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가 공인 자격증 취득, 프랑스 10대 와인바 헤드 소믈리에 출신, 현 와인바 리우디 대표, 유튜브 비노이스타 채널 운영.
샤르도네 품종의 특성은 샤르도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와인 포도 품종 중 하나입니다.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셨겠지만 일반적인 샤르도네의 특성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편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샤르도네가 향의 풍미와 인텐시티가 강한 품종으로 인식하고 계실 겁니다. 보통 오크통에서 숙성된 와인을 주로 경험했을 거라서 그렇게 느낄 수 있는데, 사실 샤르도네는 향의 인텐시티는 강하지 않은 중성적인 품종으로 생각하면 좋습니다. 보통 풍성한 향을 대부분 원하는데 왜 중성적인 샤르도네를 썼느냐 라고 묻는다면 샤르도네만큼 산도, 볼륨 등 구조감이 뛰어나고 밸런스가 좋게 표현되는 품종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그렇기에 오크통 숙성을 통해 조금 더 향의 장점을 많이 살리는 양조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향의 인텐시티가 태생적으로 강한 품종들은 오크통 숙성을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샤블리 와인에 대해 알아보자 샤르도네 최고의 생산지로 꼽는 곳이 부르고뉴일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샤블리는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 생산지 중 하나입니다. 샤블리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보통 샤블리는 새 오크통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추운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풍미가 보통 샤르도네에 비해서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새 오크통을 사용하면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릴 수 있어서입니다. 샤블리에서 그런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와인의 본연의 모습보다 오크의 영향으로 오크 향이 지배적인 와인을 프랑스에서는 ‘화장한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샤블리에 대해 "어? 그거 굴이랑 잘 어울리는 와인 아니야!?"라고 하는 분이 분명히 계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 기후가 더워지고 있기도 하고 와인이 점점 샤프한 느낌보다는 동그랗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굴과 어울린다는 말은 더 이상 맞지 않을 거 같습니다. 키메르지안이라는 굴 껍데기, 조개껍질 등이 박혀있는 석회암의 영향으로 짭조름한 느낌은 여전히 가지고 오기 때문에 생굴보다는 찜이나 크림에 조리한 굴이 요즘 샤블리 특성에 즐겁게 매칭될 수 있을 겁니다. 부르고뉴 샤르도네는 어디에? 부르고뉴에는 샤블리 외에도 여러 곳의 샤르도네 생산지가 있습니다. 퓔리니 몽라쉐, 샤샤뉴 몽라쉐, 뫼르소가 대표적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샤르도네가 나오는 이 지역들에서 퓔리니 몽라쉐가 가장 강건하고 힘있게 표현되는 와인, 샤샤뉴 몽라쉐 와인들은 조금 더 산도가 표현이 되며 뫼르소 와인들은 가장 볼륨 있게 만들어진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뫼르소 와인의 특성이 가장 확실하고 퓔리니 몽라쉐나 샤샤뉴 몽라쉐는 붙어 있는 지역이라 하나의 밭을 나누어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밭의 위치를 고려하면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퓔리니 몽라쉐와 샤샤뉴 몽라쉐는 그랑크뤼라는 최고 등급의 밭들을 가진 지역이고 뫼르소는 그랑크뤼 등급의 밭은 없지만 웬만한 그랑크뤼보다도 비싸게 팔리는 와인도 존재합니다. 이들 지역은 샤블리에 비해서 훨씬 남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더 잘 익고, 힘 있으며 과실향이나 풍미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새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켜 향이나 인텐시티를 올려주어 더욱 더 다채로운 와인을 만들어 냅니다. 석회의 미네랄 느낌이 가장 강하게 나는 지역들이라 석회 + 오크통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는 참기름 향이 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오크통을 사용한 와인들은 날생선과 같은 오크의 풍미와 만나면 비릴 수 있는 경우는 피하는 게 좋으며 일반적으로는 프라이팬에 구운 관자 요리나, 버터에 구운 생선 요리, 가금류 등과 같은 섬세하지만 풍미를 지니고 있는 음식들과 매칭시키면 즐겁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나라의 샤르도네는? 프랑스 외에도 샤르도네는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흔히 국제 품종이라 불리는 최우선 조건이 어디에서도 잘 자라야 한다는 것인데 샤르도네를 재배하는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미국, 호주, 이탈리아, 칠레, 뉴질랜드 등 많은 곳에서 좋은 질의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서늘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샤블리처럼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는 생산자가 많음) 대부분인 반면 다른 나라들은 날씨가 더운 곳들이라 향의 풍미와 볼륨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새 오크통을 사용하는 비율도 더 높아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향의 풍미가 올라가는 건 좋긴 하지만 퓔리니 몽라쉐, 샤샤뉴 몽라쉐, 뫼르소 등의 프랑스(유럽) 와인들처럼 섬세함을 지닌 와인이 만들어지는 게 쉽지가 않기 때문에 가끔 신대륙의 샤르도네를 너무 무겁고 느끼하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셔본 후 판단하여 와인을 고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대륙의 샤르도네들에서는 섬세함 내지는 볼륨과 산도와의 밸런스가 정말 뛰어난 와인들을 보기 어려운데 요즘 뉴질랜드 북섬의 샤르도네 와인들은 유럽 와인들에 비견할 정도로 충분히 좋은 퀄리티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품종이라고 하더라도 기후나 생산자 등의 이유로 와인의 특성이 천차만별입니다. 다들 이런 부분들을 이해하시고 상황에 맞는 즐거운 와인생활하시길 바랍니다. 곽태경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본래 굉장히 샤프한 느낌의 와인을 만드는 곳이었으나 요즘 기후로 인해 동그랗게 표현이 되어서 풍미가 좋아진 와인! 샤블리의 좋은 첫 경험을 하고 싶다면 마셔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디자인: 안준석
자신의 취향을 잘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소믈리에로 일하다 보면 꼭 와인을 알아야만 와인바를 올 수 있다는 선입견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삼겹살 먹으러 갈 때 돼지가 어떻게 키워지고 도축이 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냥 같이 나오는 김치가 맛있는지 후식으로 볶음밥이 맛난 지가 더 중요한데 말입니다. 일단 와인이 다른 나라의 술이고 그러다 보니 괜히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 삼겹살을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식음료를 즐길 때 그것에 대해 잘 모르고 즐기는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우선 본인의 와인 취향을 아는 게 아무래도 좋겠지요. 한 번씩은 마트나 백화점에서 혹은 로드샵에서 어떻게든 구매하고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경험이 몇 번 되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왜냐면 와인바에는 소믈리에가 있으니까요. 전에 마셔봤던 와인을 설명한다든지 사진 찍어둔 것을 보여준다든지 등의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하면 소믈리에가 비슷한 것을 드릴지, 혹은 완전 다른 성격의 와인으로 즐거움을 드릴지 질문을 해올 것입니다. 아예 경험이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요. 업장 방문 자체가 와인을 처음 접하는 자리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소통을 충분히 하는 게 좋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과일이라든지, 음료의 성격이든 부끄러워할 필요 없이 전문인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에 맞는 추천을 받는 것이 그 자리에 간 의미를 조금 더 올리는 데 도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기도 등심, 안심부터 취향에 따라 많은 부위를 고를 수 있을 텐데 그것에 대한 정보가 없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그냥 ‘전 쫄깃한 부위 좋아해요’ ‘전 부드러운 고기를 좋아해요’ 등의 작은 정보로도 판매자들은 더 나은 부위를 제시할 수 있을 테니 와인을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제대로 된 전문인이 있는 업장을 방문하여 많이 괴롭히는 걸 추천드립니다. 자신의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앞서 설명드린 내용은 와인바, 내지는 레스토랑의 경우였다고 한다면 이번엔 와인 샵을 갔을 때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또한 맥락은 같지만 와인 샵을 가서 와인을 사는 경우는 보통 어떤 음식과 매칭을 시키거나 파티를 하려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준비하려는 음식들에 맞춰서 와인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할 텐데요. 각 요리에 어떤 와인들이 어울리는지를 알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정보를 쉽사리 알기가 어렵지요. 게다가 책에서 나온 내용대로 따라 하더라도 이게 또 맞아떨어지란 법은 사실 없기도 합니다. 가장 많이들 아는 정보가 화이트는 생선, 레드는 붉은 육류와 매칭시키라고 하지만 생선이나 육류, 와인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참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같은 지역의 와인과 음식을 고르면, 아무래도 그 지역에서 주로 먹는 음식과 와인을 매칭시키려고 긴 시간 동안 노력하며 만들어 왔기 때문에 중간 이상은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왜 중간 이상이야? 완벽하지 않고?’라고 한다면 같은 김치찌개를 끓여도 그 맛이 조금씩 다르듯이 같은 지역 와인도 집마다 다르고, 음식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준비하려는 음식 종류, 다양함 등을 고려해서 스파클링, 화이트, 로제, 레드 등을 추천받아보세요. (단 이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샵에서 구매를 해야 와인들을 올바르게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선물할 때는 상대방에 맞춰서 와인을 구매하는 유형 중에 또 많은 게 선물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입니다. ‘아.. 제가 교수님에게 와인을 선물하려고 하는데요…’라고 말씀을 시작하면 저는 그 교수님(상대방)이 주로 드시는 주종과 즐겨하는 음식들을 여쭤봅니다. 보통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것 주세요.’ ‘10만 원대로 준비해 주세요.’ 등으로 크게 정해진 것이 없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받는 사람을 고려해 보았을 때 와인을 정말 잘 알고 즐기는 분이라면 보통 와인으로는 만족 못 할 것이고, 또 모르는 분들에게도 무턱대고 ‘이거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와인입니다!’라고 드려도 큰 임팩트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물을 줄 때는 상대방의 성향, 가장 쓰임새가 많은 걸 주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와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제가 상대방이 주로 즐기는 주종과 음식을 물어본 이유는 평소의 생활패턴에 맞춰서 준비해 드리는 게 가장 좋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평소 와인을 자주 즐기는 분들은 더욱 더 애정하는 지역과 품종이 있을 거고, 당연히 선물로 받으면 더 좋겠지요. 또 상대방이 너무 와인을 잘 아는 거 같아서 큰 금액을 써야 할 거 같은 부담감이 드는 경우에는 차라리 보통 즐기는 음식에 맞춰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평소에 즐겨보지 않았을 와인으로 선택한다면 그것 또한 받는 분이 꽤나 만족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상대방)이 평소에 회를 자주 드시는 거 같던데 회랑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추천받아 왔습니다. 맘에 드시면 좋겠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아 이 사람은 나에 대해 잘 파악하고 맞는 와인 선물을 해주었구나!’라는 생각에 좀 더 기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곽태경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
식전주는 왜 가장 먼저 마실까? 식전주는 말 그대로 식사 전에 즐기는 술을 의미하는데요, 와인으로서는 가장 흔하면서 고전적인 경우 스파클링, 샴페인이 될 것입니다. 탄산과 산도가 있는 음료는 음식과 매칭에서도 가장 무난하다고 말할 정도로 식사를 즐기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마치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의 영원한 친구, 콜라와 사이다처럼 말이죠. 일단 스파클링과 샴페인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대로 탄산과 산도가 있으며 약간의 쓴맛을 항상 지니고 있습니다. 탄산과 쓴맛은 혀의 감각을 깨우고, 산도는 침을 고이게 해 맛을 보기에 적합한 상태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식전주로 자주 사용됩니다. 식전주의 가장 보편적인 목적은 식사에 앞서 음식을 조금 더 즐겁게 먹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외에 드라이 쉐리 역시 좋은 선택입니다. 영국 황실에서도 식전주로 자주 즐겼을 정도로 식전주 역할에 충실한 와인입니다. 쉐리는 스페인에서 만들어지는데, 생산 지역 자체가 해안가 주변이라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해풍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효모 장막인데, 이것은 쉐리가 오크 숙성하는 동안 이루어져 와인에 영향을 미치며 염분과 효모 특유의 고소하고 씁쓸한 느낌을 주어 입맛을 돋우는 데 굉장히 용이한 와인이 됩니다. 와인 이외에 식전주로 즐기는 것들엔 달지 않은 칵테일이나 드라이한 진처럼 풍미가 깔끔한 주종들도 인기가 있습니다. 남쪽 지역에서는 RICARD라는 대표적인 파스티스 술이 있는데, 이 지역의 와인을 얼음물에 섞어서 마시기도 합니다. 매력적인 아니스의 향과 투명하던 술이 물이 닿아 뿌옇게 되는 재미도 볼 수 있고, 산도는 거의 없지만 특유의 볼륨과 향신료의 향으로 식전주로서 사랑을 충분히 받는 술입니다. RICARD 와인은 스파클링, 화이트, 로제, 레드 순서로? 보통 와인은 스파클링과 샴페인을 제일 먼저 먹는 게 보통이며 그다음 화이트, 로제, 레드 순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체로 맞는 방법입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소믈리에로 일할 당시에도 유명 와이너리(1855등급 보르도 샤또)에 방문하면 손님과 꼭 샴페인, 화이트, 레드, 디저트 순으로 와인을 즐기고 싶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순서대로 마셔야만 식음료를 잘 즐길 수 있다는 개념은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요즘에는 지금 상황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것이 더 현명할 것입니다. 보편적인 순서에 틀을 깨는 와인들은 꼭 존재하는데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극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쥐라라는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와인 중 오크 숙성을 3년 이상 하고 우이에(오크 숙성하는 동안 산화 방지로 와인을 채워 넣는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 산화 뉘앙스를 일부로 가지고 나오는 스타일의 화이트들이 있습니다. 보통 레드가 화이트보다 더 리치하고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이트보다 레드를 뒤로 빼는 경우가 많은데, 앞서 말씀드린 스타일의 화이트(쥐라 와인)는 향의 강도나 풍미가 강하기 때문에 이 와인 이후 다른 와인들을 즐긴다면 온전한 모습을 느끼기에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보통 이야기하는 공식적인 순서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번외가 존재하기 때문에 와인들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 후 결정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겁니다. 낮은 도수에서 높은 도수로! 보통 와인 도수에 따라 풍미와 음료의 힘이 좌지우지되므로 도수가 낮은 것에서 높은 것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무래도 와인은 포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해를 많이 받은 빈티지의 포도로 만든 와인은 당연히 더 높은 당도와 알코올을 가질 수 있고 이로 인해서 풍미가 더 좋아지게 됩니다. 와인은 향의 강도나 리치함만이 아니라 복합미에 대해서도 언급하게 되는데요, 이 부분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복합미가 있다는 것은 음료가 보여주는 모습이 더욱 다채롭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통 나이가 든 와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더 다양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도수가 높은 신대륙 와인과 구대륙 와인 중 순서를 정해야 하는 상황일 때, 신대륙 와인들은 구대륙 와인에 비해 해를 강하게 받아 잘 익을 수 있는 여건이지만 심플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구대륙 와인이 만약 지금 당장 보이는 모습이 조금 더 뛰어나다면 도수가 낮다고 할지라도 뒤에 두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입니다. 복잡한 느낌을 주는 음료를 마신 후 심플한 음료를 마시게 되면 아무래도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추운 곳에서 만들어진 구대륙 와인이나 와인 자체의 풍미가 너무 약한 와인일 경우는 예외이니 이 부분도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마무리로 즐거운 와인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순서를 정해 즐겁게 와인을 마실 때, 풍미와 복합미가 뛰어난 와인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도 있겠지만 또 새콤달콤한 스위트 와인도 빼놓을 수가 없을 겁니다. 일단 스위트 와인은 산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너무 달기만 하고 산도가 없다면 균형이 맞지 않아 많이 마시기 어려울 테니까요. 저희가 꿀물을 여러 잔 마시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가장 산도가 잘 표현된 스위트 와인이 만들어지는 나라는 독일이나 프랑스 알자스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 와인으로 마무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스위트 와인도 종류가 많으니 한 번 짚어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스위트 와인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들이 레이트 하비스트(늦은 수확)와 아이스 와인 등일 겁니다. 가장 유명한 샤또 디켐처럼 쏘떼른 지역의 귀부 와인도 있을 수 있겠죠. 사실 레이트 하비스트를 제외한 다른 방법들은 산도를 온전히 지키기엔 어려운 방법들입니다. 아이스 와인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과육의 수분을 날려 상대적으로 달아진 포도를 사용하는데, 이 방법 도중 산도를 조금 잃게 되며, 쏘떼른 지역에서 보트리스라는 곰팡이로 인해 수분을 뺏겨가는 과정에서도 산도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쏘떼른에서 귀부 현상을 가지는 품종은 세미옹이란 품종으로 애초에 산도가 강한 품종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페널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산도를 조금 잃은 부분은 아쉬울 수 있지만 추운 지역이나 늦은 수확만으로 만들어지는 와인들에 비해 확실히 더 큰 풍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준비된 스위트 와인이 한 병이 아니라면 이 부분도 고려해 풍미가 크고 보여주는 모습이 큰 쪽의 와인을 뒤로 두는 것이 좋으실 겁니다. 이외에도 강화 주정 와인이 있는데, 포도를 증류시킨 투명한 브랜디를 발효 전, 중, 후에 넣어 만들어낸 와인을 의미합니다. 발효 후에 넣은 강화 주정 와인은 스위트가 아니므로 잠시 제쳐두고, 발효 과정 중에 브랜디를 넣어 만든 것은 자연스러운 양조 포도의 단맛을 지닙니다. 또 브랜디를 섞었기 때문에 미니멈 도수가 16도 이상이라 이것 또한 마무리로 굉장히 매력 있는 와인이라고 이야기해 볼 수 있겠습니다. 보통 강화 주정 와인으로는 포트, 쉐리, 프랑스에서 만들어지는 VDN(방 드 나튜렐) 등이 있는데, 도수와 당도가 높아 오랜 보관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 오래된 빈티지도 구할 기회들이 있으니 드셔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럼 즐거운 와인 생활 되시길 바랍니다. 곽태경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
와인도 하나의 음료다! 와인도 하나의 음료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와인을 일반 음료처럼 대하지 않습니다. 우유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우리는 상함을 감지하고 싱크대에 부어 버릴 겁니다. 하지만 와인의 경우, 올드 빈티지에 환상이 있는 일반인으로서는 당연히 오래됨으로 인해 음료가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관대한 나머지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음, 이게 와인이 나이가 들었을 때 오는 느낌이구나?’ 등의 자기 합리화로 넘어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예전 모 TV 프로그램에서 유명인이 고급와인 올드 빈티지를 딴 적이 있는데, 와인의 음료 레벨 (와인병에 음료가 담겨 있는 양)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지만 (산화가 되어 와인이 기화가 된 것을 의미) 인지하지 못하고 즐기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또 일반인들 사이 샴페인은 세워서 보관해 두면 나중에 더 맛있어진다는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는데, 코르크는 나무여서 세워서 말라버리면 그로 인해 산화가 일어나고 샴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버블이 날아가 버립니다. 이때의 산화 뉘앙스를 조금 더 맛있어졌다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인데, 이 또한 와인을 음료로 보지 못하는 것의 일례입니다. 콜라에 기포를 다 날린 후 마시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데 말이죠. 서론은 길었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합니다. 컨디션이 좋은 와인을 사야 한다!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와인 판매처도 중요하다! 와인도 하나의 음료기 때문에 음료가 가지고 있는 컨디션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음료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값어치를 하지 못하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돈을 날린 것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제대로 경험을 하지 못했음에도 ‘나 이거 먹어봤어!’와 같은 어리석은 말을 하는 경우는 없어야겠지요. 보통 사람들이 와인을 가장 처음으로 접하는 곳은 마트나 백화점일 겁니다. 그런데 방금 제가 샴페인에서 설명드린 대로 ‘마트나 백화점 와인들은 온도도 맞추지 않고 세워두던데, 그러면 마트, 백화점 와인은 다 산화된 거냐’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와인은 알코올이 있는 음료이고 어느 정도 급이 있는 와인이라면 (가격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버틸 힘이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빈티지가 오래된 것은 아니니 괜찮겠지만, 오랫동안 팔리지 않거나 내지는 올드 빈티지라면 구매하시기 전에 코르크 상태 (끓어서 코르크에 와인이 타고 올랐는지), 라벨 상태 (라벨의 잉크가 빠져있으면 햇빛을 봤을 가능성이 높음), 음료 레벨 (와인병의 음료의 양) 등을 체크해 보고 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경우는 마트나 백화점뿐만이 아니라 어느 와인샵에서도 똑같이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이니 꼭 사전에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판매처에서 다른 곳과 다르게 냉장으로 와인 보관을 한다든지, 와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처리(반품, 교환)가 원활하게 되는 곳을 고르는 게 당연히 좋겠지요. 대형 와인샵에서 구매한 와인이 부쇼네여서 반품요청을 했더니 이번은 바꿔주겠지만 한번 더 문제가 있을 시에는 반품이 안된다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는데, 참 안타까운 대처라고 생각합니다. 우유가 상한 경우 그런 답변은 나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와인 컨디션이나 와인을 고르는 데 있어 조금 더 신경 쓰는 업장이 와인의 컨디션 문제에 더 잘 대처하고, 깊은 정보에 대한 문의에도 잘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면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 와인을 사기 전 대부분 접하는 경로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 마트의 장터 리스트 등 인터넷에는 정보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오는데, 저도 손님에게 리스트를 받아 구매를 하러 간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정보 공유로 똑똑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너무 많은 분들의 의견이 들어가 있는 만큼 좋다 나쁘다의 의견이 분분하거나 정말 마니아들이 찾는 와인들이 소홀하게 여겨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주된 의견들은 늘 가격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물론 가격이 와인을 사는 데 중요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와인 초보 입장에서 그런 의견들을 보게 되면 와인 판단 기준이 본인의 기준이 아니게 됩니다. 실제 1만 원 더 비싸게 준 것에 노해 차로 왕복 30분 거리를 바꾸러 갔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맥주 4캔을 1만 원에 샀는데 조금 더 먼 다른 곳에서 6캔에 1만 원이라고 하면 반품하러 가실 건가요? 이처럼 본인의 판단기준이 없고 남들의 이야기에만 시선을 두다 보면 주관이 없어집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을 어릴 때 한 번씩 들어봤을 겁니다. 저도 어린 시절 판단 기준이 아직 서지 않았을 당시 남의 의견에만 휘둘리며 따라다닌 적이 많았습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와인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일수록 더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 또는 전문가의 조언으로부터 입문하는 게 훨씬 좋은 방법입니다. 아마추어 분들을 절대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13년 전에도 들었던 ‘피노누아는 디캔팅하는 것이 아니다’, ‘피노누아는 잔에서 흔들면 와인이 깨진다’ 등의 이야기를 아직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결론은 와인을 구매하는 데 있어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지를 판단하는 능력과 주관이 있어야 남들이 좋다고 하는 와인이 아닌 내가 지금 필요하고 즐기고 싶은 와인을 고를 수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대로 당연히 이 부분의 조언은 경험자, 또는 전문인의 의견이 좋겠지요. 자신의 입맛을 잘 알아야 한다! 또 와인을 고르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자신이 원하는 와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와인바 ‘리우디’에는 와인리스트가 없습니다. 원하시는 와인의 성격과 가격에 맞춰 추천드리고 있는데, 와인 경험이 없으신 분들이 어려워하실 때면 여태 드셨던 와인 중 마음에 드셨던 나라, 지역, 품종 등을 여쭤보고 그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드리기도 합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완전히 다른 것들을 보여드리며 흥미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서비스를 해드렸을 때 다행히도 다들 즐거워하셨는데, 이것은 손님들의 경험을 빌어 흥미가 있을 와인으로 준비를 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와인샵을 가 와인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자신이 경험했을 때 좋아했던 나라, 지역, 품종 하다못해 사진이라도 가지고 가 비슷한 것을 고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다른 것들도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언젠간 스스로 본인의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와인을 고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고급 와인, 남들에게 유명한 와인을 고르는 것보다도 본인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와인을 고를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갖추시어 즐거운 와인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곽태경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
와인은 잔과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 음료를 마시는 데 있어 온도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당연히 그에 맞는 잔도 중요하고요! 커피를 마실 때에도 차가울 때와 따뜻할 때 마시는 잔이 다르지요. 잔에 따라 음료의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온도에 따라 잔을 다르게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도는 어떤가요?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소주를 마실 때에도 우리는 차갑게 마시는 것을 선호합니다. 실제로 미지근해진 소주를 차가운 것으로 바꿔 달라 요구하기도 하지요. 이토록 우리는 어느 정도 경험을 해 본 음료라면 알게 모르게 잔과 온도를 그 음료에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고 전 세계 주류 중 가장 종류가 많은 와인은 어떻게 잔과 온도를 맞춰 즐겨야 할까요? 오늘은 ‘와인은 잔빨·온도빨이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와인은 ‘잔빨’이다? 전 세계의 와인잔 메이커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보통 샴페인, 화이트, 레드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보르도잔, 부르고뉴잔 등 세부적으로 나뉩니다. 이렇게 이름이 정해져 있는 와인잔들 중에서도 메이커마다 명칭이 조금씩 다르고 그에 따른 모양도 가지각색입니다. 소주잔, 맥주잔, 찻잔 등으로 규격이 나누어져 있지 않은 와인잔은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무엇이 지금 내가 즐기고자 하는 와인에 어울리는 잔인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가장 유명한 메이커의 와인잔을 선호하고 그것만이 최고의 잔인 듯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넓고 큰 잔을 모든 와인에 다 어울리는 듯 사용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과연 가장 유명하고 많이 팔린 게 뛰어난 와인잔이고 가장 큰 잔이 모든 와인을 어우를 수 있는 잔일까요? 제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르 쌍크’라는 3 스타 레스토랑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보르도 L’Univerre 란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시절이라 소믈리에와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때의 소믈리에가 유럽에서 손에 꼽는 실력의 젊은 소믈리에였습니다. 당시의 저는 화이트로 코쉬 듀리(Coche Dury)의 필리니 몽라쉐 '레 정세이네에'(Puligny Montrachet ‘Les Enseigneres’)를 시켰고, 저희가 받았던 잔은 쇼트즈위젤의 피에스타 부르고뉴잔이었습니다. 아마 위 와인에 대한 정보를 조금 아시는 분들은 ‘그 와인을 저렇게 저렴하고 작은 잔에 담는다고?’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코쉬 듀리의 와인은 고급 와인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잔 2개를 2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저렴한 잔인데, 이것을 파리 최고라고 불리는 3 스타 레스토랑에서 전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와인 중 하나를 서비스하는 데 사용했던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당연히 최고였고 너무 만족스러운 서비스였습니다. 한국에서는 고급와인은 무조건 넓고 큰 잔으로 마셔야 한다는 식의 생각이 팽배하지만, 꼭 그렇게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리우디’ 와인바도 사용하고 있는 잔의 종류만 10가지가 넘으며 ‘보르도’, ’부르고뉴’같은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와인 성격에 가장 적합한 잔을 사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잔 선택에 있어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와인의 풍미가 짙을수록 잔이 넓으면 좋고, 와인 향의 인텐시티가 강할수록 잔이 높으면 좋습니다. 이것을 잘 고려해 잔을 고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와인은 ‘온도빨’이다? 이번엔 온도입니다. 먼저 온도에 따른 음료의 변화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와인에 있어 온도를 올리는 이유는 크게 향을 조금 더 피우려는 용도인데요, 레드라면 타닌을 조금 부드럽게 하기 위함입니다. 반대로 온도를 낮추는 이유는 화이트의 경우 산도가 대부분 높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 자칫 강하게 칠 수 있는 산도를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이트는 늘 차갑게, 레드는 실온에’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마치 화이트는 생선, 레드는 붉은 육류 같은 느낌인 거죠. 대부분 맞는 말입니다. 저희가 매실차를 차갑게 마시는 이유와 같은 거죠. 매실차는 산도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갈수록 산도가 더 강하게 치고 올라오고,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도 이미 향의 인텐시티가 강하기 때문에 굳이 온도를 높일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와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종류가 많은 음료입니다. 이 상식 내지는 공식이 모든 와인에 적용이 될까요? 그럴 리가 없겠지요. 론 밸리(프랑스 동쪽 와인 생산 지역)에서 나오는 화이트 품종 같은 경우는 다른 일반 화이트 품종들과 달리 볼륨이 크고 산도가 강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향의 인텐시티조차 강하게 피어오르는 품종도 아니지요. 이런 성격의 품종에 앞서 저희가 알고 있는 공식을 적용한다면 향도 피어나지 않을 뿐더러 안 그래도 높지 않은 산도는 낮은 온도에 더욱 숨겨져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추운 지역에서 만들어진 레드 같은 경우 잘 익더라도 향의 풍미가 강하지 못해 리치하지 못하고 산도가 꽤 강하게 나오는 것이 특징인데, 이 경우 아까와 같은 상식에 따라 실온으로 마신다면 산도가 너무 튀고, 향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렵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게 와인! 앞서 말씀드린 부분들을 종합해 봐도 막상 지금 내가 마시는 와인은 어떤 잔과 온도가 최적일까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오는 게 사실입니다. 간단히 생각해 보면 전문적인 셰프가 구워주는 고기와 집에서 구워 먹는 고기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와인도 마찬가지고, 만들어진 상품이라고는 하나 잔과 온도에 따른 변화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어디 소믈리에가 잘한다던데?’라고 하면 그곳에 가서 맡기고 마시는 게 더 현명하긴 하겠지요. 앞서 설명드린 방법을 고려해 잔과 온도를 맞춰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렵긴 하나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와인의 맛을 보면 다른 음료에선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즐거움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더 나은 잔과 온도로 와인을 즐겨 한잔 한잔이 행복해지길 바라봅니다! 곽태경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
🍷 지식 디캔팅 · 상대적으로 저렴한 칠레 와인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 특정 지역이나 와이너리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자 · 와인은 사람, 음식, 분위기 등이 중요하다 누구나 그랬듯... 칠레 와인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와인바 대표로 와인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있지만 13년 전 저는 마산대 국제소믈리에 학과를 다니며 와인의 꿈을 키웠습니다. 마침 그때는 2011년이었고, 한창 국내에 칠레 와인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죠.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칠레에서 수입되던 와인 가격이 확 낮아지다 보니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와인 가운데서도 가격 경쟁력이 생긴 칠레 와인이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칠레 와인을 최고의 가성비 와인이라며 대기업들은 열심히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시 유명했던 대표적인 칠레 와인이 ‘몬테스 알파 M’, ‘알마비바(Almaviva)’ 등 입니다. 알마비바(Almaviva)는 대표적인 칠레 고급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 출처 : pinto wines 당시 칠레 와인이 주목받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칠레 와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대부분 프랑스 전통 보르도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 다수였습니다. 왜냐하면 칠레 와인이 보르도 와인과 비슷한 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을 쓰다 보니 보르도 와인과 비슷한 느낌이 난 거죠. 그런데 가격은 보르도 와인에 비해서 한참 저렴하니깐 칠레 와인을 안 마실 이유는 없었던 겁니다. 당시 저도 칠레 와인이 최고의 와인이라며 목 놓아 외치기도 했고, 모든 칠레 프리미엄 와인까지 직접 경험해 볼 정도로 칠레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칠레 와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왜? 졸업을 앞두고 와인 수입사 대표 하석환 소믈리에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지금은 프랑스 알프스 산맥 바로 밑에 위치한 사부아에서 와인을 직접 만들고 있죠. 하 대표는 프랑스 유학파 출신 중에서도 가장 큰 업적을 낸 소믈리에 중 한 사람이기에 그의 밑에서 와인을 배우기 위해 무작정 부산으로 넘어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자부심을 느끼며 와인을 배우던 시절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만든 와인 리스트를 펼쳐보게 됐는데 놀라서 얼어붙고 맙니다. 나름 와인 학과를 졸업해서 와인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 만든 지는 알겠는데 와이너리, 즉 생산자의 이름은 난생처음 보는 이들이었고 당연히 그 와인들의 성격을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죠.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그렇게 목 놓아 불렀던 칠레의 프리미엄 와인들은 단 하나도 그 리스트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소믈리에가 손꼽은 100여 가지 와인 리스트에 내가 그렇게 자부하던 칠레 와인이 없다는 게 너무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꼭 그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왜 칠레 와인이 리스트에 낄 수조차 없었는지 말이죠. 당시 월급을 모두 부어서 수개월간 그 와인들을 테이스팅 했고, 성격들을 파악하고,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기후에 따른 다양성, 생산자가 의도하는 바에 따른 다양성, 빈티지가 표현했던 한 해의 날씨에 따라서도 많은 다양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와인이란 음료는 전 세계 음료 중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고, 그 다양성만큼 손님에게 원초적으로는 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단 걸 깨달았습니다. 갇혀 있다면 그만큼 나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의 폭이 줄어든다는 것이겠죠. 오랜만에 다시 칠레 프리미엄 와인을 접하게 됐는데 이게 웬걸?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칠레 와인에서 느껴지던 감동은 또다시 찾아오지 않았고, 세계 최고의 와인은 칠레라 믿었던 저에겐 또 한 번의 충격이었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칠레 와인이란? 편견을 갖지 말자 저는 하석환 소믈리에의 권유로 프랑스로 유학길을 걷게 됐고, 프랑스 와인학교(CAFA Formation)에서 프랑스 국가 공인 자격증(mention complémentaire Sommelerie)을 따고, 보르도에 위치해 있는 프랑스 10대 와인바(와인 스펙테이터 선정) 중 하나인 L’univerre에서 헤드 소믈리에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비노이스타〉라는 와인 수입사와 같은 이름의 유튜브를 통해 와인을 알리며 〈리우디〉라는 작은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시 돌이켜 칠레 와인을 생각해 보면 칠레 와인은 처음의 그 감동도, 그 감동을 잃었던 실망감도 이제 없습니다. 와인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고 할까요? 저는 와인을 위해 프랑스를 찾아온 유학생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덕에 많은 와인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유학 생활 4년 중 첫 시작인 1년 반은 프랑스 음식 공부를 위해 레스토랑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계란과 밥만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 루아즈(Loire) 지역에 위치한 샤또 이본느(Chateau Yvonne)를 방문한 모습 / 출처 : 곽태경 하루에 계란도 1개 이상을 먹어 본 적이 없었죠. 그렇게 제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와인에 집중하였고, 어떠한 와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고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직접 와인을 경험해 보며 겪었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칠레 와인도 결국엔 전 세계 수많은 와인들 중 한 종류일 뿐! 분위기, 사람, 함께 곁들이는 음식에 따라서 언제든 와인에 대한 평가가 바뀔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었던 거죠. 이 글을 보고 있는 구독자 분들에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한 곳에 머물면 더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겁니다. 프랑스 와인이 최고! 이태리 와인이 최고! 칠레 와인이 최고! 와인에 13년이란 시간을 쏟아부은 한 소믈리에가 감히 말씀을 드린다면 어느 정도 퀄리티가 받쳐주는 와인이라면 (이것은 상대적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최고인 와인도 최악인 와인도 없습니다. 꼭 많이 경험하시고 선택의 폭을 넓히셔서 올바른 와인 생활 되시길 바랍니다! 곽태경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이달의 추천 와인은? - 이름 : Roc’ Ambulle - 가격 : 4만 원대 - 추천 이유 : 프랑스 남서쪽 프롱통(Fronton)이란 지역의 네그레뜨(Negrette)란 생소한 품종으로 만들어진 는 펫낫 (페티엉 나튜렐)입니다. 펫낫은 양조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기포를 남겼다는 뜻입니다. 살짝 당도가 있고 풍부한 과실향에 산도가 좋은 이 와인은 처음 접하면 생소할 수 있지만 새로운 와인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꼭 추천드립니다. 디자인 :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