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자
오늘(19일) 열린 외교부와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관심이 쏠린 것은 최근 불거진 두 부처 간 갈등 때문입니다. 한국 외교에 내재해 온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그것이죠. 다시 노골화한 양상입니다. 중요한 우방인 미국과의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 외교와 대북정책을 풀어가야 한다는 외교부 중심의 동맹파, 미국의 간섭과 의존을 줄이고 실용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같은 민족인 남북관계도 주도적으로 해결하자는 게 자주파로 표현됩니다. 사실 현실에선 두 진영의 외교정책은 항상 혼재하면서 상황과 사안에 따라 무게중심이 바뀌는 구도로 진행돼왔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이후 반년이 지나면서 남북한이 원수처럼 지내는 상황을 타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그 해법과 주도권에 대한 이견이 또 대립하면서 결국 대통령의 생각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통일부, 한·미 회의 불참으로 갈등 표출..'워킹그룹'에 반감 '부글부글'하던 갈등이 표출된 건 지난 16일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 회의에 통일부가 공개적으로 불참하면서입니다. 통일부는 '한미 협의체 관련 입장'까지 내고 "남북대화, 교류협력 등 대북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시 통일부가 별도로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입장은 결국 외교정책은 외교부가 하지만, 대북정책은 통일부가 주체라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이 회의에는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양국의 수석대표로 참석했는데, 미국과 협의할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북핵문제인데, 이미 국제문제가 된 상황이라 외교정책의 대상이기도 해 대북정책과 외교를 분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당장 나왔습니다.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 이번 불참은 그전에 강한 조짐이 보였습니다. 지난 10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책,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고,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며 외교당국 간 대북정책 정례 협의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습니다. 특히 이날엔 '자주파'로 볼 수 있는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등 6명의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전문성이 없고,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의 이런 행보의 배경엔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외교부가 대미 협의를 맡으면, 문재인 정부 당시 한미 외교당국 간의 워킹그룹처럼 남북교류와 협력 사업 때마다 대북제재의 저촉 여부만 따지면서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우려가 매우 강합니다. 16일 회의가 이름만 다를 뿐, 참석자 구성 등 세부요소가 사실상 워킹그룹 회의의 부활이라고 본 것입니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말 시작됐던 한미 고위급 상시협의체입니다. 의도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과 남북협력의 균형 있는 조율을 명분으로 했지만 사실상 미국이 한국의 남북협력 시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했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오늘(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2019년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북한에 지원하려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약을 운송하는 트럭이 대북제재 대상이라고 고집하는 바람에, 분계선 북쪽에서 기다리던 북측 관계자들이 돌아가 무산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2020년엔 김여정 당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남측이 스스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워킹그룹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외교부 계획대로라면 한미 외교 당국 정례 협의는 '대북정책 전반'을 다루게 되는데, 이 경우 현실적으로 워킹그룹처럼 운영될 공산이 크다"며 "낮은 급의 참여도 고려했으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외교 당국 주도의 한미 협의체는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의 자율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자주파 인사들의 비판입니다. 뒤에는 여권 자주파..여당 대표는 "통일부 지지" 왜? 정동영 장관은 통일부 취임 직후부터 한미연합훈련의 조정 필요성과 함께 "남북은 사실상 두 국가"라고 말했고,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통일부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최근엔 비무장지대(DMZ) 출입에 대해 유엔군사령부가 허가권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유엔군사령부가 "비무장지대 출입 통제는 고유권한"이라는 이례적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 장관의 행보 배경에는 여권 내 자주파 전직 장관 그룹이 있습니다. 이들 전 장관들은 동맹파가 외교안보 실무의 중심이 되면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국가안보회의 의장도 통일부 장관이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다시 정 장관이 받아서 언급하는 과정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특히,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7일 "통일부 방침을 지지한다. 정동영 통일부의 정책적 선택과 결정이 옳은 방향"이라면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교수 등을 당에 영입해 한반도평화전략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당 대표로서 부처 간 갈등에 대해 통일부의 손을 분명히 들어준 셈입니다. '트럼프 협상력' 강조한 美대사, 동맹파 '이심전심'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동맹파의 의견은 과거와 다른 지정학적 변수를 감안해 좀 더 넓은 시선에서 대북정책을 펴야한다는 쪽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상황이고, 북한이 러시아 파병 등의 돌출적 정책을 펴는 긴장 상황에서 한국 단독의 남북관계 개선 시도는 시기적 실효성이 낮아, 일단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한미 관세협정과 핵 잠수함 도입 등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인 과제들을 우선 추진해야한다는 논리입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11월25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미 정부의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선 지금의 대북제재를 유지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사실상 우려를 전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김 대사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제의로 대북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메시지가 혼재될 경우 혼선을 빚을 수 있다"며 한국 외교안보 라인과 정례적 만남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제안과 최근 외교부가 주도한 한미 간 회의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외교부 중심의 동맹파 라인은 이런 미국의 의견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일부-외교부 번갈아 칭찬, 李대통령 변화 시동 거나?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19일)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양 부처에 모두 칭찬의 말을 했습니다. 외교부에는 "외교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특히 국가 위기 때마다 보이는 것 같다"고, 통일부에는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라서 역할이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남북 간에 적대가 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 역할은 역시 통일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예민한 상황에서 일단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하지만 실제 속내와 앞으로 대북 정책은 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자주파의 움직임은 지난 10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APEC 참석을 계기로 추진한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더 선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회담 불발 이후 미국의 대북제재 모드가 강해졌고, 남북화해를 원하는 여권 내부에서 미국 주도의 대북 접촉에 대한 무용론이 커졌고, 이 대통령의 '페이스 메이커' 언급에 대해서도 남북 간의 문제는 자주적으로 풀어야한다는 진보 진영 정치인들과 전통 지지층의 의견이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 대통령에 대한 반발 성격보다는 대통령이 남북 간 적대감 완화와 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과정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여권 내부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 대북정책 조정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에 머무르기 보다는 직접 나서는 모습이 유리하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정동영 장관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AI거품론 속에 미국 시장에선 악재가 다시 나왔습니다. 대표적 클라우드 업체 오라클이 짓고 있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의 투자유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소식에 뉴욕증시 기술주가 급락하며 장을 마치자마자 글로벌 3대 메모리반도체 회사 중 하나인 미국 마이크론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D램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는 겁니다. AI산업에 대한 막대한 출혈 투자에 대한 우려에도 핵심 부품인 반도체는 공급 부족으로 사상 최대 매출이 나오는 복잡한 상황에 연말 금융시장도 혼란이 나타납니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역시 메모리 강국인 한국에는 호재였지만, 오늘(18일) 코스피는 다시 큰 폭 하락했습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연말 '산타랠리' 여부는 다음 주 초의 상황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1480원까지 찍은 고환율과 내일(19일) 결정될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이 또 변수입니다. 마이크론 CEO "내후년에도 D램 부족 지속될 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매분기 실적을 먼저 발표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지난 9~11월 매출은 작년보다 56% 증가한 136억 달러로 월가 전망치(13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D램 부족 현상이 2026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요 고객사들에도 필요한 물량의 50%에서 3분의 2 정도만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AI 인프라 투자수요의 강도를 설명했습니다. 현재 재고량도 17주(120일) 미만이라는 겁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美마이크론 CEO AI거품론에 시달리는 시장의 관심은 내년 말(2026년 12월~2027년 2월)의 실적 전망인데, 마이크론은 183억~191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했습니다. 역시 전망치(144억)를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결국,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은 AI가속기에 들어가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와 함께, 동반 필수부품인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도 내후년까지 공급이 달릴 정도로, AI산업 인프라 투자에 동반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진행 중이란 것을 재확인한 셈인데, 시장이 불안해하는 과잉투자 거품론과는 대비되는 현상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더 높은 한국 삼성전자와 SK의 4분기 실적에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15조 원, SK하이닉스는 16조 원을 넘겨, 처음으로 합산 이익이 3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총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두 회사란 점에서 악재 속에도 연말 랠리의 기대가 살아있는 배경입니다. 오라클, 데이터센터 투자유치 난항..美기술주 급락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거래 마감 직후에 나온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뒷북'취급을 받았습니다. AI거품론의 주 타깃이 된 오라클이 미국 미시간 주에 짓고 있는 1기가 와트 규모 데이터 센터의 핵심 투자자와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으로 다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오픈AI와 3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으면서 지어지는 시설이었습니다. 사모신용펀드 '블루아울 캐피털'은 자체 자금과 함께 수십억 달러를 외부투자로 조달해 자금데이터에 투자를 협의해왔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AI 설비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생기자 대출 기관들이 대출 조건을 강화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소식이 보도되면서 오라클의 부실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투자 원리금 반환을 위한 보험성격의 파생금융상품 신용부도스와프(CDS) 수수료가 뛰면서 다시 시장에 AI 거품론을 부채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라클 외에도 아마존과 구글, MS 등 AI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기업들은, 사모펀드나 부동산자본가들이 건설 투자를 하고, 이를 장기간 임대해서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의 사업구조를 만들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부동산 사업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큰 틀에서 유사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임대 의무기간, 거액의 임대료 보장 옵션 등은 이들 빅테크의 장기적인 부담과 재무적 약점으로 부각돼 왔습니다. '블루아울'만 해도 4년 전 AI붐 속에 생긴 펀드로 알려졌는데, 자금력이 탄탄한 투자은행(IB)이나 안정적인 대형펀드는 추가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오라클은 다른 파트너와 협상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센터가 오픈AI 전용 인프라란 점에서, 최근 구글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픈AI에도 리스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관련 기술주들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혼돈의 '반도체 개미'..고환율 겹치며 외국인 매도 반도체 업황의 견조함을 확인한 마이크론 실적에 오라클 쇼크의 '완충작용'을 기대했던 코스피는 1.53% 하락하며 4천선이 다시 무너졌습니다. 외국인들은 이번 주 들어 나흘 동안 2조5천억 원 넘는 순매도를 보였습니다. 국내 개미 투자자들은 지난 주 미국 시장 매수를 많이 줄이고, 반도체 등 국내 대형주의 반등을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 내 기술주 주가하락에도 반도체 대표주를 가진 한국시장이란 점에서 '차별화된 장세'를 기대했지만 원화약세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부는 오늘(18일) 환율 대응책을 내놨습니다. 은행과 금융사들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하는 외화자금에 대한 기준을 완화해 그 일부가 시장에 풀리도록 하고, 특히 외국인들이 국내 증권사 계좌개설 없이 해외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의 활성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19일 일본 기준금리 결정..엔캐리 변수 '긴장'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현지시간 19일은 미국 주식시장의 선물·옵션 만기일로 콜-풋옵션 등 각종 파생거래의 청산 매매가 이뤄져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다음 주 국내시장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시장에선 최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도 임박한 옵션 만기일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중앙은행은 우리시간 19일 낮에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발표합니다.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0.75%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 증시에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움직임의 강도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과 신흥국 금융시장에 투자한 자금이, 이자와 환차손에 따른 상환 압박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청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해 8월에 '엔캐리 청산'의 충격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일본의 금리인상이 상당 부분 예견돼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과도한 약세로 한국 원화의 동반약세를 부채질해 왔던 엔화 가치의 상승 요인이란 점에서, 고환율 문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 옵션 만기일을 지난 외국인 투자자의 연말 한국 증시 복귀 가능성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오늘(16일)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한때 8만5000달러 선까지 하락했습니다. 위험자산 시장의 투자심리 위축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에선 진정 기미를 보이던 'AI 거품론'이 또 고개를 들면서 국내 코스피는 4천선이 무너졌습니다. 또 아시아 증시가 모두 부진했습니다. 연말의 소비와 유동성 증가가 이끄는 이른바 '산타랠리'를 기대했던 금융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운 셈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랠리 여부를 가름할 변수로 크게 2가지를 꼽았습니다. ⓵19일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의 여파, ⓶미국 메모리반도체 대표기업인 '마이크론'의 실적발표(현지시간 17일)가 그것입니다. 금리인상 예고한 일본, '엔캐리' 자금 움직이나? 가상화폐 약세는 미국 증시에서 관련 주가의 하락으로 이어졌는데, 대표적 비트코인 기업인 스트래티지가 8.14%, 코인베이스, 로빈후드의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오르자(채권 가격하락) 시장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자금을 일부 청산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일본의 저금리에 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서 미국 국채와 신흥국 금융시장에 투자한 자금이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동요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본 중앙은행(BOJ)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지난 1일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면서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완화 정도를 적절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오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열리고 19일 낮에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월 0.50%로 인상했던 기준금리를 0.75%로 높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일본은 지난해 3월(-0.10%)부터 올해 1월까지 분기 단위로 꾸준히 금리를 인상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를 웃돌면서 심한 엔화 가치 약세가 계속돼왔습니다. 시장은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의 예고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1일 우에다 총재의 발언 직후, 미국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비트코인은 하루 새 7% 급락하며 8만3900달러 선까지 밀리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의 큰 축이었던 엔캐리 자금의 이동 조짐에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뉴욕증시와 아시아증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우려는 과도하다? 지난해 8월과는 다른 여건 시장이 크게 반응하는 것은 충격의 경험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기준금리가 갑작스럽게 인상되고,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자 8월에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대규모 청산이 나타났고, 한국은 물론 주요국 주식시장에 '블랙 먼데이'를 불러왔습니다.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엔화 자금을 대규모 대출했던 투자자들은 당장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채권금리가 오르면(채권가격 하락) 기존에 엔캐리 자금으로 투자했던 달러화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게 돼, 결국 손실 회피와 상환 부담이 커지며 투자금의 청산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났던 겁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추산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약 506조6천억 엔, 우리 돈으로 약 4천790조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번 연말의 경우는 엔캐리 청산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지난해 8월 당시에는 엔화 가치의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한 '쇼트 포지션'(엔화 순매도 선물계약)의 규모가 사상 최대일 정도로 많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자 단기간에 서둘러 청산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충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지금은 이런 엔화 쇼트 포지션 규모가 당시와 비교해 25%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어, 시장을 크게 흔들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일본의 금리 인상 예상이 상당 부분 시장에 선반영 된데다, 한국처럼 일본도 관세협상과 미국의 압박 속에 대미 직접투자의 비중이 늘어난 상황이라는 점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의 근거입니다. 전문가들 분석에선 전체 엔캐리 자금에서 청산 가능성에 노출되는 규모는 10%에 크게 못 미칠 것이고, 상환이 일어나도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낙관론도 나옵니다. 다시 불거진 AI거품론..단기 조정 그칠까? 결국 중요한 분수령은 AI 벨류체인이 이끌어온 뉴욕증시 등 세계 주식시장의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인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주 미국 증시에선 AI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며 이번 주로 여파가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구글에 공급하는 인공지능 칩(TPU)으로 주목받는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은 4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28%나 늘며,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놨지만, 이틀 연속 주가가 15% 넘게 급락했습니다. '호크 탄' CEO는 "AI 칩 매출이 2배로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오픈AI와 관련된 수주 잔액이 모두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AI 매출의 총 마진이 비(非)AI 매출 총 마진보다 낮다"고 설명해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시장에서는 내년 출하될 AI제품 수주 잔고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좋은 실적에도 주가가 흔들린 것입니다. 오라클은 사업 핵심인 클라우드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역시 주가가 급락했는데, 오라클의 자금 위기에 대비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수요가 늘면서 부정적 전망을 키웠습니다. 이런 흐름은 곧바로 국내 증시로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은 오늘(16) 1조4천억 원 어치의 순매도를 보이며 투자심리가 위축됐습니다. 美 마이크론 실적에 촉각.."반도체 사이클 여전히 견조" 시장에서는 일본 금리 결정의 영향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한국시간 18일 새벽에 나올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꼽히는 마이크론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산업의 풍향계'역할을 합니다. AI산업의 확장 속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높아지고 가격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마이크론의 실적은 AI거품론을 진정시킬 변수로 주목됩니다. 실적 호전은 확실해보이지만, 특히 내년 실적에 대한 전망이 양호할 경우엔 메모리 가격 인상 흐름이 중장기적 추세라는 점, AI산업에 대한 투자 흐름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종의 투자 심리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AI칩의 대표주자인 HBM과 함께 일반 메모리 반도체인 범용D램의 수요가 최근 크게 높아지면서 오히려 내년에는 HBM보다 범용D램의 가격이 더 비싸질 거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이 기다렸던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 속에 일본의 기준금리 조정과 마이크론의 실적발표가 어떤 영향을 몰고 올지 주목됩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12.3 불법계엄을 수사하는 내란 특별검사 팀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은석 특검은 오늘(15일) 직접 나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권력을 가진 자의 친위쿠데타는 내세웠던 명분은 허울뿐이고, 목적은 오로지 '권력의 독점과 유지'였음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사태 1년 2개월 전인 2023년 10월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으며, 무력으로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못 박았습니다. 누가 봐도 정치적, 법적 정당성이 없는 '친위쿠데타'였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왜 12월 3일?..특검 "美개입 차단하려 했다" 주요 의문 중 하나는 계엄 선포 시점이 왜 12월 3일이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내란특검은 이 의문에 대해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미국 대선 직후와 취임 전의 혼란한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미 대선은 2024년 11월 5일에 있었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해를 넘긴 1월 20일에 출범했습니다. 미군의 부대 이전과 군 병력 이동이 전략적으로 이뤄지는 시기여서 미국의 개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본다는 판단입니다. 특검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미국 협조'·'미국 사전 통보'라는 내용이 적혀있고,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계엄 이튿날인 12월 4일 미 CIA 국장 내정자 면담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던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다만 특검은 "항간에 떠도는 무속 개입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무속적 판단의 영향을 받아 날짜를 정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의심한 부분이지만 구체적 증거나 진술이 없이는 가려내기 힘든 의혹입니다. 김건희 행적은?..'너 때문에 다 망쳤다' 尹과 다퉈 특검의 박지영 특검보는 오늘(15일) 수사결과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김건희와 심하게 다퉜고, 이 과정에서 김건희가 '(생각한 게 많았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쳤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혀 주목됩니다. 해당 진술은 당시 김건희 씨를 보좌했던 사람이 증언한 것으로 당시의 불법 계엄 선포가 부부간 모의를 통해 나온 것은 아니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당일에 김건희 씨를 보좌했던 행정관과 김 씨가 방문했다는 성형외과 의사도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날 행적에서 계엄과 관련된 상황은 없었다고 특검은 밝혔습니다. 특검은 내란 모의가 진행된 2023년 당시 김건희 씨가 노상원 전 사령관과 만났거나 연락한 증거가 있다면 모르지만, 만난 정황이 없다면서 '김건희의 계엄 관여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2024년 8월에서 11월까지 대통령 관저 모임에 참석한 군 사령관들의 통신 내역에서도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런 다툼이 계엄 자체에 관한 것인지, 선포 시점과 관련한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김건희 씨가 계엄 선포에 대해 분노한 것은 '본인이 생각한 게 많았었는데,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 때문에 망쳤다'는 취지라고 특검은 설명하는데, 그렇다면 김건희 씨의 비정상적인 국정개입 의혹이 상당했던 상황에서 본인이 생각한 계획은 무엇이었고, 무엇을 망쳤나? 하는 또 다른 의심을 낳게 합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말 김건희 사법리스크가 '계엄 선포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김 여사 특검에 찬성 쪽으로 선회하면서, 특검법이 12월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김 씨의 '다 망쳤다'는 사법리스크 대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년 2개월 전부터 계엄준비.."한동훈은 빨갱이"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한 시기는 '2023년 10월 이전부터'라고 특검은 밝혔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여러 가지 심경 변화와 계기를 거치면서 이른바 '비상대권'행사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고 있었고, 2023년 10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군 인사 작업에 착수한 것이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계엄 구상과 실행 계획 등이 상세하게 기재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기재된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등 군사령관 배치 구상이 2023년 10월 29일 군 장성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게 근거로 제시됩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시기를 총선 후로 확정하고, 총선 결과에 관계없이 선포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4년 3월부터 대통령 관저와 안가에서 군 장성들을 소집하기 시작했고, 7월엔 "한동훈은 빨갱이다. 군이 참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이 얘기를 들은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이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 계엄 반대의사를 강하게 표시하자, 국방장관을 김용현으로 교체했습니다. 이 시점 전후로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거짓 선동'으로 일축된 바 있습니다. 특검의 이런 수사결과는, 계엄 선포 당시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치상황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의 예산 삭감과 정부 인사 탄핵 등 이른바 '입법독재'를 계엄 이유로 밝힌 것과 상당히 다른 것입니다. 결국 취임 초기부터 비상대권을 염두에 두고 물밑 작업을 벌였으며, 특히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 군 기지로 옮기면서 군과 대통령이 밀착하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계엄 관여는 "확인 안 돼" 시민단체는 비상계엄 당시 열렸던 대법원 간부회의에 대해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희대 대법원장 등을 고발한 바 있습니다. 특검팀이 법원행정처 관계자와 계엄사령부를 조사하고 통신 내역을 확인한 결과, 당시 조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등이 비상계엄 관련 조치사항을 준비하거나 논의하기 위한 간부회의를 개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계엄사령부에서 대법원 실무자에게 연락관 파견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거부했다고 특검은 밝혔습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4일 0시 46분쯤 계엄사령관 지시와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조 대법원장은 0시 40분께, 천 처장은 0시 50분께 대법원 청사에 도착했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 주재하는 자리에 언론 보도와 같은 논의가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가 고발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사법부 관계자와 공모해 구속 취소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불기소로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 결정에 불복 절차인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등의 혐의로 고발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경우, 추가 조사를 위해 경찰 국가수사본부 이첩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심 전 총장 휘하에 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팀 상당수가 특검팀에 합류함에 따라 공정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민주주의 쌓아온 국민 상대로 황당한 친위쿠데타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중요한 맥락은 ⓵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려는 생각을 가졌다는 점이고 ⓶이를 위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와 계략을 도모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군을 동원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비상입법기구로 입법권을 장악하려 했다는 혐의가 심각합니다. 최상목 당시 부총리에게 준 '국회 자금 차단 및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 문건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메모에 담긴 '정치인 체포 명단'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또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총선을 '반국가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로 조작해, 이를 국회 기능 정지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은 선관위에 군 병력을 보냈고, 체포와 감금할 직원 30여 명을 정해 이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해 군을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목적은 국회 해산 명분을 만들기 위해 지난 총선을 부정선거로 만들려고 했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수많은 역사적 고비와 민주화 투쟁을 거쳐 한국식 민주주의를 정립한 국민들 입장에선 황당한 친위쿠데타 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동시대를 살아온 윤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 그리고 군 인사들의 기본적 국가 인식과 사고방식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단죄는? 반성은?..사법기술 아닌 사법책무 명심해야 지난 6월 12일 임명 이후, 총 238명의 팀을 꾸린 내란특검은 180일 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 27명을 재판에 넘겼고, 총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리했습니다. 이제 수사에서 재판으로 공이 넘어가면서, 관련 혐의들이 법정에서 인정되는 과정이 남았습니다. 헌법재판소가 12.3 계엄을 불법과 위헌으로 결론 낸 상황에서, 형법상 내란에 해당하는지 밝히게 됩니다. 일단 내년 1월 21일 한덕수 전 총리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내란 혐의 인정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올 전망입니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불법계엄에 대한 당연한 조치였던 특검 출범에 대한 야당의 계속된 반대, 이에 따른 수사지연과 증거 훼손, 그래서 결국 새 정부 출범 직후에야 출범해야 했지만 핵심 관계자들의 반성 없는 태도와 증언 거부 등으로 난관이 많았던 특검의 여정입니다. 역사적으로 꼭 비판받아야 할 저항들입니다. 특검이 수사하지 못한 의혹들이 여전하고, 수사결과들도 앞으로 재판에서 다시 증명하고 단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윤석열 전 대통령 본인이 보여줬듯, 관련 피의자와 책임자들의 이른바 '법 기술적' 대응 태도와 구속영장 심사과정에서의 사법부의 비일관성은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올라서면서 정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어제(24일) 국민연금 측과 회의를 가졌고, 오늘(25일)은 9개 주요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을 비공개로 만났습니다. 말 그대로 '구조적'흐름의 원화 약세라서 방어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관가에선 일단 1480원선에 방어선을 구축한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일단 수출대기업, 국민연금, 그리고 증권사의 서학개미 투자 환전방식 등을 긴급 처방책으로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어떤 상황인데? 1400원대 환율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데다, 원화 약세로 인한 원자재비용 증가 등 후폭풍이 가시화할 조짐을 보입니다. 경상수지 흑자 흐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달러화 강세와 한미 간 금리 차이, 또 주식 등 해외투자의 급속한 증가세, 관세협상에 따른 미국 현지투자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환율을 밀어 올리는 형국입니다. 정부는 지난주 주요 수출기업들과 만나 수출로 확보한 달러화를 환전해 외환시장에 풀어줄 것을 요청한 데 이어, 달러화 동원력이 있는 국민연금, 또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환전이 이뤄지는 증권사 담당자들을 잇달아 만나 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먼저 국민연금이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1천322조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고 이중에 절반 이상(약 58%)인 771조원을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 중입니다. 또 해외 자산의 5% 안에서 달러화를 사고파는 외환 거래도 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관 중에 한국은행 다음으로 가장 달러화 자산이 많은 국민연금이 자산을 일부 매각해 달러화를 공급하는 방식이 우선 거론됩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계좌 환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나선 것입니다. 서학개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 규모가 워낙 커지다 보니, 계좌 내에서 원화 예수금이 달러로 환전되는 액수가 커졌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대규모 달러매수 주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환율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외 주식투자가 자유화된 시스템 안에서 이런 관행을 통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이번 주 들어 정부가 더 바빠진 이유는 어제(24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의 자료 때문입니다. 한국 원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이 있는지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 지수'가 10월 말 기준 89.09를 기록했는데, 2009년에 기록한 88.8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겁니다. 원화 구매력이 이렇게 떨어졌다는 것은 당장 달러화 결제가 필수인 원유 수입비 등 필수 원자재 수입비용부터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화 가치 약세로 인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것입니다. 정부가 동원하는 몇 가지 대응 방안들을 살펴보죠. 먼저 국민연금은 정부가 요청하면 외화 자산의 최대 10%까지 이른바 '환 헤지'를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입장에선 보유한 통화의 가치가 급변할 때 외환거래를 통해 손실을 막는 게 필요합니다. ⓵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 자산의 일부를 팔아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⓶또 어차피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를 위해 시장에서 달러화를 사야 하는데, 이 거래를 외환시장에서 하지 않고, 외환을 보유한 한국은행에서 달러를 직접 사는 '직거래 방식'으로 하면 달러화 수요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통화 스와프'계약을 체결해놓고 있는데, 올해 말 만료되는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⓶ 또 하나는 아예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서 원화 가치를 높이는 직접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걸리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미래 노후 자산인 만큼, '수익률'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율 방어에 기금이 동원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을 수 있고 또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연금이 원화 자산도 많이 보유한 만큼, 수익률 자체를 위해 환율을 방어할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결국 수익률을 적절히 관리한다는 것을 전제로 국민연금의 지원이 가능합니다. 또 하나는 국제적 감시 문제입니다. 미국은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인위적인 환율 관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현재의 원화 약세에는 미국발 요인도 작용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게 정부의 생각입니다. 한 걸음 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매수를 위해서, 올해 들어 9개 주요 증권사에서 환전한 금액이 157조 6천억 원을 기록했는데, 2023년에 97조원에서 60% 넘게 급증했습니다. 증권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사면, 원화 예수금이 달러로 환전되면서 사게 되고, 이걸 팔더라도 거래대금은 자동으로 달러화로 계좌에 남아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달러화 수요가 높아지는 흐름이 강화됩니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증권사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이런 환전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증권 계좌에 적용 중인 '통합증거금'시스템은 개인 계좌의 원화 자산과 함께 달러 등 외화 자선도 모두 합산해서 '주문 가능금액'으로 설정해주고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해외주식 투자를 할 때, 달러화 예수금이 부족하면 원화 자산이 자동 환전되니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마감되면 증권사들은 밤사이에 거래를 정산하면서 부족한 달러화를 사야 하기 때문에, 이튿날 오전 외환시장 개장 직후 일제히 매수주문을 내게 됩니다. 당국은 이 시점에 달러 매수가 대규모로 쏠리면서 환율이 상승해 출발하는 압박이 강해진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튿날 몰아서 외환거래를 하지 말고, 거래가 이뤄지는 시점에 실시간으로 환전하거나, 개장 직후 같은 특정시점이 아닌 하루 평균 환율로 정산하는 등의 대안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일반 투자자가 외화가 부족하면 주식 주문 시점에 환전을 해서 거래하거나, 증권사가 야간시간 환전을 해야 하는데, 이미 시스템이 정착한 상황에서 비용과 불편이 커질 수 있습니다. 증권사들도 일단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지금의 고환율 문제는 대외환경과 해외투자 확대 등 구조적 변화에서 발생한 면이 크기 때문에 외환위기 상황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서학개미로 상징되는 해외금융자산의 증가와 수출기업들의 외환보유 규모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원화 자산과 외화 자산의 비중이 바뀐 것이지, 외환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죠. 현 시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물가상승 압박과, 원화 약세가 불러오는 외국인들의 원화 자산 매도 흐름일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공급물가지수는 125.18로 전달보다 0.9% 올랐는데, 환율의 영향을 받는 원재료와 중간재 수입 부분에서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제유가가 다소 낮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다소 완충작용을 해준다는 분석입니다. 연말 해외 주식시장에서 조정 장세가 나타나면서 투자금이 일부 국내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원화 약세 흐름을 쉽게 되돌리긴 힘들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by 스프 편집부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하였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하여,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오늘 공개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문구입니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고, 다음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면서도 '미국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덧붙여 상황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오늘(14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팩트시트에도 건조 장소에 대한 표현은 없었습니다. 다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이 됐다"면서, "건조 위치에 대한 문제는 정리가 된 것으로 본다. 작업을 하다 보면 협업이 필요하고, 그래서 미국에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만 '핵잠수함 전체를 어디서 짓느냐'고 묻는다면 한국에서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선은 다시 팩트시트 문구로 쏠립니다. '한국에서 건조'라는 표현이 없다보니 여전히 변수가 많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 무슨 상황인데? 일단 한국군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승인했습니다. 정상회의 다음날 SNS에 올린 차원에 비하면, 이번엔 동맹간 문서로서 공식화된 셈입니다. 건조 장소에 대한 문구가 없는 것은, 대통령실 설명대로라면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양국의 차후 협의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와 걸림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하여'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우리 기술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 할 테니 미국은 연료를 제공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당초 요구와 근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 실장의 설명과 맥락이 닿습니다. 대통령실 브리핑 시청하는 시민들 핵추진 잠수함을 한국에서 건조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순하게 보면, ⓵한국군의 전력이고, 보안성이 매우 중요한 무기인 만큼 건조가 한국의 통제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⓶미국의 필리조선소에는 잠수함 건조 인프라가 없고, 우리 인력과 부품이 원거리 이동해야 합니다. 또 시설을 확충해 건조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미 해군 조선시설이 있지만 양국 모두 선택할 수 없는 옵션입니다. ⓷미국에서 건조 시 유지보수와 관리를 위해 미국으로 항해해야 해 비효율성이 커집니다. 사실상 '수입 무기'가 되는 셈입니다. 한국 정부와 관련 기업의 반응을 들어보면 '잠수함 선체와 소형 원자로 건조는 대체로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한 관계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적용할 때, 일부 기술의 특허권이 외국에 있어, 잠수함 사용에 대한 협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같은 이유로 IAEA 등 국제기구의 개입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단 군 당국은 5천 톤급 핵추진잠수함을 4척 이상 건조하며 시한을 2035년까지로 잡고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단군 이래 최대 무기 사업이라는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의 16조5천억 원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그런데 우선 중요한 선택이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는 '고농축'우라늄 기반이어야 한다는 게 해군의 오랜 요청입니다. 자체적으로 핵잠수함을 건조한 프랑스 해군은 농도 7~8%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핵잠수함은 약 80% 농도의 고농축 연료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 방식은 실제 운용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농축'의 경우 이론상으론 10년 정도, 현실적으론 6~7년 정도 주기에 추진기관의 연료봉을 교체해야하는데, 핵추진잠수함의 연료 교체는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고난이도 작업이어서 결국 복수의 잠수함을 교대로 투입해 전력 공백을 메워야합니다, '고농축'의 경우에는 2,30년, 이론상으론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해 운용 효율성과 동원력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조선·원자력 업계에선, 한국 잠수함이 저농축 연료를 쓰겠다면 이번에 미국의 지지를 얻은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연료 조달이 가능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고농축 연료를 쓰겠다면 별도의 농축 권한에 대한 협정이 없다면, 사실상 미국에서 연료를 제공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고농축 우라늄은 물리적으로 핵무기 연료와 같은 것이라 취급 과정의 위험성이 있고, 특히 탈취나 전용에 대한 우려가 큰 물질입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의 입장에선, 미국에서 '고농축' 연료를 제공받고, 독자적으로 잠수함의 원자력 추진 장치와 선체를 건조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방위력이나 군사적 자주성 면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입니다. 한 걸음 더 하지만 이런 '미국은 연료만 제공, 독자 건조'옵션에는 크게 2가지 장애물이 있습니다. ⓵미국이 고농축 연료를 제공하는 것은 미국 내부의 원자력 이용관련 법에 위배됩니다. 결국 '비확산 스쿨'로 불리는 미 정부 관료와 자문가 집단, 또 의회의 만만치 않은 저항이 불기피하고, 호주의 경우처럼 예외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⓶한국 원자력업계의 SMR기술은 고농축 우라늄이 아닌 저농축보다 약간 순도가 높은 고순도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원자로 기술을 갖췄다고 해도 실제 고농축 우라늄 추진 기관을 만들어 장착하기 위해선 미국의 기술 이전이 상당 수준에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호주의 사례를 토대로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협의과정에서 다른 옵션을 제시할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⓵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을 대여하거나 판매하는 방식, ⓶고농축 연료를 탑재한 추진기관을 조립된 완제품 '모듈'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선 비밀급 군사기술 이전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인데, 공군에서 도입한 미국산 신형전투기에도 핵심 시스템을 이런 모듈형태로 공급하고, 수리가 필요하면 블록 형태로 교체하고 본국에서 고치는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선 본질적으로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야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을 발전시킬 수 있고, 운용의 자주성 면에서도 현재로선 받아들이지 않을 방식으로 보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우리 군의 20여년 숙원을 이룰 의미 있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치열한 협의가 기다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호주의 군사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은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진 말자'고 조언했습니다.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가 체결한 상호 방위파트너십)협정에 따라 자국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호주도 미국 의회의 승인과 정부 내 정책결정 과정에서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국제 무기거래 규정(ITAR)의 개정 등에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국의 정치적 변화도 변수로 지목했습니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질 경우, 논의는 더 까다로울 것이라는 점, 만약 핵추진잠수함 기술 이전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억제력에 사실상 동참하는 조건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 연방국인 호주는 사실상 미국과 군사적 목적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차이가 있지만, 한국도 완전한 자율성을 갖는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핵추진잠수함 승인은 미국이 말하는 '동맹현대화'와 맞물려 또 다른 차원의 선택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화 가치의 약세가 심각합니다. 어제(12일) 낮 외환시장에선 1달러 당 원화 값이 1470원까지 올랐습니다.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해 12월, 난데없는 계엄 발표 이후 불안했던 환율은 올해 중반 가까스로 1300원대로 내려왔었지만, 10월 이후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문제는 워낙 많은 원화 약세 요인들이 겹치면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13일)도 달러당 1467.7원에 마감했습니다. 단기적으론 계속되는 달러화 유출이 요인입니다. 외국인들이 원화 자산인 한국 주식을 연일 순매도하는 반면, 국내의 '서학개미'투자자들은 달러화 자산인 미국 주식을 대량 순매수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미 관세협상 합의에 따라 매년 200억 달러 넘는 외환이 빠져나갈 것이란 부담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붙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산업 현장의 타격이 나타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등 내부요인 대한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은 韓주식 팔고 서학개미는 美주식 매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주식 7조 8천억 원어치를, 역시 원화자산인 국채도 1조 6천억 원어치를 순매도 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고점 부담과 AI관련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에 차익을 실현하는 심리, 연방정부의 셧다운 종료 기대감에 따른 달러화 강세 예상이 작용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자산 매도가 원화 공급을 늘려 가치 약세를 부르고, 또 원화 약세는 외국인의 매도를 부르는 양상입니다. 10월부터 다시 급증한 국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규모도 최대 수준입니다. 코스피 고점 부담 속에 11월 들어서만 미국 주식을 23억 240만 달러(3조 3천800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는데, 전달인 10월에는 3배에 달하는 68억 5천만 달러(10조 6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 주식을 사고, 이후 거래도 달러화를 보유한 상태로 하는 만큼, 달러화 수요가 계속 유지되는 형국입니다. 싱가포르 출장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환율 변동은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통화당국 입장에서도 해외 주식투자를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미 관세합의의 부담, 환전 꺼리는 심리 고조 수치로 파악되는 이런 요인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동성이 너무 큰 것이 사실입니다. 더 원천적인 요인으로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지목됩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변동한 시점은 한미 관세협상의 변곡점과 맞물립니다. 4월2일 트럼프의 관세부과 발표, 7월31일 한미 관세협정 잠정합의, 그리고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의 협상 타결 때도 그랬습니다. 연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는 전례가 없는 방식의 고정된 달러화 유출을 의미한다는 점이 시장에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들도 수출 결제대금 등 달러와 자산을 환전하지 않고 비축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외환시장의 분석입니다.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해도 벌어들인 달러 물량이 풀리지 않는 점도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직접 대외변수는 일본의 통화정책입니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가 예상을 다소 벗어나 재정 건전성보다 경기부양과 통화 완화 정책, 즉 '신 아베노믹스'의 메시지를 내면서, 일본 엔화도 약세 기조가 강해졌습니다. 어제(12일) 달러당 엔화 가치는 154엔 수준으로 6월 대비 10엔 정도 더 올랐습니다. 최근에 원화와 엔화가 달러화 가치에 대비해 연동하는 '동조화'흐름이 강해진 상황이라, 원화 약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대외 변수만 탓하나?.. 통화당국에도 '눈총'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어제(12일)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가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생각에 쏠렸습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외화부채 수준은 안정적이라면서 최근의 원화약세에 대해 미국의 AI산업 관련 주가 변동성, 미 정부 셧다운, 일본의 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 한미 투자 패키지 등을 모두 요인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 개입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이거나 민감한 답변은 피한 셈이지만, 뚜렷한 대응 방향도 없어 보인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특히 오랜 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태가 이미 40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것은 원화 약세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인데 미국이 추가 금리인하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상황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제 이창용 총재는 "금리인하 규모나 시기, 방향전환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있다"고 말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인상 같은 긴축 가능성으로 해석해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식입장은 통화완화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에, 현재 환율 상황을 감안하면 좀 더 선명한 메시지를 내야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연말 1500원, 내년 1600원?..서학개미 '회군'예상도 더 근본적인 상황 요인은 시중의 유동성(총통화)이 많은데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으로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어서 돈이 더 풀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적자 재정의 부담에도 내년 국채를 232조 원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기조로는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내년에는 16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통화가치의 약세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자국우선주의와 AI산업 주도권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금을 흡수하는 추세 때문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분석도 제기됩니다. 오히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로 '순대외자산'이 증가하면서 외화 조달 면에서 유리할 수 있고,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인한 수출가격 인상을 상쇄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의 주요 수출기업들은 해외생산 비중이 상당히 커졌고, 환율 변동 위험회피를 위한 달러화 결제 등이 늘어난 상태"라면서, 반대로 "원자재와 부품 수입 비용의 증가가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타격은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으로 집중될 우려가 있어서, 현재의 환율 흐름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선 고점 부담이 큰 뉴욕 증시에서 AI거품론 우려가 더 커질 경우, 서학개미들의 투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 이내로 유지되면 원화 가치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현지시간 어제(11일) 뉴욕증시의 나스닥은 0.25% 내린 약보합이었습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AI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가 실적 전망을 하향하면서 주가가 16.3%나 급락했고, 일본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는 소식에 엔비디아도 3% 하락했습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 중 한 명인 마이클 버리는 이번엔 오라클과 메타를 겨냥해 실적이 부풀려졌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는데, 결국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회자되면서 관련 기술주들이 약세였습니다. 반도체 기업인 AMD는 실적 설명회에서 연평균 성장률이 35%를 넘을 것으로 본다고 했음에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주가가 2.6% 하락했습니다. 여전히 왕성한 투자가 진행 중임에도 AI거품론의 안개가 가시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산발적인 뉴스들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I 투자를 위해 주식 매각?..엇갈린 시선 손정의 회장의 엔비디아 지분 매각은 별도 발표가 아닌 일본 소프트뱅크의 2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갑자기 나왔습니다. 매각 시점이 지난 10월인데 늦게 알린 셈입니다. 3천210만 주, 약 8조5천400억 원 어치로 보유 지분 전량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순이익을 냈는데 빅테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비전펀드'의 투자성과가 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그 중에도 엔비디아는 AI의 핵심 대표주인데 왜 지금 처분했을까? 시장의 시선은 두 갈래입니다. ⓵오픈AI의 큰 손 주주인 소프트뱅크가 챗GPT를 개발하는 AI 생태계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9월에 108억 달러를 출자했고, 연말에 225억 달러를 추가 출자할 계획인데 이를 위한 현금 실탄을 마련했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AI칩 인프라를 만드는 엔비디아보다 AI의 '실제 활용' 쪽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 됩니다. ⓶ 반면, 이달 들어 나타난 소프트뱅크의 주가 급락과 연결 짓는 시선도 있습니다. 미국의 AI인프라 '스타게이트'에 대한 선도적 투자 등 AI거품론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기업이 소프트뱅크란 점에서 선제적인 이익 회수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엔비디아 지분 매각으로 확정한 시세차익은 3조 원 정도로, 당초 투자 규모에 비하면 이익 실현 시점이 빠르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손 회장은 지난 2019년에 엔비디아 지분 4.9%를 매각한 뒤 엔비디아 주가가 폭등하자 크게 후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손 회장이 뭔가 다른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빅테크들 실적 부풀려" vs "공매도 세력의 억측" 한편,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에 대한 대량의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해 거품론을 부채질했던 '마이클 버리'는 다시 업계를 저격했습니다. "주요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 제공업체들이 칩의 수명이 사실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추정하여 감가상각 비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오라클과 메타를 콕 집어 거론했습니다.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AI칩이 1년 주기로 신형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빅테크 기업들이 사용 중인 컴퓨팅 장비의 내용연수(회계 상의 자산 사용기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2, 3년 씩 늘려서 회계에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단순화해서 말하면 구형 엔비디아 AI칩을 사용하다가, 신형이 나오면 교체해서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자연스럽게 구형 칩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감가상각'비용이 기업의 손실로 잡혀야 하는데, 장부에는 사용이 더 지속되는 것처럼 반영해, 회계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그는 "현대 회계에서 가장 흔한 이익 부풀리기 수법 중 하나"라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마이클 버리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 창업자 실제로 엔비디아의 GPU는 올해 나온 최신형 블랙웰 울트라를 비롯해 내년에는 '루빈', 내후년에는 '루빈 울트라'로 빠른 업그레이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AI처럼 기술 발전이 빠른 산업에서 버리의 주장처럼 감가상각을 반영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⓵선박이나 공장의 생산설비처럼 서서히 노후화하는 자산과는 다른 만큼, 같은 방식의 감가상각 적용은 오히려 실제보다 큰 비용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 ⓶또 공급이 모자란 최신형 AI칩을 바로 공급받기가 어렵다는 점, ⓷특히, 칩 성능이 중요한 AI '학습'용도에 사용하던 칩이, 신형 도입으로 구형이 되더라도 AI를 실제로 활용하는 '추론'기능을 위해 다시 활용하기 때문에 '수명 조작'이란 비판은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첨단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던 PC가 구형이 되면 더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문서 작성용으로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AI산업에 거액을 투자 중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AI칩의 혁신 주기가 더 빨라지는 내년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감가상각 비용 반영이 늘어나고, 빅테크 기업들의 순이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직 AI산업 초입임을 감안하면 실제 감가상각 반영은 이제부터 점차 진행될 거란 의미입니다. 월가에선 버리의 거듭된 비판이 결국 자신의 공매도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란 반발도 거셉니다. 거품론 배경은 '선행투자'와 '순환거래' 찬반 속에도 'AI거품론'은 연말 시장의 단골 변수가 될 거란 예상이 많습니다. 10월부터 나온 거품론의 맥락은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⓵먼저, 빅테크를 비롯한 거대 자본들이 과도한 선행투자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결국 자금을 쏟아 붓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입니다. 현재 오픈AI의 챗GPT는 유료 이용자가 늘어나는 게 관건이지만, 실제 구동되는 플랫폼은 구글, 메타 등의 플랫폼입니다. 다만 엔비디아와 반도체 기업들은 AI가속기와 칩 판매로 내년과 내후년까지는 실적이 사실상 보장됐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로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AI서비스를 구현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등 4곳의 올해 투자금만 4천억 달러(약 580조 원)인데 내년에는 4천200억 달러로 더 늘어납니다. 메타를 뺀 3개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클라우드 사업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긴 했지만, 시장은 이렇게 만든 AI인프라가 자사의 기존사업과 신사업의 수익으로 이어지는가를 주목하기 시작한 겁니다. ⓶또 하나는 AI 관련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는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입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투자하고, 오픈AI는 엔비디아의 칩을 사거나, 구글이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투자하고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가 그런 것입니다. 매출이 형성되긴 하지만 여전히 AI생태계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효과라는 게 의심의 한 축입니다. 본질은 옥석가리기.."여전히 초기단계" 분석도 가장 수익성이 선명한 쪽은 AI칩과 반도체 기업들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의 '스타게이트'프로젝트와 빅테크들의 인프라 투자를 언급하면서 "AI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HBM은 물론 메모리반도체까지 공급이 부족할 정도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입니다. 지난 8일 젠슨 황 CEO도 "TSMC에 웨이퍼를 추가 주문했다"며 "매우 강력한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 결국, 현재의 거품론의 배경은 빅테크 기업 간의 무한 경쟁 때문에 불거졌습니다. 과거 닷컴 버블도 붕괴했지만 최종 승자가 된 소수의 기업들은 현재의 빅테크를 형성했습니다. AI에서도 '최후의 승자' 시나리오를 의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AI경쟁의 최종단계는 우월한 학습-추론 능력을 가진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기존 사업(플랫폼, 상품 판매,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클라우드와 추론 기능으로 임대 수익을 올리고, 더불어 AI를 활용한 신사업을 펼치는 것입니다. 그만큼 AI성능이 수익성은 물론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서도 이런 인프라를 신속히 구축하는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특정 기업의 독주 체제가 분산되면서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은 우세합니다. 엔비디아, 팔란티어 주가가 급락하는 것과 AI 거품이 꺼지는 것과는 좀 다른 성격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엔비디아가 90%를 장악한 AI칩을 자체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구글이나 MS가 자사 데이터센터에 활용할 맞춤형 AI칩(ASIC)를 내놓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엔비디아의 실적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또 생성형 AI의 81%를 장악한 챗GPT가 다른 서비스에 잠식되기 시작하면 오픈AI의 독주도 위협받게 됩니다. AI 인프라 투자는 불과 2, 3년 정도 진행된 초기 수준이란 점에서 거품론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여전합니다.
오늘(11일) 주식시장에선 코스피가 이틀 연속 반등하며 거품론에 흔들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때맞춰 나온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율 완화' 메시지도 호재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62만닉스' 명함을 또 찍었고, 삼성전자는 다시 '10만전자'로 안착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의 수출과 투자를 이끌고 있습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26%에, 두 기업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31%까지 커졌습니다. 2025년 한국 경제를 반도체가 '주도'하면서도, 과도하게 '쏠려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10곳이 3분기 수출 40%, 비중 최대 올해 3분기 수출액은 1천850억 달러(270조 원)로 전년보다 6.5% 늘었습니다. 2분기 연속 증가세였습니다. 한미 관세협상이 결론을 내지 못한 시점인데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효과가 컸습니다. 반도체가 중심인 자본재 수출액이 11.2% 늘어난 1천110억 달러였는데, SK하이닉스의 수출액 비중이 8.4%로 전년 동기 6%에서 더 늘었습니다. AI산업 호황에 따라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2분기에도 전년보다 17% 가까이 늘었는데, 올해는 11월 중에 지난해 기록한 최대실적(1천419억 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부품과 장비 수출도 늘면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수출도 전체적으로 늘었습니다. 문제는 '집중도'입니다. 상위 10개 대기업, 그러니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LG화학,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포스코, 현대모비스의 수출액이 740억 달러로 전체의 40%나 됩니다. 이른바 '무역집중도'가 전년보다 2.6% 포인트 더 늘면서 역대 최대치입니다. 통계상 국내 수출 기업 수는 6만9808 곳인데, 이중 0.014%인 10곳이 수출의 40%를 담당한다는 뜻입니다. 철강과 자동차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반도체라는 뚜렷한 주도산업이 있는 것이 미국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 속에도 실적을 유지하는 배경이지만, AI산업의 호황이 자칫 꺾일 경우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고,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산업과 민생 전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4천피' 돌파에도 절반은 하락..대형주 '쏠림' 지난 10월 한 달 동안의 수출 통계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25% 이상 늘어난 157억 달러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15개 주력 수출품목 중에 선박과 컴퓨터, 석유제품을 뺀 11개 업종은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입니다. 전산업생산지수가 전월보다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19%나 급증한 반도체 생산이 아니었으면 지표가 마이너스를 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은 주식시장으로 이어집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약 3천3백조 원에서 '반도체 투톱' 기업의 시총은 1천조 원대로 늘어나 29~31% 비중을 오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19%, SK하이닉스는 11%선의 비중인데, 코스피 3천 돌파 이후로 4천 포인트로 오르는 과정에서 두 기업의 시총 증가액은 427조 원대로 전체 증가액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렇다 보니 대형주 주가 상승에 소외된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한 증권사가 분석해 보니 10월 30일 기준으로 계좌를 보유한 고객 240만 명 중에 54%인 131만 명 정도가 오히려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월 이후 강세장에서도 상승 종목 비율은 50% 정도로 하락한 종목이 절반에 달했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투자자가 아니라면 주가 상승효과를 체감하기 힘들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증권사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니었다면 현재는 코스피는 3천200~3천300 정도의 지수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상치 않은 청년실업..빈익빈 부익부 국토교통부의 통계를 보면, 주택 임대 시장에서 '월세' 임대의 비율이 최근 62%를 넘었습니다. 2021년 41.7%에서 20% 포인트 넘게 증가했습니다. 소득 중 주거비가 과도하게 지출되니 자산 형성은 더 어려워 특히 청년층에게는 큰 부담을 줍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전되는 추세였던 청년 실업률은 올해 들어 악화하고 있습니다. KDI는 수년 동안 정부의 공식통계 실업률이 안정된 것은 일할 의사는 있지만 구직을 포기한 청년층 비중이 크게 늘면서 나타난 통계적 착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구직 활동을 포기했을 뿐인 잠재적 구직자를 포함한 '체감 청년 실업률'은 3분기에 15%를 넘어 실제 통계보다 훨씬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기화한 내수 부진으로 제조업, 숙박·음식점업, 건설 등 20대 채용 비중이 높은 업종이 어려워졌고, 상당수 기업들이 경력이나 수시채용 방식을 늘리는 것이 요인입니다. 특히 확산하는 AI적용이 청년 고용에 더 큰 먹구름을 드리운 상황입니다. 더욱이 통계청의 8월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가 85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 명 늘어, 20여 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정규직 근로자는 1천384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53.6%를 받고 있습니다. 월평균 임금 격차는 180만 8천 원으로 5년 새 29만 원이 늘었습니다. 주가 상승세 속에 수출도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경기의 분위기는 다르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 민간소비는 1.3% 증가했지만 정부의 민생지원금이 지급된 7월에 소매 판매가 2.7% 늘었고, 8월과 9월에는 각각 2.4%, 0.1% 줄었습니다. 코스피 4천 포인트의 흥분에도 자산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흐름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제당국 운영능력 절실..위험 대비해야 삼성이나 SK그룹 직원이 아니어도 요즘 여의도 증권맨들은 '반도체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한국의 제1 주력산업인 반도체가 주식시장은 물론 실물경기를 떠받치는 효과가 적게 봐도 20% 이상은 될 거라는 겁니다. '반도체 착시'라는 표현은 결국 이 부문이 흔들리면 전체 경기에 미칠 타격이 그만큼 크다는 점, 또 반도체를 제외한 실제 경제상황을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은 우리 경제에 회생의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먼저 해당 부문의 수익효과를 다음 단계 투자로 연결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철강과 석유화학 등 어려운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 등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의 큰 제도변화가 임박한 만큼, 고용의 유연성 확대를 통한 청년 일자리 확대, 기업배당 활성화를 통한 내수효과 등 큰 그림의 경제정책들을 서둘러 추진해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
지난주 AI버블 논란 속에 큰 폭 하락했던 코스피가 월요일(10일) 큰 폭 반등했습니다. 40일이나 이어진 미국의 연방정부 '셧 다운'(일시 업무정지)이 끝날 기미가 보이기도 했지만 일요일(9일) 밤 갑자기 전해진 '배당소득 분리과세율'의 완화 가능성 소식이 컸습니다. 어제(9일)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당초 정부안인 35%에서 민주당 의원 안인 25%로 추가 완화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배당 활성화 효과를 최대한 촉진할 수 있도록 합리적 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구체적 세율 수준은 정기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당에서 주장한 최고세율 인하 의견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동학개미' 큰 기대감..월요일 주식시장 반등 오늘(10일) 코스피는 3% 이상 급등하며 4073.24로 정규장을 마쳤습니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소식과 관련된 증권, 보험, 금융지주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시장의 큰 기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내 주식 시세차익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배당과 이자소득을 합쳐 연간 2천만 원까지는 14%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종합소득세에 합쳐서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배당·이자 소득이 많으면 소득세율이 45%, 지방세를 포함해 최고 49.5%까지 적용되니 개인의 배당주 투자나 기업의 주주 배당도 위축되는 현상이 있었죠.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이 배당소득을 따로 떼서 별도로 세금을 받고, 원천징수처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기획재정부의 당초 안은 배당소득 2천만 원 이하는 14%, 2천만 원~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는 3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기존 방식보다 세금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 35% 세율은 종합소득세 최고 세율(45%)보단 낮지만, 주식 양도소득세율인 25%보다는 높다 보니 최대주주인 기업의 경우, 배당을 늘릴 동기가 강하지 않고, 개인투자자도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세금인하 혜택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컸습니다. 그래서 여당의 이소영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분리과세 시에도 최고 세율을 25%로 낮춰야 증시 부양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결국 개인투자자의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이 줄어들고, 기업과 대주주 입장에서도 소액주주 배당을 늘리는 데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는 기대에 주식시장이 바로 반응한 것입니다. 코스피 4천 붕괴에 배당소득 '최고세율 완화' 공감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두 달간 국민, 기업, 금융시장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 적용되는 세율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논의되고 있다"며 "국민이 제시한 의견에 당·정·대가 화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배당소득 2천만 원 이하는 세율 14%가 아닌 9%, 2천만 원~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는 30%로 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는데, 여기서 최고세율은 25%로 하고, 2천만 원 이하인 소액 투자자의 세율도 5%포인트 더 낮추는 것인지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증시 부양에는 효과가 더 크겠지만 세수효과나 과세원칙 면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어찌됐던 정부가 방향을 바꾼 것은 최근의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 10억 원이 아닌 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보진영의 부자감세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다시 시장 친화적 방향을 잡은 데는 지난주 미국의 AI버블 논란과 국내 증시 과열 우려로 코스피 4천선이 무너진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입니다. 내수와 수출 등 경제 엔진이 단기간에 활성화되긴 어려운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는 증시가 흔들리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죠. 젊은 층 지지도를 좌우하는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을 단단히 추진해야 부동산 값 급등과 청년 실업 문제 같은 난제의 타격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상징적 공약인 코스피 5천을 위해서는 새로운 추진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요건 갖춘 상장사 13%뿐?..삼전도 배당 늘려야 해당 증권업계에선 기업의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이 높아져 증시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지난해 31.4%로 일본(33.6%) 중국(31.5%)보다 다소 낮습니다. 대만의 경우, 10여 년에 걸쳐 제도를 확대해 배당성향이 50%대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이 있습니다. 모든 기업의 배당금이 분리과세 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주환원에 더 적극적인 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기업은 개인 투자자가 더 몰릴 것이고, 많은 배당금을 받는 최대주주 역시 세금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고배당 기업'이 되기 위한 요건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현재 안은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것을 전제로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배당을 5% 이상 늘린 기업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기업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상장사 2천6백여 곳 중에 분리과세 요건에 해당되는 기업은 13% 수준인 350곳 정도로 추산됩니다. 무엇보다 직전 3년 평균보다 현금배당을 5% 이상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만 해도 배당성향은 28%지만 조건을 충족하려면 작년 9조8천억 원이던 배당금을 올해 10조3천억 원으로 늘려야 합니다. 배당성향 40%를 넘는 KT&G나 SK텔레콤 같은 배당주 기업도 전년보다는 배당을 늘려야 해당됩니다. 기업 입장에선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이면 배당을 늘리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최근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실효성을 위해서는 배당성향 기준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자사주 소각 기업에는 조건을 더 완화해 주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국내 제조업의 경우,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위한 장기적 재투자가 필요한 만큼 금융업 등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시행하고 정작 해당하는 주식은 별로 없다면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분리과세율 하향, 부자만 혜택" 정부·여당 내 쓴소리도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평균 48%나 됩니다. 특히 10대 그룹은 57%에 달합니다. 대주주나 일가는 지분 비중이 커서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내리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됩니다. 또 고액자산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에 금융소득이 5억 원을 넘은 종합과세 신고자는 6천8백여 명인데, 배당소득은 12조3천억 원으로 이자소득 1조9천억 원보다 6.5배 많았습니다. 특히 배당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86%나 됐습니다. 결국 자산가일수록 배당을 고려한 자산운용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진보 성향 정당으로서 소득 양극화에 신경을 써야 하는 여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완화에도 반대했던 진성준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위 10%가 전체 배당소득의 91.2%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최고세율을 낮추면 감세혜택이 집중돼 자산격차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경제정책의 실용론과 원칙론의 절충을 통한 최대효과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개미 투자자가 늘어나고,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의 ETF와 퇴직연금 투자도 급증하는 상황에서 금융관련 세금 완화는 소득 증가와 내수 진작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크게는 부동산에서 자금 이동을 촉진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소득에는 높은 세금을 매기면서 자본 소득에는 관대한 국내의 과세 상황을 계속 도외시할 수는 없습니다. 조세 저항 심리도 문제지만, 자칫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공정과세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활성화하더라도 전체 투자수익에 대해 수익이 많을수록 세금을 내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등 전체적인 조세정책 로드맵을 병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디자인 : 정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