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굶주린 아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타악기 연주자 이병희 아나운서► 오늘은 타악기 연주자 한문경 씨를 모셨습니다. 올해 더하우스콘서트의 상주음악가로 활동을 하고 계신데, 국내 상주음악가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 타악기 연주자가 상주음악가가 된 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다채로운 타악기의 세계를 한문경 씨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한문경► 안녕하세요. 저는 타악기 연주도 하고 아이들도 가르치면서 살고 있는 한문경이라고 합니다. 김수현 기자► 처음에 마림바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한문경► 다들 하는 얘기지만 엄마 손 잡고 따라가서 하게 되었어요. 엄마가 본인 초등학생 때 목금이라는 약간 실로폰같이 생긴 그런 악기가 학교에 있었대요. 합주반을 특별활동으로 하셨는데 평소에는 개인 악기 리코더 이런 거 하다가 그런 재미난 악기들은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했대요. 근데 그 당번이 돌아오는 걸 엄청 기다리셨대요. 그러시다가 제가 유치원 다닐 때 어떤 결혼식에 갔는데 마림바 앙상블이 연주하는 걸 보시고 이 악기를 저렇게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셨대요. 그래서 그 결혼하신 분을 통해 연락을 해서 처음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죠. 김수현 기자► 더하우스콘서트 상주 음악가가 되셨잖아요. 더하우스콘서트에서 뭐라고 연락이 왔나요? 한문경► 박창수 선생님께 전화가 왔어요. "내년에는 너가 상주 음악가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데" 하셔서 "너무 좋죠. 영광입니다"라고 했죠. 제가 그때는 임신 전이었어서 당당하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몇 달 뒤에 아기가 찾아오는 바람에 원래 잡혀있던 3월, 6월, 9월, 12월 공연일정이 바뀌었어요. 7월 말이 예정일이 되면서 6월 연주를 6월 초로 당기고, 9월 공연을 11월로 미루게 되었어요. 김수현 기자► 그러면 상주음악가로 연주하실 때는 주로 마림바를 연주하시는 건가요? 한문경►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컨셉으로는 3월 연주 때는 20세기 작품들을 주로 해보자 해서 20세기 연주들을 했고, 이제 6월 3일에 하는 연주회는 음정이 있는 악기와 없는 악기를 과연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주를 해서 마림바랑 비브라폰 솔로곡도 연주를 하고요. 음정이 없는 악기들이 과연 음정이 없다고 볼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하는 연주입니다. 김수현 기자► 타악기를 어릴 때부터 하셨는데 혹시 중간에 다른 악기 할 걸 이렇게 생각한 적 없으세요? 한문경► 사실 저는 진짜 신기하게 그 생각을 한 번도 안 했어요. 가끔 그 질문을 받아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쇠골뼈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하느라고 한 4개월 악기를 못 만진 적이 있어요. 그때 엄마 마음에는 이 김에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해도 된다라고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그만두라고 할까봐 되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나 하고 싶은데 그만두게 하면 어떡하지' 하고 "나 빨리 가서 마림바 치고 싶어" 그랬었어요. 그 어린 마음에는 사실 학교 전체에 마림바라는 악기를 다루는 애가 저밖에 없잖아요. 되게 특이한 아이란 말이에요. 항상 수식어가 '마림바는 문경이' 였어요. 선배, 후배들도 제가 학교 학예회 같은 데서 연주하면 다들 알아보고, "저 언니 되게 신기한 거 하는 사람이야" 이렇게 얘기하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부끄럽지 않고 나의 존재를 설명해 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마림바를 안 하는 문경이가 약간 상상이 안 됐던 것 같아요. 근데 재밌었어요. 항상 재밌었어요. 또 이렇게 다른 악기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더 재미있어지고요. 다양하고 새로운 걸 자꾸 배워볼 수 있는 악기라는 것도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앞으로 목표나 꿈은 어떤 게 있으실까요? 한문경► 목표와 꿈은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굶주린 아이가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타악기 연주자로서는 작곡가들이랑 많이 협업해서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기는 게 목표고요. 사실 제가 살아있는 이 시간, 이 세대 동안에는 대단하다고 하지 않는 작품들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한참 더 지났을 때는 남는 작품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되려면 기록을 잘 남겨놔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종이에 표현되어 있는 음악을 귀로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잘 표현하는 연주자로 사는 게 꿈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작곡가의 머릿속에 있는 그 소리를 끌어내는 게 꿈입니다. 김수현 기자► 관객분들한테도 하고 싶은 얘기 좀 해주세요. 한문경► 오늘 그런 질문은 안 하셨는데 현대 음악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관객분들이 워낙 많다고 하세요. 근데 요즘은 솔직히 그런 느낌이 조금 덜 들긴 해요. 관객분들도 마음이 많이 열리신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도 그렇고 미술도 그렇고 건축물도 그렇고 그냥 받아들이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거든요. 굳이 뭘 더 많이 알아야 더 재밌게 들리거나 보이는 것 같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들리시는 대로 느끼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 호불호가 생기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요. 그거에 별로 구애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이런 음악은 난 좀 별로였어하면 안 들으시면 되고요. 이건 생각보다 괜찮네 하면 또 찾아와 주시면 감사하고요. 항상 그런 마음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공연은 보통 반응이 좋아요. 그 횟수가 쌓이다 보니까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아이들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말씀드렸다시피 타악기는 역사가 짧아요. 아직도 계속해서 만들어져 가고 있는 악기 장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과 그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요. 그래도 10대, 20대 아이들과 또 같이 으샤으샤 하면서 타악기가 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 남을 수 있는지 계속 연구하면서 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 Pierre Jodlowski - The Cube from 'Time and Money ♬ Takashi Yoshimatsu - Atom Hearts Club * 2024년 5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탬버린이 제일 어렵다' 타악기 주자의 고백 l 타악기 연주자 한문경 [커튼콜] 진행 : 이병희 아나운서, 김수현 기자 출연 : 타악기 연주자 한문경 글·편집 : 강소진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뮤지컬 배우가 공연 제작에 뛰어든 이유는? 이병희 아나운서► 서울대학교 성악 전공자에서 뮤지컬 배우로 전향을 해서 1997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로 데뷔를 하셨고요. '지킬 앤 하이드', '레베카', '맨 오브 라만차' 등 정말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을 하면서 27년 동안 끊임없이 배우로서의 입지를 쌓아오신 뮤지컬 배우 류정한 씨를 모셨는데요. 최근에 프로듀서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셨습니다. 제작사를 공식 출범해서 '시라노' 삼연 소식과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류정한 씨 모시고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류정한►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류정한입니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수현 기자► 프로듀서를 처음 하신 건 아니고 이미 '시라노'를 제작하셨잖아요. 근데 이제 아예 회사를 딱 차리고 시작을 하셨는데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어요? 류정한► 단순하게 얘기하면 그냥 오랜 꿈이었어요. 어찌하다 보니까 배우로서 뮤지컬을 꽤 오래 했는데,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도전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시라노'라는 작품을 처음 프랭크 와일드혼하고 얘기를 하다가 "이런 작품이 있는데 한국에서 올라가면 네가 주인공인 시라노를 하면 좋겠다." "그럼 대본하고 음악 좀 있니?" 해서 들어봤는데 제가 거기에 너무 꽂혀버린 거예요. "그러면 이거 언제 올라와? 기약이 없잖아. 그럼 내가 할게. 제작을 하자."라고 했죠.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처음 양복을 입고 LG아트센터에서 극장 대관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너무 어색했는데 이게 덜컥 돼버렸어요. 그때는 많은분들이 제가 배우도 같이 했으니까 프로듀서 타이틀만 가지고 깔짝깔짝 한다고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근데 그건 저의 오랜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그때의 생각을 갖고 더 늦기 전에 내 꿈을 펼쳐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회사를 런칭하게 되고 나머지 두 작품도 꽤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어요. 김수현 기자► RG컴퍼니의 RG는 무슨 뜻인가요? 류정한► RG의 뜻은 Remarkably Genuine이에요. 경이롭다, 놀랍다. 그리고 진심 어린. 다른 팬들이나 관객들은 "류정한 Great!" "류정한 건승"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다 포함되지만 공식적으로 저희 RG컴퍼니의 이름은 Remarkably Genuine에요. 저는 경이롭고 놀랍다는 건 진심이 담겨 있어야 그렇게 보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저희가 만드는 작품들이 경이롭게 전달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그럼 RG컴퍼니가 이제 보여줄 첫 작품은 뭔가요? 류정한► '시라노'가 올 연말에 올라갑니다. 시라노는 제 영혼의 작품이기 때문에 이건 10년, 20년 동안 흥행하고는 상관없이 올리고 싶은 작품이고요. 그다음에 두 작품을 또 런칭을 하게 됐어요. '네시'라는 작품과 '맥 앤 베스'라는 작품이에요. 사실은 시라노는 관객분들이 많이 만나보셨고, 또 너무 보고 싶어 하는 작품 중에 하나죠. 제가 재작년인가 연극을 한 번 도전한 적이 있어요. 정동 극장에서 연락이 와서 연극을 할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공연을 하면서 연기를 많이 배운 케이스라서 오랜만에 연극도 너무 하고 싶었고, 그래서 하게 되었어요. 외국의 유명한 작품들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자고 하셨는데, 저는 셰익스피어의 팬이라서 4대 비극 중 하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저의 정신 상태나 제 나이 때나 '맥베스'가 너무 와닿았고, 덜컥 맥베스를 하겠다고 얘기를 한 거죠. 제가 예전부터 생각했던 게 맥베스를 뮤지컬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정극으로 시작을 했다가, 연출하고 대본 쓰는 작가분에게 혹시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넣을 수 없겠냐고 이야기를 했죠. 이게 호불호가 많이 갈렸어요. "이게 무슨 연극이야 음악극이지"하고요. 노래도 안 하고 피아노 한 대로 음악만 나오고, 그런데 나머지 조연들은 노래도 하고요. 지금 와서 솔직히 말씀드리는 거지만 그 연극을 하면서 맥베스라는 작품에 음악을 한번 입혀보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실험을 스스로 한 거거든요. 그 음악을 쓰진 않지만, 이 음악을 넣어보니까 맥베스라는 아주 멋진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걸 하면서 준비를 시작했어요. 사실 네시라는 작품이랑 맥 앤 베스도 맥베스에 유니버스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작품이에요. 한쪽은 완전 미스테리, 한쪽은 완전 힙한 뮤지컬이 될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류정한► 우리 모두 '건승'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살다 보면 젊은 친구들도 너무 힘든 일들이 많고, 저 또한 세상이 자기 뜻대로 안 될 때가 너무 많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은 더 하겠죠. 너무 공감해요. 건승이라는 뜻이 그냥 건강하게 승리하자인데요. 승리한다는 게 건강 잘 챙겼으면 좋겠고, 혹시라도 외롭고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 저는 기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지금 1~2시간 동안 얘기했던 저의 미래 같은 것들이 혹시라도 꺾이는 때가 온다면, 건강하게 저의 건승을 빌어주시면 완성시키기 위해서 조금씩 더 한 발짝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뮤지컬 시라노 하이라이트_제공 CJ ENM * 2024년 3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류정한 1부ㅣ'빡친 귀족' 전문 명품배우, 회사 차린 이유는? [커튼콜] ►류정한 2부ㅣOO씨, 사랑합니다....명품배우의 '팬심' 고백 [커튼콜] 진행 : 이병희 아나운서, 김수현 기자 출연 : 뮤지컬배우 류정한 글·편집 : 강소진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한국 뮤지컬 배우 최초로 '월드투어'의 꿈 이룬다 이병희 아나운서► 오늘은 뮤지컬 배우 카이 씨를 모셨는데요.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하셨고, 팝페라 가수로 활동을 하다가 뮤지컬 배우로 데뷔를 해서 수많은 히트작의 주역으로 출연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한국 뮤지컬 배우 최초로 월드투어를 준비하고 계시다고 하셔서 말씀을 나눠보고자 모셨습니다. 카이► 반갑습니다. 카이입니다. 커튼콜에 초대해 주신 SBS 관계자 여러분들 감사드리고요. 오늘 이렇게 멋진 프로그램에서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김수현 기자► 얼마 전에 레미제라블이 끝나셨잖아요.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역을 하셨는데, 자베르 역은 어떻게 맡게 되셨어요? 카이► 사실 처음에는 자베르 역으로 오디션에 임했던 것이 아니었어요. 저도 장발장이라는 역할에 대한 막연한 꿈과 기대가 있었고, 언젠가 한번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어요. 그래서 장발장으로 오디션에 참가해서 장발장의 대표곡들과 여러 가지를 불렀는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안 됐나 보다 하고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먼저 연락이 와서 "장발장 역할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카이는 빵을 훔치지 않게 생겼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빵을 훔치게 생겼고, 강렬하고, 하수구 홀을 통해 마리우스를 들쳐업고 가는 그런 비주얼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에도 장발장은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역할이라 생각해서 그게 5년 후든 10년 후든 다시 한번 기회가 오면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에 다시 연락을 받았어요. 영국 본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카이한테 자베르를 한번 제안해 보면 어떻겠느냐 해서 '내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단편적인 생각으로 자베르는 그냥 악역이라고 단순하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나한테 잘 안 맞는 옷인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제 주변 분들과 상의를 했는데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너랑 비슷해. 말 안 통하고 자기 고집 세고. 너랑 비슷한 거 같은데"라고 해서 저도 생각을 달리 갖게 됐어요. 또 본사 측에서 "옛날과 다르게 우리가 지금 자베르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캐릭터 이미지가 있다. 젠틀하고 굉장히 형식이 갖추어져 있고, 섹시한 중년 남성이고, 러셀 크로우를 생각하면 된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 말에 제가 홀랑 넘어가서 고심 끝에 자베르 역할로 오디션을 다시 치렀습니다. 김수현 기자► 그러면 팝페라 가수로 활동을 하시다가 뮤지컬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카이► 제가 많은 녹음을 혼자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저를 눈여겨보시던 한 분이 있었어요. 그분이 뮤지컬 관계자 분이었는데 "네가 뮤지컬을 해도 잘할 것 같으니 일단 한번 시작을 해보자"라고 제안을 주셔서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굉장히 정말 고전 중의 고전 작품으로 첫 시작을 했어요. 근데 그때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았고 제작 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에 공연을 몇 번 하지 못하고 접혀서 그걸 저의 데뷔작이라고 말하기도 참 애매했던 것 같아요. 시작 아닌 시작을 그렇게 하게 됐고, 그때 너무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기 때문에 뮤지컬은 안 해야 되는 거구나 하고 마음을 접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신춘수 대표님을 만났어요. 그래서 그냥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 옛날에 한 번 뵌 적 있었는데 누굽니다" "그래. 너구나. 잘 지내니. 언제 한번 보자." 그러고선 지나갔는데, 얼마 후에 연락이 왔어요. 연락이 와서 뮤지컬 한번 해보자고 제안해 주셨던 게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라는 작품이었고, 그 작품이 제 마음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죠. 뮤지컬을 너무 사랑하게 됐고 그때 함께했던 동료들이 저에게 너무나 큰 힘을 줬어요. 그렇게 저의 뮤지컬의 첫 시작이 되었던 거죠. 김수현 기자► 월드투어가 얼마 안 남았잖아요. 카이► 이번에 아주 좋은 계기를 맞아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현재까지는 뉴욕 카네기홀에 준비가 돼 있고, LA에서는 브로드 스테이지라는 산타모니카의 굉장히 좋은 클래식 아트홀이라고 들었고, 그다음에 충칭대학 콘서트홀에서 준비가 되어있어요. 이제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한국에서는 예술의전당에서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을 마무리 짓고 하반기에는 아직 모든 게 결정이 되지 않아서 발표는 안 드렸는데요. 아마 아시아 지역과 그 외의 지역을 또 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수현 기자► 장기 프로젝트는 언제부터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카이► 시기로 돌아가자면 한창 꿈 많던 그 어린 시절이죠. 조수미 선생님께서 해외를 다니면서 오페라 하시고 콘서트 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또 어느 날은 HOT나 동방신기가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멋지다 이런 생각도 했죠. 뮤지컬을 하게 되고 이제 어느덧 중견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서 보니까 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지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뉴욕에서 길을 걷다가 카네기홀을 발견하게 됐는데, 벽면에 공연 스케줄이 쫙 붙어 있는 걸 보면서 또 호기심이 발동한 거죠. 그래서 뉴욕에서 활동하는 제 지인들에게 "그곳에서 공연하는 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라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뭐 한번 알아는 볼게."라고 했는데, '카이가 그걸 하고 싶어 해요'라는 얘기가 삽시간에 퍼져나갔어요. 그래서 "한번 같이 해보자. 우리가 한번 준비해 보겠다" 이런 분들이 하나씩 생겨났고, 그동안 준비해 왔었던 일본과 여러 가지 제안을 받았었던 중국을 한 데 엮어서 월드 투어라는 명목으로 한번 해보자고 시작된 것이 이렇게 일이 커졌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앞으로 이 작품 꼭 해보고 싶다 이런 거 있으세요? 카이► 작품 하고 싶은 건 사실 아직도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작품이라는 건 정말 운명 같아요. 시기도 맞아야 되고, 여러 가지 상황 여건이 맞아야 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욕심을 갖는다는 건 사실 참 무의미한 일 같기도 하다는 생각은 좀 듭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건 사실 없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앞으로도 주어진 작품을 그리고 계속 주어질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어요. 요즘은 그냥 훌륭한 배우의 모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좀 많이 들어요. 멋진 배우는 많아요. 스타도 많고, 5분 만에 표가 동나는 배우도 여럿 있어요. 훌륭한 배우가 무엇일까라고 했을 때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 또 진실함에 다가서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사실 요즘은 약간 비판적인 내용이지만 진실하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해지는 게 많은 시기이기도 해요. 가령 본질적인 연기와 스토리와 무대 형식, 좀 더 자기한테 멋진 상황을 연출하는 이런 것들. 그런 것이 아니라 진짜 본질을 위해서 뛰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에 가기 위해서 연극에도 뛰어들고 음악적인 도전도 멈추지 않고 또 스스로 시험해 보는 이런 것들에 게으르지 않아야 해요. 이런 음악과 연기와 움직임에 관하여 가장 본질에 충실한 사람이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을 하고, 그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들이 진짜 멋진 배우의 모습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 이런 것보다도 앞으로 정말 훌륭한 배우로 자리하고 싶다는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이병희 아나운서► 그럼 이제 음악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얘기를 해 주시고 싶으세요? 카이► 조언이라는 게 요즘 과연 필요가 있나 싶을 때가 있어요. 요즘은 워낙 다양한 시대이고, 또 어떤 규격이나 규칙 같은 게 많이 무너진 시대인 것 같아요. 매력의 시대이지 실력은 약간 두 번째 문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도 좀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가끔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저들에게 도움이 될까 혹은 이게 맞는 것일까 스스로 의심해 볼 때가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조언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후배들이 있다면 한 두 가지 정도를 얘기하고 싶어요. 첫 번째는 "음악이라는 게, 예술이라는 게, 연기라는 게 그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라고 하는 말에 속지 마라.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말하는 분도 계시고, 좀 멋있게 보이려고 그러는 분도 계시고, 실제로 연습해서 된 게 아닌 사람도 있을지 몰라요. 그러나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내 눈앞에 지금 잡히는 게 없다면, 과거의 나와 같이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단 한 번의 기회는 찾아와요. 그러니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선배의 말에 속지 말라는 말을 한 가지 해주고 싶고요. 두 번째는 "다른 누구처럼이 아닌 나 자신이 되어라"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누구의 길을 따르려는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노래하려는 것도 아닌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자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 장점이 뭔지, 내 무기가 뭔지 하는 것들을 꼭 자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유튜브 한다고 하면 우르르 유튜브만 하고, 성악하는 애들이 우르르 팬텀싱어에 나가고 그런 기류라는 걸 많이 따르잖아요. 물론 아무것도 감이 잡히지 않을 때 기류를 따르는 건 상당히 중요한 조언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늘 개척하고, 혹은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할지언정 그 흐름에 탑승하더라도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된다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블루오션, 레드오션 사실 이런 건 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꽉 차 있어도 그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있고 아무리 비어 있어도 망하는 사람은 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어떤 색깔을 갖는다는 건 아주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 2024년 4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 이 프로그램은 카이 월드투어 중 일본 공연이 비자 문제로 취소되기 전에 녹음/녹화됐습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냐" 이런 말에 속지 마라 ?l 뮤지컬 배우 카이 [커튼콜] 진행 : 이병희 아나운서, 김수현 기자 출연 : 뮤지컬배우 카이 글·편집 : 강소진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픽사 출신 애니메이터의 이야기 이정애 기자► 픽사의 대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시다가 독립하셔서 '오페라', '나무' 등 뛰어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계신 세계적인 애니메이터입니다. 에릭오 감독님 모셨습니다. 에릭오► 애니메이션 만드는 감독 에릭오입니다. 반갑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정애 기자► 서울대 서양학과를 졸업하시고 애니메이터로 활동하시다가 졸업 작품도 애니메이션으로 하셨는데요. 김수현 기자► 애니메이션을 어릴 때부터 좋아하셨어요? 에릭오► 저는 출발점이 어쩌면 이미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하다가 이제 중학교, 고등학교 가고 잠시 미국 생활도 좀 하게 되면서 미술에 대한 총체적인 공부를 좀 해보고 싶다는 쪽으로 열리면서 회화를 전공하게 된 거죠. 근데 오히려 대학교에서 회화를 이제 작업을 하다 보니까 결국 스토리텔링이고 결국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같은데, 그러면 내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공교롭게 서양화 회화를 공부를 하면서 졸업 작품을 애니메이션을 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시작이 된 거죠. 김수현 기자► 특별히 어릴 때 이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서 꼭 이런 거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셨던 게 있으세요? 에릭오► 저는 90년대 키드이기 때문에 그때가 딱 디즈니 애니메이션 황금기였거든요. 가장 어린 시절의 감수성이 예민할 때 디즈니의 라이온킹이나 알라딘, 미녀와야수 이런 게 팍 터질 때였어요. 뮤지컬 애니메이션도 그때 처음 정립이 됐던 거였으니까 그걸 이제 어린 시절에 접해버리니 제 자아 형성에도 많이 영향을 줬던 것 같고 결국 디즈니 영향을 어쩔 수 없이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일본 쪽에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꿈을 정말 키웠죠. 정말 저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김수현 기자► 픽사에서 맨 처음 했던 작업이 뭐였는지 생각나세요? 에릭오► 제가 '카 2'라는 작업을 했는데 자동적으로 되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자동차 캐릭터를 움직여야 하니까 바퀴를 만들고 있는 거예요. 관객들 입장에서는 볼 수도 없지만 그 안에도 사실은 엄청난 피직스가 있고 물리 법칙이 있어요. 이거를 잘 해내면 큰 걸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사다리처럼 하나하나 증명해 온 거죠. 그러면서 사람 캐릭터도 맡게 되고 배경 캐릭터도 맡고, 잘 해내면서 점점 중요한 캐릭터를 맡게 되는 그런 성장을 하게 된 거죠. 김수현 기자► 그러면 애니메이터가 많을 거 같은데, 몇 명이나 되나요? 에릭오► 100명에서 120명 정도가 있어요. 근데 그 100명 정도 되는 인원이 한꺼번에 한 작품에 들어가지 않아요. 아시다시피 픽사에서는 애니메이션이 1년에 하나씩 나오기 때문에 두세 팀으로 나뉘어서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한 60명 정도가 10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에 투입이 되는데, 그 안에서 자기의 장기 혹은 그 어떤 경험치에 따라서 작업을 하게 되는 거죠. 김수현 기자► 그러면 픽사에서 에릭오 감독님의 장기는 뭐였나요? 에릭오► 그게 한 3년 차에 터지더라고요. 픽사 내에서 저에게 걸었던 기대는 이 친구는 자기의 작품 세계도 뚜렷하게 있고, 애니메이션도 기하학적으로 하는 그런 것들을 잘한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워낙에 초짜니까 기술적인 공부를 소화하기 급했는데 어느 정도 지나니까 제 장기가 저도 모르게 나오더라고요. 그런 게 사실 조금 좀 뭐랄까, 미친 생각이라고 해야 되나요. 움직임도 전형적이지 않고, 훨씬 수작업으로 해야 되는 전형성에서 탈피된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에서 제 장기가 나오는 거를 감독 입장에서도 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주게 된 것 중에 가장 정점에 있는 게 문어 캐릭터였어요. '도리를 찾아서'라는 니모 후속작인데, 문어라는 동물을 연상해 보면 정말 전형적이지 않잖아요. 움직임이 척수들 따로 움직이고 활짝 펴졌다가 색깔도 변하고, 캐릭터 자체가 문어는 어느 틀에 갖춰지지 않잖아요. 그거를 리드하는 거에서 제 장기가 완전히 정반합이 되었죠. 김수현 기자► '오페라'가 2021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또다시 후보로 오르셨는데, 그때 저는 이게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음악 관련된 애니메이션인가 이렇게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 오페라라는 작품이 어떻게 시작이 된 건지 좀 궁금해요. 에릭오► 오페라를 마음속으로 구상을 한 건 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는 해요. 저는 작품을 만들 때 원동력이나 동기가 진짜 그냥 제가 살아가면서 보이고 듣는 것들이거든요. 많은 예술가분들이 그러시겠지만 그게 어떤 커다란 세계적인 흐름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걸 수도 있고, 정말 인류애적인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사사로운 저의 그냥 아주 개인적인 감정일 수도 있는 건데, 제가 처음 영감을 얻은 건 미국에서는 처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해였고 같은 해에 우리나라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던 해였어요. 정치적인 영역을 떠나서 뭘 느꼈냐면 제가 두 홈이라고 생각하는 한국과 미국에서 양극화가 엄청나게 되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갈등이 터져 나오고 사방에서 그런 고통이나 이런 것들이 막 오는데 거기에 너무 큰 무기력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로 이 상황을 좀 기록을 하고 우리에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좀 해야 되겠다는 굉장히 큰 동기가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페라라는 작품은 결국 우리 인류의 문명의 역사와 사회와 어떤 여러 가지의 종합적인 관점을 다루는 작품으로 그런 커다란 세계관이 그때 디자인이 된 거죠. 이정애 기자►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서요. 에릭오► 오페라 제작 당시부터 사실은 전시를 목표로 했었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코로나 때문에 완전히 셧다운이 돼버리고 영화제라는 룰을 통해서만 이거를 풀 수밖에 없었던 거죠. 전화 위복이 됐던 거는 그렇기 때문에 아카데미까지 가게 된 것 같아요. 만약에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전시만 풀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영화로 승부를 봤더니 인정을 받으면서 우리가 확장시킨 전시로 더 크게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죠. 아카데미까지 경험을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이걸 어떻게 전시화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제가 오페라 전시를 기존의 어떤 곳에 딱 걸었다면 훨씬 빠르게 대중분들에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오페라라는 작품 자체가 시대를 타는 작품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계속 진실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어서 저는 너무 서두르지 않았고, 어떻게 이걸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게 좋은가에 대한 고민을 '바나'분들과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오페라뿐만 아니라 이거를 보완해 주고 있는 신작들, 여러 가지 작품까지 아주 총체적인 경험을 담은 전시를 꾸며보자 해서 그 전시의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감독님을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후배들을 향해서 조언을 만약에 해준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에릭오► 세상이 되게 빨리 변화하잖아요. 지금 현재 공부하는 학생분들 혹은 세상에 딱 발을 갓 내디딘 그분들이 겪는 시대상, 사회상은 또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저는 믿거든요. 근데 그걸 고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모든 걸 이해하고 폭넓게 헤아려야 해요. 그럼에도 '어떤 것을 위해'라는 부분에 대해서 성찰을 많이 하면 그것이 작품에 다양한 측면으로 반영이 되는데 그런 부분을 이야기드리고 싶은 것 같아요. 우리는 계속 변화해야 하고, 성공에 대한 법칙도 다 무너지는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가치가 뭔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기술적이거나 형식적인 공부도 당연히 하면서 휩쓸리지 말고 진짜 자기의 보이스가 뭔지 찾아야 해요. 요즘 늘 화두가 되는 AI, 인류 대 AI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실제로 제가 있는 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는 AI 때문에 작업자들도 너무 많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린 친구들은 당장 그런 고민을 많이 할 거예요. 우리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왔는데 AI가 그림을 더 잘 그리는 거죠. 그래서 너만의 이야기, 네가 바라보는 관점,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점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나머지는 다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 2024년 4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한국 애니 첫 아카데미 후보, 픽사에서 '차 바퀴'부터 그렸다 l 애니메이션 감독 에릭오 [커튼콜] 진행 : 김수현 기자, 이정애 기자 출연 : 애니메이션 감독 에릭오 글·편집 : 강소진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레미제라블 '에포닌'역을 꿰찬 일본인 배우,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이병희 아나운서► 톱스타들도 열외 없이 오디션을 봐야 한다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당당히 에포닌 역을 꿰찬 신인 배우가 있어서 오늘 모셨는데요. 뮤지컬 배우 루미나 씨입니다. 루미나►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에포닌 역을 맡고 있는 루미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수현 기자► 레미제라블에서 루미나라는 배우는 처음 봤는데 에포닌 역을 너무 잘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궁금증이 생겨서 알아봤는데, 일본에서 오셨다고요? 일본에서 나고 자라셨는데 어떻게 한국에 와서 이렇게 뮤지컬 배우를 하고 계세요? 루미나► 일본에서 태어나서 학교도 모두 마쳤고, 대학교부터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요. 중학생 때 처음으로 '셜록홈즈'라는 한국 뮤지컬을 접하게 됐어요. 일본에서 라이선스로 한 공연을 봤는데 작품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영상을 계속 찾아봤고, 원작이 한국 작품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너무 재밌고 일본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연출이 되는 것들에 반해서 꼭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셜록홈즈는 못 봤지만 다른 작품들을 여러 가지를 봤어요. 그때 그 매력에 빠져서 한국에서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기 시작했어요. 제가 그 당시 이미 중학교를 성악과로 다니고 있었어서 한국으로 가서 성악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고,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유학을 결정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김수현 기자► 처음부터 에포닌 역을 생각하신 거예요? 루미나► 제가 레미제라블을 2005년도에 일본에서 봤었어요. 그때부터 에포닌을 너무너무 좋아했고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는데, 에포닌 역을 맡게 되어서 너무 영광이에요. 이병희 아나운서► 그럼 이번 레미제라블이 첫 뮤지컬 데뷔이신 거죠? 처음에 연습 시작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루미나► 성인이 되고 나서는 뮤지컬이 처음인데 원래 많이 봐왔던 선배님들이 상견례 때 쭉 들어오시는 거예요. '저 배우님이 계시고 이 분도 계시네. 저분이 왜 여기 계시고 나는 왜 여기 있지' 하면서 그저 신기했어요. 그리고 첫 무대를 했을 때도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서 그 순간에 내가 뭘 했는지 사실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도 커튼콜 때 딱 박수를 쳐주시는데 '해냈구나, 내가 일단 첫걸음을 드디어 내뎠구나'라는 생각에 벅찼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무대 위에서 객석이 깜깜한데 객석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런 것도 느껴지세요? 루미나► 사실 무대가 워낙 어두운 편이어서 객석이 정말 안 보이는데, 약간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그것도 잘 들려요. 그리고 집중하는 게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어둡고 눈도 안 보이지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는 게 잘 느껴져요. 'On my own' 끝날 때 객석에 조명이 나가는데 처음으로 3층까지 모든 층이 다 보이거든요. 그때 무대에서 되게 감격스러워요. 눈빛들이 확 느껴지고, 느끼는 것과 동시에 다 보이니까 너무 감사하면서 이 장면이 이제 혁명으로 나가는 장면이잖아요. 그래서 '그래. 나 다녀오겠다' 이런 다짐을 하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그 다짐을 하게끔 만드는 그런 집중력이랄까요? 집중해 주시는 그 에너지가 느껴져요. ♬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On my own (나 홀로) * 2024년 2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레미제라블로 뜬 뮤지컬 신인, 서울대 유학한 일본인이었다 l 뮤지컬 배우 루미나 [커튼콜] 진행 : 이병희 아나운서, 김수현 기자 출연 : 뮤지컬 배우 루미나 글·편집 : 강소진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17년 장수 그룹의 비결? 멈출 수 없는 현악 4중주의 매력 이병희 아나운서► 현악 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씨를 모셨습니다. 2023년에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상주음악가로 활약을 하셨고, 3월 2일 리사이틀 '브리티쉬 나잇'으로 다섯 해 만에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서신다고 합니다. 김재영 씨 나오셨습니다. 김재영► 안녕하세요. 노브스 콰르텟의 리더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입니다. 김수현 기자► 처음에 팀을 만드셨을 때가 학교 졸업했을 땐가요? 김재영► 졸업할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4학년 때쯤이었고 제가 주축이 돼서 선배와 후배들과 팀을 꾸렸어요. 제가 원래 이 팀 전에 다른 팀이 있었어요. '지겐 콰르텟'이라는 팀이었는데 국제 콩쿠르 나가서 상도 타고, 한국 콰르텟으로는 처음 홍콩에서 상을 탄 팀이었는데 그 팀은 와해가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4중주를 처음 제대로 해보니까 이게 너무 좋아서 멈출 수가 없겠더라고요. 계속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어떤 사람들로 꾸려야 함께 오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친하고 잘하면서 성격도 잘 맞을 것 같은 사람들로 처음에 꾸리게 되었어요. 김수현 기자► 클래식 듣는 사람들 중에서도 실내악은 맨 마지막에 친해지는 장르라는 말이 있어요. 아무래도 처음에는 독주나 오케스트라 같은 걸 접하게 되니까요. 김재영► 아무래도 화려하고 규모가 크거나 악기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게 있어야 흥미를 끄는 요인이 되죠. 피아노가 들어가면 그래도 화려해지니까 그런 것들은 쉽게 좋아하시게 되는 것 같은데, 이 현악 4중주는 정말 현의 소리로만 이루어져 있어서요. 근데 작곡가들을 보면 생애 마지막쯤에 항상 콰르텟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너무 표면적이지 않은 내면의 것들을 제일 많이 담았다고 할까요? 개인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담은 그런 구성의 실내악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 깊이가 너무 깊게 들어가서 사람들이 한 번에 마음을 열고 들어오기는 힘든 것 같아요. 대신 한 번 맛을 보고 이걸 알게 되면 완전히 골수팬이 되죠. 김수현 기자► 왜 작곡가들이 그렇게 말년에 현악 4중주에 집중을 할까요? 김재영► 그러게요. 시작이 있었을 텐데, 베토벤 같은 경우는 마지막에 죽음과 사투가 있을 때 많이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고, 소리적으로 봐도 가장 영적인 부분을 많이 건드릴 수 있는 완벽한 구성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소리로 잘 낼 수 있는 것 같아서 작곡가들이 소리 측면에서도 집중을 하지 않았을까요. 김수현 기자► 네 분이 다 다르잖아요.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니까 하다 보면 음악적으로 해석이 다르다거나 의견에 차이가 있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세요? 김재영► 멤버들과 음악적인 성향이 비슷한 면이 있어서 부딪침이나 이런 건 없는데 그럼에도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의견 피력을 하죠. 근데 그런 건 정말 100의 1 정도인 것 같아요. 팀에 늦게 들어온 친구들은 이미 팀으로서 색깔이 되게 진하게 풍길 때 들어왔기 때문에 그거를 많이 따라오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김수현 기자► 팀이 추구하는 색깔이 뭐예요? 김재영► 있긴 있으나 딱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저희는 약간 베이직한 콰르텟으로 음정이 진짜 완벽하게 떨어지고, 악기 넷의 울림이 진짜 완전하게 떨어지는 소리를 찾는 지점은 있어요. 근데 그거 하나로만 음악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근데 그 소리가 많이 없는 팀도 있고, 많이 있는 팀이 있기도 해요. 그건 주로 음정을 완벽하게 맞추는 데서 나오는데 저희는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를 하는 편이고, 작곡가들의 시대적인 것들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어떤 시대에 있었고,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파악을 좀 많이 하려고 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저희 몸을 통해서 나오는 소리는 어쨌거나 굉장히 개인적인 소리들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래서 이거는 소리로 발현되기 전에 저희가 생각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이고요. 이병희 아나운서►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김재영► 저희 음악 들으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계속 열심히 할 테니까 앞으로도 저희가 관둘 때까지 계속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G. LEKEU, 현악 4중주를 위한 “명상” _제공 평창대관령음악제 ♬ 세자르 프랑크, 피아노 콰르텟 f 단조 (피아노 미셀 달베르토)_제공 Aparte Music * 2024년 2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17년을 했어도 새로운 네 남자 이야기 l 노부스 콰르텟 리더 김재영 [커튼콜] 진행 : 이병희 아나운서, 김수현 기자 출연 : 노부스 콰르텟 김재영 글·편집 : 강소진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12년 전 '용사킹', 지금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카운터테너' 이병희 아나운서► 오늘은 카운터테너 정시만 씨를 나와 계십니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계시고,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 가수이신데 오는 4월에 공식 데뷔를 앞두고 계십니다. 반갑습니다. 정시만► 저는 카운터테너 정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수현 기자► 카운터테너라고 하면 요즘 아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졌지만, 그래도 또 생소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정시만► 카운터테너는 카스트라토라는 것에 유래가 됐고요. 카스트라토는 예전 로마 황제 시대나 아니면 영국에서 여성분들이 교회에서 노래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여성 성악가분들을 대신해서 어린 소년들이 그 음역대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거세를 통해서 그 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카스트라토가 생겨났죠. 그런데 윤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해서 그런 제도는 없어졌어요. 그런데 이후에 그 카스트라토를 위해서 만든 곡들을 카운터테너라는 분들이 훈련을 통해서 여성 음역대로 노래하거나 자연스럽게 변성기를 지나신 분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거죠. 그래서 초반에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좀 있었는데 지금은 이제 헨델 오페라 같은 경우는 카운터테너들이 거의 대부분 하게 되고, 현대 오페라를 작곡하시는 분들도 카운터테너들의 소리가 되게 묘하고 신비롭다고 생각을 하셔서 현대 오페라에서도 많이 쓰시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훈련을 통해서 그렇게 소리를 낼 수가 있나요? 정시만► 어떤 분들은 가성을 계속 발달시켜서 그 압력을 통해서 소리를 내시는 분들도 있고, 제가 본 어떤 분들은 변성기를 잘 지나가셔서 고음이 자연스럽게 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두 부류의 카운터 테너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냥 나와요. 제가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성가대를 했었는데 변성기를 지나도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엄청난 훈련은 아니었고 저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로는 그냥 여성 소프라노나 메조 가르치시는 것처럼 하셨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계속 목소리가 유지가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쪽으로 공부를 해봐야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특별히 있나요? 정시만► 원래 저는 바이올린을 했었거든요. 교회에서 바이올린도 하고 큰 교회가 아니다 보니까 성가대에서도 가끔 솔로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제가 노래를 할 때마다 독특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계속 이런 말을 들으니까 저도 궁금했죠. 내가 내는 소리가 정말 독특하고 특이한가 해서 레슨을 우연히 받게 됐는데, 레슨 해주셨던 분이 미국에 한번 시험을 보는 게 어떻냐라고 하셔서 준비를 짧게 하고 미국에 시험을 보러 가게 됐죠. 김수현 기자► SBS 출연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시던데, 2012년에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에 용사킹으로 나오셨더라고요. 정시만► 네. 12년 전 군 복무 중에 갑자기 공문이 내려왔다고 SBS에서 음악을 하거나, 마술을 하거나, 연극을 하거나, 춤을 잘 추는 출연할 사람들을 찾는다고 이렇게 착출 하신 거죠. 저는 처음에는 내가 나가서 뭘 하지 싶었는데 오디션을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1차 오디션을 봤는데 된 거예요. 그래서 2차도 보고 마지막에는 제가 서울에서 오디션을 보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출연하게 되었어요. 김수현 기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4월에 공식 데뷔하시잖아요. 정시만► 제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일을 한 게 거의 6~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제가 처음 국제적인 무대에서 일을 하게 된 것도 메트에서 시작을 했거든요. 아무런 경험 없이 학교 다니는 중에 캐스팅 '커버'를 할 수 있느냐고 하셔서 갑작스럽게 메트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처음에는 너무 얼떨떨했죠. 그러면서 계속 일을 주셨고, 결국 데뷔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사실은 매번 커버를 하다가 언제 이런 기회가 올까 하면서 그냥 늘 주어진 기회에 열심히만 했었는데, 작년인가 재작년에 갑자기 데뷔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었는데 갑자기 홈페이지에 제 이름이 딱 올라가 있어서 드디어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앞으로 이런 걸 좀 해보고 싶다 하는 작업 있으신가요? 정시만► 저는 다양한 걸 해보고 싶은데 오페라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도 현대 작품으로 해보고 싶어요. 사실 바로크든 현대 작품이든 뭐든 좋을 것 같고, 제가 최근에 부산에서 한국 가곡을 노래를 할 일이 있었는데 되게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한국 가곡 녹음을 해보고 싶어요. 00:10:34 ♬ 울게하소서 - 2012년 스타킹 출연, 헨델 오페라 리날도中 00:14:51 ♬ Ombra mai fu (그리운 나무 그늘 아래서) - 헨델 오페라 세르세 中 00:24:12 ♬ Vedrò con mio diletto(나의 사랑하는 님 만나리) - 비발디 오페라 주스티노 中 00:35:05 ♬ Crude furie degli orridi abissi (심연으로부터의 잔인한 격노) - 헨델 오페라 세르세 中 * 2024년 2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육군 파리넬리'에서 최정상 메트 오페라 솔리스트로 l 카운터테너 정시만 [커튼콜] 진행 : 이병희 아나운서, 김수현 기자 출연 : 카운터테너 정시만 글·편집 : 강소진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SM에 클래식 레이블이? 오케스트라로 듣는 K-POP 이병희 아나운서► 클래식과 케이팝의 만남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이분을 모셨습니다. 피아니스트이자 SM 클래식스의 대표를 맡고 계시는 문정재 대표님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문정재►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겸 SM 클래식스 대표를 맡고 있는 문정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수현 기자► 원래 클래식을 전공하셨잖아요. 독일에서 유학도 하셨고요. 근데 어떻게 SM이랑 인연이 되셨어요? 문정재►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독일로 유학을 가고 커리어가 쌓이면서 한국에서의 연주가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약간 서로를 염탐하는 시절이어서 클래식하는 사람들이 가요나 영화, 드라마 음악을 녹음하러 다닌다는 걸 상상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가명으로 녹음을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드라마음악, 영화음악, 케이팝 이런 것들이 너무 제 음악 삶의 한 부분이 됐고 클래식을 하지만 되게 재밌게 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이제 소문이 조금씩 돌면서 클래식을 하는데 이쪽저쪽에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SM에서 한 2016년쯤 글로벌 플랫폼 SM 스테이션이라고 있었어요. 그때 모든 장르의 음원을 내다가 클래식도 해보신 거예요. 그래서 그때 SM 스테이션을 같이 하면서 인연이 돼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김수현 기자► 그러면 그 많은 곡들 중에 어떤 곡을 해야겠다는 기준 같은 게 있으세요? 문정재► 사실 기준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NCT 골든에이지라고 있어요. NCT 멤버들이 전부 다 모여서 발매하는 음원이고 또 클래식 곡이 샘플링이 되어 있었던 곡이라서 이 곡은 발매와 동시에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회사 내부에서 얘기가 있어서 그렇게 나오게 되었어요. 아니면 이제 A&R 분들과 생각을 해보죠. 시기별로 이 시기에는 이분들을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SM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만난 세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음악이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고요. 그게 계절도 있을 수 있고 발매일도 있을 수 있고 몇 주년일 수도 있어요. 김수현 기자► 'Make a wish'가 SM 클래식스의 방향을 잡는데 기본이 됐다고 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그렇나요? 문정재► 기본이라기보다는 저는 이게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Make a wish 편곡 시안을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정말 제가 그때 제일 우울한 시기였었어요. 이렇게 곡이 안 나올 수 있을까 싶어서 너무 힘들고 이게 내 마음 같지가 않았어요. 작가님들은 이 곡을 이렇게 해석하시고 생각해서 시안을 받았지만 저는 또 작가님 생각만 할 수 없고 회사 생각도 해야 되고 새로운 팬, 기존 팬들도 생각해야 했어요. 이 모든 것들이 머리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결과물이 왜 이렇게 안 나올까 싶었어요. 김수현 기자► 근데 왜 이거를 하자고 결정이 됐었던 거예요? 그때 당시에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요. 문정재► 저희가 NCT라는 그룹의 곡을 하나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여러 곡들을 골랐는데, 이제 작가님들이 그중에서 Make a wish를 고르셨던 거죠. 제가 골라서 드렸지만 Make a wish가 결정된 것을 보고 '멜로디가 뚜렷한 곡을 하시면 더 편하실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아직도 생각나는 게 제가 너무 기운이 없어서 회사에서 집에 가려고 택시에 딱 탔는데 카톡이 왔어요. "드디어 뭔가 하나 나온 것 같습니다"라고요. 제가 택시 안에서 그 재생 버튼 누르면서 울었어요. 너무 기뻐서요. 이건 건들 게 아무것도 없고 수정이 없다고 느꼈어요. Make a wish가 세 번째 곡인데, 두 번째 곡이랑 세 번째 곡이랑 나온 시점이 거의 6개월 이상 걸렸어요. 그래서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저는 제 개인적으로는 너무 마음에 들어요. 오케스트라에 너무 딱 맞고 그러면서도 팬들이 기존의 원곡들을 떠올릴 수 있게끔 갔어요. 저는 거기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은 편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편곡이라는 건 다르게 편곡을 했지만 내가 이 부분을 들으면서 원곡 생각이 나면 좋은 편곡인 것 같아요. 근데 '여기가 어디지? 이 곡은 무엇이지?' 이렇게 되면 이제 혼란에 빠지게 되죠. 그런데 이건 너무 적절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음 작가님들한테 작업에 대해 설명을 할 때 Make a wish가 레퍼런스가 되는 거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예전에 피아니스트로만 활동하실 때는 피아노는 혼자 연습하는 악기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사람들도 엄청 많이 만나시고 그러잖아요. 어떠세요? 문정재► 지금도 사실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배우들이나 오페라 가수들은 역할에 따라 여러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거랑은 차이는 있지만 저도 분명히 혼자 있어야 될 시간이 있어요. 연습을 해야 될 때요. 그러면서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야 되는 시간도 있어요. 둘하고만 있어야 될 시간, 셋이서 있어야 될 시간, 그게 너무 다양해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자체적으로 제가 사람이 바뀌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을 컨트롤해야 될 때나 제가 컨트롤을 받아야 되는 또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음악 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나 회사 사람들과 있을 때 또 달라져요. 그러니까 제가 꼭 거기에 맞춰서 변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저도 모르게 변하더라고요. 근데 그런 삶이 저는 재미있어요. 그분들한테 좋은 영향을 받고, 그분들한테 많은 영감을 받게 돼요. 그래서 그것들이 다 아이디어가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00:11:19 ♬ 서울시립교향악단 '으르렁' (Orchestra Ver.) 00:27:11 ♬ SM Classics TOWN Orchestra 'Make a Wish' (Orchestra Ver.) 00:32:50 ♬ 서울시립교향악단 '다시 만난 세계' (Orchestra Ver.) * 2023년 11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서울시향이 연주한 '으르렁'.. SM이 클래식을 하는 이유 l SM 클래식스 대표 문정재 [커튼콜] 진행 : 이병희 아나운서, 김수현 기자 출연 : SM 클래식스 대표 문정재 글·편집 : 강소진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레미제라블' 전 시즌 판틴…갑자기 떠났던 이유는? 이병희 아나운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판틴으로 출연하고 계시는 아주 섬세하고도 강렬한 깊이 있는 연기가 돋보이는 배우 조정은 씨 모셨습니다. 조정은► '레미제라블'에서 판틴을 연기하고 있는 조정은입니다. 반갑습니다. 김수현 기자► '레미제라블'이 8년 만이라고 하는데 초연 때도 하셨죠? 조정은► 초연 때도 참여했었고요. 그리고 재연 때도 참여했고 이번이 세 번째 시즌입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판틴을 연기할 수 있는 나이 때에 이 공연을 다시 할 수 있게 돼서 저는 너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뮤지컬 배우로 잘하고 계시고 좋은 경력을 한참 쌓고 계시다가 갑자기 유학을 가셨어요. 조정은►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이인데 그때는 이제 서른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서른이 되면 내가 이걸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서른이 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연하게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미녀와 야수' 작품이 저한테 좀 그런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작업을 외국에선 어떻게 하는지 궁금증도 있었고, 그 배우들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유심히 보게 됐고 그냥 막연하게 그런 마음을 품다가 서른이 되면 왠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29살에 가게 된 거예요. 진짜 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는데 가게 되었어요. 김수현 기자► 그래서 그 유학의 경험으로 뭘 얻으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조정은► 가장 컸던 건 학교에서 뭘 배워왔다기보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했다는 것,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컸어요. 영어도 잘 못하고 배우 활동을 하다가 다시 학생 신분으로 간다는 게 저한테는 좀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 내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들었던 게 "이게 맞아요? 틀려요?" 이런 식의 질문을 한 사람이 저밖에 없더라고요. "여기서의 얘기하고자 하는 게 뭐예요? 여기서의 텍스트는 뭐예요?" 보통 그런 종류의 질문을 한다면 저는 내가 지금 "이게 맞는 거예요 틀린 거예요?"라는 이분법적인 질문을 하고 있고, 또 내가 그렇게 사고를 하고 있구나라는 거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연기나 노래에 대해서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선생님이 계시고 우리가 노래를 하면 이건 잘못했고 여기는 이렇게 해야 되고 보통 이런 수업을 받는데, 영국에서 공부할 때는 게임을 하면서 하기도 했어요. 스토리텔링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저한테는 좋은 경험이었고, 또 내가 이렇게 접근하고 있었구나를 이렇게 반대로 보게 됐어요. 또 이번에 레미제라블 연출가가 오셔서 얘기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게 스토리텔링을 가장 중요하게 짚으셨었거든요. 프레젠테이션 하듯이 자꾸 설명하려고 든다거나 관객들한테 어떤 감정을 막 이렇게 강요하고 주입한다기보다는 스토리텔링을 가장 중점적으로 얘기를 하시는 게 그때 배웠던 거랑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그동안 한 작품들 중에 이건 정말 좋았다 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조정은► 제가 선택했던 작품들 모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했기 때문에 다 좋은데, 굳이 거기서 고르자면 또 다른 의미로는 '드라큘라'의 미나 역할에 애착이 컸던 것 같아요. 제가 '드라큘라' 하기 전에 배우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내가 뮤지컬 배우가 맞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공연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나란 사람이 배우에 맞는 건지 의문을 늘 품고 있었고, 공연을 하면서 이 역할을 잘 수행해 내야 된다라는 부담이 항상 있어서 제가 그걸 즐기기보다는 책임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배우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건 발견하게 됐어요. 그래서 '소서노'라는 작품을 다시 시작으로 '드라큘라'를 하게 됐는데, '드라큘라'를 하면서는 스스로 그런 각오를 하고 들어갔어요. 뭐가 어떻게 되든 내가 꼭 내 말을 해야겠다, 내 말로 정말 내가 하고 있다는 그런 거를 좀 갖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치열하게 연습을 했고, 미나라는 역할과 그 '드라큘라'라는 작품이 저한테 더 애착이 있고 의미가 깊었어요. 그 작품을 하면서 다시 배우를 하고 싶다, 연기가 재밌는 거구나라는 즐거운 맛을 보게 됐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내가 정말 배우가 맞나?" 이런 의문은 사라졌어요. 그다음에 작품을 할 때는 작품에서의 역할도 있지만, 내가 이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하고 싶은지, 그리고 나는 이걸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에 굉장히 시간을 많이 갖고 그리고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저 스스로 설득력을 많이 갖고 하려고 했어요. 김수현 기자► 어릴 때부터 나는 뮤지컬 배우가 돼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조정은► 막연하게 그냥 TV 드라마 같은 걸 보면서 배우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뮤지컬이란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빠졌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드라마에 관심이 있으셨는데 혹시 매체 쪽으로는 제안이 온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조정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제가 그거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근데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이 조금 더 열린 것 같기는 해요. 어떤 장르의 구분 없이 저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작품이나 장르라면 저도 흥미를 갖고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00:12:03 ♬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I Dreamed a Dream 00:31:28 ♬ 뮤지컬 《엘리자벳》 중 나는 나만의 것 * 2023년 12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손바느질 의상에 분장도 셀프? 고증에 진심 '레미제라블' l 뮤지컬 배우 조정은 [커튼콜] 진행 : 이병희 아나운서, 김수현 기자 출연 : 뮤지컬 배우 조정은 글·편집 : 강소진
▲ 위 이미지를 누르면 스팟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정재일의 음악세계, 이제는 국악까지 이병희 아나운서► 대중음악과 클래식, 국악을 넘나드는 연주가이자 작곡가이신 정재일 씨 나오셨습니다. 정재일► 안녕하세요. 작곡하고 연주하는 정재일입니다. 김수현 기자► 앨범이 나오셨는데 앨범의 제목을 리슨이라고 하신 이유는 뭔가요? 정재일► 기생충 음악 작업을 끝내고 몇 개월 후에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이 돌풍을 일으켰어요. 그런데 돌풍을 일으킨 그다음 날에 팬데믹이 시작되고, 이후에 전쟁이 여기저기서 터졌죠. 앨범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당시 곡들을 만들고 있을 때 저를 지배했던 생각이 '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였어요. '서로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고 있었구나', '이 지구가 혹은 다른 생명체들이 우리에게 계속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듣지 않았다'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단순하고 뻔한 제목인 것 같지만, 듣는 마음으로 살지 않으면 계속 이런 비극이 되풀이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 싱어송라이터는 자기 마음의 소리를 많이 들을 텐데, 저는 주로 다른 작업을 위해서 곡을 만들어요. 예를 들어 영화면 영화감독님, 무용이면 무용수, 연극이면 그 희곡이라든지 그것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음악으로 통역을 해야 되기 때문에 저는 들어야만 하는 직업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듣는 마음으로,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더 주의 깊게 음악을 만들어보게 됐습니다. 박재현 기자► 그래서 이전 음악과 비교를 해보면 다른 느낌이 들어요. 혹시 그 전과 후가 조금 다른 느낌으로 작업하신 걸까요? 정재일► 그동안 저는 용역 음악, 납품 음악 전문이었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제 마음속에 무슨 목소리와 단어들이 있는지 귀 기울이게 됐어요. 그래서 알려진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과는 전혀 다른 결이에요. 저는 음악을 계속해나가면서 멋지게 만드는 것보다는 간결하게 겸손하게 만드는 것에 귀와 마음이 더 가고 있어요. 그래서 피아노라는 악기를 메인 악기로 선택했는데, 피아노 앞에 앉으면 굉장히 겸손해지고 동시에 편안해지고 제가 정돈이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말하는 것보다 피아노 음악으로 말하는 게 훨씬 쉽거든요. 그래서 그런 어법을 이번에 선택하게 됐습니다. 박재현 기자► 관심사와 주로 하시는 것도 그렇고 장르에 대한 범위가 굉장히 넓으신 것 같아요. 정재일► 저는 충실한 소비자이니까 여러 가지 예술 장르를 향유하는데 무용, 연극, 영화, 심지어는 설치 미술도 있어요. 근데 그 모든 예술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음악이거든요. 음악만을 위한 음악을 하는 것도 빛나지만, 음악이 없는 영화를 상상하기 힘들듯이 다른 장르와 결합했을 때만 만들어지는 감동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즐기고 싶고 만들어내고 싶어요. 박재현 기자► 오징어 게임의 테마곡을 들으면서 저 아이디어를 어떤 느낌으로 생각하셨을지 되게 궁금했어요. 정재일► 말씀하신 테마곡이 가장 처음에 나오는 'Way Back Then'이라는 곡이거든요. 흑백 화면으로 나오는데 아이들이 진짜 오징어 게임을 하는 장면이에요. 어떻게 할지 고민했는데 보통 영화를 할 때는 오프닝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첫걸음을 내딛는 곡이기 때문에 많은 실험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진지한 음악도 있었고, 굉장히 락킹한 음악도 있었어요. 아이들의 놀이로 이루어지는데 아주 그로테스크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악기로 해보자 싶어서 그냥 리코더를 샀습니다. 리코더를 불다가 여기에 약간 마카로니 웨스턴 같은 느낌을 넣어볼까 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나고 계속 이상한 것만 나왔어요. 그래서 그냥 일단 드려봤는데, 황동혁 감독님께서 좋아해 주셔서 그렇게 쓰이게 됐습니다. 김수현 기자► 아까 말씀하셨듯이 국악 연주자들이랑 같이 하는 것들도 있고, 그전에 인터뷰하신 것도 보면 국악에 대한 애정이 엄청 많으시더라고요. 정재일► 일단 세계 모든 전통 음악들에 관심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름다운 음악들이 많아요. 아까 말씀하신 인도네시아의 가물란도 있고, 인도의 라가 같은 음악, 또 일본의 노가쿠라는 가면극도 있고요. 전통 음악이라고 하면 어떤 한 창작자가 골몰하고 빚어낸 게 아니고 민족의 역사로 몇 백 년 몇천 년 동안 만들어진 예술이기 때문에 그건 그냥 예술이 아닌 역사이고, 사람이고, 어떤 세계인 거라 아름다운 어떤 작곡된 음악을 들을 때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굉장히 소중하고, 또 모든 전통 음악은 종교에서 많이 시작하기 때문에 그런 기도나 사람의 모든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어요. 그래서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는데, 특히 한국 전통 음악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 현대의 어법에는 없는 어법이고 익숙하지는 않지만, 일단 그 속을 알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제가 특히 사랑하는 장르가 판소리인데 이렇게 진짜 영혼이 밖으로 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로 4시간이 넘는 서사를 펼쳐내는 그런 예술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고요. 타악을 얘기하자면 우리는 사물놀이를 많이 알고 있는데, 무속음악에도 타악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예요. 굉장히 복잡하고 다이내믹하고 너무 시끄럽잖아요. 그리고 이런 천둥 같은 소리와 리듬 구조는 사람을 막 트랜스 되게 만드는 듯한 느낌이 들죠. 제가 음악적 야망으로 전통과 현대를 결합시키고 싶다 이런 태도는 전혀 없고, 그냥 그런 아름다운 세계 때문에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전통에 익숙했고 그것을 잘 풀어줄 수 있는 친구들도 있어서 다행히 이런 작업들을 꽤 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적으로 한국 전통음악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예술의 형태예요. ♬ Listen(리슨) ♬ A Prayer - Comfort ♬ 기생충 OST 中 믿음의 벨트 * 2023년 12월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듣고 싶다면? ►오징어게임 기생충 음악감독, 런던 관객 기립한 그 공연 서울서도 l 작곡가 정재일 [커튼콜] 진행 : 이병희 아나운서, 김수현 기자, 박재현 기자 출연 : 작곡가 정재일 글·편집 : 강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