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교수는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학력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학사& 석사(인지심리학), The Ohio State University 심리학박사(인지심리학)이며 주요 경력은 (전) 육군사관학교 심리학과 전임강사, (전) The Ohio State University 심리학과 전임강사, (현) 보건복지부 지정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위원, (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위원이다.
우리 회사 내 빌런 고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상담까지! 직장생활의 모든 것, 대나무슾에 털어놔 봅시다! "회사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 TF팀의 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성과는 나오는데 팀원들의 불만을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Q. 이번에 회사에서 추진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의 TF팀 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TF팀이 여러 부서에서 선발된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가 주어진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보니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네요. 의견 충돌도 자주 발생하고 사소한 부분에서도 부딪히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팀원들의 생각이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팀장이다 보니 일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합니다. 다행히도 성과는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팀원들의 불만을 다루기가 쉽지 않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참 어려운 일을 맡으셨네요. 같은 부서의 직원들을 이끄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여러 부서의 전문성을 가진 직원이 모여있는 팀에서는 팀장이 신경 쓸 일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업무 분장의 문제에서부터 개별 팀원들의 평가에 이르기까지 조율이 쉽지 않은 부분이 많으니까요. 게다가 회사에서 관심 가지고 지켜보는 프로젝트니까 하나하나 조심스러우실 거예요. 특히 시간의 압박이 있다는 게 훨씬 더 운신의 폭을 줄이게 되니 여러모로 참 쉽지 않은 상황인 듯합니다. 어려움이 있지만 TF팀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팀원도 이걸 모르지 않고요. 그래서 팀원과 함께 이를 확인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야 목표, 즉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팀원 간에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확인하고, 지켜야 할 규칙도 미리 정해야 합니다. 팀장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알려주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사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팀이라면 당연히 팀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조율해 나가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으므로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간결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해나가야 합니다. 논의를 아예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에 집중에서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팀원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서 주요 사항별로 결정 과정에서 팀원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끝나면 팀원에게 적절하게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팀원이 자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야 TF팀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이때 어떤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위임할지에 대해서 팀원의 의견을 먼저 듣는 것이 그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무척 중요합니다. 이렇게 팀원의 의견을 반영해서 권한을 위임한 다음 중복되거나 빈 부분을 조정하면 성과를 낼 준비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권한을 위임하고 업무를 조정하다 보면 별로 주목받기 어려운, 궂은일을 맡은 팀원들이 항상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되면 속상하지 않은 팀원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리더는 이렇게 솔선수범하는 팀원들의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칭찬해 주시고 평가에 반영해 주셔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실행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잡음인데요. 특히 본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상당히 많이 나오게 됩니다. 평소라면 차분히 해결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이럴 때는 거기에 매이다 보면 일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밀고 나가다 보면 문제가 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팀원의 불만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이럴 때 거의 대부분 본인의 의견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기보다는 귀 기울여 들어달라는 요청이거든요. 본인의 의견을 논의하고 채택하지 않는 것은 괜찮지만 그냥 무시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죠. 사실 결정 과정에서 모든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잠시라고 시간을 내어서 의견을 듣고 반응해 주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정확한 지시가 중요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리더가 팀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곤 하거든요. 팀장의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지시했다고 생각해도 팀원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것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서로 간 지시 사항을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시간의 부족할 때는 소통의 오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요. TF팀은 평소에 하던 방식으로 이끌어 갈 수 없습니다. 팀장 혼자 이끌어 갈 수도 없습니다. 부담이 훨씬 클 수밖에 없지만, 팀원과 함께 가게 된다면 분명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해 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응원하겠습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
우리 회사 내 빌런 고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상담까지! 직장생활의 모든 것, 대나무슾에 털어놔 봅시다! "말로만 듣던 무임승차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프로젝트 내내 소극적이고 일을 미루던 동료가 최종 보고서에 당당히 한 축을 차지했습니다. 막상 이런 일을 당하고 나니 무척 당황스럽네요..." Q. 신제품 출시를 위해서 여러 팀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타 부서 팀원 중 한 명이 이런저런 핑계로 프로젝트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보고서에 본인의 지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무임승차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막상 당하고 나니 무척 당황스럽네요. 이의를 제기하자니 여러 가지로 부담스럽고 그냥 두자니 짜증이 많이 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팀 프로젝트 수행 시 무임승차는 생각보다 만연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연자의 말처럼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이의를 제기한들 명쾌하게 해결되는 것 같지도 않거든요. 그렇다고 그냥 묻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 짜증이 많이 나는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인력이 충분하지도 않은 상태인데, 팀원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결과는 사실 뻔합니다. 다른 팀원들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프로젝트의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죠. 누군가는 대학생 시절 조별 과제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니까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럴 때 피해자는 무척 많은데, 가해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죠. 무임승차의 가해자로 지목받은 사람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작업량이 많다거나 적절한 업무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거나 심지어는 다른 팀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무임승차가 발생하게 되면 프로젝트의 성과는 물론이고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충분한 보상을 받기는커녕 성과를 도둑질당한 사람은 일할 맛이 나지 않게 되고 팀원 간의 신뢰 저하는 물론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남은 사람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소진(burn-out)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무임승차, 대체 왜 벌어질까요? 도대체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심리적, 구조적, 문화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먼저 심리적인 요인으로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과를 모든 팀원이 공유하는 상황에서 개개인이 굳이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구성원의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무임승차를 막기 어렵습니다. 모두의 성공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조직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든요. 구조적 요인으로, 평가와 보상 체계의 불명확성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개인별 기여도 평가 방식 및 보상 체계를 도입하지 않는 조직이 많습니다. 다만 프로젝트가 끝나고 결과가 도출된 후에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구성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구성원이 확인할 수 있도록 개별 업무의 진행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를 사용하고 팀원 간 상호 평가 방식을 도입하여 단계별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무임승차가 반복되면 이를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예상치 못한 반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요인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리더 세대는 좁고 깊은 관계를 맺는 고맥락 사회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그래서 융통성과 유연성, 원만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게 됩니다. 게다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당장의 성과를 내는 데 치중하게 되면서 이러한 문제 대처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할 때인데도 말이죠. 무임승차,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요? 이제 조직에서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볼까요? 먼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을 문서화하고 모든 팀원과 이를 공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여된 역할과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죠. 이러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프로젝트 시작 전에 이를 요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겪을지도 모르는 갈등과 불편함으로 인해 이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요. 덧붙이자면 리더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결국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리더니까요. 그리고 팀 내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리더의 몫입니다. 당장은 귀찮고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조직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니까요. 사진 : 게티이미지
우리 회사 내 빌런 고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상담까지! 직장생활의 모든 것, 대나무슾에 털어놔 봅시다! Q. 언제부턴가 팀장님이 지속적으로 저를 나무라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러시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경험이 많지 않은 저를 잘 챙겨주셔서 무척 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혼란스럽네요. 가끔은 정말 저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 업무를 수행하기에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변에서는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그런 고민을 하고 계시는 게 당연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실제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어도 대부분 그걸 인식하지 못하거든요.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말 어느 순간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존감과 자신감이 땅에 떨어져서 무기력해질 뿐 아니라 조직에서의 존재 의미도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먼저 지금 상황이 가스라이팅이 맞는지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가스라이팅은 주로 가깝고 서로 신뢰가 있는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상대방을 믿으니까 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그래서 비난이나 질책을 듣는다고 해도 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런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팀원들 앞에서 화를 내기도 해서 점차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모든 문제를 자기 탓으로 돌리게 만듭니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될까요? 심리적으로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자주 비난을 받게 되면 뭔가 본인이 잘못한 건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정보를 통제하며 감정을 조작하는 것이죠. 당연히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계속 의존하게 됩니다. 본인이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어려워지고 무기력감을 느낍니다. 혼자 결정을 못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자꾸 사과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력은 무의미해지고 삶 전체를 부정당하게 되는 거죠. 특히 직장에서 상사에게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대처하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질책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본인 생각에는 부당하지만 위계 관계에 있어서 이에 대해 의견을 내거나 항의를 하기도 어렵죠. 업무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어서 동료에게 하소연하거나 관련 부서에 신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의견을 무시해서 고립되게 만들어간 불분명한 지시로 헷갈리게 해서 실수를 연발하게 만들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업무의 우선순위를 변경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스라이팅이 이루어집니다. 게다가 공개적으로 "다 너를 생각해서 그런 거야" 혹은 "다 네가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야"라는 식의 말을 하며 아끼는 팀원을 챙긴다고 포장하고 있으니 항의하면 본인만 나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사가 심하긴 하지만 오죽하면 저럴까 하고 오해하는 사람도 생긴다는 게 심각한 문제죠. 그래서 지금 당장 본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상황을 직시하고 본인의 역량과 성과 및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사의 지시가 정당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불편한 상황이 싫어서 혹은 갈등이 생기는 게 싫어서 회피해 온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가스라이팅에 완전히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렵죠. 하지만 직장에서 상사를 회피할 수는 없거든요. 적당한 타협은 오히려 점점 더 가스라이팅의 수렁으로 밀어 넣을 수 있으며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는 건 엄청난 손해죠. 평판에 타격을 입기도 하고요.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나면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반박하지 말고 반복해서 반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지난주 금요일 퇴근 전에 지시하신 업무 말씀하시는 거죠?" 혹은 "지난번 미팅 때 지시하신 대로 우리 팀의 A 씨와 함께 수정한 건데, 추가 수정이 필요할까요? 와 같은 식으로 지시의 부당함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이죠. 이때 절대로 불편한 티를 내지 않고 친절하게 질문을 돌려 드려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될수록 이런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나의 장점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자존감을 높이고 의존적 성향을 낮출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불편감이나 소외감에 대한 두려움으로 상황을 회피하거나 나쁜 관계에 매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좋은 관계를 많이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 내 빌런 고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상담까지! 직장생활의 모든 것, 대나무슾에 털어놔 봅시다! Q. 같은 팀의 동료 하나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다른 동료에게 일을 맡기고 본인은 빠져나가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어쩌다 한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자주 있다 보니 일을 떠맡은 동료는 무척 화가 났을 거예요. 저도 너무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개입하기는 또 그렇고 해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도 도매금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임승차로 화가 난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저까지 비난하는 건 선을 넘은 것 아닐까요? 참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A. 무척 당황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무임승차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내가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이번이 처음도 아닐 텐데 말이죠. 게다가 이런 상황을 해명하기도 그렇고 그냥 두기도 그런 아주 고약한 상황이에요. 무임승차는 거의 모든 조직에서 발생하는, 하지만 대처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을 도맡아 한 사람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동료가 공을 나누고 인정을 받게 되는 일도 허다하죠. 당사자 입장에서는 정말 미치고 팔딱 뛸 노릇입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무임승차의 피해자는 주변에 있는 동료들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합니다. 옆에서 봤으면 다 알 텐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느냐는 것이죠.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결국 당신도 이득을 본 거 아니냐? 혹은 침묵하는 건 동조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상황은 안타깝지만 결국 본인이 해결해야 할 일인데, 왜 이렇게 관련 없는 사람에게까지 손해를 입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걸 내가 꼭 간섭해야 하느냐는 생각도 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일은 무임승차 상황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 외의 동료에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보고 있으면서 이득을 취하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됩니다. 내가 피해자일 때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과 암스테르담 대학의 연구팀이 무임승차 효과에 대해 진행한 연구가 상당히 흥미로운데요.1) 연구진은 참가자와 파트너의 성향(정직-부정직)이 팀을 이루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실험은 간단한데요. 참가자가 자신과 짝을 이룬 파트너와 협력해서 거짓말을 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되는 방식이에요. 게임을 지속하게 되면 당연히 파트너의 성향(정직-부정직)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실험 도중 파트너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는데요. 결과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부정직한 사람끼리 짝을 지었다면 당연히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했죠. 그런데 정직한 사람도 부정직한 사람과 짝을 지었다면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했어요. 본인의 정직함에는 문제가 없으면서 부정직한 파트너 덕분에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니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직한 사람도 비난하거든요. 일종의 간접적 무임승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정직한 사람이 아무런 이득을 취하지 못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결과적으로 본인도 혜택을 본 것이고 그건 도덕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거죠. 실제로 이득이 있었는지는 증명하기 어려워서 비난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결국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무임승차의 피해자를 그대로 두고 볼 것이 아니라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다른 동료들의 눈총도 아무렇지 않게 버텨내기는 어려우니까요. 가능하다면 맡은 업무와 역할을 문서화하고 이를 토대로 일을 해 나가는 것이 그나마 갈등의 발생 가능성이 크게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중 누구든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무임승차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그 피해는 다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걸 기억한다면 그저 방관자로 머물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1) Gross, J., Leib, M., Offerman, T., & Shalvi, S. (2018). Ethical free riding: When honest people find dishonest partners. Psychological Science, 29, 1956-1968. 사진 : 게티이미지
Q. 같은 부서의 동료와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에서 만났지만 정말 가깝게 느껴져서 마음을 열고 동료의 어려움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동료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요. 그래서 당장 손절하고 싶지만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그것도 쉽지 않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정말 불편하고 답답하시죠. 정말 어느새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버렸고 그렇다고 무작정 손절할 수도 없으니... 짜증도 나실 거예요. 갑자기 헐크로 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참을 수도 없고... 안 그대로 직장 생활이 만만치 않은데 이런 일까지 생기면 참 힘들고 괴롭습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감정 교류를 합니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그에 관한 감정을 나누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면 때로는 감정을 거칠게 표현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늘 일방적으로 쏟아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은 쓰레기통에 무언가를 버릴 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그저 부정적인 감정을 일방적으로 쏟아냅니다. 일종의 감정 배설이죠. 내가 어떻게 느낄지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그러면서 본인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강권하죠. 언뜻 보면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런 사람과 엮일까? 그냥 안 보면 되는데 왜 끙끙 앓고 있을까? 이렇게 비난하기도 하는데요. 너무나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면 관계를 맺지 않았거나 최소한 상당히 조심스럽게 대처했을 거예요. 정말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렇게 되어 버린 건데요. 대부분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무에게나 말하지 않는 것처럼 감정도 가까운 사람과 공유하게 됩니다. 감정 쓰레기통이 가족이나 가까운 동료 사이에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가깝게 느끼는 사이니까 마음으로 다가가서 진심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같이 느끼고 위로의 말을 건네게 되고,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을 때는 조금 더 신경 써서 들어주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오로지 부정적인 감정만 나에게 쏟아내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일관성의 함정에 빠져서 이전과 다르게 대하기가 어렵고, 가까운 사이니까 더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점점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가는 거죠. 특히 일방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만나자고 하면서 '너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 '너라면 나처럼 생각할 줄 알았지'와 같은 말을 한다면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고 있는 거예요. 여기에 더해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건네면 '답답해서 얘기한 건데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안 돼'라고 하고, 내가 힘든 얘기를 건네면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라고 답한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누군가의 부정적 감정을 일방적으로 받아주고 그 사람을 이해해 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서 오래지 않아 방전되고 소진됩니다. 에너지가 없으니 본인에게 집중하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무언가를 할 의욕이 생기지 않게 되기도 하죠. 양쪽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감정 쓰레기통'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는 상대방을 무턱대고 비난하거나 무작정 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상대방도 당연히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고, 무작정 피하기만 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어요. 더구나 본인이 감정을 배설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도 꽤 많아서 어리둥절해하는 일도 있습니다. 우선 다른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사람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간관계가 좁아져 있을 거예요. 특히 긍정적인 표현을 자주 하고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받으면서 무너진 자존감도 다시 세우고 그동안 소진한 에너지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감정을 배설하는 사람에게 할애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되고요. 다음으로 감정 배설의 대상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것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소개해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나 혼자 빠져나오자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거죠. 소개를 받은 사람에게 이전처럼 감정을 배설하기는 어려우니 예의 있게 행동할 거예요. 감정 배설의 농도와 강도도 당연히 약해지겠죠. 그 과정에서 관계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마누엘 스미스(Manuel Smith)는 <죄책감 없이 거절하는 용기>에서 "나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무작정 누군가를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 이해하고 편안하게 감정을 나눌 때 가능하니까요.
A. 소통과 인간관계에 관한 강연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공감입니다. 이것저것 계산하지 말고 마음으로 다가가서 진심으로 공감해 주어야 한다는 말은 마치 진리인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덮어놓고 공감하다 보면 오히려 편 가르기와 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공감을 하는 게 맞는 걸까요? 맞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간의 공감 능력은 본능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 누군가가 어디에 부딪히거나 찔리는 모습을 보면 거의 대부분 자신이 그러한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표현하고 반응하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죠. 심리학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본인이 다쳤을 때와 다른 사람이 다친 것을 보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마음만이 아니라 머리로도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감이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긍정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관계 형성과 유지에 있어 특효약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연자의 사례와 같이 공감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죠.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먼저 공감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감은 크게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정서적 공감은 본인이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말하고,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심적인 상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친구의 좋은 일이나 나쁜 일에 설렘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도 있고(정서적 공감), 그러한 일이 친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인지적 공감). 대부분은 정서적 공감이 인지적 공감에 선행하며, 인지적 공감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인지적 공감 없이 감정을 공유하는 정서적 공감만 있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게 된 이유를 살피지 않고 그저 정서적으로 공감하게 되면, 그러한 감정을 유발한 상대방에 대해 시선이 고울 리가 없습니다. 동료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편을 가르게 되고 상대방에 대한 혐오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정서적 공감의 대표적인 부작용입니다. 취리히 대학(University of Zurich)의 그리트 헤인(Grit Hein) 등이 진행한 연구 결과(Hein, G., Silani, G., Preuschoff, K., Batson, C. D., & Singer, T. (2010). Neural responses to ingroup and outgroup members' suffering predict individual differences in costly helping. Neuron, 68, 149-160.)는 정서적 공감의 함정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취리히의 지역 축구팀의 팬을 대상으로 누군가가 전기 충격을 받는 영상을 볼 때 뇌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은 같은 팀의 팬이, 나머지 절반은 라이벌 팀의 팬이 전기 충격을 받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같은 팀의 팬이 전기 충격을 받는 장면을 보았을 때는 고통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된 반면, 라이벌 팀의 팬이 전기 충격을 받는 장면을 보았을 때는 놀랍게도 고통을 담당하는 영역이 아니라 쾌락과 관련된 영역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받는 고통을 나눌 의향이 있냐고 물어보았을 때, 같은 팀의 팬일 때는 기꺼이 나누지만 라이벌 팀의 팬일 때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무조건적인 정서적 공감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혐오와 차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정서적 공감만 사용했다면, 아마도 지금의 우리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그저 가슴으로만 다가가는 방식이 아니라 상황을 인식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 보는 인지적 공감이 필요해 보입니다. 디자인 : 고결
갑작스럽게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하던 동작이 잘되지 않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흔히 입스(Yips)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입스가 야구에서 나온 용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의 유명한 투수인 스티브 블래스(Steve Blass)로 인해서다. 1966년 데뷔 후 8년 동안 100승을 기록한 투수 스티브 블래스는 1973년 시즌 갑자기 아예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제구력 난조에 빠진다. 2군으로 내려가서 회복하려 했으나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1975년 은퇴하게 된다. 이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선수들을 표현할 때 이 선수의 이름을 따서 블래스 신드롬이라고 부르는데, 이 현상이 바로 야구에서 보이는 대표적인 입스다. 물론 투구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견인했던 투수 존 레스터(Jon Lester)는 투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1루 견제구를 던지지 못하는 입스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입스는 사실 골프에서 나온 용어다. 1927년 쇼니 오픈(Shawnee Open)에서 스코틀랜드 레전드 골퍼인 토미 아머(Tommy Armour)가 섹스튜플 보기(sextuple bogey)를 기록하면서 내뱉은 말이라고 전해진다. 실제로 최상위 수준의 골퍼들이 특히 쇼트 게임에서 입스 현상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타이거 우즈도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전반기까지 골프 황제라는 타이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쇼트 게임을 보여주었다. 2015년 피닉스 오픈(Pheonix Open)에서는 칩샷과 퍼팅이 아예 망가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며, 결국 컷오프되었다. 실제로 골프에서 입스는 드문 현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통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30~40% 정도의 골퍼가 어느 순간 입스를 겪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게다가 프로 선수가 입스를 경험한 후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입스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입스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갑자기 근육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먼저 입스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흔히 입스는 과도한 긴장감으로 인해 불안감이 극도로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수행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약간의 오해가 있다. 이건 입스와 질식 현상(choking)을 뭉뚱그려서 설명하는 것이다. 아직 학계에서 입스와 질식 현상을 엄밀하게 구분하지는 않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입스와 질식 현상이 같은 것은 아니다. 입스는 갑작스럽게 특정 동작을 수행하기 어려운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국소적 근긴장 이상증(focal dystonia)으로 인해 떨림이나 경련 혹은 근육의 과도한 긴장 등의 현상을 보이게 되며, 반복적으로 해온 정밀한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한 번 발생하고 나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며, 회복이 쉽지 않다. 골프에서는 특히 쇼트 게임, 퍼팅에서 입스를 보고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다. 이와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운 것이 바로 질식 현상이다. 극도의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중요한 순간에 숨이 막힐 듯한 느낌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수행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심리적 압박감, 불안, 두려움 등으로 인해 발생하며 특정 동작에 국한하지 않는다. 심리적 요인이 주원인이라서 압박감이 해소되거나 그런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질식 현상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리해 보면, 입스는 익숙하게 사용하던 근육의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한 번 나타나게 되면 상당 기간 지속된다. 반면 질식 현상은 주로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대부분 일시적이다. 그렇다면 입스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현재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중 성격과의 관련성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면 입스가 잘 온다? 어떤 사람이 입스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까? 영국 더비 대학교(University of Derby)의 인간 과학 연구 센터(Human Science Research Centre)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였다.1) 1) Clarke, P., Sheffield, D., & Akehurst, S. (2020). Personality predictors of yips and choking susceptibility. Frontiers in Psychology, 10: 2784. 연구팀은 골퍼를 대상으로 입스와 질식 현상 경험 및 이들의 성격 특성을 확인하였다. 연구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아마도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면 입스가 잘 오리라 예측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서적 안정성(emotionality)과 입스는 별다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입스는 심리적인 요인보다는 반복적으로 준비해 온 동작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오히려 예상과는 다르게 성실성(conscientiousness)2)이 낮은 사람이 입스를 보일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맞게 행동 계획을 정하고 따른다. 그래서 시합을 앞두고 있을 때 시합을 잘 치르는 데 필요한 부분을 철저하게 준비하게 되고 그래서 입스를 경험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2) conscientiousness를 성실성으로 번역하고 있어 단순히 근면 성실함을 떠올릴 수 있으나, 실제 의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결과는 완벽주의 성향과의 관련성이다.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완벽주의적 성향의 자기 제시(self-presentation)와 자기 홍보(self-promotion)가 높을수록 입스를 경험할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즉, 자신의 스윙이나 경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완벽하게 보이기를 원하고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면, 오히려 원래 자연스럽게 해 오던 스윙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중요하다. 골프 경기를 하다 보면 자꾸 옆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곤 한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부분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면 본인의 스윙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골프는 결국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게임에 집중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는 결과다. 디자인 : 박수민
A. 새로운 부서에 들어오게 되면 업무, 동료 등 모든 게 낯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럴 때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서 이런저런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선배만 믿고 따르면 된다는 고전적인 말부터 본인의 경험을 늘어놓으며 그 마음 잘 안다는 말 등등 정서적으로 후배를 지원하려는 다양한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다지 탐탁지 않게 반응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선배의 의도는 분명히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적응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후배도 그런 의도를 모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의도를 전달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문제를 단순화해 보면 의외로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지원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처지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핵심입니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저 본인이 생각하기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게 되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부서에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어떠한 지원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겠죠. 지원 방식은 크게 마음으로 다가가서 따뜻한 말을 건네는 정서적 지원 그리고 업무 진행에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는 실질적 지원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중 무엇이 먼저일까요? 회사는 일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질적 지원이 우선입니다. 새로운 조직과 환경에서 우왕좌왕하지 않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업무가 지체되거나 예상하지 못한 일로 바쁠 때 도와주거나 대신 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되겠죠. 이런 지원을 하는 선배에게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는 후배가 있을까요? 차갑게 보이는데도 후배들이 많이 따르는 선배를 보면 거의 대부분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질적 지원이 정서적 유대감 형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마음을 나누는 것, 즉 정서적 지원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에서 매사에 업무적으로만 대하는 선배나 후배를 상상해 볼까요? 그런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마음은 일방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와 관련하여 맥라렌(McLaren)이 F1 슈퍼카 레이서에게 제공한 지원 방안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레이서는 격렬한(?) 경기를 앞두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한데요. 만약 선배 레이서가 출전 준비 중인 후배 레이서를 정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기대한 만큼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맥라렌은 오히려 레이서가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게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즉, 레이서가 처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방식으로 지원한 것이죠. 사연자는 아마도 후배의 마음을 읽고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그러한 노력이 더욱더 의미가 있으려면 마음을 읽으려고 하기 전에 후배가 경험하고 있는 것에 대해 먼저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과정에서 실질적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더욱더 돈독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디자인 : 고결
지난 칼럼에서 방해 말이 샷을 망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요약하면, 방해 말에서 언급한 스윙의 특정 요소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거나 방해 말 자체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져서 샷을 제대로 구사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말로 만든 벙커에 빠지고 나면 라운딩 내내 신경이 쓰여 경기 자체를 망치는 일도 허다하다. 어디서나 보이는 방해 말의 영향 방해 말의 부정적인 영향은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보고되고 있다. 특히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경기에서도 심지어 중고등학생이 참여하는 경기에서도 방해 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경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양념이라거나 필요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방해 말은 누군가의 노력을, 예상하지 못한 외적인 요소로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심지어 감정 없이 프로그램된 대로 방해 말을 하는 로봇을 사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로봇과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로봇에게 방해 말을 들었을 때 점수가 좋지 않았으며, 이런 상황이 수십 차례 반복되어도 방해 말의 영향이 사라지지 않았다. 혹자는 방해 말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방해 말을 듣고 경쟁 상대를 이기고 싶은 동기가 더 많이 생기거나 승부욕을 자극해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기는 하다. 물론 골프는 아니다. 직접적으로 상대방과 경쟁하는 스포츠에서는 일부 도움이 되는 결과가 보고되기는 했으나, 온전히 자신의 스윙에 집중해야 하는 골프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방해 말을 극복하는 인지행동적 접근 방해 말의 영향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흔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자 혹은 평정심을 찾고 본인의 스윙에 집중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효과를 본 골퍼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방해 말을 듣고 나면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머릿속에 계속 맴돌기 때문이다. 마치 아무리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맴도는 생각으로 인해 스윙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행동은 생각(인지)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방해 말을 극복하는 방법 역시 이러한 인지와 행동의 연결고리에서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인지와 행동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개개인이 생각하는 패턴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인지행동적 접근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손목의 각도를 언급하는 방해 말을 들었을 때 "그런 얘기 안 하면 좋을 텐데... 신경 쓰지 말고 잘해보자"와 같이 생각하기보다 "골프장에서 스윙에 대해 언급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혹은 "그런 부분도 한번 생각해 보자. 어차피 완벽한 스윙은 없으니까..."와 같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인지(생각)를 바꾸어 행동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그 결과가 다시 인지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점차 방해 말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PACE 모델 그렇다면 필드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 칼리지(Springfield College) 연구팀이 제안한 방법이 매우 흥미롭다. 연구팀은 방해 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인지행동적 접근에 근거하여 PACE 모델을 제시했다.1) PACE는 Pause, Assess, Concentrate, Execut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잠시 멈추고(P) 상황을 평가한 후(A) 집중하여 샷을 준비하고(C) 실행해야 한다는(E) 의미다. 1) Trammel, R., Van Raalte, J. L., Brewer, B. W., & Petitpas, A. J. (2017) Coping with verbal gamesmanship in golf: The PACE model, Journal of Sport Psychology in Action, 8, 163-172. 단계별로 살펴보자. 첫 번째 단계인 P는 휴지기를 가지라는 의미다. 잠시 숨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나 불안 수준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가 지연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의 적절한 휴지기를 설정해 둘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단계인 A는 현재 상황을 개인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평가하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예전에 비해 손목 각도가 좋아졌다고 언급했다고 가정해 보자. 평소라면 칭찬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최근에 손목 각도의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면 방해 말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상황을 평가해야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고 샷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C는 샷에 집중해서 준비하라는 의미다. 스윙의 특정 부분이 아닌 현재의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긴장을 푸는 것이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금 더 긴장하는 게 나은 사람도 있다. 자신을 북돋우는 말을 하는 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게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다. 아직 자신만의 방식을 찾지 못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여러 가지 방법을 경험해 보자. 마지막 단계는 E는 샷을 앞선 단계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샷을 구사하라는 의미다. 만약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앞선 단계를 다시 반복해도 좋다. 결국 골프의 오래된 격언인 한 번에 하나의 샷만 구사하라는 말처럼 이번 샷에만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PACE 모델 이외에도 방해 말을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핵심은 그저 수동적으로 방해 말을 피하기보다는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저 피해 왔다면, 다음 라운딩에서는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A. 후배를 아끼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언을 한 것인데, 이렇게 반응하면 마음이 많이 상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요즘 함부로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조언을 건넸는데, 돌아온 반응이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뭔가 잘못 생각한 걸까요? 같은 팀이니까 서로 의견을 제시하면서 같이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차라리 혼자 담쌓고 지내는 게 더 나을까요? 짜증도 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한때 '라떼는 말이야'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꼰대가 쓰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통했고, 심지어 꼰대라는 단어는 영국 BBC에 소개된 적도 있을 정도로 유명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라떼'를 싫어했을까요? 그 이유는 선배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경험(특히 고생한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후배들은 더 이상 선배의 고생 자랑을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혹시 그 후배가 선배의 고생 자랑이라고 오해한 것이 아닐까요? 사연자가 후배를 위해 조언을 건넨 이유는 자신의 경험을 전달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선배의 경험을 듣고 적용해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경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제는 경험을 전달하기보다는 경험을 공유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중요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평균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고 마을이나 공동체의 어른은 경험이 가장 풍부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가 갑자기 무척 오래 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머지않아 영화 '인턴'에서처럼 7~80대가 2~30대와 함께 일하는 시간이 올 것입니다. 게다가 사회가 훨씬 복잡해져서 사람들마다 다른 경험을 하기 때문에, 이제는 선배가 일방적으로 경험을 전달하기보다는 구성원이 경험을 공유해야 합니다. 즉,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먼저 조언은 상대방이 요청할 때 건네야 합니다. 상대방이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턱대고 조언을 건넨다면, 상대방은 당연히 불편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건네는 조언은 공허하게 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조언이 필요한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렇게 상황을 제대로 듣고 그에 맞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임은 자명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공유할 만한 경험이 없을 때 억지로 꿰맞추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그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를 소개해 주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방법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고생 자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저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기술(description)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다음으로 먼저 다가가서 조언을 요청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선배의 요청을 거절하는 후배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먼저 다가온 선배에게 무척 친근감을 느끼고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쌓이는 친분과 신뢰는 덤이죠. 이제 후배도 필요하면 선배에게 스스럼없이 도움을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 이전의 경험을 통해서 부담감이 없어졌기 때문에 훨씬 더 편안하게 대화가 오가겠죠.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전망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내가 꿈꾸는 미래는 누군가의 현재라고 언급했습니다. 지금 내가 고민하는 문제는 누군가가 이미 해결한 문제일 것입니다. 훈수충이라는 차별적인 표현으로 서로를 배척하기보다는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공유해 보면 어떨까요? 디자인 : 고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