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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들으신 대로 정부는 추가로 전공의들이 더 복귀했다고 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달라진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를 않습니다. 세브란스 병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노동규 기자, 정부가 다음 주부터 원칙대로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시한은 지났지만, 만약에 연휴 동안 그러니까 일요일까지 복귀를 하면 그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기자> 네, 그제(28일)와 어제 사이에 복귀한 전공의 565명은 사직서를 낸 전체 전공의의 6% 수준입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연휴 기간에도 추가 복귀자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복귀 시한을 넘겨 연휴 기간 중에 돌아온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은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는데, 저희가 이 말뜻을 정부 관계자에 물어보니, "시한을 지켜야 하는 건 원칙이지만, 전공의 복귀가 최종 목표"라면서 정상 참작 가능성을 비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부는 전공의들이 몇 백 명 돌아왔다, 이렇게 정부는 밝히고 있지만, 현장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여전하죠? <기자> 네, 연휴 중에도 환자 피해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응급실 이용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쓰러진 한 70대 환자는 과거 뇌종양 수술을 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못 찾아가 이곳 세브란스병원을 찾았고, 일산 사는 한 부부는 밤새 열이 나는 영아를 데리고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아 헤맸습니다. [뇌종양 수술 환자 보호자 : 살려야 하니까…. (서울아산병원) 거기서는 전화해 보니까 오지 말라고 한대, 응급 처치할 수가 없다고. 딴 데서 하라 그래서 119 선생님이 여기서는 오라고 그러더래요. 그래서 응급 처치를 하셨어.] [급성 중이염 영아 보호자 : 저녁에 계속 울고 열나고 그래서 잠 못 자고. (일산에도) 소아응급센터가 있는데 전공의가 없다고 해서, 119에 전화하고 나서 이리 온 거죠.] <앵커> 자, 그리고 오늘부터 사흘을 쉬다 보니까 정부도 비상 진료 대책을 세워놨을 텐데 현장에서는 그게 잘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정부는 특히 휴일에는 공공병원을 총동원해 의료 차질을 막겠다는 방침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공병원에서는 야간과 토요일 비상 진료에 들어갔고, 국방부가 개방한 군 병원 응급실에서는 지금까지 80여 명이 진료를 받았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늘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비상 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과 불편을 감내하는 국민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김학모, 현장진행 : 신진수, 영상편집 : 소지혜)
'당당하게 전화하는 법' 수십만 원 내고 배운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스피치 학원 ‘라이프 스피치 스쿨’. 한 대학생이 학원장과 가상 전화 통화를 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네 ㅇㅇ카드입니다.” “저…카드 반송 건으로 연락드렸는데요,” “성함하고 연락처 말씀해주세요” “제 이름은…” “여보세요? 잘 안 들립니다.” 전화 통화에 앞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른바 ‘전화 공포증’을 극복하는 수업 풍경이다. 카드사에 전화도 못 걸고 있다는 학생이 ‘통화 때 벌어질 상황’을 가정한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한 강민정 원장은 “분명한 발음과 또렷한 목소리”가 중요하다며 학생을 일으켜 세워 “가갸거겨고교…” 읊는 발음·발성연습도 시켰다. 배에 힘주고 소리 내길 반복하자 처음엔 기어들어가는 듯했던 학생 목소리도 조금씩 커져갔다. ‘당당하게 전화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이런 수업은 한 번에 90분가량 진행된다. 모두 8차례 이루어지는 강좌 수강료는 70만 원에 달하지만 문의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회사 발표’나 ‘면접’을 잘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이가 많았다면 최근엔 전화 응대에 어려움과 공포를 느낀다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강 원장은 말했다. 특히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를 제일 먼저 받아야 하는 ‘신입 사원’들의 호소가 적지 않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기간을 거치며 전화 업무량은 늘었지만 사회 초년생일수록 전화 통화 노하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20대 42%, 30대 32% "전화 통화시 어려움 느낀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이 전화 통화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대의 42%, 30대의 32.4%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해 40대(26%), 50대(16.8%) 보다 젊은 층의 전화 통화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화 공포증은 생각보다 널리 퍼져 있다. 구글 검색창에 영어로 ‘폰 포비아(Phone-phobia)’라고 쳐 넣으면 검색 결과가 9억 개에 달할 정도다. 인터넷 게시판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호소와 ‘밈’들로만 알려졌던 이 증상이 국내에선 최근 유명 가수 아이유 씨가 “어머니와의 통화도 불편하다”고 고백하며 화제가 됐다. 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에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면 당신도 전화 공포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전화벨에 반응하는 공포의 핵심은 타인이 수화기 너머로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심한 전화 공포증을 호소하는 경우, “문자 메시지도 용건부터 말하는 게 좋다”고 할 정도다. 살갑게 이름 부르며 접근해 오는 것조차 “아,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가” 겁을 먹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는 일부러 전화를 피하게 만드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젊은 층이 겪는 전화 공포 원인 중 하나로 집 전화가 사라진 문화를 지목하기도 한다. 과거엔 어려서부터 집에 걸려온 전화를 대표로 받아보고, 메모를 남기기도 하며 억지로라도 전화와 친숙해질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친구 목소리 한번 들으려고 집어든 전화기 너머 낯선 어른에게 예기치 못한 호구조사를 당해본 경험이 있거나, 부모 빛 독촉하러 걸려온 화난 목소리의 전화를 대신 받아봤다면 공감할 분석이다. 가정에서 못 익힌 전화 기술을 학교에서라도 배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2015 개정교육과정 이후 ‘전화 말하기’는 창의적 재량활동 예절 항목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당연한 공포'라는 분석도... '예상답안 마련' 도움된다 보다 근본적으론 청각이라는 예민한 감각에서 비롯한 당연한 공포라는 분석도 있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가장 먼저 발달하는 청각이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겪어낸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감정적, 청각적으로 예민한 사람일수록 한 사람이 전하고 싶은 감정이 모두 담겨 있는 음성을 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청각이 발달하고 ‘음성’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 가수의 전화 공포증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극복 방법은 없을까? “공포증에 대한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반복적인 노출”이라고 임 교수는 말한다. 전화 통화에 앞서, 통화 때 오갈 법한 대화 내용을 미리 ‘각본 쓰듯 적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언제든 내놓을 나만의 ‘비상 대응 언어’를 마련해 두는 것도 좋다. “그건 제가 더 알아보고 말씀 드려도 될까요?” 같은 식이다. 그래도 막상 수화기를 드는 게 어렵다면 녹음된 음성을 상대하는 ARS 통화나 친한 친구와의 가벼운 통화부터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