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 샴페인 수입을 전문으로하는 주류 수입사 루미노(lumino)의 대표. 르꼬르동블루에서 전문 요리 과정 및 와인 과정을 수료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RM 샴페인, 유니크한 생산자들을 소개하고자 2022년 루미노를 설립,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 잔 따라 마시면, 입안을 간지럽히는 수천 개의 기포들. 특유의 작고 부드러운 기포는 샴페인을 예찬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 섬세한 기포를 만드는 기술이 오늘날 샴페인의 위상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지난 편에서 샴페인의 뼈대가 되는 베이스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알아봤다면, 이제 샴페인의 기포를 만드는 이야기를 해볼게요. 스파클링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샹빠뉴의 전통 방식은 1차 숙성으로 준비된 베이스 와인에 당과 효모를 투입해 ‘병 안에서’ 기포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효모야 뭐해, 탄산 만들어야지”... 와인에 당과 효모를 첨가하다 와인이 만들어지는 기본 공식은 포도당 + 효모 → 알코올 + 이산화탄소입니다. 포도즙이 가진 포도당을 효모가 분해하는 과정에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죠. 베이스 와인을 만드는 1차 숙성 과정에서 포도당은 이미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발효가 종료되었습니다. 기포를 만들기 위해선 준비된 와인에 한 번 더 당분을 첨가해 발효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합니다. 효모들의 발효 활동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면 이번에는 이를 병 안에 잘 가두어 기포가 있는 와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원리입니다. 이렇게 베이스 와인에 당과 효모를 추가해 2차 병입을 하는 것을 ‘띠라쥬’(Tirage)라고 합니다. ‘띠라쥬’ 세 글자를 기억하면 샴페인의 라벨에서 더 많은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많은 와인 메이커가 샴페인의 띠라쥬 시기를 라벨에 기재해 놓기 때문입니다. 2차 병입 시기를 알면 그 샴페인이 얼마나 숙성기간을 거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숙성기간이 긴 샴페인은 그만큼 다양한 풍미를 갖게 되니, 띠라쥬 날짜는 내가 고른 샴페인의 특징을 미리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인 셈이지요. 샴페인 숙성은 크라운 캡... 코르크 숙성 샴페인은 어떻게 찾아낼까 대개 샴페인들은 2차 병입 이후 병의 입구를 간편한 마개인 크라운 캡(음료수 병뚜껑)으로 막아줍니다. 그러나 아주 간혹 크라운 캡이 아닌 코르크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숙성 기간 동안 코르크 마개가 샴페인에 주는 영향을 고려한 것인데요. 여러 번거로움과 비용을 감수하고도 코르크를 쓰는 경우, 2차 숙성의 기간도 길어집니다. 이들은 자연히 각 와이너리에서도 신경 써서 만든 상위 등급의 뀌베인 경우가 많겠고, 가격대도 높아지겠죠. 우리는 이 둘의 차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비밀은 바로 샴페인 병 입구의 모양에 있습니다. 코르크 마개를 써야 하는 경우에는 코르크를 고정하기 위해 병의 입구 부근에 두꺼운 돌출 구간이 생깁니다. 반대로 크라운 캡을 사용한 경우에는 이러한 구간이 없습니다. 투명하게 빛나는 샴페인의 탄생, 기술 발전이 그 샴페인을 만든다 2차 병입을 한 샴페인 병 안에서는 몇 주간에 걸친 효모의 발효로 기포가 생겨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포가 와인 속에 녹아들기 위해선 최소 15개월, 길게는 5년 이상의 숙성기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발효가 끝나 자기 분해된 효모의 찌꺼기(리스, less)들을 병 안에서 와인과 함께 숙성시키는데요. 효모 찌꺼기들과 와인이 접촉하면서 특유의 풍미가 샴페인에 깃들게 됩니다. 구운 빵 냄새, 즉 토스트 향이지요. 수년이 흘렀습니다. 기나긴 2차 숙성을 마치고, 출시를 앞둔 샴페인에 중요한 마지막 관문이 남았습니다. 역할을 다하고 병 안에 남은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일이지요. 와인병 안에 골고루 퍼져있는 효모 찌꺼기들을 정교하게 걸러내어 빼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술은 샴페인의 오랜 역사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마담 클리코’입니다. 마담 클리코는 현대 샴페인 제조의 기틀을 만든 인물입니다. 과거에는 샴페인의 모습이 지금과 달랐습니다.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술이 없었기에 샴페인 속에 효모 찌꺼기가 남은 채로 출시가 되었었고, 지금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모습이 아니었지요. 효모 찌꺼기를 병목으로 모으기 위해 사용하는 선반 푸피트르(좌)와 기계식 장치 지로 팔레트(우) / 김민정 제공 이 시절 ‘마담 클리코’는 최초로 효모 찌꺼기를 제거할 방법을 개발합니다. 중력을 이용해 효모 찌꺼기를 모아 제거하는 르미아주(Remiage) 기법과 이를 위한 특수 선반 ‘푸피트르(Pupitre)’를 고안해 내지요. 작업자들은 이 선반에 2차 숙성을 마친 샴페인을 거꾸로 꽂아두고 매일 병을 조금씩 돌려가며 찌꺼기가 병목으로 모이게 해 주었습니다. 이 작업은 몇 주에 걸쳐 진행될 만큼 시간이 많이 드는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사람 대신 지로 팔레트(Gyro palette)라는 기계가 이 작업을 수행합니다. 덕분에 과거보다 작업시간이 단축되었고, 대량 작업도 가능해졌습니다. 정성스레 모아준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도 참으로 신기한데요. 병 입구를 영하 20도의 수용액에 담가 병 입구에 모인 효모 찌꺼기들을 급속 냉장시킵니다. 그리고 다시 병을 위로 향하게 똑바로 세운 후 마개를 느슨하게 해 줍니다. 그러면 샴페인 내부의 탄산가스 압력으로 병 입구의 얼음 조각(효모 찌꺼기)이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지금 마시는 깨끗한 샴페인이 되기까지 많은 기술 발전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요즘은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방식으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들도 인기입니다. 대표적으로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인 ‘펫낫(pet.nat)’* 의 경우는 발효 과정을 1차와 2차로 나누지 않고, 효모 찌꺼기도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출시합니다. 병 입구도 코르크가 아닌 크라운 캡이 그대로 씌워져 있지요. *펫낫: 프랑스어 페티양 나투렐(Petillant Naturel)의 준말로 자연적으로 생성된 거품을 가진 스파클링 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을 의미한다. 유명한 펫낫 스파클링 마리 호셰의 레발서즈 사진 샴페인 양조의 화룡점정, 데코흐주멍과 도사쥬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시술은 완료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샴페인이 일부 소실이 되었으니 소실된 만큼 채워 넣어야 하겠죠. 샴페인을 부족한 양만큼 채우고 코르크로 막는 최종 작업을 ‘데코흐주멍(Degorgement)’이라고 합니다. 소실된 샴페인을 채우는 과정에서 양조가들은 최상의 밸런스, 샴페인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당을 첨가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차갑게 서빙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찬 음료의 당도는 상온의 것보다 혀에서 덜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약하게 느껴지는 당도 탓에 샴페인의 쓴맛과 산도가 두드러질 수 있으니, 당을 첨가해 맛의 균형을 맞추게 됩니다. 당을 첨가하는 행위를 도사쥬(Dosage)라고 부릅니다. ‘당을 얼마만큼 첨가했느냐’에 따라 샴페인의 타입도 달라집니다. 샴페인의 라벨을 보면 ‘Brut(브뤼)’나 ‘Extra Brut(엑스트라 브뤼)’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셨을 텐데요. 이들이 바로 도사쥬의 양을 알려주는 용어입니다. 데코흐주멍 당시 0~7g만큼 당을 첨가한 샴페인은 ‘Extra Brut(엑스트라 브뤼)’로 분류되고, 그 이상을 첨가한 샴페인은 ‘Brut(브뤼)’로 분류됩니다. ‘Brut’ 네 글자가 쓰여있는 샴페인은 잔당감이 있고 그만큼 산도가 덜 느껴져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샴페인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샴페인이 점점 덜 달아진다... 제로 도사쥬의 유행, 왜? 오늘날 유통되는 샴페인의 대부분은 당을 미량만 첨가하는 ‘Extra Brut(엑스트라 브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Brut(브뤼)’ 샴페인도 많이 만들었다고 하니, 신세대 생산자들은 점차 당을 많이 첨가하지 않는 추세이지요. 샴페인 마니아라면 ‘제로 도사쥬(Zero Dosage)’라는 말도 들어 보셨을 거예요. 말 그대로 ‘제로(0)’, 마지막 데코흐쥬멍에서 당을 전혀 첨가하지 않았다는 뜻인데요. 과거에는 많지 않던 제로 도사쥬 샴페인도 요즘에는 제법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제로 도사쥬’가 많아지고, 샴페인의 당도가 점점 낮아지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샴페인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로는 당을 첨가하지 않고도 훌륭한 맛의 밸런스를 갖춘 샴페인을 생산하는 메이커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예전에는 샴페인이 식전주의 이미지를 가지고 분위기를 돋우는 용도의 와인이었다면, 지금의 샴페인은 미식의 중심으로 식사와 곁들일 수 있는 와인이 되었습니다. 음식들과의 페어링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인위적인 단맛을 내기보단 샴페인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라벨 읽기 실전 편] 양조 과정을 통해 배운 용어를 라벨에서 만나보자 샴페인의 양조 과정을 따라가며 다양한 용어들을 알아봤습니다. 용어들을 알면 샴페인 병 라벨에서 많은 정보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백 라벨에는 샴페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맛의 특성이 있을지 유추할 수 있는 다양한 단서들이 적혀있습니다. 실제 샴페인 라벨을 통해 함께 살펴볼까요. 먼저 라벨에는 이 샴페인의 포도 품종, 지역, 토양의 특징들이 적혀있습니다. 포도 품종은 피노누아(Pinot Noir)이고 피노누아 100%로 만든 블랑드 누아 샴페인입니다. 지역은 샹빠뉴 최남단 지역인 ‘꼬뜨 드 바’로 샤블리와도 가까워 샤블리와 같은 키메르지안 토양임을 알려주었어요. 키메르지안 토양을 강조했기에 미네랄의 특징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포도의 수확 연도는 2018년으로, 단일 빈티지로 만든 밀레짐 샴페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2차 병입 날짜인 티라쥬(Tirage)와 마지막으로 마개를 막은 데코흐주멍(Degorgement) 날짜도 적혀있습니다. 이 둘을 계산하면 2차 숙성 기간을 알 수 있지요. 이 샴페인의 2차 숙성 기간은 19년 7월부터 23년 2월까지 43개월로 긴 편입니다. 단일 빈티지에 36개월 이상 숙성을 했으니, 이 샴페인은 밀레짐을 붙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데고르주멍 당시 당을 3g 첨가했으니 비교적 드라이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데코흐주멍을 언제 했는지도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샴페인 본연의 맛을 즐기려면 데코흐주멍 이후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지나야 하고, 데코흐주멍 이후 얼마 안 된 샴페인은 덜 안정적이라고 보는 견해 때문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빈티지 샴페인을 즐겨 마시는 방법’을 기억하시나요? 동일한 샴페인의 여러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6개월에서 1년의 간격을 두고 계속 마셔보라 하였지요.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샴페인의 젊을 때의 모습부터 성숙해 가는 과정을 모두 즐겨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김민정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
‘빈티지’ 대신 ‘밀레짐’... 샴페인의 밀레짐이 궁금해? (좌)빈티지가 적혀 있는 레드 와인들의 라벨과 (우)빈티지가 적혀 있지 않은 샴페인 라벨 와인을 즐겨 마시는 분들은 빈티지*(Vintage)라는 용어에 익숙하실 겁니다. ‘포도의 수확 연도’를 의미하는 빈티지는 와인의 주재료인 포도가 어떤 해에 수확되었는지를 알려줍니다. 라벨에 적힌 ‘2000년’, ‘2015년’ 네 자릿수를 통해 우리는 해당 와인의 나이를 가늠하지요. 대부분의 프랑스 와인 산지들에서는 한 해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제작하고 라벨에 빈티지를 적어놓습니다. 반면 샴페인 라벨에는 왜 빈티지가 잘 안 보일까요? 그럼에도 혹시 빈티지가 적힌 샴페인을 보신 적이 있나요? 짐작하셨듯이 일반적으로 샴페인 라벨에는 빈티지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대다수가 생산 연도가 없는 ‘논 빈티지*(Non-Vintage)’ 샴페인이지요. 간혹 빈티지가 적혀있는 경우, 이 샴페인을 ‘생산 연도’의 프랑스어인 ‘밀레짐*(Millésime)’을 붙여 밀레짐 샴페인이라고 부릅니다. 밀레짐 샴페인은 논 빈티지 샴페인에 비해 고급 샴페인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밀레짐 샴페인을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샴페인의 빈티지를 둘러싼 이야기를 자세히 알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샴페인의 양조 과정과 관행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샹파뉴의 ‘양조’입니다. 수확 → 착즙 → 발효 → 1차 숙성 → 2차 숙성의 과정을 거치며 샴페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해 드립니다. ‘포도’가 ‘샴페인’으로 거듭나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 보며 자연스럽게 샴페인의 용어들을 하나씩 만나봅시다. *빈티지(Vintage): 와인의 생산 연도로 해당 와인의 재료인 포도를 수확한 연도를 가리킨다. 라벨이나 와인 병에 빈티지가 적힌 와인들은 당해 연도에 수확된 포도로만 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논 빈티지(Non-Vintage): 여러 해에 수확된 포도를 블렌딩 하여 제작했다는 뜻으로, 빈티지가 없다는 의미의 논빈(NV)이라고 축약해 부르기도 한다. *밀레짐(Millésime): 프랑스어로 제조 연도를 가리키는 말로 빈티지와 동일한 뜻을 가진다. 밀레짐이 라벨에 표기된 샴페인은 빈티지 와인과 마찬가지로 단일 해에 수확한 포도만으로 양조한 샴페인을 의미한다. 샴페인 양조 과정 인포그래픽 [Step1. 수확] 오로지 두 손으로 포도를 딴다... 샹파뉴의 농번기 벙덩쥬 1년 중 와인 산지들에게 가장 바쁘고 중요한 시기는 언제일까요? 바로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 9월입니다. 샹파뉴에서도 9월 초에서 중순까지*가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입니다. 프랑스어로 포도 수확철을 ‘벙덩쥬(Vendange)’라고 합니다. 바캉스 철이 끝나고 8월 말이 되면 샹파뉴의 와인 메이커들은 이미 포도 수확을 준비하느라 분주해집니다. * 과거에는 벙덩쥬가 9월 중순에서 말까지였지만, 기후변화로 최근에는 이 시기가 앞당겨지는 추세다. 포도 수확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단 하루의 차이로 포도의 당도와 숙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포도 재배자들은 포도의 상태를 시시각각으로 체크하며 최적의 시기에 최상의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포도밭의 상태를 모두 체크해서 최상의 포도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포도 재배자들의 몫입니다. 샹파뉴에서는 한 가지 더 까다로운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포도를 오로지 손으로만 수확해야 한다’는 AOC 규정입니다. 최상의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동시에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만 포도를 수확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포도 수확철 샹파뉴 지역에 많은 인원들이 동원됩니다. 특히 포도 재배도 직접 하고, 양조도 하는 와인 메이커들에겐 포도 수확철 시기가 무척이나 고된 기간입니다. 포도 수확철 샹파뉴의 와이너리 포도밭의 모습. 손으로 직접 포도를 수확한다.(왼쪽) / 벙덩쥬를 무사히 마무리했음을 축하하며 작은 파티를 열기도 한다.(오른쪽) / 출처: 샴페인 오귀스탕(champagne_ augustin ) 수확한 신선한 포도를 곧바로 착즙기에 넣어 착즙하고, 이를 발효통에 넣어 발효를 시작합니다. 그제야 샹파뉴의 포도 수확철은 마무리가 됩니다. 고생을 함께 나누고, 수확에 참여하며 모두가 마치 한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던 이 시기가 마무리되면, 사람들은 그간의 고생을 서로 축하하며 축제와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Step2. 착즙] 착즙도 정해진 양만큼만? 샴페인의 까다로운 착즙 기준 포도 수확이 끝났으니, 이제는 착즙의 시간입니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간혹 이런 의문점이 생깁니다. ‘피노누아와 피노뮈니예는 적포도 품종인데 어떻게 샴페인의 색은 화이트일까?’ 발효 과정에서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을 가르는 차이점은 단 하나입니다. 발효에 ‘포도 껍질을 함께 발효하느냐’ 아니면 ‘포도의 즙만 사용하느냐’입니다. 레드와인은 포도의 붉은색과 타닌*을 얻기 위해 껍질과 씨를 함께 발효합니다. 화이트와인은 색을 얻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즙만을 이용해 발효합니다. (간혹 매우 드물지만 화이트와인도 껍질과 함께 침용해서 양조하기도 합니다.) *타닌(tannin): 떫은맛을 내는 성분으로 식물, 씨앗, 과일의 껍질 등에서 자연 발생한다. 피노누아와 피노뮈니예와 같은 적포도 품종도 포도의 즙만 사용한다면 화이트 와인, 샴페인이 되는 것이지요. 물론 껍질에서 색이 배어 나오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즙을 짜내야 합니다. 샤르도네와 같이 백포도 품종으로만 만든 샴페인이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이었다면 이렇게 적포도 품종으로만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라고 부릅니다. 블랑 드 누아는 피노누아 100%이거나 피노뮈니예 100% 혹은 이 두 가지가 블렌딩되기도 합니다. *프랑스어 블랑(Blanc)은 ‘백색’을 의미하고, 드(de)는 ‘~로 만든’을, 누아(Noirs)는 ‘검은색’을 의미한다. 때문에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은 백색 포도로 만든 백색 샴페인이 되고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는 검은 포도로 만든 백색 샴페인이 된다. 착즙 과정도 기계를 사용하는 방식과 재래 방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기계를 사용해 압착을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겠지만, 샹파뉴에서는 아직도 나무틀과 나무 뚜껑으로 만들어진 재래 방식의 압착기를 이용해서 즙을 짜는 곳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벙덩쥬 시기의 샹파뉴 와이너리에서는 오래되어 보이는 압착기에 포도들을 부어 넣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샹파뉴의 와이너리에서 사용하는 수동식 포도 착즙기. 나무 소재의 틀과 뚜껑이 붙어있다. 샹파뉴에서는 포도의 양에 따라 뽑아내는 포도즙의 양도 AOC에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일정한 포도에서 너무 많은 즙을 뽑아낸다면 즙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수확, 발효 과정에도 적용되는 세세한 규정에 의해 샴페인의 품질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손으로만 수확해야 하고 즙도 정해진 규정만큼만 짜내야 하니 샴페인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해됩니다. 착즙 과정에서 처음으로 뽑아낸 것과 두 번째로 착즙한 즙은 따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즙의 질 때문입니다. 이 두 개의 즙을 섞어서 양조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좀 더 섬세하고 우아한 샴페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뽑아낸 즙만을 사용합니다. [Step3. 발효와 1차 숙성] 스테인리스 통은 포도 본연의 맛, 오크통에선 오크의 풍미... 숙성 통에 각자의 철학을 담다 포도즙이 완성되면 와인 메이커들은 즙들을 마을이나 포도밭별로 나누어 숙성 통에 담아 발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몇 주의 발효 기간이 지나면 장기간의 숙성을 시작합니다. 이 1차 숙성 기간을 지나게 되면 포도즙들은 드디어 ‘스틸 와인’으로 거듭나게 되지요. 이때 발효와 숙성에는 스테인리스, 시멘트, 오크 등 다양한 소재의 통들이 사용됩니다. 어떤 통을 이용해서 양조할지는 오로지 와인 메이커의 선택입니다. 샹파뉴 와이너리들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소재의 숙성(발효) 통. 한 와이너리에서 오크와 스테인리스 소재의 숙성 통을 모두 사용하기도 한다. 스테인리스 통이나 시멘트 통을 사용하면 포도가 갖고 있던 본연의 맛의 특징을 살리게 됩니다. 반면 오크통을 사용하면 바닐라 향을 풍기는 오크의 풍미가 와인에 배게 됩니다. 오크통도 새 오크통인지, 사용했던 오크통인지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새 오크통은 오크 향이 더 강하게 배고, 이미 한번 사용했던 오크통은 새것보단 오크향이 약하게 배게 됩니다. 그 밖에도 1차 숙성 과정에서 인공 효모를 사용할지 혹은 그곳에 자생하는 토착 효모만으로 발효할지, 온도 조절 장치를 사용할지 말지 등 다양한 선택지들이 존재합니다. 와인 메이커들에겐 1차 숙성 과정이 무척 중요합니다. 2차 숙성에 쓰일 원재료가 되는 스틸 와인은 최종적인 샴페인의 맛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요인이 될 테니까요. 와인 메이커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본인들이 상상하는 샴페인의 맛을 구현해 나갑니다. [Step 4. 2차 숙성] 매년 작황이 들쭉날쭉한 샹파뉴, 빈티지를 섞어 균일한 맛을 만들다 여기까지는 다른 지역의 와인 양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샹파뉴의 양조가 다른 지역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2차 숙성 시기에 여러 빈티지의 포도를 섞는다는 점입니다. 1차 숙성으로 준비된 스틸 와인(포도주)들에 기포를 만들기 위해 2차 숙성에 들어갈 때, 샹파뉴의 와인 메이커들은 지역별로 그리고 연도별로 나누어져 숙성되었던 여러 스틸 와인들을 섞게 됩니다. 이 배경에는 또다시 샹파뉴의 기후가 있습니다. 선선한 기후를 가진 샹파뉴는 다른 와인 산지보다도 해마다 작황의 차이가 심합니다. 위 조건에서 균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해에 생산된 포도, 즉 빈티지를 섞는 것이 샹파뉴 지역의 오랜 전통이 된 것이지요. 이 경우 포도의 생산 연도가 없으니 통상 논 빈티지(NV, Non-vintage) 샴페인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의 라벨에서 빈티지를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 샴페인에는 모두 빈티지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어떤 해에 작황이 너무 좋다면 그 해의 포도로만 샴페인을 만들고 싶을 수 있겠지요. 샴페인에 빈티지가 등장한 사건은 공식적으로 1810년, 200년 전으로 되돌아갑니다.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로 유명한 마담 클리코가 작황이 좋았던 해에 빈티지를 섞지 않고 그 해의 포도만으로 샴페인을 만들어 내고 여기에 1810년이라는 ‘밀레짐(생산 연도)’을 표시합니다. 밀레짐 샴페인의 탄생이지요. 공식적으로 1810년 빈티지 샴페인을 최초로 탄생시킨 마담 클리코(왼쪽)와 뵈브 클리코에서 현재 생산되는 밀레짐 샴페인(오른쪽)의 모습. 라벨에 2002년이라는 빈티지(밀레짐)가 표기되어 있다. / 출처: 뵈브 클리코 그렇게 지금까지 단일 해에 수확한 포도로만 만들어진 샴페인을, 프랑스어로 생산 연도를 의미하는 ‘밀레짐(Millésime)’을 붙여 밀레짐 샴페인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처럼 밀레짐 샴페인은 작황이 좋은 해에 특별히 생산하다 보니 매년 생산되지 않고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제한적인 수량에 품질은 좋다 보니 밀레짐 샴페인은 고급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게 된 것이지요. 밀레짐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등장 최근까지도 샴페인은 기본이 논 빈티지고, 샹파뉴에선 특별히 작황이 좋은 해에만 밀레짐 샴페인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생산자들의 등장이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기존과는 다르게 매해 논 빈티지가 아닌 빈티지 샴페인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생겨난 것이지요. 밀레짐 샴페인이 무조건 ‘작황이 좋은 해에 특별히 만들어지는 샴페인’이라기보단 하나의 양조 스타일에 따른 결과물로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들이 등장합니다. 샴페인 중에는 간혹 단일 해에 수확한 포도로 제조했지만, 라벨에 밀레짐(생산 연도)이 적혀있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AOC 규정 때문입니다. AOC 규정상 샴페인에 밀레짐을 붙이려면 2차 병 숙성을 36개월 이상 해야 합니다. 단일 해의 수확한 포도로 양조하더라도, 2차 숙성 기간이 36개월 미만이라면 그 샴페인에는 밀레짐을 붙이지 못합니다. 두 샴페인 모두 단일 해의 포도를 사용했음에도 2차 숙성기간이 36개월을 넘겼는지에 따라 밀레짐이 적혀있기도 하고(왼쪽) 적혀 있지 않기도 하다.(오른쪽) 후자의 경우 백 라벨에 수확 연도(Une annee)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라벨에는 밀레짐이 없다. 여기에 더 나아가 단일 해에 수확한 포도를 제조했고, 36개월 이상 숙성을 마쳤더라도 라벨에 밀레짐을 붙이지 않고 출시하는 샴페인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와인 생산자가 ‘밀레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지 않다면 따로 표기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처럼 라벨에는 와인 생산자들이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정보들이 담겨있습니다. 밀레짐 샴페인이 작황이 좋은 해의 포도가 아닌 매해의 포도로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오랜 숙성을 거쳐 출시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특별한 의미가 있지요. 다만 샴페인의 밀레짐이나 빈티지가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고 나만의 취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밀레짐 샴페인의 매력은 작황에 따라 달라지는 맛... ‘이 빈티지는 어떤 맛일까’ 기존과 다르게 매해 논 빈티지가 아닌 밀레짐, 빈티지 샴페인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생산자들에게는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매년 달라지는 포도 작황이 샴페인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매해 밀레짐, 빈티지 샴페인을 생산하는 와인메이커 중 한 곳인 엠마뉴엘 브로셰(Emmanuel Brochet)의 샴페인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각자 와인에 대한 기대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자주 마시던 와인을 개봉하며, 항상 본인이 마셨던 그 맛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 빈티지는 어떤 맛을 보여줄까?’ 하며 새로움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 후자에 가깝겠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맛을 보여주는 생산자들의 샴페인보다는 빈티지마다 다른 맛을 보여주는 생산자들의 샴페인을 더 기대하게 됩니다. 올해 수확된 포도를 보며 이들이 3, 4년 후 우리에게 또 어떤 맛으로 찾아와 줄지 기대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빈티지 샴페인을 더 매력적으로 즐길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좋아하는 생산자의 샴페인은 한 번에 여러 병 구입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샴페인을 1년에 한 병씩 열어보는 겁니다. 같은 생산 연도를 가진 샴페인이더라도 재작년, 작년, 지금 매년 조금씩 맛이 변화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다른 빈티지’라는 변수까지 더 한다면 한 생산자의 샴페인만으로도 우리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김민정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브로캬 피에르(Brocard pierre). 샹빠뉴 남단의 꼬뜨드 바 지역에 주목받는 생산자입니다. 꼬트드바 지역의 떼루아 특성을 살린 유니크한 샴페인을 생산합니다. 스테인리스 통에서 오래 숙성하고 토착 효모만을 사용해 외부 간섭을 최소화한 샴페인을 만들어 냅니다. 이 생산자의 콘트르 누아(Contrée Noire)와 뷸 드 블랑(Bulles de Blancs)을 특히 추천합니다. (데골쥬망, 도사쥬 등 2차 발효 이후의 이야기와 라벨에 담긴 정보 등은 다음 양조 2편에서 계속) 디자인 : 안준석
‘신의 물방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와인은 2022년 국내 와인 수입액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보다 수입량이 다소 감소했다는 걸 감안하면 고급 와인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국내 와인 시장이 과거보다 성숙되고 취향이 고급화된 거죠. 괜찮은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5만 원은 훌쩍 넘어버릴 때가 많은데 이렇게 좋은 와인, 잘 모르고 마시면 아깝지 않을까요? 우리가 잘 몰랐던 와인의 세계, 제대로 즐기려면, 어떤 음식이 어울리는지,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 현지 소식 등을 두루 담은 〈와인의 슾〉을 준비했습니다. 와인수입사 루미노 김민정 대표, 프랑스 10대 와인바 출신인 리우디 곽태경 대표, 프랑스 요리를 전공한 두쓰멍 김도영 대표, 프랑스에서 와인 유튜브 ‘프랑스와요’를 운영하는 김규학 대표까지 4명의 와인 전문가들이 매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축하할 일, 기쁜 일이 생길 때 떠오르는 음료가 있습니다. ‘펑’ 소리와 함께 마개가 열리는 순간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것. 잔에 따르고 마시는 순간, 입안을 간지럽히는 촉감으로 무거웠던 일상을 잠시나마 가볍게 만들어 주는 이것. 오늘의 주인공 ‘샴페인’입니다. 터트리고 버려지는 가벼운 이미지와 달리 샴페인이 우리의 식탁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샴페인에는 우리가 모르는 매력이 숨어있습니다. 흔히들 샴페인을 ‘축하주’ 혹은 식전에 분위기를 돋우는 용도의 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샴페인은 음식들과 함께 마실 때 가장 빛을 발하는 와인입니다. 스틸 와인은 가지지 못하는 버블(Bubble)감이 무궁무진한 마리아주(marriage)의 가능성을 펼쳐주기 때문입니다. 샴페인과 크레망의 차이를 아시나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 매력적인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샴페인’ 용어 정리부터 해볼까요? 샴페인은 프랑스의 지명 ‘샹빠뉴’를 의미합니다. 수도인 파리의 북동부에 위치한 이 ‘샹빠뉴’ 지역에서 프랑스의 AOC* 규정에 따라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을 ‘샹빠뉴’라고 합니다. ‘샴페인’이라는 이름은 AOC를 적용받고 있으므로 프랑스 샹빠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샴페인’이라고 부르지만, 프랑스식 발음은 ‘샹빠뉴’가 됩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샹빠뉴’라고 부르는 편이 좋겠지요. *AOC: Appellation d'Originale Contrôlée의 약자로 프랑스의 원산지 품질 인증 제도를 의미함. 이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었다는 사실을 인증하고 관리하는 제도. *스파클링 와인: 기포, 탄산이 있는 와인 프랑스 샹빠뉴 지역 풍경 물론 샹빠뉴가 아닌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도 ‘스파클링 와인’을 만듭니다. 그중에서 8개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들은 ‘크레망’(Cremant)이라 불립니다. 이들도 프랑스의 AOC 정책에 따른 각기 나름의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자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크레망 드 알자스’(cremant D’alsace),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크레망 드 부르고뉴’(Cremant de Bourgogne), 루아르 지역의 ‘크레망 드 루아르’(Cremant de L’oir)가 있지요. ‘샹빠뉴’와 ‘크레망’의 대표적 생산지 8곳을 제외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들은 프랑스에서 ‘뱅 무슈’(vin mousseux)라 부릅니다. ‘크레망’도 ‘샹빠뉴’와 동일한 전통 방식의 양조(釀造)*를 합니다. 그러나 양조 방식이 같더라도 부르고뉴 지역을 제외하곤, 산지에 따라 서로 다른 품종을 블렌딩*하기 때문에 ‘샴페인’과는 다른 맛과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레망’ 중에서도 ‘크레망 드 알자스’(cremant D’alsace), 즉 알자스 지역의 크레망은 생산량이 가장 많습니다. 샴페인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샴페인의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흔히들 ‘샴페인’과 ‘크레망’을 지역, 와인 품종의 차이와 더불어 기압의 차이로 많이 설명하기도 합니다. ‘샴페인’의 기압이 일반적으로 ‘크레망’ 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압의 차이로 구분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샹뺘뉴’ 지역에서 다양한 기압을 가진 ‘샴페인’을 만들어 내고 있고, ‘크레망’의 경우에도 기압을 약하게 양조하지 않는 곳이 생겨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하게 변주된 ‘샴페인’, ‘크레망’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기압의 차이로 특징을 가려내긴 어려워졌습니다. *양조: 술을 만드는 과정 *블렌딩: 서로 다른 품종의 와인을 조합하는 것 한때 바다였던 ‘샹빠뉴’... 샹빠뉴만의 기후와 토양이 지금의 샴페인을 탄생시키다 와인은 주재료인 포도의 품종, 그리고 포도가 자라난 지역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럼 ‘샴페인’의 생산지인 ‘샹빠뉴’는 어떤 지역일까요? 우선 샹빠뉴는 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어, 파리에서 가장 가까운 와인 산지입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은 파리로 여행을 갔을 때, 당일치기로 가볍게 기차를 타고 상빠뉴의 중심 도시인 랭스를 다녀올 수 있습니다. ‘샹빠뉴’는 프랑스의 와인 산지 중에서 가장 위도가 높은 곳이다 보니 연평균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낮습니다. ‘샹빠뉴’ 지역의 서늘한 기후는 이곳 만의 산미가 뚜렷한 샴페인을 탄생시킵니다. 물론 낮은 기온 탓에 찾아오는 봄 시기 서리와 냉해는 포도 농가와 와인 생산자들에겐 고민을 안겨줍니다. 이 시기에 찾아오는 서리와 냉해는 그 해의 포도의 질과 생산량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하실에 위치한 까브 및 토양에 남겨진 해양 화석들을 발굴해 전시한 모습 / 출처 : 김민정 7천만 년 전, ‘샹빠뉴’ 지역은 바다였습니다. 오랜 시간 지층 활동을 통해서 생겨난 이곳의 토양 속에는 해양 침전물들이 남아있습니다. 땅을 파다 보면 해양 화석이나 조개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곳만의 석회질 토양은 배수가 잘 되는 특징이 있어 와인 나무가 3m 이상 깊게 뿌리를 내립니다. 또 그리 단단하지 않아 쉽게 땅을 팔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샹빠뉴’의 와이너리들 중 지하에 굴을 파서 까브(Cave, 창고)를 만들어 와인을 보관하거나 숙성하는 곳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샹빠뉴’에서는 AOC 규정에 따라 샴페인을 제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포도 품종으로 7가지가 있습니다. ① 샤도네이(chardonny) ② 피노누아(pinot noir) ③ 피노무니예(pinot Meunier) ④ 피노블랑(pinot blance) ⑤ 쁘띠메슬리에(petit Mesier) ⑥ 피노그리(Pinot Gris) ⑦ 아르반(Arbanne). 이 중 샴페인을 만드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품종은 샤도네이, 피노누아, 피노무니예가 있습니다. 피노무니예와 피노블랑은 주로 다른 품종과 블렌딩을 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피노무니예’나 ‘피노블랑’ 하나의 품종으로만 샴페인을 만드는 방식이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샹빠뉴’ 지역의 차세대 와인메이커들이 새로운 양조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샴페인’의 다양성은 점점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샹빠뉴의 다섯 개 지역 ‘샹빠뉴’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지역일 것입니다. ‘샹빠뉴’에는 부르고뉴처럼 여러 와인 산지가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중 대표적으로 꼽는 다섯 개의 지역이 있습니다. ‘샹빠뉴’의 중점 도시인 랭스 시내를 중심으로 한 1) ‘몽따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그 밑에 위치한 2) ‘발레 드 라 마른’(Vallee de la Marne), 3)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e), 4) ‘꼬뜨 드 세잔’ (Cote de Sezanne), 그리고 ‘샹빠뉴’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5) ‘꼬뜨 데 바’ (Cote des Bar)입니다. 각 지역마다 지형, 토양이 달라 생산되는 품종이 다르고, 생산되는 샴페인의 스타일도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 그랑크뤼 마을이 가장 많은 지역 ‘몽타뉴 드 랭스’ ‘몽타뉴 드 랭스’ 지역은 주로 피노누아를 재배합니다. 물론 같은 피노누아 품종이라 할지라도 밭의 위치나 경사면의 방향에 따라 포도의 맛은 달라집니다. 밭의 경사면이 북향을 바라보는가, 남향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일조량이 달라지고, 이것이 수확된 포도의 산미와 당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포도밭 옆에 숲이 가까이 있는지도 영향을 줍니다. 숲이 가까이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해당 밭은 더 서늘해져, 차갑고 서늘한 느낌을 주는 산도를 지닌 샴페인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생산자들을 각기 다른 밭의 특징에 따라 포도들을 따로 수확한 후,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블렌딩을 하거나 혹은 밭의 특징을 살려 ‘밭의 이름’을 붙인 ‘샴페인’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론 블렌딩이 많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밭의 개성이 담긴 ‘샴페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몽타뉴 드 랭스’는 최상위 등급인 그랑크뤼* 마을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샹빠뉴’ 전체의 17개의 그랑크뤼 마을 중 9개의 그랑크뤼 마을이 바로 이 지역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베르지‘(Verzy), ‘부지’(Bouzy), ‘앙보네’(Ambonnay) 마을이 유명하니, 기억해 두세요. *그랑크뤼: ‘샹빠뉴’의 역사적 배경에 의해서 ‘샹빠뉴’는 ‘부르고뉴’와 달리 마을 단위로 등급이 정해진다. ‘몽타뉴 드 랭스’에는 유명한 생산자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제롬 프레보(Jérôme Prévost)’, ‘티모떼 스트로벨(Timothée Stroebel)’, ‘엠마뉴엘 브로쉐(Emmanuel Brochet)’, ‘프레드릭사바(FRÉDÉRIC SAVART)’가 있습니다. 이 생산자들의 와인 중에서도 특히 ‘피노누아’와 ‘피노무니예’ 품종으로 만든 ‘샴페인’이 유명합니다. - 피노무니예를 많이 생산하는 ‘발레 드 라 마른’ ‘발레 드 라 마른’은 ‘마른’(Marne) 강의 줄기를 따라 가로로 길게 펼쳐져 있는 지형이 특징입니다. 이 지역에선 ‘피노무니예’ 품종을 60% 이상 재배하고, 나머지로 ‘피노누아’, ‘샤도네이’를 재배하지만 10% 미만으로 재배 규모가 작습니다. ‘발레 드 라 마른’ 지역에는 2개의 그랑크뤼 마을이 있습니다. 그중에 아이(Aÿ) 마을을 기억해 두세요. 발레드라만 지역에는 제가 사랑하고, ‘비오디나미’(Biodynamie)* 철학과 농법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오귀스탕’(Marc Augustin)이 있습니다. 비오디나미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어려움과 노고가 요구됩니다. 그럼에도 비오디나믹 방식을 고집하며, 자신의 신념을 샴페인에 구현해 내는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다음 시리즈에서 들려드리겠습니다. *비오디나미: 친환경 농법을 중요시하는 철학과 정신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때 화학적인 작용에 의지하지 않고 유기농 방식을 따른다는 특징이 있다. - 샤도네이 100% 블랑 드 블랑의 마을 ‘꼬드 데 블랑’ ‘꼬뜨 데 블랑’ 지역은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샤도네이’ 재배 비중이 96%로, 거의 대부분의 밭에서 샤도네이를 재배합니다. ‘샤도네이’ 품종 100%로 만들어진 샴페인을 가리키는 ‘블랑 드 블랑’(blance de blance) 샴페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 지역이 익숙할 것입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은 이곳의 기후와 토양을 반영해 우아한 밸런스의 산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샴페인 마니아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는 6개의 그랑크뤼 마을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아비즈’(avize) 마을과 ‘르 메닐 쉬르 오제’(Le mesnil sur oger)를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아비즈 마을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게 배경에는 ‘자크 샐로즈’(Domaine Jacque selosse)가 있습니다. 제가 샴페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바로 이 ‘자크 샐로즈’의 샴페인입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애호가들이 이 샴페인을 찾으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한국에선 이 샴페인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샹빠뉴’ 지역을 여행하시다 보면 운이 좋게 이 샴페인을 식당 리스트에서 발견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생산량은 매우 적지만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와인메이커들이 있습니다. 1년에 500~600병 남짓밖에 생산되지 않지만 전 세계 애호가들이 찾는 상황인 것이지요. 그래서 현명한 애호가들은 이미 이름이 알려진 생산자들보다도 곧 스타로 떠오를 생산자들을 찾습니다. 실제로 ‘꼬드 드 블랑’에는 쟈크 샐로즈외에도 ‘율리스 꼴랭’(Ulysse Collin), 에띠앙 깔작(Etienne Calsac)과 같은 유명한 생산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샴페인도 생산량이 작아 만나기 쉽지 않으니, 혹시 와인 리스트에서 만나게 된다면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 ‘샹빠뉴’ 최남단에 위치한 와인 생산지, ‘꼬드 데 바’ ‘꼬뜨 데 바’는 앞의 세 지역과 달리 ‘샹빠뉴’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죠. 거리로 따지면 ‘부르고뉴’의 ‘샤블리’와 더 가깝습니다. 키르메지안 토양을 설명하는 와인 메이커의 모습 / 출처 : 김민정 이 지역의 주된 특징은 바로 토양입니다. 이곳의 토양은 ‘부르고뉴’의 ‘샤블리’와 유사하게 토양 속에 작은 조개, 굴 껍데기 등이 많이 섞여있고 석회암, 이회암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를 키메르지안(Kimmeridgian) 토양이라 합니다. 그러니 ‘꼬뜨드 바’에서 생산된 와인은 ‘샹빠뉴’ 보다는 ‘부르고뉴, 샤블리’의 특징을 더 많이 보입니다. 다만 ‘샤도네이’를 주로 재배하는 ‘샤블리’와는 달리 동일한 키메르지안 토양임에도 이곳에선 ‘피노누아’와 ‘피노무이예’를 주로 재배합니다. 또 ‘꼬뜨 데바’에는 자연의 숲이나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한 포도밭들이 유명합니다. 이 지역에는 그랑크뤼 마을은 없습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신예 생산자들이 많이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중에 ‘부에뜨 소오베’(Vouette & Sorbee)와 ‘피에르 제르베’(Pierre Gerbais)가 있습니다. ‘피에르 제르베’의 뀌베 중 ‘피노블랑’으로만 만든 샴페인이 있습니다. ‘피노블랑’ 품종은 예전에는 블렌딩으로만 쓰이던 품종이었는데, 최근에 그 경향이 달라진 것이지요. 이 샴페인을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김민정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