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교수는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학력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학사& 석사(인지심리학), The Ohio State University 심리학박사(인지심리학)이며 주요 경력은 (전) 육군사관학교 심리학과 전임강사, (전) The Ohio State University 심리학과 전임강사, (현) 보건복지부 지정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위원, (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위원이다.
지난 칼럼에서 방해 말이 샷을 망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요약하면, 방해 말에서 언급한 스윙의 특정 요소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거나 방해 말 자체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져서 샷을 제대로 구사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말로 만든 벙커에 빠지고 나면 라운딩 내내 신경이 쓰여 경기 자체를 망치는 일도 허다하다. 어디서나 보이는 방해 말의 영향 방해 말의 부정적인 영향은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보고되고 있다. 특히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경기에서도 심지어 중고등학생이 참여하는 경기에서도 방해 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경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양념이라거나 필요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방해 말은 누군가의 노력을, 예상하지 못한 외적인 요소로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심지어 감정 없이 프로그램된 대로 방해 말을 하는 로봇을 사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로봇과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로봇에게 방해 말을 들었을 때 점수가 좋지 않았으며, 이런 상황이 수십 차례 반복되어도 방해 말의 영향이 사라지지 않았다. 혹자는 방해 말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방해 말을 듣고 경쟁 상대를 이기고 싶은 동기가 더 많이 생기거나 승부욕을 자극해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기는 하다. 물론 골프는 아니다. 직접적으로 상대방과 경쟁하는 스포츠에서는 일부 도움이 되는 결과가 보고되기는 했으나, 온전히 자신의 스윙에 집중해야 하는 골프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방해 말을 극복하는 인지행동적 접근 방해 말의 영향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흔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자 혹은 평정심을 찾고 본인의 스윙에 집중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효과를 본 골퍼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방해 말을 듣고 나면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머릿속에 계속 맴돌기 때문이다. 마치 아무리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맴도는 생각으로 인해 스윙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행동은 생각(인지)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방해 말을 극복하는 방법 역시 이러한 인지와 행동의 연결고리에서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인지와 행동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개개인이 생각하는 패턴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인지행동적 접근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손목의 각도를 언급하는 방해 말을 들었을 때 "그런 얘기 안 하면 좋을 텐데... 신경 쓰지 말고 잘해보자"와 같이 생각하기보다 "골프장에서 스윙에 대해 언급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혹은 "그런 부분도 한번 생각해 보자. 어차피 완벽한 스윙은 없으니까..."와 같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인지(생각)를 바꾸어 행동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그 결과가 다시 인지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점차 방해 말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PACE 모델 그렇다면 필드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 칼리지(Springfield College) 연구팀이 제안한 방법이 매우 흥미롭다. 연구팀은 방해 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인지행동적 접근에 근거하여 PACE 모델을 제시했다.1) PACE는 Pause, Assess, Concentrate, Execut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잠시 멈추고(P) 상황을 평가한 후(A) 집중하여 샷을 준비하고(C) 실행해야 한다는(E) 의미다. 1) Trammel, R., Van Raalte, J. L., Brewer, B. W., & Petitpas, A. J. (2017) Coping with verbal gamesmanship in golf: The PACE model, Journal of Sport Psychology in Action, 8, 163-172. 단계별로 살펴보자. 첫 번째 단계인 P는 휴지기를 가지라는 의미다. 잠시 숨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나 불안 수준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가 지연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의 적절한 휴지기를 설정해 둘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단계인 A는 현재 상황을 개인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평가하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예전에 비해 손목 각도가 좋아졌다고 언급했다고 가정해 보자. 평소라면 칭찬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최근에 손목 각도의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면 방해 말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상황을 평가해야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고 샷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C는 샷에 집중해서 준비하라는 의미다. 스윙의 특정 부분이 아닌 현재의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긴장을 푸는 것이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금 더 긴장하는 게 나은 사람도 있다. 자신을 북돋우는 말을 하는 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게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다. 아직 자신만의 방식을 찾지 못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여러 가지 방법을 경험해 보자. 마지막 단계는 E는 샷을 앞선 단계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샷을 구사하라는 의미다. 만약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앞선 단계를 다시 반복해도 좋다. 결국 골프의 오래된 격언인 한 번에 하나의 샷만 구사하라는 말처럼 이번 샷에만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PACE 모델 이외에도 방해 말을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핵심은 그저 수동적으로 방해 말을 피하기보다는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저 피해 왔다면, 다음 라운딩에서는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A. 후배를 아끼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언을 한 것인데, 이렇게 반응하면 마음이 많이 상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요즘 함부로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조언을 건넸는데, 돌아온 반응이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뭔가 잘못 생각한 걸까요? 같은 팀이니까 서로 의견을 제시하면서 같이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차라리 혼자 담쌓고 지내는 게 더 나을까요? 짜증도 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한때 '라떼는 말이야'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꼰대가 쓰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통했고, 심지어 꼰대라는 단어는 영국 BBC에 소개된 적도 있을 정도로 유명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라떼'를 싫어했을까요? 그 이유는 선배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경험(특히 고생한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후배들은 더 이상 선배의 고생 자랑을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혹시 그 후배가 선배의 고생 자랑이라고 오해한 것이 아닐까요? 사연자가 후배를 위해 조언을 건넨 이유는 자신의 경험을 전달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선배의 경험을 듣고 적용해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경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제는 경험을 전달하기보다는 경험을 공유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중요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평균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고 마을이나 공동체의 어른은 경험이 가장 풍부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가 갑자기 무척 오래 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머지않아 영화 '인턴'에서처럼 7~80대가 2~30대와 함께 일하는 시간이 올 것입니다. 게다가 사회가 훨씬 복잡해져서 사람들마다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에, 이제는 선배가 일방적으로 경험을 전달하기보다는 구성원이 경험을 공유해야 합니다. 즉,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먼저 조언은 상대방이 요청할 때 건네야 합니다. 상대방이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턱대고 조언을 건넨다면, 상대방은 당연히 불편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건네는 조언은 공허하게 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조언이 필요한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렇게 상황을 제대로 듣고 그에 맞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임은 자명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공유할 만한 경험이 없을 때 억지로 꿰맞추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그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를 소개해 주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법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고생 자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저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기술(description)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다음으로 먼저 다가가서 조언을 요청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선배의 요청을 거절하는 후배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먼저 다가온 선배에게 무척 친근감을 느끼고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쌓이는 친분과 신뢰는 덤이죠. 이제 후배도 필요하면 선배에게 스스럼없이 도움을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 이전의 경험을 통해서 부담감이 없어졌기 때문에 훨씬 더 편안하게 대화가 오가겠죠.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전망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내가 꿈꾸는 미래는 누군가의 현재라고 언급했습니다. 지금 내가 고민하는 문제는 누군가가 이미 해결한 문제일 것입니다. 훈수충이라는 차별적인 표현으로 서로를 배척하기보다는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공유해 보면 어떨까요? 디자인 : 고결
A. 이직을 위해서든 잠시 휴식을 위해서든 퇴사를 결심하게 되면 고민이 많아집니다. 퇴사를 결정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 가장 어려운 단계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한 고민이 또 다가옵니다.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알려야 할까? 인수인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료와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과의 관계 유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게다가 이번이 첫 번째라면 더더구나 막연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퇴사는 이제 드문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죠. 평균 수명이 100세로 향해 가고 있는 지금, 평생을 한 직장에서 보내는 건 아마도 불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퇴사는 인생의 첫 번째 라운드를 마무리하고 두 번째 라운드로 가기 위한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퇴사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여러 번 겪게 될 일인 것이죠. 그렇다면 이제 퇴사도 잘해야 하지 않을까요? 퇴사를 결심하고 나면 언제 알려야 할지 하는 고민이 먼저 듭니다. 바로 알리면 퇴사 시점까지 불편할 것 같고, 떠나는 사람의 업무까지 떠안아야 할지도 모르는 동료에게 눈치가 보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미루다 보면 정작 나갈 때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 하고 갑자기 떠나면 어떻게 하냐고 욕을 먹을 것 같습니다. 언제 알리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사실은 고민 속에 답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떠나면 그 사람의 업무를 누군가가 맡아야 합니다. 그래서 인수인계를 충분히 할 시간을 고려해서 알려야 합니다. 어차피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은 들 수밖에 없습니다. 괜히 미루다가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에 더해 짜증과 원망을 듣게 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퇴사 후에도 가급적 도와주는 게 좋습니다. 조직을 떠났다고 해서 완전히 나 몰라라 하면 사람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혹시나 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이라면, 무리가 되지 않는 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퇴사하는 게 좋습니다. 흔히 끝이 좋아야 다 좋다곤 하는데, 이건 인간의 기억이 보이는 특징인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을 아주 잘 설명한 표현입니다. 인간은 아주 특별한 사건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있었던 일을 가장 잘 기억합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퇴사하면 '그래도 그 사람 마무리까지 하고 나가고...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평가를 듣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전까지 아무리 일을 잘했어도 '어떻게 이렇게 내팽개치고 나갈 수가 있어... 참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야...'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퇴사 인사입니다. 가급적이면 상사와 동료, 후배에게 퇴사 인사를 해야 합니다. 그저 지금의 불편함을 회피하려고 조용히 사라지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나중에 퇴사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왠지 모를 섭섭함이 들게 되고 혹여 다른 조직에서 만나게 되어도 그 감정이 그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잘해주었던 사람도 생각나지만 불편하게 했던 사람도 떠오릅니다. 특히 진상(?)인 상사에게는 마음 같아서는 시원하게 욕 한 바가지 던져 주고 나오고 싶습니다. 그래도 마음으로만 해야 합니다. 가끔 그동안 당한 걸 되갚아 주겠다고 면전에서 실컷 해대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본인은 순간적으로 쾌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은 후폭풍을 감당해야 합니다. 심정적으로 공감하던 동료들도 떠나는 마당에 배려가 없다고 비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봐야 합니다. 더 좋은 기회를 위해 자발적으로 퇴사를 결정했다고 해도 슬픔이나 아쉬움, 허전함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친하게 지낸 동료, 함께 했던 프로젝트나 야유회, 그리고 일상의 경험에 작별 인사를 고하는데 마냥 기쁠 수만은 없겠죠. 그런 감정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조직을 떠날 뿐 그곳에서 맺은 관계를 떠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퇴사는 인생의 한 라운드를 마무리하고 다음 라운드로 가는 과정입니다. 여러 가지 고민이 들겠지만, 무엇보다 퇴사하는 과정에서 소중한 관계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색함과 불편함 뒤에 숨기보다는 당당하지만 담담하게 필요한 일들을 해 나가면 어떨까요? 디자인 : 고결
“아... 지금 그 퍼팅하기 전에 할 말이 있는데... 내가 IRS(미국 국세청)와 연관되어 있다는 거 잊지 마시오.” “이번 샷은 부담이 크겠는데요... 미국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 느끼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했던 방해 말(trash talk)1)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해 말로 유명하다. 2015년에 NBA 선수 레이 앨런(Ray Allen) 그리고 스테픈 커리(Stephen Curry) 부자와의 라운딩에서, 2017년에는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 NBA 선수 크리스 폴(Chris Paul), 배우 앤서니 앤더슨(Anthony Anderson)과의 라운딩에서 경기 내내 방해 말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1) trash talk를 의미하는 한국어가 없고 골프에서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구찌’라는 말을 쓰고 있다. trash talk를 하는 이유가 상대방을 동요하게 만들어 샷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점에서 본 원고에서는 ‘방해 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매너와 예의를 중시하는 골프 경기에 상대방의 플레이를 망치는 방해 말은 언뜻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골프는 따로 심판이 있지 않아서 선수들이 스스로 규칙을 준수하고 예의를 갖추어 경쟁자와 관중을 대해야 한다. 이런 골프에서 방해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방해 말을 사용하는 정도를 보면 굉장히 과격한 경기로 알려진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Rosaforte, 2007). 골프를 하면서 방해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다양한 표현으로 상대방을 말의 벙커에 빠지게 만들어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쉽지 않고, 때로 경기 전체를 망치게 만들기도 한다. 실력이 높다고 해서 괜찮은 것도 아니다.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는 그가 주니어일 때부터 그런 상황을 가정하고 연습을 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방해 말로 인해 계획한 샷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칼럼에서 자세하게 살펴보자. 방해 말은 무엇인가? 방해 말은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적 모욕이나 위협으로 정의한다. 상대방의 특징, 특성, 경험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하여 집중을 방해하고 혼란을 초래하며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든다.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경기에서 방해 말을 사용하는 비율은 무려 98%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한 비율은 22%로 나타났다(Rainey & Granito, 2010).2) 2) Rainey, D. W., & Granito, V. (2010). Normative rules for trash talk among college athletes: An exploratory study. Journal of Sport Behavior, 33, 280–291. 기록에 의하면, 골프 경기에서 방해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대략 20세기 초로 보인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선수로 무려 11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보유한 월터 하겐(Walter Hagen)은 경기 중 전혀 주저하지 않고 방해 말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최근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으로 필 미켈슨(Phil Mickelson)은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방해 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발목 인대 부상으로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로리 매킬로이(Rory McIloy)에게 계단 내려갈 때 발목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조언(?)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방해 말이 샷을 망치는 이유 방해 말이 샷을 망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스윙 자체에 관한 방해 말로 인해 스윙의 특정 요소에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샷을 망칠 수 있다. 골프 스윙은 절차적 기억(procedural memory)으로 수행하는 행동이다. 절차적 기억은 특정 행동의 과정에 관한 기억으로 의식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행동을 시작하고 나면 자동적으로 일련의 단계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자전거 타기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오늘은 손목 각도가 예전과 조금 다른 것 같은데...’라는 방해 말을 들었다고 해 보자. 그 순간 갑자기 손목에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절차적 기억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던 스윙을 손목 각도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분석하기 시작하고, 일종의 마비 현상이 발생하면서 샷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골프 외적 요인에 관한 방해 말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지면서 샷을 망칠 수 있다. 개인적인 특성에 관한 비하, 부정적 경험에 관한 언급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의를 흩뜨리는 것이다. 불필요한 소리를 내거나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적절한 샷을 위한 준비와 분석이 부족해지면서 경기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심지어 칭찬도 방해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보다 백스윙 각도가 좋아져서 진심으로 그 부분을 칭찬했다고 해도, 상대방이 그 순간부터 백스윙 각도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기 시작하게 되고 갑자기 스윙이 무너지게 된다. 게다가 한 번 방해 말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라운딩 하는 동안 내내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사이가 불편해지는 일도 생기곤 한다. 오죽하면 'ok'와 'concede'를 제외하고는 모두 방해 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골프는 혼자 하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사교적인 목적으로 참여하는 경기다. 그래서 재미있는 대화는 골프를 즐겁게 해 주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다만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으면 그 순간 유머가 무례가 될 수 있다. 유머와 무례는 한 끗 차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방해 말이 샷을 망치는 이유를 확인해 보았다. 다음에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모든 전문가가 우선순위로 꼽는 것은 스윙의 일관성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정한 스윙을 구사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골프 레슨에서도 이를 언급하면서 특히 강조하는 것이 연습 스윙이다. 연습 스윙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반복된 연습은 신체의 여러 부위가 동시에 움직일 때 발생하는 가변성(variability)을 줄여 스윙을 일정하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연습의 효과가 실제 스윙에 적용되면 일정한 스윙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연습을 반복하면 연습 스윙과 실제 스윙 간의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실제로 많은 골퍼가 연습한 대로 스윙이 잘되지 않는다거나 연습 때는 좋았는데 필드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연습 방법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심리적인 원인이 있는 걸까? 이번 칼럼에서는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하고 싶은 스윙과 해야 하는 스윙 연습 스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실내 골프장에서 실제로 공을 때리는 연습 스윙이 있다. 다음으로 필드에서 샷을 구사하기 전에 공을 치지 않고 클럽만으로 진행하는, 흔히 빈 스윙이라고 부르는 연습 스윙이 있다. 먼저 실내 골프장에서의 연습 스윙부터 살펴보자. 실내 골프장에서 연습할 때는 ‘해야 하는’ 스윙을 한다. 스윙의 문제점을 수정하기 위해서 하나의 클럽을 선택하고 반복적으로 스윙을 하게 된다. 이때 발현되는 것이 지난 칼럼에서 설명한 회피 동기다. 즉, 안 좋을 것을 피하고자 하는, 단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연습하는 공간도 회피 동기와 연결된다. 그물망으로 고정된 공간은 공을 보내야 하는 범위를 좁혀주게 된다. 이렇게 연습장에서 스윙의 문제점을 교정하고 필드로 나가면 생각이 달라져 ‘하고 싶은’ 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닫힌 공간인 연습장과 달리 탁 트인 공간에서 자기도 모르게 이상적인 샷을 그리게 된다. 원하는 것을 얻고 싶어 하는 접근 동기가 발현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말 어쩌다 한 번 가능할 것 같은 샷을 떠올리며 스윙을 하게 되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연습 과정에서 교정했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되고 과도한 힘이 들어가면서 스윙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필드에 나갔을 때 회피 동기를 사용해서 ‘해야 하는’ 스윙을 하면 어떨까? 확률이 아주 낮은 아름다운(?) 샷보다는 시야를 좁혀 거리는 짧아도 페어웨이에 안착할 수 있는 스윙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전략 없는 연습 스윙(빈 스윙)의 위험성 다음으로는 빈 스윙을 살펴보자. 빈 스윙은 공을 치기 전 같은 스윙을 여러 번 반복해서 실제 스윙을 준비하는 목적으로 수행한다. 그래서 빈 스윙과 실제 스윙은 같아야 하며 대부분의 골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빈 스윙과 실제 스윙은 여러모로 다르다. 먼저 공의 유무가 스윙 동작의 큰 차이를 만든다. 스윙을 촬영하여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빈 스윙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목적과 효용을 분명히 알고 구사해야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센트럴 랭커셔 대학(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의 연구팀이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하였다. [Carson, H. J., Collins, D., & Richards, J. (2014). “To Hit or Not to Hit?” Examining the similarity between practice and real swings in golf. International Journal of Golf Science, 2, 103-118. PGA] 티칭 프로와 평균 핸디캡 2.7인 아마추어 골퍼에게 센서를 부착하고 각각 10번의 실제 스윙과 빈 스윙을 하게 한 다음, 이들의 스윙을 분석하였다. 결과를 보면 실제 스윙과 빈 스윙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더욱 더 흥미로운 점은 빈 스윙에서 스윙의 가변성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복 연습으로 스윙을 일정하게 만들어 실제 샷에 적용하려는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빈 스윙을 할 때마다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첫 번째 스윙에서는 손목 각도에 신경을 쓰고 두 번째 스윙에서는 헤드업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습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연습도 전략적으로 해보자, 이번 샷에서 집중하고 싶은 부분을 선택하고 빈 스윙을 할 때 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자.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면 오히려 좀 더 빠르게 연습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행한 적이 있다. 유난히 성실을 강조하는 우리 문화와 잘 맞아떨어지다 보니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착각으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연습만 열심히 하다 보면 오히려 유창성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서 실력이 향상됐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엄청난 연습량으로도 유명하다. 매일 최소 500개에서 1,000개의 공을 친다고 한다. 그리고 매번 연습 스윙을 할 때마다 실제 시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그려보고 자신의 심리 상태를 고민했을 것이다. 타이거 우즈의 연습량을 따라가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연습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당장 다음 연습 스윙부터 적용해 보면 어떨까? 디자인 : 박수민
“생각을 줄일 때 가장 좋은 샷이 나온다(You swing your best when you have the fewest things to think about).” - Bobby Jones 1930년 골프 역사상 최초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바비 존스(Bobby Jones)가 남긴 말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말은 골프 스윙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골프는 스윙 준비 과정부터 실제 스윙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시간이 무척 많은 운동이다. 게다가 움직이지 않는 공을 매번 같은 동작으로 치는 것 같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샷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복잡한 생각은 결국 샷을 망치게 한다. 그렇다고 샷을 준비하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공의 위치가 같아도 필드나 그린의 상태가 다를 수 있고, 같은 홀이라고 해도 본인의 스코어나 상대방의 스코어에 따라 샷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경기의 마지막 퍼팅이라면 더더구나 많이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뻔해 보이는 답이지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생각을 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런데 너무 모호한 답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생각으로 샷이 무너지고 멘털은 바사삭 부서지게 된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스윙을 준비하는 게 좋을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근원인 동기(motivation)의 측면에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생각이라는 뻔한 답의 비밀을 찾아보자.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접근 동기 vs. 안 좋은 것을 피하고 싶은 회피 동기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원하는 것을 얻고 싶어서 하는 행동과 안 좋은 것을 피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 있다. 가령 공부를 한다고 해도 새로운 스마트폰을 선물받기 위해서 할 수도 있고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서 할 수도 있다. 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만 그 이유(동기)는 다르다. 콜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의 토리 히긴스(Tory Higgins)는 이처럼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을 때 나타나는 것을 접근 동기, 안 좋은 것을 피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것을 회피 동기라고 설명하였다. [Higgins, E.T. (1997). Beyond pleasure and pain. The American Psychologist, 52(12), 1280–1300.] 접근/회피 동기는 골프에도 매우 큰 영향을 준다. 가령 2m 거리의 퍼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 보자. 여기서 1) 퍼팅에 성공하면 그 경기(혹은 홀)에서 이기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2) 퍼팅에 성공하지 못하면 지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분명 같은 퍼팅이지만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성공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날까? NBA 선수의 자유투 성공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텍사스 대학 심리학과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1번과 같이 자유투를 성공하면 이기는 상황에서 2번과 같은 상황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Worthy, D. A., Markman, A. B., & Maddox, W. T. (2009). Choking and excelling at the free throw line.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Creativity & Problem Solving, 19(1), 53–58.] 농구의 자유투 이외에도 축구의 페널티킥이나 핸드볼의 페널티 스로우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의 동기와 상황의 동기를 살펴봐야 한다. 행동의 동기는 분명하다. 퍼팅을 성공하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행동, 즉 접근 동기가 나타나는 행동이다. 반면 상황의 동기는 조금 복잡하다. 위에서 1번은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이기고 싶은) 상황으로 접근 동기가 나타나는 반면, 2번은 안 좋은 것을 피하고 싶은(지지 않고 싶은) 상황으로 회피 동기가 나타난다. 1번 상황에서는 행동과 상황의 동기가 잘 들어맞지만 2번 상황에서는 서로 충돌한다. 결국 행동과 상황의 동기가 잘 맞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능동적으로 이용하자 간단히 요약해 보자. 홀컵에 넣으면 비길 때보다 이길 때 퍼팅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비길 때 가지게 되는 심리적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퍼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잡생각을 하게 되어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혹자는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항상 연습한 그대로 자신만의 퍼팅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심리학의 누적된 연구 결과는 인간이 상황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그러한 상황에 매몰되어 샷을 망치는 일을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황의 영향을 인식하고 가능하다면 상황을 재정의해야 한다. 먼저 홀컵에 넣으면 비기는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으니 애써 무시하거나 회피하지 말자는 것이다.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를 인식하게 되면 최소한 상황에 매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자주 맞닥뜨릴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더 나아가 상황을 재정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경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번 달, 상반기, 혹은 올해의 경기로 상황의 범위를 확장해 보자는 것이다. 범위를 확장하면 마지막 퍼팅은 더 이상 마지막 퍼팅이 아니게 된다. 게다가 개별 경기의 중요성이 낮아지면서 심리적 부담감도 같이 줄어들 것이다. 흔히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평정심을 잃고 계획한 스윙을 하지 못할 때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상황의 영향력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심리적 에너지가 쉽게 소진되게 만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다음 라운딩에서는 행동의 동기와 상황의 동기를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이용해 보기를 권한다. 디자인 : 박수민
지난 칼럼에서 골프 스윙의 리듬을 상체와 하체에 가하는 힘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일정한 스윙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백스윙-다운스윙의 시간 간격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은 시간 간격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상하체 간 조화로운 협응(coordination)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힘(force)에 초점을 맞추어 백스윙-후방 중심 이동–다운스윙–전방 중심 이동–폴로스루의 순서로 스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설명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지만, 막상 제시한 순서대로 스윙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골프 스윙의 리듬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리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려운 리듬과 쉬운 리듬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리듬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스윙 리듬을 쉽게 만드는 방법으로 골프의 제왕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가 제시한 포워드 프레스를 확인해 보자. (Nicklaus, J. (1974). Golf My Way (with K. Boden). New York, NY: Simon & Schuster.) 단순 리듬과 폴리 리듬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모든 움직임은 리듬에 기반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걷기다. 걸을 때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팔과 다리가 일정한 리듬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를 양팔과 양다리의 움직임으로 표현해 보면 2:2가 된다. 순서에 맞추어 팔과 다리를 번갈아 가며 움직인다는 점에서 2:2는 결국 1:1과 같은 리듬이 된다. 매우 쉬운 리듬이다. 이러한 리듬을 단순 리듬(simple rhythm)이라고 한다. 단순 리듬은 한쪽의 리듬을 다른 쪽 리듬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2:1이나 3:1과 같은 리듬이 대표적이다. *양손으로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른손으로 바닥을 두 번, 왼손으로 한 번 두드리는 방법으로 2:1 리듬을 실행해 보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3:1도 마찬가지다. 배우기도 쉽고 실행하기도 어렵지 않다. 어려운 리듬은 어떤 리듬일까? 한쪽의 리듬을 다른 쪽 리듬으로 나눌 수 없는 리듬, *폴리 리듬(polyrhythm)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한쪽의 리듬을 다른 쪽의 리듬으로 나누었을 때 정수가 아닌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2:1 리듬에서는 2를 1로 나누면 2라는 정수가 나오지만 3:2 리듬에서는 3을 2로 나누면 1.5라는 유리수가 나온다. 3:2나 5:3과 같은 리듬이 대표적이다. 배우기도 어렵고 실행하기도 어렵다. 당장 오른손으로 3번, 왼손으로 2번을 리듬에 맞추어 두드려 보자. 한두 번은 가능하겠지만 몇 번 지나지 않아서 두 손의 순서가 뒤섞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드러머나 타악기 연주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왜 그럴까? 단순 리듬과는 달리 폴리 리듬에서는 우리의 뇌가 오른손과 왼손의 타이밍을 지속적으로 정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 스윙의 리듬도 상체의 3가지 구성 요소(백스윙-다운스윙-폴로스루)와 하체의 2가지 구성 요소(후방-전방 중심 이동)로 이루어진 3:2 폴리 리듬이다. 그래서 스윙의 리듬을 익히기가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골프 스윙은 상체와 하체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니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연습을 거듭하면 어느 시점에는 분명 가능할 것이다. 다만 어려운 리듬을 조금 더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리듬을 쉽게 만들어 주는 포워드 프레스 스윙 리듬을 쉽게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폴리 리듬을 단순 리듬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단순 리듬인 1:1이나 2:1이 폴리 리듬인 3:2보다 쉽다는 것은 위에서 이미 확인해 보았다. 이를 골프 스윙에 그대로 적용해 보자. 3:2의 리듬의 골프 스윙에 상체의 움직임을 추가해서 4:2 리듬으로 바꾸거나 하체의 움직임을 추가해서 3:3 리듬으로 바꿀 수 있다면, 폴리 리듬이 단순 리듬으로 전환된다(3:3과 4:2는 1:1과 2:1과 같다). 이처럼 리듬을 쉽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움직임을 추가하는 방법이 바로 ‘포워드 프레스(forward press)’다. 포워드 프레스는 스윙의 시작 시점에서 손이나 하체 등을 앞쪽으로 살짝 움직이는 방식을 말한다. 포워드 프레스를 구현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 대표적인 2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핸드 퍼스트(hands first)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스윙을 시작하기 전에 클럽을 잡은 손을 살짝 앞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체의 4가지 구성 요소(핸드 퍼스트-백스윙-다운스윙-폴로스루)와 하체의 2가지 구성 요소(후방–전방 중심 이동)로 4:2(2:1)의 단순 리듬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하체의 중심 이동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스윙을 시작하기 전 목표 지점으로 살짝 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체의 3가지 구성 요소(백스윙-다운스윙-폴로스루)와 하체의 3가지 구성 요소(전방-후방-전방 중심 이동)로 3:3(1:1)의 단순 리듬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필자가 직접 수행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좀 더 안정적인 스윙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아래의 그림에서 W0(전방 중심 이동)와 같이 스윙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하체의 움직임을 추가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Kim, T., & Jagacinski, R. J., & Lavender, S. A. (2011). Age-related differences in the rhythmic structure of the golf swing. Journal of Motor Behavior, 43, 433-444.) 이처럼 스윙 리듬을 쉽게 만들어 주는 포워드 프레스는 스윙 개시를 쉽게 해 주는 역할(trigger)을 한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물론 핸드 퍼스트 시 과도한 손목 사용이나 클럽 각도의 변화로 인한 슬라이스 샷과 같은 단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골프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나 스윙 리듬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라면 스윙 리듬의 (재)구축을 위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일 것이다. 디자인 : 곽내원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윙 리듬(rhythm)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리듬이 중요한 이유는 골프도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신체의 여러 요소가 리듬에 맞추어 조화롭게 움직여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리듬은 신체적인 요인, 소위 피지컬이 아닌 심리적 상태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리듬은 골프 스윙의 심리적 기초공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리듬에 관한 글이나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설명이 조금씩 다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3:1이나 2:1 같은 비율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짜장면이나 짬뽕 같은 음식 이름이 쓰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리듬을 맞추기 위해 템포를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너무 많은 설명에 스윙은 점점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멘털은 붕괴된다. 이번에는 골프 스윙의 리듬을 명확하게 살펴보자. 일정한 스윙을 위한 열쇠, 리듬 골프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스윙의 일관성이다. 한 번의 멋진 샷보다 18홀 내내 일정한 스윙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스포츠다.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이 리듬이다. 그래서 프로 골퍼가 항상 신경 쓰는 것도 겉으로 보이는 스윙이 아니라 심리적 기제인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골퍼의 스윙은 다를 수밖에 없다. 손의 위치, 클럽 샤프트의 각도, 백스윙 속도 등등 모두 다르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무척 이상하게(?) 보이는 스윙도 있다. 8자 스윙의 짐 퓨릭(Jim Furyk), 검객 세리머니의 원조 치치 로드리게스(Chi-Chi Rodriguez), 트위스트 스윙의 매튜 울프(Matthew Wolff), 낚시꾼 스윙의 최호성 등등. 그러나 이들의 스윙은 항상 일정하며, 그걸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 바로 리듬이다. 들어도 늘 헷갈리는 리듬과 템포 골프 스윙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리듬과 템포다. 그런데 우리는 리듬과 템포를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리듬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리듬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되는 움직임이다. 템포는 움직임을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속도를 말한다. 그런데 리듬을 템포(tempo)와 헷갈리는 사람이 꽤 있다. 리듬과 템포는 독립적이다. 다시 말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템포를 바꿀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음악에서의 리듬과 템포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분의 4박자 리듬의 곡을 느린 혹은 빠른 템포로 연주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리듬을 맞추기 위해 템포를 조절한다는 것은 잘못된 설명이다. 새로운 운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움직임의 순서를 박자에 맞추어 익히게 되는데, 이게 바로 리듬을 배우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할 수밖에 없지만, 점점 순서에 익숙해지면서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속도를 조금씩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골프 스윙도 마찬가지다. 먼저 스윙의 순서를 익히면서 리듬이 몸에 배어야 한다. 리듬감을 익히고 난 후 템포를 조절하는 연습을 해 보자. 짜장면-짬뽕을 넘어서서... 이제 골프 스윙의 리듬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흔히 스윙 리듬을 설명할 때, 백스윙과 다운스윙에 걸리는 시간의 비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투어 템포(Tour Tempo)의 저자 존 노보셀(John Novosel)이 대표적인데, 그는 잭 니클로스(Jack Nicklaus), 아놀드 파머(Arnold Palmer), 톰 왓슨(Tom Watson), 타이거 우즈(Tiger Woods) 등의 스윙을 측정해서 백스윙이 다운스윙에 비해 3배 정도 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3:1이라는 스윙 리듬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그리고 핸디캡이나 신체 특성에 따라 2:1이 더 낫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후 스윙에 3:1 혹은 2:1 리듬을 적용하기 위해 숫자를 세거나 음식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등장한 게 짜장면과 짬뽕이다. 짜장과 면을 나누어 백스윙에는 짜장~을, 다운스윙에는 면을 붙여 스윙 리듬을 만들라는 것이다. 짬~뽕도 마찬가지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다. 그런데 시간을 제대로 측정하는지 알기 어렵다. 게다가 한 가지 빠진 게 있는데, 바로 하체의 움직임이다.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시간 비율에만 초점을 두면 그걸 계산하면서 스윙하기 어렵고, 또한 하체의 움직임 그리고 상체와의 조화를 놓칠 수 있다. 골프 스윙은 상하체의 조화로운 움직임이다 골프 스윙은 하체가 중심 이동(weight shift)으로 만들어 내는 힘을 상체가 회전하는 힘으로 바꾸는 움직임이다. 하체의 중심 이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클럽에 힘을 싣기 어렵다. 그래서 골프 스윙의 리듬은 상체와 하체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이제 골프 스윙의 리듬을 다시 생각해 보자. 골프 스윙은 상체에 의한 백스윙, 다운스윙, 폴로스루와 하체에 의한 중심 이동(뒷발-앞발)으로 구성되며, 백스윙-뒷발 중심 이동–다운스윙–앞발 중심 이동–폴로 스루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 순서를 일정한 간격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로 스윙 리듬이다. 중요한 것은 이 순서로 스윙 리듬을 익힐 때 클럽의 위치가 아니라 클럽에 가하는 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의 그림은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심리학과의 리처드 재거신스키(Richard Jagacinski) 교수가 클럽헤드에 가해지는 힘과 중심 이동 시의 힘을 측정하여 설명하는 골프 스윙의 리듬을 보여준다.* *Jagacinski, R. J., Kim, T., & Lavender, S. A. (2009). Managing the rhythmic complexity of hitting a golf ball. Journal of Motor Behavior, 41, 469-477 클럽에 가하는 힘은 F로, 중심 이동 시 발생하는 힘은 W로 표시하였다. 그림을 보면 언제 힘을 주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스윙을 시작할 때 힘을 주면 그 힘으로 클럽은 백스윙 끝 지점까지 올라가게 된다. 당연히 백스윙 내내 힘을 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백스윙을 하는 동안 계속 힘을 주곤 한다. 흔히 백스윙을 할 때 클럽을 던져야 한다는 설명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야 그 힘으로 원하는 지점까지 클럽이 가게 된다. 다운스윙이나 폴로스루에서도 마찬가지다. 골프공을 힘주어 때리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 지점을 빠르게 지나가게 해야 한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하체를 통한 중심 이동과 연결해서 보면 백스윙-뒷발 중심 이동–다운스윙–앞발 중심 이동–폴로 스루 순서를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골프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스윙 리듬이 일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스윙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골프 스윙의 리듬 - (A) 스윙이 진행될 때 각 구성 요소별 상체와 하체의 위치. F1, F2, F3는 백스윙, 다운스윙, 폴로스루에서 힘을 최대로 가하는 위치. W1, W2는 중심 이동 시 힘을 최대로 가하는 위치 - (B) 클럽에 가하는 힘의 변화 - (C) 중심 이동 시 힘의 변화 이번에는 스윙 리듬의 기본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보면 어렵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스윙 리듬을 좀 더 쉽게 익힐 수 있는 심리적 기제에 대해서 확인해 보자. 디자인 : 박수민
골프는 독특한 스포츠다. 분명히 대결 상대가 있지만 굳이 상대에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경기다. 여타의 스포츠처럼 특별한 신체 조건이 필요하지도 않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라는 흔한 격언이 잘 통하지 않는 스포츠기도 하다. 그래서 골프는 멘털 게임이라고 불린다. 골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골프가 멘털 게임이라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멘털 게임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경기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자. 집중력을 발휘하고 적절한 긴장 수준을 유지하자. 스코어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조언들이 제시되고 있다. 분명 어려운 말은 아닌데 막상 해 보면 쉽지 않고, 때로 좌절하고 체념하기도 한다. 멘털을 통째로 하나의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멘털은 복잡하다. 세세하게 나누어서 봐야 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멘털이 달라진다. 그저 뭉뚱그려서 마음이 흔들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은 사실 아무런 효과가 없다. 멘털 게임, 제대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부터 필자와 함께 하나하나 확인해 보자. 과감한 퍼팅과 예상된 실패 시작은 퍼팅이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격언은 퍼팅이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퍼팅은 사실상 무한대의 경우의 수가 있어서 드라이버 샷이나 아이언 샷처럼 연습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종종 분노를 유발하거나 좌절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애꿎은 퍼터만 나무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린 위에만 서면 소심해진다. 그래서인지 퍼팅에 대한 조언을 살펴보면, 너무 조심스럽게 하기보다는, 홀 컵 뒤를 노리고 과감하게 시도하라고 한다. 심지어 아마추어 골퍼는 프로 선수보다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과감한 퍼팅은 좋을까? 과감한 퍼팅은 골프공이 홀 컵 앞에 멈출 확률보다 홀 컵을 지나칠 확률이 더 높다는 의미다. 퍼팅이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추어가 무턱대고 조언을 따라 과감한 퍼팅을 하다 보면 3퍼팅의 악몽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면 멘털은 무너지고 회복하기도 어렵다. 버디 퍼팅은 '쇼', 파 퍼팅은 '돈' 프로선수들의 퍼팅은 어떨까? 정말 퍼팅에 과감할까? 시카고 대학의 데빈 포프(Devin G. Pope) 교수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모리스 슈바이처(Maurice E. Schweitzer) 교수의 연구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이들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열린 239개 PGA 투어에서 421명이 수행한 250만 개가 넘는 퍼팅을 분석하였다. PGA는 투어 경기에서 매 홀마다 레이저 장비를 설치하여 골프공의 위치를 측정하고 있어서, 퍼팅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의 정확한 위치를 3차원으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Pope, D. G. & Schweitzer, M. E. (2011). Is Tiger Woods loss averse? Persistent bias in the face of experience, competition, and high stakes. American Economic Review, 101, 129-157 결론부터 보자면, 프로 선수는 파(par) 퍼팅에 비해 버디(birdie) 퍼팅을 조금 더 안전하게 한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타수 관리다. 여기에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네만 교수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이 적용된다. 인간은 이득의 측면에서는 조심스럽게 행동하여 위험을 회피하는(risk-averse) 경향을 보이지만, 손해를 볼 때는 위험을 감수하고(risk-taking) 과감하게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기준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에게는 파(par)가 기준점이 된다. 파는 매 홀마다 정해놓은 기준 타수고, 그걸 합산한 것이 전체 타수다. 버디 퍼팅은 이득의 측면이고 그래서 조금 짧더라도 다음 샷을 위해 안전하게 한다. 홀까지의 거리가 길어질수록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버디 퍼팅은 과감하게, 파 퍼팅은 안전하게’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 “어려운 파 퍼팅을 해내는 것이 버디 버팅에 성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타이거 우즈의 언급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기준점에 따른 상황 맞춤형 퍼팅이 필요하다 당장 의문점이 생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 차이 때문은 아닐까? 다시 말해 기준점, 즉 목표 타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프로 선수는 당연히 파를 기준점으로 잡겠지만, 아마추어 보기 플레이어라면 파+1이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준점에 맞춘 퍼팅을 해야 한다. 포프와 슈바이처에 의하면, 프로 선수는 홀의 난이도를 고려해서 기준점을 세우고 그에 맞춘 퍼팅을 한다. 평균적으로 +1타수를 예상하는, 어려운 홀에서는 파와 버디가 이득의 영역에 포함된다. 이런 홀에서 프로 선수는 파 퍼팅을 버디 퍼팅처럼 안전하게 하고 보기(bogey) 퍼팅을 과감하게 한다. 반면 평균적으로 –1타수를 예상하는, 쉬운 홀에서는 이글(eagle) 퍼팅을 안전하게, 버디 퍼팅과 파 퍼팅을 과감하게 한다. 프로 선수의 기준점은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달라지기도 한다. 투어 대회의 1-2라운드 점수는 컷오프를 결정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파를 기준점으로 설정하는 반면,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는 3-4라운드에서는 경쟁 상대의 타수가 기준점이 된다. 이제는 파 퍼팅인지 혹은 버디 퍼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보다 한 단계 올라서거나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때가 이득의 영역이 되고, 퍼팅도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순위가 내려가게 될 때가 손해의 영역이 되며, 이럴 때는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퍼팅을 하게 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파 퍼팅과 버디 퍼팅의 차이가 3.8%(1라운드)에서 2.1%(4라운드)로 줄어들었다. 우리가 가져가야 할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본인의 평균 타수를 기준점으로 삼고, 기준 타수보다 적게 마무리할 수 있을 때는 안전하게, 기준 타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을 때는 과감한 퍼팅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퍼팅을 성공했을 때 머릿속에 그리는 멋진 광경이 아니라 전체 타수이기 때문이다. 골프는 멘털 게임이다. 그러나 단순히 평정심을 유지하거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멘털 게임은 아니다. 상황에 맞게 생각하고 적절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멘털 게임의 핵심일 것이다. 이번에 퍼팅에 대한 하나의 전략을 확인해 보았다. 디자인 : 박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