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오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임금 체불은 진짜 못 참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계엄이 선포되어서 직원들을 괴롭히는 사장들을 싸그리 처벌했으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던 당시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상담 내용 중 일부다. 이 상담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얼마나 괴로우면, 사장의 전횡을 막을 수단이 얼마나 부족하다고 느끼면 계엄이라도 해서 상황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였다. 계엄으로 일터에서 직원들을 괴롭히는 사장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오히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임금을 체불하지 말라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노동자가 침묵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대다수 직장인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광장의 민주주의가 일터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보니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는 수많은 직장인이 참여했다. 직장갑질119가 2025년 2월 10일부터 2월 1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12.5%)이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집회 참석 여부와 별개로, 직장인 1,000명 중 68.7%는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자체가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63.3%는 이 탄핵 촉구 집회 이후 한국 정치가 보다 민주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다. 내란을 진압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던 모든 과정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 공고하게 할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나은 일터에 대한 기대는 얼마나 높아졌을까? 설문 결과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이후 일터에서도 민주주의가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47.3%에 그쳤다. 절반 이상의 직장인들이 한국 정치의 변화보다 일터의 변화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일터가 민주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응답은 50대(52.7%), 조합원(54.3%), 공공기관(56.7%)에서 높게 나타났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0대(59.2%), 5인 미만(60.6%)에서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좋지 않은 청년,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보다 냉소적으로 상황을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우려와 냉소는 직장인 개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시위 당시 광장에 울려 퍼졌던 '더 나은 일터를 위한 요구'는 집회 이후 일터에 끝내 가 닿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 바 있다. 그 당시에도 광장의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불안하고 차별적인 노동, 위험한 일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직장인이 일하다 목숨을 잃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남겨져 있으며, 모든 일터에서는 비정규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선거철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공약이 제시되지만 선거가 끝나면 '기업 부담이 커서',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해서'라는 등의 변명을 앞세워 추진되지 않기 일쑤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법안이 기한 만료로 폐기되곤 한다. 일터를 바꾸기 위해 계엄을 기원하는 대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사용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 책임을 부과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일터의 관행을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직장인들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곳곳에서 울려 퍼질 수 있어야 한다. 일터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광장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로 계엄군이 사장을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상담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앞으로 그와 내가 일터를 바꾸기 위한 활동의 동지가 될 수도 있을까? 대통령을 한 명 끌어내리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오는 야근 갑질 관련 상담 유형은 크게 두 종류다. 도저히 계약된 근로시간 내에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업무를 부여한 뒤 연장근로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것을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 혹은 대표, 임원, 관리자가 업무 실적 혹은 일정과 무관하게 '연장근로를 해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시대착오적 논리를 앞세워 노동자를 압박하는 것. 직장인 A 씨의 경우 채용 공고,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업무 외 추가적인 업무까지 떠맡게 되었는데, 이 상황에서 매일 야근을 하지 않자 관리자로부터 "네가 야근을 하지 않아 회사 매출이 떨어지면 책임을 질 거냐"는 말을 들었다. 첫 번째 유형의 야근 갑질이다. 직장인 B 씨의 경우 특별히 연장근로를 해가며 처리해야 할 업무가 없는 상황에서조차 대표로부터 "야근을 왜 하지 않냐. 열정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매일 들었다.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는데 오후 6시 20분에 퇴근해도 "칼퇴를 한다"라는 비난이 돌아왔다. 이건 두 번째 유형의 야근 갑질이다. 다양한 형태, 다양한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회사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주로 활용되는 것은 포괄임금 계약이다. C 씨는 포괄임금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6개월가량 매일 야근을 하고도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연이은 야근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정시 퇴근을 하기 시작하자 팀장은 C 씨를 불러 "제 발로 나가지 않으면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어줄 것"이라 경고했다. 이런 포괄임금 오남용을 통한 '공짜 야근'에 대해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강력 대처를 공언하고 있다. 이 공짜 야근을 막을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방법은 포괄임금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후 예외적으로만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고용노동부가 하는 '강력 대처'는 신고가 접수되거나 의심되는 몇몇 사업장을 단속한 뒤 그 성과를 전시하는 수준이다. 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돈을 주지 않고도 일을 더 시킬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니 기업은 추가 채용보다는 현재 채용한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부여하고, 더 긴 시간 일할 것을 강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것은 일도 해야 하고 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뿐이다. 수당이 문제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 그 자체로 몸과 마음을 다쳤다는 상담도 적지 않다. 반복된 야근 지시로 수개월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상담자, 업무 과다로 몸이 망가져 휴직하다 복귀했는데 예전 그대로 과도한 업무를 부여해 건강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는 상담자. 이들은 설령 회사가 수당을 준다고 해도 이렇게 연장근로를 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일·가정 양립을 불가능하게 해 저출생 문제를 심화시킨다. 반면 이렇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 삶을 갈아 넣어 주당 노동시간을 늘리면 늘릴수록 오히려 노동 생산성 손실이 커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주 최대 69시간(연장근로 포함) 개편안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되었지만, 연장근로 한도 위반 기준에 대한 행정해석은 일주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주 2일 하루 21.5시간씩 일을 몰아 시킬 수 있도록 변경했고, 최근에는 내란에 따른 혼란을 틈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주 최대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확대했다. 애초 특별연장근로제는 그 자체로도, 주 40시간 이상 초과하여 근로할 수 없으며 '예외적으로' 당사자 동의를 구해 주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만을 허용한 근로기준법을 기업의 이익을 위해 무력화시키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를 폐지하기는커녕, 장시간 노동 허용 기간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내부 지침을 개정하다니. 대체 언제까지 노동자들의 목숨으로 재벌 기업들의 주머니를 채워줘야 하는 것일까.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갑질119는 2019년부터 매년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내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를 물어왔다. 2019년 6월 기준 괴롭힘 경험 응답은 44.5%였다. 이후 괴롭힘 경험 응답은 조금씩 낮아져 2022년 6월 29.6%를 기록했고 한동안 크게 줄거나 늘지 않고 오차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과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재택근무, 느리지만 조금씩 바뀐 조직문화,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다양한 법과 제도의 한계가 뒤섞여 나온 결과였다. 그런데 지난 한 해는 조금 달랐다. 2024년 1분기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은 30.5%였으나 꾸준히 응답이 늘어 4분기에는 35.9%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심각성도 늘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n=359)들에게 괴롭힘 심각 수준을 물어본 결과, 54.0%가 '심각하다'라고 답했다. 이는 2024년 1분기 46.6%에서 7.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n=359)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있다'라는 응답이 22.8%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1분기(15.7%) 대비 7.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다. 괴롭힘으로 인해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24.8%), 비사무직(24.9%), 5인 미만(28.3%)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신고율은 자해나 죽음을 고민했다는 응답보다 낮았다. 실제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n=359)들에게 대응 방법을 물어본 결과,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2.8%,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대신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51.3%,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23.7%에 달했다(중복 응답). 회사를 떠나거나 스스로를 해치는 것보다 신고가 어려웠다는 의미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직장 내 괴롭힘 이후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20대(32%), 5인 미만(30.4%), 비정규직(27.3%), 비조합원(25.5%)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괴롭힘 피해 이후 죽음 또는 자해를 더 많이 고민한 사람들과 응답자 특성이 겹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신고를 어렵게 느낄까? 신고하지 않은 응답자들(n=321)에게 물어본 결과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8%),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2.4%)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이 막막한 상황 속에서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해치는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 심각성, 자해, 죽음 고민 응답이 늘어났다는 것은 조직문화의 후퇴, 일터 민주주의의 훼손을 암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고 노동 조건이 열악한 일터의 약자들은 법과 제도의 보호망 밖에서 더 심각한 피해를 입고, 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당사자 간의 갈등 문제가 아닌 일터 안전의 문제로 법과 제도의 한계, 퇴행적인 조직문화, 불안정한 노동 조건의 해소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또다시 '지속성'과 '반복성'을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요건으로 내세우며 신고 허들을 더 높이려 하고 있다. 행위자 처벌 강화 주장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입증할 수 있는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경우에나 그렇게 하겠다는 주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지간한 괴롭힘이 아니라면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 사회는 대체 누구에게 좋은 사회인 것일까?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1.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A 씨의 직속 상사는 입사 이래 지금까지 A 씨를 단 한 번도 이름과 직급으로 부르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야' 또는 '너'라고만 불렸고, 업무 실수라도 하는 날엔 욕설이 이름을 대신했다. A 씨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자 상사는 그날 이후부터 A 씨를 투명 인간 취급하기 시작했다. #2.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B 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대표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몇 차례에 걸친 면담에서 B 씨가 퇴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자 그때부터 대표는 인신공격성 업무 평가를 시작했다. 대표는 B 씨에게 지금까지와는 업무 환경이 달라질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3.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C 씨는 사업 과정에서 센터장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구두 해고 통보를 하며 센터장은 우리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시에 5인 미만이라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로 C 씨를 조롱하기도 했다. 위 사례들은 모두 2025년 새해 첫날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상담이다. 같은 날 직장갑질119 오픈채팅 상담방에는 "다들 회사 일하시면서 고소 진행하시나요? 일도 하고 증거 자료도 모으려니 휴일도 휴일이 아니네요", "그래야죠. 전 너무 억울하고 화나서 새벽 4시에 나가 차에 앉아 멍때리다가 정리하고의 반복이었어요. 약으로 버텼어요" 하는 대화가 오고 갔다. 해가 바뀌고, 대통령도 바뀔 가능성이 높은데 일터의 풍경만은 도무지 바뀌지 않는다. 직장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2025년 새해 소망과 전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2025년 직장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53.5%,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46.5%였다. 2024년 직장생활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70.6%,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29.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직장생활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5인 미만(53.3%), 월급 150만 원 미만(54.7%), 비정규직(50.5%), 비사무직(49.6%), 지난 일주일간 보수를 받고 근무하지 않은 응답자(58.2%)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 외 연령이 높을수록(50대 49.3%), 직급이 낮을수록(일반 사원 51%) 내년 직장생활을 비관하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29.5%)의 경우 직장생활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해와 비교해 23.8%포인트 증가했다. 고용시장의 약한 고리, 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이 특히 심각한 두려움을 안고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광장에 모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광장의 민주주의가 일터의 문턱을 넘겨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같은 조사에서는 '직장생활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사실 답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올 들어 해고 관련 상담이 부쩍 늘었다. 형식은 해고가 아닐지라도 실제 상황을 들어보면 회사 사정으로 회사를 더 다닐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회사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고했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라도 안내한다. 그러나 회사가 내민 권고사직서에 이미 서명을 했다면, 처음부터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라면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아 막막해지곤 한다. 직장인 설문 결과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지, 또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직 및 실직 전망’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직장인 18.2%는 2024년 1월 이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은 27.8%로 정규직(11.8%)의 두 배 이상이었다. 비자발적 실직 유형은 계약기간 만료부터 권고사직, 희망퇴직, 해고까지 다양한데 비자발적 실직임에도 ‘자발적 퇴사’로 처리되었다는 응답도 10.4%에 달한다. 정부지원금 등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해고나 권고사직을 하지 않고 스스로 사직서를 쓰고 나갈 때까지 노동자를 괴롭히는 사용자들이 이 숫자 뒤에 숨어 있다. 이런 경우 노동자는 사실상 해고를 당했음에도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 이번 설문 결과에서 ‘비자발적 퇴사를 했으나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40.8%에 달한다. 이 응답자 중 애초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되지 않았다거나, 가입은 했지만, 수급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를 빼고, ‘비자발적 퇴사를 했음에도 자발적 실업으로 분류되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경우’는 18.8% 수준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에 있다. 직장인들에게 2025년 실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10명 중 4명(39.1%)이 ‘있다’고 답했다. 내년 실직 예상 응답은 비정규직(52%), 비사무직(47.2%), 5인 미만(43%), 150만 원 미만(49.2%), 50대 이상(42.2%)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실직 이후의 상황이다. 직장인들에게 ‘실직할 경우 재정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묻자, 절반(50.7%)이 ‘6개월 미만’이라 답했다. 버틸 수 있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은 비정규직(59.1%), 5인 미만(59.4%), 비사무직(57.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5인 미만의 경우 1~2개월만 버틸 수 있다는 응답이 28.5%에 달했다. 곧바로 재취업이 되지 않으면 이들은 대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이런 설문 결과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실직을 개인적으로 대응·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실업급여 사각지대를 줄이고, 일터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논의가 적극 이뤄져야 할 이 시기에 대통령은 난데없이 계엄을 선포해 지금도 힘든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대통령 파면은 결코 정치 이슈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하루라도 빨리 파면이 확정되어, 정말 해야 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2021년 11월 19일부터 임금명세서 교부는 의무가 됐다.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했다면 임금총액, 지급일, 임금 구성항목별 금액과 각 항목별 금액의 계산 방식 등을 반드시 기재해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필수사항을 누락, 거짓 기재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체불 상담을 하다 보면 여전히 임금명세서를 받아본 적 없다는 상담자를 적지 않게 만난다.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해 본인이 임금체불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노동 상담을 받고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는 상담자도 많다. 임금명세서라고 교부는 하지만 필수 기재 사항을 누락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아 교부한다는 상담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 시간외 근무를 한 시간과 수당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교부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수법이다. 최근에는 사장이 의도적으로 명세서 파일을 해상도가 낮은, 작은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노동자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상담을 받기도 했다. 임금명세서는 내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때문에 임금체불 상황에서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는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임금명세서 교부를 ‘기초노동질서’로 분류하여 꾸준히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이런 홍보를 믿고 임금명세서 미지급을 신고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A 씨의 사례다. A 씨는 수년간 근무해 온 회사에서 단 한 번도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다. 달라고 요청을 해보기도 했지만 사장은 이 요청을 무시하고, 오히려 요구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요구하기라도 한 것처럼 A 씨를 비난하고 괴롭혔다. 참다못한 A 씨는 결국 노동청에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사장을 신고하고, 근로감독관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과태료를 부과하기는커녕 ‘신고 이후 사장이 명세서를 메일로 한 번에 보낸 내역을 제출했으니 시정된 것이고 시정을 했으니 더 문제를 삼을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 결과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A 씨에게 대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실제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과태료는 거의 부과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2021년 11월 19일부터 올해 8월까지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상 임금명세서 미교부는 적발 시 14일간 개선지도를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금명세서 미교부 신고를 두려워하는 사용자도 없다. 신고까지 간 ‘골치 아픈 케이스’에만 몰아서 한 번에 임금명세서를 줘 버리면 그만이다.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는 사장에게 ‘미교부를 신고하겠다’라고 말하자 사용자가 ‘맘대로 하라’며 비웃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상담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임금명세서 미교부 문제가 일부, 소수 사업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임금명세서 교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매월 임금명세서를 교부받고 있다는 응답은 76.2%에 그쳤다. 다시 말해 직장인 4명 중 1명(23.8%)은 임금명세서를 매월 교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특히 5인 미만(55.7%), 비정규직(46%), 비사무직(39.2%), 150만 원 미만(59.5%) 등에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근로조건이 좋지 않을수록 임금명세서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일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냥 그래도 되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기본 중의 기본인 임금명세서도 제대로 주지 않는 회사가 다른 노동법은 지키고 있을지 걱정도 된다. 법이 시행된 지 벌써 3년이다.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 업종 등과 무관하게 모든 일터에서 제대로 된 임금명세서를 제때 교부하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법 취지에 맞는 처벌과 관리 감독이 절실하다. 노동자들이 최소한 ‘임금명세서? 그까짓 거 신고하면 몰아서 주면 그만’이라는 비웃음은 듣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모 기업의 콜센터 외주 업체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우리에게 장난 전화나 악성 민원에 대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관리자에게 장기 차단을 여러 번 요청했지만, 매번 반려되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계약 유지를 위한 인입콜 수 충족. 폭언을 하는 고객이나 평범한 문의를 하는 고객이나 종이 위에 숫자로 올라갈 때는 다를 것도 없다. 또 다른 콜센터 상담원 B 씨는 악성 민원인의 성희롱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정신 질환이 생겨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B 씨는 회사에 몇 차례나 고통을 호소했지만,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고객의 민원은 B 씨가 해결했지만, B 씨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콜센터만의 일도 아니다. 한 고객이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며 은행에서 난동을 부렸는데, 이후 해당 고객이 금감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하자 관리자는 오히려 민원인 갑질의 피해자인 창구 직원 C 씨에게 "왜 일을 이렇게 키웠냐"고 화를 내고, 다른 직원들에게 C 씨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녔다. 안내 센터에서 근무하는 D 씨는 자신이 안내할 수 없는 범위와 관련한 질문을 하는 방문객에게 '잘 모르는 영역'이라는 답변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욕설을 들었다. 해당 방문객은 이후 D 씨에 대한 불친절 민원을 본사에 접수했다. D 씨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욕을 먹은 것으로도 모자라 평가가 깎일까 두려워 우리에게 상담 메일을 보냈다. 2018년 10월 18일 고객 등 제삼자의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이 시행되면서 민원인 갑질(고객 등 제삼자의 폭언 등)로부터 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민원인 갑질로 고통받고 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공공기관을 포함한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민원인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는 규정(제4조 제2~4항)이 2022년 1월 신설, 시행되고 있지만, 이 또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직장갑질 119가 2024년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민원인 갑질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6%가 고객, 학부모, 아파트 주민 등 제삼자인 민원인에게 괴롭힘(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민원인 갑질 피해자 중 61.9%는 피해 이후 회사에 신고하거나 대책을 요구하는 대신 '참거나 모르는 척'했으며, 25.6%는 회사를 떠났다. 회사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53.6%로 절반을 넘겼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직장인 36.1%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피해를 당하고도 관련 법이 있는지 몰라 신고하지 못하거나, 신고했음에도 사업주가 법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 법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 노동자와 사용자 양측에 법의 내용, 그러니까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알리고, 실제 사용자가 법상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보다 적극적인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뉴얼에 응대 멘트 하나 추가해 놓고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우기는 사용자들을 계속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A 씨는 올 1월 회사 대표로부터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A 씨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업무 배제, 폭언, 감시 등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견디다 못해 지난 4월 김 씨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올 6월 노동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대표에게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A 씨가 우리에게 상담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연초부터였다. 대표의 괴롭힘이니 사내 신고가 아닌 노동청 신고를 할 것, 먼저 사직서를 제출하지 말 것, 추가적인 괴롭힘이 예상되니 증거를 잘 모아둘 것 등의 조언이 있었다. 이 조언대로 A 씨는 끝까지 사직서를 내지 않고 증거를 모아 노동청에 대표를 신고해 괴롭힘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노동청에 괴롭힘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대표는 A 씨의 책상을 복도로 뺐다. 그리고 A 씨가 그 책상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자, 이번엔 그 책상을 어딘가로 숨겨버렸다. 책상도 없는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던 A 씨에게 한 직장 동료가 자신의 책상 한 켠을 내주었고, 그 이후 A 씨는 매일 그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업무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지만 회사에 늦거나, 점심시간을 1분이라도 더 쓰고 돌아오면 경고를 받았다. A 씨 사건을 조사하던 근로감독관은 그에게 "왜 이런 회사를 계속 다니려고 하시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텅 빈 근무시간 내내 그 질문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그는 그저 회사에 다니고 싶었을 뿐이었다. 노동청에서 과태료를 부과하자 대표는 더 망설이지 않았다. 징계위원회 참석 요구 공문에는 다양한 징계 사유가 나열되어 있었는데, 업무 지시 불이행은 물론이고 회사 내부 정보를 외부에 빼돌렸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A 씨는 내게 물었다. '업무 지시가 없었는데 어떻게 지시를 불이행하나요?', '빼돌리지 않은 정보를 어떻게 빼돌리지 않았다고 입증할 수 있을까요?' A 씨의 우려대로 징계위는 형식적인 자리였고, A 씨는 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결국 해고됐다. 그가 사직서 제출 요구를 받은 지 7개월, 괴롭힘 신고를 한 지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피해자의 피해 이전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현실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용기를 내 신고를 하고 보복을 당하거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것' 정도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2분기 실시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중(n=305) 회사 또는 노동조합 신고 응답은 12.1%,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 신고 응답은 2.6%에 그쳤다. 반면 57.7%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고, 19.3%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 1위와 2위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47.1%)와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1.8%)였다. 용기를 내 신고를 한 응답자(n=50)들에게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는지 묻자 무려 40%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신고 후 회사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직장인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닌 것이다. 인사권이 있는 사용자의 보복은 행위자나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입는 2차 피해보다 피해자에게 더 극심한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를 입은 근로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이미 형사 처벌 대상이다. 또 2022년 대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 후 복직, 전보 발령 등의 조치를 한 사업주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이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음에도 앞선 A 씨의 사례에서처럼 여전히 보복 갑질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이런 경우 법과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실제 현행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위반에 대해 시정 기간을 '14일 이내로' 두고, '미시정 시' 범죄 인지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추후 '시정'만 하면 이미 불리한 처우를 행한 사용자를 사실상 봐주고 있다는 의미다. 사용자의 불리한 처우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에서 유일하게 형사 처벌 대상이 된 것은 그만큼 피해자 및 신고자에게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실상 법을 무력화시키는 조치다. 직장갑질119가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고용노동부는 "신고자나 피해 근로자가 사용자 처벌을 희망할 경우에는 즉시 형사 처벌 절차를 개시하고 있어 '추후 시정만 하면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자를 봐주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불리한 처우를 당하던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정말 회사를 그저 이전처럼 다니는 것이라면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수 있을까? 책상을 잃은 A 씨에게 창고에 숨겨둔 책상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줄 테니 더 문제 삼지 말자고 하면,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회적 요구에 따라 마련된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종종 노동조합을 만들어 일터에서 발생한 문제에 맞서보고 싶다는 상담을 받는다. 실제 갑질 행위자가 사용자이거나 사업장 내 부조리가 뿌리 깊은 경우 개개인의 법적, 제도적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때문에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서는 것이 좋은데 현행법상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청하고, 그 결과 합의된 사항을 단체협약으로 체결할 권리, 정당한 쟁의행위를 할 권리 등은 노조에 있으므로 노조를 만들어 사업장 내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는 판단은 합리적이다. 직장인 다수는 이미 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2분기(5월 31일~6월 10일) 실시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6.8%가 자신이 다니는 직장 내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이미 노조 조합원인 경우 10명 중 8명(81.5%)이 직장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조의 중요성은 노조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 더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상담자에게 노조를 만들어 대응해 보라는 답변을 하는 것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한국에서 노조는 2명 이상의 노동자만 뜻을 모은다면 설립 신고서 등의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설립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노조가 제대로 노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비정규직, 간접 고용 노동자인 경우 진짜 사용자와 교섭 자체를 못 하게 되기도 하고, 회사가 단체행동을 한 조합원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노란봉투법', 그러니까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요구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해당 법 개정안은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근로계약 관계의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교섭이 가능한 사용자로 봐야 하며(노조법 2조 개정안), 노동조합의 소멸을 목적으로 한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노조법 3조 개정안)을 담고 있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그리고 최소한의 요구다. 경영계의 주장대로 이 법이 생긴다고 수많은 사용자가 파산할 이유도 없다. 이미 진짜 사용자가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다수의 판결도 나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사회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단체교섭과 파업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음을 권고하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현행법이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과 파업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당사자들의 지지 여론이 제법 높은 법이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8월 1일부터 9일 사이 실시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84.3%는 원청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동조합법 2조 개정안에 대해 동의했고,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3조 개정안에 대한 동의 의견도 73.7%에 달했다. 이러한 동의 의견은 비정규직인지 정규직인지, 노조 조합원인지 비조합원인지 등의 응답자 특성과 무관하게 모두 높게 나타났다(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또다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서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도 없이 해당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부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 법안은 모두 사회적 공감대가 없는 법으로 봐야 하느냐는 의문 이전에, 이러한 발언과 행보는 이번 정부가 '노동 약자 지원'을 앞세우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노동 약자의 범위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관련 기사를 보면 비정규직, 비조합원 등은 항상 노동 약자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차별적 처우나 갑질 문제를 직접 노조를 만들어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법의 개정은 막고 있다. 최소한의 노동 3권조차 보장하지 않으면서 대체 무엇을 '지원'하겠다는 것일까.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을 두고 멀리 돌아가려는 정부 행보가 의문스럽다. 사진 : 게티이미지, 연합뉴스 *외부 컨트리뷰터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인지도가 제법 높은 법이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천 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24.5.31.~6.10.), 직장인 10명 중 7명(71%)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일터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괴롭힘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직장갑질119가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 실시한 2019년 3분기 직장인 1,000명 설문에서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응답은 44.5%에 달했으나, 2024년 2분기 설문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응답은 32%로 지난 5년간 12.5%포인트 감소했다. 직장인 10명 중 6명(60.6%)은 법 시행 이후 다니는 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실제 줄어들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5년은 법과 제도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5년이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 수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비정규직 괴롭힘의 심각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실제 직장갑질119의 2019년 10월 직장인 조사에서 '괴롭힘 심각' 응답은 비정규직 39.9%, 정규직 37.3%로 오차 범위 내 격차를 보였으나, 2024년 6월 기준 비정규직의 괴롭힘 심각 응답은 정규직보다 8.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 와중에 5인 미만,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피해 이후 신고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낮은 신고율이다. 2024년 2분기 기준, 괴롭힘 피해를 경험한 이후 회사나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8.1%,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어떤 형태로건 신고가 이뤄진 것이 10.3%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중복 응답이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신고를 한 피해자 비율은 더 낮을 수도 있다. 심지어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신고는커녕 피해 이후 퇴사한다는 응답이 33.3%에 달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3명 중 1명이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법이 직장 내 괴롭힘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피해자에게는 신고 권리를, 사업주에게는 조사·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신고 이후 또 다른 지옥이 펼쳐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에 따르면 괴롭힘 신고자와 괴롭힘을 인정받은 피해자 절반가량은 신고 이후 조치 의무 위반을 경험했고,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51.2%에 달했다. 신고자들이 신고 이후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는지는 통계가 아닌 상담 사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신고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이 와중에 인사팀 담당자가 자신의 연락을 피해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상담, 괴롭힘을 신고하자 관리자에게 '난 절차를 모른다. 뭘 해달라는 거냐'는 비난을 들었다는 상담, 폭행을 당했는데도 회사로부터 '쌍방과실'이라며 협박을 당했다는 상담, 조사는 했지만 사용자가 조사 결과를 말해줄 의무는 없다고 답변해 방치되고 있다는 상담, 신고를 이유로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상담. 밤새 말해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상황이 이런데 문제 해결까지 가는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심지어 경영계와 일부 학계에서는 괴롭힘 신고가 너무 많아 경영에 부담이 된다거나, 허위 신고가 많으니 괴롭힘을 더 엄격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판단 기준을 법에 명시하자는 등의 황당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퇴직자는 괴롭힘 신고를 못하게 막아야 한다', '괴롭힘 신고가 가능한 제척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등의 말도 나온다. 모두 괴롭힘 신고의 허들을 높이는 방향의 법 제도 '개악'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후퇴가 아닌 취지를 살리는 제도의 보완과 강화, 사각지대의 해소다. 수많은 이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괴롭힘 금지법이 무용지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 디자인 : 고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