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제도는 오랫동안 주거 사다리로 여겨져 왔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세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중요한 단계였으며,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전세 사기 문제로 인해 이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전세 제도가 더 이상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월세는 전세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있지만, 그 이유는 현행 주거 정책에서 월세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거 바우처 제도를 확대하면 이러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전세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주거 바우처를 통해 다양한 주거 형태를 지원할 때가 되었다. 새로운 주거 정책 방향: 주거 바우처 확대 기존의 전세 이자 지원이나 대출 확대 정책만으로는 이제 한계가 명확하다. 전세 제도 자체를 재검토하고, 더 근본적인 주거 복지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주거 바우처 제도의 확대를 제안할 수 있다. 주거 바우처는 정부가 임차인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해 임대료의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임차인의 주거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정책이다. 미국에서도 주거 바우처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정부는 임대료의 일부를 지원하여 임차인이 임대료 상승에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임차인은 자신에게 맞는 주거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미국의 바우처 제도는 지원 대상과 방식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임차인은 조정된 월 소득의 30%를 임대료로 부담하고, 나머지 임대료는 주택 당국이 지원한다. 이 지원은 FMR(공정시장임대료)에 기반해 결정되며, 지역별 임대료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50%의 1인 가구를 가정해 보자. 이 가구의 연 소득은 약 6만 5,050달러이며, 월 소득으로 환산하면 약 5,421달러가 된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튜디오 타입의 기준 임대료(FMR의 110%)인 2,851달러를 기준으로, 이 가구는 월 소득의 30%인 약 1,626달러를 임대료로 부담하게 된다. 나머지 1,225달러는 주택 당국에서 지원하며, 이로써 임차인은 임대료 부담을 덜고 보다 자유롭게 주거지를 선택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중위소득 48% 이하의 임차 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타인의 주택 등에 거주하는 임차 가구에게는 기준 임대료를 상한으로 하여 수급자의 실제 임차료를 지원한다. 이때 기준 임대료와 실제 임차료 중 적은 금액을 지급하며, 수급자의 소득 인정액이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자기 부담분이 차감된다. 한국의 방식은 정액 지원을 원칙으로 하지만, 소득에 따라 지원 금액이 차등 적용된다. 따라서 한국도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고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정률 지원 방식의 도입과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 주거 바우처 제도의 확대는 임차인의 부담을 경감하면서도 시장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주거 바우처 제도에도 몇 가지 우려가 존재한다. 임차인이 바우처를 통해 임대료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을 임대인이 알게 될 경우, 이를 이유로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바우처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고, 임차인의 주거 부담을 다시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상승에 대한 모니터링과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바우처 제도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임대인들이 바우처 제도를 악용하지 않도록 적절한 법적 제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니터링과 규제를 통해 바우처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전세 제도는 오랜 기간 대한민국의 주거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매매 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전세자금대출이 확대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의 이자 지원 정책이나 대출 확대는 임차인에게 일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주거 복지 정책으로서 주거 바우처 제도를 확대하여 시장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주거 바우처는 임차인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임대 시장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이다. 더 나아가, 임대료 인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절한 규제를 통해 바우처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전환을 통해 대한민국의 주거 복지가 보다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대한민국의 전세 제도는 오랜 기간 동안 독특한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아 왔다. 주택 소유와 임대의 중간 단계로, 전세는 매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거주를 보장해 왔으며, 이를 통해 무주택자들은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전세 시장은 커다란 변화와 위기를 맞고 있다. 전세금이 폭등하고 매매 가격 대비 전세금이 높은 이른바 '깡통 전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세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세 제도의 현안을 점검하고, 새로운 정책적 방향을 모색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세 제도의 현안 현재 전세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전세금이 매매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진 '깡통 전세'이다. 이는 단순히 전세금 상승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매 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져 생긴 구조적인 문제이다. 과거에는 매매 가격이 전세금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으나,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시장 불안과 함께 전세금 대출이 확장되면서 전세금이 매매가와 거의 같거나 더 높은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경우, 임차인들은 큰 재산적 피해를 입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금전적 불안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문제는 주로 주택 매매 가격이 하락할 때 더욱 심화된다. 매매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임대인이 주택을 매각해도 전세금을 전액 반환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단순히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문제를 넘어, 금융 시장과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주거 지원 사업을 통해 전세자금 대출이 확대되면서 의도치 않게 전세금 상승을 이끌었다. 임차인들이 대출을 통해 자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게 되면서, 임대인들은 이를 기회로 전세금을 더욱 올리는 경향이 생겼다. 이는 임차인들에게 단기적인 주거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금 상승을 초래하여 시장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세 제도의 리스크와 대안 현시점에서 전세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전세 자체의 리스크이다. 특히 '깡통 전세' 문제는 임차인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안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매매 가격이 전세금을 초과하지 않거나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세 제도는 그 안정성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은 상당한 금전적 불안에 놓이게 된다. 단순히 주거 비용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금 자체가 회수되지 못할 위험이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동산 에스크로 제도의 활성화가 있다. 부동산 에스크로는 전세금을 제3자 기관에 예치하여 거래 과정에서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세금의 반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신뢰 관계를 보완하고, 금융적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활성화 과정에서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집주인들은 전세금 운용에 대한 자율성 제한을, 공인중개사들은 중개 과정에서의 역할 축소를 우려해 반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계약 기간 내내 보증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는 방식이 아닌,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즉, 이사 후 전입 신고를 완료한 다음 날 0시)까지 에스크로 계좌에 보증금을 넣어두고, 이후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후에는 보증보험으로 연계하는 방식의 에스크로 제도를 제안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보증금의 안전을 한층 더 강화할 뿐만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금융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유연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결론: 전세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방향 전세 제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안을 철저히 분석하고, 정책적 해결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에스크로 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책은 전세금 반환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발과 구조적 변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전세 제도가 대한민국의 주거 문화에서 계속될 수 있을지,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더욱 깊이 이루어져야 한다. 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최근 한국의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가 있다. 바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폐지나 완화 논의이다. 종부세는 부동산 보유세의 일종으로, 공시지가 12억 원(1세대 1주택자인 경우) 이상인 주택 등에 대해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종부세가 시세나 감정가가 아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24평 아파트의 현재 시세가 20억 원이라 하더라도, 공시지가가 10억 8천만 원이라면 1세대 1주택자인 경우 이 아파트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시세가 20억 원에 달해도 공시지가가 12억 원 미만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종부세의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 현재 종부세 제도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종부세는 계산이 매우 어렵게 설계되어, 동일 물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종부세액을 추정하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이 단일 재화 중에서 가장 큰 점을 고려할 때, 그 보유세금은 예측 가능해야 된다. 그러나 현재의 종부세 제도는 전문가들도 예상 세액을 다르게 계산할 정도로 예측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종부세는 세제 혁신이 필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종부세를 폐지하는 경우, 두 가지 중요한 이슈가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는 실효 재산세율의 설정 문제이다. 종부세가 폐지되면 현재의 매우 낮은 실효 재산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 논의하겠으나, 우리나라의 실효 재산세율은 종부세가 없는 경우, 지나치게 낮다. 둘째는 종부세가 국세로서 중앙정부가 징수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종부세 수입의 약 77%는 수도권에서 발생하지만, 이 재원의 약 75%가 비수도권에 재분배된다. 즉,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종부세를 통해 재정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종부세가 폐지되면 이러한 지역의 재정 보조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한국과 미국의 재산세 비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시세 20억 원의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면, 이 아파트의 공시지가는 약 10억 7천800만 원이다. 공시지가가 12억 원 이하이므로 1세대 1주택자인 경우 종부세 대상이 아니며, 소유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고 오로지 225만 원의 재산세만 납부하게 된다. 이 경우, 실효 재산세율은 0.11%에 불과하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의 경우, 시세가 10억 원인 이 아파트의 공시지가는 약 5억 7천만 원으로 역시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이 경우 재산세는 약 74만 5천 원으로, 실효 세율은 0.07%에 불과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한 주택가. 사진: 게티이미지 한편, 미국의 재산세율은 한국의 상황과 매우 다르다. 미국은 각 주마다 재산세율이 상이하며, 가장 낮은 주는 하와이로 0.29%, 가장 높은 주는 뉴저지로 2.46%이다. 캘리포니아는 0.81%, 알래스카는 1.24%, 오클라호마는 0.99%의 재산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예로 들어보면, 뉴저지주의 중위가격 36만 달러인 주택을 소유한다면, 연간 재산세는 약 8천900달러(한화 약 1천200만 원)에 이른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미국의 재산세율과 재산세액에 비해 한국의 재산세가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 종부세 개혁을 향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현행 제도에서 복잡하고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20억 원 이하의 부동산에 적용되는 실효 재산세율이 0.07%에서 0.12%로 매우 낮은 점을 고려할 때, 종부세 폐지 후 실효 재산세율을 어느 정도까지 인상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재정 자립도가 낮은 농촌 지역의 재정 보조 방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이런 논의 없이 종부세 폐지나 완화는 단순한 포퓰리즘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종부세와 재산세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세제 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듯했던 전세 사기가 다시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2024년 4월 12일 연합뉴스 기사는 한 가족에 의해 진행된 수원 전세 사기 피해액이 225억에서 631억 원으로 급증하였고 검찰이 추가 기소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세 사기는 더 큰 규모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드리우는 중이다. 조사가 지속될수록 피해 사례가 늘어나는 전세 사기에 대해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먼저 이번 편에선 현재 전세 사기의 구조와 현황, 다음 편은 전세 사기의 역사 - 1933년부터 발생하였던 전세 사기 사례와 현재 수법과의 유사성을 설명하고자 하며, 마지막 편에선 전세 사기의 원인(정보 비대칭성, 미들맨의 도덕적 해이, 미약한 법적 제재, 전세 자체의 리스크)과 해결 방안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전세에 존재하는 법적 리스크: 책임 저버린 정부 전세 사기는 "전세" 제도 자체와 관련한 법적 미비점과 연결된다. 하나는 전입 신고의 효력 발생 일자이다. 전세 계약을 하면 주민센터에 전입 신고를 한다. 그런데 전입 신고 효력은 익일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오전에 전세 계약을 하고 전입 신고를 하였는데 악의를 품은 집주인이 당일 오후 은행에서 대규모 대출을 일으킨다면, 은행이 선순위, 세입자가 후순위가 된다. 만약 이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면, 후순위 세입자는 전세금을 떼이게 된다. 또 하나, 전세 사기 다수는 다가구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빌라'라 불리는 유형의 주택은 크게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으로 나뉜다. 다세대주택은 각 호수가 개별적으로 등기 설정된 데 반해, 다가구주택은 전체 건물이 하나의 물건이어서 각 호수가 개별 등기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다가구주택의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 다가구주택 전체의 은행 대출 금액과 다른 호수의 전세 금액을 알기 어렵다. 집주인 또는 공인중개사에게 요청을 하고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신청하여야 알 수 있다. 이렇듯 전세 계약은 법적인 리스크가 존재하기에, 전세 사기는 당사자가 부유하건 가난하건 그리고 임차 주택이 고가 아파트 혹은 저가 주택에 상관없이 발생 가능하다. 전국에 걸쳐 발생 중인 대규모 조직범죄 현재 전세 사기는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2,400여 채 주택에 55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대전에서는 LH의 전세임대주택 지원 제도를 악용한 사건이 발생하여, 최소 600명의 임차인 피해자가 발생하였고 1,000억 규모의 전세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집주인 부부가 170억 원대의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고 잠적한 사건이 있었으며, 수원에서는 무자본 갭투자로 800여 채의 부동산에서 225억 원을 편취하는 일이 있었다. 수도권 일대에서는 이른바 '빌라왕' 김대성이 2017년부터 신축 빌라를 대상으로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이용한 전세 사기를 벌여, 1,244명의 피해자가 2,300억 원대의 피해를 입었고 추가 관련 사기로 총 피해액은 3,200억 원대에 달한다. 요약하면 전세 사기는 전국에 걸쳐,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 규모로 그리고 수백에서 수천 채에 달하는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사기는 건물주 1인이 벌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조력자들(분양대행업자, 공인중개사, 은행원 등)이 결탁한 조직범죄의 양상을 강하게 띠고 있다. 서민 밀집 지역의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금융 사기 전세 사기가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는데, 해당 도시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빌라가 밀집한 가난한 서민 동네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1억 원 이하 피해액이 전체 50%, 2억 원 이하가 약 80%라는 통계, 그리고 다가구주택이 2023년 1분기 보증 사고 건수 중 전체 피해 주택의 49.3%를 차지한다는 통계에서 잘 나타난다. 또한, 범죄자들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노리는데, MZ세대가 그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부동산 계약 경험이 없는 MZ세대가 사기 위험에 크게 노출되었고, 전세 사기를 당한 이들의 금전적, 정신적 피해는 상당하다. 일부 젊은이들이 세상을 등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회적 재난을 선포하고, 경매를 막아라! 전세 사기를 부동산 계약 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개인의 잘못으로 여기는 사회적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세 사기'라는 용어에서 보여주듯, 전세 사기는 피해자의 전세금을 사취한 금융 사기이다. 전세 사기는 작금에 갑작스레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전세 사기는 1930년대부터 발생한 100년 된 문제로, 1960·70년대와 1980년 전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되었다. 즉, 10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거대한 사회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전입 신고 효력 발생 시점과 다가구의 등기 문제에서 보듯이,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책임을 방기하였다. 따라서, 오롯이 개인의 잘못으로 돌릴 문제가 결코 아니다. 조직에 의해 대규모로 발생하는 조직범죄에 이들이 걸려든 것이다. 또한, 전세 사기는 서민 밀집 지역과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사망에 이른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이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를 넘어선 사회적 재난이다. 더 나아가 전세 사기의 본질이 금융 사기이기에, 사기를 당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자산인 전세금을 보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들이 임차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 부분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 관련 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