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 석사, 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역임 중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중국이 5% GDP 성장에 목매는 이유 중국의 3/4분기 GDP가 4.6%로 나왔다. 이는 세계 주요국 중 인도를 빼고는 가장 높은 성장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9월 말부터 인민은행, 발개위, 재정부, 주택건설부 등 전 경제 부처 장관들이 줄줄이 나서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9월 말에 개최된 정치국회의에서 연초 5% GDP 성장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명시적으로 내보이고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발표도 했다. 덕분에 중국 증시는 2주일간 29%나 급등했고 부동산 거래량도 급증했다. 중국은 1분기 5.3%, 2분기 4.7%, 3분기 4.6%의 GDP 성장률을 보였고 연간으로 5%의 GDP 성장률을 달성한다면 4분기에 5.4%의 성장을 해야 한다. 중국은 도대체 왜 5% GDP 성장에 목을 매는 것일까? 이유는 고용 문제, 정부 신뢰 문제, 장기 성장 목표 달성의 3가지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국가 중국의 GDP는 고용 지표다. 중국 GDP에서 국유기업의 비중이 63%나 된다. 그래서 이익 극대화가 목표가 아닌 국유기업 중심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고용이다. 중국은 GDP 1%당 고용유발계수가 240만 명 내외다. 어느 나라든 먹물 실업자가 많아지면 사회가 불안해진다. 중국은 연간 대졸자가 1,179만 명에 달한다. 따라서 연간 5%는 성장해야 5X240=1,200만 명의 대졸자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3월 양회의에서 발표한 정부 GDP 성장 목표를 코로나가 발생한 때를 제외하고는 달성 못한 적이 없다. 그런데 2024년에는 코로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내외적인 큰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의 대국민 신뢰도에 큰 손상을 가져온다. 특히 시진핑 3기 집권의 국정 어젠다가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인데 성장 목표를 달성 못한다는 것은 시진핑이 발탁한 3기 정부 관료들의 능력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중국은 2035년까지 2020년 GDP의 2배를 달성한다는 국가 장기 성장 목표를 발표했는데 이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4.7~4.8%의 성장을 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따라서 전반기인 2028년까지는 적어도 5% 이상의 성장을 달성해야 경제 규모가 커지는 후반기에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5% 이상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중국이 재정 지출 확대에 목매는 이유 중국 정부는 인민은행, 발개위, 재정부 장관들이 모두 나와 경기 부양책을 얘기했지만 지준율 인하와 금리 인하만을 구체적으로 얘기했을 뿐 재정 정책은 언급이 없었다. 그리고 서방 세계의 국회 격인 전인대 상무위가 열리면 구체적인 재정 정책의 규모를 얘기하겠다고 암시를 했다. 중국은 금융시장의 발달이 늦어 금리의 시장화가 되어 있지 않다. 서방 세계는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경기를 조절하는데 중국은 다르다. 금리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지 바로 주가나 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중국은 금융에 있어서는 가격 변수보다는 수량 변수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중국은 연간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이를 분기별, 월별로 배분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래서 중국은 사회 총대출의 규모가 금리보다 더 중요하다. 또한 중국은 금융시장에서 화폐 유통 속도는 0.4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재정승수는 1.5 이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경기 하강에 금융과 재정 정책을 동시에 쓰지만 금융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에 거는 기대가 항상 더 크다.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원자바오 총리는 4조 위안의 재정 지출을 통해 6%까지 추락한 성장률을 바로 13%대까지 끌어올려 불황을 넘겼다. 그러나 이번 경기 하강에 중국 행정부(국무원)가 재정 정책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이유는 중국도 국채 발행 한도가 있고 그 규모는 전인대 상무위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인대 상무위에서 국채와 지방책의 발행 한도를 정하고 이에 따라 국무원이 그 규모에 맞추어 국채와 지방채를 발행하는 시스템이다. 2023년에 설정한 한도는 이미 97%나 소진되어 더 이상 대규모 국채와 지방채를 발행할 한도가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통상 10월의 전인대 상무위는 10월 13일~27일 사이에 열리는데 2024년에는 10월은 건너뛰고 11월 4일~8일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의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빙의 지지율 차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와 해리스에게 중국 때리기의 추가적인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꼼수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쓸 경우 미국은 중국의 "공급 과잉" 수출론은 크게 부각시키며 대중국 압박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1월 5일 미국 대선이 끝나고 국채와 지방채의 발행 한도를 상향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 세계는 중국의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재정과학연구원 자아캉 연구원, 칭화대 경재관리학원 리타오쿠이 교수,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의 리우스진, 칭화대 텅타이 교수 4인은 이번 경기 부양 조치가 10조 위안 이상은 돼야 한다고 언급했고 사회과학원 위용딩은 20조 위안을 불렀다. 이는 2008년 정도 수준의 파격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GDP의 10%에 달하는 재정 지출을 한다면 대략 12.2조 위안이고 이미 2조 위안 내외의 국채 발행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10조 위안 내외의 추가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11월 4~8일간 개최되는 전인대 상무위에서 발표할 국채 발행 한도는 그간 언론에 나온 보도를 중심으로 추정해 본다면 최저 7조 위안에서 9조 위안대의 상향 조정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략 GDP의 5~6.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채 발행의 용도는 1회성 지방정부 부채 해결에 5조 위안 이상을 지출하고 국유은행 자본 보충에 1조 위안, 안정 성장 위한 3년간 연평균 2조 위안의 특별국채, 그리고 일상적인 경기 회복용으로 1조 위안의 지출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내수 경기 회복에 목매는 이유 세계의 공장 중국은 수출이 안 되면 망하는 나라라는 것이 서방 세계에 퍼진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 경제의 GDP에서 수출의 비중은 19% 불과하고 내수 소비의 GDP 기여도가 61%에 달하고 있다. 지금 중국 경제는 수출이 문제가 아니라 내수 소비가 문제다. 2021년부터 중국 정부의 부동산, 플랫폼 산업, 사교육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소비 심리를 최악으로 추락시켰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3년 만에 GDP의 45%에 달하는 금액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역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로 인해 각종 부양책에도 소비 심리는 살아날 줄 모르고 GDP는 잠재 성장률 수준인 5%를 하회하는 수준에서 배회하고 있다. 중국 전체 경제 성장률을 소비가 떨어뜨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단 그림에서 보면 중국은 부동산 투자와 소비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가 늘지 않으면 수출이나 투자가 늘어도 소용없다. 중국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먼저 자산 시장의 정상화에 착수하면서 9월 들어 주식 부양책과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직접적인 소비 진작을 위해 가전과 자동차에 대해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을 통해 신제품 구매 시 세금 감면 등의 우대 조치를 취하고 지방정부 단위로 소비 쿠폰을 발행해 직접 소비를 자극하는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이 내수시장 경기 회복에 사활을 거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대선이다. 박빙이긴 하지만 트럼프의 승리가 나오면 2025년에 중국은 대미 수출품에 있어 60%~100%의 추가 보복 관세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수출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인데 이중 대미 수출 비중은 15%이다. 60~100%의 보복 관세를 맞는다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어려워진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전면 중단된다면 중국 GDP에 미치는 영향은 -2.8%이고 50% 감소한다면 -1.4%의 충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아직 제조업의 경쟁력이 살아 있기 때문에 미국의 수입 규제가 경제 성장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수출에 노동집약적인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중국은 수출 감소는 고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수출 부진을 만회할 대안은 내수 확대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내수 부양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중국 자체의 고용 문제와 대미 수출의 대안으로 중국 내수시장 확대는 중국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10월 PMI 지수가 반년 만에 50.1%로 올라서 임계점을 돌파했다. 중국의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책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9월과 10월에 걸쳐 바주카포를 쏘는 것 같았던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10월 이후 경제 지표에 어떻게 나타날지 기대된다. 디자인 : 이희문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서버 터질 정도... “3년” 만의 거래량 폭증, 주가 급등 9월 27일 상하이증시에서는 10시경부터 거래시스템이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장 시작 후 10시부터 거래량 폭증으로 시스템이 느려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자, 상하이거래소는 부랴부랴 대응조치에 나섰다. 11시 이후부터 거래는 다시 정상화되었고 상하이거래소는 시스템 장애의 원인을 조사 중이다. 그간 3년간 주가 하락으로 거래량이 지지부진해 일 거래량이 5,000억 위안을 밑돌았는데 최근 3일간 연속 1조 위안(190조 원)을 돌파했고 9월 27일에는 1조 4천억 위안이 거래되었다. 2억 명이 넘는 중국 개미들의 주식 매수 주문 폭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증시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중국증시는 홀로 내리 3년간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2024년 들어서 다시 주가가 최저가를 갱신하자 증시를 총괄하는 증권감독원장을 이회이만(易会满)에서 우칭(吴清)으로 바꾸는 강수를 두었다. 우칭은 중국판 증시 밸류업 정책을 펴 상해지수를 5월 22일에 3158(+17%)까지 올려놓았다. 하지만 2분기 들어 소비경기 추락, 성장률 하락(5.3→4.7%)이 이어졌고 부동산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상하이지수는 2월의 저점 수준인 2704(9.13)로 다시 추락했다. 그런데 9월 25일부터 중국증시는 갑자기 수직상승을 시작해 단숨에 3,000포인트를 넘어섰고 9월 27일에는 서버가 터질 정도로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일직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증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장대 주가 상승의 배후, 정부의 “보이는 손, 3가지” 이번 증시 저점에서 주가를 폭등시킨 것은 중국의 “보이는 손”, 정부의 입김이 있었다. 증시에 대한 정부의 간여는 한국도 증시가 낙후되었던 80~90년대에 자주 볼 수 있었던 현상이었는데 중국 정부의 증시 입김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주가의 폭등 폭락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주가는 폭등도, 폭락도(大起大落) 아닌 안정적 상승을 원했다. 통상 정부가 개입해도 주가는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게 지금까지 중국증시의 특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주가가 수직으로 “장대 상승”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3가지의 이례적인 현상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정책 발표에 “금융 수장(인민은행장, 금융감독총국, 증감위원장)”들의 총출동이고, 두 번째는 ”9월 정치국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경제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공무원의 “정책실시의 3가지 면책 조항”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통상 중국의 정부 정례 정책 발표 기자회견은 각 부처의 실·국장들이 기자실에서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중국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인민은행장(한국으로 치면 한국은행 총재: 장관급)과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총국장, 증권 업무를 총괄하는 증감위원장이 동시에 나와 함께 금융과 증시 부동산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 부문의 최고위 직급들이 모두 나와 브리핑하는 것은 시진핑 3기 정부 들어서 처음 있는 파격이다. 중국 당 서열 25위까지의 정치국원들이 실질적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를 이끌고 가는 핵심 리더들인데 이들 25명의 정치국원은 매월 1번씩 회의를 한다. 정치국 회의는 연간으로 매월 회의의 주제가 정해져 있고 경제문제를 다루는 회의는 4월, 7월, 12월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이하게 9월 정치국 회의에서 경제문제를 다루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2분기에 4.7%까지 떨어진 GDP 성장률을 의식해 연간으로 5% 내외의 성장 목표를 잡은 것을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라는 발표를 했다. 경제문제가 중국정치에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이는 남은 4/4분기에 경제회복에 올인한다는 시그널이다. 세 번째는 시진핑의 특별한 지시 사항이다. 소위 “3 면책 조항”이다. 관료 사회의 복지부동은 어디나 마찬가지고 불경기에 정책을 시행했다가 실패하면 모두 자기 책임이다. 그래서 호경기에는 정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불경기에는 눈치만 보고 누워있다. 중국이 연초 이래 많은 경제정책을 쏟아 냈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것은 판을 바꿀 큰 정책이 아니라 찔끔찔끔 대증요법 식 정책만 쏟아냈기 때문이다. 9월 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면 공무원이 실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3가지 면책(免責)을 언급했다.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실시 과정에서 “경험 부족으로 실수하거나, 개혁을 위한 실험, 경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실수를 저지른” 3가지 경우에는 그 책임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다. 주석이 나서서 당원과 전국의 공무원들에게 민간 부분을 지원하고 경제 회복을 최우선 순위로 하라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고 어려움에 처한 민간 기업을 도울 때 공무원들에게 실수에 따른 결과를 걱정하지 않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나서도록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를 한 것이다. 중국경제 3대 아킬레스건 “부동산, 소비심리, 주가”를 직접 해결? 중국이 2024년 들어 각종 경기대책을 내놓았지만, 소비가 계속 추락한 것은 정부의 3년간 부동산기업, 플랫폼 기업, 사교육 기업의 과도한 규제로 자산 가격이 폭락한 “벼락 거지 효과”와 “소비심리의 악화”가 있었다. 부동산 가격 회복을 위한 각종 정부 규제는 모두 풀었지만, 가격 반등이 나오지 않고 있고 소비 역시 소비심리는 최저이고 소비 증가율은 2%대로 추락했다. 이 상태라면 4/4분기에 5%는 고사하고 4%대의 성장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은 정부가 연초 공표한 경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4/4분기에 성과 달성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1분기 5.3%, 2분기 4.7%, 3분기에도 4.5% 내외의 성장이 예상되는 데 4분기에 적어도 5%대의 숫자가 나와야 연간으로 4%대가 나오더라도 정부가 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체면이 선다. 중국의 3개 부분 금융 수장과 주석까지 나선 데는 경기부양의 시급성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확실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verything Rally” 만든 3대 금융 수장들, 무슨 소리를 했길래? 강에 봄이 왔는지는 강에 놀고 있는 오리가 가장 먼저 안다. 중국증시에 3년 반의 긴 겨울에서 봄이 왔는지는 금융주와 증권주의 동향을 보면 된다. 9월 27일 상해증시에서는 증권주들이 줄 상한가를 쳤다. 증시에 큰 변화가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소비, 증시에 무슨 소리를 했기에 주가가 일직선 장대 주가를 보였을까? 중국 금융의 3대 수장들이 합동 발표한 내용을 보면 “Everything Rally”가 올 만한 파격의 조치를 쏟아 냈다. 통화, 부동산, 증시 안정에 7개 분야 26개의 조치를 내놓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상장사 관리다. 지수에 편입된 대형주들은 시가총액 제고 방안을 만들어야 하고 대주주가 자사주 매입하는데 중앙은행이 재대출해 준다는 조치까지 들어 있다. 금융기관들은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주식 투자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공급받아 주식을 사라는 조치까지 들어있고 보험 같은 장기투자가들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 주식 투자를 하라는 조치도 들어가 있다. 또한 상장사 중에서 정부가 밀고 있는 신 품질생산력-기술 중심 성장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도 지원하고 이를 위해 작은 기업들 모아 대형기업 만드는 산업구조조정에 필요한 M&A 자금까지 지원한다. "돈 뿌리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 월가의 격언에 “돈 뿌리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dead cat bounce)”는 말이 있다. 소비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인하를 실시하고, 증시에서는 수요진작을 위해 중앙은행 돈까지 끌어넣고, 부동산에는 그간 미진했던 지원 정책을 더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파격의 정책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정부는 자금 지원하고, 기업은 시총 관리하고, 모든 금융기관은 주식 사라는 얘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그간 3년간 주가 하락을 보면서 증시를 소 닭 쳐다보듯 하던 2억 명의 중국 주식 개미들도 화들짝 놀라 주식시장에 돈 퍼 넣는 바람에 거래소 서버가 마비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번 조치로 당장 주식 매수 자금만 5000억 위안(스왑 펀드)+3,000억 위안(자사주 매입) 합계 8,000억 위안(152조 원)이 투입된다. 8월 말 기준 예금 잔액이 297조 위안인데 50bp 지준율인하로 시중의 유동성이 1.5조 위안(292조 원)이 풀릴 전망이고 4분기에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도 예정하고 있다. 이번 주가 상승은 경기 저점, 투심 저점, 주가 저점에 정부가 울고 싶을 때 적시에 뺨 때려준 격이다. 그리고 중국 내부의 정치 경제 상황으로 보면 주가 하락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금융 수장들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다. 정부의 입김이 강한 중국의 특성과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저평가되어 있고 주가 상승도 없었던 중국증시의 상황을 보면 이번 중국 정부의 금융, 부동산, 증시 3대 분야 부양 조치는 증시에서 그 약발을 제대로 받을 것 같다. 소비 업종, 부동산 업종, 신질 생산력 관련 신기술 업종이 이번 랠리의 3대 수혜자가 될 것 같다. 골드만삭스가 만든 중국의 2022년 이후 중요 정부조치와 이벤트와 주가 상승폭을 참고하면 이번 반등 랠리의 폭을 감 잡는 데 참고가 될 것 같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미국, 유럽의 '고율 관세 폭탄'에도 중국 기업 주가는 무반응 WHY? 미국의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트럼프에 지지율이 밀리던 바이든은 지난 5월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고율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현행 25%의 관세율을 파격적으로 100%로 올리고 태양광에 50%, 반도체에도 50%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이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에서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외로 돌려 해외 시장의 가격 질서를 붕괴시키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런 조치에 대해 WTO 위반이라고 별 실효성도 없는 WTO 제소로 맞대응했다. 2023년 기준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70% 점유율로 세계 1위이다. 정말 50%~100%의 고율 관세가 문제라면 주가가 대폭락하고 업체가 난리가 나야 하는 데 정작 중국의 전기차 대표 기업 BYD(比亚迪)나 배터리 대표 기업 CATL(宁德时代), 태양광 대표 기업 Longi(隆基股份) 등의 주가는 별 변화가 없었다. 이유는 중국이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전기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터리, 태양광 등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66~86%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가 중국에 치명적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이고 문제는 소재나 재료에서는 중국이 절대적인 장악력을 가지고 있어 단기간에는 중국 외 다른 대체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EU도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에 대응해 9월 25일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확정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27개 회원국 중 EU 전체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국 이상 회원국이 찬성할 경우, 해당 관세는 11월부터 5년간 발효된다. EU는 7월 5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생산해 유럽연합으로 전기차를 수출하는 테슬라와 BMW의 경우에는 유럽연합 보조금 조사엔 협조했지만 개별적인 표본 시험엔 응하지 않아 20.8%포인트 추가 관세를 부과받았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업체들은 37.6%포인트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EU는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가 이미 부과받고 있는 10% 관세에 더해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Geely), 비야디(BYD)에 각각 36.3%포인트, 19.3%포인트, 17.0%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회사들의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3년 총 181만 대 수준이었고 이 중 유럽 비중은 74만 대로 40.8%지만 중국의 2023년 전기차 총판매 대수 950만 대의 7.8%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미국의 8배, 유럽의 4배나 되는 '전기차 제국'을 건설한 중국 중국의 전기차 수출이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외로 돌리기 때문에 제재하는 것이라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내수 시장보다 큰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 멕시코, 한국, 스페인, 독일, 인도 브라질도 모두 공급 과잉을 해외로 돌리기 때문에 제재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전통 제조업 수출에서 세계 1위는 이미 오래전 얘기이고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미국의 논리대로라면 중국의 공급 과잉 수출은 전기차가 처음이 아니다. 미국의 정치적 레토릭이 강한 '중국산 공급 과잉론'보다는 후진국 중국의 전기차가 '자동차의 원조 할매집' 미국과 '세계적인 명차가 즐비한' 유럽이 고율의 폭탄 관세를 부과해야 할 정도로 두려운 존재가 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러스트벨트 노동자의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되어 중국의 수출도 거의 없는 품목에 100% 관세를 붙이는 선거판의 정치 레토릭이 아닌 중국의 실력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 전기차 시장과 미국 유럽의 전기차 시장의 규모를 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미국 시장의 8배, 유럽 시장의 4배나 되는 규모다. 전기차에 있어서 세계 최대의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아닌 중국이다. 세계 최고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세계 최대 메가 팩토리를 중국 상하이에 지었다. 지금 세계 1위의 전기차 메이커는 테슬라를 제친 중국의 BYD다. 2024년 1월 기준 세계 1위 전기차 메이커는 20.2% 점유율 가진 중국의 BYD이고 2위가 11.3%인 미국의 테슬라다. 3위가 중국의 지리자동차, 4위가 독일의 폭스바겐, 5위가 중국의 상하이자동차다. '전기차 제국'을 건설한 중국 전기차 산업의 6가지 비밀 지금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시장과 중국의 전기차 시장 규모를 보면 왜 미국과 유럽이 고율 관세 폭탄을 들고 방어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은 2024년 7월 기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31%, 전기차 시장에서 68%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세계 최대 시장이다. 세상에 이유 없는 무덤이 없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봉'이자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백화점'이었던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하고 미국과 유럽을 위협할 정도로 커진 데는 6가지 비밀이 있었다. 1) '살을 주고 뼈를 얻는 전략(육참골단 肉斬骨斷)'을 썼다. 중국이 전기차 제국으로 올라선 데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전략이 있었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전략은 작은 손실을 보는 대신에 큰 승리를 거둔다는 전략이다. 전기차의 불모지 중국이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인 미국의 테슬라를 중국 상하이로 유치한 것이다.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상하이 푸동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미중 전쟁이 불붙은 2018년 12월에 착공하여 12개월 만인 2019년 12월에 완공하였다. 중국의 외국 자동차 회사는 모두 중국 기업과 합작인 반면 테슬라만 100% 독자 외상 기업의 특혜를 부여했다. 미중의 경제 전쟁으로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은 크게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테슬라의 중국 영업은 마치 애플의 중국 사업처럼 번성했고 테슬라가 전기차에서 세계 1위를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19년 15만 대 생산 규모로 시작한 상하이 공장은 2023년 말 95만 대 규모로 확장했고 테슬라의 전 세계 공장 중 최대 규모다. https://www.cybertruckownersclub.com 미중 경제 전쟁의 와중에서, 세계 최고의 전기차 경쟁력을 가진 테슬라가 진입하면 테슬라가 중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 분명한데도 중국이 테슬라를 유치한 것은 중국의 숨겨진 전략이 있었다. 바로 세계 1위 기업인 테슬라의 공급망을 활용하는 것이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 납품하기 위한 세계 1류의 전기차 부품 공급망이 중국에 들어오게 되고, 중국은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에게 일부분 내어주지만 중국 전기차 제조회사들도 자연스럽게 테슬라의 공급망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만든 것이다. 2) 미국 반도체 보조금의 4.4배에 달하는 '화끈한 보조금 지원'이 있었다. 2019년 기준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대에 불과했던 중국이 전기차를 대량 소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일찍부터 전기차 산업 육성에 올인했다. 그리고 북경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는 심각한 대기 오염(雾霾)으로 북경 천도설까지 나돌 정도였고 그 대응책의 일환으로 클린에너지를 쓰는 전기차의 도입을 유도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자동차 구매 시 보조금, 세금 감면,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 정부 구매 등 각종 명목의 정부 보조금으로 총 2,308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2019년 이후에만 1,528억 달러를 지급했다. 초기에는 보조금 비중이 컸지만 후기로 갈수록 세금 감면의 비중을 높였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2,308억 달러는 미국의 Chips법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이 527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반도체 보조금의 4.4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미국의 IRA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이 7,500달러 수준인데 이를 받기 위해 각국 전기차 회사들이 난리를 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당 전기차 보조금은 이미 2018년부터 대당 13,860달러를 지급했고 2021년까지 미국보다 높은 8,538달러를 지급했다. 중국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세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자 보조금을 2023년에는 4,764달러까지 낮추었다. 3) 샌드박스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다. 중국은 사회주의 특성상 모든 산업에서 엄격한 규제와 통제를 하였고 신규 진입에 있어서는 인허가에서 제한을 두었다. 그래서 자동차, IT, 통신 등의 신산업은 제한된 경쟁 속에서 성장했고 정부의 정책 보호 속에서 성장하는 바람에 몸집은 빠르게 커졌지만 산업의 경쟁력은 국제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전기차 산업에서는 이러한 진입 제한을 풀었다. 중국에 없었던 전기차 산업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진입 제한을 없앴다. 그 덕분에 대거 민간 기업들이 진입해 생존을 위해 중국 전기차 시장은 박 터지는 경쟁을 하는 완전경쟁시장이 되었다. 2024년 7월 현재 월 2,500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하는 회사의 수만 50개가 넘는다. 이중 1위 업체가 17.5% 점유율이고 상위 10위 업체의 점유율이 2.8% 수준이고 50위 업체는 0.1%에 불과하다. 자료: https://i.gasgoo.com/data/ 정부의 천문학적 보조금 지원으로 전기차 업체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시장의 확대와 선발 업체들의 '규모의 경제' 도달로 정부 보조금 없이도 원가 하락이 가능한 정도에 이르자 정부는 보조금 축소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규모의 경제'에 도달한 상위 TOP 5 정도만 살아 남고 나머지는 자연 도태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살아남은 상위 업체는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튼튼한 내공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4) '선수에게 키'를 맡겼다. 산업이 낙후되었던 중국은 중국 산업을 일으킨 인물에게 '산업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붙이기를 좋아한다. 중국의 핵폭탄을 개발한 '핵무기 개발의 아버지'로 통하는 덩자셴(鄧稼先)은 미국 듀크대에서 공부했고 1960∼1970년대 원자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독자 개발한 주역이다. 중국 '인공위성의 아버지' 첸쉐썬(錢學森)은 미국 MIT에서 공부하고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 인공위성 독자 개발의 주역이 되었다. 중국 '핵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주광야(朱光亞)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하고 중국에 돌아와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개발하였다. 중국 '희토류의 아버지'로 통하는 쉬광셴(徐光憲) 박사는 미국 콜롬비아대학을 나와 희토류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중국 희토류 산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에도 '중국 전기차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가 있다. 바로 현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완강(萬鋼·69) 부주석이다. 그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동안 과기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오늘날 중국 전기차 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완강은 상하이 출신으로 문혁 시기 연변조선족 자치구로 하방 당했던, 반혁명분자의 아들이었지만 1975년 공농병학생으로 동북임업대학에 들어갔고 1979년 상하이 동지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84년 세계은행 장학금으로 독일 클라우스탈 공대로 유학해 자동차공학 박사를 받았다. 그의 자동차 저소음 관련 박사논문 연구 결과는 폭스바겐이 그대로 채용해 폭스바겐 차량 3,500만 대를 만드는 데 적용되었고 그 공로로 니더작센주 정부로부터 철십자 훈장까지 받았다. 완강 박사는 1991년 독일 아우디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승승장구했고 1998년에는 독일 자동차 업계가 뽑은 10인의 엘리트에 선정되는 등 독일에서도 알아주는 촉망받는 자동차 엔지니어가 되었다. 2000년 주롱지 총리의 요청으로 귀국한 완강은 중국 최초로 수소연료차를 개발했고 동지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귀국하면서 해외 화교 엘리트들이 주로 가입하는 치공당(中国致公党)에 입당했고 2007년에 공산당원이 아닌 비당원으로는 35년 만에 중국 과기부 장관에 취임했다. 완강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집중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자동차 강국들을 추격 불가하기 때문에 선진국이 아직 못한 전기차로 '월반'을 하자는 전략이었다. 중국은 이를 받아들여 주석이 후진타오(2007)에서 시진핑(2012)으로 바뀌었음에도 2007년~2018년까지 무려 11년간 완강은 장관직에 머무르게 하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을 육성했다. 장관이 된 후 완강은 매년 10개 도시를 선정해 1,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는 '십성천량(十省千輛)' 정책부터 시작해 전기차 시장을 육성해 중국 전기차를 미국과 유럽이 두려워하는 단계로 끌어올렸다. 중국 정치 지도자는 바뀌어도 주무장관은 유임시켜 정책을 밀어붙인 중국 지도자들의 사람 보는 눈과 뚝심, 자동차 강국 독일의 아우디에서 보장된 꽃길을 미련 없이 버리고 중국으로 돌아온 완강의 전기차에 대한 열정이 중국이 전기차 제국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는 데 결정적인 한 요인이 되었다. 한국과 중국의 최근 27년간 역대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장관의 수를 보면 한국은 27년간 18명이 바뀌어 평균 2년도 임기를 못 채웠다. 반면 중국은 5명으로 최하 5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받아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집행하고 있는 것이 큰 차이다. 5) 제품이 아니라 '생태계를 잡았다'. 전기차에서 배터리의 원가 비중은 회사별로, 차종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2023년 기준 현대차의 사례로 보면 35~61%이고 평균이 46%이다. 그리고 이 중 양극재의 비중이 47%, 음극재가 12%, 분리막 14%, 전해액 12%, 조립 등 기타 원가가 15%이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고 배터리는 4대 소재의 원가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결정되는 구조다. 중국은 지금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65%의 점유율을 가진 세계 1위이고 2위인 한국의 21%와는 3배 이상 격차가 있다. 일본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9% 선에 그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배터리 4대 소재 시장에서 중국의 시장 장악력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포함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개도국 원자재 시장에 진출해 전기차 산업에 필요한 소재에서 막강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였다. 중국은 세계 배터리 4대 소재 시장에서 양극재 60%, 음극재 84%, 전해액 72%, 분리막에서 68%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어느 나라도 추월할 수 없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생태계를 장악해 전기차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흑연(100%), 코발트(74%), 리튬(65%), 니켈(17%) 등 핵심 광물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배터리 제조, 그에 따른 배터리의 제조 원가 경쟁력이 중국 전기차 산업의 최강 원가 경쟁력의 비밀이다. 6) 전기차 '인프라'를 제대로 깔았다. 반도체가 전자기기의 두뇌라면 전자기기의 심장은 배터리다. 배터리 없이는 전자기기는 의미가 없다. 전기차의 진입 장벽이 낮고 신생 업체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것도 전기차는 전자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핸드폰에 AP칩 경쟁이 치열하지만 배터리가 나가거나 충전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국의 전기차 제국 건설에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 중의 하나는 전기차 충전소의 확충이다. 중국은 2024년 7월 현재 전국에 전기차 충전소 1,060만 개를 설치했다. 공공 충전소가 320만 개, 민영 충전소가 740만 개다. 중국은 주유소가 대부분 국유기업 소유라서 기존 주유소에 수익성에 상관없이 충전기 설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전기차 구매자들이 충전에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중국의 공공 충전소 설치 대수를 비교해 보면 여타 국가들과 압도적인 우위다. '캐즘(Chasm)'에 빠진 2024년 중국 전기차 시장 신성장 산업의 기술 주기 성장 곡선을 보면 침투율이 13.5%~34.0% 사이에서는 대대적인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모든 참여 기업들이 피 터지는 경쟁을 해야 하는 '캐즘(Chasm)의 시기'가 도래한다. 시장도 커지지만 시장 성장 속도보다 더 많은 진입자가 등장하면서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는 생존의 게임이 시작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보면 전기차의 침투율이 2021년에 캐즘의 시대에 진입했고 2023년 현재 침투율 22% 선으로 34%의 마의 고지를 넘으려면 2027년까지는 가야 한다. 이 시기는 치열한 신제품 경쟁, 기술 경쟁, 그리고 가장 고약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시기이고 1등이든 10등이든 흑자 내기 어려운 시기이다. 중국의 경우 2022년 대비 2023년의 차종별 가격 인하 수를 보면 69종에서 102종으로 늘어났다. 월별로 보면 2024년 들어 3월까지 51건이었는데 이는 2023년 동기간 24건의 배가 넘는 규모이다. 차종별로 보면 순수 전기차(EV)의 가격 인하 전쟁이 치열하고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는 가격 인하 전쟁은 약한 편이다.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을 보면 세계 평균 22%보다 높은 28% 수준이다. 중국의 전기차 보급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황이다. 이미 28%대의 침투율에 도달한 중국 전기차 시장은 향후 1년 이내에 34%의 대중 소비 단계(Early Majority)로 진입할 전망이고 이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 살 깎는 살벌한 가격 인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캐즘에 빠진 중국 전기차 시장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죽은 자들의 점유율을 먹은 살아남은 자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이 캐즘의 시기가 지나가면 대마불사의 신화가 재연되는 전기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상위사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보복 관세가 아니라 '1등 하는 법'을 알아버린 중국 급성장한 중국 전기차 산업은 강점도 있지만 약점도 많다. 내수 시장의 경쟁에서 박 터지는 가격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저가 저질 차의 이미지, 수출 시장에서 중국차끼리 경쟁해서 제 살 깎기, 캐즘에 빠진 중국 내 전기차 산업의 내부 구조조정, 미국과 유럽의 무역 장벽과 보복 관세, 선진국 시장에서 깐깐한 인증 제도와 자율주행을 위한 운행 데이터 수집에 있어서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그리고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전기차의 과잉 공급 논쟁, 보복 관세 문제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레토릭의 느낌이 강하다. 중국의 전기차는 이미 미국과 유럽이 쉽게 추월하지 못한 단계에 진입했는데 이를 정확히 보지 않고 감정만 앞세우면 실수한다. 이미 미국의 테슬라를 넘어서는 실력에, 가장 강한 생태계까지 갖추고 있는 중국산 제품을 관세로만 잡기에는 중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너무 세졌다. 관세 압박은 단기적인 견제의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원가 경쟁력과 가성비+가심비로 잡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그리고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신산업에서 '1등 하는 법'을 알았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베끼던 중국이, 선진국의 OEM 공장이던 중국이 선진국을 넘보는 포식자의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중국은 신산업에서 후발자에서 추격자로 이젠 추월자로 자리매김한 데는 중국이 1등 하는 루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에서 보여주었듯이 먼저 규제 샌드박스와 정부 보조금으로 완전경쟁시장을 형성한다. 다음으로 생태계의 확보와 자율적 구조조정으로 규모의 경제 도달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달성한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 세계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유럽의 전기차 '보복 관세 전쟁의 불똥'을 조심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배터리에서 중국 다음 세계 2위이고 미국이 한국 배터리 의존도가 높지만 문제는 한국은 '중국 배터리 원자재의 볼모'라는 점이다. 한국은 배터리의 핵심인 양극재, 음극재 소재에서 대중 의존도가 80~90%에 달한다. 미중, 유럽-중국의 관계 악화로 무역 전쟁이 벌어져 중국이 보복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강한 자원 수출 통제를 실시하게 되면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30101500005 자원 수입을 통해 공산품을 만들어 파는 나라의 숙명이지만 배터리 소재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단기간에 이를 대체하거나 국산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모든 공급망을 소유한 나라는 세상에 없다. 공급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하는 것이 능력이다. 미중의 전기차 전쟁, 중국과 유럽의 전기차 전쟁에서 한국은 공급망 관리에 전력투구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중 소재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전략에 아끼지 말고 돈을 써야 한다. 중국의 소재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대미 전기차와 배터리에서 무역 흑자는 한순간에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 이희문
'부메랑' 되어서 돌아온 트럼프의 바이든 공격 카드 '총알 탄 사나이'로 대선 승리를 자신했던 트럼프에게 민주당의 바이든이 역전의 카드를 내밀었다. 바이든이라면 만만하게 이길 수 있겠다고 막말 대잔치하던 트럼프에게 바이든이 '신의 한 수'를 던진 것이다. 아시아계 흑인 여성, 부통령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면서 한순간에 판세가 뒤집어졌다. 미국 대선의 3대 키워드 AIR(Age, India, Rust-belt)에 젠더(Gender) 이슈가 가미되자 판세가 순식간에 요동쳤다. 고령의 바이든을 공격하던 트럼프는 한순간에 '검찰총장 출신', '59세', '인도계 흑인 여성' 해리스 부통령이 등장하면서 졸지에 '범죄자', '고령', '마초 백인 남성'으로 각인되었다. 특히 공화당의 낙태 지지에 대해 여성들의 강력한 반발이 해리스 등장으로 더 가열되었고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밴스의, 캣맘으로 표현된 해리스의 무자녀에 대한 과거 발언이 나오면서 여성 인권과 낙태 문제가 선거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해리스의 지지율은 바로 트럼프를 추격했고 8월 4일 기준 여론조사에서는 0.2%p 트럼프에 앞섰다. 선거의 핵인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7개 주 중 5개 주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이 트럼프를 넘어섰다. 자료 : https://www.realclearpolling.com/polls/president/general/2024/trump-vs-harris 극과 극, 해리스와 트럼프의 공약 표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뭐든 다 해준다는 식의 선거판에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미국의 대선을 보면 한 나라를 책임지고 끌고 나갈 지도자들의 생각이 이렇게 극과 극으로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 최고의 나라인 미국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강한 리더십으로 세계를 리드하는 나라가 아니라 국내 문제에서조차 서로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편 가르기 식 정치의 전형을 후진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공화당 트럼프와 민주당 해리스의 정책을 17개 분야에서 비교해 보면 SOC 확대 하나만 일치하고 양로, 범죄, 교육, 주택 4개 분야에서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한데, 경제를 포함한 사회, 외교, 국제, 기술 문제 등의 12개 분야에서는 서로의 정책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현재 민주당이 그대로 집권한다면 지난 4년간의 미국 정책이 안정감 있게 유지되겠지만 만약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바이든 4년의 핵심 정책은 대부분 뒤집어진다고 봐야 한다. 중국, 해리스 여사보다 '트럼프 동지'가 좋은 이유? 중국 압박이라는 원론은 같았지만 미중 관계는 트럼프와 바이든이라는 집권자에 따라 각론은 완전 딴판이었다. 트럼프는 무역 전쟁, 바이든은 동맹을 이용한 기술 봉쇄 전략을 수행했다. 미중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의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조 강국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미 무역 흑자 2,000억 달러 축소 약속도 정권이 바뀌자 지키지 않고 유야무야 어물쩍 넘어갔다. 서방은 아직도 중국이 수출 안 되면 망하는 나라라고 인식하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다. 중국의 GDP대비 무역 비중은 2006년 64%에서 2023년 말에는 34%로 떨어졌다. 수출 비중 역시 35%에서 19%로 낮아졌고 대미 수출 비중도 7%에서 3% 선으로 축소되었다. 미국 대선은 중국으로서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중국은 민주당 해리스를 상대하는 것이 좋을까, 공화당 트럼프를 상대하는 것이 좋을까? 중국은 방망이 들고 설치는 공화당 트럼프가 상대하기 더 힘들 것 같지만 그물 쳐서 동맹으로 봉쇄하고 기술로 목을 조르는 민주당의 해리스가 더 무섭다. 공화당 트럼프와의 무역 전쟁에서 중국은 큰 타격이 없었다. 중국의 시진핑은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도체는 인체의 심장과 같다는 표현을 했다. 민주당 바이든 정부의 '동맹을 통한 반도체 기술 통제'는 중국의 심장을 정곡으로 찔렀다. Chip4 동맹을 통한 미국의 반도체 통제에 중국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첨단 반도체의 기술, 장비, 제품, 서비스 통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프라인 반도체 부족에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었다. 또한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통한 중국의 '친구 없애버리기'는 중국의 국제 사회에서 입지를 축소시켰다. 전 세계에서 반중 정서가 역대 최대로 높아졌다. 중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응해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주장하면서 브릭스(BRICs) 국가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외교를 통해 미국의 고립화 정책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만약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민주당의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 대중 전략, 즉 강력한 보안 조치를 통해 중요하고 떠오르는 기술만 보호함으로써 중국으로부터 보다 광범위한 기술적 분리를 실현하고, 더 많은 국가와 동맹을 통해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이 트럼프의 '큰 마당, 높은 울타리' 전략, 즉 광범한 미중의 기술 디커플링으로 바뀔 전망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의 해리스보다 공화당의 트럼프가 상대적으로 좋다. 이유는 아래 8가지다. 1. 트럼프는 미국과 유럽 간의 분열을 심화시켜 '미국 동맹의 배반'이 나올 수 있게 만들 가능성이 있어 중국 봉쇄 전략을 약화시킬 것이다. 2. 트럼프는 푸틴에 우호적으로 우크라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대해 180도 입장을 바꿀 수 있어 중국의 외교적 입지가 유리해질 수 있다. 3. 트럼프의 승리로 전통 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돌아서면 신흥국으로부터의 중요 원자재 조달에 있어서 중국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만들고 미국의 '기술의 창'에 중국은 '원자재의 방패'로 방어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4. 트럼프의 승리는 기후협약 관련 바이든 정책의 후퇴로 이어져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의 청정 기술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 완화로 중국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5. 트럼프가 최근 대만을 방어하는 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식의 발언은 중국에 있어 대만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적극 방어를 천명한 민주당 정부 정책과 비교하면 중국으로서는 유리하다. 6. 3연임이 불가한 미국의 정치제도로 트럼프는 4년 임기에 그치게 되고 중간선거가 2년 후에 있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중 하나만 야당이 장악하면 바로 레임덕이고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임기는 4년이지만 2년이면 그 수명이 끝난다. 7. 미국의 대중 정책이 바이든 식의 기술 전쟁에서 트럼프 식의 무역 전쟁 재점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미국의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면 중국의 입지를 키울 수 있는 정책 공간이 생긴다. 8. 트럼프의 집권으로 미중이 다시 강대강으로 맞붙게 되면 중국에서는 트럼프에 맞설 강한 리더십이 중요해지고 이는 시진핑의 통치와 리더십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미 대선은 '쩐(錢)'의 전쟁, 기부금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추월 자본주의의 종주국답게 미국의 대선 역시 대통령 당선자 예측에는 '돈'이 족집게다. 1984년 이래로 40년간 미국 대선의 정치 기부금과 대선 승리의 확률을 보면 승률이 70%다. 기부금을 더 많이 모금한 후보가 당선 확률이 그만큼 더 높았다. 8월 4일 기준으로 해리스가 2.84억 달러를 모금했고 트럼프가 2.21억 달러를 모금해 후발이지만 해리스가 0.63억 달러를 더 많이 모금했다. 해리스의 인기와 지지도를 가늠하게 해주는 증거가 정치 기부금 모금액이다. 자료 : https://www.fec.gov/data/raising-bythenumbers/?election_year=2024 이 추세대로라면 미국 대선은 민주당 해리스의 승리로 끝날 확률이 높다. 미국 대선의 역사 중에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미국인들은 '키가 큰 대통령'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평균 키는 6피트였고 역대 선거에서 키가 큰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67%나 된다. 미국인들은 키 큰 대통령을 선호한다는 데 대해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의 연구자인 게르트 슈툴프는 키가 큰 후보자가 미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세 가지 이유로, 첫째, 어린 시절의 좋은 환경은 나중에 신체적 건강, 인지 능력 등의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좋은 환경은 키가 크게 만드는 것이라서 키와 이러한 좋은 특성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둘째, 키가 큰 사람은 아마도 첫 번째 이유로 유리한 양육 방식 등으로 인생에서 다르게 대우받았기 때문에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셋째, 사람들의 인식은 키의 크기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키가 큰 사람은 더 뛰어난 리더, 더 지배력 있는 사람, 더 지적이라고 인식된다는 것이다. 자료 : https://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13672909/Americas-fascination-Presidents-height-revealed-5ft-2in-Kamala-shortest-ever.html 만약 5.2피트의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가장 단신의 대통령이 된다. 그리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아시아계 유색인종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외부 위협이 있을 때, 즉 신체적 강인함이 필요할 때는 남성 리더를 선호하는 반면, 더 큰 집단의 응집력과 노력이 필요할 때는 여성 리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어느 것이 맞는 가설인지를 증명해 줄 것 같다. 디자인 : 고결
5년간 '300개 개혁'... 혁명보다는 심리 치료가 필요한데 5년에 한 번 열리는 회의를 통상보다 1년을 지각하고 6년 만에 열린 중국의 '20기 3중전회의'가 끝났다. 9,919만 명의 당원이 있는 중국은 205명의 대표자, 중앙위원을 뽑아 5년에 7번 전체회의를 한다. 그래서 '20기 3중전회의'라는 말을 쓴다. 7번 회의 중 1, 2중전회의는 주석을 포함한 당과 정부 인사의 인사를 하는 회의이고 3중전회의는 5년간 경제 정책의 방향과 기조를 정하는 회의다. 미국과 경제전쟁 중에 있고 코로나 발생 4년 만에 열리는 회의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특히 코로나 종식 이후 중국이 화끈하게 경제가 반등하리라는 중국 내외의 기대와는 달리 회복 속도가 지지부진하자 중국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번 3중전에서 파격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회의 종료 후 나온 2만여 자의 결정문은 매우 추상적인 단어로 일관했다.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이 키워드였다. 3중전의 회의에서 결정한 총 60개 조항, 300여 개 개혁과제의 나열이 있었다. 중국이 미국과 전쟁 이후 모든 정부정책 문서는 점점 추상화되어 가고 있다. 2만여 페이지의 정부 5년 계획에 그 흔한 도표 하나가 없다. 그간 중국이 수많은 계획 자료를 자랑스럽게 냈다가 미국에 빌미를 잡혀 사사건건 당하다 보니 책 잡힐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표의문자이고 행간에 의미를 심는다. 이번 3중전과 18대 3중전의 키워드를 비교하면 정부의 변화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19대 3중전은 정치 개혁이 깊이 들어가 있어서 18대와 비교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키워드는 개혁이고 18대보다 빈도수가 많은 키워드는 '안전, 교육, 리스크, 국방'이다. 미국과 전쟁 중인 중국의 고민이 그리고 해법이 눈에 보인다. 중국의 수많은 당면과제는 300여 개이고 이를 개혁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국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미국의 기술 봉쇄에는 국산화로 대응하되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재 양성을 꼽은 것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건 내전인데 미중의 외부와의 전쟁 중에 중국 내부적인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치, 금융, 경제, 사회 전 분야에 불안 요소가 나타나지 않게 사전에 준비 통제한다는 것이다. 대만과의 관계 악화로 미국의 대만 지원을 감안하면 중국의 절대적인 국방력의 강화도 빠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3중전 결정문은 모호한 추상적 표현들로 가득하다. '중국식 현대화로 강대국 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추진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하며 질 높은 발전을 촉진한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시진핑 주석이 2023년 9월 언급하고 3월 양회의에서 강조해 온 '신품질생산력(新质生产力)'을 자세히 설명하며 차세대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항공·우주, 신에너지, 신재료, 첨단 장비, 생물·의약, 양자 과학·기술 등을 '전략 산업'으로 명시했다. '신품질생산력(新质生产力)'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 교육과 인재가 필수이고 이는 중국식 현대화의 기본이라며 교육 개혁, 과학기술 시스템 개혁도 강조했다. 그간 국유 기업 강화에 밀렸던 고용, 세수, 기술, 부가가치, 기업 수에서 중요한 '5689 산업'이라는 민간 분야에 대한 지원 강화 조치도 언급했다. 공유제경제와 비(非) 공유제경제의 공동발전은 '절대 흔들릴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는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보장이고 비(非) 공유제 경제 발전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면서 '민영경제촉진법' 제정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또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고 인프라 경쟁 영역을 민영 기업에 공평하게 개방하고 총 요소생산성을 올리는 데 저해가 되는 생산요소 접근에 방해가 되는 지역적 규제와 장벽을 철거해 '전국통일 대시장' 건설도 하고 유능한 민영 기업에는 국유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중대기술 개발 임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해 민영 기업 금융 지원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사회주의 공유제도의 특성상 GDP에서 비중이 60-70%를 차지하는 에너지·철도·통신·수자원·공공사업 등 국유 기업은 시장화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외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으로 시장 정보 공개 제도와 상업적 비밀 보호 제도 개선·구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완비, 기업 파산 제도의 개선과 개인 파산 제도의 수립 모색 등도 추진키로 했다. 개혁(改革)은 한자를 풀어 보면 '가죽을 바꾼다'는 뜻이다. 피부를 벗겨내고 다른 피부로 교체하는 수술을 하려면 엄청난 고통이 온다. 5년간 300개면 연간 60개이고 이는 월간 5개이다. 한 달에 5번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중국은 국민들과 사회에 300개의 개혁을 강요할 혁명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벼락 거지 됐다'는 거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세계 2대 경제권, 세계 최대 외환 보유고의 나라에서 세계 1, 2, 3등 하는 은행에 쌓인 예금을 꺼내 돈을 쓰게 하는 300개의 안심을 시키는 심리치료사가 필요하다. '먹는 것이 하늘(以食为天)'... '목구멍 신(神)' 앞에서 꼬리 내린 중국 중국은 세계 2대 경제권이고 이번 3중전에서 개혁과제를 내면서 기존 20대 당대회에서 선언했던 2035년에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달성'이라는 정부 장기 목표에 미묘한 변화를 주었다. 2035년 중국사회주의 현대화 달성 전인 2029년까지 이번에 제시한 300개의 개혁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언급을 했고, 2049년이 아니라 세기말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달성'을 완성하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2029년까지 개혁 목표 달성은 시진핑의 나이와도 상관있어 보인다. 1953년생인 시진핑은 71세로 5년 뒤면 76세, 10년 뒤인 2034년은 81세이다. 역대 중국의 지도자들은 장기 집권했다. 모택동은 83세, 등소평은 93세까지 집권했고 지금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82세, 트럼프도 재집권하면 퇴임 시 82세다. 중국의 독재에 세습독재는 없었다. 시진핑 역시 딸이 하나 있지만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시진핑이 2034년까지 집권하려면 3기 집권의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따라서 5년 내 개혁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2029년을 개혁 목표 달성 기한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법보다는 주먹'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2021년부터 시진핑 3기 집권을 위한 정치 어젠다로 내건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부론(共富论)'이 쑥 들어갔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다 같이 잘 살기 전에 먼저 가난해질 판에 '공부론(共富论)'은 씨알도 안 먹히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인 것 같은 중국 공산당 정부도 '먹는 것이 하늘(以食为天)'이라는 '목구멍 신(神)'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민심이 무섭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시위하고 항의하는 것은 막으면 되지만 침묵하는 인민이 진짜 무섭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水所以載舟 亦所以覆舟)'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쟁보다 내전이 무섭다. 역대 중국의 왕조들 몰락은 대부분 외적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 농민반란이 단초가 될 정도 평소에는 무지렁이처럼 보이지만 임계치가 넘어서면 민중의 힘은 누구도 막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에게는 반간첩법, 내국인에게는 각종의 보안법을 동원해 사회 안전을 유지하고자 하고 특히 미중의 전쟁 이후 국가 안전을 이유로 각종 사상 통제,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누르면 누를수록 높게 튀어 오르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다. 중국의 더 강해진 사회 통제는 중국의 사회 동요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의 간접 표현이다. 미국 정치도 최대 핵심은 '바보야 정치다'가 아니라 '경제다'이다. '민심은 천심'이고 '민심을 잃은 자는 천하를 잃는다'는 것은 중국인의 믿음이다. 21세기 민심의 지표는 소비 심리다. 인민의 소박한, 정권에 대한 저항은 '돈이 있어도 안 쓰는 것'이다. 중국의 소비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위험신호다. 중국의 소비 심리가 코로나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시진핑 3기 정부 들어 추락 이후 상향 조짐이 없다. 소비가 잠수를 탄 이유, '逆자산효과'의 트라우마에 빠져 소비 심리가 최악인 상황이다. 이는 2021년 이후 부동산 규제와 경기 침체로 부동산과 주식의 시가총액이 GDP의 45%에 달하는 추락을 하면서 '역(逆) 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 말 듣고 따라가다 '벼락 거지 됐다'는 심리적 충격이 큰 마당에 정부는 다친 심리 치료는 안 해주고 300개의 개혁을 한다고 하니 실망감이 크다. 중국은 지금 코로나 3년 이후 4년간 내수 부진,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하는 디플레 느낌이 강한데, GDP 기여도가 65%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한 자릿수로 추락했고 6월에는 드디어 2%까지, 상품 소비는 1.5%까지 추락한 상태다. 투자와 수출은 잘 가고 있지만 소비가 잠수를 탄 것, 중국 경제가 회복이 느린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중국은 지금 코로나 이후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락한 이후로 회복을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공동부유'의 정치 구호에 맞춰 '공동부유의 적'이라고 하는 '부동산', '플랫폼산업', '사교육'의 3대 산업을 너무 과도하게 규제하는 바람에 소비 심리가 죽어 버렸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풀고, 플랫폼기업 규제도 완화했지만 소비가 잠들어 버린 것은 근본 배경에는 자산 가격 폭락에 따른 '벼락 거지 심리'의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인플레는 빈부 격차를 확대하기 때문에 사회 불안을 야기하지만 디플레는 사회 전반에 돈이 있어도 돈을 쓰고 싶지 않게 만든다. 중국 경제 위기설의 배경은 명목 GDP가 실질 GDP를 하회하는 GDP평활지수가 마이너스를 보인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30년간 5번의 명목GDP가 실질GDP를 하회하는 위기가 있었다. 가장 긴 위기는 1998년 아시아금융위기 시기였고 다음은 2020년 코로나 발생으로 인한 코로나 봉쇄 후유증인 2022년부터이다. 1998년에는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상황 이후 플러스로 반전했고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은 6분기 마이너스 상태였다. 그러나 그 마이너스의 절대 폭이 2022년은 1998년보다는 크지 않다. 또한 중국 경제 내외부 상황도 1998년 아시아경제위기보다 나쁘지는 않다. 중국의 이번 경기 하강은 과거의 사례를 보면 1-2분기 안에 결판날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의 3분기가 경기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정책 대응과 민간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7월 정치국회의에서 나올 하반기 경기 대책에 주목 중국의 3중전은 5년 장기 계획을 하는 것이고, 2024년 하반기 경제 대책은 25명의 정치국원들이 매달 하는 정치국회의에서 논의한다. 통상 4월, 7월, 11월이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정치국회의다. 7월 25일부터 시작된 7월 정치국회의에서 2분기 내수 부진에 따른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3중전 끝나고 중국 정부는 22일 부동산 대출의 기준이 되는 우대금리 LPR을 10bp 인하했고 25일에는 중앙은행이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자금을 푸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도 20bp 인하했다. 이는 202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실물경기의 부진을 금융통화 정책의 지원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중국 금통위원을 지낸 칭화대 리타오쿠이 교수는 소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1조 위안(183조 원)의 소비쿠폰 발행을 주장하기도 하고 있어 직접적인 소비 부양책이 나올 수도 있다. 또한 설비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의 지원 폭 확대, 부동산 경기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도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정치국회의에서는 하반기에 3,000억 위안의 자금을 이구환신 정책에 쏟아부어 1.5%까지 추락한 상품 소비를 늘릴 전망이다. 또한 향후 5년간 국유 기업 중심으로 3조 위안에 달하는 설비 교체를 실시해 내수 경기를 살릴 계획이다. 시진핑의 인맥은 직연(職緣)이 대부분이다. 시진핑은 1985년 샤먼시 부시장을 시작으로 푸젠성에서 지도자의 길을 시작해 2002년 성장까지 17년을 근무했고,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저장성 성장과 서기로 5년간 근무했고 2007년 상해시 당서기를 하다 2008년 중앙으로 올라와 국가부주석에 이어 주석으로 승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진핑 2기 정부에서는 시진핑과 저장성에서 같이 근무했던 저장신군(浙江新军)이라고 하는 저장파가 득세했고 3기에는 시좌진(习家军)내에서도 권력 분화가 이루어져 복건파(福建帮)가 득세했다. 경제총괄은 허리펑(何立峰)이, 정무는 차이치(蔡奇)가 비서실장 격으로 업무분장을 하는 격인데 둘 다 복건파(福建帮) 출신이다. 중국은 연간 5% 성장 목표를 제시했는데 1/1분기 5.3%, 2/4분기 4.7%면 하반기에 5% 이상의 성장을 하지 않으면 정부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간다. 시진핑 3기 집권 이후 정부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면 3기 정부의 신뢰도는 치명타이고 경제 관료에 대한 기대감과 실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들게 마련이다. 3기 정부 출범 이래 경기 하강에 대한 3기 리창(李强) 국무원의 조치는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 경제 대책, 부동산 대책, 증시 대책에 과감한 한방이 없고 임기응변식의 찔끔찔끔 정책을 내놓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고 시장의 실망감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국무원과 경제를 총괄하는 리더의 스타일 차이일 수 있다. 시진핑 1, 2기에는 북경대 출신 경제통 리커창 총리가 주석과의 갈등에도 강한 자기주장을 통해 경제를 이끌었지만 3기 정부는 총리는 관리총리로 전락했고 샤먼대 출신의 허리펑 경제 담당 부총리가 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가방 끈 길다고 일을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진핑 1, 2기의 경제 관료의 학력과 3기 경제 관료의 출신 대학 순위는 큰 차이가 난다. 푸젠성에서 자라고 승진한 허리펑은 전국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다루고, 국제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역대 경제부총리들에 비해 적었다. 그래서 선이 굵은, 힘 있는 정책보다는 현상 대응 중심의 조심스러운 단기적 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중국이 입에 달고 사는 '100년 만의 대변혁기'라는 시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는 2% 부족한 결과를 계속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은행 예금'과 '부동산 재고' 감소가 중국 경제의 봄을 알리는 제비? 경제 상황의 악화가 지속되면 '공부론(共富论)'이든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이든 의미 없다. 지금 중국 정부는 경제가 우선이다. 소비 심리와 은행에 잠든 돈을 깨워야 중국이 살고 리더도 산다. 그래서 증시와 부동산에 연초 이래 부양책을 퍼부은 것이다. 예스맨 관료들의 특징은 일단 방향이 한번 정해지면 될 때까지 뒤도 안 돌아보고 밀어붙이는 속성이 있다. 공부론을 세게 밀어붙여 규제 일변도로 가다 사고 친 중국 경제와 정치를 장악한 복건방들은 경기 부양으로 방향을 틀자 제대로 된 숫자가 나올 때까지 경기 부양을 할 심산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부동산에 22가지 정책을, 증시 부양에 10가지 이상의 정책을 퍼부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반등은 못하고 있다. 서방은 과거에 중국은 화끈한 부양책으로 경기도, 증시도, 부동산도 쉽게 살렸지만 지금은 중국이 폭망해서 부양책 써도 무효라는 얘기를 하지만 이는 경제 규모를 무시한 오해다. 후진타오 정부 때 원자바오 총리가 화끈한 정책으로 경기를 살릴 때와 비교하면 지금 시진핑 정부의 경제 규모는 9배가 커졌고 시진핑 1기 2013년 대비 2배나 커졌다. 중국 GDP는 지금 미국의 64%이고 세계 경제 기여도가 1/3이 넘는 거대 경제권이다. G7 중 미국 빼면 나머지 6개를 합친 것의 93%나 되는 큰 나라다. 그래서 정책의 확산 속도가 느려졌고 정책 효과가 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지금 한국 경제는 중국의 1/10밖에 되지 않는 나라인데 한국도 부동산 규제 다 풀고 부양책으로 돌아섰지만 부동산 PF 부도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문제는 '돈이 있어도 돈을 쓰고 싶지 않게 만든 사회 분위기'이고 그 배경에 가장 큰 것은 집 한 채에 일생을 건 인민들의 '부동산의 꿈'이 무너진 것이다. 결국 경기 회복은 시그널이 와야 한다.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하고 저점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스마트 머니들이 먼저 움직인다. 중국의 은행 예금 월별 순증이 2023년 중순 30조 위안까지 올라갔다. 이는 중국 GDP의 25%에 달하는 돈이 은행으로 숨었다는 얘기다. 돈이 돌 리 없으니 내수가 좋을 수 없다. 그런데 2024년 중반 이후 은행 예금 순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부동산에 돈이 잠긴 것이 큰 문제인데 집값 폭락으로 저가 매수의 움직임이 보인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지만 거래량이 늘고 있고, 사상 최대였던 부동산 재고 면적이 드디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아직 한두 분기 정도 더 추세를 봐야 하겠지만 자산 가격 폭락에 부동산이 이젠 살 만한 가격대로 저평가로 인식한, 은행에 돈을 집어넣었던 큰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슬슬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7월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상품 구매 촉진을 위한 부양책이 가미되면 은행 자금의 실물경제 유입 속도는 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고 아킬레스건인 부동산의 재고 문제가 풀리면 자금 유통 속도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의 기본 금리인 LPR 10bp를 7월에 내린 것은 이런 움직임에 마중물을 부은 것으로 해석된다. 디자인 : 고결
대통령이 피습당하면 후속 대선 당선 확률 67%? 세계 최고의 나라 미국에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후진국도 아닌 미국에서 대선 유세 중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괴한의 피습에 총을 맞아 피를 흘리며 피신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중계되었다. 미국 정계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박빙이었던 미국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언론과 정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튀는 발언과 행동으로 밉상의 이미지가 강했던 트럼프는 각종 범법 혐의에서도, 무기 피습에서도 무사하자 갑자기 "불사조"라는 별명으로 천운을 타고난 사람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무대뽀, 막가파의 인상보다는 피습에도 불구하고 성조기를 배경으로 "Fight"를 외치는 모습이 이젠 새로운 트럼프의 이미지로 굳어질 전망이다. 무기 소지를 허용하는 안전한 나라(?)라는 미국은 역대로 대통령이 피습당하는 일이 트럼프 이전에도 1835년 앤드류 잭슨부터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까지 9차례나 있었다. 미국 대통령의 피습은 189년에 10번, 19년에 한 번씩 벌어지는 일이다. 그중 4명은 사망했고 5명은 부상에 그쳤다. 대통령이 피습당하면 국민의 여론이 한군데로 모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역대 9차례의 사례를 보면 대통령 피습이 후속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지는 승률은 67%였다. 9번 중 3번은 피습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집권했다. 미 대선, 표심(票心)이 아니라 쩐심(钱心)에 물어라 7월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의의 피습을 당했고 모든 언론이 "이젠 선거는 끝났다" "트럼프의 완승, 바이든의 완패"로 언급했지만 7월 13일 이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지지율의 폭발적 확대는 없었다. 대선 승부를 걸고 하는 베팅 사이트 Predictlt에서는 피습 사건 이후 트럼프 65%, 바이든 24%로 41%p의 갭이 있지만 이는 6월 27일 TV 토론회 이후 바이든 지지율의 급락이 이루어진 이후 추세가 그대로 이어지는 상황일 뿐, 이번 총격 사건으로 더 급격하게 벌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승부사들은 이번 총격이 아니라 6월 27일 TV 토론회로 미 대선 승부는 끝났다고 보는 것이다.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의 조카인 케네디 주니어의 여론 지지율은 10% 미만에 불과하지만 이젠 남은 트럼프 대선의 변수는 추후 선거 캠페인 운동 과정에서 주요 스윙 스테이트를 포함한 격전주에서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하는 표심이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을 얼마나 깎아 먹는지 정도일 뿐이다. 대형 사건이 터졌는데도 지지율의 폭등이 나오지 않는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 개딸과 태극기부대로 지칭되는 것과 같은 정치 지지층의 양극화로 미국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하고 이들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지지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는 것은 1912년 이후 112년 만이고, 동일 대통령 후보가 다시 싸우는 것은 1956년 이후 68년 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연설에서 사람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 하는 "80세 나이는 새로운 40대"라는 바이든 대통령, 잘 정제된 정치 언어보다는 '막말과 독단적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막가파' 트럼프에 이번 미국 대선은 역대급 '극혐', 비호감 선거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 이쪽저쪽 다 꼴 보기 싫다는 더블 헤이터(double haters)의 비중이 1/4이 넘어선다고 한다. 결국 부동층이 움직여야 하는데 부동층은 최종 선거 단계에 가서야 속내를 내보이고 그사이에는 콘크리트 지지층만이 적극적으로 응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예상과는 달리 드라마틱한 모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선거의 명언이 있다. 바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다. 미국의 표심은 쩐심(钱心)에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미국 선거의 "대선 족집게는 돈"이다. 역대 미국의 대선은 주가지수, 가처분소득, GDP 성장률, CPI, 정치 기부금 그리고 스윙 스테이트 7개 주의 지지율을 보면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있다. 대략 선거 3개월~6개월 전의 경제 지표가 좋으면 연임, 나쁘면 정권 교체다. <미국 대선 결과를 맞추는 6가지 지표> 1) S&P500 지수: 대선 전 3개월 지수 하락 정권 교체 (2024.8~) 2) 가처분소득: 선거 전 2분기 가처분 소득 증가 둔화하면 정권 교체(2024.6~) 3) 미국 GDP 성장률: 선거해 성장률 2% 하회하면 정권 교체(2024~) 4) 미국 CPI: 선거해 성장률 2.59-3.11% 상회하면 정권 교체(2024~) 5) 정치 기부금 모금액: 기부금 많은 후보 승률 70% 6) 스윙 스테이트 7주 지지율: 당락 결정 1)-4)번까지는 7-9월 정도 돼야 윤곽이 나오지만 5)번과 6번은 바로 답이 나온다. 7월 기준으로 보면 6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바이든과 트럼프는 2:2로 엇비슷한 상황이다. 경제 성장과 정치 기부금 모금액에서는 바이든이 앞서고 물가와 스윙 스테이트 7개 주의 지지율에서는 7개 주 모두에서 트럼프가 완승해 트럼프가 유리하다. 역대 미국 대선의 기부금과 대선 승률을 보면 70%다. 기부금의 액수가 많은 정치인이 승리하는 경우가 1984년 이후 10번의 선거에서 7번 나왔다. 2024년 정치 기부금을 보면 현역 프리미엄으로 바이든이 앞서고는 있지만 트럼프와의 격차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바이든의 TV 토론 실패로 사퇴 압력이 커지고 있어 이런 속도면 7월 전당대회 이후 트럼프의 추월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https://www.fec.gov/data/raising-bythenumbers/?election_year=2024 트럼프 측 정치 기부금을 보면 상위 TOP 10명이 6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멜론은행의 소유자인 티머시 멜론은 혼자서 38%를 냈다. 주요 기부자를 보면 은행, 석유, 건자재, 부동산, 소비재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고 ICT 분야는 없었다. 기부자들의 간접적인 영향력을 감안하면 트럼프 당선 이후 산업 정책에서 어떤 분야가 수혜를 볼지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통 산업의 수혜, ICT 산업은 찬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불사조' 트럼프 리스크, G7은 'Trump Proof' 가능할까?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가 당선되면 가장 껄끄러워하는 것은 G7의 유럽 국가들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는 WTO, 파리기후협약, NATO 탈퇴 협박 등을 밥 먹듯이 하는 통에 유럽 국가들에는 골칫거리였고 G7 회담에서도 트럼프는 "단골 왕따"였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정반대의 정책을 썼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과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지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유럽과 공동 대응하는 등 유럽의 입장을 고려하는 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놓고 NATO가 국방비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은 NATO를 탈퇴하고 우-러 전쟁도 러시아의 점령 상태대로 빨리 끝내 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불사조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간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는 바이든 정부와 구축해 놓은 안정적인 관계를 모두 엎어버릴 위험이 존재한다. 그래서 유럽 국가들은 NATO 70주년을 맞아 7월 10일 미국 워싱턴 G7 정상회담에서 선수를 쳐서 소위 'Trump Proof'를 만들었다.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이미 바이든과 맺은 협약과 약속, 제도는 바꿀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G7과 주요 우방국 지도자들의 취약한 정치적 입지다. 미국을 포함한 G7 국가,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옵서버 국가들 정치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미국과 캐나다 정도가 30%대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10-20%대에 그치고 있다. 'Trump Proof'에 참여한 지도자들이 트럼프 임기 동안 현직에 있을지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설사 있다고 해도 1/3도 안 되는 낮은 지지율이기 때문에 국내 문제 해결도 어려운 판에 해외 문제에 적극적인 관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재집권 4년 중에 이들 선진국 지도자 대부분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NATO 70주년의 'Trump Proof'는 큰 의미 없는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은 왜 바이든 전략보다 '트럼프 전략'이 좋은가? 손자병법은 중국이 만들었지만, 써먹은 것은 미국이다. 세계 최강 미국의 최대 관심은 지금 금리도, 물가도, 경제도 아니다.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의 70%대에 달하는 경제 규모로 올라선 중국을 좌초시키지 못하면 지금 미국이 누리고 있는 패권국의 지위는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미국이 80대의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신(神)의 한 수'였다. 손자병법에 보면 이길 수 없는 전쟁은 하지 말고 이기는 방법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1973년부터 2009년까지 상원의원 2017년까지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으로 일하면서 중국과 수교한 1979년 이후로 38년간 중국 문제를 다루어 온 미국 정가의 최고의 중국통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되기 전까지 시진핑을 만나본 적이 없지만 바이든은 1979년부터 중국의 창업자 모택동을 제외한 등소평,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을 모두 만나보고 외교를 해본 미국 정계의 유일한 인물이다. 반대파에게 80대 노인이라고 조롱을 받는 바이든이지만 노인은 '살아있는 지혜의 도서관'이다. 나이 들면 지식은 줄지만 지혜는 늘어난다. 중국은 '관시(关系)'가 2000여 년간 모든 것을 지배해 온 사회이고 이는 권력자와 줄대는 '친구(朋友)'를 통해 이루어진다. '중국통(中國通) 바이든'은 정확하게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찔렀다. 트럼프는 대중 정책에서 혼자서 몽둥이 들고 칼춤 추는 '슈퍼맨' 흉내를 냈지만 실패했고 바이든은 민주주의 가치동맹을 만들어 친구들은 동원해 중국을 봉쇄하는 '스파이더맨 전략'을 썼다. 한국, 일본, 대만, 동남아, 유럽의 동맹국들을 동원해 중국을 포위해 중국의 친구(朋友)를 없애고 관시(关系)를 단절시키는 묘수를 썼다. 지금 세상은 모두 디지털로 돌아가는 AI+시대지만 AI 할아버지도 AI를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전기와 같은 것으로 뭐든 데이터만 있으면 다 만들어 내고 가능하게 한다. 중국의 17.9억 대의 핸드폰 가입자와 4.45억 대의 자동차가 만들어 내는 빅데이터는 세계 최대이다. 그러나 중국은 AI의 핵심 인프라인 첨단 반도체를 만들 기술이 없다. '중국통(中國通) 바이든'은 정확하게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첨단 반도체의 생산을 봉쇄했다. 반도체동맹을 통해 첨단 반도체의 기술, 장비, 제품, 서비스를 통제하자 중국은 겉으로는 멀쩡한 척 큰소리치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무역으로 공격한 트럼프 시대는 세계 최강 제조업과 무역으로 견딜 만했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기술 전쟁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답답한 마음에 중국은 첨단 반도체는 손을 못 대자 할 수 없이 28nm 이상의 레거시 반도체에 몰빵하는 형국이다. 중국은 세계 3위, 6위의 파운드리 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5nm급의 첨단 반도체는 기술과 장비 문제로 생산을 못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기업에 최대 10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는 파격을 도입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새로 짓는 세계 반도체 팹(공장) 42개 가운데 18개가 중국 공장이다. 한국 1개, 일본 4개, 대만이 5개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하지만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는 게 아닌 것이 지금 중국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바이든 전략보다는 트럼프 전략이 좋다. 첫째, 일단 중국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반중 동맹(反中同盟)을 트럼프 동지(?)가 깨부수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포위 전략(동맹 전략) 균열이 생가면 '동맹의 배반'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트럼프는 바이든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49%이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면 '정책 공간'이 생긴다. 셋째, 무역 전쟁 → 기술 전쟁 → 다시 무역 전쟁이면 중국은 '무역 전쟁'에서는 견딜 만하다. 넷째 정치적 이유로 미중의 강 대 강 대결이면 '시진핑의 리더십'에 유리하다. 다섯째, 새로운 트럼프 정부가 공급망 전쟁 → 금융망 전쟁으로 전선을 이동하면 중국은 '돈으로 유혹'해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년짜리 대통령'이 될 가능성? 미국도 말로만 대중 정책 불변이라고 떠들지만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권의 정책을 홀랑 뒤집는 것이 문제다. 오바마 정부 이후 대중 정책을 보면 밀튼 프리드만이 얘기한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샤워실의 바보들' 이론이 보인다.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 큰 도전이라는 서방의 주장이 넘쳐 나지만 블랙웰과 폰테인의 최신작 'Lost Decade: The U.S. Pivot to Asia and the Rise of Chinese Power(2024.6)'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오늘날까지의 미-중 정책을 리뷰한 책으로, 주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집중 분석했다. 블랙웰과 폰테인은 미국이 '아시아로의 중심 이동'에 대해 좋은 게임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오바마 행정부부터 현재까지 많은 외교적 수사와 외교 정책이 등장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아시아로 실질적으로 자원을 이전하는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란과 이라크 문제, 그리고 우-러 전쟁, 이-팔 전쟁이 계속 이어지면서 미국은 아시아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보다 더 시급한 중동과 유럽 문제에서 손을 뗄 수 없어 긴급한 일이 중요한 일을 밀어내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 정책의 시작 이후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바이든 대통령의 2021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등 3명의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미국의 대중 봉쇄 정책은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동기간 중에 중국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거나 미국이나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낮았던 적이 없다. 그리고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계속 증가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에 이은 기술 전쟁을 하면서 600여 개 이상의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렸지만, 제재받은 중국 기업 중에서 폐업한 기업도 없었다. 트럼프가 아무리 범처럼 나서도 제도의 한계에는 무력하다. 미국의 정치제도가 만든 한계가 있다. 미국은 대통령의 3연임 제도가 없다. 연임으로 끝이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지만 4년이면 끝이다. 문제는 미국의 중간선거 제도다. 미국의 역대 선거를 보면 대선 때는 미국민은 상하 양원을 집권당에 몰아주지만 중간선거에는 균형을 잡기 위해 상하 양원 중 하나는 반드시 야당에 다수당을 준다. 그러면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지고, 한국의 지금 상황처럼 정부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 그래서 트럼프는 2년짜리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수용하기보다는 자기 업적을 위해 새로운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문제다. 2년 남짓 시간 내에 이룰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 정책만 내고 실행은 못 하고 퇴임하는 사태가 나올 수도 있어 보인다. 포스트 바이든 시대, 미중 관계는? 미국은 '2등 죽이는 데 이골이 난 나라'다. 70년대 소련의 부상은 페레스트로이카로 잡았고 80년대 일본의 부상은 플라자합의(엔고)로 잡았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과거 일본의 수준을 넘어섰지만 아직 미국은 중국을 잡을 결정적 카드를 못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최강 경쟁력은 무역도 기술도 아닌 '금융'이고 중국의 힘은 기술이 아닌 '자원'이다. 미중의 3기 전쟁은 자원 전쟁, 금융 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의 2기 집권에서 미중의 경쟁은 기술과 무역 그리고 금융의 3분야에서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1985년 일본을 플라자합의로 좌초시킬 때 미국의 협상 부대표가 트럼프 1기 정부 때 미중 전쟁의 미국 대표로 나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다. 트럼프 2기 정부 때에도 요직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2023년 출간한 저서 '공짜 무역이란 없다(No Trade is Free)'를 통해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을 계속 추진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입품에 대한 공격적 관세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고, 국내외 투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중국의 CBT(Cross Board Trading) 회사인 테무, 쉬인, 알리를 통한 중국산 저가 제품의 무관세 유입을 막기 위해 미소기준(De Minimis)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2025년 새 정부가 트럼프 정부가 된다면 기존 미국의 대중 정책은 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어공은 전투에, 늘공은 전쟁에서 승리에 목숨 건다. 4년 주기의 대선이 있는 미국은 오류를 바로잡고 정치 지도자들의 각성을 불러오는 데는 좋은 제도를 가진 나라지만 정책의 일관성에서 보면 독(毒)이다. 특히 장기적인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할 외교 관계에서는 치명적이다. 미국의 여론조사, 미국의 승부사들의 베팅을 보면 이젠 트럼프의 재선은 '플랜 B가 아닌 현실'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미중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중 관계는 단기적으로 악화 가능성은 있지만 트럼프는 3연임이 불가하고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에 '트럼프 쇼크'에 대해서 과도한 비관으로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치 지도자에 따라 미국의 대중 스탠스는 왔다 갔다 하지만 '중국 굴기의 좌초'라는 공격 목표는 불변이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대중 전략은 첫째 기술 봉쇄, 둘째 무역 압박, 셋째 금융 공격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는 더 두고 볼 문제지만 기술 봉쇄와 무역 압박에 대한 중국의 태도와 대응이 한국에는 중요하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중국의 전략은 'US Trade Zero', 'US Tech Free' 전략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무역에 있어서 '미국은 Decoupling'을 얘기하지만 이미 트럼프 1기에 당해본 '중국은 Divorcing'을 꿈꾼다. 장기적으로 'US Trade Zero'를 목표로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출 전망이다. 트럼프의 25% 보복 관세에서 바이든은 50-100% 관세를 때렸는데 트럼프는 이보다 높아야 정치 효과가 있을 판인데 이 정도면 수출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에서는 중국은 그간 베낄 수 있으면 베끼고, 훔칠 수 있으면 훔치고, 살 수 있으면 사는 전략을 취했지만 이젠 모두 불가하다. 미국의 첨단 기술을 중국이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중국의 기술 전쟁에서 선택은 'US Tech Free' 전략이다. 중국은 반도체부터 3기 반도체펀드를 출범하면서 64.6조 원의 자금을 바로 퍼넣는 식이다. 무지막지한 자원과 자금 정책으로 기술 국산화로 간다. 문제는 한국이다. 트럼프 2기 시대 한국은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것이 나를 지켜줄 개인지 나를 해칠 늑대인지 구분이 안 되는 시간이다. 중국과 지리적, 경제적으로 가장 밀착된 한국인데, 미국과 맞짱 뜨는 중국을 무시한다고 무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US Trade Zero' 전략은 한국에 있어 반사적 이익을 누리는 '개의 시간'일 수 있지만 기술에서 'US Tech Free' 전략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 있다. 중국에 중간재와 반도체를 공급하는 한국에는 '치명적인 늑대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가 미국부터 반도체를 국가 안보 산업으로 격상시키고 정부 지원을 국방비 수준으로 올리는 판인데 한국만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도체지원법이 찬밥 신세인 것을 보면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한국의 정치권이 미국의 모든 것을 다 베끼고 벤치마크하면서 반도체 지원 전략만은 왜 안 하는지 의문이다. 디자인 : 서현중, 성재은
"미국의 봉쇄로 중국 반도체 산업 폭망했다"…사실일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기술, 장비를 넘어서 제품, 서비스까지 규제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좌초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많다. 특히 최근에 한국 언론에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서 부도 기업 수가 2022년 5,746개에서 2023년에는 거의 두 배 수준인 1만 900개로 늘어났고 이를 근거로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좌초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부도 기업의 숫자 증가만 보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좌초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 창업 기업 수를 보면 판단이 달라진다. 2023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창업 기업 수는 7만 400개였고 이 중 1만 900개 기업이 부도난 것이다. 1만여 개가 부도났지만 생존한 6만여 개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부도 기업 수의 6배나 된다. 서방이 중국 상황에 대해 오판하는 것은 부분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반도체 기업의 부도 사태에 대한 해석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2014년 이후 10여 년간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서 누적 부도 기업은 2.2만 개이고 현재 생존 기업은 23.9만 개로 부도 기업 비율은 대략 10% 선에 불과하다. 모집단의 수를 보지 않고 부도난 기업의 절대숫자 증가만 보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좌초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팩트는 다르다. 중국은 한국 GDP의 10배, 인구의 28배, 국토 면적은 98배나 된다. 그래서 한국 기준으로 중국 숫자를 보면 오판이 생긴다. 중국은 2022년 기준으로 보면 일평균 창업 기업 수가 2.2만 개나 되고 연간으로 868만 개 기업이 창업했다. "식칼 신공"으로 7nm제품 만든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비밀 미국 상무부의 중국 첨단 반도체 제품 통제는 확실한 기준이 있다. 14nm 이하 로직칩, 18nm 이하 공정의 DRAM, 128단 이상의 NAND와 관련된 기술과 장비 그리고 첨단 AI 관련 기술과 제품은 수출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완벽하게 통제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은 이런 미국의 허를 찔렸다. 2023년 9월 미국 러먼드 상무부 장관이 방중해 일정을 마치고 출국하기 전날 저녁 중국은 화웨이가 7nm 기술로 만든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해 온 미국에 '화웨이 쇼크'를 안겨주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고 더 강력한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다시 서두르게 되었다. 중국의 7nm 스마트폰의 비밀은 "식칼 신공"이다. 7nm 이하 로직 반도체는 EUV 노광장비가 필수인데 중국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DUV 노광장비를 사용해 소위 쿼드러플 패터닝(Quadruple Patterning Technology; QPT)을 통해 제품을 만든 것이다. 비유하자면 회를 칠 때 회칼을 쓰면 한 번에 회를 뜰 수 있지만 회칼이 없는 중국은 둔탁한 식칼을 네 번 이용해 회를 뜬 것이다. 당연히 증착(CVD)·에칭(Etching)·화학기계적연마(CMP) 공정이 두 배 이상 늘어나 수율이 떨어지고 원가는 올라가지만 중국 반도체 회사 SMIC는 국유기업으로 적자는 문제 삼지 않고 첨단 제품만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제품을 만든 것이다. 서방 자본주의 기업은 원가가 안 맞고 수율이 낮으면 사업을 접는 것이 정상이지만 국가자본주의인 중국 기업은 원가가 아닌 제품, 수율이 아닌 기술 확보가 목적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이다. "마틴게일 베팅(the martingale betting)"하는 중국 3기 반도체펀드 5월 27일 중국이 3,440억 위안(64조 원)짜리 제3기 국가반도체펀드설정을 발표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장비, 서비스까지 봉쇄한 마당에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 규모가 장난 아니다. 중국은 소위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마틴게일 베팅(the martingale betting)"을 하고 있다. "마틴게일 베팅(the martingale betting)"은 돈을 잃을 때마다 두 배의 돈으로 배팅해 나가는 방법이다. 중국의 2014년 1기 펀드가 19조 원, 2기 펀드가 38조 원인데, 3기 펀드는 1, 2기를 합친 것보다 더 큰 64조 원을 투자한다. 역사상 최대라고 하는 미국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위해 내건 Chips법의 반도체 보조금이 5년간 총 527억 달러(72조 원)인데 이 중 반도체 생산에 지원되는 자금은 390억 달러(53조 원)이고 R/D 보조금이 132억 달러(18조 원)이다. 남만큼 해서 남을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말을 인식해서인지 중국의 이번 반도체 보조금은 미국의 생산 보조금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문제는 설립 자본금이 그렇다는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유발 투자는 과거 1, 2기의 경우 3.5-3.7배에 달했다. 이번 3기 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을 평균인 3.6으로 보면 총 투자 금액은 1조 2,397억 위안으로 한화로 233조 원이다. 이는 전 세계 미국, 일본, 유럽의 모든 국가 보조금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3기 펀드가 1, 2기와 다른 점 4가지 중국의 제3기 펀드가 이미 실시했던 2014년의 1기 펀드, 2019년의 2기 펀드와 다른 점은 4가지이다. 첫째 관리자 교체, 둘째 주주의 교체, 셋째 투자 기간의 장기화, 넷째 투자 범위의 조정이다. 첫째, 펀드 관리를 정부 출신 반도체 전문가로 교체했다. 기존 1, 2기 펀드는 국가가 준 눈먼 펀드라는 인식 때문에 펀드 운용자가 비리를 저지르는 사태가 발생했고 2002년에 펀드를 맡아 운영했던 책임자였던 딩원우(丁文武) 총경리는 기율 및 법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퇴출되었다. 3기 펀드의 관리자, 총경리는 장신(张新)이다. 장신은 공업정보화부 1급 조사관 출신으로 현직에 있을 때 반도체 산업 조사를 담담했고 특히 제3세대 반도체 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주주 구성이 1, 2기에는 국유기업과 지방 국유기금들이 참여했지만 3기 펀드는 국유은행들이 대거 참여했고 지방 국유기금은 북경, 광동성 2개 지역에 그쳤다. 1기 펀드는 주주 수가 16개였고 2기 펀드는 27개였지만 3기는 19개로 줄었다. 셋째, 투자 기간이 장기화되었다. 1, 2기 펀드는 투자 기간 5년 회수 기간 10년(5+5) 구조였는데 3기 펀드는 투자 기간이 15-20년(10+10) 구조로 연장되어 장기 투자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넷째, 투자 운영 방식과 투자 분야의 조정이다. 1, 2기 펀드는 모펀드 아래 많은 자펀드의 형태로 운영되었지만 이번에는 하위 펀드 수를 대폭 줄여 2개로 운영되고 직접 모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1기에는 56개 프로젝트, 2기에는 45개 프로젝트가 하위 펀드를 통해 집행되었다. 1기 펀드는 다양한 다운스트림 산업 체인 중 반도체 제조 분야에 중점을 두었고 2기 펀드는 반도체 장비 및 재료와 같은 업스트림 분야에 중점을 두었다. 에칭 기계, 박막 장비, 테스트 장비, 세척 장비, 소재에는 대형 실리콘 웨이퍼, 광학용 Resin, 마스크, 특수가스 등이다. 아직 세부 투자 분야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3기 펀드는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와 AI 관련 반도체 HBM 관련 반도체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중국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규제의 역설(The paradox of regulation)"을 주목 만약 다른 서방 기업이 반도체에서 미국의 현재와 같은 기술, 장비, 서비스의 규제를 당했다면 살아 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가 뒤에서 받치고 있기 때문에 제재받은 중국 기업은 멀쩡하게 살아있다. 이론상 2018년 미중 경제전쟁 이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자급률은 떨어져야 정상인데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19년 15%에서 2023년 23%로 8%p나 더 높아졌다. 미국은 2021년부터 중국의 반도체 대표 기업인 SMIC와 화웨이에 대중국 반도체 장비 기술 통제를 시작했고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중국 반도체 기업 SMIC에 대한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하도록 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을 보면 2022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장비 제재로 생산 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반도체 장비와 기술 통제는 더 심해졌는데도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상당 부분 장비와 기술 국산화를 통해 생산 정상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도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2023년 전 세계 Top 10 반도체 장비 회사의 반열에 중국의 나우라(北方华创)가 6단계나 뛰어올라 8위로 등극했다. 한국의 세메스는 9위에서 10위로 오히려 순위가 하락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에는 아이러니지만 "규제의 역설(The paradox of regul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규제가 강해지자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반도체 자급 체계와 국산화를 더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산업에서 기업 매출 순위를 보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의 SMIC가 2021년 5위에 머물렀지만 2024년 1분기에는 대만의 UMC, 미국의 Global Foundry를 제치고 세계 3위로 부상했다. 1위인 대만의 TSMC를 100으로 보면 한국의 삼성은 TSMC의 1/5 수준이고, 중국 SMIC는 한국 삼성의 1/2까지 추격해 오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 봉쇄를 뚫기 위한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전략을 절대 낮게 보면 안 된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좌초가 아니라 재굴기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 기술은 시간과 자금 그리고 인력 투입의 싸움이다. 중국은 지금 7nm 이하의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장비 국산화가 당장 발등의 불이고 여기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정부의 인적, 물적,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세계 1위 제품을 따라잡는 것은 긴 시간이 걸리는 문제지만 미, 일, 네덜란드 장비보다는 성능이 낮은 한국이 만들고 있는 장비는 중국의 실력과 국산화 정책 드라이브면 단기간에 중국산으로 대체가 가능할 전망이다. 중국의 2023년 반도체 장비 수입을 보면 94%나 급증했는데 일본, 미국, 네덜란드는 다 증가했지만 한국만 38%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해 최첨단이 아닌 반도체 장비는 외산이 아닌 중국산만 구매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넣고 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한국이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버스 떠나고 손 흔들면 안 된다 반도체는 한국의 경제, 외교, 안보를 지킬 "최종병기 활"이다. 반도체의 수명이 한국의 미중 관계에서의 수명과 같이 간다. 한국에 있어 반도체 기술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은 발등의 불이다. 지금 미중의 기술전쟁 속에서 한국을 지켜주는 것은 반도체 기술이고, 한국의 성장을 지탱하고 무역 흑자를 가져오는 최대 품목도 반도체다. 지금 반도체는 민간의 수익 사업이 아니라 미, 중, 일, 유럽 정부가 안보산업으로 격상시킨 국가 방위산업이고 국가대항전이다. 한국 반도체의 수명이 끝나는 순간 한국의 성장도, 한국의 미중 외교에서 한국의 입지도 모두 끝날 수밖에 없다.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만 몰리면 4년 후에 당장 미, 중, 일, 대만, 유럽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 문제가 생기고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치명타로 올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 핵심인 반도체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관심도 없고 집안싸움에만 매몰된 한국 정치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반도체 인재 양성도 발등의 불인데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고 말만 하고 실행은 없는 정부도 걱정이다. 정당끼리 입장 차이로 박 터지게 싸울 일도 있지만 국익을 위해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일도 있다. 반도체 지원은 절대 차 지나가고 손 흔들면 안 된다. 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과 인력 확보는 초당적으로, 범정부적으로 최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동네 골목대장의 눈이 아닌, 하늘을 나는 매의 눈으로 정세를 읽고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반도체 산업을 두어야 한다. 디자인 : 서현중, 성재은, 권혜민
미국보다 7.4배나 큰 중국 전기차 시장 자동차의 원조 할매집이자 자동차 왕국 미국이 스타일을 구겼다. 2023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 8,901만 대 중 미국은 1,613만 대의 자동차를 구매해 1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은 3,005만 대를 구매해 34%의 점유율로 미국의 1.9배에 달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이 파죽지세다. 중국은 2023년에 887만 대의 전기차를 구매해 세계 시장의 46%를 차지했다. 미국은 120만 대로 6%에 그쳤다. 지금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미국의 7.4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금 중국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백화점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전기차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독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다 보니 미국 1위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는 미국 정부의 첨단 기술과 공장을 중국에서 빼라는 요구에도 아랑곳 않고 100만 대 규모의 전기자동차 공장을 상하이에서 가동하고 있다. 테슬라를 보면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샤오미, 전기차 출시 하루 만에 '연간 생산량' 완판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중국 2위의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가 또 대형 사고를 쳤다. 애플이 수년간 공을 들였지만 포기한 전기차 사업을 샤오미는 단 3년 만에 만들어 냈다. 스마트폰 사업의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2021년 1월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전기차가 3년 만인 2024년 3월 28일에 첫 출시를 했는데 출시 27분 만에 5만 대의 주문을 받았고 단 하루 만에 연간 생산 물량인 8만 8,898대를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샤오미는 2,000위안짜리 저가폰 출시로 중국에서 삼성을 뒤통수친 회사이고 애플을 베낀 짝퉁이라고 폄하하지만 꿩 잡는 게 매다. 승부는 결과로 말한다. 중국은 2023년 기준 10억 9,200만 명의 인터넷 가입자와 17억 8,000만 명의 모바일 가입자를 가진 관시, 네트워크의 나라다. 후발 스마트폰 회사인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베낀 것도 모자라 레이쥔 회장이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신제품 발표회 복장까지도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흉내를 내는 재미난 회사다. 중국은 전 세계 모든 제품의 OEM을 할 수 있는 하청 시스템이 갖추어진 나라다. 애플이 단 한 대의 핸드폰도 만들지 않고 돈을 버는 모델은 중국의 70만 명이 일하는 팍스콘 OEM 공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샤오미의 레이쥔은 잡스의 청바지와 운동화만 벤치마크한 게 아니라 이 애플 스마트폰의 생산 방식, 마케팅 방식을 고대로 베껴 대박을 냈다. 이번 전기차에서는 디자인은 포르쉐 타이칸, 성능과 기능은 테슬라의 모델Y를 베낀 "SU(Super Ultr) 7"을 개발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U7은 표준과 Pro, Max 세 가지 모델인데 표준 기종은 1회 완충으로 최대 700km를 주행할 수 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를 5.28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210km다. 표준 기종 가격은 21만 5,900위안(4,000만 원대)으로 동급인 테슬라 모델3(24만 5,900위안)보다 3만 위안 싸다. Pro 기종은 주행 거리 830km, 가격은 24만 5,900위안이고, 포르쉐 타이칸 터보(151만 5,000위안)를 대항마로 삼은 Max 기종은 29만 9,000위안으로 책정되어 있다. 샤오미는 편의 사양으로 4.6ℓ짜리 차량용 냉장고를 제공하고,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인 '샤오미 파일럿 프로'를 제공한다. 특히 자율주행을 위해 Max 기종에는 전후방 카메라가 11대, 초음파레이더 12개, 전후방 밀리미터파레이더가 3개, 라이더가 1개 장착되어 있다. 자율주행 테스트에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직접 북경에서 상해까지 1,276km 거리를 탑승해 15시간 동안 자율주행 성능을 테스트하는 등 3,000km 이상을 레이쥔이 직접 운전하고 이를 생중계하기까지 했다. 샤오미의 전기차 공장은 북경의 이좡에 소재하고 있는데 연면적은 자금성과 맞먹는 71만 8,000㎡, 건축 면적은 39만 6,000㎡이다. 이 공장은 다이캐스팅, 스탬핑, 차체, 도장, 최종 조립 및 배터리를 포함한 6개 주요 작업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생산 능력은 연산 15만 대이다. 차체 공장에는 700대 이상의 로봇이 도입되었으며 차체 공장의 주요 프로세스는 100% 자동화되어 있으며 자동화율은 91%라고 한다. 자재를 운반하는 AMR 트롤리는 이곳에서 가장 일반적인 "운송 수단"이고 기존 물류 AGV와 달리 전자기 유도선이 필요하지 않고 대신 작업장에서 '무인 운전'에 해당하는 LiDAR 센싱 솔루션을 사용하며, 각 작업장의 생산 조건에 따라 경로를 자유롭게 조정하고 보행자를 피할 수 있다. 레이쥔 회장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술은 자체 개발 5대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다이캐스팅이다. 대형 다이캐스팅 기계 한 대의 형체력이 9,100톤에 달하고 농구장 2개 크기의 면적을 차지한다. 원래 72개의 부품을 스탬핑하고 용접해야 했던 자동차 후면 패널을 한 번에 다이캐스팅할 수 있으며 전체 공정은 약 10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테슬라가 채택한 방식이다. 샤오미 이좡 자동차 공장은 전체 생산 능력이 정상 가동하면 시간당 40대의 샤오미 SU7을 생산할 수 있고, 새 자동차는 76초마다 조립 라인에서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글 불륜 스캔들'의 최대 수혜자 샤오미, "자체OS" 기반으로 전기차까지 SU7은 20만 위안대의 '갓성비' 가격도 가격이지만 차 안에서 샤오미 IO와 연결된 집과 사무실의 모든 기기를 통제하고 사용할 수 있는 파워풀한 IOT 기능이(人-车-家-生态) 소비자를 열광시키고 있다. 이는 강력한 OS 없이는 불가능하고 이 정도는 구글이나 중국이라면 화웨이 정도의 실력이어야 가능한 일인데 샤오미는 어떻게 이것을 구현했을까? 비밀은 바로 "구글 불륜 스캔들"이다. 샤오미의 레이쥔은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담당했던 휴고 바라(Hugo Barra) 구글 부사장을 영입해 자체적으로 만든 운영체제(OS)로 다른 스마트폰 업체와 차별화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성공했다. 안드로이드 공개 OS를 기반으로 새롭게 개조한 '샤오미표' OS, "MIUI"를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휴고 바라를 영입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게 되면서 유럽과 개도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바라 부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샤오미를 애플의 카피캣이라고 부르는 것에 아주 넌더리가 나고 지겹다"라며 '짝퉁'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왜 잘나가던 구글의 부사장이 중국의 손바닥만한 핸드폰 회사로 이직해 IR 담당자까지 자처하고 나섰을까? 샤오미로 이직한 휴고 바라(Hugo Barra). 출처 : 게티이미지 구글의 불륜 스캔들 때문이다. 2013년 40세인 구글 공동 창업주가 26세의 회사 직원과 바람이 났다. 창업주의 부인은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이혼했다. 그런데 구글의 부사장 한 명이 이 사건 때문에 회사를 떠났다. 그는 직원의 전 남자친구였다. 창업주와 자신의 애인 간 사랑이 본격화되자 사표를 쓰고, 아예 미국을 떠나버렸다. 불륜 당사자는 바로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고 26세의 직원은 구글 글라스 마케팅 담당인 어맨다 로젠버그(Amanda Rosenberg)다. 구글의 창업자 브린은 2007년 동갑내기인 앤 보이치키(Anne Wojcicki)와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이다. 보이치키의 언니는 브린과 페이지가 구글을 창업할 당시 자신의 차고를 개조해 사무실로 빌려준 사람이다. 브린은 이런 고마운 조강지처와 처형을 버리고 2015년 이혼했다. 부린은 2018년 요가 수련원에서 만난 니콜 섀너헌과 재혼했지만 2023년에 또 이혼을 했다. 실연의 아픔과 창업자에 대한 배신에 회사를 때려치운 구글 안드로이드 담당 부사장인 휴고 바라(Hugo Barra)가 홧김에 옮긴 회사가 바로 구글의 경쟁 업체 중 하나인, 중국과 전 세계 핸드폰 업체에 돌풍을 몰고 온 중국의 샤오미다. 실연의 아픔을 이 악물고 삭히면서 악심 먹고 "안드로이드 파괴", "구글 자빠뜨리기"에 올인했던 것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한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지만 남자가 한을 품으면 회사를 말아먹는다. 사고는 브린이 치고 대박은 중국 샤오미의 레이쥔이 쳤다. 미국 구글의 불륜 게임에 중국의 샤오미가 어부지리한 것이다. 하여간 결론은 OS다. 창업주에게 연인 뺏기를 당한 구글의 부사장이 악심 먹고 구글을 넘어서는 새로운 OS를 만들어 지적재산권 보호가 안 되는 중국에서 자유롭게 신제품을 만든 것이다. 샤오미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한다. 샤오미만의 차별화한 앱과 콘텐츠도 제공한다.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의 핵심 경쟁력은 저가 전략이 아니다.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OS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에서 전기차에까지 구동되는 파워풀한 OS를 만들어 차에서 V2X를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전기차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OS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를 이긴 BYD를 워런버핏은 왜 팔았을까?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역전이 일어났다. 세계의 짝퉁, 산자이의 대명사 중국의 BYD가 세계 최고의 EV(Electronic Vehicle) 브랜드이자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2023년 4분기에 세계 1위를 했다. "샤오미"에 이은 대륙의 실수(?)가 낳은 이변이다. 중국은 세계 내연기관 자동차(ICE:Internal Combustion Engine) 시장의 봉(鳳)이자,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시장이었지만 지금 중국은 전기차에서는 자동차의 원조 할매집 미국을 넘어선 지는 한참 되었다. 전기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 EV만 치면 2023년 4분기에 BYD가 테슬라 판매량을 넘어섰지만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Plug-in Hybrid Electronic Vehicle)를 포함하면 이미 BYD는 2022년 2분기에 테슬라 판매량를 추월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BYD의 점유율이 23%로 세계 1위이고 이어 테슬라가 16%로 2위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압도적이고 독일과 미국이 추격하는 형국이고 일본의 점유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BYD는 핸드폰 배터리 회사로 출발한 배터리 회사였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전기차 사업으로 진출해 지금은 중국 1위의 전기차 메이커로 부상했다. 전기차의 가장 큰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내재화는 BYD의 가장 큰 강점이다. 배터리로 시작한 BYD가 자동차 회사로 전환하고 세계 1위로 부상한 비결은 가성비다. 배터리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BYD는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성능좋은 삼원계가 아니라 값싼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승부 걸었다. 비결은 소위 "칼 배터리(블레이드 배터리)"다. 배터리는 '셀→모듈→팩' 순으로 조립되는데 비야디는 칼날(blade)처럼 얇은 배터리셀을 촘촘하게 박아 모듈을 건너뛰고 바로 팩으로 만드는 '셀투팩(CTP: cell to pack)'기술을 2020년 선보였다. 같은 부피에 훨씬 더 많은 배터리셀을 넣게 되면서 주행거리를 확 늘렸고 이어 2022년 5월엔 배터리팩까지 없애고 바로 배터리가 차체 바닥이 되는 '셀 투 바디(CTB: cell to body)'까지 가는 CTB 배터리를 만들었다. 이를 장착한 BYD 전기차 모델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무려 700km에 달했다. 꿩 잡는 것이 매고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시장이 원하는 가성비 갑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살아있는 주식의 신"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2008년에 홍콩 상장 주식의 25%, 회사 전체의 9.9%에 해당하는 BYD 주식 2억 2,500만 주를 2억 3,200만 달러에 구입했다. 장기 투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의, 미국보다 잘나가는 중국의 전기차 투자는 신의 한 수였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워런 버핏은 투자한 지 14년 만인 2022년 8월부터 BYD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4차례에 걸쳐 21.47%의 지분율을 7.98%까지 매각해서 차익 실현을 했다. 그런데 2022년 3분기는 BYD가 전기차 판매 대수에서 테슬라를 막 넘어서기 시작한 시기였다. '캐즘'에 빠진 중국 전기차, 살아남은 자의 축제가 기다린다 워런 버핏의 매도 이후 BYD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신의 손" 워런 버핏의 BYD 매도는 장기 투자의 수익 실현도 있지만 대만 TSMC의 지분 매각도 동시에 하는 것으로 보면 미중 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노익장의 리스크 관리의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신성장 산업의 기술 주기 성장 곡선을 보면 침투율이 13.5%~34% 사이에서는 대대적인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모든 참여 기업들이 피 터지는 경쟁을 해야 하는 캐즘(Chasm)의 시기가 도래한다. 시장도 커지지만 시장 성장 속도보다 더 많은 진입자가 등장하면서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는 생존의 게임이 시작된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보면 전기차의 침투율이 2021년에 캐즘의 시대에 진입했고 2023년 현재 침투율 22% 선으로 34%의 마의 고지를 넘으려면 2027년까지는 가야 한다. 이 시기는 치열한 신제품 경쟁, 기술 경쟁, 그리고 가장 고약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시기이고 1등이든 10등이든 흑자 내기 어려운 시기이다. 워런 버핏의 중국 BYD 매도는 펀드 운영상의 이유도 있지만 신산업의 성장 주기에서 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의 캐즘 시기에 차익 실현한 것이다.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을 보면 세계 평균 22%보다 높은 28% 수준이다. 중국의 전기차 보급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황이다. 중국의 2024년 1월 기준 월 500대 이상의 판매 능력을 가진 전기차 회사는 50여 개나 되는데, 1위 BYD가 점유율 26%, 2위 테슬라가 18% 선이고 10위권이 2.5%, 30위권이 0.5% 50위권은 0.2% 수준에 불과하다. 상위 BIG 5의 점유율이 57%이고 하위 45위 전체의 점유율이 43%이다. 30위 이하 기업들의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용하는 자동차와 IT 기기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들은 침투율 34% 이전에 캐즘에 빠져 모두 사라질 운명이다. 이미 28%대의 침투율에 도달한 중국 전기차 시장은 향후 1년 이내에 34%의 대중 소비 단계(Early Majority)로 진입할 전망이고 이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 살 깎는 살벌한 가격 인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캐즘에 빠진 중국 전기차 시장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죽은 자들의 점유율을 먹은 살아남은 자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이 캐즘의 시기가 지나가면 대마불사의 신화가 재연되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수혜를 볼 중국 BYD의 주가 반등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인 : 서현중
2년째 똑같은 경제목표, “복지부동”인가 “도광양회”인가? 중국의 연례행사로 우리로 치면 국회 격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와 자문회의 성격의 정협(정치협상회의), 두 개의 회의라고 불리는 양회(两会)가 지난 11일 폐막했다. 이번엔 폐막 하루 전날 시진핑 주석의 거처인 중난하이 신화문으로 반 정권 성향의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돌진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전인대는 중국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하고 중국경제의 한해 청사진이 공개되는 자리라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전인대 첫날 9시에 발표되는 총리의 정부업무보고가 하이라이트다. 전년도 경제에 대한 평가와 올 한 해 계획을 담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은 경제위기설에 시달렸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리창(李强) 총리가 준비한 국무원의 2024년 정부업무보고 계획을 보면 6개 주요 경제지표의 목표치가 2023년과 동일하다. 관료주의에 빠진 중국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인가 아니면 미국과 2018년 이후 6년간의 경제전쟁으로 다시 정신 차린 중국이 등소평의 가르침대로 다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모드로 돌아간 것일까? 미국과 경제전쟁을 시작한 이후 미국에 사사건건 당한 중국은 정보 노출을 삼가는 태세 전환을 하고 있다. “계획의 나라” 중국이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않은 것이 아닌데 발표자료만 두리뭉실하게 발표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정책의 기본이 되는 역대 경제공작회의 공보를 보면 2020년 이후 그 분량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중국이 뭘 하고 있는지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거라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붙어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고 특히 미중전쟁이 무역전쟁일 때는 견딜 만했지만 기술전쟁으로 전쟁터가 바뀌자 미국의 벽과 중국의 실력을 처절하게 실감했다. 2021년 바이든 집권 이후 중국의 대외발표에서 몸 사리기는 일상화되고 있다. 2024년 중국은 “닥치고 성장(先立后破)”?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발표는 액면대로 믿으면 안 된다. 코로나 3년간과 그 이후 1년간 중국은 “잃어버린 4년”을 보냈다.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대략 5-5.5%로 추정되는데 지난 4년간 중국은 “코로나”로 인한 과도한 이동통제와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정치 어젠다에 몰입되어 기업에 대한 통제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사고를 쳤다. 소비가 죽었고 실업이 높아지고 외국인이 투자를 줄이는 불상사가 생겼다. 그런데도 2024년 목표를 2023년과 같이 가져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2024년의 중국 경제성장 목표 5%는 “최선(最善)의 수치”가 아니라 중국이 달성해야 할 “최저(最低)선 마지노선”으로 봐야 한다. 2024년의 표면상 신중모드는 액면으로 보면 안 되고 2023년 12월에 개최된 경제공작회의 문건을 보면 답이 있다. 2019년 이후 중국정부는 경제정책기조를 내리 4년간 “안정성장(稳中求进)”으로 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불안정한 성장”을 했고 이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가 생겼다. 2023년 12월에 개최된 경제공작회의에서 결정된 2024년 경제정책의 기조를 보면 기존에 반복했던 안정성장은 그냥 장식으로 붙여두고 뒤에다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안정을 도모한다는 이진촉은(以进促稳)”, “먼저 성장하고 후유증은 나중에 수습한다는 선립후파(先立后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이는 3년간 지속했다 실패한 안정성장 같은 소극적인 모드가 아닌 “성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닥치고 성장” 모드로 간다는 얘기를 둘러 얘기한 것이다. 이유는 첫째, 고용부진으로 인한 사회불안이다. 사회주의 중국의 GDP는 고용지표다. 어떤 나라든 먹물 실업자가 많아지면 나라가 위험해진다. 정부 업무보고에서 리창(李强) 총리가 2024년 대졸자 수를 언급했다. GDP 1%당 240만 명의 고용을 하는 중국은 2024년에 1,179만 명의 대졸자가 나온다. 최하 5% 성장은 해야 대졸자의 고용을 수용할 수 있다. 중국정부의 2024년 1200만 명 고용 목표는 대졸자 수용률 98%선이다. 3년간 코로나 봉쇄로 인한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는 성장률을 높이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의 2035년 장기성장 목표와 일치다. 중국은 2020년 소강사회건설 목표 달성 이후 2035년까지 2020년 GDP의 2배를 달성하고 1인당 소득도 2배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2023-2035년까지 연평균 4.6%는 달성해야 하고 2023-2049년까지 연평균 5.6%의 성장을 해야 가능하다. 해당 기간 연평균이라서 초기 연도의 성장률은 연평균보다 당연히 높아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2024년 성장률은 5% 이상으로 가야 한다. 셋째, 지난 4년간의 정책 헛발질을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다. 1990년 이후 중국의 GDP 목표와 실적을 보면 전형적인 사회주의의 특성이 나타난다. 계획 대비 실적이 초과 달성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목표를 과도하게 낮게 잡아 오차가 크게 나는 것을 줄였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이후 중국의 4년간의 정부 목표는 모두 과대추정 혹은 과소추정으로 오차가 크게 났다. 이는 공산당의 정책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 2024년의 GDP 목표는 보수적으로 작성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해 지난 4년간의 정책 헛발질을 만회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5% 이상 GDP 성장률 도달 방법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다. 2023년에 중국은 5.0% 성장 목표에서 5.2%를 달성했다. 2024년 들어 수출, 내수, 부동산 등에서 2023년보다 더 악화될 분야는 없고 모든 분야에서 회복세로 들어섰다. 그래서 여기에 재정 정책을 강하게 쓰면 성장 목표는 5.0%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주목할 것은 재정 부문이다. 2023년 대비 예산 증가, 지방정부 전용채권 발행, 특별국채 발행 등을 통해 2.2조 위안의 지출을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센 중국의 특성을 감안하면 중국의 표면상의 재정 적자는 3%지만 실제 적자율은 2023년 6.5%에서 2024년에는 7.2%로 높아질 전망이고 이는 GDP의 0.5%p에 달하는 규모다. 리창 총리 말고 경제담당부총리 “허리펑의 입”을 봐라! 2024년 전인대에서 정부 목표를 안 바꾼 것도 특이하지만 2024년부터는 전인대 폐막일에 총리가 전 세계 언론과 일문일답을 하는 기자회견을 폐지했다. 전인대 폐막일 기자회견은 1991년 리펑(李鵬) 총리가 처음 시작한 뒤 1993년부터 정례화되었고 이후 주룽지(朱鎔基) 총리,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진행해 왔다. 통상 2시간가량 진행되는 기자회견은 총리가 내외신 기자들과 일문일답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외국의 중국특파원들 중국어 실력을 볼 수도 있고 총리의 순발력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북경대 출신의 엘리트로 손에 서류 한 장 없이 나와 어떤 질문에도 수많은 숫자를 인용하면서 술술 답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리창(李强) 총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총리 기자회견에 참석해 중국 경제, 대만·인구·식량안보·미중 관계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밋밋했고 리커창(李克强) 총리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이번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 폐지를 두고 중국의 폐쇄성이 심해졌다는 서방의 논평이 넘치지만 리커창 때도 실제 총리회견에서 새로운 정책이나 답을 얘기하는 경우는 없었다. 단지 총리의 입으로 직접 얘기를 듣고 답변하는 총리의 표정, 손짓, 목소리 등에서 정책의 신뢰성을 더 높이는 정도였다. 이번 조치는 역대 총리와 현 리창 총리의 업무 성격과 배경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역대 총리는 전형적인 경제전문가이고 총리 임명 전에 부총리로 5년간 중앙정부에 들어와 총리를 보좌하면서 총리 업무를 익힌다. 그러나 리창 총리는 중앙정부 경험이 전혀 없는 시진핑 비서 출신의 관리형 총리다. 그래서 2024년에 중국은 총리 기자회견을 없애는 대신 장관들의 도어 스텝핑을 회기 중에 3회를 실시해 직접 실무를 담당하는 장관들이 국내외 기자들에게 경제, 사회, 민생, 외교문제를 답하게 만들었다. 지금 중국 시진핑 3기 정부는, 저장성 출신 인재들인 저장방이 장악했던 2기와 달리, 시진핑이 1985년에 2002년까지 17년간 근무했던 복건성 출신의 복건방들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샤먼대학 출신의 허리펑(何立峰)이 경제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다. 역대 총리는 경제문제를 주도하고 총괄하는 역할이었지만 시진핑 3기 정부에서 총리는 국무원을 관리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어 과거 총리가 담당했던 경제 문제는 경제담당 부총리 허리펑의 일이다. 중국경제는 시진핑 1,2기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인 리커창의 입을 지켜봤지만 이제는 경제담당 부총리 허리펑의 입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 표의문자의 나라 중국, 숫자 말고 행간을 읽어라! 중국의 2024년 정부업무보고서는 31페이지 분량으로 리창 총리가 51분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갈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그런데 이 방대한 계획에 도표 하나가 없고 3개의 장에 걸쳐 소논문의 형태로 줄줄이 글로만 서술되어 있다. 정부 발표가 나오고 나서 중국 연구기관들은 이를 도표로 만들고 해석하는 것을 보면 표의문자에 익숙한 나라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서방 표음문자 나라의 사람들이 중국과 중국의 정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다. 중국은 말로는 대충대충, 어중간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31페이지의 자료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분야별로 수십 수백 페이지의 세부계획과 자료로 세밀하게 정책을 입안한다. 하지만 이를 발표할 때는 추상적인 단어와 중요 제목만 두리뭉실하게 나열하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중국의 발표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 서방세계에서 얘기하는 중국경제 위기설, 내수부진, 경제개혁, 수출, 민생, 디플레 함정, 부동산 위기, 청년실업 위기, 양안관계, 미국의 기술봉쇄, 외국인의 차이나 런 등의 문제에 중국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그냥 정부업무보고서를 봐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중국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대신 정부정책의 중요도 순위를 키워드의 반복으로 암시한다. 그리고 정책의 중점은 절대 빈도 수보다는 전년도 대비 빈도 수의 순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빈도 수 상위 19개 핵심 키워드의 최근 5년간 빈도수의 변화와 2023년 대비 출현 빈도 수의 차이를 보면 2024년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이, 그리고 서방세계의 우려와 중국정부의 판단에서 무엇이 다른지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2024년 정부업무보고에서 고질량, 혁신, 위험, 산업현대화의 빈도 수가 크게 증가했고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미중의 경제전쟁에 대비해 양적성장보다는 기술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과 리스크 관리에 정책의 중점을 둔다는 의미다. 서방세계에서 중국에 대해 2023년 내내 우려했던 경제성장, 경제안정과 실업문제, 고용, 개혁은 그 빈도 수가 대폭 줄었다. 이들 문제들에 대해 서방세계의 우려와 달리 중국정부의 판단은 이미 최악은 지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 키워드의 빈도 수가 대폭 줄었다는 것은 성장과 실업문제는 자신있고 정치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조치도 2024년에는 무리하게 진행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역대 최저 5% 성장 목표” 정말 심각한 저성장인가? 중국의 2024년 정부 경제성장 목표 5%는 장쩌민 주석 이래 최근 30년 중 역대 최저 성장률이다. 그래서 중국과 경제전쟁하고 있는 미국과 같은 정치 스탠스를 취하는 영국, 일본의 언론에서는 중국은 끝났고 중국의 미국 추월도 끝났다고 한다. “돈을 앞에 두고서는 적(敵)을 미워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흥분하면 사리분별력을 잃어 정확한 판단을 못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중국의 미래는 미국과 서방언론의 레토릭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첫째, 서방언론의 중국 피크론은 중국경제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은 절대성장률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다. 5% 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시진핑 시대 1% 성장은 두 자릿수 성장을 하던 장쩌민 시대의 1%와 비교하면 경제규모가 31배나 커졌다. 시진핑 시대 1%의 경제규모는 장쩌민 시대 31%와 맞먹는 규모다. 둘째, 중국의 현재 절대 규모, 상대 규모의 경제 사이즈를 미국과 일본이 같은 규모였을 당시 1981년, 1992년, 2005년, 2016년의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현대 중국의 성장률은 미국과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중국 1인당 GDP가 일본과 비슷한 시기인 1985년 일본의 GDP 성장률은 5.2%로 중국의 현재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1985년 당시 일본의 세계 GDP비중은 11.4%였지만 2024년 현재 중국의 세계 GDP비중은 16.9%로 당시 일본의 비중보다 1.5배나 큰 규모다. 미국과 일본에서 나오는 중국의 미국 추월 불가론도 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5%대로 낮아졌다고 하지만 미국 대비 66%의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이 미국 대비 상대 성장률은 여전히 2배 가깝다. 중국이 미국보다 낮은 성장을 하지 않는 이상 15-20년 내외의 기간이라면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지 못한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다. 영국의 경제예측 기관 CEBR이 2014년부터 예측한 중국의 미국 추월 시기는 중구난방이다. 그러나 미국 추월의 시기가 연기되고는 있지만 CEBR은 여전히 2037년에 중국이 미국의 GDP규모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가게가 커지면 손님을 깔본다? 1992년 한중수교 32년이 지났지만 한중관계가 최악이다. 한국의 반중정서도, 중국의 혐한정서도 최악이다. 사회주의 중국과 우리 자유민주주의 한국은 단 한 번도 중국과 사상의 친구, 이념의 동지였던 적이 없다. 이민족끼리 부딪치는 것은 전쟁 아니면 장사다. 6.25 때 한국을 공격한 적이었던 중국과 우리가 다시 친구를 맺은 것은 장사 때문이다. 한국은 인건비 때문에 경쟁력 사라진 제품을 만들어줄 공장과 중간재를 사줄 시장이 필요했고 중국은 한국의 기술과 중간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철저한 이해관계다. 돈은 가장 뿌리 깊은 나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국제관계는 돈 되면 친구이고 동맹이지만 돈 안 되면 밥 먹고 사진 찍고 헤어지는 것이다. 돈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 한중수교 32년 만에 한국은 2023년에 처음으로 대중 적자가 났다. 돈에는 의리는 없고 계산만 있다. 근본적으로 한중관계 악화는 여기서부터 찾아야 한다. 1994년 한국의 GDP가 중국 GDP의 83%를 차지했던 시기에 중국은 한국을 칙사 대접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중국 GDP의 1/10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국기업을 사장님, 선생님으로 칙사 대접하던 중국이 이젠 한국을 냉대하다 못해 홀대, 박대를 한다.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에서 혼밥하는 일이 벌어지고 중국의 한국 정치지도자들 방중에 접대와 접견의 수준이 눈에 띌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가게가 커지면 종원원이 손님 깔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수년째 얘기되고 있는 중국 정치지도자의 한국 방문도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미중 관계 악화와 새 정부 대중정책의 스탠스 변화도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중국에게 있어 한국의 의미와 위상에 변화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한중수교를 한 1992년에서 두 해 뒤인 1994년에 한국 GDP는 중국 지방성 상위 19개성의 GDP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2022년에 한국의 경제규모는 중국 광둥성 하나의 규모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경제적으로만 얘기하자면 지금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광둥성 당 서기 수준보다 낮은 영향력을 가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중국의 경제위기, 성장둔화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중국이 5.2% 성장했다고 위기라고 하지만 한국은 2023년에 겨우 1.4% 성장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脫”중국 얘기가 넘쳐 나지만 여전히 2023년에도 대중 수출 비중은 20%로 미국의 18%를 넘어 한국의 1위 수출시장이다. 홍콩을 포함하면 대중화 수출은 24%나 된다. 한국의 핸드폰, 자동차 공장까지 중국에서 빠진 상황에 한국은 이제 더 이상 “脫”중국 할 품목도 별로 없다. 문제는 중국시장이 아니라 한국의 대중 경쟁력과 기술력이다. 우리는 자동차와 핸드폰을 중국에서 뺐지만 미국의 GM, 포드, 테슬라는 중국에서 공장 뺀다는 얘기가 없고, 애플도 중국에서 사업 접는다는 얘기가 없다. 2024년 2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2년 기준 한국의 대중 기술력 평가자료를 보면 이미 2022년에 한국의 기술 수준은 중국에 추월당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소 정도를 빼면 한국이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5%대 성장하는 나라가 “망한다고, 위기라고” 말만 하고 있으면 답이 없다. 우리가 5% 성장했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바로 옆집에서 5% 성장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올라타기만 하면 5%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는데 이를 굳이 외면하고 무시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 한국은 중국이 절절히 원하는 데 갖지 못하는 것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미국의 기술봉쇄로 중국의 발목을 잡아준 분야에서는 큰 기술 격차를 빨리 만들어야 한국이 당당해지고 중국에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 디자인 : 성재은
“공동부유”가 망친 중국의 부동산 경기 사회주의 중국은 “땅으로 일어선 나라”다. 서구의 공장 노동자들 사회에서나 적합한 공산주의 사상이 노동자는 없고 농사짓는 농민만 있는 농업국가 중국에서 꽃피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국 사회주의 창업자 마오쩌뚱(毛泽东)은 1893년생으로 중국의 가난한 성 중 하나인 후난성 상탄현에서 태어나 최종학력이 1918년 후난성제일사범학교(2023년 중국대학순위 345위) 졸업이다. 1918년 전에 마오쩌뚱(毛泽东)은 정말 “공산주의의 성경”으로 불리는 독일어로 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어 보고 공산주의를 했을까? 1918년에 중국에, 그리고 중국의 낙후된 지역 후난성에 자본론의 중국어 번역본이 있기는 했을까 궁금하다. 마오쩌뚱(毛泽东)은 농민들에게 땅을 공짜로 나누어 주겠다는 얘기로 농민 봉기를 통해 권력을 잡았고 땅으로 일어선 사회주의 중국의 창업자다. 그러나 사회주의를 실현하겠다고 무모한 대약진 운동으로 1-2차 대전에 사망한 군인의 수보다 많다는 4500만 명의 인민들을 아사(餓死)시켰다. 그래서 중국은 마오쩌뚱(毛泽东)에 대해 공(功)이 7이지만 과(過)도 3이라는 평가를 한다. 중국은 역대로 땅을 잘못 건드리면 나라가 엎어졌다. 황하강 주변에 전체인구의 60-70%가 모여 살았던 중국은 “물이 한 말이면 흙이 6-7되”라는 황하강이 범람하면 모든 도시와 촌락이 평평한 흙으로 덮여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다. 중국은 농사짓는 땅의 기본이 되는 제방을 잘못 관리하면 순식간에 수십만, 수백만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배고픈 이재민들은 굶어 죽으나 털다 죽으나 같기 때문에 부자를 털고, 관가를 털다가 힘이 세지면 나라도 터는 것이 중국 왕조 변천의 역사다. 그래서 중국의 창업황제는 유랑민 출신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명나라의 창업자 주원장이다. 신중국의 마오쩌둥과 명나라의 주원장, 자료: Baidu 2021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기하강과 경제위기설은 중국의 코로나 발병에다 2020년부터 시작된 시진핑의 3기 집권을 위한 “공동부유론(共同富裕论)”이라는 정치 어젠다에 함몰된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헛발질을 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1-2기 집권의 정치어젠다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国梦)”을 내세웠지만 국민들의 체감 경제는 별로였다. 주석은 5년 임기에 단 1번 연임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에서 1번 연임 조항을 삭제한 시진핑은 2020년부터 3기 집권을 위해 새로운 정치 어젠다로 구름 잡는 얘기인 “중국의 꿈(中国梦)”에서 좀 더 현실적인,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공동부유론(共同富裕论)”을 내세우고 14억 인민들의 동감을 이끌어 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공동부유론(共同富裕论)”의 공공의 적으로 손볼 놈 3놈을 골랐다. 부동산투기 조장으로 서민들 등골 빼는 부동산업, 독과점으로 서민들 주머니 터는 플랫폼기업들, 부모들 등골빼 폭리를 취하는 사교육업체가 대상이었다. 2021년 이후 이들 3개 업종은 정부규제의 된서리를 맞아 줄줄이 몰락했고 가장 충격이 컸던 것이 대출규제를 강하게 받은 부동산업이었다. 툭하면 부도나는 1위 부동산회사, Why? 2022년에 중국 1위 부동산업체였던 비구이위안(碧桂园)이 2023년 8월 부도가 나면서 “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중국판 리먼사태)”라는 단어가 온 언론을 도배했다. 그 이전인 2021년 9월에도 중국 1위 부동산업체였던 헝다부동산(恒大集团)이 부도나면서 “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중국판 서브프라임사태)”가 났다는 기사가 넘쳐났다. 그러나 2024년 2월 현재까지도 헝다는 부도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청산 않고 사업을 하고 있고, 비구이위안 역시 여전히 사업을 하고 있다. 도대체 중국의 부동산 1위 업체는 왜 이렇게 자주 부도가 나는 것일까? 그리고 1위 업체가 부도났을 정도로 업계가 어렵다면 2위 이하 업체는 모조리 다 부도나야 정상일 것 같은데 2위 이하 업체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금융위기가 나면 금리폭등, 환율폭락, 주가폭락이 있어야 하는데 2021년 9월 헝다부동산(恒大集团) 부도, 2023년 8월 비구이위안(碧桂园) 부도 시기에 “중국부동산발 금융위기”설이 서방언론에 난무를 했지만 중국에 금리폭등, 환율폭락 현상은 없고 주가는 하락은 했지만 폭락 조짐은 보이지 않고 2024년 2월 들어서는 반등세다. 풀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누워야지 반대로 일어서면 말라 죽는다. 2021년 9월 부도난 헝다부동산(恒大集团)은 비유하자면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사고친 경우다. 2021년 정부가 부동산 과열에 투자 축소와 현금 흐름 확보를 하라는 “3개의 레드라인 규제정책(三道红线)”을 냈지만 헝다의 쉬자인 회장은 2016년에 부동산 규제 조치에 정반대로 확장 전략으로 대박을 낸 경험 때문에 투자 축소가 아니라 혼자서 투자 확대하는 정책을 쓰다가 대출이 막혀 부도를 낸 것이다. 정부 정책에 순응했던 비구이위안(碧桂园), 만과(万科) 같은 2위 이하 업체는 멀쩡하게 살아남았다. 2021년 헝다부동산의 부도와 여타업체의 비교. 자료: cric 2023년 8월 비구이위안(碧桂园)은 헝다부동산(恒大集团)과는 정반대로 정부 정책 모범생으로 정부 정책을 액면대로 지키려다가 부도낸 경우다. 비구이위안(碧桂园) 양궈창 회장은 17세 때까지 제대로 된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는 가난한 흙수저 출신으로 맨땅에 헤딩하면서 중국 1위 부동산업체를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중국정부가 2021년부터 내리 3년 부동산 규제를 하면서 부동산업계에 대출을 축소시킨 데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수요 축소로 인한 부동산업체 자금난으로 공사 중단이 속출하자 서민들의 피해가 막심해졌고 큰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러자 2022년 7월 중국정부는 부동산기업들이 청약한 아파트를 “책임지고 기한 내 완공하라는 명령(保交楼)”을 내렸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에 대출 축소가 지속되고 추가 분양은 안 되는 상황에서 신규자금 유입은 줄어드는데 많은 아파트를 준공하면 할수록 자금부족이 심각해진다. 2022년과 2023년 상반기에 중국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준공한 1위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园)은 가장 먼저 자금 부족에 봉착해 부도 사태에 내몰린 것이다. 그러나 준공 물량이 크지 않았던 만과(万科), 보리부동산(保利发展) 같은 2위 이하 업체는 멀쩡했다. 2023년 비구이위안(碧桂园)의 부도와 여타업체의 비교. 자료: cric 한국 언론이 오해하는 중국 부동산 스토리 3가지 중국은 겉으로 보면 북한과 미국을 반반 섞어 놓은 나라다. 그래서 중국이 익숙해 보이지만 우리는 북한도 잘 모르나 미국도 잘 모르는 것처럼 정작 중국을 잘 모른다. 한국언론에 등장하는 중국부동산 위기스토리 3가지에 대해 한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부동산 1위 기업의 부도가 중국 부동산업계 전반으로 그리고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한국 국토면적의 98배, 인구 28배인 중국은 부동산업체들이 수도 없이 많고 1위 업체라고 해도 상위 100대 기업 내에서 점유율이 겨우 5-7%선에 불과하다. 그래서 1위 업체의 부도라고 해도 사회적 심리 충격은 크지만 부동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리고 중국 부동산회사에 대출해 준 대부분의 은행은 국유은행이다. 국유은행은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한 부도나지 않는다. 둘째, 중국부동산의 GDP비중이 30%가 넘어서 “중국부동산이 중국 경제위기의 원흉이다”라는 스토리다. 중국의 GDP에서 건축과 부동산을 합한 부동산의 비중은 최고치가 15%였고 2023년 기준 12%선에 불과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제조업과 공업의 나라지만 중국 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39%, 공업의 비중이 33%선인데 부동산이 공업 비중 수준이라는 것은 과장이다. 철강, 시멘트, 건자재, 가구, 가전, 자동차 같은 연관산업을 모두 합하면 30%가 넘는데 이를 모두 뭉뚱그려 합쳐서 부동산업으로 퉁치는 것은 과하다. 셋째, 한국 언론에는 영국의 어떤 연구소 연구원의 얘기라고 하면서 중국도시의 빈집이 1억 3천만 채가 넘어 심각한 재고 과잉이라는 스토리도 넘쳐난다. 중국의 총 가구수는 4.9억 가구인데 중국의 도시화율은 65%선이다. 그러면 도시 가구수는 3.2억 가구라고 볼 수 있는데 만약 빈집이 1.3억 채 라면 빈집이 40%라는 얘기다. 그러면 도시주택 중 2.5채 중 하나는 비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과하다. 중국은 1998년부터 상품용 주택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1998년부터 누적 주택건설 수는 2.1억 채 정도로 추산된다. 중국이 연간 판매 주택수는 최고치였을 때 연간 1,691만 채였고 부동산경기가 최악인 2023년의 경우 699만 채에 그치고 있다. 한국이 역대 최대 주택 건설시기에 200만 호 건설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 같은 최악의 시기도 한국 최고 피크의 3.5배 수준이다. 2023년 부동산 경기침체로 중국의 부동산 재고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그 수가 1.3억 채에 달한다는 것은 과장이다. 부동산 버블 잡다가 소비 투자심리 죽였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하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00년 이후 세 번째 경기하강이다. 과거 2번의 경기하강과 비교하면 폭은 작았지만 경기하강의 기간은 가장 길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과도하게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자 투기가 생겼고 여기에 “공동부유라는 정치 어젠다”가 같이 작용하면서 통상 1년~1년 반 정도인 부동산 규제를 내리 3년 하는 바람에 부동산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房住不炒·방주불초)”라는 구호성 정책 문구가 등장하면서 부동산업계에 서리가 내렸다. 중국정부가 2020년부터 부동산업계에 3가지 레드라인(三道红线)을 설정한 이후 중국 부동산업계 100대 기업의 매출액은 58%나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의 1위 업체였던 헝다, 비구이위안 등이 모두 나가떨어진 것이다. 중국은 3년간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버블은 잡았지만 잃은 것이 컸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의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사라지자 투자심리가 냉각되었다. 부동산 규제 3년간 GDP의 39%에 달하는 50조 위안의 중국의 부동산과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부동산의 자산효과(Wealth Effect)는 소비심리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쳤고, 부동산 매출액이 반토막 이상 나면서 연관산업이 순차적으로 타격받아 전통산업도 불황 속으로 빠져들었다. 중국은 지금 소비의 GDP 비중이 63%에 달하는 소비의 나라인데 2023년 들어 중국의 소비심리는 최근 20년 중 최악으로 추락했다. 중국 부동산 ”카오스 사이클”... 3분기가 변곡점 중국경제는 정부의 입김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사이클은 서방과 달리 정부의 “보이는 손”이 좌우한다. 그래서 중국경제는 중국어로는 “활란사이클(活乱循环)”이라고 하는 “카오스사이클(cycle of chaos)”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정부가 규제를 풀면 시장이 활황을 보이지만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운 상황을 규제하여 수습에 들어가면 정부의 영향력이 너무 커 시장이 죽어 버리고 그러면 다시 규제를 풀면 시장이 살아나는 것이다. (一放就活、一活就乱、一乱就收、一收就死) 중국의 부동산경기를 예로 보면 活-亂-收-死-放-活’(활-란-수-사-방-활)의 순환이 뚜렷하다. 1) 一活就亂(2020:일활취란ㆍ활기가 돋으면 곧 어지러워지고) 2) 一亂就收(2021:일란취수ㆍ어지러워지면 곧 수습하고) 3) 一收就死(2022:일수취사ㆍ수습하면 곧 죽고) 4) 一死就放(2023:일사취방ㆍ죽으면 곧 풀고) 5) 一放就活(2024:일방취활ㆍ풀면 곧 활기가 돋는다) 2023년 현재 중국의 단계는 4단계이고 부동산기업의 부도에 정부가 거의 모든 규제를 풀고 적극적인 부양책을 쓰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경기와 정책을 보면 “카오스사이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중국 부동산은 결자해지, 규제해제 효과는 연말쯤? 중국의 부동산경기 하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00년 이후 세 번째 경기하강이다. 과거 2번의 경기하강과 비교하면 폭은 작았지만 경기하강의 기간은 가장 길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과도하게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자 투기가 생겼고 여기에 공동부유라는 정치 어젠다가 같이 작용하면서 통상 1년~1년 반 정도인 부동산 규제를 내리 3년 하는 바람에 부동산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중국의 부동산경기와 정부 정책을 보면 항상 일정한 주기가 있었다. 정부가 경기과열에 규제 들어가면 바로 시장은 급랭하고 경기의 하강기간은 8-19개월이었다. 이번 사이클은 2020년 8월부터 정부의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하강국면에 들어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는데 단기 유동성 압박을 견디지 못한 비구이위안이 부도나면서 부동산경기 회복에 찬물을 부었지만 이것이 정부정책 전환의 결정적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투자심리 악화에 이어 소비심리까지 한겨울로 들어간 중국경제에 중국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규제가 아니라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모든 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수요 진작을 위해 지준 인하, 금리 인하, 대출한도 확대, 초기계약금 비율 인하, 대도시 주택구매제한 완화 등의 조치를 쏟아붓고 있다. 문제가 된 부동산기업의 자금난에 대해서도 부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도가 난 기업에까지 자금지원을 통해 기업을 살려 주택건설을 완성하려는 상전벽해의 정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그래서 2023년 12월 이후 중국에서 부동산기업의 부도설은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증시와 은행에서 부동산기업의 자금 조달과 대출에 최우선 조치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 주택 이외의 3가지 분야(三大工程)의 정부프로젝트 추진으로 부동산시장 활성화 조치도 내놓았다. 2023년 1월 이후 중국정부는 수요진작에 9가지 정책을, 부동산기업 지원에 8가지 정책폭탄을 들이붓고 있다. 이런 2023년 하반기부터 정부의 정책 스탠스 변화로 중국 부동산경기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2024년 연말정도에 (+)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디자인 : 성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