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평화와 통일이 실현되는 세상을 바랍니다. 책상 위 법전보다 광장의 깃발을 좋아하는 노무사입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얼마 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요즘 신입사원은 회식이 자율인 줄 아나 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서 논쟁이 벌어졌었다. 다 같이 회식 날짜를 잡았는데 아무런 변명도 없이 회식 당일에 불참 통보를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회식이 싫었으면 처음부터 안 간다는 말을 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얼마나 회식이 싫었으면 불참했을까, 저런 생각을 가지니 회식에 가기 싫어한다는 등 회식 강요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처럼 요즘 직장에서는 술 없는 회식 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지만, 그전부터 분위기는 변하고 있었다. 특히 MZ세대들은 기존 세대와는 다른 방식의 회식을 원한다. 다 모여서 강압적으로 진행되는 회식보다, 친한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소규모 회식이나 공연 관람 등 비음주 문화 회식을 선호한다. 주류업계도 변화하는 분위기에 발맞춰 오비맥주의 한맥은 '회식을 반대합니다'라는 대형 옥외 광고를 걸고, 강압적인 회식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캠페인 광고를 공개했다. 한 대기업에서는 회식 갈등을 의식해 '술 팔찌'를 도입해서, 음주 의사를 3단계로 나눠 술을 못 마시거나 마시고 싶지 않으면 빨간색 팔찌를, 적당히 마시겠다면 주황색 팔찌, 끝까지 마실 수 있으면 파란색 팔찌를 차면 된다고 한다. 해외는 어떠할까?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IT 기업의 직원들 다수는 사무실 밖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으며, 저녁 약속을 아예 잡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회사 밖으로 나오면 모두가 동등한 친구처럼 대하기 때문에 회식 자리가 화기애애하다고 한다. 캐나다의 경우는 회식할 때 퇴근 시간을 앞당겨 1시간 일찍 회식을 진행하고, 커피와 피자를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이 회식이라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서도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는 회식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직장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음주는 물론 노래방 강요까지 벌어지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회식 실태 및 음주 강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직장인 4명 중 3명은 회식 경험이 있었고, 회식 경험자 10명 중 7명은 업무 시간 이후에 회식을 했다고 한다. 직장인 4명 중 1명은 회식에서 음주를 강요당했고, 그중 72.9%가 술을 마셨다고 답했다. 음주 강요를 거부한 비율은 20대가 36.7%로 가장 높았고, 40대가 18.9%로 가장 낮았다. 세대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으나, 상사의 음주 강요를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회식, 음주, 노래방 강요 등은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행위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잠깐 주춤하긴 했지만, 괴롭힘 문의 중 단골 질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에 제보된 회식 갑질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면, 단지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작은 해프닝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식 자리에서 속이 안 좋아서 안 먹겠다고 이야기하는데도 술 주는 사람이 너 속 안 좋은 거까지 신경 쓰면서 술 줘야 하냐고 하면서 술 가져오라고 하는 거 녹취해 놨는데 강요죄나 협박죄가 성립이 가능할까요? (2024년 8월, 카카오톡) 사장님이 회식에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평소 퇴근 전 "오늘 번개다" 그러면서 회식하는 걸 좋아하십니다. 회식 빠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시고. 한 번은 전체 회식이 아닌 다른 팀 회식인데 일정 있는 사람은 빠지고 갈 수 있는 사람으로만 인원 파악하고 식당 예약하라고 하셔서 식당 예약하고 참석 가능 인원 말씀드리고 저는 진료 예약이 있어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 다음 회식 때 꼭 참석하겠다 말씀드리니 병원 가기 전에 잠깐 있다가 가든지, 갔다 와서라도 회식 온다고 말해야 하는 게 예의가 아니냐고 합니다. (2024년 9월, 카카오톡) 회사에 이사장님이 금요일 퇴근 후에 회식을 강요하고, 회식에 참석하지 않은 직원만 보너스를 주지 않는 불이익을 주고, 주말에 쉬는 날 직원들 전부 함께 타지에 여행을 강제로 참여하게 하십니다. 이 또한 불참하면 불이익이 돌아오고요. (2024년 10월, 카카오톡) 직장에서 회식이 아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회식 자체가 싫을 수도 있지만,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꼰대 회식 문화가 더 문제기 때문에 회식을 없애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변화하는 문화와 가치관에 따라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상사들이 아닌 부하 직원이 회식 날짜나 장소, 메뉴를 정하게 하거나, 조직 구성원의 선호에 따라 회식의 형태를 결정하는 등 새로운 회식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위계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는 어떠한 시도를 하더라도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회식 자리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직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지난 2018년 12월 충남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원청 대표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어 산업안전 영역에서는 그나마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보호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두 차례나 거부된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은 슈퍼 '갑' 지위에 있는 원청의 갑질 문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원청 사용자나 관리자들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하청 노동자를 괴롭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업무를 하는 도중에 원청 직책자인 ○○○로부터 각종 업무 지시를 받고 대신하여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각종 술자리에 불려가 운전 대기를 해야 했으며 새벽이나 늦은 시간에 자신을 태우고 출근하라는 연락을 자주 받았습니다. (중략) 이러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정직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욕심에 참고 일을 했으나 ○○○ 본인으로부터 "넌 절대 정직원이 될 수 없다"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중략) 다시 막말을 들으니 앞으로가 너무 막막하여 원청 회사에 상담을 요청하여 그간 있었던 일을 팀장에게 말했지만, 어떠한 보호 조치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 2023년 3월 이메일 원청의 직원 ○○○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 사실을 원청 측에 알린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가해자에게 아무 징계도 내려지지 않았으며 저는 가해자를 매일 일터에서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중략) ○○○ 씨가 제 허리를 두드리며 '이 자리에 앉아'라고 했습니다. ○○○ 씨가 의자를 가리키며 '여기에 앉아라'라고 해도 될 일을 제 허리를 만졌습니다. 성적 수치심과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 2022년 11월 이메일 업무와 관련 있는 괴롭힘뿐만 아니라, 성희롱이 발생하기도 한다. 원청의 정직원으로 채용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각종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지 못하고 참고 견디게 만든다. 휴게시설이나 식사 등 기본적인 복리후생에 관한 차별도 비일비재하다. 공장에는 △△사(원청업체) 정직원 외 근무자는 모두 비정규직입니다. 서열 1위는 △△사 정직원, 2위는 라인 조립 업무 비정규직, 3위 공장 관리 업무, 기계 수리 업무 비정규직, 서열 꼴찌는 1년 365일 상주하는 협력업체 소속 상주원입니다. 상주원도 다 돈을 내고 식권을 사서 공장 식당 밥을 먹는데, 한 번은 외식업체 측에서 반찬을 많이 먹어서 △△사 직원들이 반찬이 없다고 총무과에서 나와서 상주원들은 △△사 직원들 밥을 다 먹은 다음에 밥을 먹으라고 하더군요. △△사 직원들 편하게 야간 주차장은 자기네들이 쓰겠다며 상주원들이 야간 주차장을 쓰면 경고장을 붙이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사(원청업체)의 경우 점심에 식사가 나오는데, 처음에 원청 직원들끼리만 밥을 먹고 저에겐 밥을 먹자는 말을 안 해서 며칠을 굶다가, 저도 식사하면 되는 거냐고 물으니 외주 직원은 식사하면 안 된다고 하여 한 달 정도를 혼자 굶으면서 일했습니다. - 2022년 5월 이메일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계약 당사자들 간에 사용종속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위 사례들 모두 직접적인 근로계약 상대방이 아닌 원하청 관계이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물론 원청 회사의 취업규칙에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괴롭힘 또는 성희롱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으면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대부분 관련 규정을 정하고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2023.4)에도 원청 근로자는 하청 근로자와 같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상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그나마 가이드라인으로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보호하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취지는 일터 '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예방하고 조치하기 위함이다. 직장 내에서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기도 하며, 소속 회사의 관리자보다 더 우월한 지위에 있는 슈퍼 '갑' 원청의 괴롭힘 행위를 제재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역시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원청에 물을 수 있다면,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성까지 훼손하는 괴롭힘 문제도 직장 내 심각한 '안전'의 문제로 인식하고, 원청에 실질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원·하청이라는 형식적인 계약 관계 속에 감춰져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넘어 일상적인 괴롭힘까지 감내해야 하는 슈퍼 '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숨통을 열어주어야 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지난 5일, 제29회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의하면, 지난해 여성 고용률이 61.4%로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남성 고용률 76.9%에 비하면 낮은 수치이지만, 남녀의 고용률 차이도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인 15.5%로 줄었다. 여성들의 경우 20대 후반에 고용률이 올랐다가 출산과 육아 등을 이유로 30대에 최저를 기록하고, 다시 40대에 오르는, 이른바 'M자'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역시 30~40대 여성의 고용률이 53.0%에서 64.7%로 상승하면서 기울기가 완화되었다고 한다.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 비율도 2023년 기준 17.0%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21.7%에 비하면 소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전히 경력 단절은 육아(42.0%)와 결혼(26.2%), 임신·출산(23.0%)의 이유로 여성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력 단절 비율이 줄었다고 하지만 통계상의 수치일 뿐 우리 주변에서 임신·출산·육아로 인하여 직장을 포기하거나 차별 또는 불리한 처우를 받는 여성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수습 3개월의 기간을 거치고 인사 평가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정규직 본채용이 거절된 여성 노동자의 해고 사건을 담당했었다. 수습 기간 동안 일정한 성과도 내고, 동료 관계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낮은 점수를 부여받고 해고가 된 것이다. 회사는 여러 가지 그럴싸한 해고의 이유를 들었지만, 채용 당시 결혼 계획을 알리며 수습 기간에 신혼여행을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던 것이 해고의 주된 원인이었다. 상사의 못마땅한 눈치에 결국 신혼여행까지 취소하고 수습을 완료했지만 결국 평가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부당 해고를 다투는 과정에서 사용자는 절대 결혼을 이유로 한 해고는 아니었으며, 심지어 이 회사는 여성친화기업 인증까지 받았다며 가증스러운 억울함을 호소했다. 끝까지 가서 부당 해고를 인정받고 싶었지만, 의뢰인이 이런 회사에 다시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해서 결국 화해로 마무리되었다. 최근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를 살펴보자.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얘기하거나, 육아휴직을 끝나고 복직하자 따돌림과 퇴사 종용이 시작되었고, 육아휴직이 아닌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하겠다고 했지만 회사는 답변조차 하지 않는다. 이처럼 모·부성 보호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눈치 보며 사용하지도 못하거나, 사용하고 회사로 돌아오면 죄인 취급 당하기 일쑤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말하자 대표가 직원들에게 저에 대한 뒷담화를 하고 다녔습니다. 임신 계획이 있었는데 숨기고 들어온 것 아니냐, 임신 초기에 받을 스트레스가 걱정이면 그냥 실업급여를 타게 해달라고 하고 퇴사를 한다고 했어야 한다, 이래서 회사가 여자를 안 뽑는 거다. 육아휴직 못 쓰게 하면 벌금 내는 걸로 아는데 그거 얼마 안 된다 그냥 내면 된다, 그냥 도의적으로 해주는 거다라는 등의 발언이었습니다. (2024년 8월 카카오톡) 간호사인데 육아휴직 후 복직하자마자 '놀다 왔다'는 말과 함께 3교대 근무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당장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그러면 휴직하거나 사직하라는 말뿐입니다. (2024년 8월 카카오톡)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했는데 회사에서는 열흘이 넘도록 계속 검토 중이라고만 합니다. 신청 양식도 없다, 선례가 없다고 계속 신청조차 받아주지 않다가 제가 양식을 만들어 제출하니 이젠 답변을 주지 않습니다. (2024년 8월 카카오톡)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출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과 관련된 규정이 있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사업주가 이를 위반하여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더라도, 2024년 1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신고된 사건 처리 현황을 확인해 본 결과, 기소 또는 과태료가 부과된 것은 2.8%에 불과했다(민주당 장철민 의원 제공). 모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 1순위로 '부부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를 꼽았다(2023년 12월 설문 결과, 직장갑질119). 육아휴직 제도를 의무화해서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부부 모두 사용하도록 하여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경력 단절 문제도 해소하는 효과도 나을 수 있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아빠 휴가 확대', '출산휴가 통합신청제', '육아휴직 유연화' 등 여러 정책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단기적이고 지엽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새로운 법과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적용에 있어 일터와의 격차가 해소하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일터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평등, 장시간 노동시간 등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여전히 특수고용 노동자, 자영업자 등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 대한 보호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지 5년이 지났다.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올해 2분기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60%는 최초 법이 시행된 이후와 비교해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법 제정의 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괴롭힘을 호소하는 이들은 적지 않고, 카카오톡 오픈채팅 상담 방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 괴롭힘 문제로 상담 요청이 들어온다. 그중 단골로 올라오는 질문이 있다. 국가행정기관이나 지자체, 공기업 등을 포함한 공공기관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문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만들어졌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야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까? 아래는 공공기관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사례들이다. 가족 간병을 위한 무급휴직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팀장이 회의에서 "◯급이나 된 사람이 휴직계를 냈다"라고 질책하고 "인센티브에 불이익을 주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상사의 언행으로 조직에서 찍힌 아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왕따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2023년 8월 이메일) 상급자인 가해자의 막말 폭언을 참지 못하고 괴롭힘을 신고하자 가해자가 회의실로 불러 "공무원 생활 마감하려는 각오로 한 것이냐?"라고 협박했습니다. (2023년 6월 이메일) 공무원인데 휴직 후 복귀한 이후 다른 조직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발령받은 이 조직에서는 제 연차휴가 사용만 문제로 삼고 업무를 떠넘기며 휴일 출근과 야근을 강요합니다. 인사과에 이야기해서 다른 과로 옮겨달라고 했다가 다른 지역으로 파견을 보내버리는 등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2023년 7월 이메일) 대부분 일반 민간기업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공무원들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대법원은 공무원 등 공공기관 종사자도 원칙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지만, 정부는 공무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별법인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 행동강령」 등이 우선 적용된다. 그렇다면 공무원이 직장 내에서 괴롭힘 피해를 겪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의 '갑질 피해 상담 신청'으로 신고할 수 있다. 이 경우 각 기관의 감사부서에 전달되어 조사가 시작된다. 국민신문고에 신고하는 방법 외에 각 기관에 직접 신고할 수도 있다. 각 기관의 신고부서는 다음과 같다.(직장갑질119 공무원 직장 갑질 50문 50답 중 Q17 참고) 공공기관에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용 형태의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유형의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공무원과 공무직, 그리고 공무원과 용역업체 직원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공공기관 공무직입니다. 공무원의 지속적인 갈굼과 수당 미지급, 해고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 등에 대해 구제받고 싶습니다. (2023년 7월 이메일) ○○시 출자 출연기관에서 공무직으로 일하던 중 직장 내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겪고 최근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저만 일방적인 인사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023년 9월 이메일) 신고인이 공무직인 경우 공무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의 적용을 받고 그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하지만 행위자가 공무원인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앞서 얘기한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행동강령」, 「공무원고충처리규정」 등이 우선 적용된다. 만약 소속이 다른 공무원과 공무직, 용역업체 직원 사이에 발생한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 고객 등 '제3자의 괴롭힘'에 해당하므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 공무원 직장 갑질 50문 50답 중 Q46-47 참조) 지난 5월, 강북구에서 한 공무원 노동자가 괴롭힘과 갑질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올 한 해만 드러난 지자체 공무원 사망 사례가 10건에 이른다고 한다. 상명하복이 강하고 경직적인 조직 문화로 인하여 괴롭힘 문제는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지자체별로 조례를 마련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내용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시급히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조직의 특성상 신고를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정기적인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낡은 관행을 없애고, 딱딱한 공직사회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민주적인 일터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이제 곧 기다리고 기다리던 직장인들의 방학, 여름휴가 시즌이 찾아온다. 가장 피크 시기인 7말 8초를 피해 일찌감치 휴가를 다녀오는 직장인들도 있다. 1년 동안 쌓인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단 며칠 만에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무엇을 하고 보낼지 계획하고 상상만 하더라도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는 게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당연했던 휴가가, 누군가에게는 힘겹게 싸워서 얻어내야 하거나, 회사가 베풀어주는 선물의 대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현행법상 여름휴가는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하는 연차휴가와 같은 법정 휴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2023년 6월에 실시한 '직장갑질119'의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연차유급휴가 이외에 별도의 여름 특별휴가가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67.5%나 달했다. 응답한 직장인의 3분의 2는 여름휴가는 나와는 관련 없는 남의 이야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45.1%가 연차유급휴가 이외에 유급으로 보장되는 여름휴가가 있다고 응답했다. 안정된 급여와 복지제도 등이 갖춰진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오히려 여름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황당한 사례도 있다. A는 입사 때 회사로부터 여름휴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름이 되었고 휴가를 사용하려고 하니 갑자기 연차휴가를 사용해서 가야 한다고 한다. 입사 1년 미만자들의 경우에는 1년 이후 발생하는 연차휴가 15개를 당겨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면 급여를 삭감한다고 한다. 누가 내 연차를 당겨써서 여름휴가를 간다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B는 여름휴가 날짜까지 확정되었는데, 퇴사 예정이라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C의 경우 그동안 매년 사용해 왔던 여름휴가가 갑자기 본부장 마음대로 사라졌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앞서 얘기한 대로 여름휴가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바는 없다. 따라서 회사의 재량에 의해 휴가 부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맞다. 다만, 회사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의 규정에 여름휴가와 같은 정기 휴가가 기간까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면 이는 이유 불문하고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C 사례처럼 갑작스럽게 휴가를 없애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면 이는 위법한 행위로 노동청 신고 대상이기도 하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불리는 행위에는 폭언이나 험담, 따돌림만이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에게 정당하게 보장된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요즘 세대들은 자기 삶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출세나 성공을 꿈꾸지 않는다. 일보다 여가를 중요시하고, 일상을 즐기고 스트레스 없는 삶을 원한다. 워라밸이 보장된 생활에서 오히려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장시간 근로 문화가 정착된 사회에서 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는 것은 노동자의 노동력 재생산과 건강권 보장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 법에서 정함이 없고 회사가 휴가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이유로 휴식권을 갑질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은 물론 반인권적 행위이기도 하다. 선물도 기분 좋게 받아야 선물이지, 줄지 말지 저울질하고 온갖 생색을 내는 선물은 그 누구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개인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 의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주택의 경우 집에 문제가 생기면 개인이 모두 해결해야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대부분 해결해 준다. 공동주택관리법에 의거하여 공동주택 공용 부분을 유지·보수 관리하는 필수 주체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세워지는 아파트만큼 이를 관리하는 경비원의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경비원은 경쟁률이 20대 1을 넘기도 할 만큼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주택관리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비원들의 처우는 치솟는 분양가와 수요에 비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경비원 상당수는, 입주민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로 시작해서 용역업체, 관리사무소장까지 이어지는 폭언, 모욕, 부당한 지시 등의 갑질로 고통받고 있다. 그야말로 을 중의 을의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다. 2020년 서울 강북의 모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21년 10월 경비원의 업무를 명확히 하여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등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동주택관리법, 이른바 ‘경비원 갑질방지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지난해 3월 서울 강남의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경비원들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직장갑질 119에 이메일로 제보가 온 경비원을 향한 갑질 사례들을 보면 주로 관리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를 일삼고, 경비원들이 이에 항의를 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내쫓아 버리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비원들이 다양한 갑질에도 참고 견디며 일할 수밖에 없는 데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초단기계약 관행이 한몫하고 있다. 2019년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조사연구 및 노사관계 지원사업 공동사업단’에서 발표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응답자의 94%가 1년 이하의 근로계약을 맺고 있었으며, 그중 3개월 근로계약을 체결한 비율은 21.7%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입주민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한 지시와 갑질에 항의라도 하면 계약이 연장되지 않기 일쑤다. 반복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이른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고령인 경비원들이 이러한 법적인 내용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현실적으로 인정되기 쉽지 않다. 결국 경비원 갑질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용역업체를 변경해도 고용을 승계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최소 1년 이상 고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비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의 호칭을 관리원으로 개선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경비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입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하고 관리비를 더 내는 결의를 하고, 투병 중인 경비원을 위해 모금활동도 벌이기도 한 훈훈한 사례들도 있다. 내가 아끼는 집과 공간을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노동에 대한 중요성과 고마움을 가져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나이 먹고 일할 수 있다는 걸 위안으로 삼고 있다는 이들을 위해, 더 나은 상생의 공동체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분리수거장에서 만날 때 “수고하십니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디자인: 고결
유명한 반려견 훈련사의 '갑질 문제'가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그로부터 당했다는 갑질을 줄줄이 폭로하기 시작하였고, 퇴사하고 공황장애·불안장애·우울증 등으로 정신과에 다녔다는 직원이 있었을 만큼 직원들을 향한 괴롭힘은 심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훈련사가 출연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은 결방되었고, 지역 행사에도 불참하는 등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해명이나 입장 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집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삶의 터전이기도 한 일터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에, 직장 내 괴롭힘은 이미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결국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법이 제정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누구나 알고 있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영향력 있는 유명인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CCTV와 메신저를 통한 직원들 감시와 화장실 사용 통제 행위다. CCTV를 이용한 직원들 감시는 작년 10월 필자가 게재한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법적으로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소개했던 사례에서 보듯이 직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회사에서는 범죄 예방, 안전 등을 이유로 설치하는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상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해 보면 정작 현관에 달린 것은 가짜이거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주요 사무 공간이나 책상 모니터를 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관련 스프 : "CCTV 감시는 직장 내 괴롭힘일까요, 아닐까요?"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여성 직원들이 환복하는 공간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도 해당할 수 있는 행위이다. 또한 CCTV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한 감시 및 통제도 문제가 된다. 만약 이번에 나온 주장처럼 특정 메신저를 설치·사용을 못하게 하고, 사내에서 지정한 메신저에서 직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모두 확인해서 협박을 하거나, 메신저 감시에 대한 동의서를 강제로 작성시키는 행위들을 했다면 모두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행위이자 사회 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자료사진입니다. 화장실 사용에 대한 통제는 어떠할까? 최근 IT 회사에서 15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이석 타임제'를 도입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예를 들어 흡연이나 화장실 사용을 위해 20분 동안 자리를 비웠다면 그날 업무시간 중 20분이 제외되는 것이다. 회사는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취지라고 하지만, 직원들은 지나치게 근무시간을 규제하고 감시당한다며 너무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화장실 사용 시간을 강제로 정하거나, 직원들이 함께 이동해야 하고 화장실을 지정하는 것은 '이석 타임제'와는 다른 문제다. 심지어 화장실은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괴롭힘이냐 여부를 넘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콜센터 상담사들이 화장실 사용을 통제받아 참다 보니 결국 질환까지 발생해서 인권위원회에 제소한 사건도 있었을 만큼 강압적인 노동 통제에 해당할 수 있다. 작년 4월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도 근무 또는 휴식시간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행위로 '영업사원에게 지급된 태블릿 PC로 위치를 추적하거나, 상담 내용 확인 등을 체크'하고, '화장실 이용 횟수·시간을 포함한 근무대장을 적게 하고 공개장소에 비치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시로 들고 있다. 참다못한 직원이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을 했음에도, "어디서 법 얘기를 꺼내냐, 가족끼리 법 얘기 꺼내는 거 아니다"고 하며 오히려 정색을 했다는 언행에서는, 회사와 직원들을 대하는 위계적이고 강압적인 사고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회사에 이러한 가치관과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터에서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다양한 형태의 갑질로 회사의 규율과 질서에 순응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동물을 훈련시켜 인간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인간은 훈련의 대상이 아니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작년 10월, 인천에 있는 장애인 활동 지원기관에서 한 사회복지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던 건물 8층에서 투신했다. 기관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목숨을 잃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음날 기관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하루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서비스 대상자들의 인권은 1순위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은 순위에도 없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시설장의 갑질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왔다. 이용자들을 돌봐야한다는 이유로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야간·휴일에 강제로 노동을 하더라도 수당은 없다. 심지어 종교법인 산하 시설에서는 예배와 후원금을 강요받기도 한다. 시설장과 상사로부터 온갖 갑질에 시달리면서도, 헌신과 희생을 강요받으며 일해온 것이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지난 2월 14일부터 23일까지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괴롭힘 피해 경험 비율이 29.5%로 상대적으로 타 직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신고를 했다는 응답자는 10.7%로 가장 낮았다.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음에도, 1명만이 신고를 했다.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 중 하나는 사회복지시설의 기관장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부고발자나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종사자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 때문이다. 채용이나 승진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 신고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기 어렵다. 결국 참고 견디거나 시설을 옮길 수밖에 없다. 지금 사회복지시설의 현실이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당하는 괴롭힘은 일반 직장인들과 조금 다르다. 얼마 전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사회복지사가 제보한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는데, 제보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회복지사 A 씨가 일하는 인천의 한 B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직원들에게 매달 1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을 강요하고, 이사장이 운영하는 교회에 십일조를 내도록 압력을 가하고, 연말 '후원의 날' 행사에 2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을 요구하는 등 직원들이 월평균 20~30만 원의 후원금을 내고 있습니다. 또 매일 10~20분 일찍 출근해 복지시설 건너편 교회에서 '경건회'라는 이름으로 아침예배를 강요하고, 주일예배와 수요예배까지 참석을 강요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제 노동을 강요하기도 하고, 심지어 이사장 노모의 팔순 잔치에 직원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B 사회복지시설은 이사장과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직원들을 동원해 강제 노동을 시켰습니다.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재활용센터 등에서 직원들에게 강제 노동을 강요하고, 연말에는 '이웃 사랑' 행사에 직원들을 동원시켜 선물 포장, 배달 등 업무와 무관한 사적 노동을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이사장 노모의 팔순 잔치에 직원들을 동원해 요리와 노래, 설거지와 청소까지 시켰습니다. 그만둔 직원들이 종교 강요 등에 대해 구청에 신고했지만, 구청에서 쉬쉬하고 넘어갔습니다. 돌봄노동은 사회 재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노동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돌봄노동이 필수노동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사회 필수노동자임에도 금융업, 광고, 마케팅 등의 업종에 비해 사회적 지위나 보상이 따르지 못한다. 앞서 얘기한 대로 봉사와 보람이라는 이름으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괴롭힘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온라인 노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개인 및 집단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 나설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시급하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사회복지사는 인간 존엄성과 사회 정의라는 사회복지의 핵심 가치에 기반을 두고 사회복지 전문직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과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는 한, 사회정의는 물론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의 지위는 상승할 수 없고 권리는 지켜질 수 없다. 사회복지사들의 헌신과 희생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하나의 노동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우리는 하루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잠이 들 때까지 틈틈이 시간만 나면 우리는 핸드폰을 열고 정보를 검색하거나 유튜브, SNS 등을 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이처럼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는 하루에 수천수만 건의 정보들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유되고 있다. 그럼 온갖 정보들 중에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유해 콘텐츠들은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AI 등 최첨단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필터링이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안전한 정보를 얻기까지에는 보이지 않는 대규모 노동이 존재한다. 이들이 바로 '콘텐츠 모더레이터'다.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소셜미디어, 온라인 플랫폼 등에 이용자들이 생성한 콘텐츠를 현행법이나 기업 약관, 현지 국가 정책 및 법률 등의 기준에 맞춰 여러 가지 큐레이션 관행과 기술을 통해 제재 및 삭제하는 노동자"(Gibson, 2022; Gillespie, 2018; Roberts, 2019)를 말한다. 2018년 9월, 페이스북에서 콘텐츠 모더레이터로 일했던 한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최초로 제기했고, 법원은 전·현직 콘텐츠 모더레이터 1만 4천 명에게 한화로 약 634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이들 노동의 심각성에 대해서 알린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콘텐츠 모더레이터 노동의 실태는 어떠할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9년 동안 콘텐츠 모더레이터로 일을 했던 분들의 사례다. 왜 이렇게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일단 이들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사용자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지고 있음에도, 비용을 절감하고 각종 법적 의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받고 있다. 재계약이 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노동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게다가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육아나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들이 몰리고 있어 노동시장의 차별적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콘텐츠 모더레이터라는 직업이 우리에게 생소하다 보니 어두운 현실이 가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신림역 살인사건 CCTV 영상 등 폭력적이고 잔혹한 콘텐츠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안전과 인권은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더욱 필요할 때다. 그래픽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블랙리스트(blacklist)”. ‘감시가 필요한 위험 인물들의 명단’이란 뜻을 가진 단어로, 과거 영국의 왕위에 오른 찰스 2세가 아버지 찰스 1세의 사형 판결에 서명한 관련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게 했는데, 이 명단을 검은색 표지로 사용하면서 부르게 된 것이 바로 블랙리스트다. 미국에서는 노동 관련 용어로도 사용됐는데, 노동조합의 조직 활동에 대항하여 사용자가 조합의 핵심 인물 명부를 만들어 노동조합에 대응하였고, 노동조합은 부당 노동행위를 하는 요주의 기업들 명부를 작성했는데, 이러한 명부들이 블랙리스트이다. 최근 한국의 모 기업에서 노동자 취업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관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무려 1만 6천여 명이나 리스트에 올라있었고, 취업 제한 사유를 포함해 생년월일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기업 측은 절도·폭행·성희롱 등을 저지른 사람들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반박했지만, 실제 블랙리스트 안에는 그 회사에 취직한 적도 없는 100여 명의 언론인과 노동조합 간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회사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위반을 이유로 경찰에 고발하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근로기준법 제40조에 의하면,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안 된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과거 00 자동차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대놓고 취업을 방해한 사례도 있다. A 대리점에서 근무를 시작한 영업사원 B 씨는 영업사원 중 상위 15% 안에 꾸준히 들 정도의 실적을 유지하며 큰 문제없이 해당 대리점에서 근무해왔다. 그러나 대리점 C 소장이 어느 순간부터 직원들에게 폭언과 근무 인증샷 강요 등의 갑질을 시작했고, 이에 B 씨는 직원 모두의 뜻을 모아 소장에게 제출할 건의사항을 작성했다. 그러나 C 소장은 직원들 건의 이후에도 갑질을 중단하기는커녕 ‘주동자’라며 B 씨를 대리점에서 내보냈다. 이후 B 씨는 00 자동차 대리점 협회 규정에 맞춰 취업 제한 기간 1년이 지난 이후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B 씨는 이 ‘취업 제한 블랙리스트’ 때문에 현재까지도 계속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 직장갑질119 이렇게 직접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하지만, 아래 사례처럼 자진 퇴사를 종용하거나, 법 위반 신고를 못 하게 하거나 철회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취업 방해 칼날을 휘두르기도 한다. 권리를 빼앗은 자가 아니라 되찾으려는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요주의 ‘문제 인물’로 등재된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렇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취업을 방해하기 위하여 블랙리스트를 만들거나 협박을 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기업들을 제도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서 사회적으로 망신을 주고 구인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것은 어떨까. ‘나쁜’ 블랙리스트가 아닌 ‘착한’ 블랙리스트로. 디자인 : 고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