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함께 많은 것을 해냈습니다. 그러나 잘못한 것도 물론 있습니다. 실수와 실패에서 저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가 10일(현지시간) TV 토론에서, 나아가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이기려면 꼭 해야 할 말이 있다. 위에 쓴 복잡하지 않은 말 몇 마디다. 저대로, 또는 자구를 좀 바꾸더라도 저런 취지의 말을 유권자에게 또박또박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하나마나한 소리로 여길지 모르지만, 저 말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번처럼 접전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해리스가 저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많은 부동층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다. 반대로 저 말을 끝내 하지 않고, CNN과 인터뷰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책에 대한 태도를 바꾼 사실을 계속 회피하고 얼버무린다면 해리스는 남은 두 달 고전을 면치 못할 거다. 셰일가스를 채취하는 수압파쇄(fracking)와 이민 문제에 있어서 해리스의 정책이 바뀐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해리스는 이를 두고 "(정책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나의 기본적인 가치관은 그대로"라고 말한다.

해리스 부통령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이게 도대체 무슨 궤변인가? 정책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는데, 기본적인 가치관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라면, 당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국민은 당신이 하는 행동과 그 바탕에 깔려 있을 가치관 가운데 어떤 걸 기대해야 하나? 뉴욕타임스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많은 유권자가 해리스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이유도 마찬가지일 거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수압파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해도 괜찮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통령으로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청정에너지 분야의 개발에 필요한 기틀을 닦은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그 덕분에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번영의 길을 걷게 될 겁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그렇게 될 수는 없습니다. 경제 안보와 더 넓은 차원의 국가 안보를 위해 우리는 당장 종합적인 에너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추출하고 사용하는 분야에서 계속 세계를 선도할 겁니다. 동시에 에너지 개발은 최대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할 것이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도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이민 문제, 국경 지역 치안 문제에 관해서도 실책, 실패를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제가 취임했을 때 미국의 이민 정책은 많은 가족에게 생이별을 강요하는 끔찍한 정책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때문에 수많은 이민자 부모와 아이가 강제로 떨어져야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가족을 고통받게 하는 건 잘못됐다는 생각에 이민 관련 규제를 너무 많이 푼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우리도 배운 게 있습니다. 미국이 당면한 이민 문제의 해법은 어디까지나 포괄적이고 초당적인 해법이어야 하고, 불법 이민을 통제하고 막는 건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이민을 장려하는 것과 함께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원칙에 따라 공화당 상원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의원으로 평가받는 오클라호마주의 제임스 랭크포드 의원과 함께 초당적인 이민법 초안을 짰습니다.

트럼프가 이 법안을 보고 어떻게 했는지 아시죠? 그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어떻게든 법안을 폐기하라는 지령을 서둘러 내렸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 이민 문제가 해결돼 버리면 더는 정쟁의 소재로 써먹을 수 없으니까 다급했던 거죠. 그런 트럼프가 이제 와서 저더러 말을 바꿨다고 지적하는 게 앞뒤가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치인들은 유권자와 언론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정치인을 얼마나 좋게 보는지 늘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이번엔 우리가 원하는 걸 얻지 못했습니다. 다시 잘 준비해서 해결책을 찾아 다음번엔 더 잘하겠습니다." 트럼프는 절대로, 하늘이 두 쪽 나도 이렇게 말 못 한다. 제임스 카빌은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 이렇게 썼다.

오늘날 유권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를 차분하게 설명하는 정치인을 보면, 봄날의 상쾌한 한 줄기 바람을 맞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원문 : The 23 Words Harris Needs to Say to Win, by Thomas L. Friedman

(c) 2024 The New York Times Company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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