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
은퇴 이후 건강한 몸으로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액티브 시니어, 신체적 활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액티브한 삶을 유지하며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최근 노년 주거 대책에 대한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고령자가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Aging in Place(AIP)'라는 개념으로,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살던 곳에서 최대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AIP는 노인들이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유지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지내던 지역에서, 그리고 사회 참여를 지속하는 노년의 삶이 시도되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자. ▷ 지난 스프 글 <순자산만 6억 원대... 이제까지 없던 고령자 - 액티브 시니어> 미국에서는 '선 시티(Sun City Senior Living)'와 같은 대규모 은퇴자 마을이 AIP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1960년 첫 모델하우스를 공개했던 이곳은,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다양한 편의시설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은퇴자 마을은 그들만의 공동체 형성을 추구하며, 고령자가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운행 속도가 제한적인 전동 골프카트가 개인 교통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렇게 특정 집단만을 포용하는 주거 형태는 세대 간 단절을 초래하고 고령자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어,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와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젊은 세대와의 교류가 제한되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선 시티에서 근무하는 연령층은 출퇴근 가능한 거리에 미성년 자녀와 거주하며 마땅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일본은 중고령자가 액티브 시니어로서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AIP를 구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고급형 민간 요양원은 입주 고령자에게 일자리마저 제공하며 새로운 윈-윈 전략을 제안하였다. 일거리와 일자리를 제공해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이어가고, 부수입과 함께 자기 긍정감을 높이며 건강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것이다. 이 일자리 제공 프로그램은 자립이 가능한 사람뿐 아니라 간병이 필요해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고령자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은 농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거나 인근 보육원의 육아 보조, 그외 요양시설 내 간단한 청소, 식사 보조, 세탁물 정리 등의 일을 한다. 일할 수 있는 시간만큼 일하며 합당한 급여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 일자리 제공 기업 또한 고령자의 여건을 배려하여, 재배지의 단을 높게 해 쭈그려 앉지 않고 휠체어를 탄 자세로도 일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기도 한다. 한편 육아 보조 일은 영유아의 등하원 도움, 아동 산책 보조, 식사 준비 보조 등을 통해 다양한 연령 세대 간 사회적 교류를 돕는다. 일본의 이러한 접근은 고령자가 단순히 수혜자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한다. 한국에서도 AIP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공공의 정책과 민간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성동구는 '성동형 AIP 주거 개선 사업'을 통해 고령자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낙상 방지를 위한 집수리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민간에서 분양하는 주거시설들은 AI 스피커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와 같은 기술적 접근을 통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에서도 AIP 개념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고령자의 개별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공간 또는 서비스가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P의 미래: 라이프스타일 케어로의 진화 AIP가 지속가능하려면 단순한 주거 지원을 넘어, 개인 맞춤형 계획에 따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케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고령자 자신의 필요와 상황에 맞추어 주거, 의료, 사회활동, 문화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고령자 맞춤형 주택 개보수 지원 확대, 지역사회 기반 의료 및 돌봄 서비스 강화, 고령자 일자리 및 사회 참여 프로그램 다양화, 세대 통합형 커뮤니티 조성 등이 필요하다. 고령자의 건강 상태, 경제적 상황, 개인적 선호 등을 반영하여 노인들이 자율성을 유지해 최대한 오랫동안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액티브 시니어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며, 세대 간 이해와 통합을 촉진할 수 있다. AIP는 단순히 고령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준비이다. 존엄성 있는 삶의 후반부를 보장하는 사회적 약속으로, 지금부터 AIP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누구나 나이 들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고령자와 그 가족 또는 친지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참고 문헌> 김웅철, (2024).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매일경제신문사. 이윤경, 강은나, 김세진, 변재관. (2017).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를 위한 장기요양제도 개편 방안. 연구보고서 2017-2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https://repository.kihasa.re.kr/handle/201002/29489 정소양, 이진희, 유희연, 김유란, 정유선, 정용문, 민범식, 박정호. (2024). 초고령시대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위한 커뮤니티 기반의 통합지원방안 연구. 기본 23-08. 국토연구원 Cho, M. S., & Kwon, M. Y. (2023). Factors Associated with Aging in Place among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in Korea: Findings from a National Survey.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20(3), 2740. https://doi.org/10.3390/ijerph20032740 Moon, J. (2016) A Case Study on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in the United States. 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 Welfare Promotion and Management. (3) 1, 6. http://dx.doi.org/10.21742/ijswpm.2016.3.1.01 감수 :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액티브 시니어". 최근 각종 마케팅 분야 및 자치단체 보도자료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이다. 한국의 액티브 시니어는 국가적 고성장기에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물질적 가치, 경제 성장 가치가 지배적인 시대 조건 하에서 청장년기를 보낸 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왜 주목받고 있으며, 이들은 어떤 곳에서 살고 나이 들어가길 원할까? 그동안 연령에 따라 '고령자'로 분류되었던 이 시대의 어르신 일부는 현재 액티브 시니어 또는 신중년이란 키워드로 일컬어지며, 자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활력 있는 삶을 추구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의 <인구 미래 공존>에 따르면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제1차(1955~1964년생) 및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5~1974년생)로 나뉜다. 이들은 각각 10명 중 2명 또는 3명가량이 대학에 진학했으며, 이후 대학 진학률과 여성 교육 수준이 급상승한 X세대, 밀레니얼세대의 부모 세대이기도 하다. 본 글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를 근로자 정년 기준*이 지난 지 10년 이내의 중고령자로, 은퇴 이후 신체적, 경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사회 참여에 대한 의지가 높은 이들로 정의한다. 즉, 2024년 기준 만 55세에서 만 69세에 해당하는 인구층(1955~1969년생)으로, 일상 이동이 활발하며 중위권 이상의 소득 또는 자산을 갖춘 이들을 일컫는다. 2024년 통계청의 전국 추계 인구 기준 전 연령대 대비 24.2%를 차지하는 액티브 시니어는, 2015년 전후를 기해 순차적으로 은퇴 시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이례 없는 한국의 초고령화와 맞물리며 액티브 시니어의 행보는 주택, 돌봄, 의료, 보험 등 각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질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연령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도시 환경에서 윤택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액티브 시니어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액티브 시니어 이후 세대(만 40~54세, 1984~1970년생)와 비교해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보자. 서울시에 거주하는 시민의 라이프스타일 재현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3분기(7~9월) 기준 액티브 시니어(55~64세)는 그 이후 세대(40~54세)에 비해 평균 10.5% 높은 6억 2,900여만 원의 순자산(부채를 제외한 자기자본의 자산 평가 금액)을 갖추고 있었으며, 이들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그 이후 세대보다 건당 20.3%, 9.8%씩 많았다. ** 서울시민 라이프스타일 재현 데이터는 서울시와 민간 3사(통신사, 카드사, 신용평가사) 간 가명 정보 결합을 통해 확보한 가명 정보 결합 데이터를 원본 데이터로 하여, 통계적 특성이 유사하고 실제 원본 데이터 분석 결과와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가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어떻게 다를까? 서울시가 자치구별로 제공한 바에 따르면, 한 사람이 신용카드 결제 건당 소비한 금액은 다음과 같이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액티브 시니어 이후 세대는 서초구, 강남구 및 용산구에서 멀어질수록 해당 구 거주자의 건당 카드 결제 소비가 줄어든다. 반면, 액티브 시니어 연령대는 서초구와 강남구, 그리고 송파구와 서대문구 거주자의 건당 소비 금액이 크고 건당 카드 결제 소비가 가장 낮은 구간이 산발적으로 분포하여 이후 세대와 서로 다른 지역별 분포를 보인다. 이들의 주요 소비 품목 중 이후 세대의 소비 비중을 뛰어넘는 분야는 주유, 가전/가구, 의료, 가정생활/서비스, 스포츠/문화/레저, 소형유통점, 의류-잡화, 대형할인점, 요식업 등으로 다양하다. 이같이 주요 경제활동 연령대인 만 40~54세의 소비와 비견되거나 이를 뛰어넘는 액티브 시니어의 활발한 소비 활동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 시점 이후 고령 인구에 대한 인식은 적극적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단지 '쇠약해 가기만 하는 노인'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액티브 시니어'로 오롯이 받아들여질 때 고령 인구의 품격 있는 신체적·정신적 노화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액티브 시니어의 수요에 부응할 주거 방식, 나이 들어가는 삶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감수 :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디자인 :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