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자
오늘(11일) 주식시장에선 코스피가 이틀 연속 반등하며 거품론에 흔들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때맞춰 나온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율 완화' 메시지도 호재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62만닉스' 명함을 또 찍었고, 삼성전자는 다시 '10만전자'로 안착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의 수출과 투자를 이끌고 있습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26%에, 두 기업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31%까지 커졌습니다. 2025년 한국 경제를 반도체가 '주도'하면서도, 과도하게 '쏠려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10곳이 3분기 수출 40%, 비중 최대 올해 3분기 수출액은 1천850억 달러(270조 원)로 전년보다 6.5% 늘었습니다. 2분기 연속 증가세였습니다. 한미 관세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한 시점인데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효과가 컸습니다. 반도체가 중심인 자본재 수출액이 11.2% 늘어난 1천110억 달러였는데, SK하이닉스의 수출액 비중이 8.4%로 전년 동기 6%에서 더 늘었습니다. AI산업 호황에 따라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2분기에도 전년보다 17% 가까이 늘었는데, 올해는 11월 중에 지난해 기록한 최대실적(1천419억 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부품과 장비 수출도 늘면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수출도 전체적으로 늘었습니다. 문제는 '집중도'입니다. 상위 10개 대기업, 그러니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LG화학,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포스코, 현대모비스의 수출액이 740억 달러로 전체의 40%나 됩니다. 이른바 '무역집중도'가 전년보다 2.6% 포인트 더 늘면서 역대 최대치입니다. 통계상 국내 수출 기업 수는 6만9808 곳인데, 이중 0.014%인 10곳이 수출의 40%를 담당한다는 뜻입니다. 철강과 자동차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반도체라는 뚜렷한 주도산업이 있는 것이 미국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 속에도 실적을 유지하는 배경이지만, AI산업의 호황이 자칫 꺾일 경우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고,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산업과 민생 전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4천피' 돌파에도 절반은 하락..대형주 '쏠림' 지난 10월 한 달 동안의 수출 통계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25% 이상 늘어난 157억 달러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15개 주력 수출품목 중에 선박과 컴퓨터, 석유제품을 뺀 11개 업종은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입니다. 전산업생산지수가 전월보다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19%나 급증한 반도체 생산이 아니었으면 지표가 마이너스를 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은 주식시장으로 이어집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약 3천3백조 원에서 '반도체 투톱' 기업의 시총은 1천조 원대로 늘어나 29~31% 비중을 오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19%, SK하이닉스는 11%선의 비중인데, 코스피 3천 돌파 이후로 4천 포인트로 오르는 과정에서 두 기업의 시총 증가액은 427조 원대로 전체 증가액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렇다 보니 대형주 주가 상승에 소외된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한 증권사가 분석해 보니 10월 30일 기준으로 계좌를 보유한 고객 240만 명 중에 54%인 131만 명 정도가 오히려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월 이후 강세장에서도 상승 종목 비율은 50% 정도로 하락한 종목이 절반에 달했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투자자가 아니라면 주가 상승효과를 체감하기 힘들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증권사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니었다면 현재는 코스피는 3천200~3천300 정도의 지수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상치 않은 청년실업..빈익빈 부익부 국토교통부의 통계를 보면, 주택 임대 시장에서 '월세' 임대의 비율이 최근 62%를 넘었습니다. 2021년 41.7%에서 20% 포인트 넘게 증가했습니다. 소득 중 주거비가 과도하게 지출되니 자산 형성은 더 어려워 특히 청년층에게는 큰 부담을 줍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전되는 추세였던 청년 실업률은 올해 들어 악화하고 있습니다. KDI는 수년 동안 정부의 공식통계 실업률이 안정된 것은 일할 의사는 있지만 구직을 포기한 청년층 비중이 크게 늘면서 나타난 통계적 착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구직 활동을 포기했을 뿐인 잠재적 구직자를 포함한 '체감 청년 실업률'은 3분기에 15%를 넘어 실제 통계보다 훨씬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기화한 내수 부진으로 제조업, 숙박·음식점업, 건설 등 20대 채용 비중이 높은 업종이 어려워졌고, 상당수 기업들이 경력이나 수시채용 방식을 늘리는 것이 요인입니다. 특히 확산하는 AI적용이 청년 고용에 더 큰 먹구름을 드리운 상황입니다. 더욱이 통계청의 8월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가 85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 명 늘어, 20여 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정규직 근로자는 1천384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53.6%를 받고 있습니다. 월평균 임금 격차는 180만 8천 원으로 5년 새 29만 원이 늘었습니다. 주가 상승세 속에 수출도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경기의 분위기는 다르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 민간소비는 1.3% 증가했지만 정부의 민생지원금이 지급된 7월에 소매 판매가 2.7% 늘었고, 8월과 9월에는 각각 2.4%, 0.1% 줄었습니다. 코스피 4천 포인트의 흥분에도 자산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흐름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제당국 운영능력 절실..위험 대비해야 삼성이나 SK그룹 직원이 아니어도 요즘 여의도 증권맨들은 '반도체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한국의 제1 주력산업인 반도체가 주식시장은 물론 실물경기를 떠받치는 효과가 적게 봐도 20% 이상은 될 거라는 겁니다. '반도체 착시'라는 표현은 결국 이 부문이 흔들리면 전체 경기에 미칠 타격이 그만큼 크다는 점, 또 반도체를 제외한 실제 경제상황을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은 우리 경제에 회생의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먼저 해당 부문의 수익효과를 다음 단계 투자로 연결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철강과 석유화학 등 어려운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 등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의 큰 제도변화가 임박한 만큼, 고용의 유연성 확대를 통한 청년 일자리 확대, 기업배당 활성화를 통한 내수효과 등 큰 그림의 경제정책들을 서둘러 추진해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지난주 AI버블 논란 속에 큰 폭 하락했던 코스피가 월요일(10일) 큰 폭 반등했습니다. 40일이나 이어진 미국의 연방정부 '셧 다운'(일시 업무정지)이 끝날 기미가 보이기도 했지만 일요일(9일) 밤 갑자기 전해진 '배당소득 분리과세율'의 완화 가능성 소식이 컸습니다. 어제(9일)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당초 정부안인 35%에서 민주당 의원 안인 25%로 추가 완화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배당 활성화 효과를 최대한 촉진할 수 있도록 합리적 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구체적 세율 수준은 정기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당에서 주장한 최고세율 인하 의견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동학개미' 큰 기대감..월요일 주식시장 반등 오늘(10일) 코스피는 3% 이상 급등하며 4073.24로 정규장을 마쳤습니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소식과 관련된 증권, 보험, 금융지주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시장의 큰 기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내 주식 시세차익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배당과 이자소득을 합쳐 연간 2천만 원까지는 14%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종합소득세에 합쳐서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배당·이자 소득이 많으면 소득세율이 45%, 지방세를 포함해 최고 49.5%까지 적용되니 개인의 배당주 투자나 기업의 주주 배당도 위축되는 현상이 있었죠.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이 배당소득을 따로 떼서 별도로 세금을 받고, 원천징수처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기획재정부의 당초 안은 배당소득 2천만 원 이하는 14%, 2천만 원~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는 3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기존 방식보다 세금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 35% 세율은 종합소득세 최고 세율(45%)보단 낮지만, 주식 양도소득세율인 25%보다는 높다 보니 최대주주인 기업의 경우, 배당을 늘릴 동기가 강하지 않고, 개인투자자도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세금인하 혜택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컸습니다. 그래서 여당의 이소영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분리과세 시에도 최고 세율을 25%로 낮춰야 증시 부양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결국 개인투자자의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이 줄어들고, 기업과 대주주 입장에서도 소액주주 배당을 늘리는 데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는 기대에 주식시장이 바로 반응한 것입니다. 코스피 4천 붕괴에 배당소득 '최고세율 완화' 공감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두 달간 국민, 기업, 금융시장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 적용되는 세율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논의되고 있다"며 "국민이 제시한 의견에 당·정·대가 화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배당소득 2천만 원 이하는 세율 14%가 아닌 9%, 2천만 원~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는 30%로 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는데, 여기서 최고세율은 25%로 하고, 2천만 원 이하인 소액 투자자의 세율도 5%포인트 더 낮추는 것인지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증시 부양에는 효과가 더 크겠지만 세수효과나 과세원칙 면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어찌됐던 정부가 방향을 바꾼 것은 최근의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 10억 원이 아닌 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보진영의 부자감세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다시 시장 친화적 방향을 잡은 데는 지난주 미국의 AI버블 논란과 국내 증시 과열 우려로 코스피 4천선이 무너진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입니다. 내수와 수출 등 경제 엔진이 단기간에 활성화되긴 어려운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는 증시가 흔들리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죠. 젊은 층 지지도를 좌우하는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을 단단히 추진해야 부동산 값 급등과 청년 실업 문제 같은 난제의 타격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상징적 공약인 코스피 5천을 위해서는 새로운 추진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요건 갖춘 상장사 13%뿐?..삼전도 배당 늘려야 해당 증권업계에선 기업의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이 높아져 증시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지난해 31.4%로 일본(33.6%) 중국(31.5%)보다 다소 낮습니다. 대만의 경우, 10여 년에 걸쳐 제도를 확대해 배당성향이 50%대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이 있습니다. 모든 기업의 배당금이 분리과세 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주환원에 더 적극적인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기업은 개인 투자자가 더 몰릴 것이고, 많은 배당금을 받는 최대주주 역시 세금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고배당 기업'이 되기 위한 요건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현재 안은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배당을 5% 이상 늘린 기업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기업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상장사 2천6백여 곳 중에 분리과세 요건에 해당되는 기업은 13% 수준인 350곳 정도로 추산됩니다. 무엇보다 직전 3년 평균보다 현금배당을 5% 이상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배당성향은 28%지만 조건을 충족하려면 작년 9조8천억 원이던 배당금을 올해 10조3천억 원으로 늘려야 합니다. 배당성향 40%를 넘는 KT&G나 SK텔레콤 같은 배당주 기업도 전년보다는 배당을 늘려야 해당됩니다. 기업 입장에선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이면 배당을 늘리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실효성을 위해서는 배당성향 기준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자사주 소각 기업에는 조건을 더 완화해 주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의 경우,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위한 장기적 재투자가 필요한 만큼 금융업 등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시행하고 정작 해당하는 주식은 별로 없다면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분리과세율 하향, 부자만 혜택" 정부·여당 내 쓴소리도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평균 48%나 됩니다. 특히 10대 그룹은 57%에 달합니다. 대주주나 일가는 지분 비중이 커서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내리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됩니다. 또 고액자산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에 금융소득이 5억 원을 넘은 종합과세 신고자는 6천8백여 명인데, 배당소득은 12조3천억 원으로 이자소득 1조9천억 원보다 6.5배 많았습니다. 특히 배당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86%나 됐습니다. 결국 자산가일수록 배당을 고려한 자산운용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진보 성향 정당으로서 소득 양극화에 신경을 써야 하는 여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완화에도 반대했던 진성준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위 10%가 전체 배당소득의 91.2%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최고세율을 낮추면 감세혜택이 집중돼 자산격차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경제정책의 실용론과 원칙론의 절충을 통한 최대효과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개미 투자자가 늘어나고,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의 ETF와 퇴직연금 투자도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융관련 세금 완화는 소득 증가와 내수 진작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크게는 부동산에서 자금 이동을 촉진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소득에는 높은 세금을 매기면서 자본 소득에는 관대한 국내의 과세 상황을 계속 도외시할 수는 없습니다. 조세 저항 심리도 문제지만, 자칫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공정과세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활성화하더라도 전체 투자수익에 대해 수익이 많을수록 세금을 내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등 전체적인 조세정책 로드맵을 병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7일간의 긴 연휴 동안 정부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방미 협상에 이어 주요 실장과 장관들이 회의를 이어가며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을 조율한 겁니다. 이달 말로 임박한 경주 APEC에 트럼프는 오지만 실질적인 한미 정상회담이나 관세 합의는 아직 안갯속입니다. 극비리에 양국 협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최종 고비는 경주에서 만날 두 정상 간 담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에선 "차라리 25% 관세를 물고 미국에 줄 돈으로 기업들을 지원하자"는 반대 여론도 고개를 듭니다. 반면, 한미 관계는 통상 파트너를 뛰어넘는 상호 의존적 가치로 얽힌 만큼 단순화의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상호 의존이라 함은 한국도 트럼프가 자주 말하는 이른바 '카드'를 갖고 있고 이를 활용한 협상의 지혜를 발휘할 때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APEC까지 긴박한 3주…결렬은 미국도 부담 미국 측 예고에 따르면 트럼프는 먼저 일본을 방문하고 29일 방문해 1박만 합니다. APEC 본회의는 31일이니 참석하지 않고 그냥 들렀다가, 시진핑 중국 주석과 주로 만나고 간다는 취지입니다. 다자 외교를 경시하는 스타일이라지만 결국 '관세 합의 서명 안 하는 한국과 할 얘기가 별로 없다'는 압박일 수 있습니다. 막판 일정 변동 여부도 주목됩니다. 이번 방한이 그냥 지나가면 관세 협상은 교착 상태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대미 자동차 수출에서 25%를 물며 고전하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대미 무역에서의 타격이 장기화될 형국입니다. 하지만 백악관도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APEC 일정에 합류해 은근한 '반미 연대' 외교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불만을 결집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미국에 압박받는 한국을 위로하며 '중국이 있잖아'할 수도 있습니다. 또, 북한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 열병 행사에 중, 러 2인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이 연대 흐름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돈을 안 준다고 소원해지기엔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적지 않게 필수적 우방입니다. 아마도 트럼프의 참모가 합리적이라면 '돈만 보고 한국을 대해선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은 다르다'…상업적 합리성의 명분 미국은 한국에 3천500억 달러의 사실상 직접 투자를 원하고 조건도 엄혹합니다. 지난 2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보낸 투자 양해각서(MOU)는 ① 한국의 대미 투자액 대부분을 직접 투자 방식으로 하고, ② 투자 수익은 미국 측이 90%를 가져가며, ③ 투자 기한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만료 시점인 2029년 1월로 한다는 내용입니다. 합의 불이행 시 고율 관세 복귀 등 사실상 일본과의 합의를 준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보도로 알려졌듯이, 한국에 요구하는 3천500억 달러는 우리 외환 보유액(약 4천150억 달러)의 80%를 넘습니다. 작년 대미 무역 흑자의 6배가 넘습니다. 물론 그동안 충전되는 외화도 있겠지만, 현 기준으로 3년 내 미국으로 투자한다면 당장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대외 지불 능력이 사라져 사실상 외환위기 상황이 됩니다. 한국 증시 호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를 훌쩍 넘기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도 이런 불안감 때문입니다. 한국의 요구는 상식적입니다. 먼저, 막대한 달러 유출로 인한 리스크에 대응할 '통화 스와프' 체결입니다. 언제든 액수 제한 없이 원화를 달러로 바꿔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면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다른 한 축은 '상업적 합리성'입니다. 거액을 투자한다면 투자자로서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정한 수익 배분과 투자 용도에 대한 결정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① 직접 투자 비율은 5%로 줄이고 대신 대출과 보증 한도로 액수를 맞추는 방식, ② 또 원금 회수 전까지 수익의 90%는 한국이 갖고, ③ 투자 기한을 더 늘리는 방식을 최근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의 논리는 기축 통화국인 일본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고, 미국 요구대로라면 어차피 국내 반대 여론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 또 국회의 동의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글로벌 기업인 한국 대기업들이 투자 리스크에 상응하는 수익 시나리오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죠. 미국 입장에선 요구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막상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결렬에 대한 부담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다른 명분을 찾는 로드맵도 가능합니다. 다시 주목받는 마스가(MASGA)…'트심' 움직일까? 이런 점에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현지 시간 4일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난 직후인 5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미국 조선업 부활을 언급한 게 눈에 띕니다.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의 해군 창건 25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전 세계에서 들어올 수천억 달러 투자와 인력을 통해 조선소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한 겁니다. 또 "그들이 미국에서 선박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미중의 군사적 경쟁에서 해군 전력의 열세를 의식하고 있는 점이 확실해집니다. 여기에 더해 4일 면담에서 김 장관이 미국 조선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더 구체화해 설득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조선업 부활 임무를 맡은 상무장관 러트닉을 통해 지난 한미 정상회담을 무난하게 유도하며 파국을 막았던 경험 때문입니다. 3천500억 불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이 고집하는 조건 대신, 또 한 번 조선업 투자를 협상의 열쇠로 활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물론 우리 조선업계의 협조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두 개 중 한 개의 열쇠입니다. 미국이 아쉬운 건 이것…몸통을 흔들어라 또 하나의 열쇠는 무엇일까? 지난 1일 미국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의 방한에 이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대규모 공급 계약에 활로가 있습니다. 한국이 글로벌 생산량을 압도하는 메모리 칩은 미국에겐 공식화하고 싶지 않은 약점입니다. 오픈AI가 공급을 요청한 웨이퍼 기준 월 90만 장의 반도체 물량은 한국 전체 생산량 110만~120만 장의 대부분입니다. 중국과 군사적 경쟁은 물론 AI 산업 경쟁을 벌이는 미국 입장에선 필수적인 계약인 셈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반도체 물량의 부족을 절실히 경험한 미국은 유사시 메모리 칩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한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물량을 대려면 생산시설 확장이 필요한데 미국은 내심 해당 생산을 미국 영토 안에서 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이 한국의 절대카드라는 점에서 미국 내 생산은 전략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용인, 평택의 반도체 인프라는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미국이 원하는 걸 탄력적으로 수용하며 압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관세 협상이라는 몸통을 보이지 않게 흔들 수 있는 카드인 셈입니다. 관심 끄는 패키지 딜…"핵 보유 고려 없다"? 조선과 반도체, 2개의 열쇠에 이어 더 큰 시야에서 볼 때 관세 협상의 또 다른 변수는 바로 '안보 이슈'입니다. 한미 정부는 지금까진 관세 협상과는 별도의 트랙으로 한국의 국방비 증액, 미국 무기 구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논의해 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특히 주목되는 건 한미 원자력협정입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지난달 17일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묘한 언급을 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핵무장을 고려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우리가 추진하는 원자력협정은 순전히 산업적 측면"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 안보 협상의 큰 틀은 한국이 국방 비용 부담을 늘리고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일정 선에서 수용하는 대신,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핵확산에 민감한 미국 의회 등 조야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입니다. 이는 결국 협정 개정에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결국 통상 관계를 넘어서는 한미 동맹의 틀에서 대북 억제에 관한 군사·안보적 정책 변경을 앞두고 있고, 이는 큰 틀에서 양국 관세 협상에 외적 변수로 작용할 거란 전망입니다. 안보 이슈에서 타결이 이뤄진다면 관세 협상 합의도 고비를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낙관론도 나옵니다. 파국은 더 큰 부담…잃을 것에 대한 인내도 필요 한 증권사의 분석을 보면, 현대기아자동차가 올 3분기에 부담할 대미 관세 비용이 2조 4천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 분기보다 52% 늘어났습니다. 지금까지는 가격에 관세 비용을 바로 반영하지 않고 할인 이벤트를 줄이면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휴 직전 한 신문에 보도된 정부 핵심 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미국의 태도를 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일단 배부터 가르자는 것 같다"면서 "내년까지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말이 협상이지 사실상 최대 소비시장을 앞세운 힘으로 동맹국을 굴복시키고, 정치적 실적을 내세우고 싶은 트럼프식 통상 전략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한미 간 협상을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술적으론 25% 고율 관세를 물고라도 버티는 게 오히려 낫다는 여론에 대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주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이 빠르게 성장해서 한국 기업이 많은 부분을 추월당할 위험에 있다. 한국에 새 돌파구가 있다면 미국의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미국 시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상호 필요한 윈-윈이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설정은 결국 한국에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결렬 국면으로 가면 더 큰 보복 관세와 안보 측면의 불협화음, 대북 정책에서의 소외 등 감수해야 할 국가적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과 정부 관료들의 의견입니다. 재미 동포와 유학생 등 방문자들에 대한 우려도 많이 했습니다. 그만큼 예전에 본 적 없는 미국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불리한 조건에 대한 반대 여론은 협상의 레버리지로 적절히 활용하면서 필요한 이익을 끌어내는 대응이 불가피합니다. 이 과정에선 한국이 불합리하게 손해 봐야 할 부분도 있을 겁니다. 트럼프 정부가 영구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멀리 내다보는 인내도 필요합니다. 디자인 : 정유민
연휴 직전 한국 주식시장은 축포를 쐈습니다. '전인미답'의 코스피 3500 돌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이끌었습니다. 미국 오픈AI의 한국산 반도체 대량 '입도선매'소식으로 '한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 슈퍼사이클' 흐름이 확인된 겁니다. 매우 이례적인 연휴 전 상승은 미국 변수가 밑자락을 깔았습니다. 미국의 9월 민간고용은 전월보다 3만2천명 감소해 시장전망치(5만 명)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ISM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9.1로, 전월(48.7)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기준선인 50.0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경기부진 조짐이 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가속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고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를 부르면서 매수세가 강해졌습니다.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어제(1일) 삼성·SK그룹과 각각 상호협력 의향서를 체결했습니다. 오픈AI가 진행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달라는 입도선매 계약입니다. 양도 엄청납니다. 올해 세계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규모가 48조원 정도인데, 이번 요청은 1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엔비디아 의존 낮추고픈 오픈AI..물량확보 전쟁 중? 오픈AI는 트럼프 행정부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함께 발표한 4년간 5천억 달러(700조원) 규모의 AI데이터 센터 건설 프로젝트입니다. 미국이 중국과의 AI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단순 서버가 아닌 학습과 추론이 가능한 슈퍼컴퓨터가 들어가니 이를 위한 AI가속기, 또 여기에 들어가는 대량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또 여기에 들어갈 막대한 양의 메모리칩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 재료를 미국에서 조달할 수 없다는 겁니다. 특히 AI가속기를 엔비디아에서 공급받는 오픈AI는 최근 자체 AI가속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겁니다. 엔비디아가 이미 세계 HBM 생산량의 70%를 쓸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오픈AI도 안정적 공급처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값을 후하게 쳐주고 삼성과 SK의 메모리를 입도선매한 셈입니다. 요청한 물량은 무려 웨이퍼(반도체 칩의 기판)기준 월 90만 장입니다. 현 세계 D램 생산능력이 180만 장 정도라고 하니 필요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죠. 결국 한국에 손 내민 미국..'갑'과 '을'은 누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어제(1일) 샘 올트먼 CEO와 각각 별도로 투자의향서를 체결했습니다. 대규모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는 고전적 의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강대국인 미국의 심상치 않은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왜일까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한국은 SK하이닉스(62%)와 삼성전자를 합쳐 80%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AI는 고성능인 HBM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단순하지만 품질이 좋은 메모리 반도체가 '쌀'처럼 필요하죠. 이 메모리 시장에서 한국은 글로벌 D램의 70% 이상을, 낸드플래시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AI가속기를 구성하는 GPU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이제는 함께 장착된 메모리 반도체가 이 성능을 못 따라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메모리 월'이라고 합니다. 또 전력 먹는 하마인 AI의 특성상 전력 효율성이 높은 메모리칩이 필요합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특히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필수인 고성능·저전력 D램 시장에 큰 영향력을 갖췄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국내 생산력이 절대 부족한 미국이 손을 내민 건 당연합니다. 이제 반도체 전쟁의 '갑'과 '을'이 누구인지 모호해진 느낌입니다. AI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가진 미국과 메모리 반도체에 강점을 가진 한국의 협력은 국가 간 AI 동맹의 전략적 모델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는 점잖은 표현이고, 핵심은 반도체 생산력이 아쉬운 건 미국이라는 겁니다.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의 약점을 적절히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난항을 겪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이른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의 '이니셔티브'입니다. AI산업 '금산분리'완화 꺼낸 李대통령..기업들 촉각 또 하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입니다. 샘 올트먼 CEO를 만난 자리에서 "AI 투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재원을 조달할 때 독점의 폐해가 없다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벌써 43년이나 지속된 금산분리 원칙은 대기업(산업자본)이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사를 경영하거나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것을 막아 예금자나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입니다. 현재는 대기업이 지분 100%의 벤처캐피털(CVC)을 만들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정도만 가능합니다. 이 경우에도 대기업이 펀드를 만들어 주도하는 위탁운용사(GP) 역할은 할 수 없습니다. 반도체 산업처럼 공장 시설에 수조, 수십조 원이 필요한 산업은 외부 자금 유치와 해당 반도체 기업의 주도 역할이 없으면 필요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합니다. 대통령의 생각은 AI산업에 국한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길을 열자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래야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이죠. 기업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의 세계 추세는 IT발전 속에 금융 vs 비금융의 울타리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거죠. 민간 자본을 끌어와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금산분리가 제약이 된다는 겁니다. 한국이 경쟁력이 있는 조선, 방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2일) 주식시장에서 지주사 종목의 주가가 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보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장 엄격히 고수해 온 금산분리라는 점에서 파장도 예상됩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금요일(26일) 비교적 큰 조정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신중합니다. 말 그대로 '눈치 보기' 장세입니다. 관심과 걱정은 무려 7일 동안 이어지는 긴 휴장 이후에 쏠려있습니다. 절대 변수인 미국 시장의 동향과 여파를 10월10일 시장이 한 번에 받아내야 하는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죠. 이 시점에 관심을 끌 설문조사 하나가 나왔습니다. 한양증권이 전국 주요지점 PB(프라이빗 뱅커) 40명에게 물어보니, 추석연휴 이후 시장 흐름에 대해 55%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연말까지 전망은 PB들의 62.5%가 코스피 3600 이상을 예상했습니다. 프라이빗 뱅커들은 전문성도 있지만, 고액투자자 고객들을 접한다는 점에서 보다 중장기적 시각으로 판단하고, 단기 손실보다 장기 수익을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이들이 꼽은 시장위험 요인입니다. 1위는 미국 시장 조정과 경기둔화(34.7%), 2위는 관세 리스크(33.3%), 다음은 금리와 환율 변동성(14.7%)이었습니다. 바로 이들 변수 때문에 긴 연휴가 걱정스러운 것이겠죠. 매도 알고 맞으면 낫다니 간략하게라도 짚어보면 그나마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꼬리 잡고 코스피 몸통 흔드는 환율 국가전산망 화재사고와 정치이슈에 쏠린 미디어 속에도 외국인들이 최근 4일 동안 한국 국채 선물을 1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는 소식이 마음에 걸립니다. 특히 24일 순매도는 4조6천억 원 대로 하루 순매도 기준으로 역대 5번째로 많습니다. 집값 상승에 부담이 큰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배경입니다. 금리를 인하해야 국채 가격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시점은 원·달러 환율 급등 (원화 가치 약세) 흐름과 맞물립니다. 24일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고, 26일엔 1412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같은 시기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 규모도 전주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결국 가치 약세 흐름을 예상해 원화 자산을 축소하는 방향성을 잡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듭니다. 연휴 직전인 오늘(30일)도 환율은 여전히 1400원대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래 지속되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와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미국 금융시장 투자 증가, 또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원화 가치의 방어가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트리거가 된 것은 '한미 관세협상 변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는 3천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up front)"발언 직후 급등한 겁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약간 줄어든 상황에서도 원화자산의 달러 환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조바심에 '환전 런'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관세협상은 아직 미완이지만 미국의 압박은 환율에 계속 부담을 주고, 환율 변수가 꼬리를 잡고 한국 주식시장의 몸통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긴 연휴 기간 '달러화 가치의 움직임'에 계속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美경제지표의 여파..연방정부 '셧다운'변수 급부상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10월 1일과 2일, 3일, 현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를 발표합니다. 주목되는 것은 9월 ISM제조업지수(시장 전망 48.9),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예상치 22만 8천 건), 9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폭(예상치 4만 5천 명)입니다. 만약 미국 고용 상황이 시장의 예상치보다 좋다면,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낮아지고 달러화 강세 요인이 됩니다.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급부상한 변수가 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발생하면 금융 시장이 주목하는 미국의 9월 비농업 일자리 지표가 나오지 않게 됩니다. 10월1일 오전 0시1분(미 동부 현지시간)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3일 오전 노동통계국의 고용 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4월 이후 랠리를 이어오며 피로감이 누적된 미국 증시엔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경제지표 발표도 중단돼 투자자들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 없이 '깜깜이'식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고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더라도 미국 경기가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연말 미국 증시는 탄탄할 수 있습니다. 지표가 나쁘면 금리 인하가 확실해져 연휴 직후 한국 증시에 타격이 없을 것이고 지표가 좋다면 타격이 있겠지만 길게 보면 매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공식입니다. 美 기술주 버블 논란?..'삼전닉스' 비중의 부담 다른 변수는 "현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됐다"는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미국 주식 고점 논란입니다. 실제로 S&P500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2.6배로 2020년 당시 고점인 23배에 근접해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미국 기술기업들의 실적을 토대로 주가가 상승해온 만큼, 큰 변수마다 고점 부담에 따른 조정은 있어도 과거의 '닷컴버블'때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의견도 비등합니다. 결국 고점 논란의 핵심은 '상승기조는 지속할 전망이지만, 돌발 변수의 타격은 그때그때 크다'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증시에서의 부담은 고점 논란보다는 '삼전닉스'의 부담입니다. 코스피 지수는 연중 저점 대비 상승폭이 50%를 넘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시가총액 증가분의 3분의 1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려 있습니다.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가장 낮았던 지난 4월 1880조원에서 9월에는 2854조원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약 60%, SK하이닉스 주가는 119% 올랐습니다. 코스피 지수 기여도를 따지면 삼전이 21%, SK하이닉스가 15%에 육박합니다. 지수상승의 36% 수준입니다. 더 부담스러운 건 연중 매수세를 보인 외국인도 이 2개 종목을 빼면 6조원이나 매도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연휴 기간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고,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른다면(원화 약세), 지수가 많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부담입니다. 그럼에도 낙관론 다소 우세..이유는? 과거 흐름을 보면, 대형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추석 연휴 직전에 주춤했던 시장이 연휴가 끝난 뒤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시장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추석 연휴 직후 6.1% 급락한 사례와 2011년 그리스 재정 위기와 2023년 미국 국가 예산안 위기 때의 기억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지난 22년간을 보면 추석 연휴 직후 코스피는 상승 12번, 보합 1번, 하락 9번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대형 악재가 아닌 일상적 악재라면 국내 시장이 열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충격을 완충하는 효과도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주요 변수가 연휴 초반으로 몰려있는 게 다행이라는 거죠. 또 다른 낙관론의 배경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입니다.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먼저 올 하반기(6월~8월) 실적을 발표한 미국 마이크론의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46% 급증했습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를 이끌고 있고 2, 3년 정도 수요가 탄탄하다는 전망입니다. 10월 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실적이 나오면 올해 코스피를 끌어온 반도체 드라이브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교착상태인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연휴 최대 변수인 환율이 통제되면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이 오겠죠. 또 '종점은 트럼프'라는 말이 시장에서 나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전자정부 서비스의 무더기 중단을 불러온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 이후 월요일을 맞아 한주가 시작되자 정부24 등 행정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일부 서비스가 순차적으로 재개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사정과 상황의 시민들이 해당 시점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화재의 원인도 답답하지만 복구에 걸리는 시간, 특히 이런 필수 행정망에 꼭 필요한 이중 운영체계가 사실상 없었던 정황이 나오면서 눈총과 질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대전 시설에 화재가 났지만 대구, 광주 시설에 관련 데이터들이 제대로 '백업' (이중 저장)이 이뤄진 상태인지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우체국 뱅킹, 온라인 등·초본 재가동..일부 서비스 불편 계속 당장 지난 주말에 혼란이 컸습니다. 우체국 금융서비스가 중단돼 서민들이 애를 먹었고, 우편물 배송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추석을 앞두고 늘어난 택배가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시민 체감도가 가장 큰 '정부24' 온라인도 먹통이 되면서 민원서류 발급이 안 됐습니다. 특히 화장장의 온라인 예약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족들이 전화와 팩스로 일일이 화장 가능 여부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토지대장 같은 부동산 거래 필수서류로 발급이 중단되면서 중요한 계약을 하는 시민들이 속을 태웠습니다. 다행히 어제(28일) 밤부터 우체국 우편, 금융서비스가 우석 복구됐고, 주민등록등본 발급 등 가장 자주 활용하는 행정서비스들도 오늘(29일)부터 복구됐습니다. 하지만 지역별, 또 각 서비스별로 정상화가 지연되는 사례들이 있고,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내부 업무도 차질이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오후 4시 기준으로 647개 시스템 중 73개 시스템이 복구됐다면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수시로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협소한 구조 개선작업 하다가..한 발 늦은 안타까움 불이 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5층에는 문제의 리튬이온 배터리 UPS(무정전·전원장치)와 함께 정부 70여개 기관의 전산시스템 서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각 서버 사이 간격은 1.2m, 특히 서버와 배터리 사이 간격은 60~70cm에 불과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불이 나면 물을 많이 뿌려서 진화하는 방법만 가능한데, 서버가 가까이 있으니 망가질까봐 충분히 물을 뿌려 대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특히 이번 화재가 전산실의 배터리 팩을 수차례에 걸쳐 지하공간으로 이전하려는 작업 중에 일어난 점은 더 안타깝습니다.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중에 사고로 이어진 셈이죠. 결국 서버 시설 설계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간과했던 것이고, 국가행정 데이터센터라는 점에서 안전성이 최우선인 만큼 애초에 예산을 더 투입해서 서버와 전기 설비 공간을 충분히 분리해 설치해야 했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옵니다. 또 이를 개선하는 작업 자체도 안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큰 후회가 남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해당 시설의 특성상,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해 화재가 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반면 관리원 측은 전원을 끊었고 한참 후에 불꽃이 튀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주요 시설의 작업 과정에 신중한 관리감독이 부족했던 게 아닌지도 짚어봐야 할 부분입니다. 화재로 불에 탄 배터리팩 잔해들 알면서도 미룬 '이중화 체계'..국정 우선순위 판단의 실책 더 중요한 문제는 메인 전산망에 문제가 생긴 경우, 예비 전산망이 작동해 서비스가 계속되는 '쌍둥이' 시스템, 즉 이중화 체계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28일) 회의에서 "중요한 기간망은 외부적 요인으로 훼손될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이중 운영 체계를 당연히 유지해야 되는데, 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데이터는 대구와 광주 분원에 백업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과 이를 구동해 행정서비스가 이뤄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전문가들도 이 차이점을 지적합니다.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 "백업이 두 가지로 나눠 보면 '액티브-액티브'가 있고 '액티브-스탠바이'가 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하나가 완전히 이번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동시에 잠깐의 스위칭 시간만 거치면 그 백업에서 바로 서비스까지 공급하는 (액티브-액티브), 그런데 이거는 안 거쳐진 게 분명한 걸로 지금 정부 발표에서도 발표를 했고요. 그 다음에 이제 '액티브-스탠바이'입니다. 액티브가 되면 일단 데이터만큼은 별도로 백업이 돼 있으니까 나머지 시스템을 가동을 하겠다. 이렇게 되거든요." 결국, 현재 우리 정부의 시스템은 '액티브-스탠바이', 즉 데이터는 별도로 저장하고 있지만 바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겁니다. 2022년 10월의 카카오 사태, 그리고 2023년 11월의 지방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를 겪으며 정부는 메인서버가 마비되면 '쌍둥이 서버'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는 '액티브-액티브', 즉 실시간 재해복구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진전이 없었던 겁니다. 대책 발표 3개월 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관련 예산 편성을 보류하기로 하면서 2025년 예산안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역시 위험성을 알면서도 비용 문제를 이유로 크게 한발 늦어버린 셈이죠. 다음 관건은 데이터 백업 여부..완전 복구 늦어지나? 이어지는 문제는 이중화 시스템은 아직 없더라도 대구와 광주 분원에 해당 데이터가 실시간 백업을 통해 온전히 존재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대전 본원 시설의 647개 시스템 중에 화재가 난 5층의 96개 시스템은 전부 탔습니다. 2,3,4층에 있는 551개는 전원만 끈 상태이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가동시킨다는 게 정부의 정부 설명입니다. 하지만 96개는 물론이고 나머지 551개 시스템의 데이터가 '실시간 미러링'을 통해 온전하게 백업됐는지는 다시 확인해야할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2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 "백업이라고 하는 게 얼마나 많은 시스템을 백업하고 있느냐. 예를 들어서 데이터를 중요시스템에 대해서만 백업하느냐, 전체시스템에 대해서 백업을 하느냐, 백업을 한 달 주기로 하느냐, 하루 주기로 하느냐, 실시간으로 하느냐 이런 것들이 전부 다 변수입니다. 이것들은 한번 추가적으로 체크를 해야 전체가 복원 가능한지가 나올 것 같습니다." 백업 데이터가 불완전하면 복구에는 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정부는 오늘(29일) 오후 브리핑에서 "전소된 96개 시스템의 대구센터 이전 구축을 위해 정보 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최소 한 달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정부는 이번 화재로 전소된 주요 정보시스템 96개 목록도 공개했습니다. 당장 국민신문고(권익위), 대테러센터 홈페이지(국무조정실), 범정부데이터분석시스템(행안부), 특히 정부 내부업무 전산망인 '온나라 시스템'도 포함돼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행정정보시스템의 보안성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어 국내외 해킹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방화벽이나 침입탐지시스템 등이 훼손됐거나 마비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빠른 시스템 정상화 작업과 함께 수동 방어 방식이라도 보안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만 남긴 가운데 정치권에선 환영과 비판, 동시에 여권 내 복잡한 속내가 교차하는 분위기입니다. 어제(7일)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 전 대표와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최강욱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면위의 명단은 절차적 요건에 따른 권고 성격으로 헌법상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게 됩니다. 황운하 "지방선거 출마는 부적절, 보궐선거는 가능" 사면 결정을 가장 기다리는 건 조국혁신당입니다. 황운하 의원(조국혁신당)은 어제(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대표의 앞으로 행보에 대한 의견까지 피력했습니다. "당 대표로 복귀해 민주당과의 협업, 사실상 연합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조국혁신당의 목표"라면서 정치 개혁 과제 완수를 위해 중앙 정치를 해야 하며, 그래서 일각에서 제기된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부산시장 출마는 부적절하지만 동시에 치러질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 "호남에선 공정한 경쟁, 기타지역에선 후보 단일화, 선거연합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황 의원의 언급에서 크게 두 가지 면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조국혁신당은 지난 6.3 대선에서 자체 후보를 내지 않고 민주당과 선거연대에 나섰던 점을 에둘러 상기시키는 의미, 또 앞으로 여권의 일부로 각종 개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입니다. 사실상 현 여당에 대한 '청구서'를 보여준 셈입니다. 결정 앞두고 입장 아끼는 민주당, 왜? 지난달 9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조국 전 대표를 '장소변경 접견' 형태로 면회한 사실이 사후에 확인된 데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우상호 정무수석과 비공개 만남에서 "사면을 한다면 조 전 대표도 포함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권 내 구도로 보면 사실상 친문, 비명계의 요구는 선명한 셈입니다. 여당 입장에선 정치적 명분도 없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권력을 추종해 보복형 수사를 반복했던 검찰의 권력 남용에서 비롯된 것이고, 조국 전 대표와 가족 역시 이재명 대통령처럼 그 피해자라는 정서입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한 "죄와 형벌 사이의 비례성, 균형성이 없다는 측면"이 아마도 당내 일반적 정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주말을 앞둔 오늘(8일) 오전까지 당 지도부 차원의 언급 없이 비교적 조용한 점이 주목됩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서"라고 말했지만 야당의 강한 비판에 대해서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결국, 과거와 달리 국정운영과 국민 통합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여당이란 점에서 여론 동향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 전 대표는 법원의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혐의가 '입시비리'라는 점, 또 본인의 인정과 반성이 부족했었다는 점에 반감을 느끼는 2030세대와 중도층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주식양도세 기준인 대주주 요건 확대를 둘러싼 논란과 강선우 장관 후보자, 이춘석 법사위윈장 사태로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 층 여론의 악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인 정치 셈법..지방선거보단 주도권 의식? 민감 사안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 이른바 '정치공학'적 시각도 회자됩니다. 황운하 의원의 언급에서처럼 조 전 대표가 사면·복권되면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에 특히 호남을 둘러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중진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이런 의견을 말했습니다. "현실정치에선 그런 계산도 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지방선거는 사면 결정의 변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차피 이번 광복절 특사가 아니라도 연말, 아니면 내년 상반기엔 조 전 대표의 사면이 이뤄질 거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동안 물러나 있던 비명계, 친문 인사들이 조국 전 대표 사면으로 구심점을 확보하고 조국혁신당의 확장에 이은 합당 등 여권 개편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느끼는 부담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검찰개혁 요구가 강한 민주당 당원 여론이 사면 쪽으로 기울고 있는 점이 고심의 배경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문자 메시지 포착에 힘 잃은 야당의 비판 국민의힘은 "파렴치한 권력형 범죄자를 사면하려고 한다"며 "최악의 정치사면"이라는 강한 비판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사면 대상 야권 인사 이름을 전달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비판의 동력을 잃은 상황이 됐습니다. 야권 인사로는 정찬민, 홍문종, 심학봉 전 의원 등이 사면 대상으로 알려졌습니다. 뇌물과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벌금형이 확정됐던 인사들입니다. 다만 최근 직접 사면·복권을 요청하고 나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대통령 역시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재판이 중지된 상태여서 정치적 논란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인 가운데서는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받았던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포함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 파업 과정에서 구속 수감된 건설노조·화물연대 노동자 등도 사면 대상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관세 압박에 시달린 지 수개월, 오늘은 한국 수출의 주력선수 반도체와 관련한 빅뉴스가 쏟아진 날입니다. ⓵ 한국은행은 6월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가장 많은 약 143억 달러라고 밝혔습니다. 11% 늘어난 반도체 수출 호조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⓶ 삼성전자가 애플에 아이폰용 차세대 칩을 납품하게 됐습니다. 테슬라에서 23조 원 규모 수주에 이은 연속 낭보였습니다. ⓷ 같은 시점 트럼프 미 대통령이 또 세계 업계에 폭탄을 날렸습니다.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가 부과 대상이라고 말한 겁니다. "만약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도체 수출호조, 삼성 호재...하지만 또 트럼프 삼성은 아이폰 카메라 품질을 결정하는 이미지 센서를 미국 오스틴의 삼성 공장에서 생산해 납품하게 됩니다. 테슬라 첨단 칩 수주에 이어 주문형 고부가가치 칩의 기술력이 연거푸 인증된 셈입니다. 세계 최고 점유율(39%)의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적자를 감내하며 기다렸던 삼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가 큽니다. 업계에선 1년 이상 기다리고 있는 엔비디아의 첨단 HBM 납품까지 성사되면 '삼성의 반격'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같은 날, 트럼프의 100% 관세 언급에 삼성과 SK는 다시 노심초사의 상황이 됐습니다. 연쇄적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미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한국도 100%관세?...'최혜국' 약속 지켜질까? 산업계와 금융시장이 술렁이자, 대통령실은 한국은 이미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강유정 대변인은 "100%든 200%든 간에 어떤 나라가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면, 우리 반도체나 의약품 분야에 있어서 최혜국 대우 약속을 받았다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반도체·바이오 품목관세 15%를 약속받은 만큼, 100%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15% 수준의 최혜국 대우를 받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물론 미국이 최혜국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만약 실제로 100% 관세가 부과된다면? 당연히 큰 타격을 받습니다.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는 대미 수출 2위 품목입니다. 하지만 세부 시나리오에 따라 강도는 달라집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0% 정도 됩니다. 반면 이 가운데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은 약 7.5%로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중국으로 수출이 33%, 홍콩 18%, 대만 15%, 베트남 12% 정도입니다. 최악의 관세라도 당장의 타격은 제한적일 거란 기대가 나옵니다. 삼성, SK가 생산한 칩을 중국 대만 등에서 더 큰 반도체 모듈이나 관련 제품에 끼워서 다시 미국 등에 수출하는 경유 형식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도 한국산 HBM 반도체를 대만에서 최종 조립해 완성합니다. 결국 다른 반도체보다 메모리 칩 판매 비중이 월등히 큰 한국 (메모리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 67%) 입장에선 이를 받아서 재수출하는 중국, 대만에 부과될 관세가 얼마일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대만 같은 나라가 고율의 미국 관세를 부과받고, 이를 못 견뎌 아예 생산 공장의 미국 이전을 본격화하면 이때는 한국도 메모리칩을 미국으로 직접 수출해야 하는 만큼 관세 타격이 점점 커지게 됩니다. 또 다른 변수는 삼성, SK가 미국에 생산 공장을 가졌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거나, 미국에 건설할 것을 확약한 기업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섣부른 기대이긴 하지만 이 말 그대로라면 한국은 무관세가 됩니다. 하지만 말이 계속 바뀌고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긴 하나 싶은 트럼프의 변덕이 여전히 부담입니다. '미국서 만들라' 노골적 압박...결국 중국 견제 목적 반도체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 의도는 다른 품목들과는 다릅니다. 관세 수입, 즉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닌 미국 영토 안에 반도체 생산 체인을 구축하려는 전략적인 목적, 구체적으로 AI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의도가 뚜렷합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 노골화된 '칩워(Chip War)', 즉 반도체 기술과 생산력 확보 전쟁에서 중국은 성큼 약진했고, 미국은 초조해졌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전 정부나 트럼프 현 정부나 대만,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을 거치는 일종의 반도체 생산 분업 구조(밸류체인)를 개편해 아예 자기네 땅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를 계속해왔습니다. 미 민주당 정권은 미국 내 공장을 만들면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트럼프는 관세 폭탄을 때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국으로 오게 하는 방식만 다를 뿐입니다. 반도체 발명국인 미국은 비교적 단순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나 설계도에 맞춰 생산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는 주로 아시아 지역에 맡기고, 자국 업계는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첨단 칩 설계 분야(팹리스)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사태나 중국과의 패권 경쟁 국면에서 글로벌 물류 시장 마비로 반도체 물량이 부족해지는 품귀 현상까지 경험했습니다. 기술력은 강하지만 정작 생산 능력이 약하다는 약점을 뼈아프게 인식했고, 결국 미국 땅 안에 공장이 있어야 전쟁 등 유사시에도 필요한 칩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생존전략은?...'때론 배짱도 필요하다' 생존전략의 핵심은 반도체 생산력이 아쉬운 건 아직 미국이라는 겁니다. 오늘(7일) AFP통신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예고한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를 면제받는다"고 보도했습니다. 확인이 더 필요한 소식이지만 전 세계 칩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 강국인 대만은 예외라는 겁니다.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칩 생산 거의 전량을 TSMC에 맡기고 있다 보니 관세가 부과되면 결국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가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한국도 대만처럼 강점이 있습니다. 삼성의 미국 텍사스주 공장은 반도체 위탁생산 기능의 파운드리 공장입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인디애나 주 공장은 반도체 후공정 공장입니다. 미국이 내심 갖고 싶은 메모리 반도체 핵심 생산시설은 한국에 있습니다. 공장 만드는 게 단시간에 되는 일도 아니고, 한국산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그만큼 반도체를 비싸게 사야 됩니다. 희토류 공급에서 압도적 우위인 중국과의 관세협상에선 신기하게도 정중한 모습을 보이는 미국을 보면, 한국도 배짱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분야에선 저자세가 아닌 '강온 양면전략'을 조언합니다. 첫째, 파운드리 분야는 대미 시설투자를 늘리는 대신, 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확실하게 챙기고, 전체적인 한미 통상 조건을 유리하게 조율하는 전략입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대폭 늘리고 있는 대만 TSMC와의 미국시장 내 AI관련 첨단 반도체 수주 경쟁을 위해서도 현지 투자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둘째는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 구조상 한국에 주도권이 있는 만큼,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의 약점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현지 시설을 성급하게 늘리지 말고 경기도 용인, 평택 등에 건설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부터 차근차근 완성해 반도체 공급국가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인 브라이언 매스트가 지난달 24일 워싱턴의 한 전략 컨퍼런스에서 한 발언이 계속 회자됩니다. "(한국의) 일부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려 한다" "양쪽(미·중) 모두를 지지하려는 시도를 미국은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이는 동맹 전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언급입니다. 공화당 소속인 그는 아프간 전쟁에서 양쪽 다리를 잃은 참전군인 출신으로 트럼프의 외교·안보분야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한국의 새 정부 행보를 바라보는 미 정치권 강성 우파들의 시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힘을 앞세운 일방적 고율관세는 제국이 패권의 위기에 직면할 때 나타납니다. 일본도, 영국도, 그리고 불쾌해하던 EU도 결국 미국의 청구서를 접수했습니다. 오랜 동맹인 한국은 15% 저지선을 지켰지만, 무역과 별도의 다른 청구서가 기다립니다. 휴가 아닌 휴가?...'저도 구상' 들어간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은 경남 거제 저도에 있는 '청해대'에 있습니다. 인수위 없는 취임 후 두 달의 행보를 돌아보면 녹초가 됐을 법합니다. 하지만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이 다른 현안들보다 버거운 숙제가 될 것입니다. 골프광인 트럼프와의 유대를 위해 골프 연습도 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관세협상 타결에도 여전히 모호하고 양국 간 말이 엇갈린 민감 사안들이 트럼프와 만남에서 구체화될 것입니다. 일단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또 "대미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의 것이다"라는 발언부터 3천500억 달러 투자펀드의 방식 등 또 한 번 대내 정치효과를 노린 트럼프의 거친 협상기술이 돌출할 수 있습니다. 더 부담스러운 건 경제에 이어 한반도 안보 분야의 미국 측 요구입니다.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재배치를 넘어 극단적으로는 미국이 가장 신경 쓰는 중국 견제에 대한 동참 여부로 선택의 기로에 몰리는 상황이 닥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일지라도 즉답을 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거기에 따른 또 다른 추가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마도 지금 대통령의 휴가는 휴가가 아닐 거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국이 문제" 조현 장관의 이례적 발언, 왜? 어제(4일) 미국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조현 외교장관과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미국 기자는 한국이 직면한 지정학적 도전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 (3일자 美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북한의 대러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군사적 기술이나 관련 물질을 북한에 이전하지 않을지 염려해 왔다." "중국이 이웃 나라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와 황해(서해)에서 벌여온 일들을 지켜봐 왔다." 한국 정부의 고위인사가 '중국이 문제'란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 매우 이례적입니다. 일단 방위비 증액과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한미동맹의 현대화가 협의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해 미국의 생각과 이견이 있는 발언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또 백악관과 미 정치권의 우파 중심으로 이재명 정부가 친중 성격의 실용외교를 벌일 거란 의심을 하는 것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의도적으로 미리 선을 그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이 반응했습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현재 중국은 주변국들과 모두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공식입장을 냈고, 중국 관영언론은 "한국이 중국 위협론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레토릭'을 따라 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관세와 군사적 요구 등 한국이 직면한 압력을 이해하지만, 한국이 이러한 잘못된 이야기에 정통성을 줘서는 안 된다"는 중국 학자의 주장을 곧바로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오늘(5일) 반응은 고심이 엿보입니다. "조 장관의 발언은 한중간 일부 사안에 이견이 있더라도, 민생 및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한중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이라면서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관세폭탄 이은 안보 청구서...'동맹 현대화' 동상이몽 사실상의 전초전이 나타난 가운데 한미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안보 청구서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은 70년 넘게 북한의 도발 억제에 초점을 뒀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확장에 위협을 느끼는 미국은 수년 전부터 주한미군을 대만해협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전장에도 투입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공식화했습니다. 단순화하면 유사시 주한미군이 다른 지역에 투입된다는 전제로 한국은 방위비 분담을 늘리고 전시작전권도 회수해 한국군의 역할 비중을 높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발 더 나간 미국의 요구가 나올 가능성입니다. 대만 사태 같은 상황이 발생할 때 주한미군의 재배치 정도가 아닌 한국의 '군사적 동참'을 의미하는 변화를 바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대북 억제에 맞춰졌던 한미동맹 군사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자는 개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대 중국 견제와 유사시 대응에 어느 수준까지 동참할 수 있는가?"의 직설적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역대 최고 어려운 난이도...실용외교 vs 현실외교 시험대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진행된다면 일부 언론의 표현대로 '역대 최고 난이도의 한미정상회담'이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렇다면 대통령은 협상에서 일종의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대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구상에 한발 더 협력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에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과 협력이 불러온 남과 북의 여전한 군사적 긴장관계가 명분이 될 것입니다. 이러면 미국은 그만큼의 한반도 안보 분담을 더 줄이면서 무역 관련한 추가 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장관들과 실무자들이 관세협상에서 '마스가' 모자로 미국의 호응을 유도한 것처럼, 돌발적이면서 지도자로서의 멋을 중시하는 트럼프 개인의 명예욕을 활용하는 대화 전략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코스피, 지난주 4% 급락에서 월요일 강보합 전환 지난 1일 4% 가까이 급락했던 코스피가 오늘(4일) 반등했습니다. 코스피는 28.34포인트(0.91%) 오른 3,147.75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도 11.27포인트(1.46%) 오른 784.06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금요일(1일) 주식양도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수출 비용 증가 예상, 원화 약세 흐름이 겹치며 코스피가 3.9% 급락했던 상황에서 이번 주에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금융시장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시장은 원 달러 환율이 16.2원 급락한 1,385.2원을 나타내며 안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들도 주식 순매수를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고심하는 여권, 내부 공방에 '공개 발언 금지령'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확대 (한 종목 50억 원 이상->10억 원 이상 보유)하는 세제개편안이 코스피 등 지난 1일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됐다는 투자자들의 반발 속에 당내 책임 공방이 이어지자 여당은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일 압도적 표차로 당 대표에 당선된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는 오늘(4일) '공개 발언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에게 대책을 지시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 "이 문제는 비공개로 충분히 토론할 테니 의원님들은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 달라.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정리해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겠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만큼 윤석열 전 정부 시절에 축소된 '대주주'기준을 원상 복구해 세입을 보충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대해 여당 현역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우려와 반대 의견을 내면서 내부 공방으로 번졌기 때문입니다. 당내 '코스피 5000 특위' 소속인 이소영 의원의 공개적 반대 의견 이후, 이언주 최고위원, 김한규 의원, 김현정 의원에 이어 오늘은 당 지도부인 전현희 최고위원도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실제 주가 급락에 위기감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 (지난달 31일) "10억 원을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이로 인해 얻을 실익(세수효과)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음에 비해 시장 혼선은 너무나 명확하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 (오늘) "주식시장을 활성화해 부동산 쏠림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게 새 정부의 정책기조로, 코스피 5000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일관된 정책방향이 중요하다." 당내 분위기는 국가 예산 투입이 필요한 각종 민생정책 과제를 위해 세입 확충은 중요한 문제지만, 새 정부가 강조한 '주식시장 활성화'정책과의 일관성을 먼저 고려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감지됩니다. 일각에선 세제개편안이 대중에 공론화되기 전에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란 중대 국면에 집중했던 경제 콘트롤 타워 구윤철 부총리, 또 대통령실과의 전략적인 사전 논의가 부족했던 게 아쉽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큰 틀의 조율이 이뤄질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공론화되는 바람에 동학개미들의 큰 반발과 실망을 자초했다는 것입니다. 경제정책 좌우할 큰 영향력, 개미투자자들의 민심 한편,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확대하는 세제개편안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은 나흘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달 31일 게재된 해당 청원 이튿날인 지난 1일 저녁 7시 쯤 상임위 회부 요건인 5만 명을 이미 넘었습니다. 정치권은 세제개편안을 계기로 국내 '동학개미'투자자들의 이른바 주심(株心)의 영향력을 다시 실감하게 됐습니다. 실제 2019년 약 400만 명 정도였던 국내 개인 투자자 수는 2020년 코로나 팬더믹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 속에 현재는 1천5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8만 전자' 현상 같은 반도체와 2차전지, IT주 열풍에 이어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미장'투자 대중화에 따른 2030 투자자들의 대거 유입, 여기에 발맞춘 증권사들의 영업경쟁과 주식거래 모바일 앱 활성화, 중장년층 퇴직연금의 ETF 투자 확산 등이 겹쳐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민심과 다를 바 없는 기준이 된 셈입니다. 특히, 수많은 대책에도 연일 멀어지는 부동산값 상승에 지친 심리가 주식과 코인을 통한 재테크에 쏠리고 있는 흐름이 정부의 대주주 기준 확대, 증권 거래세 인상 개편안에 큰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책 추진 배경에도 충분한 논리가 있습니다. 수년에 걸쳐 논의된 주식 관련 세제 개편의 필요성과 함께, 과거 주식양도세 과세 요건을 10억 원으로 낮추었을 때 주가변동은 크지 않았고, 확대된 대주주 요건에도 해당되는 주주는 소수라는 점에서 주식 시장이 무너진다는 것은 기우라는 주장입니다.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 등 여당의 정책 설계자들과 국가 세입 부족을 걱정하는 기획재정부 일각에서도 이번 상황이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가 투자자 반발로 폐지로 결정된 상황과 비슷하고, 금투세 도입을 조건으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의 원상 복구마저 취소된다면 조세형평 원칙이 무너진다는 우려가 여전합니다. 세제개편 어디로?.. "정책 일관성과 우선순위 고려해야" 정부-여당 내에선 세제 개편안은 말 그대로 '안(案)'이어서 실제 법 개정까진 갈 길이 먼데 시장의 반등이 과도했다는 푸념도 나옵니다. 하지만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조속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긴박감도 감지됩니다. 당 일각에선 문제가 된 주식양도세 과세요건 대주주 기준을 30억 원 안팎으로 절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책의 강도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실제 시행 시점과 유예기간, 예외 적용 등 '정책의 우선순위 설정'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부동산 시장에 집중됐던 자본의 쏠림을 금융 시장으로 돌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의 큰 줄기라고 한다면, 실제로 부동산 쏠림 현상부터 해소하는 효과를 낸 뒤에 어느 시점에 주식 시장에 자본 쏠림이 심해지면 다시 대주주 요건 확대 등 균형을 잡을 정책을 순차적으로 시행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죠. 주식시장의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주가 수준이 일정 단계로 안정화된 이후, 즉 다수의 국민들이 수익과 자산형성의 효과를 본 이후가 더 효과적일 것이란 논리입니다. 그래야 재계의 반발에도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시하고 배당을 유도하는 '코스피 5000 시대' 정책도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