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사랑하는 요리사이자 미식 도슨트. 꼬르동블루에서 요리를 전공한 후 파리와 도쿄에서 스타쥬를 했으며 유수의 호텔에서 셰프로 일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때우는' 식사가 아닌 '채우는' 미식생활을 하길 바라며 현재는 외식컨설팅 그룹 프렙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100년 만에 올림픽이 열렸다. 친환경, 저탄소 올림픽을 표방하면서 새 경기장을 짓지 않고 유서 깊은 명소에서 경기를 치르고, 센강 수질을 개선하여 그곳에서 수영 경기를 하는 등 이슈도 볼거리도 많은 국제적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미식 강국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적 행사이기 때문에 선수촌의 식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유명 셰프들을 대거 영입해 전 세계 선수들에게 어느 대회보다 화려한 식단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미슐랭 가이드 3스타인 알렉산드레 마지아 셰프와 프랑스와 영국에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스타셰프 아마딘 셰노 등이 선수촌 주방을 지휘한다. 선수들의 식습관과 종교 등을 고려하여 500개 이상의 메뉴를 구성하였고, 이 중 30%는 비건 요리라고 한다. 농업 대국인 프랑스인 만큼 육류, 유제품, 곡물, 채소, 과일 등을 산지에서 직접 받아 쓸 예정이고, 수입 식자재는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통 바게트, 크로아상, 케이크류도 정부가 인증한 장인들의 손길로 만들어져 전 세계 선수들의 입을 행복하게 해 줄거라 하니, 파인 다이닝급 식단으로 숙소에 에어컨이 없다는 단점이 다 가려지지 않을까 싶다. 와인이 최고의 특산품인 프랑스이지만 지금껏 어느 올림픽에서도 선수촌에서 선수들에게 알코올을 제공한 적은 없기 때문에 이번 대회도 예외는 아니다. 선수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름다운 파리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보는 우리들은 와인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보통 스포츠 게임을 관람하면서는 맥주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파리 올림픽만큼은 맥주만큼 가볍고 경쾌하지만 우아하고 시원하게 꿀떡꿀떡 마실 수 있는 크레망(Cremant)을 추천한다. 크레망은 샴페인을 제외한 프랑스의 스파클링 와인을 일컫는다. 특히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크레망은 샴페인 같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배나 풋사과 같은 신선한 과일과 하얀 꽃향이 나며 신맛이 깔끔해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고, 가성비도 좋아 언제나 편하게 선택할 만한 와인이다. 경쾌한 산미 때문에 치킨이나 피자와도 잘 어울리니 '경기 관람용' 주류로 손색이 없다. 올 여름은 파리 올림픽의 다양한 볼거리를 감상하며 맥주 대신 시원하게 칠링된 알자스 크레망을 즐겨보시길. 이영라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Gustave Lorentz, Cremant D'alsace, Brut 구스타브 로렌츠, 크레망 알자스 브뤼 피노누아, 샤도네이, 피노 블랑을 1:1:1로 조합해 만들어 샴페인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며 우아한 거품 속에 깊이 있는 풍미가 있다. 디자인 : 안준석
뜨거운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이 시기에 유럽에 가면 한낮에 테라스에 앉아, 또는 초저녁에 강변에 걸터앉아 로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날은 덥고 시원한 음료는 마시고 싶은데 취하고 싶지는 않을 때 그들은 종종 로제 와인에 얼음을 넣어 마시기도 한다. 어떻게 와인에 얼음을 넣어 마실 수 있냐며 몰상식한 사람 취급받지 않는다. 와인을 즐기는 데 특별한 법칙이나 에티켓의 굴레 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황에 맞게 편안하게 와인을 즐기는 여유를 나는 유럽 사람들에게서 많이 배웠다. 장미빛의 로제 와인(Rose wine)은 포도 품종과 양조법에 따라 여린 자몽색부터 붉은 산딸기 색까지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을 가진다. 이탈리아는 로사토(Rosato), 스페인에서는 로사도(Rosado), 미국에서는 블러쉬 와인(Blush wine)으로도 불리는 이 핑크빛 와인은 일반적으로 적포도 품종을 껍질과 짧은 시간 접촉하여 색을 만든다. 로제 와인은 레드와 화이트의 중간 지대에서 레드 와인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화이트 와인보다 조금 더 바디감과 실키한 질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근사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로제는 화이트 와인처럼 차갑게 해서 즐기면 좋다. 유럽 사람들은 로제를 여름용 와인으로 즐기며 해변에서 수영장에서, 캠핑을 하거나 강변에 앉아서 피크닉할 때 애용한다. 여름에 유럽에 가면 마트 와인 코너는 한 벽면 전체가 로제 와인으로 도배가 되어있을 정도다. 가볍고 드라이한 프로방스 로제는 샐러드나 해산물 등 가볍고 산뜻한 음식과 매칭이 좋고, 중간 바디에 과실미가 풍부하고 드라이한 로제는 활용이 폭이 더 넓은데 제육볶음이나 떡볶이 같은 매콤한 한식 볶음요리와도 잘 어울리고, 바비큐나 훈제연어 요리에 곁들여도 손색이 없다. 약간의 당도가 있는 로제 와인은 디저트나 구운 과일, 매콤한 한국 요리나 강렬한 향신료를 쓰는 동남아시아 요리에도 꽤 잘 어울린다. 복숭아, 수박, 참외 등 달고 수분감 있는 과일들이 맛있어지는 철이다. 본디 과일은 구우면 단맛과 향이 증폭된다. 잘 익은 복숭아와 수박을 그릴에 살짝 구워 시원하고 상큼한 로제 와인과 함께 즐겨보시길. 남프랑스 바닷가로 바캉스를 떠나는 상상도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는 초여름 망중한이 될 듯하다. 이영라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도멘 오뜨 로제 샤또 로마상 Domaines Ott Rose, Chateau Romassan 2021 프랑스 프로방스 방돌(Bandol)에서 만들어지는 최상의 로제 와인으로 연한 복숭아 컬러로 시트러스 향이 풍부하고 단단한 구조감에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더해져 풍미를 완성한다. 디자인 : 안준석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서 냉기가 사라지고 기분 좋은 청량함이 감도는 초여름이 왔다. 테라스를 오픈한 레스토랑과 바들이 늘어나고, 저녁 산책을 나가면 남산 둘레길에, 공원 벤치에, 편의점 앞에 가족, 연인, 친구들이 나란히 앉아 캔맥주나 팩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주말 한강에는 반려견을 동반한 피크닉족이 잔디마다 빼곡하다. 완전 초록으로 가기 전 연둣빛의 나뭇잎과 잔디가 풋풋한 향을 내며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바야흐로 '피크닉의 계절'이 도래했다. 한국형 피크닉 푸드로는 김밥이 빠질 수 없는데, 김밥은 최근 전 세계가 매료될 정도로 편의성과 개성,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는 힙(hip)한 아이템이 되었다. 구운 김에 식초로 조미한 밥을 깔고 각자가 선호하는 또는 당장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잘 조합하여 말면 어느 상황에서나 즐길 수 있는 간편한 한 끼 식사이자, 안주이자, 정성 가득한 선물이면서, 설레는 피크닉 음식이 된다. 봄에는 두릅이나 봄나물을 잔뜩 넣어 봄나물 김밥을, 여름에는 소고기와 가지를 졸여서 가지 김밥을, 가을에는 제철 버섯을 트러플 오일에 볶아 트러플 버섯 김밥을, 겨울에는 싱싱한 굴을 넣고 톳밥을 지어 풍미 만점의 굴밥 롤도 만들 수 있다. 채식을 하는 사람은 채소로만,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단을 하는 사람은 밥 대신 계란지단을 넣어 김밥을 말면 된다. 김밥을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김밥과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 단박에 선명한 산도, 풀내음, 청피망, 쐐기풀 등의 청량한 향, 패션 프룻과 같은 열대과실, 엘더플라워와 같은 꽃내음을 지닌 소비뇽 블랑이 떠올랐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프랑스 보르도 화이트 품종이다. 소비뇽 블랑은 '야생(Sauvage)'와 '흰(Blanc)'에서 유래했다. 이 품종은 사바냥(Savagnin) 품종의 후손으로 추측되고 있다. 소비뇽 블랑은 바삭한 산미에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으로 재배되며, 프랑스, 칠레,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남아공, 워싱턴 주와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재배된다. 소비뇽 블랑은 소테른(Sauterne)과 바르삭(Barsac)에서 디저트 와인을 만들 때도 사용된다. 소비뇽 블랑은 기후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낸다. 서늘한 기후에서는 금방 자른 풀, 피망, 약간의 열대과실향, 엘더플라워 등의 꽃향과 높은 산미를 지닌다. 더운 기후에서는 복숭아 등의 열대과실향을 더 느낄 수 있다. 프랑스 르와르 밸리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와인을 살짝 차게 해서 해산물 요리, 산양젓으로 만든 치즈, 초밥, 오이, 콩과 아스파라거스 등과 잘 어울린다. 따라서 김밥과 쇼비뇽 블랑은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것이다. 푸릇푸릇한 초여름의 향과 단촛물을 입힌 달큼한 쌀, 바다향이 나는 김, 아삭한 속재료가 어찌 안 어울리겠는가. 자, 당장 냉장고를 털어 소박하지만 개성있는 김밥을 말아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피크닉을 가자.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블루투스 스피커와 시원하게 칠링된 쇼비뇽 블랑 한 병이다. 이영라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Cloudy Bay Te KoKo, 클라우디 베이 테 코코 2019 열대과일향과 오크향이 풍성하게 지나가며 산미가 깔끔하게 남는다. 미네랄이 부드럽고 전반적으로 싱그러운 기운이 감도는 훌륭한 소비뇽 블랑. 디자인 : 안준석
몇 해 전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모시고 우래옥에서 가족 식사를 했다. 진하고 깊은 육향의 묵직한 육수에 백김치가 어우러진 평양냉면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달달하고 촉촉한 불고기를 좋아하는 사위와 조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외식 장소였으니 40분 정도 대기 시간은 전혀 불만이 될 수 없었다. 단 한 가지 복잡한 조율(?) 사항이라면 중후한 바디감을 즐기시는 아버지, 과실향이 풍부한 레드를 선호하는 어머니, 적당한 산도와 스파이시한 와인을 즐기는 형제자매들과 가족 식사를 하면서 섬세한 평양냉면, 달달한 불고기와도 어울림이 좋은 와인을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고민의 결론은 남부 론, 그중에서도 교황의 와인이라는 샤또네프 뒤 파프(chateauneuf-du-Pape)였다.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의 샤또네프 뒤 파프는 중세시대부터 프랑스 남부 아비뇽 인근에서 교황을 위한 와인을 생산하던 지역이다. 이 지역에 분포된 둥근 자갈돌 갈레(galets)는 낮 동안에는 뜨거운 열기를 머금었다가 밤이 되면 천천히 방출하면서 해가 없는 밤에도 포도에 온기를 준다. 일종의 온돌 효과랄까. 뿐만 아니라 샤또네프 뒤 파프는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토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 무르베드르(Mourvedre)를 포함한 13가지 뚜렷한 개성을 지닌 품종들을 키워낸다. 또한 이 지역은 연중 미스트랄이라는 강력한 바람의 영향을 받는데, 갈레는 미스트랄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하고, 토양의 침식과 다양한 질병을 막아준다. 13가지 뚜렷한 개성을 지닌 포도들이 조화를 이루어 복합적이고 아름다운 와인이 탄생시키는데, 이는 카베르네 쇼비뇽보다는 편안하고, 피노 누아 보다는 바디감이 있으며 실키한 탄닌감을 드러낸다. 기분 좋은 산도가 이어지면서 중후한 바디를 가지고 있으나 무겁지 않고 딸기, 블랙체리, 레드오렌지 같은 강한 과실 아로마를 지나 호두나 정향, 흑후추, 민트 등의 시원하고 알싸한 매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모두의 needs를 충족시키는 '조화(화합)의 와인'이라고 할 수밖에. 특히 달달하고 촉촉한 불고기와 고소한 메밀면에 곁들여진 과실미와, 산도는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었고, 육향 진한 평냉 육수도 와인의 스파이시함으로 개운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야리야리한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선명해지는 5월이 성큼 문 앞으로 다가왔다. 계절의 여왕이기 앞서 가족의 달이기 때문에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등 챙겨야 하는 인사가 많은 때이다. 이럴 땐 따뜻한 햇빛과 온돌 효과를 가진 테루아에서 자라서 품행이 방정하고 우아한 성품이나 복합적인 매력을 지닌 남부 론 와인을 선물드리는 것을 추천한다. 풍성한 과즙과 견고하면서도 섬세한 탄닌감, 그리고 와인의 골격을 잡아주는 산미와 깊은 여운을 두루 갖춘 <엄친아, 엄친딸> 같은 와인이니 선물 받으신 부모님도 스승님도 두루 만족하실 것이다. 이영라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샤또 보카스텔, 샤또네프 뒤 파프 루즈 (Chateau de Beaucastel, Chateauneuf-du-Pape) 13가지 포도 품종을 모두 사용하여 만들어진 샤또네프 뒤 파프의 전설 같은 존재로 블랙베리, 블루베리 향과 중후한 탄닌, 실키한 텍스처를 지닌 와인. 디자인 : 안준석
며칠 꽃샘추위가 이어지다 갑자기 모든 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만개하는 순간은 너무나 찰나여서 하루 이틀 업무나 학업에 치여 주변을 둘러볼 틈이 없는 경우에는 '찬란한' 봄의 절정을 놓쳐버리기 십상이다. 제철 식재료 또한 마찬가지인데, 서해안 갯벌이 비옥해지는 봄이면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달달해지는 해산물들을 놓치지 말고 즐겨줘야 한다. 그중 하나가 주꾸미인데, 4~5월에 잡히는 주꾸미는 투명하고 맑은 알이 가득 차 있어 다른 시기보다 감칠맛이 나고 식감이 더욱 쫄깃하다. 머리가 동그랗고 발이 8개인 주꾸미는 낙지와 비슷하지만 낙지보다 연하고 오징어보다 더 고소하다. 뿐만 아니라 주꾸미는 낙지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타우린을 함유하고 있어 간기능 회복에 좋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고, 지방 함량은 매우 적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니 안 챙겨 먹으면 오히려 손해일 수도. 주꾸미는 일반적으로 살짝 데쳐서 숙회로 먹거나 양념과 볶아 먹는다. 신선한 주꾸미를 회로 먹으면 입에 넣는 순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퍼진다. 주꾸미를 살짝 데쳐 요리해 국물과 함께 샤부샤부로 즐기는 것도 별미다. 조개 육수에 냉이나 미나리 같은 향긋한 채소와 함께 주꾸미를 살짝 익혀 먹으면 부드럽고 살큰한 식감에 감칠맛이 폭발한다. 시원하면서도 살짝 단맛이 도는 샤부샤부 국물에 바디감을 주고 싶을 때는 주꾸미 머리에 있는 먹물을 살짝 터뜨려주면 고소하고 묵직한 맛이 추가된다. 숯불에 구운 주꾸미에 쌉쌀하고 과실미 있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듬뿍 뿌리면 너무나 훌륭한 전채요리가 되고, 살짝 데친 주꾸미를 밀가루 얇게 입혀 튀기면 와인 안주나 간식으로 더할 나위 없다. 봄의 전령사, 주꾸미 요리에는 어떤 와인을 마시면 좋을까. 미네랄이 풍부하고 위트 있는 화이트 와인을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지중해 바닷가 인근을 헤매다가 시칠리아에 멈춰 섰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와인 산지로 지중해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시실리 섬은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들보다도 포도밭이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 대부분의 포도들은 말려서 식재료로 사용을 하거나 달콤한 디저트 와인들을 만들기도 하는데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달콤한 강화 와인이자 시실리 내에 있는 지명의 이름을 딴 마르살라(Marsala)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시실리에서는 좋은 품질의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닷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유질감이 돌며, 시트러스 향이 베이스로 깔려서 해산물과의 어울림이 좋다. 인촐리아(Inzolia)와 그레카니코(Grecanico), 그릴로(grillo) 같은 시칠리아의 토착품종으로 만든 화이트도 너무나 매력적이고,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그리고 피노(Pinots)와 같은 국제적인 품종들이 좋은 장래성을 보이고 있다. 돈나푸가타(DonnaFugata)나 플라네타(Planeta)는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써 접근성 좋고 마시기 편한 훌륭한 화이트 와인 라인업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이번 주말은 프리지어 마냥 노란빛의 시칠리아 화이트 와인을 칠링 해 놓고, 뽀얗게 살이 오른 주꾸미를 구해 청도 미나리와 살짝 데쳐 숙회를 만들어 보자. 지나가는 찬란한 봄을 잠시 붙드는 맛있는 묘책이 될지도. 이영라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추천 와인> 술 부카노 비앙코 Sul Vulcano Bianco, Donnafugata 카리칸테(Carricante) 100% 금빛 컬러, 노란 열대과실향, 부드러운 꽃향과 허브향이 우아하고 산뜻하다. 적당한 볼륨감과 함께 전해지는 와인의 풍미와 미네랄리티 또한 훌륭하다. 5년 이상 숙성할 수 있는 화이트 와인. 디자인 : 안준석
매섭던 칼바람이 잦아들고 마침내 봄이 왔다. 꽃망울이 필랑말랑 수줍게 요염한 이런 시기에는 우리의 몸 또한 꽃을 피우려는 식물들처럼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각종 영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비타민이나 무기질은 평소보다 최고 10배까지 필요량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럴 때는 건강에 좋은 제철 음식을 먹으면서 활력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 향긋하고 쌉싸래한 봄나물들은 우리 몸의 필요한 영양소들을 골고루 채워주는 데에다 겨우내 뜨겁고 무거운 음식들에 지쳐있던 우리의 위와 혀를 가볍게 해 주고 일종의 스트레칭을 도와준다. 향긋한 흙내가 매력적인 냉이는 입맛을 되찾게 해주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또한 냉이는 채소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다. 된장에 가볍게 무치거나, 날콩가루 냉이된장국 등으로 해 먹을 수 있고, 최상급 올리브오일을 둘러 냉이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면 봄날의 브런치로도 제격이다. 시원한 향이 나는 취나물은 칼륨 함량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의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해 내준다고 한다.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먹거나 딸기를 곁들여 샐러드로 먹어도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쑥으로는 도다리 맑은국을 끓이고, 두릅은 가볍게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얇은 튀김옷을 입혀서 튀김을 해 먹어도 좋다. 상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고, 어떤 와인을 매칭할까 머릿속이 분주하다. 이렇게 다양한 봄나물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비오니에를 떠올렸다. 비오니에(Viognier)는 프랑스 론 밸리 화이트 품종이다. 이 품종은 과거 로마의 중심 도시였던 비엔(Vienn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비오니에는 만생종으로 완전히 익은 경우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3%를 넘는다. 론 밸리에서 특히 꽁드리유(Condrieu)는 가파른 테라스 포도원으로 되어 있으며, 열을 머금은 화강암 토양을 가지고 있어 비오니에 재배에 적합하다. 물론 론뿐만 아니라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 이탈리아 중부에서도 비오니에를 재배한다. 비오니에로 만든 화이트는 화려한 향을 지닌다. 특히 비오니에가 가진 특유의 꽃향기는 작약처럼 크고 우아한 꽃의 이미지가 바로 연상될 정도다. 여기에 잘 익은 복숭아, 살구, 배 그리고 너무 익은 느낌은 아니지만 달콤한 열대 과일향, 베르가못 같은 허브와 생강향도 느껴진다. 또 하나. 비오니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머스크향이다. 일반 화이트 와인에서는 잘 느낄 수 없지만 비오니에는 코에 갖다 대는 순간 이런 머스크향이 확 올라오는데, 입에서는 미끌미끌한 유질감과 크리미함이 도드라진다. 바로 이러한 다채롭고 강렬한 특징 때문에 비오니에가 향이 강한 봄나물을 유질감이 넘치는 들기름에 무친 요리에도 올곧이 본인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테스트(?) 결과 냉이를 듬뿍 넣은 봉골레 파스타, 그리고 향긋하고 달달한 쑥버무리와 배꽃 향기가 나는 꽁드리유는 너무나도 완벽한 페어링을 보여주었다. 올봄에는 향긋한 봄나물 요리와 꽃향기 가득한 비오니에를 함께 즐겨보시길 적극 추천한다. 이영라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추천 와인> Pierre Gaillard, Condrieu 피에르 가이야르, 꽁드리유 노란빛의 국화의 향, 사과, 그리고 깊은 배의 향 매우 훌륭하면서도 은은한 와인이다. 입 안의 피니시는 부드럽지만 쌉싸름한 느낌의 즐거움이 입 안에 꽃밭처럼 퍼져 나간다. 미디엄 라이트 바디에 화사하면서도 온화한 느낌의 최상급 화이트 와인. 디자인 : 안준석
설 명절이 지나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흩어져있던 일가친척들이 다 모이는 명절기간(holiday season)에는 다양한 전통 음식과 음료를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마시게 된다. 과식에 너그러워지는 주간이랄까. 우리의 명절상에는 다양한 전과 잡채, 갈비찜, 나물들이 한 상에 차려지고 오랜만에 얼굴을 본 친척들끼리 술 한잔을 기울이며 평소보다 긴 식사를 하기 되기 마련이다. 서양은 전식, 본식, 후식이 확실히 구분되어 차려지는 문화이지만, 우리의 명절날 상 위에는 차가운 음식부터 뜨거운 음식, 여러 종류의 김치와 발효음식, 전식과 디저트가 한상에 한 번에 다 차려진다. 문어숙회와 기름진 고기전, 달달한 잡채와 갈비찜, 들깻가루로 구수한 맛을 살린 토란국, 톡 쏘는 나박김치와 잘 숙성된 가자미식해, 삼색 나물과 곶감과 약과 등이 모두 놓인 푸짐한 명절 밥상을 떠올려 보자. 따라서 요리마다 잘 어울리는 주류를 찾아 맞춰서 마시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치트키(?) 같은 술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만을 칭하고 각 생산자들의 양조스타일에 따라 샤르도네, 피노누아, 뫼니에를 블렌딩하여 만드는데, 그중에서 백포도인 샤르도네 품종으로만 만든 샴페인은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와 피노 뫼니에로 만들거나 이 품종들을 섞은 것을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라고 한다. 상파뉴 지역의 포도산지는 크게 4개의 지역으로 구분된다. 행스(Reims)의 고지대에서 풍성한 맛과 향을 지닌 피노 누아(pinot noir)가 생산되고, 마른(Marne)에서 주로 생산되는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는 샴페인에 바디감과 과실향을 강화시켜 준다. 실제로 샹파뉴 지역에서 30% 넘는 재배면적을 차지하는 품종이기도 하다. 에페르네(Épernay)의 남쪽에 있는 코트 데 블랑(Côte des Blancs) 산지의 백악기 토양에서는 섬세한 샤르도네(chardonnay)를, 비교적 온화한 기후의 코트 데 바(Côte des Bar) 산지에서 행스의 피노 누아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의 피노 누아 품종이 나오고 있다. 샴페인은 입안을 섬세하게 자극하는 기포, 우아한 산미와 경쾌한 바디감을 차가운 온도에서 즐기는 와인이기 때문에 식욕을 자극하고 기분을 고양시키는 파티용 전식주/아페리티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비릿한 해산물과 기름진 육류 요리 모두 잘 어울리고 디저트와 샐러드에도 페어링하기 좋다. 뿐만 아니라 샴페인의 산미는 식욕을 돋우고 과실향은 무거운 요리에 생기를 불러일으켜 주며 섬세한 기포는 기름진 요리를 중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다음 요리를 먹기 위한 클렌져의 역할에 소화까지 돕는다. 따라서 달큰한 갈비찜이나 잡채를 먹을 때에도, 나물과 기름진 전을 먹을 때에도, 산미가 있는 발효음식을 먹을 때에도 샴페인은 잔치의 분위기는 살려주고 음식 하나하나를 띄워주며 부드럽게 연결해 주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all-around player)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설만이 아니라 다음 명절에도 가족들과 정답게 둘러앉아 경쾌하고 우아한 샴페인의 풍미를 느끼며 덕담을 나누는 풍성한 자리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영라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
새해가 밝았다. 우리가 신년에 떡국을 챙겨서 먹듯 프랑스에서는 매년 1월에 꼭 챙겨서 먹는 음식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갈레뜨 데 루아(Galette des rois: 왕의 파이)이다. 정확히는 주현절(1월 첫째 주 일요일)에 예수의 출현을 기념하며 먹는 전통음식인데 지금은 프랑스에서 1월 내내 가족이나 친구 모임에서 신년을 축복하며 나눠먹는 디저트로 자리매김했다. 출처 : 유튜브 ‘SPC 컬리너리 아카데미’ 갈레뜨 데 루아의 최초 기원은 고대 로마에서 농업의 신인 사투르누스에게 바치는 축제 기간에 왕 뽑기 놀이를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파이로 추정된다. 이 때는 파이 안에 잠두콩(feve)을 숨겼는데, 잠두콩을 넣었던 이유는 봄에 가장 먼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어서 탄생, 다산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중세 이후 성경에서 등장하는 동방박사 3인이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인 주현절(1월 6일)에 먹는 것으로 그 취지가 바뀌었는데, 19세기말부터는 잠두콩이 아닌 비슷한 사이즈의 도자기 인형으로 바뀌었지만 이름은 지금도 그대로 페브(feve)로 불린다. 이 도자기로 만든 페브를 매년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바삭하고 버터 풍미 가득한 2겹의 퍼프 페이스트리 안에 고소한 아몬드 크림(프랑지판)을 채우고 페브를 숨겨 굽는다. 페브가 들어있는 조각을 먹는 사람이 그날의 왕이 되는 것이고, 왕관을 씌워 준 후 그날은 그 사람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게 되어 있다. 신년회에서 좋은 사람들과 왕의 파이를 나눠 먹으면서 곁들이면 좋은 와인은 역시 기분 좋은 달콤함을 갖춘 디저트 와인일 것이다. 식후에 달콤한 디저트나 과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주류가 있지만 견과류와 버터 풍미가 두툼하게 작렬하는 갈레뜨 데 루아에는 주정강화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은 발효 중 또는 발효가 완성된 와인에 주정/에탄올을 첨가하여 알코올 함량을 높인 와인이다. 알코올 함량이 보통 15~20% 사이이고 농밀한 단맛과 은은한 산미가 있어 식전주나 디저트와 함께 즐긴다. 일반적으로 개봉 후 1~2개월은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보관도 용이하고 몇몇 빈티지 포트와인은 3~40년을 묵혀서 더욱 녹진하고 깊은 단맛을 즐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Port)와 셰리(Sherry)는 100년 전쟁으로 프랑스와 사이가 나빠진 영국이 보르도 와인 대신 포르투갈과 스페인 와인을 대체품으로 소비했기 때문에 대중화되었다. 보르도보다 수입 경로가 훨씬 멀어졌기 때문에 변질을 막기 위해 주정-브랜디를 첨가한 것이 주효했다. 운송 과정에서 와인의 변질을 막아줌은 물론이고 오크통이 후덥지근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서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특색 있는 식전주나 식후주로 인기가 많아졌다. 물론 그 이전에도 주정강화 와인은 존재했는데 13세기 후반에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 학장이 발효과정 중 브랜디를 첨가해 발효를 멈추는 뮈타쥬(Mutage) 방식을 발견하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단맛의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s)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샹파뉴와 부르고뉴 지방에서도 주정강화 와인을 만드는데, 그중 하나가 라타피아 드 샹파뉴(Ratafia de Champagne)이다. 라타피아 드 샹파뉴는 샴페인을 만드는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뮈니에 등을 압착한 포도즙에 마르(Marc)나 핀(Fin) 같은 브랜디를 섞어 만든다. 그래서 유명한 샴페인 생산자들은 샴페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로 라타피아를 생산하는 경우가 꽤 많다. 샹파뉴에서 만들어지는 라타피아는 샴페인과 같은 산미에 농밀한 단맛이 곁들여져 알코올감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고 말린 과일과 고소한 견과류 풍미가 일품이어서 식후주-디저트용 와인으로 제격이다. 특히 라타피아 드 샹파뉴의 우아한 산미와 토스티한 견과류 풍미는 아몬드 크림이 듬뿍 들어간 갈레뜨 데 루아의 고소함은 상승시키고 자칫 무겁거나 느끼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해 주기 때문에 환상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신년에는 좋은 사람들과 모여 희망찬 계획들을 나누면서 고소한 파이와 우아한 디저트 와인을 왕처럼 즐겨보시길 추천한다. 이영라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
바람이 차가워지고 송년모임이 많아지는 시기가 되면 라끌렛 그릴을 꺼내어 정비를 해 둔다. 프랑스에서 일하던 시절, 친구가 주최한 라끌렛 파티에 초대되어 맛있고 포근한 치즈 요리를 경험한 이후에 라끌렛에 홀딱 빠져, 8인용 라끌렛 그릴을 사가지고 와서 지금껏 겨울만 되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지인들과 와인모임에서 라끌렛을 해 먹고 있다. 라끌렛은 스위스 남서부 발레(Valais)지역에서 유래되었고 치즈 자체를 일컫거나 녹인 치즈를 긁어먹는 요리 형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은 알프스 접경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즐기는 겨울요리가 되었는데, 어원은 ‘긁어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Racler에서 왔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눈이나 빗물을 긁어내는 와이퍼를 라끌렛이라고 부르기도.) 16세기부터 발레 지역에서는 치즈를 녹여서 먹었으나, 목동들이 추운 겨울, 화로에 치즈를 녹여서 먹었던 것이 라끌렛의 시초라는 주장도 있고, 발레 지역의 한 와인메이커가 손님 초대 요리로 개발했다는 설도 있지만 정확한 기록은 없다. 호스트가 거창하게 요리를 준비할 필요가 없고, 누구 하나 주방에서 또는 그릴 앞에서 정신없이 요리하며 희생(?)할 필요 없이 치즈와 간단한 식재료만 있으면 언제든지 모두가 한 자리 앉아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기특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친구들은 각자 라끌렛에 어울리는 와인을 한병 들고 오기만 하면 된다. 와인러버들이 모인 자리이니 각자 들고 온 와인들을 쭉 세워두고 산미와 당도, 색상, 품종 등을 고려하여 마실 순서를 정하는 성스러운 의식을 필수. 나는 이런 자리에는 꼭 오스트리아 화이트 그뤼너 벨트리너를 한병 들고 가는데, 그 이유는 그뤼너 벨트리너라는 품종이 가진 특별함 때문이다. 그뤼너 벨트리너는 오스트리아 와인생산량의 약 1/3을 차지하는 토착품종으로 스파이시한 풍미와 깔끔한 산도가 매력적이다. 산미를 드러내는 방식은 품종마다 다 다른데, 특히 그뤼너 벨트리너의 산미는 차분하지만 산뜻하고, 균형감이 아주 좋다. 식재료 자체의 맛은 끌어올리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육류와 해산물을 가리지 않고 잘 매칭되고, 기름진 치즈 요리에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오죽하면 소믈리에의 비밀 병기라고 불리겠는가. 지형상 동서남북 다 다른 바람이 부는 오스트리아는 다양한 기후에 한데 모여 포도 재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채로운 아로마를 가진 와인을 탄생시키는데, 여기에 크리스탈, 황토, 석회질, 화산토 등 다양한 토양까지 뒷받침해 주어 지역마다 매우 특색 있는 와인이 만들어진다. 특히 다뉴브 강 근처 바하우 지역에서 나는 그뤼너 벨트리너는 미네랄이 풍부하여 짭조름하고 녹진한 치즈요리와 매우 잘 어울린다. 라끌렛 치즈는 스위스와 프랑스 알프스 고지대의 신선한 목초를 먹고 자란 소의 살균하지 않은 생우유를 사용해 만들고 약 3~6개월간의 비교적 짧은 숙성기간을 거친다. 그뤼에르나 에멘탈 치즈와 질감이 유사하며 스위스 치즈 생산과정에서 일부 이뤄지는 프로피온산 발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공이 많지 않다. 수분과 지방의 함량이 적절하고 가열해도 서로 분리가 잘 나지 않아 구워 먹는 치즈로 제격이다. 일반적으로는 삶은 감자와 염장한 고기(샤퀴트리), 피클과 함께 먹지만, 라끌렛을 즐기는 법은 가정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해산물을 좋아하면 새우나 랍스터, 오징어등을 구워 녹인 치즈와 함께 먹기도 하고, 사과나 파인애플, 인절미 등을 구워서 치즈와 먹을 수도 있다. 라끌렛 전용 치즈와 더불어 그뤼에르, 에멘탈, 모르비에 같은 반경성 치즈 등도 골고루 준비하여 취향대로 녹여먹는 것도 재미있다. 라끌렛은 일반적으로 가벼운 바디감의 산미 있는 화이트 와인을 주로 매칭하여 먹기 때문에 알자스나 독일 리슬링이나 사부아 지역의 화이트, 토스티한 샴페인 또한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연말 모임에 육류, 해산물, 채소, 과일에 짭조름하고 진한 풍미의 치즈까지 모두 한 상에 차려진다면 그 모든 식재료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화이트는 단연 오스트리아의 그뤼너 벨트리너일 것이다. 이영라 대표가 추천하는 이주의 와인은? 디자인 :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