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국립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현 가오슝대학 동아시아어문학과 교수(학과장)
2024년 1월 대만 대선에서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賴清德) 후보가 승리하면서 민진당이 정권을 재창출했다. 라이칭더는 과거(2017년 9월) 행정원장(국무총리에 해당) 신분으로 최초로 대만 독립 지지를 표명했던 대만의 대표적인 독립 성향 정치인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하여 양안 간의 전방위적인 교류 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대만 독립과 이에 관련된 언행을 단호하게 배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독립 선언과 같은 독립 추구는 양안 관계의 파탄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양안 관계는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양안 경제 협력·발전은 대만 입장에서 경제 성장을 추동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양안 관계 현상 유지에 중요한 기반이다. 따라서 대선 승리 후 라이칭더는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 입장을 공언하였으며 양안 집권당 대화를 제기하였다. 중국 또한 하나의 중국과 대만 독립 반대의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동시에 양안 관계 개선을 위한 경제 협력 강화 방안도 발표하였으며 국민당 중국 방문단을 통하여 양안 경제 협력 확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치적 대립으로 촉발된 양안 간의 긴장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국민당 중국 방문단과 왕후닝(王滬寧) 중국 정치협상회의 주석 접견. 출처 : 聯合新聞網 그러나 2024년 5월 20일 총통 취임식 이후 양안 간의 긴장 관계가 다시 격화되기 시작했다. 그 주요한 원인은 라이칭더 총통이 취임 연설에서 비록 대만 독립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양안 관계 현상 유지의 정책 기조를 천명하였으나,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中華民國與中華人民共和國互不隸屬)'라는 이른바 '신양국론'을 강조하고 대만은 중화민국과 같은 국가 명칭이라고 표명했기 때문이다. 라이칭더 총통 취임 연설. 출처 : Radio Free Asia 사실 '양안상호불예속(兩岸互不隸屬)'은 전임 총통인 차이잉원(蔡英文) 또한 밝혔던 담론이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총통 취임식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표명하지 않았었다. 라이칭더의 대 양안 관계 태도는 차이잉원보다 더 강경한 것이다. 라이칭더의 '신양국론'은 중국을 외국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담론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은 2022년 8월 미 하원의장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여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전개한 이후 처음으로 '롄허리졘(聯合利劍)-2024A'로 명명한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라이칭더 정부를 압박하였다.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 출처 : 中央通信社 이번 군사훈련은 2022년 8월처럼 실탄 훈련을 하지 않았으나 훈련 지역을 진먼(金門), 마주(馬祖) 등 중국 연안에 인접한 섬까지 확대하였으며 훈련 명칭 또한 롄허리졘(聯合利劍)-2024A로 하여 향후 대만해협 정세에 따라 2024B, C, D 등 전개하여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상시화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에 따라 향후 라이칭더 정부 시대의 양안 관계가 전임 차이잉원 정부 못지않게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을 예고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강한 반발이 양안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중 여론의 등에 업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독립주의자 라이칭더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탈중국 노선을 견지할 것이다. 그러나 양안 경제 협력이 대만 경제 성장을 추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안 관계 현상 유지를 지키려고 하고 있다. 차이잉원 집권 시기 양안 관계의 첨예한 갈등으로 대만 사회에 반중 정서가 만연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양안 정치 갈등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양안 경제 협력 부진으로 대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와 양안 경제 협력의 확대에 대한 지지세가 상승한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에 대한 여론 악화 속에 탈중국 노선의 차이잉원이 두 번의 대선에서 연속으로 승리하였지만 재임 시에 치러진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는 양안 관계 개선을 강조한 국민당에 참패하였으며 이번 대선에서 독립 노선의 라이칭더가 승리하였지만 득표율은 40%에 불과하고 양안 관계 개선을 강조한 야당 후보(국민당의 허우유이와 민중당의 커원저)의 지지율이 60%에 육박했고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패배하여 입법원 소수당으로 전락하였다. 라이칭더 정부는 정치적으로 중국과의 거리를 유지하지만 양안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갈 정도로 중국을 자극할 정치적 움직임은 자제하며 양안 경제 협력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대만과의 군사적 충돌은 미국과의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여 쉽지 않은 선택이다. 따라서 라이칭더 정부에 대해 '수사적, 군사적 위협(文攻武嚇)'과 경제적 압박을 지속할 것이다. 이로 인해 대만해협에서 대규모의 군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겠으나 양안 관계의 팽팽한 긴장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자인 : 서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