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은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업가정신연구소 부소장으로 기업가 정신 연구 및 확산에 힘쓰고 있다. 국민대에서 창업학 석사 및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창업 생태계, 벤처 투자 분야의 연구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다. 초기 투자자 및 개인투자조합의 GP로 활동 중이며, 한국벤처창업학회, 기업가정신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최근 창업 정책 및 엔젤 투자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트렌드를 알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내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 있는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트렌드 언박싱'. 글로벌 AI 빅테크 기업의 수직적 통합 최근 챗GPT의 등장과 함께 AI 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보다 개인화된 형태로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으며, 반도체, 클라우드,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아우르는 수직적 통합을 목표로 하며, 각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AI 생태계의 빅테크 기업들은 자사의 강점을 극대화하여 독자적 생태계를 조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GPU 기반 AI 학습을 지원하는 CUDA 플랫폼으로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한편, 구글은 자체 개발한 '텐서 처리 장치(TPU)'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여, 초거대 AI 모델을 지원하는 클러스터를 운영 중이다. 메타 역시 AI 반도체를 개발해 컴퓨팅 인프라 기술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LLaMA라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공개하여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AI 생태계 구축 전략 물론, 국내 기업들도 AI 생태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수직적 통합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같은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KT,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해 AI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목표로, AI 데이터센터, 칩셋, 멀티 LLM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 중에 있다. 또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통해 도이치텔레콤, 이앤 그룹, 싱텔, 소프트뱅크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들과 협력하여 현지의 개인화된 AI 어시스턴트(PAA)를 현지에 도입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AI 기반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AI 생태계, 디지털 경제의 핵심 AI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산업 생태계로의 구축이 중요해진 이유는 디지털 산업을 넘어 전 산업에 걸쳐 확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은 기업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해주며, 운영 간소화, 생산성 향상 등의 혁신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각국에서는 AI 기술뿐만 아니라 강건한 AI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과학기술정책국(OSTP)을 중심으로 연방기관과 기업, 대학 간 협력을 통해 AI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23년 5월 바이든 행정명령으로 자국 AI 경쟁력 우위를 기반으로 자율 규제를 표방하였다. 반면에, EU는 24년 5월 The AI Act를 최종 승인하며, 자국에 유리할 수 있는 AI 규제를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AI 기본법 입법조차 지연되고 있는 상황으로, 여러 번 법안 발의에도 불구하고 제21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기된 후 다시 재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AI 생태계 경쟁력 영국의 언론기관인 토터스 미디어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전 세계 83개국 중 6위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미국, 2위는 중국, 3위는 싱가포르, 4위는 영국, 5위는 프랑스로 랭킹되었으며, 위 지표는 크게는 실행, 혁신, 투자로 구분되고 이를 인재, 인프라, 운영 환경, 연구, 개발, 정부 전략, 생태계의 7가지 하위 영역으로 구분하여 측정하고 있다. 한국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순위를 유지하며 개발, 정부 전략, 인프라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인재 및 원천 기술 연구, 글로벌 상업화 부분에서는 다소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기본법 제정과 같은 제도 정비 부분에서 매우 미흡하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글로벌 AI Index 2024. 한국은 6위에 위치해 있다. 출처 : Tortoise Media, 2024 2024년 Standford HAI 'AI Index Report 2024'에 따르면 세계 AI 강국 자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대규모 자본과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특히 AI 스타트업의 성장과 상용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AI 원천 기술 연구를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Private investment in AI by geographic area, 2023 (단위 : 10억 달러). 출처 : Stanford AI Index Report 2024 Number of foundation models by geographic area, 2023. 출처 : Stanford AI Index Report 2024 AI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 AI 인프라 투자와 수퍼 앱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AI 서비스 시장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딜로이트와 여러 AI 전문가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4~5년 후에는 AI 서비스 시장이 AI 인프라 비용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인프라에 대한 투자 경쟁은 한층 더 심화될 것이며, 수퍼 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경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Chip과 메모리 반도체 같은 기존 자원만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적 접근이 아니라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통합적 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한국은 AI 인프라와 모델 분야에서 자체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소수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및 ICT 경쟁력과 국민들의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중심의 AI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 대비 열위에 있는 경쟁력을 만회할 수 있는 합리적 정책이 될 것이다. 이미 AI 기술은 다양한 산업에 걸쳐 빠르게 적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의 진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규제적 환경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에도 AI 기본법과 같은 기본적인 규제 원칙을 신속히 마련해 모든 산업에 걸쳐 일관되고 통합적인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규제는 AI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 체계가 되어야 한다. 한편, 19세기 영국의 적기조례 사례는 신기술 규제가 지나치게 강경할 경우 산업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영국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것처럼, AI 기술이 규제에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정부는 규제 총량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혁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가영은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업가정신연구소 부소장으로 기업가정신 연구 및 확산에 힘쓰고 있다. 국민대에서 창업학 석사 및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창업 생태계, 벤처 투자 분야의 연구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다. 초기 투자자 및 개인 투자조합의 GP로 활동 중이며, 한국벤처창업학회, 기업가정신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최근 창업 정책 및 엔젤 투자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K의 특별함... 위상 높아진 한국 K-팝, K-드라마, K-푸드 등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의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 실감된다. 1960년대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렸던 빠른 산업화와 경제 성장 이외에도 문화적 영향력 확대,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등의 기술 강국으로서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영국이 250년, 미국이 100년 정도 걸려 이룩한 경제 성장을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단 40년 만에 이루었고, 2023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을 넘어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1996년 피터 드러커가 얘기했던 '기업가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로 한국이 꼽힌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업가정신이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강조되면서, 이러한 한국의 눈부신 성과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한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독특한 사회·경제적 역량의 원천을 탐구하려는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서 진지한 연구 주제로 자리잡았다. 한국만의 기업가정신이 있다?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후, 1960년대에 경제 개발 계획이 시작되며 급속한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적 지원과 대기업 집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 현대, LG, GS와 같은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게 되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의 전환 배경에는 과연 어떤 특수한 비결이 있었던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이 한국의 기업가정신 즉, K-Entrepreneurship 연구의 시작점이다. 기업가정신과 역사 기업가(entrepreneur)란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시도하다', '모험하다'라는 뜻을 의미한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을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여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으로 정의하였다. 현대 기업가정신 이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경제학자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기업가정신의 본질을 혁신으로 보고, 이러한 기업가의 혁신이 자본주의를 발전의 원동력이라 주장하였다. 현대 기업가정신은 기회 추구,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과 실행, 혁신과 가치 창출로 연결되며, 이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로 시대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혁신 기업들을 창출하기 위해서 창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전 세계적 동의를 얻고 있는 바이나, 여전히 각 국가 또는 지역별 특성과 역사적 맥락에 따른 기업가정신과의 연계에 대한 연구는 매우 희소하다. 한국 기업가정신, 즉 K-entrepreneurship을 단순히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전략이나 방법론을 넘어, 문화, 사회적 맥락에서 우러나오는 혁신성과 도전 정신을 바라보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마도 여기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 기업가정신의 독특함 실제 연구에서도 서양과 동양의 기업가정신은 역사적 배경이나 철학, 문화적 가치에 대한 접근법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서구의 기업가정신이 개인 및 자유주의에 근거하고 있다면 동양의 기업가정신은 집단주의, 가족주의,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에서 이렇게 역사적 배경이나 철학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에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끈 대기업 총수 4명이 한 마을에서 모두 배출되었다는 독특한 스토리에 기반한다.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GS그룹 창업주 허만정 선생을 비롯하여 LG 구인회 회장, 삼성 이병철 회장, 효성 조홍제 회장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배출되었으며 LIG 창업주 구자원 회장, 쿠쿠전자 구자신 회장 생가가 함께 있다(정대율, 2021). 그런데, 이들의 경영 철학을 살펴보면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혁신, 인재 육성, 사업보국1)에 가치를 두고 있으며 LG 구인회 회장은 인간 존중, 인화경영2)을, 효성 조홍제 회장은 인화 정신과 의로운 이윤 추구 및 국리민복3), 기술 혁신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사상적 영향을 받았던 남명 조식 선생 가르침과 연결되는 점이 많아 K-기업가정신과 남명 사상과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지역에서 자란 여러 대기업 총수들의 이야기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뿌리를 탐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는 한국의 경제적 성장과 기업가정신이 특정한 지역적, 문화적 배경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1)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 사회에 공헌한다 2) 인간 중시의 경영 3)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기업인들이 함께 공부하였던 진주 승산마을의 지수초등학교에는 K-기업가정신센터가 설립되어 많은 외국인들과 기업인들, 학생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전국 초중고 교육 관계자들이 K-기업가정신을 배우고 미래 역량 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잇따라 이곳을 찾는 중이다. 기업가정신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 K-기업가정신이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기업가들의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기업가정신의 핵심적인 특성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을 연구 중인 학자들조차 K-Entrepreneurship의 본질을 명확히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성장에 무언가 다른 비결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외의 저명한 학자들과 한국 기업인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K-기업가정신의 개념적 정당성을 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순히, 진주 지역 출신 기업가들의 연구에만 국한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 다양한 기업가들의 특성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국제적인 학술 교류와 토론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명확히 정의하고 우리만의 경쟁 우위를 확립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넘어서는 국가 및 지역 발전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 기업가정신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와 경제적 배경을 가진 국가들과의 협력 및 경쟁에서 한국의 위치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기업가정신 콘텐츠의 생산은 교육, 관광, 혁신 문화의 고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애틀의 역사산업박물관(MOHAI), 포드박물관으로부터 이름을 바꾼 미국혁신박물관(Henry Ford Museum of American Innovation), 그리고 최근에 생겨난 실패박물관(Museum of Failure)과 같은 세계적인 사례들을 우리의 K-기업가정신에 접목하는 것은,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 중 하나이다. 이 시대, 기업가정신은 단순한 경영 이념을 넘어서서 새로운 콘텐츠와 혁신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Entrepreneurship의 깊이와 폭을 넓혀 세계에 우리의 독특한 기업가정신을 알리고, 이를 통해 더 넓은 영역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다음 목표이다. 디자인 : 박수민
김가영은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업가정신연구소 부소장으로 기업가정신 연구 및 확산에 힘쓰고 있다. 국민대에서 창업학 석사 및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창업생태계, 벤처투자 분야의 연구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다. 초기투자자 및 개인투자조합의 GP로 활동 중이며, 한국벤처창업학회, 기업가정신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최근 창업 정책 및 엔젤투자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여러 가지 국제적 사회적 이슈로 떠들썩한 와중에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2023년 정부에서는 대한민국을 아시아 1위 창업 대국으로 조성하고자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민간 중심’, 그리고 ‘지역창업생태계 활성화’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혁신동인이자 경제성장의 주요 주체로 여겨지는 스타트업을 양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1999년부터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이라는 글로벌기업가정신 연구에 참여하면서 국가별 창업 활동 수준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왔으며, 2021년 기준 창업생태계 세계 6위라는 순위에 진입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심이 국가 수준에서 도시 수준으로 보다 세분화되면서 도시별 창업생태계 순위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22년 10위로 역대 최고순위를 달성하였고, 2023년 12위로 다소 하락하였으나 과거에 비해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창업생태계의 양적 성장은 이루었으나, 정부지원으로 성장한 다수의 창업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국한되어 있거나 성장에 대한 동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으며, 글로벌 및 딥테크 기업의 비중은 낮고, 유니콘 역시 특정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더군다나 국내의 수도권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지역의 주력산업과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방 소멸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저출산의 역시 직장 등의 이유로 수도권지역에 쏠림현상이 나타나며 주거 및 생활의 부담이 높아진 원인이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불균형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역의 글로벌화와 생산성을 높이고자 제시된 ‘지역창업생태계 활성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창업생태계가 도대체 무엇인가? 먼저, 창업생태계(Entrepreneurial Ecosystem)라는 용어는 스타트업 생태계, 벤처생태계, 기업가적 생태계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으나, 생물학의 ‘생태계’라는 단어에서처럼 새로운 벤처의 탄생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스타트업을 둘러싼 다양한 상호의존적 구성 요소들과의 유기적인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Cohen(2006)은 Entrepreneurial Ecosystem(EE)의 개념을 처음 제시하였는데 ‘벤처를 창출하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일련의 상호의존적 구성요소의 집합체’라고 정의하였다. 즉, 창업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신생기업을 창출하는 행위자(actor)인 창업가와 그들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각종 요인(factor)이 무엇인지 밝히고, 이들을 잘 구축하여 기업가들의 활동과 스타트업의 창출을 확대한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기술 발전에 기여하며 궁극적으로 지역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Stam, 2015). 지역 창업생태계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이미 한국의 지역 쇠퇴는 지난 50년간 지속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지방의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생애주기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정부에서는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진단 지표 개발 및 창업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도해 왔으며, 지역별로 연구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창업생태계 구성요소에는 정책(policy), 금융(finance), 문화(culture), 지원(support), 인적자본(human capital), 시장(market)을 들 수 있는데(Isenberg, 2010), 이러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지역의 도시 수준으로 창업생태계를 측정하는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이라는 기관에서는 선순환적 결과물인 성과(Performance)라는 지표를 더해 세부적인 항목들로 구성하여 활용 중에 있다(GSER, 2023). 물론, 이러한 지표가 도시별 창업생태계 조성에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없으나, 오랜 기간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된 산출물을 각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역의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점검 및 관리에 활용할 필요는 있다. 예를 들어, 지역의 경우 자금, 시장확장성, 연결성, 인재 및 경험, 지식 대부분의 측면에서 경쟁 열위에 있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으며 이를 단기, 중기, 장기적 차원에서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앞서 Isenberg(2010)은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처방을 제시했다. 단순한 실리콘밸리 등의 성공 사례 모방보다는 지역의 조건에 맞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자금 지원 또한 신중하게 집행하여 스타트업이 강인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또한 지역에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키고 초기부터 민간에서 창업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지역의 창업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먼저, 지역 창업을 위한 클러스터 활성화 및 벤처투자 활성화에 대한 정책적 기조는 환영할 대목이다. 창업에 자금은 필수적인 요소이며, 지역펀드 조성 등을 통해 민간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입하고 지역의 투자 허브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역 스타트업을 위한 펀드 지원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으나, 민간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속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경남권, 호남권 등을 중심으로 초기 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IR(Investor Relation) 데이가 마련되고 있으며, 지역혁신 펀드 및 엔젤투자허브도 확대될 예정이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요소는 연결성에 대한 부분이다. 자금은 정부의 개입을 통해 단기적인 해소를 기대해 볼 수 있으나, 지역과 지역 간, 글로벌과의 연결성의 문제는 지역에서 가장 애로사항 중 하나로 여겨진다. 제주 지역의 스타트업들에게 조사한 결과, 생태계 구성요소 중 가장 비활성화되어 있다고 응답한 부분이 바로 지역 내 전문인력의 접근성이었다. 지역에서 창업을 하고 싶어도, 관련된 정보나 지식을 빠르게 얻고,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 서울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방 창업의 확실한 인센티브와 정보 및 인재 연결의 부재를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대학 및 토착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인근 지역들과의 통합적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많은 지역의 중소 중견기업들은 변화에 대해 방어적일 수 있으며, 지자체의 공공기관 및 대학 역시 혁신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민간에서부터 이러한 기업가정신문화확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거점으로 과거에 비해서는 지역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으나, 이러한 민간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의 First’s mover들의 활동을 지원해 주는 보다 세밀한 지원책들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는 인재 및 경험에 대한 부분이다. 대학원을 중심으로 창업선도대학, 창업중심대학 등 대학의 창업교육이 양적으로 확산되었으나 여전히 다수의 대학에서 창업이라는 과목은 교양, 단순강좌에 그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기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창업생태계 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미래 창업가뿐만 아니라 지역의 창업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지역의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소프트웨어적인 창업전문가 양성 및 지역 특성화 창업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투자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디자인 : 박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