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대 우등졸업(cum laude), 미국 임상동문회 초청 임상로테이션, 서적 '집사의 매뉴얼' 집필, 다수 기고(대한수의사회 학회지, 빅이슈, 데일리벳)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 또한 젊은 시절을 지나 중년에 접어들면 하나 둘 생각지도 않던 병이 생긴다. 오늘 살펴볼 쿠싱증후군(부신피질기능항진증)은 이런 병들 중에서 가장 흔한 '호르몬 관련 질환'이다. 개만 생기는 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고양이에서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는 오늘 내용을 집중해서 살펴보자. 어떤 병일까? 양쪽 신장(콩팥)의 앞쪽에 '부신'이라고 하는 작은 내분비기관이 있는데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하며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한다. 그중에서도 부신의 겉 부분(피질)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코티솔(cortisol)이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개의 면역력이나 혈액 순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이다. 쿠싱증후군은 이 호르몬을 너무 과하게 분비해서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을 말한다. 왜 생기는 걸까? 개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뇌하수체에서 부신에 명령을 내려 코티솔을 분비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 어떤 부위에서 문제가 생겼느냐에 따라 유형을 나눈다. 1. 뇌하수체 의존성(Pituitary dependent) 가장 상위 단계인 '뇌하수체'의 일부분이 종양화 되어 명령을 과도하게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개 쿠싱증후군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 부신 의존성(Adrenal dependent) 명령을 내리는 뇌하수체가 아닌 '부신' 자체에 종양이 생겨 코티솔을 과하게 분비하는 경우를 말한다. 3. 의인성(Iatrogenic) 외부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과하게 투여하는 경우에 일시적으로 쿠싱증후군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약물을 천천히 감량하면 치료될 수 있다. 정확히 어떤 증상이? 외형이나 행동의 변화가 다른 질환들에 비해 특징적인 편이다. (1) 외형 변화 - 팔 다리는 얇은데 배만 불뚝하게 튀어나온다 - 피모가 푸석하고 대칭적인 탈모가 생긴다 - 표정이 우울해 보인다 (2) 행동 변화 - 소변 양이 늘고 화장실 이외 공간에 실수를 한다 -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신다(kg당 100ml 이상) - 심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헥헥거린다 우려되는 합병증은? 코티솔은 몸에 있는 모든 세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다. 그렇기에 따라올 수 있는 합병증도 정말 다양하다. - 당뇨병 : 혈당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면서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당뇨병은 평생에 걸친 치료가 필요하며 사람과 마찬가지로 삶의 질이 무척 떨어지는 병이다. - 피부병 : 피부의 재생을 방해하거나 피부장벽을 무너뜨려 지속적으로 감염이 발생한다. - 혈전증 : 쉽게 말하면 혈관 내에 피딱지가 돌아다니는 상황을 말하며 혈전이 중요한 혈관을 막을 경우에는 급사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반복적인 췌장염, 심장병의 악화, 고혈압, 결석 등 신체 내 거의 모든 장기들이 악영향을 받는다. 어떻게 진단할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른 질병들과 비교했을 때 증상이 비교적 특징적이라 경험 많은 수의사라면 아이의 외모나 보호자와의 문진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위의 증상들을 유발하는 다른 원인들도 많고 대부분 노령견들이라 전반적인 검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만약 쿠싱증후군이 맞다면 일반적인 영상 검사나 혈액 검사상에서도 전형적인 변화들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확진은 꼭 필요하다. 정석적으로는 외부에서 일부러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주입했을 때 신체가 적절한 정도로 반응하는지 수치화해서 판단한다. 하지만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검사법이라 간단한 소변 검사나 혈액 검사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치료할까? 사람의 쿠싱증후군에서는 수술이 1차 치료법이지만 크기가 작은 개는 뇌하수체에 위치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신 자체에 생긴 종양은 제거가 가능하지만 위험도가 매우 높은 수술이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과도하게 코티솔을 생성하는 과정을 억제하기 위해 평생 약물을 먹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약물의 농도가 적절한지 체크가 필요한데, 만약 약물의 농도가 과하다면 흔한 스트레스 상황에서조차도 정상적으로 대처할 수 없어서 쇼크로 사망하는 경우까지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의 일차적인 목표는 소변 실수나 피부의 개선 등 눈에 보이는 임상 증상의 해소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개의 수명까지도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지만 치료하지 않고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디자인 : 안준석
발작이란 대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로 인해 환자의 의식이나 행동에 돌발적인 변화가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는, 눈이 뒤집어진 채 온몸을 경련하는 공포스러운 장면이 바로 발작의 대표적인 양상이다. 동물병원에 소위 '응급'으로 내원하는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할 정도로 반려동물에 왕왕 발생하는 병이다. 정확히 어떤 증상이? 1. 발작 전 단계 아래와 같이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수분에서 수시간 지속한다. - 구석으로 숨으려 한다 - 한쪽으로 돈다 - 멍하니 침을 흘린다 2. 발작 단계 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공중을 걷는 것처럼 패들링을 한다. 무서운 속도로 몸을 떨며 거품을 물고 오줌을 지리기도 한다. 짧게는 수초, 길게는 수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3. 발작 후 단계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는 숨을 헉헉거리거나 앞이 안 보이는 것처럼 걷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 양상을 보인다. 왜 생기는 걸까? 1. 뇌 이외의 문제 꼭 머리에 문제가 있어야만 발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저혈당, 전해질 불균형, 간 혹은 신장의 기능 부전 상황에서도 발작이 생길 수 있다. 또 먹으면 안 되는 독성 물질을 섭취했을 때도 발생 가능하다. 어린 나이에는 홍역 등의 전염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병원에서는 전반적인 검사를 하고 원인을 찾아보게 된다. 2. 뇌 자체의 문제 일반적인 검사에서 문제가 밝혀지지 않았다면 정말 뇌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MRI 검사와 뇌척수액 검사가 필요하다. 어린 나이라면 뇌수두증이나 뇌수막염 등이 가능하고 노령이라면 뇌종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양이는 뇌에 생긴 감염이 종종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이 뇌에 실제로 문제가 있는 경우에서 예후가 가장 좋지 않다. 3. 특발성 일련의 검사에서 아무 이상 소견이 없다면 특발성 발작으로 분류한다. 실제로 강아지는 40%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보호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으나 오히려 발작 약에 대한 반응 자체는 가장 좋은 편이다. 어떻게 치료할까? 원인을 막론하고 수의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응급으로 내원한 환자의 발작을 멈추는 것이다. 발작하는 동안 뇌압이 상승하며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상승한 혈압이나 체온으로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최악에서는 급사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일단 발작을 멈춘 후에는 위에서 설명한 순서대로 발작의 원인을 찾고 치료해야 한다. 항경련제를 포함한 내복약을 먹으며 내과적 관리를 지속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약물이 적절한 농도로 유지되는지,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는지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평생 혹은 수년간의 관리가 필요하다. 뇌수두증이나 뇌종양 등의 경우에는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하며 일부 전문병원에서만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난도가 높다. 집에서는 어떻게 대처? 갑자기 발작하는 반려동물의 모습은 생각보다 충격적이다. 그러다 보니 머리가 하얘지고 뭘 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일단 반려동물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변에 부딪힐 만한 물건이 있다면 치워주고, 떨어질 만한 높은 곳에 있다면 주변에 이불을 깔아준다. 구토를 했다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머리를 아래로 향하도록 살짝 들어준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호자를 물 수도 있으므로 담요 등으로 손을 보호하되 너무 오래 감싸고 있으면 체온이 올라가므로 주의해야 한다. 눈꺼풀을 감기고 지굿이 안구를 압박해 주면 안구 뒤쪽의 미주신경을 자극해서 발작을 억제해 주는 효과가 있으며 실제로 병원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발작이 멈추더라도 동물병원으로 가는 것이다. 추가적인 대처 없이는 높은 확률로 근시일 내에 재발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 안준석
지난 글에서 살펴본 고양이 파보 바이러스는 설사나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을 유발하며 생명까지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이다. 이번에는 파보 바이러스만큼 위험하지는 않지만 고양이 호흡기 질환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발병 빈도가 높은 허피스 바이러스에 대해 살펴보자. 정확히 어떤 증상이? 1. 호흡기 증상 허피스 바이러스는 비기관지염(Feline viral rhinotracheitis ; FVR)을 유발한다. 고양이가 숨을 쉴 때 색색대며 막힌 듯한 소리를 내는데, 비강(코)과 기관지 점막이 띵띵 붓기 때문이다. 또한 염증으로 인한 삼출물 때문에 콧물과 재채기를 동반한다. 고양이의 식욕에 있어 냄새는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2. 안구 증상 결막에 부종이 생기고 노란 눈곱이 계속 끼는 등 심한 눈병이 생긴다. 각막에 궤양(상처)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위아래 눈꺼풀이 말라붙어 눈을 잘 뜨지 못하기도 한다. 초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자칫 일반적인 감기나 눈병 수준으로 혼동해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1. 호흡기 증상 상부 호흡기에 국한되어 있던 염증이 하부 호흡기인 폐 쪽으로 번지면서 폐렴이 생길 수 있다. 폐렴은 매우 치명적인 데다가 낫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고양이의 고생은 물론이고 보호자의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있는 동안 비강의 정상적인 구조가 영구적으로 손상된다. 이로 인해 공기 중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기능이 현저히 감소되므로 평생 부비동염을 달고 살 수도 있다. 2. 안구 증상 눈병이 스스로 회복되기를 기다리다가 각막에 천공(구멍)이 생겨 정상적인 안구의 구조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결국 안구를 적출하는 게 유일한 방법인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어떤 고양이가 조심해야 하나? 허피스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상당히 강하다. 따라서 공동생활을 하던 길냥이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콧물이나 침 등의 분비물을 통해 직접 전파될 수 있고 고양이끼리 닿지 않더라도 공유하는 음식이나 머물던 자리를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 실제로 귀진드기와 더불어 어린 고양이가 병원에 내원하는 가장 흔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심한 합병증은 보통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깽이에서 생긴다. 더 큰 문제는 한번 감염되면 치료를 하더라도 몸에서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신경세포에 숨어있던 바이러스가 고양이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다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결국 일단 한번 노출되면 평생 면역력 관리가 필요한 셈이다.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와 치료를 할까? 허피스 바이러스에 대한 확진법은 눈이나 비강, 인후두의 삼출물을 채취하여 외부 실험실에 PCR 검사를 의뢰하는 것이다. 허피스 바이러스 외에도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감염체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정확도가 100%는 아니라서 아이의 병력과 증상, X-Ray 등의 기본적인 검사를 토대로 잠정적인 진단을 내린 후 치료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도 흔하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서 다양하다. 위에서 언급한 심한 합병증이 있는 경우라면 입원이 꼭 필요하다. 전신 염증 개선을 위한 수액과 항생제는 필수적이고, 바이러스 치료제를 포함한 내복약, 호흡기 증상 개선을 위한 네뷸라이져 치료, 안약 처치 등이 필요하다. 대부분 어린아이들이라 일주일 이상의 입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전신 컨디션은 양호한 상황에서 눈곱이 끼고 콧물이 나는 정도라면 내복약과 안약 등을 처방해서 통원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어린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면? 입양 시점에는 건강한 듯 보여도 바이러스의 잠복기인 5일 정도가 지나서야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존에 키우는 고양이가 있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의 격리 기간이 필요하다. 2개월령 이상부터 시작하는 고양이 종합 접종에 허피스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도 포함되어 있다. 100%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증상을 대폭 약화시킬 수 있다. 허피스를 앓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머무는 공간과 주변을 알코올 등으로 잘 소독해서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디자인 : 안준석
컴퓨터 작업이나 운전, 공부 등 하루종일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허리디스크는 더 이상 낯선 질환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뿐만이 아니라 우리 반려견들도 생각보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허리디스크라는 게 정확히 뭘까? '디스크(disc)'라는 단어는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 흡수 역할을 하는 말랑한 구조물을 칭하는 용어로 추간판이라고도 부른다. 우리가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부르는 이 병은 디스크가 피막을 찢고 탈출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만 편의상 디스크라고 통칭하는 것이다. 추간판 탈출증의 증상은? 먼저 탈출한 디스크 물질이 척추신경을 압박하면서 극심한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허리가 아픈 개들은 꼬리를 내리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걷거나 구석에 엎드려서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걱정된 보호자가 안아주거나 쓰다듬어 주려고 하면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대소변을 볼 때 힘을 주다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기도 하며 통증으로 인해 식욕도 떨어지고 몸을 떨거나 헥헥거리는 경우도 흔하다. 두 번째 증상은 하반신이 둔해진다. 뇌에서부터 척수를 통해 뒷다리로 도달하는 신경 전달 과정에서 장애물이 생겨버렸으니 자극에 대한 반사가 더딘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뒷다리를 질질 끌면서 앞다리로만 걷기도 한다. 압박이 심한 경우에는 뒷다리를 아무리 꼬집어도 감각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마비가 오기도 하며 소변도 못 보는 경우도 있다. 최악에는 급성 척수연화증으로 진행해 급사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어떻게 진단할까? 사람이라면 ‘허리’가 아프다는 간단한 설명으로 거의 진단을 내릴 수 있고 확진을 위한 MRI 촬영도 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개는 질병 초기에는 왠지 아파 보인다는 증상 정도로 의심을 해야 하며, 확진을 위한 MRI 촬영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위험을 무릅쓰고 전신 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진단이 난감한 편이다. 동물병원에서의 가장 일반적인 진단 방법은 보호자가 묘사하는 증상과 신체검사이다. 디스크로 의심되는 증상을 가지고 내원했다면, 허리를 만졌을 때 아파하지는 않는지, 뒷다리에 신경계 반사가 지연되지는 않는지 등을 평가해 보는 게 핵심이다. X-ray 촬영으로 척추 뼈 주변의 변화를 보고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병의 초기에는 정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왜 생기는 걸까? 허리디스크가 생기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단 타고난 것이 크다. 닥스훈트 종처럼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 개들은 아무래도 허리에 지속적으로 무리가 갈 수밖에 없어서 어린 나이에도 디스크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노령성 변화로도 볼 수 있는데 사람과 마찬가지로 약한 자극이 오랫동안 누적되면 발병할 수 있다. 교통사고 같은 물리적인 충격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어떻게 치료할까?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을 통한 치료를 시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탈출된 추간판으로 생긴 염증에 대한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서 증상의 개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원해서 고농도의 스테로이드 주사와 수액을 맞는 경우도 있다. 재활 치료도 중요한데 근육 신경 강화를 위한 마사지, 레이저 치료, 수중 러닝머신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침 치료 등의 한방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뒷다리 마비가 진행된 정도라면 빠르게 MRI를 촬영해 보고 가능하다면 수술을 진행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디스크 탈출로 인해 척수신경이 압박되는 부위의 뼈를 일부 제거해서 압력 부하를 줄여주거나 탈출한 디스크물질 자체를 제거하기도 한다. 예방 및 관리 질병 초기에는 내과적인 치료에 반응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재발 역시나 매우 흔한 편이다. 허리에 무리가 가는 요소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날씬한 정도의 체중관리가 필수이다. 계단이나 등산 등 허리를 많이 써야 하는 운동보다는 평지 산책이 훨씬 안전하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바닥 털과 발톱을 자주 관리해줘야 하며 관절보조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디자인: 안준석
개가 오줌을 잘 누지 못하는 증상으로 내원했을 때, 수의사가 속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병은 결석이다. 대부분의 보호자들도 방광 결석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고 발병 빈도도 높다. 그렇지만 같은 상황에 처한 고양이가 내원했다면 먼저 떠올리는 것은 결석이 아닌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이다. 어떤 병일까? 정확한 기전이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스트레스나 통증에 의한 신경/내분비계 작용에 의해 방광 내벽을 구성하는 일부 점액 단백질이 탈락하면서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염증 물질들이 뭉쳐서 일종의 플러그를 형성하고 요도를 막아서 오줌의 배출을 방해하게 된다. 특히 이런 증상은 대부분 중성화수술을 한 수컷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암컷에 비해서 요도가 좁고 길기 때문에 막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음수량이 부족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 이벤트가 있던 고양이, 비만한 고양이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찾게 될까? 보호자가 집에서 고양이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지, 고양이가 아픈 티를 내는 성격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으로 내원한다. 먼저 키우는 고양이가 많지 않고 진득하게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의 보호자라면 배뇨와 관련된 증상으로 내원한다. 소변을 보는데 불편한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거나 자꾸 들락거리지만 배설물 크기는 너무 작다 - 생식기를 자꾸 핥는다 - 혈뇨를 보거나 고통스러운 소리를 낸다 하지만 보호자가 바쁘거나 고양이의 성격상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면 위의 증상을 초기에 캐치하기 어려울 수 있고 결국에는 식욕부진, 기력저하 등 딱 봐도 매우 아픈 고양이의 모습으로 내원하게 된다. 계속 소변을 배출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가장 흔한 합병증은 급성 신부전이며, 며칠 이내에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다행히 급성 신부전 상황에서 벗어나더라도 신장이 이미 크게 타격을 받았다면 평생 만성 신부전을 앓고 살아야 할 수 있다. 방광이 파열되는 경우도 있으며, 방광무력증으로 인해 매우 오랜 기간 약물복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발성 방광염으로 진단됐다면 고양이가 시원하게 소변을 보는 것을 방해하는 질병은 결석이나 세균성 방광염, 신부전이나 종양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분명히 방광염이 있는데 여러 검사를 했음에도 위와 같은 특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를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이라고 정의한다. 사실 배뇨곤란을 주증으로 내원하는 수컷 고양이에서 경험상 반 이상은 이 질환 때문일 정도로 생각보다 흔한 편이다. 치료가 늦어져서 급성 신부전이 생겼다면 매우 높아진 신장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는지 치료기간 내내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방광파열이 의심된다면 초음파 검사나 조영검사 등을 통해 수술이 필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치료 방법은?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막힌 플러그를 제거하고 오줌을 배출시키는 것이다. 전신 마취가 필요할 수 있으며 플러그를 제거한 후에는 요도 카테터를 설치해서 방광에서 요도를 통해 오줌이 계속 흘러나오도록 한다. 보통 며칠정도 유지하면서 방광 내벽이 다시 안정될 시간을 주고, 카테터를 제거한 후에도 배뇨를 잘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 퇴원을 결정하게 된다. 한동안 진통제나 항우울제, 요도이완제 등의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다만 요도에 카테터를 장착하는 과정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막혀있거나, 자꾸 재발하는 경우에는 요도성형술이 지시된다. 복잡한 수술이지만 요약하자면 요도의 직경은 넓히고 길이는 줄여서 폐색 될 확률을 현저히 낮추는 수술이다. 이렇게 관리하자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을 앓았던 아이는 추후 재발할 확률이 꽤나 높기 때문에 적극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음수량을 늘리는 것이다. 혹시나 방광에 염증물질이 쌓이더라도 뭉치기 전에 소변을 쫙쫙 배출해 주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사료를 습식 형태로 바꾸거나 정수기 등을 활용해 볼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고양이를 위한 환경풍부화가 필요하며 긴장 완화 관련 제품들을 사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방광 관련 사료와 보조제를 먹는 것도 방광 내벽 강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통해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디자인 : 안준석
건강한 치아는 오복 중의 하나라는 말이 있다. 치통의 섬뜩한 느낌은 모두가 알고 있기에 충치가 생기기 전에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주고 조금만 불편하면 초기에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강아지나 고양이에서는 자주 치과치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면 마취를 하지 않고서는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취에 대한 걱정이나 이에 수반되는 비용 때문에 잇몸의 작은 염증이 방치되면 다양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반려동물의 치근단 농양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왜 생길까? 이빨은 치조골이라는 골조직이 뿌리를 둘러싸는 형태로 지지되고 있다. 어떤 원인으로 치아 뿌리 근처에 화농성 염증이 생기면 치조골을 포함한 주변 구조물을 녹이며 점점 염증이 번지게 되고, 결국 가까운 조직이 터지면서 농루를 형성하게 된다. 가장 흔히 문제가 되는 이빨은 어금니이다. 사람보다 단단한 음식이나 간식을 씹는 반려동물의 특성상 자주 사용하는 어금니가 파절 되기 쉽다. 파절 된 단면으로 신경과 혈관이 분포한 치수가 노출되는 경우 구강 세균이 치수를 타고 들어가 뿌리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치석은 세균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치은염이나 치주염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한데, 어금니처럼 보호자의 관리가 어려운 위치에는 치석이 쉽게 생기게 되고, 점점 쌓이며 치은염을 유발하다가 잇몸을 주저앉히며 치주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송곳니의 경우도 이빨이 매우 길어 부러지기 쉬우며 뿌리도 매우 깊은 편이라 한번 문제가 생기면 농루를 형성하기 쉽다. 어떤 증상을 보일까? 어금니의 뿌리는 눈 아래쪽에 위치한다. 보호자가 호소하는 가장 주된 증상은 어느 날 얼굴 쪽을 아파해서 보니 눈 밑이 빨갛게 부어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피부의 문제인가 싶지만 경험 있는 수의사는 이빨상태부터 확인한다. 방치되면 피부가 터지며 농이 배출될 수 있고 치료가 지체되면 눈 밑 피부가 괴사 되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위치적으로 가까운 안구 자체에 염증이 파급되어 포도막염 등이 생길 수 있다. 송곳니의 뿌리는 비강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쪽 코에서 자꾸 노란 콧물이 나오는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방치되는 경우 구강의 세균이 농루를 타고 코에서 하부 호흡기(폐) 쪽으로 이동해서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통적으로 극심한 치통으로 잘 씹지 못하기에 보호자가 보기에는 한쪽으로만 씹거나, 밥을 먹다가 흘리거나, 아예 식욕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진단하는 방법은? 병원에서는 아이의 증상과 나이, 구강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원인을 의심할 수 있다. 덴탈 엑스레이를 통해 뿌리 주변 치조골이 녹은 것을 확인하고 확진할 수 있다. 터진 눈 밑 피부나 코 점막 대한 평가도 필요하며 특히 농에 대한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통해 알맞은 항생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재발 없이 치료하려면 문제가 되는 이빨은 뽑아야 한다. 간혹 약만 지어달라는 보호자들도 있는데 잠시 증상은 나아지는 듯 보일 수 있더라도 무조건 재발한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덴탈엑스레이 촬영조차도 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취 한 번에 촬영과 스케일링, 발치를 연달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발치를 한 자리는 소독약으로 세척해 주고, 염증 정도에 따라 봉합여부를 결정한다. 마무리로 스케일링 과정에서 생긴 이빨 표면의 스크래치를 연마제로 정리해 준다. 수술 이후에도 구강과 피부에 남아있는 염증에 대해 항생제와 진통제 등 내복약 복용이 수주 간 필요하며 피부소독도 지속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이빨 관리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칫솔질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적응시키지 않았다면 반려동물과의 양치질은 대부분 상처뿐인 전쟁으로 끝난다. 치석관리 제품이나 전용 치약을 사용하면 조금이라도 치석생성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또한 치아의 파절을 예방하기 위해 지나치게 단단한 음식은 자제하도록 한다. 발치 후 이빨의 개수가 줄어서 밥을 잘 못 씹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있으나 오히려 통증만 유발하고 있던, 말 그대로 앓던 이를 빼는 격이라서 훨씬 편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안준석
당뇨에 걸리는 현대인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요즘 심심치 않게 보인다. 사람뿐만 아니라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에서도, 세세한 원인이나 치료 방법은 다르지만 당뇨를 앓으며 고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뇨가 뭘까? 음식물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 당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명령으로 신체활동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어떤 원인에 의해 인슐린의 양이 부족하거나,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당은 그저 혈액에 녹아서 떠돌아다니다가 정작 필요한 세포에 공급되지 못하고 오줌으로 흘러 버려지게 된다. 이 때문에 당뇨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반려동물에서는 왜 생길까?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하는데, 개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감소해서 인슐린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한 게 주요 원인이다. 고양이는 인슐린의 양이 감소하는 경우보다는 몸의 세포가 인슐린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게 더 주요 원인으로, 사람과 유사하다. 개와 고양이 모두 비만이나 스트레스, 식이 습관 등이 병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인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마다 타고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떤 증상을 보일까? 보호자가 가장 먼저 인지하게 되는 평소와 다른 점은 물을 너무 많이 마시고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변으로 고농도의 당이 빠져나갈 때 삼투압 때문에 물을 같이 끌고 나가게 된다. 소변의 양이 매우 많아지니까 참지 못하고 자꾸 이곳저곳에 실수를 하고, 탈수상태인 몸에 대한 보상으로 자꾸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증상은 밥은 잘 먹는데 체중이 자꾸 빠진다. 밥을 많이 먹어봐야 그대로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가는데 살이 찔 리가 없다. 소변에 세균이 먹이로 삼는 당이 많으니까 세균성 방광염에 취약해지고,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며 당뇨성 백내장은 몇 년 이내로 거의 무조건 생긴다. 또 당뇨가 컨트롤되지 않고 방치되면 어떻게든 다른 에너지원을 만들기 위해 몸의 지방을 대사 시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 부산물인 케톤에 의해 아이의 생명에 치명적인 대사성산증 등의 응급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를 할까? 경험 있는 수의사라면 보호자의 말이나 아이의 상태를 보면 직관적으로 당뇨임을 눈치챌 수 있고 실제로 피 한 방울로 당 수치만 체크해 봐도 어느 정도 진단은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평생 인슐린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 아이의 전반적인 건강에 대한 검사는 필수이다. 최근 몇 주간 사용한 약물이나 중성화수술 여부, 다른 내분비질환의 유무 등 앞으로 인슐린 농도 조절에 방해가 될만한 상황은 없는지 밝혀내야 한다. 당뇨가 매우 의심되면 지난 2주 간의 평균 혈당치를 추정하는 당화단백 수치 등의 추가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치료는 어떻게 할까? 당뇨라는 병은 반려동물도 고생하지만 누구보다 보호자들이 많이 고생해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평생 동안 일정한 양의 밥과 일정한 농도의 약을, 정해진 간격(보통은 하루 2회)으로 처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규칙적으로 강도가 낮은 정도의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하루 중에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당 수치가 이상적인 범위 내에서 유지되어 저혈당이나 고혈당이 지속되어 생길 수 있는 부작용들을 방지할 수 있다. 초반에는 병원에 자주 방문해서 아이에게 맞는 식사, 인슐린의 종류와 양을 설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슐린의 농도를 섬세히 조절하지 않으면 오히려 저혈당 상태로 경련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치료 프로토콜이 안정됐다고 판단되면 이후에는 달 단위의 재검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일련의 과정을 잘 거친다면 아이의 수명까지 사는 데 문제는 없다. 고양이는 발병 기전상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20% 정도는 완치 판정을 받고 몇 개월 뒤에 치료를 종료할 수도 있다. 개에 비해 입이 짧고 혈당을 재기도 쉽지 않은 고양이의 특성상 보호자의 난관은 이미 예상되지만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디자인 : 안준석
소위 ‘만두귀’를 보면 일단 피하라는 말이 있다. 정찬성, 김동현 선수처럼 격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서 많이 보이기에 이런 속설이 생긴 것이다. 이런 만두귀가 사람뿐만이 아니라 개나 고양이에도 존재한다. 보호자 몰래 개와 고양이가 격투를 하고 다니는 걸까? '만두귀'는 왜 생길까? 정확한 명칭은 ‘이개혈종’이라고 한다. 만두처럼 속이 빵빵하게 찬 모양은 귀 내부의 미세혈관이 터지면서 연골과 피부 사이 공간에 혈액이 고이기 때문에 생기는 형태이다. 사람에서는 귀에 물리적으로 타격이 자주 생기면 혈관이 터지며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나 고양이도 생기는 근본적인 원리는 같다. 다만 다른 동물들과 싸울 때보다는 귀가 불편하고 가려워서 긁고 털다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를 가려워하는 가장 흔한 병은 세균성/곰팡이성 외이염이다. 고양이보다 개에게서 훨씬 흔하며 보통 귓병이 생기는 아이들은 평생에 걸쳐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이개혈종의 가능성이 늘 있다. 특히 코카스파니엘이나 리트리버 등 귀가 크고 쳐진 종은 귀 내부 환기가 원활하지 않아 귓병도 잘 생기는데, 귓바퀴 모양 자체가 물리적인 타격을 받을 확률이 높아 귓병과 이개혈종 모두에 취약하다. 개나 고양이 모두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있을 때도 생길 수 있으며 드물게 쿠싱증후군 등 혈관을 약하게 만드는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 가능하다. 어떤 증상을 보일까? 아이가 귀를 불편해하는 느낌이 들어서 자세히 살펴보면 양쪽 귀의 모양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개혈종이 발생한 쪽은 빨갛게 부풀고 만져보면 따뜻하다. 혈종이 생기면 심한 염증 때문에 아이가 매우 아파하며 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더 방치되면 주변조직과 함께 섬유화되어 영구적으로 귀의 모양에 변형이 생기며, 종종 피가 굳어서 생기는 혈전이 혈류를 방해해서 귀 말단이 까맣게 괴사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집에서는 아이가 자꾸 긁고 털려고 할 것이므로 넥칼라를 착용해서 더 이상의 물리적인 자극을 차단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진단할까? 병원에 가면 눈으로 보고 만져보기만 해도 진단이 가능하다. 다만 근본적으로 소양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야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므로 하므로 귓속을 검이경으로 들여보거나 귀지를 염색해서 현미경으로 관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치료는? 비수술적인 방법 주사기나 카테터를 이용해서 귀 내부에 고여있는 혈액을 배액 해야 한다. 아이가 매우 아파하는 경우도 있어 종종 진정제 처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는 혈액이 다시 차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귀를 포함해서 얼굴 쪽에 붕대를 감아 압박한다. 귀 안에 항염증 주사를 주입하기도 하며 진통제나 항생제 등이 포함된 내복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며칠 뒤 붕대를 제거해 봤을 때 재발하지 않았다면 붕대 없이도 유지되는지 조심스레 평가해 본다. 수술적인 방법 위의 방법이 마취에 대한 걱정이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치료 반응이 없거나 금방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수술은 전신마취 후 피부를 절개해서 고여있는 혈액과 죽은 조직을 제거해 주고, 다시 피부가 유합 될 수 있도록 결찰 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며 재발률이 현저히 낮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귀를 긁거나 심지어 귀를 털 때도 어마어마한 압력이 가해지는 대형견들은 바로 수술적인 방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물론 수술을 하더라도 붕대나 내복약 등은 필수이다. 치료를 한 다음에는? 수술적인 방법이나 비수술적인 방법 모두 치료 후에도 귀의 형태가 변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으며 보통 한쪽 귀에 병이 생겼던 아이는 반대쪽 귀도 약한 편이라 추후에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에서 근본적으로 소양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있으므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귓병 관리가 필요하다. 평소에도 귀를 자꾸 긁으려 한다면 넥칼라를 해놓는 습관이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디자인 : 안준석
고양이에 있어 가장 유명한 전염병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범백혈구 감소증(파보바이러스 감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치사율이 극악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서는 길고양이 사이에 널리 퍼지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범백혈구 감소증을 고양이 버전의 흑사병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실제로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서 병원으로 데려오면 무조건 가장 먼저 하는 검사가 범백혈구 감소증이다. 혹시 검사상 음성이더라도 잠복기가 일주일 정도 있기 때문에 집에서도 최소 일주일은 격리 생활을 하며 증상을 보이지 않는지 모니터링해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범백혈구 감소증은 어떤 증상을 보일까? 감염된 고양이의 분변이 주요 감염원이지만 사실 온몸으로 바이러스를 뿜으며 지나간 자취마다 병원체를 남겨놓는다고 봐도 된다. 게다가 바이러스의 안전성도 매우 높아 외부환경에서 수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다. 어린 고양이가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더라도 집사의 퇴근길에 신발에 묻어와서 감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증상은 보통 설사 혹은 혈변이며 구토와 식욕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바이러스가 위장관 세포를 공격하여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개체에서 설사를 쭉쭉하면서 몸에서 수분은 자꾸 빠지는데 삼키지 못해서 공급도 없는 탈수상태가 지속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기력이 전혀 없는 쇼크 상태로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저혈량성 쇼크 외에 치사율이 높은 이유가 또 있다. 파괴된 위장관 세포 틈으로 장내에 있던 세균들이 몸 전반으로 침투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바이러스가 골수도 심하게 공격하면서 면역력을 담당하는 백혈구가 매우 적은 상태이기 때문이다(병의 이름은 이런 특징 때문에 지어졌다). 결국 세균이 몸을 잠식하는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사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사망 원인의 1순위이다. 꼭 해야 하는 검사는?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어린 고양이나 관찰하고 있는 길고양이가 설사끼가 있다면 병원에서 데려가 분변으로 키트 검사를 해봐야 한다. 가능하다면 최소한 백혈구 수치를 파악하기 위한 CBC 검사와 심한 탈수로 불균형이 생길 수 있는 전해질 검사는 해야 한다. 치료는 꼭 병원에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의 특효 치료약은 없다. 그렇다 보니 질병으로 생기는 여러 문제점을 보조해 주면서 아이의 면역력으로 스스로 극복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수액치료이다. 물을 입으로 먹여도 소화·흡수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혈관으로 직접 체액 양을 늘려줘야 한다. 집이 아닌 병원 입원이 필수인 이유이다. 또 패혈증을 막기 위해 몇 종류의 항생제를 적극 처치해야 한다. 항구토제, 진통제나 위장관 보호제 등의 주사 처치뿐만 아니라 지사제나 장 상피세포 회복에 도움 되는 아미노산 용액 등도 먹여줘야 한다. 최근에는 백혈구의 증식을 촉진하는 주사도 거의 필수적으로 추가한다. 건강한 고양이의 혈청 혹은 전혈을 수혈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바이러스나 세균의 독소를 중화할 수 있다. 아이가 토를 멈춘다면 소화가 용이한 밥을 먹여주거나 콧줄로 공급해 주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5일에서 일주일 정도를 입원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스스로 밥 먹는다면 안심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능한 모든 치료를 쏟아부어도 생존율이 높지 않다. 수액치료를 포기한다면 치사율은 거의 100퍼센트이며, 대략 50퍼센트 정도의 확률로 결국 극복하는 아이들도 보통 3일 정도는 점점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 미리 아이의 경과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다만 아이의 월령이 높을수록 생존율은 좀 더 높아진다. 다행히 아이가 버텨준다면 며칠 뒤에는 생각보다 급속도로 증상이 회복되기도 한다. 스스로 밥을 먹는 것이 살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이때부터는 퇴원을 준비한다. 퇴원 후 관리는? 고양이의 타액이나 분변으로 최대 6주간 바이러스가 배출된다. 사람이나 강아지에는 감염이 안되므로 상관없지만 다른 고양이가 있다면 최소 한 달 이상은 격리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고양이가 사용한 물건은 삶거나 락스 소독을 하루에도 여러 번 오래 반복해야 한다. 특히 격리를 끝낼 때는 물건을 다 버리는 게 안전하다. 회복한 고양이는 거의 평생 면역을 획득하게 된다. 다만 범백혈구 감소증에 대한 면역만 해당하므로 접종은 꾸준히 맞아야 한다. 예방하려면 접종은 필수 보통 두 달 령 이상부터 세 번에 걸쳐 접종을 실시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범백혈구 감소증에 대한 항체는 잘 생성되므로 아주 어린 시기에 조심하고 꾸준히 백신 접종만 해준다면 감염 확률은 낮다. 임신한 고양이에 백신을 접종하면 뱃속 새끼에게 소뇌 형성부전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어 그 시기는 피해야 한다. 디자인 : 안준석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생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 다뤄볼 낙상은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에서 흔하며 여행을 가려고 차 뒷좌석에 태웠을 때나 평소에는 얌전히 올라가 있던 식탁에 잠깐 올려놓았을 때, 목욕 후에 말리려고 준비할 때 등 다양한 경우에 발생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교통사고나 문에 끼이는 사고도 큰 맥락에서 보면 몸에 충격이 가해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사람도 교통사고가 나면 당일에 멀쩡한 듯 느껴지더라도 다음 날 온갖 통증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픔을 숨기는 반려동물의 특성상, 자신의 키보다 2-3배 높은 곳에서 떨어졌어도 당장은 멀쩡해 보일 수 있지만 추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충분히 있다. 낙상에 의해 다칠 수 있는 부위를 다리, 머리, 가슴, 배 크게 4부위로 나눠서 생각해 보고 각각 어떤 증상을 보이게 되고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알아보자. ① 다리 떨어진 이후 급하게 착지를 시도하다가 잘못된 자세로 땅을 짚으며 다치는 경우로 다리를 절뚝이는 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보통 보행하는 장면을 눈으로 평가하고, 여기저기 만져보며 신체검사를 한 뒤 x-ray 촬영을 진행한다. 근육이나 인대에 염좌가 생긴 정도라면 내복약을 먹으며 나을 수 있지만 발가락이나 다리가 골절된 경우에는 수술적 교정이 필요하다. 특히 낙상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은 주로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들인데, 이 시기에는 아직 강하지 않은 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관절이 탈구되는 경우도 있다. 흔하게는 무릎 슬개골이 외상으로 인해 빠지게 될 수 있는데 약을 먹으며 당장에 통증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추후 슬개골 탈구에 대한 교정술이 필요해지는 케이스가 많다. 허벅지뼈가 골반으로부터 탈구될 수도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환납한다고 해도 다시 빠지게 되므로 즉각적인 수술이 추천된다. ② 머리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경우로, 머리로 떨어지는 장면을 보지 못했더라도 ‘쿵’ 소리가 난 이후에 아이가 의식이 멍하고 침을 흘리거나, 눈이 빠르게 흔들리거나(안구진탕), 걸을 때 균형을 잡지 못하는 등의 신경증상을 보이면 머리에 충격을 받았을 확률이 높다. 심하게는 두개골이 골절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두부처럼 연약한 뇌조직이 물리적인 충격을 받고 점점 부종이 생기면서 뇌압이 증가하는 것이 신경증상의 원인이 된다. 뇌부종은 충격 이후 3-4일 동안 점점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긴가민가한 증상을 보인다고 해도 병원에 빨리 가서 초기에 뇌압 강하 약물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x-ray 만으로는 두개골 골절 외에는 진단할 수 없고 MRI나 CT로만 뇌실질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마취가 필요한 과정이므로 곧바로 시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불행하게도 뒤통수 쪽을 다쳤다면, 심장박동이나 호흡 등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뇌의 중요한 부분이 자리하고 있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 ③ 가슴 미처 자세를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지면 보통 가장 먼저 닿는 부위가 흉부다. 제일 흔하게 생기는 합병증은 폐에 출혈이 생기는 경우인데, 멍이 하루 이틀에 걸쳐 점점 퍼지는 것처럼 오히려 떨어진 직후보다 반나절이 지나고 나서 호흡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럴 때는 병원에서 x-ray 촬영 후 산소 공급과 지혈을 위한 처치가 필요하다.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강한 충격이 있었다면 무조건 병원에서 집중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적절한 처치를 통해 호흡이 안정된다면 수주에 걸쳐 갈비뼈가 다시 붙게 되거나 혹시 붙지 않더라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흉강에 공기가 차는 기흉이 생기면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④ 배 교통사고에서는 꽤나 흔하지만 떨어지는 낙상에서는 배 안에 있는 실질 장기가 다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떨어진 후 아이의 전반적인 컨디션, 식욕, 오줌 색깔 등에 변화가 있다면 병원에서 x-ray나 초음파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간이나 비장, 방광 등의 장기가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되면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디자인 :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