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취재부 하성룡 기자입니다.
한국 빙상계가 또 추문에 휩싸였습니다. 그동안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짬짜미와 음주 등 숱한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엔 비교적 조용했던 피겨 종목에서 현역 선수들이 사고를 쳤습니다. 그것도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이 음주와 성추행, 불법촬영까지 해 팬들이 더 경악하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사건은 지난 5월 2주 동안 이탈리아에서 실시한 해외 합동 전지훈련에서 발생했습니다. 여자 국가대표 A와 B 선수가 숙소에서 함께 여러 차례 음주를 했고, 남자 국가대표 C 선수가 여자 숙소에 무단출입을 했습니다. 음주와 이성 숙소 무단출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국가대표 강화 훈련 규정 위반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합니다. 연맹은 대표팀 귀국 후 진상 조사를 벌여 A와 B가 음주를 한 사실과 C의 무단출입을 확인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A 선수가 후배인 C 선수를 숙소로 불러 성적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를 했습니다. B 선수는 A 선수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 촬영을 해 이 사진을 C에게 보여줬습니다. 연맹은 A 선수에게 '성추행', B 선수에게 '성희롱' 위반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을 넘은 일탈에 연맹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했고 A 선수에게 자격 정지 3년, B 선수에게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C 선수는 '무단출입' 규정 위반으로 견책 징계를 받았습니다. 전지훈련을 총괄했던 지도자 D는 관리 소홀로 3개월 자격 정지를 받았습니다. 연맹은 A와 B 선수를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할 계획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비교적 '무탈'했던 피겨 종목에서 나온 선수들의 일탈이라는 겁니다. 피겨는 종목 특성상 국내와 해외에서 개인 훈련을 합니다. 같은 시간에 훈련장을 공유하더라도 곧장 퇴근하기에 선수들끼리 함께 생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선수촌 합숙 생활을 하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들에 비해 단체 생활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환경에 비교적 덜 노출되어 있는 겁니다. 그동안 피겨 종목에서 선수 간 충돌이나 집단행동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또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맞는 종목 특성상 부모들이 훈련장부터 경기장까지 동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의 철저한 관리 속에 일탈이 쉽지 않습니다. 한 걸음 더 코로나19 확산이 변곡점이 됐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선수들의 훈련장 대관이 쉽지 않자 연맹은 2022년 진천선수촌에서 한시적으로 단체 합숙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연맹 지원으로 해외 합동 훈련도 했습니다. 목표는 2026년 밀라노 동계올림픽에 대비한 현지 적응력 강화였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스케이트 출신 지도자를 초빙해 함께 훈련했습니다. 단체 생활 속에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취지와 달리 사상 첫 해외 합동 전지훈련지는 음주, 성추행, 불법촬영까지 일어난 '사건 현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선수들의 '일탈'이 철퇴로 되돌아왔습니다. A 선수는 자격 정지 3년 징계가 확정되면 2026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B 선수도 징계 확정 시 내년 2월 아시안게임 출전이 좌절됩니다. A와 B 선수는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지만 팬들의 마음까지 되돌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이 선수들이 은반에서 펼치는 아름다운 스핀과 스텝, 화려한 점프에 탄성을 쏟아냈던 팬들의 마음은 다치고, 닫혔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학부모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하고 선수 교육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맹 역시 선수들의 일탈 행위를 철저히 감시 감독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피겨 국가대표팀의 사상 첫 해외 합동 훈련은 피겨 선수들과, 연맹, 팬들 모두에게 당분간 '악몽'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