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가 있다. 바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폐지나 완화 논의이다. 종부세는 부동산 보유세의 일종으로, 공시지가 12억 원(1세대 1주택자인 경우) 이상인 주택 등에 대해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종부세가 시세나 감정가가 아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24평 아파트의 현재 시세가 20억 원이라 하더라도, 공시지가가 10억 8천만 원이라면 1세대 1주택자인 경우 이 아파트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시세가 20억 원에 달해도 공시지가가 12억 원 미만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종부세의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 현재 종부세 제도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종부세는 계산이 매우 어렵게 설계되어, 동일 물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종부세액을 추정하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이 단일 재화 중에서 가장 큰 점을 고려할 때, 그 보유세금은 예측 가능해야 된다. 그러나 현재의 종부세 제도는 전문가들도 예상 세액을 다르게 계산할 정도로 예측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종부세는 세제 혁신이 필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종부세를 폐지하는 경우, 두 가지 중요한 이슈가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는 실효 재산세율의 설정 문제이다. 종부세가 폐지되면 현재의 매우 낮은 실효 재산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 논의하겠으나, 우리나라의 실효 재산세율은 종부세가 없는 경우, 지나치게 낮다. 둘째는 종부세가 국세로서 중앙정부가 징수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종부세 수입의 약 77%는 수도권에서 발생하지만, 이 재원의 약 75%가 비수도권에 재분배된다. 즉,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종부세를 통해 재정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종부세가 폐지되면 이러한 지역의 재정 보조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한국과 미국의 재산세 비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시세 20억 원의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면, 이 아파트의 공시지가는 약 10억 7천800만 원이다. 공시지가가 12억 원 이하이므로 1세대 1주택자인 경우 종부세 대상이 아니며, 소유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고 오로지 225만 원의 재산세만 납부하게 된다. 이 경우, 실효 재산세율은 0.11%에 불과하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의 경우, 시세가 10억 원인 이 아파트의 공시지가는 약 5억 7천만 원으로 역시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이 경우 재산세는 약 74만 5천 원으로, 실효 세율은 0.07%에 불과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한 주택가. 사진: 게티이미지 한편, 미국의 재산세율은 한국의 상황과 매우 다르다. 미국은 각 주마다 재산세율이 상이하며, 가장 낮은 주는 하와이로 0.29%, 가장 높은 주는 뉴저지로 2.46%이다. 캘리포니아는 0.81%, 알래스카는 1.24%, 오클라호마는 0.99%의 재산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예로 들어보면, 뉴저지주의 중위가격 36만 달러인 주택을 소유한다면, 연간 재산세는 약 8천900달러(한화 약 1천200만 원)에 이른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미국의 재산세율과 재산세액에 비해 한국의 재산세가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 종부세 개혁을 향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현행 제도에서 복잡하고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20억 원 이하의 부동산에 적용되는 실효 재산세율이 0.07%에서 0.12%로 매우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종부세 폐지 후 실효 재산세율을 어느 정도까지 인상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재정 자립도가 낮은 농촌 지역의 재정 보조 방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이런 논의 없이 종부세 폐지나 완화는 단순한 포퓰리즘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종부세와 재산세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세제 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듯했던 전세 사기가 다시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2024년 4월 12일 연합뉴스 기사는 한 가족에 의해 진행된 수원 전세 사기 피해액이 225억에서 631억 원으로 급증하였고 검찰이 추가 기소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세 사기는 더 큰 규모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드리우는 중이다. 조사가 지속될수록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 전세 사기에 대해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먼저 이번 편에선 현재 전세 사기의 구조와 현황, 다음 편은 전세 사기의 역사 - 1933년부터 발생하였던 전세 사기 사례와 현재 수법과의 유사성을 설명하고자 하며, 마지막 편에선 전세 사기의 원인(정보 비대칭성, 미들맨의 도덕적 해이, 미약한 법적 제재, 전세 자체의 리스크)과 해결 방안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전세에 존재하는 법적 리스크: 책임 저버린 정부 전세 사기는 "전세" 제도 자체와 관련한 법적 미비점과 연결된다. 하나는 전입 신고의 효력 발생 일자이다. 전세 계약을 하면 주민센터에 전입 신고를 한다. 그런데 전입 신고 효력은 익일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오전에 전세 계약을 하고 전입 신고를 하였는데 악의를 품은 집주인이 당일 오후 은행에서 대규모 대출을 일으킨다면, 은행이 선순위, 세입자가 후순위가 된다. 만약 이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면, 후순위 세입자는 전세금을 떼이게 된다. 또 하나, 전세 사기 다수는 다가구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빌라'라 불리는 유형의 주택은 크게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으로 나뉜다. 다세대주택은 각 호수가 개별적으로 등기 설정된 데 반해, 다가구주택은 전체 건물이 하나의 물건이어서 각 호수가 개별 등기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다가구주택의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 다가구주택 전체의 은행 대출 금액과 다른 호수의 전세 금액을 알기 어렵다. 집주인 또는 공인중개사에게 요청을 하고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신청하여야 알 수 있다. 이렇듯 전세 계약은 법적인 리스크가 존재하기에, 전세 사기는 당사자가 부유하건 가난하건 그리고 임차 주택이 고가 아파트 혹은 저가 주택에 상관없이 발생 가능하다. 전국에 걸쳐 발생 중인 대규모 조직범죄 현재 전세 사기는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2,400여 채 주택에 55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대전에서는 LH의 전세임대주택 지원 제도를 악용한 사건이 발생하여, 최소 600명의 임차인 피해자가 발생하였고 1,000억 규모의 전세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집주인 부부가 170억 원대의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고 잠적한 사건이 있었으며, 수원에서는 무자본 갭투자로 800여 채의 부동산에서 225억 원을 편취하는 일이 있었다. 수도권 일대에서는 이른바 '빌라왕' 김대성이 2017년부터 신축 빌라를 대상으로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이용한 전세 사기를 벌여, 1,244명의 피해자가 2,300억 원대의 피해를 입었고 추가 관련 사기로 총 피해액은 3,200억 원대에 달한다. 요약하면 전세 사기는 전국에 걸쳐,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 규모로 그리고 수백에서 수천 채에 달하는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사기는 건물주 1인이 벌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조력자들(분양대행업자, 공인중개사, 은행원 등)이 결탁한 조직범죄의 양상을 강하게 띠고 있다. 서민 밀집 지역의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금융 사기 전세 사기가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는데, 해당 도시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빌라가 밀집한 가난한 서민 동네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1억 원 이하 피해액이 전체 50%, 2억 원 이하가 약 80%라는 통계, 그리고 다가구주택이 2023년 1분기 보증 사고 건수 중 전체 피해 주택의 49.3%를 차지한다는 통계에서 잘 나타난다. 또한, 범죄자들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노리는데, MZ세대가 그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부동산 계약 경험이 없는 MZ세대가 사기 위험에 크게 노출되었고, 전세 사기를 당한 이들의 금전적, 정신적 피해는 상당하다. 일부 젊은이들이 세상을 등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회적 재난을 선포하고, 경매를 막아라! 전세 사기를 부동산 계약 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개인의 잘못으로 여기는 사회적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세 사기'라는 용어에서 보여주듯, 전세 사기는 피해자의 전세금을 사취한 금융 사기이다. 전세 사기는 작금에 갑작스레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전세 사기는 1930년대부터 발생한 100년 된 문제로, 1960·70년대와 1980년 전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되었다. 즉, 10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거대한 사회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전입 신고 효력 발생 시점과 다가구의 등기 문제에서 보듯이,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책임을 방기하였다. 따라서, 오롯이 개인의 잘못으로 돌릴 문제가 결코 아니다. 조직에 의해 대규모로 발생하는 조직범죄에 이들이 걸려든 것이다. 또한, 전세 사기는 서민 밀집 지역과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사망에 이른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를 넘어선 사회적 재난이다. 더 나아가 전세 사기의 본질이 금융 사기이기에, 사기를 당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자산인 전세금을 보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들이 임차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 부분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 관련 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