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 - 독서일가 주필 - 전 중앙일보 대기자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우리는 '실력'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실력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게 곧 정의라고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실력이란 무엇일까요. 타고난 총명함? 경험? 배경? 운? 아마도 이 모든 게 합쳐진 개념이겠죠. 어쨌든 실력이란 한마디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어떻게 실력을 키워야 하는지도 모호합니다. 이런 점에서 제갈량 병법서 [장원]에 나오는 실력 있는 장수가 갖춰야 하는 15가지 원칙에 관한 이야기는, 실력이라는 게 얼마나 다양한 방면에서 분투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1. 장수가 지녀야 할 15가지 원칙 적을 경시하고, 자기 조직의 규율이 단단하지 않으면 아무리 약한 적을 만나도 실패한다. 적에 대응하는 장수는 반드시 15개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① 사려思慮. 적정을 탐색해 적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② 힐문詰問. 은밀하게 탐문하고, 얻어낸 정보들은 세밀히 분석해야 한다. ③ 용맹勇猛. 적의 규모가 크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④ 염결廉潔. 눈앞의 이익보다 목표를 생각한다. ⑤ 공평公平. 인센티브와 패널티는 엄정하고 공평해야 한다. ⑥ 인욕忍辱. 치욕을 참을 줄 알아야 궁극적인 승리에 도달할 수 있다. ⑦ 관용寬容. 조직원을 두루 포용해야 한다. ⑧ 신의信義.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➈ 경현敬賢. 실력 있는 인재를 예우해야 한다. ➉ 명찰明察. 모략과 참언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⑪ 근신勤愼.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⑫ 인애仁愛. 부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정예로 기르려고 가르쳐야 한다. ⑬ 충국忠國. 헌신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⑭ 안분安分. 만족할 줄 알고 분수를 지켜야 한다. ⑮ 심모深謀. 깊이 생각하고 멀리 보며, 지피지기해야 한다. 이렇게 실력 있는 장수가 지켜야 하는 원칙은 15가지나 됩니다. 그런데 이중 어느 하나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매 항목마다 끊임없는 자기 수양과 절제를 요구합니다. 실력이 있다는 건 이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이 대목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를 체크하는 '체크포인트'로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력과 관련해선 또 하나의 쟁점이 있습니다. 실력 있는 사람이 승패를 겨뤄야 하는 상대는 늘 실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제갈량은 전투에서의 관건은 총명한 자들끼리 맞붙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실력 있는 자들끼리의 겨룸에서 이기는 비법은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2. 기회를 놓치지 말라 전투가 벌어지면 간혹 우둔한 자가 총명한 자를 이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총명한 자가 우둔한 자를 이긴다. 그러나 전쟁에서의 관건은 총명한 자가 총명한 자를 이기는 것이다. 지혜와 실력이 비슷한 자들끼리 맞붙어 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와 기세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일이 변화하는 모양과 시기를 잘 알아야 한다. 기회는 대개 세 가지 형태로 온다. 첫째, 일 혹은 사건이 변화하는 시기(사기事機). 일이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면 지혜롭지 못하다. 둘째, 힘의 변화 혹은 전세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세기勢機). 전세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도 결단하지 못해 적을 제압하지 못하면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셋째, 부하들의 사기가 변화하는 시기(정기情機). 부하들의 사기가 변하기 시작했는데 적시에 이를 알아채고 행동하지 못하면 용맹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실력있는 사람이 승리하는 비결은 시기를 잘 고르는 '안목'과 우유부단함을 경계하는 '결단력'이라는 것입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사극이나 중국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옆에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뭔가 염탐하거나 조사할 일이 있으면, 늘 그에게 "~을 알아보라"거나 "OOO을 조사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면 그는 어딘가로 가서 내용을 소상히 알아서 주인공에게 고합니다. 이런 이들을 흔히 심복, 조직 용어로는 참모라고 합니다. 참모도 하는 일과 특기에 따라 각각의 역할이 나뉩니다. [장원]에서는 장수는 세 종류의 참모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복심(腹心)·이목(耳目)·조아(爪牙)입니다. 그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1. 인재를 심복으로 두라 장수는 반드시 자신을 잘 아는 복심(腹心), 자신의 눈과 귀를 대신해줄 이목(耳目), 수족과 어금니처럼 부릴 수 있는 조아(爪牙)의 역할을 하는 참모들의 보필을 받아야 한다. 복심이 없으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길을 가면서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목이 없으면 암흑 속에 살며, 주변 상황이 어떠한지를 전혀 모르는 것과 같다. 조아가 없으면 굶주린 자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예외 없이 죽는 것과 같다. 복심은 반드시 박학하고 재주가 뛰어난 자여야 하며, 이목은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며 입이 무거운 자여야 하고, 조아는 용맹하고 싸움에 능한 자여야 한다. 참모의 역할로 나눈 복심·이목·조아 같은 용어는 중국 고대 병법서에선 두루 쓰이는 개념입니다. 이 용어는 아마도 태공망의 [육도]가 출처일 듯합니다. [육도]에서는 군대의 참모체계를 정교하게 나열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제갈량은 반드시 필요한 참모로 이 셋을 꼽았습니다. 여기서 잠시 [육도]에 제시된 고대 군대의 참모체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현대 조직과 고대 조직은 다르다는 점에서 지금도 유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옛것을 보다 보면 새로운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육도] '용도'편에 나온 내용입니다. 2. 장수는 팔다리·날개와 같은 보좌진 72명을 두어야 한다. 복심(腹心) 1명 : 은밀히 돌발상황에 대비, 병사 목숨 보전 등을 위한 다양한 계책 마련 모사(謀士) 5명 : 부대 안위 도모, 미연에 형세 변화 고려, 병사 품행과 능력 분석, 상벌 명확히 하고 재능에 따라 관직 내리고, 의혹에 대해 결단 천문(天文) 3명 : 천상과 역법 관장, 바람과 기후 관측, 일진 헤아리고, 천의와 인사 부합 여부 살피고, 군심 향배와 원인 확인 지리(地利) 3명 : 군대의 행군과 숙영하는 곳의 지형과 지세 살피고, 전장의 지형이 미치는 영향 및 양측의 강약 변화 분석, 전지와의 거리 및 험이 살피고, 지리적 이점 놓치지 않도록 면밀히 대비토록 하는 일 병법(兵法) 9명 : 각종 병서에 나오는 병법의 차이 토론, 역대 전사 승패의 교훈 찾아내고, 병기 선택해 훈련하고, 군율 위반자 검거 통량(通糧) 4명 : 군량 및 군수물자 수급 상황 헤아리고, 군수 및 양식 확보 비축, 군량 조달 분위(奮威) 4명 : 무예가 뛰어난 자를 선발, 뛰어난 장비의 선택과 배급 논의, 바람처럼 내달리며 벽력같이 움직여 어디서 출현하는지조차 모르게 하는 일 도맡아야 복기고(伏旗鼓) 3명 : 군기와 전고를 관장. 군령이 병사의 귀와 눈에 정확히 전달토록 하고, 적을 속이기 위해 가짜 부절과 인장을 만들고, 가짜 호령을 발하고, 은밀히 오가는 등 신출귀몰한 행보를 보여야 고굉(股肱) 4명 : 무거운 책무를 도맡아 위기 국면 타개를 주도하고 보루와 해자 수축해 방어에 만전을 기하는 일 통재(通材) 3명 : 장수의 대우에 소홀한 것이 있거나 과실이 있을 때 이를 보완하고, 사자를 접대하고, 교섭과 담판을 주도하고, 재앙을 없애고 맺힌 것을 푸는 일 권사(勸士) 3명 : 임기응변의 기책과 계획 주도, 특이한 작전으로 적이 짐작 못 하도록 하는 무궁무진한 전법 구사 이목(耳目) 7명 : 사방으로 분주히 다니며 여러 소식을 탐문하거나 수집하고 형세 변화를 분석하고, 사방의 사건과 정보 모으고, 군중에서 빚어지는 사건 등 사안의 배경과 정황까지 정확하게 파악 조아(爪牙) 5명 : 무위를 사방에서 떨치고, 3군을 격려하고, 어떤 어려움도 무릅쓰고, 강적과 맞서 싸우는 것을 조금도 꺼리지 않도록 한다. 우익(羽翼) 4명 : 아군을 적극 선양하며, 위명을 널리 떨치게 하고, 사방을 뒤흔들어 적의 투지를 약화시키도록 하는 일 유사(游士) 8명 : 적의 첩자 찾아내고, 적정의 변화 예측, 군심 동향 살피고, 적의 속셈 알아내는 간첩활동 주관 술사(術士) 2명 : 괴이한 일을 꾸며 이를 귀신의 소행으로 가장하면서 적의 군심 뒤흔들도록 방사(方士) 2명 : 치료 약 개발해 병사 상처 치료, 질병 고치는 일 주관 법산(法算) 2명 : 전국이 필요로 하는 영채와 보루 및 군량 등과 관련한 재정 현황 계산해 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중국 고대 병법은 무수한 전쟁을 치르며 엮은 실전 실용서입니다. 역사에 남은 뛰어난 영웅 뒤엔 바로 이런 참모조직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죠. 여기에선 조직에서 나를 도울 사람들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군대의 장군, 현대 조직의 관리자가 되면 자기 혼자 잘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움직여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그에 도달하는 것. 그렇게 만드는 게 관리자의 과업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조직의 관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떠받쳐줄 부하들입니다. [장원]에선 장수가 부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일러주는 강령들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될성부른 나무는 잘 키우고 잡초는 뽑아내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교육과 훈련을 잘 시켜야 합니다. 여기서는 옛 고대 군대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기술합니다. 보통 독자들에게 썩 유용한 내용은 아닐지 모르지만, 일단 고대 군대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1. 교육과 훈련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군대가 교육과 훈련을 게을리하면 실전에서 병사 100명이 적군 한 명도 당해 내지 못한다. 제대로 교육하고 훈련한 병사는 홀로 적군 100명도 상대할 수 있다. 공자가 이런 말을 했다. "군사교육과 훈련 없이 백성을 전쟁에 내보내는 것은 백성을 버리는 것(기민,棄民)이다." "덕 있는 사람이 백성을 7년에 걸쳐 교육과 훈련을 한 뒤에야 비로소 전쟁에 내보내 작전을 펼 수 있다." 실전을 위한 교육과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예의로 가르치고, 충신(忠信)을 일깨우고, 형법으로 훈계하고, 상벌로 군의 위엄을 세워야 하는데, 병사는 이런 교육과 훈련을 통해야 비로소 이 같은 전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백성을 먼저 교육시킨 뒤 구체적 전술을 가르쳐야 한다. 군진을 나누고 합치는 일이나 병사의 전투태세인 좌세(坐勢)와 기세(起勢), 행군의 진행과 정지, 진격과 퇴각, 편대의 분합, 병사의 산개(散開)와 집합(集合) 등이 그것이다. 군사훈련은 1명이 10명, 10명이 100명, 100명이 1,000명, 1,000명이 1만 명, 1만 명이 3군에 대해 차례로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군사교육과 훈련을 거친 후에야 가히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다. 요즘 세태에서 보자면 이 얘기는 진부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회사가 신입사원은 뽑지 않으면서 경력직만 원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취직하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학에 있다 보니, 개강 이후에도 어딘가에 인턴이 됐다며 수강을 포기하고 나가는 학생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대학 수업보다 인턴 경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된 거죠. 이젠 공무원 조직을 제외하면 대기업들도 자체 교육과 훈련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에 던져진 후 교육과 훈련을 통해 기자가 되었던 저로선 이 과정 없이 어떻게 어떤 기자가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개발연대의 눈부신 발전도 실은 기업마다 필사적으로 시켰던 교육과 훈련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AI와 로봇이 인간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시대지만 조직의 효율은 결국 사람이 좌우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관리자라면 공자님의 말씀, '기민 행위'에 관해 한번 새겨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조직의 관리자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람을 잘 기르는 일뿐 아니라 조직을 망치는 사람들을 파악해 걸러내거나 행동을 제지하는 작업도 해야 합니다. 사람이 조직을 키우기도 하지만, 망하게도 하는 것이니까요. 2. 조직을 망하게 하는 종벌레들 조직(군대)을 패망으로 이끄는 유형의 조직원들이 있다. ① 면피에 급급한 사람. 적정을 제대로 탐색하지 못하고 봉화부터 올리는 사람 ②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람. 제때 명을 내리지 못해 전군의 작전계획을 혼란스럽게 한다. ③ 제멋대로 행동하는 병사. 자기 위치도 모르고, 해야 할 일과 안 해야 할 일도 구별 못 하는 병사 ④ 부하를 돌보지 않고 혹사하는 상관 ⑤ 기발한 기술로 사익을 챙기고, 부하의 춥고 배고픈 상황을 돌보지 않는 상관 ⑥ 유언비어나 요사한 길흉화복의 말을 퍼뜨려 군심을 어지럽히는 사람 ⑦ 근거 없는 이야기를 시끄럽게 떠들어 장수와 지휘관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사람 ⑧ 만용을 부리고, 명에 따르지 않고, 잘난 척하며 상관을 능멸하는 사람 ➈ 조직의 재물에 손을 대 사적으로 유용한 사람 이상 9가지 유형은 군의 종벌레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이 있으면 반드시 패한다. 이런 자들을 가려 우리 조직에선 몰아내고, 적진엔 심어야 한다. 이 아홉 가지 유형, 익숙하지 않나요. 사람들이 있는 조직엔 이런 사람들이 꼭 섞여 있습니다. 내 조직의 동료와 상사들은 이런 유형해 속하지 않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조직 생활을 잘하려면 자기 주변 사람들을 잘 판단하는 기술도 있어야 하죠. [장원]은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1. 옛날에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군사를 운용할 일이 없었고, 군사를 잘 운용하는 사람은 군진을 포진할 일이 없었고, 포진을 잘하는 사람은 교전할 일이 없었고, 교전을 잘하는 사람은 패하는 일이 없었고, 패배에 잘 대처하는 사람은 망하지 않았다. 병법을 공부해 보면 '승리의 비법'은 배울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나 망하는 법, 그리고 망하지 않는 법에 관해선 많은 걸 배우게 됩니다. 어떤 일에서 성공한다는 건 개인의 창의성, 기질, 운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루틴(routine)이 없죠. 그런데 망하는 사례를 보면 대략의 공통점이 보입니다. 이를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망하지는 않는 길을 찾는 데 보탬이 됩니다. 성패를 가르는 기초 요인으로 꼽히는 게 바로 '타이밍'입니다. 병법에선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늘어놓지만, 그 바탕에 깔리는 것은 바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데 그 타이밍은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장원]에선 타이밍과 관련하여 세 가지를 설명합니다. #2. 하늘과 때와 사람이 준비되었을 때 일하라 장수가 병사를 출병할 때는 반드시 하늘의 뜻을 따르고, 시기를 적절하게 맞추고, 민의를 따라야 승리할 수 있다. 성급한 민심에 부응하느라 시기가 무르익지도 않고 하늘의 뜻도 아닌데 일을 진행하는 것은 역시(逆時), 즉 때를 거스른다고 한다. 시기가 무르익었고 민의도 그러하지만 아직은 천도에 맞지 않는데 일을 진행하는 것을 역천(逆天), 즉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한다. 천도와 시기는 맞았으나 민심이 따르지 않을 때 일을 하는 것을 역인(逆人), 즉 민심을 거스른다고 한다. 이 세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역천은 물론 역시와 역인을 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 세 가지 조건이 구비된 후에야 움직인다.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단서는 성급함과 조급함이 실패의 자양분이라는 것입니다. 일을 할 때 마음에 쫓겨 전후좌우를 다 따져보지 않고, 주변 상황에 부화뇌동하는 일만 경계해도 실패는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기다릴 줄 아는 것'이 타이밍을 고를 수 있는 기술이라는 거겠죠. 그런데 그냥 기다리면 안 됩니다. 준비를 해야죠. 장원의 열일곱째 강령이 준비에 관한 것입니다. #위기를 준비하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 국방보다 더 중요한 국가대사는 없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미리 적을 경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향후 돌이킬 수 없는 엄혹한 결과를 맞게 된다. 전군이 궤멸하고 장수가 죽는 복군살장의 참패처럼 엄청난 형세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나라가 환란에 처하면 군신이 모두 대책을 강구하며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 임용한다. 하지만 평소에 위기를 준비하지 않고, 적이 문 앞까지 들이닥쳤는데도 두려워할 줄 모른다면, 이는 제비가 천막 위에 둥지를 틀고, 물고기가 끓는 솥 안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다. 멸망이 머지않았다. [춘추좌전]에 이런 말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전시에 제대로 용병할 수 없다." "미리 준비를 잘해두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로부터 좋은 정치란 이런 것이다." "벌이나 전갈 같은 작은 벌레도 독이 있는데, 하물며 한 나라에 비장의 한 수가 없겠는가." 얕보아도 되는 적이란 없다. 미리 방비하지 않으면 아무리 병력이 많다고 해도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없는 출병은 있을 수 없다. 유비무환. 준비가 돼 있어야 화를 당하지 않는다. 광범위하고도 지당한 말씀입니다. 한데 이 대목은 전쟁을 대비하는 나라의 준비를 전제로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대목은 평범한 보통의 독자들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살짝 잔소리를 하고 넘어가자면, 고전 독서는 행간을 얼마나 읽어내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것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고전 독서의 방법은 많습니다. 디테일하게 고증하며 원작의 의도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고, 자구 해석에 공을 들이는 경우도 있지요. 고전 연구가들은 이렇게 하겠죠. 그런데 일반인의 독서에선 고증과 자구 해석에 매달리면 별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전 독서에선 행간의 메시지를 잡아내는 데 주력할 것을 권합니다. 예를 들어 이 대목에서 제가 찾은 개념은 '두려움'입니다. 환란은 순식간에 닥치고, 결코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알면 두렵죠. 두려워할 줄 알아야 준비가 시작됩니다.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인용도 많이 한 대목입니다. "벌이나 전갈 같은 작은 벌레도 독이 있는데, 하물며 한 나라에 비장의 한 수가 없겠는가. 얕보아도 되는 적이란 없다." 이 대목을 저는 이렇게 바꿔 읽습니다. "벌이나 전갈 같은 벌레도 독이 있는데, 아무리 약한 사람이라도 비장의 한 수가 없겠는가. 얕잡아봐도 좋은 사람은 없다." 어떤 경우라도, 누구라도 사람을 얕잡아봐선 안 됩니다. 그건 '준비'하는 자세가 아니라 반대로 재앙을 불러들이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저지른 잘못, 예를 들어 학폭 같은 경우 한참 지나서 나름의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덜컥 발목 잡히는 사례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약함'을 얕잡아본 후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고전은 이런 식으로 독자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활용하면 뜻밖에 참으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장원』은 제갈량이 군사를 교육한 매뉴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 책이 구체적인 실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런 실무적인 사례들을 보겠습니다. 『장원』의 열셋째 강령은 부대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 부하들의 특징을 살펴 다양한 팀을 짜야 한다 군대의 성패는 부대를 다양하게 편성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부하들의 특징을 살펴 그에 맞는 자리에 배치해 다양한 팀을 만든다. ① 투지가 뛰어나 어떤 강적을 만나도 홀로 맞설 수 있는 병사들로 특전대를 편성한다. (보국지사報國之士) ② 용기가 있고 건장하고 민첩한 병사들로는 돌격대를 편성한다. (돌진지사突陣之士) ③ 발이 가볍고 잘 달리는 병사들로 기동대를 편성한다. (건기지사搴旗之士) ④ 나는 듯이 말을 타고 활을 쏘면 백발백중하는 병사들로는 선봉대를 편성한다. (쟁봉지사爭鋒之士) ⑤ 활을 쏘면 반드시 맞추고, 맞추면 반드시 죽이는 병사들로 경무장타격대를 편성한다. (비치지사飛馳之士) ⑥ 먼 거리에서 강한 쇠뇌를 쏴서 명중시키는 병사들로 중무장타격대를 편성해 적의 예기를 꺾도록 해야 한다. (최봉지사摧鋒之士) 고대 군대의 얘기여서 지금 별로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얻어야 할 단서는 있습니다. 먼저 제갈량은 이 강령을 시작하면서 "군대의 성패는 부대를 다양하게 편성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여기는 군대입니다. 우리는 흔히 군대는 일사불란해야 한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지요. 한데 '일사불란'이 아닌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더 나아가 "부하들의 특징을 살펴 그에 맞는 자리에 배치해 다양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일을 맞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조직을 운영할 줄 아는 관리자가 조직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관리자라면 자기 조직 사람들의 다양한 재능과 특징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각자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건 현대에 이르러 발전한 생각이 아닙니다. 1800여 년 전 사람이 쓴 병서 속에 이미 있던 얘기입니다. # 사람의 마음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군자를 모멸하면 마음을 다하는 자가 없게 되고, 소인을 모멸하면 힘을 다하는 자가 없게 된다." 『서경』에 나오는 대목이다. 용병을 하려면 반드시 인재들의 영웅심을 끓게 해 끌어들이고, 상벌을 엄하게 시행해 병사들의 투지를 고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문무를 겸비하고, 강하고 부드러운 전술을 동시에 구사하며, 음악과 문학 등의 문화적 취향을 활용하며 인의를 지용(智勇)보다 앞세워야 한다. 『장원』은 병서입니다. 성경처럼 인간을 사랑하고 선하게 사는 방법을 논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싸우도록 하는 것입니다. '내가 승리(이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다루고 활용하는 법'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집니다. 『장원』은 적을 다루는 법, 아군을 대하는 방법, 그리고 적과 대치하는 방법 등을 이렇게 나열합니다. #적을 대하는 법 - 적이 궁박한 상황에 몰려 있으면, 느슨하게 포위해 공격한다. - 적이 이익을 탐하면, 그 욕심에 걸맞은 미끼를 내걸어 유인한다. - 적이 안으로 혼란스러우면, 그 틈에 공략한다. - 적이 상대를 깔보며 오만하게 굴면, 그들이 더욱 교만해지도록 만든다. - 적이 화목하고 결속해 있으면, 그들을 이간할 계책을 실행해야 한다. - 적이 강력하면, 계책을 세워 약화시켜야 한다. #아군을 대하는 법 - 위험에 처한 사람은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있으면 즐겁게 해주면서 두려움을 떨치게 해야 한다. - 적을 배반하고 귀부한 사람은 다독여 회유한다. -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풀어주고, 강포한 자는 억제하고, 유약한 자는 격려한다. - 지략과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은 발탁해 가까이 둔다. - 참언을 일삼고 말을 만들어내는 자는 반드시 엄히 조치한다. - 적의 재물을 찾아낸 자는 적시에 포상한다. #적과 대치하는 법 - 군대는 멈춰있을 때에는 물고기가 물밑에 멈춰있을 때처럼 고요하게 움직임을 들키지 않아야 하고, 움직일 때는 수달이 물속에서 헤엄치듯 재빠르고 유연해야 한다. - 적이 모여있으면 분산시키고, 적의 공세가 강하면 분쇄하고, 아군에겐 일사불란하게 진퇴를 명해야 한다. - 퇴각할 때는 산이 이동하듯 질서정연하고, 진격할 때는 폭풍우처럼 거세게 몰아친다. - 적을 공격해 궤멸시킬 때는 썩은 고목을 쓰러뜨리듯 해야 하고, 교전할 때는 맹호처럼 맹렬하게 달려들어야 한다. - 적은 약소한데 몇 배나 되는 막강한 무력으로 그런 적을 공략해서는 안 된다. - 병력이 많다고 적을 경시해서도 안 되고, 재주가 뛰어나다고 남을 경시해서도 안 된다. - 군주의 총애를 믿고 위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 - 전쟁 시엔 반드시 먼저 작전 계획에 만전을 기하고서야 움직여야 한다. - 작전을 펼 때에는 먼저 승리할 여건을 확인한 후에 움직여야 한다. - 전쟁에서 노획한 적의 재물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 포로로 잡힌 적을 자신을 위해 부려서도 안 된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1. 성취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나만 준비됐다고 저절로 성취하고 업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천하 기재의 자질을 타고났어도 때를 만나지 못하고 불운하면 세상에 나서보지도 못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다. 그러므로 주변의 환경을 살피고, 더 나아가 나의 재주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자신의 환경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지난 회까지 우리는 『장원』에서 자신이 어떤 재목감인지 발견하고, 자질을 연마하는 방법에 관한 10개 강령을 살펴봤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법에 대한 강령들이 시작됩니다. 말 그대로 나만 준비됐다고 저절로 업적을 이룰 수 없지요. 주변 환경이 받쳐줘야 하고, 그게 안 되면 자신의 성취를 위해 환경을 만들거나 주변 정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은 일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갈량은 이를 아래와 같이 기술합니다. #2. 진퇴는 야전사령관이 결정한다 옛날에 적이 쳐들어와 나라가 위태로우면, 군주는 현명하고 실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장수로 삼았다. 이때 군주는 사흘 동안 재계하며 부정한 일을 멀리하고, 종묘로 가서 발탁한 장수에게 부월(도끼)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장군이 지휘하시오." ① 적에게 허점이 있으면 이를 노려 진격하고, 견실하고 강하면 퇴각하시오. ②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사람을 얕보지 말고, 독선으로 병사들과 대립하지 마시오. ③ 일의 성사가 자신의 공적과 능력인 양 자랑해 충신을 잃지 않도록 하시오. ④ 휘하의 병사들이 앉지 않았을 때 먼저 앉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⑤ 휘하의 병사들이 먹지 못하는데 먼저 먹지 않도록 하시오. ⑥ 휘하의 병사들과 함께 더위와 추위를 견디고, 고생과 고통 그리고 즐거움을 함께하고, 환난을 함께 겪으시오. 이리하면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적은 기필코 패망할 것이다. 장군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다짐하며, 병사들을 이끌고 북문으로 나가 출정길에 오른다. 그러면 군주는 이들을 전송하며 무릎을 꿇고 수레바퀴를 밀면서 말한다. "진격과 퇴각은 오직 시기를 보아가며 행하시오. 군대의 모든 일은 나의 군명을 따르지 말고 장군이 호령하여 집행하시오." 이렇게 전쟁에 나선 장수가 위로는 하늘이나 아래로는 땅에서조차도 간섭받지 않고, 앞을 막는 적이나 뒤에 있는 군주의 간섭을 받지 않게 되면, 지혜로운 참모가 계책을 내고, 용감한 장수들이 분투를 하면서 밖으로는 전쟁에서 이기고 안으로는 업적을 이루어 후대에 이르기까지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은 고대 중국 전쟁의 출정 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는 황제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다'는 게 병가의 상식인데, 옛 군주들은 출정 의식을 통해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재량권은 장군에게 있음을 이렇게 선언했다는군요. 실제 전지(戰地)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이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알 수 없으니,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 확률이 높겠지요. 문제는 이 당연한 이치가 사람 혹은 조직으로 내려오면 참으로 다양한 역동성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믿고 맡기는 윗사람이 있는가 하면, 버라이어티하게 참견하는 윗사람도 있지요. 옛 사례들을 보아도 대략 변변찮은 군주일수록 전투에 참견하여 전투를 망치거나, 이를 듣지 않고 전투에서 승리한 장군에겐 벌을 줍니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당시 상황처럼 말입니다. 인간 세상의 불행과 혼란은 변변찮고 무지한 리더들이 저지르는 만행에서 오는 것이 많지요. 변변찮은 인물은 주변에 자기보다 더 변변찮은 인물들을 포진하기 때문에, 변변찮은 리더의 조직에선 높은 곳에 오르는 사람일수록 변변찮은 인물들이 많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요. 그러니 자기가 하는 일에서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책임을 지려고 해도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2의 사례처럼 전투의 주도권은 군주가 주어야 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처음부터 자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더를 만나는 것은 대단한 행운입니다. 형주의 실력 있는 선비 제갈량이 궁벽한 시골 신야에 객장으로 와 있던 유비의 책사가 되기로 결정한 것처럼 말입니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쉽게 성취되긴 어렵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일하는 조직의 장이 썩 훌륭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장이, 수준은 허접하고 탐욕스러우면, 아부하여 줄을 타는 사람들이 승승장구하여 존경받지 못하는 높은 사람들이 득실대는 한심한 조직이 됩니다. 포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조직에선 도망쳐야죠. 상당수 평범한 조직에선 자기 실력대로 고집스럽게 밀어붙여 어느 정도까지는 성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든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합니다. 결국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지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성취하고 싶은지 정하고, 자기가 몸담은 조직을 잘 파악하고, 머물 때와 떠날 때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왕이 장군에게 도끼를 전하며 부탁한 여섯 가지 권고를 다시 한번 새겨보십시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떤 태도로 일에 임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고, 겸손해야 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예의를 다하는 것.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이런 태도이겠죠.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제갈량의 병법서 『장원』을 풀어쓴 이번 시리즈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사람이 조직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 혹은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라는 '리더의 자격 혹은 자질'의 문제를 다뤘습니다. 『장원』은 '장수는 반드시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강령으로 시작하죠. 그리고 그 '실력'의 구체적인 강령들을 깨알같이 나열합니다. 드디어 이번 회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마지막 제갈량의 강령이 될 것입니다. 자질이 뛰어난 리더의 '기본 자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강하면서도 부드러울 것을 주문합니다. '강유(剛柔)를 겸비하라'는 것입니다. # 강유의 겸비 자질이 뛰어난 장수는 강하지만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지만 굴복하지 않는다. 약함으로 강함을 누르는 이약제강(以弱制强)과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이유제강(以柔制剛)의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부드럽고 약하기만 하면 부대는 반드시 쇠약해진다. 오직 굳세고 강한 부대는 반드시 망한다. 부드럽고 유연하나 강할 때 강할 수 있는 강유의 겸비가 장수의 기본자세이다. 사실 다 아는 얘기입니다. 단단하면 쉽게 깨지고, 부드러우면 쉽게 흘러버리죠. 그러므로 세상 이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누구나 강유를 겸비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라는 것입니다. 주변에 이런 케이스가 있으면, 그나마 쉽게 감을 잡을 수 있는데 그렇게 쉽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원』에는 또 장수가 갖춰야 할 다섯 가지 기본 덕목과 버려야 할 여덟 가지 악덕을 나열합니다. 먼저 다섯 가지 덕목부터 보지요. # 다섯 가지 기본 덕목(五强) ① 절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랫사람에게 올바른 습관과 기풍을 고취할 수 있다. ②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간에 화목해야 명망을 얻을 수 있다. ③ 신의가 있어야 좋은 벗을 사귈 수 있다. ④ 깊이 생각해야 백성들을 포용할 수 있다. ⑤ 최선을 다해야 공을 이룰 수 있다. 요즘 말로 조금 더 풀어 보겠습니다. 오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평판과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도. 말 그대로 절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화가 나면 곧바로 격노하거나 갑의 위치에서 갑질을 하면 안 되겠죠. 효도와 우애는 인간성의 문제입니다. 신의를 지키고, 자기 생각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주변을 두루 통찰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거기에다 최선까지 다해야 합니다. 제갈량의 '오강'은 조직 내 좋은 상하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기술을 쉽고 구체적으로 나열하죠. 하지만 개인이 수양해야 할 덕목과 관련해선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추상적이지만, 태공망의 『육도(六韜)』 편 중 장수의 자질을 논하는 부분에서 빌려오겠습니다. # 장수가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재능(五材) -용(勇) : 용맹스러우면 범하지 못하고, -지(智) : 지혜로우면 어지럽히지 못하고 -인(仁) : 인자하면 사람을 사랑하고, -신(信) : 신의가 있으면 남을 속이지 않고, -충(忠) : 충성스러우면 두 마음을 품지 않는다. 다음, 리더라면 해선 안 될 것들을 8악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 장수가 버려야 할 여덟 가지 악덕(八惡) ① 계책이 부족해 시비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것 ② 예절이 없어 현량한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 ③ 정무적 능력이 없어 법 집행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④ 재력이 있어도 궁핍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 ⑤ 아는 게 없어 사전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것 ⑥ 사려함이 부족해 기밀이 누출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 ⑦ 지위가 높아지고 귀해져도 인재를 천거하지 않는 것 ⑧ 실패하고서 남을 원망하며 비방하는 것 제갈량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쉽게 리더의 악덕을 정리합니다. 팔악은 일반적인 자질의 문제입니다. 한데 리더마다 성향과 스타일이 다릅니다. 리더의 스타일에 따른 위험을 잘 정리해 놓은 사례도 『육도』 편 중 장수의 자질을 논하는 부분에서 빌려오겠습니다. 그는 화근이 되는 장수의 열 가지 경우를 나열합니다. # 화를 부르는 장수의 열 가지 경우(十過) -지나치게 용감해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자, 상대가 화를 돋우면 격노해 목숨을 잃기 쉽다. -지나치게 서둘러 공을 급히 세우려는 자, 상대의 지구전에 말려들 소지가 크다. -욕심이 과해 이익을 지나치게 밝히는 자, 상대의 뇌물에 쉽게 무너진다. -지나치게 어질어 인정에 견디지 못하는 자, 신경 쓸 데가 많아 쉽게 지친다. -총명하나 내심 겁이 많은 자, 곤경에 처하면 속수무책이 된다 -신의가 있으나 사람을 지나치게 잘 믿는 자, 속임수에 쉽게 넘어간다. -청렴결백하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자, 상대의 무함과 모욕에 스스로 무너진다. -지모가 있으나 결단하지 못하는 자, 상대의 기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굳세고 과단성이 있으나 독선적인 자, 상대의 부추김에 쉽게 넘어가 일을 그르친다. -마음이 여려서 책임을 남에게 잘 떠넘기는 자, 상대에게 농락당하기 쉽다. 이 대목에서, 리더십 공부를 위한 병법서 활용에 대해 잠시 첨언하자면, 『장원』은 쉽고 직관적이어서 가장 무난합니다. 『육도』는 선악, 흑백으로 나뉘지 않는 인간의 다면성과 복잡성을 면밀하게 통찰합니다. 세간에서 흔히 덕으로 칭송받는 행태의 약점까지 속속들이 공략합니다. 용감, 어짊, 신의 같은 덕목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통찰하죠. 계략이 강합니다. 전시엔 훨씬 유용할 겁니다. 하지만 평상시엔 통하기 힘든 부분도 많고, '참 어렵게 산다' 싶은 부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일반인의 독서에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간혹 이렇게 인용할 만한 대목이 있어서 활용할 뿐입니다. 디자인 : 정유민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합니다. 그러나 잘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이 열심히 해야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반대로 일 못하는 사람이 열심히 하면 마이너스 효율이 생길 우려가 큽니다. 그러므로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먼저 일하는 요령을 알아야 합니다. 제갈량은 『장원』에서 장수가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 아홉 가지를 나열합니다. 장수가 먼저 살펴야 하는 다섯 가지(오선, 五善)와 일을 수행할 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 네 가지(사욕, 四欲)입니다. 앞은 준비이고, 뒤는 실행 단계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먼저 준비 단계인 오선부터 볼까요. # 오선 ① 적의 형세, 즉 그들의 의도와 동태를 아는 것. ②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 ③ 자기 나라의 허와 실을 잘 아는 것 ④ 결정적인 순간을 알고, 인심의 흐름을 잘 아는 것 ⑤ 산천의 험조險阻, 지리적 이점과 험하고 막힌 형세를 잘 활용하는 것 다시 말하지만 『장원』은 병법서입니다. 전투를 준비하는 장수들을 가르치는 책이죠. 그래서 전쟁을 전제로 하여 사례를 듭니다. 그러므로 현재 독자들은 이걸 일반 조직의 사례로 바꿔서 생각해야겠죠. 전투 전에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요약하자면, '아는 것'입니다. 크게는 자신이 상대하는 상대를 알아야 하고,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알아야 하고, 자기 조직의 실력과 한계를 알아야 하고, 일을 둘러싼 민심을 알아야 하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풀어서 말하자면, 적의 형세란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의 형세를 말합니다. 현실 조직에 대입해 보자면, 이는 경쟁사일 수도 있고, 가깝게는 나의 부장 혹은 상사일 수도 있고, 나와 협력하는 동료일 수도 있겠죠.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와 하는 말만 그대로 믿었다간 낭패를 당합니다. '그 사람은 내가 잘 아는데...' 라는 허풍에서부터 일은 잘못됩니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뒤통수를 치는 법이니까요. 언제나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의도와 말의 여백 안에 숨어 있는 뜻을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다음은 '타이밍'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아이템이라도 때를 못 만나면 묻히죠. 한데 묘하게 타이밍이 맞으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승리하게 되기도 합니다. 나라의 허와 실은 조직의 실력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뜻이겠죠. 과욕은 참패를 부르니까요. 다음은 여론의 향배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 좋고 산 좋아도 인심이 돌아서면 되는 일이 없습니다. 산천의 험조란 주변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이릅니다. 일의 진행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은 무엇인지 살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 하기 전에 준비운동이 필요하죠. 오선은 바로 그 준비운동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준비한다고 곧바로 성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실행 단계에서도 만만찮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지요. 준비 단계는 자기 자신보다 주변의 형세를 파악하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 일은 실행되고 나면, 그다음은 모두 자기 실력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의 탓을 해봐야 소용없는 일입니다.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태도 혹은 실력이 '사욕'입니다. # 사욕 ① 기발한 방법으로 상대의 의표를 찌를 수 있어야 한다. ② 계책은 정밀하고 신중해야 한다. ③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하면서 침착하고 냉정해야 한다. ④ 마음을 하나로 모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사욕은 기본적으로 태도와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태도는 유연함입니다. 기발한 방법으로 상대의 의표를 찔러야 하고,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상황에 임기응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지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변화무쌍한 현실에서 변화무쌍하게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은 유연함에서 나옵니다. 자기 방식대로 미뤄 짐작하고 예단하거나 세상을 재단하고, 책에서 배운 편향된 지식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단단한 두뇌로는 결코 상대의 입장이 될 수 없고, 돌파구도 찾을 수 없으니까요. 마음가짐을 몇 개의 단어로 요약하자면 신중, 침착, 냉정, 뚝심으로 정리될 겁니다. 순간적인 기분에 좌우되어 일을 벌이는가 하면, 일을 벌여 놓고 부화뇌동하고, 변덕스러운 마음에 흔들린다면 어떤 일이 성사되겠습니까. 제대로 된 마음가짐을 갖는 것에도 오랜 자기 수련이 필요하겠지요. 디자인 : 이희문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 교만과 인색을 경계하라 장수가 교만하면 예의를 잃고, 예의를 잃으면 사람들의 마음이 멀어진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멀어지면 백성들은 이반한다. 장수는 절대로 인색하면 안 된다. 인색하면 포상을 제대로 하지 않고, 포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병사들은 목숨 바쳐 싸우려 하지 않는다. 병사들이 목숨 바쳐 싸우지 않으면 군대는 공을 이룰 수 없고, 그러면 나라는 허약해진다. 나라가 허약해지면 적은 가만히 앉아서도 스스로 강해진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주공과 같은 재능과 미덕을 가진 사람이라도 교만하게 자기 자랑을 늘어놓고, 남에게는 인색하면 다른 장점은 다 쓸모없게 된다"고 했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불행한 경우는 교만하거나 인색한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것일 겁니다. 둘 중 하나만 해도 괴로운데, 교만한 데다 인색하기까지 하면 최악이죠. 사람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 특히 일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려고 이익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참아가며 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혹 열심히 일하는 부하를 '그냥 그는 일을 좋아해서'라고 생각하거나 상사인 자신을 존경하고 심지어는 배우고 싶어 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보상은 더 많은 일'이라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비자는 "왕을 사랑하는 신하는 없다. 신하가 왕을 떠받드는 것은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조직 내의 충성과 헌신은 금전과 복지 등의 다양한 보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충성과 헌신을 요구하려면 일차적으로 그만한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부차적으로 복지 등 다양한 보상도 이뤄져야 하겠지요. 인색하고 교만한 사람이 일을 성취하지 못하는 원리는 이렇습니다. 인색한 사람은 금전적 보상을 아끼지요. 교만한 사람은 자신만을 인정하고 모든 공로를 자기가 차지하려 들기 때문에 함께 일한 사람들의 인정 욕구를 해칩니다. 세상사는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죠.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그 재능을 인정받아 펼칠 기회를 얻어야 하고,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그런데 교만하고 인색한 자의 조직에선 그런 자에게 협조하거나 그의 성취를 도울 충성과 헌신이 없게 되죠.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들 돕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니 이룰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이익의 나눔'은 생각보다 더 굉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인류에 제시된 여러 사상들을 종합할 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힘은 '사랑'입니다. 지구상엔 정말 다양한 사랑의 이론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예수의 박애, 석가모니의 자비, 공자의 인(仁)은 한마디로 압축하면 사랑입니다. 물론 그 사랑에는 다양한 급이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제시된 사랑 중 가장 급이 깊은 사랑은 예수의 '박애'와 묵자의 '겸애'가 꼽힙니다. 박애는 워낙 널리 알려져 있으니 겸애만 살피고 지나가죠. 우리가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도 배웠던 겸애는 '겸상애 교상리(兼相愛 交相利)'에서 온 말입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은 이익을 나누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利)를 말하는가. 나는 의(義)를 말한다"는 맹자의 말에, 묵자는 "헛소리 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그러면서 "의(義)가 곳 이(利)"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익을 보고 기뻐하고, 그것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지요. 이익을 나누는 것만큼 사람을 감동시키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건 없다는 말입니다. 이익을 나누지 않으면 세상의 분란은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 것입니다. 그러니 인색함이란 지구에서 추방해야 할 악덕이겠지요. 교만이란 '내가 잘나서 내가 다 이루었으니 내가 다 가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그 근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교상리'가 안 되는 성품입니다. 그러니 교만과 인색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간혹 인색한 자들 중엔 자신을 알뜰하다고 미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색과 알뜰을 혼동하면 안 됩니다. 알뜰은 스스로 아끼는 것이며,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디자인 : 이희문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어떤 조직에서든 함께 일하기 어렵거나 위험하기까지 한 사람은, 자신의 본성대로 혹은 본능에 따라 일하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 사람은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심하면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런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험해지게 만들기도 하죠. 옛 속담에 '모진 사람 옆에 있다간 벼락 맞는다'는 말이 있지요.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공자님은 '똥 싸는 사람' 일화에서 길거리에서 똥을 쌀 정도로 안하무인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가르치거나 좋은 길로 이끌려고 해 봐야 소용없다며 그런 사람 곁에선 도망치는 게 상책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변치 않는 것이고, 이미 안하무인으로 길을 잡아 가는 사람을 선량하게 이끄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겁니다. 순자는 성악 편에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라고 정의합니다. 사람의 기본값은 '누구나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후 성인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악인으로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큰 차이는 자기 수련의 정도가 만드는 것입니다. 누구나 관리(장수)의 직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 직분을 자신과 주변인, 그리고 조직 모두에게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 수양이 필요하겠지요. 제갈량은 장수가 자기 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경계해야 하는 여덟 가지 항목을 정리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평가하고, 경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이 항목들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윗사람 혹은 주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조직 내 사람의 평가 기준을 갖는 일을 매우 중요합니다. 나의 상사 또는 동료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파악해야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어서입니다. # 장수가 경계해야 하는 8가지 ① 끝없이 일어나는 탐욕 ② 현명하고 실력 있는 사람에 대한 질투심 ③ 다른 사람을 욕하는 참언을 쉽게 믿고, 아첨을 좋아하는 성향 ④ 남의 단점을 금세 알아보면서도 자신의 단점은 알지 못하는 것 ⑤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 ⑥ 주색을 밝히는 황음한 성정 ⑦ 전쟁터가 아닌데도 평소 거짓과 궤사를 일삼으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간사와 비겁 ⑧ 말이 추잡하거나 경솔하고 예의에서 벗어나는 무례 이와 함께 최소한 관리자급(장수) 이상이 되려면 어떤 태도와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 장수가 갖춰야 할 태도와 자질 무기(병기)는 흉기이며, 장수의 임무는 위험하다. 병기가 너무 단단하면 쉽게 파손되고, 장수의 임무가 너무 무거우면 위험도 커진다. 뛰어난 장수는 용감무쌍한 기세로 난폭하게 굴거나 완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권세를 믿고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고, 윗사람이 믿고 총애해도 기뻐하지 않고, 굴욕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익을 탐하지 않고, 여성에게 음탕하게 굴지 않으며, 국난을 당하면 자신의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고자 헌신한다. 실제로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시끄럽지도 않고, 일부러 으스대지도 않으며 남을 깔보지도 않습니다. 실력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몰입해 있으므로, 오히려 남들의 성취를 엿보며 애태우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대목은 2천 년 전에도 여성에게 음탕하게 구는 '성추행'의 동기를 가진 사람은 장수로서 자질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예의 바른 행동도 강조하고 있지요. 실제로 상대를 인정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들과는 일하기 편하고, 주변 사람들이 돕고 싶어 하기에 성과도 더 오를 것입니다. 시끄럽고 으스대고 남들을 구박하거나 주변의 일에 일일이 나서고 참견하는 사람들 중에 실력 없고 겁 많은 자들이 많지요. 그런데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고, 말은 시원시원한데 실력이 없어서 되는 일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한편으론 실력은 있는데 거만하고, 무정하고, 잘난 척하는 것으로 보여 '영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역학은 그리 단순하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 속에 숨은 본질을 잘 파악하는 능력도 가져야 합니다. 한 예로 '잘난 척한다'라고 욕먹는 사람들은 대략 진짜 잘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못난 사람이 잘난 척을 하면 대개 주변 사람들은 '주제 파악을 못 한다'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에겐 안목이 있어서 남의 욕을 할 때에도 일말의 진실을 내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욕먹는 사람이라도 그 내용이 어떤지 잘 살피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을 선택할 때 실수를 줄일 수 있겠지요. 실제로 이런 선택은 신중해야 합니다. 명성만 드높고 이기적인 사람이 나의 동료나 상사가 될 겨우 나의 인생마저도 황폐화하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디자인 : 이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