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설명하면
국내 민간연구회사인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대표 등 국내 연구진들은 바로 자신들이 발견/발명한 LK-99가 바로 이 조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이룩하지 않은 그 물질의 실물을 직접 구현했다는 겁니다. 현대의 연금술인 셈입니다.

사건의 발단부터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달 22일 학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신원과 소속을 밝히고 연구한 내용을 정리한 원고를 올리는 '아카이브'라는 사이트에 "최초의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제목으로 한 논문이 올라옵니다. 주 내용은 LK-99가 바로 '꿈의 물질'의 조건을 충족한다는 주장이었고 어떤 원리로 충족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제조하면 되는지도 포함됐습니다.

과감한 주장에 학계가 술렁이는 동안 논문에 명시된 대로 실제 물질을 만들거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함께 시작됐습니다. '이게 될까?' 하는 짙은 회의주의와 함께 장밋빛 전망도 나왔고요.

초전도체 주변으로는 매우 강한 자기장이 흐릅니다. 이 자기장 때문에 자기 부상열차도, 아바타의 섬도 둥둥 떠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자기장은 향후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무한 동력을 만드는 데도 사용될 수 있어 사실상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현생 인류에게 또 한 번의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희망찬 미래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전력 손실이 없기 때문에 전기료가 매우 싸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은 노벨상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 인류에 대한 큰 공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한국의 연구진들이 발견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질 수밖에요.

한 걸음 더
연구진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런 위대한 발견을 알리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의아함이 사실 이번 연구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주된 요인입니다. 연구자들이 올린 아카이브라는 웹 사이트는 우리가 흔히 아닌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이른바 공신력 있는 과학 저널도 아닌, 누구나 논문 원고 형태로 올릴 수 있는 커뮤니티에 가깝기 때문이죠. 심지어 그 '네이처'조차 함량 미달의 초전도체 논문을 올렸다가 철회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겁니다. 또 연구진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진실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크나큰 관심에 비해 주 연구자들이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7월 22일 원고 게시 후 일주일이 지난 이번주부터 각국 학자들이 속속 자신들의 '검증 결과'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모양새라 비교적 결론이 빠른 시일 내에 내려질 것이란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노벨상을 십수 명 배출한 미국 국립 버클리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8월 1일 자신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LK-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일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시네드 그리핀 연구원은 '아카이브'에 올린 자신의 원고에서 "LK-99에서 페르미 표면 현상과 비슷한 수준의 전자 에너지 상태가 확인됐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실제 물질을 만들어내는 구현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는 나아가 LK-99을 실제 만들어내고 초전도 현상까지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은 같은 날(1일) 중국 내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LK-99를 합성해 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석배 등 한국 연구진이 얻은 샘플보다 더 큰 자기 부상 각도를 가지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초전도 자기 부상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이석배 대표는 1일 SBS 취재진과 통화에서 "초전도체 샘플을 현재도 갖고 있고, 학계 검증을 받고 언론에 곧 공개하겠다"고 밝히며 검증에 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한국초전도전온학회는 2일 성명을 내고 서울대학교 김창영 교수를 위원장으로 해당 원고에 대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르면 현재까지 검증위원회는 "두 편의 아카이브 논문을 통해 발표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의 물질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 없는 상태"라며 "퀀텀 에너지 측에서 제작한 시편을 제공하면 검증을 위한 측정을 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검증에 참여하는 기관은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포항공대가 될 전망입니다. 또 학회는 제공받은 시편 외에도 현재 성균관대학교 양자물질 초전도 연구단, 고려대학교 초전도 재료 및 응용 연구실, 서울대학교 복합물질상태연구단 등에서 LK-99 재현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취재를 위해 통화한 카이스트 권명준 교수는 "해당 물질에 대한 검증 결과와 초전도체 여부를 떠나서 이번 이슈에 대응하는 과학계 전체가 전반적으로 고양된 상태"라며 이런 관심들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소식이 알려진 뒤 '초전도체'가 스치기만 해도 종목 과열 양상을 보이는 주식 시장의 광기는 다소 우려되는 상황이죠. '한국' 연구진들이 던져놓은 이번 물질이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해 현시대 인류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치트키'가 될 수 있을까요? '반짝' 기회 잡기에 급급하기보다 과학이 실제로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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