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쉬 라만은 링크드인의 인사 전문가다. 마리아 플린은 미래를 위한 일자리(Jobs for the Future)의 회장이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시장이 가장 높이 쳐주는 기술은 몇 차례 크게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 정확히 그런 종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지난 수십 년간 가장 각광받던 테크, 데이터 관련 기술인 반면, 오랫동안 ‘소프트 스킬’로 저평가되어 온 대인관계 능력과 같은 것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더 오래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이 경시되는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능력을 중심에 두는 시대를 불러올 거라는 희망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를 맞아 우리는 현대 사회의 인력 개발 방식, 특히 고등 교육과 직업 훈련 분야를 계속해서 바꾸어가고 있는 코딩과 데이터 분석에 큰 중점을 두는 현실을 재평가해야 한다. 우선 인공지능이 어떤 일까지 해낼 수 있는지가 드러나기 시작한 현재, 인류라는 종(種)에 대해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공감 능력을 발휘하며,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인간은 협력하고 혁신하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지만 지금의 경제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도, 교육이나 직업 훈련 과정에서 우선시 되지도 않았다. 앞으로는 이런 경향이 바뀌어야 한다.

오늘날 지식 경제에서 많은 학생들은 전문 기술을 익히는 데 초점을 둔다. 좋은 직업을 갖는 데 있어 가장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수십 년간 테크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공학 전공자가 높은 보수를 받는 자리에 취직했기 때문에 이런 일자리가 미래에도 건재하리라 여긴 것이다.

2018년 봄부터 2023년 봄 사이 컴퓨터공학과 정보기술 분야에서 4년제 대학 학위를 받으려는 학생의 수는 4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문학 전공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대학 학위가 없거나 추가적인 기술을 익혀 고연봉 일자리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코딩 부트캠프와 온라인 기술 과정으로 몰려들었다.

이제는 쓰기, 코딩, 번역 등 여러 기술을 보유한 생성 인공지능의 위력을 모두가 체감하는 시대가 왔다. (링크드인을 소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에 큰 투자를 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링크드인 소속 연구진은 최근 다양한 직종이 요구하는 자격 조건들을 검토하고, 이후 생성 인공지능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은 직종 500개를 가려냈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갖고 있는 기술의 96%(주로 프로그래밍 언어 능력)가 생성 인공지능에 의해 수행될 수 있고, 그 외에도 변호사나 법률 전문가, 재정 담당자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도는 달라도 우리 모두의 일자리가 얼마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도 엔지니어는 존재하겠지만, 이들이 코딩보다 의사소통이나 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다. 또한 과거 기술 발전 때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의 능력 덕분에 새로 생겨날 직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런 직종의 핵심은 점점 대인관계 기술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본다.

이런 연구를 둘러싼 질문은 인공지능에 대한 여러 대화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질문이다. 인간의 핵심 능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인공지능 시대에 인류의 몫으로 남겨질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우리는 인간의 역량이 점점 더 축소된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 대신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류에게 주어질 가능성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곧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기술이 대체할 수는 없는, 협력하고 혁신하는 대인관계 능력에 주목하게 된다. 또한 종사하는 분야나 직급과 관계없이 주체성을 가지고 이 역사적인 변화의 순간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소통 능력은 벌써 오늘날 링크드인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술이 되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조차 인간이 인공지능과 잘 협력하는 데 필요한 기술(예를 들면 인공지능 프롬프트)이 타인과 소통하고 상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비슷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링크드인이 기업 간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고도의 인공지능 관련 스킬보다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비영리 기구 미래를 위한 일자리(Jobs for the Future)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가장 일자리가 많은 직종 상위 10개의 78%가 대인 스킬과 관련 업무의 중요도가 “중요” 또는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대인 스킬에는 인간관계를 맺고 집단 간 협상을 이끌어내며, 팀을 이끌고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분야의 리더들이 힘을 모아 학생들이 우리 경제의 과거가 아닌 미래와 좀 더 직접적으로, 역동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교육할 방법을 찾을 때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우리가 전문 기술을 가르쳤던 것과 같은 열정으로 대인관계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학은 인문학을 희생시키며, 과학과 공학 분야를 우선시해 왔다. 이런 식의 구분은 재고되어야 한다.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도 대인관계 능력을 강조하고 사회자본 개발에 투자하는 직업 훈련 기관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업 역시 인공지능 툴을 중심으로만 인력을 양성할 것이 아니라 대인 스킬과 사람 간 협력을 중심에 둬야 한다. 월마트나 아메리칸항공과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직원들에게 인공지능 도구를 지원해 반복되는 일상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고객과의 접촉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할 방법을 찾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우리가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믿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잠재력에 확신이 있는가에 달렸다. 그런 확신이 있다면, 일터는 더욱 인간적일 뿐 아니라 각자가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로 인정받는 곳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의료, 교통, 교육 등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차원의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능력을 저평가하는 데서 발생하는 끈질긴 성별 격차를 줄이는 등의 방법을 통해 사회 구성원 간 경제적 격차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미노슈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몇 해 전 이런 순간을 예상한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 일자리는 근육 위주였습니다. 지금은 뇌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마음이 중시될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지식 경제(knowledge economy)는 인류가 농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천 년간 이어온 상품 경제(goods economy)로부터 비롯되었다. 오늘날의 지식 경제는 이제 관계 경제(relationship economy)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대인 스킬과 사회적 능력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성공에 필요한 자질이 될 것이다. 이 가능성은 단순히 인력 양성 분야의 새로운 사고를 위한 명분이 아니라, 인간이 개인, 단체, 나아가 종(種)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더 큰 상상을 위한 것이다.

원문 : When Your Technical Skills Are Eclipsed, Your Humanity Will Matter More Than Ever

(c) 2024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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