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한 손석민 기자는 지난 2002년 SBS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오랜 법조계 취재를 통해 여러 번 굵직한 특종기사를 발굴하며 두각을 나타낸 손 기자는 이후 사회부에서는 시경캡, 정치부에서는 정당팀과 청와대 출입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냉철하고 꼼꼼한 취재력이 일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갤럽의 주간 여론조사 결과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8%로 집계됐습니다. 지난주 63%에서 5%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2주 연속 상승하던 추세가 꺾이고 다시 50%대로 내려왔습니다. 부정평가는 28%에서 34%로(+6%p)로 높아졌습니다. 국정 지지율 상승세 주춤, 어디서 얼마나 달라졌나? 58%를 기록한 국정 지지율을 지난주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역별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 부산·울산·경남이었습니다. 지난주 61%에서 48%로 13%p 떨어졌습니다. 다음으로 광주·전라가 89→83%, 서울이 66→61%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대구·경북은 36%에서 42%로 상승했습니다. 연령별로는 30~50대의 변화가 도드라졌습니다. 30대는 66→ 58%(-8%p), 40대 81→73%(-8%p), 50대 72→67%(-5%p) 였습니다. 29세 이하(-3%p) 와 60대(-3%p), 70대(+1%p)는 상대적으로 변화 폭이 작았습니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가 92→87%(-5%p), 보수 37→34%(-3%p), 중도 65→61%(-4%p)로 각각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부정 평가 늘어난 이유? 미 조지아 근로자 구금 여파 그럼 이런 지지율 변화와 관련해 지난 한 주 사이 어떤 굵직한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긍정-부정 평가의 이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큰 주간 이슈, 아무래도 미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였습니다. 330명이 오늘(12일) 오후 무사히 인천공항으로 귀국했지만 지난 5일(한국 시간) 급작스러운 체포와 구금, 정부의 전방위적 석방 협상, 그 결과로 나온 자진 출국, 예상치 못한 하루 출발 연기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한 주 였습니다. 국민 안전과 외교 대응 능력이 저울에 올려진 상황에서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외교>가 최다인 22%를 차지했습니다.(이유에 대한 답변은 자유 응답 방식) 지난주 외교라고 답한 부정 평가 비율이 11%였는데 일주일 만에 2배 늘어난 겁니다. 미 이민 당국의 돌발 행동과 그로 인한 한미 관계 난기류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긍정 평가 이유 가운에서는 <경제·민생>이 첫 손에 꼽혔습니다. 14%로 지난주(13%)와 비슷했는데 순위로는 외교를 제쳤습니다. 긍정 평가 이유 두번째는 <외교>로 12%였는데, 지난주 긍정 평가 이유 1위(18%)였다가 6%p 떨어졌습니다. 외교는 한일-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된 8월 4주 조사에서 21%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긍정 평가 항목에서 점차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이번 조사가 9일부터 11일까지 이뤄진 탓에 무사 귀국이라는 긍정 요소의 반영 비율은 제한적이었을 걸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다음 조사에서 외교가 어느 정도 비율로 나타날지 봐야겠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분야별 정책 평가 결과는? 어제부로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았습니다. 갤럽 조사에는 경제, 부동산, 복지, 노동, 대북, 외교, 인사 등 7가지 국정 분야별 100일 정책 평가도 포함돼 있는데, 그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잘하고 있다' 기준으로 보면 복지가 과반인 52%로 1위였습니다.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취임 초부터 드라이브를 건 민생 지원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다음으로 캐나다 G7 정상회의와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외교 분야가 47%의 긍정 평가를 얻었습니다. '잘못하고 있다' 기준에서는 공직자 인사가 39%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진숙, 강선우 등 장관 후보자 낙마와 대통령실 오광수 민정수석,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 등 부적절 인사의 사퇴 여파로 분석됩니다. 정당 지지도는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민주당 42%, 국민의힘 24%, 개혁신당 3%, 조국혁신당 2%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주 수치와 같았고 민주당은 +1%p 조국혁신당은 -2%p였습니다. 여론조사 개요 조사 기관 : 한국갤럽 자체 조사 조사 기간 : 2025년 9월 9~11일 (9월 2주) 표본 오차 : ±3.1%p (95% 신뢰 수준) 그 밖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디자인 : 정유민
악수의 온기는 채 하루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제 대통령실에서 사람과 한다는 악수에 손까지 포갰던 여야, 어제 오늘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앞서거니 뒤서거니 상대를 향한 험한 말과 야유를 쏟아냈습니다. 국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에게 어린 학생들도 보고 있다며 반성과 성찰을 당부했습니다. 죽고 죽이는 이야기까지 나온 여의도의 이틀을 정리했습니다. "발언자는 자수하세요".."막말 주인공은 송언석 원내대표" "역대급 망언, 자수하고 사과하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아침 회의 모두발언부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어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자신이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본회의장 내 누군가가 "제발 그리 되었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발언한 걸 지목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의원, 정 대표는 목소리가 귀에 익다면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노상원 수첩은 비상계엄 때 수백 명 수천 명을 진짜 죽이겠다고 살해하려고 살인 계획을 한 것입니다. 그것이 성공했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그때 죽었을 겁니다. 그것을 경고하고 있는데 그때 죽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까?" 정황상 목소리의 주인공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일 가능성이 컸습니다. 위 발언에 앞서 정 대표는 우리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언급한 뒤 12.3 비상계엄 단락에서 내란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명심하십시오"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미 테러리스트" "미국도 못 가는 테러리스트" "말조심하라"며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정 대표는 이날 내란이라는 단어를 26번 썼습니다. 오늘 오후 들어 민주당은 막말의 주인공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라고 지목했습니다. 민주당은 인터넷 매체 영상을 근거로 "이재명 대통령과 상대당 대표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막말을 한 사람이 송언석 원내대표로 밝혀졌다"고 공지했습니다. 연설의 내용이 아니라 당사자를 상대로 한 극단적 발언, 아무리 상대가 밉다고 해도 "그리 됐음 좋았을 걸"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습니다. 박수현 수석 대변인은 송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맞불 연설, '혼용무도' 대통령과 여당 대표 싸잡아 비판 다시 어제 시점으로 돌아가봅니다. 정 대표의 연설 이후 정 대표와 손까지 포개잡았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협치를 위해서 손을 잡고 약속했던 것을 하루 아침에 뒤집는 정치는 그만했음 좋겠다"고 정 대표 연설을 비판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거대 여당대표의 품격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세는 여의도 대통령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거울 보면서 자기 독백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선 국민 삶 팍팍한데 민생 이야기보다 이념에 대한 이야기로 연설이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하루 뒤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연설자로 나선 송언석 원내대표, 어제 하루 내내 원고를 통째로 고쳤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혼용무도,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한자성어를 인용하며 연설 시작부터 이재명 정부와 여당을 직격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치는 협치를 파괴하는 거대 여당의 폭주 속에 정치 특검을 앞세운 야당 탄압, 정치 보복만 있을 뿐입니다. 투자를 가로막고 일자리를 빼앗는 온갖 반기업, 반시장 정책으로 경제도 무너지고 민생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독재 폭주, 정치 보복, 반기업 악법, 방송 장악 등등 시종일관 대여 공세의 날을 세우자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정신 차리세요" "김건희한테 가서 이야기하세요"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송 원내대표의 연설 이후 정청래 대표는 "무슨 웅변대회를 하는 건지, 협치를 하자면서 협박만 있었던 것 같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공 웅변대회를 하는 것인 양 너무 소리를 꽥꽥 질러서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습니다. (혼용무도라는 표현 관련) 연설문 중에 이재명 정부를 윤석열 정부로 바꿔서 치환해보면 딱 어울리는 그런 연설이었습니다." 협치 악수 뒤 이틀간 난타전.."어린 학생들이 보고 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마무리된 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일침을 놓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의원들만 눈에 보이겠지만 의장석에서는 초등학생도 보이고 국민도 보인다면서 여야 모두에 반성과 성찰을 주문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처음부터 끝까지 비판과 고함으로만 오늘 얼룩진 본회의장 모습을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봤을지 반성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과 양당 대표가 손을 잡고 '민생경제협의체'를 함께 만들자며 어렵사리 협치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오늘 국회 본회의장은 그 문이 얼마나 쉽게 닫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다르다고 받아들이지 않고 서로에게 틀렸다고만 외치면 민생으로 가는 길은 요원할 겁니다. 말의 칼집은 이쯤에서 닫고 먹고사는 문제를 위한 숫자와 일정표를 펼쳐야 합니다. 두 대표가 대통령실에서 마주 쥔 손으로 약속했던 민생경제협의체의 첫 회의 날짜를 잡는 일부터 시작하길 기대합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미 조지아주에서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겨냥해 크리스티 놈(Kristi Noem)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추방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추방(deportation)은 불법 행위를 전제로 미국 재입국 등에서 불이익이 뒤따르는 조치입니다. 추가 불이익이 없도록 자진출국 형식으로 미 당국과 대강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조현 외교부 장관의 국회 답변과도 거리가 있는 발언입니다. "게임의 규칙이 뭔지 알게 될 기회"..주무 장관의 일성 놈 장관은 현지시간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정보동맹)' 국토안보 담당 장관회의에서 구금된 한국인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놈 장관은 나흘 전 벌어진 체포 사태를 '작전'이라고 지칭한 뒤 "우리는 법대로 하고 있으며 그들은 추방될 것(they will be deported)"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모든 기업이 미국에 올 때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도록 하는 훌륭한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작정하고 계획을 세워 체포에 나섰고 법대로 엄정하게 후속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취집니다. 놈 장관은 2019년부터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지내다 2024년 11월 트럼프 행정부 2기에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발탁됐습니다. 주지사 재임 시절 이른바 종교자유법 등 보수성향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트럼프의 눈에 들었고 대선 과정에선 부통령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장관 취임 이후엔 국경 차르라 불리는 톰 호먼 국경안보총괄책임자와 함께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단속 및 추방을 추진해 왔습니다. 올해 체포해 추방할 불법체류자 목표가 100만 명입니다. 평소 추방이란 말을 자주 내놓았기에, 그의 추방 언급이 자진출국을 포괄하는 의미인지는 추가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자진출국 vs 강제추방..재입국 불이익에 큰 차이 미 이민국적법(INA)에 따르면 자진출국(Voluntary Departure) 은 말 그대로 추방 명령 없이 스스로 출국하는 제도입니다. 재판 전 초기 단계에는 최대 120일, 재판 막바지 단계엔 최대 60일이 주어지며, 항공권 본인부담 및 기한 내 출국 입증이 조건입니다. 자진출국할 경우 '추방기록'이 남지 않아 훗날 미국 비자를 다시 신청할 때 도움이 되지만 재입국 금지 기간은 적용됩니다. 불법체류일 기준으로 180일 이상이면 3년 이상 재입국이 금지되는데 180일 미만은 제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리고 놈 장관이 말한 추방의 법적 용어는 강제추방(Removal)입니다. 추방이 최종 결정되면 최소 3년 이상 재입국 금지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단속과 체포 등 법집행은 국토안보부에서 하지만 추방 명령은 사법부 소속 이민법원의 소관입니다. 따라서 장관의 한 마디에 곧바로 추방이 이뤄지는 건 아니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기조를 대외적으로 각인시키려는 다소 의도적인 발언으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최근 미국 사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강제 추방 정책에 적법 절차 준수를 강조하며 불법체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는 것도 참고지점입니다. "한국인 전용 비자를"..10년 넘게 제자리 '한국동반자법' 이번 사태를 아주 간략하게 정리하면,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 소속 근로자들이 배터리 공장을 지으러 갔다가 마구잡이로 체포됐다로 요약될 것 같습니다. 미 당국이 주장하는 근거는 이들이 합법적인 취업 비자(H-1B, E타입, L타입)가 아니라 회의나 계약(B타입) 내지는 관광 비자(ESTA)로 입국했다는 건데, 당장 공장 건설이 급한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이 취업 비자를 꽁꽁 묶어둬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고충 때문에 2013년부터 미 하원에서는 친한파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동반자법'(Partner with Korea Act)이 꾸준히 발의돼 왔습니다. 한미 FTA(KORUS) 파트너십을 근거로 한국인 전문인력 전용 비자(E-4)를 신설하자는 내용입니다. 연간 쿼터(최대 1만 5,000명)와 미 노동부 사전확인(LCA)·임금보호 등 장치를 두고 전문직 취업에 숨통을 틔우자는 게 핵심입니다. 유사 사례를 보면 호주가 1만 500명 쿼터를 갖고 있고 미국과 FTA 체결국인 싱가포르와 칠레는 각각 5,400명과 1,400명 규모입니다. 한국동반자법은 이번 회기 들어선 지난 7월에 영 김 의원 등이 다시 발의했지만 법사위 회부 단계에서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10년 넘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미 보수 진영의 일관된 반대 프레임 탓으로 분석됩니다. 보수 성향 이민단체들은 특정국가 전용 비자가 형평성을 해치고 저임금 경쟁을 부른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외국 전문직 비자 제도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도구로 작용하기에 제도 개혁 내지는 축소를 요구하는 것이죠. 이번 사태가 발생한 미 조지아주의 노동조합 회장이 "우리가 할 일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주어졌다"고 비판한 내용이 AP 통신에 실렸는데 미국인들의 정서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불이익 없게 귀국 절차 밟되 근본적 해법 모색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 직전 일본을 건너뛰고 워싱턴 D.C.로 급파됐던 조현 외교부 장관이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조 장관은 현지시간 9일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 구금된 한국인의 조속한 석방 - 강제추방이 아닌 자진출국 형식의 귀국 - 재입국 금지 등 향후 불이익 방지 방안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할 일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관계가 좋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원만한 해결을 예상케 합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오늘 한국방송기자클럽(BJC) 토론회에서 "전세기가 내일(10일) 출발한다"고 전했습니다. 자진출국 형식의 조속하면서도 안전한 귀국이 우선입니다. 그다음이지만 막바지에 이른 공장 건설에 누구를 투입할 거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지연되면 미국 역시 타격을 입을 거라는 의견이 미 정재계에 전파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취업 비자를 가진 근로자를 제때 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취업 비자 없는 근로자라도 미국이 예외 케이스로 용인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조지아주 말고도 공장 설립 등이 수반되는 투자처가 미국 내에 10곳이 넘습니다. '돈은 미국으로, 근로자도 미국인으로'라는 마가(MAGA)의 거친 속내가 여실하게 드러난 이번 사태를 보면서 국익을 지키는 일이 정말 험난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예상보다 화끈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한 오찬회동에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제대로 악수했습니다. 대통령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함께 등장한 정 대표와 차례차례 크게 악수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아이고, 환영합니다"라며 반겼고 이어 장 대표와 잡았던 오른손을 정 대표 쪽으로 내밀어 두 대표가 악수하도록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진 촬영 때에는 양팔을 벌려 두 대표와 나란히 잡더니 아예 양손을 끌어 자신의 손과 포개는 장면도 연출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맨 넥타이, 파랑과 빨강이 한 줄씩 들어간 '협치형'이었습니다. "악수는 사람과 한다"는 정 대표, "악수나 식사하는 게 진정한 협치는 아니다"라는 장 대표, 여야 대표 회동의 첫 단추를 잘 채웠습니다. "여당 대표가 더 내줘야"..중재자로 나선 이 대통령 이 대통령의 뜻은 명확해 보였습니다.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라는 말처럼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나라 안팎의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여야 정치권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현실 인식입니다.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해보니 나라의 힘을 키워야겠다고 절감했다는 사례도 언급했습니다. 여야가 사생결단으로 부딪히고 있는 현안들이 국민과 민생에 어떤 도움이 될지 고민해 보자는 취지의 말도 했습니다. "여야가 사실 국민들이 보시기에 너무 과하게 부딪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 하는지를 걱정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통해서 오해들을 최대한 많이 제거하고 그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야당에 손을 내밀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앞서 기념사진 촬영에서 보듯 양 대표를 상대로 손을 잡고 찍자고 제안을 하는가 하면 "여당 대표가 가진 게 많으니 더 많이 내어주면 좋겠다" "여당 대표 발언에 반론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테니 모두 발언을 한 번 더 하시라"면서 장 대표에게 적극적으로 공간을 내어줬습니다. 장 대표의 요청대로 여야 오찬 회동에 이어 30분 간의 단독 회동도 진행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서 인정하는 한편으로 역할과 함께 책임도 당부했습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에 야당도 주요한 국가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투고 경쟁은 하되 국민 또는 국가 모두의 이익에 관한 것들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현실적으로 들었습니다" 현실 인식의 기반에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도 작용했을 법합니다. 한미 정상회담과 강원 물부족 사태에 대처 등에서 이 대통령이 보여준 실용주의적 모습이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조국 전 대표 사면 국면에서의 감점을 거의 회복했습니다. "내란특별법에 거부권 행사해 달라"..당정 간격 파고든 야 장동혁 대표는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려고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뼈 있는 한마디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자리를 마련해 준 이 대통령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한 뒤 "지금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큰 역할을 해달라"고 준비해 온 요청 사항을 꺼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여당이 추진 중인 특검 연장 및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즉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저는 지금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이런 법안들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는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십사 하는 건의를 드립니다" 장 대표의 발언은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 간극을 파고들려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검찰청 해체를 둘러싼 정부조직법 개편에서 보듯 충분한 숙의를 강조한 대통령실과 전광석화 같은 개혁을 강조한 여당 간 입장 차이를 계기로 삼는 거죠. 회동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언석 원내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은 정 대표 아니냐고 찌르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대통령이 충분히 공론화를 당부를 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정밀한 개혁을 주장했었습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뜻을 관철시킨 모양새입니다. 이제 여의도 대통령은 명실상부하게 정청래 대표인가 봅니다" "대통령은 하모니 메이커..내란 꿈꿀 수 없게 제도 강화해야" 정청래 대표 역시 첫 회동에 무게를 두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에게는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를 넘어 오늘은 '하모니메이커'가 된 것 같다며 여야 중재자로서 역할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장동혁 대표에 대해서도 뒤늦게나마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대통령 말처럼 국민과 국가를 위해 지혜를 모으자고 했습니다. 다만 그 중심은 내란 종식이어야 한다며 기존의 방점에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리 제도권 정당은 내란 종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여야가 만난 만큼 비상계엄에 대해 책임있는 세력들은 국민들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내란 종식에 서로 협력했음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어느 때보다 의제가 분명한 회동이라면서 형식적 악수가 아니라 진정한 악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그 전제는 내란 종식을 위한 국민의힘의 결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국민의힘은 내란의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동시에 내란의 피해라자고 하는 것도 국민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양당 대표는 내란을 종식해야할 엄중한 역사적 책임 앞에 서 있는 운명적 공동체입니다" '민생경제협의체' 구성 합의..지방선거 원심력이 관건 여야 회동의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야 대표는 가칭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장동혁 대표의 제안을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적극 받아들인 결과라고 합니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까지 곁들여졌으니 오랜만에 협치의 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봅니다. 또 이 대통령은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야당 대표 요청시 적극적으로 소통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겁니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확인된 한 전당대회 결과, 그리고 '내란종식'과 '입법폭주'라는 각각 강력한 캐치프레이즈 사이에서 협치는 신기루처럼 언제든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여야 모두 신임 당대표가 진두지휘할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원심력 때문이기도 합니다. 3대 특검의 수사와 기소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여당으로선 정당해산까지 공언할 정도로 국민의힘 압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거죠. 반면 야당으로선 특검 수사와 여당의 공세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다면 당의 존립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위기감에 빠져있습니다. 여야정 협의체 운영과는 별개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대치가 격화될 소지가 큰 셈입니다. 하지만 모든 선거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해온 중도층 유권자들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누가 더 복원할지, 그래서 민생을 누가 실질적으로 챙기는 정당인지 눈여겨볼 것입니다. 지지층의 환호와 분노에 더 귀를 기울이고 뺄셈 정치를 할수록 중도층 이탈이 더 크게 다가온 건 거의 예외가 없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2주 연속 떨어지던 이재명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반등했습니다. 한국갤럽의 8월 4주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비율은 59%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관의 지난주 조사 대비 3%p 올랐습니다. 취임 이후 60%대를 유지하던 국정지지율은 조국 전 대표 등에 대한 광복절 특사 이후로 하락 추세를 보였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다수의 긍정 반응이 반등의 주된 요소로 분석됩니다. 긍정 59%, 2주 사이 8%p 하락하다 3%p 반등 한국갤럽이 이 대통령 취임 후 조사해 온 국정지지도는 7월 3주까지 60%대를 유지했습니다. 6월 4주 64%를 시작으로 7월에는 65-63-64%로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다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이 발표된 직후 8월 2주 조사에서 59%로 처음으로 60%대가 깨졌습니다. 그다음 주에는 56%로 더 떨어져 고점 대비 9%p 하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치인 사면을 하면 민생 사면의 빛도 바래고 지지율도 4∼5%포인트 떨어질 텐데"라고 우려했던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예상보다 큰 수치였습니다. 그러던 국정지지율이 이번주 조사에서 59%를 기록하면서 하락 추세를 되돌렸습니다. 35%까지 올랐던 부정 평가도 30%로 낮아졌습니다. 긍정 평가를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가 86%, 인천·경기 63%, 서울과 부산·울산·경남이 각각 57% 순이었고 대구·경북이 39%로 가장 낮았습니다.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가 각각 79와 70%로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29세 이하는 44%로 전 연령대에서 최저치를 보였습니다. 왜 반등했나? 트럼프와 한미 정상회담이 컸다 어떤 점에서 잘하고 있는지 답해달라는 요청에는 긍정 평가자 가운데 21%가 외교를 꼽았습니다. 지난주 조사 대비 17%p나 올랐습니다. 이시바 총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한일, 한미 연쇄 정상회담의 결과를 좋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다음으로는 경제·민생이 12%, 전반적으로 잘한다가 11%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국익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별도 질문도 있었는데 '그렇다'는 응답이 58%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23%)의 2배를 넘었습니다. 70대 이상(41%)을 제외하고는 40대 71%, 29세 이하도 56%를 보이는 등 전 연령대에서 과반이 긍정 평가했습니다. 역대 정부에서 그러했듯 이변이 없는 한 정상 외교가 국정지지율을 높이는 데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 대비 어떤 지역·연령대에서 올랐나? 조금 미세하게 들어가볼까요? 지난주 조사 결과와 비교해 국정지지율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지역별로 보면 8월 3주에 비해 부산·울산·경남에서 긍정 평가가 9%p(48-57%) 올랐습니다. 인천·경기에서도 7%p(56-63%) 높아졌습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8%p(51-59%), 40대(72-79%)와 70대 이상(38-45%)이 각각 7%p 상승했습니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긍정 평가율 상승이 눈에 띕니다. 8월 3주에서 26%였던 긍정 답변이 이번 주에는 37%로 9%p 높아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이제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중 발언에 보듯 한미 동맹 강조 메시지에 반응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난 25일 미 CSIS 초청 강연)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미국의 정책이 명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한국도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정당 지지도, 민주당 44% 국민의힘 23% 조국혁신당 2%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44%, 국민의힘 23%로 조사됐습니다. 8월 들어 민주당 지지율은 41(2주)-44(3주)-44(4주)%를, 국민의힘은 22(2주)-25(3주)-23(4주)%를 기록했습니다. 개혁신당은 3주째 3%를 유지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주 조사에서 2%였는데, 조국 전 대표의 사면 발표(8월 2주 조사, 3%)와 출소 이후(8월 3주 조사, 4%)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조 전 대표가 전국 곳곳을 돌며 감사 인사를 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여론조사 개요 조사 기관 : 한국갤럽 자체 조사 조사 기간 : 2025년 8월 26일~28일 (8월 4주) 표본 오차 : ±3.1%p (95% 신뢰 수준) 그 밖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디자인 : 정유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내란우두머리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계엄을 정당화하려 국무위원들을 소집했느냐" "계엄선포문을 왜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느냐" 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전 총리는 묵묵부답했습니다. 내란 특검은 "범죄가 중대하고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며 재범위험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전직 총리로서는 처음입니다. 한덕수는 누구?..'YS→노무현→이명박→윤석열' 정부 승승장구 경제 관료로서 정권을 가리지 않고 승승장구한 인물입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통상산업부 차관(1997)으로 발탁된 뒤, 노무현 정부에선 국무총리(2007), 이명박 정부에선 주미대사(2009~2012), 윤석열 정부에선 국무총리(2022~2023)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나아가 친윤계의 지원 속에 집권 여당 대선 후보로 나서려다 목전에서 하차했습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를 두 번이나 지내는 등 임명직으로 오를 수 있는 모든 자리를 거친 한 전 총리, 스스로 자신의 인생철학을 우문현답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한자성어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하게 답한다(愚問賢答)'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뜻으로 썼다고 합니다. 윗사람이 좋아할 만한 실용과 실행을 강조하며 절대 무리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구속 여부 가를 혐의들..'계엄 적극 방조'·'선포문 폐기'·'위증' 54쪽에 이르는 구속영장에 담긴 혐의는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내란우두머리 방조입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최고의 헌법기관이었음에도 소극적 회피를 넘어 적극적으로 계엄을 도왔다고 적시했습니다. 계엄선포의 요건인 국무회의를 건의 내지는 소집해 절차적 흠을 메우려 했다는 취지로, 이는 계엄선포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행위라는 겁니다. 둘째,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관여입니다. 이 혐의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의 서명이 없는 문서가 배부돼 법률적 하자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인지한 데서 출발합니다. 이에 따라 계엄 이틀 뒤인 12월 5일 대통령실 민정수석실과 부속실장을 거쳐 총리·국방장관 서명란이 포함된 계엄선포문이 새롭게 작성됐습니다. 한 전 총리는 일단 서명한 뒤 '사후 문건 자체가 알려지면 논란이 커질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며 폐기를 요청했고, 실제로 문서는 폐기됐다는 게 특검 수사결과입니다. 셋째, 탄핵심판정에서의 위증입니다. 한 전 총리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입니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별도로 다뤄보겠습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에서 이상의 범죄사실과 함께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범죄의 중대성을 가장 크게 다뤘고 증거인멸 부분도 상당 부분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老) 총리 발목 잡은 말바꾸기..CCTV가 결정타 한 전 총리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계엄 선포 전후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헌재 탄핵심판 증언에서 "계엄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받지 않았고 계엄문서를 보거나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언제, 어떻게 계엄선포문을 받았는지는 정말 기억이 없다" "계엄 해제 국무회의 때까지는 계엄선포문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특검 수사로 대통령 집무실과 대접견실에 설치된 폐쇄회로 CCTV 영상이 확보되면서 한 전 총리가 실제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서 비상계엄 선포문을 건네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계엄 당일 12월3일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받은 계엄선포문을 놓고 국무회의 직후 약 11분 동안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과 논의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또 한 전 총리가 계엄 관련 문건을 챙기고, 대국민 담화문을 살펴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최근 특검 피의자 조사에서 한 전 총리 본인도 이를 시인했습니다. 이런 말 바꾸기와 '사후 정당화' 흔적이 겹치며, 증거인멸 우려가 강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를 만류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이라는 기존 증언을 유지하면서 위증 혐의 등에 대해선 인정하는 만큼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사후에 작성·서명한 계엄 선포문은 이미 폐기했기 때문에 계엄 선포를 합법화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없고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이상민 전 장관 등 주요 관련자들이 이미 구속된 상태라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방어 논리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전 총리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계엄 당일 "비상계엄을 하려고 한다"는 윤 전 대통령 말을 듣고 만류했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 "다른 국무위원들의 말도 들어보시라"고 제안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오늘 영장심사에는 특검팀에서 구속영장 청구서 외에도 160장의 PPT 자료, CCTV 영상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월 9일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심사에선 178쪽 분량의 PPT 자료와 CCTV 영상을 준비했었습니다. 이르면 오늘 밤 내려질 법원의 결정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제1국가기관인 국무총리의 헌법상 책무에 대해 굵은 밑줄을 긋게 될 것입니다. 구속이 결정된다면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처럼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워싱턴 D.C. 현지시간 25일 오후 1시32분. 붉은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현관으로 나와 자주색 넥타이의 이재명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손을 맞잡고, 손짓으로 안으로 이끄는 장면까지, 전형적인 트럼프식 '오프닝'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그리고 10분 뒤 시작된 두 정상 간 첫 회담의 소재는 무역, 조선, 방산에서 잠시 머물다 북한 이슈로 빨려들어갔습니다. 회담 직전 '숙청과 혁명'이란 '말폭탄'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낳았던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회담 도중 김.정.은이란 이름이 나오자 파안대소를 거듭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준비한 만능 열쇠가 통한 겁니다. 무역으로 시작한 정상회담..한반도 평화 이슈로 급이동 회담의 시작은 정상회담 의제로 예고됐던 무역 분야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싶다"면서 "한국과 협력해 선박을 다시 건조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무기에 대한 구매 요청도 곁들였습니다. 정중했지만 회담장 분위기는 딱딱했습니다. 밴스 부통령 등 참모들의 얼굴도 굳어있습니다. 말을 넘겨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제조 분야 르네상스에 한국도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한 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부심을 파고 들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새롭게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메이커 역할이 눈에 띈다면서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 '화룡점정'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대통령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주셔서 김정은 위원장과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서 저도 골프 칠 수 있게 해주시고 전세계가 인정하는 세계사적 평화의 메이커로 역할을 꼭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미국의 청구서를 간략하게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늘 자랑해온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으로 화제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웃은 지점입니다. '김정은' 나오자 웃음지은 트럼프, "이 대통령 대북 접근법 좋아"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말한 뒤 이제는 전세계에 익숙해진 자화자찬을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고 아직도 그렇다, 2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굉장히 친근한 관계가 됐고 존중하고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첫 대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그가 선거를 이겼다면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꼬집은 뒤 자신 덕분에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자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문이 터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한 번 더 추임새를 넣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뒤 한반도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고 평가한 뒤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북 중재자로서 트럼프의 역할을 강조한 겁니다. 이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님 덕분에 북한하고 한반도 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사실 그 이후 대통령께서 미국 정치에서 약간 물러서 있는 사이에 북한 미사일도 많이 개발이 됐고 핵폭탄도 많이 늘었고 진척된 게 없이 한반도 상황은 정말로 많이 나빠졌습니다" 제대로 감정이 오른 트럼프 대통령, 이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이 지난 한국 정부 대통령들보다 훨씬 좋다고 반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고 관계를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한국의 지도자를 경험했는데 북한 문제에 제대로 된 접근을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대통령의 접근법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이 대통령의 마지막 한 수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peace maker)'라고 추켜세운 뒤 자신은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로 뛰겠다고 하자 트럼프는 두 번째로 크게 웃은 뒤 함께 해 나가자고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 "저의 관여로 남북관계가 잘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문제를 풀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십니다.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습니다 (큰 진전을 함께 이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정상 간 직접 대화는 여기까지였고, 다음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으로 넘어갔습니다. 회담 시작 무렵 오늘 이야기할 게 많다던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무역과 안보를 둘러싼 청구서는 더 이상 화제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발언 변천사..리틀 로켓맨→아름다운 친서→올해 만났으면 트럼프 1기 임기 초반 대북 워딩은 노골적 압박이었습니다. "fire and fury(화념과 분노)"로 응징을 경고했고, 2017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선 김정은을 "Little Rocket Man"이라 지칭하며 "필요하다면 totally destroy(완전히 파괴)"까지 언급했습니다. '최대 압박'과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꺼내들며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전술이었습니다. 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 성사 즈음에서 급변합니다. "그가 보낸 beautiful letters(아름다운 친서들)" "We fell in love(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까지 파격적 칭찬과 과장된 수사가 동원됐습니다. 위협에서 관계 만들기로, 적대적 별명(로켓맨)을 애정 섞인 호칭으로 바꾸는 장면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2019년 노딜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 판문점 정상회담을 거치면서도 "We have a great relationship(우리는 훌륭한 관계다)"를 반복하며 재가동의 여지를 늘 두려고 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김정은 카드를 사실상 다시 책상 위에 올렸습니다. "Kim and I had—and still have—a good relationship(김정은과 난 좋은 관계였고 지금도 그렇다)" "I'd like to meet him(만나고 싶다) this year would be great(올해면 더 좋다)"에 번외 카드도 곁들였습니다.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때 참석할 수 있고 방한 시 김정은과 만날 수 있으며 남북 정상간 만남을 주선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보신 것처럼 오늘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상당부분 분량을 차지했습니다. 정상회담의 양대 의제로 꼽혔던 무역과 안보 이슈 관련해 공개 회담에서 매듭지어진 것은 딱히 없었습니다. 어제 이브닝브리핑에서 한국에 대한 부담 리스트는 정상 간 공감 선에서 모호하게 남기고 최대한 후속 장관 협의로 넘기는 게 상책이 아닐까라고 전망했는데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로 보아집니다. 다만 북한 이슈는 한미 정상 간 대화를 이끄는 만능 열쇠이기도 하지만 미국발 안보 청구서의 무게를 더할 수 있습니다.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라는 당장의 요구에 더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역할에 크게 기대한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북미 대화 재개 시 한국 패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신경써야 합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정세 판단에 따라 이 대통령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한 주한미군 유연화 내지는 재배치 문제도 일방적으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 한미 정상 간 훈훈한 덕담과 장밋빛 계획에도 대화 상대인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을 내세워 어지간해서는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점 역시 현실적 고민을 더할 겁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 '각본 없는 리얼리티 쇼' 'Z(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순간' 등 트럼프식 정상회담이 낳은 각종 에피소드를 마냥 기이한 결과로 여길 수만은 없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중국 미국과 각각 연결된 이례적인 한수 한수를 따져봤습니다. 이승만 이후 처음으로 미국보다 먼저 일본 찾아 이 대통령은 태평양을 건너기 전 일본을 먼저 방문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한국 신임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지가 일본이 된 건 '이승만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이승만 대통령은 1954년 7월 미국을 방문해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지기 1년 반 전, 53년 1월에 일본을 찾은 바 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첫 정상회담'은 미·일·한 공조 사전조율의 의미" "방미 전 방일은 대미 협상 앞 '안보·통상 패키지' 맞춤형"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1965년 일본과 국교 수교 이후로는 처음인 '역순 방문'의 배경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익을 우선한 실용 외교의 일환으로 설명했습니다. 미국으로 향하는 공군1호기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이 대통령의 발언 살펴보겠습니다. 이 대통령 기내 기자간담회 "(일본 측이) 한국이 미국과 협상하는 데 있어 어떤 점에 주의를 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 것이란 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세부적으로 협조해 주기로 약속도 했습니다. 예정보다 소인수회담이 길어진 이유는 사실 거의 대부분 미국과 협상 이야기를 하느라 지연됐습니다"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의 복원이라는 외형상 의미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틀 뒤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도상훈련 차원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취지입니다. 아주 많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는데 숫자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할지, 판을 뒤집을 정도의 돌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등등에 대한 깨알 같은 조언을 이 대통령은 하나하나 챙겼을 겁니다. 중국엔 특사단 보냈는데..처음으로 시진핑 면담 '불발' 일본, 미국과의 정상회담 와중에 대통령실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특사단을 베이징에 파견했습니다. 수교 33주년을 맞아 여당 내 중국통인 김태년, 박정 의원을 비롯해 1992년 한중 수교를 성사시킨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이사장도 동행했습니다. 특사단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이 대통령의 친서를 왕이 외교부장에게 전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인 왕이 부장은 외교분야에서 서열 1위로 평가받지만 중국 내 공식 정치서열에서는 20위권의 부총리급 정치국원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오는 10월 경주 APEC 초청을 겸해 시진핑 주석을 직접 예방하거나 2인자인 리창 총리와의 면담을 기대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특사단은 내일(26일)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의장(국회의장격)과 한정 국가 부주석을 각각 만날 예정입니다. 시 주석은 문재인 정부 때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박근혜 정부 때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특사단장과 직접 만났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딱 꼬집어 홀대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환대 분위기는 분명히 아닌 의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특사단을 접견한 왕이 부장의 모두 발언에서도 감지됩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지난 24일)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공동의 이익을 확대함으로써 중한 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용의가 있습니다" 미국과 군사, 경제, 외교 전반에서 1선 대치 중인 중국 입장에서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에 앞선 한일 정상회담은 흔쾌한 일이 아닐 겁니다. 한미일 3국의 협력 내지 밀착은 한중 간 공동 이익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자중해달라는 속내가 읽힙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외교에 친중 혐중이 어디 있느냐"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면 가까이 지내는 것"이라며 실용적 관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대통령 기내 기자간담회 "한미일 안보 경제 협력이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할 거냐, 절연하고 살 수 있습니까? 절연 안 하는 걸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의 친중이라면 해야죠" 사상 처음 대통령실 '3실장' 전원 미국행..'올인' 시그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엔 대통령실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 등 3실장 모두가 이 대통령을 미국 현지에서 보좌합니다. 위성락 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일본 순방부터 이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고 이들과 별도로 강훈식 비서실장이 민항기 편으로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통상 비서실장은 국무총리와 함께 국내에 남아 상황을 챙겨 왔는데, 그만큼 또 하나의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입니다. 강 비서실장은 출국에 앞서 국익 최대화 차원의 설득을 위해서라고 강조하면서도 누구를 만날지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지난 24일) "민관이 힘을 합쳐서 한미 정상회담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정부는 안보와 통상이라는 한미 정상회담 양대 의제 모두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국무부가 지난 22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가 대표적입니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억지력을 강화하고 집단적 부담 분담을 증대하며 /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무역관계의 공정성과 호혜성을 회복하는 미래 지향적인 의제 중심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입니다. </ 앞부분>은 주한미군의 역할 및 배치에 있어 전략적 유연성과 한국의 국방비 증대를 </ 뒷부분>은 3천5백억 달러로 합의된 관세협상 결과의 구체화와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압박하는 걸로 풀이됩니다. 의제 설정과 세부 논의가 우리 정부 생각만큼 매끄럽지 않다는 건 비행기를 갈아타는 일정으로 급박하게 마련된 조현 외교장관의 방미와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하겠다는 강훈식 비서실장의 추가 순방 수행으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자주 있는 기회도 아닌 만큼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면 제한 없이 필요한 이야기는 다해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농축산물 추가 개방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이 대통령 기내 기자간담회 "(주한미군)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서..(농축산물 분야는)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상호 승인해서 그 내용들이 정해졌는데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쉽게 바꾸겠습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싶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시간으로 내일(26일) 새벽, 백악관 환영식에 이어 양자회담과 업무오찬으로 이어집니다.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선 어느 나라건 양국 간에 표현의 차이와 해석의 여지를 두는 게 관례 아닌 관례입니다. 북한 비핵화 vs 한반도 비핵화처럼 각자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다르기에 국내용으로 달리 설명되는 용어들도 있습니다. 그럼 우리 정부의 전략적 지향점은 어떨까요? 추가 부담이 우려되는 대미 투자 액수와 대상, 쌀과 쇠고기 추가 개방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되,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배치의 유연성이나 국방비 증액 부분은 정상 간 공감대는 확인하면서도 세부 내용은 향후 장관급 협의로 넘기는 방식이면 나쁘지 않을 결과입니다. 또 한 가지,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가 이 대통령 임기와 겹치는 등 길게 볼 사이라는 점에서 첫 대면 시 교집합과 신뢰감을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조만간 경주에서 골프 라운드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전국을 휩쓴 집중호우와 수해 복구,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열대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숨가쁘게 이슈들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내일(2일) 결전을 치르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민주당 새 대표 선거에 나선 정청래, 박찬대 후보입니다. 국민의힘은 오는 22일 전당대회를 치르는데 당 대표 경선에 5명, 최고위원 선거에는 11명이 뛰어들었습니다. "당원의 목소리가 국회의원보다 중요" vs "늘 어려운 싸움에서 이겨온 사람"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집권 여당 대표 선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광석화, 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내세운 기호 1번 정청래 후보는 굳히기를 자신하고 있고, '증명된 리더십, 성과 내는 여당'을 강조한 기호 2번 박찬대 후보는 역전승을 다짐했습니다. 두 후보의 어제 오늘 발언을 정리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후보 "오직 당심만 믿고 간다. 당원의 목소리가 국회의원보다 중요하다. 국회의원의 오더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는 과학이고, 당원들이 국회의원을 이긴다. 궂은 일, 험한 일, 싸우는 일은 내가 할 테니 협치, 안정의 열매는 대통령의 공으로 돌리겠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후보 "저는 늘 어려운 싸움에서 이겨온 사람이다. 민주당이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인천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214표 차이로 꺾었다", "권리당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수도권 지역 투표가 남은 만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정 후보의 말인 즉, '국회의원 등이 중심이 된 대의원 표심(1만 6천여 명)은 결국 117만 당원의 표심을 이길 수 없다, 여론조사도 나의 우위'라는 것이고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당 소속 의원들의 지지세가 강하다고 평가받는 박 후보는 이들 대의원뿐 아니라 수도권과 호남 당원까지 아울러 뒤집기를 노린다는 겁니다. 현재까지 판세는? 여론조사 정 후보 우세, 수도권 당심이 관건 민주당 대표 선거는 전국 대의원 15%와 권리당원 55%, 국민 여론조사 30%로 결정됩니다. 이번 주 공표된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 정청래 54.5% 대 박찬대 35.4%(7월 28~29일, 미디어토마토 조사), 정청래 56.1% 대 박찬대 33.3%(7월 27~28일, 에이스리서치 조사)였습니다. 오차 범위 밖에서 정 후보가 우세인 결과들입니다. 정 후보는 그동안 진행된 20개 안팎의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치러진 충청과 영남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정 후보가 62.65%의 누적 득표율로 37.35%인 박 후보를 25.3%p차로 앞서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권리당원 경선 진행률이 8%에 불과한 결과여서 남은 수도권과 호남 경선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또, 1표당 권리당원 17표에 맞먹는 국회의원과 시도당위원장, 지방의원 등 대의원 투표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이번 당 대표 경선의 가장 큰 특징은 권리당원의 비중이 역대 최고인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이 47만 7천390명으로 40.4%, 호남권이 42만1,087명으로 35%로 전체 권리당원의 75%를 차지합니다. 한마디로 호남권과 수도권 권리당원들의 표심이 승부를 좌우하는 구도입니다. 국민의힘 대표 5파전, 최고위원은 4명 선출에 11명 도전 20일 뒤인 8월 22일 전당대회를 치르는 국민의힘의 당 대표 선거 대진표는 김문수 전 노동부장관, 안철수, 장동혁, 조경태, 주진우 의원 이렇게 5파전입니다. 최대 이슈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기준으로 보면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반탄,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찬탄으로 분류됩니다. 주진우 후보는 계엄 해제에는 찬성했지만 탄핵에는 질서 있는 퇴진으로 반대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김문수 40.1% 장동혁 19.9%, 주진우 12.0%, 안철수 9.1%, 조경태 3.0%로 반탄 후보들이 우세한 모습입니다(7월 28~29일, 미디어토마토 조사). '친윤 감별사'를 자처한 전한길 씨를 둘러싼 논란 속에 친윤계과 영남권 지지층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추세가 경선 기간 이어진다면 찬탄 측 후보로서는 단일화 논의를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최고위원 선거는 말그대로 오리무중 양상입니다. 4명을 선출하는데 무려 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가 컷오프를 거쳐 11명이 예비경선에 진출했습니다. 전현직 의원 2명씩에 전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 친윤계 인사, 친한계 인사 등이 혼재돼 있는데 여성 최고위원이 누가 되느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찬탄 측 양향자 전 의원이 막판에 당 대표에서 최고위원 선거로 선회했는데, 공교롭게도 후보 등록 마지막 날 당 주류 및 영남권 지지로 분류되는 최수진 의원이 열차에 올랐습니다. 당헌당규상 당선권 4명 중 여성 후보가 없다면 4위 남성 후보 대신 여성 후보가 최고위원이 됩니다. 따라서 양향자, 최수진 두 후보가 최종 경선에 오른다면 다득표자는 무조건 지도부에 합류합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미 동부 현지시간으로 29일 오후(한국시간 오늘 새벽) 한국 관세 협상단의 대표격인 구윤철 기재부 장관은 워싱턴D.C에 내리자마자 러트닉 상무장관을 찾아갔습니다. 구 장관의 카운트파트는 베선트 재무장관이지만 외교, 통상가에서는 러트닉이야말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사령관'이며 실세 중의 실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상무장관 사이 30년 넘는 우정과 부침을 함께한 인연이 있습니다. 트럼프와 매주 아이스크림 데이트 하는 러트닉 러트닉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매주 금요일마다 불러 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 선데)을 먹으며 온갖 일을 털어놓는 사람입니다. 대화 소재는 정책 뿐아니라 일상사, 스포츠, TV 프로그램을 망라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트럼프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까지 따라갑니다. 이 정도면 최측근이라고 할 만한데 그 인연은 30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뉴욕 출신의 사업가였던 두 사람은 한 자선행사에서 만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는 79세인 트럼프 대통령이 15살 많지만 격의없는 사이라고 합니다. "넌 해고야(you're fired!)"로 유명한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던 트럼프는 러트닉을 특별 게스트로 초대하기도 했고, 골프 버디로 또 파티 메이트로 함께 어울렸습니다. 워싱턴 정치인들을 '속물'로 보고 거리감을 둬 왔던 것도 비슷합니다. 베선트 보다 한 수 위?..'트럼프 직통 통상 브레인' 이런 러트닉 장관에게 언론이 붙인 별명은 '관세 사령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러트닉을 상무장관에 낙점하며 '특별한 권한'을 줬다고 합니다. "관세 문제에 있어 외국 정상이나 지도자들과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하는 핵심 인물" "이른바 나쁜 경찰(bad cop) 역할"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협상은 러트닉 장관이 주도하고 베선트 장관이 완충 역할을 하며,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할 때 러트닉의 제안이 스위치로 작용하는 구조라고 합니다. 러트닉이 구리에 대해 50% 관세를 제안하자 트럼프가 즉석에서 발표했다는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러트닉은 특유의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서 비판과 견제를 받아왔습니다. 백악관 내에서도 '펭귄(정확하게는 펭귄이 사는 무인도)에게 관세를 부과한 책임은 러트닉에 있다'는 말이 나왔고, 자동차 관세에 대해서도 미리 언급하지 말아야할 내용을 털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확실성을 선호하는 기업인들에게도 러트닉은 온갖 불평의 대상입니다. "최선-최종의 제안 가져오라"..한국 관련 추가 압박 러트닉 장관은 관세협상에 임하고 있는 한국 대표단에게도 연일 압박성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 중이었던 러트닉을 만나러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간 대표단에 했다는 말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소개됐습니다. 러트닉 상무장관 "한국은 이번에 반드시 최종적이고 최선의(best and final)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안을 제시해야할 때 모든 것을 가져와야 한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 주요 파트너와 무역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왜 한국과 새로운 협정이 필요한지 설득해야 한다" 사흘 전 우리 대표단이 러트닉의 뉴욕 자택을 찾아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설명했던 상황과 비춰보면 그 정도로는 트럼프 대통령 설득이 안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걸로도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농축산물 및 자동차 시장 개방과 대미 투자 규모를 협상타결의 열쇠로 지목해왔다는 점에서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협상 결과대로라면 대미 투자 규모는 유럽이 6000억 달러(835조 원), 일본이 5500억 달러(765조 원)인데 우리는 1000억 달러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총생산 규모로는 한국은 유럽의 10%, 일본의 40%인데, 대미 무역흑자 규모로는 일본과는 비슷하고 유럽에 비해서는 28% 수준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미 의원연맹 소속으로 미국을 다녀온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어제(2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미국산 소고기가 어려운 허들로 느껴졌다"고 전했습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국회 외통위 간사) "미국의 의원들 만나면서도 굉장히 어렵다라고 느낀 점 중에 하나가 자기 지역구 농민들의 불만을 그대로 저희한테 전달해왔거든요. 특히 전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 중에 소고기 30개월 이하로 월령 제한을 해놓은 게 대한민국 밖에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왜 한국만 이런 규제를 하느냐 이런 불만들을 노골적으로 말씀을 하시던데요" 앞서 일본 대표단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교섭 전 "협상 카드는 조금씩 꺼내고 꺼낼 때마다 이걸 해달라고 요구하라"(아사히신문 보도)고 족집게 과외교사 역할을 했다는 러트닉이기에 말의 무게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러트닉은 지난 24일 CNBC 방송에서는 "한국은 일본과 서로를 주시하고 있고 미국과 너무나도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기에 미일 무역협상 결과를 보고 욕이 나왔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러트닉을 잡기 위해 일본 대표단은 7차례나 협상을 벌이면서 교감을 쌓아왔다고 합니다. 우리 대표단도 오늘 구윤철 장관 회동을 포함해 최근 들어 4번째(24일 워싱턴 상무부, 25일 뉴욕 자택, 28일 스코틀랜드) 러트닉 장관을 만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정한 관세열차 시간표(8월1일)에 한국이 올라탈지, 또 어떤 결과물을 주고받을지 남은 이틀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