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논설위원
두 번째 필리버스터...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오늘(23일) 정오를 조금 지나 국회에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시작됐습니다.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에 이은 이틀째 필리버스터입니다. 종결 동의가 곧바로 제출됐기 때문에 24시간 뒤 이미 표결이 예정된 상황입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오늘 낮 국회 본회의장 표현의 자유와 언론에 관한 법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언론 자신에 관한 법이란 점에서 이브닝브리핑에서 다룰까 말까 적잖은 고민을 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 및 시민단체 간에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지만, 사실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실질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조작정보 이른바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는, 선한 의도의 법이 왜 오히려 위헌 논란에 휩싸였는지? 이 상황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관해 독자들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글을 시작해 봅니다. '허위사실, 허위조작정보, 공익, 표현의 자유' 이번 논란과 관련한 핵심적인 키워드 네 가지입니다. 17년 전에 있었던 한 사건을 통해, 이 네 키워드에 얽힌 우리 사회의 고민을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미네르바 사건의 교훈 필명 미네르바, 박대성 씨 2008년 7월부터 당시 인기 커뮤니티였던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활동했던 필명 미네르바를 기억하십니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한민국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경고를 시작으로, 리먼브라더스 위기를 예측해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던 미네르바, 바로 인터넷 논객 박대성 씨의 필명입니다. 미네르바는 그해 12월 정부가 주요 금융기관과 수출입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긴급공문을 전송했다고 글을 썼는데, 검찰은 이 글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해당한다며 체포했습니다.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입니다. 직후 기획재정부가 실제로 금융기관의 외환 딜러들을 소집해 달러 매입 자제를 (공문이 아닌) 구두로 요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박 씨는 결국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미네르바의 글이 '허위 사실'인지 또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는지, 두 가지였습니다. 법원의 결론은 미네르바 즉 박 씨가 "전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글을 게재했다고 보기 어렵고, 허위 사실을 게시하겠다는 고의가 없는 이상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무죄였습니다. <미네르바 사건 개요> 2009년 1월 7일 미네르바(박대성) 긴급 체포 2009년 1월 22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 2009년 4월 20일 서울중앙지법 무죄 선고, 석방 2009년 5월 14일 미네르바, 헌법소원심판 청구 2010년 10월 28일 헌법재판소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헌 결정 2009년 4월 석방된 박 씨는 다음 달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 1항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위헌심사의 쟁점은 역시 '공익' 개념, 그리고 해당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년 5개월 만, '7대 2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사안을 제가 간단하게 요약하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위헌'으로 판단한 다수의견의 핵심은, 먼저 '공익'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이고 어떤 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공익을 해한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통신(행위)가 금지'되는지 '명확성'을 갖춰야 하는데, 문제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 1항 허위 사실 유포 금지'는 그 명확성을 갖추지 못해 위헌이라는 취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미네르바 사건은 허위사실과 공익,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은 물론 그 이후에도 많은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전반기 언론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논의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이후 저널리즘 활동과 연구에도 많은 기준점을 제시했습니다. 허위조작정보와 민주주의 심리학자 지바 쿤다(Ziva Kunda)는 '정확성을 추구하는 욕구와 신념을 유지하려는 성향 사이의 긴장'을 인간 추론의 근간이라고 했습니다. 소셜미디어 시대 가짜뉴스의 생산과 (정치적 상업적 목적의) 유통 및 확산은 이 인간 추론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명백한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허위조작정보 이른바 가짜뉴스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와 규제 노력은 정당합니다. 제 역할을 못하는 레거시 미디어(라고 쓰고 '낡은 재래식 언론'으로 읽히는)에 대한 뉴스 소비자들의 누적된 불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맵고 자극적인' 대안적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짜뉴스 규제 문제는 시급성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에 상정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미네르바 사건의 교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을 떨칠 수 없습니다. 특히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허위사실'과 '허위조작정보'를 다시 뒤섞어버렸습니다. '고의·부당이익'이라는 의도성을 '허위조작정보'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국회 과방위 안조차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터였는데, 법사위는 '인격권·재산권·공익'이라는 큰 기준으로 다시 '허위사실'과 '허위조작정보'를 묶어버린 겁니다. 게다가 가짜뉴스 규제와 패키지로 가야 할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는 슬그머니 '나중의 일'로 미뤘습니다. '허위조작정보'의 개념과 기준에서 여전히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자본 권력이 허위조작정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길마저 터놨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언론의 권력 감시기능을 위축시키고,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모호한 법률이며, 고쳐 쓸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미네르바의 교훈의 결여 때문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통일교 특검 하자"...민주당 전격 수용 협의 중인 더불어민주당 투톱 / 오늘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통일교 특검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늘(22일) 오전 전격적으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입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에 대한 특검을 하자. 여야 정치인 누구도 예외 없이 모두 포함해 특검 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통일교 특검 수용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착각'을 언급했습니다. 민주당이 뭐라도 있어서 특검을 회피하는 줄 알고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특검을 주장하는데, 그게 착각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선 당시 통일교가 정치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헌법 위배의 정교 유착 의혹과 불법 정치 자금 로비, 영향력 행사까지 모두 포함해서 철저히 한번 밝혀볼 것을 제안한다"고 했습니다. 현장 취재 기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정청래 대표에게 향했습니다. 정 대표는 계속 '특검 절대 불가'라고 강조해 오던 터라, 민주당의 기존 입장을 확 바꾸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혹시 '제 2차 투톱 갈등'을 촉발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겠죠. 그런데 정청래 대표도 "통일교 특검 못 받을 것도 없다. 국민의힘 연루자들 모두 포함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투톱의 공개 발언으로 '통일교 특검 수용' 입장이 공식화한 겁니다. 야당으로선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오후에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까지 이뤄졌습니다. 특검 법안의 디테일을 놓고는 갈 길이 멀겠지만, 일단 협상은 곧 시작될 걸로 보입니다. 여야 원내대표단 회동 / 오늘 오후 국회 급전환 이유는?...여론의 압박? 전격적이라 할 만큼 예상 밖의 급전환입니다. 강도가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그동안 통일교 특검 요구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일관된 '반대'였습니다. 날짜별로 주요 발언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2월 12일 박수현 수석 대변인 "전형적인 (내란)특검 흔들기, 물타기에 불과한 정치공세" 12월 15일 정청래 대표(비공개 최고위 백브리핑 中) "통일교 특검 주장은 절대 수용 불가. 일고의 가치 없다." 12월 21일 박수현 수석 대변인 "현재까지 특검에 동의할 만한 수준의 명백함 떨어진다." 2차 종합특검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양보인가? 통일교 특검과 관련한 여론 추이에 압박을 느껴서? 특검을 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 민주당의 전격적인 변화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분석과 추측이 수면 위아래에서 동시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일반적인 분석은 여론의 압박입니다. 지난 금요일 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통일교 특검 찬성 의견이 62%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는 22%였습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찬성 의견이 67%였습니다. 야당 지지층의 특검 지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 지지층 2/3가 '통일교 특검 도입'에 찬성 응답을 했다는 사실이 민주당에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물론 특검에 대한 관성적인 태도가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의 '특검 선호도'와 국민의힘 지지층의 '특검 불신'이라는 관성적 태도가 조사 외적인 변수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통일교 특검 찬성 여론'이 60%대에 이른다면, 이는 객관적 사실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 태도일 겁니다. <통일교 특검 관련 여론 추이> 응답자 전체: 찬성 62% vs 22% 반대 민주당 지지: 찬성 67% 국민의힘 지지: 찬성 60% 한국 갤럽 정기 여론조사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1명 대상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의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0.8% "착각마라" 자신감?..."대통령실과도 조율" 여론의 압박은 느꼈지만, 그것만으로 전격적인 입장 변화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주 후반 갤럽 여론조사가 나온 뒤에도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 불가' 입장을 유지했던 터였습니다. "현재까지는 명백함이 떨어진다." 정도로 강도가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통일교 특검 요구는 내란 특검 물타기이고, 그런 정치공세에 말려들 순 없다는 강경론이 우세했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분석이, "한번 해보자. 아마 국민의힘 인사들이 훨씬 많이 나올 걸?"이라는 일종의 자신감이랄까, 경찰 수사 상황과 여론 추이를 종합해서 내린 '정무적 판단'이라는 해석입니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경찰 수사 상황을 지켜봤는데 새로운 게 별로 없다", "통일교가 윤석열을 지원하기로 결정해버린 이상 야당이 더 부담스러울 것", "특검 추천권과 수사 대상은 어차피 여당이 원하는 대로 될 수밖에 없다. 별로 불리할 거 없는데 괜히 오해만 커지고 2차 종합특검 동력만 떨어진다." 등의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내란 관련 2차 종합 특검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통일교 특검만 못 받겠다는 게 국민들에게 통하겠느냐는 불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추천'하는 제3자 특검 추진에 합의한 것이 정무적 결단의 트리거가 된 걸로 보입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 대변인 "대통령실과 지속적으로 공유·조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엄정대응 입장 한 번도 바뀐 적 없다. (공유·조율 발언) 알아서 이해하시라" 특히 오늘 박수현 수석 대변인은 '대통령실과 조율'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공식 회의 직후 백브리핑에서 "민주당 일부 인사에 대한 소문 수준의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당만 오해가 계속 쌓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지속적인 조율이 있었고, 대통령실과도 지속적으로 공유 조율 왔다"고 공개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지위고하, 여야 막론하고 엄정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국회가 하는 걸 지켜본다는 입장인데 같은 기조로 보시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긴밀한 공유 조율'이라는 박수현 수석 대변인의 발언을 알아서 이해하시라고 했습니다. 경찰 수사상황, 여론 추이 등을 종합해서 내린 여권 전체의 결론이 '통일교 특검 수용'인 겁니다. 야당은 환영, 그러나... 어제 개혁신당과 '제3자 특검 추진'에 합의했던 국민의힘은 일단 환영했습니다. 대변인을 통해 "지극히 당연한 일, 만시지탄이지만 전향적으로 수용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당으로부터 '특검 수용' 의사를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좋다. 만나서 협의를 진행하자"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서는 '특검 찬성' 여론을 업고, 여당을 압박해 작은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소수야당이 숫자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가 '여론의 지지'겠지요. 하지만 오늘 민주당의 특검 수용으로 이제부터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통일교 특검이 정치권에 어떤 태풍을 몰고 올지, 수사 결과에 따른 여야의 최종적인 유·불리를 예측하기도 어렵거니와,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함으로써 '2차 (내란·김건희) 종합특검' 추진에 있어서 찜찜함을 덜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결국은 디테일입니다. 여야는 조만간 특검 추진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겠죠. 통일교 특검만 따로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2차 종합특검과 패키지로 협상이 이뤄지면, 협상의 주도권을 야당보다는 여당이 쥐게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당장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의 추천권을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부여하는 방식에 합의했는데,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민주당의 불신을 감안하면 속된 말로 '이빨도 안 들어갈 제안'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 해가 바뀌면 여야 모두 지방선거 경선이 본격화할 거란 점에서, 협상이 길어지면 정치적 주목도가 전만 못할 거란 예측도 나옵니다. 정치가 늘 그렇듯이, 오늘로서 '또 한 판의 바둑'이 시작됐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채지우
역대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따지는 여론조사에서, "잘했다"보다 "잘못이 많다"는 평가가 많은 전 대통령으로 그동안은 전두환 씨가 대체로 1등이었습니다. 정권의 성향, 사회 분위기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갤럽 기준으로 2015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 조사 중 두 번이 전두환 씨, 2015년 한 차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쁜 쪽으로 1위였습니다. 그런데 오늘(28일) 갤럽이 2년 만에 같은 질문으로 조사한 결과를 내놨는데, "잘못 많다"는 평가가 가장 높은 전 대통령으로 전두환 씨를 젖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꼽혔습니다. 역대 대통령 조사에 포함되자마자 압도적으로 "잘못 많다"는 평가 1위를 차지한 겁니다. "잘못 많다" 윤석열 1위…"잘했다" 노무현 1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잘못한 일이 많다" 77%, "잘한 일이 많다" 12%였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긍정 평가 12%는, 탄핵 전 갤럽의 마지막 여론조사 지지율 11%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정치 성향을 5점 척도(매우 보수-약간 보수-중도-약간 진보-매우 진보)로 구분했을 때 매우 보수적 응답자(전체의 6.4%)에서만 '긍정 47% 대 부정 49%'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을 뿐이고 나머지 성향에서는 압도적으로 부정 평가(약간 보수 68%~매우 진보 97%)가 높았습니다. 내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이번이 이른바 '바닥'이지 더 내려갈 지하 2, 3층이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두환 씨는 "잘못한 일이 많다" 68%, "잘한 일이 많다" 16%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부정 평가가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그 다음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17% 대 65%로 "잘못 많다" 평가가 높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2년 전인 2023년 조사에서도 부정 66%(긍정 21%)로 국민들의 "잘못 많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잘한 일이 많다"는 긍정 평가가 높은 역대 대통령은 노무현(68%), 박정희(62%), 김대중(6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역대 조사에서 꾸준하게 60%대를 유지하는 '스테디 긍정 평가'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긍정 평가 이유는 '경제 발전', 부정 평가 이유는 '독재와 유신'이 각각 1위로, 공과가 가장 뚜렷하게 대비되는 역대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15년 54%, 2021년 61%, 2023년 70%'로 시간이 갈수록 긍정 평가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긍정 평가의 이유가 '국민과 소통', '서민 입장 대변'이 공동 1위였습니다. '소통'의 아이콘으로서 긍정적인 사후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경우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2015년 긍정 16%(부정 42%)에서 오늘은 긍정 42%(부정 26%) 평가를 받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재평가를 받는 경우입니다. 노무현, 김영삼 두 전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5년 "잘못 많다" 부정 평가가 64%로 전두환 씨보다 높았다가 2023년 54%, 이번 조사에선 46%로 부정 평가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오늘 발표에서는 긍정 35% 부정 46%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긍정 33% 부정 44%와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주와 변함없는 대통령·여야 지지도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60%'로 지난주와 동일합니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1%포인트 오른 31%입니다. 최근 6주간 흐름을 보면, 긍정 평가는 60% 전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긍정 평가 이유도 외교 43%(지난주보다 9%포인트 상승)가 압도적 1위입니다. 한미 관세 협상, APEC 정상회담 등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 지지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 14%(전주보다 5%포인트 상승), 도덕성/재판 회피 12%순인데, 대장동 항소 포기는 지난주보다 5%포인트 떨어진 6%로 나타났습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가 조금 가라앉고, 전통적인 경제/민생 이슈 관심이 다시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지난주와 이른바 '복붙' 수준으로 동일합니다. 민주당 42%, 국민의힘 24%,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3%, 진보당 1%순으로 지난주와 똑같습니다. 심지어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층'까지 지난주와 같은 26%입니다. 비상계엄 1년,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취임 100일과 '윤 절연 및 사과 논란'의 결론 등이 모두 겹치는 다음 주를 지나면서, 정당 지지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입니다. 디자인 : 정유민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이 오늘(27일) 국회에서 가결됐습니다. 오후 3시쯤 본회의 마지막 안건으로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이 상정됐고, 정성호 법무장관의 이유 설명과 추 전 원내대표 신상발언에 이어 무기명 표결에 들어갔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란몰이 정치공작이라면서 집단 퇴장했고, 표결 결과는 총 투표수 180표 가운데 '찬성 172표, 반대 4표, 기권과 무표 각각 2표'로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 찬성이라는 가결 요건을 넉넉하게 넘겼습니다. 이로써 추 전 원내대표 구속 여부는 며칠 뒤 법원 실질심사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됐습니다. 1. 법원이 볼 핵심 사안 '4번의 공지, 3번의 통화'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오늘 표결 전 신상발언에서 "계엄 당일 우리 당 의원 누구에게도 계엄 해제 표결 불참을 권유하거나 유도한 적이 없다", "저에 대한 영장 청구는 국민의힘을 위헌정당해산으로 몰아가 보수 정당의 맥을 끊어버리겠다는 내란몰이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법원 결정을 당당하게 구하겠다면서, 신상발언을 마치고 표결 전에 본회의장을 먼저 떠났습니다. 추 의원실과 국민의힘에서도 표결 직전 "체포영장에 적시된 내용들이 대부분 허구에 가까운 내용"이라면서, 민주당 주문에 맞춰 특검이 꿰맞추기 창작을 했다는 취지의 언론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추 의원 측은, 계엄 4일 전 대통령과의 만찬 등 몇 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는 했지만 자세한 설명은 차후 기회가 될 때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주 열리게 될 영장실질심사에서 결국 핵심이 될 부분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4번의 의원총회 장소 공지'와 '3번의 통화' 부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라고 볼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고 볼지 갈라질 대목입니다. 의총 장소를 계속 바꾸고, 그 사이 홍철호-한덕수-윤석열 세 사람과 통화가 있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과는 2분간, 한덕수 전 총리와는 7분 동안 통화했습니다. 특히 한동훈 당시 대표와 함께 국회에 진입했지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고 밤 11시 48분 이후 계속 원내대표실에만 머물렀습니다. 국회에 있으면서도,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벌어진 일인지, 표결을 방해하거나 지연하려는 '의도성'이 있다고 볼 것인지, 영장실질심사에서 1차적인 법적 판단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2. '사과' 놓고 고민은 쌓이는데...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표결을 1979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제명에 빗대서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거대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정권몰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YS 제명은 민주주의에 대한 제명이었고 결국 국민적 반발을 불러와 유신정권의 몰락을 가져왔듯이, "46년 전(YS 제명)과 똑같은 나비효과가 다시 일어날 것이며, 이것은 단순한 가결이 아니라 이재명 정권 생명을 단축하는 정권 몰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현장 기자들 취재에 따르면, 한덕수·박성재 두 사람처럼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역시 기소는 몰라도 구속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만약 추 전 원내대표가 구속된다면, 국민의힘을 향한 '내란정당', '위헌정당 해산론' 공세가 강화되는 건 필연이겠죠. '윤석열 단절' 문제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국민의힘 내부 혼선은 더 커질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국민의힘 지도부가 오찬 회동을 했는데,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고민할 지점이 많아서 의견 청취 중"이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동욱 최고위원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실질심사와 맞물려 있어서, 그 결과를 보면서 계엄 1년 사과 문제의 시기와 수위 등 충분히 고민할 지점들이 많이 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진정성이 핵심" 사과 논쟁 가세한 오세훈 서울시장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 107명 전원에게 '계엄 사과 여부와 방식'을 묻고 있고, 일부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안하겠다면 우리만이라도 사과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가세했는데, 오늘 국회 행사에 나와서 "원래 사과라고 하는 것은 사과를 받는 분들이 진심을 느낄 때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5번 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떻나. 진정성이 국민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진심을 담은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 좋은데, 결국 핵심은 '무엇을 사과할 것인지'겠죠. 추 의원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공교롭게 다음 주 비상계엄 1년 전후에 열리고, 장동혁 대표의 취임 100일과 장외 집회 마무리도 그 시점입니다. 다음 주가 국민의힘에게 '운명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디자인 : 정유민
요즘 국민의힘을 취재하는 현장 기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8일 뒤인 12월 3일에 "장동혁 대표가 '尹 절연'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인가"입니다. 오는 3일이 비상계엄 1년이자, 장동혁 대표 취임 100일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생각에섭니다. 이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당직자들 답변은 대체로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과 대국민 사과는 담길 것이다."라는 취지의, 뭔가 주변을 맴도는 답변입니다. 질문의 핵심인 '尹 절연' 여부에 대해서는 슬쩍슬쩍 비켜갑니다. 오늘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4번째 장외집회 장외집회는 회피 기동? 장동혁 대표가 이 질문을 회피하는 방식은 대정부 투쟁 강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 부산을 시작으로 12월 2일까지 장외 집회 일정을 촘촘히 잡았고, 연일 강도 높은 대정부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가 정부 비판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라지만, 장 대표 발언은 다소 뜬금없다 느껴질 정도로 수위가 높죠.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할 것"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레드카드를 들 때가 됐다" 등등. 정권퇴진 투쟁 수준의 강성발언입니다. 비상계엄 1년 D-8인 오늘도 국민의힘은 장외집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라는 이름으로 오늘은 이른바 텃밭으로 불리는 경북 구미의 구미역에서 네 번째 장외집회를 열었습니다. 첫날 부산 8천 명(국민의힘 추산), 다음날 창원 3천 명(역시 당 추산)으로 갈수록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던 터라 오늘 집회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눈칩니다. 내일은 충남 천안, 28일엔 대구, 주말에 충청·강원 찍고, 12월 1일 인천, 2일 경기 용인까지. '尹 절연' 문제에 대한 질문을, 12월 3일 바로 직전까지 장외집회 릴레이로 일종의 '회피 기동'을 하는 모양샙니다. "결정 장애냐?"...보수언론까지 비판 지난 14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적절 29%", "부적절 48%"로 비판적 여론이 높았다는 점에서, 야당으로선 대장동 문제와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문제를 엮어서 공세에 나서는 건 당연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이 풀어야 할 진정한 '화두'는, 그런 비판 여론에도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한 채 '24% 지지율'에 갇혀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즉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한 '尹 절연' 문제에 대한 답이겠죠.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수능으로 치면 당락을 결정짓는 '킬러 문항'을 외면한 듯한 장동혁 대표 행보에 보수 성향 언론들도 뿔이 난 것 같습니다. 오늘자 조중동을 잠깐 살펴볼까요. 조선일보는 <'체제 전쟁' 꺼낸 장동혁...오세훈·박형준은 "중도확장부터">라는 제목으로 지방선거 전략에서 당내 이견이 두드러진다고 썼습니다. 형식은 장 대표의 주장과 서울·부산 시장 생각을 대비하는 방식이지만, '외연확장' '尹과 단절'을 에둘러 주문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보수언론까지 '장동혁 리더십' 비판 조선일보 <'체제 전쟁' 꺼낸 장동혁...오세훈·박형준은 "중도확장부터"> 중앙일보 <"사과하자" "투쟁하자"...계엄 1년째 싸움만 하는 국민의힘> 동아일보 <계엄 1년 앞둔 野 의총...'張 문제' 거론도 비판도 없었다> 중앙일보는 <"사과하자" "투쟁하자"...계엄 1년째 싸움만 하는 국민의힘>이라는 보다 강한 톤의 제목으로 비판 기사를 실었습니다. '尹 절연' 문제에 대해 1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결정 장애냐?"며 쏘아붙이고 있습니다. 조중동 가운데 가장 일찍이 논조 차이를 보였던 동아일보는 <계엄 1년 앞둔 野 의총...'張 문제' 거론도 비판도 없었다> 제목으로 사설을 냈습니다. 극단적 주장을 앞세운 장외집회는 설득력 없다고 싸늘하게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장동혁 대표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결정 장애인지는 몰라도, 당분간 결정을 미루겠다는 생각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주말 창원 집회 현장에서 기자들이 "지지율 답보 상황이 장외집회로 돌파되겠느냐?"라고 질문했을 때, 장동혁 대표는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저희들이 해야 할 것에 집중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우리 싸움터로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을 끌고 오는 것", 즉 대정부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전략적 강공? 추경호 구속 여부 때문? 그래서 나오는 해석 중 하나가, 모레 있을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과 그 이후 구속 여부 때문에 전략적으로 강공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입니다. 지금 여야 대치 국면이나 국회 의석 상황을 보면 추 전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가결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구속 여부는 이후 법원의 실질심사에서 결판날 겁니다. 추 전 원내대표가 '표결 방해'를 통해 '계엄에 협조한 혐의'로 구속되는 상황이 온다면 여권이 '위헌정당 해산' 공세에 본격적으로 나설 테니, 최소한 그 때까지 나아가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스텝이 꼬이지 않을 것'이란 해석입니다. 글쎄요. 이런 '전략적 강공' 해석은 장동혁 대표에 대한 애정(?)이 담긴 시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말까지는 강공으로 지지층 결집하고 내년부터 중도층을 단계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장동혁 대표의 계획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구상입니다. 무슨 시험공부 계획 세우는 것도 아니고, 중도 확장이 그런 식으로 된 전례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장동혁 대표의 행보를, 에둘러 "지켜보자. 생각이 있겠지"라고 관망하는 방식이 '전략적 강공'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합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문제는 그 자체로 법률적 판단을 받아 봐야 매듭이 지어질 문제입니다. 구속 여부가 정치적으로 잔파도는 만들겠지만, 한덕수 전 총리와 박성재 전 장관 건처럼 구속 여부를 떠나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마무리가 될 사안입니다. 국민의힘으로선 (성공 여부를 떠나서) 당과 거리를 두고 '개인의 문제'로 최대한 밀어내야 할 사안입니다. 반면 '尹 절연' 문제는 국민의힘이란 정당의 정체성·미래와 관련해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 문제입니다. '추경호와 윤석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두 문제를 엮어서 '전략적 강공'에 나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현실 정치에서 통할 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요즘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숫자들이 좀 낯설고 희한합니다. 분명 논란이 있는 사안인데도 정작 나타나는 숫자는 의심의 여지없이 압도적입니다. 여야 구분이 없습니다. 민주당의 당원 1인 1표제 투표 결과도 그렇고, 국민의힘 지방선거 당심 반영 비율 얘기도 그렇습니다. 이른바 민심과 당심 사이의 온도차가 있거나, 때로는 당심 내부의 논쟁적인 사안인데도 숫자는 경이로울 정도로 단호합니다. 정치권의 '낯선 숫자들' 이것도 '뉴노멀'일까요? 오늘은 정치권의 숫자들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당원 1인 1표제 이견이 표출된 오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두 숫자...'88.29% vs 16.81%' 먼저 민주당입니다.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당원 1인 1표제' 당헌 당규 개정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88.29% 찬성률이 나왔습니다. 당내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하고 '대의원 제도의 역사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만만찮은 사안이지만 정작 투표로 나타는 숫자는 압도적입니다. 이 숫자의 힘(당원들의 절대적 지지)으로, 정청래 대표는 당헌 당규 개정안을 지난주 최고위와 오늘 당무위에서 차례로 통과시켰습니다. 일주일 연기된 중앙위원회, 최종 관문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1인 1표제 대의원 표의 가중치 없애고, 모든 당원 표에 등가성 부여하는 제도 예를 들어, 지난 8.2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때 반영 비율이 <대의원 1만6831명 15% vs 권리당원 111만1442명 55%> 환산하면 대의원 vs 권리당원 표의 비중이 약 17대1이었음. 정청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부터 1인 1표제는 꾸준히 논의됐던 사안"이라면서 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당내에서는 "정 대표의 연임을 위한 졸속 개정"이라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 대표가, 상대적으로 현역 국회의원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대의원을 약화시켜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란 의심이 갈등의 배경입니다. 이른바 '명청 갈등 2차전'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이 정도 논쟁적인 사안인데도 당원 투표 결과가 90% 가까이 한쪽으로 쏠리는 상황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둘 중의 하나겠죠. 의견을 묻는 방법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거나, (당원들의) 거대한 흐름을 정치권의 수면 위 논의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제 생각에는 여기에서 함께 봐야 할 숫자가 당원 투표율 16.81%입니다. 정청래 대표 주변에서는 높은 투표율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논쟁의 수위를 감안할 때 부족해 보입니다. 정교한 표본추출로 얻은 응답률이 아닌, "1인 1표제 찬성하는 사람 손들어 주세요!" 방식의 투표율이란 점에서 겸손하게 받아들여할 숫자입니다. 참고로 지난 8.2 전당대회 때 권리당원 투표율이 호남 51.2%, 경기·인천 62%, 서울·강원·제주 58.6%였습니다. 당대표 선거 수준의 투표율은 아니더라도, 16.81%를 근거로 88.29%에 '절대다수'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낯설고 희한합니다. 국민의힘 '당심 70%' 검토?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단장 나경원 의원)이 내년 6월 지방선거 경선 룰을 '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변경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가뜩이나 당심과 민심이 괴리돼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더구나 당직자 선출이 아닌 공직후보자 선출 투표에서 현행 50%인 당심 비율을 오히려 70%로 높이겠다? 역시 낯설고 희한한 숫자 이야기입니다. 당내 토론회에 함께 입장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 단장 나경원 의원은 당심 70% 안을 제시하면서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인재가 공천받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장동혁 지도부와 공감 속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결국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의)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을 공천하겠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의힘 의사결정 논리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의 한 변주로 이해됩니다. 제가 취재하고 지켜봐 온 정치의 논리라면, "민심에 역행한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큰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후보라면 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라는 반론이 더 합리적입니다. 적어도 정무적으로, 지금 국민의힘 처지에 합당한 방향입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1년이 이제 9일 남았습니다. 장동혁 대표의 취임 100일이기도 하죠. 아마 모든 언론이 물어볼 것입니다. "윤 어게인"과 "윤석열 절연"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이제 더 대답을 미룰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열흘도 남지 않은 겁니다. '당심 70%'라는 숫자는 '윤 어게인'의 다른 말처럼 들린다는 점에서 희한하고 낯섭니다. 조국의 98.6%...'1인 정당' '단일 종(種) 정당'의 증거 오늘 취임 첫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조국 대표 조국혁신당이 신임 대표로 조국 전 비대위원장을 선택했습니다. 98.6%의 압도적 지지율입니다. 사실 정당의 이름부터 해서, 지난 2년간의 활동도 그랬고, 조국 대표는 조국혁신당의 알파이자 오메가죠. 작은 정당의 단일후보로, 사실상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였으니 98.6%!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조국혁신당이 얼마나 '1인 정당' '단일 종(種) 정당'인지 보여주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조국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국민 중심의 큰 정치'를 강조했습니다.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고, 김영삼, 김대중의 정신을 모두 잇고 조봉암과 노회찬의 정신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98.6%라는 숫자가 문제적 상황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말로 듣겠습니다. '종 다양성'이 구현되는 생태계가 건강하듯이,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상호 견제하는 정치권의 숫자는 낯설고 희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낯설고 희한한 숫자들은 우리 정치의 '극화(polarized)'를 상징할 뿐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긍정 57% vs 33% 부정...평가 엇갈린 이유는? APEC과 한미 관세협상 등 '외교 슈퍼위크'의 민심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10월 마지막 주 갤럽 정기조사 결과가 그것인데요.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지난주보다 1%포인트 오른 57%, 부정 평가는 지난주와 동일한 33%로 집계됐습니다. 갤럽 조사가 28일~30일 사흘 동안 진행됐다는 점에서, 28일 밤 전해진 한미 관세협상 타결 등 외교 활동에 대한 긍정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9월 3주차부터 오늘 조사 결과까지 추이는 이렇습니다. 조사 개요 이번 조사는 2025년 10월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입니다. 응답률은 12.6%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나 한국갤럽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0%를 기록하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한 달 전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이란 호재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민주당 주도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4인 회동 의혹제기'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50%대 중반으로 주저앉았습니다(구체적인 수치는 모두 갤럽 조사에 기반한 겁니다). 부동산 대책이 나온 10월 3주차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가 2주 연속으로 소폭 반등하고 있습니다. APEC을 앞두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무정쟁 선언"까지 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였겠죠. (야당한테 한 말이라기보다 스스로 다짐하는 무정쟁 선언으로 봐야 할까요?) 긍정 평가 상승 요소로는 역시 코스피 4천 돌파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관세협상 타결을 꼽을 수 있고, 부정적인 요소는 10·15 부동산 대책 및 그와 관련된 논란의 발언들 또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 도덕성 논란을 들 수 있습니다. 긍정과 부정 평가 이유를 보면, 이런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습니다. 긍정 응답자의 23%가 외교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지난주보다 9%포인트 늘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세협상 타결이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두 번째로 많은 이유가 경제와 민생 18%인데, 주가상승 응답이 별도로 4%인 점을 감안하면 4천 포인트를 돌파한 코스피 상승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부정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이 든 이유는 부동산 정책 12%입니다. 외교를 꼽은 응답자도 12%로 같은데, 다만 외교를 든 응답은 지난주보다 3%포인트 줄었습니다. 보수층에서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세협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응답자가 적지 않지만, 그 강도가 지난주보다는 약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세 번째 이유 도덕성 문제 10%입니다. 부동산 대책 관련 논란의 발언들,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과 문제적 해명 등을 지적한 응답으로 보입니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1%, 국민의힘 26%,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3% 순입니다(무당층 26%). 민주당은 최근 3차례 조사에서 39%, 43%, 41%이고, 국민의힘은 25%, 25%, 26%입니다. 9월 이후, 대략 40대 25 수준의 지지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서울 지지율'...민주 31% vs 국힘 32% 그런데 눈에 띄는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지역별 세부 항목 가운데 '서울 지지율'입니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47%(부정 44%)로 전국 평균보다 10%포인트 낮습니다. 비슷한 경향을 보였던 같은 수도권의 인천·경기가 60%인 점과 대조됩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서울에서는 민주당 31%, 국민의힘 32%, 오차범위 안이지만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높게 나왔습니다. 서울 지지율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긍정 47% vs 44% 부정 정당 지지율: 민주 31% vs 32% 국민의힘 (지난주 41% vs 20%) 물론 통계적으로는 전국 단위 조사를 지역별로 해석하는 것은 제한적입니다. 전국 단위에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이지만, 지역별로는 표본수가 줄어든 만큼 표본오차가 훨씬 커집니다. 서울 지역의 경우 표본수가 188명(국정운영), 184명(정당) 정도라서, 통계 신뢰성 지표인 상대표준오차는 전체 오차에 비해 2~3배 더 커집니다. 이번 한 주로 판단할 수 없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이런 엄밀성의 문제점을 감안하더라도, 9월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14~15%포인트 차이를 유지했던 상황에서 이번 주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와 국정수행 평가는 이례적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 전면 확대라는 10·15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서울 지역 민심에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정당 지지도의 경우는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축의금, 양자역학 운운한 해명 등이 겹쳐서 작용한 결과겠지요. 대법관 증원 '현행유지' 43% vs 38% '26명 증원' 끝으로 개별 현안에 대한 질문입니다. 여당에서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문제, 3특검에 대한 신뢰도, 코스피 5천 시대에 대한 반응을 물어봤는데, 대법관 14명 현행유지 응답이 43%, 26명으로 증원해야 한다 38%였습니다. 오차범위 안이기 때문에 '우세' 같은 표현을 쓰기는 어렵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호의적인 흐름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유지 응답의 이유로는 현재 인원 충분 25%, 증원 시 중립성·공정성 훼손 우려 16%, 이재명 대통령 자기 범죄 무력화 8% 순이었고, 26명 증원 응답의 이유로는 재판 지연 해소 26%, 다양한 의견 반영 16%, 공정성·중립성 확대 15% 순입니다. '재판 지연'을 해소하자는 차원의 법률 서비스 만족도 관점에서는 증원 공감대가 있지만, 정치적 이유에서 여당의 사법개혁론에 대한 의심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개별 현안에 들어가면,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 사이에 일종의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반복된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3특검에 대한 신뢰도는 신뢰 46%, 신뢰하지 않아 38%로 나타났고, 이재명 정부 내 코스피 5천 포인트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 45%, 불가능 29%였습니다. 코스피가 3천을 넘어섰던 지난 9월 초만 하더라도 가능 27% 대 불가능 50%였는데, 두 달 가까운 기간 한국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걸로 나타났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오늘 부산 김해공항 나래마루 의전실에서 열렸습니다. 반년 넘게 진행 중인 관세전쟁에 마침표가 찍힐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늘 만남에 말 그대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대략 2시간, 공식 회담은 1시간 40분 정도였는데, SBS를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미디어가 Live로 두 사람의 말 한 마디, 몸짓과 표정, 회담장 주변 분위기를 쫓았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6년 4개월 만입니다.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났습니다. 공교롭게 두 정상의 회담은, 다자회담을 기회로 외국에서 이뤄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한국에 와서 그것도 세계적인 핫 이슈를 놓고 담판을 벌이는 모습이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합의 내용과 남은 과제는 오늘과 내일 디테일이 전해지면서 명확해질 텐데, 일단 이 글에서는 회담의 특징적인 몇 장면과 속속 들어오고 있는 회담 결과에 대한 속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나와 기다린 트럼프...다소 굳은 표정의 시진핑 한국 일정을 마치고 경주에 머물고 있었던 이유에서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장에 45분 먼저 도착했습니다. 사전 사진 촬영장에도 먼저 나와서 시진핑 주석을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사진촬영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스몰토크'를 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시 주석의 등을 두드리기도 했고, 악수하면서 "(당신은) 매우 강경한 협상가. 그건 좋지 않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협상단을 향해서도 비슷한 농담을 했었죠. 시진핑 주석은 가끔 옅은 미소를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 특유의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일관했습니다. 김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담장에 왔기 때문에 약간 피곤했던 것인지,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잡아가기 위해 굳은 표정을 연출한 것인지는 추정의 영역입니다. 농담까지 던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은 사진촬영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촬영이 끝나는 순간, 취재진이 "이번 회담에서 타이완 이슈를 다루게 되는지"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두 정상은 아무 대답 없이 회담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모두 발언...의례적 인사 vs 큰 배 동행론 공식 회담에 앞선 두 정상의 모두 발언에서 대조적인 모습은 더 뚜렷해졌습니다. 먼저 발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 정말 오랜 기간 내 친구였던 이와 함께해 큰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간도 짧았고, 특별할 것 없는 의례적인 인사말이었습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가다듬은 발언'을 준비해 왔습니다.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적으로 항해시켜야 한다. 역풍과 도전에 직면한다고 해도 올바른 길을 향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는데, 일종의 '큰 배(미중) 동행론'을 폈습니다. 이어서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안정세. 국가 상황이 항상 다르기 때문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불가피하며, 때로 마찰 빚는 것도 정상적인 것"이라고 했고, "중국의 발전과 부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MAGA 목표와 상충하지 않으며 양국은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주 말레이시아 장관급 협의에서 기본적인 합의, 고무적인 진전을 거뒀다는 말로 오늘 회담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매우 기품 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 정말 오랜 기간 내 친구였던 이와 함께해 큰 영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세, 국가 간 의견차는 정상적인 것"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적으로 항해시켜야" 대부분의 정상회담은 실무 협의의 결과를 추인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중국은 희토류 통제를 거둬들이고 미국은 추가 관세를 유예하는 선에서 미중 간 기본 합의가 이뤄졌다는 외신이 이미 전해진 상황이죠. 펜타닐 통제와 대두 수입 문제를 주고받았다는 소식도 나온 터입니다. 이를 확인하는 세리머니가 오늘 회담이라고 했을 때, 트럼프와 시진핑 두 정상의 스타일 차이가 드러나는 모두 발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귓속말은 뭐였을까? 회담이 끝나고 두 정상이 헤어지는 장면 가운데 가장 눈에 띄었던 모습은 트럼프의 귓속말입니다. 나래마루 정문 앞에 선 두 정상은, 통역의 도움을 받아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시작할 때 비해서 시진핑 주석의 표정은 조금 부드러워진 듯했습니다. 대화 도중 먼저 악수를 청한 쪽도 시 주석입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귓속말을 했습니다. 계단 아래에 양국 통역이 줄곧 말을 옮기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귓속말을 시진핑 주석이 정확히 이해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현재로선 통역 없이 전달될 수 있는 간단하고 명확한 뜻을 전달했을 걸로 추정될 뿐입니다.(외신을 통해 정확한 워딩이 알려진다면 다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단을 내려와 먼저 차에 오르는 시진핑 주석에게 한 차례 더 가까이 몸을 기울여 인사하기도 했습니다. 관세전쟁을 둘러싼 두 정상의 회담은, 사전에 협의된 대로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에서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와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협력에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신 미국은 대중 관세를 낮추겠고 말했습니다. "즉시 적용"이라고 했습니다. 미중 관세전쟁의 마침표까지는 아니지만, 1년 유예라는 봉합이 이뤄졌음을 확인한 셈입니다. 끝으로 한 가지. 오늘 회담에도 세계 금융시장의 첫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아마도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핵무기 시험 재개' 선언 때문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러시아와 중국을 거명하면서 핵무기 시험 재개를 국방부(전쟁부)에 지시했다고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습니다. 지난 주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 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실험을 완료했다고 밝힌 데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만, 관세전쟁도 완전히 마무리된 게 아닌데 핵 군비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냐는 불안감이 제기됩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시험 재개를 지시했다는 부처가 국방부인데 실제 핵 관련 주무 부처는 에너지부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핵무기 시험'이 어떤 성격인지,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지켜봐야 정치적 파장을 가늠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한 고비 넘자 또 한 고비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외국인들이 누군지에 관해 얼마 전 엉뚱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이 주장한 '중국 자본 불법 개입 의혹' 때문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TV조선 유튜브에 출연해 "금리와 환율이 오르는데도 희한하게 주가가 올라간다."면서 "이는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봐야 맞다. 많은 전문가가 불법적으로 중국 자본이 들어와서 한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개인적 추론에 근거한 것으로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강성 보수층의 혐중 정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차 이 정도를 (중국이) 장악해 버리면 우리나라가 아닌 것"이라고 했고, "카카오, 네이버 등 통신과 관계된 기업들 몇 개를 장악해 버리면 우리 정보 대다수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도 했습니다. 여권에서는 즉각 비판이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 정도면 망상. 음모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면서 "이제는 증시 상승까지 반중 정서로 엮고 있다. 이런 분이 공당의 최고위원이라니 안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며칠 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구체적인 자료를 들고 반박에 나섰습니다. 한 정책위의장은 "9월 외국인 상장 증권 보유 비율은 미국이 1위로 전체 외국인 중 40.9%이고, 중국은 2.2%로 순위로도 5위 안에 들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혐중 정서에 기댄 음모론을 펴기보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ETF에라도 투자하라고 했습니다. 다소 뜬금없었던 '중국 자본 불법 개입설'과 관련된 논란을 다시 설명하는 이유는, 코스피 폭등을 이끈 외국 투자자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오늘 나왔기 때문입니다. 전통의 미국...'불타기' 나선 영국과 아일랜드 먼저 폭등세가 이어진 10월 한 달 자료부터 보겠습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4일 사이 한국 상장사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외국인은 영국 투자자들입니다. 규모는 3조 960억 원입니다. 이어 노르웨이 5,850억 원, 아일랜드 3,290억 원, 독일 2,050억 원, 미국 1,580억 원 순으로 2위부터 5위까지 자리했습니다. 중국은 10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프랑스가 1,440억 원으로 6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가 1,410억 원으로 7위, 이어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케이맨제도가 1,170억 원으로 8위, 타이완과 호주가 9~10위입니다. 영국령 케이맨제도가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란 점 때문에 혹시 또 '중국 음모론'과 이어붙여서 희한한 논리를 개발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되는데, 백번 양보해도 중국 자본의 불법 개입 때문에 주가가 폭등했다는 김민수 최고위원의 주장과는 접점이 없어 보입니다. 상승이 본격화된 6월부터 9월말까지 외국인 투자자 매매동향은 금융감독원 자료입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코스피 4천 포인트 돌파의 주역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과 아일랜드 자금이었습니다. 코스피 폭등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올해 6월 초에서 9월 말 사이 국내 상장주식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외국인은 미국 투자자들로 8조 2,280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2위는 아일랜드 투자자들로 규모가 4조 2,090억 원입니다. 아일랜드 투자자들은 1월부터 5월까지는 월평균 1,400억 원 순매수에 그쳤는데, 이후 9월까지 월평균 1조 원대로 순매수 규모를 키웠습니다. 주식 전문용어(?)로 상승하는 주식을 계속 더 사는 '불타기'에 나선 겁니다. 이어서 3위는 룩셈부르크 1조 6750억 원, 4위 독일 1조 600억 원이고, 그 다음이 중국인데 규모는 2,810억 원입니다. "조사 없이 발언 없다" "조사 연구 없이 발언권 없다." 중국 마오쩌둥의 유명한 말입니다. 발언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말이자, 발전적이고 건강한 토론을 위해 꼭 필요한 자세를 강조하는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의미 있지만,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라면 명심해야 할 경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진영론이 강화되면서, 내 편이 하는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옹호하고 나서는 게 다반사입니다. 그걸 오늘자 동아일보 한규섭 칼럼에서는 '우쭈쭈 정치'라고 표현하고 있더군요. 이걸 잘 아는 일부 정치인들은 '우쭈쭈'하는 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해서, 객관적 사실보다 진영의 신념과 정치적 열망에 기댄 음모론을 펴는 일까지 주저하지 않습니다. 김민수 최고위원의 '조사 연구 없는' 중국 자본 불법개입설은 구체적 사실을 통해 근거 없음이 드러났습니다. 일주일 남짓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객관적 사실이 아닌, 진영의 믿음에 기댄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차원에서 오늘 이 기록을 남깁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먼저 간단한 퀴즈 하나. 다음 중 APEC 회원국이 아닌 나라는? 1. 홍콩 2. 타이완 3. 러시아 4. 마카오 홍콩과 타이완은 태평양 연안이긴 하지만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 때문에 회원'국'일 수 있을지 살짝 의문이 들고, 마카오 역시 하나의 주권국으로 보긴 어렵죠. 러시아의 경우는 이번 경주 APEC 관련 기사에 등장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태평양에 접했지만 APEC 회원국인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쉽게 답을 찾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저는 이런 의문이 있어서 부러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정답은 4번 마카오입니다. 마카오는 정식 가입국은 아니고 현재 가입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정식 가입국 21개 나라 외에도 영국, 인도, 파키스탄, 몽골, 파나마, 사우디아라비아 등 15개 나라가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APEC은 명목상 국가가 아닌 경제권을 대표해서 참여합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국기나 휘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창설 2년 뒤인 1991년 중국이 가입할 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가입 조건으로 고수하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타협책입니다. 당시 WTO 가입 등 세계 경제 무대 참여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던 중국이 '경제권'을 대표한다는 명목 아래 타이완과 홍콩의 가입에 동의했고, 그 결과 1991년 중국과 홍콩 그리고 타이완의 동시 가입이 성사됐습니다. 이 과정에 1991년 APEC 회의 의장국인 대한민국의 중재가 있었던 걸로 평가됩니다. 북한도 APEC 가입 의사를 밝혔다는 인터넷 자료가 꽤 보이던데, 김대중 정부 등 역대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초청 의사를 밝혔고 이번 경주 APEC에도 초청 여부를 검토했지만 북한이 APEC 가입 의사를 밝힌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외교부 대변인도 북한이 가입 의사를 밝힌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을 줬습니다(담당국은 정신없이 바빠서인지 출입기자 질문에도 아직 답을 안 주고 있다네요. 확인되면 다음 기회에). 북한은 다만 과거 ADB 즉 아시아개발은행 가입을 타진했던 적은 있습니다. 한미, 미중, 한중 연쇄회담...갈림길에 선 APEC 이번 주를 흔히들 '외교 슈퍼 위크'라고 하죠.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간 진행되는 APEC 공식 세션을 중심으로, 앞서 지금은 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고, APEC 일정 중간중간 한미, 미중, 한중 등 중요한 양자회담도 연쇄적으로 열립니다. '자유 무역 확대' '경제-기술 협력 확대'를 기치로 만들어진 APEC으로서는, 2025년 4월 2일 트럼프의 '해방의 날' 선언 이후 새로운 무역질서를 열어가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를 중심에 놓고 우리와 중국 일본이 돌아가면서 무역과 안보에 관한 일종의 '룰 미팅'을 연쇄적으로 가집니다. 이번 주 주목해야 할 APEC과 양자 협상 일정부터 정리해볼까요. 동남아 찍고 일본을 들러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에 오는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30일 미중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APEC 정상회의 세션 전에 한국을 떠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에 옵니다. 그래서 미중 정상회담이 30일 김해공항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트럼프로서는 미중 정상회담 찍고, 혹시 김정은이 만남에 응한다면 곧바로 날아가겠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아무리 봐도 '노벨 평화상'에 진심인 듯합니다. 우리 관심은 APEC 자체보다 이를 무대로 펼쳐지는 한미, 한중, 미중 연쇄 정상회담에 더 가 있는 게 사실이죠. '미중 밸류체인 분리' '관세의 무기화'를 통해 세계 무역질서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트럼프가, 글로벌 경제협력이 모토인 APEC의 주연 행세를 하는 건 사실 모순적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게 냉정한 국제사회 힘의 논리인 것을. 마음 급하면 진다! 남북미중 '협상의 기술' 트럼프는 아시아 방문길에 오르면서 "한미 간 관세협상 타결이 임박" "우리(미국)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한국이) 수용하는 즉시 타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들은 조건을 던졌고 한국이 받으면 마침표가 찍힌다는 일종의 압박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공개된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주요 내용에 관한 양국 간 논의가 아직 교착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APEC이 시한이 아니다. 특정 시한보다 국익 극대화, 상호호혜적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합의가 늦어지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선 안 되고, 속도보다 방향과 내용이란 뜻으로 읽힙니다. 마음이 급한 쪽이 '스타일 구기는 상황'이라는 점은 북미 간 메시지를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트럼프가 "북한은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PT의 핵보유국 즉 Nuclear-Weapon States와는 다른 표현이자 의미겠지만)" "북미 만남에 100% 열려있다"는 말로 적극적인 의사표현, 거의 애정공세에 나섰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망상을 걷어치우면 만날 수 있다"란 발언에 대한 성의표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실무 책임자인 최선희 외상을 러시아로 보냈습니다. 사실상 이번엔 어렵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몸값 높이기일뿐 아직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희망적' 해석도 나오지만, 글쎄요 김정은이 판문점에 와서 트럼프를 만날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북미 간 주고받기는 트럼프가 서두르고 김정은이 속도 조절 간보기를 하는 형국입니다. 그러면 관세전쟁 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는 미중 간 협상은 어떨까요. 미중 모두, 관세폭탄과 희토류 규제를 1년 유예하는 선에서 일단 절충점을 찾았다는 외신 보도가 있습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중단하겠다던 '대두 수입' 등 다른 현안들도 접점이 마련됐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번 30일 미중 회담은, 최종 담판은 아니겠지만 "쇼는 계속된다" 정도의 모양새로 각자 면을 세우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몸집 비슷하고, 양보할 생각 없고, 약점 보이면 죽는다는 식의 대치가 미중 간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씩, 상대가 움직이는 만큼만 움직입니다. 우리는 같은 체급이 아니라서 같은 전략일 순 없겠지만, 이 와중에 최적의 시점과 내용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화려한 외교 이벤트 이면의 '살벌한 룰 미팅'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일주일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