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프 글에서는 서울‧경기에서 주거비 부담률의 격차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번에는 소득 구간별로 양상을 나눠 들여다 보자. 서울에 거주 중인 사람들로 한정하였다. 즉, 2018년~2022년 동안 주거 실태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중 자가 소유 아파트에 거주 중인 서울 시민이 대상이다. 소득 구간은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구간으로 구분하였다. -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의 서민층 - 월 소득 2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의 중산층 - 월 소득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의 고소득층 - 월 소득 1,000만 원 이상의 초고소득층 이렇게 구분하였을 때, 소득 구간별 응답자 수는 아래 표와 같다. 먼저 소득 구간별 주거비 부담의 평균치를 산출해 보자. 이는 개인의 수입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의 비중으로 산출한다. 서민층의 경우 그 값이 5개년 동안 모두 40%를 넘겼으며 2019년과 2021년에는 50%대를 기록하였다. 즉, 소득의 절반가량을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중산층부터는 수치가 현저히 낮아져 대부분 10%대를 유지한다. 중산층은 2018년~2021년까지 16.5%에서 17.3% 사이를 유지하다 2022년 21.9%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금리 인상의 여파로 추정된다. 고소득층은 그보다 낮은 12.7%~15.4%, 초고소득층은 그보다 더 낮은 10.1%~13.4%의 수치를 보였다. 즉, 소득 구간이 높아짐에 따라 주거비 부담 비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주거비 부담 산출 시 분모가 연소득이기 때문에, 소득이 높아질수록 분모가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긴 하나, 그럼에도 소득 구간별로 거의 배타적인 주거비 부담 비율을 보이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다음으로는 소득 구간별 지니계수이다. 지니계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불평등 점수'라고 할 수 있다. 한 사회의 소득 불평등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활용되는 지수이며,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진다. 지니계수가 0일 때에는 완전히 평등한 사회, 1일 때에는 완전히 불평등한 사회이다. 만약 특정 소득 구간 내 사람들의 주거비 부담률 지니 계수가 크다면, 해당 소득 구간 내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는 중이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기고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아닌 주거비 부담률의 불평등을 보기 위해 활용하기 때문에 기준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통상적으로 지니계수가 0.4를 넘기면 '소득의 격차가 높은 편', 0.5를 넘길 경우 '소득의 격차가 대단히 높은 편'으로 간주한다. 결과를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또다시 서민층의 지니계수가 중산층, 고소득층, 초고소득층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2020년 동안에는 0.42~0.49, 2021년부터는 0.5를 넘기며, 서민층 사이에서도 주거비 부담률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즉, 원래도 소득의 많은 부분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써야 했던 사람들은 2022년 들어 그 부담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나머지 구간의 경우, 2019년 초고소득층의 지니계수가 0.39로 급등하기는 하나 2020년부터는 중산층, 고소득층, 초고소득층의 순서로 그 값이 작아지며 이같은 순위가 쭉 유지된다. 주거비 부담률 평균값과 양상이 비슷하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 비율은 나머지 중산층, 고소득층, 초고소득층에 비해 훨씬 높아 거의 월수입의 절반가량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소득 구간 내 주거비 부담률의 양극화도 서민층에서 가장 크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를 종합하면, '힘든 사람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즉, 금리가 인상될 때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를 감안하여 소득 구간별 보조적인 지원 수단 마련 등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수 :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디자인 : 안준석
"사람이 땅뙈기라도 조금 갖고 있으면, 그 땅이 바로 그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일부고, 그 사람을 닮아가는 법인데." 1939년 존 스타인벡이 발표한 <분노의 포도>의 한 구절이다. 전 국민의 약 92%가 도시에 거주하는 현재, '땅'을 '집'으로 바꿔 읽어도 위화감이 없다.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인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 집의 무게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할까? 2022년 국토연구원에서 조사한 '2030 미혼 청년의 주거 여건과 주거 인식'에 따르면, 미혼 청년의 77%는 내 집 마련을 꼭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들의 대다수는 근로 소득과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주택 구매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내 집 마련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거기서 끝이 아니다. 대출금 상환이 남아 있다. 이자율이 낮을 때엔 살 만하지만, 이자율이 높아지면 금세 생활이 빠듯해진다. 이런 상황을 모두가 비슷하게 겪고 있는지, 아니면 나만 유독 힘든 건지 의문이 생긴다. 이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가 바로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니계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점수로 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수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0인 경우는 완전히 평등한 상태, 1인 경우는 완전히 불평등한 상태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지니계수가 0이면 모두가 똑같은 소득을 받는 사회인 것이고, 1이면 한 사람에게 모든 소득이 쏠려 있는 사회인 것이다. 이처럼 직관적으로 불평등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곤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각 가구가 겪는 주거비 부담의 정도가 비슷한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주거 실태 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보았다. 주거 실태 조사란 주거기본법에 의거해 국민의 가구 특성, 주거 환경, 주거 이동 등 주거 생활의 전반적인 사항을 조사하는 조사 통계로,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보 제공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본래 2년에 한 번씩 조사하던 것을 2017년부터는 매년 진행하고 있다. 분석을 위해 서울‧경기 지역의 '자가 아파트'에 거주 중인 사람들만 추출한 후, 이들의 연간 소득과 대출액 정보를 활용해 주거비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았다. 이를 2018년~2022년, 즉 5년간의 데이터로 진행해 각 연도의 지니계수를 도출한 결과 아래 그림과 같은 형태로 나타났다. 앞서 설명한 대로, 지니계수는 값이 높아질수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불평등이란 가구별 주거비 부담의 정도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 즉, 지니계수가 작을수록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주거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지니계수가 커지면 주거비 부담이 적던 사람에겐 그 무게가 더 가벼워지고, 주거비 부담이 크던 사람에겐 그 무게가 더 무거워진 것이다. 결과를 확인해 보면, 서울과 경기 지역 모두 지니계수가 상승 추세인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그 수치가 상승하였고, 2022년에는 2018년의 값을 상회하였다. 경기도의 경우 2020년 하락세를 보이다 이듬해인 2021년에 반등해 2019년의 수치를 뛰어넘었다. 즉, 주거비 부담이 버겁던 사람들은 더 버거워졌고, 수월하던 사람들은 더 수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소득 수준에 따른 부담감까지는 이 결과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늘었을 수도 있고,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주거비 부담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첫 문단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답변하자면, 최근 몇 년간 '집'의 무게는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달라져 버린 것이다. 양극단 중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쪽에 위치한 가구는 이자율이 상승할 경우 즉각적인 생활고를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으며, 일상생활의 위협뿐 아니라 경제적 파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더불어 주택시장의 불안정성과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주의 깊은 분석과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며, 적절한 대비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감수 :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디자인 :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