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준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에서 스타트업 전략과 창업생태계를 연구하고 있으며,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벤처/창업 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학부에서 경제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경영학 전문석사와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등 여러 지역에서 공부하고 다국적 IT 회사와 창업회사를 경험했다. 데이터와 인문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생각의 유연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 테슬라는 대기업일까, 스타트업일까.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국내 대표 IT기업 카카오와 네이버를 살펴보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을 대기업으로 분류한다. 올해 2월 29일 주식시장 종가 기준,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각각 24조 원과 32조 원이므로 두 회사 모두 대기업으로 분류하기에 자격이 충분하다. 2019년 말 4조 8,000억 원의 기업 가치로 독일 스타트업에 매각된 국내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어떨까. 자산 총액 5,000억 원 이상을 중소기업으로 분류하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준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중소기업에 속한다. 앞선 분류 방식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중은 현대자동차를 차량을 제조하는 대기업으로 인식하지만,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으로 인식한다. 국내 우주항공 산업을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업으로 인지하지만, 민간 우주 시대의 서막을 연 스페이스엑스는 스타트업으로 인지한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스타트업 생태계 전문가인 다니엘 아이센버그(Daniel Isenberg) 뱁슨 대학교(Babson college) 교수는 구조적 관점에서 스타트업과 기업의 차이점을 제시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동일한 가치 사슬에서 활동한다. 2차 업체, 3차 업체로 지칭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관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스타트업은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얽혀 있지 않기에 특정 가치 사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협업을 추구한다. 그들의 협업 방식은 전통 기업들 간의 상청·하청 관계와는 다르다. 협업 방식의 다름은 생태계 문화의 차이로 이어진다. 대개 기업 생태계는 이른바 갑과 을의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는 반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행위자들 간의 수평적 관계가 확장해 형성되는 자유로운 문화를 공유한다. 기브앤테이크, 도우트데스, 그리고 페이잇포워드 경제 주체는 서로 주고 받으면서 관계를 맺는다.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여러 용어가 있다. 가장 대중적이고 익숙한 용어는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이다. 단어의 뜻 그대로 주는 것이 있어야 얻는다는 의미인데, 이는 사업 파트너들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이다. 이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다양한 방식으로 부가 가치가 창출된다. 조금 격식 있는 관계는 기브앤테이크보다 도우트데스(Do ut des)로 표현되기도 한다. 라틴어 도우트데스는 유럽 중심의 서구 문화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우리말로 '네가 주니까 내가 준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기브앤테이크와 의미가 비슷해 보이지만, 주로 관용과 대화를 전제로 하는 호혜적 관계를 지칭할 때 쓰인다. 외교나 정치 관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호주의'나 '호혜적 관계' 등이 도우트데스의 범주에 속한다. 수직적 협업 관계가 아닌 동등하고 신뢰가 두터운 경제적 협업 관계를 지향할 때에도 도우트데스로 표현하곤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라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 다른 규모의 기업들처럼 스타트업 역시 독립된 경제 주체이기에 기브앤테이크나 도우트데스와 같은 비즈니스 관계와 관련 가치들을 내재화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잇포워드는 스타트업 생태계만의 차별점으로, 동질감에 기반한 가치이자 관계 방식이다. 페이잇포워드는 스타트업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고 확산되었으며,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에게 주는 대가 없는 도움이나 정신을 의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잇포워드에 기반한 관계는 불평등하지만 관계자 모두가 행복하다. 페이잇포워드를 실천하는 사람은 대부분 창업 생태계의 유명인이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 이들에게서 지원을 받는 사람은 업계의 새내기인 경우가 많다. 서로 지위 차이가 너무 커서 불평등하기에 보통의 사업 관계라면 만남이 성사되기 어렵다. 하지만 업계의 선배 창업가들은 그들의 경험과 비전을 스타트업 생태계에 공유하고 기여한다는 인식하에 스타트업 생태계의 누구와도 만남을 추구한다. 상대방이 후배 창업자라면 만남에 더 적극적이다. 이런 면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페이잇포워드는 받은 것을 되갚는 페이백(pay back) 형식의 전통적 사업 관계와는 개념이 다르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구분 기준은 비전과 핵심 가치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구분하는 여러 기준이 있다. 영위하는 비즈니스의 본질, 성장 속도의 차이, 자본 조달 방법 등 여러 관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그래서 여기서는 기업들이 스스로를 어떤 집단으로 규정했는지를 찾아보고 그들이 제시하는 차이점을 짐작해보려 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내 대기업 모임으로 회원사 60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 규모와 시가총액 기준으로 회원사 목록에 당연히 있어야 할 카카오와 네이버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대신 그들은 국내 스타트업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원사 명단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타트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와 차이를 보이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페이잇포워드의 가치를 오랫동안 실천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들을 다방면으로 돕고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는 보육 공간과 정책 지원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주저하는 인수합병에도 앞장서 있다. 그들은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적극 사들이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이잇포워드는 전통적 기업 생태계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분짓는 핵심 가치이다. 한 창업재단에서는 페이잇포워드를 '자발적 도움'이라고 옮겼는데,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을 잘 반영한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구글, 테슬라, 메타, 네이버 등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오늘날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의 정체성을 시장 지표만으로 평가해서 규정하기에는 미흡하다. 만약 누군가 그들이 대기업인지 스타트업인지 물어본다면, 이제는 다르게 대답해보자. 디자인 : 박수민
국내 창업생태계의 빠른 성장에는 다양한 ‘창업지원패키지’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이 양적 성장에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질적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원 활동의 본질과 실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곧 지원이라는 창업패키지 제공자들의 보수적인 시각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원과 도움은 분명 다른 의미지만 차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빠른 이해를 위해 영어를 잠시 차용해 보겠다. 물에 빠진 외국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다급한 상황의 그는 무엇이라고 외칠까? “Help me”. 우리말로 ‘살려주세요’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그 누구도 “Support me”라고 외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도움(Help)과 지원(Support)의 차이가 짐작이 될 것이다. 도움(Help)은 수혜자가 무능력하다고 전제한 것이고, 지원은 수혜자가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있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우리말로는 종종 Help와 Support를 모두 ‘도움’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맥락적 상황은 분명 다르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여기서부터는 도움(Help)과 지원(Support)을 영어로 명기하고 글을 이어나가겠다. 창업패키지 프로그램과 금쪽이 창업자들 적지 않은 창업패키지들은 명목상 Support를 표방하지만, 실제적으로는 Help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방향성의 기저에는 창업자를 자생능력이 부족한 금쪽이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런 시각은 제공집단과 수혜집단간 불평등한 관계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양쪽 집단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통상적으로 창업패키지 제공집단 및 운영기관들은 지원금과 보육 공간 등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유형 자원을 제공한다. 이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창업자들은 수많은 의무 사항을 충족해야만 한다. 대표적으로 보유 공간 출석, 창업 관련 수업, 창업 멘토와의 미팅, 파트너사와 MOU 체결 등이 있는데, 이런 정량적 성과 지표와 관련하여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창업자들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성과 지표들은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보육 공간에 출석을 해서, 수업을 듣고 의무 시간을 채우는 것과 같은 활동들이 과연 스타트업의 의미 있는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까. 이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된 중고등학교의 학창 시절과 그때의 학습 효과를 떠올려보면 답이 될 것이다. 일례로 창업생태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진행되는 멘토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효과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진다. 일부 창업패키지는 멘토 미팅 횟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경우 패키지 수혜 창업자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정해진 횟수만큼 멘토와 미팅을 진행하고 결과 보고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만남과 배움을 강요하니 창업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그동안 많은 창업패키지들은 창업자들을 금쪽이로 간주하고 있으면서, 맞춤화된 금쪽 처방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원, 즉 Support가 목적이라면, 제공자와 수혜자의 관계는 갑을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 위에서 필요한 자원이 교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Support 중심의 해결책은 커뮤니티 최근 들어 Help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방향적 창업패키지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창업자들이 원하는 지원 방안들이 조금씩 고민되고 있다. 다양한 해법이 가능하겠지만, 창업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창업자 중심의 커뮤니티이다. 모든 커뮤니티의 핵심 동력은 자율성이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스스로 모여,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해답을 찾아간다. 이들의 지속적 자생력은 강력한 내적 동기에 기반하고 있다. 외부의 지나친 도움이 있으면, 오히려 자생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커뮤니티의 힘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로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메칼프의 법칙’이다. 해당 법칙은 네트워크 내 연결점 하나의 증가가 얼마나 더 많은 가치를 생성하는지 잘 설명한다. 창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와 혁신추구라는 강력한 내적 동기로 모인 창업가들은 서로의 정보를 능동적으로 공유할 뿐만 아니라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서 창업생태계 내에서 커뮤니티가 가진 가치와 영향력은 매우 크다. 실제로 창업생태계 곳곳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초기 투자자를 지칭하는 엔젤 투자자들은 마치 대학교의 동아리처럼 스스로 모여 투자 활동을 시작했는데, 최근에서야 엔젤 투자는 제도권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그들은 스스로를 투자 운용사나 기업이 아닌 커뮤니티 기반의 엔젤 클럽이라 부른다. 창업기획자들은 보육 스타트업들을 기수(Cohort) 별로 운영한다. 선배기수와 후배기수와의 유대감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확장하기 위함이다. 서울 스타트업스(Seoul Startups) 공식 홈페이지 국내의 대표적인 외국인 창업 커뮤니티인 서울 스타트업스(Seoul Startups)와 라프렌치테크 서울(La French Tech Seoul)의 운영자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 프로 보노(Pro bono)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커뮤니티의 공통 이익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은 지원금 혜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대표적인 창업지원재단인 디캠프나 아산나눔재단의 보육 공간에 입주하고 싶어 한다. 같은 공간 내에 입주해 있는 여러 창업생태계 관계자 및 선배 창업자들과 이어지는 강력한 연결고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업생태계 내 개별 집단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충분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가치를 생성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창업자들은 결코 무능력하지 않으며, 창업커뮤니티는 구성원들 간의 자율적 지원(Support)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훌륭한 결과물이다. 당연히 창업 커뮤니티 속에서 금쪽이는 더 이상 없다. 이제는 Help가 아닌 Support를 해야 할 때 창업자들은 미지의 세계에서 스스로 혁신을 길을 만들어간다. 일부 창업패키지들이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지 않은 채 무능력을 전제하고 일방향적인 Help를 제공하고 있는데, 매우 잘못된 방향이라 생각한다. 창업자들은 무능력하지도 않으며, 주위에 적절한 조언을 얻을 채널이 무수히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창업 커뮤니티이다. 이제 창업패키지들은 관점을 바꾸어 Help가 아닌 Support를 해야 할 것이다. ‘지원’이라는 의미의 본질을 살펴본다면, 방향과 해법은 꽤 명확해 보인다. 디자인 : 박수민
스브스프리미엄은 오늘부터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칼럼을 싣습니다. 스타트업 현장과 이론을 두루 경험한 연구자들이 분석한 현실과 문제점, 고민과 대안까지 폭넓게 전함으로써 스프 독자들에게 또다른 지식뉴스를 맛보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로벌화의 상징이 된 'K' 시나브로 K는 대한민국의 글로벌화를 상징하는 접두어가 되었다.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대한민국의 문화를 케이팝(K-pop), 코로나 시대 속에서 선제적인 방역 정책으로 글로벌 모범이 되었던 K-방역 등, K는 이제 한국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Korea를 넘어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상징적인 문자가 되었다. 글로벌 창업국가, 소위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창업생태계도 예외는 아니다. 단적인 예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 포탈 홈페이지의 이름은 케이스타트업(K-startup)이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국내외 여러 창업 행사에서는 접두어 K가 점점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출처 :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 공식 홈페이지 글로벌 창업 생태계 연구 기관이자 컨설팅 회사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의 2022년 보고서에 의하면 서울은 글로벌 창업 지수 10위를 기록했다. 서울보다 상위권에 있는 도시로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뉴욕, 영국의 런던,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중국의 베이징 등이 있다. 일본의 도쿄(12위), 프랑스 파리(15위), 독일의 베를린(16위)과 같은 세계적 창업 도시들이 서울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니, 서울을 필두로 대한민국은 이제 진정한 창업 국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해외 스타트업 거점 지역들과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을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창업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해외 스타트업의 '인바운드'가 필요한 이유는 해외 스타트업과 외국인 창업자들을 국내로 유입 및 정착시키는 인바운드(Inbound)전략이 효과적인 대안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케이스타트업(K-startup)은 인바운드를 외면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아웃바운드(Outbound)전략에 집중해 왔다. 이는 반쪽짜리 세계화이다. 마치 수입은 없고 수출만 늘리면서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진입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입과 수출이 모두 증가하면서 선순환을 만들어야 진정한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처럼 글로벌 창업 생태계 형성에도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의 선순환 구조가 필수적이다. 인바운드는 국내 창업 생태계 현장의 요구이기도 하다. 2016년 시작한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적인 인바운드 창업 프로그램인 케이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K-startup Grand Challenge)는 해마다 40~60여 개의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에 유치하면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민·관, 국내 스타트업, 그리고 자국 정부 기관까지 연계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해외 스타트업 해당 인바운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해외 스타트업들이 가져오는 창업 아이템들은 생소하지만 내용이 풍부하고 다양하다. 국내드라마 및 영화촬영지를 동남아 국가들에 중개하거나, 청소년 교육 목적의 소형 뇌공학 교육 기기를 제작하거나, 비료가 포함된 토양 배지 제작하는 등 다소 낯선 제품과 서비스들로 국내 창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해외 창업 기관들이 주도적으로 자국의 스타트업을 한국으로 보내기도 한다.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저먼 엑셀러레이터(German Accelerator)는 유럽의 스타트업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대사관 산하의 무역관(Italian Trade Agency)을 통해 자국의 스타트업에게 한국 시장 탐방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최대의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에도 참여하면서 국내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며 이들의 창업 도전이 늘어나는 점도 흥미롭다. 국내 대학에 재직 중인 외국인 교원들, 특히 이공계 출신의 교원 창업의 사례가 연달아 보이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들도 졸업 후 한국에서 창업을 모색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고급 인력인 이들의 창업은 국내 창업 생태계의 다양성과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은 변화가 필요한 국내 생태계 외국인 창업자들의 국내 활동 수요는 높아지고 있는 반면 국내 창업 생태계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법무부에서는 글로벌 고급인력의 유치 목적으로 구직비자 D-10 제도를 시행하였지만 정작 현장의 외국인 창업자들은 장기 체류를 위해 기업투자비자인 D-8 제도를 선호 및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고급 인력에 대한 전 세계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우리나라도 비자 제도를 정비해 그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인 창업자와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에 유치하고도 이들의 장기적 정착을 도와줄 후속 프로그램과 인력, 그리고 보육 공간이 부족한 부분도 아쉽다. 가장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해외 스타트업 유치에 대한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해외 스타트업 유치가 세금 낭비라는 의견이 있는데, 다양성은 장기적으로 창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스크린쿼터 폐지, 금융 시장 개방, 해외 수입차 개방, FTA개방 등 많은 해외 자본들과 조직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을 앞두고 있을 때의 우려와 오늘날 결과를 생각해 보자. 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는 전반적으로 건강해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외국인 용병들이 국내 프로 스포츠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처럼, 새로운 시각과 아이템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창업자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창업 생태계의 전반적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다. 전 세계는 전도유망한 스타트업들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창업 선진국들은 창업비자와 정착금지원 등 포괄적인 혜택을 제공한 지 오래되었고, 아시아의 창업 허브 싱가포르는 세제 혜택과 자유로운 금융시장 환경으로 외국인창업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일례로 KPMG 2022년 핀테크 보고서에 의하면 동남아시아 지역 핀테크 스타트업의 67%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상당수가 해외 스타트업이다. 출처 : 서울 스타트업스(Seoul Startups) 홈페이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창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서울 스타트업스(Seoul Startups)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4,000명이 넘는다. 프랑스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스타트업 커뮤니티인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는 서울에서 자율적으로 월간 모임을 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실리콘 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들은 연달아 국내에 지사를 열었다. 이처럼 수많은 해외 스타트업과 외국인 창업관계자들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케이스타트업(K-startup)의 글로벌화가 아웃바운드, 즉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전략에 집중하는 동안 국내 창업 생태계는 그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적절하게 제공하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이 창업국가로 더 큰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인바운드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