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 석사, 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역임 중이다.
미국보다 7.4배나 큰 중국 전기차 시장 자동차의 원조 할매집이자 자동차 왕국 미국이 스타일을 구겼다. 2023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 8,901만 대 중 미국은 1,613만 대의 자동차를 구매해 1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은 3,005만 대를 구매해 34%의 점유율로 미국의 1.9배에 달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이 파죽지세다. 중국은 2023년에 887만 대의 전기차를 구매해 세계 시장의 46%를 차지했다. 미국은 120만 대로 6%에 그쳤다. 지금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미국의 7.4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금 중국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백화점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전기차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독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다 보니 미국 1위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는 미국 정부의 첨단 기술과 공장을 중국에서 빼라는 요구에도 아랑곳 않고 100만 대 규모의 전기자동차 공장을 상하이에서 가동하고 있다. 테슬라를 보면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샤오미, 전기차 출시 하루 만에 '연간 생산량' 완판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중국 2위의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가 또 대형 사고를 쳤다. 애플이 수년간 공을 들였지만 포기한 전기차 사업을 샤오미는 단 3년 만에 만들어 냈다. 스마트폰 사업의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2021년 1월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전기차가 3년 만인 2024년 3월 28일에 첫 출시를 했는데 출시 27분 만에 5만 대의 주문을 받았고 단 하루 만에 연간 생산 물량인 8만 8,898대를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샤오미는 2,000위안짜리 저가폰 출시로 중국에서 삼성을 뒤통수친 회사이고 애플을 베낀 짝퉁이라고 폄하하지만 꿩 잡는 게 매다. 승부는 결과로 말한다. 중국은 2023년 기준 10억 9,200만 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17억 8,000만 명의 모바일 가입자를 가진 관시, 네트워크의 나라다. 후발 스마트폰 회사인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베낀 것도 모자라 레이쥔 회장이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신제품 발표회 복장까지도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흉내를 내는 재미난 회사다. 중국은 전 세계 모든 제품의 OEM을 할 수 있는 하청 시스템이 갖추어진 나라다. 애플이 단 한 대의 핸드폰도 만들지 않고 돈을 버는 모델은 중국의 70만 명이 일하는 팍스콘 OEM 공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샤오미의 레이쥔은 잡스의 청바지와 운동화만 벤치마크한 게 아니라 이 애플 스마트폰의 생산 방식, 마케팅 방식을 고대로 베껴 대박을 냈다. 이번 전기차에서는 디자인은 포르쉐 타이칸, 성능과 기능은 테슬라의 모델Y를 베낀 "SU(Super Ultr) 7"을 개발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U7은 표준과 Pro, Max 세 가지 모델인데 표준 기종은 1회 완충으로 최대 700km를 주행할 수 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를 5.28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210km다. 표준 기종 가격은 21만 5,900위안(4,000만 원대)으로 동급인 테슬라 모델3(24만 5,900위안)보다 3만 위안 싸다. Pro 기종은 주행 거리 830km, 가격은 24만 5,900위안이고, 포르쉐 타이칸 터보(151만 5,000위안)를 대항마로 삼은 Max 기종은 29만 9,000위안으로 책정되어 있다. 샤오미는 편의 사양으로 4.6ℓ짜리 차량용 냉장고를 제공하고,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인 '샤오미 파일럿 프로'를 제공한다. 특히 자율주행을 위해 Max 기종에는 전후방 카메라가 11대, 초음파레이더 12개, 전후방 밀리미터파레이더가 3개, 라이더가 1개 장착되어 있다. 자율주행 테스트에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직접 북경에서 상해까지 1,276km 거리를 탑승해 15시간 동안 자율주행 성능을 테스트하는 등 3,000km 이상을 레이쥔이 직접 운전하고 이를 생중계하기까지 했다. 샤오미의 전기차 공장은 북경의 이좡에 소재하고 있는데 연면적은 자금성과 맞먹는 71만 8,000㎡, 건축 면적은 39만 6,000㎡이다. 이 공장은 다이캐스팅, 스탬핑, 차체, 도장, 최종 조립 및 배터리를 포함한 6개 주요 작업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생산 능력은 연산 15만 대이다. 차체 공장에는 700대 이상의 로봇이 도입되었으며 차체 공장의 주요 프로세스는 100% 자동화되어 있으며 자동화율은 91%라고 한다. 자재를 운반하는 AMR 트롤리는 이곳에서 가장 일반적인 "운송 수단"이고 기존 물류 AGV와 달리 전자기 유도선이 필요하지 않고 대신 작업장에서 '무인 운전'에 해당하는 LiDAR 센싱 솔루션을 사용하며, 각 작업장의 생산 조건에 따라 경로를 자유롭게 조정하고 보행자를 피할 수 있다. 레이쥔 회장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술은 자체 개발 5대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다이캐스팅이다. 대형 다이캐스팅 기계 한 대의 형체력이 9,100톤에 달하고 농구장 2개 크기의 면적을 차지한다. 원래 72개의 부품을 스탬핑하고 용접해야 했던 자동차 후면 패널을 한 번에 다이캐스팅할 수 있으며 전체 공정은 약 10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테슬라가 채택한 방식이다. 샤오미 이좡 자동차 공장은 전체 생산 능력이 정상 가동하면 시간당 40대의 샤오미 SU7을 생산할 수 있고, 새 자동차는 76초마다 조립 라인에서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글 불륜 스캔들'의 최대 수혜자 샤오미, "자체OS" 기반으로 전기차까지 SU7은 20만 위안대의 '갓성비' 가격도 가격이지만 차 안에서 샤오미 IO와 연결된 집과 사무실의 모든 기기를 통제하고 사용할 수 있는 파워풀한 IOT 기능이(人-车-家-生态) 소비자를 열광시키고 있다. 이는 강력한 OS 없이는 불가능하고 이 정도는 구글이나 중국이라면 화웨이 정도의 실력이어야 가능한 일인데 샤오미는 어떻게 이것을 구현했을까? 비밀은 바로 "구글 불륜 스캔들"이다. 샤오미의 레이쥔은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담당했던 휴고 바라(Hugo Barra) 구글 부사장을 영입해 자체적으로 만든 운영체제(OS)로 다른 스마트폰 업체와 차별화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성공했다. 안드로이드 공개 OS를 기반으로 새롭게 개조한 '샤오미표' OS, "MIUI"를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휴고 바라를 영입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게 되면서 유럽과 개도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바라 부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샤오미를 애플의 카피캣이라고 부르는 것에 아주 넌더리가 나고 지겹다"라며 '짝퉁'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왜 잘나가던 구글의 부사장이 중국의 손바닥만한 핸드폰 회사로 이직해 IR 담당자까지 자처하고 나섰을까? 샤오미로 이직한 휴고 바라(Hugo Barra). 출처 : 게티이미지 구글의 불륜 스캔들 때문이다. 2013년 40세인 구글 공동 창업주가 26세의 회사 직원과 바람이 났다. 창업주의 부인은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이혼했다. 그런데 구글의 부사장 한 명이 이 사건 때문에 회사를 떠났다. 그는 직원의 전 남자친구였다. 창업주와 자신의 애인 간 사랑이 본격화되자 사표를 쓰고, 아예 미국을 떠나버렸다. 불륜 당사자는 바로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고 26세의 직원은 구글 글라스 마케팅 담당인 어맨다 로젠버그(Amanda Rosenberg)다. 구글의 창업자 브린은 2007년 동갑내기인 앤 보이치키(Anne Wojcicki)와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이다. 보이치키의 언니는 브린과 페이지가 구글을 창업할 당시 자신의 차고를 개조해 사무실로 빌려준 사람이다. 브린은 이런 고마운 조강지처와 처형을 버리고 2015년 이혼했다. 부린은 2018년 요가 수련원에서 만난 니콜 섀너헌과 재혼했지만 2023년에 또 이혼을 했다. 실연의 아픔과 창업자에 대한 배신에 회사를 때려치운 구글 안드로이드 담당 부사장인 휴고 바라(Hugo Barra)가 홧김에 옮긴 회사가 바로 구글의 경쟁 업체 중 하나인, 중국과 전 세계 핸드폰 업체에 돌풍을 몰고 온 중국의 샤오미다. 실연의 아픔을 이 악물고 삭히면서 악심 먹고 "안드로이드 파괴", "구글 자빠뜨리기"에 올인했던 것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한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지만 남자가 한을 품으면 회사를 말아먹는다. 사고는 브린이 치고 대박은 중국 샤오미의 레이쥔이 쳤다. 미국 구글의 불륜 게임에 중국의 샤오미가 어부지리한 것이다. 하여간 결론은 OS다. 창업주에게 연인 뺏기를 당한 구글의 부사장이 악심 먹고 구글을 넘어서는 새로운 OS를 만들어 지적재산권 보호가 안 되는 중국에서 자유롭게 신제품을 만든 것이다. 샤오미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한다. 샤오미만의 차별화한 앱과 콘텐츠도 제공한다.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의 핵심 경쟁력은 저가 전략이 아니다.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OS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에서 전기차에까지 구동되는 파워풀한 OS를 만들어 차에서 V2X를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전기차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OS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를 이긴 BYD를 워런버핏은 왜 팔았을까?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역전이 일어났다. 세계의 짝퉁, 산자이의 대명사 중국의 BYD가 세계 최고의 EV(Electronic Vehicle) 브랜드이자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2023년 4분기에 세계 1위를 했다. "샤오미"에 이은 대륙의 실수(?)가 낳은 이변이다. 중국은 세계 내연기관 자동차(ICE:Internal Combustion Engine) 시장의 봉(鳳)이자,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시장이었지만 지금 중국은 전기차에서는 자동차의 원조 할매집 미국을 넘어선 지는 한참 되었다. 전기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 EV만 치면 2023년 4분기에 BYD가 테슬라 판매량을 넘어섰지만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Plug-in Hybrid Electronic Vehicle)를 포함하면 이미 BYD는 2022년 2분기에 테슬라 판매량를 추월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BYD의 점유율이 23%로 세계 1위이고 이어 테슬라가 16%로 2위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압도적이고 독일과 미국이 추격하는 형국이고 일본의 점유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BYD는 핸드폰 배터리 회사로 출발한 배터리 회사였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전기차 사업으로 진출해 지금은 중국 1위의 전기차 메이커로 부상했다. 전기차의 가장 큰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내재화는 BYD의 가장 큰 강점이다. 배터리로 시작한 BYD가 자동차 회사로 전환하고 세계 1위로 부상한 비결은 가성비다. 배터리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BYD는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성능좋은 삼원계가 아니라 값싼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승부 걸었다. 비결은 소위 "칼 배터리(블레이드 배터리)"다. 배터리는 '셀→모듈→팩' 순으로 조립되는데 비야디는 칼날(blade)처럼 얇은 배터리셀을 촘촘하게 박아 모듈을 건너뛰고 바로 팩으로 만드는 '셀투팩(CTP: cell to pack)'기술을 2020년 선보였다. 같은 부피에 훨씬 더 많은 배터리셀을 넣게 되면서 주행거리를 확 늘렸고 이어 2022년 5월엔 배터리팩까지 없애고 바로 배터리가 차체 바닥이 되는 '셀 투 바디(CTB: cell to body)'까지 가는 CTB 배터리를 만들었다. 이를 장착한 BYD 전기차 모델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무려 700km에 달했다. 꿩 잡는 것이 매고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시장이 원하는 가성비 갑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살아있는 주식의 신"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2008년에 홍콩 상장 주식의 25%, 회사 전체의 9.9%에 해당하는 BYD 주식 2억 2,500만 주를 2억 3,200만 달러에 구입했다. 장기 투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의, 미국보다 잘나가는 중국의 전기차 투자는 신의 한 수였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워런 버핏은 투자한 지 14년 만인 2022년 8월부터 BYD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4차례에 걸쳐 21.47%의 지분율을 7.98%까지 매각해서 차익 실현을 했다. 그런데 2022년 3분기는 BYD가 전기차 판매 대수에서 테슬라를 막 넘어서기 시작한 시기였다. '캐즘'에 빠진 중국 전기차, 살아남은 자의 축제가 기다린다 워런 버핏의 매도 이후 BYD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신의 손" 워런 버핏의 BYD 매도는 장기 투자의 수익 실현도 있지만 대만 TSMC의 지분 매각도 동시에 하는 것으로 보면 미중 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노익장의 리스크 관리의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신성장 산업의 기술 주기 성장 곡선을 보면 침투율이 13.5%~34% 사이에서는 대대적인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모든 참여 기업들이 피 터지는 경쟁을 해야 하는 캐즘(Chasm)의 시기가 도래한다. 시장도 커지지만 시장 성장 속도보다 더 많은 진입자가 등장하면서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는 생존의 게임이 시작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보면 전기차의 침투율이 2021년에 캐즘의 시대에 진입했고 2023년 현재 침투율 22% 선으로 34%의 마의 고지를 넘으려면 2027년까지는 가야 한다. 이 시기는 치열한 신제품 경쟁, 기술 경쟁, 그리고 가장 고약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시기이고 1등이든 10등이든 흑자 내기 어려운 시기이다. 워런 버핏의 중국 BYD 매도는 펀드 운영상의 이유도 있지만 신산업의 성장 주기에서 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의 캐즘 시기에 차익 실현한 것이다.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을 보면 세계 평균 22%보다 높은 28% 수준이다. 중국의 전기차 보급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황이다. 중국의 2024년 1월 기준 월 500대 이상의 판매 능력을 가진 전기차 회사는 50여 개나 되는데, 1위 BYD가 점유율 26%, 2위 테슬라가 18% 선이고 10위권이 2.5%, 30위권이 0.5% 50위권은 0.2% 수준에 불과하다. 상위 BIG 5의 점유율이 57%이고 하위 45위 전체의 점유율이 43%이다. 30위 이하 기업들의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용하는 자동차와 IT 기기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들은 침투율 34% 이전에 캐즘에 빠져 모두 사라질 운명이다. 이미 28%대의 침투율에 도달한 중국 전기차 시장은 향후 1년 이내에 34%의 대중 소비 단계(Early Majority)로 진입할 전망이고 이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 살 깎는 살벌한 가격 인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캐즘에 빠진 중국 전기차 시장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죽은 자들의 점유율을 먹은 살아남은 자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이 캐즘의 시기가 지나가면 대마불사의 신화가 재연되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수혜를 볼 중국 BYD의 주가 반등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인 : 서현중
2년째 똑같은 경제목표, “복지부동”인가 “도광양회”인가? 중국의 연례행사로 우리로 치면 국회 격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와 자문회의 성격의 정협(정치협상회의), 두 개의 회의라고 불리는 양회(两会)가 지난 11일 폐막했다. 이번엔 폐막 하루 전날 시진핑 주석의 거처인 중난하이 신화문으로 반 정권 성향의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돌진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전인대는 중국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하고 중국경제의 한해 청사진이 공개되는 자리라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전인대 첫날 9시에 발표되는 총리의 정부업무보고가 하이라이트다. 전년도 경제에 대한 평가와 올 한 해 계획을 담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은 경제위기설에 시달렸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리창(李强) 총리가 준비한 국무원의 2024년 정부업무보고 계획을 보면 6개 주요 경제지표의 목표치가 2023년과 동일하다. 관료주의에 빠진 중국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인가 아니면 미국과 2018년 이후 6년간의 경제전쟁으로 다시 정신 차린 중국이 등소평의 가르침대로 다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모드로 돌아간 것일까? 미국과 경제전쟁을 시작한 이후 미국에 사사건건 당한 중국은 정보 노출을 삼가는 태세 전환을 하고 있다. “계획의 나라” 중국이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않은 것이 아닌데 발표자료만 두리뭉실하게 발표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정책의 기본이 되는 역대 경제공작회의 공보를 보면 2020년 이후 그 분량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중국이 뭘 하고 있는지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거라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붙어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고 특히 미중전쟁이 무역전쟁일 때는 견딜 만했지만 기술전쟁으로 전쟁터가 바뀌자 미국의 벽과 중국의 실력을 처절하게 실감했다. 2021년 바이든 집권 이후 중국의 대외발표에서 몸 사리기는 일상화되고 있다. 2024년 중국은 “닥치고 성장(先立后破)”?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발표는 액면대로 믿으면 안 된다. 코로나 3년간과 그 이후 1년간 중국은 “잃어버린 4년”을 보냈다.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대략 5-5.5%로 추정되는데 지난 4년간 중국은 “코로나”로 인한 과도한 이동통제와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정치 어젠다에 몰입되어 기업에 대한 통제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사고를 쳤다. 소비가 죽었고 실업이 높아지고 외국인이 투자를 줄이는 불상사가 생겼다. 그런데도 2024년 목표를 2023년과 같이 가져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2024년의 중국 경제성장 목표 5%는 “최선(最善)의 수치”가 아니라 중국이 달성해야 할 “최저(最低)선 마지노선”으로 봐야 한다. 2024년의 표면상 신중모드는 액면으로 보면 안 되고 2023년 12월에 개최된 경제공작회의 문건을 보면 답이 있다. 2019년 이후 중국정부는 경제정책기조를 내리 4년간 “안정성장(稳中求进)”으로 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불안정한 성장”을 했고 이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가 생겼다. 2023년 12월에 개최된 경제공작회의에서 결정된 2024년 경제정책의 기조를 보면 기존에 반복했던 안정성장은 그냥 장식으로 붙여두고 뒤에다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안정을 도모한다는 이진촉은(以进促稳)”, “먼저 성장하고 후유증은 나중에 수습한다는 선립후파(先立后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이는 3년간 지속했다 실패한 안정성장 같은 소극적인 모드가 아닌 “성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닥치고 성장” 모드로 간다는 얘기를 둘러 얘기한 것이다. 이유는 첫째, 고용부진으로 인한 사회불안이다. 사회주의 중국의 GDP는 고용지표다. 어떤 나라든 먹물 실업자가 많아지면 나라가 위험해진다. 정부 업무보고에서 리창(李强) 총리가 2024년 대졸자 수를 언급했다. GDP 1%당 240만 명의 고용을 하는 중국은 2024년에 1,179만 명의 대졸자가 나온다. 최하 5% 성장은 해야 대졸자의 고용을 수용할 수 있다. 중국정부의 2024년 1200만 명 고용 목표는 대졸자 수용률 98%선이다. 3년간 코로나 봉쇄로 인한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는 성장률을 높이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의 2035년 장기성장 목표와 일치다. 중국은 2020년 소강사회건설 목표 달성 이후 2035년까지 2020년 GDP의 2배를 달성하고 1인당 소득도 2배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2023-2035년까지 연평균 4.6%는 달성해야 하고 2023-2049년까지 연평균 5.6%의 성장을 해야 가능하다. 해당 기간 연평균이라서 초기 연도의 성장률은 연평균보다 당연히 높아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2024년 성장률은 5% 이상으로 가야 한다. 셋째, 지난 4년간의 정책 헛발질을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다. 1990년 이후 중국의 GDP 목표와 실적을 보면 전형적인 사회주의의 특성이 나타난다. 계획 대비 실적이 초과 달성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목표를 과도하게 낮게 잡아 오차가 크게 나는 것을 줄였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이후 중국의 4년간의 정부 목표는 모두 과대추정 혹은 과소추정으로 오차가 크게 났다. 이는 공산당의 정책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 2024년의 GDP 목표는 보수적으로 작성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해 지난 4년간의 정책 헛발질을 만회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5% 이상 GDP 성장률 도달 방법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다. 2023년에 중국은 5.0% 성장 목표에서 5.2%를 달성했다. 2024년 들어 수출, 내수, 부동산 등에서 2023년보다 더 악화될 분야는 없고 모든 분야에서 회복세로 들어섰다. 그래서 여기에 재정 정책을 강하게 쓰면 성장 목표는 5.0%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주목할 것은 재정 부문이다. 2023년 대비 예산 증가, 지방정부 전용채권 발행, 특별국채 발행 등을 통해 2.2조 위안의 지출을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센 중국의 특성을 감안하면 중국의 표면상의 재정 적자는 3%지만 실제 적자율은 2023년 6.5%에서 2024년에는 7.2%로 높아질 전망이고 이는 GDP의 0.5%p에 달하는 규모다. 리창 총리 말고 경제담당부총리 “허리펑의 입”을 봐라! 2024년 전인대에서 정부 목표를 안 바꾼 것도 특이하지만 2024년부터는 전인대 폐막일에 총리가 전 세계 언론과 일문일답을 하는 기자회견을 폐지했다. 전인대 폐막일 기자회견은 1991년 리펑(李鵬) 총리가 처음 시작한 뒤 1993년부터 정례화되었고 이후 주룽지(朱鎔基) 총리,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진행해 왔다. 통상 2시간가량 진행되는 기자회견은 총리가 내외신 기자들과 일문일답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외국의 중국특파원들 중국어 실력을 볼 수도 있고 총리의 순발력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북경대 출신의 엘리트로 손에 서류 한 장 없이 나와 어떤 질문에도 수많은 숫자를 인용하면서 술술 답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리창(李强) 총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총리 기자회견에 참석해 중국 경제, 대만·인구·식량안보·미중 관계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밋밋했고 리커창(李克强) 총리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이번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 폐지를 두고 중국의 폐쇄성이 심해졌다는 서방의 논평이 넘치지만 리커창 때도 실제 총리회견에서 새로운 정책이나 답을 얘기하는 경우는 없었다. 단지 총리의 입으로 직접 얘기를 듣고 답변하는 총리의 표정, 손짓, 목소리 등에서 정책의 신뢰성을 더 높이는 정도였다. 이번 조치는 역대 총리와 현 리창 총리의 업무 성격과 배경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역대 총리는 전형적인 경제전문가이고 총리 임명 전에 부총리로 5년간 중앙정부에 들어와 총리를 보좌하면서 총리 업무를 익힌다. 그러나 리창 총리는 중앙정부 경험이 전혀 없는 시진핑 비서 출신의 관리형 총리다. 그래서 2024년에 중국은 총리 기자회견을 없애는 대신 장관들의 도어 스텝핑을 회기 중에 3회를 실시해 직접 실무를 담당하는 장관들이 국내외 기자들에게 경제, 사회, 민생, 외교문제를 답하게 만들었다. 지금 중국 시진핑 3기 정부는, 저장성 출신 인재들인 저장방이 장악했던 2기와 달리, 시진핑이 1985년에 2002년까지 17년간 근무했던 복건성 출신의 복건방들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샤먼대학 출신의 허리펑(何立峰)이 경제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다. 역대 총리는 경제문제를 주도하고 총괄하는 역할이었지만 시진핑 3기 정부에서 총리는 국무원을 관리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어 과거 총리가 담당했던 경제 문제는 경제담당 부총리 허리펑의 일이다. 중국경제는 시진핑 1,2기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인 리커창의 입을 지켜봤지만 이제는 경제담당 부총리 허리펑의 입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 표의문자의 나라 중국, 숫자 말고 행간을 읽어라! 중국의 2024년 정부업무보고서는 31페이지 분량으로 리창 총리가 51분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갈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그런데 이 방대한 계획에 도표 하나가 없고 3개의 장에 걸쳐 소논문의 형태로 줄줄이 글로만 서술되어 있다. 정부 발표가 나오고 나서 중국 연구기관들은 이를 도표로 만들고 해석하는 것을 보면 표의문자에 익숙한 나라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서방 표음문자 나라의 사람들이 중국과 중국의 정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다. 중국은 말로는 대충대충, 어중간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31페이지의 자료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분야별로 수십 수백 페이지의 세부계획과 자료로 세밀하게 정책을 입안한다. 하지만 이를 발표할 때는 추상적인 단어와 중요 제목만 두리뭉실하게 나열하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중국의 발표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 서방세계에서 얘기하는 중국경제 위기설, 내수부진, 경제개혁, 수출, 민생, 디플레 함정, 부동산 위기, 청년실업 위기, 양안관계, 미국의 기술봉쇄, 외국인의 차이나 런 등의 문제에 중국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그냥 정부업무보고서를 봐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중국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대신 정부정책의 중요도 순위를 키워드의 반복으로 암시한다. 그리고 정책의 중점은 절대 빈도 수보다는 전년도 대비 빈도 수의 순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빈도 수 상위 19개 핵심 키워드의 최근 5년간 빈도수의 변화와 2023년 대비 출현 빈도 수의 차이를 보면 2024년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이, 그리고 서방세계의 우려와 중국정부의 판단에서 무엇이 다른지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2024년 정부업무보고에서 고질량, 혁신, 위험, 산업현대화의 빈도 수가 크게 증가했고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미중의 경제전쟁에 대비해 양적성장보다는 기술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과 리스크 관리에 정책의 중점을 둔다는 의미다. 서방세계에서 중국에 대해 2023년 내내 우려했던 경제성장, 경제안정과 실업문제, 고용, 개혁은 그 빈도 수가 대폭 줄었다. 이들 문제들에 대해 서방세계의 우려와 달리 중국정부의 판단은 이미 최악은 지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 키워드의 빈도 수가 대폭 줄었다는 것은 성장과 실업문제는 자신있고 정치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조치도 2024년에는 무리하게 진행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역대 최저 5% 성장 목표” 정말 심각한 저성장인가? 중국의 2024년 정부 경제성장 목표 5%는 장쩌민 주석 이래 최근 30년 중 역대 최저 성장률이다. 그래서 중국과 경제전쟁하고 있는 미국과 같은 정치 스탠스를 취하는 영국, 일본의 언론에서는 중국은 끝났고 중국의 미국 추월도 끝났다고 한다. “돈을 앞에 두고서는 적(敵)을 미워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흥분하면 사리분별력을 잃어 정확한 판단을 못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중국의 미래는 미국과 서방언론의 레토릭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첫째, 서방언론의 중국 피크론은 중국경제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은 절대성장률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다. 5% 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시진핑 시대 1% 성장은 두 자릿수 성장을 하던 장쩌민 시대의 1%와 비교하면 경제규모가 31배나 커졌다. 시진핑 시대 1%의 경제규모는 장쩌민 시대 31%와 맞먹는 규모다. 둘째, 중국의 현재 절대 규모, 상대 규모의 경제 사이즈를 미국과 일본이 같은 규모였을 당시 1981년, 1992년, 2005년, 2016년의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현대 중국의 성장률은 미국과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중국 1인당 GDP가 일본과 비슷한 시기인 1985년 일본의 GDP 성장률은 5.2%로 중국의 현재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1985년 당시 일본의 세계 GDP비중은 11.4%였지만 2024년 현재 중국의 세계 GDP비중은 16.9%로 당시 일본의 비중보다 1.5배나 큰 규모다. 미국과 일본에서 나오는 중국의 미국 추월 불가론도 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5%대로 낮아졌다고 하지만 미국 대비 66%의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이 미국 대비 상대 성장률은 여전히 2배 가깝다. 중국이 미국보다 낮은 성장을 하지 않는 이상 15-20년 내외의 기간이라면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지 못한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다. 영국의 경제예측 기관 CEBR이 2014년부터 예측한 중국의 미국 추월 시기는 중구난방이다. 그러나 미국 추월의 시기가 연기되고는 있지만 CEBR은 여전히 2037년에 중국이 미국의 GDP규모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가게가 커지면 손님을 깔본다? 1992년 한중수교 32년이 지났지만 한중관계가 최악이다. 한국의 반중정서도, 중국의 혐한정서도 최악이다. 사회주의 중국과 우리 자유민주주의 한국은 단 한 번도 중국과 사상의 친구, 이념의 동지였던 적이 없다. 이민족끼리 부딪치는 것은 전쟁 아니면 장사다. 6.25 때 한국을 공격한 적이었던 중국과 우리가 다시 친구를 맺은 것은 장사 때문이다. 한국은 인건비 때문에 경쟁력 사라진 제품을 만들어줄 공장과 중간재를 사줄 시장이 필요했고 중국은 한국의 기술과 중간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철저한 이해관계다. 돈은 가장 뿌리 깊은 나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국제관계는 돈 되면 친구이고 동맹이지만 돈 안 되면 밥 먹고 사진 찍고 헤어지는 것이다. 돈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 한중수교 32년 만에 한국은 2023년에 처음으로 대중 적자가 났다. 돈에는 의리는 없고 계산만 있다. 근본적으로 한중관계 악화는 여기서부터 찾아야 한다. 1994년 한국의 GDP가 중국 GDP의 83%를 차지했던 시기에 중국은 한국을 칙사 대접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중국 GDP의 1/10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기업을 사장님, 선생님으로 칙사 대접하던 중국이 이젠 한국을 냉대하다 못해 홀대, 박대를 한다.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에서 혼밥하는 일이 벌어지고 중국의 한국 정치지도자들 방중에 접대와 접견의 수준이 눈에 띌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가게가 커지면 종원원이 손님 깔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수년째 얘기되고 있는 중국 정치지도자의 한국 방문도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미중 관계 악화와 새 정부 대중정책의 스탠스 변화도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중국에게 있어 한국의 의미와 위상에 변화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한중수교를 한 1992년에서 두 해 뒤인 1994년에 한국 GDP는 중국 지방성 상위 19개성의 GDP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2022년에 한국의 경제규모는 중국 광둥성 하나의 규모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경제적으로만 얘기하자면 지금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광둥성 당 서기 수준보다 낮은 영향력을 가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중국의 경제위기, 성장둔화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중국이 5.2% 성장했다고 위기라고 하지만 한국은 2023년에 겨우 1.4% 성장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脫”중국 얘기가 넘쳐 나지만 여전히 2023년에도 대중 수출 비중은 20%로 미국의 18%를 넘어 한국의 1위 수출시장이다. 홍콩을 포함하면 대중화 수출은 24%나 된다. 한국의 핸드폰, 자동차 공장까지 중국에서 빠진 상황에 한국은 이제 더 이상 “脫”중국 할 품목도 별로 없다. 문제는 중국시장이 아니라 한국의 대중 경쟁력과 기술력이다. 우리는 자동차와 핸드폰을 중국에서 뺐지만 미국의 GM, 포드, 테슬라는 중국에서 공장 뺀다는 얘기가 없고, 애플도 중국에서 사업 접는다는 얘기가 없다. 2024년 2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2년 기준 한국의 대중 기술력 평가자료를 보면 이미 2022년에 한국의 기술 수준은 중국에 추월당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소 정도를 빼면 한국이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5%대 성장하는 나라가 “망한다고, 위기라고” 말만 하고 있으면 답이 없다. 우리가 5% 성장했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바로 옆집에서 5% 성장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올라타기만 하면 5%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는데 이를 굳이 외면하고 무시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 한국은 중국이 절절히 원하는 데 갖지 못하는 것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미국의 기술봉쇄로 중국의 발목을 잡아준 분야에서는 큰 기술 격차를 빨리 만들어야 한국이 당당해지고 중국에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 디자인 : 성재은
“공동부유”가 망친 중국의 부동산 경기 사회주의 중국은 “땅으로 일어선 나라”다. 서구의 공장 노동자들 사회에서나 적합한 공산주의 사상이 노동자는 없고 농사짓는 농민만 있는 농업국가 중국에서 꽃피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국 사회주의 창업자 마오쩌뚱(毛泽东)은 1893년생으로 중국의 가난한 성 중 하나인 후난성 상탄현에서 태어나 최종학력이 1918년 후난성제일사범학교(2023년 중국대학순위 345위) 졸업이다. 1918년 전에 마오쩌뚱(毛泽东)은 정말 “공산주의의 성경”으로 불리는 독일어로 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어 보고 공산주의를 했을까? 1918년에 중국에, 그리고 중국의 낙후된 지역 후난성에 자본론의 중국어 번역본이 있기는 했을까 궁금하다. 마오쩌뚱(毛泽东)은 농민들에게 땅을 공짜로 나누어 주겠다는 얘기로 농민 봉기를 통해 권력을 잡았고 땅으로 일어선 사회주의 중국의 창업자다. 그러나 사회주의를 실현하겠다고 무모한 대약진 운동으로 1-2차 대전에 사망한 군인의 수보다 많다는 4500만 명의 인민들을 아사(餓死)시켰다. 그래서 중국은 마오쩌뚱(毛泽东)에 대해 공(功)이 7이지만 과(過)도 3이라는 평가를 한다. 중국은 역대로 땅을 잘못 건드리면 나라가 엎어졌다. 황하강 주변에 전체인구의 60-70%가 모여 살았던 중국은 “물이 한 말이면 흙이 6-7되”라는 황하강이 범람하면 모든 도시와 촌락이 평평한 흙으로 덮여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다. 중국은 농사짓는 땅의 기본이 되는 제방을 잘못 관리하면 순식간에 수십만, 수백만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배고픈 이재민들은 굶어 죽으나 털다 죽으나 같기 때문에 부자를 털고, 관가를 털다가 힘이 세지면 나라도 터는 것이 중국 왕조 변천의 역사다. 그래서 중국의 창업황제는 유랑민 출신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명나라의 창업자 주원장이다. 신중국의 마오쩌둥과 명나라의 주원장, 자료: Baidu 2021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기하강과 경제위기설은 중국의 코로나 발병에다 2020년부터 시작된 시진핑의 3기 집권을 위한 “공동부유론(共同富裕论)”이라는 정치 어젠다에 함몰된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헛발질을 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1-2기 집권의 정치어젠다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国梦)”을 내세웠지만 국민들의 체감 경제는 별로였다. 주석은 5년 임기에 단 1번 연임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에서 1번 연임 조항을 삭제한 시진핑은 2020년부터 3기 집권을 위해 새로운 정치 어젠다로 구름 잡는 얘기인 “중국의 꿈(中国梦)”에서 좀 더 현실적인,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공동부유론(共同富裕论)”을 내세우고 14억 인민들의 동감을 이끌어 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공동부유론(共同富裕论)”의 공공의 적으로 손볼 놈 3놈을 골랐다. 부동산투기 조장으로 서민들 등골 빼는 부동산업, 독과점으로 서민들 주머니 터는 플랫폼기업들, 부모들 등골빼 폭리를 취하는 사교육업체가 대상이었다. 2021년 이후 이들 3개 업종은 정부규제의 된서리를 맞아 줄줄이 몰락했고 가장 충격이 컸던 것이 대출규제를 강하게 받은 부동산업이었다. 툭하면 부도나는 1위 부동산회사, Why? 2022년에 중국 1위 부동산업체였던 비구이위안(碧桂园)이 2023년 8월 부도가 나면서 “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중국판 리먼사태)”라는 단어가 온 언론을 도배했다. 그 이전인 2021년 9월에도 중국 1위 부동산업체였던 헝다부동산(恒大集团)이 부도나면서 “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중국판 서브프라임사태)”가 났다는 기사가 넘쳐났다. 그러나 2024년 2월 현재까지도 헝다는 부도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청산 않고 사업을 하고 있고, 비구이위안 역시 여전히 사업을 하고 있다. 도대체 중국의 부동산 1위 업체는 왜 이렇게 자주 부도가 나는 것일까? 그리고 1위 업체가 부도났을 정도로 업계가 어렵다면 2위 이하 업체는 모조리 다 부도나야 정상일 것 같은데 2위 이하 업체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금융위기가 나면 금리폭등, 환율폭락, 주가폭락이 있어야 하는데 2021년 9월 헝다부동산(恒大集团) 부도, 2023년 8월 비구이위안(碧桂园) 부도 시기에 “중국부동산발 금융위기”설이 서방언론에 난무를 했지만 중국에 금리폭등, 환율폭락 현상은 없고 주가는 하락은 했지만 폭락 조짐은 보이지 않고 2024년 2월 들어서는 반등세다. 풀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누워야지 반대로 일어서면 말라 죽는다. 2021년 9월 부도난 헝다부동산(恒大集团)은 비유하자면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사고친 경우다. 2021년 정부가 부동산 과열에 투자 축소와 현금 흐름 확보를 하라는 “3개의 레드라인 규제정책(三道红线)”을 냈지만 헝다의 쉬자인 회장은 2016년에 부동산 규제 조치에 정반대로 확장 전략으로 대박을 낸 경험 때문에 투자 축소가 아니라 혼자서 투자 확대하는 정책을 쓰다가 대출이 막혀 부도를 낸 것이다. 정부 정책에 순응했던 비구이위안(碧桂园), 만과(万科) 같은 2위 이하 업체는 멀쩡하게 살아남았다. 2021년 헝다부동산의 부도와 여타업체의 비교. 자료: cric 2023년 8월 비구이위안(碧桂园)은 헝다부동산(恒大集团)과는 정반대로 정부 정책 모범생으로 정부 정책을 액면대로 지키려다가 부도낸 경우다. 비구이위안(碧桂园) 양궈창 회장은 17세 때까지 제대로 된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는 가난한 흙수저 출신으로 맨땅에 헤딩하면서 중국 1위 부동산업체를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중국정부가 2021년부터 내리 3년 부동산 규제를 하면서 부동산업계에 대출을 축소시킨 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수요 축소로 인한 부동산업체 자금난으로 공사 중단이 속출하자 서민들의 피해가 막심해졌고 큰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러자 2022년 7월 중국정부는 부동산기업들이 청약한 아파트를 “책임지고 기한 내 완공하라는 명령(保交楼)”을 내렸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에 대출 축소가 지속되고 추가 분양은 안 되는 상황에서 신규자금 유입은 줄어드는데 많은 아파트를 준공하면 할수록 자금부족이 심각해진다. 2022년과 2023년 상반기에 중국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준공한 1위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园)은 가장 먼저 자금 부족에 봉착해 부도 사태에 내몰린 것이다. 그러나 준공 물량이 크지 않았던 만과(万科), 보리부동산(保利发展) 같은 2위 이하 업체는 멀쩡했다. 2023년 비구이위안(碧桂园)의 부도와 여타업체의 비교. 자료: cric 한국 언론이 오해하는 중국 부동산 스토리 3가지 중국은 겉으로 보면 북한과 미국을 반반 섞어 놓은 나라다. 그래서 중국이 익숙해 보이지만 우리는 북한도 잘 모르나 미국도 잘 모르는 것처럼 정작 중국을 잘 모른다. 한국언론에 등장하는 중국부동산 위기스토리 3가지에 대해 한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부동산 1위 기업의 부도가 중국 부동산업계 전반으로 그리고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한국 국토면적의 98배, 인구 28배인 중국은 부동산업체들이 수도 없이 많고 1위 업체라고 해도 상위 100대 기업 내에서 점유율이 겨우 5-7%선에 불과하다. 그래서 1위 업체의 부도라고 해도 사회적 심리 충격은 크지만 부동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리고 중국 부동산회사에 대출해 준 대부분의 은행은 국유은행이다. 국유은행은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한 부도나지 않는다. 둘째, 중국부동산의 GDP비중이 30%가 넘어서 “중국부동산이 중국 경제위기의 원흉이다”라는 스토리다. 중국의 GDP에서 건축과 부동산을 합한 부동산의 비중은 최고치가 15%였고 2023년 기준 12%선에 불과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제조업과 공업의 나라지만 중국 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39%, 공업의 비중이 33%선인데 부동산이 공업 비중 수준이라는 것은 과장이다. 철강, 시멘트, 건자재, 가구, 가전, 자동차 같은 연관산업을 모두 합하면 30%가 넘는데 이를 모두 뭉뚱그려 합쳐서 부동산업으로 퉁치는 것은 과하다. 셋째, 한국 언론에는 영국의 어떤 연구소 연구원의 얘기라고 하면서 중국도시의 빈집이 1억 3천만 채가 넘어 심각한 재고 과잉이라는 스토리도 넘쳐난다. 중국의 총 가구수는 4.9억 가구인데 중국의 도시화율은 65%선이다. 그러면 도시 가구수는 3.2억 가구라고 볼 수 있는데 만약 빈집이 1.3억 채 라면 빈집이 40%라는 얘기다. 그러면 도시주택 중 2.5채 중 하나는 비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과하다. 중국은 1998년부터 상품용 주택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1998년부터 누적 주택건설 수는 2.1억 채 정도로 추산된다. 중국이 연간 판매 주택수는 최고치였을 때 연간 1,691만 채였고 부동산경기가 최악인 2023년의 경우 699만 채에 그치고 있다. 한국이 역대 최대 주택 건설시기에 200만 호 건설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 같은 최악의 시기도 한국 최고 피크의 3.5배 수준이다. 2023년 부동산 경기침체로 중국의 부동산 재고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그 수가 1.3억 채에 달한다는 것은 과장이다. 부동산 버블 잡다가 소비 투자심리 죽였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하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00년 이후 세 번째 경기하강이다. 과거 2번의 경기하강과 비교하면 폭은 작았지만 경기하강의 기간은 가장 길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과도하게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자 투기가 생겼고 여기에 “공동부유라는 정치 어젠다”가 같이 작용하면서 통상 1년~1년 반 정도인 부동산 규제를 내리 3년 하는 바람에 부동산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房住不炒·방주불초)”라는 구호성 정책 문구가 등장하면서 부동산업계에 서리가 내렸다. 중국정부가 2020년부터 부동산업계에 3가지 레드라인(三道红线)을 설정한 이후 중국 부동산업계 100대 기업의 매출액은 58%나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의 1위 업체였던 헝다, 비구이위안 등이 모두 나가떨어진 것이다. 중국은 3년간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버블은 잡았지만 잃은 것이 컸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의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사라지자 투자심리가 냉각되었다. 부동산 규제 3년간 GDP의 39%에 달하는 50조 위안의 중국의 부동산과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부동산의 자산효과(Wealth Effect)는 소비심리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쳤고, 부동산 매출액이 반토막 이상 나면서 연관산업이 순차적으로 타격받아 전통산업도 불황 속으로 빠져들었다. 중국은 지금 소비의 GDP 비중이 63%에 달하는 소비의 나라인데 2023년 들어 중국의 소비심리는 최근 20년 중 최악으로 추락했다. 중국 부동산 ”카오스 사이클”... 3분기가 변곡점 중국경제는 정부의 입김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사이클은 서방과 달리 정부의 “보이는 손”이 좌우한다. 그래서 중국경제는 중국어로는 “활란사이클(活乱循环)”이라고 하는 “카오스사이클(cycle of chaos)”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정부가 규제를 풀면 시장이 활황을 보이지만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운 상황을 규제하여 수습에 들어가면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 커 시장이 죽어 버리고 그러면 다시 규제를 풀면 시장이 살아나는 것이다. (一放就活、一活就乱、一乱就收、一收就死) 중국의 부동산경기를 예로 보면 活-亂-收-死-放-活’(활-란-수-사-방-활)의 순환이 뚜렷하다. 1) 一活就亂(2020:일활취란ㆍ활기가 돋으면 곧 어지러워지고) 2) 一亂就收(2021:일란취수ㆍ어지러워지면 곧 수습하고) 3) 一收就死(2022:일수취사ㆍ수습하면 곧 죽고) 4) 一死就放(2023:일사취방ㆍ죽으면 곧 풀고) 5) 一放就活(2024:일방취활ㆍ풀면 곧 활기가 돋는다) 2023년 현재 중국의 단계는 4단계이고 부동산기업의 부도에 정부가 거의 모든 규제를 풀고 적극적인 부양책을 쓰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경기와 정책을 보면 “카오스사이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중국 부동산은 결자해지, 규제해제 효과는 연말쯤? 중국의 부동산경기 하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00년 이후 세 번째 경기하강이다. 과거 2번의 경기하강과 비교하면 폭은 작았지만 경기하강의 기간은 가장 길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과도하게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자 투기가 생겼고 여기에 공동부유라는 정치 어젠다가 같이 작용하면서 통상 1년~1년 반 정도인 부동산 규제를 내리 3년 하는 바람에 부동산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중국의 부동산경기와 정부 정책을 보면 항상 일정한 주기가 있었다. 정부가 경기과열에 규제 들어가면 바로 시장은 급랭하고 경기의 하강기간은 8-19개월이었다. 이번 사이클은 2020년 8월부터 정부의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하강국면에 들어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는데 단기 유동성 압박을 견디지 못한 비구이위안이 부도나면서 부동산경기 회복에 찬물을 부었지만 이것이 정부정책 전환의 결정적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투자심리 악화에 이어 소비심리까지 한겨울로 들어간 중국경제에 중국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규제가 아니라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모든 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수요 진작을 위해 지준 인하, 금리 인하, 대출한도 확대, 초기계약금 비율 인하, 대도시 주택구매제한 완화 등의 조치를 쏟아붓고 있다. 문제가 된 부동산기업의 자금난에 대해서도 부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도가 난 기업에까지 자금지원을 통해 기업을 살려 주택건설을 완성하려는 상전벽해의 정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그래서 2023년 12월 이후 중국에서 부동산기업의 부도설은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증시와 은행에서 부동산기업의 자금 조달과 대출에 최우선 조치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 주택 이외의 3가지 분야(三大工程)의 정부프로젝트 추진으로 부동산시장 활성화 조치도 내놓았다. 2023년 1월 이후 중국정부는 수요진작에 9가지 정책을, 부동산기업 지원에 8가지 정책폭탄을 들이붓고 있다. 이런 2023년 하반기부터 정부의 정책 스탠스 변화로 중국 부동산경기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2024년 연말정도에 (+)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디자인 : 성재은
절묘한 타이밍의 승부사, 중국의 ‘테쉬알’ 사업이든 투자든 대박의 비결은 T&T(Trend & Timing)에 있다. 시대의 흐름(Trend)에 맞추어 변화하고 결정적인 시기(Timing)에 액션하는 것이 성공의 방정식이다. 중국 플랫폼 산업에서 전통의 강자는 BAT(Baidu, Alibaba, Tencent)였다면 코로나를 겪고 나서 세계적인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테쉬알(Temu, Shein, Aliexpress)’이다. 코로나로 인한 이동제한과 경기부진으로 글로벌 공급망과 전자상거래(e-commerce)에 대변혁이 일어났다. 모든 것을 스마트폰과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한 국가 내에 국한되었던 전자상거래가 해외직구 일반화에 힘입어 국경 간 전자상거래(CBT: Cross Board Trading)로 폭발하였다. 코로나 이전에는 경기호조로 소비 업그레이드가 대세였지만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인 경기부진과 고인플레로 초고가 럭셔리 제품과 저가제품의 수요만 급증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선,후진국을 불문하고 적당한 품질의 저가제품의 인기도 폭발하였다.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간 전자상거래(CBT) 시장의 급성장 트렌드(Trend)와 저가제품 수요 폭발의 타이밍(Timing)을 기가 막히게 활용해 대박을 낸 것이 바로 중국의 저가제품 온라인 해외직구 3총사 테무(Temu), 쉬인(Shein),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이다.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는 중국 1위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자회사이고, 테무(Temu)는 중국 3위의 전자상거래업체인 핀둬둬의 자회사이다. 중국의 플랫폼기업들은 정부의 "공동부유"의 떨어지는 칼날을 받아 다 쓰러졌고, 서방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중국정부의 정책을 맹비난했다. 남의 나라 산업정책에 서방이 분노한 이유는 중국의 인터넷기업은 단 하나도 중국 본토에 상장한 회사가 없고 (인터넷기업은 중국 국내 상장조건을 미 충족했기 때문) 모두 미국과 홍콩에 상장했기 때문이다. 플랫폼기업 주가 하락의 폭탄을 맞은 것은 중국 투자가가 아니라 미국과 홍콩에 투자한 서방 투자가들이었던 것이다. 중국 플랫폼기업의 대표격인 알리바바의 추락은 CEO의 가벼운 입이 설화(舌禍)를 불렀다는 것이 서방의 정설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독과점기업 제재라는 것이 명분이었다. 알리바바는 수많은 해외 M&A과정에서 부패세력의 해외자금 도피를 방조한(内保外贷) 혐의가 드러났다. 또 수신기능이 없는 핀테크 자회사 개미금융(蚂蚁金服)이 은행권대출이 불가능한 저신용자들에게 고리대금업으로 자본금의 150배에 달하는 대출 레버리지를 한 것이 IPO 직전에 들통나는 바람에 “중국판 서브프라임”을 우려한 당국의 제재를 받아 좌초한 것이다. 재연되는 "대륙의 실수(?)"가 만든 테쉬알 “좋은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다”. 코로나 3년 이후 바뀐 패러다임이다. 달러 홍수 덕에 미국도 월스트리트(wall-street), 금융시장만 활황이지 리얼 스트리트(real street), 실물경제는 어디든 불황이다. 코로나 3년이 지난 지금 가심비(价心比) 어쩌고 하는 고가브랜드는 다 죽었다. 그런데 브랜드에 목숨 거는 가심비(价心比)가 아니라 가성비(价性比)가 대세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가성비도 아닌, 가성비가 미친 정도로 좋은 "갓(god)성비"의 전성시대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다. 미국에 잘 나가는 테슬라가 있다면 지금 중국에는 잘 나가는 ‘테쉬알’이 있다. ‘테, 쉬, 알’이 바로 갓성비로 미국 본토를 쓸어 먹고 한국도 말아먹으려는 중국 플랫폼기업 브랜드다. 미친 가성비에 끝내주는 물류 배송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부의 정책이 있으면 밑에는 대책이 있다"고 중국정부의 플랫폼 규제가 플랫폼기업의 해외진출을 만들었고 거기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국 플랫폼기업의 대변신이 있었다. 한국은 중국 플랫폼기업의 부진을 두고 중국정부의 바보짓이라고 욕만 했지 해외로 튄 중국 플랫폼기업의 대변신을 제대로 인식도 못하고 있다. 마동석 배우가 왜 중국 플랫폼의 광고를 하지 하는 궁금증 정도에 그치는 사이 중국 플랫폼기업들은 미국시장에서, 한국 가성비 제품시장에서 빅히트를 했다. 2023년 한국 쇼핑앱 설치 1,2위가 테무와 알리 익스프레스다. 동네 구멍가게들 잡아먹고 자영업자들 등골 빼는 수준으로 전락한 골목대장, 이제는 공공의 적으로 변해 버린 한국의 플랫폼기업들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하고 빨리 벤치마크해야 할 모델이 바로 샤오미에 이은 대륙의 실수 ‘테쉬알’이다. 출처 :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 코로나가 만든 "갓성비 CBT의 시대", 중국 3인방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 전자상거래시장의 큰 변화는 바로 "국경 간 전자상거래(Cross-Border Trade: CBT)"이다. 인터넷 플랫폼 중에 글로벌 오픈마켓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전 세계적인 경기하강과 불황에 가장 핫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해외 고객에게 B2C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해외 직구와 역 직구 시장을 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빅데이터와 물류배송체계가 결합되면서 세계 유통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물류산업 역시 코로나를 겪으면서 엄청난 규모와 시스템의 발전으로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인프라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류산업은 CBT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VMI(Vendor Management Inventory)와 CWS(Consolidation Warehouse Service)를 제공하고 있다. VMI는 판매자의 상품을 재고로 보유하면서 판매되는 시점에 통관을 진행하는 서비스이며, CWS는 소량의 B2C 물품을 수출하는 여러 기업을 위해 콘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는 바로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 3사다. 2023년 미국 쇼핑앱 다운로드에서 1,2,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테무는 2023년 11월 기준 276만 명의 가입자를 받아 인기상승 top 10 앱 중 2위로 등극했다. 아마존의 뒤통수를 친 중국 "CBT 3인방의 비결"은? 플랫폼기업의 본고장 미국에서 미국의 이베이, 아마존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 것이 중국의 CBT기업들이다. 이들의 비즈모델은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의 니즈 파악, 갓성비 제품과 빠른 배송, 그리고 파격적인 사후처리(A/S), SNS 활용을 통한 마케팅이다. 2022년 9월 미국 진출 이후 테무의 이용자수는 1.6억 명에 달했고 먼저 진출한 쉬인이 2.5억 명이다. 미국 본토의 왕좌를 차지한 아마존이 8.3억 명인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아마존가입자의 19%에 달한 테무의 시장 장악은 경이롭다. 중국 CBT 3인방은 아이러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중 무역 전쟁의 수혜를 본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의 보복관세에 맞서 2018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상품에 수출세(7.5%)를 부과하지 않는 조치를 시행했다. 미국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2016년부터 관세(16.5%) 면제 한도를 800달러로 높였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국 CBT 3인방은 수출세와 수입세를 모두 내지 않아 그만큼 저가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 경기불황에 가성비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중국 CBT 3인방의 비즈 모델에서 주목할 것은 테무의 경우 전 세계 48개국, 쉬인은 전 세계 150여 개 나라에 상품을 공급하는 물류배송망의 구축이다. 전 세계가 반중 정서가 최악이고 모두 중국 싫어한다는데 중국 CBT 3인방은 전 세계에 중국의 갓성비 제품을 최단시간, 최저가격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남북으로 5500km, 동서로 5200km나 되는 나라에서 중국 본토의 물류배송은 평균 48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빠른 배송, 콰이디(块的)로 그 명성이 알려졌지만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인 물류배송시스템의 구축은 정말 한국의 플랫폼기업 물류배송기업이 벤치마크 해야 할 부분이다. 테무의 경우 전 세계 어디든지 9일 내에 61%, 12일 내에 93%의 물류를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No Brand 중국산을 당당한 “Made in China”제품으로 세계로 수출 이미 1인당 소득 1만3천 달러대의 나라 중국에서 한국기업은 인건비를 못 맞춰 싹 다 철수했는데 중국의 테쉬알은 어떻게 “Made in China”제품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승부를 걸었을까? 도대체 중국의 테쉬알 3인방의 초저가제품의 비밀은 무엇일까? 중국의 전자상거래 후발주자 핀둬둬(拼多多)는 1-2선 대도시에서 이미 알리바바와 징동이 장악한 시장에서는 승산이 없었다. 그래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맞수로 떠오른 전자상거래 신흥 강자 핀둬둬(拼多多)의 CEO인 황정(黃崢) 회장은 선발자와는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황정 회장은 항저우 출신으로 노동자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전형적인 '흙수저'이다. 하지만 그는 학교에서 항상 1등을 달린 수재로 이름을 날렸고 수학에 소질이 있던 그는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입상을 했고 이를 기반으로 항저우의 명문고인 항저우외국어학교에 입학했다. 그 후 황정은 이공계 명문인 저장(浙江)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뒤 2002년 미국으로 유학해 위스콘신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황정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IBM으로부터 잡오퍼를 잡았지만 ‘당시 실리콘밸리의 유망 스타트업으로 부상 중인 구글을 첫 직장으로 선택해 2004년 구글에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구글의 시총 급상승으로 입사시 제공받은 스톡옵션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했다. 황정은 미국 생활 중 부부가오(步步高)의 창업자이자 스마트폰업체 오포(oppo)의 실소유주인 "은둔의 고수" 돤융핑(段永平) 회장을 만나게 되면서 창업의 꿈을 키우게 된다. 2007년 중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게 되고 돤융핑(段永平) 회장은 판둬둬의 시리즈 투자 A 펀딩에도 참여해 주었다. 황정은 전자상거래 대행업체 및 게임회사를 창업, 경험을 쌓은 뒤 2015년 핀둬둬를 창업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했고 핀둬둬는 창업 3년 만에 중국 전자상거래 양대산맥 알리바바와 징동을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황정의 핀둬둬는 알리바바와 징동이 소비 고급화에 대응해 프리미엄 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을 하는 데 반해 역발상으로 저가 상품 및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1-2선도시가 아닌, 중국어로는 하침시장(下沉市场)이라고 하는 3-5선 도시를 집중공략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핀둬둬가 중소기업이 만든 노브랜드(白牌商品) 저가제품을 플랫폼에 올리기만 하면 모든 배송과 결제를 플랫폼이 책임지고 완성하는 시스템으로 대성공을 거두자 선발 대기업인 알리바바도 타오터(陶特)라는 특판브랜드로 핀둬둬의 시장을 공격했고 핀둬둬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황정 회장이 중국 하침시장(下沉市场)의 경험에서 만든 이 비즈모델을 코로나 이후 소득 감소와 인플레에 시달리는 서방세계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모델로 변신시킨 것이 바로 테무다. 테무(TEMU)는 “Team Up Price Down”의 약자로 “여럿이 함께, 가격은 낮게”라는 의미로 부자처럼 펑펑 써보라는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temu shop like a billionair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 앱이다. 테무(TEMU)가 처음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는 E-Commerce가 아니라 싸구려 “Junk-Commerce”라고 혹평을 받았지만 이젠 “China-Commerce”로 당당하게 미국 시장에서 일어섰다. 소비력은 약하지만 SNS와 바이럴 마케팅이 잘 먹히는 소위 “잘파세대(Z+Alpha 세대 1995년 후반과 2010년 이후 출생자)를 대상으로 집중 마케팅을 함으로써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에서 “싸니까 한번 사보자”, “사보니 괜찮다”, ”괜찮아서 또 산다”의 “재구매의 대박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었다. 테무의 제품라인에서 주목할 것은 테무의 제품이 동남아산이 아닌 초저가의 중국산 제품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1만3천 달러대지만 중서부지역의 낙후된 성은 5천 달러대이다. 평균이 5천 달러대면 7500달러대의 고소득층과 2500달러대의 저소득층이 같이 있다는 얘기이고 이 2500달러대 소득은 베트남이나 동남아와 같은 수준이다. 이들 2500달러대 지역에서 동남아와 같은 원가대의 중소기업 노브랜드 제품을 핀둬둬의 트래픽보너스와 유통, 배송, 수금의 모든 관리를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48개 국가로 팔려나가는 당당한 “Made in China”제품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테무의 이런 중간상을 완벽하게 없앤 C-M(Customer to Manufacturer) 모델은 중국의 중서부 낙후지역 노브랜드 하청업체를 당당한 갓성비의 Made in China 소매업체로 변신시킨 묘수였다. 보조금과 트래픽에 목숨 거는 플랫폼기업의 마케팅에 더해 공급망 관리와 입점 회사에 대한 탁월한 관리능력을 더해 공동구매, 박리다매, 재방문 재구매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든 것이다. 테무는 영세사업자 공장을 상대로 장사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아니라 광고모델로 수익을 낸다. 여타 플랫폼은 4~10% 이상의 수수료를 받지만 테무는 0.6%를 받는다. 하지만 상위노출을 해주는 대가로 광고비를 받아 챙기는데 테무 수익의 70% 이상은 광고비 수입이다. 정보보안과 데이터 유출문제는? 미중이 무역전쟁, 기술전쟁을 하면서 미국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을 모두 상장 폐지시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말 미국 회계기준을 3년 연속 지키지 않은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한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제정했다. 그리고 중국정부도 2022년에 데이터보안을 이유로 가입자 100만 명 이상의 플랫폼기업이 해외상장을 하려고 하면 중국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미중 전쟁에서 데이터 보안 문제는 핵심이슈다. 트럼프 정부 때 중국 틱톡의 정보 보안 문제로 틱톡을 미국에서 매각하고 철수하라는 요구를 했다. 미국 소비자의 고객 정보가 고스란히 테무의 서버에 저장되는데 이를 미국이 가만두고 볼까? 그리고 미국도 중국기업을 상장폐지시키고 싶어 하고 중국도 플랫폼기업 해외 상장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데 테무의 해법은 무엇일까? 황정(黃崢) 회장의 해법은 2022년 9월에 테무의 법인설립지 자체를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에 두었다는 것이다. 서버를 미국 내에 두어 중국 기업이라는 문제나 미국 고객정보의 중국 유출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현재는 미국에서 해외 직구 중 800달러 미만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규정이 있지만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때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의 해외 직구에 대한 “디 미니미스 룰(de Minimis rule)”을 폐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테무나 쉬인 알리의 무관세 통관은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머무르는 자는 망하고 진격하는 자는 살아남는다.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균(菌)의 공격에 온 인류가 고통받았다. 진정 천하대란(天下大亂)이었다. 내가 누구를 감염시킬지 모르고 누가 나를 감염시킬지 모르는 공포 속에 전 세계가 살았고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살아남는다”는 이상한 시대를 3년간 살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전 세계적인 대불황이 3년간 이어졌지만 “난세에 영웅 나고 불황에 거상 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회사가 바로 중국의 3류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拼多多)다. 핀둬둬는 똘똘한 자회사 테무(Temu) 덕분에 연초에 중국 전자상거래 1위 회사인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핀둬둬의 매출은 알리바바의 24%에 불과하지만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2024년 2월 현재 알리바바의 86%에 달하고 있다. 중국전자상거래 업체 2위인 징동과 비교하면 핀둬둬의 매출은 20%선에 불과하지만 시총액은 4.3배에 달한다. 2021년 이후 중국정부의 인터넷 독과점법 시행과 “공동부유” 어젠다의 등장으로 공공의 적이 된 중국의 플랫폼기업들은 다 죽었지만 코로나가 중국 플랫폼기업의 부활을 가져왔다. 알리바바, 징동처럼 1,2위의 위상에 안주해 변하지 않는 자는 추락했고 역경에서 새로운 모색을 한 3위 핀둬둬는 추락하는 것에서 날개를 찾아 비상했다. 머무르는 자는 망하고 진격하는 자는 살아남았다. 문제는 테쉬알의 공격이 시작된 한국이다. 정부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에만 신경 쓰던 한국 플랫폼기업들 앞에 무서운 늑대가 나타났다. 진정 테쉬알은 불황에 피는 꽃으로 불황형 산업의 정수다. 안일한 골목대장이 통치하던 한국시장에 초저가품을 기반으로 한 중국발 대공습이 시작되었고 테쉬알은 판매생태계의 포식자다. 테쉬알은 진정한 박리다매의 고수이고, 검색형이 아닌 발견형 쇼핑(Discovering shopping), 마치 상품구매가 아닌 게임하는 것 같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란 무기를 들고 나와 바이럴마케팅으로 한국의 MZ세대에서 5말 6초 베이비붐세대의 지갑까지 장악하는 유통불가사리다. 플랫폼기업에 대해 국가경쟁력보다는 독과점의 폐해기업으로 부정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 한국 정치권도 문제지만 거대한 가입자라는 무기로 골목상권 자영업자 다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국내용 문어발식 사업확장에만 골몰한 한국 플랫폼기업들의 경쟁력이 진짜 문제다. 지금 미국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테쉬알은 강 건너 미국 불이 아니고 바로 한국의 발등의 불이다. 한국기업들은 왜 중국의 “테쉬알”처럼 세계화를 못하고 한국시장에만 머물렀는지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한국기업들의 산뜻한 대응전략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디자인 : 김정연
‘공유경제’ VS ‘신뢰경제’ 한판승부, 결과는? 중국경제 위기설이 난무하고 있다. GDP성장률이 5.2%인 나라에서 웬 위기설일까? 2023년 중국의 실질 GDP성장률은 전 세계 주요국 중 인도 빼고는 가장 높은 5.2%였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5.2%가 아니라 명목성장률 4.2%다. 중국의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한 것 때문이다. 1993년 이후 30년간 중국에서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하는 불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다섯 번째다. 1998년, 2009년, 2015년, 2020년 그리고 2023년이다. 아시아금융위기, 글로벌금융위기, 공급과잉 위기, 코로나 시기에 불황이 있었고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 해제 이후에 2023년은 심각한 소비부족, 수요부족 위기에 봉착했다. 2023년 중국경제의 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사회주의 중국은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나라다. 중국은 국유기업을 “대국의 장자(長子)”라고 치켜세우며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민영기업을 보조로 성장을 하는 나라다. 그래서 후진타오 시절 총리를 지낸 원자바오는 중국경제에 대해 ‘신뢰경제(信心經濟)’ 모델이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경제는 시장 주체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가며 소비하고, 투자하면서 성장하는 모델이라는 것이었고 실제로 이 모델로 중국은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경제에서 G2의 자리를 꿰어 찼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민영기업의 발전으로 중국의 민영기업은 ‘56789 경제’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중국경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민영기업은 국가세수의 50%, 국내총생산의 60%, 기술혁신의 70%, 도시 취업의 80%, 기업수의 90%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시진핑 2기 정부 말기에 중국은 시진핑의 3기 집권을 앞두고 공동부유, 즉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공유경제(共有经济)’ 모델을 새로운 국정 어젠다로 들고 나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유자본의 지배가 강화되는 ‘국진민퇴(國進民退)’를 진행하고 공동부유의 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던 플랫폼기업, 부동산기업을 규제하며 민영경제를 압박하는 사회주의적 성향이 짙은 경제정책들을 대거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다 같이 잘살자”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민영기업 육성이라는 정부정책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져, 민영기업의 침체, 창업 분위기 저하, 청년실업 급증, 자산가격 폭락으로 이어졌고, 중국경제는 깊은 내수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신뢰경제’와 ‘공유경제’의 한판 승부는 결국 ‘공유경제’의 패배로 나타났다. ‘투심(投心) 지옥’에 빠진 중국 ‘공유경제’ 정책에 함몰된 중국정부의 플랫폼과 부동산 그리고 사교육업체에 대한 장기 규제는 자산가격의 하락과 소비부진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졌고 중국의 소비심리는 20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GDP가 12%에서 6%대로 추락하자 당시 원자바오 총리가 GDP의 18%에 달하는 4조 위안의 돈을 퍼부어 GDP를 12%로 끌어올렸다. 중국은 이번에도 2022년 4분기에 2.9%까지 추락한 GDP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돈을 퍼부었지만 이미 소비심리가 공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투자심리마저 지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2023년 7월 중국의 예금 순증액은 32조 위안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GDP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거대한 자금이 실물과 투자로 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은행으로만 몰리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전통산업에서는 1위 기업마저 부도나는 자금공황이 생겼다. GDP의 39% 달하는 자산가치 하락,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중국정부는 ‘공동부유’라는 어젠다를 망치는 공공의 적을 찾았다. 대표적으로 손볼 산업으로 폭리를 취하는 부동산업, 독과점을 누려 온 플랫폼 기업을 선택했다. 통상 부동산 규제는 1년 반 정도면 부동산 버블은 꺼지고 시장이 안정화되기 마련인데 중국은 이번에는 내리 3년 동안 부동산을 규제했다. 그 바람에 2021년에 업계 1위였던 헝다그룹(恒大集团)이 부도났고, 2023년에는 2022년 부동산 업계 1위였던 비구이위안(碧桂园)이 부도났다. 업계 1위 회사의 부도로 공사 중인 건물의 미완성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고 아무도 부동산을 사려고 하지 않는 거래절벽과 가격급락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소비의 GDP 기여도가 66%나 되는 ‘소비의 나라’다. 그런데 부동산, 플랫폼기업의 규제를 계기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정부의 민영기업 지원과 육성에 대한 정책과 신뢰에 금이 갔다. 중국의 개미주식투자자는 2.2억 명으로 3인가족이라고 가정하면 6.6억 명, 즉 전 국민의 47%가 주가폭락에 멍든 가슴으로 투자심리가 쪼그라들었다. 14억 중국인민들은 주가폭락으로 ‘자산효과(Wealth Effect)’ 소멸로 일상소비만 하지 내구재상품 소비는 하지 않는 소위 ‘립스틱 경제’에 빠졌다. 2021년 ‘공유경제’ 모델 도입 이후 중국의 부동산 가격 폭락과 주가 폭락으로 중국 자산시장에서는 50조 위안 이상이 증발해 버렸다. 중국의 2023년 GDP가 126조 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GDP의 39%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가계자산의 59%에 달하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이 구매력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연간 5% 내외의 성장을 하는 나라에서 GDP의 39%에 달하는 자산손실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고, 무소불위인 중국공산당 정부는 자산가격하락이라는 회초리를 맞고 “앗 뜨거라” 놀란 형국이 되었다. 천기 누설한 리창 총리, 실물에서 자산으로 정책 포커스 전환 중국은 보안이 철저한 나라다. 정부의 주요 통계 수치는 공식발표 전에 새어 나오는 일이 없다. 그런데 2023년 4분기 GDP발표에 천기누설이 있었다. 1월 17일이 GDP공식 발표일인데 1월 16일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리창 총리가 중국의 4분기 GDP가 5.2%로 중국의 성장에 대해 안심해도 좋을 것이란 발표를 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다보스포럼의 연설에서도 리창은 ‘신뢰구축’을 주제로 연설했다. 정책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신뢰구축 얘기를 한다는 것은 자기 반성문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 외자 유출과 국내 자산시장 붕괴를 빨리 막지 않으면 진짜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긴박감이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 투자심리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중국이 다급해졌다는 얘기다. 다보스포럼에서 돌아온 리창 총리는 1월 22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자본시장 회복방안을 지시했다. 주요 골자는 자본시장제도 보완, 투융자의 균형, 상장회사의 투자가치제고와 질량제고, 그리고 장기자금의 증시유입으로 자본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자본시장 교란행위와 불법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지시도 내렸다. 중국은 2023년 7월 부동산회사인 비구이위안 부도사태 이후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 11월까지 전부처가 나서 전방위적으로 부양책을 썼다. 그 결과 7월에 1%까지 떨어졌던 상품소비증가율을 12월에는 4%대로 높아져 실물경제는 한숨 돌린 상황이다. 2023년 12월 현재 중국경제는 부동산투자 하나를 빼고는 생산, 소비, 수출이 모두 (+)로 돌아섰다. 2024년 들어서 중국 경제당국은 실물경제 부양에서 자산시장 부양으로 정책 포커스를 이동하는 중이다. 1월 24일에 인민은행은 2월 5일을 기준으로 지급준비율을 0.5%p 인하를 발표해 시중에 1조 위안 정도의 유동성을 간접 공급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인민은행과 금융감독총국은 부동산회사에 대해서도 부동산회사의 업무용 부동산 담보대출(关于做好 经营性物业贷款管理的通知)을 허용함으로써 지금난에 몰린 부동산회사에게 유동성 확보의 창구를 열어주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모든 조치는 금융완화를 통해 부동산과 증시부양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유기업 성과평가지표(KPI)에 ‘시가총액 관리항목’ 추가 단기적인 자금주입이나 지준인하는 급한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효과가 일과성에 그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의 증시지원 패키지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하나 있다. 국유기업 CEO평가지표에 주식시가총액관리 지표를 포함했다는 것이다. 1월 25일 증시에서 회사이름에 국유기업이라는 표식인 ‘중(中)’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이른바 ‘중자기업(中字头)’들이 줄 상한가를 치는 기염을 통했다. 중국의 국유기업을 관리하는 국가자산관리위원회는 매년 국유기업 평가지표를 발표하는데 2023년까지는 ‘일리오율(一利五率)’, 즉 총이익, 자기자본이익율, 부채비율, 영업현금비율, R/D비중, 노동생산성이 평가지표였는데 2024년에는 여기서 ‘일리오율 +시가총액관리(一利五率+市价)’가 추가되었다. 중국은 국유기업이 경제를 주도하는 ‘공유경제’ 사회를 표방하고 있으며 실제로 국유기업의 매출액이 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상장회사 수에서 국유기업의 비중은 26%지만 시가총액비중은 47%나 된다. CEO평가지표에 시가총액관리를 넣는 것은 서방의 자본주의기업에서나 볼 법한 일이다. 중국이 국유기업에 대한 평가지표에 주가관리 지표를 넣었다는 것은 그만큼 획기적인 사건이며 중국 주식시장에 장기적이고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조치다. 중국은 국유기업들이 안고 있는 관료주의적 병폐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유기업의 개혁과 혁신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정부가 당의 명령이 아니라 ‘자본의 회초리’를 채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홍콩 ELS에도 서광이 비칠까? 2024년 1월 현재 중국 증시의 주가지수는 2010년 수준이다. 14년 전으로 후퇴한 것이다. 2021년 이후 내리 3년째 하락해 중국 증시에는 극단적인 비관론이 대세다. 그러나 증시에는 영원한 상승도 영원한 하락도 없다. 영원한 건 싸면 사고 비싸면 파는 투자의 기본원칙뿐이다. 중국 증시는 2010년 이후 7차례의 저점 반등이 있었다. 역대 주가하락 중 이번 2021년 이후 증시의 하락기간은 역대 최대로 길었다. 역대 7차례 중국 증시의 반등은 정책, 유동성, 기업이익에서의 변화가 촉매제였다. 중국주가의 하락으로 비관론이 많지만 2024년 1월 22일 이후 중국정부의 증시대책이 집중되고 있어 정책에서 변화가 먼저 감지되고 있고 증시 역시 바로 반등하면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증시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자기업(中字头)’들이 연간으로 주가하락을 방지하고 시가총액을 높이는 노력을 한다는 것은 주가 하강압력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든든한 지지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의 상장 국유기업들은 높은 경영평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시가총액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1) 배당확대, 2) 자사주매입, 3) 우량자산 주입, 4) 이익증대노력, 5) 투자가들과 소통강화 등의 노력을 경주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민영기업 역시 이 같은 국유기업들의 추세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어 중국 증시가 후진성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홍콩H주 ELS에 물린 한국투자가들의 시름이 깊다. 이번 중국의 국유기업 평가지표개편에 따른 중국 국유기업의 주주중시경영으로 전환은 홍콩 H주 주가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 손실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디자인 : 김정연
대만 대선은 "반도체 보위전"이었나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기술전쟁 와중에서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 미중이 깊이 관여하는 이유는 뻔하다.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4차 산업혁명의 쌀인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에 있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은 있지만 공장이 없고, 중국은 공장은 있지만 기술이 없어 5nm 이하의 첨단 반도체를 못 만든다. 반도체가 없으면 4차 산업혁명도 AI도 그림의 떡이다. 지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생성형 AI Chat GPT에 들어가는 Nvidia GPU 칩도 대만의 TSMC가 만들어주지 않으면 꽝이고, 거기에 동시에 필요한 광대역 초고속 메모리(HBM)를 한국의 하이닉스가 만들어 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대만 선거가 중요한 것은 친중, 친미가 그 자체가 아니라 5nm 이하의 첨단반도체 기술과 공장 그리고 생산의 미래가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미중의 무력충돌로 인해 중국이 먼저 폭격하든, 중국의 손에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미국이 선제 공격하든, TSMC의 반도체공장에 폭탄이 명중하는 순간 전 세계는 난리가 난다. 자료: 동아일보, 23.6.29, 반도체 ‘2나노 전쟁’… 삼성-TSMC 생존게임 대만을 폭격하거나 폭격하지 못하거나, 이유는 "반도체" 만약 대만의 첨단 반도체 FAB가 파괴되면 미국은 첨단산업의 원시시대로 돌아가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추락한다. 중국은 미국과 제조업 격차는 다 따라잡았지만 "반도체"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을 TSMC에 대한 공격 한 방으로 하향 평준화, 리셋이 가능하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말을 험악하게 하고, 실사격훈련을 하고 전투기를 대만 영공으로 날리고 심지어 미사일을 대만을 가로질러 날리지만 정작 단 한 번도 대만 본토에는 실수로도 떨어뜨린 적이 없다. 미국을 크게 물 먹이려면 "앗 실수다"라고 핑계 대고, TSMC 4개 공장에 미사일 4발만 정확히 떨어 뜨리면 미국의 4차 혁명도, 생성형 AI Chat GPT에 들어가는 GPU로 꿀을 빨고 있는 Nvidia도 한방에 보낼 수 있다. 우주선을 달에 올리고 화성에 올라가는 중국의 실력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누워서 식은 죽 먹기다. 그럼에도 중국이 대만을 폭격하지 않는 이유는 반도체 때문이다. 가만 내버려 두면 TSMC는 5nm가 아니라 3nm, 2nm, 1nm까지 개발할 텐데 이게 모두 개발되고 난 뒤에 만약 홍콩과 같은 방식으로 "일국양제", 아니면 홍콩보다 더 파격적인 조건의 "일국양제"를 해서 대만을 접수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날로 먹고 4차 산업혁명에서 단숨에 미국을 추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방세계에서는 중국의 대만공격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2025년 2026년 2027년 등 구체적인 시간까지 못 박아 나오지만 이는 대부분 미국에서 나온 얘기일 뿐이다. 중국은 미국과 당장 전쟁할 능력도 안되지만, 중국 본토가 "대만이 독립을 시도하면" 무력으로 통일한다고 전제를 달고 떠들기는 하지만, 5년 뒤인지 10년 뒤인지 날짜를 못 박은 적이 없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전에 통일전선공작이든, 소프트파워 전략이든, 대만 국내정치 개입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만을 차지하겠다는 심산이다. 뒤집어 보자면, 미국이 대만에 친중 정부를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이유다. 핵무기를 500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나라와 물리적 전쟁을 치르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정말 붙었다고 하면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들어가는 ICBM을 보유한 중국과 서로 승자 없는 전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미국의 핵심경쟁력인 IT산업의 핵심부품이다. 미중 전쟁이 AI전쟁으로 확산되면서 AI는 이젠 군수산업이고 여기에 들어간 GPU는 군수물자이고 대만은 핵심군수물자를 공급하는 무기제조창이다. 전쟁에서 핵심무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적에게 내어 준다는 것은 전쟁포기다. 미국 입장에선 그 어떤 경우에도 친중 정부가 대만에 들어서거나 대만이 중국에 의해 흡수 통일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럴 경우가 생기면 미국이 중국보다 먼전 TSMC공장을 폭파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 안보 담당인 제이크 설리반이 직접 했던 말이다. 그래서 대만인들이 "일국양제"라는 이름으로 홍콩을 인수하고 탄압하는 중국도 못 믿지만 여차하면 TSMC공장을 폭파하겠다는 미국도 못 믿는 것이다. TSMC는 누구를 총통으로 뽑았을까? 지금 미중의 전략경쟁 속에서 대만을 지켜주는 것은 미국산 무기가 아니라 대만의 반도체이다. 미중이 함부로 대만을 어쩌지 못하는 것도 첨단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때문이다. 작은 섬나라 대만은 대만을 지켜주는 "호국신산(護國神山)"이 다름 아닌 TSMC의 4군데 반도체 공장이라고 본다. 대만의 상징 TSMC의 파운드리 FAB는 신주와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의 4군데에 분산되어 있다. TSMC는 중국의 무력침공과 지역적 안배를 통한 영향력 증대를 위해 기술유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독일에 FAB을 짓고 있다. TSMC의 반도체 FAB소재지 / 자료 : 서울경제 대만을 지켜주는 "호국신산(護國神山)"이 있는 TSMC의 4개 공장 소재지 유권자들은 이번 총통 선거에서 누구를 뽑았을까? 무기명 투표에 속내를 실었다고 보면 친중 성향의 국민당, 친미 성향의 민진당, 중도 성향의 민중당이 거둔 전국 평균득표율과 비교해 보면 답이 있다. 전국 평균득표율보다 정당득표율이 높은 곳, 국민당은 신주 1군데에 불과하고, 민중당은 중북부신주와 타이중에서 평균 이상이고 민진당은 남부지역인 타이난과 가오슝에서 높았다. 반도체 벨트 4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친미인 민진당과 중립인 민중당의 득표율이 친중인 국민당보다 확실히 높았다. 반도체가 답한 선거 민심은 친중이 아니라 친미와 중립이다. TSMC의 12인치 3-5nm이하 최첨단공장이 있는 타이난과 가오슝은 민진당의 득표율이 각각 49%, 51%다. 친미성향의 민진당에 투표를 했다. 대만의 최첨단 반도체를 지기키 위해서는 미국의 보호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타이난 시장을 지낸 라이칭더 총통 당선자는 당시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 공장을 타이난에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이번 선거 유세에서도 이 지역의 반도체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체면에 목숨도 거는 중국, 대만에 보복할까? 체면에 목숨도 거는 중국이다. 이번 대만 선거에서 중국은 스타일을 구겼다. 친중 정부 옹립 실패, 대만 통전 전략 실패, 소프트파워의 무력감 등이 드러나면서 14억 인민들의 눈도 무섭고 80억 인류의 시선도 부담스러운 중국공산당 정부는 뭔가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새로 들어설 라이칭더 정부에 대한 군기 잡기는 중국이 통상적으로 하는 “외교수사적 위협과 군사적 위협(文攻武嚇)” 그리고 경제통상 압박이 순서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즉, 1) 양안대화 전면 중단으로 신임 라이칭더 정부 정치적 압박 2) 대만지역 군사적 도발 상시화로 대만인의 전쟁 불안감 고조 3) 2013년 체결한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대만산 267개 품목, 중국산 539개 품목 무관세) 단계적 폐기로 대만에 경제통상압박 4) 대만지지국가들에 대한 정치경제외교적 보복으로 대만의 국제사회 고립유도 1)-4) 단계 중 중국은 이미 1), 2)번은 선거 중에 써먹었지만 약발이 거의 없었다. 반중 정서 확산으로 민진당의 승리를 도와준 꼴이 됐다. 다음 단계는 경제통상보복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미 대중국 무역상품에 대한 보복과 ECFA 대상 품목(대만산 267개 품목, 중국산 539개 품목)에 대한 무관세조치 철폐 등의 경제적 압박을 바로 시작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 상무부는 5월 취임 전까지 핵심인 반도체는 빼고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부품, 섬유류의 관세면제를 중단하는 조치를 검토한다고 협박하고 있다. 반도체 뺀 나머지 품목에 대한 군기 잡기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만의 대중수출의존도가 46%나 되는 상황에서 새로 출범하는 라이칭더 정부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핵심인 반도체가 빠지기 때문에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만의 반도체 대중수출규제는 이미 2021년부터 시작이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한국이 얻게 될 반사적 이익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한국엔 그야말로 ‘발등에 불’ 미국발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설이 2025년, 2027년, 2035년 등 날짜까지 못 박아 쏟아지고 있다. 중국 역시 항상 연두기자회견, 그리고 대만 문제가 있을 때마다 대만 통일을 언급하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한 적은 없다. 대만 공격은 바로 미국과 전쟁을 의미한다. 대만관계법상 미국의 자동 개입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대만과 중국의 군사력을 비교해 보면 애초부터 게임이 안된다. 미국 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일~21일까지 다양하지만 만약 전쟁을 한다면 3~4만 명이 아니라 30~40만 명을 투입해 시간을 1/10로 단축하는 속전속결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전 세계에서 5nm이하 칩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대만 빼고는 한국뿐이다. 유사시에 중국은 대만의 TSMC 공장 파괴를 통해 미국의 첨단반도체 생산을 막으려 하지만 첨단공장은 한국에도 있다. 중국이 속전속결의 대만 공격을 시도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을 대만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일 것이다. 미국이 참전하기 전에 대만을 정복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라면 직접 하든 북한을 동원하든, 한국의 반도체 공장에 대한 공격과 주한미군에 대한 공격이 미군을 한반도에 잡아 두는 유효한 수단이다. 한국의 반도체공장이 타깃이 될 거란 얘기다. 대만 전쟁발발 시 미군동원 시나리오와 한반도 / 자료: 폴리스TV 대만해협에서 전쟁 발발 시 반도체문제를 제외하고도 핵심 교역 수송로인 대만해협이 막히면 수출입 물동량이나 공급망에 있어 치명적인 손실이 예견된다. 첨단 반도체에서 각축을 벌이는 경쟁자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걸 남의 불행인양 방관하다 튕겨져 나온 돌에 우리가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