어선 일본 정부의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요. 샌드위치 신세 된 한국 철강, 돌파구가 안 보인다 Q. 미국 시장만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걸 다른 철강 기업들도 알고 있었을 텐데 우리나라 기업은 어떻게 된 건가요? 사실 한국 철강 기업은 전략이 좀 달랐습니다. M&A 방식으로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한 거잖아요. 그런데 한국 특히 현대제철은 미국에 직접 진출을 선택했어요. 왜냐? 현대차가 현재 미국에서 잘 나가고 있고 판매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잖아요. 아예 엄청난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미국에 세웠습니다. 즉, 미국 시장에 현대제철이 같이 따라갔을 때 신규 생산망을 바로 뚫지 않아도 현대차에 납품만으로도 시장성이 충분한 거예요. 그런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 거예요. 왜 그러냐 하면, 최근에 제철 업계에서 가장 고부가가치품이면서 가장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으로 내세우는 게 자동차 강판 중에서도 '전기차용 강판'입니다. 전기차에는 크게 강판이 두 가지가 들어가요. 외장재와 모터에 들어가는 강판입니다. 이걸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거든요. 루이지애나에 들어서는 현대제철소에서 이걸 만들겠다는 거예요.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제철소를 보면 여기서 생산할 수 있는 강판의 양이 270만 톤인데 이 중에 120만 톤은 현대자동차가 쓸 거고요. 나머지는 미국에 있는 다른 기업에 팔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두 가지 산업을 정확하게 세계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기업이 일본제철이었어요.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펼치겠다고 하고 있는 거거든요. 일본제철이 US스틸에 기술을 그대로 이식해서 훨씬 더 좋은 품질의 전기차용 강판을 현대제철보다도 더 싸게 공급을 할 수 있다? 이러면 삼성전자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자사 파운드리를 삼성 갤럭시에 쓰지 않고 있잖아요. 현대차가 제철소까지 돈을 들여서 (미국에) 만들어 놨지만 일본제철이 인수한 US스틸로부터 공급받는 게 품질도 좋고 싸다면 결국 현대제철(의 납품 계획)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거죠. Q. 포스코가 현대제철 미국 나갈 때 투자한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요? 포스코는. 우리나라 제철 '1황'은 사실 포스코죠. 포스코는 전 세계 8위(*철강 생산량 기준)의 기업이고 일본제철의 기술력도 상당히 많이 따라잡은 회사입니다. 변압기에 들어가는 전기강판이 진짜 기술의 핵심인데 포스코는 이것까지도 만들고 있어요. 이러다 보니까 포스코의 전략이 저는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민동준 |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포스코는 글로벌 전략이 있긴 있겠죠. 근데 문제는 현재 미국에 관계되는 거와 일본제철을 보고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JSW'라는 (인도 철강) 회사와 5:5로 합작 하겠다고 MOU를 맺었으니까 인도 시장을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도 포스코의 생산 기지가 몇 군데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그 규모가 너무 작아서 루이지애나에 들어서는 현대제철에 투자하겠다고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근데 투자한다는 건 거기에서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현대차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전기차 생산분에 대해서는 외장재는 현대제철 것을, 모터용은 포스코 것을 받아서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포스코가 수출할 때 50% 관세를 맞아버리니까 이제 더 이상 모터용 전기강판을 포스코 걸 쓸 수 없게 되는 거예요. 즉, 한국은 일본의 US스틸 인수 결정으로 일본의 철강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미국) 현지화로 어려움을 뚫어보겠다는 자동차 산업의 전략마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손영욱 | 철강산업연구원 원장 일본은 기술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쪽으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한국은 산업이 성숙해지고 이제 경제 성장도 더뎌지니까 수요 정체가 일어나는데 또 중국이 일어나면서 쫓아오기 시작했고요. 한국의 철강 산업이 샌드위치가 되어 있는 형국이 아닐까. 나아질 수 있는 모멘텀은 사실상 현재로서는 잘 보이지는 않아서 걱정이죠. 한국도 살 길을 여러 방면으로 찾고 있지만 암울한 게 사실입니다. 포항에서 (철강) 산업이 멈춰가고 있는 상황인데 결정적인 이유는 현대제철이 미국으로 나가서가 아닙니다. 결국은 중국 때문입니다. 지금 가동 중단된 (현대제철) 공장에서 생산하던 대부분의 품목은 H빔 같은 건설용 자재거든요. 철강 제품 중에서도 건설 자재는 대표적인 내수용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 건설사는 관공서를 짓든 아파트를 짓든 중국 (철강) 제품을 사다 쓰고 있어요. 이게 시장의 원리죠. 싼 거 갖다 쓰는 거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여기서 피를 토합니다. 한 나라 산업의 근간이자 그 나라의 국가 안보와 직결된 철강 산업을 자유시장경제에만 맡기는 나라가 어디 있냐는 거예요. 철강사들이 계속 중국산 제품 반덤핑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이게 최근에서야 받아들여진 거예요. "다른 나라 다 하는데 왜 우리나라만 못 하냐" 이런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거든요. 2000년에 '마늘 파동'이라는 게 있었죠. 중국이 마늘을 싸게 넘기면서 마늘 농가가 다 죽어나가니까 우리나라에서 중국산 마늘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했습니다. SBS뉴스 (2000.06.08) 중국이 자국산 마늘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긴급 수입 제한 조치에 맞서서 우리 휴대전화기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발동했습니다. 지난해(1999년) 우리나라의 중국산 마늘 수입액은 900만 달러(약 100억 원)지만 중국이 수입 중단시킨 휴대전화기와 폴리에틸렌 수출액은 5억 1,200만 달러(약 5,700억 원)나 됩니다. 마늘 시장 지키려다가 전략 품목 시장이 날아갈 뻔한 공포를 이때 겪었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이번 철강 반덤핑 조사 자체를 굉장히 신중히 하게 됐고, 그나마도 철강이 부피도 크고 무거워서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도 않다고 하더라고요. 중국의 통상 보복이 두려운 만큼 우리도 계획을 세워서 대비를 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손영욱 | 철강산업연구원 원장 우리나라를 중국의 철강 우회 수출 국가로 (미국이) 계속 지목하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중국이 걸리면 한국이 따라 들어가고.. 최근에 중국산 수입재에 대해서 우리가 브레이크를 못 걸다가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거든요. 그런 부분들도 우리가 (미국에) 어필을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관세를 어떻게든 허물어 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부터 정부가 멈춰 있어서 제대로 된 협상조차 못했죠. 이제 새 정부가 출범했고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는 걸 조율하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논의해야 될 게 너무 많지만 철강 관세가 가장 시급한 논의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이 이란에 벙커버스터 14발을 투하하고 딱 이틀 만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급 휴전에 돌입했습니다. 전쟁이 곧 종식될 거란 얘기에 전 세계가 한숨 돌리게 됐는데요. 이 시점에서 전쟁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사상 처음 실전에 쓰인 슈퍼 벙커버스터의 실제 파괴력과 성능입니다. 이걸 가장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을 나라는 바로 북한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땅굴 파기의 일인자가 북한이기 때문인데요. 이 땅굴에 대한 공략법이 나왔다? 아마 북한은 지금의 전략전술을 다시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벙커버스터의 파괴력, 효용성이 한국의 방위 산업과 어떻게 연관될 수 있을까요? 미국은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개입하는 걸 사실은 주저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강력하게 계속 요구를 했죠. 그 이유는 이스라엘이 절대 혼자서는 수행할 수 없는 유일한 임무, 오직 미국만이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임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는 거예요. 이란은 포르도와 나탄즈 같은 곳의 지하 깊숙이에 핵시설을 숨겨두고 있죠. 이스라엘 같은 무기 체제로는 지상 시설 밖에는 쓸어버릴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이게 국제적인 우려 속에 시작한 무리한 전쟁인데 전쟁을 아니한 만 못한 상황이 되는 거죠. 이러다 보니까 미국의 개입이 굉장히 절실했고 특히 미국만 가지고 있는 벙커버스터가 굉장히 필요했던 상황입니다. 미국이 만든 괴물 벙커버스터...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스라엘 같은 경우도 벙커버스터를 가지고는 있어요. 그런데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거는 관통 능력이 지하 6m 정도까지라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런데 이란이 가지고 있는 포르도 같은 곳의 핵시설이 지하 80~90m에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6m짜리 관통하는 벙커버스터는 택도 없죠. 미국이 가지고 있는 이른바 슈퍼 벙커버스터의 정확한 이름은 GBU-57 MOP입니다. 무게가 13.6톤에 달합니다. 굉장히 무거운 폭탄이다 보니까 이거를 실어서 운반할 수 있는 폭격기는 미국의 B-2 폭격기밖에 없어요. 지하 60미터까지 뚫을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정밀도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이러다 보니까 한 번 뚫고, 거기 뚫은 곳에다 또 뚫고, 또 뚫고 이런 식으로 폭탄을 땅 속으로 투입을 시킬 수가 있는 거고요. 여기서 인공 지진을 일으키면서 설사 조금 밑에 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이게 다 같이 지진으로 붕괴가 되게끔 만드는 거죠. 거기다가 벙커버스터한테 정말 중요한 기능이 있는데 만약에 폭탄이 지면을 때리는 순간 폭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용지물입니다. 60m를 뚫고 내려갈 때까지 터지지 않아야 돼요. 이거를 지연신관이라고 하는데 땅의 밀도를 센서로 계산해서 뭔가 지하 시설이 있다면 뻥 뚫린 공간이 나타날 거 아니에요? '어? 여기가 뻥 뚫렸네?'라고 인식하는 순간 거기서 터지게 되는 거죠. 이렇게 엄청난 기능을 담고 있고,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탄이다 보니까 GBU-57 같은 경우는 핵탄두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대량 살상 무기도 아니기 때문에 재래식 폭탄으로 분류가 되는데도 미국이 가장 중요한 전략 무기로 분류를 하면서 우방 중의 우방인 이스라엘에게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이렇게 엄청난 폭탄이니까 이란의 지하 핵시설은 다 파괴가 됐을까요? 이론상 완벽한 벙커버스터, 실전에서 정말 먹힐까? 지금까지는 사실 이론적인 내용입니다. 실제 파괴력은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어요. 이 벙커버스터가 실전에 쓰인 게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실전에서 쓰였을 때의 효과가 이론과 똑같은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수많은 군사 전문가들의 이목이 현재 이란의 벙커버스터 투하 현장에 집중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일단은 위성 사진과, 미국과 이란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놓고 분석을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사진으로 보면 이란 지하 시설이 있는 곳에 선명하게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지하 시설이 정말 다 파괴됐느냐? 일단 트럼프는 그렇다고 했어요.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이란의 핵심 핵 농축 시설들은 완전히 그리고 철저히 파괴됐습니다. 하지만 당장 미국의 합참의장만 해도 발언이 교묘하게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댄 케인 | 미국 합참의장 최종 피해 평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공습 시설 모두 극심한 피해와 파괴를 입었습니다. 어떤 시설이 여전히 남아있는지, 파괴됐는지 언급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릅니다. 거기에다가 이란 같은 경우는 아예 이렇게 얘기를 해요. 메흐디 | 이란 앵커 겸 정치평론가 지하 핵시설 입구 두 곳만 피해를 입었단 보고가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허세를 부린 겁니다. 슈퍼 벙커버스터를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땅속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졌다' '뭔가 뚫고 들어갔다'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벙커버스터 실전 효과에 이렇게 전 세계 이목이 집중이 되는 건, 최근 무기가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옛날부터 써오던 지하 벙커라거나 지하 요새는 사실상 핵폭탄을 떨어뜨리기 전에는 파괴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외과 수술을 하듯이 정밀하게 지하 시설만 파괴할 수 있는 무기가 새로 등장을 했다? 각국의 전략서를 새로 바꿔야 될 만큼의 엄청난 무기의 등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이쯤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왜냐하면 미국만 갖고 있다고 알려진 이 슈퍼 벙커버스터와 동일한 성능이거나 혹은 더 대단한 파괴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는 벙커버스터를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현무-5입니다. 슈퍼 벙커버스터 보유국 한국...미국보다도 세다? 한국의 현무-5는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죠. 현무-5는 2010년에 우리나라가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은 후에 개발이 시작됐거든요. 북한 같은 경우는 아예 산 지하를 통째로 지하 요새화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거기다가 북한의 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지역이 대부분입니다. 양욱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에게 보복할 수 있는 보복 무기가 뭐냐라는 걸 놓고 저희들이 고민을 했고 그때 마침 미국이 벙커버스터를 시험 평가를 하고 있었어요. 다른 거 할 거 없고 저걸 미사일에 싣는 방안으로 추진을 해 보자라는 게 애초에 개발 취지였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는 B-2 폭격기가 없잖아요. 그렇다면 탄도미사일의 형태로 실어서 쏘자라는 게 현무-5의 아이디어입니다. 애초에 만들 때 벙커버스터를 생각하고 만든 거예요. 북한 같은 경우는 깊은 곳은 한 지하 300m까지 내려간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미국의 슈퍼 벙커버스터인 GBU-57로도 조금 역부족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GBU-57의 무게는 13.6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현무-5는 탄두의 무게가 8~9톤 정도 되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미사일 탄두가 보통 1톤 정도 하거든요. 현존하는 미사일 탄두 중에 가장 무겁습니다.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GBU-57의 탄두가 2.4톤이기 때문에 탄두무게로 보면 현무-5가 훨씬 더 무겁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GBU-57은 탄두가 분리되지 않는 ‘폭탄’이고, 현무-5는 발사체에서 탄두가 분리 되는 ‘탄도미사일’입니다. 현무-5는 발사체를 포함하면 30톤이 넘지만, 적 시설을 타격할 때에는 탄두만 분리돼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9톤짜리 탄두가 떨어지는 거고, 미국의 벙커버스터는 13.6톤 몸통 전체가 그대로 떨어지는 거예요. 이러다 보니 실제 무게를 따지면 현무-5의 무게가 미국의 슈퍼 벙커버스터보다는 가벼운 겁니다. 무게가 무거울수록 파괴력이 커지고 관통력이 세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면 미국의 벙커버스터보다 약한 거 아니야? 할 수 있지만 이게 얼마나 빠르게 타격 지점을 타격하느냐도 봐야 되거든요. 미국의 벙커버스터 같은 경우는 비행기에 실어서 폭격을 하잖아요. 우리나라는 이걸 미사일에 탑재를 해서 쏩니다. 이러다 보니까 훨씬 속도가 빨라요. 그래서 미국의 벙커버스터보다도 더 파괴력이 세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미국의 벙커버스터가 한 60m 지점까지 뚫을 수 있다면 한국의 현무-5는 100m 지점까지도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벙커버스터는 그냥 뚫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터져야 될 데서 터져야 되는 각종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했잖아요. 특히나 북한의 지하 요새 같은 경우는 굉장히 구조가 복잡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가짜 빈 공간들을 막 만들어 놓고 얼기설기 이거를 막 섞어 놓고 이런 식으로 설계를 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파악을 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파괴시켜야 되잖아요. 이러다 보니까 굉장히 발달돼 있는 센서가 현무-5에도 똑같이 담겨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양욱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아직은 북한이 잘 모르죠, 현무-5가 어떤 무기인지. 근데 이번에 벙커버스터에 의해서 이란이 피격된 사례, 특히나 그로 인해서 우리 현무-5도 이것과 유사한 혹은 더 개선점도 있는 그런 측면들이 밝혀진다면 북한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일각에서는 사실 이런 얘기도 나와요. 현무-5처럼 탄두의 무게를 계속해서 증량하는 방식은 다른 나라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북한 같은 적을 두고 있는 나라가 없다 보니까 필요가 없어서 안 하는 거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기술이 아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본 수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그거는 사실이 아니라고 딱 잘라서 말합니다. 생각을 해 보세요. 이거는 굉장히 단단한 암석층을 뚫고 들어가서 터지게 만들어야 됩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각종 장비가 그 엄청난 충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강철을 개발해 내야 돼요. 미국 같은 경우는 어떤 강철로 이걸 둘러싸야 될까를 굉장히 오랜 기간 연구를 했고 미군이 직접 에글린 강철이라는 특수 강철을 만들어서 벙커버스터에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국방과학연구소가 이거를 연구했습니다. 현무-5에 들어갈 강철을 자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과학연구소가 특허까지 내놓은 상태입니다. 이게 미국 벙커버스터에 쓰인 에글린 강철보다도 15% 정도 더 튼튼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것만 하더라도 소재 산업 분야에서 엄청난 기술력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전체를 개발하고 연구한 것은 ADD, 국방과학연구소고요. 이들이 생산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현무-5의 탄두와 미사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만들고 현무-5를 실어서 움직이는 이동식 발사대는 기아자동차에서 만듭니다. 전부 우리나라 기업들이잖아요.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이런 걸 생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거고 그래서 한국의 방산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럼 이참에 우리나라 벙커버스터를 수입하려는 나라도 생기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한국 방산이 해외로 활발하게 나가고 있는데'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가 확실한 답변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미사일을 수출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1년에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MTCR이라는 국제 프로그램에 가입을 했습니다. 만약 미사일을 수출하려고 한다면 엄청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게다가 애당초 현무-5를 개발할 수 있었던 건 2021년에 한국과 미국 사이에 맺어져 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지되면서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이 지침에 의거해서 한국에서 개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의 중량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이게 완전히 풀리면서 탄두 중량도 9톤 까지 늘릴 수가 있었고, 사거리도 가벼운 탄두를 탑재할 경우 5,000km까지 날아갈 수 있는 현무-5 개발이 가능했던 것이죠. 즉, 만약 한국이 현무-5를 수출하려고 한다면 일단 미국부터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GBU-57 벙커버스터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듯, 한국도 가장 강력한 전략무기인 현무-5를 수출하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나라든, 핵심 전략무기를 수출하지는 않을 거니까요.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방위 산업 기술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얘기도 나와요. 지금 현시점 방위산업계의 가장 핫템은 벙커버스터가 된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벙커버스터라는 핫해진 기술의 정점을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체들이 가지고 있다는 게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른 물건들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지금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현대로템이나 LIG넥스원 같은 방산업체들의 주가가 정말 고공행진을 하고 있잖아요. 앞으로 향후 우리나라 방위산업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거죠. 다만 현재 우리 산업계의 상황을 보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철강 업계 심각하게 죽어가고 있거든요. 모든 산업과 국가 안보의 근간이 되고 있는 철강 산업, 그리고 더 나아가 석유화학 산업까지도 전부 죽어가고 있는 현 상황이 우리나라의 방위 산업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악영향을 미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행히 이란 전쟁은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불안함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이나 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는 일이 벌어진다면 귀에빡종원에서 또다시 다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애플이 요즘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애플의 최대 연례행사인 WWDC 첫날 행사를 끝내고 나서 애플의 주가가 2% 넘게 빠졌습니다. 바로 AI 기술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에요. 1년 전 애플 WWDC 당시 모습입니다. 2024년 WWDC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합니다. 시리(Siri)는 앱과 앱을 돌아다니며 수백 가지의 작업을 해낼 수 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라고 이름 붙인 AI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있었던 WWDC 장면 보실까요? 크레이그 페더러기 | 수석 부사장 시리를 개인 비서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작업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1년 전에 다 됐다고 대대적으로 소개했던 걸, 1년 후인 올해가 돼서는 '미안한데 아직 못 만들었다. 내년에나 찾아올 수 있을까?'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어쩌다 애플이 이 지경이 됐느냐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애플이 지난해 선보였던 AI 기능들은 단순히 사진 좀 지우고, 알람 맞추고, 날씨 알려줘 이런 수준이 아니었어요. 크게 세 가지로 요약을 해보면 ① 수많은 정보를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 즉 개인 문맥 인식 능력이라는 게 있어요. 예를 들면 '지난주에 온 보도자료 메일 추려줘', 그다음에 '그 메일을 조PD에게 포워딩해 줘'라고 하면 실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바로 ② 앱 내 동작 수행 능력입니다. 마지막으로 ③ '지금 화면에 보이는 번호 저장해 줘' 내 핸드폰의 AI도 내가 이해하는 것과 똑같이 읽어내서 이해하는 능력이에요. 시리한테 말만 하면 여러 가지 작업을 실행까지 해주는 그런 AI를 선보였단 말이죠.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찬사가 쏟아졌었어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애플이 사기꾼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AI 기술을 2026년 이후로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거든요. 애플이 있지도 않은 기술을 자기네 가장 큰 행사에서 발표를 한 셈이 된 겁니다. 체면 구긴 애플...AI는 삼성에 밀리나?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지난해 WWDC에서의 모습이 평소 애플답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와요. 애플이 어떤 회사입니까? 스티브 잡스가 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직접 손에 들고 나와서 보여줬었잖아요. AI를 선전할 때는 미리 찍어놓은 영상과 CG로 만든 영상으로 대충 때우고 넘어갔거든요. 내용이 너무 좋다 보니까 전부 다 손뼉 치고 넘어갔는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사기였구나(?)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것이 비판받는 이유의 끝이 아닙니다. 애플이 솔직히 이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걸 몰랐겠어요? 다 알고 있었겠죠. 이런 상황에서도 애플이 이 광고를 계속했다는 거예요. TV 광고, 인쇄 광고, 옥외 광고물 들을 계속 붙이면서 AI를 선전했고, 이 광고를 토대로 아이폰 16을 엄청나게 많이 팔았어요. 이러다 보니까 (미국) 당국에서 광고 내리라고 경고받고 최근이 되어서야 이런 AI TV 광고들을 전부 삭제했습니다. 아이폰 16을 산 소비자들이 애플 상대로 집단 소송까지 제기했어요. 미국 나스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기업이었는데 AI가 뒤처지고 있다는 말이 한 1년 반 전부터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가도 지금 한도 끝도 없이 내려오고 있어요. 이런 위기감에 처한 애플이 지난해에 평소 애플답지 않게 해서는 안 될 허위 과장 광고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애플 체면이 말이 아니죠. 반면에 삼성 상황을 한번 볼까요? 굉장히 화제가 된 영상인데, 업로드 한 달 만에 3억 뷰가 넘어갔습니다. 무적의 애플이 손에 AI라는 무기를 들고 있는 삼성에게 얻어맞는다는 내용입니다. 삼성이 실제로 AI를 이렇게 잘하고 있느냐? 결과물이 비교가 안 됩니다. 삼성은 정말 너무 감쪽같은데 애플은 무슨 괴물을 만들어 놨죠? 사진을 지우는 기술에서만큼은 자타 공인 삼성이 애플을 압도합니다. 이걸 비교한 영상이 SNS나 유튜브에도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Q. 사실 AI 이미지 편집 기능은 있으면 재밌고 좋긴 한데 이게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기술은 아니잖아요. 애플과의 AI 경쟁에서 압승했다고 보기엔 좀 과하지 않나. 사실 조금 그렇죠.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인 AI 기술은 사실 이런 게 아니거든요. 정말 '비서'라고 부를 수 있는 AI 에이전트 핵심 기능은 삼성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삼성이 삼성의 AI가 더 낫다고 말할 근거가 무언가, 궁금할 수도 있어요. 삼성은 적어도 AI 기능을 가지고 호들갑은 떨지 않았잖아요. 대대적인 행사에서 허위 발표를 하지는 않았잖아요. 그런데 호들갑 안 떨었다고 (삼성이) 호평을 받느냐? 사실 그건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막강한 '애플 생태계', AI 시대에 '최대 약점' 됐다 지금 애플은 AI 기술이 단기간 내에 좋아질 거라는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에요. '애플 생태계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제가 앞서 사진을 (AI로) 편집하는 걸 시연해서 보여드렸잖아요. 여기에는 작은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습니다. 애플은 사실 제가 비행기 모드로 놓은 상태에서 사진을 편집을 했었어요. 즉 오프라인 상태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삼성은 오프라인 상태로 놓으면 사진 편집이 안 돼요. 무조건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야 됩니다. 이게 무슨 차이냐? 지금 나와 있는 AI들은 우리가 검색을 하든 지브리풍으로 사진을 바꿔달라고 하든, 인터넷망을 타고 AI의 데이터센터로 들어가서 그 데이터센터에 있는 슈퍼 컴퓨터가 연산을 한 후에 그 결과물을 다시 우리에게 보내주는 방식이거든요. 즉,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나 사진, 하다못해 (AI) 질문 내용들은 필연적으로 (기기) 외부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애플은 초창기부터 '고객 정보를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겠다'라는 굉장히 강력한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I 작업을 할 때도 고객의 정보를 외부로 빼내지 않겠다, 스마트폰 안에서 수행이 되도록 하겠다, 온디바이스로 대부분의 작업을 하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애플도 알고 있어요. 그 많고 복잡한 AI 연산을 작은 휴대폰 안에서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애플이 들고 나온 두 번째 방안이 뭐냐. 데이터센터, AI 클라우드 서버 등을 직접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모든 인프라를 전부 만들고 심지어는 데이터센터 돌리는 전력망도 직접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거든요. Q. AI 시대의 덕목(?)은 사실상 개방성인 것 같은데, 그게 데이터든 인프라든. 애플처럼 '나 홀로 쇄국 정책'을 외치면서 고집할 만큼 보안으로 얻는 이득이 큰가요? AI 시대가 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애플의 이상이 실현된다면 애플은 아마 AI 분야 세계 최고 기업이 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질 낮은 결과물을 보여준다면 사실 쓸 수가 없는 기능이잖아요. 개인정보 중요한데 아예 AI 산업 자체에 끼어들지 못할 정도일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애플은 사실 AI를 스피커에 들어가는 하나의 기능 정도로 보고 최근까지도 별로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내부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오픈AI의 챗GPT가 발표되고 화들짝 놀라서 너무나 늦게 AI 산업에 들어왔는데, 이 상황에서 선두 주자인 챗GPT나 제미나이도 아직 해내지 못한 AI 에이전트 모델 개발하고 인프라도 혼자 다 구축하겠다?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거죠. 강정수 | 블루닷 AI 연구센터 센터장 애플이 AI 관련된 실책을 분명하게 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자면 (AI) 학습과 교육은 아마존이나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는 거죠. 현금을 빅테크 중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애플이 엔비디아하고 계약을 맺어서 GPU를 구매해서라도 이 부분들을 해결했어야 되는데 너무 애플스럽게 완전한 수직 통합을 하려다 보니 시간을 놓쳤다는 거죠. 사실 이런 폐쇄성과 수직 계열화 즉, '애플 생태계' 구축은 지금까지 애플의 경영 철학이자 생존 법칙이자 최대 무기였습니다. 그런데 AI는 애플 생태계와 정반대 성향을 가진 산업이다 보니까 여기에 올라타기가 쉽지 않은 거죠. Q. 지난해 WWDC 행사 때 애플이 오픈AI랑 손 잡는다고 해서 주목받았던 것 같은데.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협업을 하기로 했는데 팀 쿡 옆에 서지도 못했습니다. 관중의 한 명처럼 보다가 갔어요. 지금 애플과 오픈AI의 협업 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애플이 가장 중요한 휴대폰 통제 부분은 열지 않고 챗GPT한테는 그냥 검색 기능 정도만 맡겼어요. 말이 협업이지 실제 중요한 작업을 같이 하고 있지는 않다. 결국 팀 쿡은 자사 시스템을 처음으로 외부 기업에 공개해서 오픈AI나 구글과 손을 잡고 갈 것이냐, 아니면 끝까지 지금의 폐쇄적인 생태계를 고집할 것이냐. 이 기로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요. 반면 삼성은 어떤가요? 삼성은 아예 갤럭시라는 핸드폰이 이 세상에 처음 나올 때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운영 체제로 했잖아요. 이게 삼성의 엄청난 약점으로 꼽혔거든요. 자신들만의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게. 그런데 AI 시대에 와서는 오히려 이 약점이 지금 강점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의 안드로이드 체제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디바이스는 결국 삼성의 갤럭시예요. 게다가 내 손안에 비서 AI를 만들려면 실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의 엄청난 데이터가 있어야 됩니다. 이 데이터를 많이 끌어모아서 구글과 공유하는 회사가 삼성이에요. 이러다 보니까 구글과 삼성의 관계는 굉장히 전략적인 제휴 관계다. 결국은 함께 가는 회사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실제로 삼성이 얼마 전부터 구글 제미나이를 자사 핸드폰에다 탑재하기 시작했잖아요. 삼성이 구글에 의존을 한 게 아니라 구글이 제미나이를 갤럭시에 실어달라면서 거액의 돈을 지불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죠. 삼성은 제미나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퍼플렉시티와도 계약을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러다 보니까 굉장히 오픈돼 있는 삼성의 갤럭시 생태계가 적어도 AI 분야에 있어서는 폐쇄적인 애플보다 더 유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약점이었던 게 강점이 될 수 있고 강점이었던 게 단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삼성의 갤럭시가 애플의 아이폰을 이길 수 있는 판이 된 거냐? 아직은 이렇게 말하기는 일러요. 구글에도 OS나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는 행사가 있는데 이 구글의 'I/O' 행사는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어요.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술을 선보였는데 여기서 약간 걸리는 게 뭐냐? 안드로이드 언급은 한 번도 없었다는 거예요. 삼성의 갤럭시 입장에서 기대했던 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에 제미나이를 집어넣어서 이것이 휴대폰을 전부 통제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기능을 소개해 주길 바랐는데 이게 전혀 없었어요. 사실 휴대폰 속의 앱과 앱을 돌아다니면서 읽어내고 통제하는 AI 에이전트는 말이 쉽지 굉장히 구현하기 힘든 기술입니다. 아직까지 인류의 AI 기술로 여기까지 도달을 못 했어요. 전문가들은 3년쯤은 더 있어야 내 손안의 비서 역할을 하는 AI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판매량이 AI 기능 좀 안 된다고 당장 떨어질 거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어요. 강정수 | 블루닷 AI 연구센터 센터장 이번에 앱들이나 OS의 디자인이 투명성을 가지면서 대단히 예뻐진 건 맞고요. 이런 부분에서의 만족도는 분명하게 좋아질 거라고 보면서 AI 갭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큰 차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애플도) 노력할 거고요. 두 회사 모두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를 만드는 AI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디바이스를 통제하고 운영할 정도의 AI를 먼저 만들겠다고 하고 있는 거거든요. 결국은 삼성과 애플의 하드웨어 판매와 연관 있는 게 AI 분야이고 이 AI 분야에 대한 경쟁이 이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향후 5~6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점유율 그래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업이 망할 때 보장해야 할 우선순위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고객의 권익을 지켜주는 일이고, 그다음에 직원들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일일 겁니다. 이 두 가지는 사회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직원이냐 고객이냐,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마치 트롤리 딜레마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MG손해보험 사태입니다. 민경문 ㅣ MG손해보험 가입자 국민청원모임 대표 노조 눈에 눈물 나잖아요. 계약자들은 정말 피눈물 쏟아요. 여태껏 돈만 낸 우리는 무슨 죄냐고요. 어쩌다 한국 금융계에 이런 '핵폭탄급' 사태가 벌어진 걸까요? 보험을 타야 하는데 내 보험사가 망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으세요? 이런 일이 실제로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혹시 MG손해보험 들어본 적 있나요? 처음 들어봤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실 굉장히 작은 중소 보험사입니다. 고객에게 받는 보험료를 '원수보험료'라고 하는데 이걸 기준으로 했을 때 MG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이 2%도 안 돼요. 굉장히 작죠/ 그런데 이걸 작다고만 할 수 없는 게 여기에 가입해 있는 고객이 무려 121만 명입니다. 이들이 체결하고 있는 보험 계약을 따지면 151만 건이에요. 그런데 지금 MG손해보험이 청산 위기에 놓였잖아요. 이게 이대로 무너지면 이 121만 명이 엄청난 보험금을 허공에 날리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에서는 보험사가 망한 적이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망한 보험사 숱하게 많습니다(코리아생명, 리젠트화재 등). 그런데도 MG손해보험 청산 위기를 왜 자꾸 '초유의 사태'라고 하는 걸까요?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요? 보험사가 망하더라도 이걸 누군가 와서 인수를 해주면 고객은 계약이 그대로 넘어가면서 보호를 받게 돼요. 그런데 MG손해보험 같은 경우는 마지막까지도 그 누구도 인수를 하러 나서지 않고 있어요. 두 번째, 이러다 보니까 실제로 121만 명이나 되는 고객들이 자신들의 돈을 허공에 날릴 그 직전의 위기까지 갔다는 점도 다릅니다. 그래서 마지막 세 번째, 결국은 아무도 인수를 하려 하지 않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보험사를 하나 차려서 이걸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Q. 또 나랏돈 부어서 사기업인 보험사를 도와주겠다는 건가요? 정부가 보험사를 세우다 보니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거는 조금 다릅니다. 그렇지는 않아요. 이 얘기는 제가 뒤에서 좀 이어서 다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MG손해보험은 왜 아무도 끝까지 인수를 하러 나타나지 않은 걸까요? 작은 보험사 하나 망하는데 정부가 호들갑(?) 떠는 이유 MG손해보험은 2022년도에 금융 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 지정을 받습니다. 사실 이 이전부터 굉장히 실적이 안 좋아서 적자를 계속 냈는데 결정적으로 보험사에게 중요한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에요. 지급여력비율이 뭐냐? 이 보험사가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고객에게 지급해야 될 보험금을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느냐를 나타낸 거예요. 예를 들어서 지급여력비율이 100%라고 한다면 이 회사가 지금 당장 문을 닫더라도 고객보험금을 100% 다 돌려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지급여력비율(K-ICS): 보험사가 위기 상황에도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 정부는 보험사들에게 '지급여력비율 150%'를 권고하고 있어요. 즉, 소비자에게 돌려줄 돈의 1.5배를 항상 가지고 있으라는 거죠. 그런데 MG손해보험 같은 경우는 이 지급여력비율이 4.13%입니다. 지금 MG손해보험의 모든 자산을 다 매각해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의 4%밖에 커버를 못한다는 거예요. 당연히 이러다 보니까 파산 위기에 내몰리게 된 겁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이 된 이후에 MG손해보험이 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는데 최근까지 4차례 공개 매각 협상을 했어요. 그런데 이게 모두 결렬됐습니다. 최종적으로 협상에 나섰던 게 '메리츠화재'인데 올해 3월에 메리츠가 인수할 수 없다고 포기 선언을 하거든요. 최근 뉴스 보도나 그에 딸린 댓글들을 보면 '이게 다 노조 때문이다'라고 노조를 탓하는 의견이 굉장히 많습니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회사를 인수인계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뭐죠? M&A일 겁니다. M&A는 지분을 인수하면서 회사를 그대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제조업은 이 조직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조직을 다 가져가면 자연스럽게 고용승계가 많이 이루어지겠죠. 그런데 금융·보험사 핵심 자산은 고객과 그들의 계약 상품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조직은 다 버리고 고객 계약만 가져가는 형태의 합병을 많이 하거든요. 즉, 직원들이 대규모로 실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거를 우리가 자산과 부채만 이전을 해가는 P&A 방식(자산·부채 중심 인수)이라고 합니다. 메리츠가 이 P&A 방식으로 MG손보를 인수하려고 했었고 계약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조건으로 고용승계를 10%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90%는 집에 가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대신 실직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노조 입장에서는 10%만 고용승계하고 나머지 90%가 전부 해고된다는데 어떻게 '아 그러세요'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이러다 보니까 직원들이 굉장히 불안해하면서 메리츠의 인수를 끝까지 반대하게 된 거죠. 이재진 ㅣ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2025.01.22) MG손해보험이라는 회사는 588명의 임직원과 521명의 보험설계사 그리고 938개의 대리점을 근거로 생계를 영위하는 시민들과 그 가족들의 삶의 공간입니다. 금융 당국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융 노동자들의 생계가 무너지는 이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고객들입니다. 121만 명 되는 고객들은 '아니 이런 무책임한 경우가 어디 있냐', '이렇게 해서 회사 파산하면 우리 보험금은 어디서 받는데? 이거 너네가 책임질 거야?' 분노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민경문 ㅣ MG손해보험 가입자 국민청원모임 대표 직업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지만 보험 자체가 없어지면 우리는 나이 때문에 보험도 새로 가입 못하고 우리가 노조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우리는 돈을 낸 고객이잖아요. 지금 총파업하고 가교보험사 업무 전혀 진행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는 거는... 저는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나온 결론이 국가가 직접 나선 공적인 성격의 P&A를 하기로 한 건데요. 그게 바로 정부가 직접 보험사를 차리는 방식입니다. 이거를 가교보험사라고 부르는데 다리 역할을 해주는 보험사라는 뜻이에요. 무슨 소리냐? 정부가 일단 보험사를 차립니다. 그래서 MG손해보험의 고객들을 그대로 흡수해요. 근데 이걸 계속 운영할 수가 없잖아요. 올해 연말까지 시중의 5대 대형 보험사로 이 고객들을 5분의 1로 찢어서 다 넘기기로 했습니다. Q. 보통 제조업이나 유통업이 망할 때는 국가가 이렇게까지 나서진 않잖아요. 그런데 MG손보 일에는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결론은 금융사이기 때문이에요. 국민들이 국가의 시스템인 금융을 믿고 내 돈을 맡긴 거잖아요. 그런데 이게 만약에 부도가 난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작은 회사가 하나 부도나면 비슷한 양의 돈을 맡겨놨던 고객들이 패닉이 와서 돈을 다 빼기 시작해요. 그럼 연쇄 부도가 나거든요. 이걸 뱅크런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결국은 대형 은행이나 대형 보험사까지도 무너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 뱅크런(Bank Run): 은행의 예금지급불능이 예상되어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 인출하는 현상 2023년에 미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죠. '실리콘밸리은행'이라는 작은 은행 하나가 파산했는데 연준까지 나서고 결국은 대형 은행사 'JP모건'이 나서서 공적인 성격으로 인수하면서 일단락이 됐거든요. 이렇게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이게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금융사가 무너지는 일만큼은 그 국가의 전체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은 공적 개입을 하게 되는 형태로 마무리가 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이번에 MG손해보험도 그런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가교보험사는 어쨌든 임시적인 거고 5개 보험사가 MG손보 계약을 나눠 가져간다는 건데 지금 그림은 약간 반강제로 계약을 이전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요? 만약에 이걸 이렇게 찢어 갖길 원했으면 인수협상자로 나섰겠죠? 손실이 날 게 뻔한 이 상품들을 넘겨받는 상황인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보험사에는 단순히 사기업을 넘어서 이 국가의 금융 시스템 보존에 기여해야 할 '공적 의무'가 있어요. 다만, 그 손해를 보험사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지는 못합니다. 이들이 MG손보 계약을 가져가면서 발생한 손해를 계산해서 그에 맞는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초유의 '가교보험사' 출범... 이게 다 노조 때문? 결국은 국가가 나서게 된 거잖아요. 그러면 노조가 걱정했던 고용승계 문제는 해결됐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권대영 ㅣ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2025.05.14) MG손보 임직원 521명에 대해서는 보험 계약의 유지 관리를 위한 IT부분이나 보상 파트 일부 관리 파트의 인력들이 가교보험사로 채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안정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수준에 따라서 채용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필수 인력을 포함한 일부만 고용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러다 보니까 '이럴 거면 사실 메리츠화재든 가교보험사든 직장 잃는 건 매한가지 아니야'라는 궁금증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맞는 얘기입니다. 맞는 얘기인데 오히려 국가기관이 인수하면 이런 '협상 유연성'이 더 떨어질 거라 의견도 있어요. 고용이 승계되지 않는 90% 직원에게 메리츠가 위로금 주겠다고 제안했잖아요. 만약 가교보험사(정부)가 위로금을 지급한다면 이게 무슨 돈인가요? 세금입니다. 국고 지원금이 되는데 법적인 문제도 있고 여론도 안 좋아질 게 뻔해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나올 수 있고요. 필수 인력 외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인력을 추가 채용할 경우 이 인건비에 또 세금이 들어가면서 비슷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김범준 ㅣ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메리츠화재로 갔으면 민간 기업이니까 경영진들이 현재 투자 또는 손실을 떠안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정부가 개입하면 그렇게 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정부는 항상 감사원 감사를 대비해야 되는데 공무원 분들은 민간보다 훨씬 더 재정이 적거든요. 그래서 노조 입장에서 훨씬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게다가 가교보험사를 설립하면서 금융위원회가 MG손해보험의 모든 신규 영업을 중단시켰거든요. 당연하죠, 이런 상황에 신규 고객을 받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지만 노조는 '신규 영업이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자금이 돌면서 한 명이라도 더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거 아니냐? 그런데 신규 영업 자체를 막아버리면 진짜 아무도 안 데려가겠다는 소리 아니냐?' 이러면서 현재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가교보험사가 설립되고 고객을 인수받을 때 필수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노조가 인수 업무에 협조 안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요. 배영진 ㅣ 전국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 (2025.05.14) 125만 계약자를 온전하게 지키기 위한 방향이 가교보험사라는 것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이해합니다. 다만, 현재 500명의 MG손보 직원 중에 영업 종사 직원들이 200명 정도 되는데 200명 인력이 필요 없는 게 폐쇄형 가교(보험사)이고 왜 노동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폐쇄형 가교보험사를 검토를 함으로써 대부분의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려고 하는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큰 비극입니다. 500명 가까운 직원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는다면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잖아요. 애초에 경영을 어떻게 했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느냐 따져보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MG손해보험의 경영 공시를 제가 한번 쭉 분석을 해 봤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총체적 난국이에요. 보험사들이 보통 보험금을 받으면 이걸로 투자를 해서 불립니다. 그런데 MG손보가 해외 투자에서 굉장히 큰 손실을 봐요. 2023년만 해도 970억 넘는 손실을 봤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이 투자 손실 메워야 되잖아요. 그래서 보험사들이 꺼려하는 상품을 많이 팔았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대표적으로 보면 실손보험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1세대 실손보험의 비율이 굉장히 높고요.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도 작년 상반기까지 130%가 넘었어요. 보험사에게는 손해율이라는 게 있습니다. 내가 받은 보험금을 얼마나 되돌려줬는지를 나타내는 건데 손해율 130%란 100만 원 받고 130만 원 돌려줬다는 소리예요. 고객한테 돌려주고 남은 돈으로 회사를 꾸려야 되잖아요. 인건비도 내고 이윤도 가져가야 되는데 그럴 돈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정상 운영할 수가 없는 상품을 팔아서 투자 손실을 메우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손해율 : 보험회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 Q. 그러면 메리츠화재는 왜 인수하려고 한 거예요? 메리츠도 큰 보험사이지만 최상위권은 아닙니다. 이 위에 '탑티어' 보험사들이 있어요. 메리츠가 위로 올라가려면 기본적으로 이 체구가 커져야 됩니다. 가입 고객이 많아야 돼요. MG손해보험이 121만 가입자가 있는데 영업해서 121만 명을 어느 세월에 가입하게 하겠습니까?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한꺼번에 가입자를 확보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된 거죠. 가교보험사를 운영하는 건 예금보험공사라는 국가기관이에요. 여기가 뭐냐? 보험사들이 이런 사태에 대비해서 보험을 드는, '보험사들의 보험사'입니다. 대형 보험사에 넘기기 이전까지 올 연말까지 3개 분기를 일단 예금보험공사가 운영을 하려 하는데 이 사이에도 MG손보 고객들은 보험금 청구를 할 거란 말이에요. 이 MG손보 고객 보험금은 보험사들이 냈던 보험금이에요. 국고가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에서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러다 보니까 당장 국고가 투입되는 일은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우리가 보험금을 많이 타면 어떻게 되죠? 보험료가 올라가잖아요. 그거와 똑같이 만약에 이번에 예금보험공사가 MG손보 사태 때문에 보험금을 많이 쓰게 되면 보험사들에게 받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겠죠. 결국 오른 '보험사 보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MG손해보험 말고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가 많거든요. 또 다른 비슷한 규모의 보험사가 무너진다면 이런 일이 또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범준 ㅣ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결국 사회 안전망으로 해결해야 되는데요. 자꾸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는 한국의 사회 안전망이 생각보다 그렇게 탄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이 회사에서 잘리면 나는 정말 실업자가 되고 잘못하면 폐인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함과 두려움이 있거든요. 그게 사실은 국가가 다 해결을 못해준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딜레마가 더 많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MG손해보험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서 국가 금융 시스템-노동자-자본-고객 권익이 얽히고설켜서 충돌하는 복잡한 사건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 전례가 없는 사건이니만큼 최대한 '을'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으로 해결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SBS스페셜과 함께 '제로 식품을 장기 섭취해 온 내 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를 실험해 봤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로란 '제로 슈거(Zero Sugar)'입니다. 칼로리는 있지만 설탕을 넣지 않은 거예요. ※ 사전 요약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아무리 뭐니뭐니해도 설탕보다는 제로(대체당) 음식이 훨씬 낫다는 겁니다. 이번 실험도 제로 음식이나 대체당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한 게 아닙니다. ‘제로 음식’, ‘대체당’들은 ‘정말 우리 몸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가?’, ‘만약 영향을 미친다면 어떻게 작용할까?’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기획한 실험이란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제로 식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에요. 식품 회사들이 온갖 종류의 제로 식품을 쏟아내고 있던 2023년 7월, WHO가 제로 탄산 음료에 들어가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분류군인 2B에 포함시켰습니다. 제로의 팬이 굉장히 많은 시점에 이런 발표가 나오다 보니까 이 이후에 '제로 음료 시장이 꺾이나?'라는 뉴스도 많이 나왔는데 실제로 조사해 본 결과 전혀 꺾이지 않았죠. 저는 사실 제로는 거들떠도 안 봤습니다. "먹다 죽어도 설탕 먹다 죽자" 하고 설탕 들어간 음식만 찾아 먹었는데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제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어요.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던 시점에 몸무게가 125kg이었습니다. 7~8개월간 40kg을 뺐고 목표로 했던 85kg에 도달하고 나서 수고한 자신에게 상을 주는 심정으로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는 거예요. 한 일주일 계속 먹었는데 체중도 오히려 계속 조금씩 빠지면 빠졌지 찌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제로 음식을 마음껏 먹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약간 체중이 불기 시작하더라고요. '제로' 먹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이 바뀌었다고? 그렇게(?) 먹고 사실 처음에는 좀 긴가민가했죠. '옛날에 60kg 쪘던 내가 2kg 찐 거는 찐 것도 아니다. 이 정도면 유지 잘하고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먹었죠. 그런데 왜 제로 음식은 안심하고 먹게 됐느냐? 그렇게 단맛이 나는데도 이걸 먹고 혈당을 재보면 혈당이 그대로예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우리가 설탕 혹은 탄수화물을 먹어서 혈당 수치가 확 올라가게 될 경우, 이걸 잡기 위해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급격하게 분비됩니다.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많이 분비될수록 우리 몸에 지방이 여기저기 많이 축적되는 겁니다. 그렇게 살이 찌는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저는 제로 초콜릿을 먹고, 알룰로스와 스테비아에 버무린 땅콩을 먹고, 제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리고 나서 재봐도 혈당이 그대로더라고요. 그런데 이 무렵에 인공감미료와 관련된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는데, 이 논문이 굉장히 큰 화제를 모았어요. 이스라엘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팀에서 발표한 논문이었는데, '사카린이나 아스파탐 같은 대체당을 먹었을 때, 그 음식 자체로는 혈당에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평소에는 혈당 반응을 하지 않던 다른 음식을 먹었을 때 평균적인 혈당이 올라갔더라'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은 논문이 굉장히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로 식품 시장이 활성화된 게 얼마 되지 않다 보니까 이런 논문 자체가 나온 게 거의 없습니다. 이제 막 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 단계예요. 그러다 보니 '제로 식품 정말 안전한가? 살 안 찌는 거 맞나? 정말 혈당 안 올리는 거 맞나?'라는 것에 대한 논란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논문 얘기를 듣고 저도 생각을 한 거예요. 지난해 여름 굉장히 더웠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칼로리, 설탕 모두 제로인 아이스크림도 많이 있거든요. 하루에 7~8개씩 먹었던 것 같아요. 옛날 살찔 때 버릇 드러났죠. 이 무렵에 제가 올렸던 영상들을 보시면 '뱃살 보러 달려왔습니다' 이런 댓글들이 달리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토) 식단이나 간헐적 단식이라는 패턴은 전혀 바뀐 게 없이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혹시 뱃살의 원인이 제로 식품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제 몸으로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본격 '육체 실험' 전 사전 인터뷰 Q. 제가 다이어트를 목표 체중을 정해놓고 성공을 한 후에 원래 간식을 많이 먹던 스타일이라 뭔가 먹긴 먹어야겠는데 계속 '제로'라는 음식들을 간식으로 먹었거든요. 혹시 내 몸에 변화가 생겼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이선재 |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시스템)이 대체당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대체당을 끊었을 때와 대체당을 섭취할 때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장내 미생물이라는 게 우리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가요? 이선재 |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우리가 못하는 대사를 장내 미생물이 대신해 주고 좋은 균, 나쁜 균 다 섞여서 같이 삽니다. 그런데 장내 미생물 그룹이 좋은 균으로 차 있으면 계속 좋은 공생 관계를 갖게 되는 건데 사람들이 원래 먹지 않는 걸 먹다 보면 기존 공생 관계가 깨지면서 안 좋은 쪽으로 갈 수가 있거든요. 대체당이 장내 미생물의 균총을 바꾸는 거죠. 먼저 실험 방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평소 제로를 꾸준히 먹어오던 내 몸의 샘플, 그리고 제로를 딱 끊고 2주간 생활했던 몸의 샘플, 그리고 제로를 평소보다도 좀더 많이 먹으며 생활했던 2주간의 샘플. 이렇게 3개를 채취해서 연구소에 보내서 몸 안, 특히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이 실험을 하면서도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했습니다. 키토·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하면서 설탕 들어간 음식은 최대한 피했어요. 결론적으로 제가 2주간 제로를 끊고, 2주간 제로를 먹고, 이 두 기간 사이에 제 마이크로바이옴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로를 2주간 딱 끊었을 때 제 몸에 나타났던 Anaerotruncus라는 미생물이 있는데, 대표적인 유익균이라고 해요. 염증을 완화시키고 대사를 활발하게 증진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2주를 살다가 다시 제로를 먹는 기간으로 넘어가서 제로를 끊었을 때 나타났던 유익균들이 싹 사라지고 그때 안 보였던 다른 균들이 생겨나는 걸 관측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때 생겨난 균 중에 대표적인 게 enterococcus 계열의 균이라고 하는데 유해균에 속한다고 하더라고요. 염증 수치를 높이고 면역 저하를 일으킨다고 해요. 제로 음식을 많이 먹었더니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장내 미생물 체계,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유익균보다 위험균이 늘어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중요 포인트 해당 영상을 보시고 ‘아무리 제로라도 많이 먹으면 당연히 부작용이 날 수 밖에 없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을 하는 동안 제로(대체당) 섭취량은 식약처가 정한 1일 권장량의 절반 정도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따라서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당을 정상범위 안에서 먹더라도 장내 미생물의 변화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로는 혈당 안 올려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통 한 사람의 장에 2~300가지 균들이 살고 있다고 해요. 체질에 따라, 식습관에 따라, 생활 패턴에 따라 서로 다 다른 장내 미생물 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통으로 겹치는 미생물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미생물 한 가지만 놓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균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 이걸 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 실험도 해봤습니다. 먼저 우리 장내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건강 지수(Gut Microbiome Health Index)를 측정해 봤어요. 제로를 딱 끊고 나니까 0.6으로 올라갔습니다. 즉 건강해졌다는 뜻이에요. 그러다가 다시 2주간 제로를 먹기 시작하니까 지수가 0.4가 나왔다고 해요. 마이너스 지수가 나오면 장에 문제가 있다는 거였는데 저는 다행히 제로를 먹을 떄든 안 먹을 때든 다 플러스로 나왔습니다. "소수점 차이밖에 안 난다" 할 수 있는데 이 GMHI 지수의 최대치가 '5'라고 합니다. 이 정도 수치에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0.1~0.2도 굉장히 큰 차이인데 제로를 먹을 때 마이크로바이옴 건강 지수가 안 좋아졌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실험의 핵심입니다. 이 제로 실험을 거친 이후에 84kg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86~87kg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는데 2~3kg 정도 빠지게 된 거예요. 그게 살 찌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데? 제일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그 기능성 테스트를 했는데 결과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이선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마이크로바이옴이 균주 한두 개에 의해서 바뀌기보다는 하나의 커뮤니티거든요. 커뮤니티에 어떤 시프트가 일어나는데 그때 기능적인 변화도 같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대사 기능이 어떻게 변하는지 봤더니 제로 끊었을 때는 복합 탄수화물 분해균이 더 늘어났고, 제로 드셨을 때는 단순당(설탕 등) 분해균이 증식하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 설탕을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설탕 종류를 잘 분해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활성화가 됐다는 건 우리 몸이 제로 식품이 설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설탕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선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예. 표현을 한다면 '착오'가 일어나서 그런 균들이 더 많아진 걸로 보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설탕 분해를 잘하는 균들이 좀 더 많아지면 설탕을 먹었을 때 에너지 인풋이 더 많아지는 거죠. 그게 주로 지방 쌓이는 쪽으로 가기 때문에 아마 좀 더 살이 찌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대체당 그 자체 말고 함께 뭘 먹었는지도 잘 조절해야 좀 더 대체당에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도 되더라고요. 앞서 이스라엘 연구팀이 발표했던 혈당이 오르는 이유도 설명되죠. 대체감미료는 우리 몸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제로 식품이 직접 혈당을 올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로바이옴이 설탕을 훨씬 더 빨리, 효율적으로 분해시킬 수 있는 기능성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먹어도 혈당 별로 안 올리던 음식들이 쭉쭉 흡수가 되면서 혈당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죠. 이 실험을 하고 저는 비밀이 풀렸습니다. '왜 2~3kg가 쪘지? 운동을 끊어서일 수도 있지만 제로 간식을 확 늘렸던 게 확실히 영향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실험의 한계는 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이번 실험 대상은 저 한 명이었어요. 이걸 학술 자료로 쓰거나 모든 사람이 이렇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연구팀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대상을 늘려 실험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개연성이 무척 높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선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더 긴 시간을 했다면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2주간만 했어도 변화가 일어난 게 확실히 보였고요. 최근에 대체당 관련된 논문들이 "이런 효과가 있었구나"를 밝힌 정도라서, '어느 정도를 먹어야 마이크로바이옴에 안 좋은 효과가 없이 먹느냐' 이러한 식품에 대한 연구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궁금해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차라리 설탕을 먹는 게 낫다는 말인가? 그건 결코 아닙니다. 제로(대체당)이 무조건 설탕을 먹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설탕은 그 자체로 지방으로 축적되고 혈당을 올립니다. 따라서 대체감미료가 설탕보다 낫지만 그렇다고 100% 안심만 할 순 없다, 이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될 듯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지금은 제로 먹습니다. 먹는데, 결과를 눈으로 보고 나니까 지난 여름에 덥다고 제로 아이스크림 7~8개씩 먹었을 때처럼은 못 먹겠더라고요. 사실 저는 이런 실험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유지를 하고 있는 '유지어터' 분들은 너무 기피하고 꺼리고 금기시하지 않고 가끔씩 제로 드셔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은 강박이거든요. 너무 강박을 갖지 않고 하는 게 다이어트 성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이 얘기하고 있는 만큼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제로 식품을 출출함을 달래는 용도로 좀 드셔도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단, 체중을 빼야 하는 '다이어터' 분들은 제로 식품도 딱 끊어보는 게 확실히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제 몸이 모든 분에게 일반화될 수는 없겠지만 다이어트를 하시거나 유지하시려는 분들 또는 운동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십칩 교체를 받기 위해 SKT 대리점마다 긴 줄이 늘어섰지만 여전히 못 받은 가입자가 더 많습니다. SKT는 교체용 유심은 없다면서도 신규가입용 유심을 따로 저장해 놓다가 소비자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현재 SKT의 신규가입을 중단시킨 상태입니다. 이번 해킹 사태가 이처럼 더욱 심각한 이유는 이번에 SKT가 털린 서버가 HSS라는 가장 민감한 유심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서버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보안 전문가들이 '최악'으로 가정했던 상황이 한국의 SKT에서 벌어진 거예요. '재앙급' 해킹 사건에 대응 방식도 역대 최악 이번에 유출된 유심 정보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확실해 보이는 건 'IMSI' 값이 유출됐을 거라고 추정되고 있어요. IMSI란 국가 식별코드, 통신사 식별 코드, 사용자 식별 코드가 합쳐져 있는, 비유하자면 신분증에 적힌 주민번호 역할을 하는 번호입니다. 그런가 하면 '유심 인증키(Ki)'라는 게 또 있습니다. 우리가 신분증을 제시했을 때 신분증을 낸 사람이 정말 이 신분증의 주인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되잖아요. 여기에 쓰이는 게 '유심 인증키' 값입니다. 이 두 가지가 매칭이 됐을 때 비로소 통신사의 HSS 서버가 아 이게 이 사람이 맞구나라고 인증을 해주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뚫린 게 이런 복잡한 인증을 담당하는 HSS 서버 그 자체이고 특히 충격적인 게 무려 9.7Gb, 책 270만 쪽 분량의 데이터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까지 나왔잖아요. 이 정도면 SKT의 유심 인증 시스템 자체를 털어 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양입니다. 이 정도 양이면 SKT 휴대폰 뿐 아니라 알뜰폰까지도 다 털렸을거란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유심칩을 바꿔도 소용 없다는 얘기도 나오기까지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SKT도 유십보호서비스에 가입하고 유심칩을 교체하면 현재로서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혼란이 거듭되면서 SKT의 AI서비스인 ‘에이닷’ 통화 녹음 기능 대한 불안도 나왔습니다. 에이닷은 통화녹취 기능이 없는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기도 했었죠. 전통적인 방식의 통화 녹취는 녹음 파일이 내 휴대폰에 저장됩니다. 설사 해커가 내 복제폰을 만든다 하더라도 내 휴대폰에 물리적으로 저장 된 파일까지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에이닷을 사용해 녹취를 하면 내 녹음파일이 SKT의 서버로 전송 되고 거기서 이를 속기록 같은 텍스트로 변환시킵니다. 그리고는 AI가 이를 요약합니다. 이후 음성파일은 곧바로 삭제가 되지만, 텍스트로 변환된 녹음파일 요약본은 SKT서버에 6개월 간 남아있습니다. SKT는 당초 이 기록 기간을 1년으로 설정하고, 심지어 이 서버에 누가 드나들었는지 기록을 남기는 장치도 해 놓지 않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이 녹음 요약본의 보관 기간이 6개월입니다. 그런데 만약 내 폰이 복제되거나, 아니면 심스왑을 당하게 된다면 해커가 내 행세를 하면서 SKT 서버에 저장된 통화 내용을 다운로드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SKT는 복제폰이 만들어진다 해도 통화녹음 자료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 기술진의 의견이라고 전해 왔습니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하다보니 일각에서는 유심 바꿔도 소용없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유심도 바꾸시고 유심을 바꾸기 전에는 유심 보호 서비스도 가입하실 것을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일단 당장 내 유심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향후 발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SKT와의 법적 공방에 꼭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뚫릴 수도 있는 게 보안이에요. 이번에 SKT를 해킹한 것으로 알려진 악성 코드가 'BPFDoor'라는 악성 코드로 추정됩니다. 국가기관급 해커들이 사용하는 악성 코드로 잘 알려져 있어요. 게다가 HSS 서버라는 상상도 못 했던 서버가 털렸기 때문에 SKT 안에서 "내부자의 호응도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도 나와요. 이거는 수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될 부분이겠죠. "그러면 SKT도 뭐 뾰족한 수가 없었던 건가. 국가 기관급 해커라며" 이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트렌드마이크로'라는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체가 있는데 이 보안 회사가 이미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서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이 'BPFDoor' 악성 코드에 공격을 당했다고 경고한 적이 있습니다. 분명히 SKT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통신사인 SKT만 KT와 LG유플러스와도 다르게 보안에 들어가는 예산 자체를 유일하게 나 홀로 줄였습니다. 가입자 수에 대비해 봐도 KT나 LG유플러스보다 SKT가 보안에 쓰는 돈이 훨씬 적어요. 왜 이런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통신 시장 이미 과포화 상태죠. 거기다가 통신 3사가 과점을 하고 있어요. 경쟁도 없고 확장을 해 나갈 여력도 없는 시장입니다. 이러다 보니까 통신사들이 전부 AI 같은 신사업 투자를 늘리면서 전통적인 통신 사업에서는 투자를 줄이고 있거든요. 5G 기지국에 대한 투자를 종료하는 것 같은 게 대표적인 행위죠. 특히나 SKT는 '보안 예산'까지도 같이 줄여버린 거예요. 이러다 보니까 아무리 국가기관급 해커가 해킹을 했다는 게 기정사실화가 된다 하더라도 SKT 쉴드를 쳐주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버린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찾아봤습니다. 가장 먼저 빠른 통지를 해줘야 되고, 얼마나 위험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줘야 되고, 행동 지침을 제공해야 됩니다. 그리고 피해 최소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해야 된다. 이렇게 정리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SKT가 이 중에 얼마나 해당이 되나요? 아무것도 제대로 한 게 없죠. 노약자분들이라거나 아무 대책 없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도 많단 말이에요. 이런 분들을 위해서 고객 보고 대리점 찾아오라고 할 게 아니라 집집마다 유심을 우편으로 보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거든요. 아쉽게도 SKT는 이러한 조치들을 아직까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있으나 마나 한 '과징금'...사업 하기 좋은 여기는 한국 그럼 이런 SKT한테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될까요? 먼저 국가가 때리는 ①과징금이 있고요. ②소비자에게 배상을 해주는 방안이 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미국 사례를 한번 볼게요. 미국 2~3위를 왔다 갔다 하는 '티모빌'이라는 통신사가 있어요. 여기가 5년간 5번이나 해커에게 (개인정보를) 털렸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통신사가 이랬으면 정말 가루가 되게 까였을 텐데 이렇게 털렸어도 유심 정보는 안 털렸다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정부로부터 과징금을 맞았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430억 원 정도를 맞았어요. AT&T라는 통신사는 과징금이 더 적었어요. 미국 기업들이 정부가 과징금을 때리면 로비스트 동원해서 협상을 시작을 합니다. 막 깎아요. 그래서 깎인 금액이 이거인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랑 한번 비교해 볼까요? KT가 2012년과 2014년 불과 2년 차를 두고 870만 명과 98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이 된 사고를 겪었어요. 이때 과징금 합쳐서 15억 7천만 원 받았습니다. LG유플러스는 비교적 최근인 2023년에 30만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는데 과징금 68억 원을 받았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개인 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면서 그나마 KT보다는 과징금을 더 맞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의 과징금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싼 게 사실이에요. SKT가 경쟁사인 KT보다 덜 쓴 보안 예산이 600억 원이 넘잖아요. LG유플러스 과징금 68억 원 기준으로 보면 과징금을 맞아 봤자 이 아낀 금액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뭘 택할까요? 과징금 맞고 말겠죠. 이제 소비자들에게 배상을 해줘야 되는 문제가 남아 있어요. AT&T, 티모빌은 징벌적 배상은 피해 갔습니다. 그러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피해 갔다고 끝났느냐? 아니죠.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피해 가도 '집단 소송'이 남아 있습니다. 집단 소송이란 내가 굳이 참여를 하지 않아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면 자동으로 전부 소송 대상자가 되는 거예요. 내 개인 정보도 유출이 되는 피해를 입었다면 나도 자동적으로 나중에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티모빌이 공교롭게도 SKT 유심 해킹 사고가 터지기 불과 며칠 전에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인한 보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가 7,600만 명인데 배상액이 3억 5천만 달러로 합의됐습니다. 여기에 별도로 1억 5천만 달러를 보안 설비 강화에 투자하겠다, 소비자 후생이죠. 합쳐서 우리 돈으로 한 7천억 원 정도를 소비자를 위해 쓰는 돈으로 내놓고 나서야 이 사태가 끝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KT 유출 사고, 이때 집단 소송에 참여한 사람이 고작 2만 8천 명, 40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전체의 1% 정도도 안 되는 수준이에요. 우리나라 집단 소송은 미국과 같은 집단 소송이 아닙니다. 내가 직접 소송에 참여를 하지 않으면 배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도 대기업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많이 나와요. KT는 실제로 두 유출 사건 모두 배상 책임이 없다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거든요. 참여한 사람도 얼마 안 되는데 배상도 안 해줬습니다. 지금 SKT 집단소송 카페가 생겼다고 하죠. (카페) 가입자가 28일 기준 한 8천 명 정도 되는데 이 8천 명이 집단소송을 하면 '이 8천 명만' 손해배상을 받는 거예요. 나머지 (SKT) 가입자들은 전혀 배상받을 길이 없는 겁니다. 정세진 |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서 보통 배상액이 정신적 손해배상이니까 10만 원 정도 나오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그러면 내가 민사로 승소했을 때 10만 원을 받게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배상액이 작아서) 더 소송할 필요성도 없어지고 내가 직접적으로 참여 의사를 나타내야 되니까 그것도 좀 번거롭고, 그런 문제들이 있을 것 같아요. 위자료처럼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인정하는 금액이 좀 더 늘어나야 되지 않을까? 10만 원, 이걸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이번에 SKT의 배상 금액은 2조 원을 넘어가게 됩니다. 2024년 SKT의 영업이익이 1조 8천억 원이었으니까 번 거 다 토해내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러다 보니까 SKT가 우리나라에 미국과 같은 집단소송 제도가 있었다면 이번 일에서 결코 그냥 빠져나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씁쓸한 거죠. SKT 내부 교육 자료라고 해서 사진이 유출됐는데 "유심 보호 서비스를 권장하는 쪽으로 교육했다"라고 내부에서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심 바꿔주는 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Q. 이것도 대책이라고 나왔을 때부터 어이가 없었던 게 유심 보호 서비스를 꼭 가입해야만 보호해 주는 게 아니라 응당 다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처음 (가입했을 때)부터. 심지어 지금 SKT가 '법꾸라지' 시전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어요.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공지를 보면 이 한 줄이 딱 눈에 띕니다.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유심 불법 복제 피해 사례가 발생할 시 SKT가 100% 책임지겠습니다.' '가입자에 한해'라고 읽혀질 수 있겠죠. 즉 지금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안 해놓은 사람은 나중에 설사 이걸로 문제가 생긴다 해도 책임지지 않겠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에요. 그래서 제가 유심칩도 바꾸고 유심칩 당장 못 바꾸면 유심 보호 서비스라도 가입해라, 이렇게 강하게 말씀드린 겁니다. 나중에 혹시 SKT가 '법꾸라지' 시전을 한다면 그때 나는 당신들이 하라는 대로 다 했음에도 피해를 입었다고 증명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유출된 유심 정보가 개인 정보로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무슨 소리냐?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이 2023년에 개정됐는데 그 이전에는 과징금이 잘못한 해당 행위로 벌어들인 돈의 3%였었어요. 그거를 전체 매출의 3%까지 때릴 수 있다고 2023년에 개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SKT의 전년도 매출액이 17조 원이었어요. 여기에 3%면 우리나라 법으로도 5100억 원까지 부과가 가능합니다. 근데 이렇게 안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너무 크다 보니까 SKT 입장에서 불안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SKT가 사건 터진 초기부터 계속해서 강조하는 게 이름이나 주민번호, 집 주소는 안 털렸다고 강조하거든요. 이래버리면 개인정보보호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거죠. Q. 유심 정보가 개인 정보가 아니라고 확실히 또 규정한 것도 없잖아요. 이런 일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유심 정보를 개인 정보로 볼 것이냐, 아마 이게 향후 법정 공방으로 가게 될 경우에 또 하나의 법적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피해가 커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이런 의혹이 일지 않게 정말 최선을 다해서 회사 문을 닫을 각오로 사태 수습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Q. 근데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갈아탄다고 내 정보 안 털린다는 보장이 있나요? 적어도 거기는 유심 정보는 안 털렸으니까요.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존에 국가에 매겼던 상호 관세, 이 당시에 '관세가 좀 싼 나라로 옮겨갈까' 각을 재봤던 기업들의 추가 생산 라인 조절이라는 카드는 이제 완전히 원천 봉쇄가 돼버렸습니다. 미국으로 생산 라인을 옮기든가, 관세를 그냥 맞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러트닉 장관도 미국에서 품목별 관세를 얘기를 하면서 "생산 라인을 반드시 미국으로 가져와야 된다"라고 강조했거든요. 하워드 러트닉 ㅣ 미국 상무부 장관 (2025년 04월 13일 ABC뉴스) 모든 전자 기기들은 반도체 범주에 포함될 것이고, 그 제품들이 미국 내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세가 부과될 겁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이런 것들이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삼성뿐 아니라 다른 이런 IT 기업들도 생산 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일은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현대차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굉장히 급격하게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경쟁사였던 토요타 같은 일본 회사나 '독삼사' 같은 회사들에 비해 미국 내 제조 라인이 확연히 부족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제조 라인을 늘리려고 했는데 관세를 명분으로 세워서 큰 그림을 그렸다라고 지난번에 말씀 말씀드렸었는데 삼성 같은 경우는 완전히 상황이 다릅니다. 삼성의 경쟁사들을 한번 볼까요? 반도체 같은 경우는 타이완의 TSMC와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가 있습니다. 휴대폰 같은 경우는 애플이 있죠. 컴퓨터 같은 경우는 델이나 HP 같은 그룹이 있습니다. 이런 그룹들, 공장을 미국에 갖고 있는 데가 많지 않은 상황인 겁니다. 반도체, 전자제품 전부 다 품목별 관세 매겨버리죠. 삼성만 가격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경쟁사들이 똑같이 가격이 올라가게 돼요. 관세로 인해서 삼성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받아 불이익이 지금으로선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삼성이 미국에 돈을 들여서 생산 라인을 옮긴다?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이죠. 대미 파운드리 공장 투자, 두 회사 '희비' 갈렸다 애당초 이런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국에다가 생산 공장을 짓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동차 같은 경우는 현대차가 조지아에 '메타 플랜트'라고 해서 인력을 대규모로 AI와 로봇으로 대체한 공장을 지었잖아요. 로봇 팔이 용접을 해도 괜찮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은 1~2mm만 오차가 나도 바로 눈에 띕니다. 반도체로 내려가면 나노 단위까지 오차의 허용 범위가 들어가 버려요. 이러다 보니까 물건이 작아질수록 굉장히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데 로봇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언정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를 할 수는 없습니다. 즉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에요. 이러다 보니까 손재주 좋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나 아시아 쪽에 이런 기업들의 생산 공장이 몰려 있는 겁니다. 애플이 '중국에 관세 매기더라도 우리는 좀 면제해 주세요'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를 하면서 미국에 700조 원 넘는 투자를 약속했거든요. 제조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한 게 아닙니다. R&D 공장을 늘리겠다고 약속을 했던 거거든요. 거기다가 자동차는 운송비가 많이 나가거든요. 크고 무겁잖아요. 아시아에서 만들어서 미국으로 가는 게 돈이 많이 드는데 핸드폰이나 반도체 같은 거는 운송비에 부담이 크게 없어요. 그리고 반도체는 이미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분업화가 다 끝난 상황입니다. 국가별로 복잡하게 생산망이 얽혀 있기 때문에 인프라가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은 미국에 이걸 전부 다 뜯어서 옮겨간다는 거는 굉장히 큰 부담이다. 그냥 아시아에 계속 유지를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각국의 IT 기업들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근데 삼성은 이미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이 있잖아요. 그렇죠. 바이든 행정부 때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지금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TSMC도 지금 미국 애리조나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거든요. 이 반도체 공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공장입니다. 바이든이 삼성에게 47억 달러의 보조금(반도체법 · CHIPS Act)을 주는 걸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이 보조금을 받더라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더 손해라는 얘기가 당시에도 계속 나왔습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거를 최종 조립하는 공장은 무조건 아시아에 있다고 했잖아요. 파운드리 공장이 미국에 있으면 여기서 반도체를 만든 다음에 아시아로 가져와서 이걸 조립을 한 다음에 다시 완성품을 미국으로 가져가야 됩니다. 거기에다가 인건비도 비싸다고 했잖아요. 정말 비효율의 극치죠. 그런데 지금 트럼프는 이 보조금조차도 안 주겠다고 하잖아요. 삼성으로선 정말 환장할 노릇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들어간 데에는 이 두 회사가 각각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어요. TSMC 같은 경우는 생산 시설을 금전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분산시켜 놓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중국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선엽 ㅣ 신한투자증권 이사 나중에 미중 간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제일 문제가 반도체 생산을 어디서 해 줄 거냐.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와 관련해서 이런 것들이 걱정거리인 건데 이와 관련해서 나름대로 어떤 보호장치라고 해야 되나요? 보험 정도. 중국이 언제 타이완을 침공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 TSMC 공장이 전부 다 타이완에 몰려 있으면 중국에게 그대로 흡수당하겠죠. 이걸 막기 위해서 이 정도의 시설 분산 투자 정도는 필요했다라고 판단했던 거예요. 반면에 삼성은 수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외부 요인이 크지 않습니다. 어쨌든 삼성이 미국을 주무대로 글로벌 사업을 하고 있고 대한민국 입장에서도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미국에 팔아야 할 다른 산업들도 많다 보니까 대승적인 차원에서 미국에 상징적으로 공장 하나 정도는 지어놔야겠다고 가서 짓기는 한 거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적인 이유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파운드리는 고객들의 맞춤형 반도체입니다. 선 주문을 받고 그 고객이 준 설계도대로 만들어주는 게 파운드리거든요. 사업을 수주한 다음에 그걸 만들기 위한 공장을 짓는 형태가 파운드리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최첨단 공정으로 오면 90% 이상을 TSMC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IT 업체가 TSMC에 파운드리 제조를 맡기고 있기 때문에 이들 본사가 있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도 투자 리스크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에 삼성 같은 경우는 파운드리가 말 그대로 죽을 쑤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큰 고객이 삼성 자신들이었거든요. 이번에 갤럭시 S25부터 삼성 파운드리를 쓰지 않았잖아요. 투자로서 봤을 때의 리스크도 삼성이 TSMC에 비해서 훨씬 높은 상황인 거죠. '카드'가 없는 삼성...방법은 이것뿐? 트럼프가 그럼 과연 도대체 반도체 업계에 뭘 더 바라서 계속 관세 고집을 피우나? 이에 대해서 이렇게 분석을 합니다. 이선엽 ㅣ 신한투자증권 이사 사실 삼성 입장에서 추가적으로 여기에 재원을 투자한다는 것도 무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뭔가 삼성한테 추가적인 투자를 원한다 이런 그림은 아니라고 보여지고요. 지금 미국이 재원이 굉장히 많이 부족하고 재정 적자가 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보조금을 주지 않고 공장을 유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 거라고 보이고, 아마 반도체 보조금 관련 협상에서 트럼프가 유리한 협상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압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반도체) 보조금 안 주겠다고 해봤자 '반도체법'은 대통령 행정명령이 아니라 미국에서 정식으로 통과된 법안이기 때문에 트럼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트럼프가 자기가 말한 걸 지키기 위해서 이들이 스스로 '보조금 안 받아도 돼요. 아예 안 주셔도 됩니다' 이런 상황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런데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이 파운드리 공장이라고 했잖아요. 근데 사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입니다. 파운드리는 더 이상 쥐어 짤 게 없으니까 트럼프가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미국으로 가지고 들어오라고 하는 게 아닌가 궁금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이 자국 내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산업군 리스트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아요. 미국이 반드시 미국 안에 내재화해야 된다고 우선순위를 매겨 놓은 리스트가 대표적인 게 자동차, 제철, 제약, 반도체. 반도체 중에서는 파운드리예요. 파운드리는 AI, 방산, 우주 산업 같은 게 고도로 발전할수록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산업이라서 미국이 안보 측면에서라도 반드시 미국 내에 들여와야 하는 산업군인 반면에 메모리 반도체(D램, HBM 등)는 삼성이 아니더라도 만드는 업체가 많습니다. 부가가치도 파운드리에 비해서 좀 더 낮아요. 차라리 가격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는 게 미국 기업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입니다. Q. 그러면 삼성이 트럼프가 압박해 올 때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지금 뭐가 있어요? 사실 없습니다. 다만 삼성이 할 수 있는 카드는 '예, 예' 비위를 맞춰주면서 최대한 돈 투입은 늦추는 식으로 버티는 거예요. 이미 바이든 행정부 말기 때부터 (삼성이) 투자를 계속 늦추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어요. 텍사스 공장을 지으면서 여기에 4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가 370억 달러로 투자금을 낮췄어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라고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때 필요한 반도체 장비가 있는데 이것도 지금 수령을 계속 미루고 있어요. 게다가 삼성이 우리나라에 거액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거든요. 평택에 짓기로 했던 파운드리 공장들, 원래 6개 캠퍼스를 짓기로 했는데 현재 3개만 가동 중이고, 다섯 번째 캠퍼스부터는 공장 건설이 아예 중단되어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약속한 투자를 다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트럼프 4년 내내 이렇게 가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이선엽 ㅣ 신한투자증권 이사 반도체는 관세로 인한 이득도 손해도 크지 않은 산업입니다. 최근에 반도체 주들이 하락한 건 관세 때문이라기보다 관세 부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로 간다는 우려 때문에 소비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삼성이 지금 말씀드린 여러 가지 이유로 관세 자체보다는 다른 게 더 걱정이라는 얘기가 나와요. '중국의 봉쇄망이 풀리면서 반도체 산업이 다 따라 잡히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가 실제 삼성에서는 더 크게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중국을 기술 경쟁자로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칩4 동맹' 등으로 주변국들과 동맹을 탄탄히 하면서 중국을 굉장히 봉쇄를 했잖아요. 트럼프는 중국을 무역 적자를 내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해서 통 큰 협상을 해버린다면 트럼프도 뭔가 양보하는데 실제로 동맹이 약해지면서 네덜란드의 ASML(세계 최고 EUV 노광장비 생산업체)의 태도 변화가 보이고 있죠. 바이든 행정부 당시에는 중국에는 절대 자사 장비를 팔지 않겠다고 국가 차원에서 수출을 막고 있었는데 최근 수출 리스트에 중국 공장이 하나둘 들어오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요. 동맹이 흔들리면서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확 커버리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 자체적으로는 미국 관세에 대응해야 되고 쫓아오는 중국에 대응해야 되는 이중고를 맞이하고 있다. 현대차와는 상당히 다른 처지에 놓여 있는 게 삼성이라는 분석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또 기록을 세웠습니다. 1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겁니다. 영업이익률이 42%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 TSMC에 맞먹고, 영업이익은 7조 4천억 원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전망을 1조 원이나 뛰어넘었습니다. 바야흐로 SK하이닉스 전성시대인데, 정작 이런 실적이 발표된 당일 하이닉스의 주가는 떨어졌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한국의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은? 아마 현시점 기준 HBM이라는 반도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 세계 AI 시장에서 HBM은 반드시 필요한 필수 반도체입니다. 이걸 한국의 SK하이닉스가 반독점 형태로 공급하고 있거든요. SK하이닉스가 HBM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를 독점적으로 공급했던 게 한미반도체입니다. 독점과 독점 업체의 만남,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우군이었죠. 그런데 이 관계가 급격하게 틀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HBM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짝 설명하면, D램이라는 메모리 반도체를 아파트처럼 위로 차곡차곡 쌓는 겁니다. 이게 제조 기술이 상당히 필요해서 아직 삼성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잖아요. 이러다 보니까 이걸 만드는 장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장비를 TC본더라고 부르는데, 붙이는 장비라는 뜻이죠. D램을 위로 쌓아주고, 이걸 열이나 압력을 가해서 붙여주고, 이 과정에서 나노미터 정도의 흐트러짐조차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걸 잡아주는 역할까지 하는 장비입니다. SK하이닉스가 2016년경에 HBM을 처음 연구 개발하고 생산을 하는 모든 과정을 한미반도체가 개발한 TC본더와 함께 했어요. 사실상 전 세계 HBM의 대부분은 한미반도체 장비로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사실상 전 세계 HBM의 장비 시장의 65%를 지금도 한미반도체가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한미반도체가 단독으로 장비를 납품하던 이 시스템이 올들어 깨지게 됩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 TC본더를 공급받으면서부터예요. 영원한 건 절대 없어...'독점' 같은 소린 집어 쳐(?) 지난 3월에는 210억 원씩 2번 계약을 (추가로) 하거든요. 불과 2주 차이를 두고 연달아서 계약이 두 번 이루어집니다. 이건 누가 봐도 SK하이닉스가 앞으로는 한화세미텍에 더 무게를 실어주겠다고 해석을 할 수 있겠죠. 지난달에 나온 한미반도체의 보도 자료를 한번 볼까요.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 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 '너희는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악담, 독설을 보도 자료로 낸 겁니다. 저는 사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기업이 이런 식의 보도자료를 낸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는데, 1차 계약이 됐을 때까지도 참았던 한미반도체가 2차 계약이 딱 되고 나니까 지금까지 후발 주자였던 한화로 향했던 분노의 화살이 곧바로 자신의 우군이었던 SK하이닉스로 옮겨가면서 "25% 장비 비용을 올리겠다"라고 통보를 했고요.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TC본더라는 장비를 유지하고 보수하고 AS 해주던 CS팀을 전원 철수시켜 버렸습니다. 지난해 9월에 나온 한미반도체 보도 자료만 보더라도 'VVIP 고객사 하이닉스 전담 AS팀 만들었다' 이런 내용이 있거든요. 근데 1년도 안 돼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얼마나 심각하고 이례적인 일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한미반도체의 예상치 못했던 강경 대응에 SK하이닉스도 상당히 놀라는 모양새예요. 왜냐하면 곧바로 한미 반도체를 찾아가서 물밑 협상에 들어갔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지금 AI 업체의 활황으로 HBM 반도체에 대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라는 게 워낙 섬세하고 예민해서 계속 손을 봐줘야 되기 때문에 CS 인력이 전원 철수를 하게 되면 지금 당장 생산 라인이 멈출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이러다 보니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게 SK하이닉스가 직면한 첫 번째 문제고요. 한미반도체 매출의 60%가 SK하이닉스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 사태가 장기화되는 건 한미반도체에도 결코 좋은 게 아니에요. 이렇게 양사 모두에게 좋을 게 없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례적인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이 사실은 SK하이닉스가 또 다른 공급처를 찾으면서잖아요. 근데 사실 SK하이닉스 정도 규모의 반도체 회사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라도 장비 업체도 여러 군데로 넓혀가는 게 굉장히 통상적입니다. 한미반도체도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만 납품하고 있지 않아요. 미국의 경쟁사인 마이크론에도 납품하기 시작을 했거든요.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아니,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에 납품하는데 우리는 다른 벤더사 거래하면 안 돼?' 이런 볼멘소리도 나오는데, 왜 이렇게 한미반도체는 이번 SK하이닉스의 행보에 분노를 하고 있는 걸까요? 한미반도체 주식은 개미들이 많이 몰려있는 대표적인 중소형 기술주로 꼽힙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행보는 한미반도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해 6월에 한미반도체 주가가 올라가면서 시가총액이 16조 원을 넘어서 피크를 찍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3월에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에서도 장비를 납품받기 시작을 했다고 했잖아요. 이 이후에 한때 6조 원대까지 떨어졌어요. 1년도 안 돼서 시총이 10조 원이 빠진 겁니다. 주가가 이렇게 쭉 빠진 게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이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반도체 전반의 업황 등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어요. 하지만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런 행보가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리는, 어떻게 보면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는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한미반도체가 주가 방어를 위해서 굉장히 긴밀하게 뛴 사례들이 있는데 올해 3월에 한국 주식시장의 공매도가 재개되기 이전에 실적 공시가 아니라 실적 전망을 공시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적이 있었어요. 이때 공시에 가장 주된 내용이 "해외 고객사 비중이 90%였다"라는 거였거든요. 하이닉스 아니어도 우리는 끄떡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계속해서 던진 거예요. 이 무렵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자기 돈 30억 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내돈내산' 할 만큼 우리 주식 끄떡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내보인 행보로 해석이 됐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한미반도체에게는 주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은 이게 본론인데요.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얘기가 나와요. 기술 유출 문제입니다. 2011년에 한미반도체가 당시 자신들의 장비를 납품하고 있던 삼성전자를 상대로 '기술 탈취'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 소송에서 한미반도체가 다 이겼어요. 인정이 된 거죠. 삼성전자가 이때만 하더라도 공급처에게 소송당한 일이 거의 없는 일이다 보니까 굉장히 분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와의 거래를 거의 다 끊었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한미반도체의 창업주가 극대노를 했다고 합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삼성전자와 거래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라는 유훈을 남겼다는 '썰'도 굉장히 유명하죠. 그런데 최근에 한미반도체 장비를 쓰지 않고 있는 삼성전자만 아직 HBM 분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굉장히 헤매고 있잖아요. 이러다 보니까 한미반도체가 통쾌하게 복수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한미반도체가 자사 기술 보완에 굉장히 예민한 기업인데 지금 한화세미텍하고 기술 유출 건을 놓고 또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어요. 2021년에 한미반도체의 직원이 한화세미텍으로 이적한 후에 한미반도체 측에서는 "우리 기술을 유출했다"고 2개의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 중에서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은 지금 1심, 2심 모두 한미반도체가 이겼어요. 이런 상황에서 하필이면 그 한화세미텍의 장비를 영원한 우군일 줄 알았던 SK하이닉스가 수주를 했다? 거기다 물량을 계속해서 늘려간다? 게다가 신설 공정에는 한화세미텍의 TC본더로만 채울 수도 있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는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견 기업이 대기업에게 기술을 탈취당하지 않고 계속해서 지켜 나갈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자존심의 문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공급망 다변화한 게 그렇게 나쁩니까?" 사실 SK 하이닉스는 일찌감치부터 한미반도체와 헤어질 결심을 했던 것으로 보여요. 지금 나오고 있는 HBM의 가장 최선단 버전이 HBM3E입니다. 올해 연말쯤부터 이다음 단계인 HBM4를 양산할 거라고 각 회사들이 계획을 내놓고 있거든요. HBM4는 D램을 쌓아서 붙이는 방식이 지금과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라고 하는데, 이 새로운 공정을 하려면 장비도 새로운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차세대 HBM4를 만들기 위한 장비를 각 사들이 개발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한화세미텍을 차세대 공정 장비 연구 파트너로 선정했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한미반도체는 대충 눈치챘을 거예요. SK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근데 마침 이때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의 기술을 다 따라오면서 엔비디아에 본격적으로 납품하기 시작을 했거든요. 한미반도체 장비를 구매해 줄 기업이 나타난 거예요. 이러다 보니까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도 마이크론과 파트너십을 더 공고히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게 궁금했어요. '지금까지 정말 손발이 잘 맞았던 한미 반도체를 제외하고 굳이 차세대 기술까지도 다른 회사랑 해야 할까? 한화가 그렇게 기술력이 뛰어난가?' 그래서 물어봤는데 'SK하이닉스의 구매팀이 한미반도체 실적을 보고 화가 났다. 이 돈 다 우리한테 벌어가는 거 아니야? 이참에 벤더사를 늘려야겠다라는 결정을 했다' 이런 얘기도 나온다는 얘기를 업계 관계자에게 들었습니다. Q. SK하이닉스는 본인들도 최고 실적을 낸 마당에 한미반도체 실적이 좋은 게 왜 화가 날 일인가? 물론 화가 날 일은 아니죠. 아니, 남 돈 잘 버는 게 뭐 화가 날 일이야? 그런데 어떻게 해석해 볼 수 있냐 하면, 무조건 사 오는 단가를 낮추는 임무를 부여받는 곳이 구매팀입니다. 경쟁을 붙여서 가격을 깎아보겠다는 의도가 굉장히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다가 이것도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인데 한미반도체는 앞서 삼성과의 갈등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슈퍼 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회사거든요. 대체 장비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슈퍼 을'에 너무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SK하이닉스 내부에서 나왔던 것 같아요. Q. 한미반도체가 8년 동안 SK하이닉스에 제공하는 TC 본더 가격을 동결했다고 들었거든요. 납품업체는 그냥 ‘을’이라서 “네네”하고 따라주기만 해야 한다는 건지.. 이게 그래서 어떻게 풀려 나갈지가 굉장히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부분이에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국이 주도해 오던 HBM의 기술력이 미국으로 분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차세대 HBM4 공정 장비를 한미반도체는 스스로 연구 개발하고 있는데 파트너사가 필요할 거 아니에요? 아직까지는 공식화되고 있지 않지만 아마 마이크론하고 파트너십을 맺지 않겠냐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 그리고 한미반도체와 미국의 마이크론, 이렇게 양강 구도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일이 불거진 후에 한미반도체 주가가 갑자기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틀어지면 한미반도체가 정말 오랜만에 삼성하고 다시 손잡는 거 아니야'라는 기대가 나왔거든요. 여기서 삼성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삼성은 사실 지금 이 판에 끼지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삼성에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혹시 한미반도체랑 다시 일할 생각 있는지" 물어봤더니 "TC본더는 우리도 만들고 신카와(일본) 것도 쓰고 있어서 굳이 그럴 일은 없다"고 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 모르는 거죠. 삼성이 제대로 된 HBM 납품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TC본더라는 장비 기술력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한미반도체 제품을 납품받을 수만 있다면 나쁠 거 없어요. 나쁠 거 없는 게 아니라 천군만마를 얻는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까 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굉장히 궁금한 상황입니다. 한미반도체는 지금까지 이른바 극약 처방이라고 보이는 일까지 하면서 기업을 지켜온 강력한 중견 기업입니다. 이번에 SK 반도체와의 이 일이 또 한 번 신의 한 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자충수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지금 거의 패권을 쥐고 있는 HBM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지금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AI GPU 시장에서는 HBM이 필수지만 이게 너무 비싸다 보니까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거든요. 중국의 딥시크가 나온 이후로는 이런 움직임이 가속이 되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모든 반도체 산업이 지금 HBM 하나에 올인을 하고 있죠. 정말 중요한 파운드리 같은 건 제대로 진입을 못하고 있잖아요. 만약에 HBM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쪼그라들 경우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모두가 윈윈 하는 쪽으로 해결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