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평화와 통일이 실현되는 세상을 바랍니다. 책상 위 법전보다 광장의 깃발을 좋아하는 노무사입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개인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 의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주택의 경우 집에 문제가 생기면 개인이 모두 해결해야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대부분 해결해 준다. 공동주택관리법에 의거하여 공동주택 공용 부분을 유지·보수 관리하는 필수 주체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곳곳에 세워지는 아파트만큼 이를 관리하는 경비원의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경비원은 경쟁률이 20대 1을 넘기도 할 만큼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주택관리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비원들의 처우는 치솟는 분양가와 수요에 비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경비원 상당수는, 입주민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로 시작해서 용역업체, 관리사무소장까지 이어지는 폭언, 모욕, 부당한 지시 등의 갑질로 고통받고 있다. 그야말로 을 중의 을의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다. 2020년 서울 강북의 모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21년 10월 경비원의 업무를 명확히 하여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등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동주택관리법, 이른바 ‘경비원 갑질방지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지난해 3월 서울 강남의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경비원들의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직장갑질 119에 이메일로 제보가 온 경비원을 향한 갑질 사례들을 보면 주로 관리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폭언과 부당한 업무지시를 일삼고, 경비원들이 이에 항의를 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내쫓아 버리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비원들이 다양한 갑질에도 참고 견디며 일할 수밖에 없는 데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초단기계약 관행이 한몫하고 있다. 2019년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조사연구 및 노사관계 지원사업 공동사업단’에서 발표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응답자의 94%가 1년 이하의 근로계약을 맺고 있었으며, 그중 3개월 근로계약을 체결한 비율은 21.7%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입주민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한 지시와 갑질에 항의라도 하면 계약이 연장되지 않기 일쑤다. 반복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이른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고령인 경비원들이 이러한 법적인 내용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현실적으로 인정되기 쉽지 않다. 결국 경비원 갑질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용역업체를 변경해도 고용을 승계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최소 1년 이상 고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비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의 호칭을 관리원으로 개선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경비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입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하고 관리비를 더 내는 결의를 하고, 투병 중인 경비원을 위해 모금활동도 벌이기도 한 훈훈한 사례들도 있다. 내가 아끼는 집과 공간을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노동에 대한 중요성과 고마움을 가져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나이 먹고 일할 수 있다는 걸 위안으로 삼고 있다는 이들을 위해, 더 나은 상생의 공동체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분리수거장에서 만날 때 “수고하십니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디자인: 고결
유명한 반려견 훈련사의 '갑질 문제'가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그로부터 당했다는 갑질을 줄줄이 폭로하기 시작하였고, 퇴사하고 공황장애·불안장애·우울증 등으로 정신과에 다녔다는 직원이 있었을 만큼 직원들을 향한 괴롭힘은 심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훈련사가 출연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은 결방되었고, 지역 행사에도 불참하는 등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해명이나 입장 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집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삶의 터전이기도 한 일터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에, 직장 내 괴롭힘은 이미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결국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법이 제정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 누구나 알고 있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영향력 있는 유명인도 피해 갈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CCTV와 메신저를 통한 직원들 감시와 화장실 사용 통제 행위다. CCTV를 이용한 직원들 감시는 작년 10월 필자가 게재한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법적으로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소개했던 사례에서 보듯이 직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회사에서는 범죄 예방, 안전 등을 이유로 설치하는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상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해 보면 정작 현관에 달린 것은 가짜이거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주요 사무 공간이나 책상 모니터를 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관련 스프 : "CCTV 감시는 직장 내 괴롭힘일까요, 아닐까요?"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여성 직원들이 환복하는 공간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도 해당할 수 있는 행위이다. 또한 CCTV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한 감시 및 통제도 문제가 된다. 만약 이번에 나온 주장처럼 특정 메신저를 설치·사용을 못하게 하고, 사내에서 지정한 메신저에서 직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모두 확인해서 협박을 하거나, 메신저 감시에 대한 동의서를 강제로 작성시키는 행위들을 했다면 모두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행위이자 사회 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자료사진입니다. 화장실 사용에 대한 통제는 어떠할까? 최근 IT 회사에서 15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이석 타임제'를 도입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예를 들어 흡연이나 화장실 사용을 위해 20분 동안 자리를 비웠다면 그날 업무시간 중 20분이 제외되는 것이다. 회사는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취지라고 하지만, 직원들은 지나치게 근무시간을 규제하고 감시당한다며 너무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화장실 사용 시간을 강제로 정하거나, 직원들이 함께 이동해야 하고 화장실을 지정하는 것은 '이석 타임제'와는 다른 문제다. 심지어 화장실은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고 한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괴롭힘이냐 여부를 넘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콜센터 상담사들이 화장실 사용을 통제받아 참다 보니 결국 질환까지 발생해서 인권위원회에 제소한 사건도 있었을 만큼 강압적인 노동 통제에 해당할 수 있다. 작년 4월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도 근무 또는 휴식시간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행위로 '영업사원에게 지급된 태블릿 PC로 위치를 추적하거나, 상담 내용 확인 등을 체크'하고, '화장실 이용 횟수·시간을 포함한 근무대장을 적게 하고 공개장소에 비치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시로 들고 있다. 참다못한 직원이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을 했음에도, "어디서 법 얘기를 꺼내냐, 가족끼리 법 얘기 꺼내는 거 아니다"고 하며 오히려 정색을 했다는 언행에서는, 회사와 직원들을 대하는 위계적이고 강압적인 사고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회사에 이러한 가치관과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터에서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다양한 형태의 갑질로 회사의 규율과 질서에 순응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동물을 훈련시켜 인간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인간은 훈련의 대상이 아니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작년 10월, 인천에 있는 장애인 활동 지원기관에서 한 사회복지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던 건물 8층에서 투신했다. 기관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목숨을 잃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음날 기관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하루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서비스 대상자들의 인권은 1순위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은 순위에도 없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시설장의 갑질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왔다. 이용자들을 돌봐야한다는 이유로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야간·휴일에 강제로 노동을 하더라도 수당은 없다. 심지어 종교법인 산하 시설에서는 예배와 후원금을 강요받기도 한다. 시설장과 상사로부터 온갖 갑질에 시달리면서도, 헌신과 희생을 강요받으며 일해온 것이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가 지난 2월 14일부터 23일까지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괴롭힘 피해 경험 비율이 29.5%로 상대적으로 타 직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신고를 했다는 응답자는 10.7%로 가장 낮았다.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음에도, 1명만이 신고를 했다.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 중 하나는 사회복지시설의 기관장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부고발자나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종사자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 때문이다. 채용이나 승진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 신고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기 어렵다. 결국 참고 견디거나 시설을 옮길 수밖에 없다. 지금 사회복지시설의 현실이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당하는 괴롭힘은 일반 직장인들과 조금 다르다. 얼마 전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사회복지사가 제보한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는데, 제보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회복지사 A 씨가 일하는 인천의 한 B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직원들에게 매달 1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을 강요하고, 이사장이 운영하는 교회에 십일조를 내도록 압력을 가하고, 연말 '후원의 날' 행사에 2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을 요구하는 등 직원들이 월평균 20~30만 원의 후원금을 내고 있습니다. 또 매일 10~20분 일찍 출근해 복지시설 건너편 교회에서 '경건회'라는 이름으로 아침예배를 강요하고, 주일예배와 수요예배까지 참석을 강요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제 노동을 강요하기도 하고, 심지어 이사장 노모의 팔순 잔치에 직원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B 사회복지시설은 이사장과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직원들을 동원해 강제 노동을 시켰습니다.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재활용센터 등에서 직원들에게 강제 노동을 강요하고, 연말에는 '이웃 사랑' 행사에 직원들을 동원시켜 선물 포장, 배달 등 업무와 무관한 사적 노동을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이사장 노모의 팔순 잔치에 직원들을 동원해 요리와 노래, 설거지와 청소까지 시켰습니다. 그만둔 직원들이 종교 강요 등에 대해 구청에 신고했지만, 구청에서 쉬쉬하고 넘어갔습니다. 돌봄노동은 사회 재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노동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돌봄노동이 필수노동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사회 필수노동자임에도 금융업, 광고, 마케팅 등의 업종에 비해 사회적 지위나 보상이 따르지 못한다. 앞서 얘기한 대로 봉사와 보람이라는 이름으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괴롭힘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온라인 노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개인 및 집단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 나설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시급하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사회복지사는 인간 존엄성과 사회 정의라는 사회복지의 핵심 가치에 기반을 두고 사회복지 전문직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과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는 한, 사회정의는 물론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의 지위는 상승할 수 없고 권리는 지켜질 수 없다. 사회복지사들의 헌신과 희생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하나의 노동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우리는 하루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잠이 들 때까지 틈틈이 시간만 나면 우리는 핸드폰을 열고 정보를 검색하거나 유튜브, SNS 등을 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이처럼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는 하루에 수천수만 건의 정보들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유되고 있다. 그럼 온갖 정보들 중에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유해 콘텐츠들은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AI 등 최첨단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필터링이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안전한 정보를 얻기까지에는 보이지 않는 대규모 노동이 존재한다. 이들이 바로 '콘텐츠 모더레이터'다.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소셜미디어, 온라인 플랫폼 등에 이용자들이 생성한 콘텐츠를 현행법이나 기업 약관, 현지 국가 정책 및 법률 등의 기준에 맞춰 여러 가지 큐레이션 관행과 기술을 통해 제재 및 삭제하는 노동자"(Gibson, 2022; Gillespie, 2018; Roberts, 2019)를 말한다. 2018년 9월, 페이스북에서 콘텐츠 모더레이터로 일했던 한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최초로 제기했고, 법원은 전·현직 콘텐츠 모더레이터 1만 4천 명에게 한화로 약 634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이들 노동의 심각성에 대해서 알린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 콘텐츠 모더레이터 노동의 실태는 어떠할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9년 동안 콘텐츠 모더레이터로 일을 했던 분들의 사례다. 왜 이렇게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일단 이들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사용자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지고 있음에도, 비용을 절감하고 각종 법적 의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받고 있다. 재계약이 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노동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게다가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육아나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들이 몰리고 있어 노동시장의 차별적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콘텐츠 모더레이터라는 직업이 우리에게 생소하다 보니 어두운 현실이 가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신림역 살인사건 CCTV 영상 등 폭력적이고 잔혹한 콘텐츠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안전과 인권은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더욱 필요할 때다. 그래픽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블랙리스트(blacklist)”. ‘감시가 필요한 위험 인물들의 명단’이란 뜻을 가진 단어로, 과거 영국의 왕위에 오른 찰스 2세가 아버지 찰스 1세의 사형 판결에 서명한 관련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게 했는데, 이 명단을 검은색 표지로 사용하면서 부르게 된 것이 바로 블랙리스트다. 미국에서는 노동 관련 용어로도 사용됐는데, 노동조합의 조직 활동에 대항하여 사용자가 조합의 핵심 인물 명부를 만들어 노동조합에 대응하였고, 노동조합은 부당 노동행위를 하는 요주의 기업들 명부를 작성했는데, 이러한 명부들이 블랙리스트이다. 최근 한국의 모 기업에서 노동자 취업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관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무려 1만 6천여 명이나 리스트에 올라있었고, 취업 제한 사유를 포함해 생년월일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기업 측은 절도·폭행·성희롱 등을 저지른 사람들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반박했지만, 실제 블랙리스트 안에는 그 회사에 취직한 적도 없는 100여 명의 언론인과 노동조합 간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회사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위반을 이유로 경찰에 고발하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다. 근로기준법 제40조에 의하면,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안 된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과거 00 자동차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대놓고 취업을 방해한 사례도 있다. A 대리점에서 근무를 시작한 영업사원 B 씨는 영업사원 중 상위 15% 안에 꾸준히 들 정도의 실적을 유지하며 큰 문제없이 해당 대리점에서 근무해왔다. 그러나 대리점 C 소장이 어느 순간부터 직원들에게 폭언과 근무 인증샷 강요 등의 갑질을 시작했고, 이에 B 씨는 직원 모두의 뜻을 모아 소장에게 제출할 건의사항을 작성했다. 그러나 C 소장은 직원들 건의 이후에도 갑질을 중단하기는커녕 ‘주동자’라며 B 씨를 대리점에서 내보냈다. 이후 B 씨는 00 자동차 대리점 협회 규정에 맞춰 취업 제한 기간 1년이 지난 이후 일자리를 구하려 했으나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B 씨는 이 ‘취업 제한 블랙리스트’ 때문에 현재까지도 계속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 직장갑질119 이렇게 직접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하지만, 아래 사례처럼 자진 퇴사를 종용하거나, 법 위반 신고를 못 하게 하거나 철회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취업 방해 칼날을 휘두르기도 한다. 권리를 빼앗은 자가 아니라 되찾으려는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요주의 ‘문제 인물’로 등재된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렇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취업을 방해하기 위하여 블랙리스트를 만들거나 협박을 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기업들을 제도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서 사회적으로 망신을 주고 구인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것은 어떨까. ‘나쁜’ 블랙리스트가 아닌 ‘착한’ 블랙리스트로.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병역법에 따라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하고, 병역의 종류에는 현역, 예비역, 보충역 등이 있다. 군 복무 대신 국가기관, 공공단체, 사회복지시설 등 공익 분야에서 복무의무를 대신하는 이들을 사회복무요원, 흔히 우리는 ‘공익’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사회복무요원의 신분은 ‘군인’일까,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일까? 만일 노동자라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고 노동조합도 만들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군인도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신분을 가지고 있기에 각각을 보호하고 있는 법령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따라서 정해진 장소에서 일정 시간 동안 사용자 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고 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동조합도 만들 수 없다. 대표적으로 문제 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다. 작년 5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설립신고서가 반려되고 현재 소송 진행 중),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공동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사회복무요원의 64%가 복무 중 괴롭힘을 경험했고, 괴롭힘을 경험한 사회복무요원 4명 중 1명이 자해 등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다고 응답하는 등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아래 사례처럼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지시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고 심지어 폭언·폭행을 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휴게시간이나 야간근무 등에 대한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우리가 출퇴근할 때 자주 보는 지하철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이다. 필자도 군복무를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신하였다. 4주 동안 논산훈련소에 있으면 훈련생들끼리 누가 더 힘들고 부당한 곳에서 일을 하는지를 마치 자랑처럼 얘기를 한다. 이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사회복무요원제도는 강제노동에 해당하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기본협약 29호에서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고, 2007년과 2012년 한국의 사회복무제도가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우리나라도 29호 비준을 해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군사적인 목적 성격의 작업에 대한 노동’은 강제노동으로 보지 않는 예외규정이 있지만, 사회복무요원은 군사적 목적 업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예외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복무요원제도는 시행되고 있다. 더욱 더 문제되는 것은 그래도 군대보다는 편하지 않냐는 주변의 시선이다. 이러한 시선들 때문에 복무기관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더라도 문제 해결에 나서기 어렵고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다행히 작년에 병역법이 일부 개정되어 올해 5월부터는 복무기관 내에서 사회복무요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가 금지되고, 위반 시 복무기관장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복무환경 개선과 사회복무요원들의 인권보호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개정임은 분명하다. 사회복무요원도 노동자다. 이들의 노동 역시 온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새로운 업무형태와 직장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도입이 불가능한 직종도 있고 근태 감독의 어려움이나 보안에 취약한 문제점들로 인하여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가 다시 출근하는 회사도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재택근무 도입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 노동자들 의견도 다양하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져 집에서 일하는 게 편하고 출퇴근에 드는 비용도 절감하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쏟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집에서는 집중하기 어렵고 시스템 상 통제나 불편한 요소가 많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 노사협의, 인식개선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오늘은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 사례처럼 재택근무가 징계의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사용자의 인사권한을 남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면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래 사례들을 살펴보자.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일방적으로 재택근무 명령을 받으면 반드시 따라야 할까? 아래와 같이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아래처럼 조건이나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사례들처럼 회사가 재택근무를 명령하거나 변경하면 반드시 이에 응하여야 하는지, 노동자의 동의 없이 재택근무를 실시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현행 노동관계법령에는 재택근무라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회사에서 자율적으로 시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결정권은 회사에 있기 때문에 회사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금지하고 있다. 재택근무 명령도 근무장소를 ‘사무실’에서 ‘집’으로 변경한 것이니 전직(전보) 명령에 해당할 수 있을까? 만약 전직명령에 해당한다면 위 법 조항에 의해 정당한 이유 없는 재택근무 명령은 위법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 상황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불가피하게 재택근무로 변경한다면 이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A 씨의 사례처럼 정당한 이유 없이 일종의 징계수단으로 활용해서 재택근무 명령을 했다면 이는 부당한 인사명령에 해당한다. 실제로 A 씨의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제기하였고, 일방적인 재택근무 명령은 위법·부당하고 사무실로 복귀해서 근무해야 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B 씨의 경우에도 입사 전제조건이 재택근무였고, 근로계약서상 근무장소가 재택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출근명령을 거부할 수 있고, 만약 이를 이유로 해고를 했다면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된다. C 씨의 경우는 어떠할까? 상시적인 카메라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CCTV를 이용한 감시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소개했듯이 CCTV를 이용한 감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업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카메라 설치는 거부해도 된다. 다만 회의나 교육 때 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켜야 한다면 이는 정당한 인사명령에 해당하므로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 이처럼 회사에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모두 좋아할 일은 아니다. 재택근무로 인하여 나의 근무조건 등이 불리해지는 것은 없는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단순히 경제적 불이익이 없다고 하더라도 직장 동료와의 단절 등으로 인한 소외, 환경 변화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도 불이익에 해당한다. 회사에서 재택근무 도입이나 변경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받게 되는 불이익이 크다면 거부해도 된다. 특히 노동자를 괴롭힐 목적이나 퇴사를 유도할 목적으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일과 생활의 균형, 업무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함께 높이기 위한 제도로서 활용되어야 한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오랫동안 사용하면 고장이 나고 고쳐 써야 하는데, 인간은 당연히 쉼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에서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고, 노동력의 회복과 문화적 생활의 보장을 위해 휴게시간과 주휴일, 연차휴가 등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업무로 인한 사고나 질병의 경우에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적절한 보상을 받고 근무를 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은 유급휴직을 보장받는다. 그리고 업무와 무관하게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회사에 출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주로 병가라는 제도를 활용한다. 하지만 병가는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관계법 어디에도 없는 제도다. 따라서 회사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병가제도를 정하고 있고, 있더라도 무급이 대부분이고, 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규정이 없는 회사도 있다. 병가제도가 없는 회사는 남은 연차휴가를 사용해서 병원에 가거나 쉴 수밖에 없다. 연차휴가를 모두 다 사용한 경우에는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해야 한다. 무급 병가라고 하더라도 질병에 걸린 경우, 해당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급여를 일부 미리 받을 수는 있다. (근로기준법 제45조) 하지만 내가 받을 급여를 미리 받는 것일 뿐, 병가기간 동안 무급인 것은 변함없다. 회사에서 고용하였고, 회사를 위해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가 질병에 걸렸다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를 떠나 도의적 또는 보상적 책임에 대한 필요성 논의는 일단 뒤로하고, 오늘은 병가 규정이 버젓이 있음에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이른바 병가 갑질을 당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래 사례를 살펴보자. A 씨는 토요일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큰 사고는 아니어서 우선 주말 동안 상태를 지켜보고 월요일에 병가를 내고 병원에 가려고 했습니다. 계속 두통도 있고 허리와 목이 아파오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일요일 저녁에 팀장에게 유선으로 보고를 하였고, 오전에 잠시 병원에 갔다가 출근을 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2주간 입원 진단을 받은 A 씨는 막막했지만, 다행히 회사 규정에 60일간 병가를 사용할 수 있어서 병가 신청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팀장은 “큰 사고가 아니라면서 왜 갑자기 2주 입원을 해야 되냐”며 “병가 신청은 본인 이외에 다른 사람이 없으니 일단 출근해서 면담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병원에서 교통사고 환자의 경우 경찰서나 타 병원 진료 외에는 외출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사정을 회사에 설명하였으나, “면담을 할 수 없으면 화요일부터 당장 출근을 해라”고 막무가내로 얘기하였고, 겨우 병원장의 허가를 받아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을 했습니다. 팀장은 영혼 없이 몸은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일단 일주일만 병가를 허가할 테니 차후 경과를 보자고 하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중소기업 5년 차 사원인 B 씨는 일주일에 평균 3~4일씩 야근을 하는 격무에 시달리다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습니다. 석 달 무급휴직을 신청한 B 씨에게 “휴직 기간을 두 달로 줄이라”며 상사는 폭언을 쏟아냈습니다. “아픈 건 개인적으로 아픈 거다. 그럴 거면 개인사업을 해라. 네가 복귀해도 팀 내에서 너를 반길 사람은 없다. 다른 팀으로 복귀해라.” 폭언을 들은 뒤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습니다. 불면증, 구내염, 포진, 스트레스성 위염 등 후유증이 이어졌습니다. 자해 시도에 자살 충동이 뒤따랐습니다. “회사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했습니다. 결국 정신과 진료까지 받게 됐습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한 노동자에게 “일단 출근을 해서 면담을 하자”거나, “차라리 개인사업을 해라”, “너를 반길 사람은 없다”는 폭언의 의도는 누가 봐도 병가 사용을 못마땅해하는 상사의 갑질이 분명하다.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할 수 있다. 반면에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에서는 단체협약을 통해 일정한 조건이 되면 병가를 신청하면 승인해야 된다고 규정하는 곳도 있다. 병가를 신청할 수 있는 조건만 된다면 위 사례처럼 눈치 안 보고 허가가 날지 마음 졸이지도 않고 편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 취업규칙은 의무 조항이 아니라 선택조항으로 되어있다. 즉, 병가를 신청한다고 해서 반드시 승인하지 않아도 된다. 왜 그럴까? 일단 고용노동부에서 배포하는 표준 취업규칙부터 문제다. 표준 취업규칙에는 다행히 병가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필수사항이 아니라 선택사항으로 기재되어 있다. 또한 병가를 신청할 경우 허가’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되어있어 회사의 재량에 의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병가 기간은 무급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니 대부분의 회사는 표준 취업규칙을 참고하여 규정을 만들게 되고, 위 사례와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회사 규정이나 단체협약의 절차대로 병가를 신청했는데 정당한 이유 없이 승인을 거부한다면 어떡해야 할까? 일단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할 필요는 없다. 병원을 다녀오고 병원기록을 잘 보관하고 있자. 설령 회사에서 이를 이유로 무단결근했다고 징계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여 부당징계로 판단된다. (서울행정법원 2018.1.26.선고 2016구합83808판결 참조) 일하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병가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그것도 유급도 아니고 무급이면서 욕까지 먹어야 하는 비정상적이고 반인권적인 사내 갑질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일반 질병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와 같은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회사에서 업무상 실수를 하거나 비위행위를 저지른 경우, 경위서 또는 시말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종종 받는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실수나 잘못이 아닌데 썼다가 괜히 내 잘못으로 인정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쓰라는데 안 쓸 수도 없고, 게다가 경위서를 써서 제출했는데, 내용을 수정해 오라고 반려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은 부당한 경위서 갑질에 대한 대응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아래 사례를 살펴보자. 직장인 A 씨는 회사 부장으로부터 갑작스럽게 경위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팀장과 A 씨를 포함한 팀원 3명과 함께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의 마감 날짜를 지키지 못했는데, 팀원 중 A 씨에게만 프로젝트가 늦어지게 된 경위서를 작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프로젝트 마감이 늦어진 이유는 A 씨 때문이 아니라 팀원들 모두 담당한 업무처리가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A 씨는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므로 경위서를 쓰지 않겠다고 했으며, 결국 업무지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A 씨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경위서와 시말서의 차이를 알아보자. 두 단어는 한자 표현만 다를 뿐이지 뜻은 같다. 실무적으로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격하게 구분하자면 경위서는 주로 사건이 일어난 전후 경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작성하고, 시말서는 거기에 추가로 반성이나 각오의 내용까지 담기는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위 사례처럼 경위서 작성을 지시받은 경우, 먼저 회사 취업규칙 등의 내규에 경위서나 시말서 작성이 징계의 종류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내규상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징계가 아닌 업무지시로 볼 수 있다.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굳이 경위서 작성을 거부할 필요 없이 사건이 발생한 사실대로 간단하게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이 좋다. 괜히 정당한 업무지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위서 작성이 징계의 한 종류에 포함된다면 내규상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는 등의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만약 해당 절차를 진행되지 않았다면 이는 위법·부당한 징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아래 사례처럼 경위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반성의 의미를 담게 하거나 계속해서 수정을 해오라고 지시하는 경우는 어떠할까? 직장인 B 씨는 상사로부터의 업무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처리했습니다.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상사는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B 씨는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사실 위주로 작성해서 제출하자, 상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에 대한 부분과 앞으로 어떻게 잘할 것인지에 대한 각오를 적어오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상사의 지시대로 내용을 보완해서 제출하자, 또다시 상사는 더 구체적으로 적어오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심지어 빨간펜으로 경위서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써오라고 지시하였습니다. 먼저 경위서에 반성의 의미를 담게 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이다. 대법원은 “경위서가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반성문을 의미한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에 대하여 강제하는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2010. 1. 13. 선고 2009두6605 판결 참조) 따라서 위 사례처럼 사건이 발생한 전말을 사실 위주로 경위서를 작성했는데, 앞으로 잘하겠다는 반성이나 각오의 내용으로 수정을 요구한다면, 이는 부당한 지시이므로 거부해도 된다. 만약 이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한다면 부당징계에 해당하고, 사업장 관할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위서를 제출했는데, 상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계속 수정을 요구하는 행위는 어떠할까? 경위서의 목적은 사건의 전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서류일 뿐, 수정이 요구되는 업무상 보고서가 아니다. 따라서 수정 요구에 응할 필요 없으며,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추후 대응을 위하여 수정지시 등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큰 실수나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경위서를 남발하는 경우, 일단 겁먹지 말자. 회사는 경위서들을 모아서 나중에 징계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경위서를 많이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행위들이 모두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따지게 된다. 그러니 그냥 사실 위주로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 과정 등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리 겁먹지 말라고 해도 심적으로 위축되고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노동자를 회사에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경위서를 활용할 수 없도록 제도적 개선 등이 필요하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대표가 직원들을 부른 후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질타를 했습니다. 대표는 “CCTV로 보니까 화장실 갈 거 다 가고 인터넷 하고 그러더라”며 직원들에게 똑바로 일하라고 했습니다. 직원들 동의도 구하지 않고 CCTV를 설치했고, ‘보안 및 안전을 위하여 24시간 사무실 CCTV 녹화’라고 써놓았습니다. 대표는 전 직원 앞에서 CCTV로 다 봤다며 근무태만이라고 지적을 하고,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편집한 CCTV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작은 사무실이라 CCTV가 사무실 내 모든 공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대표가 “잘해 주면 안 된다, 너네가 똑바로 했으면 안 그랬다, CCTV 보니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것 같아서 이전 화면을 다 돌려봤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요? 직장에서 범죄 예방, 안전 등을 이유로 CCTV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설치 목적과 달리 직원들을 감시하는 용도로 사용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위의 사례도 직장갑질 119에 제보된 CCTV 감시와 관련된 내용이다. 2017년부터 약 5년간 제보된 사례를 살펴보면, CCTV를 통해 노동자들의 근태를 관리하거나 추가적인 업무를 지시하고, 징계자료로 활용하는 등의 행위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CCTV를 통해 직원들을 감시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CCTV와 관련된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CCTV를 이용한 감시는 개인정보보호법 외에도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도 있다. 먼저 개인정보보호법을 살펴보면, CCTV 설치 장소가 공개된 장소인지 아닌지에 따라 나뉘게 된다. 공개된 장소에 CCTV 설치는 ①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②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③ 시설 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④ 교통 단속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⑤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 및 수집된 영상을 사용할 수 없으며(법 제25조 제1항),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CCTV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는 자 또는 녹음 기능을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법 제72조) 직장 내에서 직원들의 감시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는 장소에 해당한다.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CCTV를 설치할 때는 개인정보가 자연스럽게 수집·이용되기 때문에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때 ①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②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③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④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 그 불이익의 내용까지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법 제15조 제2항). 결국 노동자를 감시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였다면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갓 회사에 입사한 노동자가 사용자가 요구하는 것에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는 어떤 경우에 해당할까? 우선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2021)에서 “회사 내에 CCTV가 설치되어 감시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예시로 들고 있는 것으로 보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②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③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이 세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처음에 소개했던 사례를 살펴보면, ① 감시를 한 주체는 대표이므로 직원에 비해 지위상의 우위성이 인정된다. ② 그리고 설치목적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CCTV를 활용하였고, 전 직원 앞에서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등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섰다. ③ 마지막으로 이러한 감시는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고 근무 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위 사례는 모든 요건을 충족하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사업장을 관할하는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으며, 위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116조에 의하여 사업주에게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직장 내 빈번하게 발생하는 CCTV 감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다수의 피해 노동자들이 문제가 발생하여 찾게 되는 노동청은 정작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조사하고 처리할 권한조차 없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소관기관이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근로기준법 개정 권고를 하기도 했으며, 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노사 간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노동관계법령에서 이를 규율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소관기관은 고용노동부로 명확히 하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디자인 : 고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