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BS 탐사보도부 기자입니다.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체조 전공 학생 중 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입단하는 선수 대부분은 ‘계약금’이란 것을 받습니다. 각자의 능력, 입단하는 팀 사정에 따라 계약금 액수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어린 선수들이 눈물과 땀을 쏟으며 노력해 온 것을 처음으로 인정받는 상징적인 돈입니다. 국내 유일의 체육특성화 국립대인 한체대 체조부가 20대 초반 학생들이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받는 계약금의 10%를 사실상 강제로 가져가고 있다는 내용을 취재 결과 확인했습니다.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확인한 수수 기간만 해도 최근까지 최소 10년에 달합니다. 납부 대상자엔 국가대표와 국제대회 금메달리스트도 포함됐고, 심지어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운 선수에게서 수십만 원을 받아간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체대 체조 종목 입학생은 매해 7명 정도입니다. 지난 10년 사이 많게는 한 해 3천만 원 이상 걷기도 해 수수 기간을 감안하면, 총액은 최소 억대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왜 받아갔는지 체조부 측에 묻자 "학생들의 자발적인 기금문화"라며 "비인기 종목의 취약한 재정 지원 탓에 40년 전부터 시작된 기부 관행"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해명이 사실일까, 끝까지판다팀이 입금 과정을 따져봤더니 ‘독촉 전화’까지 있었고, ‘학교발전기금 공식 계좌’가 있는데도, 조교 명의 또는 재학생 명의 계좌를 통해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학교 측의 ‘자발적 납부’다, ‘오랜 전통’이라는 말은 무색해졌고, 개인 계좌로 받았다는 점에서 사용처에 대한 의혹만 커졌습니다. 선수들은 이런 부적절한 송금의 배후에 대한체조협회 임원으로 한국 체조계에 영향력이 큰 한체대 체조부 A 교수가 있다고 의심했습니다. 계약금을 걷어간 조교는 4년마다 한 번씩 바뀌지만 A교수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취재진을 만난 A 교수는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며 일종의 ‘기부’라고 말했습니다. 학교가 어려울 때 기부를 받아 학생 지원에 사용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기부 행위로 인정받지도 못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연말 정산을 위해 기부 내역을 떼어 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안 된다”는 말이었단 겁니다. 졸업생들도 모르는 계약금 사용처를 끝까지판다팀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돈이 입금됐던 계좌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2013년 개설돼 2년 정도 사용한 계좌로, 체조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입금한 흔적이 나옵니다. 입금된 돈은 어디에 사용됐을까. 수소문 끝에 어렵게 찾은 계좌 주인은 한체대 체조부 졸업생이었습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조교 지시로 통장과 체크카드를 자신 명의로 만들어 건넨 뒤 계좌 존재도 몰랐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계좌엔 총 4천여만 원이 입금됐고, 45번 출금이 이뤄졌는데, 그 가운데 36번이 현금 인출이었습니다. 현금으로 인출되다 보니 대부분 사용처를 알 수 없었습니다. 체크카드가 없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딱 3번만 사용된 체크카드, 한 번은 체조부 공용 냉장고 구매로 추정되고 나머지 두 건은 음식점에서 결제됐는데, 금액은 3, 4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계좌를 넘겼던 한체대 졸업생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계좌 내역을 확인했고, “이런 식으로 썼을 줄 몰랐다.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당시 재학생의 계좌를 사용했던 한체대 체조부 측은 “사용한 내역을 빠짐없기 기록해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내역 공개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한체대 체조부가 어떻게 졸업생들에게 계약금 10%를 반강제로 징수했고, 어디에 사용했는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잠시 후 〈SBS 8 뉴스〉에서 자세히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 : 방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