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평론가, 문화콘텐츠학 박사
디즈니+의 <북극성>은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의 서사적 논란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안팎의 다양한 요소들이 이슈를 만들고 있다. 전지현과 강동원 두 톱스타의 만남, 고전을 면치 못하는 디즈니+의 구원투수, 중국의 반응, 철 지난 한반도 전쟁 이야기와 반미 스토리까지 따지고 뜯어봐야 할 내용이 많다. 먼저 서사적 측면을 살펴보면, 이 서사의 핵심은 결국 정치 스릴러다. 보통 정치 스릴러물은 정치 구도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구현되었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된다. 정치물은 미드의 인기 장르인데, 그동안 대중성뿐만 아니라 작품성도 다 잡는 수작이 여럿 나왔고, 여전히 인기 장르로 각광받는다. 현실 정치, 국제 정세를 얼마나 유기적이고 짜임새있게 결합시켜 몰입도를 높이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향방이 결정된다. <북극성>은 어떠한가? 현재 국제 정세를 반영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 감각을 놓친 판타지 서사가 두드러진다. 이는 현재 전지현이 주연 배우라는 이유만으로 겪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한반도 전쟁, 남북 관계, 미중 관계는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대체로 북한을 미화하거나, 미국의 만행과 같은 류의 편향적인 소재가 주재료로 활용되었다. 물론 극적 긴장감과 재미, 픽션이라는 전제, 그리고 국민들의 현실 정치 무관심이 이러한 종류의 작품들의 인기와 명맥을 유지시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국제 정세를 더 깊이 파악한다면 정서경 작가의 엉성한 내용 구성은 아쉽기만 하다. 특히 철 지난 한반도 전쟁 플롯은 90년대식 '북한 위협-미국 개입-남북 긴장' 구도가 구태의연하게 반복되고 있으며, 이러한 구시대적 발상은 오히려 판타지에 가깝다. 미국을 주도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세력으로 묘사하고, 평화주의 후보가 희생되는 구조에서 드러나는 클리셰 역시 구태의 연속이다. 뿐만 아니라 반전을 그리기 위한 출연 배우는 적지 않은데, 극 중 주요 인물로 분하고 시사회에도 참석했던 배우 오정세는 극 초반 잠시 모습을 드러낸 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극의 구성상 그의 반전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복잡한 인물 관계 설정도 아리송하다. 그러다 보니 판타지에 가까운 내용 구성이 설득력을 잃고, 단편적인 이념 드라마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단편적인 정치 프레임은 전지현을 향한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중국 광고가 무기한 연기되었다거나, 중국 활동 중단 가능성에 대한 기사들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전지현이 맡은 '역할', 전지현의 '대사' 때문에 중국 네티즌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은 팩트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지현은 작품의 허구적 설정을 연기했을 뿐인데, 그 의미가 현실 정치와 뒤섞이며 중국 여론의 공격으로 되돌아왔다. 이 사건은 특정 배우의 리스크를 넘어, 한국 드라마 산업이 국제 정치 프레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다. 허술한 서사가 곧 배우의 리스크로 직결되고, 이는 콘텐츠 산업 전반의 신뢰와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강동원-전지현의 첩보 로맨스가 시청자에게 보는 재미를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흔히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의 경우, "두 톱스타의 베드신" 같은 자극적 요소로 주목을 끌곤하는데, 이런 보도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작품이 중반을 너머 후반 서사로 달려가고 있는 만큼 반전의 반전, 꼬여있는 실타래가 어떻게 수습되느냐에 따라 이 복잡한 드라마의 최종 평가는 달라질 것 같다. 다만 여전히 국제 논란이나 여론의 파장이 잠재한 만큼, 향후 전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결국 <북극성>은 한 편의 드라마를 넘어, 위기의 디즈니+, 나아가 한국의 정치 장르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함의를 남길 수 있을지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MBN <돌싱글즈>는 성공한 시즌제 연애 리얼리티로 자리 잡았다. 제작 초기에는 여타 비연예인 연애 예능과는 다르게 '이혼'한 사람들의 짝 찾기에 동거까지 포함시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시즌 7까지 이어오며 '이혼'이 방송가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고, <돌싱글즈>가 그 흐름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돌싱글즈>가 방송 콘텐츠 중에서 화제성, 시청률이 골고루 높은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최근 다른 연애 예능의 인기가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인데, 그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이 '오직 방송용'이라는 진정성 부재에 있다. 방송을 통해 인플루언서가 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면서, 그저 얼굴을 알리고 싶은 사람들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진정성이 증명되는 것은 역시 현커(현실 커플) 여부일 텐데, 여타 연애 예능에 비해 재혼 커플, 실제 연애 중인 커플이 다수인 만큼, 시청자들의 지지와 몰입도가 높은 것이 <돌싱글즈>의 인기를 뒷받침한다. 특히 이번 시즌 MC로 합류한 이다은은 <돌싱글즈2>의 출연자로, <돌싱글즈>의 최대 수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싱글즈>를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인플루언서로 성공했으며, 현재 <돌싱글즈7>의 MC까지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다은이 이렇게 주목받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돌싱글즈>가 만들어낸 사랑 서사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자녀가 있었던 이다은과 무자녀 윤남기의 사랑은 <돌싱글즈>가 만들어낸 최고의 로맨스 서사가 되었고, 제작진은 이들이 만들어낸 감동 서사를 매번 꿈꾸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제작진의 이러한 '꿈'은 오히려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독이 되고 있다. 이번 <돌싱글즈7>은 유독 제작진을 향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진정성과 로맨스 서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무리수가 오히려 제작진에게 화살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돌싱글즈7>이 지난 시즌과 달랐던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자 출연자 모두가 무자녀라는 점, 또 하나는 여성들의 자녀 유무 여부를 정보 공개의 가장 마지막 순서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조건 없는 사랑"은 드라마 주제처럼 본질적으로 판타지성을 전제한다. 오직 사랑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결국 방송을 만드는 이들이 그리고 싶은 한 폭의 그림에 가깝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기 원하는 제작진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진정성'을 원하고, 또 출연자들의 사랑을 응원하고자 했다면, 이러한 설정은 분명 무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제작진의 무리수가 어렵게 출연을 결정한 출연자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왜 자녀 있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나, 왜 자녀 유무 여부에 선택을 주저한 남성을 비난받게 하나? 인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아닌 그들 자신인데 말이다. 커플은 어렵사리 탄생했지만, 뒷맛이 씁쓸한 결말에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 자체가 이번 시즌 제작진의 실책으로 보인다. 물론 <돌싱글즈7>은 여전히 높은 인기와 화제성을 몰고 다닌다. 하지만 그것이 긍정적 반응이 아니란 점이 애석할 뿐이다. <돌싱글즈>가 진정한 '조건 없는 사랑'을 그리고 싶다면, 단순한 극적 연출을 넘어선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해 보인다. 넷플릭스에 <Love is Blind>라는 연애 리얼리티 쇼가 있다. 이러한 획기적인 실험도 재미난 참고자료다. 출연자들의 선택을 욕하지 말자. 그들은 진정한 사랑을 꿈꾸고 이곳에 왔다. 우리가 평가해야 할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설계한 제작진의 방식이다.
연애 예능 시장에서 ‘모태솔로’ 콘셉트는 이미 검증된 흥행 치트키다. ‘모솔’ 콘텐츠가 만들어낸 수많은 레전드 밈이 여전히 사랑받고, 하나의 웃음 코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웃음 코드라는 것이, ‘모솔’을 하나의 낙인 또는 결핍으로 규정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데, 이런 ‘모솔’에 대한 편견을 깨는 새로운 넷플릭스 예능이 탄생했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이하 <모태솔로>)다. 지금까지의 연애 예능, 특히 <나는 솔로> 류의 프로그램에서는 '모솔'이 ‘현실감 넘치는 웃음 소재’로 소비되곤 했다. 어딘가 어색하고 서툰 모습은 재미 코드였고, 때론 ‘모자란 사람들의 연애 도전기’처럼 비쳤다. '모솔'에게 풍기는 이미지에 왠지 모를 짠함이 있다지만, 이 또한 방송이 반복적으로 주입해 온 서사적 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만든 예능 <모태솔로>가 그 서사의 틀을 바꿔놓았다. <모태솔로>는 '모솔'이라는 정형화된 꼬리표를 이른바 <하트시그널>식 감정 서사와 그림체로 구성하면서, '모솔'을 결핍의 존재가 아닌 감정의 시작점에 선 청춘으로 새롭게 그려낸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듯, 서툴렀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돌리고 싶은 사람, 아직 '모솔'인 젊은이들 모두의 관심을 끌 수 있게 프로그램의 색깔을 입혔다. 이러한 시도는 <모태솔로>를 더욱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물론 여느 ‘모솔 예능’처럼 초반 몇몇 남성 출연자들의 ‘모솔적 면모’가 웃음의 코드로 활용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출연진의 각기 다른 사연을 보여줌으로써 각자의 인생과 사연을 단순히 ‘모솔 이미지’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연예인 MC들의 도움으로 메이크오버를 받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여느 연애 예능과는 다른 관전 포인트다.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적인 상처까지 두루 개선해 나가며, 그들의 처음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MC들의 모습이 담겼다. 메이크오버 과정을 통해 일종의 유대감이 생긴 연예인과 출연자의 모습도 색달랐는데, 출연진의 연애 과정을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면서 진심 어린 안타까움과 응원을 보내는 MC들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특히 카더가든의 현실 반응이 큰 웃음을 자아냈고, 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키는데 일조하였다. 카더가든의 ‘상호’를 향한 탄식이 매번 큰 웃음을 만들어냈고, 서인국의 ‘재윤’을 향한 뿌듯한 마음 또한 그들이 진심으로 출연자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모태솔로>는 <나는 솔로>의 현실감에 <하트 시그널>식 연애의 환상, 결정적으로 청년들의 성장기를 담고 있어 조금 색다른 연애 예능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여느 연애 예능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램 종영 후 ‘현커’ 여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현커’ 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의 '모솔 탈출' 여부에도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에게 보낸 응원 역시 진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과정 중에서 일반인 예능이 가진 문제점 - 이를테면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도 넘은 관심과 비난 등이 어린 친구들의 마음을 다치게 한 부분도 있다. <모태솔로>가 ‘모솔 예능’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까? 넷플릭스는 시즌2로 또 다른 재미를 볼까? 이 정도의 화제성과 인기라면 시즌2는 당연히 기대해 볼 만하다. <모태솔로>가 증명한 것은 ‘모솔’을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대신, 한 사람의 서툰 감정과 성장 과정을 진심으로 담아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점이 더 큰 몰입과 공감을 얻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정성이란 무기를 놓지 않는 한, 새 시즌의 <모태솔로>는 또다시 ‘모솔 예능’의 판을 바꿀 힘을 가질 것이다.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2021년 첫선을 보여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이 전 시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즌2 공개 직후 <오징어 게임>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이 식어가기 시작한 탓인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시즌3의 국내 반응은 냉담하다. 말 그대로 화제성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오픈과 동시에 97개국 1위, 3주 연속 글로벌 1위 등 그 관심만큼은 여전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그 명성이 어디로 갔나 싶을 만큼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워낙 스토리가 탄탄하고 신선했기에 <오징어 게임>이 써 내려간 K 드라마의 새 역사는 경이로웠다. 그래서일까? 시즌 2와 3에 실망한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시즌1의 시작과 마무리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말이다. 시즌 1과 이후 시리즈는 무엇이 어떻게 달랐기에 이토록 반응이 갈리는 걸까? 우선 시즌 1은 기승전결의 완결성이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스토리가 탄탄한 데다, 모든 캐릭터에 당위성이 부여되며, 그들의 행동과 게임의 과정 대부분이 납득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성기훈의 게임 참여 동기, 새벽이의 선택, 오일남과의 깐부 반전, 프론트맨과 준호의 관계 등이 그러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한국적 신파가 가미되면서, K-콘텐츠의 감성 코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스토리, 구성, 미술, 참신성까지 고루 갖춘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이견을 갖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로부터 3~4년이 흐른 지금, 에미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시즌 2와 3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왜 후보에 오르지 못했는지에 대해 대부분 납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시즌 2와 3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당위성의 문제다. 이정재가 '다시' 게임에 참여하는 이유부터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게임의 음모와 배후를 밝히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나치게 느슨하다. 게임의 참혹함을 겪고 살아남은 자가 다시 그곳으로 발을 들인다는 설정은 서사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다시 반복되어야 <오징어 게임> 팬들이 열광하던 한국 전통의 '게임'을 다시 선보일 수 있음은 물론 서바이벌의 잔혹성, K-신파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들을 다시 엮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새 시즌이 전편의 승리를 훼손한다"라고 혹평했다. 그 '승리'는 중의적으로 해석된다. 시즌 1이 얻은 수많은 영광들, 그리고 성기훈이 손에 쥔 456억 모두가 포함된다. 이 모든 상징이 붕괴한 셈이다. 완성도가 높았기에 시즌 2와 3를 향한 기대는 컸지만, 이야기는 길어질수록 산으로 향했다. 시즌화의 열망을 이해 못 한 것은 아니다. 초유의 히트작은 아무 때나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넷플릭스도 황동혁 감독도 욕심이 났을 것이다. 비어 있는 조각들을 조금 더 채우고 싶었던 마음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과 경쟁, 인간의 탐욕, 생명 경시 등의 문제의식을 더 복합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시도 자체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 메시지의 무게가 개연성이라는 기초공사를 무너뜨렸고, 결국은 억지 설정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욕심'으로 불릴 수밖에 없었던 시즌 2와 3의 전개는 <오징어 게임>을 정말 사랑했던 한 명의 시청자로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이미 <오징어 게임> 스핀오프, <오징어 게임> 아메리카의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시즌 3의 엔딩은 그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장치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전략이 시리즈를 마무리할 완성도마저 흔들리게 했다면, 그것은 대단원의 피날레가 아니라 미련과 욕심이 만든 불필요한 여운일 것이다.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박경수 작가는 스타 작가다. 그는 자신의 인터뷰에서 (대중이) 자신을 권력, 정치드라마를 쓰는 작가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저 그리고픈 인간의 본질을 그리다 보니 결과적으로 21세기 대한민국 정치판을 그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이 대한민국 정치판이었다는 말이 매우 와닿는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인간 군상의 총집합이 정치판이고, 그 정치판의 가장 날것 같은 인간 군상을 보여준 대통령 선거판이 최근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봉합되지 않고 터져있는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여전히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더욱 선명하고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답답하고 숨 막히는 오늘의 현실을 리셋하고 싶은 갈망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돌풍>은 지금 다시금 주목해 볼만하다. 드라마 속 국무총리 박동호는 2024년 <돌풍>이 첫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판타지적 인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이후 펼쳐진 한국의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그는 허구가 아닌 오히려 지금 한국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돌풍>은 대통령의 부패를 폭로하고 그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려는 국무총리의 암투로 시작된다. 그는 권한대행의 자리에 올라 스스로를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우지만, 이내 또 다른 권력투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 반대 진영인 경제부총리 정수진 역시 권력의 자리를 두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둘 다 정의를 말하지만, 둘 중 누구도 '절차' 위에 서 있지 않다. <돌풍>은 이렇게 절차 없이도 권력을 선점하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지배를 시작하는 리셋된 독점체제를 그리고 있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이 드라마 속 세계가 결코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의 위임보다 앞서는 권력자의 자기 확신, 민주주의의 형식은 지켜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형식을 무력화하는 권력의 기획이 작동하고 있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박동호는 스스로 정의를 자임하지만, 그가 벌이는 정치적 '정화 작업'은 사실상 선택적 폭로와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 진실을 밝히기보다 더 큰 거짓을 앞세워 정당성을 차지하는 구조. 그것이 <돌풍>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현실이자, 지금 이 사회와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여론조작에 관한 부분이다. <돌풍> 속 권한대행 박동호는 대통령의 비리와 재벌의 검은 커넥션을 폭로하며 스스로를 '정의의 대변자'로 포지셔닝한다. 하지만 그는 그 진실을 선택적으로 공개하고, 그 시점을 정치적으로 계산한다. 언론은 그의 손안에서 움직이며, 여론은 폭로가 아닌 연출된 분노를 따라 흐른다. 이 장면들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론 환경의 기이한 왜곡, 사실보다 프레임이 우선하는 정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정작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말하느냐'로 바뀌어버린 지금, 드라마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진실조차도 하나의 전략이 된 사회에서, 여론은 더 이상 민심이 아니라 권력을 위한 연출물일 뿐이라고 말이다. <돌풍>이 2024년 공개 당시 조용한 돌풍을 일으켰던 이유는 대통령 시해, 비상계엄 모의, 헌법재판관 매수 등 현실 정치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다시 <돌풍>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이 극적인 요소들이 현실 정치에서도 다르지 않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돌풍>은 '설마'라고 여겼던 정치의 가능성을 현실로 끌어내는 거울이었다. 우리가 한때 허구라 믿었던 이야기들이, 지금은 뉴스 헤드라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섬뜩하다. 어쩌면 현실이 드라마를 닮아가는 게 아니라, 드라마가 현실을 먼저 그려냈던 것은 아닐까?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우리나라는 정치가 코미디'라는 우스갯소리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지난 6개월간의 한국 정치는 혼란과 분열의 정점을 찍었고, 지금도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3년 만에 다시 한번 대선을 치르게 되었고 대선 후보 간의 경쟁도 치열한 가운데, 정치 풍자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SNL 코리아 시즌 7이 또 한 번 정치 풍자 전면에 나섰다. OTT가 주류 매체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OTT를 통해 정치 상황이 소비되고 있는데,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도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사실 정치 풍자가 워낙 뒷말이 많고, 정치 상황에 따라 지상파 재심의 등 채널의 명운까지 걸려있어, 최근 지상파와 방송사에서는 정치 개그나 풍자를 일체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SNL은 OTT라는 플랫폼의 특성과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정치 풍자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SNL이 시즌 7까지 이어오며 정말 '제대로 된 정치 풍자'를 했냐는 질문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정치 풍자란 단순한 희화화나 성대모사를 넘어, 웃음을 통해 권력의 위선을 꿰뚫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SNL은 어떠했나? 풍자가 아닌 비웃음을 유발하거나, 단순 성대모사, 행동 모사를 해내는 방식으로 특정 정치인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풍자다운 풍자를 통해 정치인의 범죄, 비윤리, 비도덕, 거짓, 위선을 비판하는 대신, 그저 단순한 웃음의 소모성 개그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재심의를 두려워하는 지상파 방송보다 더 못한 결말을 가져온 셈이다. SNL이 정치 풍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차치하고,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SNL에 직접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자기 PR이다. 정치인들은 홍보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된 <지점장이 간다> 코너에서 모 정치인은 SNS를 통해 소비되고 있는 자신의 밈을 눈앞에 마주하며 '거울 치료' 효과를 얻은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미 SNS를 통해 많이 소비된 밈이었던 만큼, 시청자 반응도 뜨거웠다. 반면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이 희화화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굳이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 출연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풍자의 성패와는 별개로 정치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SNL의 실험은 정치 대중화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SNL의 정치 풍자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즌 7, 즉 현재의 정치 생태계 이전의 프로그램 전략에 가까워 보인다. 최근 주위를 둘러보면, 20~30대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민감하고, SNS를 통해 정치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며 행동한다. 그들 앞에서 구태를 재현하거나 시대 감각을 놓친 풍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의 SNL이 진정한 풍자를 구현하고 있는지, 아니면 시대 변화에 뒤처진 인식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분명하게 되묻고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MZ 대표 예능인 지예은을 앞세워 편의점이라는 가장 친근한 공간의 알바 면접 콘셉트의 인터뷰 쇼는 참신하고 재미있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정치인을 마주하는 형식은 정치와 유권자의 거리를 좁혀준다. 질문과 응답, 태도와 눈빛 모두가 지금 이 시국의 정치 풍경을 반영하면서도 또 다른 형태의 풍자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호불호는 각자 판단의 몫이지만, 웃음 속에 담긴 정치의 코드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정치 풍자를 내세운 이상, SNL은 더 이상 가벼운 흉내에 머물러선 안 된다. 날카로운 통찰과 균형 감각이 담긴 '진짜 풍자'로 나아가야 할 때다.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이혼'이 자극적 소재를 끌어내기 좋은 주제다 보니, 방송가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먼저 예능에서 이혼 소재가 봇물 터지듯 터지더니, 이제는 코믹 드라마의 소재로도 이혼이 활용되고 있다.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이혼보험>은 제목부터 이혼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딱 좋은 제목이다. <이혼보험>은 결혼과 이혼을 보험 상품이라는 독특한 시도로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다. <이혼보험>은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코믹물임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세 번의 이혼을 겪은 노기준(이동욱 분), 그의 서포터이자 절친 안전만(이광수 분)까지 이름부터 코믹에 승부수를 둔 듯하다. 이혼을 하나의 잠재된 재난 상태로 분류하여 이별과 이혼의 아픔이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전제를 '보험'이라는 삶의 보장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시도가 매우 특이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쉽게 말하지만 쉽게 결행할 수 없는 '이혼'이라는 선택 앞에서, 사람들은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 <이혼보험>은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린다. 하지만 흥미로운 설정으로 높았던 기대감은 4회 만에 반토막난 시청률로 돌아왔다. 왜일까? 드라마가 추구하는 웃음이 작위적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웃음이 나와야 할 포인트에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면 코믹 장르는 곧바로 애매해진다. 특히 신선한 서사가 코믹 장르로 승화되려면 코믹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야 하는데, 연기자들의 연기가 "나 코믹 연기해요~"하며 튀고 있다. 또 <이혼보험>은 블랙 코미디적 성향도 띄고 있는데, 코믹한 상황을 통해 교훈과 로맨스를 같이 보여주려다 보니 내용은 더욱 산으로 간다. 특히 <이혼보험>은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주인공 이동욱의 캐릭터성과 감정선 모두가 매우 흐릿하다.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주요 사건을 주도해야 하는데, 시청자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중요한 장면에서도 이 사람이 지금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불분명하고 단조롭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전 아내와의 마지막 협상 장면에서 상대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와중에도 이동욱은 마치 클라이언트 상담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인물의 내면 갈등이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동욱은 <도깨비> 이후 '비주얼'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액션이 가미된 로맨스 장르를 주로 맡아왔던 그에게 코믹 장르가 무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혼보험>에서 그가 연기하는 인물은 직업적 냉정함과 인간적 온기를 동시에 가져야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복합적인 성격을 구현하는 이동욱의 연기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연기의 절제와 감정의 부재는 엄연히 다른데, 이동욱은 절제된 코믹연기를 보여주려 했을지 모르지만 실상은 감정선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해 코믹이 겉도는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시청자는 코믹과 멜로와 사회 풍자적 요소가 오가는 복합장르인 <이혼보험> 속 이동욱에게 몰입이 힘들다. 그럼에도 여주인공 이주빈과의 케미는 좋다. 두 배우의 비주얼적 합이 좋아서일까. 이주빈을 자연스럽게 돕는 이동욱의 모습이 로맨스의 핵심인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로맨스 장르로 그 역할을 차라리 집중했다면 드라마의 색채가 뚜렷하고, 시청자들의 몰입이 좀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혼보험>은 이혼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보험의 상품화라는 드문 시도를 통해 신선함을 주었고, 이혼을 보험이라는 신선한 상징을 통해 제도적 허점과 개인의 정서적 붕괴를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 여러모로 도전적인 이 작품이 완전히 빛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지만, 더 좋은 완성도를 위한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극사실주의(하이퍼 리얼리즘)는 하나의 미술 사조를 넘어, 이제는 콘텐츠 업계가 사랑하는 연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패러디 혹은 페이크 다큐로 대표되는 극사실주의 콘텐츠는 특히 개그 소재 유튜브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 랄랄의 이명화 캐릭터, 피식대학, 한사랑 산악회 등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실보다 더 현실감 있는 묘사로 사람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선사하는데, 그 이면에는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풍자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이 극사실주의 캐릭터로 대중문화계를 휩쓴 개그우먼이 있으니 바로 이수지다. 그동안 자신의 유튜브 <핫이슈지> 채널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 묘사하며 극사실주의 캐릭터의 대가로 칭송받았는데, 최근 '대치맘' 캐릭터가 제대로 터지면서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치맘'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하였으니, 극사실주의의 끝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페이크다큐 자식은 좋다> 속 '대치맘' 제이미맘은 고급 외제차·패딩·액세서리를 하고 제이미의 학원 라이딩에 나선다. 차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아직 배변 훈련도 끝나지 않은 제이미에게 제기차기 과외를 시키기 위해 선생님을 찾는다. 평소에도 자식의 '영재적 모먼트' 찾기에 바쁘다. 느릿느릿 영어를 섞어 말하고, 자식에게 존댓말로 훈육하지만 참을 수 없을 땐 참지 않는다. 사실 '대치맘'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강남 대치동 학부모를 상징하는 하나의 사회적 캐릭터를 개그 소재로 '연기'한 것이다. 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이들이 공감하기도 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의 교육열을 인식하는 대중들은 대치맘 캐릭터에 공감한다. 이러한 공감의 근본에는 실재하는 사회적 문제, 이를테면 입시 경쟁과 (영유아) 사교육 광풍이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집단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공론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개그라는 형식을 통해,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쉽게 말할 수 없었던 현실을 통렬하게 풍자한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 지점이 대중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대중의 반향이 이 '문제'에 대한 각성이나 개선의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치맘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이 패러디가 주목받은 이유는 입시 경쟁과 사교육 광풍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정작 논의의 초점은 특정 계층을 희화화하는 데 집중된 것이다. 언론들은 더욱 신이 났다. "몽* 패딩 실제 매물 쏟아졌나?","이제 못 입겠어요, 대치맘 발칵" 등 본질에서 벗어난 자극적인 기사들만 연일 쏟아졌다. 문제의 본질은 흐려지고, 특정 집단을 비웃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작 논의되어야 할 교육 불평등이나 사교육 문제는 뒷전이다. 대신, '그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조롱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대중의 심리만 자극한다. 완벽한 풍자로 추앙받으며 사회와 대중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라 예상했던 영상은 결국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의도했던 '풍자'가 대중의 조롱으로 변질되면서, 이수지 본인도 적지 않은 곤란을 겪고 있는 듯하다. 이수지가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인 것도, 그리고 한가인의 영상이 조롱받고 내려졌다는 사실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 비판받아야 할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남겨진 채, 겉도는 이슈들만이 뜨겁게 소비되었다는 점이다. 서로 물고 뜯으며 논쟁을 이어가지만, 정작 논의되어야 할 핵심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대치맘 패러디'는 정말 공감의 산물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맘 놓고 조롱하고 희화화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일까? 사진 : 이수지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OTT가 사랑한 주지훈의 열일 행보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걸까? 주지훈이 원탑으로 열연한 <중증외상센터>가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 시청 1위를 기록하고,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프랑스, 이탈리아, 필리핀, 일본 등 63개 나라에서 10위권 안에 진입하였으며, 급기야 <오징어게임2>를 꺾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웹툰 원작으로 상반기 기대작이었지만, 이 정도의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중증외상센터>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중증외상센터>는 아프간 등 전장에서 블랙윙즈로 활동했던 백강혁(주지훈 역)이 한국으로 돌아와 중증외상센터의 수장이 되어 환자를 치료하는 이야기다. 그동안 수많은 의학 드라마가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중증외상센터>는 웹툰 원작답게 보다 판타지적 색채가 짙다. 사실 국내에서 중증외상센터는 곧 이국종 교수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세워져 있는데, 드라마 역시 이국종 교수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일부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헬기 조종하는 의사,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기득권과 싸우는 의사, 환자만을 생각하는 정의로운 의사의 모습 등을 극화하였다. 백강혁은 오직 환자의 목숨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어떠한 불의에도 타협하지 않는다. 직업윤리를 넘어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8부작 내내 가득한데, 그의 행보는 마치 슈퍼 히어로물의 영웅 서사를 보는 것 같다. 슈퍼 히어로의 면모에 카리스마는 물론 비주얼도 훌륭한 의사라니, 드라마의 판타지를 채우는 데 부족함도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백강혁의 영웅적 면모를 빛나게 해주는 조력자가 있으니, 양재원 역의 추영우와 천장미 간호사역의 하영이다. '중증외상센터'라는 원팀을 이끌어가기 위해 손과 발이 되어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 긴장감을 넘어 감동도 밀려온다. 이번 정부 내내 의료 개혁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각종 의학 드라마의 방영 일정도 차질을 맺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의학 드라마의 특성상 의료인의 영웅적 면모가 돋보이게 마련인데, 이것이 대중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증외상센터>는 백강혁의 히어로적 측면이 오히려 대한민국 의료계의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되며 인기의 기폭제 작용을 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의 불안한 정치 상황과 맞물려 백강혁의 리더십은 사람들에게 모종의 카타르시스도 불러일으킨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불의와 부조리를 위해 맞서 싸우는, 정의와 올바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개혁할 강한 리더를 꿈꾸는 듯하다. 백강혁의 물불 가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강한 카리스마가 위기에 빠진 중증외상센터(혹은 대한민국)를 구해내는 듯 보여 대중들은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를 통해 대중들은 현실 같은 비현실에 비추어 현재를 되돌아보며 무엇이 진정한 '대한민국을 위한 길'인지 반추해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빠른 전개와 유머, 긴장감이 동시에 몰아치며 대중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프간행이나 죽을 고비를 맞는 백강혁의 모습 등 강펀치로만 휘몰아치는 내용 전개가 다소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아프간에서 귀국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헬기를 몰고 가 죽음의 위기를 겪는 장면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마지막 화(8화)가 맞나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만큼 전개가 폭풍처럼 몰아치기만 하고 극의 마무리는 급작스럽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시즌2를 염두에 둔 구성임은 분명하지만, 최근 넷플릭스 작품들에서 반복되는 갑작스러운 마무리 혹은 미완성처럼 보이는 결말의 문제점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인기 여부에 따라 시즌2 제작을 결정하는 '열린 결말'의 전략은 이해되지만,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승전결이 탄탄한 짜임새 있는 전개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몇 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킬러 콘텐츠의 탄생 조짐이 반갑다. 사진 : 넷플릭스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오징어게임2>에 대한 기대와 실망 그리고 혹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이에 대한 평론이 이제는 뒷북처럼 느껴진다. 가장 핫한 혹은 핫했던 시리즈가 겪는 숙명이겠지만, <오징어게임2>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냉혹하다. 출연 배우들의 과거사를 비롯한 구설수까지 잇따르면서 <오징어게임2>의 악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1위, 전 세계 94개국 1위의 대기록을 세우고 있는 <오징어게임2>, 말 많고 탈 많지만 인기와 화제성은 여전하다. 평단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오징어게임2>를 혹평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서사, 그리고 연기력 논란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사실상 속편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다. '오징어게임'에 참여했던, 피 묻은 돈의 주인공 성기훈이 자신의 울분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기대는 시즌2를 기다린 시간만큼 고조되었다. 그동안 시즌2의 서사 구성과 전개 방식은 모두 스포일러 전쟁과 함께 함구되었던 만큼, 내용 전개를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오징어게임2>는 성기훈이 다시 '오징어게임'에 참여한다는 사실에서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게임에 다시 한번 참가한다고?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의 축은 게임이 준 참신성에 있는데, 또 한 번 반복된 '오징어게임'은 그 자체로 이미 높은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감동 서사를 위해 끊임없이 빌드업되는 참가자 개인의 사연들도 기시감이 느껴진다. 특히 각자의 사연들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문제의 총체처럼 복잡하기만 하다. <오징어게임> 시즌1이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할 때,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역시 넷플릭스 자본의 힘이었다. 넷플릭스였기에 가능했던 서사, 몇 년째 묵혀두었던 황동혁의 서사가 빛을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 등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는 창작자 황동혁의 능력이 날개를 달 수 있는 상황과 결부되어 더욱 빛났다. 하지만 시즌1의 호평은 창작자 황동혁에서 제작자 황동혁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용은 한정적인데, 높아진 기대와 몸값에 부응하기 위해 늘여진 서사와 과도한 의미 부여 등 참신성을 갉아먹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드라마 공개 직후 진행된 감독의 언론 인터뷰는 냉혹한 평가를 더욱 악화시켰다. 황동혁 감독은 공개된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의 비판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중 일부 발언은 시청자들에게 불쾌감까지 주었다. 특히 탑의 연기력 논란을 비롯한 일련의 시청자 반응에 대해 "어차피 '물의'는 시간이 지나면 다 잊는다" 식의 발언은 감독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서,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또 "똥개도 제 집에 오면 50%는 먹고 들어간다는데, (국내 반응은 아니다)" 혹은 "<오징어게임2>가 재미없으면 우울한 사람" 등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신념을 갖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신념이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듯한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시청자들의 비판은 작품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피드백인데 말이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시청자들은 내가 본 그대로 작품을 평가한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그 작품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화제성만으로 작품성이 입증되지도 않는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인기와 팬덤의 압박 때문에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작품을 '잘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인기와 작품성은 별개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팬덤과 인기 뒤에 가려져 부정된다면, 더 좋은 작품은 탄생하기 힘들다. <오징어게임2>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 팬들도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굳이 부정하거나 변명할 필요는 없다. 시즌2의 평가가 냉혹하다면, (이미 촬영이 끝났겠지만) 시즌3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것이니 기다려달라고 하면 될 일. <오징어게임2>의 홍보 행보가 오히려 작품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사진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