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통일외교팀 홍영재 기자입니다.
미국의 '3대 최종병기'이자 '3대 핵전력'으로 불리는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이 42년 만에 한국에 기항했습니다. 전략핵잠수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폭격기와 더불어 미국의 3대 핵 전력중 하나입니다. SBS가 한국 언론 최초로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의 내부를 취재해 독점 공개합니다. 컨트롤 룸 : 24시간 핵발사 명령 대기 SBS 취재진에 가장 먼저 공개된 곳, 켄터키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컨트롤 룸입니다. 잠수함이 상승할지 하강할지, 부력과 방향, 속도를 결정하는 곳입니다. 은밀성이 생명인 잠수함의 대표 장비죠. 외부 위협요소를 탐지하고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음파탐지기, 소나를 조종하는 곳도 바로 이곳입니다. 전 세계 인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가진 공간이기도 합니다. 엠버 코완|켄터키함 부함장(소령) 우리의 안테나는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어떤 전략적 메시지라도 하달받을 준비가 돼 있는 것입니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에 하나 미국 대통령이 핵 버튼을 정말 누르겠다고 결심한다면 그 명령을 하달받고 또 실행하는 공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히로시마 1600배... 핵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 2’ 켄터키함이 탑재할 수 있는 핵탄도미사일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들고 있는 삼지창이라는 뜻의 트라이던트 2입니다. 켄터키함 갑판엔 24개의 덮개가 덮여져 있습니다. 1번부터 24번까지 숫자가 적혀있는데 트라이던트2 미사일이 실제 장착되고 발사되는 공간입니다. SBS 기자 저희가 수직 발사시스템 바로 위에 서 있는 것이죠? 크리스 캐버나|미 해군 7잠수함전단장(준장) 네. 미사일관 중 한 곳에 서 있는 것입니다. 트라이던트 2에는 핵탄두를 14개까지 실을 수 있는데 최대 사정거리가 1만 2000km에 달합니다. 서울에서 미국 LA까지 비행거리가 대략 1만 1300km니까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 캐버나|미 해군 7잠수함전단장(준장) 각각의 미사일은 여러 표적을 겨냥하는 탄두를 실을 수 있습니다. 4천 해리(7,360km)까지 닿을 수 있습니다. 전략핵잠수함이 미사일 24발을 모두 장착하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60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집니다. 실제론 전략무기 감축협정으로 20개까지 실을 수 있는데요. 20개가 됐든 24개가 됐든, 잠수함 한 척으로 국가 하나 정도는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막강한 파괴력을 가지는 겁니다. 켄터키 함장은 다만 핵탄두를 싣고 왔느냐는 SBS의 질문엔 NCND, 원론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랜디 파이크|켄터키함장(중령) 우리는 항상 전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켄터키함의) 핵무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해 드릴 수 없습니다. 모호한 답변, 이유는 있습니다.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억제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원칙입니다. 핵이 실제로 있고 없는지를 때마다 확인해 주는 건 역설적으로 전략핵잠수함의 가치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것이 무엇이든 명령을 이행할 준비는 항상 되어 있다는 설명입니다. 엠버 코완|켄터키함 부함장(소령) 우리는 시스템을 적절히 변경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함과 함께 명령이 내려지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머리맡에 핵미사일... 승조원 침실 켄터키함의 승조원들은 크게 두 팀, 골드와 블루 팀으로 나뉩니다. 교대로 작전에 나서는데 통상적으로는 70일 주기로 교대합니다. 취재진이 만난 이들은 골드팀,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서 자란 기억이 있는 한국계 승조원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벤 리|켄터키함 승조원(중위) 어머니께도 이곳에 온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을 아시면 매우 자랑스러워하시고, 또 기뻐하실 겁니다. 엠버 코완 부함장은 미 해군이 여군에 잠수함을 개방했을 당시 처음 그 장벽을 넘어선 인물이란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랜디 파이크|켄터키함장(중령) 여성이 잠수함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약 10년 정도 됐죠. 이 잠수함에도 여성이 간부로서 탑승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미 해군 잠수함에서 복무한 최초의 여성 중 한 명입니다. 매우 성공적입니다. 이들이 숨 쉬고 먹고 잠드는 일상의 공간은 모두 트라이던트 2 미사일과 거의 붙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표현 그대로 핵탄두를 머리에 이고 사는 셈이죠. 치미 제이콧|미 7잠수함전대 대장(대령) 미사일 바로 옆에서 자고 있다는 것은 거의 잊어버리게 되죠. 돌아보시면 거대한 관이 있는데 그 안에 전부 미사일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햇빛도 볼 수 없는 쉽지 않은 잠수함 생활이지만 소소한 일상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벤 리|켄터키함 승조원(중위) 승함을 위해 매우 길고 탄탄한 훈련을 해야 했습니다. 6개월 정도 됐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음식이 훨씬 더 맛있습니다. (어떤 메뉴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매주 일요일에 나오는 칙필레 샌드위치(미국의 유명 치킨버거)요. 들렀다만 갔다?... 켄터키함 기항 진짜 의미는 그런데 이번 기항의 효과, 사실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북 억제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부산에서 평양까지는 기껏해야 550km, 실제 상황에서 공격, 방어 여부만 따진다면 한국을 찾는 것은 비효율적인 게 사실입니다. 굳이 찾지 않더라도 타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40년 이상 한반도를 찾은 적이 없던 핵잠수함이란 점에서 북한이 거칠게 반발할 것은 너무도 명백한 수순이었죠. 실제로 북한은 국방상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핵잠 전개는 자신들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한다며 위협 수위를 높인 상탭니다. 차두현|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얘기는 자기네들이 이거 계속하면 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받아치는 거죠. 그런데 바로 이런 상황 자체가 북한도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거죠. 전략핵잠수함의 특성상 중국과 러시아까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역효과가 더 크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미국도 대중 견제 포석도 있다는 시각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고 있죠. 크리스 캐바나 | 미 해군 7잠수함전단장(준장) 어떤 적에 대해서도 해저에서 대항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확신합니다. (중국, 러시아, 북한을 전부 포함해서 자신있나요?) 어떤 적이든 자신 있습니다. 이번 기항 자체가 워낙 특이한 사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켄터키함 측은 내부를 공개했지만 직전 동선과 직후 동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은닉성을 기반으로 하는 잠수함의 운영 원칙을 재확인한 건데 그만큼 부산항에 공개적으로 들어온 것 자체가 메시지라는 겁니다. 어떤 메시지인지는 켄터키함 기항 사실이 공개된 날짜를 따져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한미가 핵협의그룹, NCG를 출범시킨 날이었죠.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약속을 담은 ‘워싱턴 선언’의 결과물이 바로 NCG와 이 전략핵잠수함 전갭니다. 결국 대북 압박,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견제 목적도 있지만요. 한국을 향한 확장억제 약속 의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커 보입니다. 확장억제의 개념은 동맹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미국이 켄터키함과 같은 핵무기도 테이블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핵 억제 능력을 보장해 주고, 스스로 핵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죠. 켄터키함은 기항 기간 한국과 연합훈련에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해역에서 그 모습을 공개하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메시지가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는가” 1961년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케네디 미국 대통령에게 던진 유명한 질문이죠. 한국 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핵무장 주장까지 제기되자, 외신들은 이걸 한국판 드골의 의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국이 이번 조치는 그 의심, 걷어내란 메시지나 다름없습니다.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켄터키함을 이곳 부산으로 기항하게 한 워싱턴 선언은 한국의 NPT 의무 준수가 그 전젭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이슈를 정밀 타격하듯 풀어드리는 벙커버스터입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만남을 가졌죠. 트럼프와 김정은의 첫 악수는 그 자체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과연 두 정상의 만남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안보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다음 해 연이어 열린 2차 회담은 끝내 결렬됐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동아시아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과 북한 핵개발 등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카펠라 호텔에서 약 7KM 떨어진 한 호텔에선 한국과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의 국방 장관이 한 곳에 모이는 국제 행사가 열렸습니다. 美·中 어색한 악수가 끝 "만나자" vs "안 만난다" 바로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입니다. 샹그릴라 대화라고도 불리는 아시아안보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안보 수장들이 모여 주제별 연설을 하고 또 서로 만나 주요 회담을 하는 행사입니다. 이 회의장에서 가장 어색한 국가 둘을 꼽으라면 단연코 미국과 중국일 겁니다. 샹그릴라 대화 첫날 미중 국방장관이 개막 만찬에서 악수하는 장면조차도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다소 어색하기까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미국 오스틴 국방장관은 다음날 연설에서 악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중국을 겨냥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 미 국방장관 언제든지 대화의 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 순간순간이 대화의 적기입니다. 바로 지금이 대화의 적기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진심 어린 악수를 하는 것은 실질적인 약속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중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은 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를 어지럽히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리상푸 | 중 국방부장 누가 지역 평화를 방해하고 있습니까? 혼돈과 불안정의 근본 원인은 무엇입니까? 샹그릴라 대화에 모인 김에 만나자는 미 국방장관의 제안을 중국 국방부장은 거절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의 '동맹 구애' vs 직격탄 맞은 중국 샹그릴라 대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와 영국 프랑스 등 유럽까지 39개국이 참가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 회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참가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으로 활용했죠. 미국은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단일대오를 만드는 게 미국의 목표이기 때문이죠.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 국방장관이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하고 있는 개념은 통합 억제입니다. 인도·태평양을 하나의 전구(戰區)로 만든 거죠. 태평양의 핵심 미국 동맹국가나 그런 모든 전력들을 다 같이 합쳐서 그걸 이제 '승수 효과'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 해서 기존의 억제 태세, 대비 태세를 훨씬 더 증가시킨다는… 반면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타이완 문제에 외세는 개입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타이완 해협에 대한 상호 존중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정작 인접 국가로부터 앞뒤가 다르다며 면박을 당하기도 했죠. 제이 트리스탄 타리엘라 | 필리핀 해안경비대 참모차장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에 묻습니다.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단순 조업을 하던 필리핀 어부들이 중국 해안경비대로부터 위협을 받고 쫓겨났습니다. 이는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중국은 대화를 이야기하는 동안 중국의 행동은 대립을 보여줍니다. 도대체 왜 중국의 말과 행동은 다른 겁니까? 샹그릴라 대화에선 연설에 나선 미중 국방장관에게 타이완 해협을 둘러싼 질문이 쏟아졌는데, 양측은 해묵은 갈등 상황을 반영하듯 상대를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정찰 풍선'부터 시작된 갈등..다른 시그널도?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신경전은 올해 초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지난 2월 미국이 자국 영토 상공에 떠있던 무인 풍선을 세계 최고 전투기로 불리는 F-22를 띄워 격추했죠. 5월 말 남중국해에선 중국 전투기가 미국 정찰기에 120m 근처까지 접근하며 위협 비행한 영상을 미국이 공개했죠. 얼마 전엔 타이완해협에서 중국 군함이 미국 군함 코 앞을 가로지르기도 했습니다. 마상윤 |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중국 배가 오고 미국 배가 가고 그러면서 또 거의 의도적으로 기싸움을 하고 하면서 부딪칠 뻔하고. 이런 사고들 가능성이 있고 하니까. 그런데 우발적인 사고를 과거에는 서로 그런 걸 피하려고들 했거든요. 그런 방지책을 위한 메커니즘 같은 것도 만들어 놓고 근데 이제는 그게 잘 안 지켜지는 상황이 돼 버렸어요. 그런데 대화 없이 군사적 긴장감만 배가되던 미중 관계에 다른 시그널도 보입니다. 5월 초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났고,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도 회담을 가졌습니다. 최소한의 소통 창구는 열어놓겠다는 겁니다. 마상윤 |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채널이 없어서 지금 그걸 다시 구축을 하겠다는 거고요. 충돌이 커질 수가 있으니까 그런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하더라도 우리 서로 이게 뭔지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으면 문제도 제기하고 내 의도는 이런 거다. 이런 걸 좀 밝혀가면서 할 수 있게끔 하는 그런 소통채널을 만들자…. 미국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건 아닙니다. 지난 4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 추구한다는 새로운 표현을 언급했습니다. 디커플링(De-coupling) VS 디리스킹(De-risking) 대중국 전략에서 디리스킹이란 표현이 처음 나온 곳은 유럽이었습니다. 희토류 리튬 등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중국과의 모든 교류를 단절할 수 없지 않느냐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한 거죠. 중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미국은 유럽과 상황이 많이 다르죠.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디리스킹'을 한 국가에 대한 의존을 넘어선 탄력적 공급망 확보, 군사용 최첨단 기술 보호, 그리고 자국 산업 원천에 대한 투자로 정의합니다. 그러니까 대중국 리스크를 군사, 경제, 산업 등 전 분야에서 줄이겠다는 건데 '디리스킹'이란 개념을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차용했다는 평갑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중국과 경쟁이 계속되고 특히 (설리번이) 세 번째 얘기한 것이 저는 우려가 되는데 자국 우선주의도 여전히 보여요. 다시 온쇼어링(onshoring)을 하겠다는 것도 결국 자국 우선주의가 반영이 돼 있고, 설리반이 아예 대외 정책으로 만든 게 중산층을 위한 대외 정책이라는 게 핵심인데 미국의 중산층이 살아야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미국이 다시 세계의 선두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커트 켐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 역시 최근 미국 싱크탱크와의 대담에서 "미중 관계의 지배적인 프레임은 확실하게 경쟁이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신냉전을 피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낼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과거에도 대중국 정책에서 가드레일이란 표현을 종종 써왔는데 양국이 수면 위 또 수면 아래에서 군사적으로 부딪히지 않기 위한 명시적, 암묵적 합의를 뜻합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양대 기관차가 평행선을 달리며 폭주하다 둘 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참사를 막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미국 주요 고위인사가 대화 시그널을 보내는데 중국 반응은 뜨듯 미지근합니다. 중국 외교부는 '소통을 위한 소통은 안 된다'며 원론적 입장을 보였는데요. EU에 이어 미국까지 대중국정책 수위를 낮추는 현 상황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마상윤 |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지금 대화를 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까 대화를 자꾸 미루면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야겠다는 게 하나 일단 있을 것 같고요. 한미일 초밀착 시대..싱하이밍은 "한국, 후회한다" 한미일 국방장관도 샹그릴라 대화에서 만났습니다. 한미일은 올해 하반기까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면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국방장관도 4년 만에 단독 회담을 가졌습니다. 한미일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질 안보 이슈에도 손을 잡은 형국인데 중국도 이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건 분명합니다. 한중 장관은 만났지만 북한 비핵화 위한 건설적 기여 바란다는 의례적 대화로 끝났고 이후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소위 ‘선 넘는’ 발언이 논란이 됐죠. 싱하이밍 | 주한 중국대사 (한국은)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중국도 자신들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미국보다 훨씬 큰 한국의 상황을 알기 때문에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기댄 한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그전에 말했던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것은 사실은 이런 거죠.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혀 손해를 보지 않겠다. 근데 그런 시기는 지났어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일정 수준 일정 분야에 대해서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 선택에는 책임과 비용이 따릅니다. 그 각오를 해야죠. 또 얼마 전 중국은 미국이 가장 견제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에 한중이 동의했다고 다소 일방적으로 발표했죠. 중국이 우리의 리스크를 쥐고 흔드는 격인데 우리만의 대 중국 '디리스킹' 전략을 찾는 게 시급합니다. 마상윤 |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우리가 흔히 안미경중 이렇게 얘기했는데 안미경중의 포뮬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으로 지금 자꾸 빠져들고 있다. 한국 경제와 중국 경제도 상당히 얽혀있기 때문에 핵심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각화하는 다변화하고 다각화하는 노력이 일단 필요할 것 같고요. 美·中 '총성 없는 전쟁터' 된 인도태평양..韓 고차방정식 풀어야 3일간 진행된 샹그릴라 대화는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해버린 인도 태평양 지역 외교 안보 현주소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세계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은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긴장감은 군사적 위기감으로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의 파열음은 위험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군사적, 외교적 선택을 강요받는 시대, 한반도 평화를 위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 들어간 고차 방식을 풀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디자인 : 고결
대한민국 외교안보 뉴스의 핵심을 정밀 타격하듯 풀어드리는 벙커 버스터입니다. 이번 벙커버스터는 조금 특별한 곳 해군작전사령부의 부산작전기지에서 시작합니다. 올 상반기 한반도 정세를 읽기 위해선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무언가가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웬만한 나라 전체의 공군력으로 무장한 미 해군의 최강전력, 핵 추진 항모인 니미츠함입니다. 미해군 제11항모강습단이 이 항모를 이끌고 부산에 머물고 있는 이유, 바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선데요. 이번 훈련에서 지난 시기와는 현격히 다른 몇 가지 정황들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습니다. 니미츠부터 '죽음의 천사'…길어지고 강해진 훈련 '프리덤 실드'라고도 하죠. 우리가 자유의 방패라고 부른 올해 한미연합훈련은 열하루동안 진행됐습니다. 자유의 방패가 끝나고도 전사의 방패라고 불리는 실기동훈련이 이어졌는데 한미 양국이 지금까지 한 같은 훈련 중에선 가장 길게 합을 맞춘 겁니다. 남북 북미 대화는 재개될 기미가 없고 코로나19라는 걸림돌 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한미는 마치 미뤄뒀던 숙제들을 몰아치듯 하는 분위깁니다. 양욱 |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코로나와 혹은 북한과의 대화 국면, 여러 국면으로 인해서 지금 사실상 한미의 작전적 공조 체제 자체가 굉장히 흔들려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훈련을 강도 높은 훈련을 반복을 함으로써 이제 양쪽의 그런 능력을 다시 한번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훈련은 5년 만에 전국을 전장으로 삼아 대규모로 진행됐는데 한반도로 처음 날아온 미군 전력들이 있었습니다. '죽음의 천사'라는 별칭의 미 항공기 AC-130J는 특수부대 훈련인 티크 나이프에 참가했습니다. 적 핵심 지역에 침투해 지도부를 제거하는 것이 이 훈련의 핵심이었죠.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미 무인공격기 MQ-9 리퍼도 한반도에 처음 전개됐습니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와 B52H처럼 요즘 부쩍 한반도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도 물론 빠질 수 없을 테고요. 항공기를 20대까지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소형 항공모함에 준한단 평가를 받는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도 부산항에 처음 기항해 대규모 상륙 훈련에 참가했습니다. 니미츠호가 이끄는 미 11항모강습단은 우리 해군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훈련을 했습니다. 미군은 함재기가 뜨고 내리는 훈련 현장을 6년 만에 취재진에 공개했는데 전투기 70대가 채워진 격납고까지 보여줬습니다. 연합훈련 규모와 수준을 바짝 끌어올림과 동시에 이 기조를 바깥으로도 분명히 알리겠다는 의돕니다. 크리스토퍼 스위니 | 미 11항모강습단장 우린 굴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북한과 같은) 악동을 좋아하지 않죠. 우리는 한미동맹의 힘을 계속해서 보여줄 겁니다. 미국으로선 확장억제에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있는 한국 내 여론, 또 중국의 부상을 의식한 측면도 없진 않을 겁니다. 한미 양국이 1차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타깃은 당연히 평양에 있는 한 사람일 겁니다. 벙커 바깥으로 나온 김정은... 딸 주애와 함께 보란 듯 바로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입니다. 그런데 이번 훈련 기간, 김정은의 행보가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7형 발사 현장을 찾더니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이란 것도 참관했기 때문이죠. 그것도 딸 김주애를 데리고 말이죠. 북한은 과거에도 연합훈련이나 전략자산 전개에 날 선 반응을 보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렇게 직접 보란 듯이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갑니다. 양욱 |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고 난 이후에 미국 전략폭격기 부대가 다가왔을 때 김정은이 보여준 것은요. 지하 벙커에 숨어서 미국 본토 타격 계획이라고 하는 지도를 펼쳐놓고 당시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미국을 타격하겠다고 하는 허세를 보이는 것이 전부였어요. 한미 연합훈련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김정은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전쟁 연습의 대상이 ‘설마 7만 KM 떨어진 이란이겠냐 결국 자신들이 아니겠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서 이런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과거 훈련 시기엔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 왔는데, 이번엔 유독 북한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핵 관련 훈련을 공세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화산-31이라는 핵탄두를 대량 생산한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일렬번호까지 적어 실전용 무기들을 자신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수위가 높아지고 기간이 길어진 것만으론 이 변화를 설명하기는 부족해 보입니다. 실전배치로 자신감? 여전한 허세? 김정은의 달라진 행보, 전문가들은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자신감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이후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들을 실전배치했단 신호들을 주고 있습니다. 조선중앙 TV (2월 19일) 훈련에는 대륙간탄도미싸일운용부대들 중에서 발사경험이 풍부한 제1붉은기영웅중대가 동원되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며 부대 명칭을 거론한다는 건 이 미사일이 실전 배치됐다는 의미로도 읽히는데요. 물론 북한이 말하는 실전배치가 엄밀한 의미에서 버튼을 누르면 바로 타격이 가능한 즉시 전력을 뜻하는 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실전배치 개념, 다른 나라들과 똑같이 보기는 애초에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특징은 뭐냐면 일반적인 핵무기 교리와와 달라요. 시험 발사를 해서 완벽하게 성능이 입증이 되면 실전 배치를 하는데, 북한은 일단 실전 배치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쏴봐요. 그리고 실패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수정을 하거든요. 북한이 능력을 과장해서 위협을 주려는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 스스로 인식하는 핵무력 능력이 과거와는 다른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건 분명히 주목할 이유가 있습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연합훈련에 대해) 아주 놀라운 표현이 이번에 노동신문에 나와요. 평양점령, 참수 작전. 이런 용어를 과거에는 안 쓰거든요. 왜냐하면 자존심 상하는 거잖아요. 자신감, 과시, 한편으로는 두려움. 이 세 가지가 섞인 게 북한의 행보라고 볼 수 있어요. V화염-미니 포세이돈...줄잇는 '신상' 도발 북한은 요즘 핵을 동원한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모양새입니다. 3월 19일엔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 숲 속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때 사진을 보면 V자 형태의 화염이 보이죠. V자 불꽃은 지금까지 북한 미사일 발사 장면에서 볼 수 없던 형태인데요. 땅을 파서 미사일을 쏘는 방식 이른바 사일로를 만들어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단 평가가 나왔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로 보이는데요. 새로운 시도, 이뿐만이 아닙니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사흘뒤 함경남도 해안가에서 무인 잠수정의 핵폭발 시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인 잠수정이 최대 150m 수심에서 59시간 넘게 잠항하다 가상 목표지점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는데 러시아가 개발한 포세이돈의 축소판 같습니다. 조선중앙 TV (3월 25일)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하여 수중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소멸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해일'이라는 이름을 공개하면서 11년간 개발한 무기라고 소개했는데요. 핵추진 대륙간 어뢰를 개발해 실전 배치까지 한 나라는 지금까진 러시아가 유일했는데, 북한이 이 명단에 추가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요. 이성준 |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핵무인수중공격정의 실체에 대해서 현재까지 한미 분석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본 결과 그 주장이 과장되고 조작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저수지 발사 물불 안 가린다...창의적 도발 이유 북한은 도발 방식을 전과는 달리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써 왔습니다. 평양 인근 골프장 호숫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 6발을 발사하는가 하면, 심지어 바다에서 쏘는 잠수함 탄도미사일을 저수지에서 쏘기도 했죠. 이런 방식 사실은 전술적으로 그리 유효해 보이진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갑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 이동식 발사대가 움직이는 행로를 한미가 알 수 있어요. 정찰자산으로. 저수지는 일단 겨울에 얼어요. 물속에 들어있는 그 시설을 어떻게 유지 관리를 합니까. 매우 어렵죠. 그러니까 그건 보여주기 용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물불 안 가리는 이런 개발 행보를 절대 무시하고 넘어갈 순 없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도발 방식을 다양화한 배경엔 핵무력 정책 법제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북한은 핵을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에 국한하지 않고 먼저 쓸 수도 있는 수단으로까지 그 사용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양욱 |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냉전 시절의 상식이라고 알고 있었던 소위 전쟁 억제. ‘여기에 머무르지 않겠다’라고 하는 작년의 일련의 발언들을, 김정은의 발언을 그대로 이 핵무력 정책화에 반영을 했어요. 그러한 교리가 나왔으면 이제 이 교리를 어떻게 실제 부대에서 실행할지를 훈련을 하고 그다음에 또 혹은 그 훈련 결과를 외부에 보여줘야 됩니다. 핵 보유국으로서의 대내외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필요한 행보라는 겁니다. 북한은 철길 사정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열차에서 미사일을 쏘기도 했죠. 이렇게 뻔하지 않은 도발 방식들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 실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의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곧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이 막을 내릴 겁니다. 보란 듯 움직였던 북한 훈련이 막을 내리면 북한의 도발은 소강상태로 접어들까요. 잠시 숨 고르기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분기점이 금세 나타날 겁니다. 군은 오는 6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연합화력격멸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첨단전력이 대거 참여하는데 역대급 화력 훈련으로 예고돼 있습니다. 북한도 북한대로 군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예정이고, 7차 핵실험이라는 대형 도발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라는 쳇바퀴가 굴러가고 있습니다. 멈출 계기는 아직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취재 : 홍영재 영상취재 : 김현상 편집 : 정용희 콘텐츠디자인 : 고결 장소 협조 : 부산 해군작전기지 제작 : D콘텐츠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