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평화와 통일이 실현되는 세상을 바랍니다. 책상 위 법전보다 광장의 깃발을 좋아하는 노무사입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낼 때, 눈치 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그냥 두지 못할 때가 많다. 가끔 아이가 "누구야? 아빠 또 일해야 돼?"라고 물을 때마다 핸드폰을 덮고 뒤돌아서지만, 여전히 집에 오면서 일을 끊어내지 못한 채 그대로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 직업적 특성도 있겠지만, 이미 나에겐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The Right to disconnect)'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일명 '퇴근 후 카톡 금지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퇴근 후 업무에 관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필자의 경우는 사실 본인이 원해서 연락을 받는 것도 있지만, 문제는 끊어내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연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건 오래전이다. 경기연구원이 2021년 11월 경기도 거주 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87.8%가 퇴근 후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2023년 3월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5%가 퇴근 이후 직장에서 전화나 SNS 등을 통해 업무 연락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임시직은 69.2%,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은 66.3%로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더 많았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들이 근무시간이 아님에도 쉴 권리를 침해받고 있으며, 법과 제도는 조직문화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업무시간 외 연락은 직장 내 괴롭힘과 결합하여 나타나기도 한다. 정말 급하거나 업무상 중요한 연락을 하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누군가를 괴롭힐 목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문자 또는 전화를 퍼붓는다. 아래는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다. 야간 근무 끝나고, 잠을 자야 하는데 끊임없이 울리는 카톡 소리에 잠을 자기 힘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응답을 안 한다는 이유로 단톡방에서 강퇴당했습니다. 저는 기계가 아닙니다. 잠을 자고, 먹기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23년 3월, 이메일) 퇴근 이후 연락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업무를 하지 않으면 카톡을 계속 보내고, 공식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하라고 압박을 줍니다.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시달리는 것이 지쳐 퇴사를 하고 싶습니다. (23년 5월, 이메일) 심지어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에서도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휴일에 연락을 잘 받는 것으로 공식화하기도 했다. 공공기관도 이러한데, 사기업은 심하면 더 심했지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통용되는 조직에 가깝지는 않을 것이다. 저는 OO부 O급 공무원입니다. 상급자가 퇴근 후 혹은 공휴일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공론화시켜 국과장회의에서 언급이 되었고, 주변 사람에게 제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데 이것도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을까요? 결국 회의에서는 공휴일에도 전화 잘 받아야 하는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23년 3월, 카카오톡)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실근로시간 단축의 일환으로 휴식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하여 퇴근 후 카톡 금지법, 즉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현재 국회에도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으나, 보장 방식, 금지 범위, 제재 여부 등에 대한 쟁점이 있다. 게다가 아니나 다를까 아직 시행도 하기 전에 조직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자발적으로 야근을 해서 성과를 높이려는 이들에게는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주5일제를 시행할 때 재계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던 것이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누가 주5일제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과 성과가 둔화되었다고 하겠는가. 이미 다른 나라는 조금씩 형태는 다르지만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관련된 법과 제도가 시행 중이다. 2016년 프랑스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 최초 입법 이후 2018년 스페인, 2022년 벨기에, 포르투갈, 2024년 호주, 그리고 이탈리아,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에서 입법화되었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정권에서 뭔가 해보려고 하는 것 같으나 아직 섣불리 기대하기란 이르다. 법과 제도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노동자들이 있을 것이며, 조직의 문화로 안착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법 개정뿐만 아니라 우선적으로 노동자들의 '휴식권'은 사생활 보장을 넘어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는 인식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고, 적절히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든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우리 회사는 병가가 없다며 상담을 원하는 전화를 종종 받는다. 예전 회사에서는 병가가 있었는데, 지금 다니는 곳은 개인 연차휴가를 사용해서 병원에 가야 한다며 신고할 수 없냐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관계법령에는 병가를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기계적인 대답과 함께 혹시 모르니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찾아보라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법적으로 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연차휴가, 출산·육아휴가 등은 법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병가는 회사의 규정에 따라 보장 여부가 결정된다. 즉, 주면 좋은 거고, 안주면 어쩔 수 없는 그런 휴가다. 실제로 직장인의 38.4%는 유급휴가를 못 쓴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2025.2, 직장갑질119) 유급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된 공무원이나 교사 등 공공기관종사자들은 어떠할까? 2022년 전교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중 55%가 아파도 병가를 쓸 수 없었다고 답했다.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병가를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병가와 관련한 직장 내에서의 차별, 괴롭힘도 많다. 아래는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들이다. 아침에 하혈을 해서 급하게 당일 연차를 사용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얼마 후 검사 결과가 나왔으니 당일 내원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관리자에게 오후에 반차를 사용하겠다고 하자 미리 계획된 연차가 아니니 안된다고 했습니다. 아파도 미리 계획을 안 했으니 안된다니요. (24년 6월 카카오톡) 괴롭힘으로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어 중증 우울 진단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규정상 병가는 무급이니 유급휴가를 줄 수 없다고 하는데, 저는 무급으로는 쉴 수가 없습니다. (24년 5월 카카오톡) 과도한 업무로 정신과 소견서를 받아 병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대표는 다들 그렇게 일하는데 왜 문제냐며 그냥 출근하라고만 합니다. (24년 5월 카카오톡) 몸이 좋지 않은데 남은 연차가 없어 진료확인서와 함께 병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관리자는 검토 후 판단하겠다며 시간만 끌고 있습니다. 회사 재량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신청건은 검토 없이 승인하고 어떤 신청건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시간을 끄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병가 승인을 해야 할 관리자가 괴롭힘 가해자인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24년 5월 카카오톡) 왜 우리는 아프면 아프다고, 쉬겠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울까. 아직까지 노동자가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낮은 이유가 한 몫한다. 관리자나 직장 동료로부터 눈치를 보고 핀잔을 들으면서 병가를 쓰는 것보다 그냥 참고 일하는 게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편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산재는 일하다 다쳤기 때문에 보호받을 수 있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질병이나 사고까지 사업주나 국가에서 책임지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코로나19 때, 우리는 코로나에 걸려 아파서 쉬는 동안 소득의 일부를 국가로부터 보전받았다. 이른바 상병수당이라고 부른다. 몇몇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잠깐 시행했었는데, 당시 왜 지급하냐는 의문은 없었다. 오히려 상병수당을 지급받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만 있었다. 코로나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했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으며, 이번 대선 공약으로 얼핏 나오긴 했으나 이 역시 지켜봐야 한다. 세계 184개국 중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인하여 경제활동이 불가한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코로나19 당시 시범적으로 시행한 적이 있음)이 없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하여 11개국에 불과하다고 한다.(2020, 민주노동연구원) 특히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낮은 153개국이 유급병가 또는 상병급여를 시행 중이라고 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모두 없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이 유일한데, 미국은 각 주별로 유급병가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하는 추세라고 한다. 사실상 유일하게 한국만이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인한 소득 손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공장의 기계도 고장이 나면 원인을 따지지 않고 비용을 들여 고치는데, 기계를 돌리고 이윤을 창출하는 노동자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치료받고 쉬었다가 다시 돌아와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회사 또는 국가에서 소득을 일정 정도 보장해 주는 것은 그렇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노동자의 쉼이 회사의 선택적 ‘배려’가 아닌 당연한 ‘권리’가 되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얼마 전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50대 후반 정도의 여성 노동자였는데, 여러 요양기관을 옮겨 다니며 요양보호사로 15년 넘게 일하셨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허리가 계속 아프고, 특히 며칠 전 어르신을 침대에 눕히다가 삐끗해서 지금은 제대로 펴기조차 힘들다고 하셨다. 산재 신청 절차, 혜택 등 여러 설명을 해드리고, 지금 신청을 해도 승인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은 걸리니 우선 제대로 진료받고 산재 접수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5개월만 기다렸다가 할 테니 다시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다.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어보니 지금 다니는 센터가 집에서도 가깝고 보수도 좋은데, 산재 접수를 하면 재계약이 안 될까 봐 걱정된다고 하셨다. 실제로 동료 중 한 분이 과거에 산재 관련 문의만 했을 뿐인데, 괴롭힘을 당하고 재계약도 되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런 행위는 이러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중에라도 꼭 산재 처리하시라고 당부드리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위와 같은 사업주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하거나 이를 교사 또는 공모한 경우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 제1항) 그리고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한 것을 이유로 해고 등의 불이익을 가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1조의2))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를 포함해 일터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지는 이가 하루 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산업재해근로자의 날을 맞이해 근로복지공단 등으로부터 2019~2023년의 5년간 노동재해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 공무원, 교직원 등이 1년 평균 18만 8,725명(하루 517명 꼴)이었다. 이중 재해 사망자는 2,570명(하루 7명)이나 됐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일하다 다쳤지만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위 통계에서 빠져있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집계조차 불가능하겠지만, 산재 공화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 필자의 사례 외에도 주변에서 산재 신청을 방해하거나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일하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산재 신청에 대한 괴롭힘으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게 경우도 있었다.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했는데 회사에서는 산재 대신 건강보험으로 치료하라고 강요하고, 원래 저에게 병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를 거부하고 산재 신청을 준비하자 괴롭힘이 시작됐고, 폭언까지 했습니다. 모욕감과 수치심에 공황장애가 와 병원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정말 죽고 싶습니다." (직장갑질119) 과거 모 대기업 공장에서는 노동자가 작업 중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있었는데, 동료 직원이 119에 전화하려고 신고했으나 담당 부장이 전화기를 빼앗아 통화를 중지시키는 사건이 있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많은 회사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산재가 아닌 공상처리를 강요한다. 특히 건설, 중공업 등 하도급 계약관계가 주인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산재 처리를 못하도록 원청 업체에서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를 은폐하려 하거나 산재 처리에 소극적인 이유는 추후 공사 입찰 자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상승도 이유 중 하나이다. 지난 4월 28일, 산업재해근로자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고 그 첫해를 맞이했다. 정부는 산업재해근로자의 날로부터 1주간 추모 주간으로 설정하고 '산업재해근로자 가족화합프로그램', '산재보험패널 학술행사', '산재 바로알기 영상 공모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노동계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찌 됐든 그래도 올해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정부와 국회는 기념일 하나 더 만든 것에서 그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산재 당사자들과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욱 기울여야 한다. 선보상 제도 도입 등 재해자들이 신속하게 치료받고 생계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특히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업주의 산재 은폐 행위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불이익이 두려워 산재를 신고할 생각조차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모든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여전히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일하다 다치면 당연히 산재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공감대는 부족하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제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가족·집단·조직·지역사회·전체 사회와 함께 한다." 사회복지사 선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특히 소외당하는 약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자들이 사회복지사이고,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 3월 30일은 사회복지사의 날이었다. 2011년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을 계기로 이날을 사회복지사의 날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사회복지사의 날을 기념하여 사회복지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는데, 10명 중 7명이 이직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 일하지만, 정작 사회복지사들의 근무 환경은 인간답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직을 원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비민주적인 운영이 40%, 저임금이 36.8%였다. 또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뿐 아니라,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 신체적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에 대한 응답은 일반 직장인 평균(33.4%)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59.1%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종사자 10명 중 6명은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기관장의 업무 비하 발언, 부당업무 지시, 타 부서 업무 강요, 기부금 할당량 강요, 행사 참여 강요, 워크숍·나들이 등 달리는 버스 안에서 레크리에이션 사회 강요, 시간외수당 미지급, 점심시간 당직제도 강요, 업무시간 외 카톡으로 업무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너무나 심각합니다. 다른 외부 사람이 있었는데도 시설장이 폭언을 했습니다. SNS로 장문의 업무 지시, 은근슬쩍 업무 실적에 관한 것을 강요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업무를 다른 업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마감일을 지정해 강요했습니다. 아래 사례와 같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거나 종교나 기부를 강요하기도 한다. 봉사로 포장된 공짜 노동을 강요받기도 한다.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법인 중엔 종교법인이 많고, 친인척 관계의 채용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인성과 능력이 부족한 자들이 연차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자기들끼리 승진하고, 자동으로 센터장이 되고, 그 센터장과 가족처럼 지내면서 그다음 센터장이 될 것임을 당연시하면서 갑질하고 무리 짓고, 그 무리에 아부하지 않으면 업무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괴롭힙니다. 시설장이 퇴근 후 밤 10시 이후나 주말에도 중요하지 않은 일로 잦은 연락을 합니다. 법인의 지나친 간섭으로 종교 강요와 기부 강요를 합니다. 사업 방향이 갑자기 변경되고, 회식에 참석하지 않거나 상사가 지시하는 부당한 업무를 하지 않는 경우 따돌립니다. 이용자들에게 기부한 후원 물품을 챙겨놓으라는 지시도 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마련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낮은 기본급과 다수의 수당으로 이루어져 있어 열악한 보수 수준이며, 무엇보다 소규모 시설의 경우에는 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권고이기 때문에 사업장이 받는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만 넘으면 된다는 식이다. 실제 가이드라인의 최하위 급수 초봉은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렇게 노동 환경은 열악하지만, 2023년 민주노동연구원이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사회복지서비스업의 노조 가입률은 2%로 전체 직종 평균 9.9%보다 현저히 낮았다. 대부분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5인 미만 사업장 등 소규모 시설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좁은 사회복지업계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실제로 아래와 같은 사례도 있었다. 신고를 하고 싶었으나 가스라이팅을 당했습니다. 다시는 이 사회복지업계에 발을 못 들인다는 협박, 다 소문이 난다, 어차피 신고해도 바뀌지 않는다, 센터장님 귀에 다 들어가게 되어 있다는 협박에 결국 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10명 중 8명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사회복지 일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제는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만으로 위안이 될 수 없다. 작년 사회복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회복지종사자 권익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충분한 예산 반영이 필요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우리 사회의 필수가 되어버린 '돌봄'을 담당하며 아프고 소외된 사람을 어루만져 주는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와 변화가 필요하다. 이들의 안전과 인권이 지켜질 때 질 좋은 복지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3월 30일 사회복지사의 날을 맞이하여 한 노동조합에서 내건 현수막 문구가 인상 깊다. "사회복지사가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합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최근 미국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연방 정부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수습사원은 해고하고, 연방 공무원 230여만 명에게 최근 업무 성과를 보고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사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등 대량 해고를 암시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이렇게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를 두고 우리나라 한 보수 언론은 "한국에선 꿈도 못 꿀 美 연방공무원 무더기 해고"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며, 마치 우리나라는 해고하기 어려운 나라처럼 소개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직장갑질119가 작년 1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해고 난이도 및 해고 요건 강화 법 개정 필요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직장인들에게 한국 사회가 해고가 어려운 사회인지 물어본 결과, 절반이 넘는 55.5%가 '그렇지 않다'로 응답하였다. 무엇보다 '법 개정을 통해 해고 요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74%로 높게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에는 해고와 관련하여 해고의 제한(23-24조), 해고 예고(26조), 서면 통지(27조) 등의 조항이 있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제23조), 특히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의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등 다른 해고보다 더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제24조). 그리고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해야 하며(제26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제27조). 법조항만 보면 위 기사처럼 해고하기 어려운 나라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법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래 사례를 보면 실제 직장에서는 당연한 권리인 정시 퇴근이나 연장근로수당을 요구했다고 해고당하거나, 노동조합을 만든 것도 아니고 만들자고 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을 받기도 했다. 어제 일방적으로 월말까지만 나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오늘은 이번 주까지만 나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정시 퇴근과 연장근로수당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직장갑질119, 25년 2월 카카오톡) 제가 직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했다는 이유로 사측이 제게 권고사직을 권유했는데 거부하자 곧바로 보직해임, 자택대기발령을 내린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저를 해고했습니다. 노무사를 선임해 부당해고 대응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직장갑질119, 25년 2월 카카오톡) 심지어 서울 중랑구의 한 경비노동자는 관리소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고, 일자리를 잃고 두 달을 쉰 뒤에야 일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비노동자를 '임계장' 또는 '고다자'로 부르기도 하는데, '임시 계약직 노인장'과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의 줄임말이다. 갑질과 부당함도 참고 죽은 듯이 일해야만 겨우 직장에 남을 수 있다. "교대근무 시간이 촉박해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걸었어요. 갑자기 ‘경비원’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보니 관리소장이었습니다. '인사도 없이 가느냐'며 호통을 쳤고, 소리소리 지르며 거수경례를 하라고 했어요.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하고 싹싹 손이 닳도록 빌고 또 빌었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021년 11월 24일) 위에서 언급한 법의 적용을 전혀 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해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그나마 갑작스럽게 해고당한 경우 30일치의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있지만, 평생 일하던 직장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잘리는 마당에 그깟 해고예고수당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5인 미만이라 적용되는 노동법이 없다고 합니다. 해고 예고 수당도 받을 수 없는 것인가요? (25년 2월 카카오톡) 서두에 잠깐 언급했던 미국은 직무 중심 인사체계가 자리 잡고 있기에 해고가 쉬운 만큼 재취업도 용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어렵게 취직한 직장에서 해고된다는 것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가 된다. 회사에서 괴롭힘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직장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버티고 싸우다가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경우도 보게 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마침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과 고용률은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악화했다고 한다. 앞서 '임계장'과 '고다자'에서 보았듯이 비단 청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언제까지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곡기를 끊고 해고의 부당함을 외쳐야만 하는 것일까. 더 이상 해고의 무게를 노동자가 온전히 견디게 해서는 안 된다. 해고의 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법적 사각지대도 해소하고, 해고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도 늘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작년 9월 숨진 MBC 기상캐스터의 유서가 지난달 공개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유서에는 동료 기상캐스터들의 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의 흔적이 가득했다. 오보를 낸 동료가 고인에게 뒤집어 씌우거나, 틀린 기상 정보 정정을 요청했을 때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하는 등 무려 원고지 17장 분량의 내용이 휴대전화 메모에 담겨 있었다고 한다. 회사에 어려움을 토로했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인지조차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사망한 지 수개월이 지날 때까지도 아무런 조치도 없다가, 유서가 공개되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부랴부랴 대응하기 바쁜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진상 조사를 위한 청문회와 특별근로감독을 추진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처우와 관련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은 이미 오래다. 방송업계뿐 아니라 업종을 망라한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차별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가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구직 과정에서 근로계약서가 아닌 비근로계약서(프리랜서, 위탁, 위임, 용역 등)를 작성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 27.4%로 나타났다. 이 중 2/3가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도 프리랜서 계약을 하는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를 직장인 전체로 환산하면 17.9%로 나타낼 수 있다. 아래와 같이 근로기준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자의 신분으로 일을 하면서도 비용 절감과 법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심지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저는 프리랜서인데 대표나 관리자가 근태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이고 용역계약서를 작성했는데 근로 시간, 근무 장소를 엄격히 관리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노동청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2024년 12월, 카카오톡) 프리랜서로 계약하자고 해서 1년 이상 4대 보험 가입만 안 했을 뿐 근로자로 일했습니다. 중간에 퇴직금을 받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하라고 강요해서 강제로 합의서를 썼는데, 회사에 퇴직금 청구가 어렵나요? 퇴직금 정산해 달라고 했더니 좋게 끝내라면서 저에게 변호사 쓰고 소송할 거냐고 협박합니다. (2025년 1월, 카카오톡) 제가 헤어숍에서 디자이너로 근무를 하는데요. 입사한 지 일주일 다 되어 가는데 아직 계약서를 안 썼습니다. 대표님이 계속 미루시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를 써도 되나요? (2025년 1월, 카카오톡) 옆에서 일하는 동료와 비슷하거나 동일한 일을 하면서 단지 계약의 형태만 다르다는 이유로 다양한 형태의 차별도 감수해야 한다. 방송국에서 일합니다.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았지만 근무 시간이 수시로 변동되는 건 참았습니다. 새벽에 출근하는 다른 근무자 때문에 제 점심시간이 미뤄졌는데, 선임들의 휴가로 인해 7시간을 근무하고 점심을 먹어야 합니다. 이런 기형적인 근무를 강요하는데 프리랜서는 신고도 할 수 없나요? (2024년 11월, 카카오톡) 9시부터 6시까지 주 5일 근무하는데 프리랜서로 계약하려고 합니다. 프리랜서로 계약하게 되면 연차나 퇴직금 등 근로자로서 누릴 수 있는 건 누리지 못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24년 9월, 카카오톡) 유족은 고인의 죽음 뒤엔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 사건을 정쟁의 소모품으로 사용하며 본질을 흐리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불법 프리랜서 계약이 체결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는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주권 회복과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의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직장 내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춰있다. 새해 첫날, 창원에서 목숨을 잃은 한 경비 노동자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먼 이야기이다. 고인은 을 중에서 가장 을로, 한 직장에서 7년 넘게 일했지만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고, 직장 내에서 상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진짜 사장은 한 다리 두 다리 이상 건너야 만날 수 있고, 겨우 만나더라도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 했다. 그 이유는 바로 간접 고용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노동조합까지 만들고 목소리를 내보려 했으나, 돌아온 건 고용 승계 거부, 해고였다. 결국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부당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죽음으로 맞서는 방법이었다. 언제까지 우리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을, 그냥 피켓의 구호가 아닌 현실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것일까. 과거부터 청소, 경비 등 용역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가 이슈가 되어 왔었고, 정부에서는 '용역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지침',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 개선 대책' 등을 만들었다. 본 내용에는 발주기관은 용역업체가 외주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를 포함하여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용역업체 역시 입찰 공고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고 계약 기간 동안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권고일 뿐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들어온 메일 1천507건 중 원청의 갑질 관련 문의는 52건(3.5%)이었다. 사례를 보면 원청 사업주는 간접 고용 노동자들의 징계·해고, 임금, 휴가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통제하고 있었다. 2023년 6월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원청이 하청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의 근로계약이 종료되거나 근로조건이 승계되지 않는 것에 대해 '고용 승계가 의무화돼야 한다'는 응답은 54.1%에 달했다. '원청이 직고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18.6%에 달했다. '계약 해지는 원청의 권한이므로 문제없다'는 응답은 8.0%에 불과했다. 아래는 간접 고용 노동자들의 고용과 관련하여 원청이 개입하고 결정하고 있는 사례이다. 대기업의 사내 하청업체 정규직입니다. 대기업이 주야간을 주간 하나로 합치게 되었다는 이유로 당일 대기업에서 해고를 지시했고, 저희 회사 인사 담당자는 어떤 노력도 없이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도 기한을 가지고 여러 방편을 상의하지도 않았습니다. (2023년 4월 카카오톡) 용역회사 소속 생산직으로 7년째 파견 근무 중인데 원청회사 간부가 직접 월 말 부로 근무를 종료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용역사와의 근로계약은 작년에 하고 올해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는데, 용역사 대표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계속 근로가 연장되는 거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원청사에서 계약 종료 14일 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퇴사 통지하는 것은 위법 아닌가요? (2023년 6월 카카오톡) 아웃소싱을 통해 근무 중 사용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해 관할 노동청에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또 직장 내 괴롭힘을 끊임없이 자행했고, 이후 근무 중 조퇴했다는 이유로 파견근로업체에 해고 요청까지 했습니다. 이에 파견업체는 원청의 요청에 따라 해고 30일 전 통지를 한 상태입니다. 가해자로 인한 정신과 진료 및 경찰서 진술 조사를 위해 근무 조퇴를 한 것인데, 마치 무단 조퇴인 양 거짓으로 처리했습니다. (2023년 10월 이메일) 매년 연말이 되면 우리는 서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며 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고인과 같은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말 연초는 해고의 칼바람이 부는 시기일 뿐이다.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도 걱정 없이 이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노조법 2·3조 개정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최소한 고용과 관련한 만큼은 원청이 부당한 개입을 할 수 없고,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계속 계약이 승계될 수 있도록 하는 법과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누군가 직장에서 잘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길 바란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반말도 괴롭힘에 해당하나요?"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을 하거나 상담을 하면 자주 접하는 질문 중 하나다. 질문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겠지만, 괴롭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친하고 편하다고 생각해서 반말을 한 건데, 괴롭힘으로 신고를 당했다며 억울해하거나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의 언어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반말은 친근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친근감은 상호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 가깝게 지내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거리감을 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특히 직장에서는 공적으로 업무적으로만 소통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 친밀함으로 포장된 반말은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말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영어의 경우 반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대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평어에 해당한다. 우리말의 반말은 존댓말의 반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존댓말은 위계, 서열을 강화하는 힘으로 작용하여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장벽이 된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가 지난 9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에서 사용자나 상급자 또는 동료가 업무 관련 반말을 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50.2%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44.4%가 반말을 들었을 때 불쾌감 또는 모욕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회사 또는 부서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업무와 관련해 반말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인지를 묻는 결과에 42.1%나 되는 응답자가 '그렇다'고 응답했는데, 여전히 반말 문화가 당연한 직장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말과 관련된 괴롭힘 사례들을 살펴보자. 아래는 반말을 넘어 욕설과 험담까지 난무하는 사례다. 욕설과 험담은 직장 내 괴롭힘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이다. 저희 회사 사장님이 전 직원이 있는 곳에서 이 X끼, 저 X끼라며 욕을 하고, 회식 자리 술 강요, 회의 시간에 프로젝트 하기 싫으면 사표 쓰라고 소리치고, '야야' 거리며 반말을 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내보내려고 괴롭히겠다며 직원들에게 험담을 합니다. (2024년 9월, 카카오톡) 출장에서 회사 과장이 대리와 신입사원이 있는 앞에서 "야, 너 나가. 당장 나가", "문 열고 나가. 지금 필요 없으니까 나가"라면서 큰소리를 내었고, 죄송하다고 재차 말했는데 불구하고 "야, 지금 좋은 말 할 때 당장 나가"라고 하면서 말을 했습니다. 그 외에도 XX끼, X발, X신, 미쳤냐 등등 입에도 담을 수 없는 폭언도 하고, 회사가 기본적으로 야, 너, 니 등 반말을 하는 환경입니다. (2024년 9월, 카카오톡) 처음에는 반말 자체가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도, 계속 반말을 들으면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근무 환경이 악화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직급이 높다면 나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제가 좋으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성격이라 반말하는 것도 그냥 넘어가고 무시하는 발언을 해도 넘어가다가 자존감이 너무 떨어지더라고요. 과장님이 저보고 소리 지르시며 어디 그런 못돼 X먹은 걸 배웠냐, 나 무시하냐고 소리 지르고 반말로 뭐라고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24년 10월, 카카오톡) 전 나이가 좀 있는데도 막내라는 이유 하나로 사장부터 상사까지 반말하고 말을 함부로 합니다. 사장이 저에게 "너 연차가 몇 년 차냐, 너가 사장이냐?"며 막말을 합니다. (2024년 8월, 카카오톡) 누구도 반말을 들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 직장 사회 초년생이라고 해서, 직무에 대한 경험이 적다고 해서 반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직장을 떠나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첫 만남부터 반말을 듣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회적 약자이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여성, 청소년, 장애인, 외국인들이다. 언어의 위계에서 우리는 계급적 차이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언어적 불평등이 있는 상태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우선은 직장에서부터 올바른 호칭을 사용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표현을 자제하는 노력을 통해,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자.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얼마 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요즘 신입사원은 회식이 자율인 줄 아나 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서 논쟁이 벌어졌었다. 다 같이 회식 날짜를 잡았는데 아무런 변명도 없이 회식 당일에 불참 통보를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회식이 싫었으면 처음부터 안 간다는 말을 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얼마나 회식이 싫었으면 불참했을까, 저런 생각을 가지니 회식에 가기 싫어한다는 등 회식 강요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처럼 요즘 직장에서는 술 없는 회식 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지만, 그전부터 분위기는 변하고 있었다. 특히 MZ세대들은 기존 세대와는 다른 방식의 회식을 원한다. 다 모여서 강압적으로 진행되는 회식보다, 친한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소규모 회식이나 공연 관람 등 비음주 문화 회식을 선호한다. 주류업계도 변화하는 분위기에 발맞춰 오비맥주의 한맥은 '회식을 반대합니다'라는 대형 옥외 광고를 걸고, 강압적인 회식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캠페인 광고를 공개했다. 한 대기업에서는 회식 갈등을 의식해 '술 팔찌'를 도입해서, 음주 의사를 3단계로 나눠 술을 못 마시거나 마시고 싶지 않으면 빨간색 팔찌를, 적당히 마시겠다면 주황색 팔찌, 끝까지 마실 수 있으면 파란색 팔찌를 차면 된다고 한다. 해외는 어떠할까?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IT 기업의 직원들 다수는 사무실 밖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으며, 저녁 약속을 아예 잡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회사 밖으로 나오면 모두가 동등한 친구처럼 대하기 때문에 회식 자리가 화기애애하다고 한다. 캐나다의 경우는 회식할 때 퇴근 시간을 앞당겨 1시간 일찍 회식을 진행하고, 커피와 피자를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이 회식이라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서도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는 회식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직장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음주는 물론 노래방 강요까지 벌어지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회식 실태 및 음주 강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직장인 4명 중 3명은 회식 경험이 있었고, 회식 경험자 10명 중 7명은 업무 시간 이후에 회식을 했다고 한다. 직장인 4명 중 1명은 회식에서 음주를 강요당했고, 그중 72.9%가 술을 마셨다고 답했다. 음주 강요를 거부한 비율은 20대가 36.7%로 가장 높았고, 40대가 18.9%로 가장 낮았다. 세대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으나, 상사의 음주 강요를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회식, 음주, 노래방 강요 등은 대표적인 직장 내 괴롭힘 행위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잠깐 주춤하긴 했지만, 괴롭힘 문의 중 단골 질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에 제보된 회식 갑질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면, 단지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작은 해프닝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식 자리에서 속이 안 좋아서 안 먹겠다고 이야기하는데도 술 주는 사람이 너 속 안 좋은 거까지 신경 쓰면서 술 줘야 하냐고 하면서 술 가져오라고 하는 거 녹취해 놨는데 강요죄나 협박죄가 성립이 가능할까요? (2024년 8월, 카카오톡) 사장님이 회식에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평소 퇴근 전 "오늘 번개다" 그러면서 회식하는 걸 좋아하십니다. 회식 빠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시고. 한 번은 전체 회식이 아닌 다른 팀 회식인데 일정 있는 사람은 빠지고 갈 수 있는 사람으로만 인원 파악하고 식당 예약하라고 하셔서 식당 예약하고 참석 가능 인원 말씀드리고 저는 진료 예약이 있어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 다음 회식 때 꼭 참석하겠다 말씀드리니 병원 가기 전에 잠깐 있다가 가든지, 갔다 와서라도 회식 온다고 말해야 하는 게 예의가 아니냐고 합니다. (2024년 9월, 카카오톡) 회사에 이사장님이 금요일 퇴근 후에 회식을 강요하고, 회식에 참석하지 않은 직원만 보너스를 주지 않는 불이익을 주고, 주말에 쉬는 날 직원들 전부 함께 타지에 여행을 강제로 참여하게 하십니다. 이 또한 불참하면 불이익이 돌아오고요. (2024년 10월, 카카오톡) 직장에서 회식이 아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회식 자체가 싫을 수도 있지만,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꼰대 회식 문화가 더 문제기 때문에 회식을 없애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변화하는 문화와 가치관에 따라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상사들이 아닌 부하 직원이 회식 날짜나 장소, 메뉴를 정하게 하거나, 조직 구성원의 선호에 따라 회식의 형태를 결정하는 등 새로운 회식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위계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는 어떠한 시도를 하더라도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회식 자리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한 조직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지난 2018년 12월 충남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원청 대표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어 산업안전 영역에서는 그나마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보호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두 차례나 거부된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은 슈퍼 '갑' 지위에 있는 원청의 갑질 문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원청 사용자나 관리자들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하청 노동자를 괴롭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업무를 하는 도중에 원청 직책자인 ○○○로부터 각종 업무 지시를 받고 대신하여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각종 술자리에 불려가 운전 대기를 해야 했으며 새벽이나 늦은 시간에 자신을 태우고 출근하라는 연락을 자주 받았습니다. (중략) 이러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정직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욕심에 참고 일을 했으나 ○○○ 본인으로부터 "넌 절대 정직원이 될 수 없다"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중략) 다시 막말을 들으니 앞으로가 너무 막막하여 원청 회사에 상담을 요청하여 그간 있었던 일을 팀장에게 말했지만, 어떠한 보호 조치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 2023년 3월 이메일 원청의 직원 ○○○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 사실을 원청 측에 알린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가해자에게 아무 징계도 내려지지 않았으며 저는 가해자를 매일 일터에서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중략) ○○○ 씨가 제 허리를 두드리며 '이 자리에 앉아'라고 했습니다. ○○○ 씨가 의자를 가리키며 '여기에 앉아라'라고 해도 될 일을 제 허리를 만졌습니다. 성적 수치심과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 2022년 11월 이메일 업무와 관련 있는 괴롭힘뿐만 아니라, 성희롱이 발생하기도 한다. 원청의 정직원으로 채용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각종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지 못하고 참고 견디게 만든다. 휴게시설이나 식사 등 기본적인 복리후생에 관한 차별도 비일비재하다. 공장에는 △△사(원청업체) 정직원 외 근무자는 모두 비정규직입니다. 서열 1위는 △△사 정직원, 2위는 라인 조립 업무 비정규직, 3위 공장 관리 업무, 기계 수리 업무 비정규직, 서열 꼴찌는 1년 365일 상주하는 협력업체 소속 상주원입니다. 상주원도 다 돈을 내고 식권을 사서 공장 식당 밥을 먹는데, 한 번은 외식업체 측에서 반찬을 많이 먹어서 △△사 직원들이 반찬이 없다고 총무과에서 나와서 상주원들은 △△사 직원들 밥을 다 먹은 다음에 밥을 먹으라고 하더군요. △△사 직원들 편하게 야간 주차장은 자기네들이 쓰겠다며 상주원들이 야간 주차장을 쓰면 경고장을 붙이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사(원청업체)의 경우 점심에 식사가 나오는데, 처음에 원청 직원들끼리만 밥을 먹고 저에겐 밥을 먹자는 말을 안 해서 며칠을 굶다가, 저도 식사하면 되는 거냐고 물으니 외주 직원은 식사하면 안 된다고 하여 한 달 정도를 혼자 굶으면서 일했습니다. - 2022년 5월 이메일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계약 당사자들 간에 사용종속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위 사례들 모두 직접적인 근로계약 상대방이 아닌 원하청 관계이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물론 원청 회사의 취업규칙에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괴롭힘 또는 성희롱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으면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대부분 관련 규정을 정하고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2023.4)에도 원청 근로자는 하청 근로자와 같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상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그나마 가이드라인으로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보호하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취지는 일터 '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예방하고 조치하기 위함이다. 직장 내에서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기도 하며, 소속 회사의 관리자보다 더 우월한 지위에 있는 슈퍼 '갑' 원청의 괴롭힘 행위를 제재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역시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원청에 물을 수 있다면,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성까지 훼손하는 괴롭힘 문제도 직장 내 심각한 '안전'의 문제로 인식하고, 원청에 실질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원·하청이라는 형식적인 계약 관계 속에 감춰져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넘어 일상적인 괴롭힘까지 감내해야 하는 슈퍼 '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숨통을 열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