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SBS에 입사한 뒤, 주로 법조와 정치 분야를 취재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를 취재했으며 지금은 정치부 행정팀에서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오늘 한국갤럽이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지를 물은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막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보니,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한 조사는 시기상조일 수 있습니다. 이 조사도 그걸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정치 지형에서, 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에 대한 여론을 탐색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다 싶습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의 성인 천 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질문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은 "귀하는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였고, 조사원이 정치인 이름을 제시하지 않고 응답자가 답하는 주관식 질문이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시죠. 출처 : 한국갤럽 선호도 1%에서 8%까지 기록한 정치인 11명이 나열돼 있습니다. 최대치가 8%니까 고만고만하다 할 수도 있겠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정치인이 없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밖에 거명된 다른 인물 20여 명의 비중이 7%였습니다. '누가 좋겠다'고 답한 비율이 모두 합치면 42%였고, '없다'고 하거나 '모르겠다', 응답 거절을 합친 비율이 57%였습니다. 아무래도 다음 대선이 많이 남았고 주관식 질문이었기 때문에 '의견 유보' 수치가 60%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선호도 2% 이상 응답을 받은 정치인은 조국-김민석-한동훈-장동혁-이준석-정청래-오세훈(직함 생략)으로 7명이었습니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 대한 조사는 한국갤럽이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가장 가까운 조사인 지난 9월 3주(16일~18일) 조사 결과와 비교해 봤습니다. 먼저 범여권을 보겠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8%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3%에서 7%로 상승했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4%에서 3%로 하락했습니다. (사실 표준오차 ±3.1%포인트를 감안하면, 상승 내지는 하락했다는 표현은 통계학적으로 맞지 않아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같은 질문을 같은 방식으로 제기해 얻은 결과여서, 선호도의 대체적 흐름을 파악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국 8% 유지..김민석 4%P 상승..정청래 3~4% 답보 민주당 소속인 김민석 총리와 정청래 대표와 달리, 조국 대표는 이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집권 여당 정치인의 경우 많은 이슈와 관련되기 때문에 오르내림이 있는 반면,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우당(友黨)이긴 해도 정치적 이슈에 여당만큼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국 대표의 1위 유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울러 조국 대표가 안정적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민석 총리는 종묘 앞 재개발과 한강버스 안전성 이슈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공격한 점과 공직사회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을 주도한 점이 선호도 상승의 이유로 보입니다. 정청래 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많은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지만, 선호도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정 대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오늘 민주당 중앙위에서 부결됐습니다. 당 대표직을 연임하기 위한 개정 아니냐는 비판과 반발을 넘어서지 못한 셈입니다. 이번 건을 비롯해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국회와 민주당 안에서 거는 드라이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정 대표의 선호도 정체에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장동혁 3%P 하락...한동훈 3~4% 답보 야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에서 4%로 상승했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에서 4%로 하락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4%에서 3%로 낮아졌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1%에서 2%로 올랐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8월 말 국민의힘 대표로 취임한 뒤 실시된 9월 조사에 비해 3%포인트 하락한 결과를 받아들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과와 윤석열 단절' 논란 등 최근 이슈가 부정적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재판 항소 포기와 론스타 사건 승소, 비상계엄 1주년을 계기로 발언 횟수와 강도를 높였지만, 전직 대표의 한계 때문인지 의미를 부여할 만큼의 선호도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2024년 3월 선호도 24%를 구가한 적도 있습니다. 박찬대, 처음 이름 올려...우원식, 계엄 1주년에 다시 등장 선호도 1%를 기록한 정치인은 김동연-홍준표-우원식-박찬대 (직함 생략)인데, 박찬대 의원이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입니다. 박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친명 정치인으로서 내년 인천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 이유로 보입니다. 민주당 내 이른바 명-청 갈등 이슈와 관련해 주목할 만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선호도 1%를 기록한 것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과 1월 두 차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응답자들이 회고적 반응을 보인 것 같습니다. 한국갤럽의 자료를 보면, 2022년 6월 이 조사를 시작한 뒤 한 번이라도 1% 이상 선호도를 기록한 인물이 19명이라고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 11명이 이름을 올렸으니 8명은 뒤로 밀린 셈입니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같은 이입니다. 장래 정치 지도자로 국민에게 인식을 심어 줬다는 점에서 수치로 나타난 선호도가 매우 높지는 않다 해도, 1%를 넘긴 이들의 정치적 잠재력에 주목하고 선호도나 지지도 추이를 눈여겨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대통령 측근 '7인회' 출신들의 '인사 청탁' 장면. 어제 하루 정치권을 달군 이슈 중 하나지만, 어제는 12.3 비상계엄 1주년에 다소 밀린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원조 친명 그룹이라는 7인회 출신들이 역시 그들과 대통령의 대학 동문이기도 한 인사를, 대통령실이 관여할 수 없는 민간 협회의 장(長) 자리에 앉히는 인사 청탁을 주고받았고, 대통령실 비서관이 '정권 실세' 의혹이 가시지 않는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전달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부적절했다면서 당사자 2명에게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오늘 오후 들어 해당 비서관이 낸 사직서가 수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인사는 지금까지 여러 정권에서 그랬지만 잘못 관리하면 정권을 심각하게 위태롭게 하는 리스크 요소라는 점에서, 어제오늘 여권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인사 청탁 관련 메시지 (출처 뉴스핌) 먼저, 인사 청탁의 대상이 된 자리와 대상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인 문진석 의원이 그제인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고받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청탁 내용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남국아 우리 중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하는 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너도 알고 있는 000이다.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봐"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문자 메시지 내용과 대통령실 반응을 볼 때, '훈식이 형'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현지 누나'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청탁 대상이 된 사람의 이름이 이미 공개돼 있지만, 인사 청탁의 부적절성과 관련해 이 사람의 잘잘못이 뚜렷하지 않아 여기서는 익명 처리했습니다. 대통령 측근들, 정치권 출신 동문의 자리 챙겨주려 해 인사 청탁의 대상이 된 자리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이고, 이 협회는 현대차 같은 국내 완성차 5개 사가 참여하는 민간 사단법인입니다. 협회 소속사들이 자동차 산업 관련 정책에 관해 원하는 내용이나 의견을 정부나 국회에 제시하고 협의하는 이른바 대관(對官) 업무 창구입니다. 협회 회장은 전에는 완성차 회사 최고경영자급들이 돌아가며 맡았는데, 2011년부터 자동차 산업 관련 정부 부처의 고위 관료 출신들이 맡아왔습니다. 연봉이 2억 원가량 한다고 합니다. 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선출하는 구조라서 대통령실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치인 출신이 회장을 맡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청탁의 대상이 된 인사는 정치권 출신입니다. 연합뉴스 인물정보에 오른 이 사람의 이력을 보면 그렇습니다. 정치 관련 이력으로 . 국회의원 보좌관 . 새천년민주당 제16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 . 열린우리당 제17대 국회의원선거 동작乙 국회의원 예비후보 .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지낸 이력이 기재돼 있습니다. 2019년에 KAMA의 상무급인 대외협력본부장 직을 수행한 기록도 있습니다. '대외 협력'은 이 협회의 주요 기능인 대관 업무이고, 이 때문에 문진석 의원은 이 사람이 협회장 자격이 있다고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정리해보면, 대학 동문인 문진석 의원과 김남국 전 비서관이 역시 동문인 정치권 출신 인사의 자리를 챙겨주려 한 것입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서 있는 이, 지난달 26일 국회 운영위 소위) 문진석 의원이 맡고 있는 여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와 함께 여당의 국회 전략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자리이고, 김남국 전 디지털소통비서관은 지난 9월 대통령실 조직 개편 때 홍보수석 아래에서 비서실장 아래로 위치가 바뀐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실 주요 업무인 디지털소통을 비서실장 아래로 둔 것이 강훈식 실장에게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홍보수석이라는 상관 아래 두지 않고 대통령이 원하는 업무를 곧바로 실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말들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이 신뢰하고 일을 맡기려는 측근이라는 얘기 같습니다. 이렇게 권력의 두 축인 여당과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의 측근으로 받아들여지는 사람들이 권한 없는 민간인 인사 청탁의 창구를 자임한 것입니다.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김현지 실장에게까지 청탁 전달됐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이번 파문은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실세' 논란 끝에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현지 실장에게까지 번졌습니다. 김남국 전 비서관의 반응을 볼 때, 이 정도 추천은 무리 없이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숱한 언론사 카메라들이 지켜보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 의원이 무감각하게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장면이 촬영된 것이 지난 2일이었고, 이에 관한 첫 보도가 나온 것이 그날 밤 12시 무렵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김 전 비서관이 말한 '추천'이 김현지 실장에게 전달됐을 수도 있습니다. 관련 보도 가운데는, '김 실장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전한 기사도 있긴 합니다. 청탁이 김 실장에게 전달됐는지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은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 실장에게 어려움 없이 청탁 전달될 것이라는 인식 드러나 문진석 의원의 문자 메시지 내용 가운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봐"라는 내용에 눈길이 갑니다. 문진석 의원과 김남국 전 비서관이 뜻을 함께했던 '7인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 나설 무렵 만들어졌고, 강훈식 실장은 5년 뒤인 2022년 대선부터 이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만큼 문 의원이 강 실장에게 거리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조 친명이라는 7인회 이전 측근들로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할 때 참모 그룹인 '성남·경기 라인'이 있습니다. 문 의원의 글은 강 실장에게는 부탁이 수용되지 않을 듯하니, 성남·경기 라인 핵심인 김현지 실장에게 청(請)을 넣어 달라는 말 같습니다. 김남국 전 비서관은 비서실장과 부속실장을 '형', '누나'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막역하다는 걸 내세우는 것이겠지요. 이렇듯 김 실장에게는 인사 청탁이 별 어려움 없이 전달될 것이라는 인식이 드러난 것은, 김 실장이 막강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세간의 의심을 더욱 짙게 하고 있습니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여권의 대응 안이해 이렇게 해명돼야 할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 여권은 '엄중 경고' 선에서 사안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오늘 JTBC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강훈식 비서실장이 김남국 비서관에게 눈물 쏙 빠지게 경고했다"고 했습니다. 경고했다는 건 비서관으로 계속 쓰겠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나서 3-4시간 뒤에 김 전 비서관이 사직서를 내서 수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따져볼 때, 시간을 끌 일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정치는 타이밍입니다. 우물쩍거리면 상황 판단 능력은 물론 기본적 인식이 의심 받게 됩니다. 민주당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문 의원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는 데 당 안에 이견이 없고 '엄중 경고'했다면서 거기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의혹 등에 대해 전광석화처럼 행해지던 윤리감찰단 회부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당의 관심은 문 의원이 원내운영수석부대표라는 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유지할 것이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당사자인 문진석 의원은 논란이 제기된 어제 국회와 당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고 합니다. 그러다 오늘 소셜미디어에 세 줄짜리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의 처신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송구하다면서, 앞으로 언행에 더욱 조심하겠다고 했습니다. 역시 현 수준에서 일이 마무리되길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문진석 의원이 비운 자리 (어제, 국회 운영위) 문진석 의원이 오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그러나 세간의 비판과 야권의 공세가 여기서 가라앉을까요? 당장 국민의힘은 관련자 4명 형사 고발과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까지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김현지 부속실장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두고 논란이 있었을 때, 저는 김 실장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 증폭될 것이고 결국은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논란이 있을 때 적절히 해소하지 않으면, 열대성 저기압이 수증기를 지속적으로 공급 받으면서 태풍으로 자라듯 정권의 위기가 심화할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차단해 주어야 합니다. 역대 정권의 많은 사례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지금이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명확히 해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대통령실이 어제 김남국 전 비서관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면서 내놓은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음을 알린다." 경고를 받은 직원이 누군지 세상 사람이 다 아는데, '내부 직원'이라고 합니다. 국민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할 수 없는 '홍길동'도 아니고, 김 전 비서관이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볼드모트'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태도는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닙니다. 특별감찰관 임명 계기로 삼아야...대통령도 원한다고 한 사안 사안에 접근하는 방식의 변화와 아울러, 이번 건을 특별감찰관 임명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에게 비위 행위가 있는지 감찰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때부터 9년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때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의 역할이 국정농단 사건으로까지 이어진 것 때문에, 권력자들이 꺼려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특별감찰관 임명을 포함시킨 것은 물론, 지난 7월 취임 1달 기자회견 때도 "특별감찰관 임명을 국회에 요청하라고 해 놨다"고 밝혔습니다. "권력은 견제하는 게 맞다.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 받는 게 좋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이제 공은 국회에 있습니다. 여야는 이번 건을 두고 정치 공방에만 몰두하지 말고, 이제라도 대통령 주변 권력을 제도적으로 감시 견제하기 위해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를 논의하기 바랍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최흥락
이재명 대통령 특별성명 발표 (오늘, 대통령실) "정의로운 통합"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낸 특별성명의 핵심은 이 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성명의 이름은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이었습니다.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낸 것을 평가하는 내용이 과거에 관한 것이라면, 오늘 이후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관한 메시지는 '정의로운 통합'에 담겨 있습니다. 성명 가운데 관련 내용은 이렇습니다. '빛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란의 진상 규명,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중략) 친위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그 시작입니다. 사적 야욕을 위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심지어 전쟁까지 획책한 그 무도함은 반드시 심판 받아야 합니다. 다시는 쿠데타를 꿈꿀 수 없는 나라, 누구도 국민 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입니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 특별성명 중) 이재명 대통령 특별성명 시청하는 모습 "국민 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는 나라 만들기 위해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 계엄 사태가 1년 지났으니 이제 '국민 통합'을 얘기할 때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여기에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성명 발표 뒤, '정의로운 통합'에 대한 기자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봉합이 아닌 통합을 말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지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함께 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란 사태를 미봉(彌縫)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는 것이고, 국민 여론도 이제 '통합'을 얘기할 때라고 보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나타내 보였습니다. 앞으로의 과정이 길고 지치더라도 치료는 깨끗하게 해야 한다면서, 계엄 사태를 치명적인 암에 비유했습니다. "만약 감기 같은 사소한 질병을 1년씩 치료하고 있다면 그건 무능한 것이겠지만, 몸속 깊숙이 박힌 치명적인 암을 제거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의로운 통합'의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내란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 진행 중인 사건을 진압하는 것" 과거 정부의 '적폐 청산'과 '내란 단죄'를 비교하는 질문에는 "내란 단죄와 과거 청산은 차원이 다르다. 내란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일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진압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은 어제는 국가권력을 이용한 인권 침해에 대해 "나치 전범 처리하듯" 처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는데, 오늘은 민주당에서 논의되는 '추가 특검'에 대해 "국회가 적절히 잘 판단할 것"이라며 긍정적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을 자극해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 등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내란 단죄'가 언제쯤으로 대략의 일정을 잡고 마무리할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고, 결국 '정의로운 통합'을 내세운 '내란 국면의 지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인식과 방향을 제시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는 자당의 입장을 두고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성과 사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이라는 요구에 대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장동혁 "당 대표로서 책임 통감"...계엄 불가피성 옹호하는 듯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메시지의 시작에서부터 계엄의 불가피성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입장 발표도 당의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언론을 상대로 한 발언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습니다.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습니다.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오늘 소셜미디어 메시지) 비상계엄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밝혀져야 할 사안입니다. 의회 폭거에 대한 항거는 계엄으로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주장이었고, 대통령 임기 초부터 기획되었다거나 부인 김건희 씨의 형사처벌을 막기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는 의심도 있습니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비상계엄의 책임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 있고, 그에 맞서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게 국민의힘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메시지 어디에도 당 내에서 제기되는 '반성과 사과', '윤석열과 절연'이라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제 인천 국민대회 연설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다. (중략) 과거 위에 현재가 있고, 현재 위에 미래가 있다.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 발언에 오늘 대응 기조가 예고돼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재섭 "장동혁, 계몽령 선언...왜 해제 표결 참여했나?" 국민의힘 안에서 '반성과 사과'를 주창해온 초선 김재섭 의원이 장 대표의 메시지를 맹렬하게 비판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 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 몹시 실망스럽다. 12.3 비상계엄이 '의회 폭거에 맞서는 계엄'이라면 장동혁 대표는 왜 해제 표결에 참여했는가? 보수 재건과 계몽령은 결코 함께할 수 없다. 우리 당을 폐허로 만든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면 대표의 자격도, 국민의힘의 미래도 없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오늘 소셜미디어 메시지) 장동혁 대표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에 1명입니다. 당시는 친한파로 분류됐던 장동혁 대표는 그 뒤 정치적 입장을 급선회했고,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 대표에 올랐습니다. 오늘 메시지도 극우 성향을 포함한 강성 지치층의 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고, 그가 선택한 최고 수위의 문구는 "당 대표로서 책임 통감"이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 "국민의힘 107명 의원 대표하여 국민께 사과" 그런데 예상 외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기자회견의 형식이었고, 허리 숙여 사과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오늘, 국회) 저는 지난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거나 또는 참여하지 못한 국민의힘 107명 국회의원들을 대표하여 지난 1년의 시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엄숙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중략) 국민들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오늘, 국회) 당 대표와 원내대표 다른 메시지...역할 분담에 진정성 의구심 송언석 원내대표는 자신이 대표로 한 사과에 국민의힘 의원 모두가 포함돼 있다고 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도 포함된다는 것이지요. 당 대표가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당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사과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송 원내대표가 대국민 사과 회견을 하는 것은 사전에 장 대표와 협의를 거쳤다고 합니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 있었다는 셈이죠. 일각에서는 장동혁 대표는 당의 강성 지지층을 향해, 송언석 원내대표는 중도층까지 포함한 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합니다. '당의 단합'을 말하면서도, 당의 수뇌부 2명이 서로 다른 수준의 메시지를 내는 게 국민의힘의 현실입니다. 이래서는 당의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의원 전원을 대표했다며 사과를 해도 그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의사를 확인했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확인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윤석열과 절연'에 대한 답은 "노 코멘트"였습니다. 국힘 의원 25명, 대국민 사과와 윤석열 절연·재창당 다짐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의사를 물었다고 밝힌 것은, '반성과 사과', '윤석열과 절연'을 주창해온 국민의힘 일부 재선 의원 그룹이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오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 재창당 수준의 정당 혁신을 다짐했습니다. 저희는 12.3 비상계엄을 위헌 위법한 것으로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주목할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재차 확인한 점입니다. 발표문 중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당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줄탄핵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웠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가 있었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의 틀 내에서 정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였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정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대통령 윤석열 파면'이라는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주요하게 지적한 대목입니다. 오늘 국민의힘 의원 25명 발표문에 담긴 이 내용은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이나 정당성까지 옹호하는 세력과 자신들을 명확히 구분하는 선입니다. 오늘 발표는 초재선 의원들이 주도했지만, 3선과 4선 의원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역구 초선 7명> 고동진·김용태·김재섭·박정훈·우재준·이상휘·정연욱 의원 <비례대표 초선 5명> 김건·김소희·안상훈·유용원·진종오 의원 <재선 9명> 권영진·김형동·박정하·배준영·서범수·엄태영·이성권·조은희·최형두 의원 <3선 3명> 김성원·송석준·신성범 의원 <4선 1명> 안철수 의원 정치적으로 보자면, 이들이 '윤석열 절연'과 '재창당'을 주창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당 수뇌부와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재섭 의원이 처음 '20명 정도'를 목표로 제시했는데, 그보다는 조금 많은 25명이 뜻을 모았습니다. 의원 20명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숫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앞으로 당 수뇌부와 다른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단적 움직임까지 갈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입니다. 다만 이들이 대국민 사과와 윤석열 절연, 재창당에 뜻을 같이하게 된 동기는 살펴볼 만합니다. 그래서 25명 중 지역구 의원 20명의 지역구를 분류해 봤습니다. 수도권 국힘 의원 47.4%가 참여...조직화할지 지켜볼 일 서울·인천·경기 수도권은 국민의힘 의원이 19명인데 9명이 이름을 올려 47.4%의 참여율을, 대구·경북은 전체 25명인데 4명이 참여해 16%, 부산·울산·경남은 전체 33명인데 6명이 참여해 18.2%, 강원과 충북은 전체 9명인데 2명이 동참해 22.2%의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영남보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위기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서는 주요한 국면에서 하나둘 '매듭'이 지어집니다. 그리고 그 매듭에 누가 어떻게 참여했느냐가 중요합니다. 당사자들인 정치인들이 알고,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이 잘 압니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국민의힘의 미래는 물론 한국 정치의 변화와 관련해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최흥락
정치권에서 이번 주 최대 화두는 수요일에 맞는 12. 3 비상계엄 1주년일 겁니다. 언론들이 지금까지 확인된 비상계엄의 실체와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의혹들을 다루는 기사들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계엄 1주년을 맞아 모레 3일 "'빛의 혁명' 1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어제 밝혔습니다. 메시지는 국내는 물론 국외를 향해서도 준비되고 있어서, 성명 발표 뒤에는 외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렇듯 여권은 대통령의 성명 발표를 중심으로 지난 1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계엄 1년을 어떻게 맞을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비상계엄 1주년이자 장동혁 대표의 취임 100일이 되는 3일에 과연 장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낼지,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할지를 두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 12.3 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국회의원 출입 통제는 위헌, 위법한 행위"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12.3 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 오늘, 경찰청 이런 상황에서, 오늘 경찰이 비상계엄 당시 경찰의 행적에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사과한 주체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었고, 오늘 오전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 자리에서였습니다. 사과의 대상이 된 경찰의 행위는 '국회 주변에서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한 것이었고, 이 행위는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의 일상을 위협한 위헌, 위법한 행위였다"고 적시됐습니다. 이 때문에 "묵묵히 국민 곁을 지켜온 현장 경찰관들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됐다"고 하면서, 유재성 대행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기소된 전직 경찰 수뇌부 주장 배척하고 "위헌, 위법 행위" 규정 12.3 계엄 당시 경찰의 행적과 관련해서는,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과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혐의입니다. 경찰력을 동원한 국회 통제와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 편성과 운영이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인데, 국회 통제에 대해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국회 통제는 치안 유지에 불과하다"고,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국회에 투입된 기동대 360명으론 내란죄에 해당하는 폭동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 운영은 사과 내용에 담지 않지만, 계엄 당시 경찰의 국회 통제를 위헌, 위법한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전직 경찰 수뇌부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 경찰 수뇌부가 사건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왜일까요? 경찰, '헌법존중 TF' 통한 진상 규명과 징계 의지 드러내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이하 TF)'가 정부 부처별로 구성돼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군, 외교부, 행안부 등과 함께 '집중 점검 대상 기관'에 속해 있습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대행을 단장으로 한 TF가 23명 규모로 꾸려져 지난달 23일부터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비상계엄 1주년을 이틀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본격적인 TF 활동에 앞서 진상 규명과 징계에 대한 경찰 수뇌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였다고 해석됩니다. 군에서 계엄버스에 탑승했던 육군 법무실장을 당초 '근신'이라는 경징계에서 '강등(준장→대령)'이라는 중징계로 변경한 것도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가 나서서 군의 징계 수위가 약하고 질타한 것을 보면서, 경찰도 자세를 다잡아야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군과 경찰의 이런 동향은 집중 점검 대상 기관에 속한 다른 정부 부처의 TF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다. 국민의힘, 12.3 계엄 관련 '반성과 사과' 두고 갈등 지속 공직 사회에서 이런 움직임이 큰 저항 없이 수용되는 것은 12.3 비상계엄이 위헌, 위법한 조치였고 이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된 것 역시 당연하다고 보는 여론이 다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론의 지형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에선 비상계엄 1주년을 어떻게 맞을지를 두고 오늘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장외 집회에서 당 지도부 가운데 처음으로 '불법계엄에 대한 반성'을 주장했던 양향자 최고위원은 오늘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번 당 차원의 반성과 사과를 주장했습니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계엄 불법' 발언에 항의하는 모습/ 지난달 29일, 대전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 (중략) 우리 당은 대통령의 오판을 막지 못했다. 우리가 낳은 권력을 견제하지도 제어하지도 못했다. 따라서 우리 당 모두의 잘못이고 책임이다. (중략)많은 지지자들이 여전히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빼앗긴 정권, 잃어버린 대통령을 놓지 못하고 있다. 몇몇은 급기야 우리 안의 배신자를 만들어 낙인을 찍고 돌을 던지고 심지어 목을 매달려 하고 있다. 이런 반(反)지성과 울분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천벌 받을 일이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오늘 최고위원회의 발언 중) 불법 계엄과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재건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이성적인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여전히 윤석열이라는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있어서 당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양향자 최고위원이 이 말을 하는 동안 장동혁 대표는 별달리 반응하지 않았고,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키는 장동혁 대표가 쥐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대국민 사과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논거 중에 하나는 이미 몇 차례 당 지도부의 사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 지난해 12월 30일 비대위원장 취임사 중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 / 지난 1월 10일 관훈클럽 토론회 "진짜 느닷없는 사건으로 국민들께 이런 큰 혼란과 충격을 드려서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또 집권 여당의 일원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당시 대선 후보 / 지난 5월 12일 채널A 인터뷰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몇 차례 사과에도 진정성 회의적...지속적인 사과 요구에 직면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 지도부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왜 또다시 사과 요구에 직면해 있느냐입니다. 사과를 했다고는 해도 마지못해 한 것 아닌가, 진정성이 있긴 했던 것인가라는 비판과 의심을 피해 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과 의사를 밝힌 뒤에도, 성찰과 반성, 사과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치적 행보를 거듭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당 안에서도 지속되는 것이고, 한 예로 한동훈 전 대표의 경우는 "국민이 충분하다고 하실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오늘 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중앙일보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봐도, 응답자의 과반인 52.4%가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래 표에 구체적인 수치가 나와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사과 문제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윤석열과 절연 없는 사과'라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도 수긍하기 어렵고,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 장동혁, "과거에서 벗어나자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 장동혁 대표는 오늘 인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다시 한번 사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습니다.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다. (중략) 과거 위에 현재가 있고, 현재 위에 미래가 있다.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 나은 현재,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변화된 현재, 더 변화된 미래이다. 뚜벅뚜벅 국민만 보고 민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답이다. 이제 하나가 돼야 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오늘, 인천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 연설 중)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국민대회 연설/ 오늘, 인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기반으로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직면한 장동혁 대표. 지난달 22일부터 전국 여기저기서 '국민대회'를 열며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는 장외 여론전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확장'이라는 선거의 기본 공학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강성 지지층 중심의 집토끼부터 확실히 하자는 자세로 일관해 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장동혁 대표가 모레 12.3 비상계엄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를 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연설 내용을 봐도 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다만 국민의힘이 내일 경기 용인에서 열 예정이던 '국민대회'를 취소한 것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는 12.3 전날인 내일까지 장외 집회를 열어 대정부 공세를 지속할 예정이었고 그럴 경우 이튿날인 12월 3일 갑자기 '반성과 사과' 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이 내일 하루를 다소간의 소강 국면으로 가져갈지, 그렇다면 왜 그런 판단을 한 것인지...12월 3일 아침 국민의힘 당 대표가 어떤 말을 하는지가 답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대통령 지지율 6%포인트 상승해 63% 기록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0%대인 63%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늘 나왔습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인데, 지난주 57%에서 1주일 사이 6%포인트 오른 결과입니다. 지지율이 회복된 이유를 중심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성인 천 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지역별, 연령별, 이념 성향별 지지율을 보면?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3%로 나왔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9%로 지난주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지율이 60%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주 47%에서 70%로 크게 오른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구·경북도 긍정 응답이 47%, 부정 응답이 44%로 오차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49%)와 70대 이상(50%)을 제외하고 모두 60%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고, 40대(77%)와 50대(72%)에서는 70%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념 성향별로 분석할 때 주목할 것이 중도층인데, 중도층은 지난주 63%에서 72%로 9%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지난달 29일, 경주) 에이펙 정상회담 기념 촬영 (지난 1일, 경주) 긍정 평가 이유, 외교 - 경제·민생 - 에이펙 성과 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 평가한 이유로는 '외교'가 30%로 가장 높았고, '경제·민생' 1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과'와 '전반적으로 잘한다'가 각각 7%였습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가 14%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외교' 11%, '친중 정책·중국인 무비자 입국'과 '경제·민생'이 각 7% 순이었습니다. 긍부정 평가 이유(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지지율 63%의 공통점, 대통령 외교 활동 후 여론조사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3%를 회복한 것은 9주 만입니다. 한국갤럽의 조사로는 9월 첫째 주에 63%였습니다. 이 두 차례 지지율 63%의 공통점은 대통령의 외교 활동 결과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점입니다. 9월 첫째 주 조사에는 대통령의 한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주요 변수였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번에도 긍정 평가 이유의 첫 번째와 세 번째 이유가 외교 활동이었습니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관련된 문항이 있었는데요, '지난주 경주에서 진행된 APEC 정상회의가 우리나라 국익에 어느 정도 도움 됐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4%가 '국익에 도움 됐다'고 답했고, 13%는 '도움 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에서도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64%였고,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60%가 국익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50%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고,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부정 평가를 한 응답자의 43%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들과 만나 국익을 증진시키는 행위는 다른 정치인과 구별되는 대통령의 고유 영역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가 있는 외교 활동 뒤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고,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이를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지율 추이 (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지지율 50%대 하락 원인, 조국 사면과 민주당 강경 드라이브 그런데, 취임 초 60%대를 달리던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다가 외교 활동 직후 60%대를 회복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50%대로 떨어지는 이유를 살펴볼 만합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로 떨어진 것은 8월이었고,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 특별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었습니다. 이는 대통령 본인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지지율 하락을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9월 하순부터 지지율이 50%대에 머물렀던 데는 민주당의 강경 드라이브가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추진 같은 대법원장 사퇴 압박이 '독재/독단'으로 비쳐졌습니다. 추미애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법사위 여당 의원들의 움직임 때문이었고 대통령실은 일정하게 거리를 두려 했지만, 부정적 여론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 영역까지 밀려 들어왔습니다. 대통령은 직접 하지 않은 일, 여당에서 벌인 일 때문에 점수가 깎이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부정 평가 이유 1위, 재판중지법 논란...여당발 이슈가 대통령 평가에 영향 이번 조사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 부정 평가 이유로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가 첫 번째 이유로 꼽혔다는 점입니다. '본인 재판 회피'라는 것은 재판중지법 추진 논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 본인이 자신에 대한 재판을 중지시키는 법안의 추진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일찍이 밝혔는데도, 여당에서 재판중지법 입법 공론화를 시도하다가 당사자인 대통령이 '자신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재판중지법 얘기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이 건 역시 대통령 본인이 아니라 여당에서 일으킨 일인데, 이 또한 부정적 여론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하는 경우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하거나 하려는 응답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재판중지법 논란이 없었어도, 대통령 지지율이 63%에서 더 올라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대통령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응답자들에게, 여당에서 부정적 평가를 할 명분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장에선 아쉽거나 억울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은 '여권'이라는 한 묶음으로 인식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어떤 정치적 행보를 했다가 여차하면 '여권 내 갈등'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실제 갈등이 격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의 디커플링...지방선거 앞두고 어느 정도 발생? 대통령과 여당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당위(當爲) 수준의 말이지만, 구체적 사안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사이는 대통령과 여당 사이 엇박자나 불협화를, 동조(同調)가 안 되는 것을 가리키는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말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반 년도 안 됐는데, 디커플링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느냐"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전 정권의 사례를 되돌아보자면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장에 강성으로 분류되는 여당 정치인들이 포진해 있고,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시스템에 의해 민주당은 당원들의 입김이 세져 있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과 선거 승리를 지상목표로 삼는 정치인들이 강성 당원들의 주장과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지금의 민주당 현실. 이런 사정 때문에, 앞으로도 여당의 행보와 나라 전체를 아우르겠다고 하는 대통령의 행보가 늘 동조(同調)되는 건 아닐 겁니다. 이전 정권에서 볼 수 없었던 정치적 현상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서 일어날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여권, 11월 들어 '정년 연장' 논의 가속화.."연내 입법 목표" 여권에서 이달 들어 '정년 연장'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목표는 올해 안에 관련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것입니다. 정년 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이미 지난 6월 정부가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법안을 연내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이슈는 아닙니다. 연말 기준으로 두 달 정도 남은 시점인 이달 초부터 논의에 속도를 내는 상황입니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 1차 회의 (지난 3일) 3일 민주당 정년연장특위 개최 -> 5일 양대 노총, 연내 입법 촉구 먼저 이번 주 월요일인 지난 3일, 민주당이 정년연장특위를 본격적으로 띄우면서 연내 입법 추진 의지를 다졌습니다. 이틀 뒤인 어제는, 양대 노총이 국회와 정부를 향해 올해 안에 65세 정년 연장 입법을 마무리해 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두 노총의 입장은 '이미 논의는 충분히 됐고, 이제는 결단할 때가 됐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지난 4월부터 당사자인 노동계와 경영계 입장을 확인했으므로 이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으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양대 노총, 정년연장 연내 입법 촉구 기자회견 (어제, 국회) 오늘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 민주노총 방문 정책 간담회 개최 하루 뒤인 오늘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민주노총을 방문해 정책 간담회를 열고 노동계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단계적 연장이 이미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로 상당히 반영된 만큼 의견을 경청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오늘 민주노총 정책 간담회) 정청래 민주당 대표, 민주노총 방문 정책 간담회 (오늘) 여당 대표의 오늘 민주노총 방문이 정년 연장 논의와 직결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말도 했습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이재명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이며 민주당의 영원한 동반자다." "노동 가치가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인 동시에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목표이기도 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오늘 민주노총 정책 간담회) 사실 진보 정권과 민주노총의 관계가 늘 원만했던 것은 아닙니다. 노동에 대한 가치관과 시각의 방향이 비슷하다고 해도, 막상 집권 세력이 된 뒤의 민주당은 민주노총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갈등한 사례가 많습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협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1999년 탈퇴한 뒤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인 민주당 대표가 민주노총을 찾아 노동계를 '가장 강력한 정권 지지 세력'이라고 한 것은 정년 연장 논의에서 주목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쟁점은 연장 착수 시기와 간격, 정년 연장 노동자의 고용 형태...'2033년 65세 연장' 목표대로? 정년 연장 논의에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와 정년이 연장된 노동자의 고용 형태입니다. 세대와 노사 간에 입장이 갈립니다. 정년 연장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65세와 2033년입니다.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될 때 연금을 받는 나이가 60세였는데, 그 뒤 연금개혁을 거쳐 5년마다 1세씩 늦춰져 2033년에는 65세로 늦어집니다. 지금의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하면, 퇴직 후 5년간 국민연금 수입마저 없는 소득 공백 이른바 '연금 크레바스(crevasse)'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2033년에 65세 정년'이라는 목표가 대전제처럼 제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정년을 연장하면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단계적으로 연장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출된 정년 연장 관련 법안(정식 명칭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8건이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서 검색되는데, 그중 절반 정도에서 연장 일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영교, 김주영, 이용우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하되, 시행일로부터 2027년까지는 63세, 2028년부터 2032년까지는 64세로 연장한다고 돼 있습니다. 61세와 62세를 건너뛰고 63세로 확 늘리는 안입니다. 이 법안들은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하는 데 초안 같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 논의에서는 61세부터 1년씩 늘리는 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의원들의 개별 법안을 정리해서, 여당의 통합된 법안이 곧 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률적 법적 정년 연장' vs '퇴직 후 재고용' 정년이 연장된 기간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노동계는 정년은 연장하되 급여와 복지 등 노동 조건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법적 정년 연장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경제계는 60세가 되면 일단 퇴직한 뒤 재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고용 대상을 선별하는 일이 있을 수 있고,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임금과 복지 수준을 줄이려 할 수 있어서 노동계가 반대하는 대목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재론될 수 있습니다. 올해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이 정년 연장 법안 5건에 대해 낸 검토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일본은 노동자가 원할 경우 사업주는 65세까지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고, 연장 방식으로는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우선 퇴직 후 매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형태가 다수라고 합니다) 도입, 정년 폐지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몇 세까지 연장할지 정한 뒤, 매년 1-2개월이나 3개월씩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안을 채택했습니다. (출처: 국회 환경노동위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 2025.7.) 우리나라에서 정년 연장 착수 시기와 간격을 두고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 10월 1일자 <한겨레>가 2029년부터 3년마다 1년씩 정년을 늘려 2041년 65살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민주당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정년 65세가 되는 시점이 2033년보다 8년 늦은 2041년이 된 것은, 정년을 1년씩 늘리는 간격을 3년으로 잡고 있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정년 연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 안으로 보입니다. 이 보도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당의 TF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조선일보>는 2029년부터 정년을 1년씩 연장해 2033년에 65세로 늘리는 안이 유력한 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대신 특정 시점까지는 경영계가 요구하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한시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인데, 이런 내용이라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연장 착수 시기와 간격, 연장된 정년 기간 동안 고용 형태 등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와 협상이 이뤄져야 실제 연내 입법이 이뤄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대타협 필요한 사안..경사노위 역할 주목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측에서는,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장년층의 소득 보전, 인구 감소로 부족해지는 노동력 충원, 연금 재정 안정화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청년 고용 위축과 기업의 부담 증가를 꼽고 있습니다. 대기업, 공공기관은 정년 연장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노동 시장 안에서의 격차인 셈입니다. 이렇게 세대와 노사 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사회적 대타협 방식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민주당이 의석수의 우위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닙니다. 청년층을 의식하면 그러기도 어렵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년 65세 연장에는 동의하면서도 여타 사안에 대해 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불투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김지형 전 대법관이 신임 위원장으로 취임한 경사노위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경사노위 같은 사회적 합의체에서 정년 연장에 대해 의견을 모아준다면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민주노총 방문길에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이 대통령, 여당 의원 등의 환호 속에 예산안 시정연설 시작 오늘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연설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 의석을 향해 인사하자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마치 개선장군을 맞는 듯한 함성 같았는데, 외교 슈퍼위크를 마무리하고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기대했던 것은 이런 분위기였을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 박수와 환호 속 국회 본회의장 입장 (오늘) 이 대통령은 예산안을 설명하기에 앞서, 에이펙 정상회의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하나하나 나열해 가며 설명했습니다. 이 대목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 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이재명 대통령, 오늘 국회 시정연설 '최악의 상황'이란,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와 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었다"고 한 것은, 그만큼 노력이 고생스러웠고 그래서 그만큼 제대로 평가 받고 싶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이런 대통령의 생각이 어제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동'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통령이 외교 성과로 제시한 내용은 대부분 알려진 것이었지만, 이 부분에 눈길이 갔습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재명 대통령, 오늘 국회 시정연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연료의 확보가 핵심적이고, 이 때문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같은 후속 조치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획기적 계기 마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인데, 이번 한미 간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곧 공개될 텐데 어떤 내용이 담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한국을 방문해 오늘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한 미국의 피트 헤그세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린다. 당연히 군 당국에선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AI 시대' 강조.."국방 외부 의존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닌가?" 새해 예산안의 핵심 문구는 'AI 시대를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입니다.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가 728조 원으로 올해보다 8.1%나 늘어났는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10조 천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올해 관련 예산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재래식 무기체계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무기체계로 개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하게 전환하여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습니다. 북한 연간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습니까?" - 이재명 대통령, 오늘 국회 시정연설 이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지난달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는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시 작전통제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이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환수' 대신 '회복'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원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연설에서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습니까?"라는 말로, 이성적 측면은 물론 감정적 측면까지 메시지 전달에 활용했습니다.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반대했던 군 장성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일갈했던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시정연설 보이콧..."전형적 포퓰리즘 예산안" 비판 국민의힘, 시정연설 보이콧 시위 (오늘, 국회) 오늘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 대해 어제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야당 탄압이라며 시정연설 참석을 거부한 것입니다. 대신 대통령의 국회 도착에 맞춰 본청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는데, 검은 마스크와 넥타이 같은 어두운 색 차림에,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달았습니다. 이 대통령이 도착하자 일부 의원들은 "범죄자 왔다. 범죄자", "꺼져라", "재판 받으세요"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국회의장과 함께 의장실로 이동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시작하면서, 비어 있는 국민의힘 의석을 향해 "좀 허전하군요"라고 말하기도 했고, 연설을 마무리하는 대목에서는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는 말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국민의힘 빈 의석 언급 (오늘, 국회) 국민의힘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역대 최대 적자예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비판하면서 감액을 벼르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사랑상품권, 농어촌 기본소득 같은 현금성 지원 예산은 내년 지방선거용'이고, "미래 세대에게 빚 폭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아직 문서화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GPU 26만 장 확보나 주가지수 4,000 돌파 등 민간 기업이 만들어낸 성과를 마치 자신들의 업적인 양 포장하며 '성과 홍보 정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장동혁 "마지막 시정연설 돼야 한다"...'재판 재개' 거듭 주장 그런데 오늘 보이콧 과정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해서 무슨 말인가 의아했습니다. 발언 전문을 보니, 대통령 재판 재개 얘기였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1번만 하면 이재명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이재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중략) 원내대표님 말씀하셨지만 이제 전쟁입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모든 힘을 모아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의 5개 재판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아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오늘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서 국회에 옵니다.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되어야 합니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오늘 국민의힘 의원총회 어제 대통령실이 제동을 거면서 민주당이 공론화하려던 재판중지법 추진은 중지됐습니다. 여권의 말로는 그냥 미루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안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재판 재개'를 이슈로 끌고 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호응해야 할 여당이 발을 빼니 이 이슈가 커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재판중지법에 대한 여권의 사정을 다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오늘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영혼까지 갈아 넣었다"고 한 대목을 떠올려 보면, 외교 슈퍼위크의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으면서 그 결과 'AI 시대' 같은 국정 과제 수행의 동력을 얻고 싶어 하는 강한 의지가 읽힙니다. 그래서 어제 대통령실 대변인에 이어,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나서 재판중지법에 제동을 건 대목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어제 브리핑을 하면서, 모두 발언에서 한 말과 기자들과 문단 과정에서 한 말을 보겠습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브리핑 (어제, 대통령실) 모두 발언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기자 문답 "대통령께서는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않고, 우리가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셨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어제 대통령실 브리핑 '대통령이 자신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메시지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면, '대통령이 자신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다'는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으로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여당에서 재판중지법 추진이라는 '정쟁'을 일으키는 것은 방해가 될 뿐이라는 인식을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분명히 한 것입니다. 정쟁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싸움이죠. 늘상 있는 일이지만, 생산성 없는 논쟁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도 자주 쓰입니다. 대통령이 말한 정쟁은 부정적 의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대통령실과 민주당 간에 불협화음이 또 생길 수 있겠지만, 대통령으로서는 국정 수행과 정쟁 사이의 기준을 분명히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까지 나타난 대통령실과 민주당 지도부의 관계를 되돌아보면, 이 대통령의 뜻대로 흘러갈 거라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당장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재판중지법 추진을 다시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재판중지법 관련 상임위원회인 법사위 소속 박균택 의원이 오늘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할 말입니다. "저는 경우에 따라서는 할 필요가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발목 잡을 거리가 저것밖에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국힘 의원들이 저거 하나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분위기 아닙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헌법상 당연한 원칙을 입법을 통해서 확인해서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주는 것, 이것도 정치가 할 영역이 아닌가 싶어서 저는 국힘 의원들이 여기서 논의를 앞으로 중단해 주면 좋겠지만 계속 물고 늘어진다고 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통과시키자라고 또 주장을 해 볼 생각입니다." - 박균택 민주당 의원, 오늘 MBC 라디오 인터뷰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박홍근 의원은 어제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당 지도부의 재판중지법 공론화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우리 민주당 내의 다소 성급하고 오락가락한 대응 과정 또한 세련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는 국정을 무한책임지는 집권여당이므로 대통령실과의 불통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현안일수록 개별 의원의 앞선 주장에 맡기지 말고 지도부가 창구를 분명히 해서 대통령실과 사전에 그리고 수시로 더 긴밀하고 정교하게 소통하여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은 덜고 성과는 더하는 지혜를 제대로 발휘해주기를 기대합니다." - 박홍근 민주당 의원, 어제 소셜미디어 글의 일부 국민의힘이 '재판 재개' 같은 정쟁 이슈를 지속적으로 던지고, 여기에 민주당 개별 의원이 대응하면서 국정 목표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대통령실의 판단과 다른 행보를 보일 때, 민주당 지도부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라는 본질적 차이는 갈등을 기본적으로 내포하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외교 슈퍼위크가 끝나자마자 정쟁의 불길이 다시 타오를 것 같았는데, 한 자락이 사그라드는 모양새입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중지하도록 명문화하는 법안 얘기입니다. 민주당, "재판중지법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하루 만에 180도 선회 민주당은 오늘(3일) 당 지도부 간담회를 거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재판중지법 입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 어제 민주당의 기조가 불과 하루 만에 180도 뒤바뀐 셈입니다. 어제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발언부터 보겠습니다.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 논의가 지도부 차원으로 끌어올려질 가능성과, 이달 말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기자간담회, 어제)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우측, 어제 기자간담회) '가능성'이라는 말이 붙어 있긴 했지만 어제 당 수석대변인의 말은 재판중지법 공론화 방침으로 읽혔고, 민주당이 지도부의 결정을 거쳐 이달 안에 입법하려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방침이 국민의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전에 기소된 재판 5건은 모두 중지돼 있는데, 지난달 31일 그 중 1건인 '대장동 사건' 1심 재판 결과가 나오자 보인 국민의힘의 반응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에 대해 중형이 선고되자,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도 재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 때문에 국정 안정을 위해서라도 재판중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였습니다.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에 대한 5대 재판을 개시하라고 군불을 때니 민주당이 끓지 않을 수 없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기자간담회, 어제) '대장동 1심 판결' 아전인수식 해석이 논란의 도화선 정쟁의 불길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군불을 때서 시작된 것이고, 민주당은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대장동 사건' 1심 재판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자당에 유리한 대로 판결 내용 일부를 끌어다 주장을 펼쳤습니다. 먼저 민주당. 판결 내용 가운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유동규 등과 민간업자의 유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대목을 들고 나왔습니다. 민간업자와 유착 관계를 몰랐으니, 이재명 당시 시장은 대장동 일당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고, 기소 역시 명백한 정치 조작이었으니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선고공판 출석 (지난달 31일) 반면 국민의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한 판결 내용 가운데,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민간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도 나타난다'는 대목에 주목했습니다. 성남시의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했다고 하니,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연관성도 당연히 인정된 것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오늘도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오늘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대장동 사건' 서울지법 22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판단 안 내려 이렇게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이나 책임에 대한 판단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는 것은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22부가 이재명 피고인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재판부로서는 그런 판단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이 사건을 다루면서 나름의 심증이 형성됐을 수 있지만, 이재명 피고인 사건은 다른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33부가 다루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형사22부가 배정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한 판단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달 31일 선고 이후 이달 1, 2일까지 사흘간 양당이 벌인 공방은 법률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공방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대통령 재판 재개 가능성' 서울고법원장 발언도 도화선 민주당이 어제 재판중지법 공론화 움직임을 보인 데는, 대통령 재판을 대통령 임기 중 재개하는 게 불가능한 것 아니라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장 발언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지난달 20일 국감에서 한 발언 내용은 이렇습니다. -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질문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언제 마무리할 거냐.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재명 정부 중에도 언제든 기일을 잡아서 할 수 있는 것이냐?" =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 답변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질문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 답변 "불가능한 건 아니다." 김대웅 법원장은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재차 질문하자, "현실 재판이 아니고, 이론적으로 재판이 (소추에) 포함된다는 견해도 있고,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는 것"이라며 원론적 답변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 한다'고 돼 있습니다. 소추, 즉 기소 대상이 안 된다는 조항인데, 이미 기소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는 아직도 해석이 갈리는 상황입니다. 김대웅 법원장은 헌법 해석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소개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답변이 정치인들의 귀를 때렸을 것은 분명합니다. 대통령 기소 5건 재판, 대부분 '헌법 84조' 직간접 근거로 중지돼 대통령이 기소된 5건의 재판은 '공판 날짜를 나중에 정하겠고 그때까지는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는 이른바 '추후 지정' 형태로 중지돼 있습니다. 이 5건 가운데 재판부가 '헌법 84조'를 중지 이유로 명시한 재판은 2건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 대장동 사건 재판입니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혐의 사건 재판을 모두 맡고 있는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이재명 피고인이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헌법 직무에 전념하고, 국정 운영의 계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재판을 중지시켰습니다. 헌법 84조를 근거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헌법 84조를 해석해 재판을 중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1건인 위증교사 혐의 사건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 시절에 '피고인의 대선 후보 등록'을 이유로 재판을 중지시켰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맡은 재판부들은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해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법에 대한 해석은 법관들에게 있는 것이어서, 재판부가 마음을 바꿔 '재판을 하는 게 맞겠다'며 재판을 재개한다고 한들 이를 제어할 방법은 없습니다. 더욱이 앞으로 해당 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들이 교체되면, 기존의 '재판 중지'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이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게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했을 수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장의 국감 발언이 논란을 부른 상황에서 대장동 사건 1심 판결 이후 국민의힘이 재판 재개를 들고 나오니까 재판중지법 공론화라는 민주당의 대응이 나온 것 같습니다. '재판중지법 공론화' 방침, 왜 하루 만에 180도 선회? 그렇다면, 왜 불과 하루 만에 민주당 방침이 180도 선회한 것일까요? 민주당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관세 협상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 등에 집중할 때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오늘) 아세안 정상회의를 전후한 외교 슈퍼위크의 성과가 전면에 부각되어야지, 정쟁의 불길 뒤로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외치 성과가 번번이 여당발 이슈에 묻힌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한 판단으로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이 '대통령실에서 관련 요청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에) 당 지도부 논의 결과를 조율해 통보했고 그대로 수용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어제 공론화 방침에서 불과 하루 만의 사실상 철회. 그 사이에 여당 안에서 변수가 있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대통령실의 의사'라는 변수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오늘 나온 대통령실의 입장도 그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강유정 대변인은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데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 입장에 대해선 바뀐 바가 없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오늘 브리핑) 대통령실 "불필요한 법안"…'대통령의 의중' 사실 공개 그 뒤에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대통령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한 법안"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은 중지된다는 게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이며,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로 해석한 바 있다. 헌법상 당연히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오늘 대통령실 브리핑)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오늘, 대통령실 브리핑) 이미 재판 5건이 중지돼 있고, 사법부의 전반적인 헌법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기정사실'로 두자는 취지로 보입니다. 만약 특정 재판부가 재판을 재개한다면, "그때 가서 위헌심판을 제기하고 재판중지법을 입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 실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에 재판중지법안을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민주당의 공론화 방침에,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었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강 실장은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기를 당부 드린다"고 하면서, '자신이 밝힌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됐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생각이 대통령실의 생각과 같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재판중지법 추진은 확실히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 같습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게 아니라 아예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재판중지법이라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확실히 끝난 이슈일까요?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여권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입법이 가능한 상태죠. 여권이 그런 마음을 먹는 상황이 온다면 재판중지법 논란은 얼마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을 따지려면, 이번 논란을 되짚어보면 되겠습니다. 우선 서울고등법원장의 국감 답변으로 촉발된 '법원에 의한 재판 재개' 가능성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재판 5건을 맡은 재판부 가운데 어디서라도 '재판 중지' 방침을 바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재판 지속 문제는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해석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관들이 다른 재판부의 이전 결정을 뒤엎는 결정을 잘 하지 않고 대개는 꺼린다는 점에서 재판 재개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밝힌 대통령실의 판단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공동 피고인들 재판은 진행 중…판결 선고되면 논란 재연 가능성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재판 가운데, 이 대통령 재판은 중지됐지만 함께 기소된 공동 피고인들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대장동 사건 재판의 경우가 그런 것이죠. 대선 전에 재판 중지된 위증교사 혐의 사건 항소심은 김진성 씨가 공동 피고인이지만 전체 재판이 중지돼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은 함께 기소된 공동 피고인이 없습니다. 나머지 3건에, 재판이 진행되는 공동 피고인들이 있습니다. 대통령 측근인 정진상 피고인 등이 기소된 재판 3건은 이 대통령 재판이 중지된 것과 관련 없이 진행되고 있고, 대통령 임기 중에 1심과 항소심 재판 결과가 줄줄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대통령의 사건 관련성을 두고 이번처럼 정치적 논란이 재연될 것은 자명할 것이고, 여권에서 재판중지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을 텐데, 오늘 확인된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이 계속 지켜질지도 또 하나의 변수가 되겠습니다. 디자인 : 정유민
대통령 지지율 5%p 떨어져 55%...한국갤럽 조사에서 최저치 매주 금요일마다 나오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주 60%에서 5%포인트 떨어져 55%를 기록했습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4%로 전주보다 3%포인트 올랐고, '의견 유보'는 11%로 집계됐습니다. 이 조사는 이번 주 화요일인 23일부터 어제 25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조사원의 전화를 받은 응답자가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기계의 안내음에 따라 응답하는 자동응답방식(ARS)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적거나 없는 층, 정치적 중도층의 의견까지 담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추이 (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한국갤럽 "조희대 사퇴 압박 등 여당 주도 사안이 대통령 평가에 반영" 이번 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기록한 지지율 55%는 이 대통령 취임 후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비슷한 수치가 8월 중순에 나온 56%였는데,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 등에 대한 광복절 특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반영되던 때였습니다. 한국갤럽은 이번 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진실 공방, 내란 재판부 변경 등 여당 주도 사안들이 대통령 평가에도 반영된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여당이 최근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압박과 공세를 가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대통령 긍정·부정 평가 이유 (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부정 평가 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은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독재/독단'이 11%를 차지했고, '대법원장 사퇴 압박/사법부 흔들기'가 5%를 기록했습니다. 독재/독단 11%는 지난주에 비해 3%포인트 상승한 수치이고, 대법원장 사퇴 압박은 이번 주에 새로 등장한 부정 평가 이유입니다.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그 사유로 꼽은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 5%포인트 하락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여당 주도의 강공 드라이브가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국갤럽은 분석한 것입니다. 정당 지지율 추이 (출처 한국갤럽 홈페이지) 민주당 지지율도 3%p 하락해 38%..역시 한국갤럽 조사 최저치 그럼, 정당 지지율은 어떨까요? 더불어민주당이 38%, 국민의힘이 24%를 기록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조사 대비 3%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민주당이 기록한 지지율 38%도 이 대통령 취임 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나온 결과 중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늘어난 것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연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4년 전 국민의힘 시위 장면 보는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 지난 24일) 정청래 대표 평가 43% 대 44%...무당층에서는 부정 평가가 2배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정청래 대표가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 43%, '잘못하고 있다' 44%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응답자를 좀 더 세분해서 봤습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한 응답자들은 '잘하고 있다' 23%, '잘못하고 있다' 47%였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라고 한 응답자들은 '잘하고 있다' 44%, '잘못하고 있다' 42%로 나타났습니다. 중도층의 응답 양상은 전체 응답과 거의 비슷했지만,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無堂)층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2배가량 됐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무당층은 응답자의 30%였습니다. 현재 정치 상황에서 지지할 만한 정당을 찾지 못하겠다고 한 국민들 가운데 정청래 대표의 역할 수행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많다는 점은, 민주당으로서는 지지층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친명계 중진, 법사위의 '조희대 청문회' 드라이브 비판 한국갤럽은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의 강경 드라이브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런 시각이 확산되면 될수록, 그리고 이런 지지율 추이가 계속되면 될수록 여권 내부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 중진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어제 발언이 그 도화선으로 보입니다. 원조 친명 그룹 '7인회'의 멤버인 김영진 의원은 어제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 법사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추진을 "약간 급발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를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청문회 개최의 근거로 제시된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등 '4인 회동 의혹'과 관련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청문회를 열어서 추가적으로 사실을 확인하자고 할 만큼, 관련 의혹이 근거 있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추미애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나경원 의원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김영진 의원의 발언 가운데 주목할 대목은 국회 법사위와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에 대한 지적입니다. 법사위를 겨냥해서는 "마치 모든 정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절제되고 조정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추미애 의원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이른바 '추나 대전'에 대해서는 "1차 추미애-윤석열 대전, 2차 추미애-한동훈 대전에 이은 3차 대전인데, 그동안 전쟁의 결과가 적절하거나 좋았던 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추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는 썩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의 "여당이 더 많이 양보" 주문 통하지 않아 여당에 대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도 궤를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우 의장은 어제 S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여당은 여당답게, 여당의 태도를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절제가 가진 미덕이 크다"고 했습니다. "문을 좀 열고 야당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여야 지도부와 점심을 같이한 자리에서 여당의 양보를 부탁했습니다.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 특히 여야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먼저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해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되고 여당에는 국정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여야의 틀을 넘어서 국민과 나라 전체를 봐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한 주문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여당이 국정 전체의 관점에서 야당에 양보한 일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신임 법관에게 법복 입혀주는 조희대 대법원장 (어제, 대법원) 민주당 주도의 국회 법사위와 추미애 위원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당 내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만, 정청래 대표는 법사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24일 당 법사위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소개하며 법사위의 강공에 가세했습니다. "불의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 정 대표의 이런 발언이 지지층을 열광하게 할지 모르지만, 민주당에 기대를 갖고 우호적으로 보는 국민들 가운데서는 '그렇게까지 거칠게 표현할 게 뭐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불만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질 법합니다. 하지만 정청래, 추미매 의원을 비롯한 당 내 강경파의 '마이 웨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유엔 안보리 토의 주재 (미국 시간 24일) 여당 정치인 '자기 정치'와 여권 전체의 득실 상충하면 파열음 생겨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방문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올해 안보리 의장국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유엔 회의장 의장석에 앉아 토의를 주재했고, 통상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인사들을 만났고, 뉴욕 증권거래소를 찾아 한국 투자 유치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일에 비해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사법부 압박과 국회 법사위 드라이브라는 국내 정치 이슈에 가리어졌다는 것이지요. '당정은 한몸'이라는 구호는 늘 있지만, 여당의 정치와 대통령의 정치·행정이 늘 조화롭게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재명 정부 초기인데 그런 조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검찰 개혁 속도 조절' 논란 때부터 그랬습니다.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 하는 것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그걸 막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핵심적 지지층을 다지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치적 언행을 반복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당 정치인들의 '자기 정치' 셈법이 여권 전체의 득실과 충돌하는 지점에까지 이르게 되면 거기에서는 파열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김건희 씨 첫 재판 출석 (어제, 서울중앙지법) 어제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재판 받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가 재판 앞부분 촬영을 언론에 허가했기 때문이죠. 내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판 받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재판부가 촬영뿐 아니라 중계도 허용했습니다. 그래서 내일은 재판 처음부터 끝까지, 특검과 피고인 그리고 재판부가 무슨 말을 어떤 표정으로 주고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예고한 대로 재판에 출석한다는 전제 아래서입니다. 형사35부, 윤석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재판 중계 허용 그동안 자기 재판에 오늘까지 11차례나 출석하지 않고 버티던 윤 전 대통령이 내일 재판에 나오겠다고 한 것은, 내일 재판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의 재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에서 추가 기소됐는데,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부 국무위원만 불러 나머지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 등이었습니다. 추가 기소된 혐의에 대해 새 재판이 추가된 것이죠. 재판부도 달라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가 아니라,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가 재판을 담당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재판 출석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첫 공판은 중계 허용..보석 심문은 중계 불허 그런데, 형사재판이 시작되려면 첫 공판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합니다. 이 재판마저 거부할 수도 있었겠지만, 윤 전 대통령이 이 재판을 담당한 재판부에 보석(보증금 같은 조건을 붙인 석방)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첫 공판 직후에 보석 심문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첫 공판부터 출석하겠다고 한 것 같습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 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 첫 공판부터 안 나오는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이죠. 윤 전 대통령이 내일 26일로 예정된 첫 공판과 보석 심문에 출석하겠다고 한 것이, 이번 주 화요일인 23일입니다. 그러자 다음날인 어제 내란특검팀이 첫 공판과 보석 심문을 중계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재판부가 첫 공판에 대해 중계를 허용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재판부가 허용의 근거로 삼은 것은 기존 내란특검법의 아래 조항입니다. 제11조(재판기간 등) ④ 재판장은 특별검사 또는 피고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허가하여야 한다. 다만, 중계를 허가하지 아니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중계를 불허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그 이유를 밝혀 선고한다. 재판부는 보석 심문은 중계를 허용하지 않았고, 불허한 이유를 내일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보석 청구의 이유로 실질적 방어권 보장과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는데, 건강상의 이유를 얘기할 때 질병 같은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중계를 불허한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하지만 보석 심문 과정이 중계되지 않을 뿐 공개 재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피고인이 무슨 근거로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출석 (지난 1월, 헌법재판소) 헌재 탄핵심판 중계처럼, 개인정보 제거 후 '시차 중계' 내일 재판 상황이 중계되기는 하지만, 생중계는 아닙니다. 아주 유사한 사례를 찾자면,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받을 때 상황과 같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이 영상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동영상을 시차를 두고 언론기관 등에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시차를 두는 이유는 광범위하게 전파될 동영상에, 공개돼서는 안 될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음소거 작업 같은 절차가 진행됩니다. 내일 첫 공판이 10시 15분에 시작되고, 어제 김건희 씨 첫 공판이 40여분 만에 종료된 것처럼 오래 진행되지 않는다면, 내일 정오를 전후해 재판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윤석열, 김건희 재판 중계 이어질 듯.. 개정 특검법은 중계 의무화 내일 공판이 중계되면서 앞으로 윤석열, 김건희 피고인 공판에 대해 특검에서 공판 중계 신청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앞으로 한 달여 뒤에는 '공판 중계'가 의무가 되기 때문에, 국가 안보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 중계가 계속될 상황이기도 합니다. 최근 개정된 '더 센 특검법'은 재판 중계를 의무로 하고 있습니다. 아래 관련 조항입니다. 제11조(재판기간 등) ④ 제2조제1항 각 호의 사건에 대한 제1심 재판(공판준비기일은 제외한다)은 중계하여야 한다. 다만, 재판장은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재판의 일부를 중계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⑦ 제4항 또는 제5항에 따라 재판을 중계하는 경우 개인정보·사생활·국가기밀 등을 포함한 재판 내용에 대한 비식별조치(법정 내 재판참여자들의 신변 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시각적 또는 청각적 조치를 의미한다)를 하지 아니하여도 되고, 관계 공무원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면 위 중계와 관련하여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더 센 특검법'은 그제 2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이 통과됐고,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1달 뒤부터 발효됩니다. 이 조항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⑦ 조항에 따라 '비식별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중계도 생중계에 가깝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 (어제, 국회) 법원행정처, 중계 지원 의사 밝혀...여당의 사법부 공세 영향인 듯 어제 특검팀이 재판 중계를 신청하고 나서, 과연 재판부가 중계를 허용할지 관심사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 말 때문에 허용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천대엽 처장은 비공개 면담에서 "내란 사건 재판에 대한 재판 중계를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부가 중계를 결정하면 영상 설비 등에 대한 행정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대법원 차원에서 재판 중계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낸 것이어서 재판부도 영향을 받았을 수 있겠습니다. 대법원이 이런 자세를 보이는 것은 워낙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여당의 공세가 강하기 때문에 이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그 일환으로 법원은 내란 재판을 담당하는 형사25부에 법관 한 명을 추가 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재판부가 맡고 있는 다른 일반 사건을 추가 배치되는 법관에게 맡겨서, 기존 재판부가 내란 재판에 집중하도록 돕겠다는 것인데 그 정도로는 안 된다는 게 여당 반응입니다. 여당의 목표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에 가 있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 중계는 이례적...尹 불출석하면 재판 중계 무의미 여당 공세의 여파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국민들은 윤석열 김건희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매우 중대한 사건을 다룰 때나, 대법원에서 판결을 선고할 때를 제외하고는 1심이나 2심 같은 하급심에서 재판 진행 과정을 영상으로 보는 일은 대단히 드뭅니다. 하급심 재판이 중계된 전례를 살펴보면, 2018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 같은 해 7월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 1심 선고 공판, 이듬해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횡령·뇌물 사건 선고 공판이 생중계 된 적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선고 공판, 즉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공판들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재판 진행 과정을 중계를 통해 보게 된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렇게 이례적인 결정이 난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중계했던 것처럼, 윤석열 김건희 두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현 시기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경우, 내일 첫 공판과 보석 심문에 출석하고도 만약 보석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 기소된 사건 재판마저 출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재판 중계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