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SBS에 입사한 뒤, 주로 법조와 정치 분야를 취재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를 취재했으며 지금은 정치부 행정팀에서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여권, 11월 들어 '정년 연장' 논의 가속화.."연내 입법 목표" 여권에서 이달 들어 '정년 연장'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목표는 올해 안에 관련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것입니다. 정년 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이미 지난 6월 정부가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안을 연내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이슈는 아닙니다. 연말 기준으로 두 달 정도 남은 시점인 이달 초부터 논의에 속도를 내는 상황입니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 1차 회의 (지난 3일) 3일 민주당 정년연장특위 개최 -> 5일 양대 노총, 연내 입법 촉구 먼저 이번 주 월요일인 지난 3일, 민주당이 정년연장특위를 본격적으로 띄우면서 연내 입법 추진 의지를 다졌습니다. 이틀 뒤인 어제는, 양대 노총이 국회와 정부를 향해 올해 안에 65세 정년 연장 입법을 마무리해 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두 노총의 입장은 '이미 논의는 충분히 됐고, 이제는 결단할 때가 됐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지난 4월부터 당사자인 노동계와 경영계 입장을 확인했으므로 이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으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양대 노총, 정년연장 연내 입법 촉구 기자회견 (어제, 국회) 오늘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 민주노총 방문 정책 간담회 개최 하루 뒤인 오늘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민주노총을 방문해 정책 간담회를 열고 노동계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단계적 연장이 이미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로 상당히 반영된 만큼 의견을 경청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오늘 민주노총 정책 간담회) 정청래 민주당 대표, 민주노총 방문 정책 간담회 (오늘) 여당 대표의 오늘 민주노총 방문이 정년 연장 논의와 직결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말도 했습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이재명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이며 민주당의 영원한 동반자다." "노동 가치가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인 동시에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목표이기도 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오늘 민주노총 정책 간담회) 사실 진보 정권과 민주노총의 관계가 늘 원만했던 것은 아닙니다. 노동에 대한 가치관과 시각의 방향이 비슷하다고 해도, 막상 집권 세력이 된 뒤의 민주당은 민주노총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갈등한 사례가 많습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협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1999년 탈퇴한 뒤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민주당 대표가 민주노총을 찾아 노동계를 '가장 강력한 정권 지지 세력'이라고 한 것은 정년 연장 논의에서 주목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쟁점은 연장 착수 시기와 간격, 정년 연장 노동자의 고용 형태...'2033년 65세 연장' 목표대로? 정년 연장 논의에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와 정년이 연장된 노동자의 고용 형태입니다. 세대와 노사 간에 입장이 갈립니다. 정년 연장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65세와 2033년입니다.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될 때 연금을 받는 나이가 60세였는데, 그 뒤 연금개혁을 거쳐 5년마다 1세씩 늦춰져 2033년에는 65세로 늦어집니다. 지금의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하면, 퇴직 후 5년간 국민연금 수입마저 없는 소득 공백 이른바 '연금 크레바스(crevasse)'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2033년에 65세 정년'이라는 목표가 대전제처럼 제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정년을 연장하면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단계적으로 연장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출된 정년 연장 관련 법안(정식 명칭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8건이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서 검색되는데, 그중 절반 정도에서 연장 일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영교, 김주영, 이용우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하되, 시행일로부터 2027년까지는 63세, 2028년부터 2032년까지는 64세로 연장한다고 돼 있습니다. 61세와 62세를 건너뛰고 63세로 확 늘리는 안입니다. 이 법안들은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하는 데 초안 같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 논의에서는 61세부터 1년씩 늘리는 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의원들의 개별 법안을 정리해서, 여당의 통합된 법안이 곧 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률적 법적 정년 연장' vs '퇴직 후 재고용' 정년이 연장된 기간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노동계는 정년은 연장하되 급여와 복지 등 노동 조건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법적 정년 연장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경제계는 60세가 되면 일단 퇴직한 뒤 재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고용 대상을 선별하는 일이 있을 수 있고,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임금과 복지 수준을 줄이려 할 수 있어서 노동계가 반대하는 대목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재론될 수 있습니다. 올해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이 정년 연장 법안 5건에 대해 낸 검토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일본은 노동자가 원할 경우 사업주는 65세까지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고, 연장 방식으로는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우선 퇴직 후 매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형태가 다수라고 합니다) 도입, 정년 폐지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몇 세까지 연장할지 정한 뒤, 매년 1-2개월이나 3개월씩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안을 채택했습니다. (출처: 국회 환경노동위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 2025.7.) 우리나라에서 정년 연장 착수 시기와 간격을 두고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 10월 1일자 <한겨레>가 2029년부터 3년마다 1년씩 정년을 늘려 2041년 65살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민주당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정년 65세가 되는 시점이 2033년보다 8년 늦은 2041년이 된 것은, 정년을 1년씩 늘리는 간격을 3년으로 잡고 있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정년 연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 안으로 보입니다. 이 보도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당의 TF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조선일보>는 2029년부터 정년을 1년씩 연장해 2033년에 65세로 늘리는 안이 유력한 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대신 특정 시점까지는 경영계가 요구하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한시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인데, 이런 내용이라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연장 착수 시기와 간격, 연장된 정년 기간 동안 고용 형태 등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와 협상이 이뤄져야 실제 연내 입법이 이뤄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대타협 필요한 사안..경사노위 역할 주목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장년층의 소득 보전, 인구 감소로 부족해지는 노동력 충원, 연금 재정 안정화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청년 고용 위축과 기업의 부담 증가를 꼽고 있습니다. 대기업, 공공기관은 정년 연장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노동 시장 안에서의 격차인 셈입니다. 이렇게 세대와 노사 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사회적 대타협 방식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민주당이 의석수의 우위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닙니다. 청년층을 의식하면 그러기도 어렵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년 65세 연장에는 동의하면서도 여타 사안에 대해 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불투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김지형 전 대법관이 신임 위원장으로 취임한 경사노위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경사노위 같은 사회적 합의체에서 정년 연장에 대해 의견을 모아준다면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민주노총 방문길에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이 대통령, 여당 의원 등의 환호 속에 예산안 시정연설 시작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연설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 의석을 향해 인사하자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마치 개선장군을 맞는 듯한 함성 같았는데, 외교 슈퍼위크를 마무리하고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기대했던 것은 이런 분위기였을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 박수와 환호 속 국회 본회의장 입장 (오늘) 이 대통령은 예산안을 설명하기에 앞서, 에이펙 정상회의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하나하나 나열해 가며 설명했습니다. 이 대목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 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이재명 대통령, 오늘 국회 시정연설 '최악의 상황'이란,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와 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었다"고 한 것은, 그만큼 노력이 고생스러웠고 그래서 그만큼 제대로 평가 받고 싶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이런 대통령의 생각이 어제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동'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통령이 외교 성과로 제시한 내용은 대부분 알려진 것이었지만, 이 부분에 눈길이 갔습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재명 대통령, 오늘 국회 시정연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연료의 확보가 핵심적이고, 이 때문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같은 후속 조치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획기적 계기 마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인데, 이번 한미 간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곧 공개될 텐데 어떤 내용이 담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한국을 방문해 오늘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한 미국의 피트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린다. 당연히 군 당국에선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AI 시대' 강조.."국방 외부 의존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닌가?" 새해 예산안의 핵심 문구는 'AI 시대를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입니다.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가 728조 원으로 올해보다 8.1%나 늘어났는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10조 천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올해 관련 예산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재래식 무기체계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무기체계로 개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하게 전환하여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습니다. 북한 연간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습니까?" - 이재명 대통령, 오늘 국회 시정연설 이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지난달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는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 작전통제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이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환수' 대신 '회복'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원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연설에서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습니까?"라는 말로, 이성적 측면은 물론 감정적 측면까지 메시지 전달에 활용했습니다.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반대했던 군 장성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일갈했던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시정연설 보이콧..."전형적 포퓰리즘 예산안" 비판 국민의힘, 시정연설 보이콧 시위 (오늘, 국회) 오늘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 대해 어제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야당 탄압이라며 시정연설 참석을 거부한 것입니다. 대신 대통령의 국회 도착에 맞춰 본청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는데, 검은 마스크와 넥타이 같은 어두운 색 차림에,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았습니다. 이 대통령이 도착하자 일부 의원들은 "범죄자 왔다. 범죄자", "꺼져라", "재판 받으세요"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국회의장과 함께 의장실로 이동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시작하면서, 비어 있는 국민의힘 의석을 향해 "좀 허전하군요"라고 말하기도 했고, 연설을 마무리하는 대목에서는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는 말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국민의힘 빈 의석 언급 (오늘, 국회) 국민의힘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역대 최대 적자예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비판하면서 감액을 벼르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사랑상품권, 농어촌 기본소득 같은 현금성 지원 예산은 내년 지방선거용'이고, "미래 세대에게 빚 폭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아직 문서화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GPU 26만 장 확보나 주가지수 4,000 돌파 등 민간 기업이 만들어낸 성과를 마치 자신들의 업적인 양 포장하며 '성과 홍보 정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장동혁 "마지막 시정연설 돼야 한다"...'재판 재개' 거듭 주장 그런데 오늘 보이콧 과정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해서 무슨 말인가 의아했습니다. 발언 전문을 보니, 대통령 재판 재개 얘기였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1번만 하면 이재명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이재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중략) 원내대표님 말씀하셨지만 이제 전쟁입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모든 힘을 모아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의 5개 재판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아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오늘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서 국회에 옵니다.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되어야 합니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오늘 국민의힘 의원총회 어제 대통령실이 제동을 거면서 민주당이 공론화하려던 재판중지법 추진은 중지됐습니다. 여권의 말로는 그냥 미루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안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재판 재개'를 이슈로 끌고 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호응해야 할 여당이 발을 빼니 이 이슈가 커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재판중지법에 대한 여권의 사정을 다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오늘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영혼까지 갈아 넣었다"고 한 대목을 떠올려 보면, 외교 슈퍼위크의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으면서 그 결과 'AI 시대' 같은 국정 과제 수행의 동력을 얻고 싶어 하는 강한 의지가 읽힙니다. 그래서 어제 대통령실 대변인에 이어,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나서 재판중지법에 제동을 건 대목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어제 브리핑을 하면서, 모두 발언에서 한 말과 기자들과 문단 과정에서 한 말을 보겠습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브리핑 (어제, 대통령실) 모두 발언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기자 문답 "대통령께서는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않고, 우리가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셨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어제 대통령실 브리핑 '대통령이 자신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메시지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면, '대통령이 자신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다'는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으로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여당에서 재판중지법 추진이라는 '정쟁'을 일으키는 것은 방해가 될 뿐이라는 인식을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분명히 한 것입니다. 정쟁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싸움이죠. 늘상 있는 일이지만, 생산성 없는 논쟁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도 자주 쓰입니다. 대통령이 말한 정쟁은 부정적 의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대통령실과 민주당 간에 불협화음이 또 생길 수 있겠지만, 대통령으로서는 국정 수행과 정쟁 사이의 기준을 분명히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까지 나타난 대통령실과 민주당 지도부의 관계를 되돌아보면, 이 대통령의 뜻대로 흘러갈 거라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당장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재판중지법 추진을 다시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재판중지법 관련 상임위원회인 법사위 소속 박균택 의원이 오늘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할 말입니다. "저는 경우에 따라서는 할 필요가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발목 잡을 거리가 저것밖에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국힘 의원들이 저거 하나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분위기 아닙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헌법상 당연한 원칙을 입법을 통해서 확인해서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주는 것, 이것도 정치가 할 영역이 아닌가 싶어서 저는 국힘 의원들이 여기서 논의를 앞으로 중단해 주면 좋겠지만 계속 물고 늘어진다고 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통과시키자라고 또 주장을 해 볼 생각입니다." - 박균택 민주당 의원, 오늘 MBC 라디오 인터뷰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박홍근 의원은 어제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당 지도부의 재판중지법 공론화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우리 민주당 내의 다소 성급하고 오락가락한 대응 과정 또한 세련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는 국정을 무한책임지는 집권여당이므로 대통령실과의 불통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현안일수록 개별 의원의 앞선 주장에 맡기지 말고 지도부가 창구를 분명히 해서 대통령실과 사전에 그리고 수시로 더 긴밀하고 정교하게 소통하여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은 덜고 성과는 더하는 지혜를 제대로 발휘해주기를 기대합니다." - 박홍근 민주당 의원, 어제 소셜미디어 글의 일부 국민의힘이 '재판 재개' 같은 정쟁 이슈를 지속적으로 던지고, 여기에 민주당 개별 의원이 대응하면서 국정 목표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대통령실의 판단과 다른 행보를 보일 때, 민주당 지도부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라는 본질적 차이는 갈등을 기본적으로 내포하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외교 슈퍼위크가 끝나자마자 정쟁의 불길이 다시 타오를 것 같았는데, 한 자락이 사그라드는 모양새입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중지하도록 명문화하는 법안 얘기입니다. 민주당, "재판중지법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하루 만에 180도 선회 민주당은 오늘(3일) 당 지도부 간담회를 거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재판중지법 입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 어제 민주당의 기조가 불과 하루 만에 180도 뒤바뀐 셈입니다. 어제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발언부터 보겠습니다.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 논의가 지도부 차원으로 끌어올려질 가능성과, 이달 말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기자간담회, 어제)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우측, 어제 기자간담회) '가능성'이라는 말이 붙어 있긴 했지만 어제 당 수석대변인의 말은 재판중지법 공론화 방침으로 읽혔고, 민주당이 지도부의 결정을 거쳐 이달 안에 입법하려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방침이 국민의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전에 기소된 재판 5건은 모두 중지돼 있는데, 지난달 31일 그 중 1건인 '대장동 사건' 1심 재판 결과가 나오자 보인 국민의힘의 반응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에 대해 중형이 선고되자,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도 재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 때문에 국정 안정을 위해서라도 재판중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였습니다.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에 대한 5대 재판을 개시하라고 군불을 때니 민주당이 끓지 않을 수 없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기자간담회, 어제) '대장동 1심 판결' 아전인수식 해석이 논란의 도화선 정쟁의 불길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군불을 때서 시작된 것이고, 민주당은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대장동 사건' 1심 재판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자당에 유리한 대로 판결 내용 일부를 끌어다 주장을 펼쳤습니다. 먼저 민주당. 판결 내용 가운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유동규 등과 민간업자의 유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대목을 들고 나왔습니다. 민간업자와 유착 관계를 몰랐으니, 이재명 당시 시장은 대장동 일당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고, 기소 역시 명백한 정치 조작이었으니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선고공판 출석 (지난달 31일) 반면 국민의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한 판결 내용 가운데,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민간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도 나타난다'는 대목에 주목했습니다. 성남시의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했다고 하니,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연관성도 당연히 인정된 것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오늘도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오늘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대장동 사건' 서울지법 22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판단 안 내려 이렇게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이나 책임에 대한 판단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는 것은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22부가 이재명 피고인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재판부로서는 그런 판단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이 사건을 다루면서 나름의 심증이 형성됐을 수 있지만, 이재명 피고인 사건은 다른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33부가 다루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형사22부가 배정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판단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달 31일 선고 이후 이달 1, 2일까지 사흘간 양당이 벌인 공방은 법률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공방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대통령 재판 재개 가능성' 서울고법원장 발언도 도화선 민주당이 어제 재판중지법 공론화 움직임을 보인 데는, 대통령 재판을 대통령 임기 중 재개하는 게 불가능한 것 아니라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장 발언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지난달 20일 국감에서 한 발언 내용은 이렇습니다. -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질문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언제 마무리할 거냐.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재명 정부 중에도 언제든 기일을 잡아서 할 수 있는 것이냐?" =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 답변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질문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 답변 "불가능한 건 아니다." 김대웅 법원장은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재차 질문하자, "현실 재판이 아니고, 이론적으로 재판이 (소추에) 포함된다는 견해도 있고,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는 것"이라며 원론적 답변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 한다'고 돼 있습니다. 소추, 즉 기소 대상이 안 된다는 조항인데, 이미 기소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는 아직도 해석이 갈리는 상황입니다. 김대웅 법원장은 헌법 해석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소개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답변이 정치인들의 귀를 때렸을 것은 분명합니다. 대통령 기소 5건 재판, 대부분 '헌법 84조' 직간접 근거로 중지돼 대통령이 기소된 5건의 재판은 '공판 날짜를 나중에 정하겠고 그때까지는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는 이른바 '추후 지정' 형태로 중지돼 있습니다. 이 5건 가운데 재판부가 '헌법 84조'를 중지 이유로 명시한 재판은 2건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 대장동 사건 재판입니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혐의 사건 재판을 모두 맡고 있는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이재명 피고인이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헌법 직무에 전념하고, 국정 운영의 계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재판을 중지시켰습니다. 헌법 84조를 근거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헌법 84조를 해석해 재판을 중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1건인 위증교사 혐의 사건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 시절에 '피고인의 대선 후보 등록'을 이유로 재판을 중지시켰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맡은 재판부들은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해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법에 대한 해석은 법관들에게 있는 것이어서, 재판부가 마음을 바꿔 '재판을 하는 게 맞겠다'며 재판을 재개한다고 한들 이를 제어할 방법은 없습니다. 더욱이 앞으로 해당 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들이 교체되면, 기존의 '재판 중지'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이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게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했을 수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장의 국감 발언이 논란을 부른 상황에서 대장동 사건 1심 판결 이후 국민의힘이 재판 재개를 들고 나오니까 재판중지법 공론화라는 민주당의 대응이 나온 것 같습니다. '재판중지법 공론화' 방침, 왜 하루 만에 180도 선회? 그렇다면, 왜 불과 하루 만에 민주당 방침이 180도 선회한 것일까요? 민주당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관세 협상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 등에 집중할 때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오늘) 아세안 정상회의를 전후한 외교 슈퍼위크의 성과가 전면에 부각되어야지, 정쟁의 불길 뒤로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외치 성과가 번번이 여당발 이슈에 묻힌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한 판단으로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이 '대통령실에서 관련 요청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에) 당 지도부 논의 결과를 조율해 통보했고 그대로 수용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어제 공론화 방침에서 불과 하루 만의 사실상 철회. 그 사이에 여당 안에서 변수가 있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대통령실의 의사'라는 변수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오늘 나온 대통령실의 입장도 그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강유정 대변인은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데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 입장에 대해선 바뀐 바가 없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오늘 브리핑) 대통령실 "불필요한 법안"…'대통령의 의중' 사실 공개 그 뒤에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대통령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한 법안"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은 중지된다는 게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이며,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로 해석한 바 있다. 헌법상 당연히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오늘 대통령실 브리핑)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오늘, 대통령실 브리핑) 이미 재판 5건이 중지돼 있고, 사법부의 전반적인 헌법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기정사실'로 두자는 취지로 보입니다. 만약 특정 재판부가 재판을 재개한다면, "그때 가서 위헌심판을 제기하고 재판중지법을 입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 실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에 재판중지법안을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민주당의 공론화 방침에,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었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강 실장은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기를 당부 드린다"고 하면서, '자신이 밝힌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됐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생각이 대통령실의 생각과 같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재판중지법 추진은 확실히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 같습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재판중지법이라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확실히 끝난 이슈일까요?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여권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입법이 가능한 상태죠. 여권이 그런 마음을 먹는 상황이 온다면 재판중지법 논란은 얼마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을 따지려면, 이번 논란을 되짚어보면 되겠습니다. 우선 서울고등법원장의 국감 답변으로 촉발된 '법원에 의한 재판 재개' 가능성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재판 5건을 맡은 재판부 가운데 어디서라도 '재판 중지' 방침을 바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재판 지속 문제는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해석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관들이 다른 재판부의 이전 결정을 뒤엎는 결정을 잘 하지 않고 대개는 꺼린다는 점에서 재판 재개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밝힌 대통령실의 판단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공동 피고인들 재판은 진행 중…판결 선고되면 논란 재연 가능성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재판 가운데, 이 대통령 재판은 중지됐지만 함께 기소된 공동 피고인들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대장동 사건 재판의 경우가 그런 것이죠. 대선 전에 재판 중지된 위증교사 혐의 사건 항소심은 김진성 씨가 공동 피고인이지만 전체 재판이 중지돼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은 함께 기소된 공동 피고인이 없습니다. 나머지 3건에, 재판이 진행되는 공동 피고인들이 있습니다. 대통령 측근인 정진상 피고인 등이 기소된 재판 3건은 이 대통령 재판이 중지된 것과 관련 없이 진행되고 있고, 대통령 임기 중에 1심과 항소심 재판 결과가 줄줄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대통령의 사건 관련성을 두고 이번처럼 정치적 논란이 재연될 것은 자명할 것이고, 여권에서 재판중지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을 텐데, 오늘 확인된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이 계속 지켜질지도 또 하나의 변수가 되겠습니다. 디자인 : 정유민
대통령 지지율 5%p 떨어져 55%...한국갤럽 조사에서 최저치 매주 금요일마다 나오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주 60%에서 5%포인트 떨어져 55%를 기록했습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4%로 전주보다 3%포인트 올랐고, '의견 유보'는 11%로 집계됐습니다. 이 조사는 이번 주 화요일인 23일부터 어제 25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조사원의 전화를 받은 응답자가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기계의 안내음에 따라 응답하는 자동응답방식(ARS)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적거나 없는 층, 정치적 중도층의 의견까지 담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추이 (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한국갤럽 "조희대 사퇴 압박 등 여당 주도 사안이 대통령 평가에 반영"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기록한 지지율 55%는 이 대통령 취임 후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비슷한 수치가 8월 중순에 나온 56%였는데,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 등에 대한 광복절 특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반영되던 때였습니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진실 공방, 내란 재판부 변경 등 여당 주도 사안들이 대통령 평가에도 반영된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여당이 최근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압박과 공세를 가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대통령 긍정·부정 평가 이유 (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부정 평가 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은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독재/독단'이 11%를 차지했고, '대법원장 사퇴 압박/사법부 흔들기'가 5%를 기록했습니다. 독재/독단 11%는 지난주에 비해 3%포인트 상승한 수치이고, 대법원장 사퇴 압박은 이번 주에 새로 등장한 부정 평가 이유입니다.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그 사유로 꼽은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 5%포인트 하락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여당 주도의 강공 드라이브가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국갤럽은 분석한 것입니다. 정당 지지율 추이 (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민주당 지지율도 3%p 하락해 38%..역시 한국갤럽 조사 최저치 그럼, 정당 지지율은 어떨까요? 더불어민주당이 38%, 국민의힘이 24%를 기록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조사 대비 3%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민주당이 기록한 지지율 38%도 이 대통령 취임 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나온 결과 중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늘어난 것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연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4년 전 국민의힘 시위 장면 보는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 지난 24일) 정청래 대표 평가 43% 대 44%...무당층에서는 부정 평가가 2배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정청래 대표가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 43%, '잘못하고 있다' 44%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응답자를 좀 더 세분해서 봤습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한 응답자들은 '잘하고 있다' 23%, '잘못하고 있다' 47%였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라고 한 응답자들은 '잘하고 있다' 44%, '잘못하고 있다' 42%로 나타났습니다. 중도층의 응답 양상은 전체 응답과 거의 비슷했지만,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無堂)층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2배가량 됐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무당층은 응답자의 30%였습니다. 현재 정치 상황에서 지지할 만한 정당을 찾지 못하겠다고 한 국민들 가운데 정청래 대표의 역할 수행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많다는 점은, 민주당으로서는 지지층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친명계 중진, 법사위의 '조희대 청문회' 드라이브 비판 한국갤럽은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의 강경 드라이브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런 시각이 확산되면 될수록, 그리고 이런 지지율 추이가 계속되면 될수록 여권 내부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 중진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어제 발언이 그 도화선으로 보입니다. 원조 친명 그룹 '7인회'의 멤버인 김영진 의원은 어제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 법사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추진을 "약간 급발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를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청문회 개최의 근거로 제시된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등 '4인 회동 의혹'과 관련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청문회를 열어서 추가적으로 사실을 확인하자고 할 만큼, 관련 의혹이 근거 있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추미애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나경원 의원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김영진 의원의 발언 가운데 주목할 대목은 국회 법사위와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에 대한 지적입니다. 법사위를 겨냥해서는 "마치 모든 정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절제되고 조정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추미애 의원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이른바 '추나 대전'에 대해서는 "1차 추미애-윤석열 대전, 2차 추미애-한동훈 대전에 이은 3차 대전인데, 그동안 전쟁의 결과가 적절하거나 좋았던 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추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는 썩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의 "여당이 더 많이 양보" 주문 통하지 않아 여당에 대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도 궤를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우 의장은 어제 S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여당은 여당답게, 여당의 태도를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절제가 가진 미덕이 크다"고 했습니다. "문을 좀 열고 야당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여야 지도부와 점심을 같이한 자리에서 여당의 양보를 부탁했습니다.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 특히 여야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먼저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해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되고 여당에는 국정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여야의 틀을 넘어서 국민과 나라 전체를 봐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한 주문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여당이 국정 전체의 관점에서 야당에 양보한 일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신임 법관에게 법복 입혀주는 조희대 대법원장 (어제, 대법원) 민주당 주도의 국회 법사위와 추미애 위원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당 내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만, 정청래 대표는 법사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24일 당 법사위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소개하며 법사위의 강공에 가세했습니다. "불의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 정 대표의 이런 발언이 지지층을 열광하게 할지 모르지만, 민주당에 기대를 갖고 우호적으로 보는 국민들 가운데서는 '그렇게까지 거칠게 표현할 게 뭐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불만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질 법합니다. 하지만 정청래, 추미매 의원을 비롯한 당 내 강경파의 '마이 웨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유엔 안보리 토의 주재 (미국 시간 24일) 여당 정치인 '자기 정치'와 여권 전체의 득실 상충하면 파열음 생겨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방문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올해 안보리 의장국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유엔 회의장 의장석에 앉아 토의를 주재했고, 통상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인사들을 만났고, 뉴욕 증권거래소를 찾아 한국 투자 유치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일에 비해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사법부 압박과 국회 법사위 드라이브라는 국내 정치 이슈에 가리어졌다는 것이지요. '당정은 한몸'이라는 구호는 늘 있지만, 여당의 정치와 대통령의 정치·행정이 늘 조화롭게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재명 정부 초기인데 그런 조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검찰 개혁 속도 조절' 논란 때부터 그랬습니다.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 하는 것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그걸 막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핵심적 지지층을 다지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치적 언행을 반복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당 정치인들의 '자기 정치' 셈법이 여권 전체의 득실과 충돌하는 지점에까지 이르게 되면 거기에서는 파열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김건희 씨 첫 재판 출석 (어제, 서울중앙지법) 어제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재판 받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가 재판 앞부분 촬영을 언론에 허가했기 때문이죠. 내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판 받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재판부가 촬영뿐 아니라 중계도 허용했습니다. 그래서 내일은 재판 처음부터 끝까지, 특검과 피고인 그리고 재판부가 무슨 말을 어떤 표정으로 주고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예고한 대로 재판에 출석한다는 전제 아래서입니다. 형사35부, 윤석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재판 중계 허용 그동안 자기 재판에 오늘까지 11차례나 출석하지 않고 버티던 윤 전 대통령이 내일 재판에 나오겠다고 한 것은, 내일 재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의 재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에서 추가 기소됐는데,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부 국무위원만 불러 나머지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 등이었습니다. 추가 기소된 혐의에 대해 새 재판이 추가된 것이죠. 재판부도 달라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가 아니라,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가 재판을 담당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재판 출석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첫 공판은 중계 허용..보석 심문은 중계 불허 그런데, 형사재판이 시작되려면 첫 공판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합니다. 이 재판마저 거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윤 전 대통령이 이 재판을 담당한 재판부에 보석(보증금 같은 조건을 붙인 석방)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첫 공판 직후에 보석 심문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첫 공판부터 출석하겠다고 한 것 같습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 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 첫 공판부터 안 나오는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이죠. 윤 전 대통령이 내일 26일로 예정된 첫 공판과 보석 심문에 출석하겠다고 한 것이, 이번 주 화요일인 23일입니다. 그러자 다음날인 어제 내란특검팀이 첫 공판과 보석 심문을 중계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재판부가 첫 공판에 대해 중계를 허용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재판부가 허용의 근거로 삼은 것은 기존 내란특검법의 아래 조항입니다. 제11조(재판기간 등) ④ 재판장은 특별검사 또는 피고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허가하여야 한다. 다만, 중계를 허가하지 아니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중계를 불허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그 이유를 밝혀 선고한다. 재판부는 보석 심문은 중계를 허용하지 않았고, 불허한 이유를 내일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보석 청구의 이유로 실질적 방어권 보장과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는데, 건강상의 이유를 얘기할 때 질병 같은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중계를 불허한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하지만 보석 심문 과정이 중계되지 않을 뿐 공개 재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피고인이 무슨 근거로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출석 (지난 1월, 헌법재판소) 헌재 탄핵심판 중계처럼, 개인정보 제거 후 '시차 중계' 내일 재판 상황이 중계되기는 하지만, 생중계는 아닙니다. 아주 유사한 사례를 찾자면,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받을 때 상황과 같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이 영상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동영상을 시차를 두고 언론기관 등에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시차를 두는 이유는 광범위하게 전파될 동영상에, 공개돼서는 안 될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음소거 작업 같은 절차가 진행됩니다. 내일 첫 공판이 10시 15분에 시작되고, 어제 김건희 씨 첫 공판이 40여분 만에 종료된 것처럼 오래 진행되지 않는다면, 내일 정오를 전후해 재판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윤석열, 김건희 재판 중계 이어질 듯.. 개정 특검법은 중계 의무화 내일 공판이 중계되면서 앞으로 윤석열, 김건희 피고인 공판에 대해 특검에서 공판 중계 신청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앞으로 한 달여 뒤에는 '공판 중계'가 의무가 되기 때문에, 국가 안보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 중계가 계속될 상황이기도 합니다. 최근 개정된 '더 센 특검법'은 재판 중계를 의무로 하고 있습니다. 아래 관련 조항입니다. 제11조(재판기간 등) ④ 제2조제1항 각 호의 사건에 대한 제1심 재판(공판준비기일은 제외한다)은 중계하여야 한다. 다만, 재판장은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재판의 일부를 중계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⑦ 제4항 또는 제5항에 따라 재판을 중계하는 경우 개인정보·사생활·국가기밀 등을 포함한 재판 내용에 대한 비식별조치(법정 내 재판참여자들의 신변 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시각적 또는 청각적 조치를 의미한다)를 하지 아니하여도 되고, 관계 공무원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면 위 중계와 관련하여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더 센 특검법'은 그제 2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이 통과됐고,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1달 뒤부터 발효됩니다. 이 조항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⑦ 조항에 따라 '비식별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중계도 생중계에 가깝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 (어제, 국회) 법원행정처, 중계 지원 의사 밝혀...여당의 사법부 공세 영향인 듯 어제 특검팀이 재판 중계를 신청하고 나서, 과연 재판부가 중계를 허용할지 관심사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 때문에 허용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천대엽 처장은 비공개 면담에서 "내란 사건 재판에 대한 재판 중계를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부가 중계를 결정하면 영상 설비 등에 대한 행정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대법원 차원에서 재판 중계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낸 것이어서 재판부도 영향을 받았을 수 있겠습니다. 대법원이 이런 자세를 보이는 것은 워낙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여당의 공세가 강하기 때문에 이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그 일환으로 법원은 내란 재판을 담당하는 형사25부에 법관 한 명을 추가 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재판부가 맡고 있는 다른 일반 사건을 추가 배치되는 법관에게 맡겨서, 기존 재판부가 내란 재판에 집중하도록 돕겠다는 것인데 그 정도로는 안 된다는 게 여당 반응입니다. 여당의 목표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에 가 있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 중계는 이례적...尹 불출석하면 재판 중계 무의미 여당 공세의 여파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국민들은 윤석열 김건희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매우 중대한 사건을 다룰 때나, 대법원에서 판결을 선고할 때를 제외하고는 1심이나 2심 같은 하급심에서 재판 진행 과정을 영상으로 보는 일은 대단히 드뭅니다. 하급심 재판이 중계된 전례를 살펴보면, 2018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 같은 해 7월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 1심 선고 공판, 이듬해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횡령·뇌물 사건 선고 공판이 생중계 된 적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선고 공판, 즉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공판들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재판 진행 과정을 중계를 통해 보게 된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렇게 이례적인 결정이 난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중계했던 것처럼, 윤석열 김건희 두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현 시기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경우, 내일 첫 공판과 보석 심문에 출석하고도 만약 보석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 기소된 사건 재판마저 출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재판 중계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어제 법사위서 전격 의결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열기로 어제 의결했습니다. 날짜는 다음 주 화요일인 30일. 청문회 이름은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입니다. 의결은 전격적이었습니다. 원래 어제 법사위 회의는 검찰개혁 관련 입법 청문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른바 추나 대전이 또다시 볼썽사납게 벌어지면서 그렇게 마무리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오후 6시경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과 청문회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이 가결 처리됐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사흘 뒤, 한덕수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측근으로 알려진 김충식 씨와 오찬을 함께 했다는 이른바 '4인 회동'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주말을 거치면서 잦아드는 듯했는데, 돌연 민주당 법사위원들 주도로 조희대 청문회 개최가 의결되면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지난 22일) 집권 여당의 대법원장 청문회 추진..삼권분립 침해 논란 가열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청문회를 두고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라는 기사들이 있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권 여당이 주도하는 대법원장 청문회가 초유'의 일입니다. 조희대 청문회는 지난 5월 14일 이미 한 차례 열렸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아 사실상 무산되긴 했지만, 열리기는 열렸습니다. 다만 그때 민주당은 야당이었습니다. 집권 여당이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을 증인으로 불러 국회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은 초유의 일입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권력 서열' 발언으로 촉발된 삼권분립 침해 논란에 다시 한번 기름을 붓는 일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논란이 이어지는 걸까요? 민주당의 부승찬, 서영교 의원이 '4인 회동' 의혹을 제기했지만,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뜩잖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거에 대해서는 그걸 처음에 거론하신 분들이 계시지요. 말씀하신 분들이 해명을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어떠어떠한 경위로 해서 이걸 했고. 그러니까 지금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당사자들이 지금 일제히 부인하고 나선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최초에 거론하신 분께서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했다 그래서 해명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1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 여당 원내지도부는 신중...민주당 강경파, 청문회 밀어붙여 당사자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부인했으니, 애초에 의혹을 제기한 의원들이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를 내놓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사법부의 수장을 겨냥한 의혹 제기라면, 근거 있게 논의를 이끌고 가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데 '-카더라'를 넘어설 만한 근거 제시가 없는 상태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대법원장 청문회를 밀어붙였습니다. 어제 통과된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찾아봤습니다. 청문회를 열려는 '목적'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대법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자 재판과 관련하여 절차적·법리적 규정을 위반한 불합리한 판결을 선고하고, 한덕수 등과의 '4인 회동'을 통해 사전 모의한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사법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 -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서>에서 조희대 대법원이 지난 5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을 '불합리한 판결'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판결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비판의 영역 안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여당에서 대법원장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4인 회동을 통해 사전 모의한 정황'이 있다고 하는 것은 적어도 현재까지 드러난 객관적 사실에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지난 5월 14일) 대법원장 청문회 추진...대법원장 사퇴 압박의 일환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의 근거로 삼은 '4인 회동 의혹'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민주당이 대법원장 청문회를 연 지난 5월 14일 처음 제기됐습니다. 당시 서영교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건이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바로 정리해버리겠다'고 언급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관련 녹취를 공개했던 것입니다. 인공지능 AI가 적용됐다고 하는 그 녹취입니다. 5월에 대법원장 청문회가 사실상 불발된 뒤, 그때 제기했던 의혹을 갖고 다시 한번 대법원장 청문회를 여는 근거로 삼은 것입니다. 이 정도면 의지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의지는 대법원장 퇴진을 이루려는 의지일 것이고, 적어도 조희대 사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법사위원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오늘 SBS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의원은 "(탄핵) 마일리지를 쌓아간다는 것이다. 국민 여론이 비등하면, 어느 정도 임계점에 이르면 폭발하는 것이고 그러면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의 요구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역시 법사위원인 민주당 김기표 의원도 KBS 라디오와 인터뷰했는데 조 대법원장 탄핵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당연히 탄핵이고, 탄핵은 어떤 자료가 구비돼야겠다. 그 부분에 대해 저희가 고민해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물러설 때까지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지난 18일, 대법원) 국회가 대법원장 부를 수 있다지만..."재판 관련 질의 불가" 그러면, 다음 주 대법원장 청문회는 민주당 법사위원 뜻대로 열릴까요? 지난 5월 대법원장 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된 것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국회에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그럴 걸로 봅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회가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출석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 121조를 들어서 청문회 개최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조항은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질문하기 위하여'라는 목적 아래 대법원장을 부를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사법부의 '행정'에 관해서는 국회가 답변을 요구할 수 있지만, 사법부 고유 권한인 '재판'에 대해서는 답변을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대법원을 향해 국회에 나와서 답변하라고 하면, 대법관이긴 하지만 대법원 재판에는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출석하는 것이 관례로 정착한 것입니다. 지난 5월 조희대 대법원장 등이 불출석 근거로 제시한 법 조항을 찾아봤습니다. .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 [법원조직법 제65조(합의의 비공개)]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감사 또는 조사의 한계)]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 재판 질문에는 청문회 적법하지 않아...청문회 열어 '4인 회동 의혹' 묻기에는 근거 부족 사법부의 독립성이 헌법의 대원칙이고,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이 어떻게 해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됐는지는, '합의의 비공개' 원칙에 따라 일체 공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일시 중단된 것이지 재판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에서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재판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면, '4인 회동 의혹'은 물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의 수준,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의 정도에 비춰봤을 때, 사법부의 수장을 부를 만하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재판에 대한 질문을 하기에는 대법원장을 부르는 국회 청문회가 적법하지 않고, 청문회를 열어 4인 회동 의혹을 묻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 전문가들입니다. 법적으로 보면, 청문회 불출석 사유는 많은 법률가들의 지지를 받을 법합니다. 문제는 정치입니다. 정치 영역에 있는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법적 한계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걸 뛰어넘는 데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습니다. 법을 만드는 권한이 있으니까요. 청문회를 열 명분과 지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청문회 실시계획서 '목적' 뒷부분을 보시겠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로서, 대법원장 및 관련자들의 위법 행위 여부, 재판 외적 압력 개입 가능성, 사법권 남용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하여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회복하고, 국민적 신뢰를 재확립하기 위함임. -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서>에서 추미애 "내가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등 '서면 제출'" 조희대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 만큼,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세간의 의심을 기반으로 사법부를 밀어붙일 수 있다고, 그래야 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민주당 내 강경파 법사위원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추미애 법사위원장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어제 조희대 청문회 개최 의결은 전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 회의 중에 먼저 구두로 운을 띄우자, 추미애 위원장이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을 심사하자는 동의를 자신이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사위원들 사이에서 사전에 의견 교환이 있었겠지만, 그 선두에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미애 의원이 민주당 내 강성 그룹이라는 것은 대개가 수긍하는 편이고, 최근 법사위원장으로서 보이는 일련의 정치적 행보는 의식적인 것이라는 데에도 많은 이가 공감하는 편입니다. 정치인의 행보는 늘 정치적 배경이 있기 마련이죠.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나경원 의원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됩니까?" - 추미애 위원장, 어제 국회 법사위 "여기서 윤석열 얘기가 왜 나옵니까?" -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어제 또 다시 추나대전이라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된 것도 역시 의식적인 것이고, 두 사람은 정치적 득실을 따져 난타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추미애 위원장의 경우는 정치적 시선이 내년 경기지사 선거에 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들을 국회 주변에서 많이 합니다. 그렇게 보면 많은 것들이 설명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지만, 만사가 자신의 뜻대로만 굴러가지는 않습니다. 당장 어제 조희대 청문회 실시 의결에 대해,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어제 의결이 "(원내 지도부와) 사전에 상의는 안 됐고 법사위 의결이 된 것으로 사후 통보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사법부 수장을 국회로 부르는 안건인데, 원내 지도부와 상의 없이 추미애 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이 밀어붙였다는 겁니다. 민주당 내 강경파 행보와 '의견 차이' 노출...'권력 다툼' 양상으로 비화 가능성 지난번 검찰 개혁 속도 조절 논란을 떠올려 보면, 민주당에서는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강경 그룹을 한 축으로 하고,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를 비롯한 상대적 온건 그룹을 한 축으로 해서 의견 차이가 노출되는 일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 온건 그룹의 견해는 국정 전반을 아울러야 하는 대통령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강경 그룹 리더들의 행보가 각자의 정치적 미래와 연관 지어 해석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미래 권력을 둘러싸고 민주당에서 권력 다툼이 일찌감치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지지율이 2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리얼미터는 삼권분립 침해 논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강경파의 행보가 대통령의 지지율을 잠식하다는 논란이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 커진다면, 이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민주당 내 권력 다툼의 양상이 지금보다 사뭇 심각한 국면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여당에서 제기되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이 원칙적으로 공감을 표했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 대통령실이 정정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대법원장 사퇴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될 테니 엄청난 뉴스가 될 일이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은?" 질문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오늘 오전 브리핑) 발단은 대통령실 오늘 오전 브리핑이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어제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강유정 대변인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아직은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할 수 있겠고, 그 부분에 대해 시대적,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는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오늘 오전 브리핑 이 발언 이후 곧바로 속보 기사가 떴습니다. [속보] 대통령실, 與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 이 속보 기사를 출고한 기자의 머릿속에서는,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이 특별한 입장은 없다지만, 국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시대적, 국민적 요구라면 사법부는 그 요구에 대해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라는 식으로 정리가 됐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대통령실,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으로 단순해진 셈입니다. 강 대변인은 이 속보 기사가 나가자, 정정을 요구하는 브리핑을 했습니다. "속기록을 보더라도 제 의사는 두 부분으로 잘려져 있습니다. 그 부분(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구체적 의견은 아직 없다는 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고, 그러나 3권 분립에 있어서 선출된 권력이 어떤 의사에 대해서 표현하면 임명 권력은 한번 돌이켜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원칙적 공감이라는 얘기입니다."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오전 추가 브리핑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 실제 인식은? 그러니까, 애초 브리핑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가 입법부서 논의되는 바를 보면서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한다는 메시지였다는 것입니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에 관한 유사한 메시지는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냈던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얘기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자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질문을 했던 것이고, 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강 대변인의 말대로 2개의 메시지가 연달아 제시된 것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퇴 요구에 대해 조 대법원장이 돌이켜봐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대통령실이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적어도 '그런 요구가 나올 만하다고 인식한다는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으로까지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이 일을 계기로 최근 사법개혁 논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에 관한 낸 메시지는 여권의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 중요한 지침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대통령실 대변인이 몇 차례 언급했던 것이고요.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고, "모든 것은 국민에 달렸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권분립에 대한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입법부가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면, 그렇게 설정된 구조 속에서 사법부가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구조를 사법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의 우위' 논리와 '견제와 균형'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권한과 역할은 헌법에 정리돼 있고, 삼권분립의 요체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입법을 통해 사법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권한을 국회가 갖고 있다고 했을 때, 사법부의 뜻은 무시하며 배제하고 국회 의지대로 밀어붙여도 되는 것일까요? 지금 사법부가 불만을 갖는 것도, 이전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가 아예 배제된 사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국회가 국민의 뜻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선거를 통해 구성되기에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크다고 해도, 사법부의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법부가 민주적 정당성에 기초해 구성된 입법부와 행정부에 의해 구성되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헌법적 정당성에 기초해 국민의 권리 보장과 권력 견제를 위해 기능하는 기관입니다. '직접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우위'라는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입법부와 행정부가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지금 대법원장이나 내란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장에 대해 불만이 크고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도, 사법부가 입법부 아래 있다는 인식과 논리에 근거해 일을 추진하면 '견제와 균형'은 깨지게 됩니다. 지금 국회가 민주당 절대 다수 의석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국회가 아닌 특정 정파의 밀어붙이기 입법으로 사법 시스템이 바뀐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질 것입니다. 다시 불붙은 대법원장 사퇴 요구...'사법개혁' 도화선?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지난 12일 법원의 날 기념식, 맨 아래 인물이 대법원장) 어제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에 이어 오늘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한 뒤에 민주당에서는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들끓었습니다. 그 뒤 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관련 재판들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사퇴 요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다가 내란 사건 재판부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면서, 지난주 전국 법원장들이 모여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사법부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대응 입장을 정리하면서, 내란재판부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자 다시 사퇴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권에서 제기된 내란재판부 설치 주장은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입법 의지가 있기보다는, 내란 사건 등을 진행하고 있는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강하다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됐지만 구체적인 입법 진전이 없었고, 지금은 내란'전담'재판부 쪽으로 논의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박찬대 의원 등이 발의한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대법원장이 특별재판부 재판장과 판사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회와 법원 판사회의, 대한변협이 각각 3명씩 추천한 9명의 후보 중에 특별재판부 재판장과 판사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재판부 구성에 법원 바깥의 국회와 변호사단체가 개입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고, 재판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위해 어느 재판부에 사건을 맡길지를 전자배당을 통해 무작위 방식으로 하는데 이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재판을 맡겼다가 나중에 헌법재판소에서 특별재판부에 대해 위헌 결정이라도 하는 날에는 특별재판부의 판결마저 무효가 될 수 있으니 마냥 밀어붙일 일도 아닙니다. 그러자 법원 외부의 개입이나 참여 없이, 대법원장 주도로 법원 내 특정 재판부에 내란 사건을 맡기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대안으로 논의되게 된 것입니다. 여권의 '사법개혁'·내란재판부 추진...법원 '대응' 이 변수 전국 법원장 회의 (지난 12일,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논란과 관련해 "위헌이라고 하던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한 것에 대해서도,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내란 재판부가 위헌이 아니라고 한 것은, 위헌이 아니니 내란재판부를 추진하라는 게 아니고 내란재판부를 대법원장이 임명하면 위헌이 아니라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고 오늘 자 조선일보가 보도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이 법원 외부에서 특별재판부 판사를 추천하도록 하는 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특별재판부냐 전담재판부냐', 용어부터 정확히 정리돼야 지금의 혼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꽤 오랜 기간이 지나도록 정리되지 않는 것을 보면 실제 입법 의사가 있는지 불투명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아직은 정치적 수사(修辭)라는 말이 나오지만, 또 모르죠. 상황의 전개에 따라서는 내란재판부 설치 입법이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더욱 힘이 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잔뜩 신중한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 추천 방식과 법관 평가 방식 변경 등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사법부 참여'가 배제됐다며 크게 반발할 경우 충돌 양상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지난 18일 <이브닝 브리핑>에서, 앞으로 민주당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해 견제구 날릴 일이 잦아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그렇게 돼 가고 있습니다. 조국 전 대표가 그런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18일, 그가 내년 6월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것부터 사면 직후에 너무 이른 것 아닌가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그날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 논란을 키웠습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18일) 조국 'n분의 1, 2030' 발언에, 여당 '부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조국 사면의 영향은 n분의 1 정도', '몇 번의 사과를 한다고 2030이 마음을 열겠나, 절 싫어하는 분이 있다면 왜 싫어하는지 분석하고 할 역할을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발언. 그러자 여권에서는,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까지 감수하며 사면복권해 줬는데, 조국 전 대표가 '자기 정치'만 생각하는 언행을 하는 통에 불똥이 애먼 여권으로 튀어 정치적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잇따랐습니다. 우선 조국 전 대표의 발언이 있은 다음날,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조 전 대표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30이 사과를 하면 2030이 거기에 대해서 화해를 할지 용서를 할지는 2030세대가 판단할 일이지 조국 전 대표가 지레 '마음 바뀌겠어?' 이렇게 얘기하실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정치인은 필요하면 10번, 20번도 사과하고 마음을 풀고 민심을 돌리기 위해서 노력해야죠. 그냥 나는 내 할 일 하고 나중에 언젠가 나를 이해하겠지라고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고요." - 박용진 전 의원, 1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 조국 전 대표는 자신에 발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해명하지 않았고, 어제는 민주당에서 조국 사면을 가장 먼저 주장했다는 강득구 의원이 조 전 대표의 행보를 지적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사면 이후 조 전 대표의 행보가 "국민들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조 전 대표의 지금 모습이 보편적인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을 부탁했습니다. 강 의원은 오늘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국 전 대표의 선거 출마 입장 표명과 2030세대 관련 발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비판하기까지 했습니다. 민주당의 지도부인 최고위원들도 비슷한 입장을 냈습니다. "(조국 전 대표의) 'n분의 1' 발언에 당내에 불편해하는 분들이 계신다. 사면에 대해 대통령의 부담이 상당했을 텐데 조 전 대표가 평가를 박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느낌일 것" -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 2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 "조국 전 대표 사면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 최초로 사면으로 복귀한 정치인으로서,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조금 신중한 행보를 하시는 게 좋겠다." - 전현희 최고위원, 22일 BBS <아침저널> 인터뷰 우상호 정무수석 "대통령 지지율 떨어뜨린 주범" 다들 조국 전 대표가 이럴 줄은 몰랐다는 반응입니다. 급기야 조국 사면으로 상징되는 이번 정치인 사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대통령 참모의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대통령의 정치 분야 업무를 보좌하는 우상호 정무수석은 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조국 사면은 임기 중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한 것이고 어차피 한다면 취임 초에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이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한 일이지만, 특별사면 담당자인 정무수석으로서 괴로웠다며, 특히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린 주범"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주범'이라는 말은 자신을 가리켜 자책하듯 한 말 같긴 한데, 여하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조국 사면을 포함한 정치인 사면이라는 말을 하는 셈입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상의하는 과정에 이런 말이 오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 기자 간담회(21일) "정치인 사면을 하게 되면 민생 사면의 빛이 바래고 지지율은 4~5% 빠질 거다. 그런데 감수하겠느냐고 했을 때 (이 대통령이) 고민하다 휴가 가셨고, 휴가 중 연락이 와서 '피해가 있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합시다'해서 하게 됐다." -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그런데 지지율이 떨어진 정도가 우 수석의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어제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는 지난 18일∼20일 실시한 조사 결과인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 평가한 응답이 57%로 집계돼, 2주 전 조사(8월 4일∼6일)보다 8%p 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 전국지표조사(NBS) 홈페이지 조국 전 대표의 'n분의 1 발언, 2030 발언' 다음날인 19일부터 사흘간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도 오늘 나왔는데,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56%로, 지난주보다 3%p 하락했습니다. 지난주 조사 직전에 실시된 7월 셋째 주 지지율 64%와 비교하면, 8%p 내려간 셈입니다. 지난주 조사에서처럼, 대통령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특별사면'이었습니다. 지난주 22%, 이번 주 21%로 비슷합니다. 출처 : 한국갤럽 홈페이지 이 두 가지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는데, 무선전화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된 조사에서는 하락 폭이 더 컸습니다. 지난 18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51.1%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주 전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12.2%p나 됩니다. (여론조사 결과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지지율 하락, 예상의 2배...'조국 리스크'라고 할 만 하락 폭이 우 수석 예상의 2배 정도 되는 셈입니다. 우 수석이 대통령에게 "감수하겠느냐?"고 물었다고 하는데, 감수(甘受), '달갑게 받아들이겠다'고 할 수준이 아닙니다. 60%대를 구가하던 대통령 지지도가 50%대로 내려앉은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는 상황이니, 여권에서는 '조국 이슈'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권에서 보기에는 '조국 리스크'라고 할 만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대통령과 민주당 입장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국 전 대표가 여권의 이런 바람대로만 움직일까요? 조 전 대표는 어제 출소 엿새 만에 조국혁신당에 복당했고, 당 싱크탱크인 혁신정책연구원장에 지명됐습니다. 그를 다시 대표직에 복귀시키기 위한 전당대회 절차도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 전 대표는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가고 25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예정입니다. 이번 달 말까지 호남 지역을 돌며 당원 간담회 등을 가진다고 합니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우당(友黨)이라 해도, 호남을 놓고는 경쟁 관계에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고, 호남 방문은 내년 지방선거 대비라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 반응을 보면, 조 전 대표는 여권의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국, 여당 뜻대로 움직일 리 만무...'조국 이슈'는 언제든 재연 여당은 지금 조국 이슈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대놓고 공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범'여권이라는 틀 안에서 부정적 영향이 여당으로 흘러넘치는 것을 좌시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말들이 이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범여권이라 해도, 조국은 민주당원이 아니고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아닙니다. 냉정히 보자면, 남이고, 남의 당입니다. 조국의 입장에서, '조기 사면'은 대통령에게 감사할 일이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합당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경쟁 관계입니다. 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 직후 원내 교섭단체가 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문턱을 낮춰주지 않았습니다. 남의 당 좋을 일 하다가 손해 볼까 걱정해서겠지요. 조국의 어깨에는 현역 의원이 12명이나 되는 정치 세력, 조국혁신당의 현재와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짐이 얹혀 있습니다. 조국 전 대표는 대통령의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고 날개를 달았습니다. 그러나 고맙다고 민주당의 주문에 몸이 묶일 처지도 아닙니다. 대통령은 어차피 해줄 사면이라고 판단해 취임 초에 해줬다지만, 조기 사면으로 풀려난 조국 때문에 빚어지는 지지율 하락은 어찌 보면 자초한 일입니다. 자신의 말대로 감수하긴 어렵겠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방법도 없습니다. 어쨌든 시간은 지나갈 것이고, 대통령 지지율도 움직일 것입니다. 그러나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지속된 '조국 이슈'는 금세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조국혁신당이라는 자기 식구들을 챙겨야 하는 조 전 대표가 자기 정치의 근거와 힘을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피해자 프레임에서 여전히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시 비리라는 현행 법 위반과 유죄 확정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정면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금도 '진정한 반성과 사과'라는 요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 위반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정치적 근거와 힘이 상실되고 지지층이 떠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한, 조국 이슈는 끊임없이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정치를 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과 합당이든 연대든 어떤 형태의 협력을 하든, 조국 리스크가 자당으로 흘러넘치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이 잦아질 것입니다. 그때는 견제구 정도는 아니겠지요. "내년 6월 선거 출마 문제까지 얽히면 범여권에서 엄청난 파열음이 생길 수도 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이 19일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어제 <이브닝 브리핑>에서, 검찰 개혁 추진 일정에 대한 당정 간 이견과 여당 내부의 이견 노출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밤사이에 상황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정리해 봤습니다. 어제 당정 만찬, 대통령실 어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저녁에 만났습니다. 이번 주 들어 대통령이 검찰 개혁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주문하면서 정부 측에서 잇따라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어제는 여당 원내지도부에서 같은 취지의 언급이 나오면서 정청래 대표가 주창해 온 '추석 전 개혁 완수' 일정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제 만찬 회동에서는 '단계적 추진'이라는 방식으로 여권 내 혼선 내지 이견을 봉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검찰 개혁 '단계적 추진'으로 여권 내 이견 봉합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법안들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검찰에서 수사 기능을 배제하고 기소 권한만 남겨두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4대 법안은 지난 6월 11일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상태입니다. ① 검찰청법을 폐지하는 법안 ②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 ③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 ④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입니다. 기존 검찰청법은 검찰청의 조직, 직무 범위 및 인사 등에 관한 법률인데, 이를 없애는 게 ①번 법안입니다. 기존 검찰 기능 가운데 기소 권한만 남기자는 것인 만큼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를 신설하는 게 ②번 법안입니다. ③번 법안은 검찰의 기존 수사 권한인 중대범죄 분야 수사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내용이고, ④번 법안은 검찰이 행사해 오던 수사권이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다원화하기 때문에 수사권을 둘러싼 이견이나 갈등이 생길 때 이를 조정하는 국가수사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검찰 개혁 '4대 법안' 내용은? 여권은 이를 '검찰 개혁 4대 법안'이라고 부릅니다. 개혁(改革)은 기존 제도를 새로 고치는 것을 말하는데, 긍정적 변화를 가리키는 어감입니다. 변화에 반대하는 세력의 눈에는 개악(改惡)으로 비치겠죠. 그래서 중립적 어감을 살린다면, 개편(改編) 정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권이 이번 개편을 '검찰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은, 검찰로 일원화된 수사권 행사가 여러 해악을 가져온 만큼, 이 막강한 권한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해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데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국가수사위원회를 정부 조직 체계상 어디에 둘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총리실, 행안부, 법무부 등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 애초 취지를 살리려면 기관의 위치와 규모, 권한 배분을 세밀히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비상계엄 사태 때, 공수처에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엄청난 홍역을 치른 것을 생각해보면,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일이 아닙니다. 검수완박 이후 일반 시민들이 관련된 사건의 처리 속도가 너무 늦어진 문제도,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해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논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졸속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책임 있게 꼼꼼히 하자는 주문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는 26일(내주 화요일) 검찰개혁 관련 최종안을 확정하고, 당 내 검토를 거쳐 다음 달 3일 최종안을 공개한 뒤, 전광석화처럼 입법 처리해 약 1달 뒤인 '추석 전'에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은 민주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70년 넘은 묵은 과제'를 풀어가기에는 너무나 촉박합니다. 여야 간 이견이 분명한 데, 여권 내부에서마저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더더욱 밀어붙일 수 없게 된 상황입니다. 대통령은 '속도 조절', 정 대표는 '공약 이행' 부각 이런 이견과 혼선이 분명히 드러난 어제, 일종의 절충안으로 봉합이 된 것입니다. 어제 발표된 내용을 보면,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을 추석 전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후속 조치는 정부가 만반의 준비를 거쳐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돼 있습니다. 추석 전까지 정부조직법을 고쳐서 수사-기소권 분리를 위한 기초적 입법을 하고, 그 뒤 기관 신설을 위한 후속 입법을 만반의 준비를 통해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한 '추석 전' 국회 본회의를 9월 25일 열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추석 전 입법 완수'라는 일정표의 변경을 얻었고, 정청래 대표는 '추석 귀향길에 검찰청 폐지 뉴스가 들려오도록 하겠다'는 공약이 실현될 수 있는 일정표를 대통령으로부터 확인 받은 셈이 됐습니다. 그 때문인지, 정 대표는 어제 만찬 자리에서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했다고 하고, 오늘 오전 당 의원총회에서는 "전적으로 대통령께서 결단해주신 부분에 대해 당으로선 감사드렸다"고 설명해습니다. 여하튼 여당 대표가 자칫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은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오늘 당 의원총회, 좌측은 김병기 원내대표) 정성호 장관 역할 주목..."조문 하나하나 심도 있게 논의" 그런데 향후 후속 조치의 주체로 '정부'가 제시된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후속 입법에 담길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정 장관은 여당에서 발의한 법안에 대해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법 조문 하나하나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고, "검찰의 기능 조정 과정에서 범죄 대응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수사 부실·지연과 같은 부작용이 없도록 치밀하게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정이 추석 전에 개정하기로 한 기존 정부조직법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정부조직법 제32조(법무부) ① 법무부장관은 검찰ㆍ행형ㆍ인권옹호ㆍ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②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 ③ 검찰청의 조직ㆍ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법무부에 관한 조항에 검찰청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서 검찰청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들어낸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검찰청이 갑자기 없어지게 되면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조직법에는 신설되는 기관들의 이름을 합의된 수준에서 담고 내용적으로도 수사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기관들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제 합의를 보면, 공청회 등을 통해 각 신설 기관에 관한 내용을 충실히 꼼꼼히 채워넣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가속페달 밟아야"..당정 간 이견 재연 가능성 하지만,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온 여당에서 정부가 뭐라고 하는지, 가만히 앉아 기다릴 리 만무합니다. 당장 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오늘 소셜미디어에 <검찰개혁 속도조절, 가속 페달을 밟아야겠네요!> 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어제 당정 합의 덕분에 특위가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정부조직법을 바꾸려면 정부 조직이 바뀌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관련법 제정 개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요 쟁점에 대해 공론조사 여론조사도 하고, 온라인 의견 분석과 토론회를 하게 된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나하나 절차를 밟자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말씀드린 대로 '추석 전 입법 완수'라는 일정표 변경이 결과적으로 '속도 조절'로 귀결된 상황인데, 특위 위원장은 늦어지는 속도 조절이 아니라,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더 내는 속도조절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어제 합의에 따라 법무부가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당정 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다시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어제 당정 만찬 결과를 의원총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는 '한목소리'를 강조했습니다. "토론 과정은 치열하게 하되, 내린 결론은 책임지는 정부 여당으로서 일치된 모습, 원 보이스로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 정청래 대표, 오늘 민주당 의원총회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한 9월 25일 국회 본회의까지 이제 한 달여 남았습니다. 속도 경쟁보다는 여러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개편의 효과를 키우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입법 논의를 기대합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어떻게 되는지 보면, '개혁'의 성패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검찰개혁 추진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 사이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 이어지는데, 여당에서 "추석 전 검찰개혁은 정치적 메시지"라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정치적 메시지'라면…물리적으로 '추석 전 완수'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오늘 아침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여러 차례 공언해 온 '추석(10월 6일) 전 검찰개혁 입법 완료'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대표가 시기를 못 박아 말씀하신 것은 그만큼 차질 없이 검찰개혁을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추석 전 완료라는 것은 그 얼개 그림을 추석 전에 국민들한테 선보이겠다는 취지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당 대표의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름의 정치적 해석을 더해 말한 겁니다. 여당 원내수석 "정기국회는 연말까지, 어쨌든 정기국회 안에 입법 완료" 문진석 수석은 관련 입법 마무리 시점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고, "정기국회가 연말까지"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어쨌든 정기국회 안에는 검찰개혁 입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추석 전'은 일종의 정치적 구호이자 목표이고, 실제 입법 완료 시점은 '늦어도 연말까지'라는 게 여당 원내대표단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간 원내 협상의 실무 책임자이고, 원내대표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내대표단의 입법 활동 방향을 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입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우측은 김병기 원내대표, 7월 22일 원내대책회의) 주목할 것은, "추석 전 완료라는 것은 그 얼개 그림을 추석 전에 국민들한테 선보이겠다는 취지"라는 발언입니다. 이 말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한, "그때(추석 전)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통령 의견과 같은 말을 한 것은 원내대표단의 입장이 그렇게 정리됐기 때문일 수 있는데, '얼개를 만든다는 것'은 정청래 대표가 수차례 공언해 온 '추석 전 입법 완료'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정 대표의 공약은 "추석 귀향길에 국민이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들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광석화 폭풍 개혁' 구상에 대해, 그간 여권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 12일 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들이 정청래 대표에게 한 쓴소리가 대표적입니다. 발언하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 (지난 12일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 왼쪽 정청래 대표)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 "DJ께서 국민보다 반보 앞서가라고 하셨고, 정치라는 건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니 악마와도 손을 잡으라는 말씀도 하셨다. 방향이 아무리 맞더라도 속도에서 국민 (눈높이) 차원을 봐줘야 한다는 말씀을 상기시켜드리고 싶다." (이용득 전 의원,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 그 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51.1%를 기록한 지난 18일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해 구체적인 주문을 하고 나섰습니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지난 18일 국무회의) "민감하고 핵심적인 쟁점 사안의 경우 국민께 충분히 그 내용을 알리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 (이재명 대통령 18일 국무회의 발언, 정성호 법무장관을 향해) 김민석 국무총리-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와 대통령실을 실무적으로 이끄는 비서실장이 어제 기자 간담회를 했는데, 메시지는 같았습니다. "큰 대로는 확고히 가지만 국민이 볼 때 졸속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꼼꼼히 가는 것이 좋아 정부·여당 간,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각 정당 간 조율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겠다." (김민석 국무총리, 19일 기자간담회 발언) "(대통령의 발언은) 정확하고 확실하고 섬세한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 검찰개혁은 땜질식으로 여러 번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한 번에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19일 기자간담회 발언) 검찰의 수사 권한을 배제하고 기소 권한만 갖게 한다는 큰 골격에 이견은 없지만, 일단 만들어놓고 고쳐 가는 방식으로는 접근하지 말자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주문한 '공론화 과정'을 통한 의견 수렴은 결국 입법 부작용을 잘 따져 제도 변경에 꼼꼼히 반영하자는 것입니다. 기소를 담당할 공소청은 법무부 소속이 되겠지만, 수사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을 어디에 둘지도 권력 분산 측면에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검수완박 이후에 경찰에 사건 처리가 몰리면서 일반 시민들이 관련된 사건의 처리 속도가 현격히 떨어져 큰 불편을 끼치고 있는 점도 차제에 들여다보고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습니다. 속도 조절 아니라지만…공론화 거치면 일정 변경 불가피 그런 측면에서 정부 측 메시지에 부응하는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 이후, 여당의 검찰개혁 입법 일정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언론으로선 쉽게 묻는 방법이 '그렇다면 검찰개혁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것인가?'인데, 당정 모두 '속도 조절'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속도는 내겠지만, 졸속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책임 있게, 꼼꼼히 하겠다는 겁니다. '추석 전 입법 완수'를 위해 민주당이 설정한 일정표는, 오는 26일 (내주 화요일) 검찰개혁 관련 최종안을 확정하고, 당 내 검토를 거쳐 다음 달 3일 최종안을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법무부가 검찰개혁 안에 대해 '공론화 과정'에 나선다면,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하고, 오는 26일 최종안 확정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입법 일정표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고 정기국회 회기 내인 연말까지 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목표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다 해도, 속도는 조절될 수밖에 없습니다. 속도는 단위 시간 안에 얼마나 움직였는가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모가 되는 '단위 시간' 즉 기간이 늘어나면, 속도는 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인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지는 않겠다는 뜻에서 '속도 조절은 아니'라고 받아들일 여지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속도가 낮아지는 것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과반 의석으로 밀어붙인 '4대 개혁 입법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여권에서 이른바 개혁 속도와 관련해 이런 저런 논의가 오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한 정치 세력이 집권한 뒤, 정치 목표로 추구해 온 개혁 작업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주어지진 않습니다. 집권 후 1년 안에 못 하면, 그 뒤로는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집권 초기 '개혁 드라이브'를 세게 걸어야 한다는 게 정청래 대표가 주창하는 바일 겁니다. 하지만 '추석 전'은 이 대통령 취임 후 4개월이 되는 시점이고, 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충분히 얻기에는 부족한 기간입니다. 정치인들이 보기에 이른바 3대 개혁 입법 과제는 오랜 기간 논의를 거친 '묵은 과제'일 수 있으나, 국민들이 이 과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나 혹은 반대 의사를 정하게 하는 것은 정치적 노력이 필요한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권으로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기세를 몰아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밀어붙였다가 결국 여론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고 정권에 큰 위기를 불러온 점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정청래 대표가 최근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높을 때도 있고 낮을 때도 있는데 높을 때는 왜 높은지 언론에서 안 쓰더라"라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지지율이 높아지도록 하겠다"는 말은,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고, 자신이 당 대표로 당선된 것은 국민의 뜻이고 당원의 뜻이기 때문에, 그 뜻을 받들어 밀고 나가겠다는 게 정 대표의 평소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여권 지지율 하락에 여당의 강경 일변도 드라이브도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지지율보다는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최근 여권의 지지율 하락에는 조국, 윤미향 사면 이슈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지만, 대주주 양도세 기준 논란 같은 정책 이슈에 대한 국민 불만과 함께, 여당의 강경 일변도 입법 드라이브가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부정 평가가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잇따르면서, 정 대표로서는 대통령과 결을 달리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추석 전 완수'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밝힌 데 대해,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입법 완료) 시점과 관련해서 공유한 바 없다. 정청래 대표는 추석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거침없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사자인 정 대표의 의지가 앞으로 어떻게 구현돼 가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아울러서 검찰개혁 추진 일정에 변화가 생기게 되면,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개혁과 언론중재법 개정을 담은 언론개혁에도 영향을 주게 될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디자인 : 정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