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과 음식을 소개하고 즐기는 문화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비롯한 다양한 와인과 생산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멋진 음식과 연결지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현재 와인바 두쓰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노누아 좋아하세요? 고급 와인의 대명사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독보적인 우아함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하지만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매일 부르고뉴만 마실 수는 없으니 그럴 때 대안으로 선택하기 좋은 와인 산지로 보졸레 지역이 있습니다. 보졸레는 부르고뉴 남쪽 마코네 지역 아래 위치해 있는 곳으로 행정구역은 부르고뉴에 속하나 별개의 와인 산지입니다. 반대륙성 기후로 지중해와 가까워 영향을 받아 부르고뉴보다 따뜻한 편에 속합니다. 토양은 석회암이 포함된 편암, 화강암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어요. 보졸레는 갸메(Gamay) 품종의 최대 생산지입니다. 갸메는 피노누아와 가장 닮은 품종으로 알려져 있죠. 실제로 갸메는 고대 화이트 품종인 구에블랑을 피노누아와 혼합하여 만든 품종이라 맞는 말입니다. 피노누아처럼 껍질이 얇고 과육이 풍부해 풍미가 좋지만 비교적 숙성 잠재력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꽃향기와 스파이스 노트가 매력적인 시라(Syrah) 품종과 같은 스파이시한 캐릭터와, 부르고뉴의 피노누아처럼 딸기 같은 베리류 과실미를 풍성하게 느낄 수 있어서 갸메가 가진 장점에 한 번 매료되면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보졸레에서는 포도를 송이째 발효해 양조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이를 탄산침용(Carbonic Maceration) 양조법이라고 합니다. 탄닌이 적게 추출되고 송이째 발효되는 과정에서 특유의 달콤한 사탕향이 나는, 바로 마시기 좋은 와인이 탄생하죠. 이렇게 짧은 시간 숙성하여 바로 마실 수 있게 만들어 햇와인이라는 의미의 보졸레 누보로 출시하기도 하고 침용 시간을 더 늘리고 발효와 숙성을 거쳐 구조감을 가지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스타일의 갸메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보졸레 누보의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면서 내추럴 와인의 인기와 함께, 갸메는 테이블 와인으로 가볍게 소비하는 와인이라는 인식이 많이 자리잡혀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보졸레 생산자들이 떼루아에 중점을 두고 숙성 잠재력이 있는 와인을 생산해 내기 시작하면서 프리미엄 와인으로 보졸레 10cru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크랜베리, 딸기, 체리와 같은 풍성한 과실미와 다양하고 복합적인 허브 노트, 풍부한 탄닌감으로 10년 넘게 장기 숙성이 가능하고 숙성되면 부르고뉴 와인에 준하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어 가격도 높게 책정됩니다. 북쪽은 복합적이고 섬세한 스타일의 갸메를 만드는 마을 밭 단위의 10크뤼 밭으로 이루어져 있고 남쪽에서 주로 보졸레 빌라쥬급의 와인과 보졸레 누보를 생산합니다. 최상급 마을 단위 보졸레 10크뤼는 아래와 같습니다. 생따모르(Saint Amour) 줄리에나(Julienas) 쉐나(Chenas) 물랭아방(Moulin a Vent) 플뢰리(Fleurie) 시로블(Chiroubles) 모르공(Morgon) 레니에(Regnie) 꼬뜨 드 브루이(Cote de Brouilly) 브루이(Brouilly) 플뢰리(Fleurie)는 과일향과 꽃향기가 화려하며 선이 가늘고 섬세한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지고 브루이(Brouilly)는 10크뤼 중 가장 큰 크뤼로 샤도네이(Chadonnay), 알리고떼(Aligote) 등으로 갸메가 아닌 다른 와인의 생산을 허용하는 유일한 크뤼입니다. 모르공(Morgon)과 물랭아방(Moulin a Vent)은 최소 5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한 구조감이 단단한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데 모르공은 Cote du Py라는 특정 언덕에서 명생산자들이 자리 잡고 부드러운 질감과 특유의 흙향이 매력적이고 훌륭한 갸메를 생산합니다. 물랭아방은 오크 숙성을 통해 풍만하고 리치한 스타일의 갸메로 알려져 있는데요, 1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하고 숙성을 거치면 부르고뉴 와인에 못지않은 좋은 밸런스를 가진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빨리 마실 수 있는 가볍고 순수한 과실미가 편안한 스타일부터 복합적이고 다양한 향이 펼쳐지는 깊이 있는 스타일까지 폭넓게 찾아볼 수 있는 보졸레라는 와인 산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가벼운 샐러드부터 닭고기, 양고기 등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도 좋은 갸메, 마을 단위의 밭을 기억하고 있으면 와인바 리스트에서 부르고뉴 와인만큼 비싸지 않은 가격대로 그만큼의 만족감을 가져갈 수 있는 좋은 레드 와인을 고를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제 갸메는 피노누아의 대안으로 여겨지기보다 독보적인 캐릭터로 그 자체로 사랑받고 있지요. 그중 플뢰리(Fleurie)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 중 한 명을 소개하고 금주의 와인으로 추천합니다. Domaine de la Grand Cour라는 곳입니다. 10크뤼 중 가장 섬세하고 고운 스타일의 생산지인 플뢰리에서 예쁘고 화사한 갸메로 사랑을 받는 도멘입니다. 이 도멘을 이끄는 Jean Louis Dutraive는 보졸레에서 젊은 생산자에게 많은 귀감이 되어주며 끊임없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보졸레 내추럴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쥘 쇼베(Jules Chauvet)와 막셀 라피에르(Marcel Lapierre)로부터 영향을 받고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포도로 양조를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도영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Le Clos Cuvee Vieilles Vignes 2019 수령이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재배한 갸메를 8개월 정도 오크 숙성을 거쳐 만들어내 복합미가 뛰어난 와인. 딸기와 크랜베리, 체리와 같은 붉은 과실이 뚜렷하고 풍성한 느낌에 우아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적이고 복합적인 풍미가 깊이 있게 느껴집니다. 마른 장미 같은 꽃향기가 매력적이고 부드러운 타닌이 특징적이죠. 플뢰리 지역의 섬세하고 복합적인 스타일의 갸메를 그대로 잘 표현한 와인입니다. 디자인 : 안준석
4~5월은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입니다. 기분 좋은 식감에 신선한 초록 채소의 주스, 고소한 풍미를 가진 아스파라거스는 프렌치 식당에서 봄철 아주 다양하게 쓰입니다. 아스파라거스 제철을 맞아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 몇 가지와 그에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그리비슈 소스를 곁들인 아스파라거스 샐러드 달걀과 아스파라거스는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쉽고 간단하게 조리하여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구운 아스파라거스에 계란 프라이나 수란을 곁들이는 쉬운 방법도 있지만 오이 피클, 레몬즙, 올리브오일 등의 재료를 더하여 만드는 그리비슈 소스를 만들면 조금 더 특별한 접시를 완성할 수 있어요. 먼저 아스파라거스는 소금물에 3분 정도 데쳐 빠르게 식혀 준비합니다. 그다음엔 완숙으로 삶은 달걀 두 개를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여 곱게 다져요. 달걀노른자에 디종 머스타드 조금, 레몬즙, 소금, 후추를 뿌리고 올리브오일을 조금씩 넣어가며 부드럽게 저어주면서 마요네즈 같은 형태의 소스를 만듭니다. 그리고 아까 따로 준비한 흰자와 다진 오이 피클, 좋아하는 향의 허브까지 더하면 근사한 소스가 완성됩니다. 따로 데쳐서 준비한 아스파라거스에 소스를 곁들여 차가운 에피타이저를 만듭니다. 본식으로는 마늘,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올리브오일로 빠르고 간단하게 파스타를 만들어 볼게요. 먼저 스파게티 면을 끓는 물에 삶아 준비합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채칼로 얇게 슬라이스하여 준비하세요.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과 베이컨을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볶아요. 향이 스며 나오면 면을 삶은 물 약간과 미리 삶아둔 면을 넣어 함께 볶다가 아스파라거스를 넣어 익을 때까지만 볶고 마지막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무리합니다. 위에서 간단히 소개한 아스파라거스 요리에는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 페어링을 추천합니다. 한 가지 품종을 선택한다면 저는 프랑스 루아르 앙주 지역에서 만들어진 슈냉블랑을 제안합니다. 프랑스 루아르강에 위치한 앙주 Anjou 지역에는 사브니에르 Savennieres라는 마을이 대표적으로 유명합니다. 이 지역은 진흙에 편암이 박혀있는 독특한 토질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특별한 토질에서 자란 슈낭블랑은 묵직하고 섬세한 미네랄리티로 여운이 길며 깊이 있는 스타일로 탄생합니다. 장기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훌륭한 와인이죠. 시음 적기를 만난 와인은 잘 익은 꿀사과, 모과, 살구와 같은 과육이 풍부한 과실미를 보여주고, 흰색 계열의 화사한 꽃향기가 우아하게 전달됩니다. 탄탄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질감과 짭짜름한 맛이 느껴지는 높은 산도가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약간의 쌉쌀한 느낌의 텍스쳐로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아요. 아스파라거스는 아삭한 식감에 약간의 풀 내음 같은 씁쓸한 향, 그리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어요. 위에서 소개한 두 가지 요리법은 그 맛에 더 풍부하고 고소한 맛을 더해서 완성했죠. 사브니에르 화이트 와인의 당당하게 꽉찬 듯한 느낌의 질감과 다채로운 향이 음식의 향, 질감과 잘 어우러질 것이라 추천합니다. 이번 봄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일 때 집에서 간단히 요리하여 슈냉블랑과의 조합을 경험해 보시고 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김도영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사브니에르에는 호쉬 오 무안(Roche-aux-Moines)과 쿨레 드 세랑(Coulee-de-Serrant)이라는 두 개의 주요한 마을이 있습니다. 그중 Château Pierre Bise의 Roche Aux Moines을 추천합니다. 잘 익은 사과의 향이 산화된 느낌처럼 감칠맛이 돌고 입안에서 여운이 긴 산미, 고소한 깨의 향, 묵직하고 풍성한 볼륨감이 좋은 밸런스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브니에르 주요 생산자의 고전적인 스타일의 슈냉블랑이라 추천합니다. 디자인 : 안준석
날이 본격적으로 따뜻해지면 강변으로, 공원으로, 바닷가로 야외 나들이 계획을 세웁니다. 예쁜 돗자리를 펴고 야외에서 마시는 와인은 더욱 맛있고 분위기 있게 느껴져요. 봄철 피크닉에 어떤 와인을 선택하면 좋을지 고민된다면 화사한 벚꽃을 닮은 색의 로제 와인을 골라보면 어떨까요. 아름다운 색으로 피크닉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주기에 적합하며 다양하고 복합적인 아로마, 다양한 음식들과 매칭이 수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피크닉에 어울리는 와인이라 떠올려 볼 수 있어요. 간단한 스낵과 치즈, 다양한 샤퀴테리, 간편한 배달음식인 치킨까지 피크닉을 준비할 때 맛있는 로제 와인 한 병으로 해결할 수 있지요. 로제 와인은 그저 달콤하거나 가벼운 와인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도가 없는 드라이한 타입의 스틸 와인부터 달콤한 스타일, 거품이 있는 샴페인과 크레망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폭넓게 재배되고 있어 지역별 품종별로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로제 와인은 크게 3가지의 양조법으로 만듭니다. 1. 레드 와인 품종의 포도를 압착한 주스와 함께 껍질을 짧게 침용시켜 만드는 스킨 컨택(Skin contact) 방식 2. 직역하면 ‘피를 흘리다’라는 뜻의 세녜(Saignee)방식. 이 방식은 고급 샴페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화이트와 레드 양쪽의 포도를 즙만 착즙한 뒤 다시 레드 품종을 넣어 껍질을 침용(macération)하는 방식으로 색을 더 진하고 풍미를 깊이 있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어렵고 까다로운 양조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그리고 화이트 포도와 레드 포도의 혼합으로 블렌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껍질을 짧게 침용하는 방식이라 일반 레드 와인과 비교하였을 때 타닌감, 쓴맛은 거의 없고 화려한 꽃 향기, 다양한 허브의 노트, 발랄한 베리류의 과실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납니다. 레드 와인의 진한 풍미와 바디감이 부담스러워 주로 화이트 와인만 드시는 분이라면 섬세하게 잘 만들어진 로제 와인으로 그 풍미를 느껴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로제 생산지는 프로방스(Provence) 지역입니다. 주요 포도로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 생소(Cinsault), 티부렌(Tibouren) 품종이 있습니다. 지중해식 요리인 다양한 해산물과의 페어링으로 유명하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인 부야베스(해산물 스튜)와 매칭시키는 것이 고전적인 조합입니다. 이곳에는 전체 생산량의 75퍼센트 이상을 담당하는 꼬뜨 드 프로방스 AOC가 있고, 액상프로방스, 방돌 지역이 있습니다. 그중 방돌(Bandol)은 석회암과 규소가 풍부한 돌이 많은 지역으로 무르베드르가 잘 자라며 주로 레드 와인을 생산하지만 그르나슈, 생소와 같은 품종의 혼합으로 미네랄리티가 풍부한 로제 와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프랑스 남부 론 밸리(Rhone Valley)의 타벨(Tavel) 지역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남부 론 밸리는 대부분 레드 와인이 지배적이지만 유일하게 타벨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로제 와인으로 허용된 유명한 로제 와인 생산지입니다. 그르나슈 베이스로 60퍼센트 이상을 사용하고 법에 따라 생소(Cinsault)를 15퍼센트 이상 블렌딩하여 만들어야 합니다. 이 지역에서는 앞서 설명드린 양조법 세녜와 스킨 컨택 방식 두 가지를 택하여 다양한 로제 와인을 내어놓고 있는데 강렬하고 스파이시한 향과 야생적인 베리노트가 인상적인 스타일의 로제 와인을 생산합니다. 이 지역에는 유명한 ‘L’Anglore’라는 도멘이 있는데 타벨 외곽 지역 로제 와인 전용 AOC로 지정되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점토, 석회암 토양이 섞인 곳에서 그르나슈(Grenache), 끌라레뜨(Clairette), 생쏘(Cinsault)를 사용하여 내추럴 방식으로 어떤 첨가물을 더하지 않고 만들며 독보적인 스타일인 풍부한 과실미와 우아한 텍스처의 로제 와인과 레드 와인으로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Loire Valley)’ 지역이 있습니다. 특히 ‘로제 당주(Rose d’Anjou)’와 ‘카베르네 당주(Cabernet d’Anjou)’라는 두 AOC가 존재하는 ‘앙주(Anjou)’ 지역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앙주(Anjou) 지역의 두 가지 타입 로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고전적인 와인입니다. 그롤로(Grolleaut)로 만드는 로제 당주(Rose d’Anjou)는 발랄하고 가벼운 스타일로 종종 달콤하기도 합니다. 신선한 딸기,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실미가 예쁜 스타일의 로제 와인입니다. 그리고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의 혼합으로 만드는 ‘카베르네 당주(Cabernet d’Anjou)’는 조금 더 구조감이 단단하여 장기숙성이 가능한 스타일입니다. 진한 과실미와 다양하고 복합적인 허브노트가 매력적이고 숙성을 거칠수록 그 풍미가 더 자연스럽게 깊어집니다. 루아르 밸리에서는 앙주(Anjou) 지역뿐만 아니라 소뮈르(Saumur), 상세르(Sancerre) 등 다른 지역에서도 카베르네 프랑, 피노누아, 갸메 등의 품종으로 로제를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건조하고 드라이한 기후 조건에서 미네랄리티가 풍성한 스타일의 깊이 있는 로제 와인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샴페인(Champagne) 지역이 있습니다. 샴페인 지역에서 로제는 연간 생산량의 3-5퍼센트 정도를 차지합니다. 피크닉뿐만 아니라 기념일, 파티에 축하주로 터트리기에 좋고 선물하기에도 좋죠. 유일하게 레드 와인에 화이트 와인을 혼합하여 만드는 것이 법으로 허용된 지역이라 피노누아(Pinot Noir)와 샤도네이(Chardonnay) 혼합으로 만든 샴페인도 있으나 주로 몇몇 고급 생산자들은 세녜(Saignee) 방식으로 우아하고 복합적이며 장기숙성이 가능한 로제 샴페인을 만듭니다. 야생베리와 화려한 꽃향기, 복합적인 아로마의 로제 샴페인은 그만의 독보적인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프랑스에서는 랑그독 후시용(Languedoc Roussillon), 보졸레(Beaujolais), 보르도(Bordeaux) 등 다양한 지역에서 로제 와인을 생산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로제 와인이 있으니 지역별로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에 비해 로제 와인은 잘 접해보지 못했다면 이번 봄에는 화사한 캐릭터부터 진지하고 고전적인 스타일의 로제까지 다양한 지역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로제 와인과 봄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김도영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프랑스 프로방스의 방돌(Bandol) 지역 톱 도멘 떵삐에의 로제 와인은 포도나무 수령이 오래된 무르베드르, 그르나슈, 생소 혼합으로 만든 로제 와인입니다. 저온 침용으로 풍미를 최대로 추출하고 타닌은 최소화하여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복합적인 아로마의 로제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잘 익은 체리, 자두, 딸기와 같은 붉은 계열의 과실미와 초콜릿, 시나몬, 정향 같은 은은하게 달콤한 스파이스의 노트가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우아하고 섬세한 로제 와인을 찾으신다면 경험해 보시라 추천합니다. 디자인 : 안준석
지난 시간에는 화이트와인을 추천받을 때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정보를 소개드렸는데 이번에는 레드와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레드와인은 화이트와인과 달리 ‘타닌감’을 가지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우리가 떫은맛이라고 느끼는 감각인 타닌감은 레드와인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와인의 질감, 무게감에 대해 말할 때 알코올 도수와 함께 입 안에서 볼륨감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죠. 포도의 껍질이 두꺼운 품종일수록 타닌의 양이 많고, 양조의 과정에서 타닌의 질감이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타닌감은 음식과 함께 식사를 할 때 입안을 정돈시켜 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기름진 부위의 고기와 와인을 고를 때 타닌이 풍부하고 묵직한 와인을 주로 매칭시키기도 하고요. 그러면 이제 가벼운 바디감의 레드와인부터 묵직한 레드와인까지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주요 품종 몇 가지와 특성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많이 알려진 레드 와인 품종인 피노누아, 까베르네 프랑, 그르나슈와 같은 품종보다는 개성이 뚜렷하고 재밌는 품종으로 우리가 비교적 자주 접해보지 않은 레드 품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가벼운 바디감의 레드와인 껍질이 얇아서 타닌의 양이 가장 적고 밝은 컬러와 산도가 높은 품종으로 화사한 꽃 향기와 붉은 계열 베리 노트가 특징인 품종 두 가지로 가메(Gamay)와 피노누아(pinot noir)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가메는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하는 품종으로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내어놓고 있는 품종입니다.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는 가메를 생산하는 주요 지역 10군데가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 ‘Flerie’라는 지역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꽃향기가 가장 화려하고 섬세한 스타일의 가메를 만나보실 수 있는 생산지인데요. 신선한 딸기 과즙 같은 과실미와 화사한 꽃, 약간의 흙향기가 매력적인 와인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특히 선이 가는 부르고뉴 피노누아 스타일을 평소 좋아하신다면 흥미로운 경험이 되실 겁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도멘은 ‘Yvon Metras’와 ‘Jean Lous Dutraive’가 있습니다.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화사하고 예쁜 스타일의 가메를 만들어 내는 곳으로 기억해 두시고 와인 리스트에 있다면 경험해 보시라 추천드립니다. 2. 중간 바디감의 레드와인 중간 바디감을 가진 와인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산도와 풍부한 과실미, 적당한 타닌감으로 음식과 페어링 하기 좋습니다.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카리냥(Carignan), 메를로(Merlot) 같은 품종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오늘은 카베르네 프랑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주로 보르도 지역에서 다른 품종과 혼합하여 만드는 와인으로 유명한 품종이죠. 주요 특징으로는 딸기, 자두와 같은 붉은 계열의 과일, 피망, 고추 같은 스파이스 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품질의 까베르네 프랑은 좋은 산도와 매력적인 타닌감을 가지고 있는데 장기 숙성을 거쳤을 때 복합적이고 풍부한 향을 발산하여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루아르 밸리 소뮈르(Saumur)에서 고급 까베르네 프랑을 만나보실 수 있는데요. 이 지역에서 생산된 까베르네 프랑은 고춧가루를 볶을 때 나는 향 같은 독특한 매력의 스파이스 노트를 가지고 있어요. 붉은 베리류의 산뜻한 산미와 후추 향, 토질에서 오는 미네랄리티가 조화를 이루어 복합적이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니 까베르네 프랑 단일 품종의 와인을 추천합니다. 3. 묵직한 바디감의 레드와인 묵직한 바디감의 레드와인은 높은 타닌감과 깊고 진한 컬러로 리치하고 풍성한 과실미와 비교적 높은 도수의 알코올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르도 블렌딩(Bordeaux),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말벡(Malbec), 시라(Syrah)를 예로 들 수 있어요. 그중에 시라(Syrah)를 꼽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시라는 구대륙, 신대륙에서 아주 폭넓고 다양하게 재배되는 품종이고 지역에 따라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각 지역별로 드러나는 캐릭터의 색이 뚜렷하고 달라서 비교하며 테이스팅 하는 재미도 찾아볼 수 있어요. 품종의 주요 특징으로는 블루베리와 같은 검붉은 과실, 자두, 제비꽃 향기, 가죽 같은 노트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폭넓은 지역에서 재배되지만 한 지역을 소개하면 프랑스 북 론(Rhone)의 코르나스(Cornas)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지요. 이 지역은 섬세하고 복합적이며 장기숙성이 가능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주요 생산자들이 있고 우아하고 멋진 풍미의 와인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수려한 제비꽃 향기와 풍성한 과실미에 복합미를 더하는 미네랄리티에 역시 애호가들의 사랑의 받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풍부한 과실미와 단단한 구조감, 풍성한 볼륨감을 가지고 있는 시라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섬세함이 훌륭한 품종이니 와인바에서 추천받아 경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피노누아, 까베르네 소비뇽 같은 많이 들어보고 접해 본 품종도 좋지만 캐릭터가 다채롭고 재밌는 레드 품종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시고 와인의 재미를 찾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 품종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위 품종의 주요 노트를 기억하시고 와인 추천을 받을 때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김도영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
와인을 종종 즐기고 맛있게 마신 기억은 분명히 있는데 막상 와인바에서 추천받아 와인을 고를 때 막막하고 당황했던 경험 있으실까요? 파인다이닝에서 소믈리에가 코스 요리에 맞추어 준비한 와인 페어링 코스를 즐기는 것만큼 완벽하진 않아도 그날 저녁 내가 고른 음식과 분위기, 취향에 맞춘 와인을 만나면 특별하고 행복한 저녁을 충분히 완성할 수 있습니다. 와인바에서 소믈리에에게 와인을 추천받고 현명하게 고를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정보를 몇 가지 공유해보려 합니다. 예산을 정해서 추천받기 먼저 오늘의 예산을 정해서 가격을 제시해 주세요. 내가 오늘 정한 예산 안에서 밸런스가 훌륭하고 좋은 품질의 와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의 예산을 8-15만 원대로 정하고 부르고뉴 피노누아와 같은 여리하고 딸기향이 예쁘고, 섬세한 레드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제안을 합니다. 부르고뉴 생산자의 빌라쥬급 레드와인으로 만족할 만한 와인을 추천받게 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의 피노누아 혹은 보졸레의 가메(Gamay)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부르고뉴 지역의 와인 값을 고려했을 때 시야를 조금 넓혀보면 다른 지역 훌륭한 생산자의 와인을 소개받아 설정한 가격대에서 높은 만족감을 얻을 확률이 높으니 소믈리에와 잘 소통하여 와인의 경험치를 넓혀 보시라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루아르 밸리라는 지역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루아르 밸리는 아주 큰 와인 생산지로 화이트 레드 품종을 아주 다양하고 폭넓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중 메네투살롱이라는 지역에서 화이트는 소비뇽블랑, 레드는 피노누아를 주로 생산합니다. 서늘한 기후와 건조한 바람, 석회질 토양으로 미네랄리티가 풍부하고 밸런스 좋은 와인을 내놓는 생산자들이 꽤 있습니다. 이렇듯 예산을 먼저 설정하고 와인 추천을 받을 때는 특정 지역 와인만 고집하기보다는 지금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 소믈리에와 심도 있게 소통하여 골라 보시라 추천합니다. 예산이 많다고 꼭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예산 안에서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산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 맛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설명하는 것이 주저되고 어렵다면 포도 품종에 따라 몇 가지 카테고리를 기억하고 있으면 좋을 정보 몇 가지도 소개해보겠습니다. 드라이, 풀바디, 중간 산미와 같은 와인의 용어가 복잡하고 어렵게 다가온다면 우리가 기억하기 쉬운 맛의 과일을 떠올려 볼 수 있고, 주변에서 맡아본 찻잎의 향 또는 꽃 향기를 떠올려볼 수 있어요. 이번에는 화이트 와인을 커다란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품종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로마틱 화이트 와인 화려하고 풍부한 꽃 향기가 코 끝에 감돌고 망고, 리치, 사과 같은 풍성하게 잘 익은 과실미와 비교적 라운드한 산미의 화이트 와인의 품종으로는 슈냉블랑 Chenin Blanc, 리슬링 Riesling, 뮈스까 Muscat, 게뷔르츠 트라미너 Gewurztraminer를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발랄하고 가벼운 느낌의 산미보다는 전체적으로 입안에서 부드러운 유질감이 감돌고 풍성한 향을 가진 화이트 와인을 원할 땐 위에서 나열한 품종 중에 추천을 받아 골라보세요. 재스민, 아카시아꽃 향과 같은 계열의 아름다운 꽃 향기로 코가 즐겁고 잘 익은 열대 과일의 향, 은은한 꿀 향이 감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슈냉블랑과 리슬링은 당도가 없는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부터 당도가 있는 디저트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하고 있으니 선택지가 풍부하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습니다. 청량한 화이트 와인 맑고 깨끗한 느낌의 산미, 청량감이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으로는 소비뇽블랑 Sauvignon Blanc, 뮈스카데 Muscadet, 그뤼너 벨트리너 Gruner Veltliner를 기억하세요. 지역, 양조 방식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위 품종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노트는 아삭한 청사과, 딱딱한 복숭아, 라임/레몬과 같은 깨끗한 시트러스류의 풍미, 그리고 깔끔하게 입안을 정돈시켜주는 산미가 특징이고 시원한 느낌이 감도는 풀 향, 초록색의 허브 향이 전해집니다. 묵직한 느낌보다 청량하고 가벼운 화이트와인을 선호하신다면 위의 품종들을 추천받아 선택해 보세요. 특히 소비뇽 블랑은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스타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오크 숙성을 거친 소비뇽 블랑은 위에 나열된 과실과 허브 노트에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질감까지 더해져 우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경험해 보실 수도 있어요. 묵직한 느낌의 화이트 와인 리치하고 풍성한 질감으로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묵직한 느낌을 찾으신다면 샤도네이 Chardonnay, 막산 Marsanne 블렌딩의 론/랑그독 화이트와인, 비오니에 Viognier를 추천합니다. 풍성한 질감은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효모와의 접촉을 통해 크림, 요구르트 같은 부드러운 풍미를 가질 수 있고, 오크 통 숙성을 거쳐 바닐라, 버터, 견과류와 같은 고소하고 풍부한 향이 만들어집니다. 샤도네이는 많이 생산되는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지역, 생산자의 양조 방식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있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Bourgogne, 쥐라 Jura, 샴페인 Champagne부터 미국, 호주, 이태리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부르고뉴 지역에서는 세부 지역을 섬세하게 분류하여 각 지역 토질의 특징이 드러나고 와이너리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한 고전적인 스타일의 와인이 등급별로 분류되어 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향의 특징으로는 사과, 레몬, 복숭아, 파인애플과 같은 과실미에 숙성을 거치며 버터, 빵, 견과류의 고소한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산지의 기후, 숙성된 기간, 오크 사용의 정도에 따라 와인의 농도와 질감, 향의 깊이에 차이가 있어 추천을 받을 때 전문가에게 조금 신선한 느낌이 좋을지 또는 농익은 느낌이 좋을지 정도를 알려주시면 좀 더 다양한 선택지의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론 지역에서는 마르산느 Marsanne 품종과 후싼느 Rousanne, 비오니에 Viognier를 혼합하여 볼륨감 있고 향긋한 화이트 와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 산지 중 하나인 꽁드리유 Condrieu 지역에서는 비노니에 Viognier 단일 품종으로 만든 섬세하고 훌륭한 와인도 있습니다. 론 지역 화이트 와인은 백합 같은 이국적인 꽃 향기와 달콤하게 잘 익은 모과, 흰 복숭아와 같은 향이 좋고 요구르트 같은 산미가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됩니다. 입안에서 오일리하게 느껴지는 유질감이 풍성한 볼륨을 더해주니 탄탄한 골격감을 가진 와인이 주는 높은 밀도감과 중후한 느낌을 찾을 때 론 지역 화이트 와인을 추천받아 보세요. 잘 익힌 생선요리부터 밝은 계열의 고기류까지 다양한 음식과의 조합에도 좋습니다. 와인의 종류는 끝도 없이 다양하고 모든 와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처음 간 와인바에서 와인 추천을 받을 때 나의 취향을 설명하기가 애매모호하고 어려운 기분이 들 때가 있지요. 그럴 때 몇 가지 품종의 주요 특징만 기억해두고 있어도 소믈리에와 소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와인을 고를 재미도 느낄 수 있어요. 어려운 접근보다는 평소 내가 좋아하는 과일, 맛의 풍미와 비슷한 품종 몇 가지를 기억해 두고 와인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도영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안준석
연말에 친구들과 소규모 연말 모임을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레스토랑을 예약하여 외식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편안하게 즐기는 것도 요즘 하나의 유행인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도 유명 연예인이 집에 지인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고 술을 곁들이는 콘텐츠가 많이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엔 연말 홈파티에서 쉽게 배달 음식으로 접할 수 있는 요리들과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을 제안해 볼까 합니다. 요즘은 대형 마트 말고도 주변에서 잘 선정된 와인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와인 샵들이 많으니 다양한 샵을 방문해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연말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은? 1) 제철 해산물 먼저 겨울은 굴과 제철 해산물이 풍성한 계절입니다. 생굴과 회에 어울리는 와인은 늘 고민인데, 이럴 때 정답은 뮈스카데(Muscade)라는 포도 품종을 기억해 주세요.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생산하는 뮈스카데는 해산물과 뛰어난 궁합을 자랑하는 품종입니다. 뮈스카데 주요 산지인 프랑스 페이 낭테는 강과 바다를 접하고 있어 다양한 해산물이 있고 유명한 소금인 게랑드 소금의 산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산물의 지역에서 자라난 품종이라니 그만큼 잘 어울릴 수도 없지요. 뮈스카데는 비교적 옅은 컬러에 신선한 풋사과, 라임 같은 향이 나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효모와 함께 숙성하는 쉬르 리(sur lie) 방식을 거친 와인은 풍성하고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은은한 감칠맛도 느껴집니다. 발랄하고 동그란 산미가 해산물과 만났을 때 입안을 정돈해 주어요. 겨울 제철 해산물과 페어링을 고민 중이시라면 프랑스 루아르 지역 뮈스카데를 추천합니다. 2) 탕수육 두 번째는 중식, 그중에서도 탕수육이라면 어떤 와인과 재밌는 페어링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요? 저는 독일 리슬링을 제안해 봅니다. 흰 꽃향기와 은은한 페트롤 뉘앙스의 기름진 향, 쨍하게 선명한 산미, 다양한 시트러스류의 과실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트로켄(Trocken:‘드라이’를 뜻하며 가장 당도가 낮은 드라이 타입의 와인을 뜻함)부터 약간의 당도가 남아있는 스타일의 리슬링까지 기호에 맞게 선택하실 수 있어요. 튀김옷을 묻혀 바삭하게 튀겨낸 고기를 감싸는 끈적하고 새콤한 소스의 요리인 탕수육에 리슬링의 복합적인 아로마와 산미가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한 조합으로 추천합니다. 3) 족발 세 번째는 배달 음식으로 아마도 가장 많이 드실 족발입니다. 족발은 간장소스를 베이스로 달고 짜게 만들어진 음식이죠. 그리고 껍질까지 푹 삶아 조리하여 쫀득한 식감을 가지고 있으니 와인의 질감을 고민해 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번엔 레드와인 품종인 그르나슈(Grenache), 스페인에서는 가르나차(Garnacha)로 불리는 품종을 추천합니다. 이 품종은 딸기, 자두, 체리 같은 붉은 과실의 느낌과 후추, 정향, 감초 같은 향신료의 풍미가 좋고 숙성을 거치면 가죽과 같은 동물적 향이 드러나는 매력적인 품종입니다. 프랑스 남부 론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며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에서 다양하게 생산합니다. 풍부하게 전달되는 허브노트의 아로마와 과실미, 부드러운 타닌감이 다양한 향신료와 간장을 끓여 만든 달큰한 족발과 좋은 궁합을 보여줄 수 있어요. 단일 품종으로 생산하기도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주로 시라, 무르베드르와 혼합하여 만들고 스페인에서는 템프라니요와 혼합하여 만듭니다. 그르나슈 단일 품종의 와인을 찾기 힘들다면 프랑스 남부 론 지역 또는 스페인 리오하지역의 블렌딩 와인을 구입하시는 것도 괜찮아요. 멋지게 나이가 든 조금 오래된 빈티지의 그르나슈를 발견하신다면 족발과 함께 페어링해 보세요. 4) 돼지고기 김치찜 네 번째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인 돼지고기 김치찜을 떠올려 볼게요. 너무 맵지 않게 조리된 칼칼한 정도의 김치찜이라면 와인과 재밌는 페어링을 고민해 볼 수 있어요. 묵은지로 끓여 산미가 있는 잘 익은 김치와 부드러운 돼지고기찜 요리에는 프랑스 쥐라(Jura) 지역의 트루쏘(Trousseau) 품종을 제안합니다. 쥐라 지역의 주요 품종으로 다른 품종과 블렌딩해 만들기도 하지만 트루쏘 단일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그 매력이 상당합니다. 껍질이 두껍고 이 지역의 다른 품종보다 키우기가 까다롭기로 알려진 트루쏘는 그만큼 좋은 집중도와 풍성한 아로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드베리, 체리와 같은 붉은 과일의 산미와 바이올렛 같은 이국적인 꽃향기, 곱게 간 후추 향에 독특하게 톡 쏘는 맛이 특징이고, 풍성한 타닌감과 구조감이 좋은 와인입니다. 산미와 감칠맛이 가득한 김치찜은 이 품종만이 가진 특별한 풍미가 비슷하게 닮아있기에 신선하고 매력적인 조합을 이루어 내요.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김치찜과 이국적인 와인의 재밌는 페어링을 시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가벼운 연말 모임을 계획할 때 배달 음식으로 상차림을 할 때 와인 페어링을 고민해 보았어요. 연말 모임에 와인은 빼놓을 수 없지만 어쩐지 함께 곁들일 음식이 고민이었다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편안한 음식과 맛있는 와인으로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김도영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
금빛 와인 뱅죤의 고장, 쥐라 오늘은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생산지이며, 훌륭한 생산자들이 많은 지역 쥐라(Jura)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쥐라는 부르고뉴와 스위스 사이에 위치한 서늘한 기후의 와인 생산지입니다. Jurassic 토질이 처음 발견된 곳이라 Jura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지역은 서늘한 기후와 토양환경, 그리고 지역만의 독특한 양조법으로 특별한 와인을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savagnin, chardonnay, poulsard, trousseau, pinotnoir를 주로 생산하며 화이트와인, 로제와인, 레드와인, 크레망, 뱅죤(vin jaune)이 있습니다. 여기서 Vin Jaune(노란색 와인)이라는 와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뱅죤은 쥐라 지역에서만 독특한 양조법으로 생산하는 와인입니다. 그대로 직역하면 노란색 와인이라는 뜻으로 진한 노란 컬러를 띠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양조법 때문인데요, 일반적으로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할 때 알코올이 발효되는 과정에 수분이 증발되어 오크통 안에 빈 공간이 생기면 와인을 계속 채워 넣어주어 와인이 산화되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뱅죤을 만들 때는 일부러 빈 공간을 채우지 않고 에어 포켓을 만들어 효모로 얇은 막을 형성하게 하고 발효 중 효모 막 아래로 산화가 진행되도록 만듭니다. 이 양조법은 Sous-Voile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만의 고유한 스타일의 와인을 탄생시킵니다. 장기 숙성이 가능하고 오래 숙성시킬수록 풍미가 짙어집니다. 출처: sherry.wine Savagnin 품종으로 이런 양조법을 택하여 생산된 뱅죤은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의 고소한 풍미, 농익은 치즈 향, 다양한 허브 등 복합적이고 풍부한 향을 가지며 위스키와 같은 향이 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쥐라에는 전설적인 내추럴 생산자부터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의 와인으로 손에 꼽히는 톱 생산자들이 많은데요. 저는 오늘 그중에 도멘 록타방의 알리스부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도멘 록타방’만의 와인 알리스는 농업공학을 전공하고 양조학을 공부한 생산자입니다. 양조학 공부를 마치고 해외 여러 군데를 돌다가 프랑스로 돌아와 고향인 쥐라 지역에 정착하였고 2005년부터 파트너와 함께 도멘 록타방이라는 와이너리를 만들었습니다. 파트너와 헤어진 2015년부터는 혼자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오페라를 사랑하는 그녀는 와인 이름에 파미나 pamina, 도라벨라 dorabella, 제흘리나 zerlina와 같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제목을 붙이기도 합니다. 마치 오페라를 감상하는 듯 우아하고 다채로운 향이 복합적으로 전달되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와인을 내어놓습니다. 알리스는 아르부아 지역 인근에 4헥타르 정도의 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적으니 네고시앙 방식을 사용하여 필요한 포도를 다른 밭에서 구매하여 비오니에, 카리냥, 갸메, 뮈스카 등의 품종으로 다양한 퀴베를 생산해요. 네고시앙을 통해 만든 큐베는 다양한 난쟁이 그림들로 와인병 에티켓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고요. 요즘은 서울 와인바에서도 도멘 록타방의 난쟁이 와인들을 종종 만나보실 수 있으니 드셔보시라 추천합니다. 알리스는 양조학을 공부하고 세계 여러 와이너리도 경험하고 왔지만 처음 쥐라에서 내추럴 와인을 시음하고는 이런 와인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해요. 그 후 일하던 와이너리에서 독립하여 도멘을 설립하고 모든 첨가물을 배제하고, 항산화물질인 이산화황까지도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배제한 이 양조법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2008년 마침내 와인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고 지금까지 도멘 록타방만의 스타일을 가진 멋진 와인을 생산합니다. 알리스는 모든 것을 자연과 효모에 맡기고 기다리며 와인을 생산합니다. 정해진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 자연과 감각에 의지하여 섬세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 내죠. 그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예술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추럴 와인은 종종 비평가들로부터 떼루아*가 느껴지지 않고 특유의 마구간 맛이나 강한 산이 느껴지는 결함이 있는 와인이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은 생산과정에서 개입을 최소화하고 생산자는 효모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감각하여 만들어 내기에 떼루아를 가장 잘 드러내며 생명력이 느껴지고 특별하다고 설명하죠. *떼루아: 그 지역의 기후 및 토양의 특성 감정이 살아있는 와인을 만든다고 말하는 생산자의 철학은 그의 와인을 마셔보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이번 출장에서 만난 알리스부보는 차분하고 강인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으나 유연하고 위트 있는 모습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와인은 그 자체로 그녀의 모습을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일관성을 가지고 본인 색채가 묻어나는 좋은 품질의 와인을 세상에 내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쥐라에서 점심을 먹으며 걸어 다니다 보면 다양한 생산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같은 신념을 가지고 함께 소통하며 단단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와인 생산은 기후 변화, 적은 생산량, 긴 노동시간, 경제적 불안정과 같은 어려움으로 험난한 여정이지만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생산자들 덕분에 와인 시장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지요. 이렇게 하나의 트렌드로 급부상한 내추럴 와인은 앞으로는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닌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살아있는 와인으로 함께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도영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오늘의 추천 와인은 도멘 록타방의 potion magique입니다. 뿔사르 Poulsard, 샤르도네 chardonnay, 사바냥 savagnin 혼합으로 만든 이 와인은 옅은 주황색 빛깔이 아름답습니다. 금귤 껍질, 라즈베리, 패션프루츠를 닮은 다양한 과실미와 기분 좋은 산도, 그리고 꽃향기까지 은은하게 담은 이 와인은 이름 그대로 ‘마법의 물약’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생산자 알리스부보만의 유니크한 감성을 잘 느끼실 수 있고, 독특하고 다채로운 풍미에 섬세한 밸런스가 좋아 추천합니다. 디자인 : 안준석
최근 몇 년 동안 내추럴 와인바가 많이 생겨나며 이제는 우리에게 친숙해진 내추럴 와인. 힙스터가 소비하는 가벼운 와인, 갑자기 유행하는 비싸고 펑키한 와인이라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내추럴 와인 생산자 메종 삐에르 오베르누아(Pierre Overnoy)의 와인 다소 과격한 표현을 빌려 말씀드리면 ‘내추럴 와인은 모두 마구간 냄새, 썩은 과일 냄새, 방귀 냄새와 같은 불쾌한 향이 나고 주로 밋밋하거나 특징이 없는 비싼 주스와 같다’라는 말을 왕왕 전해 듣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추럴 와인의 좋지 않은 단편적인 한 모습만 보아서 그렇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내추럴 와인의 진짜 모습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내추럴 와인의 진짜 의미에 대해 차근히 소개하고 훌륭한 생산자들의 철학과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훌륭한 와인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저는 지난 9월 포도 수확 시기에 맞추어 프랑스 사부아(Savoie)에 있는 와이너리에 다녀왔습니다. 2주 정도 되는 시간 동안 포도를 수확하고, 양조 과정을 보고 생산자와 소통하며 나눈 내추럴 와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내추럴 와인 대표 생산지, 사부아를 아시나요? 프랑스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사부아라는 와인 생산지는 다른 생산지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라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만년설이 있는 설산 몽블랑(Mont Blanc)이 유명하고 깨끗한 물과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지역으로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고 톰 드 사부아 (Tomme de Savoie) 라는 치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는 포도 품종으로는 화이트는 자께흐(Jaquere), 알테스,(Altesse),베르데스(verdesse), 레드는 몽듀즈(Mondeuse), 페르산(Persan)이 있습니다. 약간의 후싼느와 샤도네이, 갸메, 피노누아를 생산하기도 하고요. 9월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농사지은 포도를 수확하는 수확철입니다. 지역과 포도의 품질, 쓰임에 따라 수확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8-9월에 진행합니다. 시부아 칭징 지역의 경관, 출처 : 김도영 제가 방문한 곳은 사부아 칭잉(Chignin)지역에 있는 와이너리인데요. 산세가 훌륭한 높은 산 아래에 위치한 와이너리는 대단한 경사면을 자랑하고 있었고 자께흐, 후싼느, 몽도쥬, 피노누아가 구획별로 나뉘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 와이너리는 포도나무와 포도나무 사이에 땅을 이롭게 하는 식물을 심어서 땅이 자연스럽게 숨 쉬게 하고 천연 비료 역할을 하게끔 하는 농법을 택하고 있어요. 구획별로 조금씩 다른 식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벌, 메뚜기, 야생 토끼 등 동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경작을 하지 않고 땅이 스스로 재생하고 제 역할을 하게 하는 자연주의 철학이 멋있지 않나요?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자연에 귀 기울이고 최대한 관여하지 않으며 자연이 내는 다양한 소리를 아름답게 이끄는 지휘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부아에서 내추럴 와인을 직접 수확해 보니 첫 번째 날은 크레망을 만들기 위해 자께흐와 알테스를 수확했습니다. *크레망은 샴페인 외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지칭합니다* 크레망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산도, 그래서 아주 완전히 익기 전 상태의 포도를 수확했고 가장 첫 번째로 수확이 진행되었습니다. 포도는 아삭하고 신선한 산미가 좋았고 수확하자마자 압착기에서 바로 압착되어 탱크로 들어가 발효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자께흐 품종을 수확하는 모습, 출처 : 김도영 자께흐(jacquere) 품종은 사부아 지역 주요 품종 중 하나로 생산량이 많습니다. 가볍고 신선하고 높은 산미, 금귤류의 과실미와 옅은 잔디향 같은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치즈 퐁듀와 주로 곁들여 마십니다. 알테스(Altesse) 역시 자께흐와 더불어 사부아를 대표하는 품종이고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주요 품종입니다. 하지만 생산이 까다로운 편이라 생산량이 낮습니다. 금귤류와 열대과실, 다양하고 복잡한 허브향과 풍만한 구조감과 산미의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알테스 단일 품종의 와인을 만난다면 경험해 보시라 추천합니다. 둘째 날도 역시 자께흐 품종을 수확했는데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밭의 포도였습니다. 자께흐 단일품종으로 스페셜 큐베를 만들기 위한 수확이었습니다. 껍질을 함께 침용하는 마세라시옹 양조법으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생산자가 발효가 진행되기 전 주스를 맛 보여주셨는데 건강한 포도가 가진 달콤한 풍미와 산미가 무척 신선했습니다. 자께흐는 색이 비교적 옅고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지는데 마세라시옹을 하며 어떤 풍미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오렌지 와인.. 혹시 들어보셨나요? 여기서 마세라시옹 양조법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 볼게요. 오렌지 와인이라고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내추럴 와인의 유행과 함께 오렌지 와인이라는 와인이 국내에 알려지고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오렌지 와인은 오렌지를 넣어 만드나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고요. 오렌지 와인은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바로 압착하지 않고 껍질을 함께 침용하여 만드는 마세라시옹 양조법을 택합니다. 그래서 색깔이 옅은 오렌지빛을 띠고 품종에 따라 짙은 오렌지 또는 붉은 빛깔에 가까운 색을 가지기에 ‘오렌지 와인’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오렌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와인은 화이트 와인 풍미에 껍질에서 오는 옅은 타닌감과 복합적인 노트가 더해져 매력적인 와인이 탄생하죠. 이번에 양조장에서 양조과정에 참여하며 알게 된 사실은 껍질을 함께 쓸 때는 더욱 포도의 품질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껍질에는 유해균들이 있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껍질과 함께 침용할 때 와인이 오염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죠. 와인이 좋지 않은 균에 오염되면 신선한 포도의 느낌보다 어딘가 다양한 불편한 향을 내기에 포도의 품질과 양조과정에 특히 더 신경 써야 합니다. 과정 하나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습니다. 밭에서부터 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양조 후에도 산화방지제와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내추럴 와인은 건강한 땅을 유지하고, 포도의 오염을 막기 위한 세심한 관리, 양조장의 철저한 위생관리 그리고 살아있는 건강한 효모를 돌보는 것까지. 생산자의 섬세하고 집요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추럴 와인은 자연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하나의 와인을 빚어내기 위해 다양한 동식물에 대해 공부하고 기후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며 토질을 건강하게 가꾸어가기 위해 연구하는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산자들이 자연을 존중하고 지켜내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만들어진 순수한 와인을 마시며 필자도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부아를 대표하는 도멘 ‘아흐두아지에’ 도멘 아흐두아지에의 와인메이커 브리스 오몽(Brice Omont)- 우측, 출처 : 김도영 그러면 이제 제가 다녀온 사부아 지역을 대표하는 도멘을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도멘 아흐두아지에(Domaine des Ardoisières)입니다. 도멘 아흐두아지에의 주변을 둘러보면 설산(Mont Blanc)이 아름다움 자랑하는 Isere강의 왼쪽 기슭, 스위스 국경에 위치해 있습니다. 2005년 브리스 오몽(Brice Omont)이 와인 메이커로 양조를 시작하였고 아름다운 기교로 섬세하고 매력적인 와인을 만들어내어 사부아를 대표하는 도멘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는 자연주의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천연 효모를 이용하여 발효하며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입니다. 2개의 싱글 빈야드 Cevins와 Saint-Pierre-de-Soucy에서 샤르도네, 후산느, 알테스, 갸메, 몽듀즈로 멋진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각 와인의 이름은 그 와인이 자란 토질의 이름입니다. 각각 Argile(석회암), Schiste(편암), Amethste(자수정) 등이 있어요. 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생산자의 철학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지요. 포도가 자란 토질의 특성, 즉 미네랄리티와 자연의 생동감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좋은 토질에서 건강하게 자란 포도, 천재성을 가진 뛰어난 생산자. 이 완벽한 앙상블이 아름다운 아흐두아지에의 와인은 독보적인 스타일을 자랑합니다. 김도영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오늘 소개할 와인은 그중에서도 쉬스트(Schiste)라는 와인입니다. 편암에서 자란 자께흐, 후산느, 말부지아, 몽듀즈블랑셰를 블렌딩하여 만들어낸 와인입니다. 오렌지와 같은 금귤류 과일에 섬세하게 기름을 바른 듯 우아하고 부드러운 뉘앙스와 다양한 허브의 향, 마른 버섯과 같은 복합적인 풍미가 고루 어우러지며 깨끗한 사부아 자연의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가을은 버섯이 맛있는 계절이죠. 흰 살 생선을 굽고 버터에 구운 버섯과 레몬즙을 곁들인 요리에 이 와인을 페어링해보세요. 근사하고 멋진 저녁이 되실 거예요. 스위스 국경 사부아 지역에 대해 소개하고 수확 경험을 나누며 와인 생산자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내추럴 와인의 시작과 끝은 자연과 더불어 함께 해나가는 일임을 보고 느낄 수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도 우리가 잘 알지 못했지만 흥미로운 와인 생산지를 소개하고 와인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 :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