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지 슈 교수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국제무역과 금융, 거시경제를 연구하고 가르친다. 제프리 레푸치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과정 학생이다.

스타벅스에서 매일 마신 커피값이 쌓여 비행기 좌석이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되거나 코스타리카 휴양지로 훌쩍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일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모바일 뱅킹이 널리 보급되고, 카드값이나 각종 요금을 자동이체하는 것도 아주 쉬워진 세상이다. 매달 내야 할 돈을 제때 밀리지 않고 낼 수 있게 되면서 무료 항공권이나 특별 할인은 신용카드를 부지런히 쓴 고객에게 덤으로 주어지는 당연한 보상처럼 느껴지는 세상이 됐다.

이거야말로 마다할 이유가 없는 공짜 혜택 아닌가?

사실 정확히 공짜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로 교육 수준이 높고 도시에 사는 전문직 종사자 혹은 고임금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신용카드 혜택은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낸 수익으로 유지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신이 열심히 모은 신용카드 보너스 포인트로 호텔 객실을 예약하거나 공항의 붐비는 대기실을 피해 한적한 호화 라운지를 마음껏 이용할 때 실은 그 비용을 당신보다 가난한 소비자들이 십시일반 부담한다는 뜻이다.

더 많은 신용카드 보상을 바라는 수요는 계속 커졌다. 2016년, 체이스(Chase) 카드는 사파이어 리저브 카드 상품을 선보인다. 이 카드는 연회비가 무려 550달러(약 72만 원)나 되지만, 자주 여행을 다니고, 열심히 맛집을 찾아다니며 적잖은 돈을 크게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는 고객이라면 신용카드 혜택과 보너스, 포인트 행사 등을 잘 활용해서 연회비 이상의 가치를 어렵잖게 뽑아낼 수 있다. 이 카드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폭발적인 수요에 신용카드를 신청한 고객의 이름과 카드번호를 새겨줄 금속 재질의 빈 카드 재고가 동나버렸다. 사파이어 카드의 성공은 이내 신용카드 혜택을 둘러싼 과열 경쟁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은행과 금융기관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입하는 즉시 수천 달러의 값어치가 있는 가입 특별 보너스를 마구 지급하며,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모두가 눈에 불을 켰다.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지난 2015~2021년 은행과 금융기관이 신용카드 고객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데 쓴 돈이 25% 증가했다. 즉, 은행의 신용카드 부문 매출 중에 고객들이 카드를 새로 열고 받은 포인트 등 신용카드 관련 혜택을 이용해 결제한, 실제로는 은행이 부담한 금액의 비중이 25%나 늘었다는 뜻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휴양지 백사장, 호텔 스위트룸, 공항 라운지를 여행하며 그걸 또 일일이 인스타그램에 올려 부러움을 살 수 있던 데도 이런 은행들의 출혈 경쟁이 한몫했다.

그런데 이렇게 비싼 여행을 자주 다니는 부자들은 은행이 속으로는 반기지 않을 법한 고객이기도 하다. 돈이 많으니 매달 카드값을 못 내 연체이자를 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연체이자 수익은 신용카드 사업의 핵심 수입원 중 하나다. 그래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은행들은 부자 고객들에게 통 큰 혜택을 아낌없이 주는 데 드는 비용을 보전하고자 다른 수입원을 찾는다.

가맹점들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이 수수료는 현금 외의 결제 수단을 받을 때 가맹점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인데, 최근 연구를 보면, 신용카드 관련 혜택이 늘어나면 가맹점 수수료도 덩달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미국은 전 세계에서 신용카드 결제에 드는 비용이 제일 비싼 나라다. 매번 신용카드 결제가 일어날 때마다 결제 금액의 2~2.25%가 수수료로 나간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수수료 평균보다 8~9배나 비싸다. 대부분 상점이 물건값을 올려 받는 식으로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신용카드를 안 쓰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소비자가 덤터기를 쓴다.

물건값이 오를 때 그 피해가 모두에게 똑같이 미치는 건 아니다.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생필품을 포함한 물가에 훨씬 더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정작 물건값을 올리는 데 일조한 신용카드 혜택은 거의 누리지 못한다. 이는 연방준비제도가 신용카드 혜택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이 매년 신용카드 혜택을 부지런히 누리는 것은 곧 가난한 계층에서 부유한 계층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으로, 또 인종적 다양성이 큰 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총 150억 달러, 약 20조 원의 부를 이전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하면 신용카드 혜택은 부유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추가로 세금을 매기는 것과 같은, 즉 역진세의 효과가 있다. 이들은 쓸수록 포인트가 쌓이는 광고 속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나 직불카드, 또는 아무런 혜택 없는 기본 신용카드를 쓰지만, 부자들 때문에 더 비싼 값을 주고 물건을 사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제도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체 중위소득(연 소득 7만 달러가 조금 안 된다)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전체 소비의 23%를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여기서 소득이 줄어들수록 신용카드 사용 비중은 급격히 낮아진다. 가계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 전체의 절반 정도 가계가 거의 모든 결제를 현금 또는 직불카드로 한다. 반대로 연 소득이 15만 달러 이상인 가계는 전체 소비의 44%를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소위 ‘혜택이 빵빵한’ 신용카드를 가지고 싶어도 발급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카드가 부자들에게만 승인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이런 고급 신용카드를 받으려면 신용 점수가 최소 700점 이상이어야 한다. 미국인의 절반은 신용 점수가 700점이 안 된다. 미국에선 신용 점수를 매기는 기준으로 파이코(FICO) 점수가 있다. 페어 이삭(Fair Issac Corporation)이라는 회사가 만든 점수 체계라서 회사 이름을 줄여 파이코 점수가 됐는데, 흑인 가계 가운데 파이코 점수가 700점 넘는 집은 21%밖에 안 된다. 그나마 파이코 점수가 있는 사람은 최소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가난할수록, 또 유색인종일수록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신용카드 회사들은 당신의 소득과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확인해 카드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신용 점수가 높아도 소득이 높지 않거나 빚이 너무 많으면 신용카드 발급이 거절된다. 은행들이 신용도 낮고 구매력도 별로 없는 소비자에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은 카드를 보너스 포인트까지 줘가며 만들어줄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신용카드 관련 혜택을 한 번 자세히 뜯어보자. 호텔을 예약하는 데 쓴 돈은 다섯 배를 포인트로 돌려준다. 외식하면 밥값의 세 배가 포인트로 쌓인다. 체육관에서 함께 페달을 밟는 운동을 하는 소울사이클(SoulCycle)에 등록하면 300달러를 돌려준다. 삭스피프스애비뉴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면 100달러를 돌려준다. 요즘 잘 나가는 카드의 포인트는 자유롭게, 심지어 호화로운 소비를 해도 그 비용을 보전해 준다. 이미 돈 잘 버는 부자들에게 돈을 더 쥐여주는 셈이다. 반대로 신용 점수가 낮거나 소득이 높지 않은 가계에는 결제 비용의 일부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데, 이 카드의 혜택은 앞서 살펴본 호화 카드에 비하면 초라하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신용카드는 비자(Visa) 아니면 마스터카드(Mastercard)다. 미국 사람이 쓰는 두 카드를 다 더하면 무려 6억 5천만 개로, 전체 신용카드의 77%나 된다. 카드사는 수많은 은행의 대리인 역할을 하며, 가맹점이 내야 하는 수수료와 관련 규정을 정한다.

그런데 신용카드 사업은 늘 호황이다. 2021년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매출만 무려 770억 달러다. 이 수수료는 카드사와 은행이 나눠 갖는다.

신용카드 혜택이 초래한 사회적 비용이 커지자, 마침내 의회는 오랫동안 가맹점 수수료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유지해 온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7월 딕 더빈(민주, 일리노이), 로저 마셜(공화, 캔자스) 두 상원의원이 발의한 신용카드 경쟁법이다. 하원에서도 곧바로 양당이 합의한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이 법을 군 관련 법안 또는 예산안에 묶어 일괄 처리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한 채 지난 회기가 끝났다.

법이 제정됐다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가맹점 수수료를 두고 다른 신용카드사와 직접 경쟁을 벌여야 했다. 더는 일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정하지 못하게 되는 거다.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지면 소비자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 최소한 물가 상승 요인 중 하나가 제거된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새 의회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더 낮아졌지만, 더빈 의원실은 해당 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은행협회는 신용카드 경쟁법이 득보다 실이 큰 규제가 될 거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신용카드 혜택이 줄어드는 건 곧 소비자에게 손해라는 뜻이며, 은행들로선 줄어든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또 어딘가에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소비자가 손해를 본다는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백화점에서 산 물건값을 돌려주는 혜택을 유지하는 게 소비자 후생에 과연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은행들이 수수료를 신설할 수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정부가 수수료의 정당성을 검토하고 관리할 일이지, 새 수수료가 무섭다고 지금의 잘못된 제도를 그냥 두자는 건 말이 안 된다.

신용카드 경쟁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신용카드 네트워크 보안에 관해서도 우려를 제기한다. 과점 체제가 무너지고, 많은 카드사가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하게 되면, 규모가 작은 회사들의 취약한 보안을 해커들이 노릴 수 있다는 거다. 비자나 마스터카드는 대규모 네트워크에 걸맞은 금융사기 방지 및 보안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비자와 마스터카드 같은 기존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보안에 신경써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잠재적인 경쟁자, 신규 회사들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경쟁이 있어야 기존 시장의 품질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노동계급과 서민층에게 유리한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금껏 신용카드 혜택을 누려온 부자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개혁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에게 경제적인 보상을 줄 것이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동력은 노동계급의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호화로운 카드 혜택을 즐기던 부자들은 물론 아쉽겠지만, 타협점을 찾을 것이다. 쌓아놓은 신용카드 포인트로 몰디브에 있는 풀빌라를 예약하고 싶은 사람들은 의회가 법을 제정하면, 아쉬운 대로 하와이에 있는 호텔에서 공짜로 묵으며 휴양을 즐길 것이다.

원문 : The Dirty Little Secret of Credit Card Rewards Programs

(c) 2023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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