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 독서일가 주필 - 전 중앙일보 대기자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오래전에 머리 좋고, 똑똑하고, 기억력이 비상하다고 정평 난 한 CEO에 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가끔씩 아랫사람들에게 툭툭 질문을 던졌답니다. "한강 길이가 몇 미터나 되나?" "미국 인구는 몇 명이나 돼?" 이런 식의 질문이었답니다. 그러면 나이 든 중역들이 땀을 흘리며 '모르겠다'고 실토하면, 답을 알려주며 늘 말한답니다. "이 사람들아, 공부 좀 해." 물론 요즘 이랬다간 '직장 괴롭힘'으로 고발당할 수도 있지만, 우리 세대만 해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직장 상사들이 꽤 많았답니다. 어쨌든 이 얘기를 듣고, 제가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은 네이버랑 일하시면 되겠네요." IMF외환위기 시절부터 산업기자로 일하며 많은 기업의 부침을 보면서 알게 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기업이 활력 넘치거나 지리멸렬해지거나 등등, 기업의 굴곡을 보면 한 사람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최고경영자이지요. 대개는 오너들입니다. 일단 직원들이 오너를 대놓고 욕하기 시작하면, 그 기업은 이미 어려움에 처해 있더라는 것입니다. 제 눈에도 보이는 일이니, 그 옛날 공명 선생이야 더 잘 알았겠죠. 그리하여 제갈량은 자신의 병법서에 장수의 태도에 대해서도 써놓았습니다. 병사는 자식을 가르치듯 해야 한다 자고로 뛰어난 장수는 병사들을 자식 가르치듯 육성했다. 위난의 상황에선 몸소 전면에 나섰고, 공을 논할 때에는 뒤로 물러났다. 부상병은 울며 다독였고, 전사자는 크게 애도하며 후하게 장사지냈다. 병사가 굶주리면 자신의 음식을 내주고, 추위에 떨면 자신의 옷을 벗어주었다. 지모가 있는 자에겐 예의를 갖추어 후하게 녹봉을 주고, 용감한 자에겐 크게 포상하며 격려했다. 장수가 이렇게 할 수만 있으면, 가는 곳마다 반드시 승리를 거둘 것이다. 보면, 대략 질투심 많고, 아랫사람과도 경쟁하려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지리멸렬해지고 지저분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스로 윗자리라는 권위를 '군림하는 왕의 권위'로 생각하는 자들이 구성원들을 괴롭히고,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를 내다 버림으로써 자기 위로 사람이 없음을 증명하려고 하고, 조직을 위기에 빠뜨리지요. 이에 [장원]에선 또 하나의 중요한 자질과 태도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쓸 것을 당부합니다. 그리고 어떤 인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기술하고 있습니다. 능력에 따라 참모를 구성해야 한다 군대는 홀로 지휘하더라도 군무는 홀로 처리할 수 없다. 반드시 참모들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참모들은 각각 그 임무에 맞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하며, 자신의 기호에 따라 자리를 배치하면 안 된다. 폭포수처럼 언변이 뛰어나고, 예측불허의 기모(요즘 말로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넘치고, 견문이 넓고 독창적인 견해를 가지고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인재는 만인이 우러러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상급 막료(幕僚)로 삼을 만하다. 곰이나 호랑이처럼 용맹하고, 원숭이처럼 민첩하고, 쇠와 돌처럼 강인하면서도 용천수로 제련하여 단단하고 예리한 용천검처럼 예리한 인물은 당대의 영웅이다. 중급 막료로 삼을 만하다. 진언을 많이 하지만 가끔 맞아떨어지는 자는 약간의 재주는 있는 사람이니 하급 참모로는 삼을 만하다. 사람 사는 세상을 어렵게 하는 일 중 하나가 질투와 견제일 겁니다. 그건 자신과 비슷한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감정이 아닙니다. 군신, 상하 간에도 치열하죠. 예로부터 왕들은 능력 있고, 큰 공을 세운 신하들부터 죽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처세학 고전들엔 지나친 충성과 높은 공로를 경계하는 경구가 넘칩니다. 지나친 공을 세워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도망쳐야 할 때라는 말은 처세학의 기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군주의 성공은 부하들이 지나친 충성을 바치고, 높은 공을 세울 때 비로소 성취됩니다. 그러려면 군주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 공로에 대한 집착, 질투와 경계심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공을 세워야 할 바로 그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것. 이를 제갈량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휘자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장수는 병사들의 생사와 전쟁의 승패뿐 아니라 국가의 안위, 백성의 안녕을 책임지는 전쟁 수행의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군주가 장수에게 상벌의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이는 마치 원숭이의 손을 묶어놓고 나무에 오르라고 하는 것이나, 천리안을 가진 이루의 눈을 아교로 붙여놓고 청색과 황색을 구별하라고 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상벌권을 권신들이 장악하고 장수에게 주지 않는다면 병사들은 모두 장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큰 공을 세워도 자기 몸 하나 방어할 수 없는데 누가 투지를 불태우겠는가. 그래서 손무가 말했다. "출정한 장수는 군주의 명에 구애받지 않는다." 전한의 장수 주아부도 말했다. "군중에서는 오직 장수의 명만 따를 뿐 천자의 명을 따르지 않는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세상사 모든 일이 승패를 가르는 건 아닙니다. 승패로 나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이 실제로 있고,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이죠. 그런데 경쟁과 전쟁이 시작되면 승패가 갈라져야 끝이 납니다. 그리고 승패가 결정돼야 평화도 오는 법이지요. 일단 승패를 나누기로 했다면, 승자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이겠지요. 이번엔 승자가 되려는 전략과 전술을 다룹니다. 이번 대목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조직의 승리에 관한 것입니다. 1. 필승과 필패의 징후들 필승하는 징후는 4가지가 있다. ① 현명하고 실력 있는 인재가 윗자리에 앉아 있고, 불초한 자가 아랫자리에 있다. ② 전군이 모두 화합 단결하고, 병사들은 위의 명을 기꺼이 따른다. ③ 용맹한 전투가 대화의 주제가 되고, 위엄 있고 씩씩한 정도가 평가 기준이 된다. ④ 상벌이 공정해 병사들이 서로 전공을 세울 것을 권한다. 필패에도 4가지 징후가 있다. ① 병사들은 태만하고, 군기는 문란해 수시로 소동이 일어난다. ② 병사들이 예의와 신의를 무시하고, 군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③ 적의 동태를 가지고 협박하고, 사사로운 이익이 화제로 오른다. ④ 사적인 화복을 서로 입에 담고, 소문과 참언에 미혹된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지당한 말씀을 왜 기록해 놓고, 계속 되새기며, 읽고 또 읽어야 할까요. 이상과 현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놓은 사람의 이중적 현실 때문일 겁니다. 조직이란 연대와 화합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의 경쟁으로 실적을 쌓으려는 성향이 있지요. 그러다 보니 각각의 경쟁하는 개인들이 현명하고 실력 있는 인재를 위협하기도 하고, 불초한 자가 연대해 현명한 사람을 핍박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사람들도 뛰어난 사람을 칭송하기보다 그들을 둘러싼 '쑥덕공론'에 귀 기울이는 일이 많기도 하지요. 개인의 '질투와 이기심'은 대략 조직을 이깁니다. 그런데 조직의 승패는 실력 있는 리더, 화합과 단결, 기강, 공정함이라는 네 박자가 맞느냐 아니면 어긋나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늘 반복하는 얘기지만 병서의 존재가치는 바로 이런 기준들을 명쾌하게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은 전쟁에 나서는 조직의 기본적인 준비에 관한 것입니다. 승리의 비법은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가야 합니다. 2.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라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고, 민력을 결집해 그 위세로 적을 제압하면 1만 명을 대적할 용맹함도 얻을 수 있고, 천하의 호걸도 이내 복종하게 된다. 우선 아군의 승리를 세상 사람들이 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만 몰입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그들의 이해관계와 유불리함을 제대로 직시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민심을 얻는 척도가 된다는 것이지요. 3. 유리한 형세를 만들어라 전쟁에서 유리한 형세를 만드는 요소는 세 가지다. 하늘의 기운(천세), 지리적 이점(지세), 그리고 사람의 기운(인세)이다. 천세는 해와 달과 별이 청명하고 정상적 운행을 하며, 기상에 재앙의 징조가 없고, 홍수나 바람의 피해가 없는 천시가 순조로운 때를 말한다. 지세는 성벽은 높고 단단한 데 절벽이 중첩되어 있다거나 강하의 파도가 천리에 걸쳐 크게 일고, 견실한 석문이 깊은 동굴로 이어져 있고, 좁은 길이 구절양장처럼 길게 옥토를 둘러싸고 있는 등의 지리적 조건을 말한다. 인세는 지도자와 장수들이 투명하고 현명하며 군사들은 예법을 지키고, 기꺼이 명을 받들며, 식량과 무기가 충분한 인화가 이루어짐을 말한다. 유능한 장수는 천시를 잘 보아 자신이 유리한 때에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다. 또한 인화를 바탕으로 병력의 우세를 이루어 천하를 호령하므로 가는 곳마다 천하무적이고, 공격하면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고대 병법에서 승리의 기틀로 꼽히는 것이 '천시·지리·인화' 3요소입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유비를 만나 '천하삼분지계'를 논할 때도 바로 이 대목이 나옵니다. 천하를 바로 잡자면 '천시·지리·인화'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당대에 조조는 천시를 얻었고, 손권은 지리를 얻었다고 하죠. 이 말에 유비가 실망하자 제갈량은 "그러나 이 시대 인화는 유비 현덕이 얻었으니 천하를 삼분하여 다스릴 만하다"라고 말합니다. 이 삼요소는 크게는 천하를 다스리는 기틀이 되고, 전투에선 반드시 살펴야 하는 필수 조건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타이밍'입니다. 승리에는 운이 작용합니다. 그리고 그 운이 돌아가도록 하는 기반이 바로 '타이밍'이라는 것이죠. 타이밍이 되었을 때 행동하고, 타이밍이 아니면 기다릴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승리의 운을 부르는 기본 요소라는 것이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1. 일관되고 투명해야 한다 오기吳起가 이렇게 말했다. "무릇 북과 징과 방울은 병사의 귀, 깃발은 병사의 눈, 군령과 형벌은 병사의 마음을 복종토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귀에 들리는 소리는 뚜렷해야 하고, 눈으로 보이는 색깔은 분명해야 하며, 마음으로 복종할 수 있는 형벌은 엄정해야 한다. 눈, 귀, 마음. 이 세 개의 체계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병사들은 나태해진다. 장수가 가라고 명하면 반드시 이동하며, 장수가 명을 내리면 죽음을 무릅쓰고 진격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이 셋이 바로 선 때문이다." [오자병법] 전투는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화하면 '북, 깃발, 군령' 세 가지로 하는 것입니다. 오기는 [오자병법]에서 이 셋을 신체의 부위에 빗대 북은 귀, 깃발은 눈, 군령은 마음이라고 표현합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눈과 귀와 마음을 오롯이 기울여 하나에 집중한다면 그 성과는 대단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도 그럴진대, 이런 사람들이 조직에 모여있다면 그 조직의 비전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세 개의 체계를 요샛말로 하자면, 북은 목표, 깃발은 방향, 군령은 인센티브와 페널티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전투에서 이기려면 지휘관은 이 셋을 잡아야 합니다. 지휘관이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자신의 눈과 귀와 마음이 한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어떤 전투든 해볼 만하겠지요. 문제는 어떻게 한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느냐입니다. 오기의 말을 빌리자면 '목표는 뚜렷하고,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센티브와 널티는 공정하여 마음으로부터 수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휘관의 말이 모호하고 복잡할 때, 부하들은 자신의 지휘관이 실력은 없고 요행이나 운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누가 이런 지휘관의 지휘에 최선을 다하겠습니까. 결국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자신의 '북, 깃발, 군령'을 어떻게 확고하게 세울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2. 뛰어난 장수가 부하에게 가르치는 원칙 4가지 예로부터 뛰어난 장수는 자기 병사들에게 4가지 원칙을 반드시 알도록 했다. ① 지금知禁. 해야 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에 대한 원칙과 규율을 알게 했다. ② 지례知禮. 예의를 지키도록 했다. ③ 지권知勸. 시비를 분명히 가림으로써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했다. ④ 지신知信. 신상필벌을 통해 믿음을 주었다. 이 네 가지는 조직 생활을 하는 데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이다. 예로부터 기강이 바로 선 군대에 구체적인 실행 규칙들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예가 없다.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성공하는 비결은 여기에 있다. 평범하고 용렬한 장수는 그렇지 못하다. 병사들이 물러나는데도 제지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날뛰어도 금하지 못한다. 장수가 부대와 함께 패망하는 이유다. 권장하고 훈계하는 척도가 없으면 상벌을 시행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지고, 일이 이렇게 되면 병사들도 믿고 따라야 할 기준을 모르게 된다. 실력 있는 인재가 뒤로 물러나서 숨어버리고, 무함과 아첨을 일삼는 자들이 등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이 이 지경이라면 전투가 벌어지는 즉시 반드시 패배하고 흩어질 수밖에 없다.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아는 것'. 사람과 조직이 실패하는 이유의 8할은 아마도 이걸 몰라서 벌어질 겁니다. 조직은 규율과 규범 등을 통해 이 대목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도자의 마음에 사(私)가 끼지 시작하면 이 규정들을 삿되게 해석해 제멋대로 굴게 된다는 것이지요. 평범하고 용렬한 장수들은 이를 삿되게 해석하기 때문에 조직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또 한 가지, '예의' 문제를 짚고 갈까 합니다. [장원]의 여러 대목에서 예의를 지키라는 강령이 나옵니다. 동양의 윤리규범 혹은 행동규범에는 대표적으로 인의예(仁義禮)가 있습니다. 예는 소위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 자치적 행동규범 중 가장 하위 규범입니다. 노자는 "인이 옅어지니 의가 나왔고, 의가 박해지니 예가 나왔다"고 말합니다. 인과 의는 마음을 써야 하는 문제이고, 예의는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양식입니다. 한비자는 '예의란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실은 인과 예처럼 극도로 마음을 써야 하는 일은 아니죠. 최소한 상대를 사랑(仁)하거나 상대를 위해 헌신·희생(義)까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존중의 표현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의까지 경시당하는 세상은 우리도 알듯이 법이 판을 칩니다. '법대로' 세상이 되면 고소, 고발, 소송이 줄을 잇는 다툼으로 치닫고, 법도 통하지 않으면 주먹질이 난무하는 혼돈으로 치닫습니다. 법 밖의 행위들이 통하는 세상이 되면, 너그러움은 덕이 아니라 세상을 혼란시키는 화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덕이 덕으로 대접받는, 질서 있는 세상을 그나마 유지하는 마지노선이 예의라는 것이지요. '싸움의 기술'을 다루는 병법서에서도 '예의'를 중요시하는 건 바로 이렇게 인간이 스스로 행동을 통제하고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규범이기 때문일 겁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우리는 '실력'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실력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게 곧 정의라고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실력이란 무엇일까요. 타고난 총명함? 경험? 배경? 운? 아마도 이 모든 게 합쳐진 개념이겠죠. 어쨌든 실력이란 한마디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어떻게 실력을 키워야 하는지도 모호합니다. 이런 점에서 제갈량 병법서 [장원]에 나오는 실력 있는 장수가 갖춰야 하는 15가지 원칙에 관한 이야기는, 실력이라는 게 얼마나 다양한 방면에서 분투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1. 장수가 지녀야 할 15가지 원칙 적을 경시하고, 자기 조직의 규율이 단단하지 않으면 아무리 약한 적을 만나도 실패한다. 적에 대응하는 장수는 반드시 15개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① 사려思慮. 적정을 탐색해 적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② 힐문詰問. 은밀하게 탐문하고, 얻어낸 정보들은 세밀히 분석해야 한다. ③ 용맹勇猛. 적의 규모가 크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④ 염결廉潔. 눈앞의 이익보다 목표를 생각한다. ⑤ 공평公平. 인센티브와 패널티는 엄정하고 공평해야 한다. ⑥ 인욕忍辱. 치욕을 참을 줄 알아야 궁극적인 승리에 도달할 수 있다. ⑦ 관용寬容. 조직원을 두루 포용해야 한다. ⑧ 신의信義.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➈ 경현敬賢. 실력 있는 인재를 예우해야 한다. ➉ 명찰明察. 모략과 참언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⑪ 근신勤愼.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⑫ 인애仁愛. 부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정예로 기르려고 가르쳐야 한다. ⑬ 충국忠國. 헌신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⑭ 안분安分. 만족할 줄 알고 분수를 지켜야 한다. ⑮ 심모深謀. 깊이 생각하고 멀리 보며, 지피지기해야 한다. 이렇게 실력 있는 장수가 지켜야 하는 원칙은 15가지나 됩니다. 그런데 이중 어느 하나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매 항목마다 끊임없는 자기 수양과 절제를 요구합니다. 실력이 있다는 건 이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이 대목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를 체크하는 '체크포인트'로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력과 관련해선 또 하나의 쟁점이 있습니다. 실력 있는 사람이 승패를 겨뤄야 하는 상대는 늘 실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제갈량은 전투에서의 관건은 총명한 자들끼리 맞붙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실력 있는 자들끼리의 겨룸에서 이기는 비법은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2. 기회를 놓치지 말라 전투가 벌어지면 간혹 우둔한 자가 총명한 자를 이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총명한 자가 우둔한 자를 이긴다. 그러나 전쟁에서의 관건은 총명한 자가 총명한 자를 이기는 것이다. 지혜와 실력이 비슷한 자들끼리 맞붙어 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와 기세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일이 변화하는 모양과 시기를 잘 알아야 한다. 기회는 대개 세 가지 형태로 온다. 첫째, 일 혹은 사건이 변화하는 시기(사기事機). 일이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면 지혜롭지 못하다. 둘째, 힘의 변화 혹은 전세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세기勢機). 전세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도 결단하지 못해 적을 제압하지 못하면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셋째, 부하들의 사기가 변화하는 시기(정기情機). 부하들의 사기가 변하기 시작했는데 적시에 이를 알아채고 행동하지 못하면 용맹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실력있는 사람이 승리하는 비결은 시기를 잘 고르는 '안목'과 우유부단함을 경계하는 '결단력'이라는 것입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사극이나 중국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옆에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뭔가 염탐하거나 조사할 일이 있으면, 늘 그에게 "~을 알아보라"거나 "OOO을 조사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면 그는 어딘가로 가서 내용을 소상히 알아서 주인공에게 고합니다. 이런 이들을 흔히 심복, 조직 용어로는 참모라고 합니다. 참모도 하는 일과 특기에 따라 각각의 역할이 나뉩니다. [장원]에서는 장수는 세 종류의 참모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복심(腹心)·이목(耳目)·조아(爪牙)입니다. 그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1. 인재를 심복으로 두라 장수는 반드시 자신을 잘 아는 복심(腹心), 자신의 눈과 귀를 대신해줄 이목(耳目), 수족과 어금니처럼 부릴 수 있는 조아(爪牙)의 역할을 하는 참모들의 보필을 받아야 한다. 복심이 없으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길을 가면서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목이 없으면 암흑 속에 살며, 주변 상황이 어떠한지를 전혀 모르는 것과 같다. 조아가 없으면 굶주린 자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예외 없이 죽는 것과 같다. 복심은 반드시 박학하고 재주가 뛰어난 자여야 하며, 이목은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며 입이 무거운 자여야 하고, 조아는 용맹하고 싸움에 능한 자여야 한다. 참모의 역할로 나눈 복심·이목·조아 같은 용어는 중국 고대 병법서에선 두루 쓰이는 개념입니다. 이 용어는 아마도 태공망의 [육도]가 출처일 듯합니다. [육도]에서는 군대의 참모체계를 정교하게 나열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제갈량은 반드시 필요한 참모로 이 셋을 꼽았습니다. 여기서 잠시 [육도]에 제시된 고대 군대의 참모체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현대 조직과 고대 조직은 다르다는 점에서 지금도 유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옛것을 보다 보면 새로운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육도] '용도'편에 나온 내용입니다. 2. 장수는 팔다리·날개와 같은 보좌진 72명을 두어야 한다. 복심(腹心) 1명 : 은밀히 돌발상황에 대비, 병사 목숨 보전 등을 위한 다양한 계책 마련 모사(謀士) 5명 : 부대 안위 도모, 미연에 형세 변화 고려, 병사 품행과 능력 분석, 상벌 명확히 하고 재능에 따라 관직 내리고, 의혹에 대해 결단 천문(天文) 3명 : 천상과 역법 관장, 바람과 기후 관측, 일진 헤아리고, 천의와 인사 부합 여부 살피고, 군심 향배와 원인 확인 지리(地利) 3명 : 군대의 행군과 숙영하는 곳의 지형과 지세 살피고, 전장의 지형이 미치는 영향 및 양측의 강약 변화 분석, 전지와의 거리 및 험이 살피고, 지리적 이점 놓치지 않도록 면밀히 대비토록 하는 일 병법(兵法) 9명 : 각종 병서에 나오는 병법의 차이 토론, 역대 전사 승패의 교훈 찾아내고, 병기 선택해 훈련하고, 군율 위반자 검거 통량(通糧) 4명 : 군량 및 군수물자 수급 상황 헤아리고, 군수 및 양식 확보 비축, 군량 조달 분위(奮威) 4명 : 무예가 뛰어난 자를 선발, 뛰어난 장비의 선택과 배급 논의, 바람처럼 내달리며 벽력같이 움직여 어디서 출현하는지조차 모르게 하는 일 도맡아야 복기고(伏旗鼓) 3명 : 군기와 전고를 관장. 군령이 병사의 귀와 눈에 정확히 전달토록 하고, 적을 속이기 위해 가짜 부절과 인장을 만들고, 가짜 호령을 발하고, 은밀히 오가는 등 신출귀몰한 행보를 보여야 고굉(股肱) 4명 : 무거운 책무를 도맡아 위기 국면 타개를 주도하고 보루와 해자 수축해 방어에 만전을 기하는 일 통재(通材) 3명 : 장수의 대우에 소홀한 것이 있거나 과실이 있을 때 이를 보완하고, 사자를 접대하고, 교섭과 담판을 주도하고, 재앙을 없애고 맺힌 것을 푸는 일 권사(勸士) 3명 : 임기응변의 기책과 계획 주도, 특이한 작전으로 적이 짐작 못 하도록 하는 무궁무진한 전법 구사 이목(耳目) 7명 : 사방으로 분주히 다니며 여러 소식을 탐문하거나 수집하고 형세 변화를 분석하고, 사방의 사건과 정보 모으고, 군중에서 빚어지는 사건 등 사안의 배경과 정황까지 정확하게 파악 조아(爪牙) 5명 : 무위를 사방에서 떨치고, 3군을 격려하고, 어떤 어려움도 무릅쓰고, 강적과 맞서 싸우는 것을 조금도 꺼리지 않도록 한다. 우익(羽翼) 4명 : 아군을 적극 선양하며, 위명을 널리 떨치게 하고, 사방을 뒤흔들어 적의 투지를 약화시키도록 하는 일 유사(游士) 8명 : 적의 첩자 찾아내고, 적정의 변화 예측, 군심 동향 살피고, 적의 속셈 알아내는 간첩활동 주관 술사(術士) 2명 : 괴이한 일을 꾸며 이를 귀신의 소행으로 가장하면서 적의 군심 뒤흔들도록 방사(方士) 2명 : 치료 약 개발해 병사 상처 치료, 질병 고치는 일 주관 법산(法算) 2명 : 전국이 필요로 하는 영채와 보루 및 군량 등과 관련한 재정 현황 계산해 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중국 고대 병법은 무수한 전쟁을 치르며 엮은 실전 실용서입니다. 역사에 남은 뛰어난 영웅 뒤엔 바로 이런 참모조직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죠. 여기에선 조직에서 나를 도울 사람들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군대의 장군, 현대 조직의 관리자가 되면 자기 혼자 잘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움직여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그에 도달하는 것. 그렇게 만드는 게 관리자의 과업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조직의 관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떠받쳐줄 부하들입니다. [장원]에선 장수가 부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일러주는 강령들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될성부른 나무는 잘 키우고 잡초는 뽑아내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교육과 훈련을 잘 시켜야 합니다. 여기서는 옛 고대 군대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기술합니다. 보통 독자들에게 썩 유용한 내용은 아닐지 모르지만, 일단 고대 군대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1. 교육과 훈련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군대가 교육과 훈련을 게을리하면 실전에서 병사 100명이 적군 한 명도 당해 내지 못한다. 제대로 교육하고 훈련한 병사는 홀로 적군 100명도 상대할 수 있다. 공자가 이런 말을 했다. "군사교육과 훈련 없이 백성을 전쟁에 내보내는 것은 백성을 버리는 것(기민,棄民)이다." "덕 있는 사람이 백성을 7년에 걸쳐 교육과 훈련을 한 뒤에야 비로소 전쟁에 내보내 작전을 펼 수 있다." 실전을 위한 교육과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예의로 가르치고, 충신(忠信)을 일깨우고, 형법으로 훈계하고, 상벌로 군의 위엄을 세워야 하는데, 병사는 이런 교육과 훈련을 통해야 비로소 이 같은 전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백성을 먼저 교육시킨 뒤 구체적 전술을 가르쳐야 한다. 군진을 나누고 합치는 일이나 병사의 전투태세인 좌세(坐勢)와 기세(起勢), 행군의 진행과 정지, 진격과 퇴각, 편대의 분합, 병사의 산개(散開)와 집합(集合) 등이 그것이다. 군사훈련은 1명이 10명, 10명이 100명, 100명이 1,000명, 1,000명이 1만 명, 1만 명이 3군에 대해 차례로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군사교육과 훈련을 거친 후에야 가히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다. 요즘 세태에서 보자면 이 얘기는 진부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회사가 신입사원은 뽑지 않으면서 경력직만 원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취직하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학에 있다 보니, 개강 이후에도 어딘가에 인턴이 됐다며 수강을 포기하고 나가는 학생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대학 수업보다 인턴 경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된 거죠. 이젠 공무원 조직을 제외하면 대기업들도 자체 교육과 훈련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에 던져진 후 교육과 훈련을 통해 기자가 되었던 저로선 이 과정 없이 어떻게 어떤 기자가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개발연대의 눈부신 발전도 실은 기업마다 필사적으로 시켰던 교육과 훈련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AI와 로봇이 인간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시대지만 조직의 효율은 결국 사람이 좌우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관리자라면 공자님의 말씀, '기민 행위'에 관해 한번 새겨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조직의 관리자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람을 잘 기르는 일뿐 아니라 조직을 망치는 사람들을 파악해 걸러내거나 행동을 제지하는 작업도 해야 합니다. 사람이 조직을 키우기도 하지만, 망하게도 하는 것이니까요. 2. 조직을 망하게 하는 종벌레들 조직(군대)을 패망으로 이끄는 유형의 조직원들이 있다. ① 면피에 급급한 사람. 적정을 제대로 탐색하지 못하고 봉화부터 올리는 사람 ②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람. 제때 명을 내리지 못해 전군의 작전계획을 혼란스럽게 한다. ③ 제멋대로 행동하는 병사. 자기 위치도 모르고, 해야 할 일과 안 해야 할 일도 구별 못 하는 병사 ④ 부하를 돌보지 않고 혹사하는 상관 ⑤ 기발한 기술로 사익을 챙기고, 부하의 춥고 배고픈 상황을 돌보지 않는 상관 ⑥ 유언비어나 요사한 길흉화복의 말을 퍼뜨려 군심을 어지럽히는 사람 ⑦ 근거 없는 이야기를 시끄럽게 떠들어 장수와 지휘관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사람 ⑧ 만용을 부리고, 명에 따르지 않고, 잘난 척하며 상관을 능멸하는 사람 ➈ 조직의 재물에 손을 대 사적으로 유용한 사람 이상 9가지 유형은 군의 종벌레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이 있으면 반드시 패한다. 이런 자들을 가려 우리 조직에선 몰아내고, 적진엔 심어야 한다. 이 아홉 가지 유형, 익숙하지 않나요. 사람들이 있는 조직엔 이런 사람들이 꼭 섞여 있습니다. 내 조직의 동료와 상사들은 이런 유형해 속하지 않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조직 생활을 잘하려면 자기 주변 사람들을 잘 판단하는 기술도 있어야 하죠. [장원]은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1. 옛날에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군사를 운용할 일이 없었고, 군사를 잘 운용하는 사람은 군진을 포진할 일이 없었고, 포진을 잘하는 사람은 교전할 일이 없었고, 교전을 잘하는 사람은 패하는 일이 없었고, 패배에 잘 대처하는 사람은 망하지 않았다. 병법을 공부해 보면 '승리의 비법'은 배울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나 망하는 법, 그리고 망하지 않는 법에 관해선 많은 걸 배우게 됩니다. 어떤 일에서 성공한다는 건 개인의 창의성, 기질, 운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루틴(routine)이 없죠. 그런데 망하는 사례를 보면 대략의 공통점이 보입니다. 이를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망하지는 않는 길을 찾는 데 보탬이 됩니다. 성패를 가르는 기초 요인으로 꼽히는 게 바로 '타이밍'입니다. 병법에선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늘어놓지만, 그 바탕에 깔리는 것은 바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데 그 타이밍은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장원]에선 타이밍과 관련하여 세 가지를 설명합니다. #2. 하늘과 때와 사람이 준비되었을 때 일하라 장수가 병사를 출병할 때는 반드시 하늘의 뜻을 따르고, 시기를 적절하게 맞추고, 민의를 따라야 승리할 수 있다. 성급한 민심에 부응하느라 시기가 무르익지도 않고 하늘의 뜻도 아닌데 일을 진행하는 것은 역시(逆時), 즉 때를 거스른다고 한다. 시기가 무르익었고 민의도 그러하지만 아직은 천도에 맞지 않는데 일을 진행하는 것을 역천(逆天), 즉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한다. 천도와 시기는 맞았으나 민심이 따르지 않을 때 일을 하는 것을 역인(逆人), 즉 민심을 거스른다고 한다. 이 세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역천은 물론 역시와 역인을 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 세 가지 조건이 구비된 후에야 움직인다.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단서는 성급함과 조급함이 실패의 자양분이라는 것입니다. 일을 할 때 마음에 쫓겨 전후좌우를 다 따져보지 않고, 주변 상황에 부화뇌동하는 일만 경계해도 실패는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기다릴 줄 아는 것'이 타이밍을 고를 수 있는 기술이라는 거겠죠. 그런데 그냥 기다리면 안 됩니다. 준비를 해야죠. 장원의 열일곱째 강령이 준비에 관한 것입니다. #위기를 준비하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 국방보다 더 중요한 국가대사는 없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미리 적을 경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향후 돌이킬 수 없는 엄혹한 결과를 맞게 된다. 전군이 궤멸하고 장수가 죽는 복군살장의 참패처럼 엄청난 형세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나라가 환란에 처하면 군신이 모두 대책을 강구하며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 임용한다. 하지만 평소에 위기를 준비하지 않고, 적이 문 앞까지 들이닥쳤는데도 두려워할 줄 모른다면, 이는 제비가 천막 위에 둥지를 틀고, 물고기가 끓는 솥 안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다. 멸망이 머지않았다. [춘추좌전]에 이런 말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전시에 제대로 용병할 수 없다." "미리 준비를 잘해두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로부터 좋은 정치란 이런 것이다." "벌이나 전갈 같은 작은 벌레도 독이 있는데, 하물며 한 나라에 비장의 한 수가 없겠는가." 얕보아도 되는 적이란 없다. 미리 방비하지 않으면 아무리 병력이 많다고 해도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없는 출병은 있을 수 없다. 유비무환. 준비가 돼 있어야 화를 당하지 않는다. 광범위하고도 지당한 말씀입니다. 한데 이 대목은 전쟁을 대비하는 나라의 준비를 전제로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대목은 평범한 보통의 독자들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살짝 잔소리를 하고 넘어가자면, 고전 독서는 행간을 얼마나 읽어내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것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고전 독서의 방법은 많습니다. 디테일하게 고증하며 원작의 의도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고, 자구 해석에 공을 들이는 경우도 있지요. 고전 연구가들은 이렇게 하겠죠. 그런데 일반인의 독서에선 고증과 자구 해석에 매달리면 별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전 독서에선 행간의 메시지를 잡아내는 데 주력할 것을 권합니다. 예를 들어 이 대목에서 제가 찾은 개념은 '두려움'입니다. 환란은 순식간에 닥치고, 결코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알면 두렵죠. 두려워할 줄 알아야 준비가 시작됩니다.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인용도 많이 한 대목입니다. "벌이나 전갈 같은 작은 벌레도 독이 있는데, 하물며 한 나라에 비장의 한 수가 없겠는가. 얕보아도 되는 적이란 없다." 이 대목을 저는 이렇게 바꿔 읽습니다. "벌이나 전갈 같은 벌레도 독이 있는데, 아무리 약한 사람이라도 비장의 한 수가 없겠는가. 얕잡아봐도 좋은 사람은 없다." 어떤 경우라도, 누구라도 사람을 얕잡아봐선 안 됩니다. 그건 '준비'하는 자세가 아니라 반대로 재앙을 불러들이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저지른 잘못, 예를 들어 학폭 같은 경우 한참 지나서 나름의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덜컥 발목 잡히는 사례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약함'을 얕잡아본 후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고전은 이런 식으로 독자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활용하면 뜻밖에 참으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장원』은 제갈량이 군사를 교육한 매뉴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 책이 구체적인 실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런 실무적인 사례들을 보겠습니다. 『장원』의 열셋째 강령은 부대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 부하들의 특징을 살펴 다양한 팀을 짜야 한다 군대의 성패는 부대를 다양하게 편성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부하들의 특징을 살펴 그에 맞는 자리에 배치해 다양한 팀을 만든다. ① 투지가 뛰어나 어떤 강적을 만나도 홀로 맞설 수 있는 병사들로 특전대를 편성한다. (보국지사報國之士) ② 용기가 있고 건장하고 민첩한 병사들로는 돌격대를 편성한다. (돌진지사突陣之士) ③ 발이 가볍고 잘 달리는 병사들로 기동대를 편성한다. (건기지사搴旗之士) ④ 나는 듯이 말을 타고 활을 쏘면 백발백중하는 병사들로는 선봉대를 편성한다. (쟁봉지사爭鋒之士) ⑤ 활을 쏘면 반드시 맞추고, 맞추면 반드시 죽이는 병사들로 경무장타격대를 편성한다. (비치지사飛馳之士) ⑥ 먼 거리에서 강한 쇠뇌를 쏴서 명중시키는 병사들로 중무장타격대를 편성해 적의 예기를 꺾도록 해야 한다. (최봉지사摧鋒之士) 고대 군대의 얘기여서 지금 별로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얻어야 할 단서는 있습니다. 먼저 제갈량은 이 강령을 시작하면서 "군대의 성패는 부대를 다양하게 편성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여기는 군대입니다. 우리는 흔히 군대는 일사불란해야 한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지요. 한데 '일사불란'이 아닌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더 나아가 "부하들의 특징을 살펴 그에 맞는 자리에 배치해 다양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일을 맞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조직을 운영할 줄 아는 관리자가 조직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관리자라면 자기 조직 사람들의 다양한 재능과 특징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각자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건 현대에 이르러 발전한 생각이 아닙니다. 1800여 년 전 사람이 쓴 병서 속에 이미 있던 얘기입니다. # 사람의 마음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군자를 모멸하면 마음을 다하는 자가 없게 되고, 소인을 모멸하면 힘을 다하는 자가 없게 된다." 『서경』에 나오는 대목이다. 용병을 하려면 반드시 인재들의 영웅심을 끓게 해 끌어들이고, 상벌을 엄하게 시행해 병사들의 투지를 고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문무를 겸비하고, 강하고 부드러운 전술을 동시에 구사하며, 음악과 문학 등의 문화적 취향을 활용하며 인의를 지용(智勇)보다 앞세워야 한다. 『장원』은 병서입니다. 성경처럼 인간을 사랑하고 선하게 사는 방법을 논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싸우도록 하는 것입니다. '내가 승리(이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다루고 활용하는 법'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집니다. 『장원』은 적을 다루는 법, 아군을 대하는 방법, 그리고 적과 대치하는 방법 등을 이렇게 나열합니다. #적을 대하는 법 - 적이 궁박한 상황에 몰려 있으면, 느슨하게 포위해 공격한다. - 적이 이익을 탐하면, 그 욕심에 걸맞은 미끼를 내걸어 유인한다. - 적이 안으로 혼란스러우면, 그 틈에 공략한다. - 적이 상대를 깔보며 오만하게 굴면, 그들이 더욱 교만해지도록 만든다. - 적이 화목하고 결속해 있으면, 그들을 이간할 계책을 실행해야 한다. - 적이 강력하면, 계책을 세워 약화시켜야 한다. #아군을 대하는 법 - 위험에 처한 사람은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있으면 즐겁게 해주면서 두려움을 떨치게 해야 한다. - 적을 배반하고 귀부한 사람은 다독여 회유한다. -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풀어주고, 강포한 자는 억제하고, 유약한 자는 격려한다. - 지략과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은 발탁해 가까이 둔다. - 참언을 일삼고 말을 만들어내는 자는 반드시 엄히 조치한다. - 적의 재물을 찾아낸 자는 적시에 포상한다. #적과 대치하는 법 - 군대는 멈춰있을 때에는 물고기가 물밑에 멈춰있을 때처럼 고요하게 움직임을 들키지 않아야 하고, 움직일 때는 수달이 물속에서 헤엄치듯 재빠르고 유연해야 한다. - 적이 모여있으면 분산시키고, 적의 공세가 강하면 분쇄하고, 아군에겐 일사불란하게 진퇴를 명해야 한다. - 퇴각할 때는 산이 이동하듯 질서정연하고, 진격할 때는 폭풍우처럼 거세게 몰아친다. - 적을 공격해 궤멸시킬 때는 썩은 고목을 쓰러뜨리듯 해야 하고, 교전할 때는 맹호처럼 맹렬하게 달려들어야 한다. - 적은 약소한데 몇 배나 되는 막강한 무력으로 그런 적을 공략해서는 안 된다. - 병력이 많다고 적을 경시해서도 안 되고, 재주가 뛰어나다고 남을 경시해서도 안 된다. - 군주의 총애를 믿고 위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 - 전쟁 시엔 반드시 먼저 작전 계획에 만전을 기하고서야 움직여야 한다. - 작전을 펼 때에는 먼저 승리할 여건을 확인한 후에 움직여야 한다. - 전쟁에서 노획한 적의 재물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 포로로 잡힌 적을 자신을 위해 부려서도 안 된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1. 성취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나만 준비됐다고 저절로 성취하고 업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천하 기재의 자질을 타고났어도 때를 만나지 못하고 불운하면 세상에 나서보지도 못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다. 그러므로 주변의 환경을 살피고, 더 나아가 나의 재주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자신의 환경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지난 회까지 우리는 『장원』에서 자신이 어떤 재목감인지 발견하고, 자질을 연마하는 방법에 관한 10개 강령을 살펴봤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법에 대한 강령들이 시작됩니다. 말 그대로 나만 준비됐다고 저절로 업적을 이룰 수 없지요. 주변 환경이 받쳐줘야 하고, 그게 안 되면 자신의 성취를 위해 환경을 만들거나 주변 정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은 일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갈량은 이를 아래와 같이 기술합니다. #2. 진퇴는 야전사령관이 결정한다 옛날에 적이 쳐들어와 나라가 위태로우면, 군주는 현명하고 실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장수로 삼았다. 이때 군주는 사흘 동안 재계하며 부정한 일을 멀리하고, 종묘로 가서 발탁한 장수에게 부월(도끼)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장군이 지휘하시오." ① 적에게 허점이 있으면 이를 노려 진격하고, 견실하고 강하면 퇴각하시오. ②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사람을 얕보지 말고, 독선으로 병사들과 대립하지 마시오. ③ 일의 성사가 자신의 공적과 능력인 양 자랑해 충신을 잃지 않도록 하시오. ④ 휘하의 병사들이 앉지 않았을 때 먼저 앉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⑤ 휘하의 병사들이 먹지 못하는데 먼저 먹지 않도록 하시오. ⑥ 휘하의 병사들과 함께 더위와 추위를 견디고, 고생과 고통 그리고 즐거움을 함께하고, 환난을 함께 겪으시오. 이리하면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적은 기필코 패망할 것이다. 장군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다짐하며, 병사들을 이끌고 북문으로 나가 출정길에 오른다. 그러면 군주는 이들을 전송하며 무릎을 꿇고 수레바퀴를 밀면서 말한다. "진격과 퇴각은 오직 시기를 보아가며 행하시오. 군대의 모든 일은 나의 군명을 따르지 말고 장군이 호령하여 집행하시오." 이렇게 전쟁에 나선 장수가 위로는 하늘이나 아래로는 땅에서조차도 간섭받지 않고, 앞을 막는 적이나 뒤에 있는 군주의 간섭을 받지 않게 되면, 지혜로운 참모가 계책을 내고, 용감한 장수들이 분투를 하면서 밖으로는 전쟁에서 이기고 안으로는 업적을 이루어 후대에 이르기까지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은 고대 중국 전쟁의 출정 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는 황제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다'는 게 병가의 상식인데, 옛 군주들은 출정 의식을 통해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재량권은 장군에게 있음을 이렇게 선언했다는군요. 실제 전지(戰地)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이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알 수 없으니,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 확률이 높겠지요. 문제는 이 당연한 이치가 사람 혹은 조직으로 내려오면 참으로 다양한 역동성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믿고 맡기는 윗사람이 있는가 하면, 버라이어티하게 참견하는 윗사람도 있지요. 옛 사례들을 보아도 대략 변변찮은 군주일수록 전투에 참견하여 전투를 망치거나, 이를 듣지 않고 전투에서 승리한 장군에겐 벌을 줍니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당시 상황처럼 말입니다. 인간 세상의 불행과 혼란은 변변찮고 무지한 리더들이 저지르는 만행에서 오는 것이 많지요. 변변찮은 인물은 주변에 자기보다 더 변변찮은 인물들을 포진하기 때문에, 변변찮은 리더의 조직에선 높은 곳에 오르는 사람일수록 변변찮은 인물들이 많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요. 그러니 자기가 하는 일에서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책임을 지려고 해도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2의 사례처럼 전투의 주도권은 군주가 주어야 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처음부터 자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더를 만나는 것은 대단한 행운입니다. 형주의 실력 있는 선비 제갈량이 궁벽한 시골 신야에 객장으로 와 있던 유비의 책사가 되기로 결정한 것처럼 말입니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쉽게 성취되긴 어렵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일하는 조직의 장이 썩 훌륭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장이, 수준은 허접하고 탐욕스러우면, 아부하여 줄을 타는 사람들이 승승장구하여 존경받지 못하는 높은 사람들이 득실대는 한심한 조직이 됩니다. 포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조직에선 도망쳐야죠. 상당수 평범한 조직에선 자기 실력대로 고집스럽게 밀어붙여 어느 정도까지는 성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든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합니다. 결국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지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성취하고 싶은지 정하고, 자기가 몸담은 조직을 잘 파악하고, 머물 때와 떠날 때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왕이 장군에게 도끼를 전하며 부탁한 여섯 가지 권고를 다시 한번 새겨보십시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떤 태도로 일에 임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고, 겸손해야 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예의를 다하는 것.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이런 태도이겠죠.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제갈량의 병법서 『장원』을 풀어쓴 이번 시리즈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사람이 조직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 혹은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라는 '리더의 자격 혹은 자질'의 문제를 다뤘습니다. 『장원』은 '장수는 반드시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강령으로 시작하죠. 그리고 그 '실력'의 구체적인 강령들을 깨알같이 나열합니다. 드디어 이번 회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마지막 제갈량의 강령이 될 것입니다. 자질이 뛰어난 리더의 '기본 자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강하면서도 부드러울 것을 주문합니다. '강유(剛柔)를 겸비하라'는 것입니다. # 강유의 겸비 자질이 뛰어난 장수는 강하지만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지만 굴복하지 않는다. 약함으로 강함을 누르는 이약제강(以弱制强)과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이유제강(以柔制剛)의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부드럽고 약하기만 하면 부대는 반드시 쇠약해진다. 오직 굳세고 강한 부대는 반드시 망한다. 부드럽고 유연하나 강할 때 강할 수 있는 강유의 겸비가 장수의 기본자세이다. 사실 다 아는 얘기입니다. 단단하면 쉽게 깨지고, 부드러우면 쉽게 흘러버리죠. 그러므로 세상 이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누구나 강유를 겸비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라는 것입니다. 주변에 이런 케이스가 있으면, 그나마 쉽게 감을 잡을 수 있는데 그렇게 쉽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원』에는 또 장수가 갖춰야 할 다섯 가지 기본 덕목과 버려야 할 여덟 가지 악덕을 나열합니다. 먼저 다섯 가지 덕목부터 보지요. # 다섯 가지 기본 덕목(五强) ① 절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랫사람에게 올바른 습관과 기풍을 고취할 수 있다. ②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간에 화목해야 명망을 얻을 수 있다. ③ 신의가 있어야 좋은 벗을 사귈 수 있다. ④ 깊이 생각해야 백성들을 포용할 수 있다. ⑤ 최선을 다해야 공을 이룰 수 있다. 요즘 말로 조금 더 풀어 보겠습니다. 오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평판과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도. 말 그대로 절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화가 나면 곧바로 격노하거나 갑의 위치에서 갑질을 하면 안 되겠죠. 효도와 우애는 인간성의 문제입니다. 신의를 지키고, 자기 생각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주변을 두루 통찰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거기에다 최선까지 다해야 합니다. 제갈량의 '오강'은 조직 내 좋은 상하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기술을 쉽고 구체적으로 나열하죠. 하지만 개인이 수양해야 할 덕목과 관련해선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추상적이지만, 태공망의 『육도(六韜)』 편 중 장수의 자질을 논하는 부분에서 빌려오겠습니다. # 장수가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재능(五材) -용(勇) : 용맹스러우면 범하지 못하고, -지(智) : 지혜로우면 어지럽히지 못하고 -인(仁) : 인자하면 사람을 사랑하고, -신(信) : 신의가 있으면 남을 속이지 않고, -충(忠) : 충성스러우면 두 마음을 품지 않는다. 다음, 리더라면 해선 안 될 것들을 8악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 장수가 버려야 할 여덟 가지 악덕(八惡) ① 계책이 부족해 시비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것 ② 예절이 없어 현량한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 ③ 정무적 능력이 없어 법 집행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④ 재력이 있어도 궁핍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 ⑤ 아는 게 없어 사전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것 ⑥ 사려함이 부족해 기밀이 누출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 ⑦ 지위가 높아지고 귀해져도 인재를 천거하지 않는 것 ⑧ 실패하고서 남을 원망하며 비방하는 것 제갈량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쉽게 리더의 악덕을 정리합니다. 팔악은 일반적인 자질의 문제입니다. 한데 리더마다 성향과 스타일이 다릅니다. 리더의 스타일에 따른 위험을 잘 정리해 놓은 사례도 『육도』 편 중 장수의 자질을 논하는 부분에서 빌려오겠습니다. 그는 화근이 되는 장수의 열 가지 경우를 나열합니다. # 화를 부르는 장수의 열 가지 경우(十過) -지나치게 용감해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자, 상대가 화를 돋우면 격노해 목숨을 잃기 쉽다. -지나치게 서둘러 공을 급히 세우려는 자, 상대의 지구전에 말려들 소지가 크다. -욕심이 과해 이익을 지나치게 밝히는 자, 상대의 뇌물에 쉽게 무너진다. -지나치게 어질어 인정에 견디지 못하는 자, 신경 쓸 데가 많아 쉽게 지친다. -총명하나 내심 겁이 많은 자, 곤경에 처하면 속수무책이 된다 -신의가 있으나 사람을 지나치게 잘 믿는 자, 속임수에 쉽게 넘어간다. -청렴결백하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자, 상대의 무함과 모욕에 스스로 무너진다. -지모가 있으나 결단하지 못하는 자, 상대의 기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굳세고 과단성이 있으나 독선적인 자, 상대의 부추김에 쉽게 넘어가 일을 그르친다. -마음이 여려서 책임을 남에게 잘 떠넘기는 자, 상대에게 농락당하기 쉽다. 이 대목에서, 리더십 공부를 위한 병법서 활용에 대해 잠시 첨언하자면, 『장원』은 쉽고 직관적이어서 가장 무난합니다. 『육도』는 선악, 흑백으로 나뉘지 않는 인간의 다면성과 복잡성을 면밀하게 통찰합니다. 세간에서 흔히 덕으로 칭송받는 행태의 약점까지 속속들이 공략합니다. 용감, 어짊, 신의 같은 덕목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통찰하죠. 계략이 강합니다. 전시엔 훨씬 유용할 겁니다. 하지만 평상시엔 통하기 힘든 부분도 많고, '참 어렵게 산다' 싶은 부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일반인의 독서에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간혹 이렇게 인용할 만한 대목이 있어서 활용할 뿐입니다. 디자인 : 정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