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미국 조리사 협회 총주방장 심사위원(ACE) 및 총주방장(CEC), 2012 World Gourmand Cookbook competition Best TV celebrity chef in Korea, 올리브 TV '테이스티 로드 2', 이현우의 오감도 등 요리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뉴욕을 먹다'외 다수의 요리책을 저술하였습니다.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곳이 미국이다.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멜팅팟(melting pot)이라고도 불리는데,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각지에서 미국으로 건너와서 '미국식'으로 변형된 음식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것이 '텍스멕스(Tex-Mex)다. 텍스멕스는 미국의 텍사스식 음식과 멕시코의 음식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단어로, 미국화된 멕시코 음식을 일컫는다. 텍스멕스는 '테자노 문화(Tejano Culture)'에 뿌리를 두고 있다. 테자노 문화란, 텍사스 공화국이 형성되기 전 텍사스에 살았던 스페인과 북부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에 관한 것들이다. 1500년대 초반 최초의 유럽인 정착민들이 도착하기 전, 북미 원주민들은 수천 년 동안 지금의 텍사스 지역에서 거주했다. 그 후 300년 이상 텍사스는 뉴 스페인으로 알려진 스페인 식민지의 일부였고, 텍사스와 멕시코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된 1821년 이후에도 연결되어 있었다. 물론 텍사스는 15년 뒤 독립을 쟁취했고, 1845년 미국의 일부가 되었다. 남북전쟁 이전까지는 텍사스 지역의 음식과 멕시코 북부의 음식에는 특별한 차이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카브리토(Cabrito - 새끼 염소 요리), 카르네 세카(Carne seca - 말린 소고기)와 같이, 목장에서 생겨난 음식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철도가 생기고 화물이 오고가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 생산된 다양한 식재료들이 이 지역으로도 전파되었다. 가공치즈나 연유 등 미국의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기 시작된 식재료들이 유입되기 시작되며 본격적인 텍스멕스 음식들이 등장했다. 초기에 등장한 음식은 칠리 콘 카르네(Chili con carne)였다. 1880년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San Antonio)시의 광장에서 '칠리 퀸즈(Chili queens)'로 알려진 한 무리의 여성들이 싸고 맛있는 멕시코식 음식을 판매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칠리 콘 카르네 한 그릇과 빵, 물 한 잔이 10센트에 판매되었는데, 이 맛있는 음식은 이내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게 된다. 이후 칠리 콘 카르네는 처음 미국 주류로 진입한 텍스멕스 음식이 된다. 이 음식의 엄청난 인기는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콜롬비아 박람회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텍사스 대표단은 박람회 관람객들에게 호응을 얻기 위해 박람회장에 가판대를 만들어 '칠리 콘 카르네'를 나눠주기도 할 정도로 텍사스를 대표하는 텍스멕스 음식이 되었다. Texas-Mexican Railway 사진 출처 : https://www.american-rails.com '텍스멕스'라는 단어는 1875년 텍사스주와 멕시코를 오가던 철도 노선에서 기원되었다. 그 당시 열차 시간을 보여주던 신문에서는 철도 노선의 이름을 줄여서 표기하였는데, 텍사스와 멕시코 사이를 운행하던 열차를 Tex. Mex.라 줄여 표기하였던 것이다. 1920년대 들어 두 단어를 잇는 하이픈이 생겼고, 현재의 텍스-멕스로 사용되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단어는 이후 텍사스에서 태어난 멕시코 교포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불리며 인종 차별적인 단어로 문제가 되기도 하였는데, 텍사스에 사는 멕시코 혈통의 사람들을 더 정확하게는 테야노스(Tejanos)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텍스멕스는 "토종 외국 음식(Native foreign Food)"다. -저널리스트 웨이벌리 루트 (Wavely Roots)- 텍스멕스와 멕시코 음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식재료다. 미국으로 건너온 멕시코 음식에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치즈나 사워크림, 가공된 콩이 추가되었다. 특히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는 노란 치즈인데, 건강 문제만 빼면 치즈는 텍스멕스라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 위해 두 문화를 융합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텍스멕스에는 커민(Cumin 향신료)의 사용이 많은데, 멕시코 현지에서는 커민을 사용하지 않는다. "텍스멕스에는 멕시코 음식보다 커민(Cumin)이나 치즈의 사용이 많다." 대표적인 텍스멕스 음식으로는 칠리 콘 까르네(Chili Con Carne), 파히타(Fajitas), 나쵸(Nachos), 브랙퍼스트 타코(Breakfast Tacos) 등이 있다. 텍스멕스 스타일의 엔칠라다는 고기, 치즈, 감자, 야채를 옥수수 또띠야 속에 넣고 칠리페퍼 소스와 함께 오븐에서 구워 낸 것이지만, 멕시코 현지의 엔칠라다는 손가락 두께의 얇은 크기에 치즈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차이점이다. 멕시코 요리에 관한 권위자 중 한 명인 영국 태생의 음식 작가 '다이애나 캐네디(Diana Kennedy)는 텍스멕스가 1960년대 후반 미국식 중국 음식인 찹수이(Chop suey)와 차우민(chow min)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게 된 텍스멕스는 미국 내에도 널리 알려진 프랜차이즈로도 성장하게 되는데, 타코벨(Taco Bell), 치폴레(Chipole), 큐도바(Qdoba) 등이다.
뉴욕의 아침과 함께 시작하는 음식은? 단연 베이글(Bagel)이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베이글의 고향은 이곳 뉴욕이다. 미국에서 아침 식사는 달걀 요리, 머핀, 오믈렛 등 다양하게 찾을 수 있지만, 뉴욕의 아침을 책임지는 것은 단연 베이글이다. 길에서 커다란 베이글과 커피 한 잔을 들고 걸어가는 뉴요커를 보는 건 일상적이다. 2021년 레스토랑 기고가 테잘 라오(Tejal Rao)는 뉴욕타임스에 '최고의 베이글은 캘리포니아에 있다(미안해 뉴욕)'(The Best Bagels are in California(Sorry, New York))이라는 기사를 썼다. 맨해튼에 거주했던 이가 캘리포니아 베이글을 최고로 선정했다는 사실에 뉴욕 베이글 전문가들은 곧장 분노를 표출했다. "캘리포니아가 베이글로 맞붙길 원한다면 난 준비되어 있다!" - 스콧 로실로, 브루클린 베이글 스토어 오너 "우리는 매일 우리의 베이글을 캘리포니아로 배송하고 있다." - 멜라니 프로스트, 에싸 베이글(Ess-a-Bagel) 총괄 책임자 '뉴욕 베이글 맛에는 뉴욕의 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수의 사람들은 뉴욕 베이글이 맛있는 이유를 뉴욕의 물 때문이라 주장한다. 뉴욕의 물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뉴욕 피자와 맥주가 맛있는 것처럼, 베이글 또한 뉴욕의 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19세기 중반 유럽에서 '반유대인 법(Antisemitic laws)' 제정으로 많은 아슈케나짐(Ashkenazi Jews)이 미국으로 건너오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 25만 명의 유대인들이 미 동부 지역으로 이주해 정착하기 시작했고, 또한 이 시기 동유럽 유대인 이민자들도 미국으로 오면서 미국 내 유대인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현재 뉴욕시의 인구는 90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유대인 수는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많다. 과거부터 먹던 베이글이 현재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도, 이처럼 유대인이 많이 거주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제약 때문에 '코셔(Kosher)'로 만든 음식만 먹을 수 있었다. 이 코셔 음식은 대단히 복잡한 교리를 따르고 있는데, 식재료가 제한되고 조리 공간도 코셔 인증을 받아야 하며, 코셔 인스펙터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물과 밀가루, 소금 그리고 약간의 이스트만이 들어가는 베이글은 유대인들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바쁜 아침 베이글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면서 베이글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베이글 반죽을 만드는 데는 긴 막대기가 필요했는데, 이 막대기를 활용해 반죽을 밀고, 가운데 동그란 구멍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다 구워 낸 베이글은 이 긴 막대기에 걸어놨다. 20세기 초반 뉴욕에서는 이 긴 막대기에 베이글을 걸어서 들고 다니며 판매하던 진풍경도 있었다. 1915년도에 만들었던 베이글은 85그램 정도의 작은 컵 사이즈였는데, 현재는 170그램 정도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이 시기 뉴욕에는 베이글 전문가들의 조합인 '베이글 베이커 로컬 338(Bagel Baker Local 338)'이 결성되었다. 전 세계에서 건너온 이민자들 중 실력 있던 베이커들이 이 조합에 가입하였고, 반죽과 발효, 레시피 개발과 같은 연구를 하였다. 이들은 '베이글은 꼭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Handcraft)'고 주장했는데, 기계로 만든 베이글과 손으로 만든 베이글은 확연히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역겹고 기괴하다" 비판받았던 '베이글 게이트' 한때 '뉴욕 베이글은 손으로 만드는 곳이 맛있다'라고 전해졌었지만, 1970년대 말 기계화가 시작되었다. 1960년대 톰슨(Tompson) 사에서 전자동 베이글 반죽 기계를 개발, 미국 전역에 베이글 공장을 세웠다. 수작업을 고수하던 맨해튼 가게들도 차츰 공장에서 만들어낸 베이글을 받아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만들어낸 베이글은 가격이 싸고 재고 관리가 수월했던 탓에 수제 베이글의 시대는 그렇게 저물게 되었다. 베이글은 물과 밀가루, 소금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며 반죽 후 도넛과 같이 가운데 동그란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반죽을 물에서 익힌 뒤 오븐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겉면은 매끄럽지만 속은 쫄깃한 맛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만든 베이글의 맛은 담백하지만, 미국인들 입맛에는 조금은 심심했다. 베이글이 동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미국인들은 베이글의 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버터를 듬뿍 바르기도 했고, 크림치즈를 발라서 먹기도 했다. 크림치즈 또한 플레인 맛에서 다양한 맛으로 변화되었고, 현재는 딸기, 초콜릿, 어니언 등 다양한 맛의 크림치즈를 곁들인다. 여기에 든든한 한 끼를 위해 달걀이나 훈제 연어를 넣어 주는 곳들도 생겨났다. 간단한 베이글에서 풍성한 아침 식사로 변화한 것이다. 2018년 뉴욕에서는 '베이글 게이트(Bagel gate)'로 불리는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유명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인 배우 신시아 닉슨은 뉴욕 주지사에 도전했다. 신시아 닉슨은 맨해튼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유태인계 슈퍼마켓인 제이바(Zabar's)에서 시나몬 레이즌 베이글에 훈제 연어, 크림치즈, 케이퍼, 적양파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주문하였다. 이 모습을 본 뉴요커들은 '어떻게 단맛의 시나몬 레이즌 베이글과 훈제 연어의 조합이 가능한가?'라면서 '이는 정말이지 역겹고 기괴한 식성'이라며 베이글에 관한 뉴요커들의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 와 한인타운에서 맛있게 순두부찌개를 먹고 난 후 받아 든 계산서. 계산서를 자세히 보면, 음식 가격, 세금, 그리고 팁이 기다리고 있다. 점심에 간단하게 즐긴 순두부찌개 한 그릇의 가격은 18달러, 여기에 세금 1.5달러(뉴욕 기준 8.875%)과 팁 3.24달러(18% 기준)가 더해져, 총 22.74달러(약 2만 9,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맛있게 먹은 점심인데 왠지 무엇인가 도둑맞은 느낌이다. 미국에서 팁(tip)은 일상적인 문화이지만, 팁을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최근 미국에서는 '팁플레이션(Tipflation)'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팁플레이션'은 팁(tip)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팁의 비율이 상승했다는 걸 가리킨다. 팁은 주로 레스토랑과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만 통용되었지만, 최근 대부분 사업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자동 세차장, 심지어 음식을 픽업하는 'Take-out' 식당이나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에서도 팁을 요구한다. 미국에서는 할 수 없이 팁을 내야 하는 상황을 두고 '팁 소름(Tip Creep)', '티핑 피로(Tipping Fatigue)'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팁플레이션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대면 결제가 확산되며 자리잡게 되었다. 과거 팁은 종업원이 들고 온 계산서에 별도로 지불하던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POS(Point of Sales) 기계나 키오스크에서 직원이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이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노팁' 을 누르거나 '적은 양'의 팁을 내기에는 죄책감과 쫓기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적당한 팁을 누르게 된다. "심리적 압박감과 죄책감 때문에 실제 지불 의사보다 더 많은 팁을 남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점심에는 '15~18%', 저녁에는 '18~20%'를 팁으로 내면 된다는 공식이 깨어진 건 오래전 일이다. 이제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최소 18% 이상의 팁을 제시하는 곳이 많아졌으며, 25%~30%까지 요구하는 곳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의 팁(Tip)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팁 문화는 16세기경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귀족이 하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의미였으며, 미국에서는 노예제가 철폐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 부자들은 유럽의 귀족들을 따라하곤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팁 문화'였다. 그 시절 미국인들은 팁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팁을 주는 것이 '잘난 체'하는 것처럼 여겨졌었기 때문이다. 작가 '자야라만'은 그의 책 'Forked : A New Standard for American Dining'에서 '팁을 주는 것은 비열하고 비민주적이고 미국인답지 못하다'라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팁 문화는 백인들이 흑인들을 고용하지만 금전적인 보상은 주지 않고, 팁을 비롯한 부수입에 의존해 살아가도록 변질되었다. 종업원, 파출부 등은 무조건 흑인이다. 흑인들은 당연히 팁을 받는다. 주는 쪽도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흑인이 열등하기 때문에 팁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백인 남성이 팁을 받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당혹스러울 것이다. - 기자 존 스피드의 팁에 관한 기사, 1902년 이 시절의 팁 문화에는 인종 차별적인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식당, 호텔, 파출부 등 손님은 부유한 자들이, 종업원은 하층민인 업종에서 특히나 더 두드러졌다. 미국에서의 팁 문화는 이 시기를 거치며 미국 사회에 자리잡게 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중앙정부의 '연방 최저임금'과 각 주가 정해 놓은 '주별 최저임금' 중 더 높은 것을 사용하면 된다. 조지아주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은 7.25달러이지만, 팁을 받는 노동자(Tipped Minimum Wage)의 경우 2.13달러로 대단히 낮다. 팁의 유무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를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단 8개 주만이 동일한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42개 주에서는 팁을 받는 노동자에게는 더 적은 최저임금을 지불해도 되게끔 법이 제정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팁 노동자와 일반 노동자 모두 최저시급을 적용받으며, 최근 시카고 시 의회도 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합의했다. (미국 내에서 팁을 받는 노동자는 약 6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팁을 많이 받게 하는 것은 임금을 적게 주어도 되는 고용주와 실질 소득이 늘어나는 직원에게 모두 좋은 소식으로 들린다. 하지만 고용주들은 본인들이 내야 할 인건비의 일부를 손님들의 팁으로 채워왔고, 특히 코로나를 거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고용주들은 '팁플레이션'을 더 애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Institute for Economic Policy)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팁을 받는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더 많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나타났다. 팁을 받지 않는 노동자에 비해 소득 변동성이 더 크고, 성별 및 인종에 따라 팁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한다. 연구 결과는 결국 팁을 받지 않고도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2019년 팁을 받는 노동자도 똑같은 최저 임금을 받게 하는 '임금인상법안(The Raise the Wage Act)'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지만, 공화당의 주를 이루었던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와 더불어 근무시간의 단축 혹은 일자리 축소 등의 현상들이 이어지게 될 것이며 경제에 악영양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은 사상 최고의 인플레이션을 맞은 시기에 덩달아 치솟은 팁이 부담스러워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가급적 음식을 투고(to-go)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더 얇아지고 있다. 여기에 팁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들이 커져 나가고 있다. 디자인 : 박수민
오뚝이처럼 불룩하게 생긴 귀여운 과일. 이제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보카도(Avocado). 미국에서 아보카도는 한국의 '귤'만큼 흔하디 흔한 과일이다. (2018년 기준 3,000만 달러 정도의 수입액을 기록했다.) 미국 사람들은 이 아보카도를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데 이번 글에서는 슈퍼푸드인 아보카도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아보카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겠다. 슈퍼푸드 '아보카도(Avocado)' 아보카도는 멕시코와 남미 등 더운 지방에서 자라는 열대과일로, 햇볕이 강하고 토양이 좋은 곳에서 잘 자란다. 남미에서도 특히 멕시코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과일 중의 보석'이라 불릴 정도로 아보카도에는 각종 영양분이 풍부하다. 미국 농무부(USDA)는, 아보카도 100g당 열량은 160칼로리 정도로, 섬유질과 지방산이 많고 11종의 비타민, 특히 14종의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고 소개한다. 특히 칼륨과 엽산은 과일 중 최고 함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복숭아의 4배, 라임의 4배에 달할 정도다. (칼륨은 혈액 속 노폐물과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보카도에 풍부한 성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지방'이다. 아보카도에 포함된 풍부한 지방은 체내에 섭취해도 좋은 지방이라고 알려진 '불포화지방산'이다. 식물성 기름과 등 푸른 생선인 참치, 고등어, 견과류 등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산은 체내에 좋은 콜레스테롤은 높이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는다. 아보카도는 전체 지방산 중 80% 이상이 '불포화지방산'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아보카도의 좋은 성분 때문에 아보카도는 샐러드, 오일, 버터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되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매년 미국 슈퍼볼이 열리는 2월 첫째 주가 되면 미 전역의 아보카도는 동이 난다. 몇 해 전, 미국인들의 이목이 쏠린 슈퍼볼 중간 광고시간, 아보카도로 만든 과카몰리가 등장하였고 이후 슈퍼볼 경기가 있는 날이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인식되게 된다. 당시 슈퍼볼 경기가 열린 날에는 16만 톤 이상의 아보카도가 소비되었는데, 이는 연간 소비량인 120만 톤의 10%를 넘어서는 양이었다. 그놈이 그놈처럼 보이는 아보카도지만, 사실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아보카도는 '하스(Hass)'라 불리는 종으로 겉면이 오돌토돌하게 생긴 것이 특징이다. '아보카도'를 떠올릴 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하스 아보카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우편배달부로 일했던 루돌프 하스의 작품이다. 그는 1926년, 종의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세 알의 아보카도 씨를 심었는데 두 알은 실패했고, 마지막 남은 하나를 당시 아보카도로 흔했던 '푸에르테' 종에 접을 붙여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게 된다. 이후 그는 이 나무에서 나온 아보카도를 자신의 이름을 딴 '하스' 아보카도라 불렀고, 백년이 지난 지금 아보카도의 대표 품종 중 하나가 되었다. 아보카도는 나무에서 익지 않는다? 아보카도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지 않기 때문에, 딴 뒤에 숙성을 거쳐 먹어야 한다. 일단 아보카도를 수확하면 상온에서 1주일 정도 지나야 숙성이 되어 먹을 수 있게 된다. 나무에서 숙성이 되지 않고, 에틸렌 가스를 맡아야 후숙이 되는 과일이라니, 정말 흥미롭다. 숙성된 아보카도를 고르는 방법은 조금은 잔인하다. 육안으로 판단을 했더라도, 손으로 살짝 눌려보아야 하는데, 부드럽게 살짝 들어가는 느낌이 나는 것이 완벽하게 익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너무 많이 손을 탄 아보카도는 속이 얼룩덜룩 멍이 든 모습을 볼 수 있다. 멕시코 카르텔의 아보카도 전쟁 멕시코에서 아보카도 관련 일자리는 30만 개 이상으로 추정되며, 아보카도 관련 사업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멕시코 최저 임금의 10배 이상을 받고 있다. 미국 내 아보카도의 소비가 급증하자, 멕시코 아보카도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미초아칸 주'로 돈이 쏟아져 들어왔다. 태평양 근처에 자리 잡은 미초아칸 주는 마약을 다루는 카르텔에게 있어 가장 핵심적인 곳이다. 이곳의 카르텔들은 기존의 마약에 불법 광목, 벌목 등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영역으로 확장하며 사업 전선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마약의 발견, 아보카도가 마약 카르텔을 끌어들이다' – 블룸버그 보도 1인당 2파운드에 머물렀던 미국 내 연간 소비량이 10년 새 10파운드까지 치솟으면서 아보카도 가격 역시 자연스레 급등했다. 2019년 기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아보카도 수출액이 3억 달러에 이르렀고, 돈이 움직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는 멕시코 카르텔들 사이에 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카르텔들은 아보카도 농장에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고, 소득의 상당 부분을 갈취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농장에 불을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해 아보카도를 생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카르텔들은 몸집을 불리기 위해 농장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은 반강제적으로 카르텔의 조직원으로 포함시켰다. 이를 참지 못한 사람들은 민간 자경단(Self-Defense Groups)을 만들게 된다. 나무를 가꾸어야 할 사람들이 직접 총을 들고 카르텔과 맞서게 된 것이다. 이들은 지역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지역 경찰을 만들어 그들의 사업을 지켰다. 엔리케 니에토 대통령의 멕시코 정부는 자위단을 합법화해 주었다. 하지만, 이후 안드레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경단의 무장 금지를 공표했고 '안전보장 기능은 국가에 속하기 때문에 자경단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결국 여전히 멕시코 카르텔과 자경단은 치열한 피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들의 사살도 흔하게 발생하며, 2019년 한 해 동안 미초아칸 주에서 2,0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힘없는 자경단들은 카르텔에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하고, 자경단이 카르텔로 변질되는 경우도 발생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매년 아보카도의 소비량은 증가하는 중이다. 미국의 소비량의 증가와 더불어 최근에는 중국 소비량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힘들게 키운 아보카도는 전 세계로 수출되지만, 실상은 마약조직에 수익을 갈취당하고 있는 멕시코의 현실. 일하면 일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비참한 멕시코의 실상이다.
최근 미국을 뜨겁게 달구는 주제가 있다. ‘감자는 채소다’라는 공식에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이 들으면 ‘감자는 당연히 곡류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현재 감자는 채소(Vegetable)로 카테고리화되어 있다. 미국의 오픈 AI에 ‘감자는 채소인가요?(Do Potatoes count as a Vegetable?)’라고 질문을 던지면, ‘감자는 전분질이 많은 뿌리채소로 분류됩니다. 곡류가 아닙니다.(Potatoes are classified as vegetables, specifically as starchy root vegetables. They are not grains.)’라고 답변한다. 2023년 12월부터 워싱턴포스트, CBS 등 미국 대부분 매체에서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 (DGA :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개정을 앞두고 감자를 더 이상 채소로 분류하지 않겠다는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보건 복지부와 농업부는 5년마다 DGA를 업데이트하여 발표한다. 현재의 논의는 2025-2030년의 지침이다. 감자를 구분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 중요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모든 공기업, 공립학교 급식, 병원 등 미국 내 모든 공적기관들이 사용하는 식품리스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현재 감자는 ‘채소’로 분류 돼 영양학적으로 ‘채소’의 카테고리에 사용되고 있지만, 만약 감자가 채소에서 빠지게 된다면 이는 엄청난 규모의 손실로 발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DGA는 감자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했을까? 미국에서의 ‘비만 문제’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비만율은 42%로 약 12% 정도 상승했다(BMI지수 30 이상). 미국 정부는 ‘미국인들은 고열량 가공식품의 섭취는 줄이고,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섭취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는데, 채소 카테고리에 ‘감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감자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 중 단연 1위다. 미국인들을 연간 22.4 킬로그램의 감자를 섭취하며 2위인 토마토(14.3kg)를 한참이나 앞질렀다. 미국 내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감자가 채소로 분류된 까닭에 감자를 먹으면 채소를 충분히 먹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문제는 감자나 고구마 등의 뿌리채소는 고칼로리 식품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채소 섭취를 권하면서도 감자와 고구마는 제외했다. 한국에서 감자는 쪄서 먹거나 구워서 먹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되지만, 미국에서의 감자 소비 방식은 절반 이상이 튀겨서 먹는 ‘감자튀김’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년간 미국 내 감자를 조리해 먹는 방식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냉동 감자튀김의 소비량은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학교 급식은 단백질, 곡물, 과일, 유제품, 채소로 구성된 5가지 영양학적 성분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자가 채소로 분류되는 까닭에 ‘햄버거 빵(곡류), 냉동 패티 (단백질), 유제품 (우유), 과일 (사과), 채소 (냉동 감자튀김)’의 구성으로 완성되는 촌극이 발생되고 있다. 또한 냉동피자나 냉동 파스타를 만들어 놓고, 감자튀김을 곁들이면 영양분이 가득한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는 ‘합법적인’ 절차도 거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DGA는 학생들의 건강을 진지하게 고려하며 위의 지침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감자 관련 종사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 감자 협회 (National Potato Council)는 ‘감자는 녹말이 많은 채소이며, 감자를 채소가 아니라고 분류하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감자 생산량은 1000억 달러(약 130조) 규모에 대규모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최대 감자 생산지인 아이다호 주의 경우 남한의 규모와 비슷하며, 이곳에 본사를 둔 감자 기업인 ‘심플롯(Simplot)’은 전세계 주요 패스트푸드 기업에 감자를 납품하며 연간 수익 10억 달러와 1만 명의 직원수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번 지침이 제정되면 미 전역의 공립학교 급식 인구인 약 5500만 명은 감자튀김을 먹지 않을 가능성도 있게 된다. 감자협회 대표 ‘Kam Quarles’는 ‘DGA는 대단히 정치적이며 비과학적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이 감자에 대한 재분류는 과거 2010년 오바마 정부 때 추진했던 정책이기도 했다. 미국 급식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보자라는 취지로 ‘Less Potato’, 감자튀김 관련 메뉴를 줄여보자는 정책이었다. 학교급식에서 1주일에 1번으로 줄이고, 더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경험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당시 미 상원은 만장일치로 오바마의 감자 정책은 무산시켰다. 도날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거 오바마 정부가 했던 것을 뒤집고 ‘더 많은 피자, 더 많은 고기, 더 많은 감자(More pizza, meat and potatoes)’를 장려했다. 트럼프는 이에 반응해 ‘모든 학교가 감자를 채소 메뉴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편, 피자, 햄버거, 감자를 무제한으로 먹어도 된다는 법안을 준비했지만, 결국 미 연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사실 미국 20대에서의 감자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22년 기준 40대 이상의 미국 성인은 60% 이상이 감자를 선호하지만, 20대에서는 불과 36%만 선호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급식에서마저 퇴출된다면, 사람들이 더 이상 감자를 채소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감자 수요는 수직하락할 것이 뻔해 보인다. 미국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줄 경제 이슈 때문에 곧바로 감자를 채소에서 제외시킨다는 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앞으로 미국 사회에서 감자 이슈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참고 - 곡물(穀物)은 식물로부터 얻을 수 있고 사람의 식량이 되는 물질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곡식 또는 알곡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쌀 이외의 곡물을 잡곡이라고 부른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곡식의 알을 낟알 또는 곡립이라고 하며, 곡식 낟알이 열릴 부분이 마지막 잎새 밖으로 나온 것을 이삭(穗)이라고 한다. 곡물 속에는 사람에게 영양이 될 수 있는 전분질이 들어 있다. 곡물이 사람에게 필요한 전분질을 생산하는 식물이므로 전분질을 생산하는 감자와 고구마도 넓은 의미의 곡물에 포함하기도 한다.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디자인 : 박수민
매년 2월 첫째 주 일요일 슈퍼볼(Super Bowl)이 열리는 날이면 미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치킨윙이 소비된다. 한국과 달리 닭다리보다 닭날개를 선호하는 미국의 닭고기 문화. 이번시간에는 미국인이 열광하는 슈퍼볼(Super Bowl)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4대 프로 스포츠로는 미식축구,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가 있다. 각 종목의 파이널 경기를 미식축구는 슈퍼볼, 농구는 파이널, 야구는 월드시리즈, 아이스하키는 스탠리컵이라 부른다. 이중에서도 슈퍼볼은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이다. 2024 슈퍼볼은 2월 1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레이더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슈퍼볼(Super Bowl)이란 슈퍼볼은 미국 프로 미식축구의 결승전이다. 내셔널 풋볼 콘퍼런스(NFC)와 아메리칸 풋볼 콘퍼런스(AFC)의 결승팀이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날이며, 전 세계 최대의 단일 경기 스포츠다. 일반적으로 매년 2월 첫 번째 일요일에 경기를 치르며, 이날 하루동안 소비되는 치킨윙의 양은 일 년 중 가장 많다. 다른 종목과 다르게 단판 승부로 우승팀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다다른다. 슈퍼볼 경기장은 몇 년 전에 개최지가 선정되며, 2018년 이후부터는 미국프로풋볼(NFL) 사무국이 후보지를 선정하고,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개최지 선정이 바뀌었다. 슈퍼볼 경기를 위해서라면 최소 7만 석의 거대한 경기장이 필요한데, 경기장에는 3만 5천 대 이상의 주차 공간도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경기 전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을 위한 테마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보다도 중요한 것은 날씨다. 2월 초 한겨울에 경기가 열리는 만큼 개최지 선정은 날씨에 대단히 엄격하다. 겨울에 열리는 것을 고려해 ‘영상 10도 이하에서 경기를 개최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있으며, 날씨 변수를 피하고 싶다면 돔구장에서 개최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비교적 날씨가 온화하고 따뜻한 미 남부, 서부에서 많이 개최되곤 한다. 지금까지 54번의 슈퍼볼이 개최되었고 뉴올리언스에서 10번, LA에서 6번이 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추운 지역인 디트로이트,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2번의 슈퍼볼을 개최했지만, 모두 돔구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4년에 개최된 제48회 슈퍼볼(Super Bowl XLVIII)은 뉴욕 제츠의 홈구장인 멧트라이트 경기장에서 열렸다. NFL사무국 또한 대단히 실험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이 경기의 날씨 영향을 보고 추후 북부지역의 경기장에서 슈퍼볼 경기를 확대해 볼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2023년에는 애리조나에서 개최되었으며, 2024년에는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2025년에는 뉴올리언스 시저스 슈퍼돔으로 예정돼 있다. 슈퍼볼의 역사 ‘월드시리즈’ ‘슈퍼볼’, ‘챔피언스 리그’ 등 거창한 단어를 좋아하는 미국인들. 그렇다면 미식축구의 슈퍼볼(Super Bowl)은 어디서 왔을까? 1964년 화학자 노먼 스팅리가 만든 작은 공인 슈퍼볼(Superball)에서 시작된다. 이 공은 고무로 만든 ‘탱탱볼’이었는데, 출시 첫해(1965년) 한 해에만 700만 개 이상을 판매하며 대박을 기록한다. 없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인기 많았던 탱탱볼이다. 캔자스시티 구단주의 아이들도 이 공을 가지고 있었는데, 라마 헌트 구단주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 편한 이 ‘볼’(ball)을 ‘볼’(bowl)로 바꾸면 어떨지를 제안한다. 미식축구 경기장은 럭비공처럼 움푹 파여 있는 형태가 많았는데, 이 때문인지 미국사람들은 ‘로즈볼’(Rose Bowl) 혹은 ‘오렌지볼’ 등으로 부르곤 했다. 이 때문에 슈퍼볼(Super Bowl)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없었고, 2회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슈퍼볼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슈퍼볼보다 더 유명한 ‘하프타임 쇼’ 슈퍼볼 경기의 2쿼터가 지난 시간에 진행되는 하프타임쇼. 슈퍼볼은 미국에서만 1억 명이 넘는 시청자가 있으며, 세계 단일 스포츠 결승전 시청률 1위는 매번 슈퍼볼이 차지했었다. 2024 슈퍼볼의 하프타임 공연은 세계적인 가수 ‘어셔’가 맡았다. 2023년 하프타임 광고료는 30초당 700만 달러, 약 80억 원이었다. 비용과 상관없이 전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이 시간에 광고를 내겠다고 줄을 서 있으며, 그중에서도 슈퍼볼 중계 방송사와 계약한 기업의 광고만을 틀어준다. 또한 이 시간에 상영되는 광고들은 광고업계의 전 세계 시사회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업들은 슈퍼볼 버전을 위한 광고만을 별도로 만들어 이 시간에 상영한다. 코카콜라, 펩시, 버드와이저를 비롯해 자동차 회사, 영화사 등 짧은 시간에 어필하고 싶은 기업들이 3-5가지의 버전을 준비해 방송한다. NFL은 슈퍼볼 당일, 광고 수익만으로 6억 3600만 달러로 약 8000억 원이 넘는 돈을 챙긴다. 지상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경기라는 말이 붙는 이유다. 광고가 끝나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의 선창으로 하프타임 쇼가 시작된다. 본경기는 놓치더라도 하프타임 쇼만큼은 꼭 챙겨 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2015년 케이티 페리의 하프타임 쇼는 본경기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가수 어셔가 공연을 할 예정이다. 슈퍼볼은 치킨윙 먹는 날! 사람들은 슈퍼볼을 보면서 빼놓지 않고 먹는 음식이 있는데 다름 아닌 닭 날개 튀김인 ‘치킨윙’(Chicken Wing)이다. USA 투데이에 보도된 전국 양계협회(National Chicken Council) 자료에 따르면, 슈퍼볼 당일 약 10억 3500만 개의 치킨 윙이 소비된다. 1200개 이상의 매장을 지닌 미국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인 버펄로 와일드 윙스(Buffalo Wild Wings)에서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슈퍼볼 홍보를 시작, 1000만 개 이상의 치킨윙을 판매하였다. 이와 더불어 피자 체인인 도미노 피자에서도 슈퍼볼 경기 당일 400만 개 이상의 치킨윙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사람들이 닭다리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미국인들은 닭날개를 더 선호한다. 이는 일반 마트에서 소매로 구입하는 가격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닭날개의 가격은 파운드당 2.5달러 정도로 닭다리에 비해 1.3-4배 정도 더 비싸다. 미국사람들은 닭날개를 애피타이저는 물론 간식- 야식으로도 즐기는 편인데 무겁지 않으면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미국인들의 취향에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닭날개를 튀겨낸 뒤 소스를 듬뿍 묻혀내는 치킨윙 중에서도 미국인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은 음식이 있으니, 그건 바로 버펄로 윙(Buffalo Wing)이다. 버펄로 윙은 다들 한 번쯤 이름은 들어 보았을 법하다. 튀겨낸 닭날개에 시큼 새콤한 소스를 버무려 만들어낸 버펄로 윙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한번 이 맛에 빠져들면 중독될 만큼 매력적인 맛이다. 카이엔 페퍼와 식초를 배합한 뒤 버터를 넣고 진한 맛을 더한 소스를 버무려낸 치킨윙에 블루치즈 드레싱을 듬뿍 찍어 먹는 맛이란! 사실 미국에서도 버펄로 윙 소스 맛에 대한 호불호는 강한 편이다. 버펄로 윙을 주문하면 길게 썰어놓은 셀러리와 당근이 꼭 따라 나온다. 처음 맛보는 사람들이 ‘이것도 샐러드냐고’하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한국식 치킨에 치킨무가 꼭 따라오듯 버펄로 윙과 궁합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조합이다. 버펄로 윙은 실제 뉴욕주 버펄로시의 앵커 바(Anchor Bar)에서 1964년 테레사 벨리시모(Teressa Bellissimo)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만 해도 닭날개는 먹기 힘들어 버리는 가격 정도로 거래되었다. 테레사는 금요일 저녁이면 몰려드는 손님들로 골치를 앓고 있었는데, 싼 가격의 닭날개를 튀겨낸 뒤 특별하게 만든 소스에 푹 담갔다가 내어주는 레시피를 개발하게 된다. 기존에 없던 시큼 새콤한 맛의 치킨은 금세 이 일대에서 유명세를 얻게 된다. 버펄로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던 버펄로 윙은 1970-80년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탄생하면서 미 전역으로 전파되게 되었고 이후 기존 피자 업체들에서도 치킨 윙 메뉴를 추가하게 되면서 버펄로 윙은 미국 내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다. 디자인 : 박수민
2024년 갑진년(甲辰年)의 해가 밝았다. 이번 시간에는 미국의 레스토랑 경영자들, 식품 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2024년 식음료 트렌드를 예측해 본다. 1. 향신료의 확장 향신료는 요리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매개체다. 지금까지의 향신료는 대륙별로 국한되어 사용되었다면, 2024년부터는 각 지역의 향신료가 복합적으로 섞이거나, 새로운 맛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자들의 핫소스 섭취량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살사(Salsa)가 22%로 1위를 차지했고, 19%인 스리라차 소스(Sriracha)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스리라차 소스를 만들어내는 고추의 작황이 좋지 않아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사태들에 대한 보완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맛에 대한 도전이 요구된다. 2. 글로벌 메뉴의 확대 전 세계에서 좀 더 복합적인 메뉴(글로벌 식품 합병 : Global Culinary mergers)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제까지의 메뉴들 중에서 국경을 허물고, 맛과 데코레이션을 위한 조합이 생겨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의 타코 메뉴에 한국식 소스가 올라갈 수도 있으며, 한국식 김밥에 미국식 샐러드 재료가 들어갈 수 있다. 메뉴에 대한 기본 틀은 유지하되, 로컬 식재료에 대한 활용, 고객의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음식이 생겨날 수 있다. 튜나 사시미 토스타도스 / 출처 : 유튜브 'Cocina Plus' 이는 자유 분방한 미국의 10대들, 젠지(Genz : Generation Z)의 입맛과도 연관된다. 맛과 더불어 SNS상에서의 노출도 중요시하는 젠지들의 취향은, 보수적인 식품업계 메뉴를 선풍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시미 토스타도스 (Sashimi tostatos), 비리아 라멘(Birria Ramen), 마살라 치즈 스테이크 (Masala cheese steak), 페퍼로니 피자 만두 (Pepperoni Pizza Dumplings)... 3. 플랜트베이스의 시장 이제까지 플랜트베이스(Plant-Based) 시장이 준비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인구 중 오직 5%만이 베지테리안(Vegetarian)이고, 2%만이 비건(Vegan)이다. 지금까지 플랜트베이스 시장을 이끌어오던 것이 채식주의자들이었다면, 앞으로는 채식과 육류를 모두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s)*이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채식이라는 카테고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건강함과 맛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제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테면 셀러리 뿌리(Celery Roots)로 튀겨낸 카츠(Katsu) 메뉴, 레몬그라스(Lemongrass)와 두부를 합친 반미 샌드위치, 렌틸 콩(Lentil)과 버섯을 갈아서 만든 버거 등이 그 예다. “오직 비건(Vegan) 식단을 고집하던 이들도, 이제는 ‘플랜트베이스(Plant-Based)’ 식단으로 변화하고 있다” *플렉시테리언 (Flexitarian) : 건강을 위해 잠시 ‘채식 위주’의 식단을 벗어나 육류나 해산물 섭취를 병행하는 사람들. 현재 미국 내 50%의 비율이다. 4. 주목해야 할 식품 '타마린드 (Tamarind)' 세계적인 식품 향신료 기업 맥코믹(McCormick) 사에서 2024년 올해의 아이템으로 ‘타마린드’를 선정했다. 일반적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음식에 활용되며, 단맛과 신맛이 특징이다. 단단한 껍질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커다란 땅콩을 연상시키며, 껍질 속에는 진한 갈색의 내용물이 들어 있다. 잘 익은 열매는 페이스트(Paste)나 즙으로 짜서 활용하면 요리의 풍미를 증가시킨다.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 등이 풍부하여 소화작용에도 도움을 준다. 5. 건강에 좋은 음료 제품 미국 내 음료 시장은 2023년 148.26억 달러에서 2028년 203.42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료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이슈로는 42%의 사람들이 ‘몸에 좋은’, ‘좀 더 건강한’ 음료를 찾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존의 음료 시장이 단순히 ‘여기에 건강한 음료가 있어’라고 제시했다면, 앞으로의 음료 시장은 ‘좀 더 계산된 건강한 음료’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예를 들면, 신선한 오렌지 주스, 사과 주스를 갈아서 내어주던 것에서 벗어나, 각각의 소비자들의 건강에 맞춰 영양학적으로 계산된 과일 음료들이 소비자들에게 제시될 것이다. ▶ 참고 자료 - NY Times 뉴욕 타임스 - 네슬레 연구소 (Nestlé) - 포브스 (Forbes) - 푸드 앤 와인 (Food & Wines) - 구글 트렌드 디자인 : 박수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은 뭘까? 일반적으로 미국적인 음식을 떠올린다면 햄버거, 스테이크를 생각하겠지만 사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은 다름 아닌 '팝콘'이다. 팝콘은 일반적으로 5천 년 정도 전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미국 원주민들로부터 팝콘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구입했었다고 하며, 에르난 코르테스는 1510년 오늘날의 멕시코 시티를 침공했을 때, 원주민들이 제사를 지내면서 팝콘으로 만든 부적 목걸이를 착용한 것을 보았다고 전해진다. 신대륙에 처음 도착한 메이플라워 호의 영국인 청교도들은 1621년 매사추세츠 주의 플리머츠에서 추수감사절날 처음으로 팝콘의 맛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왐파노아그 족의 원주민 추장이 90명의 용사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가지고 찾아와 청교도들의 축제를 축하해 주었는데, 추장 동생인 콰데퀴나가 팝콘을 튀겨서 사슴 가죽 가방에 넣어서 보냈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팝콘을 종교의식 때 머리 장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옥수수를 튀길 때 '퍽' 하는 소리가 옥수수 알에 갇혀있던 악마가 뛰쳐나오기 때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 원주민들이 악마라고 믿었던 그것은 바로 '수분'이었다. 옥수수 알이 팝콘이 되기 위해서라면 수분 함량이 15% 정도는 되어야 하며, 수증기가 팽창해서 껍질을 터뜨리고, 맛있는 팝콘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인디언 콘'이라 불리는 팝콘용 옥수수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로 현재 일리노이, 인디아나, 아이오와, 캔자스, 캔터키, 미주리, 그리고 오하이오 주까지 주로 중부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초기 미국 원주민들은 수분 함량이 높은 옥수수를 통째로 꼬챙이에 꿰어 불 위에서 구우면서 튀겨내거나 낱알을 불에 던져서 튀겨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주둥이가 낮은 점토 그릇에 모래를 담아 열을 가해 모래가 고온으로 달구어지면 옥수수 알을 넣어 튀겨내는 방법을 택했다. 이러던 것이 1880년대 들어서 팝콘을 만드는 기구가 개발되면서 좀 더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전기 팝콘기가 발명된 것은 1907년이다. 그 시기 미국에는 대공황이 찾아와 모든 가정이 허리띠를 졸라매었지만, 팝콘만큼에는 예외였다. 공황 기간 중에는 10센트짜리 물건 하나를 구입하는 것이 일반 가족들이 누릴 수 있는 사치였지만, 사람들은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팝콘에는 주머니를 열었다. 오클라호마의 한 은행가가 그의 은행이 파산하자, 팝콘 기계를 구입하여 영화관 근처에 작은 팝콘 가게를 시작한 것만 보아도 얼마나 팝콘의 인기가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팝콘의 인기는 더 올라갔으며, 판매량도 급증했다. 1947년 미국 전역의 극장 중 85%가 팝콘을 판매하면서, 매년 미국 중서부 지역의 30만 에이커의 농토에서 팝콘용 옥수수가 경작되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고 최고의 인기를 달리던 팝콘에도 위기가 오게 된다. 1950년대 텔레비전이 대중화되면서부터 팝콘은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극장에서의 소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팝콘은 대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이후 팝콘 회사들은 가정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이를 극복한다. 오빌 레덴버허라는 사람이 1952년 잘 튀겨지는 식품종 옥수수를 개발, 가정용 팝콘을 완성해 낸다. 팝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팝콘용 옥수수는 일반 옥수수, 콘(Corn)이 아니라 팝콘(Popcorn) 옥수수다. 팝콘 옥수수가 일반 옥수수와 가장 다른 점은 알갱이에 전분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이런 팝콘 옥수수에 열을 가하면 전분이 수분과 섞이면서 알갱이 안에서 끓어오르는데, 딱딱한 껍질 안에서 점점 온도가 오르다 견디지 못한 껍질이 펑~ 터지면서 팝콘이 되는 것이다. 극장과 팝콘의 관계가 아닌 텔레비전과 팝콘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처음 전자레인지 팝콘이 출시된 이후 1990년도에는 전체 팝콘 매출 중 2400만 달러 정도의 매출을 내는 큰 시장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팝콘 생산 회사인 '프리퍼드 팝콘 (Preferred Popcorn)'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즐겨 먹는 팝콘은 팝콘이 양 날개를 펼친다고 해서 '나비 팝콘'이라 부르고, 캐러멜이나 달콤한 첨가제를 더하는 팝콘은 '버섯 팝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오리지널 미국 음식인 탓에 오늘날 미국인들은 매년 10억 파운드, 약 45억 킬로그램을 소비한다. 당연히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인들의 팝콘 소비량을 따라오지 못한다. 매년 9월 첫째 주 오하이오주 메리온 시에서는 팝콘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42회째를 맞이하는 이 축제는 갓 만든 팝콘 시식 행사와 퍼레이드 등이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영화 사업을 '팝콘 사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맛있는 팝콘이 있는 곳으로 영화를 보러 가게 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장 수익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관객 수는 밝혀도 팝콘 판매 수익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것이 극장가의 불문율인 것처럼 말이다. 디자인 : 박수민
미국에서 가장 큰 연휴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다.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 기간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칠면조 요리를 먹는다. 1863년 노예해방을 선언했던 링컨 대통령은 청교도인들이 미국 플리머스로 이주해 왔을 때 번번이 농사에 실패하다가 미국 원주민들에게 농사법을 배운 뒤 큰 수확을 거두게 된 것에 대한 감사로 매년 11월 마지막 목요일을 공식 국경일로 선포하였다. 그렇다면 추수감사절 기간에는 왜 칠면조를 먹게 된 것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대부분 유래는 비슷한데 미국 원주민에 의해서 전파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미국에서 힘들었던 첫 번째 겨울을 보낸 청교도인들을 위해 원주민들은 수확이 끝난 기간에 잔치를 준비하였는데, 이때 마련된 음식들이 바로 지금의 추수감사절 때 먹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칠면조와 크랜베리 소스, 삶아서 으깬 감자와 옥수수 등 원주민들이 먹던 음식들이었다는 설이 첫 번째다. 또다른 설은 미국에 이주해 온 청교도인들은 원주민들에게 농사법과 사냥법들을 배우게 되는데, 이때 북미지역에서 많이 분포해 있던 칠면조를 사냥하는 것에서 유래하게 되었다. 농사는 쉽게 되지 않았으며, 가축을 기르는 법도 익히지 못했던 상황 속에서 칠면조만큼은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좋은 식재료였다. 그 당시 미국 전역에는 칠면조가 1,000만 마리 정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누구든지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였다. 칠면조는 대가족이 나눠 먹어도 남을 정도로 넉넉한 양이 인상적이지만, 사실 칠면조는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다른 가금류와 비교해 볼 때 매력적인 맛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칠면조는 거대하며, 조리하는 방법이 쉽지 않고, 뻑뻑하며 비린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식재료는 아니다. 기껏 해봐야 칠면조 가슴(Roasted Turkey Breast)을 로스트한 뒤 차갑게 식혀 얇게 썰어낸 것을 샌드위치에 넣어 먹는 것이 전부라고 할 정도다. 국립 칠면조 연맹(National Turkey Federation)은 미국인의 88%가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는다고 발표했다. 대략 5,000만 마리의 칠면조가 추수감사절 기간에 소비되는데, 크리스마스 기간과(2,200만) 이스터(Easter) 날에 1,900만 마리가 소비되는 것을 합친 수보다 많다고 한다. 칠면조와 함께 먹는 크랜베리 젤리는 약 57만 갤런이 소비된다. 워싱턴의 백악관에서는 매년 ‘칠면조 사면 행사’가 펼쳐진다. 대부분의 칠면조는 식탁에 오르지만, 대통령의 사면을 받은 칠면조는, 버지니아 공대에 있는 사육장에서 평생을 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면 이벤트는 1947년 트루먼 대통령이 농부들이 백악관에 증정했던 칠면조를 먹지 않고 살려주었던 것에서 기인한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칠면조 사면’을 시작했다. 1982년, 1987년에 칠면조를 먹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칠면조를 동물원으로 보낸다. 그 뒤 부시 대통령이 이어받아, 대통령들의 칠면조 사면 행사는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흔히 ‘터키 (Turkey)’라 부르는 칠면조(七面鳥)는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칠면조는 16세기경 유럽에서는 ‘아프리카산 뿔닭’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이 아프리카 뿔닭은 주로 터키 상인들이 교역을 담당했었는데, 유럽 사람들은 칠면조를 터키인들이 들여온 아프리카 뿔닭으로 착각, ‘터키 가금류(Turkey fowl)’로 불렀다. 이후 줄여서 ‘터키’라 부르게 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된다. 맛있는 칠면조 요리를 위한 팁 칠면조 구입과 준비 11월이 되면 어느 마트를 가더라도 쉽게 칠면조(Turkey)를 볼 수 있다. 월마트, 타겟, 홀푸드, 트레이더 조, 웨그먼스 등 어느 마트를 가든 큼직한 칠면조 덩어리들을 볼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이를 두고 둥글게 생긴 모습이라는 뜻의 ‘Butterball turkeys’라 부른다. 치킨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사이즈까지 있어 ‘내가 얼마나 큰 칠면조가 필요하지?’라는 질문에서부터 칠면조 요리는 시작된다. 칠면조는 어른 1명당 1파운드로 계산해서 구입하면 아이들까지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혹시라도 남지 않게 하려면 1파운드로 계산한 뒤 이보다 조금 더 작은 터키로 구입하면 된다. 칠면조는 보통 파운드당 49~99센트의 가격을 형성하며 마음에 드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면 된다. 칠면조 해동과 염지(Brine) 방법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칠면조는 냉동으로 꽝꽝 얼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얼려둔 칠면조는 냉장고 안에서 이틀 정도 해동 시간을 두어야 한다. 완전하게 해동된 칠면조는 바로 구워도 되긴 하지만 이 경우 비릿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염지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염지는 보통 소금, 설탕으로 만든 물에 담가 놓는 것을 일컫는데 염지만 잘해도 맛있는 터키 요리의 칠부능선을 넘게 된다. 염지는 최소 24시간에서부터 최대 72시간까지 걸린다. 1) 간편한 염지 레시피 (12-16파운드 칠면조 기준) - 재료: 소금 3/4컵, 설탕 3/4컵, 당근 1개 (big dice), 셀러리 1/3컵 (big dice), 타임 2줄기, 월계수 잎 2장, 통수추 2스푼, 레드페퍼 플레이크 1/2 스푼, 펜넬 씨 1/4 스푼 ① 적당한 크기의 냄비에 소금과 설탕, 물 4컵을 넣고 끓인다. ② 소금과 설탕이 모두 녹을 때까지 젓는다. ③ 불을 끄고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넣고 잘 저어준다. ④ 차갑게 식힌 뒤 물 6쿼터를 더 넣으면 준비 완료. ⑤ 해동된 터키를 넣고 72시간 냉장고에서 보관하면 된다. 2) 전통적인 칠면조 요리 레시피 (12-16파운드 칠면조 기준) - 재료: 소금 3스푼, 후추 1/2 스푼, 무염 버터 6스푼, 레몬 껍질 1스푼, 로즈메리 1스푼, 세이지 1스푼, 타임 1스푼, 양파 1개, 오렌지 1개, 레몬 1개 ① 오븐은 450도로 예열한다. ② 물기를 제거한 터키를 로스트 팬에 랙을 얹어 준비한다. (염지하지 않은 터키일 경우 소금, 후추 간을 한다) ③ 버터, 레몬, 로즈메리, 세이지, 타임, 버터를 골고루 섞은 뒤 터키에 고루 발라준다. ④ 양파, 오렌지, 레몬을 터키 속에 채워준다. ⑤ 팬에 4컵의 물을 넣고 오븐에서 30분 익힌다. ⑥ 30분이 지나면 온도를 325도로 낮춰준다. ⑦ 30분마다 팬에 떨어진 물을 끼얹어가며 굽고, 팬의 수분이 1/4인치 깊이로 항상 남아있게 조절한다. (물이 모자라면 계속 채워준다) ⑧ 껍질이 너무 갈색으로 변하면 쿠킹 포일을 덮어 준다. ⑨ 3시간 정도 지나면서부터는 내부 온도를 체크한다. ⑩ 완성된 칠면조는 접시에 담은 뒤 쿠킹 포일로 1시간 정도 덮어 두었다가 서빙하면 된다. 칠면조를 굽는 시간 사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칠면조를 굽는 시간은 생각보다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짧게는 3시간에서부터 길게는 7시간까지 걸리기도 하는데, 집에 오븐이 작은 사이즈면 과부하가 걸려 고장이 나기 일쑤다. 일반적으로 1-15파운드 사이의 칠면조는 3시간~3시간 반 정도로 구워주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칠면조의 크기와 상관없이 마지막 칠면조의 내부 온도가 165도(화시, 75도 섭시)까지 올라오는 것을 꼭 확인하여야 한다. 내부 온도를 측정할 때는 온도계를 칠면조의 깊숙한 곳까지 푹 담근 뒤 10초 정도 놓아두면 된다. 칠면조 요리의 꽃 ‘스터핑(Stuffing)’ 맛없는 칠면조도 살린다는 스터핑(일명 속 재료)은 기호에 따라 넣을 수도 안 넣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칠면조를 굽는 가정에서는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계탕을 끓일 때 찹쌀을 안 넣으면 섭섭한 것처럼 말이다. 속을 채우는 것은 어떤 것을 넣든 자유다. 1불이면 한팩을 구입할 수 있는 인스턴트 스터핑인 ‘Stove Top’을 이용해도 되고, 각자의 기호에 맞게끔 스터핑을 만들어서 채워도 된다. 함께 즐길 사이드 재료 맛있는 칠면조 요리를 좀 더 맛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사이드 메뉴들이다. 각양각색의 사이드 메뉴들은 좀 더 잔칫집 분위기가 나게 만들어 준다. 전통적인 메쉬 포테이토, 크랜베리 소스에서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맥 앤 치즈, 케세롤 등을 곁들여 주면 한층 풍성하고 더 맛있는 칠면조 요리가 완성된다. 디자인 : 박수민
미국을 방문해 보지 않았더라도, 미국서 식당에 가면 서빙을 한 직원에게 팁(Tip)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없는 ‘팁’ 문화 때문에 미국 여행에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대체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팁은 낮에는 15-18%를, 저녁에는 18-20% 이상을 주는 것이 보편적인 경우였다. 코로나 시기 서버들을 돕기 위해 팁을 조금씩 더 얹어서 주던 것들이 이제는 ‘팁플레이션(Tipflation)’이란 단어로 돌아왔다. 직원이 서빙을 하지 않는 무인 단말기(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할 때조차 팁을 요구하는 어색한 상황이 생겨버린 것이다. 대체 미국의 팁 문화는 왜 이렇게 변해가는 것일까? 음식을 먹고 나서, 혹은 상품을 구입하고 카드로 결제를 한다. 그리고 직원이 태블릿을 가리키면서 화면을 마무리해 달라는 멘트를 한다. ‘얼마의 팁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 질문을 완성해야만 결제가 끝이 나는데, 직원이 앞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 상황의 어색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0%의 팁을 지불하게 된다. 이처럼 결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돕기 위해 만들어진 ‘태블릿 결제 시스템(POS: Point of Sale)’은 소비자들에게 족쇄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미국 리테일 가게들은 터치스크린 형태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한다. 스퀘어(Square), 토스트(Toast), 스팟온(Spot On) 등의 대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결제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기술력은 결제의 편리함과 동시에 집요한 팁의 요구도 함께 불러왔다. 팁의 비율은 매장 주인이 제시를 할 수 있는데, 과거 15%부터 시작되었던 비율은 이제 18%가 일반화되었다. 추천하는 팁의 비율보다 적은 양의 팁을 내고 싶다면 ‘Custom Tip’을 선택하여 팁을 내야 하는데, 직원이 앞에 서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억지로, 자연스럽게 팁을 요구하는 것을 ‘일종의 넛지 효과(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칭하는데, 어지간하면 내지 않아도 되었을 팁이었음에도 이를 내지 않았을 경우, 고객들이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도 팁 버튼을 눌러야 결제가 마무리된다. 미국의 팁 문화는 17세기 유럽의 상류층에서부터 시작된다. 귀족이 하인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관습으로 Tip은 To Insure Promptitude의 줄임말에서 유래되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상류층의 문화는 변질되기 시작된다.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온 미국 사람들 중심으로 유럽 귀족 풍습을 따라 하는 것이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팁 문화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은 빠진 채, 해방된 흑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소화하고, 팁에 의존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낮은 비용의 돈을 주고 싶어 하는 백인 고용주의 욕망과, 동시에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팁’의 욕구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것이었다. 미국 50개의 주중 오직 8개 주를 제외한 나머지 42개 주에서는 ‘팁을 받는 직원’에게는 최저 임금보더 더 적은 임금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저 임금이 15불이라는 주에서는, 팁을 받는 직원의 최저 임금은 12불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되는 3불은 팁으로 채워나가라는 의미다. 결국 고용주가 내야 할 임금을 손님이 대신 내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직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시절,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점주들은 이 팁 문화를 잘 활용했다. 서버들에게 지급되는 최저의 비용에 + 고객들이 내야 하는 비용 = 소위 말하는 ‘일 잘하는 직원’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는 점주와 직원 둘 다 좋은 것 아니냐? 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팁 문화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 팁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팁을 받지 않는 노동자와 비교해 볼 때, 소득이 불안정하게 된다. 팁에 의존하는 근무 환경은, 더 많은 차별과 해고를 겪게 한다. 이 때문에 ‘포브스’는 노동법, 최저 임금, 모든 노동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 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보수층에서는 여전히 ‘팁 문화’는 미국의 전통이며, 일자리 시장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주장하는 사이, 팁에 대한 피로감은 사회 모든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번 올라간 물가는 내려가기가 힘들다. 팁의 비율은 상당히 상승했고, 팁을 낼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이 시기 진정 팁 문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때다. 디자인 : 박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