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SBS에 입사한 뒤, 주로 법조와 정치 분야를 취재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를 취재했으며 지금은 정치부 행정팀에서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검찰개혁 추진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 사이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 이어지는데, 여당에서 "추석 전 검찰개혁은 정치적 메시지"라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정치적 메시지'라면…물리적으로 '추석 전 완수'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오늘 아침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여러 차례 공언해 온 '추석(10월 6일) 전 검찰개혁 입법 완료'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대표가 시기를 못 박아 말씀하신 것은 그만큼 차질 없이 검찰개혁을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추석 전 완료라는 것은 그 얼개 그림을 추석 전에 국민들한테 선보이겠다는 취지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당 대표의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름의 정치적 해석을 더해 말한 겁니다. 여당 원내수석 "정기국회는 연말까지, 어쨌든 정기국회 안에 입법 완료" 문진석 수석은 관련 입법 마무리 시점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고, "정기국회가 연말까지"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어쨌든 정기국회 안에는 검찰개혁 입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추석 전'은 일종의 정치적 구호이자 목표이고, 실제 입법 완료 시점은 '늦어도 연말까지'라는 게 여당 원내대표단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간 원내 협상의 실무 책임자이고, 원내대표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내대표단의 입법 활동 방향을 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입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우측은 김병기 원내대표, 7월 22일 원내대책회의) 주목할 것은, "추석 전 완료라는 것은 그 얼개 그림을 추석 전에 국민들한테 선보이겠다는 취지"라는 발언입니다. 이 말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한, "그때(추석 전)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통령 의견과 같은 말을 한 것은 원내대표단의 입장이 그렇게 정리됐기 때문일 수 있는데, '얼개를 만든다는 것'은 정청래 대표가 수차례 공언해 온 '추석 전 입법 완료'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정 대표의 공약은 "추석 귀향길에 국민이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들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광석화 폭풍 개혁' 구상에 대해, 그간 여권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 12일 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들이 정청래 대표에게 한 쓴소리가 대표적입니다. 발언하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 (지난 12일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 왼쪽 정청래 대표)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 "DJ께서 국민보다 반보 앞서가라고 하셨고, 정치라는 건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니 악마와도 손을 잡으라는 말씀도 하셨다. 방향이 아무리 맞더라도 속도에서 국민 (눈높이) 차원을 봐줘야 한다는 말씀을 상기시켜드리고 싶다." (이용득 전 의원,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 그 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51.1%를 기록한 지난 18일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해 구체적인 주문을 하고 나섰습니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지난 18일 국무회의) "민감하고 핵심적인 쟁점 사안의 경우 국민께 충분히 그 내용을 알리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 (이재명 대통령 18일 국무회의 발언, 정성호 법무장관을 향해) 김민석 국무총리-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와 대통령실을 실무적으로 이끄는 비서실장이 어제 기자 간담회를 했는데, 메시지는 같았습니다. "큰 대로는 확고히 가지만 국민이 볼 때 졸속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꼼꼼히 가는 것이 좋아 정부·여당 간,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각 정당 간 조율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겠다." (김민석 국무총리, 19일 기자간담회 발언) "(대통령의 발언은) 정확하고 확실하고 섬세한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 검찰개혁은 땜질식으로 여러 번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한 번에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19일 기자간담회 발언) 검찰의 수사 권한을 배제하고 기소 권한만 갖게 한다는 큰 골격에 이견은 없지만, 일단 만들어놓고 고쳐 가는 방식으로는 접근하지 말자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주문한 '공론화 과정'을 통한 의견 수렴은 결국 입법 부작용을 잘 따져 제도 변경에 꼼꼼히 반영하자는 것입니다. 기소를 담당할 공소청은 법무부 소속이 되겠지만, 수사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을 어디에 둘지도 권력 분산 측면에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검수완박 이후에 경찰에 사건 처리가 몰리면서 일반 시민들이 관련된 사건의 처리 속도가 현격히 떨어져 큰 불편을 끼치고 있는 점도 차제에 들여다보고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습니다. 속도 조절 아니라지만…공론화 거치면 일정 변경 불가피 그런 측면에서 정부 측 메시지에 부응하는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 이후, 여당의 검찰개혁 입법 일정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언론으로선 쉽게 묻는 방법이 '그렇다면 검찰개혁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것인가?'인데, 당정 모두 '속도 조절'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속도는 내겠지만, 졸속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책임 있게, 꼼꼼히 하겠다는 겁니다. '추석 전 입법 완수'를 위해 민주당이 설정한 일정표는, 오는 26일 (내주 화요일) 검찰개혁 관련 최종안을 확정하고, 당 내 검토를 거쳐 다음 달 3일 최종안을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법무부가 검찰개혁 안에 대해 '공론화 과정'에 나선다면,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하고, 오는 26일 최종안 확정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입법 일정표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고 정기국회 회기 내인 연말까지 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목표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다 해도, 속도는 조절될 수밖에 없습니다. 속도는 단위 시간 안에 얼마나 움직였는가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모가 되는 '단위 시간' 즉 기간이 늘어나면, 속도는 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인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지는 않겠다는 뜻에서 '속도 조절은 아니'라고 받아들일 여지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속도가 낮아지는 것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과반 의석으로 밀어붙인 '4대 개혁 입법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여권에서 이른바 개혁 속도와 관련해 이런 저런 논의가 오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한 정치 세력이 집권한 뒤, 정치 목표로 추구해 온 개혁 작업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주어지진 않습니다. 집권 후 1년 안에 못 하면, 그 뒤로는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집권 초기 '개혁 드라이브'를 세게 걸어야 한다는 게 정청래 대표가 주창하는 바일 겁니다. 하지만 '추석 전'은 이 대통령 취임 후 4개월이 되는 시점이고, 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충분히 얻기에는 부족한 기간입니다. 정치인들이 보기에 이른바 3대 개혁 입법 과제는 오랜 기간 논의를 거친 '묵은 과제'일 수 있으나, 국민들이 이 과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나 혹은 반대 의사를 정하게 하는 것은 정치적 노력이 필요한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권으로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기세를 몰아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밀어붙였다가 결국 여론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고 정권에 큰 위기를 불러온 점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정청래 대표가 최근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높을 때도 있고 낮을 때도 있는데 높을 때는 왜 높은지 언론에서 안 쓰더라"라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지지율이 높아지도록 하겠다"는 말은,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고, 자신이 당 대표로 당선된 것은 국민의 뜻이고 당원의 뜻이기 때문에, 그 뜻을 받들어 밀고 나가겠다는 게 정 대표의 평소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여권 지지율 하락에 여당의 강경 일변도 드라이브도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지지율보다는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최근 여권의 지지율 하락에는 조국, 윤미향 사면 이슈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지만, 대주주 양도세 기준 논란 같은 정책 이슈에 대한 국민 불만과 함께, 여당의 강경 일변도 입법 드라이브가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부정 평가가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잇따르면서, 정 대표로서는 대통령과 결을 달리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추석 전 완수'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밝힌 데 대해,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입법 완료) 시점과 관련해서 공유한 바 없다. 정청래 대표는 추석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거침없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사자인 정 대표의 의지가 앞으로 어떻게 구현돼 가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아울러서 검찰개혁 추진 일정에 변화가 생기게 되면,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개혁과 언론중재법 개정을 담은 언론개혁에도 영향을 주게 될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디자인 : 정유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51.1%로 내려앉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이하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를 보면, 대통령 취임 뒤 60%대를 구가해오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지난주 50%대로 내려앉은 뒤, 더 하락해 50%대 초반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51.1%로 취임 후 최저치 기록 반면, '잘못함'이란 응답은 전주에 비해 6.3%p 오르면서 44.5%를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잘함'과 '잘못함'의 격차가 6.6%p로 줄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리얼미터 조사 결과 중 가장 격차가 컸던 것은 7월 2주차 결과였는데, '잘함' 은 64.6% '잘못함' 은 30.0%이어서 그 격차가 34.6%p나 됐습니다. 격차의 변화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민주당-국민의힘 지지도 격차, 오차범위 내로 줄어 정당 지지도도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39.9%, 국민의힘 36.7%로 격차가 불과 3.2%p 차이여서 오차범위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안에 들어왔습니다. 통계학적으로 보자면, 민주당이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입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전 최대 격차는, 역시 7월 2주차의 31.9%p였는데, 민주당 지지도가 7개월 만에 40% 아래로 떨어지면서, 양당 지지도 격차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오차범위 내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출처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리얼미터는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한 데는 "광복절 특별사면 논란에 대한 실망감, 주식 양도세 논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동시 수감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강성 지지층 중심 정책이 중도층 이탈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됐는데, 이 기간 여론조사에 응한 사람들에게 11일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특별사면 논란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리얼미터가 '보인다'라고 한 것은, 이 여론조사 문항에 '잘함' 혹은 '잘못함'이라는 응답에 대한 이유를 묻는 항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중 1위는 '특별사면' 국정 수행 지지 여부를 물으면서, 응답 이유까지 질문한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인 15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 59%, '잘못하고 있다' 30%였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처음으로 50%대 지지도가 나왔는데, 이 조사도 리얼미터와 비슷한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조사의 긍정 평가 수치 59%와 51.1%의 차이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긴 합니다. 리얼미터가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인데 비해, 한국갤럽이 무선전화 면접 방식이라서 조사 방식의 차이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해석 때마다 늘 나오는 얘기처럼, 여론조사 결과의 전반적인 변화 흐름에 주목한다면 여론조사 결과들이 대통령 지지도 하락 추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혹은 부정 평가 이유에 대한 문항이 있었습니다. 출처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1위로 나타난 것이 22%를 차지한 '특별사면'이었습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처음 등장한 '부정 평가 이유'였는데, 곧바로 1위 이유가 됐습니다. 이 조사는 대통령 지지도 하락의 가장 큰 이유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에 대한 사면복권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도 이런 분석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세대별로 보면,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대에서 긍정 평가가 9.1%p나 떨어져 다른 세대보다 하락 폭이 컸습니다. 정치 성향별로 보자면, 중도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이 6.6%p 긍정 평가를 거둬들여서, 진보층(3.6%p 하락)과 보수층(2.8%p 하락)보다 폭이 컸습니다. 권역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인천 경기 지역에서 긍정 평가가 11.0%p 줄어들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조국 사면, 여권에 정치적 부담으로 현실화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조국 사면'이 여권에 정치적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예견되는 데도, 이 대통령은 왜 형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조국 전 대표를 사면 복권했느냐를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우당(友黨)으로서 조국혁신당이 그간 보여온 연대와 협력에 대한 보은(報恩) 차원이고, 어차피 해줄 것이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연말 성탄절 특사 때보다 광복절 특사 때 해주는 것이 현재 대통령의 높은 지지세를 감안할 때 외려 더 낫다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여기에다 대통령이 범여권 내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 '메기를 푼 것처럼' 조 전 대표를 풀어줬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권의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계속하고 거기에 조국 사면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여권에서도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니 수용하고 넘어가자'고만 하긴 어렵습니다. 당장 전북 정읍시 고창군이 지역구인 윤준병 의원이 지난 16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서 "윤석열에게 더 얻어맞았으니 사면하는 거까지는 오케이"라면서도, "사면 이후 사람들의 침묵을 조국의 아빠 찬스에 대한 '동의'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면을 입시비리의 용서로 이해하는 건 다른 문제"이며, "조국 일가의 아빠 찬스 등 입시 비리 범죄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에 복귀하는 조 전 대표가 민주당 구미에 맞는 말만 하면서, 민주당을 마냥 도와주는 역할만 할 리 만무합니다. 그럴수록 조 전 대표에 대한 여권의 견제구는 잦아질 것입니다. 조국, 내년 6월 '선거 출마' 천명…민주당과 관계는? 조국 전 대표는 사면복권 되자마자 즉각적인 정치 복귀를 천명했습니다. 석방된 날인 15일에 <한겨레>와 한 인터뷰가 오늘 보도됐는데, 내년 6월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방선거가 있고, 자리가 비게 된 국회 의석을 채우는 보궐선거가 있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지 아니면, 인천 계양을과 충남 아산의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할지는 미정이라고 했습니다.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조 전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 유지와 확대를 위해서라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설 공산이 커 보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변수가 많습니다. 그가 지휘봉을 다시 쥐게 되는 조국혁신당이 앞으로 민주당과 합당할지, 연대할지, 아니면 경쟁하게 될지 내년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는 합당에 대해서는 "연말을 지나 내년에 들어갈 때, 어떤 게 진영 전체에 도움이 될지 열린 상태로 고민하고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다 (<18일자 한겨레> 인터뷰)"며 시간을 넉넉히 두었습니다. 연대할 경우에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마음먹은 여당 정치인들을 어떻게 할지, 쉽지 않은 숙제가 민주당에 남게 됩니다. 조 전 대표가 앞으로 정치를 본격화하면서, 민주당 내 친문계와 정치적 거리를 더 좁힐지 여부도 변수입니다. 조국 전 대표, 오늘(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민주당과 관계와 관련해서, 조국 전 대표가 심중의 일단을 들여다볼 만한 말을 했습니다. 그는 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 16주기를 맞아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는데, 그 뒤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과 관련해, 조국 사면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쓴 글이나 말을 들어보게 되면 이번에 지지율 떨어진 게, 저의 사면도 영향이 있었겠죠. N분의 1 정도의 영향이라고 저는 보입니다. 그 외 여러 가지 다른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 특히 국힘 쪽 정치인들은 그걸 N분의 1이 아니라, 조국 사면 때문에 모든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보던데. 제가 여론조사 원 자료를 봐도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물론 제가 일정한 기여를 했다면, 그 점에 대해선 제가 충분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저의 활동을 통해서 입증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국립서울현충원 기자 문답에서, 조국 전 대표의 답변) "지지도 하락, 사면 영향은 N분의 1…다른 사건도 있지 않나?" 눈에 들어오는 답은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대통령 지지도 하락 원인 중 '조국 사면'은 N분의 1이다. 전부가 아니다. 지지도가 떨어질 만한 다른 사건들도 있지 않았느냐는 말은, 대통령과 여당이 부정적 평가를 받을 만한 다른 일을 하지 않았느냐는 말이겠죠. 이 대목에서 그는 확실히 여권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조국 사면이 지지도 하락의 한 원인이 된 것을 인정하겠지만, 앞으로 정치 활동을 통해 '입증하겠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입증하겠다는 것인지는 다소 불분명한데, 이 문답으로 한정해 보자면 지지도 하락의 책임이 온전히 조국 사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인터뷰에서 "앞으로 할 일은 저의 사면을 비판하시는 분들, (여론조사에서 사면에 반대한) 48%의 국민께 저의 효능, 저의 역할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사면복권을 비판하신 분들이라도 제가 정치인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 받아주실 것이고, 안 그러면 못 받아주실 거라 생각하기에 저는 미래를 보고 갈 생각입니다"라고 한 것처럼, 앞으로 자신의 정치 행보를 보고 다시 평가해 달라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미래를 얘기하자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 전 대표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을 여전히 떨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인터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 좀 전에 '2030세대에서 사면 비판이 높았다'고 언급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2030세대가 저에 대해 가진 불만은 이른바 '입시 비리' 문제에 대한 불만일 겁니다. 자신들은 가질 수 없던 인턴십이라는 기회를 조국이라는 사람은 자식들에게 주고, 그걸 입시에 제출했다는 것 때문에 화를 내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점은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여러 차례 사과했고, 지금도 여전히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당시 제도가 그랬다, 부모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변명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제가 '죄송하다,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마음이 풀리진 않을 거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도 제가 석방된 오늘부터, 앞으로의 제 행동과 실천으로 그분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그분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뭔가를 한다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면에 반대했던 분들의 마음을 풀어드리는 건 앞으로 저의 실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2025년 8월 18일자 한겨레 인터뷰 중에서> 조국, 입시비리 '법 위반'에 대해서는 말 안 해 조국 전 대표는 입시비리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서 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들은 갖기 힘든 인턴십이라는 기회를 자식에게 주고 입시에 활용했기 때문에 2030 세대가 화를 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국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일부 계층만의 기회를 누렸기 때문이 아닙니다. 인턴십 확인서 등을 허위로 작성해 입시에 부정 지원하는 심각한 '법 위반'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 인터뷰에서처럼, 법 위반에 대해서는 애써 말하지 않습니다. 출소 때 한 말, "오늘 저의 사면·복권과 석방은 검찰권을 오남용해 온 검찰의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처럼, 검찰의 과도한 수사권 행사의 희생양이라는 점만을 부각하려 애씁니다. 일관된 정치적 프레이밍입니다. 조 전 대표를 비판해온 금태섭 전 의원은 17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조 전 대표가 자신의 복역을 '검찰권 오남용'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분노하고 기가 막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구나 조 전 장관을 옹호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조국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데, 그건 조국이 문서 위조를 비롯해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은 범죄를 저질렀는가 아닌가에 대해서 조국 본인은 물론 조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그저 억울하다고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 인터뷰를 보면, 법 위반과 유죄 확정 판결에 대한 조국 전 대표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듯합니다. 결국 2019년 조국 사태의 여파가 사면복권을 받은 2025년 이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입시 비리라는 심각한 법 위반에 대해 조국 전 대표가 지지자들만을 염두에 둔 행보를 계속한다면 비판과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고, 미래를 얘기하자는 조국 전 대표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것입니다. 만약 민주당과 합당 혹은 연대를 하게 되면, 그 정치적 부담은 여권으로 계속 흘러넘치겠죠.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