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준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에서 스타트업 전략과 창업생태계를 연구하고 있으며,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벤처/창업 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부에서 경제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경영학 전문석사와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공부하고 다국적 IT 회사와 창업 회사를 경험했다. 데이터와 인문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생각의 유연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렌드를 알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내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 있는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트렌드 언박싱'. 최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자의 스케일업 능력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잠재력을 인정받아 거액을 투자 유치했거나 기업 공개에 성공했던 여러 스타트업들이 연달아 추가 성장, 즉 스케일업(scale-up)에 실패하고 기업 가치가 감소한 까닭이다. 스케일업 실패 원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중 하나는 창업자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기술 특례 상장 방식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입성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추락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창업자가 초기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만, 후기 스케일업에는 알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이런 시장 흐름 속에 일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대안으로 전문경영인을 찾고 있다. 엔지니어 배경을 가진 창업자들은 기업 경영 전문가를 영입해 그들에게 기업 성장을 부탁한다. 벤처캐피털들은 피투자 스타트업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때 곁에서 도와줄 전문경영인을 내부에 위촉하고 있다. 한국은 경영자 모드로, 미국은 창업자 모드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기업 성장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경영인 영입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인다. 이와 달리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전문경영인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논란의 계기는 실리콘밸리 유명 창업 기획자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이른바 '창업자 모드(founder mode)'와 관련한 짧은 글이었다. 그가 제안한 창업자 모드는 창업자가 경영자인 경영 방식이다. 창업자 모드를 지지하는 그는 스타트업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직접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또한 창업자는 기업 비전을 유지하고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부연했다. 그는 창업자 모드의 반대 개념으로 '경영자 모드(manager mode)'를 함께 제시했다. 경영자 모드는 MBA 수업에서 가르치는 전통적인 경영 방식을 의미한다. 즉, 관리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레이엄은 이러한 경영자 모드가 스타트업에는 알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창업자 모드가 임기 기간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전문경영인의 경영 방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면서, 전통적인 경영 방식이 조직에 안정을 줄 수는 있지만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내 많은 창업자들은 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해당 글에 "충분히 의미 있다(worth reading)"라는 답변을 달았고, 수많은 창업가 역시 그의 의견에 적극 동감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포춘 500대 기업 성과를 분석한 조사 결과는 창업자 모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포춘 500대 기업 중 창업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22개이다. 젠슨 황(Jensen Huang)의 엔비디아(NVIDIA),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의 메타(Meta)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Bom Kim) 대표가 이끄는 쿠팡(Coupang)도 속해 있다. 조사는 창업자 모드로 운영되는 회사의 CEO 재임 기간 동안 성과를 계산하고, 이를 같은 기간의 나머지 500대 기업 성과와 비교했다. 성과는 주가 실적과 배당금을 포함한 누적 수익률로 측정되었다. 창업자 모드 회사들이 기록한 누적 수익률 중간값은 1,129%, 경영자 모드 기업의 누적 수익률 중간값은 57%로, 창업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실적이 훨씬 뛰어났다. 경영자 모드의 성공 사례들,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창업자 모드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커지는 동안 경영자 모드에 대한 지지 의견도 역시 존재한다. 경영자 모드 지지자들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거대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을 예시로 들며 그들의 주장을 펼친다. 팀 쿡(왼쪽)과 사티아 나델라(오른쪽)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가 물러나며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현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해 이끌면서 예전의 위상을 되찾았다. 그는 모바일 시대에서 조연으로 밀려난 마이크로소프트를 인공지능 시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는 받는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 타계 이후 애플은 현 CEO 팀 쿡(Tim Cook)의 리더십 아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알파벳(당시 구글) 역시 전문경영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를 영입하며 고속 성장을 이룩했다. 이는 전문경영인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매그니피센트7(M7)'은 혁신 기술을 이끄는 7개 첨단 기업을 지칭하는 단어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중 3개의 기업(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은 경영자 모드로, 다른 4개 기업(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은 창업자 모드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여전히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들이다. 결국 스타트업의 성장에 창업자 모드와 경영자 모드 중 단 하나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속에서 창업자들은 여러 경영 방식을 시도하고 그들에게 맞는 최선의 방식을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최근 창업자 모드를 지지하는 미국의 동향이 경영자 모드를 긍정적으로 고민하는 국내 동향과 다르더라도, 이런 차이가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창업자 모드와 경영자 모드의 논쟁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논쟁의 추이를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트렌드를 알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내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 있는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트렌드 언박싱'. 1990년대 그래픽칩 제조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엔비디아(NVIDIA)는 지난 한 세대 동안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섰다.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Jensen Huang)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구루(guru)가 되었고, 그의 리더십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그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만약 이런 화제의 인물 젠슨 황을 갑자기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에게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까. 그리고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갈까. 수평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젠슨 황과 같은 테크 구루와 우연한 만남은 종종 생긴다. 그래서 많은 창업자들은 이런 기회를 기다리거나 혹은 찾으면서 마음속에 중요한 질문 몇 개를 품고 다닌다. 질문은 대화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 특히 첫 번째 질문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면 대화는 일시적이고 의례적인 형태로 끝날 수도 있다. 테크 구루들은 너무나 바쁜 사람이고 불필요한 대화를 길게 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첫 질문으로 관심을 끈다면 의미 있는 대화가 길어지고 다음 인연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창업자들 중에는 질문의 달인들이 많다. 질문의 시대, 창업자의 생존법 질문은 말하는 이의 많은 것들을 함의한다. 질문의 태도는 그의 행동 양식을 보여준다. 질문의 깊이는 그의 배경지식 수준을 알려준다. 질문의 구성은 그의 목적을 가늠케 한다. 이런 이유로 질문의 중요성은 모든 교육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다. 오늘날 질문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 속에 정보에 대한 접근은 자유로워졌다. 대신 검색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대화형 검색 엔진인 챗GPT(Chat GPT)가 인기를 얻으면서 올바른 질문의 중요성은 특별하게 중요해졌다. 기계는 인간의 언어를 잘 이해하기 위해 정확한 질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구체적인 질문을 기반으로 정확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인공지능 시대에서 질문을 가다듬는 기술, 이른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질문을 이해하고 정확한 답을 이해하도록 이끄는 기술로, 입력 단계의 핵심 기술은 올바른 질문 생성이다. 오늘날 우리는 질문의 시대에 살고 있고, 창업가들은 질문 개발에 능통한 전문가들이다. 창업자들은 혁신의 가능성을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창업 아이디어는 그들이 시장에 던지는 질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그들이 받는 답이다. 질문이 잘못되었다면, 어떠한 답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창업의 시작점은 올바른 질문이고, 창업자들은 정확한 질문을 세상에 제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페인포인트(pain point)'는 창업자들이 질문의 효과성을 점검하기 위해 활용하는 하나의 개념이다. 통점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페인포인트'는 스타트업 업계 내에서는 조금은 다른 의미를 지칭한다. 스타트업에서 '페인포인트'는 시장이나 고객이 경험하는 문제나 불편함을 가리킨다. '페인포인트'는 과녁의 중앙점과 같다. 창업자의 질문이 '페인포인트'에 꽂힌다면, 창업자는 많은 응답을 얻을 것이다. 의료인이 환자에게 불편한 부분을 물어보고 찾아내면서 치료하듯이, 창업자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불편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을 찾아서 능동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정보 홍수 시대 속에서 등장한 구글은 우리에게 '효율적인 검색이 필요한가?'라고 물었고 우리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검색의 시대 속에서 등장한 챗GPT(Chat GPT)는 '일방향의 검색보다 쌍방향의 검색이 효율적인가?'라고 묻고 있다. 우리는 그렇다라고 답하는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들은 질문 전달에도 능숙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은 질문이라도 전달 방식이 잘못되었다면, 듣는 이의 기분을 불쾌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창업자들은 듣는 이와 주변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질문 전달 방식을 조절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창업자가 주도하는 대화 방식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는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이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승강기가 움직이는 짧은 시간 동안 상대방을 설득하는 창업자의 대화 방식을 말한다. 주어진 시간은 보통 30초 내외이고 길어야 1분이다. '엘리베이터 피치'를 마친 창업자는 결과를 바로 얻을 수 있다. 듣는 이에게 의미 있는 내용이 없었다면, 창업자는 상대방과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헤어질 것이다. 반면 듣는 이가 관심을 보인다면, 창업자는 자리를 옮겨 더 긴 대화를 이어 나가거나 다음 미팅을 약속할 것이다. 설득을 지향하는 '엘리베이터 피치'에는 창업자의 수많은 질문들이 압축되어 있다. '나의 창업 아이디어에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 '나의 사업에 투자 의향이 있는가', '협업의 기회가 있는가' 등 많은 질문들이 정제된 화법으로 전달되는 것이 '엘리베이터 피치'이다. 창업자들은 최선의 질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업계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위 뾰족한 질문에 도달하기 위해 열린 질문들을 만들어 수없이 고민하고 가다듬는다. 전문가들로의 수업과 훈련을 받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최적의 전달 방식을 연습한다. 테크 구루 앞에서 당신의 질문은 무엇인가 선술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을 우연히 만난 상황을 다시 한번 가정해 보자. 그와 편안한 대화를 이끌어 내는 질문은 무엇일까. 그와 여러 번 대화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분의 예시 답안을 공유해 보겠다. 참고로 인터뷰를 진행한 분은 콘텐츠 미디어 창업자이다. 그가 젠센 황에게 던진 첫 질문은 "어젯밤 잘 잤나요?(Did you sleep well last night?)"였다. 대단한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해당 질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이끌고 있는 CEO의 일상과 스트레스를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첫 만남에서 형성되는 미묘한 긴장감을 풀어주는 소소한 유머도 엿보인다. 대화의 본론인 사업과 산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대화의 방향을 화자 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다. 다음의 이야기로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충분하다. 실제로 해당 질문의 효과는 좋았다고 한다. 첫 만남에서 나타나는 어색함이 빨리 사라졌고, 대화는 계획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한다. 덕분에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를 창업자들에게 적용해 본다면 '질문 하나로 천 냥 벌이를 해온다' 정도가 아닐까. 창업자들은 항상 최선의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 질문의 시대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자신만의 무기가 되는 질문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진 : 게티이미지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 테슬라는 대기업일까, 스타트업일까.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국내 대표 IT기업 카카오와 네이버를 살펴보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을 대기업으로 분류한다. 올해 2월 29일 주식시장 종가 기준,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각각 24조 원과 32조 원이므로 두 회사 모두 대기업으로 분류하기에 자격이 충분하다. 2019년 말 4조 8,000억 원의 기업 가치로 독일 스타트업에 매각된 국내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어떨까. 자산 총액 5,000억 원 이상을 중소기업으로 분류하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준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중소기업에 속한다. 앞선 분류 방식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중은 현대자동차를 차량을 제조하는 대기업으로 인식하지만,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으로 인식한다. 국내 우주항공 산업을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업으로 인지하지만, 민간 우주 시대의 서막을 연 스페이스엑스는 스타트업으로 인지한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스타트업 생태계 전문가인 다니엘 아이센버그(Daniel Isenberg) 뱁슨 대학교(Babson college) 교수는 구조적 관점에서 스타트업과 기업의 차이점을 제시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동일한 가치 사슬에서 활동한다. 2차 업체, 3차 업체로 지칭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관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스타트업은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얽혀 있지 않기에 특정 가치 사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협업을 추구한다. 그들의 협업 방식은 전통 기업들 간의 상청·하청 관계와는 다르다. 협업 방식의 다름은 생태계 문화의 차이로 이어진다. 대개 기업 생태계는 이른바 갑과 을의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는 반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행위자들 간의 수평적 관계가 확장해 형성되는 자유로운 문화를 공유한다. 기브앤테이크, 도우트데스, 그리고 페이잇포워드 경제 주체는 서로 주고 받으면서 관계를 맺는다.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여러 용어가 있다. 가장 대중적이고 익숙한 용어는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이다. 단어의 뜻 그대로 주는 것이 있어야 얻는다는 의미인데, 이는 사업 파트너들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이다. 이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다양한 방식으로 부가 가치가 창출된다. 조금 격식 있는 관계는 기브앤테이크보다 도우트데스(Do ut des)로 표현되기도 한다. 라틴어 도우트데스는 유럽 중심의 서구 문화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우리말로 '네가 주니까 내가 준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기브앤테이크와 의미가 비슷해 보이지만, 주로 관용과 대화를 전제로 하는 호혜적 관계를 지칭할 때 쓰인다. 외교나 정치 관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호주의'나 '호혜적 관계' 등이 도우트데스의 범주에 속한다. 수직적 협업 관계가 아닌 동등하고 신뢰가 두터운 경제적 협업 관계를 지향할 때에도 도우트데스로 표현하곤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라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 다른 규모의 기업들처럼 스타트업 역시 독립된 경제 주체이기에 기브앤테이크나 도우트데스와 같은 비즈니스 관계와 관련 가치들을 내재화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잇포워드는 스타트업 생태계만의 차별점으로, 동질감에 기반한 가치이자 관계 방식이다. 페이잇포워드는 스타트업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고 확산되었으며,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에게 주는 대가 없는 도움이나 정신을 의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잇포워드에 기반한 관계는 불평등하지만 관계자 모두가 행복하다. 페이잇포워드를 실천하는 사람은 대부분 창업 생태계의 유명인이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 이들에게서 지원을 받는 사람은 업계의 새내기인 경우가 많다. 서로 지위 차이가 너무 커서 불평등하기에 보통의 사업 관계라면 만남이 성사되기 어렵다. 하지만 업계의 선배 창업가들은 그들의 경험과 비전을 스타트업 생태계에 공유하고 기여한다는 인식하에 스타트업 생태계의 누구와도 만남을 추구한다. 상대방이 후배 창업자라면 만남에 더 적극적이다. 이런 면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페이잇포워드는 받은 것을 되갚는 페이백(pay back) 형식의 전통적 사업 관계와는 개념이 다르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구분 기준은 비전과 핵심 가치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구분하는 여러 기준이 있다. 영위하는 비즈니스의 본질, 성장 속도의 차이, 자본 조달 방법 등 여러 관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그래서 여기서는 기업들이 스스로를 어떤 집단으로 규정했는지를 찾아보고 그들이 제시하는 차이점을 짐작해보려 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내 대기업 모임으로 회원사 60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 규모와 시가총액 기준으로 회원사 목록에 당연히 있어야 할 카카오와 네이버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대신 그들은 국내 스타트업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원사 명단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타트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와 차이를 보이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페이잇포워드의 가치를 오랫동안 실천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들을 다방면으로 돕고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는 보육 공간과 정책 지원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주저하는 인수합병에도 앞장서 있다. 그들은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적극 사들이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이잇포워드는 전통적 기업 생태계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분짓는 핵심 가치이다. 한 창업재단에서는 페이잇포워드를 '자발적 도움'이라고 옮겼는데,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을 잘 반영한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구글, 테슬라, 메타, 네이버 등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오늘날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의 정체성을 시장 지표만으로 평가해서 규정하기에는 미흡하다. 만약 누군가 그들이 대기업인지 스타트업인지 물어본다면, 이제는 다르게 대답해보자. 디자인 : 박수민
국내 창업생태계의 빠른 성장에는 다양한 ‘창업지원패키지’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이 양적 성장에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질적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원 활동의 본질과 실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곧 지원이라는 창업패키지 제공자들의 보수적인 시각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원과 도움은 분명 다른 의미지만 차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빠른 이해를 위해 영어를 잠시 차용해 보겠다. 물에 빠진 외국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다급한 상황의 그는 무엇이라고 외칠까? “Help me”. 우리말로 ‘살려주세요’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그 누구도 “Support me”라고 외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도움(Help)과 지원(Support)의 차이가 짐작이 될 것이다. 도움(Help)은 수혜자가 무능력하다고 전제한 것이고, 지원은 수혜자가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있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우리말로는 종종 Help와 Support를 모두 ‘도움’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맥락적 상황은 분명 다르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여기서부터는 도움(Help)과 지원(Support)을 영어로 명기하고 글을 이어나가겠다. 창업패키지 프로그램과 금쪽이 창업자들 적지 않은 창업패키지들은 명목상 Support를 표방하지만, 실제적으로는 Help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방향성의 기저에는 창업자를 자생능력이 부족한 금쪽이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런 시각은 제공집단과 수혜집단간 불평등한 관계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양쪽 집단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통상적으로 창업패키지 제공집단 및 운영기관들은 지원금과 보육 공간 등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유형 자원을 제공한다. 이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창업자들은 수많은 의무 사항을 충족해야만 한다. 대표적으로 보유 공간 출석, 창업 관련 수업, 창업 멘토와의 미팅, 파트너사와 MOU 체결 등이 있는데, 이런 정량적 성과 지표와 관련하여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창업자들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성과 지표들은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보육 공간에 출석을 해서, 수업을 듣고 의무 시간을 채우는 것과 같은 활동들이 과연 스타트업의 의미 있는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까. 이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된 중고등학교의 학창 시절과 그때의 학습 효과를 떠올려보면 답이 될 것이다. 일례로 창업생태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진행되는 멘토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효과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진다. 일부 창업패키지는 멘토 미팅 횟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경우 패키지 수혜 창업자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정해진 횟수만큼 멘토와 미팅을 진행하고 결과 보고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만남과 배움을 강요하니 창업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그동안 많은 창업패키지들은 창업자들을 금쪽이로 간주하고 있으면서, 맞춤화된 금쪽 처방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원, 즉 Support가 목적이라면, 제공자와 수혜자의 관계는 갑을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 위에서 필요한 자원이 교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Support 중심의 해결책은 커뮤니티 최근 들어 Help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방향적 창업패키지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창업자들이 원하는 지원 방안들이 조금씩 고민되고 있다. 다양한 해법이 가능하겠지만, 창업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창업자 중심의 커뮤니티이다. 모든 커뮤니티의 핵심 동력은 자율성이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스스로 모여,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해답을 찾아간다. 이들의 지속적 자생력은 강력한 내적 동기에 기반하고 있다. 외부의 지나친 도움이 있으면, 오히려 자생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커뮤니티의 힘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로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메칼프의 법칙’이다. 해당 법칙은 네트워크 내 연결점 하나의 증가가 얼마나 더 많은 가치를 생성하는지 잘 설명한다. 창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와 혁신추구라는 강력한 내적 동기로 모인 창업가들은 서로의 정보를 능동적으로 공유할 뿐만 아니라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서 창업생태계 내에서 커뮤니티가 가진 가치와 영향력은 매우 크다. 실제로 창업생태계 곳곳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초기 투자자를 지칭하는 엔젤 투자자들은 마치 대학교의 동아리처럼 스스로 모여 투자 활동을 시작했는데, 최근에서야 엔젤 투자는 제도권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그들은 스스로를 투자 운용사나 기업이 아닌 커뮤니티 기반의 엔젤 클럽이라 부른다. 창업기획자들은 보육 스타트업들을 기수(Cohort) 별로 운영한다. 선배기수와 후배기수와의 유대감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확장하기 위함이다. 서울 스타트업스(Seoul Startups) 공식 홈페이지 국내의 대표적인 외국인 창업 커뮤니티인 서울 스타트업스(Seoul Startups)와 라프렌치테크 서울(La French Tech Seoul)의 운영자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 프로 보노(Pro bono)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커뮤니티의 공통 이익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은 지원금 혜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대표적인 창업지원재단인 디캠프나 아산나눔재단의 보육 공간에 입주하고 싶어 한다. 같은 공간 내에 입주해 있는 여러 창업생태계 관계자 및 선배 창업자들과 이어지는 강력한 연결고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업생태계 내 개별 집단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충분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가치를 생성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창업자들은 결코 무능력하지 않으며, 창업커뮤니티는 구성원들 간의 자율적 지원(Support)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훌륭한 결과물이다. 당연히 창업 커뮤니티 속에서 금쪽이는 더 이상 없다. 이제는 Help가 아닌 Support를 해야 할 때 창업자들은 미지의 세계에서 스스로 혁신을 길을 만들어간다. 일부 창업패키지들이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지 않은 채 무능력을 전제하고 일방향적인 Help를 제공하고 있는데, 매우 잘못된 방향이라 생각한다. 창업자들은 무능력하지도 않으며, 주위에 적절한 조언을 얻을 채널이 무수히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창업 커뮤니티이다. 이제 창업패키지들은 관점을 바꾸어 Help가 아닌 Support를 해야 할 것이다. ‘지원’이라는 의미의 본질을 살펴본다면, 방향과 해법은 꽤 명확해 보인다. 디자인 : 박수민
스브스프리미엄은 오늘부터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칼럼을 싣습니다. 스타트업 현장과 이론을 두루 경험한 연구자들이 분석한 현실과 문제점, 고민과 대안까지 폭넓게 전함으로써 스프 독자들에게 또다른 지식뉴스를 맛보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로벌화의 상징이 된 'K' 시나브로 K는 대한민국의 글로벌화를 상징하는 접두어가 되었다.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대한민국의 문화를 케이팝(K-pop), 코로나 시대 속에서 선제적인 방역 정책으로 글로벌 모범이 되었던 K-방역 등, K는 이제 한국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Korea를 넘어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상징적인 문자가 되었다. 글로벌 창업국가, 소위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창업생태계도 예외는 아니다. 단적인 예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 포탈 홈페이지의 이름은 케이스타트업(K-startup)이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국내외 여러 창업 행사에서는 접두어 K가 점점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출처 :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 공식 홈페이지 글로벌 창업 생태계 연구 기관이자 컨설팅 회사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의 2022년 보고서에 의하면 서울은 글로벌 창업 지수 10위를 기록했다. 서울보다 상위권에 있는 도시로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뉴욕, 영국의 런던,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중국의 베이징 등이 있다. 일본의 도쿄(12위), 프랑스 파리(15위), 독일의 베를린(16위)과 같은 세계적 창업 도시들이 서울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니, 서울을 필두로 대한민국은 이제 진정한 창업 국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해외 스타트업 거점 지역들과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을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창업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해외 스타트업의 '인바운드'가 필요한 이유는 해외 스타트업과 외국인 창업자들을 국내로 유입 및 정착시키는 인바운드(Inbound)전략이 효과적인 대안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케이스타트업(K-startup)은 인바운드를 외면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아웃바운드(Outbound)전략에 집중해 왔다. 이는 반쪽짜리 세계화이다. 마치 수입은 없고 수출만 늘리면서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진입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입과 수출이 모두 증가하면서 선순환을 만들어야 진정한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처럼 글로벌 창업 생태계 형성에도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의 선순환 구조가 필수적이다. 인바운드는 국내 창업 생태계 현장의 요구이기도 하다. 2016년 시작한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적인 인바운드 창업 프로그램인 케이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K-startup Grand Challenge)는 해마다 40~60여 개의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에 유치하면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민·관, 국내 스타트업, 그리고 자국 정부 기관까지 연계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해외 스타트업 해당 인바운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해외 스타트업들이 가져오는 창업 아이템들은 생소하지만 내용이 풍부하고 다양하다. 국내드라마 및 영화촬영지를 동남아 국가들에 중개하거나, 청소년 교육 목적의 소형 뇌공학 교육 기기를 제작하거나, 비료가 포함된 토양 배지 제작하는 등 다소 낯선 제품과 서비스들로 국내 창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해외 창업 기관들이 주도적으로 자국의 스타트업을 한국으로 보내기도 한다.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저먼 엑셀러레이터(German Accelerator)는 유럽의 스타트업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대사관 산하의 무역관(Italian Trade Agency)을 통해 자국의 스타트업에게 한국 시장 탐방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최대의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에도 참여하면서 국내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며 이들의 창업 도전이 늘어나는 점도 흥미롭다. 국내 대학에 재직 중인 외국인 교원들, 특히 이공계 출신의 교원 창업의 사례가 연달아 보이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들도 졸업 후 한국에서 창업을 모색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고급 인력인 이들의 창업은 국내 창업 생태계의 다양성과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은 변화가 필요한 국내 생태계 외국인 창업자들의 국내 활동 수요는 높아지고 있는 반면 국내 창업 생태계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법무부에서는 글로벌 고급인력의 유치 목적으로 구직비자 D-10 제도를 시행하였지만 정작 현장의 외국인 창업자들은 장기 체류를 위해 기업투자비자인 D-8 제도를 선호 및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고급 인력에 대한 전 세계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우리나라도 비자 제도를 정비해 그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인 창업자와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에 유치하고도 이들의 장기적 정착을 도와줄 후속 프로그램과 인력, 그리고 보육 공간이 부족한 부분도 아쉽다. 가장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해외 스타트업 유치에 대한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해외 스타트업 유치가 세금 낭비라는 의견이 있는데, 다양성은 장기적으로 창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스크린쿼터 폐지, 금융 시장 개방, 해외 수입차 개방, FTA개방 등 많은 해외 자본들과 조직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을 앞두고 있을 때의 우려와 오늘날 결과를 생각해 보자. 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는 전반적으로 건강해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외국인 용병들이 국내 프로 스포츠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처럼, 새로운 시각과 아이템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창업자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창업 생태계의 전반적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다. 전 세계는 전도유망한 스타트업들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창업 선진국들은 창업비자와 정착금지원 등 포괄적인 혜택을 제공한 지 오래되었고, 아시아의 창업 허브 싱가포르는 세제 혜택과 자유로운 금융시장 환경으로 외국인창업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일례로 KPMG 2022년 핀테크 보고서에 의하면 동남아시아 지역 핀테크 스타트업의 67%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상당수가 해외 스타트업이다. 출처 : 서울 스타트업스(Seoul Startups) 홈페이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창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서울 스타트업스(Seoul Startups)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4,000명이 넘는다. 프랑스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스타트업 커뮤니티인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는 서울에서 자율적으로 월간 모임을 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실리콘 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들은 연달아 국내에 지사를 열었다. 이처럼 수많은 해외 스타트업과 외국인 창업관계자들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케이스타트업(K-startup)의 글로벌화가 아웃바운드, 즉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전략에 집중하는 동안 국내 창업 생태계는 그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적절하게 제공하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이 창업국가로 더 큰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인바운드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