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오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임금 체불은 진짜 못 참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올 들어 해고 관련 상담이 부쩍 늘었다. 형식은 해고가 아닐지라도 실제 상황을 들어보면 회사 사정으로 회사를 더 다닐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회사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고했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라도 안내한다. 그러나 회사가 내민 권고사직서에 이미 서명을 했다면, 처음부터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라면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아 막막해지곤 한다. 직장인 설문 결과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지, 또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직 및 실직 전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직장인 18.2%는 2024년 1월 이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은 27.8%로 정규직(11.8%)의 두 배 이상이었다. 비자발적 실직 유형은 계약기간 만료부터 권고사직, 희망퇴직, 해고까지 다양한데 비자발적 실직임에도 ‘자발적 퇴사’로 처리되었다는 응답도 10.4%에 달한다. 정부지원금 등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해고나 권고사직을 하지 않고 스스로 사직서를 쓰고 나갈 때까지 노동자를 괴롭히는 사용자들이 이 숫자 뒤에 숨어 있다. 이런 경우 노동자는 사실상 해고를 당했음에도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 이번 설문 결과에서 ‘비자발적 퇴사를 했으나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40.8%에 달한다. 이 응답자 중 애초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되지 않았다거나, 가입은 했지만, 수급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를 빼고, ‘비자발적 퇴사를 했음에도 자발적 실업으로 분류되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경우’는 18.8% 수준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에 있다. 직장인들에게 2025년 실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10명 중 4명(39.1%)이 ‘있다’고 답했다. 내년 실직 예상 응답은 비정규직(52%), 비사무직(47.2%), 5인 미만(43%), 150만 원 미만(49.2%), 50대 이상(42.2%)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실직 이후의 상황이다. 직장인들에게 ‘실직할 경우 재정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묻자, 절반(50.7%)이 ‘6개월 미만’이라 답했다. 버틸 수 있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은 비정규직(59.1%), 5인 미만(59.4%), 비사무직(57.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의 경우 1~2개월만 버틸 수 있다는 응답이 28.5%에 달했다. 곧바로 재취업이 되지 않으면 이들은 대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이런 설문 결과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실직을 개인적으로 대응·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실업급여 사각지대를 줄이고, 일터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논의가 적극 이뤄져야 할 이 시기에 대통령은 난데없이 계엄을 선포해 지금도 힘든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대통령 파면은 결코 정치 이슈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하루라도 빨리 파면이 확정되어, 정말 해야 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2021년 11월 19일부터 임금명세서 교부는 의무가 됐다.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했다면 임금총액, 지급일, 임금 구성항목별 금액과 각 항목별 금액의 계산 방식 등을 반드시 기재해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필수사항을 누락, 거짓 기재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체불 상담을 하다 보면 여전히 임금명세서를 받아본 적 없다는 상담자를 적지 않게 만난다.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해 본인이 임금체불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노동 상담을 받고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는 상담자도 많다. 임금명세서라고 교부는 하지만 필수 기재 사항을 누락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아 교부한다는 상담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 시간외 근무를 한 시간과 수당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교부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수법이다. 최근에는 사장이 의도적으로 명세서 파일을 해상도가 낮은, 작은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노동자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상담을 받기도 했다. 임금명세서는 내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때문에 임금체불 상황에서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는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임금명세서 교부를 ‘기초노동질서’로 분류하여 꾸준히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이런 홍보를 믿고 임금명세서 미지급을 신고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A 씨의 사례다. A 씨는 수년간 근무해 온 회사에서 단 한 번도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다. 달라고 요청을 해보기도 했지만 사장은 이 요청을 무시하고, 오히려 요구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요구하기라도 한 것처럼 A 씨를 비난하고 괴롭혔다. 참다못한 A 씨는 결국 노동청에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사장을 신고하고, 근로감독관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과태료를 부과하기는커녕 ‘신고 이후 사장이 명세서를 메일로 한 번에 보낸 내역을 제출했으니 시정된 것이고 시정을 했으니 더 문제를 삼을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 결과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A 씨에게 대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실제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과태료는 거의 부과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2021년 11월 19일부터 올해 8월까지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상 임금명세서 미교부는 적발 시 14일간 개선지도를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금명세서 미교부 신고를 두려워하는 사용자도 없다. 신고까지 간 ‘골치 아픈 케이스’에만 몰아서 한 번에 임금명세서를 줘 버리면 그만이다.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는 사장에게 ‘미교부를 신고하겠다’라고 말하자 사용자가 ‘맘대로 하라’며 비웃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상담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임금명세서 미교부 문제가 일부, 소수 사업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임금명세서 교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매월 임금명세서를 교부받고 있다는 응답은 76.2%에 그쳤다. 다시 말해 직장인 4명 중 1명(23.8%)은 임금명세서를 매월 교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특히 5인 미만(55.7%), 비정규직(46%), 비사무직(39.2%), 150만 원 미만(59.5%) 등에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근로조건이 좋지 않을수록 임금명세서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일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냥 그래도 되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기본 중의 기본인 임금명세서도 제대로 주지 않는 회사가 다른 노동법은 지키고 있을지 걱정도 된다. 법이 시행된 지 벌써 3년이다.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업종 등과 무관하게 모든 일터에서 제대로 된 임금명세서를 제때 교부하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법 취지에 맞는 처벌과 관리 감독이 절실하다. 노동자들이 최소한 ‘임금명세서? 그까짓 거 신고하면 몰아서 주면 그만’이라는 비웃음은 듣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모 기업의 콜센터 외주 업체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우리에게 장난 전화나 악성 민원에 대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관리자에게 장기 차단을 여러 번 요청했지만, 매번 반려되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계약 유지를 위한 인입콜 수 충족. 폭언을 하는 고객이나 평범한 문의를 하는 고객이나 종이 위에 숫자로 올라갈 때는 다를 것도 없다. 또 다른 콜센터 상담원 B 씨는 악성 민원인의 성희롱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정신 질환이 생겨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B 씨는 회사에 몇 차례나 고통을 호소했지만,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고객의 민원은 B 씨가 해결했지만, B 씨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콜센터만의 일도 아니다. 한 고객이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며 은행에서 난동을 부렸는데, 이후 해당 고객이 금감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하자 관리자는 오히려 민원인 갑질의 피해자인 창구 직원 C 씨에게 "왜 일을 이렇게 키웠냐"고 화를 내고, 다른 직원들에게 C 씨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녔다. 안내 센터에서 근무하는 D 씨는 자신이 안내할 수 없는 범위와 관련한 질문을 하는 방문객에게 '잘 모르는 영역'이라는 답변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욕설을 들었다. 해당 방문객은 이후 D 씨에 대한 불친절 민원을 본사에 접수했다. D 씨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욕을 먹은 것으로도 모자라 평가가 깎일까 두려워 우리에게 상담 메일을 보냈다. 2018년 10월 18일 고객 등 제삼자의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이 시행되면서 민원인 갑질(고객 등 제삼자의 폭언 등)로부터 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민원인 갑질로 고통받고 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공공기관을 포함한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민원인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는 규정(제4조 제2~4항)이 2022년 1월 신설, 시행되고 있지만, 이 또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직장갑질 119가 2024년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민원인 갑질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6%가 고객, 학부모, 아파트 주민 등 제삼자인 민원인에게 괴롭힘(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민원인 갑질 피해자 중 61.9%는 피해 이후 회사에 신고하거나 대책을 요구하는 대신 '참거나 모르는 척'했으며, 25.6%는 회사를 떠났다. 회사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53.6%로 절반을 넘겼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직장인 36.1%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피해를 당하고도 관련 법이 있는지 몰라 신고하지 못하거나, 신고했음에도 사업주가 법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 법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 노동자와 사용자 양측에 법의 내용, 그러니까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알리고, 실제 사용자가 법상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보다 적극적인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뉴얼에 응대 멘트 하나 추가해 놓고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우기는 사용자들을 계속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A 씨는 올 1월 회사 대표로부터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A 씨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업무 배제, 폭언, 감시 등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견디다 못해 지난 4월 김 씨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올 6월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대표에게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A 씨가 우리에게 상담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연초부터였다. 대표의 괴롭힘이니 사내 신고가 아닌 노동청 신고를 할 것, 먼저 사직서를 제출하지 말 것, 추가적인 괴롭힘이 예상되니 증거를 잘 모아둘 것 등의 조언이 있었다. 이 조언대로 A 씨는 끝까지 사직서를 내지 않고 증거를 모아 노동청에 대표를 신고해 괴롭힘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노동청에 괴롭힘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대표는 A 씨의 책상을 복도로 뺐다. 그리고 A 씨가 그 책상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자, 이번엔 그 책상을 어딘가로 숨겨버렸다. 책상도 없는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던 A 씨에게 한 직장 동료가 자신의 책상 한 켠을 내주었고, 그 이후 A 씨는 매일 그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업무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지만 회사에 늦거나, 점심시간을 1분이라도 더 쓰고 돌아오면 경고를 받았다. A 씨 사건을 조사하던 근로감독관은 그에게 "왜 이런 회사를 계속 다니려고 하시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텅 빈 근무시간 내내 그 질문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그는 그저 회사에 다니고 싶었을 뿐이었다. 노동청에서 과태료를 부과하자 대표는 더 망설이지 않았다. 징계위원회 참석 요구 공문에는 다양한 징계 사유가 나열되어 있었는데, 업무 지시 불이행은 물론이고 회사 내부 정보를 외부에 빼돌렸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A 씨는 내게 물었다. '업무 지시가 없었는데 어떻게 지시를 불이행하나요?', '빼돌리지 않은 정보를 어떻게 빼돌리지 않았다고 입증할 수 있을까요?' A 씨의 우려대로 징계위는 형식적인 자리였고, A 씨는 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결국 해고됐다. 그가 사직서 제출 요구를 받은 지 7개월, 괴롭힘 신고를 한 지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피해자의 피해 이전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현실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용기를 내 신고를 하고 보복을 당하거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것' 정도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2분기 실시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중(n=305) 회사 또는 노동조합 신고 응답은 12.1%,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 신고 응답은 2.6%에 그쳤다. 반면 57.7%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고, 19.3%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 1위와 2위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7.1%)와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1.8%)였다. 용기를 내 신고를 한 응답자(n=50)들에게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는지 묻자 무려 40%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신고 후 회사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직장인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닌 것이다. 인사권이 있는 사용자의 보복은 행위자나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입는 2차 피해보다 피해자에게 더 극심한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를 입은 근로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이미 형사 처벌 대상이다. 또 2022년 대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 후 복직, 전보 발령 등의 조치를 한 사업주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이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음에도 앞선 A 씨의 사례에서처럼 여전히 보복 갑질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이런 경우 법과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실제 현행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위반에 대해 시정 기간을 '14일 이내로' 두고, '미시정 시' 범죄 인지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추후 '시정'만 하면 이미 불리한 처우를 행한 사용자를 사실상 봐주고 있다는 의미다. 사용자의 불리한 처우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에서 유일하게 형사 처벌 대상이 된 것은 그만큼 피해자 및 신고자에게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실상 법을 무력화시키는 조치다. 직장갑질119가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고용노동부는 "신고자나 피해 근로자가 사용자 처벌을 희망할 경우에는 즉시 형사 처벌 절차를 개시하고 있어 '추후 시정만 하면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자를 봐주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불리한 처우를 당하던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정말 회사를 그저 이전처럼 다니는 것이라면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수 있을까? 책상을 잃은 A 씨에게 창고에 숨겨둔 책상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줄 테니 더 문제 삼지 말자고 하면,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회적 요구에 따라 마련된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종종 노동조합을 만들어 일터에서 발생한 문제에 맞서보고 싶다는 상담을 받는다. 실제 갑질 행위자가 사용자이거나 사업장 내 부조리가 뿌리 깊은 경우 개개인의 법적, 제도적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때문에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서는 것이 좋은데 현행법상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청하고, 그 결과 합의된 사항을 단체협약으로 체결할 권리, 정당한 쟁의행위를 할 권리 등은 노조에 있으므로 노조를 만들어 사업장 내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는 판단은 합리적이다. 직장인 다수는 이미 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2분기(5월 31일~6월 10일) 실시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6.8%가 자신이 다니는 직장 내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이미 노조 조합원인 경우 10명 중 8명(81.5%)이 직장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조의 중요성은 노조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 더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상담자에게 노조를 만들어 대응해 보라는 답변을 하는 것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한국에서 노조는 2명 이상의 노동자만 뜻을 모은다면 설립 신고서 등의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설립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노조가 제대로 노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비정규직, 간접 고용 노동자인 경우 진짜 사용자와 교섭 자체를 못 하게 되기도 하고, 회사가 단체행동을 한 조합원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노란봉투법', 그러니까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요구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해당 법 개정안은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근로계약 관계의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교섭이 가능한 사용자로 봐야 하며(노조법 2조 개정안), 노동조합의 소멸을 목적으로 한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노조법 3조 개정안)을 담고 있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그리고 최소한의 요구다. 경영계의 주장대로 이 법이 생긴다고 수많은 사용자가 파산할 이유도 없다. 이미 진짜 사용자가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다수의 판결도 나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사회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단체교섭과 파업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음을 권고하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현행법이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과 파업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당사자들의 지지 여론이 제법 높은 법이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8월 1일부터 9일 사이 실시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84.3%는 원청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동조합법 2조 개정안에 대해 동의했고,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3조 개정안에 대한 동의 의견도 73.7%에 달했다. 이러한 동의 의견은 비정규직인지 정규직인지, 노조 조합원인지 비조합원인지 등의 응답자 특성과 무관하게 모두 높게 나타났다(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또다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서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도 없이 해당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부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 법안은 모두 사회적 공감대가 없는 법으로 봐야 하느냐는 의문 이전에, 이러한 발언과 행보는 이번 정부가 '노동 약자 지원'을 앞세우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노동 약자의 범위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관련 기사를 보면 비정규직, 비조합원 등은 항상 노동 약자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차별적 처우나 갑질 문제를 직접 노조를 만들어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법의 개정은 막고 있다. 최소한의 노동 3권조차 보장하지 않으면서 대체 무엇을 '지원'하겠다는 것일까.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을 두고 멀리 돌아가려는 정부 행보가 의문스럽다. 사진 : 게티이미지, 연합뉴스 *외부 컨트리뷰터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인지도가 제법 높은 법이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천 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24.5.31.~6.10.), 직장인 10명 중 7명(71%)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일터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괴롭힘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직장갑질119가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 실시한 2019년 3분기 직장인 1,000명 설문에서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응답은 44.5%에 달했으나, 2024년 2분기 설문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응답은 32%로 지난 5년간 12.5%포인트 감소했다. 직장인 10명 중 6명(60.6%)은 법 시행 이후 다니는 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실제 줄어들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5년은 법과 제도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5년이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 수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비정규직 괴롭힘의 심각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실제 직장갑질119의 2019년 10월 직장인 조사에서 '괴롭힘 심각' 응답은 비정규직 39.9%, 정규직 37.3%로 오차 범위 내 격차를 보였으나, 2024년 6월 기준 비정규직의 괴롭힘 심각 응답은 정규직보다 8.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 와중에 5인 미만,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피해 이후 신고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낮은 신고율이다. 2024년 2분기 기준, 괴롭힘 피해를 경험한 이후 회사나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8.1%,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어떤 형태로건 신고가 이뤄진 것이 10.3%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중복 응답이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신고를 한 피해자 비율은 더 낮을 수도 있다. 심지어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신고는커녕 피해 이후 퇴사한다는 응답이 33.3%에 달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3명 중 1명이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법이 직장 내 괴롭힘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피해자에게는 신고 권리를, 사업주에게는 조사·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신고 이후 또 다른 지옥이 펼쳐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에 따르면 괴롭힘 신고자와 괴롭힘을 인정받은 피해자 절반가량은 신고 이후 조치 의무 위반을 경험했고,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51.2%에 달했다. 신고자들이 신고 이후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는지는 통계가 아닌 상담 사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신고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이 와중에 인사팀 담당자가 자신의 연락을 피해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상담, 괴롭힘을 신고하자 관리자에게 '난 절차를 모른다. 뭘 해달라는 거냐'는 비난을 들었다는 상담, 폭행을 당했는데도 회사로부터 '쌍방과실'이라며 협박을 당했다는 상담, 조사는 했지만 사용자가 조사 결과를 말해줄 의무는 없다고 답변해 방치되고 있다는 상담, 신고를 이유로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상담. 밤새 말해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상황이 이런데 문제 해결까지 가는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심지어 경영계와 일부 학계에서는 괴롭힘 신고가 너무 많아 경영에 부담이 된다거나, 허위 신고가 많으니 괴롭힘을 더 엄격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판단 기준을 법에 명시하자는 등의 황당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퇴직자는 괴롭힘 신고를 못하게 막아야 한다', '괴롭힘 신고가 가능한 제척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등의 말도 나온다. 모두 괴롭힘 신고의 허들을 높이는 방향의 법 제도 '개악'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후퇴가 아닌 취지를 살리는 제도의 보완과 강화, 사각지대의 해소다. 수많은 이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괴롭힘 금지법이 무용지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 디자인 : 고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A 씨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총 25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입사 당시 사장은 CCTV가 모두 안전 감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CCTV 카메라는 출입문이 아닌 직원들의 책상 모니터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고, 부사장은 업무시간 중 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CCTV를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업무 지시를 내렸다. A 씨는 먼저 입사한 동료로부터 얼마 전 사무실 구조 변경이 있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관리자가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직원들의 책상과 모니터가 CCTV에 잡힐 만한 위치로 옮겨졌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B 씨는 복귀 후 첫 인사평가 점수를 최하로 받았다. 육아휴직 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었다. 납득할 수 없었던 B 씨가 사유를 묻자 회사는 "그간 카메라로 지켜봤는데 업무 중 개인 통화를 한 것이 확인되었다"라고 답변했다. 식당에서 오전 근무를 마친 C 씨는 휴게시간에 식당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홀에는 소수의 손님이 남아 있었지만 다른 쉴 곳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 단톡방에 사장의 질책이 올라왔다. "손님이 전부 나간 것도 아닌데 그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된다"라는 내용이었다. 사장은 CCTV로 C 씨를 계속 보고 있다는 경고를 덧붙이기도 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CCTV를 통한 노동자 감시를 금지하고 있다. 식당, 버스, 민원실 등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빈번한 '공개된 장소'에는 범죄 예방, 시설 안전 및 화재 예방 등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CCTV를 설치할 수 있다. 회사 사무실 등 '비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때는 해당 장소에 출입하는 정보 주체, 즉 노동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때 사용자는 어떤 개인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수집하는 것인지는 물론이고,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과 거부 시 불이익 내용을 노동자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CCTV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녹음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시설 관리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한 뒤 직원 감시용으로 사용한 위 사례는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법은 멀고 감시는 가깝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명백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 한, "당신을 본 것이 아니다"라는 발뺌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입사 시점 근로계약서와 서약서를 받아 든 평범한 노동자 개인이 "CCTV 위치가 설치 목적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서명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CCTV를 활용하지 않은 전자 감시 갑질 상황은 더 암울하다. 사용자가 업무용 메신저 대화 내역을 사찰한 뒤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다는 상담, 5분만 컴퓨터 작업을 하지 않으면 미접속 상태로 넘어가 관리자에게 알림이 가 괴롭다는 상담, 사장이 재택근무 시 줌 카메라를 계속 켜고 있도록 강요한다는 상담이 직장갑질119에 들어올 때마다 말문이 막힌다. 이들을 보호할 법과 제도가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와 헌법 제17조 등을 근거로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즉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 내용만으로 메신저 사찰과 프로그램을 통한 전자 감시를 포기할 사용자는 없다. 입사 당시 관련 서약서라도 작성했다면 법적 다툼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단은 더더욱 부족해진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보호법 등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불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노동관계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노동관계 법령을 통해 사업장 내 전자 감시를 규제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감시 갑질 피해자들은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업무용 PC를 업무용으로만 사용했다면 문제될 것이 뭐가 있겠냐는 사용자의 질문에, 업무 중 왜 가족의 전화를 받았냐는 관리자의 질책에, 손님이 있는데 어떻게 홀에 앉아 있을 수 있냐는 사장의 타박에 A 씨와 B 씨, C 씨는 어쩐지 위축된다. 최근에는 한 캠핑카 제조업체 사장이 직원 휴게실 앞에 설치된 CCTV로 직원들의 휴게실 사용 시간을 확인해 이를 근거로 임금을 삭감한 사건이 발생했다. 1분 늦게 현장에 복귀했기 때문에, 근로계약서상 휴게시간 외 10분 더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급여가 줄어든 상황에서 임금 체불을 주장하는 것은 어쩐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A 씨, B 씨, C 씨, 캠핑카 업체 직원, 그리고 우리는 모두 기계나 AI가 아닌 인간이다. 인간이 일하는 공간에는 자본이 아닌 인간을 위한 원칙과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2014년에는 진선미 의원이, 2022년에는 강은미 의원이 노동 감시 수단으로 감시 설비를 설치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냈지만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됐다. 22대 국회는 그 이전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디자인 : 고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