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오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임금 체불은 진짜 못 참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A 씨는 관리자 폭언보다 더위가 더 괴롭다고 호소했다. 35도가 넘는데 휴식도 없이 하루 수만 보를 걷는다고 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B 씨는 사장이나 임원이 없는 생산현장에는 에어컨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에어컨 선이 사장을 포함한 임원이 근무하는 사무실에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D 씨는 공사장 현장 내 쓰레기가 나온다는 이유로 업체가 물을 지급하지도 않고, 개인이 물을 사서 현장에 들어가는 것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에도 작업 중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D 씨는 생명에 위협을 느껴 결국 출근을 포기했다. 지난해 10월 22일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개정으로 사업주의 폭염·한파 예방조치가 법률로 의무화되었고, 구체적 보호 기준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사업주의 구체적 보건조치 사항 등을 추가하여 마련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지난 7월 11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뒤늦게나마 통과되었다. 고용노동부 폭염 온열질환 예방조치 5대 기본수칙 역시 '시원하고 깨끗한 물 충분히 제공', '실내, 옥외작업 시 (이동식) 에어컨, 산업용 선풍기 등 냉방, 통풍장치 및 그늘막 설치', '체감온도에 따른 휴식 시간 보장'(31°C이상 적절한 휴식, 33°C이상 2시간 이내 20분 휴식)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갑질119에는 폭염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내용의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상담 유형은 △휴식 미보장 △부적절한 작업장 온도 △물 마실 권리 침해다. 촘촘하고 적극적인 고용노동부의 안전보건 행정과 감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과 제도,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현장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폭염, 폭우 등 기후재난 상황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자 당사자가 위험을 감지했을 때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ILO의 제155호 산업안전보건협약은 작업중지권 보장을 넘어 '사용자가 개선 조치를 하기 전에는 노동자가 복귀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작업중지권 보장의 중요성은 직장인들도 체감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2025년 6월 1일부터 6월 7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태풍, 폭우, 폭염,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73.9%가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 판단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급박한 위험'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작업중지를 한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 사업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으며 △작업중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전할 방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한계로 인해 다수의 현장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 행사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대상이 근로자로 명시되어 있어 택배, 배달 등 폭염에 노출되기 쉬운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 작업중지권을 행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작업중지권을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폭넓게 보장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노동자가 위험한 상황에서 실제 행사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갑질119에는 거의 매일 '가짜 프리랜서 계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상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가짜 프리랜서는 계약의 형식은 프리랜서지만 실제 근무 형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경우를 말한다. 사용자들이 법을 잘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용해 일은 '근로자'처럼 시키면서도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하면서 이 가짜 프리랜서 문제는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상담을 신청하는 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유튜브 작가, 애견미용사, 필라테스 강사는 물론이고 카페 알바나 방송 출판업 종사자, IT, 사회복지 등 그야말로 프리랜서 계약을 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이들의 공통 질문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하는데 자신이 정말 프리랜서냐'는 것이다. 이런 질문이 너무나 많이 들어와서 직장갑질119에서는 최근 프리랜서 감별사 온라인 체크리스트(https://gabjil119-77677.waveon.me)까지 제작했다. 오픈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수백 명이 이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가짜 프리랜서인지 여부를 확인했다. 2006년 학원 강사 대법원 판결(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은 근로자 판단 징표를 제시한 중요한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여부 △노무제공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재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는지 여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를 근로자 판단 징표로 보았으며, 그 외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부차적 판단 징표로 보았다. 해당 판결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계약의 실질적 내용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19년 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근로자 판단 징표가 제시되었음에도 현실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계약의 실질적 내용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판결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하는 것은 ABC 테스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2018년 물류배송업체 다이나맥스 소속 배송기사들이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하며 ABC 검증요건을 제시했는데, 사용자가 A, B, C 각 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어느 하나라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근로자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A) 노무제공자는 업무수행과 관련해, 계약상·실제로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를 받지 않는다. (B) 노무제공자는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범위 외 업무를 수행한다. (C) 노무제공자는 관례적으로 기업과 독립적으로 설립된 직종, 직업 또는 사업에 종사한다. 이 다이나맥스 판결에서 제시한 ABC 검증요건은 2020년 1월 자로 시행된 AB-5법을 통해 성문화, 법제화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일부 서비스직군의 경우 검증 결과와 무관하게 독립사업자로 분류하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근로자성 입증 난이도 측면에서 한국의 상황보다는 진일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자들이 자신이 가짜프리랜서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면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 비임금 노동 계약이 사용자 편의를 위해 위장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자 당사자가 자신이 근로자임을 입증하는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비임금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닐 경우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노동자 개개인이 체크리스트로 자신의 상황을 '감별'하며 골머리를 썩여야 하는 사회는 정말 이상한 사회가 아닐까? 중요한 공약이 정말 많지만, 근로자 추정 공약 이행은 이 이상한 사회를 바로잡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반노동, 반노조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노동시간 연장,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산업재해 사용자 책임 완화에 더해 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조합원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축소, 직무 성과급제 확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요건 강화 역시 대표적인 윤석열표 노동정책이다. 직장인들은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①주 69시간제 도입 추진 ②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축소 ③노조 활동에 대한 감시 및 강경 대응 ④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추진 ⑤직무성과급제 확대 ⑥산업재해 책임 완화 정책을 제시하고, 이 중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최대 2개를 선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가장 최악의 정책으로 꼽힌 것은 주 69시간제 도입 추진(44.8%)이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30대(53.5%), 실무자급(47%), 일반사원급(46.5%), 정규직(47%), 노동조합 조합원(45.7%)들의 반발이 컸고, 사업장 규모로 보면 공공기관(48%) 노동자들의 응답률이 높았다. 지금도 긴 노동시간에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다. 직장인 3명 중 1명은 노조 활동에 대한 감시 및 강경 대응(33.1%) 기조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노동조합 조합원(45.7%), 정규직(35.2%), 민간 300인 이상(39.9%) 40대(37.4%), 50대(36.9%), 실무자급(36.8%), 중간관리자급(36.2%)들이 해당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응답자 특성과 일치하는 결과다. 반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추진(28.4%)' 정책을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20대(42.2%), 여성(35.3%), 비정규직(35.5%)이었다. 비사무직(33.6%), 작은 사업장(5인 미만 31.2%, 5인 이상 30인 미만 31.5%), 저임금(150만 원 미만 32.9%, 300만 원 미만 34.8%) 노동자들 역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정책을 다른 응답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업재해 사용자 책임 완화' 정책을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0대(31.4%), 상위관리자(32.7%), 비조합원(26.7%), 월 급여 300만 원 이하, 건설업 종사자(33.3%)였다. 각 정책을 특히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 응답자 특성을 살펴보다 보면 사업장 규모, 고용 형태, 노조 유무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노동자가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기 내내 노동자들을 여성과 남성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기업과 작은 사업장으로, 조합원과 비조합원들로 갈라쳐 왔지만, 실제로는 노동자 전반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꾸준히 쏟아냈다는 의미다. 실제 같은 설문에서 직장인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자 권익 보호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10명 중 7명(68.7%)이 '노동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 4명 중 1명(25.4%)은 '매우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 이번 대선공약집만 봐도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과 쉴 권리와 관련해서는 '주 4.5일제 추진', '포괄임금제 금지 근로기준법 명문화', '연차유급휴가 활성화 및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 등의 공약을, 노조 할 권리와 관련해서는 '노조 초기업단위 교섭활동성 및 단체협약 효력 확장 추진',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등의 공약을, 노동안전보건체계 강화를 위해서는 '산재보험제도 적용 범위 단계적 확대 추진', '산업재해 국가책임제', '산업안전보건법 개편 및 정부내 노동안전보건체계 통합운영'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윤석열 노동정책이라는 오답을 피하는 수준을 넘은, 더 나은 일터를 위한 좋은 공약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러한 공약이 선거용 수사를 넘어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어떤 외부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관련 입법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출판사에서 근무 중인 A 씨는 관리자로부터 본인이 작업한 도서의 저자 소개를 수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저자가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혔는데, 그 문구를 삭제하라는 요구였다. 관리자는 삭제 사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A 씨가 직장갑질119에 상담을 청한 이유는 상급자의 지시가 부당 지시인지, 그래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상황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질의에 대해서는 '수정 요청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사유 확인 후 답변에 따라 추가 문의를 해 달라'는 답변이 나갔다. 이후 추가 문의는 없었기에 그것으로 상담은 종료되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인지 여부와 별개로 상담자의 일터가 안전한 일터인지 물어본다면 답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직장갑질119도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는 일터, 괴롭힘과 젠더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일터,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일터 등을 '안전한 일터'라 말해왔다. 문제는 안전한 일터라는 것이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안전하게 느껴지는 일터가 누군가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일터가 되기도 한다. 직장갑질119 2025년 1분기 직장인 1,000명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48.9%, 그러니까 절반이 '한국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여성(66.9%)이 남성(34.4%)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비정규직 여성의 '안전하지 않다' 응답은 70.1%에 달했다. 성별 외 응답에 영향을 끼친 응답자 특성은 직장 규모, 노조 유무, 직급, 급여 수준이었는데. 비조합원일수록, 회사 규모가 작고, 직급과 급여가 낮을수록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직장인들에게 자신의 일터가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북한이탈주민,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가 일하기 안전한 공간인지 각각 물어보기도 했다. 그 결과 '일터가 장애인에게 안전하지 않다' 응답이 5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성소수자(41.7%), 이주노동자(41.8%), 북한이탈주민(38.4%)의 경우 4명 중 1명꼴로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나왔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여성 응답자들의 '일터가 소수자에게 안전하지 않다' 응답은 모든 설문에서 남성 응답자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자신의 직장을 성소수자가 불이익을 우려해 정체성을 숨기고 일할 수밖에 없는 일터, 이주노동자나 북한이탈주민이 출신·배경에 따라 혐오와 폭력에 노출되는 일터, 장애인이 근무조차 할 수 없도록 설계된 공간과 시스템을 보유한 일터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이런 일터는 소수자에게만 위험한 일터가 아닌 구성원 모두에게 불안정하고 위험한 공간일 수밖에 없다. 여성, 여성 비정규직의 '안전하지 않다' 응답이 높게 나타난 것도 눈에 띈다. 일상에서 더 많은 차별과 배제를 직접 경험해온 사회적 약자 당사자이기에 또 다른 소수자, 약자의 어려움을 더 쉽게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논란이 증폭되며 국회를 넘지 못한 차별금지법은 여러 영역에서 국적·인종·나이·성별·성별정체성·고용형태 등의 정체성과 관련한 일체의 차별적 괴롭힘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이다. 고용과 노동의 영역에서 가장 필요한 법이기도 하다. 이 정도 수준의 사회적 합의조차 불가능하다면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 일터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계엄이 선포되어서 직원들을 괴롭히는 사장들을 싸그리 처벌했으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던 당시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상담 내용 중 일부다. 이 상담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얼마나 괴로우면, 사장의 전횡을 막을 수단이 얼마나 부족하다고 느끼면 계엄이라도 해서 상황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였다. 계엄으로 일터에서 직원들을 괴롭히는 사장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임금을 체불하지 말라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노동자가 침묵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대다수 직장인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광장의 민주주의가 일터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보니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는 수많은 직장인이 참여했다. 직장갑질119가 2025년 2월 10일부터 2월 1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12.5%)이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집회 참석 여부와 별개로, 직장인 1,000명 중 68.7%는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자체가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63.3%는 이 탄핵 촉구 집회 이후 한국 정치가 보다 민주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다. 내란을 진압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던 모든 과정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 공고하게 할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나은 일터에 대한 기대는 얼마나 높아졌을까? 설문 결과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이후 일터에서도 민주주의가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47.3%에 그쳤다. 절반 이상의 직장인들이 한국 정치의 변화보다 일터의 변화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일터가 민주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응답은 50대(52.7%), 조합원(54.3%), 공공기관(56.7%)에서 높게 나타났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0대(59.2%), 5인 미만(60.6%)에서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좋지 않은 청년,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보다 냉소적으로 상황을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우려와 냉소는 직장인 개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시위 당시 광장에 울려 퍼졌던 '더 나은 일터를 위한 요구'는 집회 이후 일터에 끝내 가 닿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 바 있다. 그 당시에도 광장의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불안하고 차별적인 노동, 위험한 일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직장인이 일하다 목숨을 잃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남겨져 있으며, 모든 일터에서는 비정규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선거철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공약이 제시되지만 선거가 끝나면 '기업 부담이 커서',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해서'라는 등의 변명을 앞세워 추진되지 않기 일쑤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법안이 기한 만료로 폐기되곤 한다. 일터를 바꾸기 위해 계엄을 기원하는 대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사용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 책임을 부과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일터의 관행을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직장인들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곳곳에서 울려 퍼질 수 있어야 한다. 일터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광장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로 계엄군이 사장을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상담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앞으로 그와 내가 일터를 바꾸기 위한 활동의 동지가 될 수도 있을까? 대통령을 한 명 끌어내리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오는 야근 갑질 관련 상담 유형은 크게 두 종류다. 도저히 계약된 근로시간 내에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업무를 부여한 뒤 연장근로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것을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 혹은 대표, 임원, 관리자가 업무 실적 혹은 일정과 무관하게 '연장근로를 해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시대착오적 논리를 앞세워 노동자를 압박하는 것. 직장인 A 씨의 경우 채용 공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업무 외 추가적인 업무까지 떠맡게 되었는데, 이 상황에서 매일 야근을 하지 않자 관리자로부터 "네가 야근을 하지 않아 회사 매출이 떨어지면 책임을 질 거냐"는 말을 들었다. 첫 번째 유형의 야근 갑질이다. 직장인 B 씨의 경우 특별히 연장근로를 해가며 처리해야 할 업무가 없는 상황에서조차 대표로부터 "야근을 왜 하지 않냐. 열정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매일 들었다.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는데 오후 6시 20분에 퇴근해도 "칼퇴를 한다"라는 비난이 돌아왔다. 이건 두 번째 유형의 야근 갑질이다. 다양한 형태, 다양한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회사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주로 활용되는 것은 포괄임금 계약이다. C 씨는 포괄임금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6개월가량 매일 야근을 하고도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연이은 야근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정시 퇴근을 하기 시작하자 팀장은 C 씨를 불러 "제 발로 나가지 않으면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어줄 것"이라 경고했다. 이런 포괄임금 오남용을 통한 '공짜 야근'에 대해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강력 대처를 공언하고 있다. 이 공짜 야근을 막을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방법은 포괄임금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후 예외적으로만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고용노동부가 하는 '강력 대처'는 신고가 접수되거나 의심되는 몇몇 사업장을 단속한 뒤 그 성과를 전시하는 수준이다. 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돈을 주지 않고도 일을 더 시킬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니 기업은 추가 채용보다는 현재 채용한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부여하고, 더 긴 시간 일할 것을 강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것은 일도 해야 하고 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뿐이다. 수당이 문제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 그 자체로 몸과 마음을 다쳤다는 상담도 적지 않다. 반복된 야근 지시로 수개월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상담자, 업무 과다로 몸이 망가져 휴직하다 복귀했는데 예전 그대로 과도한 업무를 부여해 건강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는 상담자. 이들은 설령 회사가 수당을 준다고 해도 이렇게 연장근로를 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일·가정 양립을 불가능하게 해 저출생 문제를 심화시킨다. 반면 이렇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 삶을 갈아 넣어 주당 노동시간을 늘리면 늘릴수록 오히려 노동 생산성 손실이 커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주 최대 69시간(연장근로 포함) 개편안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되었지만, 연장근로 한도 위반 기준에 대한 행정해석은 일주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주 2일 하루 21.5시간씩 일을 몰아 시킬 수 있도록 변경했고, 최근에는 내란에 따른 혼란을 틈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주 최대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확대했다. 애초 특별연장근로제는 그 자체로도, 주 40시간 이상 초과하여 근로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당사자 동의를 구해 주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만을 허용한 근로기준법을 기업의 이익을 위해 무력화시키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를 폐지하기는커녕, 장시간 노동 허용 기간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내부 지침을 개정하다니. 대체 언제까지 노동자들의 목숨으로 재벌 기업들의 주머니를 채워줘야 하는 것일까.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갑질119는 2019년부터 매년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내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를 물어왔다. 2019년 6월 기준 괴롭힘 경험 응답은 44.5%였다. 이후 괴롭힘 경험 응답은 조금씩 낮아져 2022년 6월 29.6%를 기록했고 한동안 크게 줄거나 늘지 않고 오차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과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재택근무, 느리지만 조금씩 바뀐 조직문화,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다양한 법과 제도의 한계가 뒤섞여 나온 결과였다. 그런데 지난 한 해는 조금 달랐다. 2024년 1분기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은 30.5%였으나 꾸준히 응답이 늘어 4분기에는 35.9%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심각성도 늘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n=359)들에게 괴롭힘 심각 수준을 물어본 결과, 54.0%가 '심각하다'라고 답했다. 이는 2024년 1분기 46.6%에서 7.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n=359)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있다'라는 응답이 22.8%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1분기(15.7%) 대비 7.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다.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24.8%), 비사무직(24.9%), 5인 미만(28.3%)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신고율은 자해나 죽음을 고민했다는 응답보다 낮았다. 실제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n=359)들에게 대응 방법을 물어본 결과,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2.8%,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대신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51.3%,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23.7%에 달했다(중복 응답). 회사를 떠나거나 스스로를 해치는 것보다 신고가 어려웠다는 의미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직장 내 괴롭힘 이후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20대(32%), 5인 미만(30.4%), 비정규직(27.3%), 비조합원(25.5%)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괴롭힘 피해 이후 죽음 또는 자해를 더 많이 고민한 사람들과 응답자 특성이 겹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신고를 어렵게 느낄까? 신고하지 않은 응답자들(n=321)에게 물어본 결과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8%),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2.4%)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이 막막한 상황 속에서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해치는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 심각성, 자해, 죽음 고민 응답이 늘어났다는 것은 조직문화의 후퇴, 일터 민주주의의 훼손을 암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고 노동 조건이 열악한 일터의 약자들은 법과 제도의 보호망 밖에서 더 심각한 피해를 입고, 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당사자 간의 갈등 문제가 아닌 일터 안전의 문제로 법과 제도의 한계, 퇴행적인 조직문화, 불안정한 노동 조건의 해소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또다시 '지속성'과 '반복성'을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요건으로 내세우며 신고 허들을 더 높이려 하고 있다. 행위자 처벌 강화 주장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입증할 수 있는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경우에나 그렇게 하겠다는 주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지간한 괴롭힘이 아니라면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 사회는 대체 누구에게 좋은 사회인 것일까?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1.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A 씨의 직속 상사는 입사 이래 지금까지 A 씨를 단 한 번도 이름과 직급으로 부르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야' 또는 '너'라고만 불렸고, 업무 실수라도 하는 날엔 욕설이 이름을 대신했다. A 씨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자 상사는 그날 이후부터 A 씨를 투명 인간 취급하기 시작했다. #2.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B 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대표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몇 차례에 걸친 면담에서 B 씨가 퇴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자 그때부터 대표는 인신공격성 업무 평가를 시작했다. 대표는 B 씨에게 지금까지와는 업무 환경이 달라질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3.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C 씨는 사업 과정에서 센터장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구두 해고 통보를 하며 센터장은 우리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시에 5인 미만이라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로 C 씨를 조롱하기도 했다. 위 사례들은 모두 2025년 새해 첫날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상담이다. 같은 날 직장갑질119 오픈채팅 상담방에는 "다들 회사 일하시면서 고소 진행하시나요? 일도 하고 증거 자료도 모으려니 휴일도 휴일이 아니네요", "그래야죠. 전 너무 억울하고 화나서 새벽 4시에 나가 차에 앉아 멍때리다가 정리하고의 반복이었어요. 약으로 버텼어요" 하는 대화가 오고 갔다. 해가 바뀌고, 대통령도 바뀔 가능성이 높은데 일터의 풍경만은 도무지 바뀌지 않는다. 직장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2025년 새해 소망과 전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2025년 직장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53.5%,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46.5%였다. 2024년 직장생활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70.6%,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29.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직장생활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5인 미만(53.3%), 월급 150만 원 미만(54.7%), 비정규직(50.5%), 비사무직(49.6%), 지난 일주일간 보수를 받고 근무하지 않은 응답자(58.2%)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 외 연령이 높을수록(50대 49.3%), 직급이 낮을수록(일반 사원 51%) 내년 직장생활을 비관하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29.5%)의 경우 직장생활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해와 비교해 23.8%포인트 증가했다. 고용시장의 약한 고리, 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이 특히 심각한 두려움을 안고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광장에 모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광장의 민주주의가 일터의 문턱을 넘겨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같은 조사에서는 '직장생활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사실 답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올 들어 해고 관련 상담이 부쩍 늘었다. 형식은 해고가 아닐지라도 실제 상황을 들어보면 회사 사정으로 회사를 더 다닐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회사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고했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라도 안내한다. 그러나 회사가 내민 권고사직서에 이미 서명을 했다면, 처음부터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라면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아 막막해지곤 한다. 직장인 설문 결과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지, 또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직 및 실직 전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직장인 18.2%는 2024년 1월 이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은 27.8%로 정규직(11.8%)의 두 배 이상이었다. 비자발적 실직 유형은 계약기간 만료부터 권고사직, 희망퇴직, 해고까지 다양한데 비자발적 실직임에도 ‘자발적 퇴사’로 처리되었다는 응답도 10.4%에 달한다. 정부지원금 등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해고나 권고사직을 하지 않고 스스로 사직서를 쓰고 나갈 때까지 노동자를 괴롭히는 사용자들이 이 숫자 뒤에 숨어 있다. 이런 경우 노동자는 사실상 해고를 당했음에도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 이번 설문 결과에서 ‘비자발적 퇴사를 했으나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40.8%에 달한다. 이 응답자 중 애초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되지 않았다거나, 가입은 했지만, 수급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를 빼고, ‘비자발적 퇴사를 했음에도 자발적 실업으로 분류되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경우’는 18.8% 수준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에 있다. 직장인들에게 2025년 실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10명 중 4명(39.1%)이 ‘있다’고 답했다. 내년 실직 예상 응답은 비정규직(52%), 비사무직(47.2%), 5인 미만(43%), 150만 원 미만(49.2%), 50대 이상(42.2%)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실직 이후의 상황이다. 직장인들에게 ‘실직할 경우 재정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묻자, 절반(50.7%)이 ‘6개월 미만’이라 답했다. 버틸 수 있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은 비정규직(59.1%), 5인 미만(59.4%), 비사무직(57.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의 경우 1~2개월만 버틸 수 있다는 응답이 28.5%에 달했다. 곧바로 재취업이 되지 않으면 이들은 대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이런 설문 결과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실직을 개인적으로 대응·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실업급여 사각지대를 줄이고, 일터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논의가 적극 이뤄져야 할 이 시기에 대통령은 난데없이 계엄을 선포해 지금도 힘든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대통령 파면은 결코 정치 이슈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하루라도 빨리 파면이 확정되어, 정말 해야 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2021년 11월 19일부터 임금명세서 교부는 의무가 됐다.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했다면 임금총액, 지급일, 임금 구성항목별 금액과 각 항목별 금액의 계산 방식 등을 반드시 기재해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필수사항을 누락, 거짓 기재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체불 상담을 하다 보면 여전히 임금명세서를 받아본 적 없다는 상담자를 적지 않게 만난다.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해 본인이 임금체불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노동 상담을 받고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는 상담자도 많다. 임금명세서라고 교부는 하지만 필수 기재 사항을 누락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아 교부한다는 상담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 시간외 근무를 한 시간과 수당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교부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수법이다. 최근에는 사장이 의도적으로 명세서 파일을 해상도가 낮은, 작은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노동자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상담을 받기도 했다. 임금명세서는 내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때문에 임금체불 상황에서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는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임금명세서 교부를 ‘기초노동질서’로 분류하여 꾸준히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이런 홍보를 믿고 임금명세서 미지급을 신고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A 씨의 사례다. A 씨는 수년간 근무해 온 회사에서 단 한 번도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다. 달라고 요청을 해보기도 했지만 사장은 이 요청을 무시하고, 오히려 요구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요구하기라도 한 것처럼 A 씨를 비난하고 괴롭혔다. 참다못한 A 씨는 결국 노동청에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사장을 신고하고, 근로감독관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과태료를 부과하기는커녕 ‘신고 이후 사장이 명세서를 메일로 한 번에 보낸 내역을 제출했으니 시정된 것이고 시정을 했으니 더 문제를 삼을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 결과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A 씨에게 대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실제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과태료는 거의 부과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2021년 11월 19일부터 올해 8월까지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상 임금명세서 미교부는 적발 시 14일간 개선지도를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금명세서 미교부 신고를 두려워하는 사용자도 없다. 신고까지 간 ‘골치 아픈 케이스’에만 몰아서 한 번에 임금명세서를 줘 버리면 그만이다.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는 사장에게 ‘미교부를 신고하겠다’라고 말하자 사용자가 ‘맘대로 하라’며 비웃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상담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임금명세서 미교부 문제가 일부, 소수 사업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임금명세서 교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매월 임금명세서를 교부받고 있다는 응답은 76.2%에 그쳤다. 다시 말해 직장인 4명 중 1명(23.8%)은 임금명세서를 매월 교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특히 5인 미만(55.7%), 비정규직(46%), 비사무직(39.2%), 150만 원 미만(59.5%) 등에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근로조건이 좋지 않을수록 임금명세서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일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냥 그래도 되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기본 중의 기본인 임금명세서도 제대로 주지 않는 회사가 다른 노동법은 지키고 있을지 걱정도 된다. 법이 시행된 지 벌써 3년이다.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업종 등과 무관하게 모든 일터에서 제대로 된 임금명세서를 제때 교부하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법 취지에 맞는 처벌과 관리 감독이 절실하다. 노동자들이 최소한 ‘임금명세서? 그까짓 거 신고하면 몰아서 주면 그만’이라는 비웃음은 듣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사진 :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